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3-10-26 10:17:14
영화는 역사를 착취한다, 바로 이렇게
〈플라워 킬링 문〉
영화의 마지막, 한 남자가 긴장감 넘치는 목소리로 무대 아래 청중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1920년대에 있었던 아메리카 선주민과 그들의 재산을 노린 백인들의 범죄(〈플라워 킬링 문〉의 줄거리) 이야기다. 화자는 이 거대하고 체계적인 범죄의 색출이 FBI의 창립자 J. 에드거 후버 덕에 가능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FBI와 이 조직이 상징하는 국가의 권위를 은근히 드높이는 용비어천가란 소리다. 무대 위에는 화자 말고도 이야기의 주요 대목마다 적절한 소리를 넣는 특수 효과 전문가들과 오케스트라가 있다. 그렇다. 이 무대는 영화를 닮았다. 그리고 이 무대와 영화의 닮음은 〈플라워 킬링 문〉의 서사와 결합해 하나의 메시지를 이룬다. 역사적 비극을 다루는 영화가 필연적으로 이를 스펙터클로 전시하고 소비할 수밖에 없다는, 즉 영화는 역사를 착취하기를 피할 수 없다는 자기 성찰적 메시지 말이다. 기막힐 정도로 시니컬한 통찰이다.
이제 영화의 시작으로 가 보자. 아메리카 선주민 오세이지족의 땅에서 기름이 난다. 마을의 부보안관이자 유력 인사인 킹(로버트 드 니로)의 말을 빌리자면, 오세이지족은 ‘똑똑하게’ 처신했다. 땅을 헐값에 팔아버리는 대신 이윤의 지분을 얻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어 안정적인 부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돈이 있는 곳에는 사람이 모인다. 오세이지족이 머무는 곳도 마찬가지다. 어니스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참전 후 돈을 벌기 위해 먼 친척인 킹이 있는 곳으로 돌아온다. 어니스트의 말투와 행동, 생김새에서 드러나듯 그는 가난하고 양질의 교육을 받지 못한, 때로는 거칠지만 종종 얼뜨기 같은 하층 계급 남성성을 체현한 인물이다.
킹은 어니스트에게 솔깃한 제안을 건넨다. 네가 제법 번지르르한 외모를 가졌으니 부유한 오세이지족 여성을 대상으로 운전기사 일을 하며 그중 한 사람을 부인으로 맞이하라는 것. 오세이지족 가족의 일원이 되면 상속을 통해 정당한 재산권을 획득할 수 있다는 말이 윌프리드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렇게 윌프리드는 몰리에게 접근하고, 둘은 결혼한다.
한편 마을에서는 오세이지족 선주민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중이다. 그러나 수사 기관은 그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 오세이지족은 이들 사건이 자기 재산을 노린 백인들의 소행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돈만 가졌을 뿐 수사권 등 공적 권력을 행사할 권한은 없다. 다른 곳으로 이주하거나 언제 자신의 차례가 올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킹과 윌프리드의 주도로 몰리의 가족도 하나둘씩 사라져간다. 어머니, 언니, 동생……. 몰리는 윌프리드를 의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처지고, 윌프리드 역시 아내와 아이를 사랑하지만 킹의 범죄 제안을 완전히 거스르지는 못한다.
“집안의 주도권을 되찾아!” 킹과 몰리 사이의 긴장이 정리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대사다. 이 대사는 백인 남성인 윌프리드가 오세이지족 선주민 여성 몰리를 정신적, 신체적으로 장악해가는 과정이 가부장적 권력을 재확립하는 일의 일환임을 보여준다. 부권 확립은 백인의 권력을 재강화하는 일과도 관련이 있다. 가난한 백인과 부유한 선주민이라는 ‘뒤집어진’ 구도를 ‘바로잡는’ 일 말이다. 킹과 윌프리드가 몰리 가족을 대상으로 벌이는 범죄는 백인 남성의 국가인 미국의 권위가 어떻게 확립되었는지를 보여준다. 흥미로운 것은 이 범죄를 응징하는 주체 역시 백인/국가 권력이라는 점이다. 몰리는 마을 안에서는 선주민 살인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직접 워싱턴으로 향해 대통령에게 수사를 촉구한다. 이후 후버가 창설한 FBI의 전신인 조직의 요원들이 파견되어 킹과 윌프리드를 수사하고 ‘정의’를 구현한다. 이 과정에서 몰리는 윌프리드가 몰래 투약한 안정제에 취해 내내 시체와 같은 상태에 머문다. 즉 사건의 당사자인 몰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배제당한 채 수동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백인 남성이 주체(수사 기관)와 타자(범죄자) 역할을 독점하고, 착취당한 선주민은 역사의 무대에서 내쫓긴다.
