RABBITGUMI2022-02-12 22:16:32
명탐정 포와로의 심리 추리극
-<나일 강의 죽음>(2022)
돈은 기본적인 생활을 하는데 꼭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기본적인 생활을 위해 직장이나 사업을 해서 돈을 번다. 어느정도 기본 생활이 해결될 정도로 돈을 벌면 거기서 조금 더나아가 부를 축적하는 단계를 지향한다. 그렇게 축적된 부에 따라 각자의 생활 수준이 달라지고 결국에는 빈부격차라는 아주 작은 틈이 점점 커지게 만든다. 그래서 그렇게 달라진 격차는 점점 더 돈을 지향하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돈에 얽매이고 그것 때문에 다른 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삶의 목적이 돈을 벌고 부를 축적하는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다르게 말하면 돈에 종속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면 그 상황이 정말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돈이 많으면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도 생기고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사업의 기회도 생긴다. 처음에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사람들은 돈이 많은 곳에 자연히 몰릴 수 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는 누가 사람보다 돈을 중시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엄청난 부 주변에 몰린 돈에 종속된 사람들은 사람 때문이 아니라 단지 돈 때문에 몰려든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자들은 그 주변에서 진심으로 자신을 위하는 사람을 찾으려 애쓴다. 하지만 그 지난한 과정에서 진심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큰 부를 상속받은 여성과 그 주변인물 사이의 살인사건을 그리는 영화
영화 <나일 강의 죽음>은 엄청난 부를 상속받은 여성인 리넷(갤 가돗)과 그 주변 인물들을 담은 영화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추리 스릴러지만 부자인 리넷 주변에 모이는 사람들의 얼굴을 담는 영화이기도 하다. 다양한 인물들이 리넷 주변에 있는데, 가장 가까운 인물은 약혼자인 사이먼(아미 해머)이다. 직전에 리넷의 친구인 재클린(에마 매키)과 연인관계였던 그는 리넷의 옆에서 정열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그는 돈에 대한 관심보다는 리넷의 마음에 더 신경쓰면서 리넷이 가진 부담감을 지워주려 애쓰는 인물이다. 반면에 재클린은 리넷의 가장 친한 친구였지만 사이먼이 리넷과 교제하게 되면서 질투와 배신의 감정을 가지게 되는 인물이다. 그가 영화 속에서 리넷의 옆에 등장할 때마다 영화의 긴장감은 높아진다.
그 외에도 부크(톰 베이트먼)과 그의 엄마 유페미아(아네트 베닝), 리넷의 옆에서 재정 관리를 하는 친척 앤드류(알리 파잘), 루이즈(로즈 레슬리), 살로메(소피 오코네도)와 그의 딸 로잘리(레티티아 라이트), 베스너 박사(러셀 브랜드), 마리(제니퍼 샌더스), 바워즈 부인(돈 프렌치) 등이 리넷과 사이먼의 약혼 파티에 초대되어 호화 유람선에 탑승하게 된다. 영화 초반 이들의 모습과 행동을 찬찬히 보여주게 되는데, 각자가 가진 사연이 조금씩 소개되면서 각 인물들이 가진 서사와 이해관계를 알 수 있게 된다.
모든 인물이 리넷을 중심으로 모인 인물인데, 전혀 관계 없는 인물인 포와로(케네스 브래너)가 그 배에 탑승하게 되면서 영화는 포와로의 시선을 그대로 따라간다. 그가 주변을 살피고 인물들을 세심히 살피게 되는데, 영화의 시선도 그대로 포와로와 같이 움직인다. 등장인물 대부분은 작은 비밀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포와로는 이런 인물들의 특성이나 비밀을 파악하게 되는데 그 과정자체가 추리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등장인물의 서사를 긴장감있게 보여주는 심리 추리극
실제로 영화에서 살인 사건은 중반부에서야 등장하게 되는데 그 전까지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부자인 리넷 주변의 인물들이다. 초반에 그렇게 세심하게 이들 각자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건, 모두를 의심할 수 있게 하는 동기를 숨겨두었기 때문이다. 애거서 크리스티가 쓴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마치 추리소설을 영상으로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인물들의 서사를 접하고 나서 사건이 벌어지게 되는데, 누가 살인자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포와로와 함께 머리를 굴리게 된다.
