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3-10-30 23:08:16
다정한 포옹, 괜찮다는 말
영화 <앵그리 애니> 리뷰
SYNOPSIS.
1974년 프랑스 교외의 한 작은 마을.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애니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다.
다행히 MLAC(임신중지와 피임의 자유를 위한 운동)의 도움으로 일상으로 돌아온 애니.
하지만, 우연한 사고를 계기로 MLAC 활동에 동참하기 시작하고 침묵으로 일관했던 지난날을 자책하며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데…
세상을 향한 분노, 세상을 바꾸다!
이 영화를 볼까 말까 조금 고민했다. 이 영화의 소재(임신 중단)와 국적(프랑스)을 골고루 고려했을 때, 어쩐지 이 영화가 나에게 거칠게 따져 물을 것만 같았다. 당신은 임신중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함께 분연히 일어나 투쟁하자고 나를 떠밀 것 같았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밀도 높은 하루를 보내고 퇴근한 후의 내가 그런 담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조금 걱정스러운 기분으로 영화관에 들어섰는데, 놀랍게도 이 영화는 오후 햇살처럼 포근하고 따뜻하고 다정했다. 영화는 나를 토론의 장에 앉히거나 쿡쿡 찌르는 대신, 나의 몸을 보드랍게 끌어안았다.
이 영화의 주인공 애니는 매트리스 공장에서 일한다. 동료들과 함께 힘을 실어 매트리스를 올려놓고 뒤집고 바늘로 쿡쿡 찌르는 모습은, 어쩐지 분만대 위의 여성을 떠올리게 된다. 실제로 당시 여성들이 처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당시 프랑스에서 임신중단은 자녀 계획의 일부였으며 집집마다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계획하는 '일상적인' 일이었지만, 불법의 영역이었다. 태아의 생명권을 소중히 여겨 임신중단을 금한다는 대원칙 자체에는 얼핏 큰 문제가 없어 보이고, 이 대원칙을 금과옥조로 여겨 아예 생명이 생길 가능성을 차단하거나 이미 생겨난 생명이라면 모조리 받아들이고 사는 사람에게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문제는 그렇지 못한 현실을 사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덮어놓고 불법화하는 것은 여성들의 생명권을, 안전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제한한다. 그야말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
비슷한 풍경을 박완서 소설에서도 읽은 적 있다. 국가의 정책에 따라 때로는 산아 제한이 장려되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하는 풍경 속에서, 임신중단은 마치 텃밭에서 채소를 솎듯 거리낌 없이 진행되던 시절이 있었던 풍경을. 그러므로 이 영화 속 일은 몇십 년의 시대적 차이가 있다 한들 보편적인 인간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애니 또한 박완서 소설 속 인물처럼, 지금 키우는 두 아이보다 더 아이를 갖지는 않기로 한 채 남편과 상의하여 수술받을 곳을 알아보던 중에 한 단체를 알게 되었다. 퇴근 후 어두운 도로를 자전거로 달려, 서점 뒤의 커튼을 열고 들어가, 다정한 여성들의 상세한 설명을 듣는다. 이들은 수술이 몸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임을 설명하고, 수술 전에 한 번 더 만나 수술 도구들을 하나씩 상세히 보여주며 수술 과정을 설명해 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다정하게 눈을 맞추고, 숨을 함께 고르도록 해주고, 다정한 노래로 안심시켜 준다. 더없이 환자에 초점이 맞추어진 경험이었다. 급기야 애니는 병원에서의 출산 경험보다 훨씬 편안했다고 느낀다.
본인이 원했든 원치 않았는데 파트너의 강요에 의해 임하게 됐든, 의사에게 받든 '이웃집 여성'에게 받든, 이 영화 속 많은 여성들에게 임신중단은 불쾌한 경험 그 자체였다. 면박과 비방 혹은 무지와 함께 몸을 마구잡이로 뜯어내는 경험. 차가운 스테인리스 위에서 이리저리 뒤집히고 바늘로 쿡쿡 찔리는 매트리스와 비슷한 취급. 그러나 이렇게 따스한 경험도 가능했던 것이다.
