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또비됴2024-01-29 18:06:45
애들은 가라~ 마블리 표 19금 액션
마블리의 주먹은 네버 다이!
<범죄도시> 시리즈의 마석도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생지옥에서 살아남았다면 이런 모습이었을까? <황야>는 국내 대표 프랜차이즈 영화 캐릭터의 장점과 우리나라 특징을 잘 살린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가져와 섞은 작품이다. 두 영화의 서로 다른 장점을 취했지만, 신선함은 떨어지고, 예상보다 캐릭터와 세계관은 잘 붙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본 이유는 딱 하나! 악어도, 갱단도, 돌연변이도, 심지어 미친 과학자도 주먹 하나로 때려잡는 마동석의 속 시원한 액션이다. 이번에도 액션으로 대동단결! 마동석의 주먹은 죽지 않는다.
대지진이 일어난 후, 세상은 무법천지로 변한 서울. 생지옥에서 살아남은 남산(마동석)은 지완(이준영)과 함께 사냥하러 다니고, 얻은 고기는 친딸처럼 여기는 수나(노정의)의 마을로 가져가 물물교환으로 판매한다. 어느 날, 수나 앞에 의문의 선생님(장영남)이 나타나고, 10대 청소년들이 인류의 미래라며 자신과 함께 물과 식량이 충분한 아파트로 가자고 제안한다. 아픈 할머니와 함께 좀 더 나은 곳에서 생활하기 위해 수나는 어렵게 이주를 결심한다. 하지만 그곳엔 미친 과학자 양기수(이희준)가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뒤늦게 이를 눈치챈 남산은 지완과 조력자 은호(안지혜)와 함께 아파트로 향한다.
<황야>는 그동안 마동석 표 액션 영화와는 같은 듯 다른 느낌을 준다. 기시감은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눈에 띈다. 바로 19금 액션과 다채로움이다. <범죄도시> 표 액션의 장점이자 단점은 타노스가 와도 마석도 형사의 원 펀치로 모든 게 정리된다는 것, 그리고 혼자 모든 적을 소탕한다는 것이다. 1편부터 3편까지 이 기조는 계속 반복되어 왔는데, 3편은 적의 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차별화를 보여줬지만, 그 효과는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
이번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이는 <범죄도시> 시리즈의 무술감독이었던 허명행 감독. 그동안 얻었던 시행착오를 통해 <황야>에서는 액션의 수위를 높이고, 다양한 액션을 구사하는 인물의 수를 늘린다.
양기수 박사의 미친 실험으로 파충류와 이종교배가 되어 찔리고 잘려도 재생되는 돌연변이들은 목이 잘려야 끝이 난다. 이런 설정을 통해 남산 이하 지완, 은호는 손에 피를 흥건하게 묻힌다. 특히 은호의 부하들이 갇힌 지하 감옥 장면에서 돌연변이와의 한판 대결은 이를 잘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지는 총격 액션은 보는 맛을 더한다. 감독은 캐릭터의 성격과 파워에 따라 각기 다른 총을 부여하고 그에 따른 액션을 선사한다. 더불어 총은 총알을 발사할 때만 사용하는 무기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게 하는 장면도 나온다.
마동석의 액션이 주를 이루기는 하지만, 주변 인물이 합세한 액션도 볼거리다. 특히 안지혜의 액션은 발군이다. 마동석의 액션은 무게중심을 땅에 박고 강한 파워로 적을 제압하는데, 안지혜의 액션은 긴 다리를 이용한 킥, 빠른 스피드와 지형지물을 이용한 액션을 구사하며 그 재미를 더한다. 극 중 군인 출신으로 나이프를 자유자재로 적의 몸에 꽂는 움직임이 너무 좋다. 뭐랄까. 마동석 사단 비장의 무기랄까. 다채로움 측면에서 그녀의 액션은 플러스 알파다.
이에 마동석 액션에도 다변화를 꾀한다. 전직 복서 출신으로 등장하는 남산은 아파트 복도에서 적과 대적하는데, 이때 등장하는 액션은 프로레슬링 기술이다. 달려가며 상대방의 목이나 가슴을 팔로 걸어서 넘어뜨리는 ‘클로스라인’ 등 마치 복도를 사각의 링처럼 사용한다. 복서보다 전직 프로레슬러 출신이라고 하는 게 맞을 정도. 더불어 치유 능력을 지닌 군인과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원 히어로 액션에 허들을 더 부여해 균형감을 맞추려고 했던 시도도 눈에 띈다. 물론, 그래도 마동석, 아니 남산이 이기지만 말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허명행 감독이 누구인가. <신세계>의 엘리베이터 액션 장면 <범죄도시2>의 버스 액션 장면을 만든 그는 좁은 공간에서 펼치는 액션에 일가견이 있다. 이번 영화에서는 아파트의 길고 좁은 복도를 배경으로 액션을 구사하며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보여준다. 빠른 카메라 워킹으로 속도감을 높이고, 액션과 사운드로 파워를 실은 장면들로 긴장감을 높이는 등 액션 장인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앞서 언급했지만 헐거운 스토리 짜임새, 디스토피아 영화에 자주 나오는 캐릭터들이 반복되는 듯한 느낌의 인물 설정, 강한 액션에 비집고 들어오는 유머, 잘 붙지 않는 <콘크리트 유토피아> 세계관 접목 등 종종 영화의 질주에 빨간불을 밝힌다. 하지만 이 영화의 중심은 액션! 액션! 액션! 허명행 감독은 불도저처럼 뚝심 있게 액션으로 밀고 나간다. 그에게 필요한 건 흡입력 있는 이야기보다 기시감을 줄일 수 있는 참신한 액션이다. 오는 5월 개봉 예정인 <범죄도시 4>에서는 어떤 액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기다리는 동안 마블리의 19금 액션을 맛보기 바란다.
사진 제공: 넷플릭스
평점: 2.5 / 5.0
한줄평: 마블리표 액션, 못 먹어도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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