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3-12-15 17:00:06
한국영화 르네상스 영화7선
2003년은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라고도 하죠?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감독등 신감독들의 등장과 활약으로
영화의 꽃을 피우던 시기. 한국영화는 2003년도 전과 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큰 반향이 일어났던 해입니다.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시대 영화 7선을 소개합니다
https://www.instagram.com/reel/C03cAIzOBF5/?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id=MzRlODBiNWFlZA==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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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주 최신 개봉영화!
11월의 시작으로
어느덧 위드코로나 시대가 왔네요!~
영화관의 부활을 시작하며
11월 1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11월 1주 개봉영화 5편!
이터널스 Eternals , 2021
마블의 새로운 역사를 쓸 태초의 히어로 등장
마블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히어로 군단 ‘이터널스’가 개봉을 합니다.
"이터널스"는 히어로 무비 그 이상의 거대한 서사와 깊이 있는 메시지, 역대급 규모의 볼거리와 액션을 선사할 예정인데요.
안젤리나 졸리와 마동석을 비롯해 다양한 세대와 성별의 글로벌한 배우들이 총출동해
10인의 ‘이터널스’ 멤버로 등장한다. "이터널스"는 수천 년에 걸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불멸의 히어로들이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 ‘데비안츠’에 맞서기 위해 다시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MCU의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지평을 열어 앞으로 펼쳐질 MCU의 미래에 방향을 제시할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또한 마동석의 활약이 어느정도로 나올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마블의 새로운 역사를 쓸 태초의 히어로!
첫번째 추천영화 "이터널스"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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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버그 SEBERG , 2019
할리우드의 아이콘이 FBI의 표적으로
영화 "세버그"는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배우 진 세버그가 시대의 폭력 앞에서 무너져가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긴 작품입니다.
모두가 사랑했던 세기의 배우에서 FBI 음모의 희생양이 된 진 세버그,
이번 영화에서는 1960년대 FBI가 실제로 요주인물로 지정해 공작과 음모를 가했던 진 세버그의 삶을 생생히 옮겨졌습니다
진 세버그는 1960년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에 출연해 스타덤에 올랐던 누벨바그의 아이콘이죠.
진 세버그 역에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비롯해 과격 흑인인권단체 블랙팬더 리더 하킴 자말 역에는 안소니 마키,
당시 FBI 도감청 음성 전문가 잭 솔로몬 역에는 잭 오코넬이 분했고,
마가렛 퀄리, 재지 비츠, 빈스 본이 참여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세버그가 1965년 미국으로 돌아와 겪었던 모든 사건들!
두번째 추천영화 "세버그"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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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X : 영혼의 구역 Demonic , 2021
닐 블롬캠프 감독의 6년만의 귀환
영화 '시그널 X: 영혼의 구역'은 연락이 두절되었던 엄마가 코마 상태로 발견되고,
최신 치료 기술을 통해 뇌에 직접 접속하면서 벌어지는 기이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디스트릭트 9'부터 '엘리시움', '채피'까지 공개하는 작품마다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평단과 관객을 사로잡았던
닐 블롬캠프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개봉 소식을 알리자마자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특히 이번 영화는 이전에 선보이지 않은 스릴러 요소까지 갖춰,
SF 요소를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작품의 긴장과 스릴을 자아내기 위한 그의 노력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킬 예정입니다.
엄마의 치료를 위해 새로운 구역에 발을 들인 이후,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기이한 현상을 겪게 되는 독창적인 세계관!
세번째 추천영화 "시그널X: 영혼의 구역"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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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Hab , CREAM , 2021
세계 유수 영화제의 마음을 사로잡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 "크림"은 이별의 슬픔을 안은 도라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를 살리기 위해서 가족사업 지원에 합류를 합니다
하지만 가족이 없는 도라는 가짜 가족을 만들고, 그곳에서 옛 연인을 만나면서 가짜 가족이라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애쓰다가
결국에는 가짜 남편 행세를 해준 남자 마르시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입니다.
"크림"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지만 특유의 색채를 띄고 있습니다
사랑도 있고 웃음도 있지만 진중하고, 조금 심각하고, 매우 차분한 톤으로 절제되어 있죠.
그로인해 2021 파리국제영화제 5관왕, 2021 피렌체국제여성영화제 길다상(작품상) 등의
명예를 안은 작품으로 세계 유수 영화제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동유럽의 제시카 차스테인 비카 케레케스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네번째 추천영화 "크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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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카우 First Cow , 2019
타임지 선정 그해 최고의 영화 TOP 10!
영화 "퍼스트 카우"는 19세기 기회의 땅 미국에서 유대인 쿠키와 중국인 킹 루가 만나 마을 젖소의 우유를 훔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제46회 텔루라이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되었는데요
이후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되며 전 세계 화제작으로 급부상한 영화는
제86회 뉴욕비평가협회상(NYFCC) 작품상, 제92회 전미 비평가위원회상(NBR) 탑 10 영화상 수상 및
제55회 전미 비평가협회상(NSFC) 작품상, 각본상, 감독상, 제14회 미국 여성 영화기자협회상(AWFJ)감독상, 각색상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24회 수상 및 143회 노미네이트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켈리 라이카트만의 독창적인 서부극으로 1820년대 소외된 자들의 우정과 인생 이야기가 녹아있는데요
영화의 원작 소설 '더 하프 라이프'를 오랜 시간 각색을 거듭한 끝에
2019년 "퍼스트 카우"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19세기 서부 개척 시대, 전 세계가 주목하는 화제작!
