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tto2023-11-28 16:33:22
우리 모두가 발휘할 수 있는 힘
<레슬리에게> 리뷰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관객석에 앉아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어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하는 주인공들이 있다. <몬스터>속 샤를리즈 테론의 캐릭터가 그랬고, 션 베이커 감독의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일부러 그러한 서술 방식을 취함으로써 문제의식을 가지도록 한다.
<투 레슬리>의 레슬리 역시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또 계속 실패하고 마는
캐릭터이다. 관객은 그녀가 무너지고 또 모욕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적어도 ‘괜찮은’ 엔딩이 기다리고 있기는 한 건지 궁금해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녀의 힘겨운 여정은 미국의 끝없이 펼쳐진 고속도로변을 위태롭게 걷다 사라지지 않는다. 레슬리는 끝내 방 한 칸을 찾아 안착함으로써 관객을 배반하지 않기로 한다.
그녀는 한때 얻었던 복권 당첨금은 도박으로, 주변 사람들의 신뢰는
알코올 중독으로 모두 잃었다. 이곳저곳 거처를 옮기지만 그녀를 받아주는 곳은 마땅치 않다. 원래 살던 곳에서 그녀가 재기하기를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던
중 우연하고도 놀랍게도 허름한 모텔을 운영하던 남자가 그녀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일자리를 제안한다. 그
자신도 사유지에서 몰래 잠을 자던 부랑인인 레슬리에게 숙식과 급여를 제공하기로 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영화의 말미에 마침내 중독을 억누르고 가족과 친구를 끌어안는 레슬리를 보고 나면 관객은 깨닫게 된다. 일자리
제안도,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힘겨운 과정도, 망친 관계를
회복해보려는 움직임도 모두 레슬리를 향한 아주 작은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찰나의 믿음이 그녀에게
기회를 주고, 마침내 그녀가 한발짝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준다.
<레슬리에게>는
그 제목처럼 레슬리를 바라보는 누군가의 이야기도 아니고 그녀의 눈부신 성장 드라마도 아니다. 오히려
끈질긴 중독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에 가깝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영화가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발휘할 수 있는 작은 믿음에 관한 영화라는 것이다. 아주 작은 믿음이 바로 레슬리를
엔딩까지 데려가는 실낱 같은 희망이고, 그것이 쌓여 실패하더라도 일어설 수 있는 힘과 관계망을 만든다. 그래서 그녀가 앞으로 ‘오래 오래 행복하게’사는 엔딩을 보여주지 않더라도 관객은 충만한 채 극장을 나설 수 있다.
(본 리뷰는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에서 초대받아 참석 및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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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쾌한 주먹 뒤에 자리한 일말의 씁쓸함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가리봉동 소탕작전 후 4년 뒤, 금천서 강력반은 베트남으로 도주한 용의자가 현지 영사관에 자수했으니 그를 인도받아 오라는 미션을 받는다. 이에 베트남으로 향한 부반장 ‘마석도(마동석)'와 반장 ‘전일만(최귀화)'. 그들은 영사관에 갇힌 것을 꽤 만족스러워하며 하루빨리 한국으로 인도되기를 바라는 현지 용의자에게서 수상함을 느낀다. 찝찝한 마음에 베트남에 자리 잡은 한국인 조폭들 사이에서 수상한 사건이 없는지 수소문하던 마석도는 무자비한 악행을 벌이는 ‘강해상(손석구)'의 존재가 자수 이유였음을 알게 된다. 그는 더 큰 사달이 나기 전에 강해상을 체포하려 하나 예상치 못한 이유로 실패하고, 결국 ‘마석도’와 금천서 강력반은 과거의 인연인 '장이수(박지환)'의 도움을 받아가며 한국으로 되돌아온 강해상을 본격적으로 쫓는다.
2017년에 개봉한 <범죄도시>는 688만 명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며 역대 청불 영화 흥행 TOP3에 등극해 범죄 영화의 흥행 역사를 새로 쓴 바 있다. 당시 <범죄도시>는 강력한 주먹으로 범죄자들을 제압하는 한국형 슈퍼 히어로 마석도를 비롯해 그 잔혹함과 악랄함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장첸(윤계상), 깨알 같은 감초였던 장이수 등과 같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매력으로 무장했었다. 통쾌한 액션과 묵직한 한 마디에서 예상치 못하게 튀어나오는 유머는 그 매력을 극대화하기도 했다. 마석도와 금천서 강력반 형사들이 다시 한번 범죄조직 소탕에 나서며 5년 만에 돌아온 속편 <범죄도시2>도 마찬가지다. 전편의 장점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데 이어 예상치 못해 깊이까지 겸비한 <범죄도시2>는 성공적인 시리즈, 한국형 슈퍼 히어로 프랜차이즈의 미래에 청신호를 밝히는 듯 보인다.
진일보한 유머와 액션의 매력
우선 <범죄도시2>는 전편의 매력을 그대로 남기면서도, 그 매력을 보다 대중적인 형태로 탈바꿈시켰다. 일례로 전편에서 나쁘지 않은 타율을 자랑한 유머를 시작부터 더욱 강조한다. 물론 사무실에서 강력반 형사들이 주고받는 대사처럼 웃음을 노리는 게 분명한 초반 대사들은 다소 작위적인 인상을 주기는 한다. 그러나 베트남으로 떠난 전일만과 마석도 콤비의 상반된 캐릭터성이 빚어내는 갈등을 풀어내는 대목부터 영화의 유머 타율은 급격한 상승세를 탄다. 베트남 영사관에서도 오픈한 마석도의 '진실의 방'이 대표적이다. 또한 8편까지 계획된 시리즈물답게 전편의 등장인물과 명대사를 적재적소에 오마주한 대목도 웃음벨로는 충분하다.
진일보한 액션도 인상적이다. 우선 로케이션과 CG를 통해 구현해낸 베트남이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스케일이 커졌다. 또 강력반 식구들의 합이 맞아떨어지는 카체이싱 시퀀스는 자칫 간과될 수 있었던 한 명 한 명의 개성을 강조해주며, 이는 마석도와 강해상 사이에서 험악해질 수 있었던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무엇보다도 상극의 액션 스타일을 한 데 붙여 놓은 선택이 인상적이다. 마석도의 액션은 전편 그대로, 또 마치 <이터널스>에서 길가메시가 그러했듯이, 비교조차 되지 않는 파워로 상대를 찍어 누르는 형태로 묘사된다. 유달리 강하게 느껴지는 효과음은 마석도의 주먹 한 방에 담긴 징벌의 쾌감을 극대화한다.