요컨대 〈플라워 킬링 문〉은 불법적 폭력과 합법적 권리(상속)를 결합해 미국이 어떻게 소수자를 착취하며 부와 권위를 확립해왔는지를 고발해온 마틴 스코세이지의 문제의식이 다시 한번 돋보이는 작품이다. 스코세이지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앞서 언급한 영화의 마지막 장면으로 돌아가 보자. 무대 위에서 오세이지족의 비극을 그럴듯하게 가공해 들려주는 남자는 거대한 폭력을 고발하는 이야기마저 스펙터클로 소모될 수밖에 없음을 보인다. 무대 앞에는 부유한 백인 남녀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무대 위 화자를 보고 있다. FBI가 킹과 윌프리드를 처단하는 이야기는 백인/남성 국가의 설립 과정의 에피소드로 소비될 때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듯이. 이 장면은 역사적 비극을 소비 가능한 이야기의 형태로 유통하는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자조와 냉소, 무기력감의 토로다. 영화란 무엇인지에 관한 시끌벅적한 논쟁의 중심에 선 마틴 스코세이지는 역사적 비극과 이를 소재로 하는 영화가 마주한 출구 없는 폐쇄적 회로를 그려내 미국, 그리고 영화를 고발한다. 그가 영화 거장이라면, 그 이유는 여기에 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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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니의 존재와 질문, <3000년의 기다림>
세상 모든 이야기에 통달한 서사학자 알리테아(틸다 스윈튼)가 우연히 소원을 이뤄주는 정령 지니(이드리스 엘바)를 깨워낸다. 그녀에게 주어진 기회는 단 세 번.
영화는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때때로 매우 철학적이고 심리적인 내용을 전할 때 이야기를 통해 전달한다. 영화 또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이야기가 내용 전달의 수단이 되기 위해서 서술자는 익숙한 내용을 재밌게 전달해야 하는 의무가 생기기도 한다.
<3000년의 기다림>은 알리테아와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가 서로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을 통해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관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지니는 표면적으로 알리테아의 ‘소원’을 묻지만 이를 통해 상대방의 ‘갈망'을 알아낼 수 있다. 반대로 알리테아는 지니의 이야기들을 통해 지니의 갈망을 느낀다. 알리테아는 사랑을 위해 자신의 갈망을 포기했던 지니의 이야기에 사랑과 갈망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또한 사랑으로 자신의 갈망 덮었던 알리테아는 사랑으로 인해 상대방의 갈망을 지켜주는 선택을 한다. 영화를 보고 있자면 스웨덴의 공포영화 <렛 미 인>이 떠오른다. 알리테아는 마법과 같이 정령 지니를 만나게 되지만 이는 판타지 영화가 아니라 상상력이 풍부한 알리테아가 들려주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알리테아는 지니를 처음 만나고 자신의 상상친구였던 한 소년의 이야기를 들려줬던 것을 떠올릴 수 있다. 세상 모든 이야기에 통달했지만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 떠나는 알리테아에게 지니가 들려주는 3000년의 이야기는 이미 알리테아가 알고 있는 이야기들의 재구성 또는 재기억이라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결국 알리테아는 지니와의 대담을 통해 자신의 사랑, 갈망, 삶, 죽음 그리고 시간에 대한 질문을 하고 답을 알아가는 과정을 가졌다고도 해석해볼 수 있다.
세 가지 소원, 예전부터 많이 들어온 소재이지만 영화를 보기 전 떠올렸던 세 가지 소원과 영화를 보고 난 후의 세 가지 소원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이 영화가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었다. 오랜만에 잔뜩 기대를 했고 그 기대에 한 치의 부족함 없이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초청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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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가씨>, 미안해 하진 않을게
*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처음 아가씨를 봤을 때는 숙희와 히데코가 남았고, 오랜만에 다시 보니 코우즈키와 백작이 남는다. 처음엔 자유를 찾은 모습에 함께 설레고 들떴다면, 이번엔 그 자유를 빼앗은 이의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그렇다. 백작은 막판에 순진하면 불법이라는 업계 불문율을 어겨서 불행을 자초한 순정 사기꾼이라 치자. 코우즈키는 히데코의 이모부다. 가족끼리 왜 그러지? 가족끼리 이럴 수 있나? 아니, 가족이니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그에게 취미를 물으면 독서와 책 수집이라 할 텐데, 혹여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제목을 묻지 않았다면 분명 후회하게 될 것이다. 가장 아끼는 책을 나열해보자. <채찍은 말한다>, <도마뱀 가죽>, <타락한 속옷 판매원들>, <백합의 바다>, <장의사의 침실>. 제목부터 스멀스멀 느껴진다. 그렇다. 책을 좋아한다는 게 19금 문학이었다. 천일야화처럼 읽고 수집하고, 다른 이들에게 들려주고 판매한다. 낭독회는 혼자만의 취미가 아니라 엄연한 사업이다. 수집한 책에 삽화가 2D였다면, 그는 낭독회에서 이를 3D로 구현한다. 가족의 일원을 연기도 전달력도 좋은 '낭독 전문 배우'로 양성했다. 처음엔 아내를 시켰고 아내가 세상을 뜨자 처조카인 히데코에게 그 역할을 맡겼다. 아내는 자살한 것도 아니었다. 도망치려던 그녀의 마지막은 코우즈키와 지하실이 알고 있다.죽은 아내도, 히데코도 좋아서 낭독을 시작했을 리 없다. 코우즈키가 그 책이 그렇게 좋아서 햇볕도 들지 않도록 어두컴컴하게 만들고, 집은 쓸데없이 크기도 남다르게 만들어서 도망치기 전에 붙잡혀 갇히는 게 더 빠르다. 지하실에 있는 다양한 신체 부위나 특이한 도구들은 그가 이미 상상에서 그치지 않는 사람이란 걸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혓바닥은 붓끝의 먹물이 스며들어 검디검다. 그 정도 열정이라면 2차 창작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가 작품을 외우기만 했을까? 낭독회에 올린 책 중에 자신이 쓴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저 멀리 프랑스에서 책을 들여올 돈이 필요해 히데코와 정혼하고, 스스로를 더러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노인이라고 말할 정도면, 참으로 대단한 인물일세.