한 번의 경험으로 스쳐 지나갔을 수도 있는 이 순간은, 애니가 다정하게 지내던 이웃집 여성이 '불법 낙태 시술 중 사망'으로 잃으면서 애니의 일상이 된다.
어떤 조직이든 활동가의 원동력은 어쩌면, 더는 잃고 싶지 않다는 절박함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의사와 간호사, 치즈 가게 주인까지 포함된 활동가들을 만났을 때 "왜 이렇게까지 하세요?"라는 질문을 던진 순간, 그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활동가가 될 씨앗이 싹을 틔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애니는 MLAC의 일원이 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다.
많은 여성의 사연을 아주 길게 설명하지는 않지만, 수술대에서 그들이 하는 몇 마디 말만으로, 그들의 표정만으로, 무수한 이야기를 전한다. 누군가는 낳고 싶었지만 안된다는 남자의 말에 끌려오는 심정으로 왔고, 누군가는 괴로워하면서도 너무 지쳐서 더 이상의 아이를 키울 수는 없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죄책감과 수치심을 깊이 느껴 거의 제정신이 아니며, 누군가는 두려워한다. 임신중단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임신중단으로 수술대에 오르는 여성들의 생각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을 악마화하는 발언이 얼마나 섀도 복싱에 가까웠을까. '불법일 수밖에 없는 불법' 임신중단 수술로 매년 (많게 잡은 수치로) 5천 명가량이 사망한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사람을 죽이는 데엔 참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게 꼭 임신중단만은 아닐 것이다. 임신중단을 놓고 여성들(만)을 손쉽게 비난하는 사람들 중에는 눈앞의 산 사람을 사랑하지도, 이미 태어난 아이들을 돌보지도 않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애니는 자신이 위로와 지지를 받았던 것처럼 사람들을 붙들고 지지한다. 뒤에서 쏘아대는 거친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에 휘청거리면서 혼자 페달 밟고 불안하게 갔던 길을, 이제는 굳은 표정으로 MLAC을 찾아 '죄송해요 다 제 잘못이에요'만 미친 듯이 반복하던 십 대 여자아이를 태워 간다. 아이는 애니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 애니의 등에 뺨을 기댄다.
그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뭉클하다. 어떤 길은 먼저 가본 사람들이 "괜찮아. 걱정되는 게 당연하지만 괜찮을 거야."라고 말해주면서 비로소 개척되는 것 같다. 먼저 간 사람의 등에 기대서서, 그가 페달을 힘차게 밟는 그 고동을 느끼면서, 그 허리에 팔을 감고 온기를 느끼면서, 그렇게 우리는 앞으로 간다. 뒤에서 헤드라이트를 거칠게 쏘는 자동차에 굴하지 않고 자전거 하나로도 씩씩하게.
어린 아기의 요람에서 부르듯이 노래를 불러주고, 17살 어린아이의 곁을 다정하게 지켜 주고, 천천히 호흡하고 환자의 상태를 집중하여 살핀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임신중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우리가 받고 싶은 의료 서비스 또한 이러한 모습에 더 가까우리라 생각한다. 나의 서사에 관심을 가져 주고, 의료진이 다루고 있는 지금 나의 상태를 비난받지 않는 것. 병원은 법정이 아니니까.
이 영화는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다. 말했듯이 당신이 임신중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따져 묻지도 않는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사려 깊은 눈 맞춤, 다정한 포옹, 괜찮다는 말, 편안한 호흡, 신뢰의 눈빛, 따스한 햇살. 그 안에서 깨닫게 된다. 이건 우리 몸이다. 우리 몸은 논쟁거리나 토론 주제이기 이전에, 우리의 존재가 담긴 피와 살이다. 그토록 당연한 사실을 이 영화는 햇살처럼 살짝, 느끼게 만든다.
애니를 보고 있노라면, 이들이 바꾸고자 했던 것은 세상이지만 동시에 이들 자신이 가장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애니의 자전거 뒤에 타고 있던 샹탈 또한, 애니의 다음 세대를 사는 다른 모든 여성 우리들 또한 자기만의 자전거를 타고 씩씩하게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면 좋겠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초청받아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영화 개봉일은 11월 1일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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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데믹 속에 열리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에서 가장 큰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는 더 넓은 아시아 지역에서 더 많은 연대를 강조하는 동시에 지역 사회와 더 많은 접촉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올해는 팬데믹 이전 시대에 비해 영화제 규모가 축소되었다. 그러나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는 여전히 70개국지역의 223편의 영화(장편과 단편)를 상영한다.
