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Hyun2023-12-03 22:32:47
세계관 확장하고픈 욕망만 한가득
드라마 '스위트홈 2' 리뷰
'스위트홈 2'를 정주행 한 감상평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시즌 1 성공에 힘입어 세계관을 확장하고픈 욕망만 가득한 반면, 어디 하나 쉽게 몰입할 구석 없이 산만하기만 하다.
3년 만에 시즌 2로 돌아온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은 욕망이 괴물을 만드는 디스토피아를 배경을 삼고 있다. 시즌 1에서는 생존을 위해 그린홈 아파트에서 정체불명의 괴물과 사투를 벌이던 차현수(송강)와 그린홈 주민들에게 포커싱 했다면, 시즌 2에선 그린홈 밖으로 나온 이들의 생존기와 또 다른 존재의 등장,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현상들까지 드러난다.
'스위트홈 2' 스토리 초반은 다양한 이야기 갈래로 나눠서 조명한다. 정의명(김성철)에게 몸을 탈취당한 편상욱(이진욱)은 군인들에게 잡혀가던 차현수를 빼돌려 신인류가 되어보자며 자신의 편이 되길 회유하고, 임신한 서이경(이시영)은 남편을 찾기 위해 밤섬특수재난기지에 숨어들어 진실에 접근한다.
그리고 이은유(고민시)와 윤지수(박규영)를 비롯한 그린홈의 나머지 생존자들은 군인들을 따라 안전캠프로 가는 길에서 예상치 못한 역경을 겪는다. 여기에 탁상사(유오성)가 이끄는 까마귀 부대와 괴물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임박사(오정세)의 이야기가 맞물린다. 그러면서 주무대는 그린홈 아파트가 아닌 안전 대피소 스타디움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이야기와 갈등으로 엮어낸다.
시즌 1이 공개될 당시 시청자들에게 혹평을 받았던 '몰입도 빌런' OST 삽입은 말끔하게 해결됐다. 최대한 극에 집중하게끔 최대한 잔잔한 톤으로 깔아 두면서 자신들의 장기인 '한국적 정서'로 끌어들인다. 이번 시즌에선 가족애, 모성애로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려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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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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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 걱정이나 해 - 소녀의 성장에 등장하는 소년들에 관하여
니 걱정이나 해
소녀의 성장에 등장하는 소년들에 관하여
청춘들의 성장에는 항상 애처로움이 수반된다. 정서적인 성장에도 세상에는 즐거움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신체적인 성장에도 실제로 성장통이라는 고통이 뒤따라온다. 성장통이라는 단어는 물리적인 고통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청소년이 정신적으로 성장하며 인간사에 존재하는 희로애락을 깨닫는 과정을 비유적으로 묘사할 때에도 사용된다. 고통을 수반한 성장을 묘사하는 데 있어 가장 극적인 장치는 소중한 존재의 사망이다. 아예 고아로 성장한 해리 포터가 가장 감정적인 모습을 보일 때에는 부모님이 모욕당하거나 가족이나 다름없는 위즐리 가문이 공격당하는 순간이다. 헤르미온느 그레인저가 성인이 되었음을 상징하는 순간은 아마도 볼드모트와의 대결을 앞두고 스스로 부모님의 기억을 지우는 순간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죽음을 앞둔 존재가 사랑하는 존재가 아닌 프로타고니스트 자신이라고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죽기를 바라는 사람은 드물다. 다만 프로타고니스트의 성별에 따라 성장담이 극명히 갈리는 점은 되짚어볼 문제다. 소녀들은 언제나 자기 자신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다. 대개 소년들이며(죽음을 앞둔 레즈비언 소녀의 성장담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떠오르는 이야기가 없다) 소녀들은 죽기 전에 소년들의 앞날을 걱정한다. 가끔은 소리치고 싶을 정도다. 야, 니 걱정이나 해.