영화 속 리넷은 불행하고 불안해 보인다. 그는 결국 살해당하게 되는데, 그 주변 인물들 모두 리넷을 죽일 수 있는 살인 동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리넷이 죽은 이후에 먼저 보이는 건, 리넷의 안타까운 죽음보다 그가 가지고 있던 거대한 목걸이의 행방과 리넷이 가진 돈이 어디로 갈 것인지다. 그러니까 리넷의 죽음의 안타까움보다 돈이 먼저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더 주변에 모인 인물들에 정을 붙일 수 없다. 다들 안타까운 개인 사정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볼 수 없게 만드는 건, 영화의 훌륭한 각색대로 이야기가 구성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 리넷 옆에 누군가는 돈에 종속된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영화는 그것을 추리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할수도 있을 것이다. 리넷을 죽인 범인, 그리고 그 이후 누군가를 계속 살해해나가는 범인이 누군지, 그 동기가 과연 돈이었는지는 영화에 끝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다. 감독인 캐네스 브래너는 직접 포와로를 연기하면서 훌륭하게 이 이야기를 흥미롭게 연출했다. 이 이야기 안에서 유일하게 이해관계가 없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사건을 추리해가는 탐정 포와로는 이번 영화에서 그가 가진 과거 트라우마도 드러낸다. 그렇게 원작에는 없는 포와로의 새로운 개인사를 추가하면서 조금 더 할 이야기가 많은 풍부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워낙 등장인물이 많은데 특히 인상적인건 재클린을 연기한 에마 매키다. 드라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에 출연한 그는 이 영화에서 등장할 때마다 영화의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맡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생동감있게 영화를 극적으로 만드는 인물을 꼽으라면 바로 재클린일 것이다. 그 다음으로 아네트 베닝이 연기한 유페미아도 인상적인 캐릭터다. 아들 부크의 결혼에 반대하는 엄마 역할인 그는 자유분방한 예술가처럼 보이지만 아들의 여자친구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며 고집을 피우는 연기로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영화 중반 이후에 그로 인해 만들어진 영화적 긴장감은 살인사건과 함께 극을 더욱 고조 시킨다.
영화는 포와로가 처음부터 각 인물을 하나씩 만나고, 한자리에 모이면서 벌어지게 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포와로는 많은 인물들 사이에서 관계를 조율하고 관찰하면서 리넷의 배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정확하게 캐치해낸다. 결국 그는 '돈'에 종속된 사람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면서 '사랑'때문에 벌어지는 인물들의 행동들도 들춰낸다. 그러니까 그는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이자,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치유하는 계기를 만드는 심리 분석가이기도 하다. 이런 포와로의 활약이 담긴 영화는 아름답고 웅장한 영상과 함께 훌륭하게 촬영되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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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WFF 데일리] 레즈비언 축구팀의 이야기!
감독: 케테반 카파나데
출연: 조지아의 어느 도시의 레즈비언 축구팀
시놉시스
우리의 작고 친밀한 방이라는 이 영화는 레즈비언 축구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선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레즈비언들은 성소수자 혐오 단체에 맞서 싸우지 않고 자신들의 방식대로 서로를 사랑하면서 살아간다. 자신들은 도덕주의자를 싫어하는 듯한데 아마도 유럽의 분위기가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 보니 동성애자들을 혐오하기도 하지만 하나의 성적 취향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을 듯하다.
이 레즈비언들은 축구팀을 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뽐낸다. 여자들로 이루어진 축구팀이라도 남자 축구팀보다 실력이 없는 게 아니다. 다만 이들은 자신이 성적 소수자라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가끔씩 성적 취향에 대해 논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후반에 갈수록 점점 동성애에 대한 논쟁을 격렬하게 하며 성적 소수자들을 혐오하는 것에 무뎌진다.
어떤 한 축구팀 멤버는 자신이 여성이지만 보이쉬한 헤어스타일과 남자처럼 옷을 입으며 다닌다. 자신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이 가지 않지만 그러한 모습을 추구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레즈비언들이 서로를 안거나 키스하는 것을 보여준다. 담배도 거리낌 없이 피면서 술도 마시고 파티를 한다. 아마도 이 영화가 주는 메세지는 동성애자들을 다루지만 자신이 어느 틀에 얽매이지 않고 싶다는 메세지를 주는 것 같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08/25(목) - 09/01(목)
2022-08-27 20:30 - 21:44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8관
2022-08-29 19:30 - 20:44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4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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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돌라는 무언의 사랑을 싣고
오래전 모 제과 회사의 초콜릿 파이 광고 배경 음악에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가사가 있었다. 누군가에게 조심스레 초콜릿 파이만 건네면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상대방을 아끼는 마음이 아주 잘 전해진다는 것이었다. 기억하기 쉽고, 따뜻하고, 중독성 있는 가사와 멜로디 덕분인지 그 초콜릿 파이는 불티나게 팔렸다. 그런데 마법을 부리는 초콜릿 파이의 도움 없이 입을 꾹 닫은 채 눈짓, 손짓, 몸짓 등 비언어적 표현만으로 정말 나의 마음을 온전히 전할 수 있을까? 대사 없이 무성 영화처럼 연출된 <곤돌라>는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랑의 가능성을 낙천적으로 긍정한다.