모든 장편영화는 총 29개의 스크린을 가진 6개 상영관에 걸쳐 여러 차례 상영될 것이다. 영화가 극장에서 한 번만 상영되었던 작년과 달리 상영 횟수가 늘었지만, 각 상영관 전체 좌석은 50%로 제한되며 모든 티켓은 온라인 및 사전 예약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26회 부산국제영화제는 2021년 10월 6일부터 15까지 열릴 예정이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는 갈라프레젠테이션 섹션의 상영이 3회로 제한되는데, 두 명의 외국 감독만이 방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바로 칸국제영화제 개막작이자 감독상 수상작인 "아네트"의 프랑스 감독 ‘레오 까락스’와 칸국제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인 "드라이브 마이 카" 의 일본감독 '하마구치 류스케'이다.
<아네트>(감독 레오 까락스)
<드라이브 마이 카>(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식과 폐막식, 오픈 토크, 야외 팬 인사 등은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주최 측은 부산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리는 개막식은 1,200명으로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과 달리, 실제 프레스 센터도 운영될 것이다. 그러나 ACF(아시아영화펀드), AFA(아시아영화아카데미), 플랫폼부산은 올해에도 잠정 중단된다.
개막작은 임상수의 "행복의 나라로’, 폐막작은 렁록만 감독의 홍콩 가수 겸 배우 매염방의 전기영화 ‘매염방’이 선정됐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행복의 나라로>(감독 임상수)
아시아 콘텐츠&필름 마켓이 다시 한번 올해 온라인으로 열린다. APM과 국내 참가자를 대상으로 E-IP마켓 비즈니스미팅을 운영하며, 온.오프라인 동시 개최와 마켓 현장에서 대면 미팅을 진행한다. 이번 마켓에서는 한국.대만.일본의 원작 45편과 한국.아시아의 장편영화 프로젝트 25편이 소개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국내영화계의 거장 임권택은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에 선정되었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직접 상을 받을 예정이며 이전에 발표한 대로, 영화제의 또 다른 명예상인 한국영화공로상은 고 이춘연 제작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권택 감독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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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가 자식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개봉전 시사에서 영화 관람 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살면서 가까운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상대방의 생각을 듣는다. 나의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어 전달하고 상대방의 말을 들으며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가늠해 본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서 감정을 나누고 문제를 해결한다. 그렇게 조금이나마 상대방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시킨다. 어쩌면 인간은 평생 상대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그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조금이나마 상대방을 이해한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부모는 자식이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의 자식을 이해하려 애쓴다. 말을 하지 못하는 아기가 무엇을 원해서 우는지 이해하려 애쓰고, 말을 하기 시작하면 내뱉는 말에 따라 아이가 원하는 것을 추측한다. 아이가 크면 더 이해하기가 쉽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아이가 10대가 되면서는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점점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서로 대화는 적어지고 그에 따라 서로의 관계는 점점 멀어져 간다. 부모는 아이를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대화의 시간을 가지기도 어렵고 무언가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자식을 이해하려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영화 <더 썬>은 부모와 자식이 서로 얼마나 이해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주인공 피터(휴 잭맨)는 전처인 케이트(로라 던)와 이혼 후 베스(바네사 커비)와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어느 날 케이트가 피터의 집에 찾아와 두 사람의 아들인 니콜라스(젠 맥그라스)에 관한 문제를 이야기한다. 엄마인 케이트와 살고 있는 니콜라스는 학교에도 가지 않고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케이트는 자신이 니콜라스를 바로잡으려 애쓰다 잘 되지 않아 전남편인 피터를 찾아간 것이다.
