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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할리우드 파업, 업계 최대 규모의 동반 파업으로진화
미국 작가조합은 임금인상과 근무 조건 개선을 요구, 미국 배우조합은 스트리밍 대기업을 향해 더 공정한 수익 분배와 더 나은 근무 조건을 요구, 인공지능과 컴퓨터로 만든 얼굴과 음성으로 배우를 대체하지 않도록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이 여파로 인해 많은 영화,드라마들이 제작이 대부분 중단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코로나 이후 바람 잘 날 없는 영화계 여러분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괴물> 관객수 40만 명 기록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한국을 찾는다고 합니다.
영화 <괴물>이 예술영화로는 드물게 누적 관객 수 40만 명을 돌파하면서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내한한다고 하는데요. 고레에다 일본 영화 중 국내 최고 흥행작은 2013년에 나온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였는데 이를
제치고 <괴물>이 최고 흥행작으로 올라섰습니다.
<비프> 고른글로브 3관왕
한국계 제작진과 배우가 뭉쳐 만든 넷플릭스 시리즈 <비프>가 올해 골든글로브 3관왕에 올랐습니다.
TV 미니시리즈 및 영화 부문 작품상에 호명된것은 물론 스티븐 연, 앨리 웡이 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었습니다. 스티븐 연은 에미상 미니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오르면서 이번 골든글로브
수상으로 향후 에미상 수상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외계+인 2부 박스오피스 1위
<외계 +인 2부>가 예매 관객수 10만명을 넘기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섰습니다. 전작 1부에서는
154만 명의 관객수를 기록하며 흥행에 실패했는데요. 1부에서 다소 복잡했던 서사의 타래가 2부에서
정리되면서 매듭을 잘 맺었다는 만족으러운 호평이 대체로 많은것과 1부가 OOT를 통해 재평가를 받으며
유입된 관객층을 기대하며 흥행을 기대해봐도 좋을것 같습니다.
티모시 샬라메 <웡카> 북미 박스오피스 1위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며 총 세 차례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웡카>.
티모시 샬라메는 <웡카>를 통해 자체 최고 흥행작을 경신하며 연기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배우로 떠올랐습니다. 전 세계 달콤한 흥행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웡카>는 오는 31일 전국 극장으로
찾아온다고 합니다.
봉준호 신작 미키 17 개봉 연기
<외계 +인 2부>가 예매 관객수 10만명을 넘기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섰습니다. 전작 1부에서는 154만 명의 관객수를 기록하며 흥행에 실패했는데요. 1부에서 다소 복잡했던 서사의 타래가 2부에서 정리되면서 매듭을 잘 맺었다는 만족으러운 호평이 대체로 많은것과 1부가 OOT를 통해 재평가를 받으며 유입된 관객층을 기대하며 흥행을 기대해봐도 좋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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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광 속 카나리아는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대기 오염으로 황폐해진 2071년 서울. 사람들은 네 구역에 나뉘어 산다.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최상류층 거주 구역인 코어 구역. 중상류층 거주 구역인 특별구역. 산소를 공급받아 살아가는 일반구역. 아무런 지원이 없는 난민구역. 산소를 독점한 천명 그룹과 산소를 전달하는 택배 기사 없이 이 세계를 살 수는 없다. 그러나 언제나 혁명은 있는 법. 난민 출신 택배기사 '5-8'(김우빈)이 속한 지하 조직 '블랙 나이트'는 천명 그룹 없는 세상을 꿈꾸며 천명그룹 대표 '류석'(송승헌)을 제거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에 5-8은 자기 진의를 의심하는 군인 '정설아'(이솜)와 택배기사를 꿈꾸는 난민 '사월'(강유석)을 이용해 류석에게 접근하기 시작한다.
<택배기사> 선배의 전철을 답습하다
한국 영화 시장은 SF 불모지다. 한국 SF 영화는 특히 더 성공하기 어렵다. 팬데믹 이후로 기간을 한정해 보자. 그나마 넷플릭스 <승리호>가 한국형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 <정이>나 티빙에서 공개된 <서복>은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1부>도 실패를 맛봤다.
의아하다. 한국 SF 영화는 왜 성공하지 못하는 걸까? 이유야 많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한국 영화는 소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소재 자체는 흥미롭다. 달 탐사, 안드로이드, 복제 인간, 외계인, 시간 여행... 할리우드도 오랜 기간 사랑한 아이템이다.