영화 <곤돌라>의 공간적 배경은 꽤 험준한 산맥에 안겨 있는 조지아의 조용한 산골 마을이다. 윗마을과 아랫마을을 이어 주는 사실상 유일한 교통수단은 비좁은 곤돌라다. 사람들은 삶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곤돌라에 실어서 옮긴다. 사람, 동물, 와인, 음식, 각종 생활용품은 곤돌라의 단골 승객이다. 곤돌라의 양쪽 문을 활짝 열면 길쭉한 관(棺)도 곤돌라에 적재할 수 있다. 이 마을 사람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삶의 희로애락을 곤돌라와 함께한다. 이런 환경이라면 사랑도 곤돌라와 떼놓고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마을 곤돌라의 새로운 승무원 '이바'와 일한 지 좀 된 듯한 승무원 '니노'는 상행선과 하행선으로 엇갈리며 서로를 지나치는 찰나의 순간마다 눈빛을 교환한다. 서로를 향한 그윽한 눈길은 곤돌라를 움직이게 하는 기계 장치와 철제 케이블처럼 서로를 서로에게로 끌어당긴다. 두 사람은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처럼 장난치고, 함께 체스를 두고, 각자가 다룰 수 있는 악기를 연주해서 선율을 들려주고, 함께 와인을 마신다. 곤돌라 혹은 곤돌라 승강장에서.
영화 <곤돌라>는 일부 장면의 음악과 비주얼이 조르주 멜리에스의 <달세계 여행>을 떠오르게 할 만큼 언뜻 보면 마냥 행복한 동화처럼 보이지만 현실에서 성 소수자가 겪는 다양한 난관을 곤돌라를 활용해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기도 하다. 두 주인공이 매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곤돌라와 곤돌라가 배경으로 삼고 있는 산경(山景)은 아름답지만 멀리서 보면 철사 두 줄에 의지하고 있는 듯한 곤돌라는 매우 위태롭게 느껴진다. 기발하고 깜찍한 착상으로 창조한 영화 <곤돌라>의 동화 같은 세계는 관객의 마음을 데워 주는 한편 냉혹한 현실도 곱씹게 만든다.
- 끝 -
* 씨네랩의 초청으로 4월 12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곤돌라>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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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제서> 리뷰 - 익숙한 SF언어 세계를 비튼 낯설고 강렬한 감각
11일 개봉작 <포제서>를 관람했습니다
<포제서>를 연출한 감독님의 아버지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이 살짝 잔혹하고 기이한 기운의 영화로 한 획을 그었습니다
<포제서>를 연출한 브랜든 크로넨버그 감독님도 비슷한 영향이 보이는데
살짝 <인셉션>, <매트릭스>,<13층>등의 색깔, <원티드>의 액션을 참조해서 변용한 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아버지 등 가족이 영화감독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고전을 리메이크한 <매혹당한 사람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등을 연출한 소피아 코플라 감독
(미국 영화 여성감독을 대표하는 인물)의 아버지는 느와르 영화의 교과서 <대부>를 연출한 프란시스 포드 코플라 감독입니다
류승완 감독-류승범 배우처럼 감독/배우가 형제인 경우도 있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연출한 코엔 형제는 형제가 연출을 겸합니다
가족 모두가 창작의 세계, 예술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의 작품들의 특성을 다 알지는 못합니다
각자 창작을 하는 인물들은 서로의 창작 세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늘 리뷰하는 <포제서>를 연출한 브랜든 크로넨버그 감독도 아버지의 영향을 상당히 받은 것 같습니다
<플라이>(1986), <비디오드롬>(1983)
아버지의 영화 대표작 을 잠깐 소개합니다
<플라이>는 특정한 개체, 생명체를 기계 등 과학 기술을 이용해 자유자재로 이동시킬 수 있는 기술을 소개하며 전개합니다
그래서 주인공 과학자가 다양한 물체의 위치를 특정 기계를 이용해 성공적으로 마법처럼 바꾸는데요.
과학자 자신의 위치도 자유롭게 이동을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실험 도중에 파리가 끼여서, 주인공 과학자는 파리와 함께 한 몸, 일심동체가 됩니다
피부도 이상해지고, 복잡한 신체적 질환 때문에 고생합니다.
<비디오드롬>은 포르노 콘텐츠를 유통하는 유료방송사업자의 이야기입니다.
이 사업자는 고객들에게 성적 환상을 주는 게 목표였는데요. 극단적인 욕구를 주려고 하다가
선을 넘기 시작합니다. 주인공 방송사업자는 한 교수를 만나 독특한 비디오드롬을 체험하게 되는데요
현실세계와 환각세계의 경계가 모호하게 겹쳐집니다
<포제서>를 연출한 브랜든 크로넨버그 감독의 아버지가 연출한 뛰어난 대표작들은 이런 특징을 지녔는데요
아들 브랜든 크로넨버그의 연출작도 비슷합니다
영화 <포제서>에 등장하는 제목,
포제서 조직은 타인의 몸을 훔쳐 암살의 도구로 사용합니다
포제서 조직은 타겟의 가족이나 지인을 납치한 후, 납치한 대상의 인체에
요원의 의식을 심고 암살작전을 시행합니다.
