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샤2023-11-21 14:22:37
삶의 지지대가 되어 주는 친구
[영화 '아워 프렌드' 리뷰]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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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 다시 돌아올 필요가 있었을까?
매트릭스 시리즈의 4편인 매트릭스 리저렉션이 개봉했습니다.
마지막 3편이 나오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만들어지게 된건데요.
거의 완벽히 이야기의 결말이 지어진 시리즈에 더 할말이 있었을까요?
센세이셔널한 액션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과거 시리즈의 영광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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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rix Resurrection, the fourth part of the Matrix series, has been released.
After a long time, the last three films were released, and it was made again.
Was there anything else to say about the series that almost perfectly ended the story?
Can we continue the glory of the past series, where sensational action scenes were impressive?
Please check out the video for detailed re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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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18] 아동학대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
영화 고백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아동학대를 다루도 있는 영화여서 어둡고 슬픈 영화인데요.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사회 제도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면서
주변의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긎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도 알려주는 영화입니다.
박하선 배우의 연기와 하윤경 배우의 연기가 좋아요.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영화여서 많은 분들이 불편하겠지만 꼭 보면 좋을 것 같아요,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참고 하세요.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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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포돌스크에서 온 남자> 예고편
니콜라이는 암스테르담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는 포돌스크에 살고 있으며, 음악적 성공을 꿈꾸고 있지만 현실은 지역 신문사의 말단직원일 뿐이다.
갑자기 모스크바의 경찰이 그를 체포하고,
니콜라이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놀이기구에 탄 것 같다.
정말 니콜라이는 경찰서에 있는 것일까?
견장을 차고 있는 이 까다로운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리고 어떻게 니콜라이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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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 메인 예고편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기예르모델토로 감독이 선사하는 숨을 조이는 매혹적인 범죄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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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2
마블 스튜디오가 총 5시간 30분에 걸쳐 <어벤져스: 둠스데이>의 출연진을 발표하는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해 큰 화제를 모은 가운데,
<엑스맨> 시리즈의 원년 멤버들이 대거 출연 예정인 점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패트릭 스튜어트의 ‘프로페서 X’, 이안 맥켈런의 ‘매그니토’를 포함하여 레베카 로미즌(’미스틱’), 제임스 마스던(’사이크롭스’),
앨런 커밍(’나이트크롤러’), 캘시 그래머(’비스트’) 등이 캐스팅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새롭게 리부트된 <판타스틱 4>의 바네사 커비(수 스톰), 에본 모스-바크락(더 씽), 조셉 퀸(조니 스톰)과
크리스 햄스워스(토르), 시무 리우(샹치), 톰 히들스턴(로키) 등 총 27명의 출연진을 공개했습니다.
<어벤져스: 둠스데이>는 이전 <어벤져스> 시리즈를 만든 루소 형제가 연출을 맡을 예정입니다.
덴젤 워싱턴, <오셀로> 영화화 주연 확정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오셀로>가 영화화될 예정이며, 공연과 동일하게 덴젤 워싱턴이 ‘오셀로’를 연기할 것이라고
연출을 맡은 케니 리온 감독이 밝혔습니다. 덴젤 워싱턴과 함께 케니 리온 감독이 영화의 연출도 맡을 예정이지만,
공연에서 ‘이아고’를 연기한 제이크 질렌할이 동일하게 출연할지는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오셀로>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며, 약 40년 만에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었습니다.이나영&정은채, 드라마 <아너>에서 만난다
*기사 출처: 일간스포츠
배우 이나영과 정은채가 드라마 <아너> 출연 소식을 알렸습니다.
동명의 스웨덴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아너>는 거대한 스캔들이 되어 돌아온 과거와 맞서는 세 변호사의 워맨스를 그리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로 알려졌습니다. 극 중 이나영은 뛰어난 언변과 외모로 대중을 사로잡는 변호사 ‘윤라영’을,
정은채는 위엄과 카리스마를 지녔으며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로펌 대표 ‘강신재’를 연기할 예정입니다.
<아너>는 현재 이나영, 정은채 외의 여성 주연을 포함한 추가 캐스팅을 완료한 후,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며 공개 채널 및 플랫폼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니 드비토 <장미의 전쟁> 리메이크 예정
1989년에 제작된 대니 드비토 감독의 <장미의 전쟁>이 새롭게 돌아올 예정입니다.
결혼 생활이 파탄 난 부부가 서로를 끝장내려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장미의 전쟁>의 새로운 메가폰은<트럼보>, <밤쉘>을 연출한 제이 로치가 잡았으며, 마이클 더글라스, 캐슬린 터너의 복수심에 불타는 부부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올리비아 콜먼이 연기할 예정입니다.
외에도 앤디 샘버그, 케이트 맥키넌이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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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잃어버린 인연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안녕, 혹시 나 기억해?"
얼마 전 인스타그램으로 DM을 받았다.
기억이 안 날 리가 없다. 우리는 쉬는 시간이면 매점도 함께 가고, 체육 시간이면 함께 배드민턴 짝꿍을 할 정도로 친한 사이였으니까. 당시 우리는 둘 다 싸이월드와 페이스북을 잘 하지 않았던 탓에, 고등학교를 각자 다른 곳으로 가게 되면서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다.
그녀와 내가 친했던 기간은 딱 1년.
그리고 연락을 하지 않았던 그 이후의 시간은 20년.
나는 잃어버렸던 친구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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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초 앞, 1초 뒤, 2024>는 대만 영화 <마이 미씽 발렌타인, 2021>을 리메이크한 일본 작품으로, 다른 사람보다 1초 빠르게 살아가고 있는 하지메(오카다 마사키)와 남들보다 1초 느린 레이카(키요하라 카야)가 함께 보내게 되는 하루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남들과 속도가 다를 때
하지메(오카다 마사키)는 남들보다 빠른 템포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사진을 찍히기 1초 전에 웃고, 달리기 출발 신호를 외치기 1초 전에 출발하며, 알람이 울리기 1초 전에 일어난다. 연애를 할 때에도 상당히 빠른 템포로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여자 친구를 사랑한다며 라디오에 사연을 제보하기도 하고, 그녀가 돈이 필요하다고 하자 덜컥 돈을 빌려주려고까지 한다.
반면에 레이카(키요하라 카야)는 1초 느린 삶을 살고 있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만 피사체가 움직이고 난 후에야 셔터를 누르고, 남들이 묻는 질문에 항상 조금씩 늦게 대답하며, 시험 문제지 뒷장은 풀지도 못한다.
하지메를 보면 왜 이렇게 급한가 싶고, 레이카를 보고 있자면 느려서 답답함이 올라온다. 모든 사람이 속도를 맞추면서 살아가지는 않는데도, 모두가 공유하는 일상의 템포란 그 자체로 존재한다. 가끔 그 속도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말이 정말 빠르다던가 혹은 행동이 정말 느리다던가.