죽음을 앞둔 소녀의 이야기라면 바로 몇몇 영화들이 떠오른다. <나우 이즈 굿>, <디어 마이 프렌드>(
한드 아님), <미드나잇 선>(트와일라잇 사가 아님), <안녕, 헤이즐>... 그리고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소년들이 소녀의 성장에 (가끔은 쓸데없이) 끼어든다는 것이다. 심지어 몇몇은 꽤나 모지리다. 최근 개봉한 <베이비티스>는 여성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라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별반 다르지 않아 실망했다. 죽음을 앞둔(혹은 앞두지 않아도) 소녀들은 왜 그렇게 소년과 데이트를 하고 싶어하며, 술을 마시고 싶어하고, 섹스를 하고 싶어하는걸까. 그리고 소녀들은 왜 동성 친구라곤 한 명도 없는 것처럼 보일까. 가장 큰 문제점은 소녀의 성장을 메인으로 다루는 것처럼 홍보하고서는 기실 소녀의 죽음으로 가장 혜택받거나 성장하는 것은 언제나 소년들이라는 점이다. 밀라(엘리자 스캔런 분)는 우연히 마주친 모지스(Moses, 모세라고 번역되는 게 더 맞을 것 같은데 발음이 모지스니 뭐.. 어쨌든 토비 월레스 분)에게 반한다. 모지스가 잘생기거나 좀 멀쩡한 소년이라면 이해가 되겠지만 모지스는 본인의 가족에게서도 접근금지 명령을 당한 것처럼 보인다. 취향의 문제지만 <미드나잇 선> 속 찰리(패트릭 슈왈츠제네거 분)에 비해 모지스는 외모 경쟁력도 떨어지고 <안녕, 헤이즐> 속 어거스터스(안셀 엘고트 분)처럼 밀라에게 헌신적이지도 않으며 <디어 마이 프렌드> 속 캘빈(에이사 버터필드 분)이 스카이(메이지 윌리엄스 분)에게 하듯이 밀라를 따르지도 않는다(캘빈은 최소한 갈곳없는 불량배는 아니었다).밀라는 죽어가지만 온전히 성장한 상태가 아니며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설정은 밀라의 유치(베이비티스)가 다 빠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밀라는 모지스를 만나고서야 머리칼을 모두 잃어버리며 죽을 결심을 하고서야 유치를 온전히 잃어버린다. 하지만 밀라의 새로운 머리칼과 영구치는 영원히 자라나지 않을 것이며 이는 밀라가 정서적으로 성장하더라도 물리적인 성장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의미한다. 반면 모지스는 애초에 성인이지만 극이 마무리될 때까지도 정서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밀라는 모지스가 자신 없이도 언젠가는 성장할 것을 믿고 있다. 자신의 혈연에게서도 배척당한 모지스는 믿음직하지 못한 행동으로 인해 밀라의 가족들로부터도 멸시받지만 이런 모지스를 유일하게 감싸는 건 죽어가는 밀라다. 밀라의 예정된 죽음은 밀라 자신의 성장을 촉발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밀라의 가족에게 동정심을 유발시켜 밀라를 거쳐 모지스의 방패막으로 작용한다. 밀라가 죽을 예정이 아니었다면 밀라의 아빠인 헨리(벤 멘델슨 분)와 엄마인 안나(에시 데이비스 분)는 불량소년인 모지스를 어떻게든 밀라에게서 떼어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밀라가 곧 죽을 것을 알기에 헨리와 안나는 밀라가 좋아하는 모지스를 억지로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밀라는 술을 마시고 구토하여 옥상에서 정신을 잃은 자신을 두고 떠난 모지스를 미워하지 못하는데 이는 밀라가 아닌 모지스에게 성장 촉매제로 활용된다. 모지스는 그런 자신조차 용서한 밀라를 통해 타인을 아끼는 마음을 배운다.
<베이비티스>는 밀라의 성장담인가, 모지스의 성장담인가. 밀라의 가족을 통해 벌어지는 일들은 밀라가 아니었다면 모지스는 겪을 수 없었던 일들이다. 밀라가 초대했기에 모지스는 자신의 동생을 겨우 만나볼 수 있었고 밀라의 이웃 토비의 출산 순간을 통해 생명 탄생의 과정을 목도한다. 토비의 출산은 밀라의 예정된 죽음과 대척점에 있는 사건인데 하필 밀라의 생일파티에서 벌어지는 사건이기도 하다. 미묘하게 탄생과 소멸의 순간을 오가는 시점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단편적으로 해석해서 밀라의 생일은 밀라가 주인공이어야 함에도 결국 타인의 사건으로 인해 방해받는 순간이기도 하다. 특히나 밀라의 마지막 생일임을 감안할 때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던 밀라가 순식간에 텅 빈 집에 모지스와 함께 놓인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밀라는 생일에도 죽음에도 모지스 이외에는 함께할 이가 없는 것이며 이는 밀라의 성장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외로움에 기여할 뿐이다. 밀라는 자신이 죽은 이후에도 모지스를 돌봐줄 것을 부모에게 강요하듯 약속을 받아내는데 밀라의 유산은 결국 모지스에게 전해지는 것이다. 모지스는 밀라의 생일로 인해 자신의 원 가족을 만나볼 수 있었고 밀라의 사망으로 인해서는 새로운 가족을 얻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밀라가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한발 나아간다는 증거는 거의 보이지 않으며 정서적인 성장에 대한 묘사 부족으로 인해 유치 소실이라는 물리적 성장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 밀라가 모지스를 이용해 죽으려 시도하다가 실패하는 이유는 밀라가 죽음을 받아들였기 때문이 아니라 모지스가 포기했기 때문이다. 밀라는 모지스에게 헤어커트를 부탁하던 영화 초반으로부터 별반 성장한 모습이 없어보인다.
엘리자 스캔런의 이전작 <작은 아씨들> 속 베스와 밀라는 건강하지 못한 신체를 타고나 예정된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는 점에서 일견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베스는 놀라울 정도로 이미 성숙한 인물이었다. 베스가 죽고 조(시얼샤 로넌 분)는 "베스는 우리 중 가장 착한 아이였어"라고 회상하며, 베스는 에이미(플로렌스 퓨 분)의 유럽여행을 망칠까봐 에이미에게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리지조차 않았다. 인생 1회차를 이미 초반 20년이 되기도 전에 응축된 형태로 살아낸 베스는 그렇기에 타인의 귀감이 되었으며 죽음으로서 타인의 성장에 자양분이 될 수 있을 만한 인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베스의 죽음이 다른 캐릭터의 성장에 이용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마 베스의 죽음에 가장 영향을 받은 이들이 대부분 가족인 여성 캐릭터들인 점이기 때문인데 이들은 이미 베스가 죽을 것을 알고 있었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그만큼 베스에게 베풀고자 했던 이들이다. 모지스는 밀라의 삶의 끝자락에 무임승차한 인물이며 밀라에게 베풀기보다는 밀라를 이용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만 한 인물이기도 하다. 밀라는 자신이 살지 못할 삶을 모지스를 통해 살고자 했기에 "겁이 없어 보이는" 모지스를 동경하고 사랑했는데 이는 불량배들이나 갈 법한 클럽에 짙은 화장을 하고 들어가 보드카를 마시는 장면에서 확인된다. 밀라가 모지스와 같은 삶을 동경했던 이유는 본인이 진정으로 원해서가 아니라 몸이 약한 밀라에게 금지된 것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 번의 경험이 밀라를 성숙시켜주지는 못한다.