그러나 소재나 설정은 배경에 불과하다. 판은 잘 깔아놓지만, 결국 다른 장르로 돌아선다. <고요의 바다>, <정이>, <서복>의 끝은 모두 신파다. <외계+인 1부>도 SF라고 하지만 <전우치> 속편처럼 보인다. 굳이 SF 영화를 표방하지 않아도 스토리텔링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도 마찬가지다. 한국 SF 영화의 고질병을 답습했다. 소재는 신선하다. 택배기사가 디스토피아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영웅이라는 발상. 대기 오염이 극심한 지구에서 산소를 확보한 기업이 권력을 잡는다는 설정. 그럴듯하다. 하지만 다른 SF 영화와 비교해 보면 <택배기사>는 실패에 가깝다. 소재를 활용하는 디테일, 소재와 주제 의식의 결합은 여전히 충분치 않다. 클리셰의 향연도 참신한 소재를 끝내 가리고 만다.
디테일: <매드맥스> 대 <택배기사>
<택배기사>와 비교하기 좋은 영화로는 우선 톰 밀러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꼽을 수 있다. 소재를 활용하는 디테일의 문제를 한눈에 볼 수 있으니까. 두 영화는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좌지우지하는 '절대 반지'가 등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영화를 지탱하는 근간이다. 따라서 시각매체인 영화는 이 절대 반지의 힘을 직관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매드맥스>는 과제를 훌륭히 수행했다. 뜨거운 해와 녹초 하나 없는 메마른 사막. 배경만 봐도 목이 탄다. 거칠게 울리는 배기음은 그 자체로 갈증을 일으킨다. 영화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임모탄 조가 물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일순간 엄청난 양의 물이 폭포처럼 떨어진다. 사람들은 폭포 밑에서 물을 한 방울이라도 더 담기 위해 발악한다. 그 순간 이 디스토피아 사회의 계급 구조가 한눈에 들어온다. 덕분에 관객은 언제 어디서나 물을 절박하게 갈구하는 맥스에게 이입하기 쉽다.
<택배기사>는 이 지점에서 실패했다. 배경은 있다. 한국의 봄을 닮은 지저분한 대기와 메마른 땅은 산소가 중요한 이유를 알려준다. 그러나 산소의 중요성을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직접 보여주는 장면은 없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몇 분 못 버틴다는 대사는 힘이 없다. 등장인물이 너무나도 쉽게 마스크를 벗다 보니 임팩트가 부족한 까닭이다. 그 결과 산소를 지배하는 천명의 권세도 막연하게 느껴진다. <택배기사> 속 세계에 빠져들기 어려운 이유다.
메시지: <설국열차> 대 <택배기사>
<택배기사>는 메시지도 뭉툭하다. <택배기사>의 주제의식은 <설국열차>의 그것과 유사하다. 두 작품 모두 디스토피아 세계를 배경 삼아 체제 유지에 혈안인 기득권층을 비판한다. 자연 재앙이 닥친 가운데 권력층은 물자 배급을 제한한다. 철저히 칸을 나눈다. 단단한 계급 사회를 조직해 사회를 안정시킨다.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어린아이를 이용하는 비인도적인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이에 비기득권층은 폭동을 일으키고, 혁명을 시도한다.
하지만 <설국열차>는 단순히 계급투쟁을 다루는 데에서 그치지 않았다. 기득권층을 몰아내고 권력을 잡자고 쉽게 말하는 영화가 아니었다. 이 작품은 혁명이 궁극적으로 실패한다는 통찰을 보여줬다. 제 아무리 성공한 혁명이라 해도, 지배계층만 바뀔 뿐 실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혁명을 일으킨 이들도 권력에 취할 테니. 월포드가 커티스에게 자리를 넘겨주듯이. 그러니 이 악순환을 끝낼 방법은 하나다. 남궁민수처럼 아예 기차에서 탈출해야 한다. 따라서 <설국열차>는 불합리한 체제 자체를 송두리째 파괴하자는 외침이었다.
<택배기사>는 <설국열차> 같은 야망도, 통찰도 없다. 비판의 칼날은 충분히 예리하지 않다. 거칠게 말하면 안일하다. 시리즈 후반부에 천명그룹은 무너진다. 류석은 모든 권력을 잃는다. 그러자 대한민국 정부가 힘을 잡는다. 대통령은 새로운 보금자리인 A 구역이 모든 난민에게 열려 있다고 발표한다. 류석은 악으로, 대한민국 정부는 선으로 규정된다. '권력자만 바뀌었을 뿐 체제는 그대로 아닌가' 하는 의심은 이분법적인 구도 사이에 설 수 없다. 산소와 거주 구역이 여전히 권력자의 손아귀에 있는데도. 즉, 5-8의 혁명은 새로운 권력자에게 힘을 몰아줬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풍부한 이야기를 펼칠 만한 설정은 일차원적으로 소비된다. 예를 들어 5-8은 태양을 가린 먼지가 옅어지고 햇빛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기차 밖 얼음이 녹고 추위가 약해지고 있다는 <설국열차>의 설정과 판박이다. 그런데 함의는 전혀 다르다. 전자는 언젠가 마스크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이 올 거라는 일반론적인 희망을 보여주는 데서 그친다. 반면에 후자는 혁명이 단순히 지배층 타도에서 멈추면 안 된다는 핵심적인 설정이다. 기차 밖에서도 살 수 있으니 기차라는 시스템 자체를 파괴해야 한다는 야망이 담겼다.
