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5-01-26 09:51:40
검은 수녀들 | 길 잃은 오컬트와 빛바랜 여성 서사
<검은 수녀들> 리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고등학생 ‘희준’(문우진)은 자살을 시도했다. 자신에게 숨어든 악령을 내쫓기 위해. 하지만 악령은 좀처럼 희준의 몸에서 빠져나오지 않고, 구마를 시도하던 장미십자회 소속 '안드레아 신부'(허준호)도 악령의 힘을 당해내지 못한다. 이 광경을 목격한 ‘유니아 수녀'(송혜교)는 이 악령이 12 형상 중 하나라고 확신하고, 구마 사제가 없더라도 구마 의식을 이어가기로 결심한다. 그렇지 않으면 희준은 곧 죽을 테니까.
하지만 희준의 담당의 ‘바오로 신부'(이진욱)는 구마의식을 의심하며 정신과 치료만으로도 차도가 있다며 유니아의 계획에 협조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그녀는 바오로 신부의 제자인 ‘미카엘라 수녀'(전여빈)가 자기처럼 악령을 느낄 수 있다는 비밀을 눈치채고, 그녀에게 막무가내로 도움을 요청한다. 미카엘라는 자기 과거를 희준에게 투영하며 유니아를 돕기로 결정하고, 두 수녀는 수단을 가리지 않고 구마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또 실패한 한국 영화 속편
한국 영화의 속편 제작 소식은 그렇게까지 기대받는 뉴스가 아니다. 상업적으로도, 비평적으로도 호평받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해적 2>, <국가대표 2>, <강철비 2>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던 작품들의 속편만 보더라도 '형만 한 아우 없다'라는 속담이 유효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나마 <신과 함께>, <범죄도시> 시리즈처럼 애초에 시리즈물로 기획되는 경우가 예외일 뿐이다.
전편의 성공을 이어받지 못한 속편들은 공통점이 있다. 제목 외에 연속성이 없다. 이름만 같을 뿐, 배우부터 캐릭터와 감독까지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다 보니 시리즈만의 장점보다는 단점만 부각된다. 시리즈 특유의 매력을 기대하는 관객이 오히려 실망할 가능성도 커진다. 음식점으로 치면 프랜차이즈 식당인데 지점마다 메뉴도 레시피도 다른 것과 유사한 상황이다.
<검은 수녀들>도 염려가 컸다. <검은 사제들>과 세계관은 같지만 감독, 배우, 캐릭터가 달라졌으니까. 특히 장재현 감독의 부재가 걱정이었다. 아무나 오컬트의 장르적 쾌감과 대중성을 조화시키지는 못하기 때문. 안타깝게도 <검은 수녀들>은 우려를 불식하지 못했다. '여성 오컬트'를 표방했지만, 오컬트를 살리지 못한 나머지 여성 서사만의 매력을 놓쳤다. 그 결과 <검은 수녀들>은 세계관을 확장하는 도구로만 소모되고 말았다.
가톨릭과 여성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검은 수녀들> 속 여성 서사는 예상된 수순이다. 그런데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이 일반적이지 않아서 꽤 흥미롭다. 여성과 종교의 관계성을 깊이 파고들기 때문. 역사적으로 가톨릭 교회는 여성의 영성을 이중적으로 대했다. 성모 마리아 공경 교리나 성모 발현 기적 사례는 교회 내에서 강력한 종교적 상징으로 기능한 여성의 영성을 보여준다.
그와 동시에 여성의 영성은 상징성이 큰 만큼 경계의 대상이었다. 교회 제도 내에서 수녀로서 영성을 발현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교회와 사제의 권위를 위협할 수 있다고 여길 정도였다. 이는 중세 시기에 교회가 민간 신앙 혹은 신과의 직접적인 교감을 추구하는 신비주의 전통을 부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가톨릭 교회의 권위와 권력이 약화되자 굳이 '마녀'를 외부의 적으로 상정한 역사 역시 여성의 영성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방증한다.
<검은 수녀들>은 이러한 가톨릭과 여성의 관계에 주목했다. <검은 사제들>이 정통성 있는 구마의식을 다뤘다면, <검은 수녀들>은 그 이면에 존재한 비정통성을 다룬 셈이다. 영화 곳곳에 그 의도가 녹아 있다. 중세 시기라면 마녀로 몰렸을 정도로 특별한 영성을 두 주인공이 소유한 설정이 대표적이다. 바오로 신부와 같은 일반 사제들이 구마의식의 효용성을 부정하거나 수녀의 구마의식을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장면도 같은 맥락이다.
무속도, 타로도, 자궁 타령도 억지는 아닌 이유
그렇기에 자칫 뜬금없을 설정도 <검은 수녀들>에서는 마냥 작위적이지 않다. 여성의 영성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무당이 등장하고, 굿으로써 악령을 쫓아내려 하고, 수녀가 타로 점을 보는 전개도 나름 설득력이 있다. 정통 제도 종교의 영역의 밖에서 이어져온 여성의 여성을 한국이라는 공간적 맥락 안에서는 무당과 무속 신앙이 상징하기 때문이다.
악령의 존재를 남들과 다른 청각과 시각으로써 인지할 수 있는 두 수녀의 특별한 능력도 좋게 말하면 영성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미친 것이고, 한국적으로 표현하면 신내림을 받은 셈이다. 미카엘라가 타로 점을 볼 줄 아는 것 또한 제도 종교 외부에서 생명력을 유지한 종교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더 나아가 서로 다른 종교적 전통 간의 접점을 보여주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구마 방식도 마찬가지다. 악령은 유니아를 창녀라고 모욕하면서 자궁을 영영 못 쓰게 만들겠다고 위협하고, 그녀는 실제로 자궁암을 앓는다. 하지만 그녀는 악령을 자궁에 가둔 뒤에 파괴하면서 그의 말을 고스란히 되돌려준다. 마녀가 악마와 성교를 하고, 악마의 아이를 낳는다는 중세 시대의 소문과 전승을 뒤집은 이 전개 역시 제도 밖에서 유지된 여성의 영성이라는 주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 나아가 극 중 구마 의식도 이중적인 의미를 지니는 듯하다. 두 수녀는 구마의식을 같이 진행하면서 신뢰를 쌓기 전까지는 세례명이 아닌 본래 이름을 알려주지 않는다. 악마의 이름을 알아내는 게 구마의식의 핵심인 것을 고려하면 이는 의미심장하다. 두 수녀가 스스로를 가톨릭 교회 속하지 않는 괴물, 마녀, 악마로 여겼음을 암시하니까. 즉, 유니아와 미카엘라는 악령 들린 학생뿐만 아니라 본인 스스로도 구마하고 치유한 셈이다.

