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a2025-03-20 14:39:03
눈빛으로 전하는 감사의 순환
영화 <플로우> 리뷰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난 97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해 각종 영화제에서 장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영화 <플로우>가 지난 19일 수요일 관객들을 찾아오게 되었다. <플로우>는 고양이X골든리트리버X카피바라X여우원숭이X뱀잡이수리라는 독특한 라인업을 캐치프레즈 삼아 홍보해온만큼 개봉 전부터 그 내용에 있어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바 역시 있다. 그렇게 영화관에서 만난 어느 고양이의 특별한 여정은 기대 이상으로 더 깊은 메세지를 내포하고 있었다.
인간의 흔적이 남아있지만 더 이상 그들이 살아있지는 않은 어느 자연. 우리들의 주인공 ‘고양이’는 영역동물답게 자신의 영역에서 때로는 물고기를 잡고, 때로는 개들에게 쫓기며 일상을 살아간다. 드문드문 보여지는 고양이 관련 상징물들은 이곳에 체류했을지 모를 인간에게 고양이가 존재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듯 보여지나 그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과 공생하는 동물들 만이 삶을 이어 나가고있을 뿐이다. 하지만 사건은 본격적으로 해수면이 차오르며 벌어진다. 이미 오래전 떠난 이들을 기다리는 것인지 아님 그저 자신의 삶을살아가고 있었는지 모를 고양이의 모험은 물에 잠길 위험을 몇 번이나 거듭한 끝에 저 멀리서 떠내려온 배 한 척에서부터 비롯된다.
하지만 이미 배에는 낯선 존재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때부터 관객은 하고 많은 동물 중 왜 고양이가 그 주인공 되었는지 짐작이 가능해진다. 경계심과 겁이 많고 영역에서 생활하는 동물, 물을 꺼리고 무엇이든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동물이기에 대사를 비롯한 장치가 굳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고양이라는 주인공에게 모험은 그 자체로 시련이 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물과 친근하지 않은 고양이의 특성을 십분보이며 그 모험이 쉽지 않을 것을 예고하기도 한다. 무던하지만 의젓하게 키를 잡는 카피바라, 물건을 수집하는 여우원숭이 그리고 다시합류하게 된 골든 리트리버까지 이 만남은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찾아온 홍수라는 재해에 운명적으로 찾아오지만 뱀잡이수리와의 만남 이후부터 이는 필연이 되기 시작한다.
누군가에게 구해진다는 것은 다른 말로 삶을 계속해서 이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의 삶은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단순하다. 생존아니면 놀이이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몸부림치면서 동시에 자신들이 처하게 된 상황에 비관하지 않고 눈앞에 보이는 거울에, 낮잠에, 공에, 반짝거리는 것에 눈을 빛내며 순간을 즐기기도 한다. 그런 고양이에게 찾아온 첫번째 구원의 순간은 리트리버로부터이나 아직은 이를 인식하지도, 특유의 관계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도 못한다. 하지만 두번째 구원의 순간부터 고양이는 이를 인식하기시작한다. 거대한 몸집으로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고래는 물 속으로 가라앉던 고양이를 수면 위로 꺼내줌으로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게해준다. 단순 우연이었을지는 모르나 고양이는 그러한 도움을 점차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세번째, 뱀잡이수리가 고양이를 구하기 위해무리의 우두머리에게 대든 결과로 날개가 뜯겨 나가고 무리로부터 방출 당한 것은 자신을 구해준 행위 그 이상으로 여겨진다. 뱀잡이수리는 더 이상 날지 못해 그들과 함께 배에 오르지만 고양이는 그렇게 한 가지 경험을 체화하게 된다. 누군가에 의해 삶을 이어 나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말이다. 이는 후반부 고양이의 변화, 즉 성장과도 이어진다. 속절없이 물 밑으로 가라앉기만 하던 고양이는 이젠 처음 보는 물고기로 가득한 물 속에 뛰어들어 사냥감을 낚기도, 이를 뱀잡이수리와 나누기도 한다. 더 나아가 사이가 딱히 좋지만은 않았던 고향의 개들을 구해주자 뱀잡이수리를 설득하기도 하고 위기의 순간에서 카피바라를 구해주기도 끝에는 자신들과 달리 지상에서는 살 수 없는 고래를 다시 물로 돌려 줄 순 없지만 그를 기억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는 고양이에게만 찾아온 것이 아니다. 특유의 남다른 친화성을 가진 카피바라를 제외하고 모든 이들은 동료 내지는 생존의연대를 깨닫는다. 여우 원숭이들 사이에서는 보물과도 같이 취급되는 거울을 포기하고 고양이를 따라 나서기도 하고 골든 리트리버는 동족들보다 여정을 함께 했던 이들 곁에 남기도 한다. 집단을 이루게 되며 이들은 도움에 대한 개념을 깨닫는다. 이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인간이 애초에 공동체를 형성하고 서로 돕게 되며 점차 개념들을 깨우쳐 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그런 인간보다 더욱이 특별한 이유는 뱀잡이수리 무리와 마찬가지로 같은 종족만으로 꾸려진 공동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로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들을하고 우연, 아니 이제는 필연에 의해 가족이 되어감에서부터 비롯한다.
뱀잡이수리와 고양이의 이별 장면은 해당 영화에 있어 남다른 지점이 되어준다. 인연을 맺은 상대와의 이별, 그리고 여전히 삶을 이어가고자 하는 나와 소임을 다했다 여기는 이와의 차이는 그렇게 빚어진다. 뱀잡이수리와 고양이는 무언가를 공유했지만 가야 할 길은 결국달랐다. 마치 일종의 목적지로 보였던 높은 봉우리는 사실 목적지가 아니라 그 다음으로 넘어가기 위한 이별의 무대였다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영원한 목적지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굴곡만이 존재할 뿐, 그렇게 뱀잡이수리는 만남과 이별 통해 고양이에게 가장 값진 선물을 준 뒤 멋지게 날아오른다.
밀물과 썰물이 광범위하게 반복되는 이 행성 안에서 서로가 도우며 그 삶을 이어 나갔기에 특별했던 것처럼 영화도 아주 다정한 방식으로 고래의 끝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쿠키영상에서 등장한 바와 같이 분명 지금도 어떤 고양이는 배 위에서 용감히 모험을 이어 나가고있을 것이고 또 어느 고래는 마음껏 바다를 누비며 거대한 자연의 순환 속에서 살아 나가고 있을 것이다. 그런 자연 앞에 순응하고 살아간다는 것앞에서 아마 인간이 이룩한 문명은 아주 작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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