코우즈키의 세계관은 이분법적이다. 그에게 조선은 추하고 일본은 아름답다. 아름다운 건 잔인하지만 조선은 무르고, 흐리고, 둔하기 때문이란다. 일본과 영국은 좋아하고 조선은 싫어하는 건 힘의 양상 때문이다. 역관이던 그가 성공한 건 일본이 흥하자 힘이 강한 편에 섰기 때문이다. 금광 채굴권을 비롯해서 전에는 상상하지 못할 부를 얻었다. 그의 취향대로 일본과 영국을 섞은 저택을 지었다. 하지만 사는 것과 입는 것만 바뀌는 것으론 부족하다. 그는 이렇게 가진 힘을 유지하고 싶었기에 아예 조선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일본 사람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애를 쓴다. 결국 조선인 아내를 버리고 일본인 아내와 결혼했다.물론 여전히 그 집의 실질적인 운영은 여전히 조선 사람들에 의해 돌아가고 있다. 조선의 아내는 그의 충실한 집사이자 정부처럼 지내고, 집안의 모든 음식은 조선인 시종들이 만들어준다. 그들은 믿을 수 있나? 조선은 추하다면서 그 조선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잠을 자고, 밥을 먹을 수 있을까. 곁에 두고 쓸 정도는 되는 것인가. 여름에 냉면을 버리지 못하는 것을 보니, 아직 완전히 일본인이 되진 못한 모양이다. 암만, 여름엔 냉면이지.
그의 처음이 궁금하다. 어떤 계기로 19금 책을 수집하고 낭독을 하기로 했을까. 같은 것을 보고도 상상은 다르니, 그 상상을 나눠보는 게 재밌다고 했다. 19금 문학을 즐기고 수집하는 건, 문제라고 보기 힘들다. 낭독회도 크게 보면,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이들과 함께 하는 비공식 소규모 행사다.문제가 되는 건 자신만의 취향과 사업을 위해 가족을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전처였던 조선인 아내는 의외로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는 것처럼 보인다. 전 남편을 나리 마님이라고 부르고, 스스로 사사키라고 부르고, 일본인 아내나 히데코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소소하게 즐기고, 낭독회에서 무대 효과와 연출을 담당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녀는 낭독회에 출연하는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욕심으로 이어진 가족, 일본인 아내와 히데코는 19금 문학 낭독을 강요받았다. 원하는 대로 느낌을 살려 낭독하지 않으면 숨 막히는 체벌이 이어졌고, 도망치고 싶어도 깊은 서재에 무지의 경계선인 뱀을 두고 철창 앞에서 가로막히는 자괴감을 반복적으로 느껴야만 했다. 말대답을 하거나 분노를 표현하면 정신병원에 가두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땅속에 묻어버리거나, 개처럼 목줄을 하게 한다는 말에 사시나무처럼 떨던 히데코의 이모는 이미 경험이 있는 듯했다. 어린 히데코는 성인이 될 때까지 가족 중에 이모부만 좋아하는 책을 이모부만 좋아하는 방식으로 낭독하는 것만 배웠다. 무슨 훈육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어느 남자를 봐도 돌 같이 느끼고, 심지어 싫어하게 되었다. 그놈의 낭독이 뭐길래. 이모부는 후견인이라는 명목으로 그녀를 조종했다.
숙희는 처음에 히데코를 두고 가엾고도 가엾다 했지만, 가장 가엾은 사람은 코우즈키가 아닐까. 히데코, 숙희, 백작, 코우즈키 모두 가짜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하지만 세 명은 서로 속이고 속임을 당하면서 각자 생각하고 있는 상대방이 가짜라는 걸 깨달았다. 백작을 사랑했어야 할 히데코는 숙희에게 빠져들었고, 히데코가 백작과 사랑에 빠지게 도와주기로 했던 숙희는 히데코에게 반했다. 히데코와 사랑에 빠지는 척만 할 예정이던 백작은, 오히려 막판에 히데코를 정말로 사랑하게 되었다. 히데코는 숙희를 어리숙하고 순진한 도둑의 딸로만 알았지만, 진심으로 자기를 걱정하고 족쇄처럼 묶여있던 낭독 책을 찢어발기고 물에 적시는 박력이 있었다. 숙희도 히데코는 세상 물정 모르는 숙맥으로 알았건만, 웬걸, 다년간의 19금 문학 낭독으로 다져진 연기력과 탁월한 배경지식에 놀라고 말았다. 백작은 남자에게 물새처럼 차가운 히데코임에도, 낭독회에서 공작부인 줄리에트로 연기한 모습과 그녀의 솔직한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
그러나 코우즈키가 마음을 빼앗긴 가짜는 현실이 아니라 상상이고, 사람이 아닌 이야기다. 사람은 오해를 풀고 몰랐던 부분을 알아가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지만, 이야기 속의 상상은 환상만 더해간다. 장르적 특성상 그에겐 모든 여자는 섹스라는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한다. 누군가를 어떻다고 할 때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떠올리게 되는데 비해 코우즈키는 19금 소설의 인물로만 떠올린다. 자신의 전처인 사사키가 백작과 잠자리를 하고도 남는다고 생각하며 부들부들 떨 땐, 함께 한 시간이 있는데 그리 생각하는 게 신기하다. 어느 남자든 가리지 않고 좋아할 거였으면, 애당초 당신 곁에 있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낭독하지 않는 히데코 역시 새로운 이야기 속에 '어떤 년'일 뿐이다.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나 의심이 된다면 백작에게 묻던 그의 질문을 기억해보자. '히데코가 어떤 년인가? 부드럽던가? 조여오던가? 주름은 많이 접혔던가? 충분히 젖었던가? 애액의 점도와 탁도는? 저항하던가? 아니면 침을 뱉으면서 혐오스러워하던가? 어서 해달라고 애원하던가? ' 백작이 자신의 아내인 히데코와의 초야를 어떻게 떠벌이고 다니냐고 호통을 치거나 말거나 새로운 이야기 <처조카의 초야>에 푹 빠져있었다. 정신 차리게, 코우즈키. 히데코는 당신의 처조카야. 당신의 죽은 아내의 죽은 언니의 유일하게 살아있는 딸이라고.
