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2-02-24 10:33:16
<리코리쉬 피자> 사랑의 탈을 쓴 힘과 위치의 변화
<리코리쉬 피자> 리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역배우로 활동하던 15세 소년 '개리(쿠퍼 호프만)'. 어느 날 그는 학교 졸업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던 중 아름다운 햇살과 함께 등장한 연상의 여인 '알라나(알라나 하임)'를 만나고, 첫눈에 반한다. 스스럼없이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데이트를 청하며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개리. 그러나 서로 다른 나이와 환경, 직업으로 인해 그들의 관계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는 사이, 연인과 친구 사이에 있는 그들이 비즈니스 파트너로 엮이면서 이들의 연애사는 더욱더 험난하게 꼬이기 시작한다.
<리코리쉬 피자>는 할리우드의 젊은 천재 감독인 폴 토머스 앤더슨(PTA)의 신작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 감독, 각본상 후보에 오른 것을 비롯해 수많은 영화제와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되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리코리쉬 피자>에서 진정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가 시상식에서 받은 상의 숫자가 아니다. 그보다는 이 작품이 겉보기에는 폴 토마스 앤더슨의 영화와는 결이 다소 다른 듯 느껴지지만, 그 속내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그간 앤더슨은 설령 스타일은 다를지언정 유사 가족 관계, 폐쇄된 집단, 사이비 종교, 깊은 상처를 가진 캐릭터 등의 소재에 집중하며 불완전한 인간 내면을 낱낱이 파헤치는 드라마를 만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그의 영화는 국가의 권위를 부정하며 미국의 어두운 부분들을 샅샅이 파헤치는 메시지로 가득하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1973년 미국 10대, 20대 청춘의 로맨스를 다룬 <리코리쉬 피자>는 필연적으로 어색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첫 장면부터 앤더슨이 그려내는 로맨스가 평범한 사랑 이야기일 수 없음을 보여준다.
당장 <리코리쉬 피자>의 시작을 보자. 졸업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십 대 소년 개리 앞에 알라나가 등장한다. 따스한 햇살, 그리고 로맨틱한 음악은 그녀의 등장을 더 화려하게 꾸며준다. 사진 찍는 일을 돕는 알라나와 그녀에게 한눈에 반한 개리는 대화를 이어가고, 그 대화 안에서 그들은 서로의 이름과 나이, 사는 곳 등을 알아가며 조금씩 하나의 관계로 묶인다. 알라나의 등장부터 개리의 퇴장까지 롱테이크로 이어지는 이 장면만 떼어놓고 보면 <리코리쉬 피자>는 그 어떤 하이틴 로맨스와도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는 간질거림과 살랑거림을 선사한다.
그러나 이 롱테이크의 말미에서 영화는 본색을 드러낸다. 시종일관 나이가 더 많다는 무기를 내세워서 개리와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던 알라나. 그러나 개리 앞에서는 여유 넘치던 그녀도 그녀의 엉덩이를 만지는 촬영 기사 앞에서는 불쾌하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는 약자로 변하고 만다. 가장 아름답고 황홀한 찰나에 그 리듬과 분위기를 아주 효율적인 방식으로 단칼에 끊어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영화는 누군가에게는 눈부신 사랑의 대상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희롱의 대상이 되는 순간이자 본 작의 테마를 날카롭게 소개한다. 즉, 사람과 사람의 관계 내에서 그들을 둘러싼 배경과 환경에 따라 그 위치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후 2시간에 걸쳐 펼쳐지는 알라나와 개리의 로맨스는 우위를 점하기 위한 싸움으로 가득하다. 알라나는 자신보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큰돈을 만지는 개리를 부러워한다. 반면에 개리는 미성년자라는 한계 때문에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고, 이에 알라나는 개리의 매니저가 되어준다. 또 개리의 촬영장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개리와 알라나에게 서로 다른 남녀가 번갈아가며 데이트를 요청하기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리코리쉬 피자>는 우선 앤더슨의 사랑에 대한 정의로 이해할 수 있다. 그에게 사랑은 감정의 교류, 추억의 공유, 뜨거운 육체적 교감이 아니라 위계의 형성을 뜻하는 듯 보인다. 그래서 <리코리쉬 피자>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까지 남녀 사이에서 더 우월한 지위와 주도권을 점하기 위해 얼마나 치열한 경쟁과 갈등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렇게 사랑에 대한 낭만적인 접근법을 걷어냄으로써 <리코리쉬 피자>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보다 현실적이며 깊은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나간다. 단순히 남녀와 사랑의 관계에만 국한되는 대신, 그 관계를 매개로 보다 다양한 역학관계의 전복과 치열한 재전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여성의 섹스와 산업 사이의 역학관계다. 영화를 보다 보면 앞서 본 오프닝 시퀀스처럼 말랑말랑한 분위기가 불균질 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 순간에는 공통점이 있다. 애인과 친구 사이 어딘가에 있는 개리와 알라나 사이에 비즈니스가 끼어들고, 그로 인해 알라나의 성과 관련된 사건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물침대 사업을 시작한 개리는 박람회에서 한 여성에게 섹시한 의상만 입힌 채 물침대를 홍보하게 하며 알라나는 그 여성에게 관심을 표한다. 바로 그 찰나에 개리는 용의자로 잘못 지목되어 경찰에게 체포되는데, 이 대목에서의 장면 전환은 굉장히 사나운 인상을 남긴다. 특히 경찰이 개리를 거칠게 다루며 그의 사업을 일시적으로 막는 모습에서는 마치 여성의 성이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는 듯한 느낌도 준다.
더 나아가 이 장면은 다양한 형태로 반복된다. 물침대 상점 오픈식에서 비키니를 입고 홍보를 하던 알라나는 다른 여자와 키스하는 개리를 본 후 좌절한다. 개리가 물침대를 사려는 고객에게 섹시하게 응대하라고 요구하자 알라나는 개리가 말한 것 이상으로 고객을 유혹하기도 하고, 또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후 에이전트와 오디션을 보던 중 개리의 조언을 무시한 채 작품 내에서 노출도 감수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하면서 개리와 격렬하게 싸우기도 한다. 이렇게 영화는 개리와 알라나의 관계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려는 찰나마다 섹스를 매개로 빛에서 어둠으로, 환희에서 절망으로 급격하게 분위기를 전환한다.
그러나 <리코리쉬 피자>의 로맨스는 여성의 몸을 성적인 대상을 활용하는 세태에 대한 일차원적인 비판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알라나의 이야기 속 성역할과 성위계를 고정되지 않은 시선으로 고찰하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알라나가 성을 이용하는 사회와 산업의 피해자임과 동시에 능수능란하게 자신의 성적 매력을 사용한다는 사실이 위치한다. 성공에 대한 열망을 지닌 그녀에게 성적 매력은 유용한 도구다. 그녀는 촬영장에서 남자 배우를 유혹하고, 자신의 매니저가 된 개리가 불평하자 가슴을 보여주기도 하고, 시장 후보인 조엘이 밤에 호출하자 곧장 달려가기도 한다. 이처럼 단순한 수동적 캐릭터가 아닌 알라나의 모습은 중요한 메시지를 남긴다. 설령 기존의 사회 질서가 여성을 성적으로 소비하더라도, 알라나의 주도적인 선택과 참여가 없다면 그 질서는 완성되지 않는다. 즉, 그녀에게는 개리와의 관계에서도 그러했듯이 선택권과 주도권이 있다.
이는 알라나가 기름이 떨어진 트럭을 끌고 내려가는 후진 장면이 러닝타임 중 가장 시원하며 황홀한 순간인 이유다. 그녀가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와 선택권을 다르게 활용한 최초의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자신을 성적으로 이용하려는 세계에 편입되고자 했던 알라나. 그랬던 그녀는 이제 '존 피터스(브래들리 쿠퍼)'처럼 마초적인 남성의 공간에서 개리로 대변되는 또 다른 남성이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이, 운전대를 잡고서 스스로를 구해낸다.
또한 이 장면은 작중 한국 전쟁의 영웅을 연기한 왕년의 스타 '잭 홀든(숀 펜)'이 오토바이를 탄 채 그의 세계로 빠져들어갈 때, 알라나가 오토바이에서 뒤로 추락했던 장면과 정반대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잭 홀든에게 알라나는 과거 파트너였던 그레이스의 대체재에 불과하다. 그래서 잭 홀든이라는 마초적인 영웅의 세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을 수 없던 그녀는 오토바이 뒤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뒤로 추락했던 그녀가, 이제 오히려 후진을 통해 존 피터스와 잭 홀든이 상징하며 그녀가 편입되고자 했던 기존의 남성적 질서를 전복한다. 그러니 이 장면 직후 세상을 바꾸겠다는 시장 후보 조엘의 선거캠프에 알리나가 합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넓게 보면 미국 사회의 그림자를 들춰내는 앤더슨의 장기가 발휘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에 더해 <리코리쉬 피자>의 메시지는 여성이라는 카테고리에만 머무르지 않고 보다 많은 이들을 향해 뻗어 나간다. 알라나가 보여주는 주도성과 저항력은 개리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개리는 성공을 갈망하는 알라나만큼이나 사회 속으로 편입되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그는 설령 알라나와의 관계가 뒤틀린다 해도 배우로서 성공을 꿈꾸고, 또 물침대 상점에 이어 핀볼 게임장을 오픈하면서 물질적 성공을 이루고자 한다. 이렇게 주류 질서에 편입되고자 하는 개리의 열망은 그보다 모든 면에서 사회적 위치의 우위를 점하는 남성인 존 피터스에게 조롱당하자 분노하고 또 복수하는 장면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영화 말미에 그는 막 오픈한 게임장을 뒤로한 채 알라나를 향해 달려간다. 마치 알라나가 기존 질서에 순응하며 동성 연인을 지키지 못하는 조엘과 달리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개리에게 달려가듯이. 이렇게 개리도 주류 질서로 편입되고자 하던 과거와 달리, 자신을 감싸고 있던 힘과 권위를 주도적으로 뒤집는다. 사회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본인이 원하는 것을 깨닫고 이루어낸다. 영화는 이러한 커플의 탄생과 변화를 세 번의 달리기를 통해 보여준다. 알라나는 경찰서에 갇힌 개리를 꺼내 주기 위해, 개리는 오토바이에서 떨어진 알라나를 향해 달린다. 이는 두 주인공의 달리기가 스크린 상에서 서로 다른 방향이고, 곤경에 처한 사람도 정반대라는 점에서 둘 사이의 위계 변화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에 둘은 그들의 역학관계에서 마침내 평형점을 찾았다는 듯 같은 방향을 보면서 전력으로 질주한다. 이렇게 역학 관계의 변화로 사랑과 연애를 정의하면서 앤더슨은 사랑을 매개로 보다 넓은 사회상까지도 통찰해낸다.
<리코리쉬 피자>는 폴 토마스 앤더슨의 작품 중 유독 대중성을 염두에 둔 영화임이 분명해 보인다. 소재 자체가 많은 이들을 시간 여행에 빠트리고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유리한 소재이자 장르인 하이틴 로맨틱 코미디를 선택한 것부터가 그렇다. 비록 스토리라인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는 듯 보이나, 공간과 음악을 활용해 석유 파동을 비롯한 히피 문화, 반전 운동 등으로 가득했던 70년대의 정취를 스크린에 가득 풀어놓은 것도 큰 몫을 맡는다. 그러나 이러한 겉모습에 현혹되서는 안 된다. 익숙하고 친숙한 사랑 이야기를 냉철하게 들여다보고 낱낱이 파헤칠 때 비로소 앤더슨의 로맨스가 품고 있는 이중, 삼중의 드라마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사랑을 힘과 관계로 이해할 때만 느낄 수 있는 전복의 짜릿함
Relative contents
-
- [영화흥신소] 초강력 미세먼지의 습격 '인 더 더스트'
흥해라 이 영화
인 더 더스트
- 지진 발생 후 미세먼지가 도심을 덮친 프랑스 파리 산소 마스크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데...
'엑시트' 그 이전 이미 도심을 덮친 죽음의 미세먼지가 있었다... 극현실주의 재난무비 이 영화 흥해라!!!
-
- [여성독립운동가]:영화 암살, 밀정, 박열로 풀어보다.
#박열#한국사#여성독립운동
3월달 역사컨텐츠 2편을 만들어 봤습니다. 1편에 이어지는 내용이니 1편을 시청하고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넷플릭스 <더 하더 데이 폴> 공식 예고편
서부영화는 올드하다는 편견을 깨라! 개척시대 서부에 새로운 피를 수혈할 짜릿한 액션과 스릴의 복수극. 조너선 메이저스, 이드리스 엘바, 자시 베츠, 레지나 킹, 델로이 린도, 러키스 스탠필드, RJ 사일러, 에디 가세기, 대니엘 데드와일러, 디온 콜 등 호화 출연진. 제임스 새뮤얼이 연출을, 숀 ‘제이지’ 카터, 제임스 래시터, 제임스 새뮤얼, 로런스 벤더가 제작을 맡았다.
-
- 넷플릭스 <허슬> 공식 예고편
운이 다한 농구 스카우터(애덤 샌들러). 평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엄청난 실력을 가진 선수를 외국에서 우연히 발견한다. 결국 그는 팀의 허락도 받지 않고 이 천재 선수를 미국에 무작정 데려가는데. 두 사람은 모든 난관을 무릅쓰고 NBA의 승리를 거머쥐기 위한 마지막 시도에 나선다.
-
- [캐릭터 소개서] '팀 버튼'의 캐릭터 소개서
- “어떤 영화를 사랑하게 하는 데에는 스토리, 대사, 연출 등 다양한 요소가 있다.그러나 그 중에서도 빼먹을 수 없는 것은 단연 캐릭터이다. 특히 매력적인 캐릭터 하나는 작품을 완전히 집어삼키기도 한다.좋은 감독과 좋은 배우가 만난다면 캐릭터는 영화 속에서 그 무엇보다 빛난다. 제대로 설정되기만 한다면,4개의 눈을 가지거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저 괴물들도 충분한 현실성과 설득력을 가진다. 그리고 이 캐릭터는 영원히 사랑받는다.[캐릭터 소개서]에서는 영화의 다양한 캐릭터들을 강한 애정을 담아 소개한다.뽀글거리는 머리와 아이 같은 눈을 가진 한 남자가 가방에서 오래된 갈색 노트를 꺼낸다. 노트를 펼치자 눈알 없는 해골들, 입에서 벌레를 내뿜는 유령과 같이 생전 처음보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남들이라면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노트를 얼른 덮어버리려고 하겠지만, 남자는 노트 속 그것들을 누구보다도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본다. 이렇게 괴기스러운 캐릭터들을 창조한 남자는 누구일까?그는 바로 할리우드의 대표 괴짜 감독 ‘팀 버튼’이다. 그의 작품은 누가 봐도 팀 버튼의 작품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하고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야기를 배제하더라도 그의 캐릭터들은 정말 미친 듯이 아름다운 매력을 갖고 있다. 그럼 지금부터 팀 버튼의 노트를 펴고 그의 미(美)친 캐릭터들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보자.