반면에 강해상의 액션은 날렵하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죄책감이나 도의를 피 한 방울만큼도 느끼지 못하며, 시신을 훼손하는 반인륜적인 행위에도 거침이 없는 그의 잔혹함을 고스란히 녹여낸 날렵함이다. 다르게 말하면, 어떤 환경이든 간에 순전히 살아남겠다는 동물적인 본능이 느껴지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동물적이라는 의미에서는 표범처럼 움직이는 블랙 팬서의 액션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강해상의 액션 시퀀스는 주로 롱테이크로 이어지기에 그의 동물적, 본능적 감각이 더 생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액션이 유달리 맛있는 이유
이러한 액션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은 더 거대해진 마석도와 달리 분량이 전작보다 15분가량 줄어든 영화의 짜임새 덕분이다. 사실 <범죄도시>는 마석도의 존재로 인해 이전의 형사물과는 사뭇 다른 볼거리를 선보인다. 이전까지의 형사물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주인공과 빌런 사이에서의 팽팽한 서스펜스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에 반해 <범죄도시>는 마석도의 초인적인 힘, 빌런이 어찌할 수 없는 압도적인 피지컬을 활용하여 범죄자를 벌하는 쾌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데에 몰두한다. 이는 속편인 <범죄도시2>에서 더욱 극대화된 포인트다. 그래서 전편과 달리 이번 영화에서는 범죄조직 간의 알력 싸움과 같은 요소는 전무하고, 마석도 일행의 수사 과정과 강해상의 악행만 담백하게 대비되어 묘사된다.
물론 이는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도 있었다. 어떻게 끝날지 쉽게 예측 가능한 영화이기에, 영화의 흐름 자체가 심히 단순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영화는 마석도의 극단에 위치한 강해상의 캐릭터를 철저히 악마화하면서 징벌의 쾌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이를 극복한다. 이는 전작의 빌런이었던 장첸과 강해상의 차이점으로, 강해상에게 장첸처럼 밈(meme)이 될 여지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장첸과 강해상은 모두 철저히 '돈'을 목적으로 움직이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이는 범죄자를 미화시킬 여지를 간편하게 차단하고 있다. 다만 나름의 서사를 부여받아 매력적인 대사나 캐릭터성을 보여준 장첸과 달리, 강해상은 앞서 말했듯이 인간이라기보다는 동물에 가까운 악행만을 자행한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인 것이다.
전편 속 장첸(윤계상)과 위성락(진선규), 양태(김성규)는 저마다 매력이 있는 캐릭터였다. 영화 역시 악당들의 행각에 시간을 투자하며 경찰과 대결구도를 형성했다. 반면 강해상과 그의 동료에게는 그 어떤 서사도 없다. 베트남뿐만 아니라 필리핀에서도 활동했다는 짤막한 그의 행적을 제외하면 범죄자가 된 동기나 개인사는 일절 등장하지 않는다. 더 많은 돈과 피를 원하다는 것 외에 그를 특징 지을 수 있는 대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또 영화는 그의 악행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는데, 간접적인 묘사로도 그 전모를 충분히 상상할 수 있으므로 강해상의 잔혹함은 더 강조되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서사의 빈자리를 온전히 액션으로 대체된 이 캐릭터에게는 이입할 여지가 전무하고, 강해상은 단지 마석도의 샌드백으로서 처절히 응징당할 때만 의의가 있다. 따라서 철저히 마석도의 활약상에 포커스를 맞춘 선택은 비록 단순하지만 의도한 효과를 120% 끌어냈다고 할 수 있다.
슈퍼히어로 영화로서의 <범죄도시2>
여기까지만 보면 <범죄도시2>에게는 단점도, 아쉬운 점도 없어 보인다. 성공한 전편을 넘지 못하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충분히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진일보한 매력들은 이후의 시리즈를 더욱 기대케 만든다. 다만 호쾌한 주먹으로 강해상을 때려잡은 마석도의 존재와 그에게 열광하는 영화 내외의 반응은 약간의 씁쓸함도 남긴다. 특히 마석도를 한국형 슈퍼히어로라고 생각할 때, 그 씁쓸함은 더욱 진하다. 왜냐하면 슈퍼 히어로라는 존재는 그 자체로 동시대의 대중들의 상실감이나 결핍을 환상으로나마 치유하는 이들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히어로의 활약상이 많은 공감을 사고 큰 환호를 받을 때, 그 히어로가 활동하는 사회에는 깊은 흉터가 남아 있기도 하다.
실제로 2000년대 미국의 슈퍼 히어로들은 테러가 미국 사회에 끼친 영향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 아이언맨은 슈트를 만들어 아프가니스탄 테러 집단으로부터 탈출한 후 자기를 납치했던 테러리스트에게 복수를 가하는데, 이는 미군의 이라크 침공이 9.11 테러라는 트라우마가 낳은 보복성 공격이었던 현실의 반영이나 다름없다. <다크 나이트> 속 배트맨의 영웅적 활약이 역설적으로 더욱 강력한 악당인 조커를 끌어들이는 것도 중동에서 테러리스트를 제거하기 위해 파견된 미군이 오히려 ISIS와 같은 또 다른 테러 집단의 등장 원인이 되어버렸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유비라 볼 수 있다.