세상에서 책을 제일 좋아하는 부유하신 코우즈키 나리 마님. 일본인 귀족인 척했던 제주도 출신 백작과 하룻강아지 같은 하녀 숙희 덕분에 썩 즐겁지 못하다. 아끼던 책들은 처참히 망가졌고, 낭독을 맛깔나게 해 줄 배우도 없다. 히데코가 재산을 다 찾아갔으니 새로운 책을 사거나 관리할 경제적인 여유도 없어졌다. 함께 이야기를 들은 신사들 역시 아쉬움이 완연할 것이다. 그들은 상상에 푹 빠져 이야기 속 등장인물에 감정이입을 하곤 했다. 얼마나 짜릿했을지 몰라도 우리가 보는 그들은 낭독이 울려 퍼지는 서재에서 눈을 형형하게 빛내며 때때로 주먹을 불끈 쥐거나 숨을 들이켜거나, 모자로 다리 사이를 가릴 뿐이다. 우리는 그들의 상상을 짐작할 뿐이고,
히데코와 숙희는 백작에게 '사기꾼이 사랑을 하나?'라고 물었지만 사기꾼이라고 왜 사랑을 하지 못하겠나. 거짓 속에서 진심이 더 명확하게 드러날 수 있는데. 그리고 둘이 할 소리는 아닌 게, 사람 속이고 이용하는 게 사기꾼이니 그녀들도 백작과 다를 바 없다. 차이가 있다면 이들의 작전은 성공했다는 것뿐이다. 그러니 이들이 하는 게 사랑이라면, 백작이 하는 것도 사랑이다. 코우즈키의 사랑이 픽션이라면, 세 사람이 한 사랑은 팩션쯤 될 것이다.코우즈키는 가장 좋아하던 책 5권에 맞춰 백작의 손가락을 하나씩 자르고, 손에 구멍을 뚫고, 성기를 자르려 했다. 히데코와 숙희가 코우즈키의 집에 붙잡혀 왔다면 어땠을까. 히데코의 이모를 죽이고 벚꽃나무에 매달았듯이, 그 둘도 괴롭히고 벚꽃나무에 매달거나, 낭독을 할 정도로만 살려두고 온몸을 고통스럽게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추호도 몰랐다. 아름다움이 잔인하고, 무르고 흐리고 둔한 게 추하다고 말하던 그가, 푸른 수은 연기를 이상하게 아름답다고 느끼면서, 무르고 흐리고 둔해지면서, 지하실에서 눈을 감게 될 줄 말이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그는 잔인하고 추하게 죽음을 맞이한 셈이다. 그것도 히데코의 초야 이야기를 들으려고 안달이 나서, 자기 손으로 직접 백작의 입에 수은이 담긴 담배에 불을 붙여준 것 때문에. 심지어 그가 좋아하던 이야기를 그는 늘 감상하는 입장이었지만, 그 역시 이렇게 <아가씨>라는 이야기에 담길 줄 알았을까. 안타깝지만 미안한 마음은 들지 않는다. 그가 볼모로 잡았던 가족들의 삶을 생각하면, 스스로 불러온 결말은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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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벨바그 캐다 보면 결국 바르다!
오늘은 사진, 영화, 설치 미술 등 여러 분야를 종횡무진하며 우리를 사로잡았던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6주기입니다.
이름은 들어보았지만, 선뜻 영화를 보기 어려웠던 분들을 위해 씨네픽지기가 필모그래피 가이드를 준비했습니다!
첫 만남은 어렵게 느껴질지라도 한번 만나게 되면 바르다 감독과 사랑에 빠지게 되실 거에요.혹, 작품이 많아 무엇부터 볼 지 고민이 된다면 <방랑자>와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을 우선적으로 추천드립니다.
