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유2024-01-21 15:43:09
익숙함과 고루함 사이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을 보고서
<아쿠아맨>은 다 쓰러져가는 DCU에 한 줄기 빛이 되어준 몇 안 되는 영화 중 한 편이었다. 컨저링시리즈의 제임스완 감독이 만들어내는 활기찬 액션 쾌활극은 아쿠아맨이 처음 등장한 <저스티스 리그>에서 그의 활약을 상쇄시키기에 충분하였다. 게다가 극 중 메라역의 엠마 허드의 이미지가 바닥을 치기 전이었던지라 <아쿠아맨>은 잘 만든 한 편의 오락영화로서 기능을 충실히 다하였다. 이런 괜찮은 작품을 전작으로 두고 있으니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이 기대되지 않을 수가 있으랴.
<아쿠아맨과 라스트 킹덤>의 줄거리는 기타 여느 버드무비와 큰 차이점 없이 평이하게 흘러간다. 전 편에서 감옥에 수감됨 이부동생 '움'과 함께 빌런인 '블랙 만타'를 소탕하고자 하는 내용이 기승전개로 매끄럽게 전개된다. 가족애라는 하나의 큰 주제 안에서 이부동생과 티키타카하며 적을 소탕하는 과정은 무척이나 익숙하기에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이번 영화 역시 오락영화로서 충분히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익숙함에는 한 끝차이로 고루함이 따라온다. 이미 이러한 히어로, 버드무비를 많이 봐온 관객들은 전혀 새롭지 않은 스토리에 자칫 지루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게 본다면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지만 아쿠아맨의 색다른 무언가를 기대했던 관객들 또는 팬들이라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흡사 <토르: 러브 앤 썬더>의 양분화된 관객의 반응을 보는 듯하다. 물론 무조건 모든 영화가 새로울 필요도 없거니와, 재밌게 잘 만들면 충분하지라는 생각의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를 즐겁고 유쾌하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영화가 히어로영화라는 점에서 끊임없이 MCU의 전성기 때와 비교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버드무비의 형식을 취하고 있기에 실제로 주인공은 두 명이므로 시선이 두 캐릭터에 분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주인공인 엠마 허드의 논란과 DCU의 상황 등을 미루어 보았을 때 위험한 모험보다는 안전한 길을 택한 제임스 완 감독에 결정도 이해되는 바이다. 영화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오락영화로서의 기능은 충분히 다하였기에, 향후 시리즈를 내다보고 영화가 진행되는 것은 어쩌면 모험을 넘어 도박일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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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럭키, 아파트] 좌표지평계를 고정하는 방법
<럭키, 아파트>
수많은 작품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미 독립 영화계에서 유명한 작가나 감독님도 계실 것이고,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예쁘고 멋진 배우님도 계셨을 것입니다. 사회를 비판하거나 블랙 유머의 진수를 보여준 영화도 있었을 것이고, 우리가 놓쳤던 일상의 무지개를 발견한 영화도 많이 있었을 겁니다. 그런 쟁쟁한 작품들을 이기고 ‘전주시네마 프로젝트’ 마크를 당당하게 걸친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랜만에 독립영화의 색을 진하게 간직하면서 대중의 재미를 자극하는 요소로 가득한 영화였습니다. 흥미롭고, 실험적이며, 재미있습니다.
저는 오전 10시 30분 시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가을 장맛비를 뚫고 50분 지하철로 이동했습니다. 의미심장한 장대비가 공간의 온도를 잠식하며 스산했죠. 피곤과 어려움이 몰려왔으나 영화가 시작하고 이어지는 서스펜스와 스릴이 긴장의 끈을 다시 잡게 해주었죠. 아마도 2011년 <모래>를 시작으로 <자, 이제 댄스타임>, <이태원>, <우리는 매일매일> 등 꾸준히 작품을 활동하시는 ‘강유가람 감독’님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13년의 긴 세월이 전해주는 시나리오 자체의 재미와 계속해서 주어지는 인물의 과제, 입체적인 시점 자체가 좋았습니다. 관람하는 내내 이 작품은 이미 뼈대부터 탄탄하게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독립 영화는 자신만의 강점과 특색이 매우 강력하게 확고한 편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때론 대중의 반발을 살 수도 있고, 비난이나 불호를 받을 수 있죠. 본 작품을 관람하며 그런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소외된 모든 자들에 대한 시를 쓰셨다고 생각했습니다. 줄무늬가 화려한 얼룩말이 초원에서 죽지 않고 머나먼 땅으로 여행을 떠나는 영화 같았습니다.
극에서는 현재 2024년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논쟁거리가 가득합니다. 감수성이 매우 풍부하시거나 사회적인 논란에 예민하신 분이라면 관람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모든 논쟁거리가 결국 ‘사람’이라는 실타래로 이어지는 것을 확인하시면 왜 그렇게 모질게 구는 것인지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주제가 동시에 함께 다뤄지기 때문에 보시는 관람객의 시선에 따라 영화는 다른 색깔로 변신할 수 있는 카멜레온이 됩니다.
이제 이사를 하면 떡을 돌린다는 이야기는 늙어버린 추억의 전유물이 된 상황입니다. 이웃의 얼굴을 모르고 사는 경우는 당연한 것이죠. 그만큼 삶 자체가 매우 빠르게 흘러가고, 그것을 느끼기엔 여유를 즐기는 시간이 부족하죠. 극의 전반부는 이제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진 노년층의 고독사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이웃, 사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웃의 상태나 상황을 유심히 바라보기 이전에, 이미 우리 집 문 앞에 던져진 대출이자 통지서에 시선이 갈 뿐입니다. 그것도 지극한 일상이죠. 영화 전반부를 관람하며 우리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카메라가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어쩌면 너무 일상적인 소재인데, 어쩌면 우리 집 근처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인데 그것이 전해주는 평범함의 폭력이 어두운 아파트 복도를 따라 흘러갑니다.