물론 물리적인 속도 이외에 사회적인 템포도 존재한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나이에 따른 정상 속도라는 것이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다. 20살이 되면 대학을 가고, 20대 중반에는 취업을 하고, 30대에는 결혼을 하고, 뭐 그런 것들. 그런 속도가 빠르거나, 느리다면 남들보다는 사회생활의 난이도가 올라간다고 볼 수 있다. 이 영화의 원작이 대만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런 사회적인 속도를 맞추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2. 마이 미씽 발렌타인
<1초 앞, 1초 뒤>는 상당히 로컬라이징이 잘 되어있다. 대만 원작 <마이 미씽 발렌타인>과의 차이점을 꼽자면 가장 먼저 주인공 남녀의 성별 반전이 되었다는 것인데, 이 하나만으로도 두 가지 영화를 모두 볼만한 가치가 생긴다. 다른 영화들도 리메이크를 한다면 성별 반전을 해주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원작에 없던 버스 기사와 동생 커플 캐릭터가 추가되었고, 썸을 타는 상대 캐릭터도 살짝 변형되었다. 개인적으로 <1초 앞, 1초 뒤>에서 가수 지망생으로 나온 사쿠라코(후쿠무로 리온)의 목소리와 노래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빠져들었다.
원작에서는 주인공이 잃어버린 하루가 발렌타인 데이였다는 설정이지만, <1초 앞, 1초 뒤>에서는 지역 축젯날로 바뀌었다. 영화의 배경은 '천년의 도시'라고 불리는 교토인데, 지역적인 특성을 살리면서 판타지 장르와도 더욱 어울리기도 한다. 전통이 깊은 도시의 지역 축젯날에는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영화는 화자를 바꾸어서 동일한 이야기를 두 번 전개하는데, 화자의 시점에 따라 동일한 장소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다. 한 템포 빠른 하지메는 로맨틱한 하루를 보내지만, 한 템포 느린 레이카가 지켜본 하지메의 하루는 그냥 사기꾼에게 돈을 뜯기는 과정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1초 만에 지나버린 하지메의 하루와는 달리 레이카는 24시간을 알차게 보내게 되는데, 이 부분은 사실 원작보다는 살짝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원작에서는 조금 더 추억을 찾아가는 아련한 느낌이 강했다면, <1초 앞, 1초 뒤>에서는 저렇게까지? 싶을 정도로 레이카의 고군분투가 조금은 소름 끼치게 느껴지기도 한다. 로맨스 영화라는 점을 계속 상기하면서 봐야한다.
#3. 궤도 이탈자
개인적으로는 가출했던 하지메의 아버지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하지메의 아버지는 레이카와 비슷하게 남들보다 느린 속도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국수에 넣을 생강을 사러 간다고 나가서는 집에 돌아오지 않은 실종자다.
그는 자신의 속도로는 세상을 따라갈 수 없기에, 자신만의 템포로 살아가기 위해서 집을 떠났다고 고백한다. 앞에 언급했듯 이 영화는 사회적인 속도에 관한 이야기를 깔고 있는데, 그는 사회 궤도 밖으로 아예 벗어나 버리는 것을 선택한 사람을 의미한다.
정속으로 살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삶은 녹록치가 않다. 나는 가만히 있어도 다른 사람들은 저 앞에 나가 있고, 나는 이제야 마음먹었고 시작하는 일을 다른 사람들은 수월하고 능숙하게 해내기만 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답답해하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결국 궤도를 이탈하는 선택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이들에게 영화 <1초 앞, 1초 뒤>는 물리적인 하루를 선물한다.
만약 시간이 나를 위해 잠시 멈춰준다면, 다른 사람과 발을 맞춰서 갈 수 있을까?
#4. 잃어버린 인연을 다시 찾는다면
레이카는 멈춘 하루 동안 하지메를 추억의 장소로 데리고 간다. 함께 사진을 찍고, 못 봤던 얼굴을 실컷 마주보기도 한다. 왜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조금 의문이 드는 부분이지만, 항상 그보다 두 발짝 느린 그녀는 그와 보내고 싶었던 시간을 마음껏 보내고 즐거운 얼굴이다.
하지메는 사라진 하루의 행방을 쫓다가 결국 그녀가 누군지 알아낸다. 그녀는 그를 잊은 적 없다. 어릴 적 자신을 살게 해주었던 친구에게 계속해서 편지를 보내고 있었고, 그가 일하는 우체국에 가서 매일 우표를 사서 자신을 잊은 그에게 편지를 부친다.
하지메는 약속을 잊어버리는 것도 빨랐고, 레이카는 약속을 잊기에도 너무 느릴 뿐이다. 하루를 잃어버린 대가로 하지메는 잃어버린지도 몰랐던 인연을 다시 찾게 된다. 하지메는 빠르게 레이카를 만날 수 있는 지점으로 전근하고, 사고를 당했던 레이카는 한발 늦게 우표를 사러 온다. 다른 속도로 살아가도 기억은 그 자리에 모두 남아있었고, 두 사람이 다시 만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인연을 잃어버린다. 시절 인연이라고, 스쳐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을 내 속도로 잡아놓을 수는 없기 마련이다. 마음이 남아 있다면 그 인연을 찾을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영화는 긍정적으로 대답한다. 결국 속도보다 마음과 방향성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5. 생강을 넣을까 말까
하지메는 엄마와 국수를 먹다가 아버지가 사러 나갔던 생강 이야기를 나눈다. 국수에는 생강을 넣으면 전체의 맛이 변해버린다고, 넣지 않는 편이 낫다는 이야기.
그런데도 하지메의 아버지는 멈춘 하루를 이용해 집에 들러서 아내의 손에 생강을 쥐여준다. 하지메에게는 아이스크림을 사다 주겠다고 했기에, 레이카에게 100엔을 남긴다. 매우 늦었지만 나름 이전 가족들에게 남기는 마무리 인사다.
어떤 사소한 것들은 우리 삶 전체를 흔들어버리곤 한다.
생강, 깁스 위의 낙서, 그리고 사진 한 장처럼.
*본 리뷰는 씨네랩의 크리에이터 시사회에 참석하여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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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들어가는 영화의 운명에 대한 거장의 사색
〈벌집의 정령〉, 〈클로즈 유어 아이즈〉
〈벌집의 정령〉(1973)에서도, 〈클로즈 유어 아이즈〉(2024)에서도 주인공은 눈을 감는다. 과거, 꿈, 기억에 조용히 침잠한 무언가를 환기해 현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벌집의 정령〉에서 어린 소녀 아나는 영화에서 본 프랑켄슈타인을 만나고 싶어 하고, 그런 아나에게 언니는 눈을 감고 정령을 부르면 그의 유령과 대화할 수 있다고 언질한다. 아나가 발 디딘 시공간은 파시스트이자 쿠데타 세력의 수괴인 프랑코가 좌파, 공화파, 아나키스트의 연합 정부를 무너뜨리고 승리를 거둔 스페인의 어느 시골 마을이다. 독버섯을 짓밟고 질서정연한 벌집의 세계에 몰입하는 아버지, 즉 프랑코의 분신이 곳곳에서 힘을 갖고 군림하는 세계인 것이다. 그러나 아나는 가족의 눈을 피해 계속 괴물 프랑켄슈타인과의 교감을 시도하고 마침내 반反프랑코 세력 군인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에게서 괴물의 정령을 읽어낸다. 그러나 파시스트의 세계에서 ‘괴물’과의 교감은 ‘반역’이다. 아버지는 신속하게 아나를 원래 세계로 되돌려놓고, 의사는 시간이 지나면 아나가 그 충격적인 경험을 잊을 것이라고 ‘안심’시킨다. 이렇게 〈벌집의 정령〉은 영화가 열어젖힌 가능성을 프랑코 치하 스페인의 암울한 현실에서 꽃피워내는 동시에, 일상에 녹아든 파시즘으로 그 가능성이 어떻게 폐제되는지를 보인다.