다섯번째 추천영화 "퍼스트 카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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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그룹 있지가 있기 전에 헬렌 레디가 있었다.
호주 출신 불법체류자, 헬렌 레디는 미국에서 뮤지션으로서의 성공을 위해 그저 버티는 중이다. 성공을 위해 딸까지 데려온 미국은 그녀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러던 와중에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 주고, 자신의 매니저가 되어주겠다는 남자와 결혼한다. 하지만 이 남자는 헬렌의 성공을 도와주기는 커녕 본인의 일에만 열중이다. 과연 헬렌은 이 남자의 도움을 받아 과연 데뷔라도 할 수 있을까?
1. 2020년대 한국 여자가수 음악에도 헬렌 레디의 정신은 살아있다.
요새 인기있는 여자 아이돌 음악에는 걸크러쉬 무드가 아주 진득하게 배어있다. 예를 들면, 인기 여자 걸그룹인 있지의 icy의 가사를 살펴보면,
차갑게 보여도 어떡해, 쿨한 나니까, 눈치 볼 마음 없어,
너의 틀에 날 맞출 맘은 없어, 다들 참 말이 많아, 하지만 난 괜찮아, 계속 블라블라, 그들이 무슨 말을 하든 나는 계속 걸어갈거야
라는 주체적인 사람의 모습을 묘사하는 가사도 있고, 같은 가수의 wannabe라는 노래의 가사만 봐도 더 노골적으로 주체성을 외친다.
잔소리는 stop it 알아서 할게,
내가 뭐가 되든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좀
평범하게 살든 말든 내버려둘래
어차피 내가 살아, 내 인생 내 거니까.
차라리 이기적일래,
말해버릴지도 몰라, 너나 잘하라고
누가 뭐라해도 난 나야, 난 그냥 내가 되고 싶어
굳이 뭔가 될 필요는 없어. 난 그냥 나일 때 완벽하니까.
등의 가사를 보자니, 헬렌 레디의 노래는 지금 이런 노래들과 비교해봐도 그리 공격적이지도 않은데, 70년대의 미국은 얼마나 보수적이었던 걸까. 그 때, 헬렌의 노래를 여자 가수가 노래하기에는 너무 공격적이라는 레코드사 사장의 반대가 왜 나에겐 남자가 듣기에는 기분 나쁜 가사라는 뜻으로 이해가 되었던 걸까. 한 여자 가수가 노래를 발표하는 데까지 남자의 비유를 상하게 하는 노래는 발매조차도 힘들었던 그 시대에 소외받던 여자, 그것도 결혼한 여자들을 타겟으로 삼아 그들에게 공감이 되는 가사로 어필이 되었던 헬렌의 존재는 가히 상징적이었다고 본다. 그 때, 헬렌의 노래를 여자가 부르기엔 가사가 공격적이라고 비난했던 레코드 사의 사장이 지금 현재 한국에서 걸크러쉬 열풍 아래 발매되고 있는 여자 가수들의 가사를 보면, 얼마나 뒷목을 잡을 지가 궁금하다. 솔직히 그 모습을 조금은 보고 싶다.
2. 여자가 강한 것은 남자의 거세와는 관련이 없다.
여자가 힘든 순간들을 이겨내고 자신의 강함을 어필하는 것이 왜 그 시대의 남자들의 눈에는 거슬려보였던 걸까. 영화에서 한 기자가 헬렌의 남편을 상대로 헬렌의 성공이 남편의 기를 죽이기라도 한다는 것을 인정이라도 하라는 듯이 몰아붙이는 장면은 상당히 영화의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기자의 질문은 마치 헬렌의 성공이 남편을 정신적으로 거세라도 한다는 듯이 물어본 것이었고, 그 질문의 이면에는 헬렌의 성공에 대해서 탐탁치 않아하는, 여자들이 향유하는 문화는 대단할 것이 없다는 성별적 차별이 70년대에는 분명히 존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 시대 미국은 여성의 참정권 조차 없었던 시절이었는데, 여자가 조금만 말을 세게 하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이었을 것인가.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누군가는 이 영화는 여성의 관점에서 '여자들이 이렇게 힘들게 살아요'라고 징징대기만 하는 영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마치 인터넷 댓글창에서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감정적으로 싸워대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누군가가 단지 "여자들은 차별을 당하고 있는 존재이고, 그 차별은 남자 때문이다" 라고 생각해 영화의 메시지가 이분법적인 관점에서 남자들을 비난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 영화의 주된 내용은 그저 성별이 여자일 뿐인 한 인간의 성공일 뿐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영화를 봐주었으면 좋겠다. 이 여자의 성별을 가진 인간의 성공을 위해 그녀의 남편을 포함해 수많은 남자들이 이 여자에게 협력했는데, 일부 남자들의 편협한 시각에서 비롯된 여자의 성공을 논할 때, 남자의 기나 죽일거라는 평가는 이 여자에게 협력한 남자들의 공을 무시한 것이 된다.