영화는 풀어도, 풀어도 끝나지 않는 기출 문제집입니다. 본 작품도 고독사에 대한 답안지는 전해주지만, 그것을 접근해 가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의 부딪힘’이란 문제는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선량한 마음을 동 대표를 시작한 누군가의 어머니는 사건이 지남에 따라 악인으로 변합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를 돕기 위해 아픈 다리를 들고 움직이는 주인공 선우는 눈초리를 맞기 시작하죠. 일상 속 문제를 해결하고 사건을 마무리하는 역할인 경찰 역시 본 작품 속 이야기는 단지 퇴근 전에 빠르게 해결하고 넘어가고 싶은 아픈 기억일 뿐입니다. 영화를 관람하시며 흥미롭게 보셨으면 하는 지점은 여기입니다.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특정한 이권을 가지고 있고, 그것에 상응하는 대적자가 존재합니다.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야 하는 전망 좋은 언덕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두가 어딘가 날카로운 부분을 만들고 있었죠.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 영화는 그 모든 문제에 대해 정답을 내려주지 않습니다. 흔들리는 시선과 점점 타들어 가는 담뱃불 그리고 빨갛게 눈을 아리는 경고등만이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관람하며 영화 중반부 일어나는, 시나리오상 가장 중요한 대목, 미드 포인트 사건이 무엇인지 확인하려고 조심했습니다. 대게 영화는 6분의 2지점, 절반 지점에서 극의 방향성 자체가 달라지거든요. 본 작품은 중반부 사건 이후, 시점 자체의 변화를 꾀합니다. 전반부에서 다룬 고독사에 대한 묘사나 이웃과의 갈등 자체가 사라지지 않는 존재에서 눈앞의 존재로 옮겨 집니다. 지금까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는 주인공을 장내의 분노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희생당한 사람으로 변신시킵니다. 극이 두 가지 이야기를 가졌다고 생각한 이유입니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아쉬웠습니다. 전반부 분위기나 주제를 끝까지 숨기거나 가져갔다면 너무 무리였을까 싶었습니다. 영화는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소재를 풀어가는 어려움이나 반전보다는 문자 그래도 거리적으로 전반부와 가까운 이야기를 선택하죠. 취향적으로 아쉬운 행보지만 그렇다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몰입도를 깨트리지는 않습니다. 중반부 이후 영화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바라보시는 것도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아파트에서 함께 살고 있는 선우와 희서는 계속해서 삐걱거리다가 결국 폭발합니다. 두 사람이 주인공인데 주인공끼리 서로 물고 뜯고 해하는 방식은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결국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까지도 인간은 서로의 속마음을 알 수가 없습니다. 약간의 행동이나 목소리의 톤 등으로 상대가 나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죠. 말로 전해야만 하는 알아들을 수 있는 마음을 우리는 직설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당기시오/미시오 문’이라고 느꼈습니다. 어릴 적 도덕 시간에 이해관계에 따라 우리의 위치와 모습은 달라진다는 구절도 생각났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천대받거나 소외되거나 약자는 보호받아야 한다고 교육받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존재하죠. 애초에 그런 것에서 자유롭고 태어나는 순간 사랑받는 것이 확정받은 진실이 있는데 말이죠. 영화가 가장 기초적으로 만들어둔 물질 만능주의와 자유에 대한 개념은 아파트 지하에 감춰져 있었습니다.
애초에 문제는 해결하는 소소한 흥미를 가져야 합니다. 문제니까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사고는 그 다음이죠. 말도 안 되는 인생 최대의 문제가 다가온다 하더라도 그것을 받아드리고 도움을 받거나 조언을 구하는 과정은 그 어린 시절 작았던 흥미에서 시작합니다. 문제 자체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도 동일하다고 관람 중 생각했죠. 이집트 신화의 괴물처럼 우리의 삶을 탄생과 죽음 사이에 두고 의도치 않게 껴안은 문제가 얼마나 무거운지 재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졌습니다. 촬영은 물로이요, 연출과 편집, 특히 화면 전체를 가로지르는 독특한 발색은 긴 여운을 안겨주기에 좋았습니다. 씁쓸하지만 가장 익숙한 이야기를 재치 있게 다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 자체가 영화가 추구하던 욕 먹을 때 웃으려고 노력하는 굳은 미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 온라인 영화 매거진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참석 후 작성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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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데일리] 제천에 뜬 저스틴 허위츠, 그가 초대한 재즈의 밤
제천에 뜬 저스틴 허위츠, 그가 초대한 재즈의 밤
스페셜 콘서트 현장 스케치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스페셜 콘서트가 열리는 제천 비행장은 축제의 현장이었습니다. 저스틴 허위츠의 공연을 기다리며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흐린 날씨지만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사 먹었고, 각종 이벤트에 참여하면서 흥을 돋우고 있었는데요. 7시 20분, 현장 리허설이 끝나자마자 객석 입장이 이뤄졌습니다.
조율의 첫 음 ‘라’가 공연장에 울려 퍼지자 관객들의 기대감은 점점 더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스페셜 콘서트의 시작은 영화 ‘퍼스트맨’의 ‘The Landing’이었는데요. 아폴로 11호 사령선에서 분리된 착륙선이 달에 착륙하기 직전 이 과업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긴장감을 불어넣는 곡이었는데, 아마 제천에서의 공연을 성황리에 마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과 긴장감을 담은 첫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후 이어진 영화 위플래쉬 삽입곡. 재즈곡인 만큼 오케스트라가 아닌 재즈빅밴드와 합을 맞춰갔는데요. 바로 직전 서울그랜드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뿜어낸 웅장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빠르고 통통 튀는 재즈의 세계로 관객을 초대하고 있었습니다. 이 무대를 보면서 과연 허위츠는 재즈가 주전공이구나 싶었는데요. 그런데 검색해보니 허위츠는 대학 시절 클래식 전공이었고, 재즈 덕후였던 다미엔의 영향을 받아 재즈를 사랑하게 된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재즈에 대해서는 오스카 피터슨의 존재만 알고 있었던 클래식 학도가 라라랜드의 재즈 음악을 작곡하다니. 그는 천재임이 틀림없습니다.
이번 콘서트에서 허위츠는 14년 만에 처음으로 무대에서 피아노를 연주했다고 하는데요. 14년 만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성큼성큼 피아노로 걸어가 영화 ‘퍼스트맨’의 ‘암스트롱’을 연주했는데, 피아노가 오케스트라 뒤편에 위치한 덕택에 한동안 카메라와 숨바꼭질을 하는 재밌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기존 영화에서 하프로만 연주되던 곡을 피아노 선율로 들을 수 있어서 이색적이었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관객 앞에서 하는 연주여서였을까요? 약간의 실수와 함께 본인도 머쓱한 듯 웃어넘기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1부가 ‘공원 벤치의 가이와 매들린’, ‘위플래쉬’, ‘퍼스트맨’의 OST로 구성되어 있었다면, 2부는 관객들이 그토록 원하던 영화 ‘라라랜드’ 메들리로 이어졌는데요. 이번 스페셜 콘서트는 허위츠가 참여한 모든 영화의 음악을 한 공연에 올리는 최초의 공연이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기존의 곡들을 대규모 오케스트라로 편곡하거나 템포를 조정하는 등 세심한 조율이 이뤄졌다는 것이 잘 드러난 공연이기도 했습니다.라라랜드의 오프닝 곡이 시작되자마자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관객의 에너지에 허위츠는 만족한 듯 ‘씨익’ 웃으며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이어 나갔는데요. 지휘의 특성상 관객은 지휘자의 뒷모습밖에 볼 수가 없는데, 카메라를 지휘자의 정면에 배치해 스크린에서 허위츠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2부에서는 특히 허위츠의 만족스러운 표정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요. 자신의 지휘와 솔로 연주의 시너지가 폭발하면서 화려한 스캣이 이어지자 자연스럽게 그 만족감이 표현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만큼 솔로 연주자들의 실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습니다.