〈벌집의 정령〉
구체적인 시공간은 바뀌었지만 〈클로즈 유어 아이즈〉에서도 ‘눈’을 매개로 한 영화적 각성은 반복된다. 영화감독이자 작가인 미겔은 과거 자신의 영화 〈작별의 눈빛〉의 주연이었으나 촬영 중 실종된 훌리오를 추적해보자는 탐사 프로그램의 제안을 받는다. 실종 후 무려 22년이 지난 때였다. 실체는 사라지고 소문만 무성하게 남은 훌리오. 미겔은 결국 한 정신병원에서 자신이 가르델이라고 알고 있는 훌리오를 만난다. 여기에는 앎의 엇갈림이 있다. 미겔은 지난 22년 동안 가르델로 살아온 훌리오의 삶을 알지 못한다. 함께 보낸 가르델 이전의 시간만 기억한다. 반면 병원 관계자들은 가르델이 훌리오로 살던 시절을 알지 못한다. 자신들과 함께한 시간만 안다. 이 엇갈림에서 미겔은 과거 훌리오가 출연한 영화를 함께 봄으로써 잠든 훌리오의 영혼을 깨우고자 한다. 아나가 눈을 감고 ‘괴물’의 정령에 접속했듯 영화를 본 훌리오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영화는 그 감긴 눈 안에서 훌리오/가르델의 엇갈림이 해소될 것임을 암시한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
스페인의 빅토르 에리세는 국제적 거장으로 인정받는 영화감독이지만 1973년 〈벌집의 정령〉으로 데뷔한 이후 지금껏 단 네 편의 장편만 만들었다. 영화 한 편 한 편에 어마어마한 공력을 넣는 감독인 것이다. 데뷔작의 메타포(눈을 감는 행위와 영화로 가능해지는 것들)를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주창한다는 점, 그리고 그 마테포가 유전히 유효하고 감동적이라는 점에서는 예술가로서 그의 재능과 의지, 역량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사이 영화의 위상은 변했다. 아나에게 그러했듯, 영화는 수많은 사람에게 감각과 상상력의 확장을 선물하며 분출하는 용암처럼 성장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포화의 지점을 맞이했다. 현재 영화는 동시대 콘텐츠 플랫폼의 문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웃 장르와 극심한 경계 갈등을 겪는 중이다. 영화만이 줄 수 있는 매력, 즉 ‘영화적 순간’에 대한 예찬은 소수의 마니아에게만 고착되고 있는 듯도 하다.
영화를 사랑하는 빅토르 에리세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그의 영화에서 동시대 영화의 위기를 읽어내기는 어렵지 않다. 〈벌집의 정령〉에서 마을 아이들은 영화 필름을 실은 트럭을 격하게 반긴다. 오늘은 무슨 영화를 틀어줄 거냐며 들뜬 목소리로 물으면, 영화관 관리자는 지금껏 본 적 없는 대단한 영화를 상영할 예정이라며 으스댄다. 수용자와 공급자 모두 영화라는 단어에 지극한 설렘을 느끼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러나 〈클로즈 유어 아이즈〉에서는 상황이 바뀌었다. 미겔은 〈작별의 눈빛〉을 완성하지 못했다. 훌리오의 기억을 찾기 위해 영화를 상영하는 장소는 폐업한 극장이다. 그러니까, 미지의 무언가와 조우해 자기 삶과 감정, 기억을 증폭시켜 세계를 확장하는 수단으로서의 영화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사람들이 영화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미겔처럼 특별한 목적을 갖고 문을 닫은 극장 주인을 설득해 먼지 쌓인 상영관을 찾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물론 여기서 ‘영화’는 빅토르 에리세의 영화, 즉 눈을 감으면 다른 차원의 세계가 열리는 통로로서의 영화다. ‘영화의 위기’에 누군가는 여전히 수많은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가 있다고 항변하겠지만, 그런 영화는 빅토르 에리세에게 영화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동시대 영화의 음울한 현실과 공명한다. 이 영화가 〈벌집의 정령〉 때 영화가 가졌던 위상을 그리워하는 향수로 은밀히 채워져 있는 이유일 것이다. 아나와 ‘괴물’의 교감이 꺾이고 마는 〈벌집의 정령〉이 슬프면서도 묘한 희망을 전하는 데 반해, 결국 훌리오가 기억을 찾을 듯 보이는 〈클로즈 유어 아이즈〉가 기쁘면서도 어딘가 우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50년의 세월을 거슬러 ‘눈’이라는 통로로 영화의 가능성을 모색한 두 영화는 1970년대에는 희망적인 감동을, 2020년대에는 지나가 버린 영화의 전성기에 대한 아릿함을 선사한다. 그래서다. 내게 〈클로즈 유어 아이즈〉가 시들어가는 영화의 운명에 대한 거장의 사색처럼 보인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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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그 문을 열지 마시오
출처 : 부산국제영화제
제목 : <오픈 더 도어>
감독 : 장항준
출연 : 서영주, 이순원
프로그램 노트
: <오픈 더 도어>는 어느 밤 술에 취한 두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미국 뉴저지, 치훈(서영주)은 매형인 문석(이순원)과 함께 술을 마신다. 과거를 추억하던 두 사람은 애써 외면했던 불행까지도 길어 내게 되고, 감정이 격해진 문석에 의해 숨겨져 있던 비밀이 밝혀진다. 장항준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오픈 더 도어>는 과거를 되짚어가며 숨겨진 사연을 조금씩 풀어놓는 미스터리 형식을 취한다. 숨겨진 그날의 진실보다 중요한 건 그에 이르는 과정이다. 4개의 챕터로 이뤄진 영화는 인물들이 불안과 의심으로 무너져 가는 모습을 조금씩 증폭시켜 나간다. 한정된 공간과 제한된 인물, 긴 호흡의 카메라를 활용해 밀도 높은 긴장감을 쌓아나가는 솜씨가 놀랍다. (송경원)
다섯 개의 섹션
영화는 총 다섯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진다. 그마저도 시간의 흐름이 아닌, 섹션이 뒤로 갈수록 과거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 영화의 특이점은 영화의 제목부터 말해주듯 섹션의 시작마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사실 이와 같은 사실을 자각하기까지는 네번째 섹션이 되서야 깨달았다. 문을 여는 행동은 '어떠한 선택'을 의미한다.
첫 시퀀스는 미국 뉴저지, 치훈이 매형인 문석의 집에 문을 열고 들어가며 시작된다. 둘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술에 취하니 그들이 꺼내서는 안될 이야기를 꺼낸다. 바로 '치훈'의 엄마이자 문석의 장모님의 살인 사건. 대화로 짐작해보면 그녀는 세탁소를 운영 중, 강도에 의해 살해당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감정은 격해지고. 결국 문석이 숨겨진 비밀을 뱉어낸다. (첫번째 시퀀스 끝.)
출처 : 부산국제영화제
긴 카메라 호흡 그리고 사운드의 매력
사실 공포 영화, 스릴러 영화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1위가 스토리 그리고 그 다음이 사운드라고 생각한다. 공포 영화 혹은 스릴러 영화는 귀를 막고보면 하나도 안 무섭다는 말이 딱 그 말이다. 그런 관점에서 <오픈 더 도어>는 고전적일 수도 있는 사운드로 그 긴장감을 살린다. 실제로 옆자리 관객분은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귀를 막고 있었다. 나름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긴 카메라 호흡의 지루함을 사운드로 채워준 듯 했다.