오컬트 없는 여성 오컬트
이처럼 종교사 이면에 숨은 여성의 영성을 중점적으로 묘사했기에 <검은 수녀들>의 스토리텔링은 흥미롭다. 문제는 차별화된 주제 의식과 소재가 부각되지 않는다는 것. 이유는 명확하다. 여성 오컬트를 표방하지만, 정작 오컬트가 없다. 드라마에만 힘을 준 나머지 오컬트 영화라는 사실을 망각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 대가로 종교적 맥락과 깊이 연관된 서사도 덩달아 힘을 잃는다.
우선 오컬트 분위기를 조성할 디테일이 부족하다. <검은 사제들>은 치밀했다. 의식의 순서마다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일례로 구마 사제는 여성의 분비물을 몸에 뿌린다. 본래 수컷이라서 남자 육신을 취하려는 악령에게 성별을 들키지 않으려고. 그에 반해 <검은 수녀들>에서는 두 수녀가 하는 행동, 외우는 기도문, 준비한 성물 등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구마 예식은 지나치게 가상적으로 느껴진다.
디테일이 없다 보니 구마의식도 비슷하게 반복된다. 누가 됐든 악마를 못 이길 것 같으면 성수를 잔뜩 쏟아부은 후에 예식을 다시 시작하는 식이다. <파묘>에서 '이화림'(김고은)이 여러 형태의 굿을 보여줬던 것과 비교하면 오컬트 특유의 재미가 현저히 부족하다. 악령의 권능도 비교적 단순하게 묘사된다. 주변 사물로 구마자를 해하거나 겁 주고, 구마의식을 방해하기 위해 쥐를 풀어서 도로를 엉망으로 만드는 정도다.
구마의식은 스토리텔링을 이끌지도 못한다. <검은 사제들>의 구마의식은 관객의 감정선을 건드렸다. 악령은 여동생과 관련된 '최준호 아가토'(강동원)의 트라우마를 악용했고, 그는 간신히 악령을 이겨냈다. <검은 수녀들>은 다르다. 미카엘라는 자기처럼 영성을 지닌 친구가 자살한 현장을 목격한 트라우마에 시달리지만, 악령은 이를 이용하지 않는다. 유니아 역시 별다른 약점이 없다 보니 구마의식은 단순한 볼거리로 소비된다.

스스로 맥을 끊다
그 결과 종교적 맥락 내에서 전개돼야 할 여성 서사는 부자연스럽고, 오독될 소지도 크다. 사제들이 수녀라는 이유로 유니아를 억압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본래 의도대로라면 종교 내에서 여성의 영성이 경계받는 미묘한 긴장감이 전해져야 한다. 그러나 오컬트 분위기가 약하다 보니 이 장면은 여성 차별적 구도 안에서 여성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평면적이고 편의적인 연출처럼 느껴진다.
드라마의 잠재력을 스스로 제약하는 결과도 초래했다. <검은 수녀들>은 바오로 신부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었다. 희준이 겪는 일련의 현상이 악령에 의한 것인지, 단순한 정신병인지 유니아도 확신하지 못하는 식으로 초중반부를 연출할 수 있었다. 이 경우 바오로 신부와 유니아의 갈등은 일차원적 남녀 대립 구도를 넘어서서 정통성과 비정통성의 충돌이라는 종교적 맥락을 입체화하고 강조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는 바오로 신부와 유니아가 결국 협력하게 되는 전개를 더 극적으로 꾸미고, 원칙주의자인 바오로 신부의 매력도 극대화할 수 있었다. <검은 사제들>과는 다른 과점에서 구마의식을 조명하며 세계관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가능성이 무위에 그친다. 그 결과 <검은 수녀들>의 결과물은 지나치게 <검은 사제들>을 의식한, 전작 주인공의 성별만 뒤바꾼 열화판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기술적 완성도 때문에 아쉬움은 더 크다. 초반부와 후반부에 왕왕 등장하는 부자연스러운 컷 전환은 오컬트 특유의 미스터리한 분위기와 긴장감 조성을 방해한다. 한국 영화의 고질병인 음향 문제도 재발했다. 구마의식 중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대사 내용이 들리지 않을 정도다. 배우들도 빈 공간을 채우지 못한다. 희준을 연기한 문우진을 제외한 다른 배우들은 수녀복, 사제복을 입은 채로 이전 캐릭터를 되풀이하는 듯하다.

세계관은 커졌지만
결국 <검은 수녀들>은 한 가지 미덕만 남긴다. 바로 <검은 사제들>의 세계관을 확장했다는 것. 성공한 작품의 외피만 빌려 쓰는 대신 두 작품을 엮어 본격적으로 세계관을 구축하려는 야심이 영화 곳곳에서 드러난다. 장미십자회의 존재와 역할을 더 부각하고, 12 형상이라는 설정을 구체화하면서 속편의 토대를 다진다. 이러한 맥락에서는 최준호 아가토의 재등장도 단순한 팬서비스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다만 이 또한 일장일단이 있다. <검은 수녀들>은 <검은 사제들> 세계관을 위한 발판, 그 이상 그 이하의 인상을 주지 못한다. 마치 <아이언맨> 이후 <어벤져스> 개봉 전까지 <아이언맨 2>, <토르: 천둥의 신>, <퍼스트 어벤져>를 공개한 MCU를 보는 듯한 인상이다. 만약 속편이 나오더라도 유니아의 빈자리가 그리 커 보이지 않다는 점, 그리고 최준호와 미카엘라의 향후 활약상이 그다지 기대되지 않는다는 점이 그 방증이다.

Poor 형편없음
방향은 맞았으나 길을 잘못 들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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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체 | 인류를 포기하느냐 믿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입자 가속기 연구를 진행하던 물리학자 '베라 예'(베데트 림). 어느 날, 그녀는 입자 가속기에 투신하는 방식으로 자살한다. 행성방위이사회 요원 '클래런스'(베네딕트 웡)은 그녀의 죽음이 과학자 연쇄 자살 사건의 일부라는 사실을 눈치채고, 그녀의 주변인을 조사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베라의 어머니 '예원제'(로잘린드 차오)와 그녀의 친부 '마이크 에반스'(조너선 프라이스)에게서 의문스러운 점을 찾아내고, 그들을 추적한다.