그런데 2020년대에도 여자들은 여전히 차별을 당하고 있는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결코 간단히 이야기할 수 없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영화를 보고, 한 가지 위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은, 이 영화의 배경이 70년대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시대 속에서 살아간 여성과 현재 2020년대의 여성이 입장이 같냐고 비판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논리적인 지적이라고 우선 박수 쳐주고 싶다. 그렇다. 그 때의 여성과 지금 시대의 여성은 확실히 삶이 다르긴 하다. 그 때의 여성들은 남자들이 벌어다주는 돈을 가지고 알뜰살뜰히 살림만 잘 하면 되는 시대에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니 사회생활하는 남자들로부터 은근히 무시받기도 했지만 지금 여성들은 직업적인 사회생활은 필수적으로 해야 하고, 최소한 표면상으로라도 남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대우들을 받고 살아간다. 하지만 여전히 여자들은 말하는 표현에 있어서 기세보여서는 안되는 분위기가 있다. 여자들이 자신의 불만을 정확하고, 명료한 톤으로 이야기하면, 그런 여자들은 기센 여자라고 칭해지며, 시집도 제대로 못갈 거라는 둥의 말을 듣는 경우가 아직 근절되지 않은 것을 보면, 헬렌이 살았던 시대보다는 여성들의 대우가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헬렌이 가사가 조금이라도 센 노래를 내려면 불편함을 느꼈던 사람들처럼 여전히 강하게 주당하는 여자를 터부시하는 분위기는 70년대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은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는 이 영화가 2020년대를 살아가는 각기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아직 효과가 있을 듯하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조금 내용상 답답한 부분도 있고, 루즈해지는 내용도 있지만 노래빨로 끝까지 보게 되는 매력이 있다. 인터넷 상에서 싸움이 될만한 관점이 조금은 보여서 이 영화 인터넷에서 호불호가 어마무시하게 갈리겠다 싶었지만 나는 여자여서 그랬는지 몰라도 개인적으로 호감이었다. 우선, 그 시대에 이런 노래를 발매했었던 헬렌 레디의 강직함에 박수를 치고 싶었고, 요새 우리나라 음악에서 걸크러쉬라는 개념이 나온지 그렇게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사실은 오래전부터 있었던 개념이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원조 걸크러쉬 팝가수라고 칭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이 영화는 여자의 성공을 위해서는 남자들을 향해 싸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아니다. 이 영화는 헬렌 레디라는 여성의 성공은 여성, 남성 가를 필요없이 두 성별들이 협력해 만들어낸 합작품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고, 감독의 의도는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미국에서 살림만 하며, 기에 눌려 살고 있던 다른 여자들에게 활력을 선사해준 그 콜라보레이션의 선한 영향력을 모두가 잊지 말자는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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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빛으로 전하는 감사의 순환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난 97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해 각종 영화제에서 장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영화 <플로우>가 지난 19일 수요일 관객들을 찾아오게 되었다. <플로우>는 고양이X골든리트리버X카피바라X여우원숭이X뱀잡이수리라는 독특한 라인업을 캐치프레즈 삼아 홍보해온만큼 개봉 전부터 그 내용에 있어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바 역시 있다. 그렇게 영화관에서 만난 어느 고양이의 특별한 여정은 기대 이상으로 더 깊은 메세지를 내포하고 있었다.
인간의 흔적이 남아있지만 더 이상 그들이 살아있지는 않은 어느 자연. 우리들의 주인공 ‘고양이’는 영역동물답게 자신의 영역에서 때로는 물고기를 잡고, 때로는 개들에게 쫓기며 일상을 살아간다. 드문드문 보여지는 고양이 관련 상징물들은 이곳에 체류했을지 모를 인간에게 고양이가 존재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듯 보여지나 그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과 공생하는 동물들 만이 삶을 이어 나가고있을 뿐이다. 하지만 사건은 본격적으로 해수면이 차오르며 벌어진다. 이미 오래전 떠난 이들을 기다리는 것인지 아님 그저 자신의 삶을살아가고 있었는지 모를 고양이의 모험은 물에 잠길 위험을 몇 번이나 거듭한 끝에 저 멀리서 떠내려온 배 한 척에서부터 비롯된다.
하지만 이미 배에는 낯선 존재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때부터 관객은 하고 많은 동물 중 왜 고양이가 그 주인공 되었는지 짐작이 가능해진다. 경계심과 겁이 많고 영역에서 생활하는 동물, 물을 꺼리고 무엇이든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동물이기에 대사를 비롯한 장치가 굳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고양이라는 주인공에게 모험은 그 자체로 시련이 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물과 친근하지 않은 고양이의 특성을 십분보이며 그 모험이 쉽지 않을 것을 예고하기도 한다. 무던하지만 의젓하게 키를 잡는 카피바라, 물건을 수집하는 여우원숭이 그리고 다시합류하게 된 골든 리트리버까지 이 만남은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찾아온 홍수라는 재해에 운명적으로 찾아오지만 뱀잡이수리와의 만남 이후부터 이는 필연이 되기 시작한다.