카나리아는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택배기사>는 공허하다. 어두운 배경은 다양한 영화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하다. 대기업의 음모와 계급 사회에 대한 경고는 다급하지 않다. 공허함은 클리셰가 채워 넣는다. 대기업 회장과 저항군 리더의 멘토가 막역한 친구, 동료 사이였다는 식의 익숙한 반전이 뒤따른다.
막연하고 평면적이며 예측 가능한 대립 구도 속에서는 캐릭터도 살아남기 어렵다. 카리스마 있는 히어로도, 위협적인 빌런도 없다. 그저 나쁘게 보여야 하니 나쁜 짓만 골라하는 악역을 내세운다. 실제로 류석의 행적은 기업의 수장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어리석다. 그는 폭주하다가 알아서 무너지고 혁명은 성공했다고 치켜세운다. 에피소드 6개에 긴장감이 감돌 수도 없고, 결말에 쾌감이 있을 수도 없는 이유다.
더 큰 문제도 보인다. <택배기사>의 실패가 <택배기사>만의 실패가 아닐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접한 OTT 작품 중 적지 않은 수가 최소한의 개연성과 볼거리를 제공하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익숙하지 않은 장르를 활용하지만, 고민의 흔적이 부족하다. 현실 속 사건, 클리셰, 상징적인 장면을 짜깁기하고 이목을 끌 스타를 앞세운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우려된다.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의 성공으로 촉발된 한국 콘텐츠의 성장이 양적 성장에서 멈추는 것은 아닐까 싶다. <택배기사>가 카나리아는 아닐까 싶다. K-콘텐츠 시장이 의외로 빨리 무너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노랑새는 아닐까.
Dreadful 끔찍함
K 콘텐츠의 새 미션. 카나리아가 죽기 전에 탈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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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여운 것들 | 섹스라는 잉크로 새로 쓴 프랑켄슈타인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뛰어난 재능을 지녔지만 사고방식이 다소 비뚤어진 과학자 '갓윈 백스터'(윌렘 대포). 그는 자기가 실험을 통해 새로이 되살려낸 피조물 '벨라 백스터'(엠마 스톤)를 키우고 관찰하느라 여념이 없다. 갓윈의 보살핌 속에서 말과 에티켓을 배우고, 갓윈의 조수 '맥스'(라미 유세프)와 약혼하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던 벨라. 그러나 그녀 마음 한 편에서는 집 밖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어느 날, 벨라는 약혼을 법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집을 방문한 변호사 '던컨'(마크 러팔로)을 만난다. 벨라에게 첫눈에 반한 그는 함께 리스본 여행을 가자고 제안하고, 그와의 섹스가 마음에 든 벨라는 갓윈과 맥스의 반대를 무릅쓰고 집을 나선다. 자기가 아는 것과는 많이 다른 세상과 사람을 마주한 벨라. 그렇게 그녀는 모험을 통해 한 인간으로, 한 여성으로 변모하기 시작한다.
새 시대의 새로운 '프랑켄슈타인', <가여운 것들>
'프랑켄슈타인'. 이 이름을 들으면 흔히 유니버설의 1931년 영화 <프랑켄슈타인> 속 괴물을 떠올린다. 그런데 평평한 머리와 목에 볼트를 박은 거인은 사실 프랑켄슈타인이 아니다. 메리 셸리의 원작 소설에서 프랑켄슈타인은 자기가 만든 창조물에게 복수당하는 주인공의 이름이다. 프랑켄슈타인이라고 알려진 괴물에게는 이름이 따로 없다. 그저 '피조물'이라고 불린다.