마석도의 주먹에 담긴 쾌감이 내심 씁쓸한 이유
그렇다면 마석도의 활약 기저에 깔린 한국 사회의 흉터는 무엇일까? 그것은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불신일 것이다. 형량을 나날이 강화하는 데서 알 수 있는 엄벌주의에 대한 갈망이 이를 잘 보여준다. 엄벌주의는 사회문제를 형사처벌로 대응하고, 처벌 수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인식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거나 해결되지 않는 것은 강한 처벌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가해자만 강하게 처벌한다고 해서, 해당 문제의 진실이 규명되는 것도 아니고, 피해자가 회복되는 것도 아니며, 재발방지가 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정인이 법'의 내용 중에는 처벌 강화도 있지만, 입양아가 죽는 사건이 또 있었던 것이 대표적이다. 즉, 문제를 초래한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는다면 범죄자와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그 자체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런데도 이처럼 엄벌주의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사회적으로 법과 제도에 대한 믿음이 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것에 비해 처벌과 후속 대책이 미흡하기 때문에, 법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시스템이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가 혼란스럽고, 정의는 실현되지 못하는 듯 보이며, 서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가운데 부조리가 만연하면 누군가 강력한 힘을 통해 정의를 실현하기를 바라는 열망과 환상은 필연적으로 강해진다. 그래서 강하면 강할수록, 그 타격감이 좋으면 좋을수록, 효과음이 크면 클수록, 강해상과 범죄자들이 아파하면 아파할수록 마석도의 주먹을 향해 큰 탄성과 환호가 쏟아질 수밖에 없다. 베트남에서 현지 경찰과 영사관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나쁜 놈은 잡아야 한다는 사명을 끝까지 밀고 나가며 범죄 소탕에 일조하는 마석도의 모습도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현실에서는 국제적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 열망을 채워주는 마석도의 뚝심이 주는 쾌감이 유머로 표출되는 것이다.
이러한 시선에서 <범죄도시2>를 보면 마석도를 향한 환호와 응원이 자칫 변질되면 나타날 수 있는 악몽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강해상에게 납치당해 죽은 아들 '최용기(차우진)'의 복수를 하려는 '최춘백(남문철)'의 행적이다. 그는 아들의 실종신고를 하는 대신 직접 사람들을 보내 강해상을 죽이려 한다. 경찰과 형사로 대변되는 원칙을 믿는 대신 금융회사 회장인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과 경제력을 동원해 사적 제재에 나선다. 엄연한 피해자이지만, 그 또한 작중 도시 한복판을 혼란에 빠뜨리는 데 결정적 공헌을 한 인물인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그의 행동에 대해 마석도와 동료들의 입을 빌려 그의 선택에 동정적인 시선을 보낸다. 영화 말미에 그가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것이라는 단신을 제외하면 그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장면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또한 법과 경찰의 시스템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표출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오락적 쾌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마석도의 주먹이 러닝타임 내내 화끈한 통쾌함으로 가득한 것도 사실이지만, 유달리 큰 주먹의 효과음 잔상에서 그 주먹이 필요한 이유가 남긴 씁쓸함을 맛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슈퍼 히어로인 마석도가 배트맨과 같은 자경단이 아닌 엄연히 형사라는 점에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희망도 엿보이는 게 위안일 것이다.
<범죄도시2>는 분명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숱한 한국 영화의 속편들 중 이 작품만큼 명확한 로드맵을 지진고, 전편과 연계가 잘 이루어지며, 캐릭터들도 유지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단적으로 연초에 개봉했던 <해적: 도깨비 깃발>에서 전편과의 연결고리가 거의 보이지 않았던 것과 비교해 보면, <범죄도시2>가 보여준 시리즈의 가능성이 영화 내외적으로 얼마나 큰 성취인지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심지어 그 슈퍼 히어로가 단순히 오락으로 소비되지 않고, 속한 사회를 반추할 수 있는 거울도 되는 깊이를 지니고 있다면 이는 더할 나위 없다. 단지 앞으로 만날 마석도의 액션에서는 일말의 씁쓸함도 없이 온전히 쾌감이 깃들어 있기를 바랄 뿐이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다음을 기대케 하면서도, 마냥 기쁠 수 없는 한국형 슈퍼히어로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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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드가 아니라고
이번 주에는 미국을 배경으로 한 소수자들의 이야기가 개봉했다. 흑표당의 대표자로 활동하다가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프레드 햄프턴(다니엘 칼루야 분)과 흑표당 내부의 스파이 이야기를 그린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농구선수를 꿈꾸는 부기의 이야기인 <부기>다. 두 영화 모두 미국 내에서 아직도 주류로 인정받지 못하는 흑인과 아시아인을 다뤘다는 점에서 유의미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떨떠름한 기분이 지워지지 않았다. 소수인종들의 대표자는 늘 남성이어왔고 두 영화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나 흑인 여성들의 이야기는 <헬프>나 <히든 피겨스> 등을 통해 조명된 적이 있지만 아시아계 여성의 이야기는 다뤄진 적이 거의 없다. 두 영화에서 특히나 답답했던 건 여성이 소비되는 방식이다. 단순히 비중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 캐릭터들이 남성의 시선에서 바라본 대상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아직까지 영화 제작에 여성의 비중이 크지도 않고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에 등장하는 흑표당의 여성 당원들은 성희롱의 대상이거나 연애 대상으로 다뤄진다. 총을 들고 싸우는 여성 당원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크게 부각되지 않으며 메인 타이틀롤인 프레드 햄프턴과 내부 스파이가 된 빌 오닐(러키스 스탠필드 분)의 존재감에 비하면 없어도 될 만한 캐릭터들이다. 유일하게 높은 비중을 자랑하는 데버라(도미닉 피시백 분)조차 등장부터 프레드에게 관심을 보이다가 결국 프레드의 아이를 임신하고 영화 마지막에는 프레드 햄프턴 주니어의 어머니로 서사를 마감한다. <부기>의 여성 캐릭터들은 더 심각하다. 엘레노어(테일러 페이지 분)는 운동을 하러 간 곳에서조차 부기(테일러 타카하시 분)의 성희롱 대상이 되고 이는 10대 소년의 치기로 묘사될 뿐 문제의식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엘레노어의 운동 장면을 조명할 때 관음적인 시선으로 엘레노어를 훑는 카메라 자체가 남성들의 시각을 투영한 부기의 시선이다. 관심이 있으면 놀려도 되고 성희롱을 해도 된다는 20세기적 발상을 21세기 서구권 영화에서 봐야 한다니 관객으로서 그저 불쾌할 따름이다.