한편 그녀의 제자이자 동료인 '사울'(조반 아데포)은 베라의 죽음에 의문을 품는다. 천생 물리학자인 그녀가 죽기 직전 신의 존재를 믿냐고 물었기 때문. 그는 이 의심을 옥스퍼드 동문 '오기'(에이사 곤잘레스), '진 청'(제스 홍), '잭'(존 브래들리), '윌'(알렉스 샤프)에게 털어놓고, ‘옥스퍼드 5인방’은 각자의 방식으로 베라의 자살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그렇게 인류는 조금씩 '삼체'의 진실에 가까워지고, 절망에 빠진다.
인간 찬가에 반기를 들다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에서 인간의 특별함을 노래한다. 그는 인간과 별의 친연성을 말한다. 인간을 구성하는 원소는 별들의 탄생과 소멸 과정으로부터 만들어졌기 때문. 예를 들어 별이 만들어지려면 수소가 필수인데, 수소는 물의 구성 원소이자 우리 몸의 70%를 책임지는 원소다.
더 나아가 그는 인간이 별보다도 특별하다고 말한다. 우주에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 중력의 힘이나 행성의 크기, 별과 행성 간의 거리가 조금만 달라져도 지금의 인류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생명체가 등장했을 테니까. 마치 같은 재료로 요리를 한다고 해서 같은 요리가 만들어지지는 않듯이. 그렇기에 '코스모스'는 천문학 책이지만, 결론만큼은 '인간 찬가'를 부르는 인문학 서적에 가깝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삼체>는 바로 이 대목에서 '코스모스'의 대척점에 있다. 칼 세이건이 인간을 예찬했다면, <삼체>는 "과연 우주에서 인간이 그 정도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존재인가?"라고 반문한다. 물론 첫 시즌에서 완벽한 답을 내놓지는 못한다. 류츠신의 원작 소설과 전개가 달라질 수 있으니 섣불리 단정 지을 수도 없다. 다만 <삼체>가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인간 불신'이라는 이름의 초대장
당장 인류와 외계인의 접점만 보더라도 <삼체>는 '코스모스'와 결이 퍽 다르다. <삼체>의 시작은 문화대혁명이다. 수많은 지식인을 정권의 적으로 규정해 공격했던 광풍이 예원제를 덮쳤다. 물리학 교수였던 그녀 아버지는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에 반하는 빅뱅 이론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홍위병에게 맞아 죽었다. 그녀 역시 연좌제로 벌목장에서 강제 노역을 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 외계 문명과 접촉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예원제. 어느 날, 그녀는 아버지를 직접 때려죽인 홍위병을 만난다. 그에게 참회할 의지가 있는지 묻는다. 그의 답은 명확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고, 그저 정당화하고 합리화하기 바빴다. 그 모습을 보며 예원제는 뼛속 깊이 실감한다. 인간이 얼마나 추악하고, 위선적이며, 희망이 없는 존재인지. 이에 그녀는 삼체에게 초대장을 보낸다. 지구에 와서 인류를 정리해 달라고.
지극히 개인적인 비극에서 시작된 결단이지만, 드라마는 예원제의 결단을 뒷받침할 여러 근거를 보여준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매개체 삼아 과학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인류의 의식 수준을 경계한다. "인류 모두를 저버리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이냐"라는 일갈에도 불구하고 삼체 추종자들의 목소리에 나름대로 설득력이 깃든 이유다.
모범적인 변증법
질문의 의미를 확장하는 과정도 인상적이다. <삼체>는 중반부터 인간 불신이 낳은 비극을 막으려 사투를 펼치는 여러 인간을 비춘다. 그들은 각자만의 개성과 능력을 무기 삼아 삼체에게 반격을 가하려 한다. 삼체가 인류를 벌레라고 비난하자, 벌레는 때려죽이거나 살충제를 써도 끝내 살아남는다며 희망을 잃지 않는 클래런스의 정신력이 대표적이다. 이 모습은 예원제의 확신과 정반대인 인간 찬가로 가득하다.
옥스퍼드 5인방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삼체의 게임 속에서도 사람을 구하려 애쓰는 진 청은 인간의 연민을, 시한부 판정을 받고도 우주와 자연을 궁금해하는 윌은 인간의 호기심을 상징한다. 어린아이까지 몰살하는 작전에 참여해 괴로워하는 오기는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더 나아가 다섯 친구의 우정은 삼체의 계획을 파헤치고, 역공을 가할 계획을 짜내는 결정적인 원동력이 된다.
그와 동시에 <삼체>는 그 이면에 숨은 그림자도 거듭 암시한다. 삼체에 대항하는 계단 프로젝트의 책임자 '토마스'(리암 커닝햄)와 달 기지에서 우주 함선 건조 책임자로 임명된 '라지'(사머 우스마니)가 대표적이다. 그들은 외계와의 전쟁을 마주한 인류의 결연한 의지, 결단력, 책임과 희생정신을 보여주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그들 덕분에 인류는 첫 번째 위기를 탈출하는 데 성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의 장점은 인류에게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토마스와 라지는 삼체를 막기 위해 그 어떤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일도 감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들과 함께 일했다가 자리를 박차고 나온 오기는 그들을 비난한다. 수단을 가리지 않겠다는 그들의 자세가 또 다른 원자폭탄을 만들어 내고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면서. 이는 <삼체>가 인간불신과 인간찬가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를 한 층 더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는 배경이다.
질문은 미스터리로, 반박은 첩보물로
질문과 반박을 장르적 쾌감으로 포장하는 <삼체>의 능력은 수준급이다. 전반부는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다. 클래런스는 세계적인 과학자들의 연이은 자살 사건을 쫓는다. 그 과정에서 자살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된 옥스퍼드 5인방을 자연스럽게 조명한다. 그 덕분에 시청자는 그들의 시점에서 삼체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대표적인 일환이 바로 게임이다. 진 청과 잭은 세 개의 물체가 중력으로 서로를 당기며 움직일 때 그 궤도를 구해야 하는 '삼체 문제'를 풀면서 삼체인들의 역사와 목적을 알아낸다. 이 일종의 VR 게임은 원작 소설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파트지만, 자칫 흐름을 끊는다고 여겨질 여지도 있었다. 이때 <삼체>는 이 게임을 자살 사건의 단서 중 하나로 소개하면서 유기적으로 극을 이어 나간다.