의식으로 타인의 육체에 들어간 요원들은 사전에 혼돈을 방지하기 위해
납치한 대상의 기억, 상황, 환겨 등에 대해 충북히 학습하고 숙지하는데요
이렇게 타인의 신체에 들어가서 특정한 타겟을 죽이는 것이 내용입니다
타인의 세계, 가상등을 활용하는 비슷한 영화들 <매트릭스>, <인셉션>,<13층>
그리고 소재적으로 가장 유사한 <셀프/리스>까지 비교해보면 여타의 영화와 다를게 없어보입니다
그러나 <포제서>는 포제서의 여성 요원이 남성 고객의 인체에 들어간 후 꼬입니다.
1. 우선 주인공 여성 요원(타샤 보스)의 죄책감, 트라우마가 나날이 깊어지고 있었습니다.
타인을 죽이는 임무를 수행하는 킬러가 반복되는 살인, 죄로 인해 죄책감도 깊어졌습니다.
영화에서는 남편/자녀와의 관계등을 통해 상처가 충분히 회복된 후 킬러 임무를 수행했어야한다고 암시하는데
윤리적으로 떳떳하지 못한 일, 살인 등을 업으로 삼다보니 죄책감이 깊어졌습니다
2. 살인을 청부한 고객 콜린 데이트 (크리스토퍼 애봇)의 고민, 죄책감도 깊었습니다
고객 콜린 데이트는 사적인 욕망, 분노 때문에 자신이 일하는 굵직한 IT 기업의 총수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이 기업이 트렌드를 주도하는 IT기업처럼 묘사되는데 적어도 테슬라, 아마존 등 나스닥을 주름잡는 성장주/기술주 특성의 기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그러나 이 의사결정에 관한 죄책감도 복잡했고, 부부관계도 살짝 불안했고 이런저런 고민이 깊었습니다
3. 죄책감, 트라우마가 있어도 직업의식을 다하고자했던 여성 요원(타샤 보스)의 직업의식
살인 청부를 요청한 콜린 데이트의 망설임 등 감정이 충돌합니다
1.에서 설명한 타샤 보스는 마음이 심란한데도 불구하고 임무를 수행하려다 보니 부작용이 생깁니다
(포제서 시스템은 나름대로 요원의 정신 상태를 감정하기도 합니다.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불안한 요원들은 제외시키는데요
타샤 보스 요원은 무리해서 감지 시스템을 속이고 프로의식을 다해 임무를 완수하고자합니다)
2의 고객 콜린 데이트는 죄책감과 불안, 꼬여버리는 일들 때문에 오히려 자신이 돈을 지불하고 살인을 해달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행동을 수행하는 1 타샤 보스에게 앙심을 품고 불안해합니다.
이렇게 1[돈을 받고 요청한 고객의 신체의 들어가서 살인을 행하는 인물]과 2[돈을 지불하고 시스템의 의식에 의지하는 고객]의
자아가 충돌하다보니 난장판이 됩니다
두 자아의 충돌을 다루는 장면들은 난해하고 다소 경미한 두통을 유발합니다.
문명 시스템에 의해 타인에 침투하는 진영,
돈을 지불하고 타인의 영혼을 이용하여 자신의 영혼을 더럽히지 않고 죄를 행하는 진영 모두 불안한 의식, 날이 바짝 서있습니다
전반적인 소재들은 <매트릭스>, <인셉션>, <13층>의 설정들을 흥미롭게 변용하지만
인물들의 가치관, 문명에 대한 비판등은 바짝 날이 서있습니다.
바짝 날이 서있는 영화의 감각은 문명에 대한 비판의식이 통렬합니다
<포제서>리뷰를 마무리합니다.
- 아버지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님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뛰어난 작품이 많습니다.
2000년대 작 중에서는 <폭력의 역사>, <이스턴 프라미시스>를 추천합니다.
이전 작품중에서는 <플라이>, <비디오드롬> <엑시스턴즈>를 특히 추천합니다.
80년대 <플라이>나 <비디오드롬>은 호러장르 스러운 색깔이 강한 <터미네이터> 1편 느낌이 나면서도
문명에 대한 비판이 강렬합니다.
- 아버지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님 영화들 그리고 리뷰한 <포제서>모두 잔혹한 수위는 조금 있는 편이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포제서> ★★★☆ 7.5
악한 욕망, 다양한 자아, 문명의 냉기가 서로 충돌하는 혼돈의 경게위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타는 SF장르물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 본 콘텐츠는 블로거 리얼리스트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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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하자 우리
이 글은 영화 [브로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요즘 극장가의 상황이다.
판데믹 이후로 첫 천만 영화가 탄생했음은 물론. 기대작들이 줄줄이 기지개를 켜고 일어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날이 드디어 왔다.
그 선봉장에는 칸 영화제에서 당당하게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를 앞세운 영화 [브로커]가 있다.