사회적으로 큰 역할을 하거나 차별받는 입장에 놓인 남자 주인공의 여자친구가 임신했을 때 단골로 등장하는 대화가 있다. 여성 캐릭터는 남성 캐릭터가 가족에 집중해주길 바라지만 남성 캐릭터는 그럴 여력이 없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대화의 끝은 자연스럽게 여성 캐릭터가 임신을 하는 바람에 남성 캐릭터의 발목을 잡거나 여성 캐릭터가 사회적인 의제보다는 자신과 아이에 집중하는 이기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의 영화 말미에는 데버라 또한 흑인 인권 운동의 중요한 한 축이었음을 드러내는 글귀가 등장하지만 정작 영화 서사에서 데버라는 프레드의 이상에 현실을 끼얹는 존재로 그려진다. 데버라는 스크린에서 프레드의 연애 상대이자 프레드의 아들의 어머니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서사의 절반 이상을 임신 상태로 소비당한다. 데버라 존슨이 흑인 인권 운동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전혀 그려지지 않은 채 마지막 한 줄로 변명하듯 데버라의 서사를 남겨줄 뿐 영화는 데버라의 서사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데버라와 프레드의 연애 서사는 흑표당의 역사에서 정녕 그렇게 중요한 부분이었나?
부기에게 엘레노어는 연애 대상인 동시에 남성성을 재확인시켜주는 도구로 소비된다. 엘레노어가 자신의 숙적인 몽크(팝 스모크 분)와 연애한 과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부기는 엘레노어와 대화하는 대신 분노한다. 엘레노어와 교감하는 시간에도 엘레노어를 기쁘게 해주기 보다는 자신의 남성성을 끊임없이 확인받으려 드는 부기는 엘레노어와의 대화에서 단 한번도 성인다운 대화를 보여주지 못한다. 엘레노어뿐만 아니라 가족, 코치와도 이런 대화를 나누지 못하며 그게 부기의 캐릭터성이라 한다면 할 말은 없겠지만 부기가 친구인 리치와 나누는 대화와 비교해 보면 엘레노어와의 대화가 더 극단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부기는 리치와 농구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지만 엘레노어와는 누가 더 비참한지 싸워 이기려 든다. 자신을 괴롭히는 5000년의 중국 역사를 들먹이는 부기에게 엘레노어는 자신에게는 역사가 없다고 응수한다. 흑인이나 아시아계나 미국에서는 소수인종에 해당하는데 애초에 누가 더 바닥인지를 따지는 게 의미가 있기나 한가 싶을 만큼 부기와 엘레노어의 언쟁은 소수인종 간의 논쟁으로서도, 연인의 애정 싸움으로서도 별 기능을 하지 못한다. 부기에게 엘레노어는 소수자성을 강화시키는 동시에 남성성을 확립시켜 주는 도구에 불과하다.
프레드 햄프턴에게 데버라 존슨은 결국 서사의 비극성을 극대화시켜주는 존재일 뿐이며 데버라 존슨 자신에게 임신이라는 상황은 약자의 상황에서 더한 약자로 치닫는 도구로 변질되어 버린다. 영화 말미 흑표당 당사에 들이닥친 경찰은 임산부가 있다는 말에 데버라를 향한 총질은 멈추는 대신 데버라의 배에 총구를 들이댄다. 데버라는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보호자로서 경찰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 부기는 중국에 가느냐 미국에 남느냐의 상황에서 중국행을 택하고 엘레노어에게 말하지 못한다. 그리고 엘레노어도 몽크와 교제한 과거를 말하지 않았으니 서로 거짓말한 것은 마찬가지 아니냐고 변명한다. 엘레노어가 몽크와 연인이었던 것은 부기를 알기 전이었고 현재 부기와의 관계에 있어 영향이 없다. 하지만 부기는 미래에 대한 논의를 엘레노어와 하지 않음으로써 관계에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부분을 감추고 엘레노어를 자신과 동등하게 시간을 보낼 주체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부기와 프레드 모두 자신의 연인을 삶에 대한 주체성을 가진 인격체로 대하지 않고 자신의 비극 서사에 매몰되어 이해하지 못하는 타인으로만 치부한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에서 크게 실패했다.
소수자를 다루는 이야기는 언제고 필요하다. 흑표당의 역사에서 크게 부각되었던 많은 인물들과는 달리 프레드 햄프턴이 서사의 주체가 되어 주목받은 것은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가 최초라고 한다. <부기>는 실화 기반 영화는 아니지만 미국 내 현재 아시아인들의 위치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이민자 2세로서 두 문화 사이에서 겪는 고민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하지만 두 영화의 의의에도 불구하고 서사에서 한 성별이 의도적으로 대상화되고 주변부에 머무른다면 결국 소수자가 소수자를 만들어내는 아이러니가 탄생하고 만다. 관객의 절반이 데버라와 엘레노어의 성별을 공유한다면 그들의 이야기도 제대로 들려줄 필요가 있다. 단 어머니나 연인으로서의 서사가 아닌 데버라와 엘레노어 그 자신들의 이야기를.
*이미지 출처는 모두 네이버영화입니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레이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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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리라는 베이스 캠프
이 영화의 주인공은 브루노와 피에트로. 브루노는 주민이 14명뿐인 작은 산골 마을에 살며 어엿한 일꾼으로 성장하고 있고, 피에트로는 여름이면 도시와 학교를 떠나 어머니와 함께 산골로 들어오곤 한다. 공교롭게도 동갑인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브루노는 스스로를 “이 마을의 마지막 아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흔하지 않은 소개의 말이다. 어떤 기분일까? 유일하다는 것은.
이내 브루노는 또 하나의 유일함을 찾는다. 브루노와 피에트로는 서로 유일한 존재로서 친구가 된다. 대단하게 각 잡고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자연 속에서 아이들은 쉽게 친구가 된다. 뛰고, 움직이고, 물을 튀기고, 서로의 말을 배우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까워져 있는 것이다. 우정이란 본디 그렇게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마음이니까.
피에트로는 천천히 움직이고, 천천히 배우는 사람이다. 산에 오르자마자 이름을 체크하고 바로 다음 장소로 넘어가려는 아빠에게 “이제 막 왔다”고 말하는 피에트로는, 어쩌면 봉우리의 이름을 나누어 부르지 않는 산 사람들과 더 잘 맞는지도 모르겠다. 세 사람은 산 위쪽의 빙하까지 올라가고, 피에트로는 빙하를 “산이 우릴 위해 간직한 과거 먼 겨울의 추억”이라고 여긴다. 햇빛이 그토록 강해도 녹지 않는 눈은, 정말 추억과 많이 닮은 것도 같다.