‘첫 번째 캐릭터’<가위손/ 에드워드 시저헨드>팀 버튼 감독의 노트를 펼치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한 남자의 그림이다. 사람인지 유령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새하얀 피부와 초췌한 표정. 그의 이름은 ‘에드워드 시저헨즈’, 가위손이다.- 영화 : 가위손 (1991)
- 감독 : 팀 버튼
- 출연진 : 조니 뎁, 위고나 라이더, 다이앤 위스트, 안소니 마이클 홀가위손이라 불리는 그는 인간이 아니고, 창조된 기계였다. 외로운 발명가였던 ‘빈센트’는 자신의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심장을 가진 기계인 에드워드 즉, 가위손을 창조한다.그러나 빈센트는 에드워드에게 인간과 같은 손을 만들어주지 못한 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다. 결국, 에드워드는 자신의 가위손 때문에 빈센트와 함께 살던 성에서 외롭게 살아가게 된다.그런 그를 화장품 판매원 ‘펙’이 만나게 되고, 그를 마을로 데려와 함께 살게 된다. 마을로 내려온 에드워드는 펙의 딸, ‘킴’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에드워드는 마을에서 정원을 가꾸고 이발을 해주며 점차 적응하게 된다.그러나 킴의 남자친구 짐이 금고털이에 에드워드를 이용하려 하고, 마을 사람들이 차 사고의 범인으로 에드워드를 의심하는가 하는 등 에드워드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러던 중, 짐이 킴을 찾아와 폭행을 하자 결국, 에드워드는 킴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가위손으로 짐을 살해하게 된다. 살인을 저지른 에드워드는 결국 쓸쓸히 성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수십년이 지나 사랑했던 킴의 모습을 얼음에 조각하는 에드워드의 모습으로 영화는 끝나게 된다.영화 속 에드워드는 감독의 취향을 그대로 반영하기라도 하듯 기괴한 비주얼을 하고 있다. 새하얀 얼굴에는 상처가 가득하며, 손에는 길고 날카로운 가위가 달려있다. 날카로운 가위를 가졌지만 병약하고 소심해 보이는 그의 얼굴은 관객들로 하여금, 에드워드에 대해 완전히 몰입하게 한다. 성에 사는 미스터리하고도 외톨이 같은 존재, 겉모습과는 전혀 다른 마음을 가진 캐릭터 하면 떠오르는 작품은 단연 동화 <미녀와 야수>일 것이다. 그러나 두 캐릭터는 다른 캐릭터성을 가진다. 먼저 미녀와 야수에서의 야수는 처음에는 야만적이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극이 진행될수록 미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시련을 이겨내면서, 점점 따뜻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였고 미녀와 결혼하게 되는 행복한 결말까지 맞이한다.반면 가위손 속 에드워드는 순수함과 기대에서 시작해, 시련을 겪었으나 야수와 다르게 결국 시련을 이겨내지 못하고 포기와 초월이라는 정서로 끝나게 된다. 에드워드는 함부로 다가가기 어려운 겉모습과는 정반대로 그는 마을의 누구보다도, 아니 그 어떤 누군가보다도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런 에드워드가 가졌던 기대와 희망은 결말을 더욱 아프게 느껴지게 한다. 이는 동화와 다른 현실을 냉정하게 보여준 것이다.팀 버튼의 영원한 페르소나 ‘조니 뎁’이 감독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 바로 영화 가위손이다. 록 가수 출신이었던 조니 뎁은 당시에 영화를 몇 편 찍지 않은 신인 중에 신인이었다. 그러나 ‘게리 올드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톰 크루즈’ 등 당대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누르고 그는 가위손 역할로 낙점받았다. 팀 버튼을 빠져들게 한 그의 매력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의 눈빛이 아마 그것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의 광대나 피부 등 조니 뎁만의 특징은 많지만, 특히 그의 눈빛은 그 누구와도 다르다. 체념과 희망, 공허함과 가득함을 동시에 담은 눈빛은 가위손하면 그 어떤 배우도 생각나지 않게 하는 무언가이다.가위손은 팀 버튼 감독이 어린 시절 스케치북에 그린 그림에서 시작되었다. 그림 속 남자는 길쭉한 체형에 날카로운 날들이 손에 달려있었다.
어린 시절 외톨이었던 팀 버튼 감독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갔다."난 어떤 이유로 사람들이 날 그냥 혼자 두길 바라는 욕망 같은 것이 있었다. 정확히 왜 그랬는지는 알지 못한다."감독은 에드워드에게 날카로운 날을 달아주었다. 그러나 어린시절 타인과 멀리 떨어지면서도, 그 타인을 힐끔힐끔 바라보는 그의 모습은 에드워드에게서 겹쳐 보인다. 에드워드라는 캐릭터는 끊임없이 상실을 겪는다. 아버지 같던 빈센트를 잃는 데에서 시작해 마지막에는 킴을 포함한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를 잃게 된다.겉으로 보이는 것에 집중해 판단하고, 자신의 내집단과 외집단으로 나누는데 너무나 익숙한 우리. 동화처럼 아름다운 결말이 아니었음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영화관을 나가면 우리는 금세 감각기관이 판단하는 것을 제외한 것들은 외면할 것이다. 가위에 스쳐 조그만 생채기가 날까 한걸음 떨어지기 이전에, 나의 한걸음이 누군가에게 느껴질 수 있는 의미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두 번째 캐릭터’<잭 스켈링턴>다음으로 노트의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기니 또 다른 그림이 보인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공허한 구멍만 있고, 길쭉한 팔다리를 가진 이것. 하얀 뼈와 검정 줄무늬 정장은 마치 한몸인 것처럼 붙어있다. 이 캐릭터의 이름은 ‘잭 스켈링턴’이다.- 영화 :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1993)
- 감독 : 헨리 셀릭
- 원안: 팀 버튼
- 출연진 : 크리스 서랜던(노래: 대니 엘프먼), 캐서린 오하라, 켄 페이지, 패트릭 스튜어트잭 스켈링턴은 할로윈 마을에 사는 인기스타이다. 그러나 그는 매번 같은 할로윈 준비를 하면서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방황을 하던 그는 우연히 크리스마스 마을에 가게 된다. 그는 크리스마스 마을을 보며 사라졌던 열정을 되찾고 마을 사람들을 설득해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게 된다. 잭은 자신이 산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 ‘락’, ‘쇼크’, ‘배럴’ 세 악동에게 원래의 산타를 조심히 데려오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악동들은 악명 높은 악당, ‘우기 부기’에게 말하지 말고 정중히 모시라는 잭의 말을 잘못 알아듣고 산타를 우기 부기에 넘기게 된다. 잭을 사랑하는 ‘샐리’는 크리스마스에 완전히 빠져 이성을 잃은 그을 막기 위해 안개를 만들면서까지 방해하지만, 잭은 뼈돌프(?) 애완견 제로의 도움으로 무사히 출발한다.그러나 자신의 입장에서만 크리스마스를 상상한 잭의 선물들은 공포 그 자체였다. 인형 대신 괴물이, 강아지 대신 구렁이가 들어있는 등 그는 크리스마스를 망쳐버렸다. 그 와중에 샐리는 산타를 구출하려다 오히려 우기 부기에게 잡히고 만다. 잭 역시, 잭의 행동을 크리스마스 테러로 느낀 사람들에 의해 대공포 공격을 당하고 격추당하게 된다. 잭은 떨어진 망가져버린 자신을 보며, 실수를 깨닫고 호박의 왕인 자신의 원래 모습을 다시 한번 느낀다. 잭은 마을로 돌아가 우기 부기와의 치열한 결투를 통해 샐리와 산타를 구출한다. 잭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받은 산타는 크리스마스를 우리가 기억하는 아름다운 날로 되돌린다. 산타는 할로윈 마을에 눈을 내려주고, 잭은 샐리와 함께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해골의 왕이라는 별칭처럼 잭 스켈링턴은 할로윈 마을 내 사교적이고 인기 많은 리더이다. 할로윈의 준비와 결정을 잭에게 검토받을 정도이다. 그렇게 잭과 작중에서 표면적인 갈등을 보이는 인물은 사실상 우기부기밖에 없을 정도로 그는 충분히 매력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다. 오히려 완벽한 삶 때문일까? 잭은 내면의 공허함을 겪고 있는데, 우연한 계기로 크리스마스에 대해 알게 된다. 그리고 공허함을 이겨내기 위해 충동적이지만, 추진력을 가지고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인다.잭의 크리스마스 계획은 결국 실패하지만, 잭은 거기서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본래 자신의 역할인 할로윈에 대한 열정을 갖게 된다. 즉, 크리스마스를 만드는 잭의 계획은 실패했지만, 이것이 트리거가 되어 잭을 성찰하게 하고, 성장시킨 것이다. 잭은 자신이 망친 크리스마스에 대한 책임감도 가지고 있으며 이를 바로 잡으려는 모습도 보인다. 이처럼 잭은 팀 버튼의 영화에서 보기 힘든 이상적이고 능력 있는 리더 캐릭터이다. 특히, 모난 점 없이 모두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이 해당 영화 전후의 팀 버튼의 영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특별한 캐릭터성이라고 할 수 있다.즉흥적이지만, 훌륭히 조직을 이끈다는 점에서 누군가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윌리 웡카’를 떠올릴 수는 있다. 그러나 잭은 가족과 관련된 내면의 아픔을 갖고 있으며 특정 순간마다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웡카와는 다르다. 잭의 구구절절한 과거 이야기나 상처 받고 괴로워하는 모습들을 영화에서 크게 다루지 않으면서, 시원하고 적극적인 캐릭터의 매력만이 훌륭하게 보여준다. 작중에서 관객은 잭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가게 되는데, 잭의 기다란 팔다리가 만들어가는 춤과 쾌활하고 능동적 성격은 우리에게 한편의 즐거운 뮤지컬을 보는듯한 느낌을 선사한다.잭의 비주얼로 돌아가 더 알아보자면 먼저 하얀 해골 모양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둥글고 큰 머리에는 코가 없고, 검은 구멍처럼 보이는 눈을 가지고 있다. 입은 길고 가로로 넓게 벌어져 있으며, 선처럼 가늘게 그어진 이빨이 보인다. 마치 이모티콘처럼 미니멀한 잭의 디자인은 그의 표정이 다양하고 생동감 있게 보여지도록 한다. 이 때문에 잭은 무서운 존재와 친근한 존재를 넘나들게 된다. 할로윈 마을의 인물들이 가진 작은 키와 대비되는 잭의 큰 키는 잭을 돋보이게 하며 그를 자연스럽게 리더로 여겨지게 한다. 또한, 앞서 언급한 그의 가늘고 긴 팔다리가 만든 몸짓 하나하나는 동작을 경쾌하게 보이게 하며, 그를 우아하고 고딕적으로 느껴지게 한다.해당 작품은 팀 버튼이 원안을 제공했을 뿐, 감독까지 맡지는 않은 작품이다. 그러나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성격이나 비주얼 등 인물의 캐릭터성을 만드는 데에는 팀 버튼의 아이디어가 강하게 반영되었다. 세심한 캐릭터 설정이 특징인 팀 버튼의 캐릭터답게, 잭이 고민을 통해 내면을 돌아보고 진정한 가치를 찾는 모습도 적절히 등장한다. 당신이 뛰어난 미장센에 주제의식이 숨겨지듯이 담긴 영화가 보고 싶다면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을 추천한다.