그럼 오늘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감상해 볼까요?*인터뷰 발췌: 「아녜스 바르다의 말」, 아녜스 바르다&제퍼슨 클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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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어진 만큼 얕아진 마녀 유니버스
마녀(魔女) Part2. The Other One
(The Witch : Part2. The Other One, 2021)
"넓어진 만큼 얕아진 마녀 유니버스"
개봉일 : 2022.06.15.
등급 : 15세 관람가
장르 : 액션
러닝타임 : 137분
감독 : 박훈정
출연 : 신시아, 박은빈, 서은수, 진구, 성유빈, 조민수, 이종석, 김다미
개인적인 평점 : 3/5
쿠키영상 : 1개 (크레딧 후)
Part.1 개봉 이후 꼭 4년 만에 마녀 Part.2가 개봉했다. 영화 <마녀>의 세계관엔 여러 실험과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초능력 인간들이 존재하고, 1편의 주인공 '구자윤’은 폐기 명령이 내려진 2세대 실험체였다 . 이 초능력 인간들을 어디에 쓰려고 개발했는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앞 뒤 사정을 생각하면 대략 이들을 하나의 전쟁 무기로 쓰려고 실험을 시작한 게 아닐까 추측된다.
인간을 개조하는 실험은 당연하게도 상당히 비인간적으로 진행되었고, 자윤은 살생, 폭력을 교육받으며 강력한 마녀로 자란다. 실험체들이 너무 강력해지자 통제의 위기감을 느낀 실험자들은 실험체들을 모두 폐기하려 하고, 그들 중 가장 힘이 강했던 자윤은 연구소를 파괴하고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그렇게 10년의 시간이 지나고, 평범한 학생으로 살아가던 자윤 앞에 연구소 사람들이 나타나며 <마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개봉 당시, <마녀>은 새로운 액션 스타일과 흥미로운 세계관으로 시선을 끌었고, 많은 관객들이 '박훈정 감독의 마녀 유니버스’가 어떻게 진화할지 기대했었다. 하지만 박훈정 감독은 2019년 차기작으로 <낙원의 밤>을 공개하였고, 마녀를 기다리던 팬들은 이 세계관이 끝나지 않을까 걱정했더랬다. 하지만 존버는 승리한다고, 4년 만에 드디어 차기작이 나왔다.
넓어진 마녀의 무대
<마녀 2>는 김다미 배우의 뒤를 이을 새로운 마녀, 신시아 배우의 등장과 함께 확장된 세계관과 더욱 발전된 액션을 보여줄 것을 예고했고, 이 예고는 60% 정도 맞았다. 자윤이 사라진 뒤 그가 습격했다는 상해 랩에서 빠져나온 토우들과 여전히 실험이 진행되고 있던 '아크’에서 살아남은 소녀, 그리고 강력한 2세대 실험체들을 폐기하기 위해 동원된 1세대 실험체들과 백총괄의 건너편에 서있는 책임자 장, 소녀를 구해준 경희와 그를 노리는 조직 보스까지. <마녀 2>에서는 새로운 캐릭터가 대거 등장하며 마녀 프로젝트의 시작점이 밝혀지고, 현재 그들이 가진 여러 목적이 충돌하며 갈등을 빚어낸다.
근데 이 넓어진 세계관은 장점으로도, 또 단점으로도 작용한다. 다양한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는 건 좋았지만, 수가 많은 만큼 집중도는 조금 떨어진다. <마녀 1>에서 자윤이 연구소를 탈출하고, 자라고, 다시 정체성을 찾기까지의 과정이 어색하지 않게 다가왔던 것에 비해 <마녀 2>의 주인공 소녀의 이야기는 딱히 와닿는 구석이 없다. 영화 속에서 표현된 시간의 길이가 짧기도 했고, 여러 인물들을 조명하다 보니 소녀에 대한 집중도가 다소 떨어진다. 그리고 전편에 비해 가벼운 분위기의 장면들이 많이 삽입됐는데 그 장면들이 귀엽긴 했으나 이야기의 흐름을 흐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또한 발전한 액션에 비해 이야기가 크게 흥미롭지 않아서 그런지 사실 액션신을 제외하면 재미를 찾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마녀 2>는 마치 <마녀 3>를 위한 하나의 다리, 다음 시리즈의 재미를 위해 여러 요소를 추가하는 확장의 단계 같은 느낌이었다. 이번에 등장한 캐릭터들이 차후 시리즈에서 빛난다면 <마 녀2> 또한 충분히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이고, 만일 3편이 기대에 훨씬 못 미치게 된다면… <마녀 2>는 그저 마녀 유니버스에 있어 얄팍하고 부실한 하나의 조각 같은 존재가 될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마녀 3부작을 염두에 두고 제작했다고 들었는데, 이 3부작이 용두사미가 아닌 마지막까지 멋진 작품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새로운 얼굴의 발견
<마녀>은 당시 신인이었던 김다미 배우를 주연으로 세웠다. 김다미 배우는 1500:1의 경쟁률을 뚫고 신인답지 않은 굉장한 연기력을 보여주며 단숨에 스타가 되었고, <마녀> 이후로도 승승장구하며 대체할 수 없는 매력적인 배우로 자리 잡았다. <마녀 2> 또한 신인인 신시아 배우를 주연으로 선택했는데, 김다미 배우의 첫 등장이 워낙 강력해서인지, 전편에 비해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이 정도면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김다미 배우와 비슷한듯하면서도 다른 분위기의 표정과 외모, 다른 배우들에게 크게 밀리지 않는 에너지. 공식 석상에서 보여준 귀여운 모습까지… 나는 오늘부터 이 배우를 열심히 팔로우하기로 다짐했다.