장르의 전환도 흥미롭다. 추리극의 끝에서 삼체인의 목적이 드러나자 <삼체>는 곧장 전쟁 영화, 첩보 영화로 돌변한다. 삼체를 추종하는 종교 집단과의 추격전은 제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첩보 영화를, 삼체인의 침공에 맞설 작전을 고안하는 대목은 <오펜하이머> 같은 영화를 보는 듯한 인상도 준다. 파나마 운하에서 나노 섬유를 이용해 유조선을 공격하는 장면처럼 참신하고 기괴한 액션 장면 덕분에 장르적 쾌감이 특히 짙다.
첫 술에 배부르랴
물론 미처 다듬어지지 않은 순간도 적지 않다. 일단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초반 진행이 발목을 잡는다. 과거의 사연과 현재의 미스터리가 맞아 들어가는 순간은 분명 짜릿하다. 하지만 시점과 주인공이 자꾸 바뀌다 보니 그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집중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주인공이 나뉘다 보니 과거와 현실을 오가는 과정에서 감정선이 흐트러지기도 한다.
각색 과정에서의 무리수도 엿보인다. 일례로 현재 시점의 배경으로 영국을 선택한 결정은 의외다. 할리우드 영화에 중독된 결과물일 수도 있지만, 배경이 영국이라서 부자연스러운 지점이 있기 때문. 계단 프로젝트에 필요한 1,000개의 핵무기 중 300개만 구했다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미국이 배경이었다면...?'이라는 의문을 떨치기 어렵다. 주인공 5인방이 모두 옥스퍼드 대학을 다녔다는 설정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삼체>는 기대와 우려가 반반이었다. 원작의 명성이 빛, 제작자 겸 각본가 데이비드 베니오프와 D.B. 와이스는 그림자였다. 그들이 전작 <왕좌의 게임>에서 각색만 잘할 뿐 새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은 부족하다는 혹평을 받았기 때문. 다행히도 원작이 이미 완결된 <삼체> 프로젝트는 그들의 장점만 살릴 수 있는 환경이었던 듯하다. 그래서일까? <삼체>의 다음 시즌이 <왕좌의 게임>과는 다를 거라는 기대도 헛되지는 않아 보인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인간 본성을 걸고 외계 문명과 짜릿한 도박 한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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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가 생동감을 살리지만.. 밋밋한 이야기
일상을 살면서 ‘국가’의 힘을 느끼기는 어렵다. 학교를 가고, 회사에 가고, 주변의 장소에 가도 우리 눈에 보이는 건 주변의 사람들과 환경이다. 사실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조직이나 환경들은 국가의 노력이 없었다면 만들어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국가는 개인의 능력을 이용해 그런 환경을 만들어 나가고 더 많은 개인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환경을 같이 누린다. 하지만 그런 상호작용을 우리는 평상시에 느끼기는 어렵다. 그래서 국가는 우리의 일상에 늘 있지만 직접적으로 바로 느끼기는 어렵다.
어떤 순간에는 국가의 절대적인 힘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나 국민이 위기에 처했을 때 그 힘이 절실히 필요하다. 국내외에서 누군가가 다치거나 납치당하는 경우, 기본적으로 공권력이 그 일을 해결하는데 투입된다. 국내에는 경찰이 그 역할을 하지만 해외에서는 한국의 경찰이 개입하기 어렵다. 대신 현지에 있는 대사관과 외교부가 국민이 필요한 일을 대신해준다. 큰 사건사고들이 많이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해외에 있는 국민들은 의지할 수 있는 국가의 힘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국민을 구하려는 국가의 절실한 노력을 담아낸 영화 <교섭>
영화 <교섭>은 국민을 보호하려는 국가의 절실한 노력이 담겨있는 영화다. 과거 샘물교회 피랍 사건을 기본 줄기로 삼고 구체적인 내용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영화는 외교관 재호(황정민)와 국정원 요원 대식(현빈)이 피랍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영화 속 두 사람은 국가의 힘을 대신하여 교섭을 진행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처음에 다른 접근 방식으로 피랍된 사람들을 구하려고 하지만 그 차이는 조금씩 줄어든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테러 조직에게 납치된 사람들을 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탈레반은 인질 석방의 조건으로 감옥의 탈레반 몇 명을 풀어달라는 요청을 하고 현지 주둔 중인 한국군이 철수하는 것을 원한다. 한국의 외교부는 미국의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렵고 아프가니스탄의 도움을 받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인다. 온전히 한국이라는 국가의 능력으로만 진행해야 하는 교섭은 무척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돌파구를 만들어가는 건, 현지에 파견된 외교관들이다.
영화 속 재호는 꽤 유능한 외교관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처음 사건 관련 뉴스를 접하고 나서 그는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하는지 명확히 파악하고 있다. 바로 동료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지시하고 자신도 가장 시급한 일을 해 나아간다. 무엇보다 그는 영화 끝까지 인질이 석방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외교부 안에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했다. 교섭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는 당연하게도 다른 대안들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마련이다.
외교관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외교부 수장과 몇몇 인원들은 군사적인 해결책을 고려하고 실제로 시행하려 한다. 영화가 던지는 흥미로운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군사적인 해결책을 생각한 외교관과 끝까지 교섭을 해야 한다는 외교관 재호의 의견 중 누가 더 옳은 의견일까.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을 때는 무엇이든 선택하고 행동에 옮겨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떤 것이 조금 더 나은 선택이라고 말하기 무척 어렵다. 영화에서는 재호의 선택 과정을 중점적으로 보여주고 그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에 힘을 실어준다. 결과적으로 그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충분히 다른 우울한 결말로 이어질 수 있는 선택이었다.