자신을 찾아온 전아내를 보는 피터의 모습에는 당황스러움이 묻어난다. 마치 착한 아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그러니까 초반에 등장한 피터와 케이트의 모습을 보면 케이트의 육아에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이고, 피터는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피터는 자신의 집으로 아들 니콜라스를 데려와 생활하게 한다. 새로운 학교에 등록도 해주고 최선을 다해 새로운 집에 적응할 수 있도록 현재 아내인 베스를 설득하기도 한다.
피터가 아들을 위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관객들은 그가 아버지로서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실제로 이성적으로나 감성적으로 모든 면에서 피터는 아들 니콜라스가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해 준다. 그리고 니콜라스도 그런 아버지의 노력에 따라 학교도 다시 다니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런 모습 속에서 니콜라스는 왠지 불안해 보인다. 그가 지금 정말 안정이 된 건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지를 영화는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영화는 이야기 내내 한편으로는 잘 되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찝찝함을 준다. 그러니까 아버지 피터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무언가 해결된다는 느낌을 주지만, 니콜라스가 혼자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불확실한 느낌을 준다.
불안해 보이는 아들 옆 좋은 아버지
각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과거의 기억 중 가장 부정적인 일은 바로 피터와 케이트의 이혼일 것이다. 부모의 이혼을 직접적으로 겪은 아들 니콜라스도 그 과정에서 많은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니콜라스는 아버지가 없을 때, 아버지와 재혼한 베스에게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에게 상처를 줬다는 사실을 전달하기도 한다. 부모의 입장이 아닌 제 3자의 입장에 가까운 베스에겐 그런 니콜라스의 모습에서 불안과 긴장을 느낀다. 이런 식으로 니콜라스는 아버지 피터 앞에서는 안정적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타인인 베스 앞에서는 조금씩 진짜 마음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 영화는 부모 피터와 케이트가 진짜 니콜라스를 이해하고 있는지 영화 내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영화는 아버지 피터를 중심인물로 내세우면서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것의 위험함을 훌륭하게 화면에 담고 있다. 실제로 처음 케이트가 등장했을 때 그는 부모 노릇을 잘못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아들의 입장에서 신뢰하기 어려운 보호자 같이 보였다. 하지만 이야기의 후반부로 갈수록 피터의 모습은 점점 케이트와 비슷해진다. 피터가 케이트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아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피터는 감정적으로 완전히 무너져 버린다.
피터는 그 자신도 권위적이고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던 아버지를 원망하며 성장했다. 그래서 그는 더욱더 아들 니콜라스를 이해하고 지원해주려 하지만 생각처럼 잘되지 않는다. 그는 아들이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지금 어떤 감정인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이성적으로 자신이 맞는다고 생각한 해결방법을 니콜라스에게 강요할 뿐이다. 니콜라스는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가 가지고 있는 마음속 근원적인 상처는 하나도 치유되지 못한다.
피터는 아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자신이 받지 못했던 사랑을 아들에게 온전히 전달하려 애쓴다. 제 3자인 관객이 보기에 그는 다른 어떤 부모보다 좋은 아버지다. 단지 그가 전처와 사이가 멀어지고 이혼하는 과정에서 아이에게 상처를 준 과거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 한순간의 상처를 좋은 아버지가, 좋은 어머니가 모두 치유해 줄 수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의 초반 니콜라스가 피터의 집으로 가게 되는 과정에서 영화는 케이트와 니콜라스, 피터의 얼굴을 클로즈업을 통해 교차로 보여준다. 세 사람의 얼굴에 담긴 고민은 하나에서 출발했지만 그것의 도착점은 모두 다르다. 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의 깊이와 생각은 영화 내내 하나로 합쳐지지 못하고 잘못된 선택을 하게 만든다.
영화 속 피터는 재혼 한 이후 갓 태어난 아들이 하나 더 있다. 그에게도 최선을 다하는 아버지이지만 니콜라스의 문제를 해결하느라 두 번째 아들과는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한다. 너무나 좋은 아버지가 되려 노력하지만 오히려 결과는 반대로 가는 것처럼 보인다.
아들을 이해하지 못한 아버지의 비극
우리는 니콜라스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그는 종잡을 수 없는 인물처럼 느껴진다. 부모님 피터와 케이트는 니콜라스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에 대한 표현도 하지만 니콜라스는 진짜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한다. 영화를 본 누군가는 그런 예측불가능한 니콜라스가 이해가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게 당장 필요한 건 부모의 사랑과 관심보다는 전문적인 치료가 아니었을까.