스페셜 콘서트의 하이라이트는 허위츠의 반주에 맞춰 부른 이충주, 민경아 배우의 ‘City of Stars’였는데요. 허위츠의 피아노 솔로 반주 위에 입혀진 매력적인 중저음의 이충주 배우 목소리와 청아한 민경아 배우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단연코 최고였습니다. 그 외에도 전나영, 이수정, 연지 리, 문은수 배우가 참여해 영화 속 주인공들의 모습 그대로 색색의 옷을 맞춰 입고 ‘Someone In The Crowd’를 소화한 모습도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진행된 한 여름밤의 페스티벌, 내리는 비와 함께 저스틴 허위츠와 재즈의 매력에 흠뻑 젖어들었던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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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토록 친밀한 존재의 배신에도 불구하고
다들 이야기한다. 부모만큼은 자식을 믿어야 한다고. 하지만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거짓말을 하고, 그걸 알게 된 부모는 속상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온전히 아이를 믿는다는 건, 사실 말처럼 쉽지 않다. 어디까지 아이를 믿어야 할까?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어느 정도까지 그 잘못을 추궁하고 훈계해야 할까? 부모라면 누구나 맞닥뜨리는 어려운 문제다.
영화 <보통의 가족>은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작품이다. 제목에 '보통'이 들어가지만, 사실 영화의 주요 인물들은 사회적 지위와 좋은 직업을 가진 상류층이다. 이들의 자녀는 좋은 교육을 받고 최고의 환경에서 학창 생활을 보내고 있다. 영화의 원작은 네덜란드 작가 헤르만 코흐의 “더 디너”로, 원작과는 여러 차이점이 있지만 상류층 두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나름 의미 있는 선택을 했다. 이들의 지위는 자녀들의 법적 문제조차 덮을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 지점에서 부모로서의 역할과 자녀의 미래에 관한 고민이 복잡하게 얽힌다.
[첫 번째 감정] 형 재완의 안정감
변호사로서 성공한 재완(설경구)은 법적 문제가 생긴 상류층 자녀를 변호하며 형량을 최소화하려 애쓴다. 그가 변호사로서 내리는 판단에는 상대방이 저지른 일이 얼마나 나쁜지에 대한 윤리적 판단이 포함되지 않는다. 그는 단지 법적 테두리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고 그 방향으로 일을 진행한다. 그 과정에서 재완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냉정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이러한 태도는 일을 진행하는 데 있어 그에게 안정감을 부여하며, 그 안정감은 자신의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힘을 마련해 준다.
딸이 노숙자 살인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재완은 평소 자신이 사건을 대하던 방식 그대로 상황을 처리하려 한다. 즉, 법적인 문제를 최소화하고 자신의 딸이 문제에 휘말리지 않도록 안정감을 유지하면서 상황을 해결하려 한다. 수십 년간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재완에게 이러한 방향성은 매우 자연스러운 선택이었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에 이미 그려졌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 사건이 드러나지 않도록 노력하며, 굳이 밝히지 않으면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는다.
영화의 중반까지 재완은 이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무던히 애쓰며 동생 재규(장동건)와 재규의 아내 연경(김희애)과 계속해서 충돌한다. 재완에게는 도덕적인 판단보다는 안정적인 판단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순간들이 반복된다.
[두 번째 감정] 재규의 도덕성
재규는 종합병원의 유명한 의사다. 그는 어려움에 처한 환자를 돕고, 그 환자가 경제적으로 어려워 병원비를 내지 못할지라도 일단 치료하는 것을 우선시한다. 또한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집에서 모시는 인물로, 도덕성과 책임감을 가진 따뜻한 성격을 지녔다. 그의 아내 연경 또한 여러 봉사 활동을 하는 따뜻한 인물이다. 이 부부는 기본적으로 도덕성을 갖춘 사람들로 그려진다.
하지만 아들이 노숙자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재규와 연경의 의견은 갈라진다. 재규는 아들을 신고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연경은 아무도 모르니 묻어버리자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이들이 가지고 있던 단단한 도덕성은 균열을 일으킨다. 연경은 그 도덕성을 계속 깨뜨리려 하고, 재규는 이를 붙잡고자 애쓰지만 아들의 눈물을 보며 결국 무너지고 만다.
영화의 중반까지 재규는 도덕적인 것을 지키자는 입장이었으나, 아들과의 대화를 통해 점점 흔들리게 된다. 중반 이후에는 재완이 도덕적 방향으로 나아가고, 재규는 안정적인 방향으로 변모한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아이들의 태도가 큰 영향을 미친다.
[세 번째 감정] 아이들의 도덕 불감증
범죄를 저지른 혜윤(홍예지)과 시호(김정철)는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와 틀에 박힌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아이들이다. 혜윤은 부모 몰래 좀 더 과감하게 행동하고, 시호는 소심하게 억눌린 생활을 이어가지만 결국 그 억눌림이 폭발하게 된다. 이들이 노숙자를 공격한 사건은 흐릿한 CCTV에 담겨 뉴스에 보도되지만, 그 누구도 이들을 의심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모들이 알아보고 추궁하는 상황이 된다.
영화 전반에 걸쳐 혜윤과 시호는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재규와 연경은 시호에게서 반성의 기미를 보았다고 느낀다. 이는 관객들이 쉽게 동의할 수 없는 부분으로, 혜윤은 전혀 반성하지 않으며 완전한 도덕 불감증을 보인다. 그 영향으로 시호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다. 이들이 이렇게 된 것은 상류층 부모의 힘 때문일까, 아니면 원래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까?
이들은 정말 반성을 할 수 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그들에게 도덕적인 성향이 있을지를 궁금해하며 바라보지만, 적어도 관객들에게 그들은 그저 범죄를 저지른 철없는 10대로 보일 뿐이다. 하지만 부모들은 그들을 객관적 시선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그들이 태어난 이후의 모든 것들을 판단해서 그걸 상황속에 녹여내 바라본다. 그러니까 전혀 객관적인 평가를 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아이들의 도덕불감증이 부모의 도덕불감증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도덕은 마비된다.