‘세 번째 캐릭터’
<빅터 프랑켄슈타인>
노트의 왼쪽 아래에는 한 소년이 그려져 있다. 커다란 눈과 언밸런스한 체형은 해당 인물 역시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임을 암시한다. 그러나 앞서 본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의 잭과의 파격적인 비주얼과는 다르게, 해당 캐릭터는 비교적 깔끔하고 얌전해 보이기도 한다. 소년의 이름은 ‘빅터 프랑켄슈타인’. 지금부터 그가 어떤 캐릭터인지 알아보자.- 영화: 프랑켄위니 (2012)
- 감독: 팀 버튼
- 출연진: 캐서린 오하라, 마틴 쇼트, 마틴 란도우, 찰리 타핸‘빅터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에 관심이 많은 내성적인 소년이다. 그런 그에게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친한 친구는 애완견 ‘스파키’이다. 그러던 어느 날, 스파키가 교통사고로 죽게 된다. 엄청난 슬픔에 잠긴 빅터는 과학의 힘으로 스파키를 살려내겠다는 결심을 한다. 빅터는 학교에서 배운 과학 지식과 그의 재능으로 번개 실험을 하게 되고 스파키를 되살린다. 그러나 스파키가 다시 살아났다는 사실을 빅터의 친구들, 이웃들이 알게 된다. 다른 아이들도 빅터의 실험을 흉내 내면서 다양한 동물들이 괴물처럼 변하게 되자 결국, 마을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자신의 실험이 가져온 결과에 빅터는 책임을 지고 스파키와 함께 마을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역시 실험으로 탄생한 고양이와 박쥐의 충격적인 결합체, ‘미스터 위스커스’는 마을을 혼란에 빠트리고 빅터의 소꿉친구, ‘엘사 반 헬싱’과 스파키의 여자친구, ‘페르사포네’를 풍차로 납치한다. 빅터와 스파키는 엘사와 페스사포네를 구하는 데 성공하지만 빅터는 탈출에 실패한다. 빅터를 구하고자 스파키는 ‘미스터 위스커스’와 다시 한번 대결을 펼치게 된다. 스파키는 대결에서 승리하지만, 풍차에 깔려 다시 한번 죽는다. 그러나 빅터가, 다시 한번 스파키를 살리고 빅터와 스파키가 다시 재회하며 영화는 끝나게 된다.<프랑켄위니>의 원작은 팀 버튼이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일하던 1984년 만든 동명의 실사 단편 영화이다. 1984년 단편 영화 <프랑켄위니>는 장편 애니메이션과 유사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사랑하는 애완견 스파키를 잃은 빅터가 번개의 힘을 통해, 스파키를 살린다는 설정은 동일하다. 그러나 박쥐 고양이가 아닌 이웃들이 스파키를 괴물로 오해하며 혼란과 갈등이 생긴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팀 버튼 감독은 자신이 어렸을 적에 애완견과 이별한 아픔과, 흑백의 화면처럼 고전 공포 영화 시대의 느낌을 결합해 작품을 만들었다. 특히, 작품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작품은 1930년대 고전 공포 영화 프랑켄슈타인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 해당 작품을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기획했으나 좋지 못한 반응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팀 버튼은 세월이 지나 작품의 스토리를 확장하고 자신의 경험과 개성을 더해 2012년, 장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작품을 만들게 된다.팀 버튼의 특징인 자전적인 이야기 구성은 해당 작품에서도 잘 나타난다. 빅터에게는 과학이, 팀 버튼에게는 그림이라는 평생을 바칠만한 취미가 있었다. 또한, 그들에게는 자신만을 전적으로 사랑해주는 사람이 아닌 친구가 있었다. 우리가 강아지를 사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면 아마 주인만을 전적으로 사랑하는 특성 때문은 아닐까 싶다. 밖에서 어떤 상처를 받고 어떤 일이 있었든지, 나라는 이유로 조건 없는 사랑을 하는 존재를 찾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작품을 보다 보면, 팀 버튼의 B급 유머를 통한 클리셰 비틀기가 적절히 드러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과 자연, 작게 본다면 인간과 인간이 아닌 생명체의 대결구도는 우리에게 흔한 구도이다. 물론 <에이리언 시리즈>, <아바타 시리즈>나,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등의 작품에서도 보이듯이 인간을 욕심 많고 악한 존재로 묘사할 것인지, 아니면 재앙의 피해자로 묘사할 것인지의 차이는 존재하긴 하지만 말이다.그러나 감독은 작품의 빅터와 미스터 위스커스의 대결에서 빅터를 먼저 리타이어시키고 스파키와 미스터 위스커스를 대립시키면서 인간이 아닌 생명체끼리의 대결을 성사시킨다. 이러한 구도는 클리셰의 전환을 보여줬으며, 특히 뜨거운 논쟁의 대상인 강아지 vs 고양이의 대결이라는 점 역시 웃음을 유발한다. 작품의 결말 역시 진정한 죽음이니 뭐니 하면서, 스파키를 떠나보내며 작품을 끝내는 게 아니라 자동차 배터리로 살린다는 점 역시 팀 버튼답다는 느낌을 준다.
작중의 빅터의 캐릭터를 살펴보면, 감독의 작품의 많은 인물이 보여주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와 아웃사이더의 성격을 전부 가지고 있다. 죽은 동물을 번개로 되살린다는 점 외에는, 감독의 다른 작품에 비해서는 비교적 현실성 있는 설정을 가진 만큼 빅터에 공감하기는 비교적 쉽다. ‘사랑하기 때문에 되살린다’라는 간단한 논리구조는 원작인 프랑켄슈타인의 창조와는 다른 숭고한 목적이다. 팀 버튼 감독의 많은 캐릭터는 대부분 순수함을 가지고 있다. 앞서 본 ‘에드워드 시저헨드’와 ‘잭 스켈링턴’도 마찬가지이다. 빅터 역시 순수함을 가지고 있으며, 스파키에 대한 강한 연대를 보여준다. 특히,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은 에드워드 시저헨드와 잭 스켈링턴, 그리고 뒤에 나올 비틀쥬스와는 완전히 다르다. 어쩌면 팀 버튼의 무수한 캐틱터들 중 그의 정서를 가장 잘 대변하는 캐릭터는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이다.가족과 친구, 마을 사람들과도 교류가 적은 편이지만, 오직 한 존재 스파키와의 우정과강한 연대는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이끈다. 빅터는 스파키에 대한 강한 사랑과 애정으로 다른 것들을 애써 외면한다. 눈이 멀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칠 정도로 사랑해 본 적이 있던가. 순수함이 보여주는 투명한 아름다움과 따뜻함을 <프랑켄위니>를 통해 한번 느껴보자.
‘네 번째 캐릭터’
<비틀쥬스>어느덧 노트의 마지막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얼핏 보면 두 인물처럼 보이는데, 자세히 보니 세월이 지나 옷이 달라지고 주름만 생겼지, 똑같은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까맣게 칠해져있는 눈두덩이와 산발이 된 머리. 숨겨지지 않은 가벼움과 광기는 결코 감출 수가 없다. 마지막 그림의 캐릭터는 ‘비틀쥬스’이다.- 영화 : 비틀쥬스 (1988) / 비틀쥬스 비틀쥬스 (2024)
- 감독 : 팀 버튼
- 출연진 : [공동] 마이클 키튼, 위고나 라이더, 캐서린 오하라 [단독] 비틀쥬스: 알렉 볼드윈, 지나 데이비스/ 비틀쥬스, 비틀쥬스: 제나 오르테가, 저스틴 서로‘비틀쥬스’는 36년의 세월을 거쳐, 두 영화나 출연한 귀한 몸이다.먼저 1988년에 개봉한 <비틀쥬스>이다. 영화는 ‘아담’과 ‘바바라 메이틀랜드’ 부부가 차 사고로 사망하면서 시작된다. 그들은 자신들의 죽음을 인지하지 못했지만 결국 알게 되고 유령들의 법에 따라, 자신들의 집에 머무는 유령이 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집에 뉴욕 출신의 디츠 가족이 이사 오게 되고,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집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게 된다. 자신들의 집을 망치는 것을 볼 수 없었던 아담과 바바라는 자신들의 집을 지키기 위해 디츠 가족을 쫓아내려 하지만, 그들은 겁을 주는데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디츠 가족도 그를 보지 못한다.결국, 메이틀랜드 부부는 최후의 방법으로 바이오 엑소시스트 전문가(인간 퇴치사)인 ‘비틀쥬스’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비틀쥬스는 난폭하고 미치광이 같은 성격의 유령으로 이름을 세 번 부르면 나타나서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비틀쥬스는 디츠 가족 중에 유일하게 유령을 볼 수 있는 딸 ‘리디아’와 결혼해 세상으로 나가려는 다른 목적이 있던 유령이었다. 결국 비틀쥬스가 디츠 가족을 더욱 위험에 빠뜨리자, 메이틀랜드 부부와 리디아는 그를 막기 위해 힘을 합치게 된다. 결국, 리디아와 메이틀랜드 부부는 비틀쥬스를 물리친다. 메이틀랜드 부부는 자신들의 집에서 평화롭게 살게 되며, 디츠 가족도 그들과 조화롭게 공존하며 살게 된다.다음은 2024년 개봉한 <비틀쥬스 비틀쥬스>이다. 해당 작품은 어머니가 된 ‘리디아’를 중심으로 영화가 흘러간다. 리디아는 여행가였던 남편을 잃고, 1편에도 나왔던 새어머니 ‘딜리아’와 딸 ‘아스트리드’와 살고 있다. 전작에 등장한 메이틀랜드 부부는 떠났다는 설정이다. 그러던 중 새 사진을 찍으러 간 리디아의 아빠이자 딜리아의 남편인 찰스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 가족들은 찰스의 장례식을 위해 그들이 살던 윈터 리버로 돌아간다. 그렇게 찰스의 장례식을 마치고, 리디아와 남자친구 로리의 갑작스러운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 가족들은 윈터리버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혼자 자전거를 타던 아스트리드는 나무에 부딪히고, 나무 위에서 한 소년을 만나게 된다. 그 소년과 시간을 보내던 와중 소년은 자신이 유령이며, 아스트리드에게 아빠를 만날 수 있으니 함께 저승으로 가자고 제안한다. 소년을 믿는 아스트리드는 저승에 가지만, 사실 그 소년은 연쇄살인마 출신 유령으로 아스트리드를 제물로 바치고 자신이 다시 이승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러한 계획을 알게 된 리디아는 딸을 위해 비틀쥬스를 소환하게 된다. 비틀쥬스의 도움으로 리디아는 아스트리드를 구하지만 이번에도 비틀쥬스는 리디아에게 결혼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아스트리드는 기지를 발휘해 계약이 무효임을 증명하고 또다시 뒤통수를 맞은 비틀쥬스가 저승으로 돌아가며 영화는 끝이 난다.‘마이클 키튼’의 미친 연기로 팀 버튼의 이름을 알리는데도 일조한 비틀쥬스는 정말 광인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1편과 달리 2편에서는 비틀쥬스의 캐릭터성이 악당에서 조력자로 전환되긴 했지만, 그의 존재감은 여전하다. 아기 비틀쥬스 출산 공격, 내장 내뿜기, 괴물 선물 등 온갖 방법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괴롭히는 비틀쥬스의 스킬은 정말 경이로울 지경이다. 비틀쥬스가 특유의 장난기 가득한 성격을 백분 활용할 수 있는 인간퇴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은 정말 신의 한 수인 것 같다. 비틀쥬스가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이유나 비틀쥬스의 시시콜콜한 과거 이야기는 1편에서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36년이 지나, 2편이 되어서야 ‘델로레스’라는 새로운 캐릭터와 함께 그의 과거 이야기가 짧게나마 나온다. 비틀쥬스는 수백년 전, 흑사병이 창궐하던 중세시기, 델로라스라는 이름의 여성과 결혼하기로 했었다.그러나 사이비 종교의 교주였던 델로레스가 자신을 포도주로 독살하려는 것을 알게 되자, 델로레스의 머리를 토막내어 함께 저승에 간다. 하지만 2편에서 부활환 델로레스는 어쩐 일인가 비틀쥬스를 아직도 너무나도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며 그를 끊임없이 스토킹한다. 이러한 모습은 비틀쥬스에게 숨겨진 마초적인 매력이 있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이런 일방적인 사랑이 부담스러웠을까. 비틀쥬스는 델로레스에게 도망을 다니며 여전히 리디아에게만 결혼을 요구한다. 이처럼 마초적이면서도 순애보적인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비틀쥬스의 이중적인 캐릭터성은 “그게 비틀쥬스니까.”라는 말 한마디로 관객을 수긍하게 한다. 비틀쥬스는 한번 할 때는 제대로 하는 쿨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오래전, 자신을 뒤통수친 리디아가 다시 한번 자신을 소환하자 과거를 잊은 듯한 모습을 보이며, 연쇄살인마 유령을 정의구현하는데 물심양면 돕는다. 물론 그의 도움과 상관없이 이번에도 얼얼한 뒤통수를 맞긴 했지만 말이다.저승에서 보내는 수백 년이 넘는 세월 속에서도, 유연하고 성공적으로 적응했다는것도 비틀쥬스가 굉장히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1편에서 그는 변변치 않아보이던 인간퇴치사 즉, 개인사업자 신분이었다. 그러나 36년의 세월이 지나자, 밥을 포함해 많은 직원을 둔 어엿한 회사의 대표가 되었다는 점도 그가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극 중에서 비틀쥬스는 야심을 갖고,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누군가는 그런 모습이 교활하다고 말하겠지만, 체계적인 계획으로 타인을 조종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도 사실 능력이다. 거의 썩은 듯한 푸석푸석한 피부, 녹색의 헝클어진 머리카락, 기괴한 메이크업 그리고 과장된 리액션과 표정까지 비틀쥬스하면 생각나는 비주얼은 이와 같다. 그의 비주얼은 처음 봤을 때부터 그가 막무가내이고 충동적인 행동으로 작품에 큰 혼란을 유발할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이러한 비틀쥬스의 다양한 캐릭터성은 그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비틀쥬스>와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사실 모두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가족이라는 큰 틀 안에 상실과 기억, 그리고 사랑을 담았다는 것이 <비틀쥬스 시리즈>가 공통으로 가진 주제의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제가 다소 오글거리고 썩 내키지 않는다면, 비틀쥬스에만 집중해보는 것은 어떨까? 주제와 가치를 오염시키지 않는 선까지만 엇나가 자신만의 매력을 뽐내는 비틀쥬스. 그 존재만으로도 영화를 볼 이유가 충분하다.
지금까지 순수와 공포가 공존하는 팀 버튼 영화 속 캐릭터들에 대해 알아봤다. 부디 그의 캐릭터들과 함께 기괴하지만 아름다운 세계에 마음껏 빠져들고 싶어졌기를 바란다.
-
- 10월 3주 최신개봉영화
10월 3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10월 3주 개봉영화 5편!
듄 Dune , 2021
인류의 먼 미래를 우주 대서사
영화 "듄"은 생명 유지 자원인 스파이스를 두고 아라키스 모래 행성 ‘듄’에서 악의 세력과 전쟁을 앞둔,
전 우주의 왕좌에 오를 운명으로 태어난 전설의 메시아 폴의 위대한 여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SF 역사상 최다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프랭크 허버트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데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천재 감독’ 드니 빌뇌브가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끝없는 지평선과 광활한 사막, 그 모래 위로 반짝이는 스파이스,
거칠고 황량하면서도 아름다운 사막 행성 아라키스, 거대한 모래벌레와 스파이스 수확기,
벌새나 잠자리를 떠올리게 하는 우주선 등 압도적 스케일을 자랑합니다.
이번 영화는 2부작으로 기획된 시리즈 중 1부에 해당하는데요
오락적 요소에 집중하려다가 자칫 원작의 깊이가 희석될 수 있다는 딜레마가 있기 때문에
빌뇌브 감독은 과감하게 1·2부로 나눴다고 합니다.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을 생각나게 하는 경이롭고 장엄한 우주 대서사!
첫번째 추천영화 "듄"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라스트듀얼: 최후의 결투 The Last Duel , 2021
세기의 거장 리들리 스콧이 다시 돌아왔다!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는 결투의 승패로 승자가 정의 되는 야만의 시대,
권력과 명예를 위해 서로를 겨눈 두 남자와 단 하나의 진실을 위해 목숨을 건 한 여인의 충격적 실화를 다룬 작품입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에이리언', '글래디에이터', '마션' 등 다수의 명작을 탄생시킨 거장인데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연출적 장점이 극대화된 신작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에서는
진실의 힘, 정의, 고발 등 현시대에도 공감 가능한 메시지를 전하며,
세대 불문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하는 또 한 편의 마스터피스의 탄생을 예고합니다.