밀라의 삶과 죽음은 결국 밀라의 주변인과 긴밀하게 연결되며 이들이 겪는 삶의 변화 혹은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밀라의 주변인이 삶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밀라의 죽음이 필요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헨리와 안나는 위태로운 부부생활을 이어가는데 밀라의 상태는 이들을 잇는 매개체가 되기도 하고 이들을 끊어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마지막 순간 이들이 밀라에 대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밀라가 모지스와 성관계를 맺었는가다. 밀라가 겪은/겪었어야 할 삶의 단계를 통해 헨리와 안나는 자신들의 삶이 나아간다고 느끼지만 동시에 밀라가 겪지 못한/못할 단계들로 인해 좌절하기도 한다. 밀라의 생일에서 안나가 오랫동안 치지 않던 피아노를 밀라의 부탁으로 함께 연주하는 장면은 밀라의 삶이 안나에게 옮겨간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내켜하지 않지만 안나는 피아노를 연주하게 되는데 이는 밀라의 유언으로 인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결국 안나와 헨리가 새로운 가족을 맞아들이게 될 것을 암시한다. 모지스가 고등학교 졸업 파티에 가본 적이 없다는 사실은 신체적으로 성장하고도 그에 맞는 성장 단계를 겪지 못했음을 암시하는데 밀라를 통해 이 단계를 통과할 수 있는 패스권을 얻는다.
함께 언급했던 영화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미드나잇 선> 속 케이티(벨라 손 분)는 햇빛 속으로 한발짝 내딛지만 이것은 성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의미하며 찰리에게 단순히 슬픈 연애 서사 한 조각을 선사할 뿐이다. <디어 마이 프렌드> 속 스카이로 인해 캘빈은 세상 밖으로 나아간다. <나우 이즈 굿> 속 테사(다코타 패닝 분)는 그나마 아담(제레미 어바인 분)을 통해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되긴 하지만 굳이 아담이 필요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어거스터스의 헌신으로 인해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의미있음을 깨닫는 <안녕, 헤이즐> 속 헤이즐(쉐일린 우들리 분)을 제외하면 위 작품들 속 남성 캐릭터들은 여성 캐릭터들로 인해 이득을 얻거나 불필요하게 등장한다. 그리고 여성 캐릭터들은 남성 캐릭터들을 전력을 다해 사랑한다. 케이티는 찰리와 연애하는 대신 대학에 갈 수 있었고 스카이는 캘빈보다는 친구들이나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며 테사도 마찬가지다. 헤이즐은 소설의 뒷이야기를 궁금해하는 것보다 다른 소설을 읽을 수는 없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밀라에게 나는 여전히 말해주고 싶다. 야, 니 걱정이나 해.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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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 전쟁 속 묻혀있던 개인을 만나다
[DMZ Docs] 전쟁 속 묻혀있던 개인을 만나다
영화 <고지 위의 소년들> 리뷰
감독] 이미진, 김세미
출연] Charles PRONAFEL, Rick WAUTERS, Tommy CLOUGH, Tommy TAHARA
시놉시스] 열 아홉 살에 고향을 떠나 이름도 모르는 미지의 나라에 온 청년들이 있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 한반도의 전쟁터로 향하는 배를 탄 UN군 청년들. 모험심으로 가득 찼던 그들은 한국전쟁에서 열 아홉 살에 보지 말아야 할 것들을 목격한다. 아흔 살이 넘은 노병들이 인생의 마지막에 평생 잊을 수 없었던 한반도의 고지들을 떠올린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아름다운 풍경이 지나가는 언덕 위에서 그들은 보았고 무엇을 잃었던 것일까. [출처 : 제16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스포일러 유의
이념이 아닌 개인의 역사에 집중하다
사실 한국전쟁에 대한 영화나 다큐멘터리는 많이 봐왔었다. 그래서 과연 고지 위의 소년들이라는 작품이 한국인에게 한국전쟁에 대해 얼마나 다른 정보를 줄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섞인 채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그런 나에게 영화는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말을 건넨다. 나레이션이 깔리면서 순간 고지 위의 소년들이라는 영화 소개글을 내가 잘못 읽고 들어온 것이 아닐까 싶었다. 분명 한국전쟁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왜 나레이션이 영어로 깔리는 것일까 하는 의문 속에서 노병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UN군으로서 한국전쟁에 참여해 수많은 전선을 지켜냈던 먼나라의 사람들. 그들은 벌써 90살이 되어 카메라 앞에 앉았다. 90살이 넘은 그들이었지만 카메라 속에 비춰진 그들은 아직까지도 한국전쟁이 바로 엊그제에 있었던 것처럼 생생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딱 UN군으로 참전한 노병들의 이야기만 담겼다면 이 작품에 대해 박수를 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제까지 많은 한국전쟁에 대한 다큐멘터리와 영화 속에서 개인의 역사를 담아낸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지 위의 소년들은 여기서 변주를 준다. 