이미 송강호와 영화 [의형제]에서 합을 맞춘 경험이 있는 강동원과의 케미는 물론,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이지은이 미혼모로 열연하는 이번 영화가 기다려지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고레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아 브로커들과 친모. 범죄 현장을 덮치려는 경찰들의 이상한 조합을 감독만의 방식으로 그려냈다. 잔잔하고 자세히 속을 까뒤집어 보여주지는 않지만. 충분히 생각할 만하고 그 여운은 결국 실낱같은 안정으로 마음속에 다가온다.
아이 하나를 키워내기 위해 필요한 온 마을;금쪽이들이 치유받는 법
사진출처:다음 영화
한 아이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그만큼 아이 하나가 온전히 커 어른이 되기 까지는 많은 사람의 영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모든 어른이 다 “좋은” 사람이면 참 좋겠지만. 우성의 주변을 이루고 있는 어른 마을은 조금 독특하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금쪽이에 가깝다고나 할까. 그런데다 금쪽이 시절 버릇 하나 버리지 못하고 나이만 먹어 훌쩍 어른이 되어버린.
어딘가 설명할 수는 없지만 우성의 엄마인 소영(이지은)은 물론 브로커인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확실하게 비뚤어져있다. 게다가 자신의 상처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사람만 보아도 못난 발톱을 한껏 세워 할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일 인분의 사람 구실도 못하는 핏덩어리에 불과한 우성에 의해. 금쪽이들은 스스로의 존재와 쓸모를 인정받는 순간을 맞이한다.
금쪽이들에게 이 순간은 평생을 기다려 온 순간임과 동시에 믿을 수 없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마침내 다가온 인정의 순간을 거부하는 금쪽이는 영화 내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 순간부터. 금쪽이에서 조금은 어른에 가까워진 세 생명체들은 어디서부터 이 "판매 극"이 잘못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한 것처럼 보인다.
누구 하나 입 밖으로 확신에 찬 채 말하지 못했지만. 자신이 보호받지 못했던 만큼의 시간을 우성이의 삶에서는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했을 것만 같다.
아이 하나를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의 뜻은 어쩌면 어른들에게도 아이처럼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게 해주는 존재가 필요하다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상현의 세탁소;해소와 진심의 순간들.
사진출처:다음 영화
금쪽이 패밀리(?)의 대장 격인(??) 상현은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다.
세탁소에 찾아온 사람들은 자신의 빨래가 얼마나 더 깨끗하게 될지에 대한 기대와 소망을 담아 상현에게 말을 걸고. 상현은 그런 염려와 우려마저도 말끔히 씻어내린 빨래를 그들에게 건넨다.
다른 사람들에게서 빼앗아간 세상의 모든 티와 더러움은 고스란히 상현에게 쌓이고. 상현은 자신이 더러워질수록 타인의 빨래가 더 빛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게 자신의 훈장인 것처럼. 상현은 조용히 타인의 구겨진 삶의 일부를 받아들인다. 그것이 자신의 이중적인 삶을 덮어줄 수 있는 것이라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세차장에서 온통 젖어 엉망이 되어버린 상현의 표정이 후련해지는 걸 보고 있으면. 사실 상현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자신도 한 번쯤은 묵은 때를 벗겨내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두 번 다시 더러워지지 않는 빨래도 없고. 자신의 마음도 상처받은 채 상현에게서 다시 머물겠지만. 또 한 번 깨끗해지면 그만이라고 상현이 생각할 수 있기를 빈다.
기회가 많지는 않지만. 아예 없지는 않은 거라고. 마음도 빨래도 뽀송뽀송하게 마를 수 있는 기회가 반드시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행복하자 우리;아프지 말고. 몸도 마음도.
사진 출처:다음 영화
멸종 위기의 토종여우를 밀반입해 번식시킨 개 장수가 있었다. 우리나라 최고 대학이라 자부하는 서울대에서도 실패한 프로젝트를 학위 하나 없는 한낱 개 장수가 성공 시킨 것이다. (참고 1)
그 비결을 물었을 때 개 장수가 내어 놓은 대답은 더 가관(?) 이었다. 한 마리 한 마리가 돈이라 생각하고 무한한 관심을 쏟았다.라고 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의 개 장수도, 영화에서의 브로커도. 결국은 자수를 한다.
그 목적이 어쨌건 자신들이 품고 베푼 애정과 관심은 결국 누군가를 최종적이면서도 올바른 행복으로 이끄는 힘이었던 셈이고. 스스로가 짊어지고 있던 죄도 내려놓고 평안함에 이르게 한 셈이다. 그래서 경찰에게 현행범으로 잡히는 순간에도 동수의 표정이 홀가분하게 보였던 것은 아닐까.
영화는 그들의 찬란한 행복을 보여주며 끝을 맺지 않는다.
오히려 어린 왕자가 여우를 기다릴 때처럼, 행복을 만나기 몇 시간 전부터 부푼 기대를 보여주며 끝을 맺는다.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지만.
모든 인물의 행복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엔딩의 여운 앞에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마치면서
사진 왜 이래.