영화를 연출한 직전작인 <더 파더>에서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딸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번 <더 썬>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보여주면서 자식을 이해하는 것이 정말 가능한지, 사랑만으로 심리적인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아들이 치유될 수 있는지를 긴장감 있게 담고 있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무척 훌륭하다. 피터 역을 맡은 휴 잭맨은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지만 의도하지 않게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게 가면서 아들을 이해할 기회를 놓쳐 무너지는 모습을 잘 표현해 냈다. 이미 무너진 어머니 케이트를 연기한 로라 던의 연기도 훌륭하고, 어떤 심리 상태인지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니콜라스 역의 젠 맥그라스의 연기가 특히 눈에 띈다.
영화 <더 썬>은 자식이 가진 트라우마를 부모가 완전히 회복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부모가 그런 자식을 잘 이해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진다. 부모의 입장에서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과연 진짜 좋은 부모가 무엇인지, 아이를 위한 좋은 육아가 정말 아이의 심리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들은 지금 우리 주변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많은 생각과 고민들을 던져준다는 측면에서 무척 훌륭하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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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힐링+ 로맨스 + 코미디 영화 추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 시간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 신청 받은 주제는 바로 '힐링, 로맨스, 코미디가 모두 담긴' 영화입니다.
이 게시물 혹은 씨네픽 인스타그램에 올라간 동일 내용의 콘텐츠 게시물에
자신이 보고싶은 영화에 대해 적어주신다면 다음 콘텐츠를 올릴 때 여러분들의 댓글을 바탕으로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 시작해볼까요?٩( ᐛ )و
코다
ⓒ 네이버 영화
synopsis
24/7 함께 시간을 보내며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을 세상과 연결하는 코다 '루비'는
짝사랑하는 '마일스'를 따라간 합창단에서 노래하는 기쁨과 숨겨진 재능을 알게 된다.
합창단 선생님의 도움으로 마일스와의 듀엣 콘서트와 버클리 음대 오디션의 기회까지 얻지만
자신 없이는 어려움을 겪게 될 가족과 노래를 향한 꿈 사이에서 루비는 망설이는데…cine pick!
세 개의 키워드 중 힐링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강한 영화 <코다>
마음이 뭉클해지는 가족의 이야기, 이들의 이야기 속 간간히 있는 웃음 포인트, 그리고 루비와
마일스의 사랑과 가족의 사랑까지 담아져 힐링+로맨스+코미디 영화로 추천하고 싶다.
레터스 투 줄리엣
ⓒ 네이버 영화
synopsis
작가 지망생 소피는 전세계 여성들이 비밀스런 사랑을 고백하는 ‘줄리엣의 발코니’에서 우연히 50년 전에 쓰여진 러브레터 한 통을 발견하고, 편지 속 안타까운 사연에 답장을 보낸다. 며칠 후, 소피의 눈 앞에 편지 속 주인공 클레어와 그녀의 손자 찰리가 기적처럼 나타나는데…
cine pick!
아름다운 이야기와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풍경을 통해 힐링을 느낄 수 있으며,
우연한 만남으로 이어진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헤어스프레이
ⓒ 네이버 영화
synopsis
TV 댄스 쇼에 출연해 최고의 댄싱퀸 미스 헤어스프레이가 되는 것이 꿈인 트레이시. 남들보다 뚱뚱한 몸매의 트레이시는 댄스쇼 참가를 위해 오디션에 참가한다.
cine pick!
신나는 음악과 춤, 그리고 주인공 트레이시의 긍정적인 매력에 힐링을 느끼게 될 것이다.
트레이시와 링크의 귀여운 사랑 이야기가 담아져 있으며, 웃음 포인트도 많은 영화이다.
청설
ⓒ 네이버 영화
synopsis
손으로 말하는 ‘양양’과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티엔커’. 마음이 듣고 가슴으로 느낀 두남녀의 떨리는
연애 스토리를 담은 대만 첫사랑 로맨스 그 시작
cine pick!