괴물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일까?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이 가해자가 된 피해자라는 사실 또한 종종 간과된다. 그는 혐오스러운 외모 때문에 창조주로부터 버려졌고, 사회적으로도 배척받았다. 그는 자기가 타인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라는 사실을 자각했으며, 비뚤어진 정체성은 그의 복수로 이어졌다. 정당화할 수는 없겠지만, 그의 악행이 약간의 안타까움마저 자아내는 이유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도 같은 궁금증이 있었던 모양이다. '피조물의 외모가 흉하지 않았거나, 창조자가 피조물을 외면하지 않았거나, 세상이 피조물을 다르게 받아들였다면?' 알라스데어 그레이의 동명 원작 소설을 영상화한 <가여운 것들>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라 할 수 있다. 란티모스 감독은 여성과 섹스라는 잉크로 자기만의 새로운 '프랑켄슈타인'을 써내려 갔다.
두 피조물의 분기점
자연히 <가여운 것들>은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과 벨라 백스터 간의 차이점에 주목한다. 먼저 두 창조주가 피조물을 대하는 태도가 눈에 띈다. 프랑켄슈타인은 혐오스러운 외모를 견디지 못하고 자기가 만든 피조물을 버렸다. 아내를 만들어주면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조용히 살겠다는 피조물의 요구도 끝내 거절했다.
벨라의 창조주는 다르다. 갓윈은 그녀에게 아버지나 다름없다. 그는 그녀에게 언어와 에티켓을 알려줬고, 전담 가정부 '프림 부인'(비키 페퍼바인)도 붙여줬다. 벨라에게 유일한 취미도 알려줬다. 일반적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벨라는 갓윈과 함께 시체를 해부하곤 했다. 집을 떠난 후에도 벨라가 시체 해부 참관을 즐길 정도로. 또 갓윈은 직접 남편감을 찾아 벨라의 약혼도 주선했다.
또 다른 차이는 그들의 외모다. 외모는 그들이 전혀 다른 세상을 마주한 결정적인 원인이다. 인간보다 시체에 가까웠던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그 때문에 그는 자기 의도와는 무관하게 적대적인 세계를 경험해야 했다. 반면에 아름다운 여성인 벨라에게는 세상이 호의적이다. 그녀가 괴상한 실험의 소산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겪지 않은 존재라는 걸 눈치챈 사람도 스르륵 사랑에 빠질 정도다.
모든 아이는 부모를 떠난다
<가여운 것들>은 두 차이점을 도화지 삼아 괴물로 변하는 대신 인간으로 변해가는 새로운 피조물, 벨라의 이야기를 그려 나간다. 그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자식의 성장 서사이고, 다른 하나는 자유를 되찾는 여성의 이야기다.
우선 영화는 갓윈의 보살핌에 담긴 이중적인 면모를 번갈아 보여주며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고찰한다. 갓윈이 자기 피조물을 아끼고, 애정을 가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애정은 마냥 순수하지 않았다. 자기 피조물인 벨라의 성장과정을 바로 옆에서 관찰하겠다는 목적도 있었기 때문. 따라서 그의 보살핌은 통제에 가까웠다.
방식은 여러 가지였다. 창문을 잠가서 벨라가 못 나가게 하고, 외출을 하더라도 외부인과의 접촉을 막았다. 맥스와의 약혼을 주선해 벨라를 평생 관찰하려 했으며, 벨라가 던컨과 함께 리스본 여행을 떠나려 하자 극렬히 반대한다. 벨라가 끝내 집을 나가자 그녀보다 순종적인 새 피조물을 만들어 그녀를 대체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갓윈의 노력은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그가 딸을 통제하려 발버둥 칠수록, 딸은 그의 손아귀를 빨리 벗어난다. 자기에게 호의를 표하는 바깥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연다. 바로 이 지점은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격언을 상기시킨다. 즉, <가여운 것들>은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부모 자식 간의 갈등을 풀어내려 한다.
누가 '가여운 것들'인가
이는 벨라가 목격하고, 파악한 세상이 갓윈의 세계와는 정반대인 이유다. 리스본, 알렉산드리아, 파리를 거치는 기이한 세계 여행 끝에 벨라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그 누구도 그저 악하거나 선하지는 않다는 결론을 내린다. 사람들은 각자의 시점에 따라 여러 맥락 안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한다는 것.