또한 맷 데이먼, 아담 드라이버, 조디 코머, 벤 애플렉까지 할리우드 대표 배우들이 등장해 개대를 모으고 있죠
14세기 프랑스를 충격에 빠뜨린 마지막 결투 재판!
두번째 추천영화 "라스트 듀얼"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동백 Dongbaek , 2021
70년을 오가는 한 남자의 뼈아픈 기억
73년 전 전남 여수와 순천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을 다룬 여순사건,
1948년 10월 19일 여수시 신월동에 주둔한 제14연대 일부 군인이 제주4·3 진압 명령을 거부하며 일으킨 사건으로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됐었죠.
한국 현대사의 비극으로 기록된 여순사건을 주제로 만든 영화 "동백"이
19일 여수와 순천지역 영화관을 시작으로 21일 전국에 개봉을 합니다.
영화 "동백"은 여순사건 당시 아버지를 잃은 노인 황순철과 가해자의 딸 장연실의 세대를 이어온 악연을 풀기 위한
갈등과 복수 그리고 화해와 용서를 담은 영화인데요
신준영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박근형이 황순철 역을 열연했으며
신복숙이 장연실로 분해 호흡을 맞췄습니다.
최근 특별법 통과로 재조명되고 있는 아픔을 담은 영화
세번째 추천영화 "동백"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휴가 A Leave , 2020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독불장군상, 독립스타상 3관
영화 "휴가"는 이란희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으로 지난해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에서 첫 공개된 이래,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장편경쟁 부문 대상, 독불장군상, 독립스타상 3관왕에 등극하는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어 상찬 받고 주목받은, 명실상부 2021년 올해의 독립영화입니다.
"휴가"의 주인공 ‘재복’은 해고당했지만, 길 위에서 1882일째 천막 농성을 하며 진짜 하고 싶은 밥 버는 일 대신
행인들에게 전단을 나눠주고, 다른 농성장과 연대하고, 농성장의 안살림을 책임지는 살림꾼인데요
응답 없는 길 위에서의 삶에 지칠대로 지친 해고노동자가 농성을 잠시 멈추고 집으로 짧은 휴가를 떠나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입니다.
이란희 감독은 그들이 천막을 떠났다가 결국 다시 돌아오는 까닭과
왜 그렇게 오랫동안 투쟁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휴가"를 기획했다고 합니다.
노동의 가치와 공동체의 책임을 이야기하는 어느 해고노동자의 단단하지만 따뜻한 손길
네번째 추천영화 "휴가"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한창 나이 선녀님 Burning Flower , 2021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흥행 신드롬 재현하는 그 영화!
영화 "한창나이 선녀님" 강원도 산골 68살 임선녀 할머니가 누구의 도움 없이 바쁜 일상을 채워나가는 다큐멘터리입니다.
홀로 소를 키우고, 틈만 나면 못 깨우친 한글 공부를 하며, 짬을 내 새 집을 직접 짓는 임 할머니의 기록을 담았는데요.
드디어 꿈을 향해 걸음을 떼기 시작한 선녀님에게 누군가는 그럴 돈이 어디 있냐고 묻고, 누군가는 그럴 시간이 어디 있냐고 이야기합니다.
또 누군가는 너무 늦었다고 , 누군가는 이젠 쉬엄쉬엄 살고 싶지 않냐고 묻습니다.
선녀님은 타인의 목소리보다,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였고,
결국 자신이 살 집을 직접 짓기 시작하죠
한번 마음 먹으면 망설임 없이 실행에 옮겨버리는 선녀님의 일상은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흘려보내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매너리즘에 빠지는 이 시대 청춘들에게 특별한 질문을 던집니다.
때묻지 않은 소박하고 정겨운 시골 풍경까에 바쁜 일상 속 힐링을 선사하는
2021년 감동과 웃음을 전하는 웰메이드 다큐멘터리!
다섯번째 추천영화 "한창나이 선녀님"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
- 시작 전이 더 재미있는, 스토브리그
야구를 좋아하지 않아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드라마를 하나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스토브리그는 프로야구의 한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의 기간을 뜻합니다.
이 기간에 계약 갱신이나 트레이드가 이루어지는데요.
가상의 팀인 재송 드림즈의 꼴지 탈출을 위한 기간,
과연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곳곳에 썩어버린 땅에 심어진 사과나무 한 그루의 영향력.
잘하지 않는 팀에서 무언가를 한다는 건 분명히 힘든 일입니다.
반대로 잘하는 팀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도 분명히 힘든 일이죠.
어느 팀이든 고민거리나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팬들은 승부가 당연히 중요하고 실망하고 돌아서기도 하지만
"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하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건 당연합니다.
드림즈도 마찬가지였죠.
꼴찌면서 매너도 경기도 모두 지는 그런 팀이었기에 스토브리그가 굉장히 어려운 팀이 되었습니다.
곳곳에 썩은 뿌리가 심어져 있는 이 곳에 새로운 단장이 오게 되면서 많은 변화와 혼란스러움이 오지만
그럼에도 스토브리그를 드림즈는 성공적으로 보낼 수 있을까요?
저도 프로축구를 응원하는 한 사람으로서, 정말 힘들게 우승을 못하는 구단을 응원하는 사람으로서
이야기 하는 종목은 다르지만 비슷하게 다뤄지는 이야기들이 굉장히 마음에 와닿았고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저렇다면 응원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강두기 선수)
항상 조롱을 당하고 기대감과 실망감을 동시에 받아야 했던 제가 조금은 위로를 받았던 드라마 였습니다.
KBS에서 이런 소재를 다루고 또 멋진 드라마로 마무리까지 잘 해낸 스토브리그,
추천합니다.
연기도 연출도 각본도 모두 잘 어우러진!
-
- 살인과 광기의 경계
인도영화 <킬>은 '40명의 무장강도와 1명의 특수요원'이라는 광고 문구와 제목만 보자면 액션만을 위한 유치한 영화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 영화이며, 오히려 비슷한 류의 액션영화인 <테이큰>이나 <존 윅>보다도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한 심도 깊은 고찰이 담겨있다. 다만 주인공 자체에 대한 서사가 너무 로맨스에만 맞춰져 있고, 액션 서사를 '특공대'라는 것으로만 퉁친 점이 좀 아쉽다.
이 영화가 좁은 곳으로 공간을 제한한 단순액션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는, 감독 니킬 나제시 바트(Nikhil Nagesh Bhat)가 자신이 직접 기차 무장강도를 당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에는 액션뿐 아니라 피해자들과 가해자들의 심리묘사나 인도의 계급갈등 등 사회의 묘사가 탁월하다. 그리고 그 부분을 액션으로 잘 승화했다. 비단 이 영화가 인도 영화 특유의 색채 때문에 80-90년대의 홍콩영화 감성이 물씬 풍기더라도, 앞서 말한 점에서 <테이큰>이나 <존 윅>보다도 나은 점이 있다고 느낀다. 이 영화는 그 주제를 잘 나타내기 위해, 영화 중간에 제목을 넣어 두 부분으로 나누었다.
죽여야만 할 때
주인공 암리트(락샤)와 친구 비레쉬(아비쉐크 차우한)는 특공대 출신이다. 이 기차에 타고 있는 암리트의 약혼녀 툴리카(타냐 마닉탈라)와 그 가족을 구하기 위해 무장강도가 나타나자 행동을 개시한다. 이때 이들의 전투 목적은 훈련받은 군인의 자세다. 적을 제압하고, 상대의 수가 많으므로 힘을 낭비하지 않으려 하는 철저한 군인모드. 그들은 자신들이 무력한 일반승객과는 다르다는 걸 알고 있고, 그러기에 둘 다 아무 망설임 없이 무장강도를 상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상대들은 단순한 무장강도가 아니다. 그들은 실제 가족들이다. 가족들끼리 패거리를 이뤄 강도단을 만드는 것은 빨리 돈을 벌고 싶어 하는 하층민 가족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탄 이 열차는 상류층이 차는 매우 비싼 열차이며, 거의 비행기 값이라고 한다. 그러니 승객 몇을 죽이면서 공포로 몰아넣고, 빠르게 내려 도망가려 한 것이다. 그들은 승객들을 공포로 몰아넣기 위해 살인이 필요했다. 그것을 주도한 파니(라가브 주얄)는 이 가족 강도단의 행동대장 격이며 잔혹하다. 그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농락하는 것을 즐기다 일을 그르친다. 만약 단순히 강도들이나 특공대 주인공들이 할 일만 했다면 그렇게 뒷부분처럼 참혹해지진 않았을 것이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죽이고 싶어질 때
영화는 중반부 파니가 암리트의 약혼자인 툴리카를 죽이면서 완전히 달라진다. 영화의 제목인 <킬>이 그제야 화면에 커다랗게 새겨진다. 암리트는 군인으로서의 자신을 버리고, 복수와 죽음의 화신이 되어버린다. 그 모습은 마치 폭풍의 신인 루드라 신이 강림한 것처럼 두렵고 잔혹하다. 칼로 찔러 제압하고 죽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분노를 풀고 강도들에게 끔찍한 공포와 고통을 주는 것이 목적으로 바뀐다. 지금까지 강도들은 승객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지만, 끔찍하게 죽어나가는 자신들의 가족들을 보며 그들은 암리트에게 공포를 느끼고 두려워하고 울부짖는다.
그건 마치 현대 격투가와 고대 무술가의 차이와도 비슷한데, 현대 격투술은 스포츠로 만들어져 타격과 기술에 제한이 있다. 상대를 무력화시켜 승리를 거두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필요 이상으로 상대를 다치게 하거나 불구로 만들거나 죽이면 안 된다. 그래서 급소를 타격하는 등의 위험한 기술은 실전에선 유용하지만 아예 하지 못하게 가르친다.
그에 비해 고대 무술은 원래 전쟁에서 상대방을 가장 빠르게 죽이는 목적이 있는 것이므로, 눈 찌르기나 급소 타격, 관절 부러트리기 같은 위험한 기술이 주가 된다. 물론 특공대인 주인공들이 쓰는 특공무술은 그런 '죽이기 위한'무술을 가르치는 것이지만, 단순하게 감정 없이 제압하는 것과 분노를 담아 잔인하게 고통을 주며 죽이는 건 또 다르다. 그건 광기의 살인이다. 이것들의 차이는 타나카 아키오의 만화 <군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분노의 화신이 된 암리트는 이미 죽은 상대의 머리를 계속 내리쳐 으깨버리고, 칼로 찌른 몸을 천천히 반으로 갈라버리거나 일부러 잔혹하고 고통스럽게 죽이고 전시한다. 그 광기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암리트의 절망과 분노를 느낄 수 있다.
공포와 살인의 반전
암리트가 공포를 심어주기 위해, 자신이 죽인 강도들을 매달아 놨을 때 문득 에이리언이 생각났다. 그래, 에이리언은 암리트인지도 모른다. 자신은 살기 위해 했던 행동들은 동료들의 끔찍한 죽음으로 다가왔다. 이유를 모른 채 실험체가 되어 이용당하다 태어나자마자 죽어가는 자신들의 삶에서, 그저 살려고 발버둥 친 건 아니었을까? 강도들에게 괴물처럼 비치는 암리트의 모습을 보며 새삼 에이리언에게 연민을 느꼈다. 누가 누구에게 공포이고 누가 괴물인가?
또한 이 영화에서 절대강자로 등장하는 커다란 강도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약하게만 보였던 죽은 승객의 엄마들에 의해 무참히 죽는다. 여기에서는 절대 강자도, 절대 선한 자도, 절대 악한 자도 없다. 모두 자신의 이야기 안에서 상대를 바라보고 살인을 하고 분노하며 공포를 느낀다. 그리고 그 힘과 공포는 계속해서 위치가 바뀌며, 그것을 지켜보는 관객은 누군가를 응원하게 된다기보다 그저 그런 끔찍한 참사가 벌어져야만 했던 기차가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과 같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
이 영화의 재미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짚어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영화가 주는 '과한 감성'이 맞지 않는다면 감정선이 유치하게 보일만한 연충들이 있다. 그 부분만큼은 위에서 언급했듯 딱 80-90년대 홍콩 액션영화와 비슷하다. 그리고 액션에 있어서도 주인공의 액션 무술에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니라 감정에 초점이 있고, 좁은 공간에서 사물을 이용하는 스트리트 액션이라서 최근 크라브마가나 칼리 아르니스와 같은 특공무술의 쿨하고 멋진 모습보단 더 현실적인 액션에 가깝다.
잔혹한 액션을 좋아하는 액션 팬들에겐 롯데 시네마에서만 단독 개봉하는 게 아까울 정도로 괜찮은 영화다. <존 윅> 제작사에서도 리메이크를 한다고 하니, 마치 과거 <옹박>을 뤽 베송이 재편집해 개봉해 배우였던 토니 쟈가 세계적인 액션스타가 된 일이 떠오른다.
-
- <도쿄의 밤하늘은 가장 짙은 블루>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The Tokyo Night Sky Is Always the Densest Shade of Blue)
개봉일 : 2019.02.14. (한국 기준)
감독 : 이시이 유야
출연 : 이케마츠 소스케, 이시바시 시즈카, 마츠다 류헤이, 이치카와 미카코, 사토 료
‘억지로 밝힌 밤하늘에서 몇 개의 별을 찾다’
“달이 원래 저렇게 푸르렀던가? 도쿄에서만 그런가?”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 없이 매일을 살아가던 청년이 아주 오랜만에 달을 올려다보며 말한다. 온색보다는 한색이 잘 어울리는 도시, 천만 명이 모여 살지만 그만큼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도시. 도시 속 삶을 어떻게 생각하냐 묻는다면. 가장 먼저 ‘팍팍함’, ‘차가움’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를 것이다.
도시에도 꽃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날, 따뜻한 햇볕이 빨래를 보송하게 말려주는 날, 온기에 땀이 후끈 솟아오르는 날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도시는 ‘차갑다’는 이미지를 갖는다. 우리가 ‘서울’을 떠올리면 화려한 빛과 그 이면에 있는 쓸쓸함을 떠올리듯, 일본 청년들에게 비치는 ‘도쿄’라는 대도시의 이미지도 비슷한가 보다.