바로 중공군으로 참가한 중국 노병의 인터뷰가 바로 이어지면서 이제까지 한국전쟁을 다룬 작품에서는 들어볼 수 없었던 존재의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물론 나는 반공세대에 태어나지도, 그런 교육을 받고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 역사시간에는 우리가 북한을 대해왔던 방식에 대해서는 상당히 이념적인 부분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세대이기도 하다. 이런 이념적인 갈등의 끝이었던 한국전쟁에 대해 다룬 영화, 서적, 논문들을 볼 때면 UN군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도움에 대한 부분은 굉장히 깊게 논의되고 있는 반면, 북한군과 중공군, 소련군에 대한 내용은 굉장히 미진했었다. 그리고 그들 개인의 역사에 대한 부분은 큰 관심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고지 위의 소년들은 중공군으로서 참전한 중국 노병의 개인의 이야기도 담아낸다. 그들이 중공군으로 참여했지만 그들 역시 같은 사람으로서 전쟁에 대한 두려움, UN군으로 인해, 국군으로 인해 자신의 친구가 죽었을 때 느끼는 상실감 등 인간으로서 똑같은 공포에 사로잡힌 그저 한 개인에 불과한 사람들이었다. 이처럼 이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그저 한국전쟁에 참여한 개인으로서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엮어낸 점에 있어서 그동안의 한국전쟁에 대한 다큐멘터리 및 학계의 논의 범위를 확대시켜준 작품이 아닐까 싶다.
목소리로 담아낸 노병의 이야기
영화 고지 위의 소년들은 배우 유태오가 나레이션을 맡았다. 알고 본 것은 아니었다. 마지막 크레딧이 올라갈 때 ‘유태오’ 이름을 발견하고 ‘아,,! 담담하면서도 처연한 느낌이 너무나도 잘 느껴진 이유가 여기 있었구나’하고 깨달았다. 고지 위의 소년들은 실제 한국전쟁에 참전한 노병들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러면서 그들의 에피소드나 전쟁에 대한 묘사들이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되고, 그들이 실제 싸웠던 황량하고 공포스러운 고지가 이제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산맥으로 다시 바뀐 광활한 자연이 나올 때엔 어김없이 나레이션이 깔렸다.
나레이션은 담백했다. 하지만 감정이 폭발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현실에서의 노병들은 인터뷰를 하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감정을 쏟아낸다. 한국전쟁이 자신에게 드리운 트라우마를 말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하지만 그에 반해 그들과 같이 한국전쟁에 참여한 한 인물의 이야기를 1인칭의 시점으로 풀어내고 있는 나레이터는 뭐랄까 나의 이야기를 그저 기억해줬으면 하는 담담한 일기장을 구두로 듣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젠 돌이킬 수 없기에 처연한 마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알려주고 있었다. 다양한 감정들이 오가는 인터뷰이들 사이에서 이 담담하고도 처연한 나레이터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묘한 이질감이 들면서도 계속해서 영화에 집중을 하게 되었다.
그 이질감이 드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이 비밀은 영화 후반 풀린다. 노병들은 살아서 각자의 조국으로 귀국한다. 하지만 나레이터가 읊은 이야기 속 ‘나’는 수많은 고지 어딘가에 묻혀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1953년 7월 27일 그들은 고지에 잠든 채 함께 온 친구들처럼 돌아가지 못했다. '우리는 여기에 묻혔다’라는 나레이션을 듣는 순간 이 묘한 이질감이 해소되었다. 살아있는 노병들의 이야기와 전사한 노병이 이야기를 인터뷰와 나레이션으로 교차하면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 생과 사라는 그 간극을 영화에서 내내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 묘한 이질감을 유태오 배우의 나레이션을 통해 잘 구현되어서 다큐멘터리에서 나레이터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한국전쟁에 대한 개인의 역사를 잘 담아낸 영화 고지 위의 소년. 앞으로 남아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대하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상영시간표>
2024. 9. 29. (일) 14:30 롯데시네마 주엽 2관
2024. 9. 30. (월) 13:30 롯데시네마 주엽 5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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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오늘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줄거리 결말은?