대만 청춘 영화는 믿고 본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청춘 영화 맛집인 대만 영화!
코미디 요소가 강하지는 않지만, 다른 무엇보다 힐링되는 느낌은 가장 강하게 받을 수 있는 영화이다.
해피 뉴 이어
ⓒ 네이버 영화
synopsis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호텔 엠로스를 찾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인연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cine pick!
역대급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던 <해피 뉴 이어>.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부터 아련한 옛사랑 이야기, 또 소중한 인연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하나의 영화에 담겨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확장판으로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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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감정의 파노라마
정말 마음이 아팠던 순간을 만나면 누구나 울음을 터뜨린다. 마음껏 눈물을 흘리면서 그 슬픔을 온몸으로 느낀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면 마음속에 있는 무거움과 압박이 조금 해소된 느낌을 가지게 된다. 매 순간이 기쁨으로 가득 차있다면 물론 행복하겠지만, 실제 인생에선 기쁨을 느낄 시간보단 아픔과 슬픔을 느끼는 시간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 슬픔의 감정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 영화가 바로 <인사이드 아웃> 1편이다.
2015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기쁨, 슬픔, 까칠, 분노, 소심이라는 감정들이 11살 라일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무척 흥미롭게 보여줬다. 디즈니의 픽사는 한 사람의 머릿속에 감정들과 기억을 처리하는 공간을 진짜 존재하는 것처럼 그럴듯하게 창조해 냈다. 기쁨을 담당하는 조이가 조종간을 잡으면 라일리도 기쁨을 느끼고, 분노를 담당하는 버럭이가 조종간을 잡으면 화를 낸다. 실제 라일리가 느끼는 상황에 따라 감정이 변화하는 모습을 무척 자연스럽고 이해하기 쉽게 화면으로 담아냈다.
[첫 번째 감정] 불안
이번 <인사이드 아웃2>는 사춘기가 된 라일리의 감정들을 다룬다. 더 확장된 감정에 어찌해야 할지를 알지 못하는 라일리의 모습과 감정들을 보여준다. 특히나 불안은 라일리의 행동을 흔드는 가장 큰 감정이다. 라일리는 새로운 학교와 친구들, 그리고 학업에 대한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불안은 라일리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불안으로 인해 라일리는 자주 예민해지고, 사소한 일에도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영화는 라일리가 시험 성적에 대한 불안으로 밤잠을 설치고, 친구 관계에 대한 걱정으로 식사도 제대로 못 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는 사춘기 청소년들이 겪는 공감할 만한 상황이다.
영화는 라일리의 불안이 어떻게 그녀의 성격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세심하게 그려낸다. 불안한 감정에 휩싸인 라일리는 종종 자기 자신을 의심하고, 작은 실수에도 크게 자책한다. 이러한 모습은 불안이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두 번째 감정] 당황, 따분, 부럽
불안만 있는 건 아니다. 불안이 주로 영향을 주긴 하지만 중간중간 당황이나 부끄러움을 느끼는 포인트도 늘어난다. 라일리가 학교에서 발표를 하다 실수를 하거나,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말을 더듬는 순간들이 그 예이다. 특히나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줄 알고 반응했다가 실수하는 장면은 많은 이들이 공감할 만한 상황이다.
따분함을 느껴 누군가를 비꼬거나 무시하는 감정도 자주 찾아온다. 라일리는 수업 중에 딴짓을 하거나,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시큰둥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들은 청소년들의 전형적인 태도로, 영화는 이를 통해 라일리의 감정 변화를 더욱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부러움도 청소년기에 많이 나오는 감정이다. 라일리는 반에서 인기 많은 친구나, 학업 성적이 우수한 친구들을 부러워한다. 이는 사춘기 시절 많은 이들이 겪는 감정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을 비교하면서 생기는 부러움이 자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준다.
[세 번째 감정] 자아 형성
영화 초반 자아의 모습은 하얀색이거나, 빨간색이다. 단색으로 이루어질 거라 생각했던 자아는 영화 후반에는 다채로운 색깔로 변화한다. 상황에 따라 색깔이 이리저리 변화되며, 이는 다양한 감정들이 섞여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을 상징한다.