월세를 내고, 가벼운 청구서들 속에 적혀있는 무거운 돈들을 전부 납부하고, 미래를 위해 조금 아껴놓고 나면 수중엔 남는 게 하나도 없다. 내가 무엇을 위해 돈을 벌고, 무엇을 위해 살아남으려 노력하는 걸까. 현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은 고민한다.
나 혼자 살아남기에도 벅찬, 누군가와 사랑의 감정을 나누는 것조차 사치가 되어버린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청년 신지와 미카. 두 사람의 내뱉지 못한 한숨은 턱밑까지 차올라있다. “진짜 사랑은 없어”라고 말하며 차가운 현실을 두 눈으로 직시하고 있는 미카와 거의 보이지 않는 왼쪽 눈의 시선에, 어쩌면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희망적인 삶을 꿈꾸는 신지. 억지로 밝힌 도시의 차가운 하늘 아래서 두 사람은 새로운 빛을 찾는다.
가장 짙은 파란색으로 물든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어둡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그 하늘은 가장 밝은 밤하늘일 수도, 그곳엔 진짜로 반짝이는 별 몇 개쯤이 떠있을 수도 있다. 어찌 됐든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되어줄 별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시놉시스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낮에는 간호사, 밤에는 술집에서 일하는 ‘미카’. 일용 노동직으로 일하며 넉넉하지 않은 삶을 살지만 막연한 희망을 꿈꾸는 ‘신지’. 이들은 화려함과 고독함이 한 데 섞인 도쿄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서로를 이해하는 진정한 사랑은 없을 것 같던 도쿄의 밤하늘 아래, 방황하던 두 사람은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며 삶에 대한 희망을 함께 품기 시작한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세상을 미워해도 돼.”
아무도 보지 않는데도 열심히 날고 있는 비행선처럼 열심히 달려보지만 특별할 것이 없는 나날이다. 줄지어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에 낀 나라는 존재는 널따란 자전거 주차장에 세워진 자전거 한 대와 다를 것이 없다. 사람들을 향해 따뜻한 숨결을 불어주기보단 사람들의 한숨을 먹으며 더욱 차갑게 반짝이고 있는 도시. 미카는 도시에 발을 들이고, 그 차가움과 무게에 익숙해진다는 건 나 자신을 죽이는 거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검은색 밤하늘을 억지로 밝힌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파란색이고, 차가운 도시 속에서 미카의 손톱에 칠해진 핑크색은 찾아볼 수가 없다. 곧 자라서 사라질 손톱 위 외엔 그 어디에도 부드러운 색은 없다. 홀로 살아남기에도 벅찬 생활, 누군가 나를 사랑해 주거나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함부로 꿈꾸지 못할 일이다. 미카에게 진짜 연애란 없는 것이다.
“청구서 보는 게 소름 끼쳐.”
신지는 거의 보이지 않는 왼쪽 눈의 시야 대신 선명한 오른쪽 눈의 시야에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는 세상의 절반만을 보고 있다는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해 입을 쉬지 않는다. 동료들은 그런 신지를 ‘이상한 애’라고 칭하기도 하지만, 금세 웃으며 시답잖은 이야기를 던지는 신지를 미워하지 못한다. 아니, 오히려 좋아한다. 연봉은 200만 엔이 될까 말까 한 직업, 월세 6만 5천엔, 수도세, 전기세, 통신 비용. 테이블 위에 쌓인 얇은 종이들은 바람에 휙-날아갈 만큼 가볍지만, 종이에 적힌 현실의 무게는 측정할 수 없을 만큼 무겁다.
어항 같은 도시 속에서 만난 나와 같은 이상한 애
천만 명이 사는 도쿄에서 한 사람을 여러 번 만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항상 기온이 유지되는 어항처럼 항상 차가움을 유지하고 있는 도시에 살고 있는 작은 거북이 같은 두 사람. 푸르지만 예쁜 달이 빛나는 도쿄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가장 잘 아는 사이가 된다. 미카는 눈이 잘 안 보인다는 걸 숨기기 위해 쉼 없이 떠들어대는 신지의 아픔을, 신지는 버림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미카의 상처를 알게 된다.
사람은 언뜻 보면 강해 보이지만, 말 한마디면 쉽게 고독을 얻을 수 있고, 작은 흉터 하나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연약한 존재다. 신지와 함께 일하는 청년들이 매일같이 신나는 노래를 틀고, 술을 마시며 춤을 추는 건 젊음의 혈기를 뽐내려는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건 어두운 밤에 밀려올 슬픔을 힘껏 털어내기 위한 하나의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언젠가 버림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과 예고 없이 차오르는 차가운 슬픔이 가득한 도시에서 다른 이에게 위로를 받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나와 비슷한 이상한 애를 만나는 것도, 이상한 애에게 나의 슬픔을 이야기하는 것도.
“사랑은 많은 사람을 죽였어”
미카는 사랑도, 사랑한다는 말도 믿지 않는다. 언젠간 버려질 것이니. 신지는 사랑했었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시작조차 하지 않았던 그 감정을 이제 와서 말하는 것도, 과거에 사로잡혀 있는 것도 의미가 없으니.
매일을 쪼들리며 살아가는 삶에 사랑이란 것이 필요할까? 아니, 어울리기나 할까 고민해 본다. 사랑을 하면 돈이 들고, 돈을 벌 수 있는 시간을 쪼개 사랑에 마음을 써야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사랑이 내 삶을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근데 생각해 보니, 멋지진 않아도 이렇게라도 살고 있으니, 이렇게라도 살아있으니 내 앞에 반짝이고 있는 감정 하나쯤은 손에 꽉 쥐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가장 짙은 파란색을 한 하늘 아래지만, 반짝이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진 말자. 내가 세상을 반도 못 보고 있다고 하여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조차 못 보는 사람도 많은걸.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위태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하여 그 무슨 일이 모두 나쁜 일일 거라는 보장도 없으며, 아무 일 없는 아침을 맞이할 확률도 생각보다 높다.
우리는 행복의 의미를 몰라도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 지갑에 여유가 없다고 해도 진짜 위로를, 사랑을 만난다면 마음껏 사랑하고 위로받을 자격이 있다. 미카와 신지는 서로에게 그런 존재가 된다. 마음껏 마음을 표현하고 서로의 어깨를 맞대거나 기댈 수 있는 존재. 사랑했다거나 여전히 사랑한다는 말이 아닌 지금 너를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미카와 신지를 붙잡던 과거의 푸르름이 허물어지고 분홍색의 꽃이 피는 아침이 찾아온다.
완전한 검정이 없는, 어둠을 억지로 밝혀놓은 화려한 도시에서 진짜 반짝이는 것을 품기 위해 노력하는 청춘들에게 <도쿄의 밤하늘은 가장 짙은 블루>는 위로와 또 다른 색을 가진 눈물이 될 것이다. 이 감정을 천천히 아주 깊게 들이마셔보라. 어쩌면 이 어두운 하늘에 나를 위한 별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이 생길지도 모른다.
-
- 모녀 관계의 렌즈로 섭식장애를 비출 때 열리는 세계
8★/10★
평행선은 영원히 만나지 못한다. 그러나 다른 모든 것들이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동안 늘 같은 거리에 있는다. 만약 인간관계가 평행선이라면 어떨까? 소중한 누군가가 늘 옆에 있다는 느낌에 안정감이 들까, 아니면 멀어지고 싶은 누군가를 떨쳐낼 수 없어서 답답함이 들까? 대개의 인간관계는 이 둘 사이를 오가며 권태를 조정하고 지속성을 확보한다. 그러나 평행선의 관계에서는 그럴 수 없다. 좋든 싫든 늘 서로의 존재를 감각하고 버텨내야 한다. 상옥과 채영, 엄마와 딸이 그러하듯이.
채영의 섭식 장애는 15살 무렵 시작되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딸의 섭식 장애에 엄마 상옥은 무수한 감정을 느꼈고, 무수한 생각에 빠졌다. 우리 딸이 왜 저럴까를 고민하며 수백 개의 시나리오를 상상해봤다. 그러고는 죄책감에 빠졌다. 상옥은 힘겨운 청년 시절을 보냈다. 자기 인생이 너무 무거웠던 탓에, 자신이 딸에게 마땅히 주어야 할 것들을 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삶을 잃은 패잔병과 닮았다고 느꼈다는 그는 서른여덟이 되어서야 딸이 자신의 삶에 들어왔다고 회고한다. 뒤늦게나마 딸에게 단단한 토대가 되어주고자 결심했을 때, 채영의 섭식 장애가 시작되었다. 상옥은 딸의 섭식 장애가 자신의 잘못인 것만 같다.
채영은 바쁜 엄마 때문에 종종 불안감을 느꼈다. 이웃집에서 엄마가 퇴근하고 올 때까지 초조한 마음으로 엄마를 기다렸고, 엄마가 대안학교에서 다른 아이들을 돌보는 모습을 보면서는 엄마가 자신만의 엄마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마를 향한 채영의 감정은 양가적이었다. 자신이 엄마의 마음에 들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과 자신을 이렇게 키운 엄마를 용서할 수 없다는 분노가 동시에 일었다. 무엇보다 채영은 엄마가 자신의 섭식 장애를 대하는 태도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채영은 극심한 거식증을 앓던 시절에도 단 한 번도 무서운 적이 없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채영은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내 삶을 완전히 휘어잡고 있다’로 느꼈다. 사람들은 채영이 ‘안 먹는다’고 말했지만, 채영은 자신이 ‘계획적으로 먹는다’고 생각했다. 병원 입원은 이런 채영의 자율성과 자기 확신이 완전히 부정당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채영은 엄마가 더는 자신을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불현 듯 깨닫고 입원에 동의했고,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거식과 폭식의 시간을 보냈다.
“한 번도 접점이 없었구나.” 채영의 이야기를 들은 엄마가 말한다. 섭식 장애를 앓는 채영의 곁에서 그 누구보다 딸을 오랫동안 보듬어온 엄마 상옥은 모녀 관계가 평행선일 수밖에 없음을 이제야 알았다는 듯, 지난 세월의 모든 고민의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데서 허탈함을 느꼈다는 듯 채영 앞에서 큰 소리로 웃는다.
채영과 상옥의 이야기에서 ‘잘못’한 사람은 누구일까? 엄마로서 돌봄을 제공하지 않은 상옥이 문제였을까? 힘든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고 거리감을 느낀 채영이 문제일까? 영화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배치하는 방식을 살펴보자. 영화는 상옥의 남편이자 채영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남편/아버지가 처음부터 부재했다는 듯이.
상옥과 채영의 이야기는 오히려 또 다른 여성의 서사와 접붙일 때 더 선명한 색채를 얻는다. 상옥과 채영은 상옥의 엄마, 즉 채영의 외할머니와 함께 산 적이 있다. 상옥과 채영 모두 그녀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다. 상옥은 사랑스러운 딸이 자신의 엄마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생경하다며 몸서리쳤고, 채영은 할머니를 보며 그래도 우리 엄마가 할머니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고 웃으며 말한다. 그러나 그런 할머니는 채영과 닮은 데가 있다. 할머니 역시 40년 이상 토하는 삶을 살았다. 젓가락과 나뭇가지로 식도가 상하도록 몸 안을 헤집어 토를 했다. 상옥은 엄마의 자해적 구토가 자기 몸을 통제하기 위해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을 거라 추측한다.
서로를 미워하고 원망해온 세 세대의 모녀는 분명 혈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또 다른 무언가에 묶여 있다. 이 묶여 있음은 지금껏 대개 그녀들이 자기 삶이 괴롭다고 느끼는 근거였다. 그러나 만날 수 없는 평행선, 의도하지 않은 묶여 있음의 상태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지난한 과거를 품으며 딸의 미래에 버팀목이 되어주고자 하는 상옥과 앞으로 엄마와 함께 살기는 싫다면서도 상옥에게 자기 속내를 천천히 털어놓는 채영. 평행선을 닮은 둘은 만나지는 못할지라도, 떨어지지는 않은 채 함께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이토록 ‘사적’이면 거대한 모녀의 화해가 만들어갈 궤적은 지금까지와는 조금은 다른 모습일 것이다. 모녀 관계에 별 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우리사회에는 아직 그 변화를 예측할 언어가 없다. 하지만 가부장제가 잠식해온 관계망을 뚫고 나오는 동력의 핵심이 동시대 모녀 관계에 있음을 감각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이 영화에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이 함께 부대끼며 만들어낼 구체적 미래 궤적이 또 다른 모녀 서사와 만나 서로를 두텁게 만들어주기를 고대한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
- [영화흥신소] 초강력 미세먼지의 습격 '인 더 더스트'
흥해라 이 영화
인 더 더스트
- 지진 발생 후 미세먼지가 도심을 덮친 프랑스 파리 산소 마스크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데...
'엑시트' 그 이전 이미 도심을 덮친 죽음의 미세먼지가 있었다... 극현실주의 재난무비 이 영화 흥해라!!!
-
- [여성독립운동가]:영화 암살, 밀정, 박열로 풀어보다.
#박열#한국사#여성독립운동
3월달 역사컨텐츠 2편을 만들어 봤습니다. 1편에 이어지는 내용이니 1편을 시청하고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넷플릭스 <더 하더 데이 폴> 공식 예고편
서부영화는 올드하다는 편견을 깨라! 개척시대 서부에 새로운 피를 수혈할 짜릿한 액션과 스릴의 복수극. 조너선 메이저스, 이드리스 엘바, 자시 베츠, 레지나 킹, 델로이 린도, 러키스 스탠필드, RJ 사일러, 에디 가세기, 대니엘 데드와일러, 디온 콜 등 호화 출연진. 제임스 새뮤얼이 연출을, 숀 ‘제이지’ 카터, 제임스 래시터, 제임스 새뮤얼, 로런스 벤더가 제작을 맡았다.
-
- 넷플릭스 <허슬> 공식 예고편
운이 다한 농구 스카우터(애덤 샌들러). 평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엄청난 실력을 가진 선수를 외국에서 우연히 발견한다. 결국 그는 팀의 허락도 받지 않고 이 천재 선수를 미국에 무작정 데려가는데. 두 사람은 모든 난관을 무릅쓰고 NBA의 승리를 거머쥐기 위한 마지막 시도에 나선다.