집으로 돌아온 벨라가 갓윈을 대하는 태도만 봐도 그렇다. 죽기 직전인 갓윈과 재회한 벨라. 그녀는 자기 몸과 뱃속의 아이를 마음대로 이용한 갓윈의 실험에 분노한다. 그러면서도 나름의 방식으로 자기를 사랑한 과거에 대해서는 감사를 표한다. 이는 자기 세상과 렌즈 안에 사람을 가두려고 하던 갓윈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이 지점에서 제목이 복수형인 이유도 유추할 수 있다. 처음에는 실험체로 살아야 하는 벨라가 가엽다. 하지만 끝에 이르러서는 갓윈도 가엽다.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자신을 실험체로 사용했다는 언급을 고려하면, 그는 사랑을 받아본 기억이 없는 인물이다. 달리 말해 그는 죽을 때까지 벨라처럼 살아볼 기회를 전혀 갖지 못했다. 이렇게 보면 <가여운 것들>은 누구라도 일생 중 한 순간에는 '가여운 것들'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자유와 섹스의 상관관계
이에 더해 벨라의 성장 서사에서는 여성주의 메시지를 빼놓을 수 없다. 그녀가 바깥세상에서 얽히는 대부분의 인물이 남성이고, 그들은 영화의 시간적 배경인 19세기의 가부장적인 분위기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던컨과 '알피'(크리스토퍼 애봇)가 대표적이다. 둘은 전혀 다른 성격, 직업, 사회적 지위를 지녔다. 그러나 공통점은 확실하다. 그들은 벨라를 전인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그녀의 일부만을 소유하고 이용하려 든다.
던컨은 벨라와의 섹스만을 탐닉했다. 그녀의 정신적 성장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벨라가 읽는 책을 바다에 버리기도 하고, 그녀가 몸을 팔아 돈을 마련하겠다고 하니 불같이 화를 낸다. 알피 역시 벨라의 외모와 사회적 지위만을 탐했을 뿐, 그녀를 한 인격체로 대하지는 않았다. 그의 비인간적이고 속물적인 태도는 벨라가 만들어진 시작점으로 밝혀지기도 한다.
영화를 다른 이들과의 관계를 억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로써 제시한다. 억압 앞에서 낙담하는 대신, 타인과 연대로 극복하는 동화를 쓴 셈이다. 일례로 그녀만을 기다린 약혼자 맥스는 다른 남자와는 달리 벨라의 주체성을 존중한다. 그녀가 던컨과 외도를 떠나고, 매음굴에서 일해도 그녀의 선택을 비난하지 않는다. 크루즈와 매음굴에서 만난 친구 '스위니'(캐스린 헌터)와 '펠리시티'(마가렛 퀄리)도 벨라의 버팀목이 된다.
그 연장선상에서 <가여운 것들>에는 독특한 일면이 있다. 터부시되기 쉬운 대상인 섹스를 스토리텔링 도구로 적극 활용한다. 특히 섹스의 본질에 주목했다. 성욕은 인간의 3대 욕구 중 유일하게 타인과의 관계를 필요로 한다. 즉, 원할 때마다 이뤄지는 벨라의 섹스는 그 자체로 억압적인 남성과의 관계 안에서 여성의 자유와 주체성을 점진적으로 되찾는 행위나 다름없다. 이는 성적인 엄숙주의가 강조되던 빅토리아 시대가 배경기에 더 의미심장하다. 높은 노출 수위에도 불구하고 외설적이라는 인상이 강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기괴함 속에 숨은 역사
란티모스 감독다운 삐딱하고 자극적인 스타일 덕분에 벨라의 서사는 더 눈길을 끈다. 흑백과 컬러의 전환이 대표적이다. 란티모스는 초반부를 흑백으로만 보여주다가, 벨라가 여행을 떠나고 시야가 넓어지기 시작하자 그제야 스크린을 색칠한다. 그렇게 벨라의 변화는 시각적으로도, 상징적으로도 뒷받침된다.
빅토리아 시대를 재현하되, 당시의 분위기는 거부하는 세트 프로덕션도 인상적이다. 극 중 런던 타운하우스, 파리 광장, 유람선, 리스본 거리는 모두 세트다. 바다, 태양, 노을도 세트와 인공조명으로 만들어냈다. 그 결과 일반적인 시대극에서 느껴지는 고전미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비틀린 건물 사이로 비행선이 돌아다니는 초현실적인 분위기가 피어난다. 그 덕분에 당대의 엄숙주의는 자연히 모습을 감춘다.
의상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벨라는 프림 부인이 골라주는 헐렁하고 편한 옷만 입는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는 몸에 딱 맞는 드레스를 입기 시작한다. 이때 의상의 의미는 직관을 따르지 않는다. 불편해 보이는 드레스일수록 오히려 벨라 본인이 섹스에 눈을 뜨고 세상을 경험하면서 스스로 골라 입는 옷이기 때문. 편한 옷과 불편한 옷의 속뜻을 맞바꾸면서 눈도 즐겁게 만든 영리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가여운 것들>은 호불호가 필연적인 영화다. 란티모스 감독의 스타일은 본래도 강한 매력과 불쾌함을 동시에 지녔기 때문. 누군가에게는 장점인 대목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전부 단점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섹스를 바라보고 묘사하는 영화의 관점에 대해 반응이 엇갈릴 가능성도 적지는 않다.
