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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구름2025-04-03 18:18:42

후속작이 있기에 원작일 수 있던 것들

무간도 2

 

전작보다 후속작이 더 좋은 영화는 도통 찾기 어렵다. 한 영화에서 사건은 이미 마무리되고, 인물들의 정체성도 완성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완성조차 코끼리의 일부이자 하나의 시선에 불과할 뿐이지만, 어쨌거나 시선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하나로 동의할 수 있었고 그것이 작품이 완성이라 불릴 수 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작품의 세계를 창조하는 욕심과 세계를 연명하려는 의지는 엄연히 다른 듯하다. 이미 완성되었으니까. 선택의 폭은 줄어든다. 완성된 시선에서 벗어나 위험하게 다른 곳을 비추어보던가. 혹은 그 시선을 뚜렷이 한다거나. 물론 그럼에도 창작자에게 수많은 선택과 실험의 기회가 있으며, 어느 방향으로 가든 좋고 전작보다 더 좋아지는 사례도 수도 없이 많지만, 결정적으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가 있으니. 바로 전작과의 비교다.

 

단순히 무엇이 낫냐는 평가가 아니다. 어떤 방향으로 작품의 세계를 발전했는지, 새로운 요소들은 세계의 본질을 홰손하지 않는지. 이전 작품에 대한 오마주를 표했는지 등. 무수한 작품의 가능성만큼 잣대도 수없이 생기고, 시리즈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그 잣대는 끝없이 올라간다. 그런 어려움을 뚫고 좋은 후속작을 만들다니. 그 어려움을 어렴풋이라도 느끼면 후속작들에 대한 애정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무간도2>는 그중에서도 최고라고 생각한다.

 

<무간도2>는 전작의 프리퀄이다. 참신하고 날카로웠던 전작에 비하면 여러모로 파격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쇼트는 길어지고 카메라는 더 이상 역동적이지 않다. <대부>에서 느끼던 중후한 기운이 거리의 네온사인을 압도하는 듯 한편으로 공존하는. 짧은 러닝타임을 제외하면 연출 면에서 전작을 넘어 홍콩영화 대부분과 비교해도 이질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분명 이들과도 연결점이 있으니. 바로 시대와의 작별이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역사는 그것의 정당성이나 비판에 대한 논의에서 벗어나 탐구해야 할 부분이 있다. 우선 그것의 이해관계는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완전히 해소될 수 없고, 삶의 터전과 순수함이 훼손된 채 다른 세계로 내몰린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무간도2>에서 선역과 악역은 없으며 모든 인연이 꼬여있다. 시대의 흐름에 올라타지 못한, 혹은 자발적으로 머무르는 인물들이 서로를 탓하고 있다. 신분을 숨긴 채 조직에 잠입하고, 이득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영원한 고통을 뜻하는 무간지옥에 어울리는 모습, 이러한 점에서 <무간도2> 역시 홍콩영화이고, 어쩌면 더욱 처절하게 시대상을 표현했을지 모르겠다.

 

특정 시대상을 잘 담은 명작은 그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느낄 수 있는 여운이 있다. 기원전 시대를 살아보지 못한 건 물론 그리스에 가본 적조차 없는 사람도 고전을 통해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나아가 역사와 사상을 공부하고, 그것을 현재의 시대로 치환해 교훈을 얻곤 한다.

 

시대 불문이랄까. 당시의 홍콩영화도 마찬가지이다. 복합적인 시대상을 그대로 떠안는 젊은이들이 있다. 살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고, 그 속에서도 사랑은 불안하게나마 피어난다. 하지만 그 순수함만큼은 불안해질 수 없기에 항상 고뇌하고 희생을 감수한다. 무엇보다 그 영화의 끝이 행복하든 슬프든 시대의 변화를 역행할 수 없다는 진리를 끝내 이기지 못한다. <무간도2>는 이 점을 영리하게 이용한다. 촬영이나 편집 기법은 독창적이고, 되려 주제 의식을 보강했다. 전작의 당위성을 보여주고 인물들에 입체감을 더해준다. 본작의 빌런이라 할 수 있는 예영효는 그 구심점을 확실히 해주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그리고 엔딩은 지나간 시대에 헌사를 보내며 과거의 향수를 원동력으로 미래를 살아갈 가능성을 보여준다즉, '무간도'라는 강렬한 제목처럼 이전도 그다음도 인생은 시대 불문 지옥이라는 사실을. 하지만 그 속에서도 사연과 사랑이 언제나 피어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주는 영화다. 

 

흔히들 홍콩영화는 이제 끝이 나버렸다고 말을 한다. 실제로 2010년대 이후 두각을 드러내는 영화가 적은 것도 사실이니. 철거된 네온사인들처럼 그때의 스타들도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하지만 나는 아직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전의 영화들이 보여주었던 시대 불문의 가치를 상기한다면. 독창성을 되찾는다면. 무엇보다 목소리를 낼 용기를 되찾는다면 홍콩영화는 다시금 부활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무간도2>가 홍콩영화의 황금기 마지막 세대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무간도 2>의 정신을 이어받은 후속작을 애타게 기다린다.

작성자 . 뜬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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