호불호가 나뉠 액션들
위에서도 언급했듯, <마녀 2>의 이야기는 넓어졌을 뿐, 깊이는 눈에 띄게 얕아졌다. 하지만 액션은 강해졌다. '초능력자’라는 주인공에 걸맞게 시원하고 빠르게 쳐내려 가는 액션과 염력을 이용한 액션, 그리고 위압감을 주는 비주얼과 음악의 조합이 좋았다. 히어로 영화가 아닌 장르에서 이런 액션을 볼 수 있다는 게 신선하게 다가왔는데, 너무 애니메이션 같아 오글거린다는 불호 평도 꽤 있는듯하다. 사실 나는 <낙원의 밤>에서 조금 실망을 하는 바람에… <마녀 2>가 좀 괜찮아 보였다.
이번 영화의 액션신들은 다른 의미에서도 호불호가 나뉠 것 같다. 15세 관람가치고는 잔인한 장면이 꽤 많기 때문이다. 흰 눈과 서슬 퍼런 화면에 검붉은 피가 낭자하는 장면은 인상적임과 동시에 약간의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관절이 꺾이거나 날카로운 물체가 신체를 관통하는 모습 같은 것들이 많이 나오니 평범한 15세 관람가 정도의 잔인함을 생각하고 간다면 조금 놀랄 수도 있다. 누군가는 비위가 상한다고 싫어할 수도 있고 말이다.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
<마녀 2>는 전편에 비해 훨씬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캐릭터는 크게 4개의 팀으로 나뉜다. 아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백총괄, 망실된 실험체를 폐기하기 위해 한국에 들어온 조현과 톰, 상해 랩에서 풀려난 토우 무리와 이들에게 붙은 조직 폭력배 용두, 소녀를 도와준 경희 남매. 이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소녀를 쫓아 제주도에 도착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다양한 목적과 모습을 가진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건 좋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캐릭터가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게 아쉽다. 영화가 끝난 후 기억에 남았던 캐릭터는 본사 요원인 조현과 톰 콤비뿐이었는데, 이 또한 아마 캐릭터 자체보다는 서은수 배우가 가진 본연의 매력과 조현과 톰 캐릭터의 케미가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걱정 이상으로 잘 해낸 배우가 있기도 하고, 캐릭터의 특성 때문인지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준 배우도 있는데, 이 아쉬움은 혼자만 간직하기로…
계속되어야 하는 마녀 유니버스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단, 새로운 유전자 변형 생물은 격리하라" 영화에 나오는 이 문구처럼 나는 "마녀는 계속되어야 한다. 단, 세계관을 답습하는 것만 경계한다면"이라고 말하고 싶다.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액션과 독보적인 캐릭터성, 세계관이 가진 무게감을 처음처럼 쭉 이어간다면 마녀 유니버스는 앞으로도 오래 화자 될 액션 영화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마녀 2>가 이들의 한계가 아닌 잠깐의 헛디딤이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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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WFF 데일리] '캐롤' 작가의 탄탈로스적 사랑 이야기
*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리뷰입니다.
* 스포일러가 있으니 관람하지 않으신 분은 읽으실 때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포스터]
[감독] 에바 비티야-샤이데거
[출연]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그의 연인, 가족, 지인들
[시놉시스] 유명한 스릴러 작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사적인 기록들과 가족, 연인들의 증언을 바탕으로만든 다큐멘터리. 사랑을 테마로 '정체성'이라는 것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 하이스미스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본다. (2022년 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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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사랑을 갈망한다. 사랑의 종류에는 다양한 것이 있겠지만, 그 중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장 처음 맞이하는 사랑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부모의 사랑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절대적인 사실이라고 보기는 어려운데, 어떤 사람들은 처음부터 이러한 사랑이 결핍된 채 인생을 시작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캐롤>, <리플리> 등 유명한 작품을 집필한 작가이자, <러빙 하이스미스>라는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인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 애석하게도 후자에 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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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here is my diary, contain the body.
여기, 본체를 포함한 내 다이어리가 있다.영화는 하이스미스의 수십 편에 달하는 일기와 그의 생전을 알던 사람들과 영상 기록으로 남은 작가 본인의 인터뷰로 구성된다. 그것들을 통해 우리는 그의 유년시절에서부터 말년까지를 살펴 볼 수 있다.