제가 얼마 전에 영화를 보고 왔어요!!영화를 보면서 맛있는 팝콘도 먹으면서 즐거운 영화관람을 하고 왔는데
영화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라는정말 기이이이이인~~ 영화를 보고 왔어요 왜 아바타 안 보고 이거 봤어요?! 라고 물어본다면! 영화 시간이 이게 맞았어요... 하하?! 그래서 그냥 보고 왔어요~
기본 정보장르 : 로맨스, 멜로, 드라마감독 : 미키 타카히로각본 : 츠키카와 쇼, 마츠모토 하나출연진 : 미치에다 슌스케, 후쿠모토 리코개봉일 : 2022.11.30평점 : 7.90기획 의도"카미야 토오루에 대해 잊지 말 것"자고 일어나면 전날의 기억을 잃는'선행성 기억상실증'에 걸린 소녀 '마오리'"내일의 마오리도 내가 즐겁게 해줄 거야"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는무색무취의 평범한 소년 '토오루'매일 밤 사랑이 사라지는 세계,그럼에도 불구하고,다음 날 서로를 향한 애틋한 고백을 반복하는두 소년, 소녀의 가장 슬픈 청춘담여담일본에서는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라는 열풍이 대단하다고 한다. 역대 일본 로맨스 영화 '러브레터'에 이어 흥행 2위라는 성적을 거머줬다. 한국에서 반응은! 초반에는 입소문으로 퍼지는가 싶더니 이제는 모두의 기억 속에 사라져 조금의 뒷심을 발휘하면서 몇 개 없는 상영관에서 상영 중에 있다.후기 및 결말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결말을 살펴보자면 마오리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극복하며 점차 기억을 하기 시작한다.하지만 토오루는 심장마비로 죽어서 더 이상 볼 수가 없어지며 그동안의 일기장에 적어뒀던 토오루를 기억하며 영화는 마무리가 된다.나는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책이 원작인지 몰랐다. 아니.. 책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냥 영화 시간 때가 맞는 게 이 영화라서 본 것이지만?~ 나름 재미있었고 살짝 슬펐고! 그럭저럭! 지금 시기에 딱 볼만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영화에 가장 중요한 쿠키는 없었다!아바타가 강세인 요즘~ 상영관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라는 영화 한편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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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락을 잃고 난기류에 휘청거리는 '파일럿'
엄마 나 유퀴즈 나왔어
이 영화의 주인공은 미남 조종사 한정우(조정석)다. 첫 장면은 인기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록'이다. 이 프로그램에 나오면 곧 성공한 인물이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성공한 파일럿 한정우. 학생 시절부터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안정적인 비행을 보여준 한정우. 극적인 개인 서사와 잘생긴 외모로 인스타그램에서 핫한 인물이 되었다. 어디 가면 후배들이 잘생겼고 멋있다며 칭찬한다. 자기애가 흘러넘치는 한정우. 하지만 한정우에게 세상은 나 혼자만 사랑하기에 바쁘다. 자기 인생 사는 것에 바빠 아내와 아들이 원하는 게 뭔지는 무관심하다. 아내가 6개월 전에 그만둔 필라테스 이야기를 꺼내는 한정우. 한정우는 겉으로만 화려하지 타인에게 무관심한 인물이었다. 이 무관심이 화근이 되었다. 어떤 술자리에서 술에 취한 상사에 호응하기 위해 이상한 소리를 입 밖에 내는 한정우. 이 일은 녹취록이 되어 세상 밖으로 나왔다. 백수가 된 한정우. 먹고는 살아야 한다. 여러 항공사들에게 탈락의 고배를 마시다 묘수를 떠올린다. 여자만 뽑는 항공사에 부기장으로 지원하는 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다. 때마침 자기 회사가 여자 부기장을 뽑는다는 후배 현석(신승호)의 말에 뷰티 크리에이터 한정미(한선화)에게 여장하는 법을 묻는다. 먹고살기만 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여장이, 일이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한정우에게 들이닥친다.
요즘 10대들은 이거 알까
성별을 바꾼다는 소재가 한국의 영화/드라마가 그렇게 많았던 편은 아니었다. 글쓴이 같은 90년대 후반대생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커피프린스 1호점>이었다. 이 드라마가 상업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기획의도는 간단했다. 1) 남자 주인공이 재벌가 3세 2)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만난 운명 같은 사랑 3) 남장여자라는 사실이 들킬까 말까 하는 서스펜스다. 이 기획은 당시 시대상을 생각해 보면 신선할 수밖에 없다. 성 정체성을 중심으로 이게 사랑일까/아닐까 긴장감을 주는 경우는 드물었다. 일단 사회적으로 트랜스젠더나 성소수자에 대한 담론이 지금처럼 활발하지 못했다. 은근히 금기를 건드리는 것이 이 남장여자의 등장이었다. 드라마 내적으로도 좋은 선택이었다. <궁>이나 <꽃보다 남자> 같은 것을 생각해 보면 일반적으로 만날 수 없는 사람들 왕궁과 재벌가라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에 긴장감을 부여했다. 이 두 드라마처럼 서브 남/여주가 사랑에 훼방을 놓는 경우가 있었던 적은 있었어도 자기 내면에서 충돌하는 로맨스라니 획기적이지 않아? 사회적인 맥락으로나 드라마를 연출하는 방식으로나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은 것이 이 드라마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파일럿>은 <커피프린스 1호점>과 비슷하면서도 전적으로 다른 기획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 파악하기 쉬운 특징이 있다는 점이다. 이 영화를 이루고 있는 두 가지 특성이 있다. 첫째. 여장남자가 등장한다는 점 그 자체다. 여장남자는 곧 성별이 바뀐다는 의미다. 왜 남자로 바뀔까? 뭔가 욕망이 있다는 의미다. 주인공 한정우(조정석)는 사고 치고 야인이 된다. 야인도 돈을 벌어야 한다. 먹고살아야 하는 한정우. 파일럿 출신이라는 직업적 특성을 살려 재취업을 노린다. 하지만 한정우는 사고도 사고지만 쉽지 않다. 왜? 여성이어야 취업이 쉬우니까. 이 한정우의 욕망이 여성할당제라는 시대적인 맥락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이 영화를 이루는 기본 대전제가 시간적 배경에 근거하고 있으니 감독이 이 작품에 현대 한국사회를 담고자 했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이 영화는 이런 맥락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대사가 흥미롭다. 한정우가 처음 여장에 성공하고 난 다음 듣는 대사가 있다. “진짜 싸움 잘하게 생기셨네요”라는 점이다. 이 대사는 코미디로서의 역할도 하지만 시대적인 맥락도 포함하고 있는 문장이기도 하다. 왜? 이 영화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무관심이다. 주인공 한정우가 자아에만 도취되어 주변 사람들과 세상들에게 무관심했다는 것이 영화에서 제일 중요하다. 이 대사 ‘정말 싸움 잘하게 생기셨네요’는 타인에 대한 폭력적인 관심을 드러내는 문장이다. 무관심으로 위기에 처한 인물에게 어떤 관심은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의 중요한 인물 노문영(서재희) 역시 사회적인 맥락 한 축을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영화의 강력한 스포일러와 관련이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이 부분은 작품의 기획의도를 살리는 좋은 선택이었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구조적인 폭력이 1차원적으로 원인이 하나다라고 규정하면 영화의 허점이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원인을 그렇게 규정하면 그 논리에 따라 캐릭터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단순함에서 벗어나 사회구조의 속성을 캐릭터를 통해 보여준다. 어떻게? 이 인물이 추구하는 방향이 영화가 지적하는 것에 큰 괴리가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여장 남자?