영화는 피에트로와 브루노의 유년기부터 시작하여 긴 세월을 찬찬히 비춘다.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한 듯 보였던 십대 시절, 눈이 마주쳐도 별스러운 인사 없이 서로를 스쳤던 시절. 자기 자신이 되어가기 바빴던 어린 날들. 실상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이 자기 자신임을 인정하기 어려워, 내가 답습한 부모의 면에 화를 내기도 했던 날들.
그 끝에서 두 사람은 다시 만난다. 그리고 과거의 회한을 하나씩 제거하듯이, 어린 시절과 비슷한 몸짓으로 그때는 할 수 없던 육체 노동을 하면서, 집을 지어 올리기 시작한다. 앙금 녹듯 눈이 녹으면 그 자리에 지어 올려야 하는 것은 집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따뜻하고 다정해 보이는 산의 풍광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얼핏 다시 시작되는 듯 보이지만, 사실 둘은 끊어진 적이 없었음을 우리는 이내 알게 된다. 피에트로는 아버지가 속해 있(다고 믿었)던, 공장으로 대표되는 차가운 세계를 거부했지만, 그 동안 피에트로가 풀지 못한 매듭을 대신 풀어주며 유사 가족처럼 관계를 맺은 것은 브루노였다. 브루노 또한 자신과 아버지 사이 관계에서 쌓인 회환을 푼 것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깍지 낀 손가락처럼 서로의 마음을 겹쳐 살고 있었다. 풀지 못한 매듭의 자리에 대신 서기도 하고, 못 다 전한 염원을 대신 전해주기도 하면서.
우정은 단순히 무료한 시간에 색깔을 더하는 정도로만 기능하지 않는다. 서로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의 관계는 얼핏 그 정도처럼 느껴지지만, 서로가 보일 때든 아니든 꾸준히 우정의 나무는 자라 오고 있었다. 서로의 회한이 회한으로만 남지 않게, 이따금 ‘금쪽이’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서로를 성장시키기도 하고 손을 뻗기도 하고 그냥 이해하기도 하며… 존재 자체의 의의를 더하는 것이 우정이다.
묵묵히 할 일을 하다가도 이름 불러주는 친구 하나 있다면 산 위에서도 춤을 출 수 있다. 지금 가라고 등 떠밀어주는 사람이 그때 있었더라면, 어쩌면 마음의 어떤 골짜기가 그리 깊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에라도, 어린 시절과 비슷한 옷을 허리에 꾹 졸라매고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
영화 도입부에는 키가 크고 이파리가 없는 두 그루 나무가 나온다. 우정이 나의 뿌리 내릴 곳이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는 피에트로의 내레이션과 함께. 이 영화는 두 그루 마른 나무 같은 사람이, 서로에게 뿌리를 내리고, 회한을 무너뜨린 자리에 우정으로 베이스 캠프를 짓고, 각자의 산을 오르는 이야기이다. 나무 같은 존재가 산을 오른다니 이상한 비유 같지만, 결과적으로 나무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장소는 산이다.
브루노는 산에서 옮겨 심어질 마음이 없는 나무, 피에트로는 잘 옮겨져 심기고 싶었던 나무였다. 그러나 같은 베이스 캠프에서 시작한 둘의 인생 여정은 너무나 달라 보인다. 너는 너의 산에, 나는 나의 산에. 그러나 산이라는 점에서 일견으로는 닮아 있다. 어쩌면 인생이 다 그런 것도 같다. 지도를 들고 길을 떠나는 순간, 등 뒤에 두고 온 자리는 자동으로 베이스 캠프가 되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등이 되어주고,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평생 우정의 빚을 진다. 이런 빚이라면 아무리 많아도 파산하지 않는다.
언젠가 오랜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당시 내가 느끼던, 아주 유약하고 섬세한 불안까지도 솔직하게 털어놓고 돌아선 길이었고, 집 방향이 같은 친구 하나만이 남아 있었다. 친구는 몰랐다고 말했다. 그냥 즐겁게 이것저것 하면서 잘 지내니까, 그런 마음들이 있는지 몰랐다고.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내면 깊은 곳에 있던 감정이니 주변에서는 당연히 몰랐을 마음이었다. 그럼에도 몰랐음을, 알게 되어 안심임을 말하는 친구의 다정한 말투에 고마움이 울컥 치솟았다.
오랜 친구라는 거, 참 좋구나. 구구절절 나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나를 너무 잘 아니까, 내가 어떤 변화를 휘청휘청 거쳐 왔는지도 다 보았으니까, 지금의 마음도 솔직히 말할 수 있고 그냥 온전히 그 모습 그대로 포용될 수 있다는 거 정말 행복한 일이구나. 그건 정말 따뜻하고 포근한 감각이어서, 앞으로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도 오랜 세월 다정하게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는 친구들을 많이 떠올렸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짤막한 편지를 썼다. 낯간지러워 부치지 않겠지만, 나 또한 그들의 베이스 캠프가 되어 그들의 삶에 뿌리가 되고 싶단 마음을 담아서.
살다 보면 우리 멀어질 날도 올지 몰라. 내가 나를 찾아가는 길이 너와 물리적으로 먼 곳에 있을 때가 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지 모르니까. 그래도 그 길에 나는 너에게 아주 많은 걸 빚졌어. 너는 나의 뿌리야. 서로 아름다운 안식처라는 기억을 뒤에 두고 걸음을 다시 걷자. 지도 위에 새로운 걸음을 덧그리자. 각자의 안에서 무언가 뚝 끊어지는 감정이 들 때에는 방향을 틀어 다시 네게로 갈게. 어떻게든, 우리 같은 지도에서 만나자.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영화는 2023년 9월 개봉합니다. 산의 풍광이 많이 아름답고, 가본 적 없는 과거를 그리워하게 만드는 음악도 하나 같이 다 좋으며, 무엇보다 147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을 만큼 섬세하게 연출된 작품이니, 스크린 환경이 좋은 영화관에서 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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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판 "허클베리 핀의 모험", <피넛 버터 팔콘>
벚꽃이 봄눈 되어 거리가 하얗게 덮인 날, 다양한 장르의 예술영화와 함께 따뜻한 로드무비 한 편이 개봉하였습니다. 꿈과 희망, 그리고 돛단배 한 척이 담긴 포스터만 보더라도 영화가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영화 <피넛 버터 팔콘>은 레슬러가 되고 싶은 청년 '잭'의 꿈을 이뤄주기 위한 세 사람의 여정을 담은 작품입니다. 한 요양원에서부터 플로리다까지 이어지는 여정은 2011년, 캘리포니아의 한 연기자 캠프에서 영화의 두 감독과 배우 '잭 고츠아전'이 만나며 시작되었습니다.