영화가 제시하는 아이러니
<보통의 가족>은 후반부로 갈수록 두 형제의 태도 변화가 폭발력을 발휘하는 영화다. 도덕적인 재규가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안정적인 재완이 그 안정을 깨려는 행동을 한다. 두 사람의 모든 선택은 자녀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관객은 깊은 고민에 빠진다. 만약 우리도 이들처럼 사회적 지위가 있다면, 재완처럼 자녀를 위해 범죄를 덮어줄 수 있을까?
영화는 지금 이 시대에 충분히 벌어질 법한 사회적, 가족적 딜레마를 던진다. 자녀가 범죄에 연루되었을 때, 우리는 얼마나 도덕적인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아무도 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정말 도덕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또한 영화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점점 쪼개어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가족에 대한 굴레가 얼마나 강력하게 유지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영화 속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무엇이든 하려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 선택들은 때로는 가족의 결속을 위태롭게 만든다. 현대 사회에서 가족 구성원들은 각자의 삶과 가치관을 중시하게 되면서, 과거처럼 절대적인 신뢰와 희생을 기반으로 한 가족의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서로를 보호하려는 이들의 모습은, 우리가 얼마나 이 관계를 유지하려 애쓰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모습은 가족이란 굴레가 무너져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이 영화는 허진호 감독의 오랜만의 복귀작으로, 2019년 <천문: 하늘에 묻다> 이후의 작품이다. 장동건과 설경구가 연기한 두 형제의 변화는 영화의 중후반부를 강하게 이끌며, 그들의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색감의 대비와 캐릭터 간의 대립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는 방식도 훌륭하다.
영화 <보통의 가족>은 최근의 사회적 문제를 가족의 이야기로 풀어내며, 우리에게 도덕과 안정 중 무엇을 선택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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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물 형사와 함께 펑펑 터져볼래?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범죄도시 2>가 개봉했다! 1편이 거의 나의 취향저격이었기 때문에 2편이 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 목 빠지게 기대하고 있었다. 이 시리즈 1편이 처음 개봉할 때는 영화를 지금같이 딥(?)하게 파지 않았다. 그냥 적당히 알던 정도였다. 근데 분명하게 알던 건 마동석 배우 특유의 캐릭터였다. 2015년에 <부산행>과 2016년 <베테랑>이 개봉했다. 여기서 나왔던 마동석 배우는 모두들 알다시피 싸움 잘하는 아저씨였다. 근데 싸움만 잘하냐? 아니다. 그 마초스러운 이미지에 귀여운 애교까지 장착하기 시작했다. 외적으로는 이랬고 또 배우의 본업 내적으로도 성과가 좋았다.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부터 <부당거래>까지 든든한 조연으로 필모그래피를 하나, 둘 씩 쌓아놓고 있던 터라 그가 잘 되는 건 그냥 시간문제였다. 아무튼, 이 영화 <범죄도시>는 이 배우의 유명세에 기름을 부은 작품이 됐다. 나 역시 마동석표 액션이 재미있다. 이런 사람들의 기대치에 힘입어 이 작품은 대박이 났다. 이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나 하얼빈의 장첸이야!!!!'나 '어 싱글이야'같은 유행어들이 우리나라를 강타했다는 건 아마 모두들 기억하실 것 같다. 나도 영화가 한참 유행할 때 보진 않았음에도 그런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나중에서야 이 영화를 보게 된 나. 요즘에서야 책도 어느 정도 읽었고 영화도 보고 있지만 내가 나의 취향을 어림잡을 수 없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내가 한국 액션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아저씨>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최애까진 아니더라도 '마음에 든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나이기 때문에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시리즈의 후속작을 엄~청 기다렸고, 정식 개봉일인 19일보다 며칠 일찍 극장에 가게 되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K-슈퍼히어로였다! 2008년의 대한민국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그 일이 있고 4년 후
장첸과의 한바탕이 있었던 4년 후. 금천구 강력반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경찰 업무를 하고 있다. 그렇게 공을 세웠는데도 뭔가 처우가 개선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이 금천구에 사건이 일어났다. 정신병동을 탈출한 남자가 여대생 하나와 가게 주인을 데리고 인질극을 벌이고 있었다. 홍석과 상훈, 동균은 상황에 어쩔 줄 모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석도의 행방을 찾는 금천구 강력반.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쿵쿵 걸으며 마석도가 등장했다. 흉기를 휘두르는 남자를 손쉽게 기절시킨다. 그런데 기절시키다 못해 일이 벌어졌다. 남자가 주먹 한방 맞고 전치 12주의 부상을 입은 것이다.
전일만은 금천구 강력반의 반장이다. 상관에게 불려 가서 와장창 깨졌다. 윗동네 어르신들에게 들었던 업무 지시사항을 마석도에게 전하게 된다. 그 지사사항은 '베트남에 가서 범죄자 하나를 인도해와라'였다. 듣자 하니 무슨 자수를 했다고 한다. 오케이. 그럼 휴가 쓰는 셈 치고 가지 뭐. 전일 만과 마석도는 더듬더듬 영어실력과 함께 베트남 비행기에 탑승한다. 어렵지 않게 베트남 영사관 쪽 담당자와 연결하고, 그 자수했다던 놈을 심문하기 시작하는 둘. 둘은 베트남에서도 진실의 방을 만들며 하나하나씩 정보를 얻기 시작한다. 뭔 베트남에서 베트남에서의 연쇄살인사건과 강해상이라는 인물에 대해 알기 시작한다. 장첸과는 다른 부분으로 악랄한 강해상. 이 강해상은 극악무도한 범죄수법으로 사람들을 위협하기 시작하는데,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며 나쁜 놈을 때려잡는 마석도의 이야기가 영화의 내용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익숙한데 익숙해서 웃겨
5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의 신작이다! 그 이유인지 전작에 대한 오마주가 몇 개 보인다. 초반부 마석도가 등장하고 칼을 휘두르는 남자를 제압하는 장면의 구도만 봐도 1편를 차용한 느낌이 난다. 또 예고편에서 나왔던 장이수 캐릭터 활용법도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부분이다. 또 정인기 배우의 지역 경찰 계급 서장 캐릭터나 휘발유가 다시 등장하는 부분도 전 편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충분히 팬서비스 차원에서 만족할만하다. 엔딩부도 왠지 익숙한 느낌이 날 것 같다.
근데 이런 전편에 대한 오마주가 단순히 캐스팅에서 짠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 사실 어찌 보면 뻔하다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알고 봐도 웃기다. 예고편에도 나오지 않나? "넌 뭐야?" "까불인데요" "까불고 있어"식의 말장난이 극에서 자주 나온다. 이런 유머 방식은 1편에서 많이 쓰였다. "혼자 왔니?" "어 싱글이야"가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겠지? 이런 유머 포인트가 1절 만하고 딱 끝나는 선이 아니라면 좀 식상해지기 쉽다. 그냥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같은 패턴의 유머를 반복해서 하는 사람을 보면 딱 느껴지지 않나. 진짜 재미없어서 말도 걸기 싫어진다. 그런데 이 영화는 다르다. 뭐 말장난식 유머만 재밌는 게 아니다. 초반부 반장의 존재 유무도 재미있다. 또 반장이 서툰 영어를 구사하는데, 이거 2007년에 <무한도전>에서도 봤던 유머인데도 웃긴다. 뻔뻔하게 재미있는 영화다. 배우들이 연기를 잘했다는 뜻이 될 것이다.
