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노비스 (THE NOVICE , 2021)
"물 위로 흩어지는 광기 어린 숨결"
개봉일 : 2022.05.25.
등급 : 15세 관람가
장르 : 스릴러
러닝타임 : 97분
감독 : 로런 해더웨이
출연 : 이사벨 퍼만, 에이미 포사이스
개인적인 평점 : 3.5/5
쿠키 영상 : 없음
더 노비스 줄거리
대학 신입생 ‘알렉스’는 교내 조정부에 가입한 후 동급생 ‘제이미’에게 경쟁심을 느낀다. 늘 최고를 갈망하는 ‘알렉스’는 팀 1군에 들기 위해 훈련을 거듭하고, 스스로를 극한으로 내몰기 시작하는데···
네 미친 짓으로 최고를 증명해 봐!
우리는 평생 다른 이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감과 동시에 그들과 끊임없는 경쟁을 벌인다. 노력형이든 타고난 천재든 상관없이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그 분야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람, 1등,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사람뿐이다.
<더 노비스>는 선천적인 재능이 없는 대신 흔히 말하는 악바리 근성이 넘치는 주인공 '알렉스’의 질주를 담은 영화다. 알렉스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막 대학에 입학한다. 고등학교에선 가까운 동네 친구들끼리만 경쟁을 펼쳤고, 그는 교내에서 1등을 놓치지 않는 수재였다. 하지만 대학교에 오니 알렉스처럼 수재라고 불렸던 학생들이 바글바글한 거다. 알렉스는 더 노력하지 않으면 1등을 놓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전보다 더 큰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새롭게 가입한 교내 조정부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진 동급생 '제이미’를 만나며 그 불안감은 독기로 변하게 된다.
다시 만나보고 싶었던 배우 이사벨 퍼만
<더 노비스>는 개봉을 앞두고 올해 전주 국제영화제에서 선공개되었다. 영화제에서 무슨 영화를 볼까~ 한참 고민하던 찰나, "<오펀: 천사의 비밀> 그 여주인공이 나오는 신작도 상영한대!" 하는 소문을 듣고 이 영화 근처를 기웃기웃거렸는데 도저히 스케줄이 나오지 않아 만약 정식 개봉을 한다면 꼭 챙겨보자고 다짐했었다. (그 당시엔 정식 개봉 소식을 나만 몰랐었다..)
<더 노비스>를 기대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이 영화를 통해 데뷔한 로런 해더웨이 감독이 스스로 이 작품을 "조정을 소재로 한, <블랙 스완>의 느낌이 드리워진 <위플래쉬>"라고 소개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이사벨 퍼만이라는 배우 때문이었다.
대략 10년전 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필모를 훑어보다 그가 <오펀: 천사의 비밀>이라는 영화의 제작에 참여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어? 레오가 제작한 거면… 볼만하지 않을까?" 하며 용감하게 이 영화에 도전했었다. 그리고 아주 많은 관객들이 그러했듯 큰 충격에 빠졌고 이사벨 퍼만이라는 배우에게 의구심을 가졌었다. "이 사람… 나이 속인 거 아냐?"하고. 분명 아이 같은데, 아이가 맞는데… 아이가 아닌 것 같은 그의 연기에 충격을 넘어 의심이 들었던 거다.
이사벨 퍼만은 그 이후로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지만, 국내에서 크게 이슈가 되었던 작품이 많이 없었기에 나에게 이사벨 퍼만의 이미지는 '오펀 그 배우’였다. 근데 그런 그가 <위플래쉬> + <블랙 스완> 같은 영화의 주연으로 나온다니. 이번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스로의 목을 조이며 나아가는 경주
광기와 독기. 그리고 약간의 호흡곤란. <더 노비스>라는 영화를 짧게 표현하자면 이 세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물 위에 떠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결승선을 향해 손을 갈고 위안에 든 모든 것을 토해내는 주인공 알렉스의 모습은 멋지다 못해 지독하게 느껴진다.