자신이 주연 배우로 출연하는 영화를 찍는 것이 꿈이라는 '잭'의 말에 영화의 두 감독은 2000만 원을 들여 그와 함께 짧은 컨셉 비디오를 찍습니다. 그리고는 수년간 그 비디오를 통해 투자자를 찾는 작업을 거듭합니다. 그리고 2017년, 마침내 그들은 펀딩을 통해 '잭'을 주연 배우로 하는 영화를 제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 여정에는 배우 샤이아 라보프, 다코타 존슨, 그리고 원로 배우 '브루스 던'이 함께하게 되죠.
'마크 트웨인'의 명작이자 주연 배우 '잭'이 실제로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는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현대판으로 각색한 이 영화는, '잭'의 유일한 우상이자 꿈 레슬링 '선수 '솔트 워터 레드넥'을 만나는 길을 따라 갑니다. 무모할 수도 있는 그의 여정은 본인이 속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요양원을 탈출하면서부터 시작되고, 언제나 그렇듯 우연히 (그 나름대로 문제가 안고 있는) 조력자를 만납니다. 그렇게 그들은 함께 '잭'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갑니다.
로드무비는 보통의 경우, 드넓은 미국 땅을 횡단하기 위해 '자동차'를 타고 진행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영화의 경우 옥수수밭을 제외하고는 물 위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터도, 안전장치도 없는 작은 뗏목을 타고 그들은 천천히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서 의문점이 하나 생기죠. 미국의 남동쪽, 대서양 바다가 파도도 없이 저렇게 잔잔할 수가 있을까?
네, 있습니다. 이유는 '바다'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촬영지는 Pamlico sound 라는 석호(lagoon)로, 길이는 130km, 너비는 50km에 달하는 서울보다 큰 호수입니다. 그 어느 곳에서 찍어도 육지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관객들은 당연히 이곳이 '바다'일 거라 으레 짐작하게 되죠.
이 외에도, 영화엔 몇 가지 특이점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음악이 지나치게 많이 사용된다는 것입니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약간 낯설 수도 있는, 미국의 소울 음악부터 컨트리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가 흘러나오는 영화를 보며, 관객만큼이나 흥이 난 '잭'을 볼 수 있습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조금은 서툴 수 있는 '잭'을 위해, 영화의 두 감독은 촬영 전 리허설 단계에서 대형 붐박스를 가져다 놓고 영화에 사용될 사운드트랙을 크게 틀어놓았다고 합니다. 영화보다 사운드트랙이 먼저 작업되었다는 뜻이기도 하죠. '잭'을 위한 영화인만큼, 영화의 모든 부분은 '잭'이 꿈을 펼칠 수 있게 짜여져 있습니다. '잭'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첫 주연 영화에서 그가 마음껏 뛰노는 장면들을 통해 관객으로서 생각하는 바가 많아지기도 합니다.
'백인' 위주였던 할리우드는 최근 많이 달라진 영화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어떠한 의도에서든,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전 세대의 관객들이 보고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지점은 '인종'과 '성별'에서 더 나아가 '차별'이라는 산탄을 받고 있는 모두를 향해 갈 수 있다면 영화는 가장 대중적이고도 주도적인 문화예술로서의 그 가치를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차별로부터 멀어지게 될 날까지
영화로운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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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사랑에 매료된 사랑
아이 엠 러브 I AM LOVE
Korea | 2024 | 81min | Fiction | 전체관람가 | 지역 독립영화 쇼케이스
▶Director
백승빈 BAEK Seung-bin
▶Cast
장선
▶시놉시스
사랑과 죽음에 관한 낭만적인 시(詩)를 가슴 속에 품고 생존한 여자, 오사랑은 자신이 약사 보조로 일하는 약국에 매일 들르는 남자 철수가 궁금하다. 그가 약국의 약사이자, 그녀의 사촌 동생인 오종희를 짝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사랑의 환상은 점점 더 커진다. 철수가 가망 없는 사랑을 하는 절박한 환자라는 사실에 완전히 매료된 것이다.
리뷰
<아이 엠 러브>는 사랑 그 자체, 오사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이 사랑과 죽음에 관한 시, 그리고 자신과 동일한 사랑(LOVE)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이 벌인 사건에 매료되고, 사촌 동생 ‘종희’를 향한 철수의 사랑에 매료되는 이야기를 통해 사랑과 감정에 대 해 풍부하게 탐구한다. 성장영화 같기도, 멜로 같기도, 때로는 비선형적 편집과 사운드를 통해 긴장감을 유발함으로써 미스테리/ 스릴러같기도 한 영화는 결국 ‘사랑’이라는 감정을 탐구하는 여정에 탑승한다. 사랑의 음성은 대사보다 내레이션으로써 더 많이 등장하는데, 그녀의 내레이션은 등장인물들, 즉 그녀의 주변 인물들을 그녀의 입장에서 섬세히 들여다보도록 만든다. 종희가 철수 앞에서 대놓고 자신은 과체중인 사람에게 정이 안간다는 말을 하는 와중에도 카메라는 다소 충격을 받은 표정의 철수를 보여주고 있지만, 우리는 그에게 동일시되거나 그의 감정에 이입하게 되기 보다는 그를 지켜보는 입장에서 안타까운 감정과 답답한 마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아이 엠 러브>가 극 전반에 걸쳐 유지하고 있는 시점, 이 영화가 우리를 데리고 가고 싶어하는 관점이 참 짝사랑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에서 오사랑은 모든 사건이 일어나는 곳에 함께 있으면서도, 눈에 띄는 대사 한번 뱉지 않고 조용히 머무는 경우가 다수이며 그저 묵묵히 철수를 세밀하게 지켜보기만 하는데, 이렇게 늘 함께 속해있지만, 그 속에서 어딘가 소외된 듯한 기분이 드는, 주변을 맴돌지만 관심은 끝없이 중심으로 향하는 관찰자 시점이 이 영화의 시선이 짝사랑의 본질과 참 닮았다고 느껴지게 한다. 영화에서 두드러지게 보이는 사랑은 매일 소화제와 자양강장제를 핑계로 약국에 들러 어설프게 전하는 종희를 향한 철수의 사랑이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지배적으로 느껴지는 감각은 그렇게 종희에게 가닿지 않을 애처로운 짝사랑을 하고 있는 철수에 대한 사랑의 시선과 감정이다. 그렇게 <아이 엠 러브>는 누군가에겐 외롭고 애처로운 짝사랑인 감정임을, 누군가에겐 사랑이라는 이름을 쓴 범죄와 두려움인 감정임을, 누군가에겐 답답하고 용기를 낼 수 없는 감정임을 보여주며 사랑을 둘러싼 특정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과 형태를 깊이 탐구한다.