근데 또 막상 웃기기만 한건 아냐
이 영화가 단순히 웃기고 재밌고 이런 것에서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다른 강점 중 하나는 촬영이다. 이 영화의 가장 첫 번째 장면에서 영화는 베트남의 풍광을 묘사한다. 베트남에서의 이야기와 한국에서의 이야기는 무게감이 살짝 다른데, 어쩌면 난잡해질 수도 있는 영화의 톤을 나름의 영상미로 풀어내는 것이 인상 깊었다. 해외 로케이션을 경제적으로 활용한 셈이다. 타지의 모습과 범죄의 잔혹성이 매치가 잘 되니 연출의 승리였다. 그냥 자연스러운 풍광만 예쁜 것이 아니다. 베트남의 한 경찰서, 협소한 아파트, 봉고차 안, 식당까지 그냥 단순히 인물이 거기에 있어서가 아닌 소재를 활용하는 모습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런 적절한 촬영은 베트남에서만 적용되는 부분이 아니다. 가령 중후반부의 마석도 혼자 걸어가는 장면, 최후 반부의 특정 신은 감독이 이 장면에는 '관객이 이런 걸 느껴야 해!'를 생각했다는 걸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아. 촬영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롱테이크 신이 있다. 이 부분은 그냥 직접 보시라. 아마 올해의 베스트 신 TOP 3 안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 이 영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 당연히 액션이다. 액션 연출이 좋았다. 초반부 마석도가 흉기를 든 남자를 제압하는 장면이 있다. 이때 마석도기 주먹으로 때리는 장면을 보면 무슨 돌로 사람을 머리 찍는 소리가 난다. 난 이걸 처음 들을 때 솔직히 작위적이라고 생각한다. 뭐 내가 적응을 해서인지 이 사운드에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화가 전개될수록 맞은 인물들의 리액션이 나오는데, 이거랑 잘 맞는다. (이거 외엔 할 말이 없다. 극 중에서 마석도가 성장하는 느낌까지 들 정도다;;) 퍽 퍽 때리는데 역시 뛰어난 연출이 극의 생동감을 부여한 사례가 될 것이다. 이 사운드 연출이 아니더라도 맨몸 액션 자체가 확실히 보는 재미가 있었다. 초반부를 지나 한 30분쯤 됐을 때 마석도의 액션신이 나오는데, 뭐 사람 하나몇 대 연속해서 때리지 않아도 이 사람이 얼마나 센지는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또 맨몸으로 두들겨 패기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 장소마다 지형지물을 잘 활용하는 모습까지 있으니 몰입에 도움이 된다. <이터널스>의 길가메시보다 인물 연출이 뛰어났다고 말할 수 있다.
또 마석도 캐릭터만 액션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강해상 캐릭터의 액션 연출도 탁월했다. 강해상 (일당)은 민첩성이 좋다. 이 인물은 갑자기 튀어나와서 사람을 습격하는 방식의 캐릭터다. 앞에서 썼던 소리 연출이 여기서도 빛을 발했다. 조용하다가 쉭쉭 나타나서 공격하는데 그냥 간단하게 인물 액션만 보여주고서는 이런 디테일을 살릴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 인물 설정을 십분 발휘했던 액션신도 기억에 남는다. 이 <범죄도시> 시리즈의 주요 재미 포인트는 무서운 빌런이 한몫할 텐데, 장첸과는 다른 연기 역시 보는 맛이 있었다. 주인공과 악역 액션 설정만 좋았냐? 아니다. 예고에서도 나왔던 장이수의 카체이싱, 다른 경찰 캐릭터들의 액션까지 전작 1편에서 너무 마석도에게 집중되는듯한 분량을 인물의 적절한 활용을 통해 관객에게 재미를 주는 방식을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역시 이상용 감독이 인물에 대한 사려 깊은 고민을 한 흔적이 난다.
사실 손석구 배우 작품 처음 봅니다
요즘 <나의 해방 일지>인가? 손석구 배우의 인기가 엄청나다고 들었다. 드라마는 사실 손이 잘 안 가는 나. 그의 활약상을 잘 보지 못했다. 목소리도 아예 처음 들은 수준이었다. 그리고 좀 놀랐다. 이 배우가 엄청나게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 물론 지금도 충분히 잘 나가고 있는 배우지만 이 사람은 <베테랑>의 유아인처럼 여기서 폭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장첸은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는 빌런이었다. 뭐 강해상 역시 감정을 참지 못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뭔가 절제하고 여유 있는 살인마였다. 이때의 강해상이 입에 품고 있는 미소 + 왠지 모를 자신감 + 꼼꼼한 성격까지 다방면의 특성을 가진 인물을 소화해냈다. 전작에서 윤계상-김성규-진선규 세 배우의 뛰어난 연기가 임팩트가 커서 아마 이 셋의 악역을 지울 수 있을까 싶은 분도 있을 텐데, 아마 이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셋의 존재감을 캐릭터 설정과 좋은 연기로 잘 틀어막았다.
통통 튀는 조연들
이 영화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조연들이다. 물론 마동석의 마석도, 손석구의 강해상의 카리스마는 탁월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이 둘이 빛나기 위해 조연들이 배경을 깔아주다시피 했다. 인물들은 각각의 개성을 보여주며 이야기에서 적지 않은 위치를 차지하는데, 감독의 인물 설정을 알맞게 소화한 배우들의 연기가 빛났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보자면, 전작 1편에서 장이수 캐릭터가 살짝 허무했다고 생각한다. 흑룡파 3인방이 돋보여야 하기 때문에 캐릭터의 개성을 줄였다고 하면 사실할 말은 없다. 물론 극에서 장첸에게 한방 먹이기에는 성공하지만 이것 말고는 좀 끌려다니는 느낌이 강했다. 가리봉동의 대표 조폭 아니었나? 장첸의 카리스마에 찍소리도 못하는 게 사실 좀 아쉽기도 했다. 그러나 이 장이수가 2편에서는 단순히 유머 소재로만 쓰이지 않는다. 이 인물이 두 편의 영화를 통해 쌓아놨던 성격과 서사가 극에서 경제적으로 잘 쓰인다. 이런 인물 설정은 다른 조연들에게도 적용된다. 전일만-오동균은 전편이나 지금이나 마석도의 응원단장 같은 느낌이다. 사실 당연할지도 모른다. 장첸이나 강해상이나 싸움 자체는 잘한다. 그래서 이 둘과 전면전을 붙으면 영화가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각각의 특정 시점을 지나가면서 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앞에서도 언급했듯 홍석-상훈 둘에게 액션신을 준 것도 이 둘이 그냥 나이가 비교적 어리고 무력이 약하다고 해서 소모적으로 쓰이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둘은 다른 부분에서도 주체적으로 활약한다. 그리고 한 특정 인물에 대해 쓸 수는 없지만, 이 시리즈에서 기대할 수 없었던 입체적인 인물이 등장했다. 후반부는 거의 이 인물 덕에 극이 전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시리즈에서 생각할 수 없었던 캐릭터를 보고 싶다면 이 영화가 좋을 것이다.