누군가에게 구해진다는 것은 다른 말로 삶을 계속해서 이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의 삶은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단순하다. 생존아니면 놀이이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몸부림치면서 동시에 자신들이 처하게 된 상황에 비관하지 않고 눈앞에 보이는 거울에, 낮잠에, 공에, 반짝거리는 것에 눈을 빛내며 순간을 즐기기도 한다. 그런 고양이에게 찾아온 첫번째 구원의 순간은 리트리버로부터이나 아직은 이를 인식하지도, 특유의 관계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도 못한다. 하지만 두번째 구원의 순간부터 고양이는 이를 인식하기시작한다. 거대한 몸집으로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고래는 물 속으로 가라앉던 고양이를 수면 위로 꺼내줌으로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게해준다. 단순 우연이었을지는 모르나 고양이는 그러한 도움을 점차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세번째, 뱀잡이수리가 고양이를 구하기 위해무리의 우두머리에게 대든 결과로 날개가 뜯겨 나가고 무리로부터 방출 당한 것은 자신을 구해준 행위 그 이상으로 여겨진다. 뱀잡이수리는 더 이상 날지 못해 그들과 함께 배에 오르지만 고양이는 그렇게 한 가지 경험을 체화하게 된다. 누군가에 의해 삶을 이어 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말이다. 이는 후반부 고양이의 변화, 즉 성장과도 이어진다. 속절없이 물 밑으로 가라앉기만 하던 고양이는 이젠 처음 보는 물고기로 가득한 물 속에 뛰어들어 사냥감을 낚기도, 이를 뱀잡이수리와 나누기도 한다. 더 나아가 사이가 딱히 좋지만은 않았던 고향의 개들을 구해주자 뱀잡이수리를 설득하기도 하고 위기의 순간에서 카피바라를 구해주기도 끝에는 자신들과 달리 지상에서는 살 수 없는 고래를 다시 물로 돌려 줄 순 없지만 그를 기억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는 고양이에게만 찾아온 것이 아니다. 특유의 남다른 친화성을 가진 카피바라를 제외하고 모든 이들은 동료 내지는 생존의연대를 깨닫는다. 여우 원숭이들 사이에서는 보물과도 같이 취급되는 거울을 포기하고 고양이를 따라 나서기도 하고 골든 리트리버는 동족들보다 여정을 함께 했던 이들 곁에 남기도 한다. 집단을 이루게 되며 이들은 도움에 대한 개념을 깨닫는다. 이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인간이 애초에 공동체를 형성하고 서로 돕게 되며 점차 개념들을 깨우쳐 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그런 인간보다 더욱이 특별한 이유는 뱀잡이수리 무리와 마찬가지로 같은 종족만으로 꾸려진 공동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로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들을하고 우연, 아니 이제는 필연에 의해 가족이 되어감에서부터 비롯한다.
뱀잡이수리와 고양이의 이별 장면은 해당 영화에 있어 남다른 지점이 되어준다. 인연을 맺은 상대와의 이별, 그리고 여전히 삶을 이어가고자 하는 나와 소임을 다했다 여기는 이와의 차이는 그렇게 빚어진다. 뱀잡이수리와 고양이는 무언가를 공유했지만 가야 할 길은 결국달랐다. 마치 일종의 목적지로 보였던 높은 봉우리는 사실 목적지가 아니라 그 다음으로 넘어가기 위한 이별의 무대였다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영원한 목적지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굴곡만이 존재할 뿐, 그렇게 뱀잡이수리는 만남과 이별 통해 고양이에게 가장 값진 선물을 준 뒤 멋지게 날아오른다.
밀물과 썰물이 광범위하게 반복되는 이 행성 안에서 서로가 도우며 그 삶을 이어 나갔기에 특별했던 것처럼 영화도 아주 다정한 방식으로 고래의 끝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쿠키영상에서 등장한 바와 같이 분명 지금도 어떤 고양이는 배 위에서 용감히 모험을 이어 나가고있을 것이고 또 어느 고래는 마음껏 바다를 누비며 거대한 자연의 순환 속에서 살아 나가고 있을 것이다. 그런 자연 앞에 순응하고 살아간다는 것앞에서 아마 인간이 이룩한 문명은 아주 작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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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속으로 떠나는 영화여행 2편 - 유럽
안녕하세요. 할리우드 영화의 숲, 할리포레스트입니다.
세계 속으로 떠나는 영화여행 그 두 번째 시간입니다. 오늘은 유럽으로 떠날 차례군요.
잠시 여러분이 평소에 생각하고 있는 '유럽'의 이미지를 한번 떠올려 보고 출발해볼까요? 그러면 그 모습이 영화 속에 어떻게 비슷하거나 혹은 다른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을 겁니다.
*포스팅 순서는 개봉순입니다.
*이미지의 출처는 NAVER, GOOGLE입니다.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지극히 제 주관으로 선정한 지역들입니다.
세계 속으로 떠나는 영화여행
2편-유럽
<스타워즈 에피소드 2: 클론의 습격>(2002)
① 스페인 세비야
<스타워즈 에피소드 2: 클론의 습격>(2002)
흔히 스페인하면 떠오르는 '투우'와 '플라멩코 춤'의 본고장 '세비야'. 스페인 남쪽 안달루시아 지방에 위치한 이 대도시는 이슬람 양식의 스페인 궁전 '알카사르 왕궁', 이슬람 사원을 뜯어고쳐 만든 '세비야 대성당'등 기독교문화-이슬람문화가 전 세계에서 가장 잘 융화된 지역입니다. 덕분에 누가 봐도 참 이국적인 곳이죠. 이러한 독특한 양식은 계속해서 전해져서 1929년 박람회장으로 지어진 '스페인 광장'에서 절정을 이루게 되는데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2: 클론의 습격> 속 아나킨과 파드메의 애정행각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정말 이토록 아름답고도 비극적인 로맨스에 잘 어울리는 장소는 없을걸요?
