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또비됴2023-11-30 15:07:18
친절한 연쇄살인범이 설계한 범죄 다큐
영화 <사형에 이르는 병>
일본 스릴러 영화가 개봉하면 눈이 가기 마련이다. 스릴러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29일 개봉한 <사형에 이르는 병>은 동명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웰메이드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로, 감옥에 수감된 연쇄살인범과 그의 편지를 받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약 2시간 동안 이어지는 진실의 행방은 어느 순간 관객의 발목을 잡아끌고 비밀의 늪으로 데려간다. 과연 그 진실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끝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영화 <사형에 이르는 병> 스틸 / 태양미디어그룹, 와이드릴리즈 제공
<사형에 이르는 병>은 연쇄살인범 야마토(아베 사다오)로부터 시작한다. 평범한 빵집 주인으로 지내며 7년에 걸쳐 24건의 살인을 저지른 연쇄 살인범 야마토. 그는 10대 후반 소년, 소녀만을 골라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어느 날, 마사야(미즈카미 코시)는 야마토의 편지를 받는다. “마사야, 내가 저지른 일은 알고 있지? 다른 건 인정하지만, 마지막 살인만큼은 내가 한 짓이 아니야 억울한 누명을 벗겨주지 않겠나?” 과거 야마토의 빵집에 자주 갔었던 마사야는 그 연으로 편지를 받은 것. 어렸을 적부터 우등생이었지만 삼류대학 법학과에 진학하며, 자신감도 삶의 목표도 상실된 채 살아간 마사야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달라는 편지를 확인한 후, 그 사건에 점점 빠져든다.
영화 <사형에 이르는 병> 스틸 / 태양미디어그룹, 와이드릴리즈 제공
콘셉트가 독특하다. 24건 중 단 1건의 살인을 부정한 연쇄살인범, 그리고 그를 대신해 진범을 찾아 나서는 한 대학생의 이야기는 구미를 당긴다. 진실에 다가서려고 했을 때 맞닥뜨리는 마사야의 숨겨진 가족 이야기, 그리고 살해된 이들의 공통점(공부를 잘하고, 똑똑하며, 매사에 뭐든 열심히 하는 18~9세의 고등학생)이 오히려 진실로 가는 길을 흐릿하게 하면서 장르적 쾌감이 한 층 더 살아난다.
야마토가 제기한 이 살인사건의 비밀은 진짜 다른 진범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야마토의 감언이설에 마사야가 휘둘리는 것인지, 아니면 마사야 집안이 뭔가를 감추고 있는 것인지 등등 생각의 꼬리를 물게 한다. 특히 야마토가 왜 마사야를 찍어, 이 사건에 대한 진실을 찾게 했는지 가장 궁금한데, 스포일러라 밝힐 수 없지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사실이 숨겨져 있다.
영화 <사형에 이르는 병> 스틸 / 태양미디어그룹, 와이드릴리즈 제공
영화의 장르적 재미는 범죄 다큐를 보는 듯한 구성도 한몫한다. 마사야가 야마토의 범죄 사건을 파헤치면서 이어가는 구성은 야마토의 범행 동기와 살인 패턴 등 실제 범죄 사건을 방불케 하는 요소들이 연출되면서 그 매력을 살린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결핍’이란 약점을 교묘히 공격하며, 결국 자신의 성취물로 여기는 연쇄살인마의 특성이 강조된다. 진행될수록 희생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이 부분은 영화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한다. 이는 마사야를 통해 부각된다.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삼류 인생을 살아가는 마사야의 결핍은 아이러니하게도 야마토의 부탁과 고마움, 칭찬으로 메워진다. 사건에 집중할수록 마사야는 점점 야마토를 닮아가게 되고, 이 모습은 어쩌면 범죄라는 건 전염병처럼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차별과 멸시,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사는 누군가에게 쉽게 옮겨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건 배우의 힘. 특히 야마토 역을 맡은 아베 사다오다. <이름 없는 새>를 통해 시라이시 카즈야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는 선악이 공존하는 연쇄살인범의 연기를 소름 끼치게 연기한다. 동네 빵집 사장님처럼 푸근하고 선한 얼굴을 갖고 있다가도, 본색이 드러나는 순간 광기에 어린 얼굴로 변하는 그는 영화에서 1인 2역을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사형에 이르는 병> 스틸 / 태양미디어그룹, 와이드릴리즈 제공
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건 배우의 힘. 특히 야마토 역을 맡은 아베 사다오다. <이름 없는 새>를 통해 시라이시 카즈야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는 선악이 공존하는 연쇄살인범의 연기를 소름 끼치게 연기한다. 동네 빵집 사장님처럼 푸근하고 선한 얼굴을 갖고 있다가도, 본색이 드러나는 순간 광기에 어린 얼굴로 변하는 그는 영화에서 1인 2역을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사형에 이르는 병> 스틸 / 태양미디어그룹, 와이드릴리즈 제공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마사야와 이야기를 나누는 면회실 장면. 유리막을 사이에 두고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모르는 이야기를 하면서 마사야를 움직이게 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천사의 모습을 한 악마처럼 보인다. 특히 유리막에 비치는 그의 얼굴이 마사야의 얼굴과 겹칠 때의 공포스러운 모습은 잊히지 않는다. 마사야 역을 맡아 진실을 찾아 헤매는 미즈카미 코시, 마사야 엄마 역으로 비밀을 간직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나카야마 미호도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연기를 보여준다.
물론, 소재는 특이하지만 장르 문법을 오롯이 따라가면서 전형적인 스토리라인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 야마토의 플래시백을 통해 보여지는 살인 및 고문 장면의 수위가 다소 높다는 점은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친절한(?) 연쇄살인범이 설계한 범죄 다큐에 참여하는 건 관객의 몫. 편지는 이미 우리 앞에 도착했다.
평점: 3.0 /5.0
한 줄 평: 친절한 연쇄살인범이 설계한 범죄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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