영화 <오픈 더 도어>는 긴 카메라 호흡 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다. 첫 시퀀스부터 컷 전환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호흡이 길다. 스릴러 영화에서는 관객들의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 컷 전환하기 바쁜데 이 영화는 다르다. 치훈과 문석이 대화하는 장면에서 컷 전환이 거의 없었다.
영화를 관람할 당시에는 왜 호흡이 길지?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그렇기에 궁금증을 유발하였고 결과적으론 난 그 둘의 대화에 깊게 집중했다.
출처 : 부산국제영화제
길어진 호흡에는 연기력이 필요하다
상기 문단에서 언급했듯이, 영화 자체의 호흡이 길다. 그 말은 배우들의 엄청난 연기력이 필요하다. 영화에는 불안 그리고 의심, 균열,그리고 배신 등의 감정이 담겨있다. 조금이라도 비어보이면 무너져버리는 스토리. 그럼에도 <오픈 더 도어> 배우들은 깊은 연기력으로 그 틈을 꽉 채워주었다. 장르가 '스릴러'인데 배우들 모두 연기가 '스릴러'스럽다. 사실 영화를 선택한 이유에는 장항준 감독만을 보고 선택하는 바람에 배우들은 사전에 찾아보지 않았는데 기존에 조연으로 많이 보았던 배우들이기에 연기력이 보장된 것 같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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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워야 한다는 강박만 없었어도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99년, 전북 삼례 우리 슈퍼에서 강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책임 형사 '최우성(유준상)'의 지휘 하에서 무고한 소년 세 명이 용의자로 지목되고, 강압수사 덕분에 사건은 일사천리로 해결된다. 그렇게 우성은 특진하고, 사건은 깔끔하게 마무리됐다. 다음 해 '황준철'(설경구)이 부임하기 전까지는.
진범에 대한 제보를 받은 진철은 기존 수사 기록을 검토한 후 '미친개'라는 별명에 걸맞게 재수사를 결정한다. 용의자 세 명의 자백과 지인들의 진술이 모순됐기 때문. 그러나 우성과 담당 검사 '오재형'(조진웅)의 방해 때문에 재수사는 취소되고, 진철은 좌천되어 섬을 떠돈다. 그리고 16년이 지나 목격자였던 윤미숙'(진경)과 소년들이 진철을 찾아온다. 재심을 도와달라고.
여운과 잔상이 <소년들>에는 없다
한국 영화를 보다 보면 비슷한 인상이 남는다. 뜨거워야 한다는 강박이다. 주인공은 클라이맥스에 모든 감정을 문자 그대로 '토해낸다.' 관객이 그 장면을 보면서 감정적으로 지친 끝에 눈물을 흘리게 만들려고 사력을 다한다. 혹자는 이를 한국인의 정서라고 이야기한다. 그럴 수 있다. 나라마다 고유한 감동 코드가 있으니까. 실제로 근래 한국 영화를 접한 외국 관객이 한국 영화의 '감정 과다'를 인상적으로 여기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감정 과다 상태의 부작용이다. 감정을 토해내는 데 집중하는 사이 많은 영화가 납작해진다. 이야기, 그 속에 숨은 메시지, 이야기를 감싼 사회적 맥락을 곱씹을 시간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 대신 일회성으로 휘발되는 강렬함, '사이다'만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작가가 이 방식을 애용한다. 작가가 뱉고 싶은 사회적 메시지에 힘을 실어주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므로.
올해로 데뷔 40주년인 정지영 감독의 신작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99년 발생한 ‘삼례 나라슈퍼 사건'을 스크린에 옮긴 <소년들>은 검경의 잘못된 수사 관행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보여준 법정 영화 <부러진 화살>, 금융당국의 문제점을 비판한 <블랙머니>와 비슷한 결이다.
의도는 스크린 위에 성공적으로 구현됐다. 17년이라는 시간을 이해하기 쉽게 요약했다. 의인의 사투와 악인의 악행도 명확히 전달됐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강박을 버리지 못했다. 목적과 메시지를 낱낱이 설명하기 위해서 사족을 붙인다. 그러다 보니 관객이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천천히 소화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여운과 잔상이 없는 이야기인 셈이다.
구성과 배우의 힘
물론 노장의 저력은 느껴진다. 특히 세 시간대를 넘나드는 초중반부가 인상적이다. ‘삼례 나라슈퍼 사건'은 신선하거나 흥미로운 소재라고 할 수 없다. 관객에게 많은 정보가 노출됐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사이 스테디셀러였던 <그것이 알고 싶다>를 필두로 <알아두면 쓸데있는 범죄 잡학사전> 같은 범죄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덕분이다.
정지영 감독은 편집으로써 이 한계를 극복했다. 영화는 세 시간대를 번갈아 보여준다. 황준철 시점에서 2000년 재수사 과정과 2016년 재심 과정이 무게를 잡은 가운데, 1999년 사건 당시 정황이 플래시 백으로 삽입된다. 이러한 구성은 감정폭을 극대화하는 데 용이하다. 재심을 포기하라고 세 소년을 설득하려던 황반장이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계곡에서 물놀이하는 세 사람. 황반장은 그들의 어릴 적 물놀이 장면을 겹쳐 본다. 재수사 과정에서 품었던 의구심과 분노, 재심 과정에서 되살아난 죄책감과 희망이 응축되며 교차편집의 힘이 정점에 이른다. 페이드 아웃되는 화면 전환이 올드하고 투박하나 힘이 있는 이유다.
배우들도 한 몫한다. <소년들>은 등장인물이 많다. 주요 선역과 악역만 합쳐도 5명가량 되고, 진범이 3명, 누명을 쓴 소년들이 아역과 성인역 합쳐서 6명이다. 그 외 조연이 더해지면 20명 가까운 인물이 과거와 현재에 뒤엉켜 있다. 관객 입장에서 충분히 혼란스러울 상황이다. 하지만 조진웅, 진경, 허성태, 하도권, 서인국 등 설령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익숙할 배우들이 곳곳에 포진한 덕분에 관객은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
화법과 메시지의 모순
다만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영화는 서서히 힘을 잃는다. 황준철과 최우성의 갈등이 본격화되는 순간부터 아이러니하게도 긴장감이 서서히 사라진다. 여러 이유가 있다. 악역만 등장하면 어두워지는 조명, 음영이 도드라지는 연출, 이마에 '나 악역이요'라고 쓰여 있는 배우들의 연기.
더 큰 문제는 악역 활용법이다. <소년들>은 입체적인 이야기를 하는 영화다. 경찰의 무책임한 수사, 검찰의 방관, 사회적 신뢰를 핑계 삼아 개인의 무고함을 짓밟는 치밀함. 결국 영화의 칼날은 수사기관이라는 시스템 자체를 겨냥한다. 이 사건으로 처벌받은 경찰과 검사는 아무도 없다는 자막을 마지막에 달아둔 이유다.
그러나 메시지의 중요도에 비해 경찰의 구조적 문제는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악역이 평면적이기 때문이다. 거짓 자백을 유도하려는 고문과 증거 인멸은 몇몇 경찰과 검찰의 일탈에 그친다. 묘사도 일차원적이다. 그들은 두 시간 내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협박하고 전전긍긍한다. 경찰서장이나 다른 이들이 옛 동료를 옹호하는 장면도 지나가듯 등장하는 데서 그치고 만다. 마음껏 미워하고 비난하라고 설정한 표적에 불과한 셈이다.