다만 모두가 동의할 만한 대목도 있다. 벨라로 분한 엠마 스톤의 연기 덕분에 2시간 21분은 결코 아깝지 않다. 그녀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유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특히 뇌 이식 수술 직후 엠마 스톤과 영화 말미에 책을 읽는 엠마 스톤의 표정 차이가 압권이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이 시대의 프랑켄슈타인과 피조물에게 필요한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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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쾌감은 그대로, 사담은 최대로!
9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을 국내로 수입해 상영을 하려면, 모든 이름들을 한글로 바꿨어야만 했다.
<슬램덩크>도 이에 해당되는 작품으로 바뀌었는데, 이게 정론으로 먹혔다! - 그리고, 국내 한정으로 "박상민"이 부른 '너에게 가는 길'은 여전히 회자되는 명곡이다.
무엇보다 농구 만화를 떠나 "농구"만으로 첫 번째로 연상되는 <슬램덩크>가 새로운 극장판으로 나왔는데, 이는 26년(애니메이션) 혹은 극장판 <포효하라 바스켓 맨 영혼!! 강백호와 서태웅의 뜨거운 여름> 이후 27년 만이다!영화는 원작에서도 마지막 이야기로 언급되는 최고의 호적수 "산왕공고"를 맞이한 "북산고교"의 경기를 다루었다.
다만, 차이라면 "송태섭"이라는 인물의 초점에 맞춰 똑같은 이야기가 아님을 밝혔다!1. 공을 달리 잡는다.
보통 만화는 "TV"에서 보는 것이 통상적이나 "극장판"은 말 그대로, "극장"으로 상영한다.
그리고, 이에 맞춰 기존 에피소드를 재편집하거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그런 점에서 이번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기존 에피소드 "산왕공고 대결"을 재편집한 선택을 했다.
물론, 주인공 "강백호 - 서태웅"의 시점이 아닌 또 다른 팀원 "송태섭"의 시점으로 똑같은 이야기 변화를 주었다!흔히,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로 말하지만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해당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이야기에 있다.
그렇기에 이번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 초점을 맞춘 건 "이야기"에 있는데, 그 중심이 "송태섭"이라는 캐릭터에 있다.
극 중. 과거 아버지와 형을 연달아 잃은 가정사에 어머니와 불화, 그리고 '꼭, 산왕공고였어야만 했다'라는 동기를 납득하게 만든다.2. 사담이 재밌긴 하나...
이런 부분에서 기존 장점을 계승하되 부족했던 이야기 "프로모"에 대한 단점을 개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이 흥미진진한 경기의 발목을 부여잡는다.
이런 이유에는 "송태섭"외에도 "정대만"과 "채치수", 상대팀의 "정우성" 등. 많은 캐릭터들의 관계와 이야기들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결국, "프로모"가 기억되기 위해선 경기와 병행하기보단 설명이 완료된 상황에서 다음 단계로 나가야만 한다.
그러고 나서, 그런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이가 관객들이 되어야지, 절대로 창작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 과한 친절은 넣어주세요!
무엇보다 원작과 애니메이션에서도 공개된 "산왕공고 대결"의 결과는 알고 있지만, 보여주는 액션들과 과정은 흥미진진했기에 더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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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새해 첫 번째 첫째 주도 잘 보내셨나요?
1월 첫째 주에 새로운 작품들이 개봉하면서 3-5위에 변화가 일어났는데요.
<아바타: 물의 길>과 <영웅> 여전히 1,2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씨네픽과 함께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결과를 알아봐볼까요?
그럼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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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아바타: 물의 길> (-)
▶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물의 길>이 4주 연속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국내 뿐만
아니라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도 1위를 유지하며 장기 흥행을 펼치고 있습니다. 웅장한 스케일과
화려한 비주얼로 많은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주말 동안 (1월 6일 - 1월 8일) 관객 수 59만 1,999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877만 6,654명을 돌파하였습니다.
2. <영웅> (-)
▶ 개봉 3주차에 222만 관객을 돌파한 <영웅>이 2위를 차지하였다. CGV 골든에그 지수 94%,
롯데시네마 관람객 평점 9.4점, 메가박스 실관람 평점 9.1점을 기록하며, 관객들의 열띤 반응과
함께 흥행 저력을 입증했다.
주말 동안 (1월 6일 - 1월 8일) 관객 수 32만 2,674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222만 3,604명을 돌파하였습니다.