영화 브로커에 대한 홍보이건, 친분 때문이건 상관없이. 아이유의 유튜브 채널에 나와 스스로에 대한 칭찬을 해달라는 말에 눈시울을 벌겋게 물들이는 송강호 배우를 보고 있자니.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한 업종에서 근 30년에 가까운 시간을 일하면서. 어찌 고난이 없고 회의가 없었을 것인가.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하나하나 걷어가며 묵묵히 길을 걸을 때 그가 흩어 뿌린 확신과 물음의 결과물을 나는 보고 자랐고. 그의 영화는 내게 믿음이란 각인으로 다가왔기에. 배우 송강호가 보이는 그런 모습은 참으로 귀함과 동시에 마음이 찡해지기에 충분했다.
이 영화로 인해 상을 받았건 말건 상관없이.
그저 배우 송강호가 여태 얻었을 고단한 마음의 짐들도, 마치 세차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끔히 씻겨내려가고 뽀송뽀송해지길 바랄 뿐이었다.
요새 구찌보다 구씨가 대세라고 하지만. 내게는 아직은(?) 구씨보다 호 씨가 최고야. 늘 짜릿해.
참고 1
사진 출처:구글 이슈야 놀자
실제로 개 장수가 자수(?) 한 이유도 얘들이 너무 예민하고 식비도 많이 드는데 버리자니 토종여우이고, 돌보다 보니 애정도 생겼기 때문이라 했음. 그래서 아예 양육 노하우를 연구용으로 넘기고 죗값이랑 퉁치기로 함. 사실 노하우라고 해서 엄청난 게 아니었음. 노란 박스에 애들을 키우니까 애들이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이었음. 원래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노하우를 찾아내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생각해 보면, 역시 진심인 놈 이길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여러분. 그것도 돈에 대한 진심은.어우.
[이 글의 TMI]
1. 복숭아 비싸.
2. 그냥 조용히 망고를 사 본다.
3. 요새 왜 이렇게 리뷰 쓰기가 힘든지 생각해 보니
4. 인풋이 너무 없음.
5. 연차를 드디어 쓸 순간이 와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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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에도 지도가 있대
‘해녀’는 어떤 전형(典型)으로 기억되어왔다. 검은색 잠수복과 둥근 물안경을 쓰고, 조그마한 그물망을 맨 채 잠수했다가 물 밖으로 나오기를 반복하는 여자들, 바다 근처에서 살면서 딱딱한 껍데기를 지닌 생물을 채집하기를 반복하는 여자들. 어쩌면 멸종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직업. 모두 틀린 묘사는 아니다. 그러나 <물꽃의 전설>은 한발자국 더 다가가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동시대 관객에게 전달한다. 과장하거나 연민하지도 않고, 전형을 깨부수거나 극화하지도 않은 채로.
<물꽃의 전설>이라는 제목은 무릇 판타지 장르 같은 인상을 주는 제목이다. 자연스레 ‘물꽃’이 무엇인지, 또 해녀들의 이야기에 왜 전설이라는 제목이 붙었는지를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고 영화는 러닝타임 전체에 걸쳐 그 이유를 말한다. 영화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전설’이라는 단어에서 두 가지 의미가 읽힌다. 첫번째는 한 분야에 통달해 최고의 전문가가 된 사람, 두번째는 말 그대로 신화처럼 오래오래 전해지는 이야기이다.
영화는 자그마치 87년을 물질해온 현순직 해녀와 이제 막 1년여의 경력을 쌓은 채지애 해녀를 중심으로 해녀들의 일년을 소개한다. 그러면서 관객은 자연스레 그들만이 가진 세계를 보게 된다. 뭍에서 물끄러미 관찰하기만 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고, 제사를 지내고 옷을 입고 도구를 골라 챙겨 들고 잠수하는 그들의 업무를 카메라에 담았다. 날이 좋고 물이 맑아 소라와 팔뚝만한 전복을 발견하는 때도,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폭설이 내리는 날 물질해야하는 때도 모두 보여주고, 그 과정에서 현순직 해녀가 가진 노하우를 초보 해녀와 관객이 함께 듣는 것이다. 그렇게 <물꽃의 전설>은 해녀들을 전설로 만든다. “그들은 용궁에서 태어나 뭍으로 오고, 봄이 되면 바다의 여신에게 제사를 드린대. 그러면 바다가 소라와 해삼과 전복을 내어 주고, 바다 지도를 전부 욀 만큼 자라면 빨간 물꽃을 선물해 준대. 그러다 때가 되어 여신이 불러 숨을 거두면 다시 용궁으로 돌아간대.” 라고 말하는 전설.