자연히 메시지는 힘이 없다. 그나마 유준상이 경찰 전체를 적으로 돌리지 말라는 대사를 내뱉기는 한다. 그가 경찰 행정력을 악용해 가족을 괴롭히는 장면도 있다. 하지만 그전에 황준철과 최우성의 개인적인 대립이 먼저 부각되다 보니 한계가 명확하다. 둘의 몸싸움도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변호인>이 되지 못한 <소년들>
법정 시퀀스에서는 모든 문제가 일거에 터져 나온다. <소년들>은 구조적으로 <변호인>과 유사하다. 앞서 피해자의 상황을 제시하고, 후반부에서는 억울함을 해소한다. 국가 폭력에 대항해 정의를 지키려는 의인들의 용기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전환점이자 클라이맥스인 법정 시퀀스에서는 2시간 동안 쌓아 올린 모든 감정이 카타르시스로 승화돼야 한다.
<소년들>은 카타르시스를 터뜨리는 데 실패했다. 카리스마와 존재감을 뽐내는 <변호인> 속 차동영(곽도원) 같은 캐릭터가 없다 보니 긴장감과 울분이 좀처럼 쌓이지 않는다. 차동영은 진심으로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을 위한다고 믿는 공안 경찰이었다. 그 독특한 캐릭터성 덕분에 "국민이 국가"라는 상식적이고 헌법에 입각한 주장을 하는 송우석 변호사와의 대립이 불꽃 튀었다.
반면에 <소년들>은 일방적이다. 경찰도, 검찰도 신념이나 소신에 입각한 채 변론하지 않는다. 그저 능글맞게 개인의 안위를 걱정하는 모습만 보인다. 재판을 대하는 태도, 절실함에 있어서 피해자 측과의 균형이 잡힐 수가 없다. 검사 쪽이 억지를 부리면, 변호인 측에서 철저하게 논박하니 긴장감이 있을 수가 없다.
결국 카타르시스를 토해내는 결말은 올드하다. 판에 박힌 전개와 연출을 벗어나지 못한다. 결정적인 증인은 소란을 부리다가 법정에서 끌려 나간다. 세 피해자는 무죄를 주장하며 법정에서 울부짖는다. 슬로 모션과 구슬픈 음악이 이 장면을 장식한다. 그렇게 피해자의 절실한 항변마저 당연한 이야기를 길게 늘인 것처럼 느껴진다.
발터 벤야민은 이야기가 ‘모든 걸 내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토리텔링을 하는 예술은 정보를 주지 않을 때, 서사적 긴장을 고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야기를 그대로 재현함으로써 설명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드는 것이 이미 이야기하기 예술의 절반을 완성한다.”
<소년들>은 벤야민의 의견과 정확히 반대되는 길을 걷는다. 사건의 전개와 의의까지 모든 과정을 설명한다. <소년들>이 <그것이 알고 싶다> 특별판처럼 보이는 이유다. 방점을 찍는 때 잠깐 힘을 뺄 줄 알았다면, 너무 잘 알려진 사건인만큼 의외의 순간을 몬들 수 있었다면 더 세련된 작품이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Poor 형편없음
여운과 잔상 대신 강박을 택한 또 한 편의 한국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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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이성진 감독 X 스티븐 연 배우의 <성난 사람들> 에미상 싹쓸이!
<성난 사람들>은 미국 내 계층에 따라 다른 동양계의 삶과 현실적인 인생 역경들을 표현한 드라마로 4월 공개된 직후 넷플릭스 시청 시간 10위 안에 5주 연속 이름을 올리며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한 작품입니다.
동양인, 한국계 배우들이 주조연으로 카카오톡, 한국어, 한인교회, 설렁탕, 라면등 한국적 요소의 등장은 물론 작품 초반 등장인물의 자살 충동은 이성진 감독이 실제로 겪었던 감정을 녹여낸 작품이라고 밝혔습니다.
스티븐 연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 이창동 감독의 <버닝>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등 한국영화에서 뛰어난 연기를 선보이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왔습니다. 이번 <성난 사람들>로 에미상의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한국계 배우로서의 입지를 넓힌것 뿐만 아니라 글로벌 영화계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는데요.
세계의 주목을 받는 한국의 문화, 오늘의 씨네뉴스 시작합니다.
<내부자들> 할리우드 영화 리메이크
<서울의 봄>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가 <내부자들> 할리우드 리메이크를 직접 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제작사에서는 <내부자들> 프리퀄을 시리즈물로도 준비하고 있으며 할리우드 영화 리메이크 작업과 OTT
시리즈물 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라 했습니다.
최민식 주연 <파묘> 베를린영화제 간다
최민식 주연 영화 <파묘>가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됐습니다. 동일한 포럼 섹션 선정작 부문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김태용 감독의 <만추> 김지운 감독의 <장효, 홍련>등이 초청된 적이 있으며 <파묘>는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그리고 무속인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습니다.
<성난 사람들> 에미상 8관왕
한국계 연출가, 한국계 배우, 한국계 제작진이 뭉쳐 만든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성난 사람들>이 에미 시상식 리미티드 시리즈에서 11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 감독, 각본, 남우주연, 편집, 의상, 캐스팅상을 받았습니다. 한국계 한국인 연출가가 만든 작품이 에미에서 작품과 각본상을 받은 건 이번이 최초였고 주연 스티븐 연이 남우주연상을, 앨리 웡이 여우주연상을 차지했습니다.
한국영화 100편이 명대사 만난다. 영상자료원 '대사극장' 전시
한국영상자료원에서 16일부터 오는 5월 18일까지 ‘대사극장-한국 영화를 만든 위대한 대사들’을 연다고 밝혔습니다. 1950~2020년대 제작된 한국 영화 속 대사를 통해 약 80년간의 한국영화사를 조명하는 전시로 100편의 한국 영화 속 대사를 아름다운 영상으로 풀어낸 ‘대사극장’을 선보인다고 합니다.
<서울의 봄> 역대 한국 영화 7위 등극
<서울의 봄>이 역대 한국영화 흥행 TOP7위에 올라섰습니다. 역대 전체 박스오피스에는 <7번방의 선물> <알라딘> <암살>을 뛰어넘으며 10위에 등극했습니다. 개봉 9주차에도 후발주자로 개봉한 <노량>을 제치며 흥행 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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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 다시 돌아올 필요가 있었을까?
매트릭스 시리즈의 4편인 매트릭스 리저렉션이 개봉했습니다.
마지막 3편이 나오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만들어지게 된건데요.
거의 완벽히 이야기의 결말이 지어진 시리즈에 더 할말이 있었을까요?
센세이셔널한 액션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과거 시리즈의 영광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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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rix Resurrection, the fourth part of the Matrix series, has been released.
After a long time, the last three films were released, and it was made again.
Was there anything else to say about the series that almost perfectly ended the story?
Can we continue the glory of the past series, where sensational action scenes were impressive?
Please check out the video for detailed re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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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18] 아동학대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
영화 고백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아동학대를 다루도 있는 영화여서 어둡고 슬픈 영화인데요.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사회 제도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면서
주변의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긎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도 알려주는 영화입니다.
박하선 배우의 연기와 하윤경 배우의 연기가 좋아요.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영화여서 많은 분들이 불편하겠지만 꼭 보면 좋을 것 같아요,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참고 하세요.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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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포돌스크에서 온 남자> 예고편
니콜라이는 암스테르담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는 포돌스크에 살고 있으며, 음악적 성공을 꿈꾸고 있지만 현실은 지역 신문사의 말단직원일 뿐이다.