3. <더 퍼스트 슬램덩크> (NEW)
▶ 레전드 농구 만화 <슬램덩크>를 원작으로 하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3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영화는 개봉 첫 주만에 42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새해 개봉작 박스오피스 1위와 전체 좌석판매율
1위를 기록하며 흥행을 하고 있다.
주말 동안 (1월 6일 - 1월 8일) 관객 수 30만 9,316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42만
121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130회 예측 이벤트는 12월 2주차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입니다.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씨네픽 유저 예측 결과
정답자 비율(%)
▶ 한 주 동안 많은 씨네픽 유저분들이 박스오피스 순위를 예측해 주셨는데요.
<아바타: 물의 길>이 3주 연속 1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을 보고 많은 분들이 1월 첫째 주에도
<아바타: 물의 길>이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 것 같습니다. 80%가 넘는 굉장히 높은
예측 성공률을 보였습니다.
3위의 경우,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으로 예상한 유저가 많았는데 예상과 달리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차지하며 8%라는 낮은 예측 성공률을 보였습니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135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 (NEW)
▶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영화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이 개봉 첫 주에 약
31만 관객을 동원한이 4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실관람평인 CGV 골든에그지수 역시 96%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주말 동안 (1월 6일 - 1월 8일) 관객 수 21만 8,901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31만 6,085명을 돌파하였습니다.
5. <스위치> (NEW)
▶ 1인 2색 캐릭터으로 등장하는 주연 배우들의 매력적인 연기가 돋보이는 <스위치>가 주말
박스오피스 5위를 차지하였다. 배우들의 코믹 연기로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며 관객을 모으고
있다.
주말 동안 (1월 6일 - 1월 8일) 관객 수 13만 5,455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22만 4,865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 TOP 5는 4주째 한국과 동일하게 <Avatar: The Way of Water>가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였다.
<Avatar: The Way of Water>는 주말 동안(1월 6일 - 1월 8일) 매출액은
45,000,000 (한화 약 559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총 누적 매출액은 516,789,379
(한화 약 6,426억)을 달성하였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5>
1. <아바타: 물의 길> 4,500만 달러 (누적 5억 1,678만 달러)
2. <메간> 3,020만 달러 (누적 3,020만 달러)
3.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 1,312만 달러 (누적 8,770만 달러)
4. <오토라는 남자> 420만 달러 (누적 428만 달러)
5.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 339만 달러 (누적 4억 4,543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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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1월 첫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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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삼삼한 맛의 드라마 레시피를 찾는다면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Recipe for Farewell
Cast
감독: 이호재
출연: 한석규, 김서형
Synopsis
점점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가는 워킹맘, ‘다정’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그녀의 남편 ‘창욱’이 소환된다. ‘창욱’은 살면서 단 한 번도 요리를 해보지 않았지만, 오직 아내의 소중한 한 끼를 위해 좋은 식재료와 건강한 레시피를 개발하는 데 온 힘을 쓰며, 서투르지만 조금씩 가족의 소중한 의미를 깨달아가기 시작하는데… (출처: 왓챠피디아)
Review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흥미로운 섹션이 있습니다. 바로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OTT)에서 방영 예정인 드라마 시리즈를 미리 선보이는 ‘온 스크린’ 섹션입니다. 최근에는 드라마도 영화처럼 완성도 높게 제작해 극장에서 관람하기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죠.
2022년 12월 공개 예정인 이 작품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미리 관객들과 만났습니다. 1부에서 4부까지만 관람했는데도 따뜻한 감동과 소소한 웃음이 가득한 작품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따뜻한 사람 이야기이자 맛있는 음식 이야기인 이 작품의 매력을 여러분께만 먼저 알려드리겠습니다.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입니다.
⊙ ⊙ ⊙
강창래 작가의 이야기에 더해진 이호재 감독의 시선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강창래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입니다. 실제로 강창래 작가는 암 투병을 하는 아내를 위해 처음으로 칼과 국자를 손에 쥐었습니다. 영화 상영 후 진행된 GV에서 강창래 작가가 “이 작품이 나에게는 드라마보다 다큐멘터리에 가깝다”고 말할 정도로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그의 에세이를 잘 영상화한 작품입니다. 강창래 작가는 자신의 아내가 김서형 배우가 연기한 ‘다정’처럼 자기 일에 열정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사는, 무척이나 훌륭한 사람이었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영화관에 들어서기 직전까지도 에세이가 영화나 드라마로 재탄생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습니다. 강창래 작가의 말처럼, 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멘터리처럼 느껴질 것 같았거든요. 그러나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더없이 완벽한 휴먼 드라마였습니다. 강창래 작가가 쓴 인간적인 이야기에 이호재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더해진 결과였죠. 에세이도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장르라는 당연한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강창래 작가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창욱’에게는 창작자로서 배울 점도 참 많았습니다(’창욱’의 성도 강 씨더군요). 글을 쓸 때는 ‘어떻게’보다 ‘왜’가 더 중요하다거나, 글쓰기를 숙제처럼 여기지 말고 즐겁고 행복하게 그냥 쓰라는 대사들이 그랬습니다. 사람 이야기이자 음식 이야기를 표방하는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보고 난데없이 창작에 관한 가르침을 얻을 줄은 몰랐습니다. 뭐, 배움은 어디에서나 오는 것이니까요.