그의 삶은 분명 화려했으나 공허했다. 하이스미스는 생전에 그토록 많은 히트작을 집필하였고, 숱한 여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인기인이었지만 그럼에도 그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을 가지지 못했는데, 그것은 상술한 바와 같이, 부모의 사랑이었다. 그의 부모가 그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사랑받고자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이스미스는 매번 심술궂고 모진 말을 일삼는 어머니를 위해 소위 '결혼할 수 있는 몸'이 되고자 그토록 노력하고, 어머니가 멋대로 짝지어준 남자친구를 사귀고자 안간힘을 썼다. 공들여 집필한 두 편의 작품을 제 어머니에게 헌정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보수적인 텍사스(미국 남부의 한 지역) 사람이었던 그의 어머니의 태도는 좀처럼 변하지 않았다. 그 시절 하이스미스의 일기를 보면, 그가 어머니의 관계에서 얼마나 환멸을 느꼈는지, 그리고 그 오랜 시간 동안 얼마나 상처 받아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내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궁금하다’
어머니에게 하이스미스는 언제까지나 못미덥고 별난 자식이었고, 하이스미스는 그로 인해 사랑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어머니가 멋대로, 가명을 써서 발간했던 <캐롤>의 작가가 다름아닌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라고 발설하며 그의 자식을 '커밍아웃'하게 되면서 완전히 단절되었다.
하이스미스가 별난 사람인 것은 맞았다. 그는 아직 동성애가 범죄이던 시절에 레즈비언으로 살았다. 그는 많은 밤을 비밀스럽게 감추어진 레즈비안 바에서 보냈고, 숱한 여인들과 어울렸다. 많은 여인을 사귀었고, 그들과 즐거운 식단을 보냈다. 그러나 그들이 그의 결핍을 모두 채워주지는 못한 것 같다. 연애는 언제나 짧게 끝이 났다.
그는 미국의 뉴욕과 펜실베니아, 영국, 독일, 프랑스, 스위스를 전전하며 지냈다. 하이스미스는 그 숱한 곳들을 여행하면서 대단한 영감을 얻었으나, 결코 어느곳에서도 뿌리내리지 못했다. 그 어떤 사람과 장소에도 말이다. 인간으로서나 작가로서나 그는 대단히 매력적인 사람이었건만 그의 내면은 공허했다. 말년에 접어들었을 때, 그는 여전히 위대한 작가였지만 그의 곁에는 고양이만이 남았고, 그는 세상의 많은 것을 증오했다. 가령 유대인, 흑인, 아랍인 같은 또다른 약자 혹은 이방인들을 말이다. 그가 일평생 소수자로서 고통받아 온 것을 생각했을 때, 이것은 대단한 아이러니였다. 그는 점점 황폐해져 갔다. 그는 자신의 삶을 '실수의 연대기'였노라고 회고하곤 했다. 그가 발간된지 40년이 지난 <캐롤>을 실명으로 재발간한 것은, 그간 자신이 감추어 온 제 본 모습을 당당하게 드러내고자 했던 시도는 아니었을까?
하이스미스는 자신이 살지 못한 삶을 글로써 표현해낸 위대한 작가였다. 모두가 그를 사랑했다. 단 한 사람, 그의 어머니를 제외하고. 어머니가 그를 사랑하지 않았으므로 어쩌면 그는 그 자신을 사랑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는 몽상의 세계를 살았고, 제 소설 속의 '남자 주인공들'처럼 당당한 삶의 주체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와 시대는 그의 본모습을 아끼지 않았고 퍼트리샤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숨기고, 새로운 사랑을 갈망하며 살아갔으리라. 마치 끝없이 굶주림과 목마름에 시달리는 탄탈로스처럼.
나는 이 영화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엿보았다. 그것은 아주 내밀한 이야기였다. 그가 이 시대를 살아갔다면 그는 덜 괴로웠을까? 그의 위대함이 좀 더 빛을 발할 수 있었을까? 나는 진실로 그러하기를 바라지만, 아직 세상은 여전히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방법에 익숙해지지 않았고, 그러므로 나는 이러한 막연한 추측조차 담보하기 어렵다. 그러나 나는 다만 희망한다. 세상의 많은 하이스미스들이 그 자신으로서 설 수 있는 어느 시대를. 더 이상 탄탈로스가 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시대를 말이다.
'러빙 하이스미스', 22.08.28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08/25(목) - 09/01(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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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주차 신작 개봉 영화
2022년 5월 1주 개봉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Doctor Strange in the Multiverse of Madness , 2022
앞으로 벌쳐지는 마블 멀티버스 시대의 시작점!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모든 상상을 초월하는 광기의 멀티버스 속,
MCU 사상 최초로 끝없이 펼쳐지는 차원의 균열과 뒤엉킨 시공간을 그린 수퍼내추럴 스릴러 블록버 스터입니다.
이번 작품은 '광기의 멀티버스'가 깨어나며 벌어지는 충격적인 스토리와 마블 역사를 새롭게 쓸 화려한 시각효과를 통해 관객들을 멀티버스의 신세계로 안내할 예정인데요
마블의 전작인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에서 실수로 멀티버스의 문을 열게 된 닥터 스트레인지가
그로 인해 우주 질서가 파괴되는 일이 벌어지자 이를 수습하기 나서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앞으로 나올 마블 영화의 기반이 되는 멀티버스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죠
코로나 거리두기가 끝나고 영화관을 다시 부활시킬 "닥터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입니다.
첫번째 추천영화 "닥터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입니다.
예고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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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가이즈 The Bad Guys , 2022
드림웍스 최초의 범죄오락액션 탄생
영화 "배드 가이즈"는 자타공인 최고의 나쁜 녀석들이 사상 초유의 바른 생활 갓생 프로젝트에 휘말리게 되면서
펼쳐지는 드림웍스 최초의 범죄오락액션 블록버스터 영화 입니다.