그냥 재밌는데 어떡해
사실 길게 이 영화의 장점을 쓰지 않아도 된다. 이 영화는 그냥 재미있다. 한 줄 요약. 잘 만든 영화다. 코로나19 여파로 우리나라 기대작들이 개봉이 많이 밀렸다. 이제 6월이 되고 나서야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하나, 둘씩 잡히기 시작했다. 이 영화는 이 레이스의 좋은 스타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친구들이랑 삼삼오오 놀러 가서 봄 극장 나들이 하기 딱 좋은, 그런 잘 만든 킬링타임 영화다. 부럽다! 안 본 사람이 있어서! 이 시리즈의 3,4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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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4주차 개봉작, 공개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3월 넷째 주 수요일도 잘 지내고 계시나요?
이번 주부터는 극장과 OTT 공개(개봉) 예정작을
한 번에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3월 넷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뜨거운 피출처 | 네이버 영화
개요: 범죄 | 한국 | 120분
감독: 천명관
출연: 정우, 김갑수, 최무성 등
개봉: 2022월 3월 23일
배급사: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주)키다리스튜디오줄거리
부산 변두리 작은 포구 '구암'의 절대적인 주인 '손영감’(김갑수), 그의 밑에서 수년간 수족으로 일해온 '희수'(정우)는 무엇 하나 이뤄낸 것 없이, 큰돈 한번 만져보지 못한 채 반복되는 건달 짓이 지긋지긋하다. 1993년, 범죄와의 전쟁 이후 새로운 구역을 집어삼키기 위해 물색중인 영도파 건달들은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구암’에 눈독을 들이고, 영도파 에이스이자 ‘희수’의 오랜 친구 '철진'(지승현)이 '희수'에게 은밀히 접근한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희수’는 갈등하고, 조용하던 ‘구암’을 차지하려는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이 시작되는데...
관전 포인트
23일 기준, 예매율 31.2%를 돌파한 <뜨거운 피> 영화 <고령화가족>의 원작자 천명관 작가의 감독의 데뷔작이다. <뜨거운 피>는 김언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기 때문에 소설과 영화를 비교하면서 봐도 재밌을 것 같다. 또한 이미 여러 작품에서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정우, 김갑수, 최무성, 지승현, 이홍내 배우가 만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벨파스트
출처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98분
감독: 케네스 브래너
출연: 주드 힐, 케이트리오나 발피, 주디 덴치 등
개봉: 2022월 3월 23일
배급사: 유니버설 픽쳐스
줄거리
맑은 날이면 골목에 나와 음악과 함께 춤을 추고 해질녘엔 큰 소리로 아이들을 불러 저녁을 먹는... 모두가 서로의 가족을 알고 아끼던 1969년의 벨파스트. 종교 분쟁은 벨파스트 사람들을 불안과 공포에 빠뜨리고 가족과 짝사랑하는 소녀, 그리고 벨파스트의 골목이 전부였던 9살 버디의 세계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관전 포인트
239번 노미네이트되고 그중 45상을 수상한 작품 <벨파스트>. 27일 열리는 오스카에서도 7번 노미네이트되어 어떤 상을 수상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됐다. 이 영화는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내 관객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선물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사운드트랙 #1
출처 | 디즈니+ 코리아 인스타그램
개요: 음악 | 한국 | 4부작
감독: 김희원
출연: 박형식 한소희 등
공개: 2022월 3월 23일
스트리밍: 디즈니플러스줄거리
20년 지기 절친인 두 남녀가 2주 동안 한 집에 ㅁ물게 되면서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로맨스 뮤직 드라마.
관전 포인트
디즈니플러스는 드라마 공개에 앞서 미리 음원을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선공개했다. 노래를 미리 들은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함과 동시에 기대감 또한 커져갔다. 두 남녀가 어떻게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지, 또 미리 공개된 음악이 어떻게 쓰였는지에 초점을 맞춰 드라마를 보면 재밌을 것 같다.
킹 리차드
출처 | 네이버 영화개요: 가족 | 미국 | 144분
감독: 레이날도 마르쿠스 그린
출연: 윌 스미스, 언자누 엘리스, 사니야 시드니 등
개봉: 2022월 3월 24일
배급사: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줄거리
이미 아이가 태어나기 2년 전, 78페이지에 달하는 챔피언 육성 계획으로 무장한 리차드 윌리엄스는 두 딸 비너스와 세레나를 역사의 주인공으로 만들기로 결심한다. 두 소녀는 아버지의 불굴의 헌신, 그리고 어머니의 균형 잡힌 시각과 면밀한 통찰력 아래 컴튼의 형편없는 테니스 코트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연습을 거듭하며 부정적 예측과 전혀 이겨낼 수 없을 것 같던 불리함을 극복해 나간다. 불굴의 결단력과 조건 없는 믿음으로 가장 위대한 두 명의 전설적 스포츠 선수를 탄생시킨 한 가족의 감동적인 여정.
관전 포인트
<킹 리차드>는 134번의 노미네이트, 41번 수상으로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작품 역시 오스카에서 6부문 노미네이트가 돼 어떤 상을 수상하게 될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 영화는 윌리엄스 자매의 이야기를 담은 실화 바탕 영화이다. 실제 이야기를 먼저 알아보고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거스트 버진
출처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스페인 | 129분
감독: 호나스 트루에비
출연: 잇사소 아라나, 이자벨 스토펠 등
개봉: 2022월 3월 24일
배급사: 엠엔엠인터내셔널
줄거리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8월의 마드리드 대부분 더위를 피해 휴가를 떠나지만 33살의 에바는 마드리드에 남기로 한다. 그녀는 축제로 들뜬 도시를 거닐고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의 존재에 대해 자문한다.