한편, 내내 조용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던 사랑의 일상에 고등학교 시절 커다란 소리로 달려오는 트럭을 향해 거세게 욕을 뱉었던 것처럼 때때로 삽입되는 사랑의 폭발적인 장면은 그녀가 누르고 있는 마음과 감정의 크기가 얼마나 커다란지 체감하게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지만 행여 관계에 해가 될까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짝사랑의 요동침을 표현하는 영화를 보며 사랑의 본질이 무엇일지, 어떠한 감정을 느낄 때 우리는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며, 사랑을 할 때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은 어떤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렇게 영화가 진행되는 81분 동안 나는 사랑을 탐구하는 여정에 빠져들어 함께 하게 되었다.
사랑은 어느 하나로 특정할 수 없고, 그렇기에 안정되지 않으며 끊임없이 흔들리는 불안한 감정이지만, 그 무엇보다도 넓은 스펙트럼의 감정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다채롭고 예측할 수 없는 깊은 진동과 감정의 폭을 느끼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이 엠 러브>는 그런 예측할 수 없는 감정인 사랑을 진솔하고 세밀하게 포착했다는 점에서 사랑에 관한 다양한 감정의 폭과 시선을 세밀하고도 면밀하게 체험하게 한다.
▶제 26회 전주국제영화제
2025. 4. 30. ~ 2025. 5. 9.
▶상영일정
2025. 05. 01 (목) 메가박스 전주객사 7관 21:00
2025. 05. 06 (화) 메가박스 전주객사 7관 17:30
2025. 05. 06 (화) 메가박스 전주객사 8관 17:30 (GV)
2025. 05. 08 (목) CGV 전주고사 3관 (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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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넷(Tenet/ 영국, 미국/ 2020)
(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악의 진부함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갈 수 있는 기술, '인버전'을 발명한 미래의 한 과학자는 이것이 매우 위험하게 사용될 것을 우려하여 전 세계 특정 지역 9 곳에 인버전 기술을 실행시키는 도구인 '알고리즘'을 분산하여 숨겨두고 자살했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이 중 하나가 러시아인 안드레이 사토르(케네스 브래너)의 손에 들어가고 말았다. 그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였다.
한편 자연 현상을 거스르는 무기가 속속 발견되자 이를 수상하게 여긴 미국 CIA는 추적 끝에 이 무기들이 인류의 종말을 초래할 3차 대전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막기 위해 정예 요원 주도자(protagonist, 존 데이비드 워싱턴, 그의 역할에는 이름이 부여되지 않았다.)를 작전에 투입하는데 그에게 임무를 부여한 상급자는 양 손가락을 겹치는 제스처와 '테넷'이라는 암호를 알려준다.
주도자는 미래에서 온 무기의 성분을 알아내어 이 금속을 다루는 전문가 산제이 싱을 만나기 위해 인도로 날아간다. 인도에서 철옹성 같은 은둔지에 거주하고 있는 산제이를 만나기 위해 지역의 요원 닐(로버트 패틴슨)의 도움을 받아 산제이를 만나지만 그는 허수아비였고 내용을 알고 있는 것은 그의 아내 프리야(딤플 카파디아)였다. 프리야는 사토르에 대해 알려주고 주도자를 영국 정보기관으로 연결해준다.
영국 첩보 기관의 도움으로 사토르에 이르는 길이 캣(엘리자베스 데비키)임을 알게 된 '주도자'는 캣의 약점을 알고 있다며 그녀에게 다가간다.
한편 사토르에게 약점이 잡혀 그의 조종을 받는 처지에 놓인 아내, 캣은 남편을 증오하지만 아들 맥스를 포기할 수 없어 사토르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영국 귀족 가문 출신으로 미술품감정사이다. 극도로 이기적이며 자기애가 강한 사토르에게는 트로피 와이프(trophy wife: 남편의 지위를 상징하는 아내)인 셈이다. 그녀가 매우 특별하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게 큰 키에서도 잘 드러난다.
캣으로부터 사토르가 오슬로 공항의 프리포트에 자주 출입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담한 작을 펼쳐 잠입한 주도자와 닐은 사토르가 인버전을 가능하게 하는 기계를 프리포트에 설치하고 과거로 가서 미래의 무기를 가져옴으로써 거대한 부를 쌓았음을 알게 된다.
주도자는 의심 많은 사토르의 마음을 살 방법을 알기 위해 프리야를 만난다. 그녀로부터 사토르가 플루토늄을 찾고 있다는 정보를 듣고 운반 중인 플루토늄을 가져다주겠으니 도와달라며 사토르에게 접근하여 성공한다. 그러나 그가 찾고 있던 플루토늄은 플루토늄이 아니라 인류를 멸망시킬 알고리즘이었고 사토르는 이미 8개의 알고리즘을 확보한 뒤였다.
사토르가 모든 인류의 생명을 단번에 끝내려는 순간, 주도자와 닐은 각각 시간을 순행하는 팀과 시간을 거스르는 인버전 팀에 배치되어 세상을 구하기 위한 '시간의 협공'을 펼친다.