스페인 세비야
<라따뚜이>(2007)
② 프랑스 파리
<라따뚜이>(2007)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으로 불릴 만큼 전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관광지로 손꼽히는 빛의 도시 '파리'.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 속 모든 예술가들이 꿈꾸고, 때로는 총격전이 오가며, 지구 전체에 재난이 찾아올 땐 빠지지 않고 파괴되는 등 우리는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매우 자주 접할 수 있는데요. 1년에도 몇 번씩 영화에서 만나게 되는 파리지만, 그중 가장 '파리'스러운 영화는 <라따뚜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수많은 프랑스 요리에 파묻힌 한 생쥐의 인생은 출신 때문에 한계를 짓는 오늘날의 현대인들에게 누구나 꿈을 성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하죠. 전 이 영화를 보고 은은한 파리 풍경 속 에펠탑 배경의 저녁 식사를 꿈꾸게 되었답니다.
프랑스 파리
<프로메테우스>(2012)
③ 아이슬란드 바트나이외쿠틀
<프로메테우스>(2012)
아이슬란드는 다채로운 자연 풍경 덕분에 수많은 영화 제작이 이루어지는 매우 유명한 할리우드 영화 촬영지입니다. SF-공포영화 <에이리언> 시리즈의 프리퀄인 <프로메테우스>(2012) 또한 영화 장면 곳곳이 '아이슬란드'에서 제작되었죠. 특히 제일 인상 깊은 오프닝 장면은 아이슬란드는 물론 유럽에서 제일 큰 빙하 '바트나이외쿠틀 빙하' 한가운데 위치한 유럽에서 가장 웅장한 폭포인 '데티포스 폭포'에서 촬영되었습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이 폭포 위에서는 외계 종족 '엔지니어'가 자신의 몸을 희생하며 지구에 생명의 씨앗을 뿌리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처음 볼 때는 장엄한 장면이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깨닫는 순간 그건 정말 무서운 행동이랍니다.
아이슬란드 바트나이외쿠틀
<몬스터 호텔>(2013)
④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
<몬스터 호텔>(2013)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흡혈귀 '드라큘라'는 19세기 말 소설로 처음 등장했으며, 100년이 지난 지금은 루마니아의 상징이자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명성에 걸맞게 아직도 그는 수많은 대중매체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유쾌하게 풀어낸 <몬스터 호텔>에서는 철부지 딸을 키우는 근심 많은 아빠로 재미있게 표현되고 있죠. 영화 속 '몬스터 호텔'의 모티브는 루마니아 중부지방의 '트란실바니아'에는 '브란성'이라는 곳입니다. 이곳이 얼핏 보면 평범한 유럽풍 성같이 보일지도 모르나 이곳은 바로 소설 속 드라큘라가 살았던 곳이거든요. 비록 소설이진 하지만 왠지 이곳은 밤에 가기 무서울 거 같습니다.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
<겨울왕국>(2014)
⑤ 노르웨이 송노피오라네
<겨울왕국>(2014)
노래 'Let it go'로 너무나 유명한 <겨울왕국>(2014). 역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애니메이션 흥행 1위 자리에 오른 이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은 '송네피오라네'지방을 포함한 노르웨이 전역을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이곳 송네피오라네의 빙하가 산을 깎은 자리에 해수면의 상승으로 만들어진 좁고 긴 만 '송네 피오르'는 길이 200Km, 깊이 1300m에 달하는 거대한 비경이죠. 지금도 전 세계에서 송네 피오르를 보기 위하여 인구 1000명도 안 되는 '플롬'마을행 열차에 매년 수십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들이 탑승하고 있습니다. 이곳을 겨울에 간다면 진정한 '겨울왕국'을 느낄 수 있으며, 운이 좋다면 오로라도 볼 수 있다고 하네요.
노르웨이 송노피오라네
<나의 산티아고>(2016)
⑥ 스페인 순례자의 길
<나의 산티아고>(2016)
스페인 북서쪽에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라는 성당이 있습니다. 이 성당은 '순례자의 길'이라고 불리는 세계적인 성지 순례길의 종착지이기도 하죠. 순례자의 길은 여러 코스가 있으나 제일 유명한 '프랑스 길'은 프랑스 국경도시 '생장 피에드포르'에서 출발하며 총 길이는 무려 800km에 달합니다. 순례자의 길을 걷는 관광객은 저마다 각기 다른 사연과 이유가 있으며, 이는 순례자의 길을 소재로 하는 영화 <나의 산티아고>(2016)에 잘 반영되어 있죠. 현재는 연간 20만 명이나 되는 순례자들이 이 길을 걷고 있으며, 한국인 순례자들도 꾸준히 늘고 있답니다. 제가 아마 이 길을 걷게 된다면 인생을 한 번쯤 되돌아볼 때 걷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스페인 순례자의 길
<인페르노>(2016)
⑦ 이탈리아 피렌체
<인페르노>(2016)
음모론의 대명사로 불리는 <다빈치 코드> 3부작의 마지막 3편 <인페르노>. '단테의 신곡'과 '맬서스 트랩'을 주제로 다루는 이 영화는 이탈리아는 물론 세계 최고의 예술도시 '피렌체' 곳곳을 배경으로 합니다. 피렌체는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라파엘로, 다빈치 등 셀 수도 없이 많은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모여있어서, 아무 방향으로 걸어도 사방에 예술작품들이 줄이어 있는 모습을 자랑하는데요. 예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면 피렌체를 한 달이 넘게 돌아다녀도 제대로 다 못 볼 정도라고 하는 말이 과언이 아니랍니다. 영화 속에서의 주인공 로버트 랭던은 정신없이 보물찾기를 하지만, 관객들 입장에선 영화 감상에 덤으로 박물관 관람을 추가도 하는 셈이네요.