위기를 풀어나가는 그 상황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다. 고민의 시간을 최대한으로 단축하고 무언가 결정하여 행동해야 한다. 돌아가는 상황의 급박함과 순간적으로 변화되는 상황은 결정을 망설이게 한다. 하지만 결국 선택을 해야 한다. 모든 순간에서 가장 나쁜 건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영화 속 재호는 대식과 함께 중요한 결정을 빠르게 해 간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잘못된 결과는 영화적으로 활용되어 작은 반전을 만들어낸다. 중요한 건 그 두 사람을 비롯한 외교부가, 국가가 그 위험한 줄타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화는 2004년 실제로 있었던 샘물교회 피랍사건의 교섭과정을 모티브 삼아 중간의 작은 사건들을 채우면서 변주해 간다. 피랍된 인원들이 풀려나는 과정은 다소 축소되었지만 실제 사건의 분위기나 과정을 그래도 사실적으로 담으려 노력했다. 무엇보다 외교관들의 노력과 긴장감을 담아내려 했던 것 같다.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에 외교부와 외교관들의 대화를 담는다는 측면에서 이 이야기는 국가의 대리인으로서 외교관들이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에서 가장 위협적인 존재인 탈레반들은 현지 배우들을 캐스팅하면서 무척 실감 나는 연기를 보여준다. 여기에 황정민과 현빈도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 영화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배우들의 생동감 있는 연기가 살리지 못하는 밋밋한 이야기
전반적으로 이야기자체가 조금은 싱겁게 느껴질 수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면서 자극적이거나 신파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배제하고 있기 때문에 강한 맛은 덜하다. 그렇다고 이주 묵직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고 해석될 만큼 강력한 무언가를 전달하고 있지도 않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심심한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화에 약간의 유머가 포함되어 있지만 전반적인 극의 상황과 잘 맞지 않는다.
이 영화를 연출한 임순례 감독은 이 영화를 보다 사실적으로 연출하기 위해 실제 아프가니스탄과 그와 비슷한 곳에서 촬영을 진행했고 현지 배우들을 캐스팅해 사실적인 장면을 이끌어냈다. 또한 영화의 음향과 음악 같은 것을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무난한 영화를 만들어냈다.
이 영화는 이야기 안에서 활약하는 외교관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넓게 보면 국가를 대표하는 그들이 위기에 처한 국민을 어떤 방식으로 구하려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명절에 가족들과 함께 보기에는 좋은 영화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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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치 있는 코미디 <드림>이 재미없는 이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엄마의 사기 범죄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축구 선수 '홍대'(박서준).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화를 참지 못해 대형 사고를 내고, 경기 출전 금지 징계를 맡는다. 이에 홍대는 홈리스 풋볼 월드컵 감독을 맡아 이미지를 개선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선수 선발부터 난관에 부딪힌다. 현실에 찌든 다큐멘터리 PD '소민'(아이유)은 없는 듯 있는 각본을 들이대며 실력이 아닌 사연 순으로 선수를 뽑자고 협박 아닌 권유를 한다. 골문 안으로 공을 보내는 법도 모르고, 체력은 엉망이며, 반칙만 잘하는 선수들도 도움은 안 된다. 그렇지만 홍대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에게도, 소민에게도, 선수들에게도 월드컵 출전이라는 꿈은 소중하니까.
<드림>, 익숙하지만 어색하다
<스물>과 <극한직업>으로 흥행 감독 반열에 오른 이병헌 감독. 그의 무기는 신선함이었다. 한국 코미디 영화의 공식을 파괴하는 도전 정신 덕분에 그의 이야기는 설령 뻔해도 새로웠다. 쉴 새 없이 쏘아붙이는 웃음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2010년 홈리스 월드컵을 모티브로 삼은 <드림>에서도 그의 장기는 유효하다. 빠른 템포로 주고받는 홍대와 소민의 티키타카는 살아 있다. 조연 한 명 한 명으로부터 코미디를 뽑아내는 실력도 여전하다. 홍대와 '범수'(정승길), 범수의 애인 사이에서 발생한 삼각관계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전반부는 부자연스럽다. 쏟아지는 대사는 재치가 있지만 재미가 없다. 마치 자기 스타일을 과시하려는 집착 또는 강박 같다. 후반부는 정반대다. 웃음 대신 신파가 중심이다. 전반전은 웃음, 후반전은 감동이라는 한국 영화 공식을 차용했다.
사실 신파는 문제가 아니다. 스포츠와 성장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잘 살려낼 수만 있다면 적절한 선택이다. 하지만 정작 감동과 눈물은 공허하다. 그러다 보니 앞선 코미디와 잘 조화되지 않는다. 의아한 대목이다. 이병헌 감독은 단순히 잘 웃기기만 하는 감독이나 작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연민과 공감에 바탕을 둔 웃음
그의 필모그래피를 추려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주인공을 향한 연민이다. 주인공을 연민하는 관객은 자기 현실을 그에게 은연중 투영한다. 그러다 보면 코미디는 일회성 웃음이 아니다. 현실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웃으면서 털어버리자고 격려하는 치유의 장이다. 영화관 밖 현실은 힘들어도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아픔도 별일 아니라며 웃을 수 있다는 것. 이병헌 표 코미디의 진가다.
<스물>은 이십 대 남성의 고민을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기껏 간 학교에서 뭘 할지 모르는 대학생,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재수생, 대학 진학도 포기한 채 꿈을 찾아 방황하는 백수까지. '헬조선'이라는 말이 한창 유행하던 당시 사회적으로 정해진 트랙대로 사는 데 지친 청년들의 솔직한 심정을 담았다. 주인공들의 바보 같은 연애사와 한심한 행동에 관객들이 마음 놓고 웃을 수 있었던 진짜 이유다. 병맛 넘치는 섹드립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성과다.
<극한직업>도 마찬가지다. 작중 가장 웃긴 대목을 하나만 꼽으라면 치킨집 장면을 고를 수 있다. 위장만 하려던 형사들이 정신 차려보니 실제로 치킨집을 운영하며 좌충우돌하는 모습. 이 또한 남 일이 아니기 때문에 웃겼다. 문과를 나오든 이과를 나오든 종착역은 치킨집이라는 자조적인 유머가 퍼져 있는 사회였기에 가능한 웃음이었다. 즉, <극한직업>은 그저 형사물에 코미디만 버무린 게 아니었다. 승진은 막히고 생활고를 겪는 직장인의 비애를 치킨집을 배경으로 한 코미디였다. 그래서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인기를 끌 수 있었다.
연민과 현실이 사라진 <드림>
그런데 <드림>에서는 연민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전작과 달리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인데, 정작 현실에 발을 딛고 있지 않다. 홈리스 월드컵에 나간 선수들을 보자. 그들은 투혼을 보여줬고, 인기 팀에 뽑히면서 좋은 성과를 냈다. 흘린 땀과 피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
문제는 그 후다. 그들의 변화를 보여줄 때 영화는 편의적이다. 모든 문제가 손쉽게 해결된다. 집이 없어 딸과 함께 밥도 못 먹던 아버지는 호주 유학을 떠나는 딸과 행복한 미래를 기약하며 이별한다. 계란빵 하나도 사치인 남자친구는 애인과 계란빵을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게이라는 이유로 집에서 쫓겨난 아들이 어떻게 사는지도 알 수 없다.