‘물꽃’은 다름 아닌 형형색색의 산호초이다. 먼 바다와 강한 해류를 견딜 수 있을 정도의 경력이 쌓이고, 제주 바다를 구역별로 나누어 만든 지도를 줄줄 꿸 정도가 되면 비로소 전설인 줄로만 알았던 물꽃을 목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이 멋진 전설에서 행복하게 이야기를 마치지 못한다. 이 불가피성은 어떤 개인적인 비극이 아닌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가 침투하면서 나타난다. <물꽃의 전설>이 카메라에 담은 2016년부터 2021년경까지, 바다는 너무나도 빨리 황폐해진다. 처음에는 공장에서 뿜어내는 폐수가 시야를 흐리더니, 해가 갈수록 전복과 소라, 성게가 차례로 사라진다. 자신의 얼굴만큼 큰 전복을 잡아오던 채지애 해녀는 작은 보말로 망을 가득 채워 돌아온다. 그리고 애써 찾아간 먼 바다에, 물꽃은 피어 있지 않다. 물꽃은 영화의 제목처럼 그야말로 전설로 남아 버린 것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러면 영화가 스스로 말하지 않아도 은연중에 걱정어린 마음이 찾아온다. 어쩌면 전복과 소라, 성게, 보말조차 바다의 여신이 거두어 갔다는 전설로 남아버리는 것 아닐까?
이런 질문을 남겨 두고 <물꽃의 전설>은 끝이 난다. ‘훈훈하고 애연하며 무엇보다 숨 막히게 아름답다’는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의 평처럼, 영화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따스하다. 한편 ‘예찬만 할 수 없었다’라는 고희영 감독의 말처럼 모든 것이 그저 전설로 남아 이야기로만 전해지게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으로 극장을 나서게 한다. 그렇게 영화는 신비화도, 대상화도 없이 ‘전설’이라는 말의 의미와 그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힘을 거머쥔다.
(이 리뷰는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에서 초대받은 시사회에 참석 및 관람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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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풋풋함과 맞바꾼 애틋함
* <동감>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동감 (2022)
감독: 서은영
출연: 여진구, 조이현, 김혜윤, 나인우, 배인혁
장르: 로맨스, 판타지
상영시간: 114분
개봉일: 2022.11.16
1999년의 대학생 ‘김용(여진구)’과 2022년의 ‘김무늬(조이현)’. 두 사람은 우연히 HAM 무전기를 사용하다가 23년이라는 세월을 사이에 두고 거짓말 같은 통신을 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각자 95학번과 21학번이라고 주장하는 서로를 믿지 못하고 그저 누군가의 심술 궂은 장난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점차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며 얼굴도 모르고, 실제로 만날 수도 없는 교신기 너머의 상대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며 두 남녀는 가까워진다.
‘김용’은 기계공학과 신입 여학생 ‘한솔(김혜윤)’에게 첫눈에 반한다. 여학생이 귀한 학과에 당돌한 성격에 예쁘기까지 한 학생이 들어왔으니 학교 생활에 따분함을 느끼던 ‘용’에게 활력을 가져다 주기 충분했다.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성격까지 좋은 ‘용’은 나름 학교의 인싸지만 연애 앞에서는 숙맥이나 다름 없었고 20년이나 앞선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무늬’는 무전을 통해 여심 저격 방법을 코칭해 준다. 조언은 성공적이었고, ‘김용’은 ‘한솔’과 꿈에 그리던 연애를 시작한다.
자신의 감정에 직진할 줄 아는 ‘김용’과 달리 ‘무늬’는 2022년 현재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고민을 안고 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교에 가면 인생이 잘 풀릴 줄 알았지만 대학에 가는 게 인생의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고 진로에 대한 걱정을 하는 것은 물론 오랜 남사친 ‘영지(나인우)’를 두고는 친구와 연인 사이에서 갈등하느라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지 못한다. 무전을 통해 고민을 토로하며 답답함을 털어내고, ‘김용’ 역시 졸업 이후의 삶에 대해 결정하지 못했다는 비슷한 고민을 듣고는 동질감을 느낀다. 쉽게 상념을 풀어 놓을 데가 없던 두 사람은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더 많은 시간을 무전으로 함께한다.
그러나 23년이라는 시간 차를 둔 소통은 마냥 낭만적이기만 한 일은 아니었다. 무전 통신을 두고 대화만이 오갔을 뿐이지만 각자가 존재하는 시대상의 흔적들도 교신기를 따라 함께 이동했다. 처음에는 1999년도에 사는 ‘김용’이 이해할 수 없는 유행어 정도만이 이동할 뿐이었다. ‘김용’은 자신이 40대가 되어서야 뒤늦게 알 수 있을 법한 신조어를 이해하며 박장대소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미래에 벌어지게 될 일들을 선택적으로 들을 수 없던 ‘용’은 절대 미리 알아서는 안 될 사건까지 알게 된다. 과거 ‘김용’의 흔적을 찾기 위해 애쓰던 ‘무늬’는 ‘용’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전하고, 연애를 시작한 이후 꽃길만 걸을 줄 알았던 그의 인생은 완벽하게 꼬이기 시작한다.