이탈리아 피렌체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2017)
⑧ 아일랜드 먼스턴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2017)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변신 로봇 시리즈 '트랜스포머'. 이 시리즈의 5편인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2017)는 아일랜드 기반의 켈트족 신화 '아서왕 전설'을 모티브로 삼고 있습니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아서왕과 그의 기사들은 깎아진 듯한 절벽에서 머리가 3개 달린 기계용과 함께 힘을 합쳐 적을 몰아내죠. 여기서 이 절경의 배경이 된 곳은 아일랜드 남서쪽 '먼스턴' 지방에 위치한 '모허'절벽입니다. 시원하게 탁 트인 모허 절벽은 아일랜드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며, 그동안 수많은 뮤직비디오와 영화의 배경으로 사용된 바 있습니다. 비록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의 평가가 종합적으론 형편없긴 하지만 이 배경 하나는 정말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아일랜드 먼스턴
<아토믹 블론드>(2017)
⑨ 독일 베를린
<아토믹 블론드>(2017)
남한-북한, 월남-월맹, 동독-서독... 분단국가들은 미국-소련의 대립인 냉전시대를 잘 표현하는 수많은 영화들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특히 동베를린-서베를린으로 도시가 통으로 나뉘어 있던 '베를린'은 독특한 지형 덕분에 할리우드에서 첩보영화의 숱한 소재가 되었죠. <아토믹 블론드>는 소련 붕괴 직전 베를린에서 스파이끼리 속고 속이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네온사인 분위기의 현실적이면서도 잔혹한 당시 냉전시대를 잘 엿볼 수 있습니다. 비록 작중에서 나온 '체크 포인트 찰리'-'베를린 장벽' 등의 장소는 대부분 헐렸지만, 아직도 역사유적을 위해 남겨놓은 일부분의 지역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답니다.
독일 베를린
세계 속으로 떠나는 영화여행은 3편 '아프리카'로 이어집니다.
-할리우드 영화의 숲, 할리포레스트-
▼ 세계 속으로 떠나는
영화여행 3편 아프리카
https://blog.naver.com/hollyforest/221346157916
* 본 콘텐츠는 블로거 할리 포레스트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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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것도 모르는 나와 어딘가 있을, 아무도 모를 너에게
그런 영화가 있다. 평가도 좋고 관심도 있지만, 도저히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영화. <아무도 모른다>의 경우도 그렇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대개 그렇듯 <아무도 모른다> 역시 먼저 접한 사연만큼 슬픔과 좌절의 감정으로 이끌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았다가 최근에 들어서야 감상했다. 역시 훌륭했다. 꺼려진 시간만큼 혹은 그 이상의 값어치를 느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아무도 모른다>의 대단함은 실화에 기대지 않음과 악인이 없다는 점에서 나온다. 어머니가 버린 자식들이 자기들끼리 살아간다. 라는 간단하지만 비극적인 사건의 모티브만 가지고 세계를 구축했으며, 훌륭한 연출과 연기력으로 설득력과 감성을 갖추어 관객들에게 제공했다. 이 때문에 실화 미화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는 첫째가 집안을 방치한 건 물론 막내 동생을 학대했으며, 막내 동생이 죽은 이유도 첫째의 친구들이 구타를 했기 때문이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라면 불가피한 질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를 악인이 없다는 본인 고유의 세계관으로 승화시켰다.
이 영화를 보며 강력하게 작동한 감각은 특정 인물에 대한 원망이나 미움이 아니었다. 사회적 제도나 시선에 대한 비판은 찰나도 스치지 않았다. 그 감정은, 마치 공항에서 같이 흙을 파는 것, 폐기 식품을 얻으러 편의점에 가는 것, 컵라면 용기에 피어난 새싹에 물을 주는 것에 가까웠다. 한마디로 그들의 가족이 될 수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을 가능하게 하는 건 역시나 연출과 연기력이고, 영화가 마술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에 힘을 보태준다. 실제로 몸통이 분리되거나, 모자에서 토끼가 튀어나오는 건 아니지만 그런 기분을 만드는 힘. 속임수라고 표현하지 않는 이유 역시 행위에 숭고함이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하자면, 주변에 사실 악인은 별로 없다. 대부분의 악인이라고 칭할 만한 사람은 뉴스나 기사로 접할 뿐이다. 그럼에도 왜 비극은 자주 일어나고 우리는 삶이 힘들까? 사회적 시선으로 고개를 돌리려 해도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데에 큰 재약이 있는 시대도 아니다. 물론 개선해야 할 점은 차고 넘치지만. 다만 이러한 소수의 요소 때문으로만 삶이 고통스럽지 않다는 것은 확실하다. 훨씬 다양한 환경과 그보다 복잡한 내면이 얽히고 섥혀 이내 과부하가 일어난다. 아무리 생각해도 작동 중지 말고는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데, 이것이야말로, ‘아무도 모른다’이지 않을까.