갑자기 모스크바의 경찰이 그를 체포하고,
니콜라이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놀이기구에 탄 것 같다.
정말 니콜라이는 경찰서에 있는 것일까?
견장을 차고 있는 이 까다로운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리고 어떻게 니콜라이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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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 메인 예고편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기예르모델토로 감독이 선사하는 숨을 조이는 매혹적인 범죄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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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2
마블 스튜디오가 총 5시간 30분에 걸쳐 <어벤져스: 둠스데이>의 출연진을 발표하는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해 큰 화제를 모은 가운데,
<엑스맨> 시리즈의 원년 멤버들이 대거 출연 예정인 점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패트릭 스튜어트의 ‘프로페서 X’, 이안 맥켈런의 ‘매그니토’를 포함하여 레베카 로미즌(’미스틱’), 제임스 마스던(’사이크롭스’),
앨런 커밍(’나이트크롤러’), 캘시 그래머(’비스트’) 등이 캐스팅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새롭게 리부트된 <판타스틱 4>의 바네사 커비(수 스톰), 에본 모스-바크락(더 씽), 조셉 퀸(조니 스톰)과
크리스 햄스워스(토르), 시무 리우(샹치), 톰 히들스턴(로키) 등 총 27명의 출연진을 공개했습니다.
<어벤져스: 둠스데이>는 이전 <어벤져스> 시리즈를 만든 루소 형제가 연출을 맡을 예정입니다.
덴젤 워싱턴, <오셀로> 영화화 주연 확정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오셀로>가 영화화될 예정이며, 공연과 동일하게 덴젤 워싱턴이 ‘오셀로’를 연기할 것이라고
연출을 맡은 케니 리온 감독이 밝혔습니다. 덴젤 워싱턴과 함께 케니 리온 감독이 영화의 연출도 맡을 예정이지만,
공연에서 ‘이아고’를 연기한 제이크 질렌할이 동일하게 출연할지는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오셀로>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며, 약 40년 만에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었습니다.이나영&정은채, 드라마 <아너>에서 만난다
*기사 출처: 일간스포츠
배우 이나영과 정은채가 드라마 <아너> 출연 소식을 알렸습니다.
동명의 스웨덴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아너>는 거대한 스캔들이 되어 돌아온 과거와 맞서는 세 변호사의 워맨스를 그리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로 알려졌습니다. 극 중 이나영은 뛰어난 언변과 외모로 대중을 사로잡는 변호사 ‘윤라영’을,
정은채는 위엄과 카리스마를 지녔으며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로펌 대표 ‘강신재’를 연기할 예정입니다.
<아너>는 현재 이나영, 정은채 외의 여성 주연을 포함한 추가 캐스팅을 완료한 후,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며 공개 채널 및 플랫폼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니 드비토 <장미의 전쟁> 리메이크 예정
1989년에 제작된 대니 드비토 감독의 <장미의 전쟁>이 새롭게 돌아올 예정입니다.
결혼 생활이 파탄 난 부부가 서로를 끝장내려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장미의 전쟁>의 새로운 메가폰은<트럼보>, <밤쉘>을 연출한 제이 로치가 잡았으며, 마이클 더글라스, 캐슬린 터너의 복수심에 불타는 부부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올리비아 콜먼이 연기할 예정입니다.
외에도 앤디 샘버그, 케이트 맥키넌이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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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잃어버린 인연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안녕, 혹시 나 기억해?"
얼마 전 인스타그램으로 DM을 받았다.
기억이 안 날 리가 없다. 우리는 쉬는 시간이면 매점도 함께 가고, 체육 시간이면 함께 배드민턴 짝꿍을 할 정도로 친한 사이였으니까. 당시 우리는 둘 다 싸이월드와 페이스북을 잘 하지 않았던 탓에, 고등학교를 각자 다른 곳으로 가게 되면서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다.
그녀와 내가 친했던 기간은 딱 1년.
그리고 연락을 하지 않았던 그 이후의 시간은 20년.
나는 잃어버렸던 친구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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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초 앞, 1초 뒤, 2024>는 대만 영화 <마이 미씽 발렌타인, 2021>을 리메이크한 일본 작품으로, 다른 사람보다 1초 빠르게 살아가고 있는 하지메(오카다 마사키)와 남들보다 1초 느린 레이카(키요하라 카야)가 함께 보내게 되는 하루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남들과 속도가 다를 때
하지메(오카다 마사키)는 남들보다 빠른 템포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사진을 찍히기 1초 전에 웃고, 달리기 출발 신호를 외치기 1초 전에 출발하며, 알람이 울리기 1초 전에 일어난다. 연애를 할 때에도 상당히 빠른 템포로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여자 친구를 사랑한다며 라디오에 사연을 제보하기도 하고, 그녀가 돈이 필요하다고 하자 덜컥 돈을 빌려주려고까지 한다.
반면에 레이카(키요하라 카야)는 1초 느린 삶을 살고 있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만 피사체가 움직이고 난 후에야 셔터를 누르고, 남들이 묻는 질문에 항상 조금씩 늦게 대답하며, 시험 문제지 뒷장은 풀지도 못한다.
하지메를 보면 왜 이렇게 급한가 싶고, 레이카를 보고 있자면 느려서 답답함이 올라온다. 모든 사람이 속도를 맞추면서 살아가지는 않는데도, 모두가 공유하는 일상의 템포란 그 자체로 존재한다. 가끔 그 속도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말이 정말 빠르다던가 혹은 행동이 정말 느리다던가.
물론 물리적인 속도 이외에 사회적인 템포도 존재한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나이에 따른 정상 속도라는 것이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다. 20살이 되면 대학을 가고, 20대 중반에는 취업을 하고, 30대에는 결혼을 하고, 뭐 그런 것들. 그런 속도가 빠르거나, 느리다면 남들보다는 사회생활의 난이도가 올라간다고 볼 수 있다. 이 영화의 원작이 대만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런 사회적인 속도를 맞추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2. 마이 미씽 발렌타인
<1초 앞, 1초 뒤>는 상당히 로컬라이징이 잘 되어있다. 대만 원작 <마이 미씽 발렌타인>과의 차이점을 꼽자면 가장 먼저 주인공 남녀의 성별 반전이 되었다는 것인데, 이 하나만으로도 두 가지 영화를 모두 볼만한 가치가 생긴다. 다른 영화들도 리메이크를 한다면 성별 반전을 해주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원작에 없던 버스 기사와 동생 커플 캐릭터가 추가되었고, 썸을 타는 상대 캐릭터도 살짝 변형되었다. 개인적으로 <1초 앞, 1초 뒤>에서 가수 지망생으로 나온 사쿠라코(후쿠무로 리온)의 목소리와 노래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빠져들었다.
원작에서는 주인공이 잃어버린 하루가 발렌타인 데이였다는 설정이지만, <1초 앞, 1초 뒤>에서는 지역 축젯날로 바뀌었다. 영화의 배경은 '천년의 도시'라고 불리는 교토인데, 지역적인 특성을 살리면서 판타지 장르와도 더욱 어울리기도 한다. 전통이 깊은 도시의 지역 축젯날에는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영화는 화자를 바꾸어서 동일한 이야기를 두 번 전개하는데, 화자의 시점에 따라 동일한 장소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다. 한 템포 빠른 하지메는 로맨틱한 하루를 보내지만, 한 템포 느린 레이카가 지켜본 하지메의 하루는 그냥 사기꾼에게 돈을 뜯기는 과정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1초 만에 지나버린 하지메의 하루와는 달리 레이카는 24시간을 알차게 보내게 되는데, 이 부분은 사실 원작보다는 살짝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원작에서는 조금 더 추억을 찾아가는 아련한 느낌이 강했다면, <1초 앞, 1초 뒤>에서는 저렇게까지? 싶을 정도로 레이카의 고군분투가 조금은 소름 끼치게 느껴지기도 한다. 로맨스 영화라는 점을 계속 상기하면서 봐야한다.