그동안 드림웍스는 '슈렉', '쿵푸팬더' 시리즈를 비롯하여 '보스 베이비',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 등
독특한 상상력을 발휘한 신선한 소재들과 귀여운 캐릭터들의 등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이번 작품은 독보적인 차세대 드림웍스 크리에이터 ‘피에르 페리펠’ 감독이 연출을 맡아
혁신적이고 매력적인 프로덕션 디자인부터 조명, 음악까지 모든 면에서
다른 영화와는 다른 분위기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보여줄 것을 예고합니다.
제작 기간은 총 6년, 423명의 스태프 참여,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4개국 참여한 드림웍스 범죄오락액션!
두번째 추천영화 "배드가이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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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엉덩이 탐정: 수플레 섬의 비밀
映画おしりたんてい スフーレ島のひみつ , Butt Detective the Movie: the Secret of Souffle Island , 2021
전 세계 1,000만부 베스트셀러 원작 ‘엉덩이 탐정’ 세 번째 극장판 컴백!
영화 "극장판 엉덩이 탐정: 수플레 섬의 비밀"은 ‘바람의 길잡이’를 노리는 괴도 유에 맞서 ‘수플레 섬’을 지키기 위한
엉덩이 탐정과 조수 브라운의 고공 추리 어드벤처로 도서와 TV 애니메이션 등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말괄량이 소녀 ‘루루’와 수플레 섬의 대등대를 지키는 바람의 수호자 등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악당 ‘괴도 유’의 기상천외한 활약과 신비로운 수플레 섬에서
하늘과 바다를 넘나드는 시원하고 역동적인 액션까지 짜릿함을 선사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인데요.
특히 하늘을 날기 위해 부르는 ‘바람의 노래’나 ‘루루’에게 숨겨진 비장의 무기 등 오직 극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버라이어티한 모험이 가득 펼쳐질 것으로 예비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추리와 재미가 함께하는 어린이날 최고의 선물!
세번째 추천영화 "극장판 엉덩이 탐정: 수플레 섬의 비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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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블라썸 Seize Printemps , Spring Blossom , 2020
세계 유수 영화제의 찬사가 쏟아진 ‘수잔 랭동’ 감독의 데뷔작
영화 "스프링 블라썸"은 반복되는 일상에 염증을 느끼는 주인공 ‘수잔’이 우연히 광장에서 연극배우 ‘라파엘’을 발견하고,
그와 가까워지면서 겪게 되는 잊지 못할 첫 번째 봄을 그린 영화입니다.
각본과 감독, 그리고 주인공 ‘수잔’을 직접 연기한 수잔 랭동은 15세부터 매일 다이어리를 쓰듯 각본을 쓰기 시작했는데요.
50페이지 정도의 짧은 각본을 완성한 수잔 랭동 감독은 2018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1년 동안 영화 제작을 위한 준비 과정을 가졌고
19세 생일을 맞이한 2019년 여름, 본격 장편 영화 제작에 돌입했습니다.
자신의 경험이 깃든 세계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 수잔 랭동 감독은
‘청춘’의 시기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대범하게 표현하는 반면,
‘첫사랑’이나 ‘첫 만남’같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정서까지 아우르며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스무 살 감독의 앵글로 세대를 초월하는 감성을 담아낸
네번째 추천영화 "스프링 블라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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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과 상상 偶然と想像 , Wheel of Fortune and Fantasy , 2021
'드라이브 마이 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신작
영화 "우연과 상상"은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마법 같은 스타일을 전 세계가 확인하게 한 영화입니다.
"우연과 상상"은 옴니버스로 구성된 세 편의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절친한 친구 츠구미가 마법처럼 만났다고 자랑하는 새로운 남자가 자신의 전 남자친구 카즈아키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2년 만에 그를 찾아가는 내용과
늦깎이 대학생 나오는 내연남 사사키의 부탁을 받고 교수 세가와를 유혹하려 하는 내용
그리고 '다시 한 번'은 첫사랑을 보고 싶어 여고 동창회를 찾은 중년 여인 나츠코의 발걸음을 따가는 내용으로
총 3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어떤 제약도 없이 오직 우연과 상상을 키워드로 펼쳐간 이야기들은 기발하고 때로는 발칙하며
끝내 관객들을 애틋하게까지 만들 것입니다.
우연과 상상을 키워드로 펼쳐간 마법 같은 세 편의 이야기!
다섯번째 추천영화 "우연과 상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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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빵 터지는 코미디 / 핸섬가이즈 / 이성민 이희준의 화상 케미 / 화끈한 여주 공승연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핸섬가이즈" 후기입니다.
*엔드크레딧과 함께 나오는 재미난 인스타 쿠키 꼭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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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조제>
자신을 ‘조제’로 불러달라는 그녀. 처음 만난 그날부터 ‘조제’는 ‘영석’에게 잊을 수 없는 이름으로 남는다. 하지만 처음 경험해보는 사랑이 설레는 한편 가슴 아픈 ‘조제’는 자신에게 찾아온 낯선 감정을 밀어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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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사랑은 딥하게> 공식 예고편
바다를 사랑하는 해양학자 여자와 거대 마린 리조트 개발에 인생을 건 남자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