⊙ ⊙ ⊙
화끈하지 않아도 구미가 당기는 맛이 있다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잘 만들어진 요리 ASMR 영상 같기도 합니다. 드립커피를 내리는 소리, 시금치와 콩나물을 무치는 소리, 굴비 굽는 소리, 냄비와 식기, 그릇과 그릇이 맞부딪히며 나는 소리까지, 생생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죠. 이호재 감독이 작품의 주인공을 ‘음식’이라고 생각하며 연출했다고 하니 말 다했습니다. ‘다정’을 위해 만드는 음식은 분명 맛이 덜한 무염식일 텐데도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침을 줄줄 흘리면서 보았습니다.
거기에 훌륭한 작가가 알려주는 음식 레시피는 또 얼마나 일품이게요. “맛있는 음식은 마음으로 만들어진다.”, “미각에는 기억을 불러내는 힘이 있다.”, “사랑과 정성이 깃든 음식이라야 배부르다.” 한석규 배우가 연기한 ‘창욱’의 내레이션으로 재탄생한 강창래 작가의 문장들을 듣고 있으면, 삼삼하니 맛있는 한정식을 천천히 음미하는 느낌이 듭니다. 새삼 한석규 배우의 목소리가 얼마나 중후하고 담백한지도 깨닫게 되더군요. 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이 작품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으리라 감히 예측해봅니다.
‘창욱’의 내레이션 중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금식은 그리움과 싸우는 것이다. 그리움만으로 사람은 죽을 수 있다.”라는 대사였습니다. 제가 앓고 있는 궤양성 대장염도 ‘다정’처럼 맵고 짠 음식을 지양하는 어느 정도의 식단 관리가 필요한 질병입니다. 증상이 악화되었을 때, ‘다정’처럼 철저하게 식단 관리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배고픔은 어떻게든 해결하면 그만이지만, 그리움은 바로 그 맛이 아니면 해결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움과의 전쟁을 치른 기억들이 떠올라 ‘다정’에게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죠.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우리 삶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음식에 관한 다양한 고찰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강창래 작가는 GV에서 “관객들이 왜 재밌어하는지 궁금하다”라고 말씀하셨는데요. 화끈하고 짭조름한 음식만 맛있는 건 아니니까요. 화끈하지 않아도 구미가 당기는 영화가 있는 법이지요.
⊙ ⊙ ⊙
4부를 내리 보면 지루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벌써 끝났어?”라는 말과 함께 관람을 끝마쳤습니다. 남은 여덟 개의 에피소드도 얼른 감상하고 싶네요. 대장암 환자의 투병 이야기라고 해서 마냥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이호재 감독이 이 작품을 ‘슬픈 시트콤’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을 만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소한 웃음들도 숨어있습니다. 드라마가 공개될 12월을 기다리며, 강창래 작가의 원작 에세이를 열심히 탐독해야겠습니다.
Schedule in BIFF
2022.10.06(목)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4관 15:30
2022.10.07(금)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3관 16:00
2022.10.13(목) 소향시어터 20:00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10월 04일 -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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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부모와 자식
07:16 악의 기원
09:46 별점 및 한 줄 평
10:02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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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직장, 절친 그리고 한 잔의 커피.
평화로운 일상 속 때론 총격전과 날강도가 나타나는
버라이어티한 ‘프리 시티’에 살고 있는 ‘가이’.
그에겐 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우연히 마주친 그녀에게 한눈에 반하기 전까지는…
갖은 노력 끝에 다시 만난 그녀는
‘가이’가 비디오 게임 ‘프리 시티’에 사는 배경 캐릭터이고,
이 세상은 곧 파괴될 거라 경고한다.
혼란에 빠진 ‘가이’
그러나 그는 ‘프리 시티’의 파괴를 막기 위해
더 이상 배경 캐릭터가 아닌, 히어로가 되기로 결심한다.
시원하게 터지는 상상초월 엔터테이닝 액션 블록버스터!
인생의 판을 바꿀 짜릿한 반란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