사람이나 사물 따위를 알거나 이해하지 못하다. 사실을 알지 못하다. 어떤 지식이나 기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모르다의 사전적 정의이다. 이렇게 빈틈 없는 기준 속에서 과연 우리가 아는 건 얼마 정도이고 한줌의 모래처럼 귀한 앎을 감사해하는지. 또한 무수한 모름을 애써 외면해오지는 않았을까. 실제 그들이 흙투성이로 지하철을 탔는지, 세뱃돈 봉투의 다른 글씨체를 보고 생각에 잠겼는지, 바닥에는 여전히 매니큐어 자국이 남아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들의 삶이 왜 고통스러운지, 보는 우리가 어째서 공감을 하는 건지. 여전히 모른다. 다만 아는 건 우주는 무한하고 우리가 아는 사실은 극히 일부분, 즉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 뿐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경찰에서 보호 중인 동생들이 첫째를 변호한다는 신문 기사를 보게 됐는데 오빠가 친절했다는 증언이 담겼음을 확인하고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한다. 나는 이 일화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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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는 강하게, 공포는 약하게
우리는 종종 가슴 아픈 일들을 만난다. 그렇게 만난 아픈 과거는 마음속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아픈 일을 완전히 잊고 싶어 한다. 하지만 심한 상처를 남긴 과거를 완전히 잊기는 어렵다. 꽤 오랜 시간 동안 마음을 괴롭히는 그 일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마음에서 멀어져 간다. 그것도 단지 생각이 멀어질 뿐이지 마음 깊은 곳에 그 상처는 여전히 남아있다.
사람들은 그 아픈 일은 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앞으로 나가면서 과거의 아픔을 어느 정도는 잊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 또한 그렇게 아픈 기억을 지우는 것만이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과거의 일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미래를 대처하고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따라 마음의 짐이 가진 무게가 달라진다.
<인시디어스> 1편과 2편에서 이어지는 이야기
<인시디어스: 빨간 문> 은 2012년과 2013년에 연달아 개봉했던 <인시디어스>와 <인시디어스: 두 번째 집>에서 9년이 지난 현재를 다루고 있다. 조쉬 램버트(패트릭 윌슨) 가족에게 찾아온 기이한 일을 다루는 영화는 ‘저 너머 세상‘ 로 불리는 다른 차원의 세계와 연결되는 조쉬와 그의 아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기이한 일들로 고통받던 조쉬의 가족은 영매인 엘리즈(린 샤예)와 그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그들에게 나타나는 기이한 일의 원인을 알게 된다.
특히나 ‘저 너머 세상’에 있는 악령은 현실에서 넘어온 조쉬와 그의 아들 달튼(타이 심킨스)의 삶이 큰 영향을 준다. 지난 이야기 속에서 악령에 의해 조정되어 움직이는 아빠 조쉬는 그의 가족들에게 폭력적인 모습을 보인적이 있다. 그건 악령의 조종이라는 타의에 의한 것이었지만 모든 가족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그래서 그들은 모든 일이 해결되고 나서 최면을 통해 그 기간에 벌어진 일을 잊게 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니까 조쉬와 달튼은 아픈 상처를 계속 떠올리는 것 보단 완전히 잊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시리즈의 1편과 2편이 흥미로웠던 건 '저 너머 세상'의 모습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것이 가족 내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습을 담았다는 데 있다. 특히나 악령에 씌인 아빠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가장 친숙한 존재가 망치를 들고 가족을 해치려 하는 모습은 한편으로는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아빠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했다. 평소엔 아주 좋은 아빠이지만 어느 순간 돌변해서 가족들을 해치는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마치 영화 <샤이닝>의 정신 나간 아빠를 보는 듯한 모습은 무척 공포스러웠다.
이번 <인시디어스: 빨간 문>은 전편에서 9년의 시점이 지난 후를 다루고 있다. 본의 아니게 가정폭력의 상흔을 가지고 살아온 가족들 중 모든 것을 기억하는 아내 리나이(로즈 번)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은 모두 그 상흔을 가지고 살아왔다. 비록 조쉬와 달튼은 최면을 통해 그 당시의 기억을 지웠지만 조쉬는 다시 과거와 같은 다정한 아빠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했고, 달튼도 성장과정에서 일상에 적응하고 살아가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조쉬와 아내는 이혼을 했고 조쉬는 왠지 모르게 자신의 아이들을 보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가족과 잘 지내지 못하는 아빠 조쉬
영화는 마치 아이가 어린 시절 느꼈던 아빠에 대한 공포가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조쉬와 달튼은 서로 가까워지려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아 보인다. 조위와 달튼의 대화를 딱 그 시점만 보면 그저 사춘기 소년과 아빠의 어색한 관계처럼 보이지만 시리즈의 1편과 2편까지 생각하면 과거에 겪었던 폭력적인 일과 쉽게 연관 지을 수 있다.
그래서 이번 5편에서는 조쉬와 달튼의 상처와 그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들은 왠지 모르는 상처를 가지고 있다. 기억을 지웠기 때문에 그들 자신도 왜 그런 감정이 드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러니까 과거의 상처를 그냥 덮어놓는 방식으로는 서로의 관계에 좋은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서로가 가진 상처를 드러내고 그것을 서로 이해해야 비로소 진짜 좋은 관계가 시작된다.