#3. 궤도 이탈자
개인적으로는 가출했던 하지메의 아버지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하지메의 아버지는 레이카와 비슷하게 남들보다 느린 속도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국수에 넣을 생강을 사러 간다고 나가서는 집에 돌아오지 않은 실종자다.
그는 자신의 속도로는 세상을 따라갈 수 없기에, 자신만의 템포로 살아가기 위해서 집을 떠났다고 고백한다. 앞에 언급했듯 이 영화는 사회적인 속도에 관한 이야기를 깔고 있는데, 그는 사회 궤도 밖으로 아예 벗어나 버리는 것을 선택한 사람을 의미한다.
정속으로 살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삶은 녹록치가 않다. 나는 가만히 있어도 다른 사람들은 저 앞에 나가 있고, 나는 이제야 마음먹었고 시작하는 일을 다른 사람들은 수월하고 능숙하게 해내기만 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답답해하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결국 궤도를 이탈하는 선택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이들에게 영화 <1초 앞, 1초 뒤>는 물리적인 하루를 선물한다.
만약 시간이 나를 위해 잠시 멈춰준다면, 다른 사람과 발을 맞춰서 갈 수 있을까?
#4. 잃어버린 인연을 다시 찾는다면
레이카는 멈춘 하루 동안 하지메를 추억의 장소로 데리고 간다. 함께 사진을 찍고, 못 봤던 얼굴을 실컷 마주보기도 한다. 왜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조금 의문이 드는 부분이지만, 항상 그보다 두 발짝 느린 그녀는 그와 보내고 싶었던 시간을 마음껏 보내고 즐거운 얼굴이다.
하지메는 사라진 하루의 행방을 쫓다가 결국 그녀가 누군지 알아낸다. 그녀는 그를 잊은 적 없다. 어릴 적 자신을 살게 해주었던 친구에게 계속해서 편지를 보내고 있었고, 그가 일하는 우체국에 가서 매일 우표를 사서 자신을 잊은 그에게 편지를 부친다.
하지메는 약속을 잊어버리는 것도 빨랐고, 레이카는 약속을 잊기에도 너무 느릴 뿐이다. 하루를 잃어버린 대가로 하지메는 잃어버린지도 몰랐던 인연을 다시 찾게 된다. 하지메는 빠르게 레이카를 만날 수 있는 지점으로 전근하고, 사고를 당했던 레이카는 한발 늦게 우표를 사러 온다. 다른 속도로 살아가도 기억은 그 자리에 모두 남아있었고, 두 사람이 다시 만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인연을 잃어버린다. 시절 인연이라고, 스쳐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을 내 속도로 잡아놓을 수는 없기 마련이다. 마음이 남아 있다면 그 인연을 찾을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영화는 긍정적으로 대답한다. 결국 속도보다 마음과 방향성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5. 생강을 넣을까 말까
하지메는 엄마와 국수를 먹다가 아버지가 사러 나갔던 생강 이야기를 나눈다. 국수에는 생강을 넣으면 전체의 맛이 변해버린다고, 넣지 않는 편이 낫다는 이야기.
그런데도 하지메의 아버지는 멈춘 하루를 이용해 집에 들러서 아내의 손에 생강을 쥐여준다. 하지메에게는 아이스크림을 사다 주겠다고 했기에, 레이카에게 100엔을 남긴다. 매우 늦었지만 나름 이전 가족들에게 남기는 마무리 인사다.
어떤 사소한 것들은 우리 삶 전체를 흔들어버리곤 한다.
생강, 깁스 위의 낙서, 그리고 사진 한 장처럼.
*본 리뷰는 씨네랩의 크리에이터 시사회에 참석하여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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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들어가는 영화의 운명에 대한 거장의 사색
〈벌집의 정령〉, 〈클로즈 유어 아이즈〉
〈벌집의 정령〉(1973)에서도, 〈클로즈 유어 아이즈〉(2024)에서도 주인공은 눈을 감는다. 과거, 꿈, 기억에 조용히 침잠한 무언가를 환기해 현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벌집의 정령〉에서 어린 소녀 아나는 영화에서 본 프랑켄슈타인을 만나고 싶어 하고, 그런 아나에게 언니는 눈을 감고 정령을 부르면 그의 유령과 대화할 수 있다고 언질한다. 아나가 발 디딘 시공간은 파시스트이자 쿠데타 세력의 수괴인 프랑코가 좌파, 공화파, 아나키스트의 연합 정부를 무너뜨리고 승리를 거둔 스페인의 어느 시골 마을이다. 독버섯을 짓밟고 질서정연한 벌집의 세계에 몰입하는 아버지, 즉 프랑코의 분신이 곳곳에서 힘을 갖고 군림하는 세계인 것이다. 그러나 아나는 가족의 눈을 피해 계속 괴물 프랑켄슈타인과의 교감을 시도하고 마침내 반反프랑코 세력 군인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에게서 괴물의 정령을 읽어낸다. 그러나 파시스트의 세계에서 ‘괴물’과의 교감은 ‘반역’이다. 아버지는 신속하게 아나를 원래 세계로 되돌려놓고, 의사는 시간이 지나면 아나가 그 충격적인 경험을 잊을 것이라고 ‘안심’시킨다. 이렇게 〈벌집의 정령〉은 영화가 열어젖힌 가능성을 프랑코 치하 스페인의 암울한 현실에서 꽃피워내는 동시에, 일상에 녹아든 파시즘으로 그 가능성이 어떻게 폐제되는지를 보인다.
〈벌집의 정령〉
구체적인 시공간은 바뀌었지만 〈클로즈 유어 아이즈〉에서도 ‘눈’을 매개로 한 영화적 각성은 반복된다. 영화감독이자 작가인 미겔은 과거 자신의 영화 〈작별의 눈빛〉의 주연이었으나 촬영 중 실종된 훌리오를 추적해보자는 탐사 프로그램의 제안을 받는다. 실종 후 무려 22년이 지난 때였다. 실체는 사라지고 소문만 무성하게 남은 훌리오. 미겔은 결국 한 정신병원에서 자신이 가르델이라고 알고 있는 훌리오를 만난다. 여기에는 앎의 엇갈림이 있다. 미겔은 지난 22년 동안 가르델로 살아온 훌리오의 삶을 알지 못한다. 함께 보낸 가르델 이전의 시간만 기억한다. 반면 병원 관계자들은 가르델이 훌리오로 살던 시절을 알지 못한다. 자신들과 함께한 시간만 안다. 이 엇갈림에서 미겔은 과거 훌리오가 출연한 영화를 함께 봄으로써 잠든 훌리오의 영혼을 깨우고자 한다. 아나가 눈을 감고 ‘괴물’의 정령에 접속했듯 영화를 본 훌리오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영화는 그 감긴 눈 안에서 훌리오/가르델의 엇갈림이 해소될 것임을 암시한다.