하지만 영화가 이런 주제의식을 살리는 대신 패착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이 영화를 이루고 있는 다른 축 하나. 코미디다. 어떤 장면은 영화의 코미디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이상한 부분이었다. 어떤 점에서? 영화가 지적하고 싶은 문제는 사회가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에 있어 정말 그 자체를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인물들 간의 진정성이다. 특히 후반부를 보면 더 그렇다. 어떤 캐릭터 간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 두 인물 간의 연대를 조롱한다. 내지는 한 캐릭터의 특성을 이상하게 조롱하기까지 한다. 화학적인 현상(?)이라 꼬르륵 허기지는 소리와 비슷하다는 점을 염두한다고 하더라도 굳이 여기까지 이상한 디테일을 표현할 이유는 없었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 개인/구조적인 폭력을 구현한다고 표방하지만 정작 인물들의 연대는 우스꽝스럽게 조롱하니 영화 후반부가 더 이상하게 느껴졌다. 어떤 인물이 특정한 선택을 보여주는데 여기까지 가는 데 있어 영화의 태도가 잘 어울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이 <파일럿>의 인물들 중 사실상 제일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윤슬기(이주명)도 핵심을 잘 살렸는가? 의 측면에서 의문이 든다. 위에서 언급한 <커피프린스 1호점> 같은 영화/드라마들이 성별 전환에 대해 다룰 때 가져오는 것은 '들킬지도 모른다'라는 서스펜스다. 이 슬기라는 캐릭터는 이 서스펜스에 심각하게 둔감하다. 가령 영화에서 한정미가 된 한정우와 윤슬기가 어디론가 향하는 장면이 있다. 여기에서 한정우는 약점을 쉽게 노출한다. 이렇게 쉽게 약점을 노출하는 한정우인데, 윤슬기는 이상할 정도로 아무 눈치도 채지 못한다. 하루종일 붙어 사는데 말이다. 차라리 이 장면(특정 장소에 가서 약점을 노출하는 신)이 없다면 한정우의 여장이 실제로 만나면 감쪽같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막상 또 그런 것도 아니라, 다른 인물들은 '몸 되게 좋으시네요'같은 대사들을 치는데 윤슬기만 유독 눈치를 못 챈다. 그리고 글쓴이는 이 윤슬기라는 캐릭터가 지나치게 전형적이고 납작한 점이 가장 큰 단점으로 느껴졌다. 이 인물이 입 밖으로 내는 대사들이 납득하기 어렵지는 않았다. 글쓴이가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보거나 들은 수많은 이야기들에 악의적인 의도는 없었고 그들의 맥락도 충분히 내가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 인물은 글쓴이가 보고 들은 사람들과 다르게 논지들은 매력이 없다. 왜? 사람으로서 입체적이지 않다. 별로 성장하지 않는 캐릭터다. 매력이 없다. 이 단점은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과 대치된다. 거시적인 것만 추구하는, 영화가 배격하는 태도와 전적으로 등치 되는 인물이다.
1 스트라이크 3 볼
이 영화에서 젠더갈등을 풍자하기 위한 중요한 토대 중 하나인 설정 중 하나는 취업이다. 남자면 안되는데 여자니까 된다는 설정이 이 영화의 모든 해프닝의 시작이다. 그럼 그 취업 과정을 사실적으로 구현해야 이 영화가 조명하고 싶었던 한국사회의 병폐를 더 사실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영화가 강약조절을 실패한 단면이라고 생각했다. 기업이 보통 이런 식으로 사람을 뽑나? 코미디로 소화할 장면이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다. 가령 <육사오> 같은 영화는 남북 분단이라는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 계급에 관한 부분은 코미디로 활용하지 않았다. 이 <파일럿>은 이야기의 선을 넘어 생동감을 포기한다. 경영권 분쟁이라는 소재를 가져와서 현실감을 높이려고 둔 선택과는 전적으로 모순된다.