러닝타임이 지날수록 소민이라는 캐릭터가 붕 뜨는 이유도 같다. 첫 등장은 좋다. 그녀는 예상을 빗겨 나가는 염세적인 대사와 행동으로 무장해 이병헌 표 티키타카의 재미를 잘 살려낸다. 하지만 카메라는 정작 그녀의 현실을 보여주지 않는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계약직 PD의 일상은 대사로만 나온다. 이번 다큐멘터리가 마지막 기회인 이유도 잘 보이지 않는다. 가족사나 선수로서의 굴곡이 모두 묘사된 홍대와는 다르다. 스포츠 영화로 장르가 바뀐 후반부에서 소민은 카메라를 든 관찰자일 뿐이다.
그러니 화려한 조명과 현란한 카메라 워크로 무장한 결말은 어색하다. 홍대는 관중이 가득한 그라운드에 축구 선수로 복귀한다. 멋진 플레이를 연달아 보여주는 홍대는 이날 경기에서 의심할 여지 없는 주인공이다. 관중석에는 홈리스 선수들과 가족이 열렬한 응원을 보낸다. 그 옆에는 소민이 연예인처럼 세팅한 채 앉아 있다.
인위적이다. 현실적인 맥락이 보이지 않는다. 고민 하나를 해결하자마자 곧장 주인공에게 입대라는 고비를 던져주던 전작과는 다르다. 마치 꿈같은 성공 한 번이면 충분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신파를 사용해도 감동은 크지 않다. 연민이 없는 웃음도 입가를 순식간에 떠난다.
재치는 있지만 재미는 없는 이유
영화도 어색함을 아는 눈치다. 감추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우선 리듬이 부자연스럽다. 아무리 찰진 티키타카가 장점이라지만 너무 빠르다. 물론 빠른 템포가 영화에 생동감을 불어넣기는 한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모든 캐릭터를 다 챙길 수는 없다는 사실을 숨기려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일례로 홍대는 사고를 치고, 다큐멘터리 출연을 결정하고, 소민을 만나고, 팀원들을 설득한다. 이 장면들은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인물의 감정선은 생략되거나 가볍게 스쳐 지나간다. 홍대, 범수, '인선'(이현우) 정도만 예외다.
스포츠 영화로 바뀐 후반부에서도 무리수를 둔다. 홈리스 월드컵 경기를 묘사할 때 영화는 경기 자체의 연출보다는 해설자의 멘트에 더 집중한다. 실제로 경기 내용은 코미디에 가깝게 묘사된다. 반면에 해설자는 이 경기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왜 감동적인지를 하나하나 직접 알려준다. 스포츠 영화라면 경기 자체가 감정을 끌어올리고 해설은 그 순간을 짚어주는 조력자여야 하지만, 역할이 바뀌어 있다. 장항준 감독의 <리바운드>가 경기 내용을 충실히 묘사해 선수들의 감정 변화를 보여준 것과는 상반된다.
이는 현실적인 맥락과 공감할 여지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을 타개하려는 고육지책이나 다름없다. 전반부에서는 현란한 말솜씨로, 후반부에서는 눈물로 문제를 가리는 셈이다. 작중 웃음과 울음 모두 다소 가볍고 공허한 이유다. 그러다 보니 <드림>은 아쉬움이 크다. 이병헌 감독의 재치는 여전하나, 전작과 같은 재미는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Poor 형편없음
연민이 사라지고 현실을 놓치자 재미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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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겨진 명작] 손석구 입덕자여, 최고난도 공식 데뷔작을 부수어보자
배우 손석구는 최근 JTBC 드라마 <해방일지>와 영화 <범죄도시2>로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다. 자연스럽게 그에게 소위 입덕(덕후에 입문하다)한 팬들도 많아지면서 그의 지난 출연작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 2019>, <60일, 지정생존자, 2019>, <슈츠, 2018>, <마더, 2018>, <센스8 시즌2, 2017>을 넘어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2021>, <뺑반, 2019>까지 진도를 얼추 나가면 제아무리 날고 기는 손석구 입덕자라고 하더라도 피해 가고 싶은 그의 공식 데뷔작 <블랙스톤, 2015>을 맞닥뜨리게 된다. 도대체 이 영화가 뭐 어떻길래 손석구 입덕자들에게 최고난도를 자랑하는 것일까.
영화 <블랙스톤, 2015> 포스터
<오염된 인간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영화 <블랙스톤>은 노경태 감독의 오염 3부작 중 세 번째 영화로 이전 작품으로는 <허수아비들의 땅, 2009>과 <마지막 밥상, 2006>이 있는데, <허수아비들의 땅>과 <블랙스톤>은 한국과 프랑스의 합작 형태로 제작되어 개봉까지 이루어졌다.
오염은 보통 불쾌감을 주고, 건강을 해치며, 다른 생명들의 생활을 방해한다. <블랙스톤>에서 오염은 손선의 캐릭터를 통해 시각화된다. 순수한 피가 아니라 무언가가 혼입 되어 오염된 것 같은 혼혈아 손선은 일찍부터 버림받았다. 양부모를 만나 입양되었지만, 아버지는 필리핀 출신이고 어머니는 중국 출신이라서 또 오염되었다. 군대에 가서도 손선은 종이 다른 두 동물 사이에서 난 새끼를 의미하는 튀기로 지칭되며 오염된 존재로 소외당한다. 나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 같은 상급 관리자는 성폭행으로 한 번, 에이즈 병원균으로 또 한 번 손선을 오염시킨다.
상급 관리자를 살해하고 탈영한 손선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오염될 대로 오염되어버린 그는 과연 정화될 수 있을까. 닭공장에서 사망한 그의 어머니도 오염되었지만, 사장은 부정과 은폐의 기술로 덮기에 급급하다. 유골함을 찾은 손선은 아버지의 고향인 필리핀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그동안의 지겹고 끔찍한 오염을 끝내기 위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그러나 필리핀의 울창한 원시림 속에서 인간이 아닌 것 같은 존재들의 힘으로 손선은 살아난다. 이곳의 가족들은 시커먼 기름때들로 뒤범벅된 돌을 함께 닦는다. 불편한 사운드와 괴상한 돌들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화면은 덤으로 제공된다.