<동감>은 2000년 개봉한 ‘유지태’, ‘김하늘’, ‘하지원’ 주연의 <동감>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는 남녀가 교신한다는 핵심적인 설정만 그대로 유지한 채 작중 배경만 ‘1979년-2000년’에서 ‘1999년-2022년’으로 바꾸었다. 또한 원작에서는 여주인공을 맡은 ‘김하늘’이 과거를 살아가고, 남주인공을 맡은 ‘유지태’가 현재를 살고 있던 반면 리메이크 작에서는 남주인공인 ‘여진구’가 1999년 과거를, 여주인공 ‘조이현’이 2022년 현재를 맡았다.
중반까지의 진행은 매우 자연스럽고 캠퍼스 로맨스 장르의 풋풋함이 뚝뚝 떨어진다. 신입 여학우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사랑꾼으로 분한 ‘여진구’와 수줍음과 당찬 면모를 모두 갖춘 매력적인 ‘한솔’ 캐릭터를 소화하는 ‘김혜윤’의 연기력은 작중 오글거리는 대사마저 매끄럽게 소화할 정도로 뛰어나다. 두 사람이 학생회관 건물 앞에서 처음 만나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고, 썸을 타는 과정은 여느 캠퍼스 배경의 멜로 드라마와 다를 것이 없지만 두 배우의 탁월한 연기력이 익숙한 스토리라인 속에 재미를 불어넣는다. 특히 로맨스의 감정선을 단독으로 이끌어가는 ‘여진구’의 힘이 대단하다. (‘방가방가’ 같은 최악의 대사도 맛깔 나게 소화하는 치명적인 매력이란.)
문제는 <동감>이 단순 캠퍼스 로맨스 장르의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20년의 간극을 두고 있는 남녀가 짝사랑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며 ‘동감’을 느끼고, 이 과정을 단 한 번의 대면 없이 오로지 무전 상의 목소리로만 교류한다는 점에서 애틋함을 자아내는 게 핵심 주제이자 중요한 감정선이다. 하지만 원작과 시간적인 배경만 다르게 설정했을 뿐인데 남녀 주인공의 소통은 그리 애틋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용’과 ‘한솔’의 로맨스는 풋풋하면서도 몰입감 있게 그려졌지만 ‘무늬’와 ‘용’의 소통은 전반적으로 어색하기만 하다. ‘베프’, ‘이불킥’ 같은 철 지난 유행어들로 세대 차이를 보여주려는 대사들은 억지스럽기까지 하며 ‘조이현’의 연기력이 ‘여진구’에 비해 부족한 탓에 집중을 흐린다. ‘김혜윤’과 ‘여진구’의 뛰어난 연기, 그리고 감초 같은 매력을 더한 ‘배인혁’이 등장하는 과거 신은 캠퍼스물 특유의 유쾌함과 청춘의 건강한 에너지가 돋보이는 반면 ‘조이현’과 ‘나인우’가 합을 이루는 신은 완성도 낮은 웹드라마를 보듯 부자연스럽다. 후반부 ‘무늬’의 감정선이 매끄럽게 전달되지 않은 것 또한 이 때문일 것이다.
1999년의 남자와 2022년의 여자가 오래된 무전기를 통해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퍽 판타지 같은 설정이다. 2000년에 개봉한 원작 역시 이러한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낭만적인 색채를 부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2022년의 <동감>은 기술이 너무도 발전한 세상의 ‘무늬’가 ‘김용’의 흔적을 척척 찾아내고, 비현실적인 상황의 흐름을 두 사람이 쉽게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판타지의 색깔이 옅다. 특히 ‘용’의 짝사랑 이야기와 달리 실제 있을 법한 Z세대 대학생의 고민을 다룬 ‘무늬’의 이야기는 낭만을 반감시키고 현실성을 덧입히는 요소다. ‘HAM 무전기’와 ‘공중전화’, 1990년대 음악 등 향수와 감성을 불러일으킬 만한 소품들만 들고 왔을 뿐 각 장치들은 애틋함이나 아련함을 연출하지 못한다. 특히 주인공이 소나기를 맞으며 이별을 결심하는 장면에서 ‘김광진’의 ‘편지’를 사운드트랙을 사용한 것은 촌스럽고 조악하기까지 하다.
원작에 비해 풋풋하고 밝은 색감을 더하는 데는 성공 했는지 몰라도 판타지 로맨스의 애틋함을 살리는 데는 실패했다. 원작의 장치들을 그대로 따라가느라 리메이크 작품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부여하는데 일부 한계가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후반부에 갑작스레 주제의식을 강조하는 것도 뜬금없다. 운명의 장난에 놀아나 첫사랑에 실패한 ‘용’의 이야기를 보여주고는 ‘마음 가는 대로 솔직하게, 진심은 언제나’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는 게 과연 맞는 것일까. ‘영지’를 향한 ‘무늬’의 진심이 통하기는 했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작중 단 한 번도 아련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등장인물들만이 ‘동감’을 느끼고, 관객은 작품에 전혀 ‘동감’할 수 없는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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