주인공 한정우의 행보도 영화가 챙기지 못한 부분이 많다. 글쓴이는 이 영화가 좀 더 유치해진다고 하더라도 더 직접적인 묘사가 들어갔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내면을 더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 내면 묘사가 들어가야 할 장면 대신 여장한 한정우가 겪는 안 좋은 일들로 코미디를 보여준다. '영화'로서의 매력을 떨어트리는 선택을 고의적으로 골랐다. 심지어 더 나아가 이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과정을 보면 이 여성혐오라는 모티브랑 크게 관련이 없다. 그래서 영화가 여성혐오라는 모티브를 전시만 하고 끝난 듯하다. 앞서 언급한 <육사오>처럼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보여주지 않고 코미디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파일럿>은 아니잖아? 이 영화는 코미디면서 한국사회의 모순을 보여줘야 한다. 그걸 영화 내내 보여주는데 그렇기만 했지 실속은 챙기지 못했다.
쾌남/녀 재질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조정석 배우는 극을 훌륭하게 이끌어나간다. 기괴하다고 느껴지기 쉬운 캐릭터의 비주얼도 특유의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로 소화한다. 또 연기도 '여자인 척하는 남자'의 디테일을 잘 살렸다. 대표적으로 목소리 톤으로 변화구를 두는 섬세한 연기는 정말 대단했다. 그리고 캐릭터가 기쁨을 느끼는 장면이 이 인물에게 가장 중요한데 이 리액션도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두근대는 긴장감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다른 주인공인 한선화 배우도 전형적이긴 하지만 코미디를 연기를 뻔뻔하게 소화했다. 조정석 배우의 한정우보다 더 매력적인 캐릭터가 여동생 한정미일 거라고 생각한다.
'웃을 수는 있'는 영화
글쓴이의 총평은 '난 안 웃었지만 사람들은 좋아할 것 같다'라는 영화다. 웃을만한 장면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 웃지 않은 이유가 뭔지 영화를 보면서 하나하나 다 알 것 같았다. 입체적이지 않은 이야기와 인물들이 영화의 매력을 급감시킨 예라고 생각한다. 근데 글쓴이는 영화 오타쿠로서 이런저런 코미디에 익숙하다. 그래서 원초적으로 빡 웃기는 것에 무덤덤하다. 반대로 능청스럽게 웃기는 걸 좋아하다면 충분히 좋아할만한 영화가 <파일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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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의심 앞에 한없이 무력하다
의심이라는 녀석은 인간에게 참으로 무서운 존재다. 눈에 보이지 않는데 굳건할 것 같은 사람의 마음을 쉽사리 뒤흔들고 현혹하는 간사한 존재다. 이 의심이라는 악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누군가는 종교 등에 의지해 신앙심을 키우고, 어떤 이들은 보이는 것만 믿겠다는 식으로 내재된 불안함을 다스린다.
그러나 쉽지 않다. 의심을 말끔히 떨쳐내기란 대단히 어려운 반면, 믿음이라는 장벽에 조금이라도 물 샐 틈이 보인다면 의심이 쥐도새도 모르게 새어 들어와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그리고 낚아버린다. 나홍진 감독이 만든 '곡성'도 이러한 사람의 특성 중 하나인 의심이라는 요소를 영리하게 사용했다.
장르 소개란에는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라고 적혀 있다. 엑소시즘과 샤머니즘 소재가 나오기에 오컬트에도 포함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 의견에 동의한다. 이 영화는 정확하게 스릴러와 오컬트 요소가 아주 진한 색깔을 내기 때문이다.
156분 동안 진한 스릴러와 오컬트 향을 내는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의외로 간단하다. 첫 장면에 음산한 배경과 함께 나오는 성경 구절 루카 복음서 24장 37~39절로 함축했다. 이 문구가 요약본이라는 것을 다 보고 난 뒤에야 비로소 깨닫는다.
그들이 놀라고 무서워하여 그 보는 것을 영으로 생각하는지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두려워하며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이 일어나느냐 내 손과 발을 보고 나인 줄 알라 또 나를 만져 보라 영과 살은 뼈가 없으되 너희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있으니라. -루카 복음서 24:37~39-
전라남도 곡성군 한 시골마을에서 부부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살인 현장에 출동한 종구(곽도원)와 경찰들은 수색하던 중 창고 깊숙한 곳에서 새 둥지와 비슷한 나뭇가지 뭉치와 촛불이 놓인 수상한 제단을 발견했다. 살인사건과 관련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후 정체불명의 외지인(쿠니무라 준)이 마을 사람들 눈에 띄었고, 그와 관련된 소문들이 돌았다. "요렇게 소문이 파다하면 무슨 이유가 있는 거야"라는 대사는 종구의 의심은 외지인으로 향하고 있었다는 뜻이었고, 그에게서 해답을 찾겠다는 의도가 깔려있었다. 공식수사에서 사건 발생 원인이 독버섯이 일으킨 환각작용이라고 밝혔음에도 종구와 마을 사람들은 이에 귀 기울이지 않고 외지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미 의심에 현혹된 것이다.
여기서 종구는 사람들이 전하는 여러 가지 소문만 듣고 일본인 외지인을 만났다. 소문 덕분에 그 외지인이라는 존재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일상으로 적용한다면, 외지인을 향한 종구의 생각이나 마음처럼 무언가에 의심을 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삶 혹은 일상서 벌어지는 현상 등을 이해할 수 없다. "쟤는 아마도 그럴 거야" 같은 사실에서 기반한 의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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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고 싶은 영화 속 소품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다들 영화를 보고 난 후, 영화 속 촬영 장소로 여행을 가고 싶다던가,
영화 속 음식을 맛보고 싶다던가, 영화 속 소품을 갖고 싶다던가,
이런 생각이 드신 적 있으신가요?