자아 형성의 과정을 사회심리학적 이론과 연결해 보면, 이는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 이론과 관련이 깊다. 에릭슨에 따르면, 사춘기 시기는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라일리는 영화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며 자신의 자아를 찾아간다. 이는 에릭슨의 이론이 제시하는 자아 정체성 확립 과정과 일맥상통한다.
이 과정을 통해 라일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점점 더 명확히 하게 된다. 이는 청소년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아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영화는 이러한 자아 형성의 과정을 아름답게 그려내며, 라일리가 성장하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담아낸다.
결론적으로 1편의 신선함에는 못 미치지만, 여전히 훌륭한 픽사의 감정 세계와 감정의 작용 방식을 영상으로 무척이나 쉽고 감동적으로 만들어냈다는 점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라일리의 감정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하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 이 영화는, 사춘기를 겪는 모든 이들에게 큰 위로와 공감을 줄 것이다.
또한, 이 영화는 감정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다양한 감정들이 조화를 이루며 우리의 자아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사이드 아웃2>는, 감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왓챠]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https://www.notion.so/Rabbitgumi-s-links-abbcc49e7c484d2aa727b6f4ccdb9e03?pv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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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담 보바리 (1949) / Madame Bovary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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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
이 영화는 '마담 보바리' 소설의 원작자인 플로베르가 재판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의 죄목은 문란한 혹은 사회의 규율을 위반하는 소설을 지은 죄이다.
그는 마담 보바리의 욕정이 넘치는 모습은 사회가 만든 것이라고 말한다.
근데 사실 난 잘 모르겠다.
그 시대는 여성을 사회적으로 억압하고 여성이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고 성적으로 어필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여기는 사회적 분위가 있었다는 것을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자신의 사랑 혹은 욕망을 잘못된 방식으로 표현하고 분출하는 마담 보바리를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을까?
이건 아닌 것 같다.
그녀가 찰스를 비롯한 자신의 가정에 한 행동을 옹호하기 위한 발언으로밖에 안보인다.
여기서의 마담 보바리는 그냥 욕망에 쩌들어서 가정을 버린 여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폐급 인간이다.
솔직히 보면서 찰스가 너무 불쌍해서 절로 욕이 나왔다.
노트북의 노아를 잇는 찐 사랑꾼 찰스..
자신 몰래 바람피고, 그 내연남에게 배신당했다고 남편 앞에서 실신하고, 자기 앞으로 빚을 잔뜩 떠넘기고, 갑자기 자살하는 그녀 앞에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의 찐사랑과 대인배적 모먼트에 무릎을 탁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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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소설을 원작으로 한 고전명작영화!
내가 본 영화 중 아마 가장 오래된 영화 아닐까..
Madame Bovary, C'est moi!
- Gustave Flaub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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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심을 부르는 공포의 춤사위
제목부터 강렬한 <씬>은 정확히 <파묘>가 가져온 기류에 편승하는 영화가 아니다. 오컬트 장르의 외피 쓴 이 작품은 하나씩 진실이 밝혀지면서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관객을 이끈다. 결국 보기 좋게 빗겨나가는 이야기의 마지막 종착역은 ‘속았다’는 혼잣말을 하게 만든다. 과연 감독이 관객을 데려간 곳은 어디일까? 악령의 소굴일까 아님, 못다한 이야기를 펼쳐내려는 감독의 야심일까?
신인배우 시영(김윤혜)은 영화 촬영을 위해 지방에 있는 폐대학교로 향한다. 독립영화계에서 나름 인지도가 있는 감독 휘욱(박지훈)의 신작 주인공이라는 설렘도 잠시, 그녀는 생각보다 더 열악한 환경을 마주한다. 이보다 더 안 좋은 건 사전에 어떠한 설명도 없이 이상한 춤을 춰야 하는 상황. 게다가 예전 작품에 함께 출연했던 채윤(송이재)과 더블 캐스팅이라니. 일단 왔으니 준비한 건 보여줘야 하는 마음으로 시영은 기묘한 춤을 춘다. 하지만 그게 화근이었을까? 평범했던 촬영장은 좀비처럼 날뛰는 이들로 인해 곧 아비규환이 되고, 시영과 스탭들은 살아남기 위해 이곳에서 탈출을 시도한다.