-
- [캐릭터 소개서] '팀 버튼'의 캐릭터 소개서
- “어떤 영화를 사랑하게 하는 데에는 스토리, 대사, 연출 등 다양한 요소가 있다.그러나 그 중에서도 빼먹을 수 없는 것은 단연 캐릭터이다. 특히 매력적인 캐릭터 하나는 작품을 완전히 집어삼키기도 한다.좋은 감독과 좋은 배우가 만난다면 캐릭터는 영화 속에서 그 무엇보다 빛난다. 제대로 설정되기만 한다면,4개의 눈을 가지거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저 괴물들도 충분한 현실성과 설득력을 가진다. 그리고 이 캐릭터는 영원히 사랑받는다.[캐릭터 소개서]에서는 영화의 다양한 캐릭터들을 강한 애정을 담아 소개한다.뽀글거리는 머리와 아이 같은 눈을 가진 한 남자가 가방에서 오래된 갈색 노트를 꺼낸다. 노트를 펼치자 눈알 없는 해골들, 입에서 벌레를 내뿜는 유령과 같이 생전 처음보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남들이라면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노트를 얼른 덮어버리려고 하겠지만, 남자는 노트 속 그것들을 누구보다도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본다. 이렇게 괴기스러운 캐릭터들을 창조한 남자는 누구일까?그는 바로 할리우드의 대표 괴짜 감독 ‘팀 버튼’이다. 그의 작품은 누가 봐도 팀 버튼의 작품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하고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야기를 배제하더라도 그의 캐릭터들은 정말 미친 듯이 아름다운 매력을 갖고 있다. 그럼 지금부터 팀 버튼의 노트를 펴고 그의 미(美)친 캐릭터들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보자.
‘첫 번째 캐릭터’<가위손/ 에드워드 시저헨드>팀 버튼 감독의 노트를 펼치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한 남자의 그림이다. 사람인지 유령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새하얀 피부와 초췌한 표정. 그의 이름은 ‘에드워드 시저헨즈’, 가위손이다.- 영화 : 가위손 (1991)
- 감독 : 팀 버튼
- 출연진 : 조니 뎁, 위고나 라이더, 다이앤 위스트, 안소니 마이클 홀가위손이라 불리는 그는 인간이 아니고, 창조된 기계였다. 외로운 발명가였던 ‘빈센트’는 자신의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심장을 가진 기계인 에드워드 즉, 가위손을 창조한다.그러나 빈센트는 에드워드에게 인간과 같은 손을 만들어주지 못한 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다. 결국, 에드워드는 자신의 가위손 때문에 빈센트와 함께 살던 성에서 외롭게 살아가게 된다.그런 그를 화장품 판매원 ‘펙’이 만나게 되고, 그를 마을로 데려와 함께 살게 된다. 마을로 내려온 에드워드는 펙의 딸, ‘킴’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에드워드는 마을에서 정원을 가꾸고 이발을 해주며 점차 적응하게 된다.그러나 킴의 남자친구 짐이 금고털이에 에드워드를 이용하려 하고, 마을 사람들이 차 사고의 범인으로 에드워드를 의심하는가 하는 등 에드워드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러던 중, 짐이 킴을 찾아와 폭행을 하자 결국, 에드워드는 킴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가위손으로 짐을 살해하게 된다. 살인을 저지른 에드워드는 결국 쓸쓸히 성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수십년이 지나 사랑했던 킴의 모습을 얼음에 조각하는 에드워드의 모습으로 영화는 끝나게 된다.영화 속 에드워드는 감독의 취향을 그대로 반영하기라도 하듯 기괴한 비주얼을 하고 있다. 새하얀 얼굴에는 상처가 가득하며, 손에는 길고 날카로운 가위가 달려있다. 날카로운 가위를 가졌지만 병약하고 소심해 보이는 그의 얼굴은 관객들로 하여금, 에드워드에 대해 완전히 몰입하게 한다. 성에 사는 미스터리하고도 외톨이 같은 존재, 겉모습과는 전혀 다른 마음을 가진 캐릭터 하면 떠오르는 작품은 단연 동화 <미녀와 야수>일 것이다. 그러나 두 캐릭터는 다른 캐릭터성을 가진다. 먼저 미녀와 야수에서의 야수는 처음에는 야만적이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극이 진행될수록 미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시련을 이겨내면서, 점점 따뜻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였고 미녀와 결혼하게 되는 행복한 결말까지 맞이한다.반면 가위손 속 에드워드는 순수함과 기대에서 시작해, 시련을 겪었으나 야수와 다르게 결국 시련을 이겨내지 못하고 포기와 초월이라는 정서로 끝나게 된다. 에드워드는 함부로 다가가기 어려운 겉모습과는 정반대로 그는 마을의 누구보다도, 아니 그 어떤 누군가보다도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런 에드워드가 가졌던 기대와 희망은 결말을 더욱 아프게 느껴지게 한다. 이는 동화와 다른 현실을 냉정하게 보여준 것이다.팀 버튼의 영원한 페르소나 ‘조니 뎁’이 감독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 바로 영화 가위손이다. 록 가수 출신이었던 조니 뎁은 당시에 영화를 몇 편 찍지 않은 신인 중에 신인이었다. 그러나 ‘게리 올드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톰 크루즈’ 등 당대의 쟁쟁한 경쟁자들을 누르고 그는 가위손 역할로 낙점받았다. 팀 버튼을 빠져들게 한 그의 매력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의 눈빛이 아마 그것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의 광대나 피부 등 조니 뎁만의 특징은 많지만, 특히 그의 눈빛은 그 누구와도 다르다. 체념과 희망, 공허함과 가득함을 동시에 담은 눈빛은 가위손하면 그 어떤 배우도 생각나지 않게 하는 무언가이다.가위손은 팀 버튼 감독이 어린 시절 스케치북에 그린 그림에서 시작되었다. 그림 속 남자는 길쭉한 체형에 날카로운 날들이 손에 달려있었다.
어린 시절 외톨이었던 팀 버튼 감독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갔다."난 어떤 이유로 사람들이 날 그냥 혼자 두길 바라는 욕망 같은 것이 있었다. 정확히 왜 그랬는지는 알지 못한다."감독은 에드워드에게 날카로운 날을 달아주었다. 그러나 어린시절 타인과 멀리 떨어지면서도, 그 타인을 힐끔힐끔 바라보는 그의 모습은 에드워드에게서 겹쳐 보인다. 에드워드라는 캐릭터는 끊임없이 상실을 겪는다. 아버지 같던 빈센트를 잃는 데에서 시작해 마지막에는 킴을 포함한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를 잃게 된다.겉으로 보이는 것에 집중해 판단하고, 자신의 내집단과 외집단으로 나누는데 너무나 익숙한 우리. 동화처럼 아름다운 결말이 아니었음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영화관을 나가면 우리는 금세 감각기관이 판단하는 것을 제외한 것들은 외면할 것이다. 가위에 스쳐 조그만 생채기가 날까 한걸음 떨어지기 이전에, 나의 한걸음이 누군가에게 느껴질 수 있는 의미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두 번째 캐릭터’<잭 스켈링턴>다음으로 노트의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기니 또 다른 그림이 보인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공허한 구멍만 있고, 길쭉한 팔다리를 가진 이것. 하얀 뼈와 검정 줄무늬 정장은 마치 한몸인 것처럼 붙어있다. 이 캐릭터의 이름은 ‘잭 스켈링턴’이다.- 영화 :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1993)
- 감독 : 헨리 셀릭
- 원안: 팀 버튼
- 출연진 : 크리스 서랜던(노래: 대니 엘프먼), 캐서린 오하라, 켄 페이지, 패트릭 스튜어트잭 스켈링턴은 할로윈 마을에 사는 인기스타이다. 그러나 그는 매번 같은 할로윈 준비를 하면서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방황을 하던 그는 우연히 크리스마스 마을에 가게 된다. 그는 크리스마스 마을을 보며 사라졌던 열정을 되찾고 마을 사람들을 설득해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게 된다. 잭은 자신이 산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 ‘락’, ‘쇼크’, ‘배럴’ 세 악동에게 원래의 산타를 조심히 데려오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악동들은 악명 높은 악당, ‘우기 부기’에게 말하지 말고 정중히 모시라는 잭의 말을 잘못 알아듣고 산타를 우기 부기에 넘기게 된다. 잭을 사랑하는 ‘샐리’는 크리스마스에 완전히 빠져 이성을 잃은 그을 막기 위해 안개를 만들면서까지 방해하지만, 잭은 뼈돌프(?) 애완견 제로의 도움으로 무사히 출발한다.그러나 자신의 입장에서만 크리스마스를 상상한 잭의 선물들은 공포 그 자체였다. 인형 대신 괴물이, 강아지 대신 구렁이가 들어있는 등 그는 크리스마스를 망쳐버렸다. 그 와중에 샐리는 산타를 구출하려다 오히려 우기 부기에게 잡히고 만다. 잭 역시, 잭의 행동을 크리스마스 테러로 느낀 사람들에 의해 대공포 공격을 당하고 격추당하게 된다. 잭은 떨어진 망가져버린 자신을 보며, 실수를 깨닫고 호박의 왕인 자신의 원래 모습을 다시 한번 느낀다. 잭은 마을로 돌아가 우기 부기와의 치열한 결투를 통해 샐리와 산타를 구출한다. 잭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받은 산타는 크리스마스를 우리가 기억하는 아름다운 날로 되돌린다. 산타는 할로윈 마을에 눈을 내려주고, 잭은 샐리와 함께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해골의 왕이라는 별칭처럼 잭 스켈링턴은 할로윈 마을 내 사교적이고 인기 많은 리더이다. 할로윈의 준비와 결정을 잭에게 검토받을 정도이다. 그렇게 잭과 작중에서 표면적인 갈등을 보이는 인물은 사실상 우기부기밖에 없을 정도로 그는 충분히 매력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다. 오히려 완벽한 삶 때문일까? 잭은 내면의 공허함을 겪고 있는데, 우연한 계기로 크리스마스에 대해 알게 된다. 그리고 공허함을 이겨내기 위해 충동적이지만, 추진력을 가지고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인다.잭의 크리스마스 계획은 결국 실패하지만, 잭은 거기서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본래 자신의 역할인 할로윈에 대한 열정을 갖게 된다. 즉, 크리스마스를 만드는 잭의 계획은 실패했지만, 이것이 트리거가 되어 잭을 성찰하게 하고, 성장시킨 것이다. 잭은 자신이 망친 크리스마스에 대한 책임감도 가지고 있으며 이를 바로 잡으려는 모습도 보인다. 이처럼 잭은 팀 버튼의 영화에서 보기 힘든 이상적이고 능력 있는 리더 캐릭터이다. 특히, 모난 점 없이 모두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이 해당 영화 전후의 팀 버튼의 영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특별한 캐릭터성이라고 할 수 있다.즉흥적이지만, 훌륭히 조직을 이끈다는 점에서 누군가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윌리 웡카’를 떠올릴 수는 있다. 그러나 잭은 가족과 관련된 내면의 아픔을 갖고 있으며 특정 순간마다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웡카와는 다르다. 잭의 구구절절한 과거 이야기나 상처 받고 괴로워하는 모습들을 영화에서 크게 다루지 않으면서, 시원하고 적극적인 캐릭터의 매력만이 훌륭하게 보여준다. 작중에서 관객은 잭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가게 되는데, 잭의 기다란 팔다리가 만들어가는 춤과 쾌활하고 능동적 성격은 우리에게 한편의 즐거운 뮤지컬을 보는듯한 느낌을 선사한다.잭의 비주얼로 돌아가 더 알아보자면 먼저 하얀 해골 모양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둥글고 큰 머리에는 코가 없고, 검은 구멍처럼 보이는 눈을 가지고 있다. 입은 길고 가로로 넓게 벌어져 있으며, 선처럼 가늘게 그어진 이빨이 보인다. 마치 이모티콘처럼 미니멀한 잭의 디자인은 그의 표정이 다양하고 생동감 있게 보여지도록 한다. 이 때문에 잭은 무서운 존재와 친근한 존재를 넘나들게 된다. 할로윈 마을의 인물들이 가진 작은 키와 대비되는 잭의 큰 키는 잭을 돋보이게 하며 그를 자연스럽게 리더로 여겨지게 한다. 또한, 앞서 언급한 그의 가늘고 긴 팔다리가 만든 몸짓 하나하나는 동작을 경쾌하게 보이게 하며, 그를 우아하고 고딕적으로 느껴지게 한다.해당 작품은 팀 버튼이 원안을 제공했을 뿐, 감독까지 맡지는 않은 작품이다. 그러나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성격이나 비주얼 등 인물의 캐릭터성을 만드는 데에는 팀 버튼의 아이디어가 강하게 반영되었다. 세심한 캐릭터 설정이 특징인 팀 버튼의 캐릭터답게, 잭이 고민을 통해 내면을 돌아보고 진정한 가치를 찾는 모습도 적절히 등장한다. 당신이 뛰어난 미장센에 주제의식이 숨겨지듯이 담긴 영화가 보고 싶다면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을 추천한다.