<인시디어스: 빨간 문>에서 훌륭한 건 이렇게 과거의 상처를 덮은 가족이 다시 그 기억을 복원하고 그 공포를 이겨내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잘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 자체로 과거 1편과 2편의 이야기를 완전히 마무리한다는 측면에서는 마음을 움직이는 구석이 있다. 아빠와 아들이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했던 그 감정이 왜 그렇게 행동하게 했는지를 알게 되면서부터 그 두 사람은 다시 '저 너머 세상'에서 만나 힘을 합한다.
두 사람이 따로 떨어졌을 때보다는 함께 있을 때 전달되는 감정의 파고가 더 크다. 서로에 대한 적개심과 불편함을 크게 드러내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서로 얼마나 상대방을 아끼고 있는지, 상대방을 위해 얼마나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지를 드러내는 후반은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마음 속의 아픈 상처를 드러낸 아빠와 아들
이렇게 아빠와 아들, 그리고 조쉬 가족 모두의 서사는 나쁘지 않다. 과거 1편과 2편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이야기도 좋다. 하지만 문제는 이 영화가 드라마가 아니라 공포 영화라는데 있다. 과거 시리즈에서 '저 너머 세상'과 현실을 오가면서 벌어졌던 숨 막히는 긴장감이 이번 영화에서는 덜 느껴진다. '저 너머 세상' 이 초반에는 크게 다루어지지 않고 후반부에 가서야 본격적으로 드러나게 되는데 그렇게 보여지는 공간이 오히려 작아진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니까, 악령이나 '저 너머 세상' 보다는 조쉬와 달튼의 관계에 집중하다 보니 공포 영화로서의 매력이 과거보다 떨어진다는 것이다.
과거 <인시디어스>와 <인시디어스: 두 번째 집>은 제임스 완 감독이 연출을 맡았었다. 그는 <컨저링> 시리즈를 연출했던 것처럼 집안과 가족들의 주변을 활용해 무척 효율적으로 공포를 느끼게 했다. 그 이후 <인시디어스3>과 <인시디어스: 라스트 키>는 각각 다른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이번 <인시디어스: 빨간 문>은 극 중 조쉬 역할을 연기한 배우 패트릭 윌슨이 직접 연출을 맡았다.
패트릭 윌슨은 자신이 <컨저링>이나 <인시디어스> 시리즈에서 연기를 하면서 경험했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번 영화를 첫 연출작으로 택했다. 그는 조쉬와 달튼의 부자 관계를 보여주면서 드라마를 더 강화했고, 깜짝 놀라게 하는 공포 효과인 점프 스케어 등을 활용하면서 공포 영화로서의 효과도 높이려 했다. 드라마는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게 전개되었지만 시리즈 특유의 공포 에너지를 충분히 발휘시키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절반의 성공인 연출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속 조쉬의 가족은 아주 긴 시간 동안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들은 과거의 가슴 아픈 일을 잊는 것을 택했지만, 영화는 그렇게 잊는 것만으로는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조쉬와 달튼이 자신의 심리적인 문제를 상대방에게서 발견하는 순간이 영화에 잘 표현되어 있다. 비록 공포 영화로서의 힘은 조금 떨어지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풀려가는 과정 자체는 무척 따뜻하게 그려져 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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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네오는 테스형♪] https://youtu.be/gckW2TYRF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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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빨간 옷의 여자] https://youtu.be/X_fQcoytk70
#4 [오라클은 악마다?] https://youtu.be/fLgWf7NWkn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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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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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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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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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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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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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비: 2.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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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영화의 거리> 메인 예고편
영화 로케이션 매니저와 감독으로 부산에서 재회한 선화와 도영.
헤어진 연인에서 일로 만난 사이가 된 이들의
끝났는데 끝난 것 같지 않은
쎄한 fall in 럽케이션 밀당 로맨스가 시작된다!
♥ <영화의 거리> fall in 럽케이션 키워드 가이드 ♥
* 장르/배경: 로맨스, 현대물, 코미디, 전문직
* 관계: 연인>일.만.사, 재회물, 오래된 연인, 엇갈림, 밀당, 첫눈에 반한
* 여자 주인공: 로케이션매니저, 사이다녀, 능력녀, 유쾌녀, 우월녀
* 남자 주인공: 영화감독, 츤데레남, 뇌섹남, 능력남, 계략남, 후회남
* 이럴 때 보자: 헤어진 연인이 일로 만난 사이가 된 리얼 이불킥 로맨스가 보고 싶을 때
* 공감 대사: “니 진짜 사람 속 헤집어놓는데 뭐 있네. 여기 왜 다시 왔는데”
“일단 사적인 감정은 배제하고 일한 땐, 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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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피버 드림> 공식 예고편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쓰러져 있는 아만다. 다비드라는 소년이 그녀에게 기억을 떠올리도록 계속 질문을 던진다. 아만다는 소년의 엄마가 아니고 소년은 아만다의 아들이 아니다. 점점 사그라지는 아만다의 시간. 그녀는 가슴에 사무치도록 강렬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강박적인 질투와 숨겨진 위험, 아이를 향한 엄마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