<씬>은 강령술처럼 보이는 춤을 시작으로 악령을 불러와 살육의 현장을 보여준다. 영화 촬영 현장으로만 알았던 시영과 스텝들은 한순간 악령에게 저당 잡힌 좀비들의 먹잇감이 되고, 이곳을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좀비들과의 사투를 그리는 영화는 오컬트와 좀비물의 결합처럼 보인다. 감독은 여기에 제목처럼 인간의 원죄에 대한 미스터리 구조를 심어놓으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후반부의 문을 연다.
<씬>이 흥미로운 건 진실의 빗장을 차례로 열어젖히면서 공포감을 증대시키는 것에 있다. 알지 못했을 때 느끼는 공포의 진폭을 이용, 이 일이 일어난 이유, 이상한 것을 계속 보는 시영의 과거, 복면을 쓴 의문의 사람들 등 설명되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를 계속해서 부여한다.
미스터리 구조도 한층 더 견고하게 가져가는데, 주요 인물의 이야기를 각 챕터로 구성하면서 보이지 않았던 진실을 조금씩 드러낸다. 진실의 실마리를 알고 싶어하는 관객들의 목마름을 조금씩 축이는 구성은 일단 합격점.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가 알던 인물들의 민낯도 공개되면서 오리무중이었던 퍼즐이 하나씩 맞춰져 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숨겨진 진실이 공개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영화는 오히려 맥이 풀리는 순간을 전한다. 과한 숨김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나 할까. 반전을 위해 흩어 뿌린 떡밥들은 오롯이 회수되지만, 그 과정으로 인해 영화의 집중력을 해친다.
여기에 후반부 감독의 야심이 느껴지는 부분이 나온다. 시리즈로서 이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가려는 속내가 내비쳤을 때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느껴진다. 특히 죄에 대한 이야기의 무게감을 덜어내고 장르적으로 가볍게만 소비되는 건 아쉬운 구석이다. 반전 구성을 좀 덜어내고, 원죄에 대한 이야기에 더 집중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아쉬움에도 계속해서 이야기를 따라가게 만드는 것은 배우들의 몫. 극을 이끄는 김윤혜는 물론 송이재, 박지훈, 이상아 등 각자 숨겨진 비밀을 조금씩 드러내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잘 그려낸다. 특히 초반부 김윤혜와 송이재의 기이한 춤은 <서스페리아>의 잔향이 느껴지지만, 그 자체로서 공포감을 자아내기에는 충분하다. 후반부에도 이 기이한 춤은 이어지니 비교해서 보면 좋을 것 같다.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평점 2.5 / 5.0
한줄평: 겹겹이 쌓인 반전이 오히려 역효과. 그래도 뒤통수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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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31]직쏘가 생각나게 하는 쏘우의 스핀오프 스파이럴 개봉!! 재밌다!
쏘우의 스핀오프 영화 스파이럴이 개봉했습니다.
배우 크리스락이 기획아이디어와 각본에도 참여했는데요.
주연 배우로도 활약하고 있죠.
코미디 배우라는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크게 어색하지 않게 연기하고 있어요.
영화도 쏘우 시리즈의 초기 영화들 처럼 너무 급하지 않게 서서히 발동을 걸어 마지막을 향해 달려갑니다.
너무 쏘우 시리즈와 동일한 구성으로 진행되긴 하지만 보는 재미는 있네요.
기존의 시리즈를 좋아하신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보실 수 있는 영화에요.
감독은 대런 린 보우즈만 인데, 쏘우 2,3,4편의 감독이었죠. 다시 원래 잘하던 시리즈로 돌아왔네요.
그동안 공포영화들을 찍어왔지만 사실 거의 B급공포에 머물러 있었거든요.
자세한 리뷰는 영상 전체를 봐주세요.^^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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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히트 & 런> 티저 예고편
한없이 사랑한 아내가 살해당했다.
그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밝혀야 한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결코 멈추지 않으리라.
어둠 속을 걷는 한 남자의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