〈클로즈 유어 아이즈〉
스페인의 빅토르 에리세는 국제적 거장으로 인정받는 영화감독이지만 1973년 〈벌집의 정령〉으로 데뷔한 이후 지금껏 단 네 편의 장편만 만들었다. 영화 한 편 한 편에 어마어마한 공력을 넣는 감독인 것이다. 데뷔작의 메타포(눈을 감는 행위와 영화로 가능해지는 것들)를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주창한다는 점, 그리고 그 마테포가 유전히 유효하고 감동적이라는 점에서는 예술가로서 그의 재능과 의지, 역량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사이 영화의 위상은 변했다. 아나에게 그러했듯, 영화는 수많은 사람에게 감각과 상상력의 확장을 선물하며 분출하는 용암처럼 성장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포화의 지점을 맞이했다. 현재 영화는 동시대 콘텐츠 플랫폼의 문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웃 장르와 극심한 경계 갈등을 겪는 중이다. 영화만이 줄 수 있는 매력, 즉 ‘영화적 순간’에 대한 예찬은 소수의 마니아에게만 고착되고 있는 듯도 하다.
영화를 사랑하는 빅토르 에리세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그의 영화에서 동시대 영화의 위기를 읽어내기는 어렵지 않다. 〈벌집의 정령〉에서 마을 아이들은 영화 필름을 실은 트럭을 격하게 반긴다. 오늘은 무슨 영화를 틀어줄 거냐며 들뜬 목소리로 물으면, 영화관 관리자는 지금껏 본 적 없는 대단한 영화를 상영할 예정이라며 으스댄다. 수용자와 공급자 모두 영화라는 단어에 지극한 설렘을 느끼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러나 〈클로즈 유어 아이즈〉에서는 상황이 바뀌었다. 미겔은 〈작별의 눈빛〉을 완성하지 못했다. 훌리오의 기억을 찾기 위해 영화를 상영하는 장소는 폐업한 극장이다. 그러니까, 미지의 무언가와 조우해 자기 삶과 감정, 기억을 증폭시켜 세계를 확장하는 수단으로서의 영화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사람들이 영화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미겔처럼 특별한 목적을 갖고 문을 닫은 극장 주인을 설득해 먼지 쌓인 상영관을 찾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물론 여기서 ‘영화’는 빅토르 에리세의 영화, 즉 눈을 감으면 다른 차원의 세계가 열리는 통로로서의 영화다. ‘영화의 위기’에 누군가는 여전히 수많은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가 있다고 항변하겠지만, 그런 영화는 빅토르 에리세에게 영화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동시대 영화의 음울한 현실과 공명한다. 이 영화가 〈벌집의 정령〉 때 영화가 가졌던 위상을 그리워하는 향수로 은밀히 채워져 있는 이유일 것이다. 아나와 ‘괴물’의 교감이 꺾이고 마는 〈벌집의 정령〉이 슬프면서도 묘한 희망을 전하는 데 반해, 결국 훌리오가 기억을 찾을 듯 보이는 〈클로즈 유어 아이즈〉가 기쁘면서도 어딘가 우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50년의 세월을 거슬러 ‘눈’이라는 통로로 영화의 가능성을 모색한 두 영화는 1970년대에는 희망적인 감동을, 2020년대에는 지나가 버린 영화의 전성기에 대한 아릿함을 선사한다. 그래서다. 내게 〈클로즈 유어 아이즈〉가 시들어가는 영화의 운명에 대한 거장의 사색처럼 보인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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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그 문을 열지 마시오
출처 : 부산국제영화제
제목 : <오픈 더 도어>
감독 : 장항준
출연 : 서영주, 이순원
프로그램 노트
: <오픈 더 도어>는 어느 밤 술에 취한 두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미국 뉴저지, 치훈(서영주)은 매형인 문석(이순원)과 함께 술을 마신다. 과거를 추억하던 두 사람은 애써 외면했던 불행까지도 길어 내게 되고, 감정이 격해진 문석에 의해 숨겨져 있던 비밀이 밝혀진다. 장항준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오픈 더 도어>는 과거를 되짚어가며 숨겨진 사연을 조금씩 풀어놓는 미스터리 형식을 취한다. 숨겨진 그날의 진실보다 중요한 건 그에 이르는 과정이다. 4개의 챕터로 이뤄진 영화는 인물들이 불안과 의심으로 무너져 가는 모습을 조금씩 증폭시켜 나간다. 한정된 공간과 제한된 인물, 긴 호흡의 카메라를 활용해 밀도 높은 긴장감을 쌓아나가는 솜씨가 놀랍다. (송경원)
다섯 개의 섹션
영화는 총 다섯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진다. 그마저도 시간의 흐름이 아닌, 섹션이 뒤로 갈수록 과거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 영화의 특이점은 영화의 제목부터 말해주듯 섹션의 시작마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사실 이와 같은 사실을 자각하기까지는 네번째 섹션이 되서야 깨달았다. 문을 여는 행동은 '어떠한 선택'을 의미한다.
첫 시퀀스는 미국 뉴저지, 치훈이 매형인 문석의 집에 문을 열고 들어가며 시작된다. 둘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술에 취하니 그들이 꺼내서는 안될 이야기를 꺼낸다. 바로 '치훈'의 엄마이자 문석의 장모님의 살인 사건. 대화로 짐작해보면 그녀는 세탁소를 운영 중, 강도에 의해 살해당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감정은 격해지고. 결국 문석이 숨겨진 비밀을 뱉어낸다. (첫번째 시퀀스 끝.)
출처 : 부산국제영화제
긴 카메라 호흡 그리고 사운드의 매력
사실 공포 영화, 스릴러 영화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1위가 스토리 그리고 그 다음이 사운드라고 생각한다. 공포 영화 혹은 스릴러 영화는 귀를 막고보면 하나도 안 무섭다는 말이 딱 그 말이다. 그런 관점에서 <오픈 더 도어>는 고전적일 수도 있는 사운드로 그 긴장감을 살린다. 실제로 옆자리 관객분은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귀를 막고 있었다. 나름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긴 카메라 호흡의 지루함을 사운드로 채워준 듯 했다.
영화 <오픈 더 도어>는 긴 카메라 호흡 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다. 첫 시퀀스부터 컷 전환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호흡이 길다. 스릴러 영화에서는 관객들의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 컷 전환하기 바쁜데 이 영화는 다르다. 치훈과 문석이 대화하는 장면에서 컷 전환이 거의 없었다.
영화를 관람할 당시에는 왜 호흡이 길지?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그렇기에 궁금증을 유발하였고 결과적으론 난 그 둘의 대화에 깊게 집중했다.
출처 : 부산국제영화제
길어진 호흡에는 연기력이 필요하다
상기 문단에서 언급했듯이, 영화 자체의 호흡이 길다. 그 말은 배우들의 엄청난 연기력이 필요하다. 영화에는 불안 그리고 의심, 균열,그리고 배신 등의 감정이 담겨있다. 조금이라도 비어보이면 무너져버리는 스토리. 그럼에도 <오픈 더 도어> 배우들은 깊은 연기력으로 그 틈을 꽉 채워주었다. 장르가 '스릴러'인데 배우들 모두 연기가 '스릴러'스럽다. 사실 영화를 선택한 이유에는 장항준 감독만을 보고 선택하는 바람에 배우들은 사전에 찾아보지 않았는데 기존에 조연으로 많이 보았던 배우들이기에 연기력이 보장된 것 같다.
씨네랩 에디터 R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