관전 포인트
현재 <어거스트 버진>은 토마토 신선도 91%로 굉장히 높은 점수를 유지하고 있다. 이 영화는 칼로비바리영화제에서 FIPRESCI 상과 스페셜 멘션 상을 수상했고, 그 외에 다른 영화제에서 3번 수상을 하였다. 내가 누구인지, 자신을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다.
파친코
출처 | Rotten Tomatoes
개요: 드라마 | 한국 | 8부작
감독: 코고나다, 저스틴 전
출연: 이민호, 김민하, 윤여정, 정은채, 정웅인 등
공개: 2022월 3월 25일
스트리밍: 애플 티비 플러스
줄거리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가 원작인 이 대하드라마는 고국을 떠나 억척스럽게 생존과 번영을 추구하는 한인 이민 가족 4대의 꿈과 희망을 기록한다.
관전 포인트
총 8부작으로 이루어진 <파친코>. 1~4화는 영화 <콜럼버스>의 감독 코고나다, 5~8화는 영화 <푸른 호수>의 감독 저스틴 전으로 나누어 제작했다. 두 감독의 연출이 매끄럽게 연결됐을지가 궁금하다. 또한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윤여정, 이민호 배우가 출연하면서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아이스 에이지 : 벅의 대모험
출처 | 디즈니+ 코리아 인스타그램 / 유튜브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81분
감독: 존 C. 돈킨
출연: 사이먼 페그, 우카시 암부카, 빈센트 등
공개: 2022월 3월 25일
스트리밍: 디즈니플러스줄거리
거대한 빙하 아래 숨겨져 있던 세상 `잃어버린 세계`의 와일드한 애니멀 히어로 `벅`과 그에게 복수를 꿈꾸는 공룡 `오슨`의 불꽃 튀는 대결과 모험을 담은 스펙터클 어드벤처
관전 포인트
6년 만에 나온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의 6번째 영화이다. 전 시리즈였던 5편의 성적이 좋지 않아, 이번 6번째 시리즈가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시리즈의 주인공인 벅의 목소리는 앞선 시리즈와 동일하게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 <레디 플레이어 원>의 주연을 맡았던 '사이먼 페그'가 연기했다.
브리저튼 시즌 2
출처 | 넷플릭스 인스타, 유튜브
개요: 로맨스 | 미국 | 8부작
감독: 크리스 벤 듀즌
출연: 피비 디네버, 레게 장 페이지 등
공개: 2022월 3월 25일
스트리밍: 넷플릭스
줄거리
진실한 애정과 끈끈한 유대로 맺어진 브리저튼 가문의 8남매. 그들이 런던의 상류사회에서 사랑과 행복을 향한 여정을 떠난다. 줄리아 퀸의 베스트셀러 소설 시리즈 원작.
관전 포인트
넷플릭스 유튜브에 공개된 <브리저튼> 시즌 2 예고편이 공개 13일 만에 398만 조회 수를 돌파했다. 조회 수에서 알 수 있듯이 <브리저튼>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즌 2는 브리저튼 가문의 장남인 '앤소니'가 주인공인 '나를 사랑한 바람둥이'를 바탕으로 제작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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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군 | 박훈정의 필모그래피가 여기서 모인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국정원 요원 '최 국장'(김선호)의 주도로 비밀리에 진행하던 폭군 프로젝트. 바이러스를 사람에게 주입해 초인을 만들려는 프로젝트가 미국 정보기관에 발각됐다. 이에 최 국장의 반대 파벌인 '사 국장'(김주헌)과 미 정보기관 담당자인 '폴'(김강우)은 폭군 프로젝트를 폐기하고 남은 샘플을 미국 측에 넘기라고 압박한다.
이에 최 국장은 샘플을 빼돌리는 작전을 실행에 옮기지만, 작전에 참여한 킬러 '채자경'(조윤수)이 샘플을 빼돌리는 사고가 발생한다. 국정원과 폴이 눈에 불을 켜고 샘플을 찾아 나선 가운데 은퇴한 요원 '임상'(차승원)도 최 국장의 지시를 받아 자경과 샘플을 추적하기 시작하고, 자경은 곧 죽을 위기에 처한다.
박훈정 필모의 두 핏줄
<신세계>와 <마녀> 시리즈. 감독 박훈정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두 작품 덕분에 박훈정 감독은 흔히 누아르 혹은 액션 전문 감독으로 여겨지기 쉽다. 개봉한 지 10년이 지나도록 팬들이 속편을 기다리는 <신세계>의 임팩트도 강할뿐더러, 근래 공개된 작품 모두 비슷한 결이니까.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낙원의 밤>, 작년 여름에 개봉한 <귀공자>까지 전부 누아르 작품이니 이상하지는 않다.
그런데 박훈정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대중에게 어필하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꾸준히 이어지는 주제의식 혹은 메시지를 찾을 수 있기 때문. <대호>와 <브이아이피>가 대표적이다. 소재나 장르 면에서는 아무 공통점이 없지만, 세부적으로는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두 작품 모두 한국을 억압하는 외부의 적을 무찌르는 영화다. <대호>는 일제강점기의 일본군을, <브이아이피>는 21세기의 미국을.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디즈니+에서 공개된 박훈정 감독의 4부작 드라마 <폭군>은 흥미롭다. 두 갈래로 나뉘었던 그의 필모가 <마녀> 시리즈의 스핀오프에서 접점을 찾은 듯 보이기 때문. 그간 빛을 못 본 방계 작품의 메시지와 플롯을 직계라고 할 수 있는 <마녀> 시리즈의 세계관 속에서 절묘하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여성 누아르라는 직계
<폭군>의 네 주인공이 얽힌 플롯을 보면 그 접점은 쉽게 드러난다. 우선 자경과 임상의 플롯은 <마녀> 시리즈와 직접 맞닿아 있다. 자경은 '연모용'(무진성)의 의뢰로 참여한 작전에서 작전 목표였던 폭군 프로젝트의 샘플을 몰래 빼돌린 킬러다. 임상은 폭군 프로그램의 비밀을 알게 된 이들을 상부의 지시대로 제거하는 요원이다. 곧 임상이 자경을 추적하는 이야기는 숨어 있거나 탈출한 초능력자를 쫓는 <마녀>의 플롯과 유사하다.
특히 이들이 주로 보여주는 액션 시퀀스는 이 작품이 <마녀>의 세계관임을 누구보다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음.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임상과 자경이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싸우는 장면을 보면 초능력만 없을 뿐 연출이나 카메라워크가 <마녀> 속 액션 시퀀스와 유사하다. 자경이 폭군의 샘플을 자신에게 주사한 후 초인으로 거듭나 자유롭게 괴력을 자유롭게 활용할 때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또 두 캐릭터 역시 박훈정 감독이 그간 자신의 누아르 영화에서 보여준 캐릭터와 꼭 닮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임상은 <낙원의 밤>에 등장한 '마 이사'와 유사하다. 배우도 같고, 과할 정도로 정중하지만 폭력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 꼭 닮았다. 다만 퇴장이 다소 부자연스럽고 임팩트가 덜했던 마 이사와 달리 임상은 마지막까지 캐릭터성을 유지한 채 의미심장하게 퇴장했다는 차이가 있다. 그 덕분에 다음 이야기도 기대할만하다.