오염된 손선이 정화되는 곳
<손선과 닮은 분미>
노경태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을 언급한 적이 있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은 영화 <엉클 분미, 2010>로 태국 최초 제63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여기에서 분미는 극심한 신장질환을 앓고 있으며, 고향으로 돌아와 남은 날을 보내고자 한다. 이 세상을 떠난 가족들은 유령의 모습이나 동물의 모습으로 분미 앞에 나타나고, 시간의 층위는 뒤죽박죽 얽혀버린다. 분미는 자신이 병든 이유가 농장에서 해충을, 전쟁에서 공산주의자들을 많이 죽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분미도 손선과 같이 어쩌면 오염된 존재이다. 분미는 자신을 정화하기 위해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영화 <엉클 분미, 2010> 포스터
<손선과 닮은 당나귀>
노경태 감독은 아피찻퐁 위라세타쿤보다 먼저 자신의 영화에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로베르 브레송 감독을 꼽았다. 봉준호 감독과 돈독한 우정으로 한국 팬들에게 친숙한 배우 틸다 스윈튼은 영화 <당나귀 발타자르, 1966>에 출연한 당나귀가 가장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말한 적 있다. 발타자르는 처음 태어났을 때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이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폭력과 유희 또는 착취의 도구로 점차 오염된다. 발타자르를 사랑했던 마리도 여러 가지 인생의 곡절을 겪으며 오염되어간다. 마리가 떠나고 그를 오염시켰던 사람 중 하나인 제라르는 발타자르를 때리며 그에게 짐을 지워 국경으로 향하다 총소리에 놀라 발타자르를 버리고 도망간다. 발타자르는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죽는다. 이 때, 오염된 발타자르를 정화하려는 듯이 양 떼들이 모인다.
영화 <당나귀 발타자르, 1966> 포스터
오염과 정화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영화의 이야기를 이끄려다 보니 문장의 다소 과격한 위치에 몇몇 단어가 놓였음을 양해 바란다. 영화만이 가진 독특한 특징은 무엇일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관객에게 친절하지 않은 영화들이 탄생한다. 코로나19 이후 첫 천만 영화 타이틀을 거머쥘 것으로 예상되는 친절하고 재미있는 영화 <범죄도시2>를 부수었다면, <블랙스톤>으로 균형을 맞추어 보는 것은 어떨까. 쓴맛의 술이 있어야 단맛 짠맛 매운맛의 안주를 더 많이 먹을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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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00년의 기다림> "이야기, 그 사람의 기나긴 우주의 일부를 함께 한다는 것."
*해당 게시물은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청받아 참석해 작성했습니다.
지난 12월 27일, 조지 밀러 감독이 7년 만에 낸 신작 <3000년의 기다림> 시사회에 초청받아 관람했다. 개인적으로 유사한 장르의 영화들이 지니고 있었던 틀을 깨어 완성도가 높다는 생각을 했다. 스포일러 없는 후기, 함께 자세히 알아보자!
<3000년의 기다림>은 틸다 스윈튼, 이드리스 엘바 등의 배우들이 출연하며 관객들의 기대를 샀다. 총 러닝타임은 108분이며 국내 정식 개봉은 1월 4일이다. 제 75회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해외 유력 매체의 언론과 세계 평단의 찬사가 쏟아진 작품이다. 세상 모든 이야기에 통다한 서사학자 알리테아(배우 틸다 스윈튼)가 골동품 가게에서 산 공병으로부터 우연히 소원을 이뤄주는 정령 지니(이드리스 엘바)를 깨워낸다. 그녀에게 주어진 기회는 단 3번, 마음 속 가장 깊은 곳! 가장 오랫동안 바라온 소원을 말하면서 알리테아와 지니의 사이는 깊어진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어떤 장르인가 생각해봤다. 역사물도 아니고, 철학물도 아니고, 판타지도 아닌 그 셋을 아우르는 영화다. <3000년의 기다림> 역시 그러길 바란다.” - 조지 밀러 감독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본 사람이라면, 아마 영화의 폭주하는 쾌감과 스릴로 러닝타임을 채웠을 것이다. 그러나 제2의 매드맥스를 기대하고 이 영화를 본다면 사뭇 느낌이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조지 밀러 감독은 <3000년의 기다림>에서 오스만 제국 시대를 걸쳐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긴, 30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일어났던 환상적인 이야기를 현실과 기억의 경계를 넘나들며 구현해내고 있다. 시각적으로 강렬하지만 부드러웠으며 청각적으로 웅장한 음악으로 관객들에게 최고의 오감만족을 선사해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은 “스크린이 선사하는 경험에 자신을 맡기면 영화로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러므로 <3000년의 기다림>은 꼭 극장에서 봐야 한다.”라고 전했다.
1. 소원을 들어주는 사람과 소원을 비는 사람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며 묘하게 <미녀와 야수>,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알라딘>, <팬텀스레드> 영화가 생각났다. 소원을 들어주는 사람(소위 말해, ‘지니’겠다)과 소원을 비는 사람 간의 아련하고도 슬픈 관계는 사실 어느 영화에서나 성립했다. 그러나 <3000년의 기다림>은 소원을 들어주는 사람에게도 강렬한 서사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호평을 하고 싶다. 지니가 왜 그 병에 3천 년 동안 갇혀 있었는지, 왜 알리테아가 그에게 평생 기억될 수밖에 없는 인물인지 풍부한 서사로 관객들을 설득시켰다는 점에서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지니의 3천 년이 눈 앞에서 펼쳐지는 과정은 말로 설명하기 부족할 정도로 화려했다. 그 화려함 안에는 정령의 아픔, 사랑 그리고 고통이 모두 섞여 있었다.
한편, 알리테아는 이성적인 캐릭터로 본인 인생에 충분히 만족하며 사는 인물로 나온다. 그러므로 처음 지니를 마주하며 소원을 빌어야 할 때, 그 절실함을 느끼지 못 한다. 하지만 지니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한층 그의 삶에 더욱 가까워질수록 정확히 형언하지 못할 사랑을 느끼며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소원을 빌게 된다. 그렇다, 이 과정에서 기존 영화에서 비쳐졌던 소원을 비는 사람과 들어주는 사람의 관계가 타도된 것이다, 그것도 매우 아름답고 서글프게.