저 또한 이러한 생각을 많이 하곤 하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영화 속 소품 중 크리스마스 선물로
딱인 아이템들을 살펴볼까 합니다.
그럼, 한번 살펴볼까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 스웨터
ⓒ Wizarding World Youtube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크리스마스 날 론 위즐리가 부모님한테 받은 선물이다.
론 위즐리의 첫 글자 R이 적힌 스웨터이다.
시청 가능한 OTT
웨이브, 쿠팡플레이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책
ⓒ 네이버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책을 좋아하는 조제가 사랑하는 책으로 등장하는
책 <한 달 후 일 년 후>이다. 이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이 조제이기 때문에 쿠미코가 자신을
조제라고 불러달라고 한 것이었는데요. 영화와 함께 책을 읽는다면 여운의 오래 갈 것이다.
시청 가능한 OTT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캐롤 - 필름 카메라
ⓒ 네이버 영화
<캐롤> 속 주인공 테레즈가 크리스마스 트리를 사고 있는 캐롤의 모습을 담았던 카메라.
영화에서는 카메라를 매개체로 인물의 간의 관계를 표현하는 굉장히 중요한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한다.
시청 가능한 OTT
넷플릭스, 왓챠
토이스토리 - 장난감
ⓒ 네이버 영화
<토이스토리>의 주인공인 장난감들! 주인공 앤디가 가장 아끼는 카우보이 인형부터 액션 인형
우주 전사 버즈 등등. 영화 속 등장하는 다양하고 매력적인 장난감들이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시청 가능한 OTT
디즈니+
프린세스 다이어리 - 다이어리
ⓒ IMDB
<프린세스 다이어리> 속 주인공 미아 서모폴리스의 다이어리로 등장하는 소품이다.
독특하고 예쁜 디자인으로 많은 관객들의 소장 욕구를 일으켰다.
시청 가능한 OTT
디즈니+
여러분들은 영화 속 어떤 소품을 가장 갖고 싶으신가요?
영화를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영화를 만지고, 영화를 듣고, 영화를 느낄 수 있도록
영화와 를 더 가까이 만들어주는 취향 커머스 플랫폼 '클로저'를 시작했습니다.
클로저의 첫 번째 영화, <캐롤>을 더 가까이 즐겨보세요:)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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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옥만세 리뷰 - 제목은 학교폭력 가해자의 회개라고 짓겠습니다, 근데 이제 사이비를 곁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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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지옥의 정점에서 세상의 종말을 외치는 쏭남 그리고 종말을 외칠 기력도 남지 않은 황구라 두 소녀의 급발진은 박채린의 유학 소식으로부터 시작됐다. 우릴 지옥으로 내몰고 한국을 떠? 그 X 앞길을 막을 수 없다면, 두고두고 거슬릴 기스 정돈 낼 수 있겠지! 그런데… 오히려 우리가 박채린의 구원이라니? 이게 무슨 불온한 소리람? 구원? 누가 누굴? 믿어? 누가 누굴! 복수가 구원이 되어버릴 위기에 처한 쏭남과 황구라의 지옥행 수학여행기! 오키오키!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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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일링 포인트 - 크리스마스 저녁때 손님 100팀을 받은 레스토랑에서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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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 이벤트 공지?]
영화등대 채널 구독자 여러분들을 위해 '8월 4일 개봉'하는 원테이크 키친 서스펜스 영화
[보일링 포인트] 개봉전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질주하는 키친 서스펜스 [보일링 포인트],
기대평 남기고 가장 먼저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회까지!
?참여방법
1. 보고싶은 이유와 기대평을 댓글로 작성한다! #보일링포인트
2. 추첨을 통해 [보일링 포인트] 시사회 초대권을 드립니다! (1인 2매)
?시사회 안내
일시: 7/23(토) 2:00pm
장소: CGV영등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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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헬’s 키친!
90분간 쉴 틈 없이 몰아치는 현장 스릴러!
365일 중 가장 바쁜 크리스마스, 런던의 고급 레스토랑.
셰프 ‘앤디’는 사고 없이 음식과 직원, 손님 모두를 살펴야 한다.
쏟아지는 주문으로 정신없는 가운데
반갑지 않은 위생 관리관의 급습과
입맛 까다로운 평론가의 눈치까지 보게 되고,
여기에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직원들은 서로 싸우기까지 한다.
도저히 통제되지 않는 현장에
`앤디`는 점점 끓어오르기 시작하는데…
단 한 번의 테이크로 질주하는 키친 서스펜스를 경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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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 메인 예고편
가짜라도! 아빠가 되어야 한다!
돈만 빼고 세상 무서울 게 없다고 호언장담하던 ‘재식’은
갑자기 세상을 떠난 ‘지영’의 전재산을 먹튀하기 위해
‘지영’의 딸 ‘은혜’의 가짜 아빠를 자처하게 된다.
알고 보니 ‘은혜’는 시각과 청각 장애를 모두 가진 아이.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은혜’를 귀찮아 하던 ‘재식’은
손끝으로 세상을 느끼는 ‘은혜’만의 특별한 방식에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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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히트 & 런> 티저 예고편
한없이 사랑한 아내가 살해당했다.
그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밝혀야 한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결코 멈추지 않으리라.
어둠 속을 걷는 한 남자의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