아무리 해당 종목을 사랑한다 해도 끝없는 극한의 경쟁 속에서 부담감,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는 선수는 없을 것이다. 하나의 팀에서도 1군이 있고, 2군이 있고, 또 대표가 있다. 알렉스는 학교를 대표하는 대표 선수가 되기 위해 훈련에 매진한다. 하지만 알렉스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체구가 작았고, 그만큼 힘도 약했다.
그런 그의 옆에 있는 제이미는 알렉스보다 체구도 크고 어릴 때부터 여러 운동을 접하며 자라 뛰어난 운동 신경을 자랑하는 팀의 에이스다. 이미 자신의 입지를 확보한 제이미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훈련에 참여한다. 알렉스는 제이미에 대한 열등감, 1등에 대한 열망을 불태우며 타고난 그의 재능을 이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갈아 넣는다.
대표팀 멤버가 되지 않을 수 없었던 제이미와 예비역으로 대기하다 겨우 기회를 잡은 알렉스. 같은 훈련 과정을 밟고 있지만 두 사람의 표정과 행동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타고난 천재와 노력형 수재. 겉으로 보기엔 같은 배에 앉아 같은 박자로 노를 젓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렉스는 제이미와 함께 대표팀 자리에 앉기 위해 숨 쉴 틈 없이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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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같지만
제이미와 알렉스는 마치 달리기 경주에 참여한 토끼와 거북이 같다. 타고난 달리기 실력으로 여유롭게 결승선을 향해가는 토끼 제이미와 제이미가 푹 자고 있을 시간에도 열심히 훈련하는 거북이 알렉스. 근데 <더 노비스>에서 볼 수 있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는 우리가 알고 있는 우화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영화의 초반, 열등감을 갖고 있는 알렉스가 열심히 훈련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노력해서 결국 제이미보다 더 팀에서 촉망받는 선수가 되려나?'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알렉스의 목표가 팀의 1군, 대표 선수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알렉스는 그저 어떠한 방식으로든 이 팀에서도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싶은 사람처럼 보인다.
알렉스의 목표는 팀의 단합, 팀의 우승보단 어찌 됐든 내가 젓고 있는 배가 1등으로 결승선에 통과하는 것이다. 팀의 단합보단 나의 1등을 향해 달려가는 그의 모습에 누군가는 훈련을 열심히 한다며 박수를 치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혼자만 아는 재수 없는 놈이라며 욕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그 사이에서 몇 번의 감탄과 탄식을 내뱉었다.
영화의 장단점
<더 노비스>는 알렉스의 불안감과 초조함을 시각, 청각을 이용해 탁월하게 표현한다. 알렉스의 몸에 흐르는 땀과 그의 눈빛, 마치 세상에 홀로 남은 것처럼 느껴지는 훈련 장면, 조각난 채로 환각처럼 지나가는 순간들, 긴장감을 끌어올려줌과 동시에 관객을 더욱 지치게 만들기도 하는 음악의 사용까지. 마치 알렉스의 불안한 마음속에 발끝을 몇 번 담가보는 느낌을 선사하는 탁월한 화면 구성이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이다.
그에 반해 최대 단점이라면 이 이야기는 감탄과 탄식을 불러오긴 하지만 커다란 짜릿함을 주진 못한다는 것이다. 영화 내내 학교에선 공부로 경쟁하고, 새벽, 늦은 밤 할 것 없이 훈련을 반복하고, 숨쉴틈 없이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넣는 알렉스의 일상이 이어진다. 주인공의 치열한 일상을 함께 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그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게 되기 마련인데, <더 노비스>의 엔딩엔 그런 보상이 없다. 상쾌한 해방이라든가, 끝내 승리하는 모습이라든가. 아니면 광기에 절여진 비극적인 결말이라든가. 딱 정해진 무언가가 있으면 탁! 정신이 환기되는 느낌이 들 텐데 어째 영화 내내 알렉스의 광기에 이리저리 휘둘리다 끝나버리는 느낌이랄까. 알렉스가 결승선을 끊으며 주체적으로 만들어낸 엔딩이긴 하지만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 위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