2. “우린 고독을 함께 해요”
알리테아가 지니에게 던진 한 마디, 어쩌면 그들의 3000년의 기다림을 요약해주는 한 마디였다. 이 영화를 보면, 단순히 판타지‧멜로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로맨스가 아니라 외로운 두 인물이 함께, 새로운 고독함을 맞닥트린 영화라고 생각했다. 알리테아에게 닿기 위해 지니가 버텼던 3천 년은 분명 행복한 꿈이었을 것이다. 한편, 지니에겐 3천 년의 기다림이었겠지만 알리테아 또한 얼마나 그 무던한 시간을 홀로 버텨왔을까? 평소 감정을 느끼지 못했던, 그런 그녀에게 감정의 요동을 선물해준 지니였다. ‘내가 미친 건가? 무엇이 진짜일까? 나란 존재는 무엇일까?’라며 끝없는 고뇌 안에 갇혀있었던 알리테아. 정령 지니는 알리테아에게 존재의 이유를 선물해줬다고 느꼈다.
지니가 살아온 삼천 년도 도착지 없는 여행이었겠지만, 알리테아가 겪은 무수한 고독함 또한 그랬을 것이다. 외로움과 고독함 2명이 만나면 묘한 사랑으로 번져지는, 정말 물감이 묻은 하나의 붓이 천천히 물병 안에서 퍼졌던 영화였다.
지니, 알리테아; 각 캐릭터가 지닌 공허함을 잘 표현한 배우 틸다 스윈튼과 이드리스 엘바다. 특히나 오랜만에 틸다 스윈튼을 큰 스크린으로 보니, 어딘가 모르게 갈 곳 잃어버린 그녀의 눈동자는 더더욱 아름다웠다.
3. 이야기 속에서 피어오르는 갈망
가수 아이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사람이 잘 잤으면 하는 건 사랑이라고. 이 말을 본 영화에 비유해보자면, 본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사랑해’라는 피상적인 말이 없어도, 그 사람이 건너온 무수한 우주를 온전히 이해하는 방법은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함으로써, 본인 내면 속, 무의식 안에서 피어올랐던 진정한 ‘갈망’을 깨닫게 해주는 과정을 첨예하고도 부드럽게 그려낸 영화, <3000년의 기다림>이다.
감독과 배우들 그리고 연출이 관객에게 선물해주는 ‘타임캡슐’. 실제 지니 역을 맡은 배우 이드리스 엘바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타임캡슐에 담긴 영화같다. 배우와 감독이 함께 이야기를 꺼내서 들려준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에서 뭘 얻을 수 있을까? 갈망에 관한 교훈적인 이야기다.”라고 말한 바 있다. 관객은 지니의 3천년의 기다림, 그리고 알리테아와 지니가 앞으로 함께 걸어나갈 무수한 시간의 외로움이 담긴 타임캡슐을 고스란히 극장에서 열어볼 수 있을 것이다. 화려한 이야기 속에서 아름답고도 고통스럽게 피어오르는 3천년의 기다림과 그들의 미래들.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 그 사람의 기나긴 우주의 일부를 함께 한다는 것."라고 나의 한 줄을 정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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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CFF 데일리] 진정한 어른의 역할
2023 제11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에 방문했다.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내'어른들을 부탁해 - 단편'을 감상했다. 해당 섹션은 어른의 마음으로 바라본 어린이에 관한 보다 깊은 주제를 다룬 11편의 단편영화가 소개된다.
※ <좋은 집>의 스포일러가 존재하니 유의 부탁드립니다. ※
<좋은 집>중개인 해진의 부동산으로 보호종료아동 연우가 집을 구하러 온다. 해진은 이전 세입자들을 문제 삼으며 연우의 계약을 거부하는 집주인과, 오늘 꼭 집을 구해야만 하는 연우 사이에서 갈등한다.
'어른들을 부탁해 - 단편' 프로그램의 첫 이야기인 '좋은 집'은 보호종료아동 연우와 중개인 해진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 이야기는 어른으로서의 책임과 갈등, 그리고 사회에서 처음으로 발 딛는 보호종료아동의 노력을 다룬다. 연우는 집을 구하기 위해 중개인 해진을 만난다. 해진은 처음에는 연우를 돕기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계약을 성사시킨다. 그러나 집주인은 연우가 보호종료아동인 사실을 알게 되면 계약을 거부한다. 이때 해진은 집주인의 결정에 동조하지만, 결국에는 연우를 도우려고 한다.
'좋은 집'은 어른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며, 사회에서의 어른들의 역할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한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해진과 집주인의 다른 접근 방식을 통해 어른으로서의 책임을 비교하고, 어떻게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해진은 연우를 위해 최선을 다하며, 이로써 어떤 상황에서도 더 나은 삶을 찾는 데 어른들이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준다. 그러나 집주인은 연우의 보호종료아동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결정을 내린다. 이로 인해 우리는 사회에서 어른들이 어떻게 돕고 지원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더 나아가, '좋은 집'은 연우와 같이 사회에 나온 보호종료아동들을 위한 진정한 어른의 도움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러한 아이들은 자립과 독립을 위해 특별한 지원과 안전망이 필요한 현실이다. 그들을 위한 금전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교육, 상담, 직업 훈련 등의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이러한 지원을 통해 그들이 사회로 나온 후에도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집'은 이야기를 통해 사회적 문제와 어른들의 역할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보호종료아동과 같이 어른으로 성장하려는 이들을 지원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자연스럽게 일깨워준다.
*영화 전문 웹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프레스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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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나병의 영화정보 #8? ?영화 제작사가 궁금하다고?!?
?씨나병의 영화정보 #8? ⠀ ?여덟 번째 주제? ⠀ ?영화 제작사가 궁금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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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점보> 메인 예고편
당신을 뒤흔들 강렬한 사랑의 움직임
“내가 널 느껴. 그게 진짜 사랑이야”수줍음 많은 소녀 ‘잔’은 또래와 어울리지 못한 채
놀이공원 야간 청소부로 일하며 자신만의 세계에서 외롭게 살아가고 있다.
그런 잔이 유일하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존재는 환한 불빛을 밝히며 돌아가는 거대한 놀이기구.
잔은 ‘점보’라는 이름을 붙여 사랑을 속삭이고, 점보 역시 그런 잔에게 반응하기 시작한다.
점보와의 교감으로 잔은 행복을 찾기 시작하지만
잔의 엄마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고,
설상가상 놀이공원에서는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점보를 철거할 계획을 세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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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플러스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 30초 예고편
우리 아파트에 살인범이 있다고? 추리 광 세명의 유쾌한 수사가 시작된다.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는 2월 26일 디즈니+에서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