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이옥섭&구교환(2X9) 감독님의 작품 중에서 특히 더 좋아하는 영화이다.
짧지만 정말 많은 위로가 되고, 다양한 생각을 하게끔 만든 영화이다.
주인공 '우희'는 좁은 6평의 집에서 자꾸 자라나는 선인장을 놓아주려고 한다.
더 넓은 곳에서 자라라고.
선인장의 가시 때문에 잔뜩 상처가 난 손도 신경쓰여서 선인장을 더 이상 자신의 집에서 안 키우려고 한다.
외발자전거를 열심히 연습하던 친구 '주영'에게 이 사실을 얘기하니까 선인장이 포옹해달라고 했냐면서, 그냥 선인장 곁에만 있어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한다.
끝으로, 둘은 함께 외발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나아간다.
"좋은 데 가는 거야.
나 없을 때 집에서 너 혼자 기다리는 것보다 친구들이랑 지내면 좋잖아, 보러 오는 사람들도 많고.
거긴 천장도 높고, 보일러도 따뜻해."
나는 선인장을 '내가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혹은 열렬히 응원하는 무언가'라고 해석하였다.
이 무언가는 사람일 수도, 물건일 수도, 혹은 특정 행위일 수도 있다.
난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어떤 것을 너무 좋아해서 나중에 내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
감정적으로 힘들든, 현실의 벽에 부딪혀서 힘들든, 주변에서 날카로운 말을 해서 힘들든.
"이제는 외발자전거의 시대야."
내 친구는 이제 외발자전거의 시대가 왔다며, 자꾸 넘어져도 계속 도전한다.
계속 외발자전거를 연습한다.
자꾸 실패해도 자신이 좋아하는 걸 계속 좇는 사람이다.
"눕힐 수도 없고, 천장을 뚫을 수도 없고."
속이 타들어가는 내 마음도 모르는지, 선인장은 자꾸만 커져간다.
'어떤 것'을 좋아하는 내 마음이 자꾸만 커져간다.
아직 현실은 준비가 안 되었는데, 이상은 자꾸만 커져간다.
"좋은 데 가는 거야.
나 없을 때 너 집에서 혼자 기다리는 것보다 친구들이랑 지내면 좋잖아, 보러 오는 사람들도 많고.
집에 너 혼자 있을 때마다 내가 얼마나 밖에서 마음 불편한지 알아?
거긴 천장도 높고, 보일러도 따뜻해.
가시 땜에 내가 안아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결국 선인장을 버리기로 한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 마음을 버리기로 한다.
나를 위해, 그리고 어떤 것을 위해.
이상과 현실은 다름을 깨달았다.
선인장을 버리면 속이 후련할 줄 알았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눈물만 나고, 여전히 손이 쓰리다.
선인장을 만지며 얻은 상처가 아직 아프다.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며 감수했던 상처들이 눈에 자꾸 걸린다.
상처가 나는 것도 괜찮을 정도로 좋아했는데.
그만큼 진심으로 좋아했는데.
"찾아오자!
야, 선인장이 뭐 너한테 포옹이 필요하대?
걔가 너한테 그랬어?
아니, 선인장은 맨날 태양이랑 포옹하는데 네 포옹이 무슨 소용있어.
그냥 곁에만 있어주면 되는 거 아니야?
야, 타!"
이 때 자꾸 넘어지면서도 외발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계속 시도하는 친구가 내게 말한다.
선인장이 너한테 포옹이 필요하더냐고. 그냥 곁에만 있어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맞다. 실은 간단한 사실이었다.
상처가 나는 것도 괜찮을만큼 내가 좋아하는 어떤 것을 굳이 앞으로의 현실이 두려워 미리 포기해야 할 이유는 없다.
어차피 이 어떤 것을 포기한다 하더라도 내가 계속 속상할 거니까.
계속 선인장이 아른아른거릴테니까.
그게 더 괴로울 것이다.
계속 좋아하면 된다.
계속 좋아하고, 사랑을 주고, 응원하고.
내가 상처를 줄 것이라고 지레짐작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영화의 색감, 분위기, 배경음악, 배우들의 목소리에서 토닥토닥-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참 포근하고 따뜻한 영화이다.
선인장이 연인, 사랑, 꿈, 반려동물, 식물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되는 게 너무 매력적이었다.
한 영화가 이렇게 다양한 생각의 길을 마련해준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좋았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공통적으로 전하고 싶다.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소중한 '선인장'에게 상처를 줄 것이라고 생각하여 섣불리 결정짓지 말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선인장'은 곁에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할 수도 있으니까.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좋아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