‘세 번째 캐릭터’
<빅터 프랑켄슈타인>
노트의 왼쪽 아래에는 한 소년이 그려져 있다. 커다란 눈과 언밸런스한 체형은 해당 인물 역시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임을 암시한다. 그러나 앞서 본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의 잭과의 파격적인 비주얼과는 다르게, 해당 캐릭터는 비교적 깔끔하고 얌전해 보이기도 한다. 소년의 이름은 ‘빅터 프랑켄슈타인’. 지금부터 그가 어떤 캐릭터인지 알아보자.- 영화: 프랑켄위니 (2012)
- 감독: 팀 버튼
- 출연진: 캐서린 오하라, 마틴 쇼트, 마틴 란도우, 찰리 타핸‘빅터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에 관심이 많은 내성적인 소년이다. 그런 그에게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친한 친구는 애완견 ‘스파키’이다. 그러던 어느 날, 스파키가 교통사고로 죽게 된다. 엄청난 슬픔에 잠긴 빅터는 과학의 힘으로 스파키를 살려내겠다는 결심을 한다. 빅터는 학교에서 배운 과학 지식과 그의 재능으로 번개 실험을 하게 되고 스파키를 되살린다. 그러나 스파키가 다시 살아났다는 사실을 빅터의 친구들, 이웃들이 알게 된다. 다른 아이들도 빅터의 실험을 흉내 내면서 다양한 동물들이 괴물처럼 변하게 되자 결국, 마을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자신의 실험이 가져온 결과에 빅터는 책임을 지고 스파키와 함께 마을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역시 실험으로 탄생한 고양이와 박쥐의 충격적인 결합체, ‘미스터 위스커스’는 마을을 혼란에 빠트리고 빅터의 소꿉친구, ‘엘사 반 헬싱’과 스파키의 여자친구, ‘페르사포네’를 풍차로 납치한다. 빅터와 스파키는 엘사와 페스사포네를 구하는 데 성공하지만 빅터는 탈출에 실패한다. 빅터를 구하고자 스파키는 ‘미스터 위스커스’와 다시 한번 대결을 펼치게 된다. 스파키는 대결에서 승리하지만, 풍차에 깔려 다시 한번 죽는다. 그러나 빅터가, 다시 한번 스파키를 살리고 빅터와 스파키가 다시 재회하며 영화는 끝나게 된다.<프랑켄위니>의 원작은 팀 버튼이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일하던 1984년 만든 동명의 실사 단편 영화이다. 1984년 단편 영화 <프랑켄위니>는 장편 애니메이션과 유사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사랑하는 애완견 스파키를 잃은 빅터가 번개의 힘을 통해, 스파키를 살린다는 설정은 동일하다. 그러나 박쥐 고양이가 아닌 이웃들이 스파키를 괴물로 오해하며 혼란과 갈등이 생긴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팀 버튼 감독은 자신이 어렸을 적에 애완견과 이별한 아픔과, 흑백의 화면처럼 고전 공포 영화 시대의 느낌을 결합해 작품을 만들었다. 특히, 작품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작품은 1930년대 고전 공포 영화 프랑켄슈타인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 해당 작품을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기획했으나 좋지 못한 반응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팀 버튼은 세월이 지나 작품의 스토리를 확장하고 자신의 경험과 개성을 더해 2012년, 장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작품을 만들게 된다.팀 버튼의 특징인 자전적인 이야기 구성은 해당 작품에서도 잘 나타난다. 빅터에게는 과학이, 팀 버튼에게는 그림이라는 평생을 바칠만한 취미가 있었다. 또한, 그들에게는 자신만을 전적으로 사랑해주는 사람이 아닌 친구가 있었다. 우리가 강아지를 사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면 아마 주인만을 전적으로 사랑하는 특성 때문은 아닐까 싶다. 밖에서 어떤 상처를 받고 어떤 일이 있었든지, 나라는 이유로 조건 없는 사랑을 하는 존재를 찾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작품을 보다 보면, 팀 버튼의 B급 유머를 통한 클리셰 비틀기가 적절히 드러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과 자연, 작게 본다면 인간과 인간이 아닌 생명체의 대결구도는 우리에게 흔한 구도이다. 물론 <에이리언 시리즈>, <아바타 시리즈>나,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등의 작품에서도 보이듯이 인간을 욕심 많고 악한 존재로 묘사할 것인지, 아니면 재앙의 피해자로 묘사할 것인지의 차이는 존재하긴 하지만 말이다.그러나 감독은 작품의 빅터와 미스터 위스커스의 대결에서 빅터를 먼저 리타이어시키고 스파키와 미스터 위스커스를 대립시키면서 인간이 아닌 생명체끼리의 대결을 성사시킨다. 이러한 구도는 클리셰의 전환을 보여줬으며, 특히 뜨거운 논쟁의 대상인 강아지 vs 고양이의 대결이라는 점 역시 웃음을 유발한다. 작품의 결말 역시 진정한 죽음이니 뭐니 하면서, 스파키를 떠나보내며 작품을 끝내는 게 아니라 자동차 배터리로 살린다는 점 역시 팀 버튼답다는 느낌을 준다.
작중의 빅터의 캐릭터를 살펴보면, 감독의 작품의 많은 인물이 보여주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와 아웃사이더의 성격을 전부 가지고 있다. 죽은 동물을 번개로 되살린다는 점 외에는, 감독의 다른 작품에 비해서는 비교적 현실성 있는 설정을 가진 만큼 빅터에 공감하기는 비교적 쉽다. ‘사랑하기 때문에 되살린다’라는 간단한 논리구조는 원작인 프랑켄슈타인의 창조와는 다른 숭고한 목적이다. 팀 버튼 감독의 많은 캐릭터는 대부분 순수함을 가지고 있다. 앞서 본 ‘에드워드 시저헨드’와 ‘잭 스켈링턴’도 마찬가지이다. 빅터 역시 순수함을 가지고 있으며, 스파키에 대한 강한 연대를 보여준다. 특히,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은 에드워드 시저헨드와 잭 스켈링턴, 그리고 뒤에 나올 비틀쥬스와는 완전히 다르다. 어쩌면 팀 버튼의 무수한 캐틱터들 중 그의 정서를 가장 잘 대변하는 캐릭터는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이다.가족과 친구, 마을 사람들과도 교류가 적은 편이지만, 오직 한 존재 스파키와의 우정과강한 연대는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이끈다. 빅터는 스파키에 대한 강한 사랑과 애정으로 다른 것들을 애써 외면한다. 눈이 멀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칠 정도로 사랑해 본 적이 있던가. 순수함이 보여주는 투명한 아름다움과 따뜻함을 <프랑켄위니>를 통해 한번 느껴보자.
‘네 번째 캐릭터’
<비틀쥬스>어느덧 노트의 마지막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얼핏 보면 두 인물처럼 보이는데, 자세히 보니 세월이 지나 옷이 달라지고 주름만 생겼지, 똑같은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까맣게 칠해져있는 눈두덩이와 산발이 된 머리. 숨겨지지 않은 가벼움과 광기는 결코 감출 수가 없다. 마지막 그림의 캐릭터는 ‘비틀쥬스’이다.- 영화 : 비틀쥬스 (1988) / 비틀쥬스 비틀쥬스 (2024)
- 감독 : 팀 버튼
- 출연진 : [공동] 마이클 키튼, 위고나 라이더, 캐서린 오하라 [단독] 비틀쥬스: 알렉 볼드윈, 지나 데이비스/ 비틀쥬스, 비틀쥬스: 제나 오르테가, 저스틴 서로‘비틀쥬스’는 36년의 세월을 거쳐, 두 영화나 출연한 귀한 몸이다.먼저 1988년에 개봉한 <비틀쥬스>이다. 영화는 ‘아담’과 ‘바바라 메이틀랜드’ 부부가 차 사고로 사망하면서 시작된다. 그들은 자신들의 죽음을 인지하지 못했지만 결국 알게 되고 유령들의 법에 따라, 자신들의 집에 머무는 유령이 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집에 뉴욕 출신의 디츠 가족이 이사 오게 되고,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집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게 된다. 자신들의 집을 망치는 것을 볼 수 없었던 아담과 바바라는 자신들의 집을 지키기 위해 디츠 가족을 쫓아내려 하지만, 그들은 겁을 주는데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디츠 가족도 그를 보지 못한다.결국, 메이틀랜드 부부는 최후의 방법으로 바이오 엑소시스트 전문가(인간 퇴치사)인 ‘비틀쥬스’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비틀쥬스는 난폭하고 미치광이 같은 성격의 유령으로 이름을 세 번 부르면 나타나서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비틀쥬스는 디츠 가족 중에 유일하게 유령을 볼 수 있는 딸 ‘리디아’와 결혼해 세상으로 나가려는 다른 목적이 있던 유령이었다. 결국 비틀쥬스가 디츠 가족을 더욱 위험에 빠뜨리자, 메이틀랜드 부부와 리디아는 그를 막기 위해 힘을 합치게 된다. 결국, 리디아와 메이틀랜드 부부는 비틀쥬스를 물리친다. 메이틀랜드 부부는 자신들의 집에서 평화롭게 살게 되며, 디츠 가족도 그들과 조화롭게 공존하며 살게 된다.다음은 2024년 개봉한 <비틀쥬스 비틀쥬스>이다. 해당 작품은 어머니가 된 ‘리디아’를 중심으로 영화가 흘러간다. 리디아는 여행가였던 남편을 잃고, 1편에도 나왔던 새어머니 ‘딜리아’와 딸 ‘아스트리드’와 살고 있다. 전작에 등장한 메이틀랜드 부부는 떠났다는 설정이다. 그러던 중 새 사진을 찍으러 간 리디아의 아빠이자 딜리아의 남편인 찰스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 가족들은 찰스의 장례식을 위해 그들이 살던 윈터 리버로 돌아간다. 그렇게 찰스의 장례식을 마치고, 리디아와 남자친구 로리의 갑작스러운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 가족들은 윈터리버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혼자 자전거를 타던 아스트리드는 나무에 부딪히고, 나무 위에서 한 소년을 만나게 된다. 그 소년과 시간을 보내던 와중 소년은 자신이 유령이며, 아스트리드에게 아빠를 만날 수 있으니 함께 저승으로 가자고 제안한다. 소년을 믿는 아스트리드는 저승에 가지만, 사실 그 소년은 연쇄살인마 출신 유령으로 아스트리드를 제물로 바치고 자신이 다시 이승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러한 계획을 알게 된 리디아는 딸을 위해 비틀쥬스를 소환하게 된다. 비틀쥬스의 도움으로 리디아는 아스트리드를 구하지만 이번에도 비틀쥬스는 리디아에게 결혼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아스트리드는 기지를 발휘해 계약이 무효임을 증명하고 또다시 뒤통수를 맞은 비틀쥬스가 저승으로 돌아가며 영화는 끝이 난다.‘마이클 키튼’의 미친 연기로 팀 버튼의 이름을 알리는데도 일조한 비틀쥬스는 정말 광인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1편과 달리 2편에서는 비틀쥬스의 캐릭터성이 악당에서 조력자로 전환되긴 했지만, 그의 존재감은 여전하다. 아기 비틀쥬스 출산 공격, 내장 내뿜기, 괴물 선물 등 온갖 방법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괴롭히는 비틀쥬스의 스킬은 정말 경이로울 지경이다. 비틀쥬스가 특유의 장난기 가득한 성격을 백분 활용할 수 있는 인간퇴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은 정말 신의 한 수인 것 같다. 비틀쥬스가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이유나 비틀쥬스의 시시콜콜한 과거 이야기는 1편에서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36년이 지나, 2편이 되어서야 ‘델로레스’라는 새로운 캐릭터와 함께 그의 과거 이야기가 짧게나마 나온다. 비틀쥬스는 수백년 전, 흑사병이 창궐하던 중세시기, 델로라스라는 이름의 여성과 결혼하기로 했었다.그러나 사이비 종교의 교주였던 델로레스가 자신을 포도주로 독살하려는 것을 알게 되자, 델로레스의 머리를 토막내어 함께 저승에 간다. 하지만 2편에서 부활환 델로레스는 어쩐 일인가 비틀쥬스를 아직도 너무나도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며 그를 끊임없이 스토킹한다. 이러한 모습은 비틀쥬스에게 숨겨진 마초적인 매력이 있음을 암시한다. 그러나 이런 일방적인 사랑이 부담스러웠을까. 비틀쥬스는 델로레스에게 도망을 다니며 여전히 리디아에게만 결혼을 요구한다. 이처럼 마초적이면서도 순애보적인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는 비틀쥬스의 이중적인 캐릭터성은 “그게 비틀쥬스니까.”라는 말 한마디로 관객을 수긍하게 한다. 비틀쥬스는 한번 할 때는 제대로 하는 쿨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오래전, 자신을 뒤통수친 리디아가 다시 한번 자신을 소환하자 과거를 잊은 듯한 모습을 보이며, 연쇄살인마 유령을 정의구현하는데 물심양면 돕는다. 물론 그의 도움과 상관없이 이번에도 얼얼한 뒤통수를 맞긴 했지만 말이다.저승에서 보내는 수백 년이 넘는 세월 속에서도, 유연하고 성공적으로 적응했다는것도 비틀쥬스가 굉장히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1편에서 그는 변변치 않아보이던 인간퇴치사 즉, 개인사업자 신분이었다. 그러나 36년의 세월이 지나자, 밥을 포함해 많은 직원을 둔 어엿한 회사의 대표가 되었다는 점도 그가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극 중에서 비틀쥬스는 야심을 갖고,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누군가는 그런 모습이 교활하다고 말하겠지만, 체계적인 계획으로 타인을 조종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도 사실 능력이다. 거의 썩은 듯한 푸석푸석한 피부, 녹색의 헝클어진 머리카락, 기괴한 메이크업 그리고 과장된 리액션과 표정까지 비틀쥬스하면 생각나는 비주얼은 이와 같다. 그의 비주얼은 처음 봤을 때부터 그가 막무가내이고 충동적인 행동으로 작품에 큰 혼란을 유발할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이러한 비틀쥬스의 다양한 캐릭터성은 그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비틀쥬스>와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사실 모두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가족이라는 큰 틀 안에 상실과 기억, 그리고 사랑을 담았다는 것이 <비틀쥬스 시리즈>가 공통으로 가진 주제의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제가 다소 오글거리고 썩 내키지 않는다면, 비틀쥬스에만 집중해보는 것은 어떨까? 주제와 가치를 오염시키지 않는 선까지만 엇나가 자신만의 매력을 뽐내는 비틀쥬스. 그 존재만으로도 영화를 볼 이유가 충분하다.
지금까지 순수와 공포가 공존하는 팀 버튼 영화 속 캐릭터들에 대해 알아봤다. 부디 그의 캐릭터들과 함께 기괴하지만 아름다운 세계에 마음껏 빠져들고 싶어졌기를 바란다.
-
- 10월 3주 최신개봉영화
10월 3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10월 3주 개봉영화 5편!
