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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현 (크리틱스컷)2023-12-14 10:19:24

"야 근데 황정민이 전두환이야?"

<서울의 봄>과 타란티노

<서울의 봄>을 보고 나오던 길.

 

화장실 앞에서 친구로 보이는 세 사람이 떠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무심히 지나가던 내 귀에 흥미로운 문장이 꽂혔다.

 

 

 

A: 야 근데 황정민이 전두환이야?

 

 

 

A의 말에 B와 C는 의아한 기색이었다.

 

 

 

B: 엥?

 

C: 무슨 소리야?

 

 

 

A는 B와 C의 반응에 자못 당황한 듯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A: 아니 그 사살 당한 사람이 전두환 아냐?

 

B, C: 뭔 소리야~!

 

(나: 저게 진짜 뭔 소리여)

 

 

 

곁눈질로 보니 A가 B와 C의 반응에 놀라 굳어버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 자리에 멈춰서 더 듣고 싶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대화였지만, 갑자기 멈추면 이상한 낌새를 느낄까봐 어쩔 수 없이 화장실로 갔다. 나와보니 세 사람은 사라져있었다.

 

대체 A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영화가 상영된 것이란 말인가…….

 

전두환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왜 이 영화를 보러 온 것이며…….

 

그보다 전두환을 왜 모르는 거지……?

 

<서울의 봄>을 타란티노 영화로 만들어버리다니.

 

 

 

무수한 궁금증만 남은 <서울의 봄> 이야기.

 

흥미롭게도 <서울의 봄>을 보고 나서 타란티노를 언급하는 글을 하나 보았다. 이를테면 아래의 글.

 

 

 

[백승찬의 우회도로]타란티노라면 전두광을 어떻게 했을까

 

https://n.news.naver.com/article/newspaper/032/0003264309?date=20231130

 

 

 

그런데 <서울의 봄>은 전두광이 체포되거나 죽으면 상당히 시시한 이야기가 됐을 것이다. 영화의 전체적인 구조 자체가 피카레스크극이므로, 마지막에 악이 승리하지 않으면 김 빠지는 결말에 불과하다. 전두광이 국무총리 공관에서 체포 당할 뻔하는 서스펜스 장면이 허구라는 걸 생각하면, 위 기사 같은 반응을 영화가 유도한 건 맞지만서도. 차라리 <26년> 영화화 버전이나 <헌트>에서 '그 사람'을 잡는 게 더 실현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이것도 시시한 결말이겠지만).

 

생각해보면 <바스터즈>에서 히틀러 암살이 가능했던 이유도 어느 정도는 '2차 세계 대전'(특히 나치)이라는 소재가 페티쉬화 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운성이 인스타에 올린 아래 글에 따르면, 5공 시절도 이렇게 페티쉬화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인데…….

 

 

 

5공 시절이 '데이터베이스 소비' 단계에 접어들었는지 아닌지를 떠나서, 아즈마 히로키가 도입한 비평 개념과 도구 자체가 이제는 일본 서브컬쳐 대상으로도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지적은 유념해야겠다.

 

 

 

 

문제는 아즈마 히로키 이후 세대 서브컬쳐 비평이 많이 소개되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작성자 . 이병현 (크리틱스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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