이에 더해 누아르 영화에 어울리는 여성 캐릭터를 유달리 잘 만드는 박훈정 감독의 솜씨는 여전하다. <마녀> 1편과 2편의 '구자윤'(김다미)과 '소녀'(신시아), <낙원의 밤> 속 '재연'(전여빈)처럼 자경이라는 인물도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쌍둥이 오빠와 의식을 공유하는 이중인격 설정은 자칫 유치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자경, 쌍둥이 오빠, 폭군 셋이 자아를 공유하는 장면의 복선으로 작용하면서 큰 임팩트를 남겼다.
민족주의라는 방계
반면에 자경과 임상의 충돌을 초래한 최 국장과 폴의 갈등은 첩보물에 가깝다. 특히 그들이 충돌하는 이유가 흥미롭다. 최 국장은 민족주의자다. 그가 속한 국정원 파벌은 미국이 한국을 억압한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그들은 핵무기나 IBCM을 개발해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했고, 폭군 프로그램 역시 그 일환이었다. 자연히 반대 파벌인 사 국장과 폴은 최 국장의 계획을 한미동맹과 미국의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해 막고자 한다.
그런데 이 구도는 <브이아이피>에서 이미 등장한 바 있다. 고위층 탈북자인 '김광일'(이종석)의 범죄를 두고 경찰, 국정원, CIA가 충돌한다. '채이도'(김명민)는 한국 내에서 벌어진 사건이니 경찰이 수사하겠다고 주장한다. '박재혁'(장동건)은 김광일의 범죄가 외교 문제가 되는 일을 막기 위해 국정원에서 조사하겠다고 맞선다. CIA의 '폴 그레이'(피터 스토메어)는 국정원의 역량을 의심하면서 김광일의 신병을 넘기라고 요구한다.
이때 김광일을 폭군 프로젝트로, 채이도를 최 국장으로, 박재혁을 사 국장으로, 폴 그레이를 폴로 바꾸면 곧 <폭군> 플롯이다. 또 어떻게든 폭군 프로젝트를 유지하려는 최 국장의 결연한 의지, 폴에게 역공을 가하는 전개도 박훈정 감독 전작과의 공통점이다. <대호>에서는 호랑이를 잡으려던 일본군에게, <브이아이피>에서는 김광일을 추적하던 CIA에게 조선의 사냥꾼과 국정원이 각각 선수를 쳐서 물 먹이는 것과 같은 전개다.
비록 대상이 되는 국가나 기관은 다르지만, 한국의 독자성을 강조하고 싶어 하는 사회적 주제나 코드는 일관되게 투영되는 셈이다. 단지 <마녀> 세계관에서 그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게 차이일 뿐이다. 이러한 시도는 꽤 효과적으로 몰입도를 높였다고 볼 수 있다. 장르적으로는 눈을 즐겁게 하고, 시의적으로는 한국의 핵무장 이슈와도 맞물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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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에는 의미가 있지만
이러한 의미에서 <폭군>은 박훈정 감독의 음과 양이 한 데 모여 조화를 이룬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장점이면서 동시에 단점이다. 만남 자체가 흥미롭지만, 만남 자체에만 의미를 부여하다 보니 자가복제 같은 지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상술했듯이 전반적인 스토리가 전작의 종합에 가깝고, 캐릭터 역시 전작에 등장한 인물들의 면면을 고스란히 본뜬 측면이 숨겨지지 않는다.
물론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곳곳에서 엿보인다. 영화가 아닌 시리즈로 공개한 게 대표적이다. <폭군>은 본래 극장에서 장편영화로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후반 작업을 거치면서 디즈니+에서 4부작 시리즈로 공개됐다. 그 덕분에 주연 4인방이 한 데 모이는 4화를 제외한 앞선 3개의 에피소드는 등장인물 소개 위주로 극이 진행된다. 이는 익숙함을 풍성한 디테일로 상쇄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시도는 되려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낳는다. 각 캐릭터의 특성과 매력은 확실하다. 박훈정 감독 작품 속 일부 캐릭터는 동기나 서사가 부자연스럽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폭군>의 주인공들은 예외니까. 하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영화였다면 긴박했을 각 인물의 서사가 늘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또 폭군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도 후반부에 가서야 나오기 때문에 다소 불친절한 것도 사실이다.
작가적 관점에서 <폭군>은 퍽 흥미롭다. <폭군>은 대중적으로 소구력이 없었던 <대호>와 <브이아이피>의 주제의식이나 플롯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 <마녀> 세계관과 결합시킨 결과물이다. 즉, 박훈정 감독이 잘하던 것과 그가 보여주고 싶던 것 사이에서 드디어 찾은 균형점인 셈이다.
그와 동시에 개선점도 확인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반복되는 플롯과 익숙한 캐릭터라는 틀을 깰 때 박훈정 감독의 세계관은 더 풍성해질테니. 희망이 없지는 않다. 박훈정 감독은 <브이아이피>에서 지나치게 도구적이고 잔인하다고 비판받은 여성 캐릭터 활용법을 <마녀>부터는 장점으로 바꿔 놓은 전적이 있기 때문. 향후 이어질 <폭군> 시리즈도, 더 나아가 <마녀> 세계관에 대한 기대를 품기에 충분한 이유다.
Acceptable 무난함
박훈정의 자가발전 혹은 자가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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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픈 이별을 겪는 우리가 유령이 된다면 어떨까
* 스포일러에 민감하신 분들은 영화를 보시고 감상해주세요!
작년 말 개봉한 루니 마라와 케이시 애플랙 주연의 '고스트 스토리' 보셨나요?
영화 '고스트 스토리'를 딘의 인스타그램을 시작으로,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 기형도의 '빈집'을 연관시켜 소개해드립니다.
아픈 이별을 겪는 우리는 모두 유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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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헐크버스터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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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6. 08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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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왓이프 아이언맨!
00:41 유출된 레고
02:32 왜 사카르에?
03:06 레고가 페이크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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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사라졌다! 평소와 다를 바 없던 귀갓길, ‘윌’(제라드 버틀러)이 주유를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아내 ‘리사’(제이미 알렉산더)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사소한 실마리조차 남기지 않고 증발한 ‘리사’ ‘윌’이 그녀를 찾기 위해 분투할수록 드러나는 증거들은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최악의 상황! 그녀를 찾을 때까지, 추격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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