듄 Dune , 2021
인류의 먼 미래를 우주 대서사
영화 "듄"은 생명 유지 자원인 스파이스를 두고 아라키스 모래 행성 ‘듄’에서 악의 세력과 전쟁을 앞둔,
전 우주의 왕좌에 오를 운명으로 태어난 전설의 메시아 폴의 위대한 여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SF 역사상 최다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프랭크 허버트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데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천재 감독’ 드니 빌뇌브가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끝없는 지평선과 광활한 사막, 그 모래 위로 반짝이는 스파이스,
거칠고 황량하면서도 아름다운 사막 행성 아라키스, 거대한 모래벌레와 스파이스 수확기,
벌새나 잠자리를 떠올리게 하는 우주선 등 압도적 스케일을 자랑합니다.
이번 영화는 2부작으로 기획된 시리즈 중 1부에 해당하는데요
오락적 요소에 집중하려다가 자칫 원작의 깊이가 희석될 수 있다는 딜레마가 있기 때문에
빌뇌브 감독은 과감하게 1·2부로 나눴다고 합니다.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을 생각나게 하는 경이롭고 장엄한 우주 대서사!
첫번째 추천영화 "듄"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라스트듀얼: 최후의 결투 The Last Duel , 2021
세기의 거장 리들리 스콧이 다시 돌아왔다!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는 결투의 승패로 승자가 정의 되는 야만의 시대,
권력과 명예를 위해 서로를 겨눈 두 남자와 단 하나의 진실을 위해 목숨을 건 한 여인의 충격적 실화를 다룬 작품입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에이리언', '글래디에이터', '마션' 등 다수의 명작을 탄생시킨 거장인데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연출적 장점이 극대화된 신작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에서는
진실의 힘, 정의, 고발 등 현시대에도 공감 가능한 메시지를 전하며,
세대 불문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하는 또 한 편의 마스터피스의 탄생을 예고합니다.
또한 맷 데이먼, 아담 드라이버, 조디 코머, 벤 애플렉까지 할리우드 대표 배우들이 등장해 개대를 모으고 있죠
14세기 프랑스를 충격에 빠뜨린 마지막 결투 재판!
두번째 추천영화 "라스트 듀얼"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동백 Dongbaek , 2021
70년을 오가는 한 남자의 뼈아픈 기억
73년 전 전남 여수와 순천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을 다룬 여순사건,
1948년 10월 19일 여수시 신월동에 주둔한 제14연대 일부 군인이 제주4·3 진압 명령을 거부하며 일으킨 사건으로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됐었죠.
한국 현대사의 비극으로 기록된 여순사건을 주제로 만든 영화 "동백"이
19일 여수와 순천지역 영화관을 시작으로 21일 전국에 개봉을 합니다.
영화 "동백"은 여순사건 당시 아버지를 잃은 노인 황순철과 가해자의 딸 장연실의 세대를 이어온 악연을 풀기 위한
갈등과 복수 그리고 화해와 용서를 담은 영화인데요
신준영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박근형이 황순철 역을 열연했으며
신복숙이 장연실로 분해 호흡을 맞췄습니다.
최근 특별법 통과로 재조명되고 있는 아픔을 담은 영화
세번째 추천영화 "동백"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휴가 A Leave , 2020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독불장군상, 독립스타상 3관
영화 "휴가"는 이란희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으로 지난해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에서 첫 공개된 이래,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장편경쟁 부문 대상, 독불장군상, 독립스타상 3관왕에 등극하는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어 상찬 받고 주목받은, 명실상부 2021년 올해의 독립영화입니다.
"휴가"의 주인공 ‘재복’은 해고당했지만, 길 위에서 1882일째 천막 농성을 하며 진짜 하고 싶은 밥 버는 일 대신
행인들에게 전단을 나눠주고, 다른 농성장과 연대하고, 농성장의 안살림을 책임지는 살림꾼인데요
응답 없는 길 위에서의 삶에 지칠대로 지친 해고노동자가 농성을 잠시 멈추고 집으로 짧은 휴가를 떠나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입니다.
이란희 감독은 그들이 천막을 떠났다가 결국 다시 돌아오는 까닭과
왜 그렇게 오랫동안 투쟁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휴가"를 기획했다고 합니다.
노동의 가치와 공동체의 책임을 이야기하는 어느 해고노동자의 단단하지만 따뜻한 손길
네번째 추천영화 "휴가"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한창 나이 선녀님 Burning Flower , 2021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흥행 신드롬 재현하는 그 영화!
영화 "한창나이 선녀님" 강원도 산골 68살 임선녀 할머니가 누구의 도움 없이 바쁜 일상을 채워나가는 다큐멘터리입니다.
홀로 소를 키우고, 틈만 나면 못 깨우친 한글 공부를 하며, 짬을 내 새 집을 직접 짓는 임 할머니의 기록을 담았는데요.
드디어 꿈을 향해 걸음을 떼기 시작한 선녀님에게 누군가는 그럴 돈이 어디 있냐고 묻고, 누군가는 그럴 시간이 어디 있냐고 이야기합니다.
또 누군가는 너무 늦었다고 , 누군가는 이젠 쉬엄쉬엄 살고 싶지 않냐고 묻습니다.
선녀님은 타인의 목소리보다,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였고,
결국 자신이 살 집을 직접 짓기 시작하죠
한번 마음 먹으면 망설임 없이 실행에 옮겨버리는 선녀님의 일상은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흘려보내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매너리즘에 빠지는 이 시대 청춘들에게 특별한 질문을 던집니다.
때묻지 않은 소박하고 정겨운 시골 풍경까에 바쁜 일상 속 힐링을 선사하는
2021년 감동과 웃음을 전하는 웰메이드 다큐멘터리!
다섯번째 추천영화 "한창나이 선녀님"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
- 시작 전이 더 재미있는, 스토브리그
야구를 좋아하지 않아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드라마를 하나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스토브리그는 프로야구의 한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의 기간을 뜻합니다.
이 기간에 계약 갱신이나 트레이드가 이루어지는데요.
가상의 팀인 재송 드림즈의 꼴지 탈출을 위한 기간,
과연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곳곳에 썩어버린 땅에 심어진 사과나무 한 그루의 영향력.
잘하지 않는 팀에서 무언가를 한다는 건 분명히 힘든 일입니다.
반대로 잘하는 팀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도 분명히 힘든 일이죠.
어느 팀이든 고민거리나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팬들은 승부가 당연히 중요하고 실망하고 돌아서기도 하지만
"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하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건 당연합니다.
드림즈도 마찬가지였죠.
꼴찌면서 매너도 경기도 모두 지는 그런 팀이었기에 스토브리그가 굉장히 어려운 팀이 되었습니다.
곳곳에 썩은 뿌리가 심어져 있는 이 곳에 새로운 단장이 오게 되면서 많은 변화와 혼란스러움이 오지만
그럼에도 스토브리그를 드림즈는 성공적으로 보낼 수 있을까요?
저도 프로축구를 응원하는 한 사람으로서, 정말 힘들게 우승을 못하는 구단을 응원하는 사람으로서
이야기 하는 종목은 다르지만 비슷하게 다뤄지는 이야기들이 굉장히 마음에 와닿았고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저렇다면 응원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강두기 선수)
항상 조롱을 당하고 기대감과 실망감을 동시에 받아야 했던 제가 조금은 위로를 받았던 드라마 였습니다.
KBS에서 이런 소재를 다루고 또 멋진 드라마로 마무리까지 잘 해낸 스토브리그,
추천합니다.
연기도 연출도 각본도 모두 잘 어우러진!
-
- 살인과 광기의 경계
인도영화 <킬>은 '40명의 무장강도와 1명의 특수요원'이라는 광고 문구와 제목만 보자면 액션만을 위한 유치한 영화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 영화이며, 오히려 비슷한 류의 액션영화인 <테이큰>이나 <존 윅>보다도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한 심도 깊은 고찰이 담겨있다. 다만 주인공 자체에 대한 서사가 너무 로맨스에만 맞춰져 있고, 액션 서사를 '특공대'라는 것으로만 퉁친 점이 좀 아쉽다.
이 영화가 좁은 곳으로 공간을 제한한 단순액션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는, 감독 니킬 나제시 바트(Nikhil Nagesh Bhat)가 자신이 직접 기차 무장강도를 당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에는 액션뿐 아니라 피해자들과 가해자들의 심리묘사나 인도의 계급갈등 등 사회의 묘사가 탁월하다. 그리고 그 부분을 액션으로 잘 승화했다. 비단 이 영화가 인도 영화 특유의 색채 때문에 80-90년대의 홍콩영화 감성이 물씬 풍기더라도, 앞서 말한 점에서 <테이큰>이나 <존 윅>보다도 나은 점이 있다고 느낀다. 이 영화는 그 주제를 잘 나타내기 위해, 영화 중간에 제목을 넣어 두 부분으로 나누었다.
죽여야만 할 때
주인공 암리트(락샤)와 친구 비레쉬(아비쉐크 차우한)는 특공대 출신이다. 이 기차에 타고 있는 암리트의 약혼녀 툴리카(타냐 마닉탈라)와 그 가족을 구하기 위해 무장강도가 나타나자 행동을 개시한다. 이때 이들의 전투 목적은 훈련받은 군인의 자세다. 적을 제압하고, 상대의 수가 많으므로 힘을 낭비하지 않으려 하는 철저한 군인모드. 그들은 자신들이 무력한 일반승객과는 다르다는 걸 알고 있고, 그러기에 둘 다 아무 망설임 없이 무장강도를 상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상대들은 단순한 무장강도가 아니다. 그들은 실제 가족들이다. 가족들끼리 패거리를 이뤄 강도단을 만드는 것은 빨리 돈을 벌고 싶어 하는 하층민 가족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탄 이 열차는 상류층이 차는 매우 비싼 열차이며, 거의 비행기 값이라고 한다. 그러니 승객 몇을 죽이면서 공포로 몰아넣고, 빠르게 내려 도망가려 한 것이다. 그들은 승객들을 공포로 몰아넣기 위해 살인이 필요했다. 그것을 주도한 파니(라가브 주얄)는 이 가족 강도단의 행동대장 격이며 잔혹하다. 그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농락하는 것을 즐기다 일을 그르친다. 만약 단순히 강도들이나 특공대 주인공들이 할 일만 했다면 그렇게 뒷부분처럼 참혹해지진 않았을 것이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죽이고 싶어질 때
영화는 중반부 파니가 암리트의 약혼자인 툴리카를 죽이면서 완전히 달라진다. 영화의 제목인 <킬>이 그제야 화면에 커다랗게 새겨진다. 암리트는 군인으로서의 자신을 버리고, 복수와 죽음의 화신이 되어버린다. 그 모습은 마치 폭풍의 신인 루드라 신이 강림한 것처럼 두렵고 잔혹하다. 칼로 찔러 제압하고 죽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분노를 풀고 강도들에게 끔찍한 공포와 고통을 주는 것이 목적으로 바뀐다. 지금까지 강도들은 승객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지만, 끔찍하게 죽어나가는 자신들의 가족들을 보며 그들은 암리트에게 공포를 느끼고 두려워하고 울부짖는다.
그건 마치 현대 격투가와 고대 무술가의 차이와도 비슷한데, 현대 격투술은 스포츠로 만들어져 타격과 기술에 제한이 있다. 상대를 무력화시켜 승리를 거두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필요 이상으로 상대를 다치게 하거나 불구로 만들거나 죽이면 안 된다. 그래서 급소를 타격하는 등의 위험한 기술은 실전에선 유용하지만 아예 하지 못하게 가르친다.
그에 비해 고대 무술은 원래 전쟁에서 상대방을 가장 빠르게 죽이는 목적이 있는 것이므로, 눈 찌르기나 급소 타격, 관절 부러트리기 같은 위험한 기술이 주가 된다. 물론 특공대인 주인공들이 쓰는 특공무술은 그런 '죽이기 위한'무술을 가르치는 것이지만, 단순하게 감정 없이 제압하는 것과 분노를 담아 잔인하게 고통을 주며 죽이는 건 또 다르다. 그건 광기의 살인이다. 이것들의 차이는 타나카 아키오의 만화 <군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분노의 화신이 된 암리트는 이미 죽은 상대의 머리를 계속 내리쳐 으깨버리고, 칼로 찌른 몸을 천천히 반으로 갈라버리거나 일부러 잔혹하고 고통스럽게 죽이고 전시한다. 그 광기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암리트의 절망과 분노를 느낄 수 있다.
공포와 살인의 반전
암리트가 공포를 심어주기 위해, 자신이 죽인 강도들을 매달아 놨을 때 문득 에이리언이 생각났다. 그래, 에이리언은 암리트인지도 모른다. 자신은 살기 위해 했던 행동들은 동료들의 끔찍한 죽음으로 다가왔다. 이유를 모른 채 실험체가 되어 이용당하다 태어나자마자 죽어가는 자신들의 삶에서, 그저 살려고 발버둥 친 건 아니었을까? 강도들에게 괴물처럼 비치는 암리트의 모습을 보며 새삼 에이리언에게 연민을 느꼈다. 누가 누구에게 공포이고 누가 괴물인가?
또한 이 영화에서 절대강자로 등장하는 커다란 강도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약하게만 보였던 죽은 승객의 엄마들에 의해 무참히 죽는다. 여기에서는 절대 강자도, 절대 선한 자도, 절대 악한 자도 없다. 모두 자신의 이야기 안에서 상대를 바라보고 살인을 하고 분노하며 공포를 느낀다. 그리고 그 힘과 공포는 계속해서 위치가 바뀌며, 그것을 지켜보는 관객은 누군가를 응원하게 된다기보다 그저 그런 끔찍한 참사가 벌어져야만 했던 기차가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과 같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
이 영화의 재미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짚어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영화가 주는 '과한 감성'이 맞지 않는다면 감정선이 유치하게 보일만한 연충들이 있다. 그 부분만큼은 위에서 언급했듯 딱 80-90년대 홍콩 액션영화와 비슷하다. 그리고 액션에 있어서도 주인공의 액션 무술에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니라 감정에 초점이 있고, 좁은 공간에서 사물을 이용하는 스트리트 액션이라서 최근 크라브마가나 칼리 아르니스와 같은 특공무술의 쿨하고 멋진 모습보단 더 현실적인 액션에 가깝다.
잔혹한 액션을 좋아하는 액션 팬들에겐 롯데 시네마에서만 단독 개봉하는 게 아까울 정도로 괜찮은 영화다. <존 윅> 제작사에서도 리메이크를 한다고 하니, 마치 과거 <옹박>을 뤽 베송이 재편집해 개봉해 배우였던 토니 쟈가 세계적인 액션스타가 된 일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