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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남규2023-11-01 09:50:59

타이타닉의 운명은 아직 모른다

영화 <앵그리 애니> 시사회 후기


영화 <앵그리 애니>

 

 

 

영화는 짐을 들어준다

영화 리뷰를 남기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그만큼 무거운 질문들과 고민들을 조심스레 전해주던 영화였다운이 좋게도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이 영화를 관람했고상영 내내 분명 의미 있는 시간이 흘러갔다영화가 나에게 쉽게 다룰 수 없는 주제를 이야기할 때는 나도 영화에게 매우 조심스럽게 다가간다내가 영화를 많이 사랑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직장학교아니면 그냥 수다 떨고자 만난 카페에서도 다루기 힘든 주제를 영화는 멋지게 해낸다무거운 짐을 가볍게 들어 올리며 이야기하는 영화는 그렇게 사람들 입에 오르기 시작한다무거웠던 주제는 영화를 통해 더욱 순화되거나 다루기 부드러워진다고양시에서 열린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만났던 다큐멘터리 영화들도 그랬고, ‘킴스비디오나 프리 철수 리’ 같은 영화들도 그러했다그런 면에서 앵그리 애니는 만족스러웠다.

 

어머니와 아들

영화 앵그리 애니 1974년 프랑스 교외 지역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워킹맘 애니가 임신 중절 수술을 받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애니는 당시 프랑스에서 불법이던 시술을 진행하기에 아무도 모르게 안전하지 않은 공간에서 피를 흘리거나 자신을 도울 비밀 단체를 찾는 방법두 가지 중에 하나를 고른다문제는 애니만이 앞서 이야기한 선택의 도전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영화 중반까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슬픔의 감정을 머금고 단체를 방문한다.

 

우리나라에서 개봉하며 12세 관람가를 받은 까닭도 비밀 단체를 방문하는 사람들 중 어린 학생들도 있었기 때문이다이미 나에게 많은 충격을 준 영화였지만, 1974년에도 피임의 중요성과 성에 대한 잘못된 지식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시사회를 참석한 분들 중 엄마와 아들이 함께 온 것이 다시 생각났다어머니께서 자제분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주셨을지는 모르지만 분명 70년대 보다 나은 성교육을 하셨을 거라고 믿는다.

 

첫번째 화두가 이것이다한국에도 올바른현실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언제나 존재했다남성여성을 떠나서 부끄러워하고 수치스러워야 하는 논쟁의 거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어른이 된 나도 돌이켜 보면 재학생 시절에 어떤 성교육을 받았었는지 돌이켜 보게 됐다그런 면에서 영화 앵그리 애니는 교육 자료로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음습하게 배우는 것 보다 영화를 통해 임신과 성에 대한 진중함을 느끼는 것이 훨씬 나을 테니 말이다.

 

 

 

두번째는 악의 순환이다영화 속에서 정확한 피임과 성교육이 부족한 상황에서 갑작스레 찾아온 임신은 반가움보다는 안타까움과 슬픔을 낳았다그러다 보니 점점 임신 중절을 원하는 가정이 많아졌으나 법과 권력에 의해 수술은 규제되었다가장 큰 문제는 불법이기에 수면 아래에서 진행되는 아무도 모르는의사나 간호사가 진행하지 않는 터무니없는 수술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었다의학에 대한 어떤 지식 없이 된장을 바르면 상처가 낫는다는 속설처럼 낙태 수술은 그렇게 진행된다그러다 여인이 잘못되어 과다출혈로 세상을 떠나면 악은 다시 움직였다.

 

법과 규제를 바꾸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영화는 그것이 얼마나 어렵고 고된 일인지 설명한다정책의 변화는 분명 필요한 것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국민들에겐 분명 큰 결정이자 파장이다이미 지하에서 무수하게 많은 여성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있다는 대사가 참 가슴 아팠다그리고 한국을 바라보며 내가 모르는 어떤 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을지 상상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될 분들이라면

두 가지 말고도 씨네랩의 시사회를 통해 관람한 영화 앵그리 애니는 나에게 굉장히 많은 충격과 고민들을 쏘았다무엇이 맞고 틀리고얼마나 영화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영화가 다룰 수 있는 범위를 넓혀 준 것이 가장 놀라웠다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혀 70년대 스타일을 설명하는 대신 이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또 다른 시작이라고 생각한다특히 난 이 영화는 아버지가 될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보았으면 도움이 될 영화라고 생각한다수술대 위에는 누구나 올라갈 수 있으니 말이다쉽지 않은 영화였으나 관람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씨네랩 관계자분께 전하고 싶다.

 


작성자 . 양남규

출처 . 씨네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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