사실 <테넷>은 '인버전'을 젖혀두고 보면 그렇게 어려운 영화도 아니고 주제도 매우 고전적이다. 세상에는 항상 악이 존재하고 이 악을 물리치기 위해 누군가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는 것, 그리고 세상을 구하는 힘은 '사랑(예를 들면 캣이 아들 맥스를 악한 남편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랑, 이를 두고 주도자는 영화에서 프리야에게 "세상을 바꿀 진짜 폭탄"이라고 가르쳐 준다.)'이라는 것이다.
영화에서 종종 악의 모습은 이기적이고 자기애에 가득 차 타인을 조종하는 자, 그리고 타인의 생명을 마음대로 파괴하면서 자신의 힘을 과시함으로써 신의 자리에 앉고자 하는 자로 설명되는데 <테넷>의 사토르도 예외는 아니다. 그가 인류를 멸절시키려는 이유를 환경 파괴 때문이라고 둘러대지만 이는 거짓말이다. 그가 가질 수 없는 세상이라면 아무도 갖지 못하게 하고 싶었고 실제로 그 일을 이룰 수 있는 파괴력이 그에게 있음을 과시하고 싶었던 오만이 정확한 그 이유였다. 악에 대한 묘사가 진부한 이유는 아마도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악에 대한 설명만 제외하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는 창의적인 상상력과 표현으로 관객을 매혹한다. 천재적이다.
<테넷>이 관객을 사로잡는 매력은 무엇일까? 그리고 담론을 풍성하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일까.
첫째, 영화의 모호함이다. 감독은 관객에게 설명을 아낌으로써 모호함을 극대화한다. 그리고 그 모호함 때문에 관객은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되고 영화 관람 후 모호함에 대한 해석을 저마다 내어 놓다 보니 영화에 대한 담론이 풍성해지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안내가 없다.
주도자가 인버전된 총알을 소개 받는 연구실 B-2는 영국일까, 미국일까, 캐나다일까, 호주일까. 연구실의 인테리어는 매우 고풍스럽다. 전화도 아날로그 식이다. 연구원의 옷 무늬도 복고풍이다. 시대적 배경은 언제일까. 감독의 불친절함 때문에 관객은 혼란스럽기까지 하여 다음, 또 그 다음이 궁금해진다.
사실과 픽션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간다는 것은 현실에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물리학적 가설에 입각하여 영화 안에서 아무리 친절하게 설명을 한다고 한들 전문가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일반 관객은 이해하지 못하는 채로 앎과 모름 사이의 애매모호한 경계에 놓인 채 영화를 볼 수밖에 없다. 이해하기보다 느낀다는 것은 글이나 말로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므로 더 알고 싶은 마음에 화면에서 눈을 떼기가 어렵다.
둘째, 스크린에 펼쳐지는 공간 구성이 낯설 정도로 새롭다.
일반인들이 흔히 접하지 못하는 공간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러시아, 인도 등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나라들이 아니어서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자연적인 배경뿐만 아니라 산제이 싱을 만나기 위해 곡예사처럼 건물 벽을 타고 내리는 장면, 시간의 협공을 스크린 위에 표현하는 방식 등은 경이롭다. 이 새로움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셋째, 안정감이 결여된 상황 때문에 관객들은 불안하고 불안은 역동성을 만들어낸다.
사건이 일어나는 곳은 안정된 건물 안이 아니라 이동하는 배, 자동차이다. 실내도 실외도 아닌 애매한 곳이다. 안심하고 정착할 수 있는 곳도 아니다. 발을 견고하게 내디딜 수 없는 바다 위, 혹은 빠르게 이동하는 도로 위이다. 이 지속적인 역동성은 관객을 영화에 붙들어 놓는다.
넷째, 현실적인 설정이 공감을 자아낸다.
무고한-그러나 그의 인생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생명을 해치려 할 때 같은 목적을 지닌 동료일지라도 가차 없이 살해하는 주도자의 캐릭터는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을 놓치지 않고 있다. 누구로부터 지시를 받았는지 모른 채 임무에 뛰어들어 작전을 수행하다 보니 자신이 바로 작전의 주도자였음을 깨닫게 되는 것, 이는 마치 우리가 인생을 한참 산 후에 되돌아보고 나서야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 현실과 닮아있다.
결국 감독은 비현실적인 스크린 속 세상에 현실성을 부여함으로써 인간과 인생의 본질을 짚었다고 하겠다.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된 고전적인 주제가 화면에 웅장하게 펼쳐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나면 마치 어떤 중요하고 큰 일에 동참하고 난 듯한 뿌듯함마저 느껴지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원하는 특정 시간과 장소로 인버전을 할 수 있는 것일까. 물리학적으로 그것은 가능한 것일까. 영화에 이에 대한 설명이 없어 그만 머릿속이 엄청나게 복잡해져 버렸다(©2021. 최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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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29] 실망스러운 리메이크 액션영화-모탈컴뱃
영화 모탈컴뱃이 리메이크 되어 개봉했어요.
9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1편과 2편은 그 당시 먼저 등장했던 격투게임을 기반으로 했는데요.
실사로 찍어 표현했던 게임 상의 액션 모습이 사실감이 있어 인기를 끌었죠.
영화는 CG로 게임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해서 이야기는 매력이 없었죠.
그 당시에도 신인 감독과 신인 배우들늘 주로 기용해 만들었었는데 이번 리메이크도 신인 감독과 신인 배우들을 내세워 비슷한 전략을 가지고 돌아왔어요.
그런데 그렇게 성공적인것 같지는 않네요. 근래 본 영화 중 가장 좋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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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시민덕희> 1차 예고편
잃어버린 내 돈 찾으러 직접 나선다❗ 2024년 1월, 시민은 덕희! 관객은 오키! [시민덕희] 1차 예고편 공개? 2024년을 여는 통쾌한 추적극 ? [시민덕희] 2024년 1월 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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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박강아름 결혼하다> 30초 예고편
“일도 사랑도 다 가지고 싶어!” 의욕 충만 아름
“아름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사랑 하나만 믿고 떠난 로맨티스트 성만
오직 의욕과 사랑만 가지고 프랑스로 떠나다!
그들이 마주한 현실은 학업, 생활비, 육아, 가사 노동…
우리는 왜 결혼했을까?
결혼, 도대체 뭘까?
에펠탑 아래에서 시작된 아름♥성만의 좌충우돌 결혼살이 ST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