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란2024-02-05 17:27:04
빨판과 고질라 그 무엇들보다 <커튼콜>
언제든 절망을 희망으로 읽을 수 있는 자
*영화추천*
<커튼콜> Curtain Call, 2016
감독: 류훈
빨판과 고질라, 그 무엇들보다
그는 한때 셰익스피어를 쪽쪽 빨아먹는 빨판이라 불렸다. 연극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기대주이자 모든 동료의 눈과 입에 요란하게 걸릴 인재이기도 했다. 그의 친구는 맛깔난 애드리브로 연극판을 씹어먹는 고질라였다. 빨판과 고질라, 민기와 철구, 두 친구는 자칭, 타칭 천재 연출가와 배우, 그보다 더한 수식어가 따라붙어도 이상하지 않을 ‘예술가’가 될 참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매섭고 서글프다. 빨판은 ‘하느냐, 마느냐’에 철학을 욱여넣은 삼류 에로 극단 ‘민기’의 연출가가, 고질라는 식대 영수증만 보면 애드리브가 폭발하는 프로듀서가 됐다.
꼭 꿈과 현실 중 하나를 택한 것처럼 보이지만 착각이다. 두 친구는 셰익스피어와 에로 중간에 서서 그 무엇도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중이다. 극단에 소속된 단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자신들의 암울한 속사정이 무대 위에 난잡하게 흩어져 있는 걸 알지만, 굳이 치우려 하지 않는다. 눈앞에 보이는 절망이 때론 답답한 현실을 살아가게 하는 수단이 된다는 걸 알고 있고, 무엇보다 무대에 올라간 ‘내가’ 그것들보다 훨씬 더 소중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물론 극단 민기의 햄릿은 엉망진창이다. 정말 배꼽 빠지게 웃긴다. 단원들의 숨 막히는 실수는 끊이질 않고, 우리가 알던 햄릿은 점점 요상해지지만, 실없거나 우습지 않다. 오히려 놀랍다. 한없이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졌던 햄릿이 순식간에 수백 개의 질문을 머금고 원래 제 무게를 찾는 순간, 우린 <커튼콜>이 대극장에 오른 연극이었음을 깨닫는다.
힘들 때 웃는 자가 일류라고 했던가. 아니다, 진짜 일류는 어쩔 수 없음을 어쩔 수 없음으로만 받아들이지 않는 자다. 세상 복잡하고 어려운 질문은 날려버리고 무작정 끝을 보는 자, 언제든 절망을 희망으로 읽을 수 있는 자, 갑자기 ‘죽느냐, 사느냐’가 ‘하느냐, 마느냐’로 들려도 전혀 개의치 않는 자, 바로 ‘민기’ 같은 사람들이다.

위로든 힐링이든 힘이 든 뭐든 다 좋다. 빨판과 고질라 같은 것들이 주는 위세보다 더 강렬하고 곧은 나만의 심지를 확인했으면 한다. 그런 커튼콜이라면 몇 번이고 반복돼도 좋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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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렸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영화관이 아닌 IPTV를 통해 영화를 접했다. 당시에 영화를 보고, 단순한 생존 표류기 영화는 아닌 거 같고 도대체 무슨 결말인가를 고민한 기억이 난다. 2번째로 접한 지금, 아직도 이 영화가 말하는 주제를 명확하게 내리긴 힘들다. 하지만, 지금 느낄 수 있는 건 이 엄청난 CG 기술력과 장엄한 바다를 한 번도 영화관 스크린을 통해 보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이었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라이프 오브 파이> 네이버 스틸컷
기술력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벵갈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바다의 CG 연출은 대단하다. 진짜 호랑이보다 더 사실적인 움직임과 무언가 감정을 표현하려는 듯한 표정은 소년 파이(수라즈 샤르마)가 리처드 파커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흥미롭게 하는 요소로써 영화에 몰입도를 더한다.
바다의 CG는 더욱 거대한 망망대해로 만들어 소년 파이와 리처드 파커 둘만이 있게 보이는 효과를 보인다. 또한, 햇빛에 반사되어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없어지는 장면이나 해파리가 가득한 밤바다 풍경 속 갑자기 등장하는 고래 장면 등은 영화의 영상미와 그래픽의 화려한 연출이라고 볼 수 있다. 놀랍다.
그리고 중간중간 화면 비율의 변화에 따라 그 장면에 대한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가령, 날치 떼가 등장하는 장면일 때 1.85:1에서 갑자기 2.35:1 화면 비율로 바뀌어 수많은 날치 떼들의 역동성을 느낄 수 있고, 구조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떠나버린 배를 보내며 망연자실한 파이네 배를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평면 장면은 화면 가로 비율을 확 줄임에 따라 더 이상 희망이 없어 보이는 파이네 배를 느낄 수 있는 동시에 유유자적 움직이는 바다생물들의 여유로움이 빨리 이 바다를 탈출하고픈 파이의 심정과 대비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비뉴슈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신이자 파이가 믿고 있는 신들 중 한 명인 신이다. 비뉴슈는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중요한 신으로 등장한다. 초반 어린 파이가 읽고 있는 만화책에서 비뉴슈 입에 있는 거대하고 찬란한 우주가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이는 중반부에서 파이가 바다에 표류하던 중, 해파리가 뿜는 빛이 바다에 퍼지며 마치 비뉴슈 입 안에 들어있는 거대한 우주를 연상케 하는 바다 장면이 등장한다. 초반 만화책에 등장하는 비뉴슈의 입 속 우주가 떠오르는 장면이다. 그리고 중후반부에 등장하는 식인 섬의 형상은 마치 사람이 누워있는 형상을 띠고 있는데, 이는 곧 비뉴슈가 누워있는 장면으로 추측할 수 있다. 식인 섬의 존재는 파이가 바다에 표류하면서 마침내 육지를 밟아 표류하면서 큰 도움을 준 파이의 구세주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밤이 되면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 섬이 되어 파이를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가 되기도 한다. 신의 이중적인 모습을 표현하는 장면이다.
믿음
"신의 문제도 믿음의 문제죠"라고 말한 파이의 대답에서 신앙과 이성의 믿음, 종교와 과학의 믿음에 대해 영화를 본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또한, 후반부 장면에 파이가 사람 버전으로 말한 이야기와 전체적으로 말하고 있던 동물 이야기 중 어느 것이 진짜일까라는 질문을 통해 우리가 영화를 보며 느꼈던 두 가지 버전 중 선택을 제시해 영화를 보고 자신이 느낀 믿음을 표현하게 한다. 우리가 믿고 있는 이 믿음은 상대적이다. 그리고 생존과 죽음의 믿음, 공존과 분열의 믿음 등 어찌 보면 믿음이라는 것은 선택의 기로로 얻은 부산물일 수도 있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그 믿음을 한번 더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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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또 다른 영화적 실험
넷플릭스 신작 <히트맨>이 화제를 모은 건 단연 글렌 파월이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스타 중 한 명인 그는 왜 자신이 수많은 제작사에서 러브콜을 받는지 이 영화를 통해 보여준다. 하지만 이 작품이 글렌 파월만의 영화는 아니다. 메가폰을 잡은 이가 다름 아닌 <비포> 시리즈 <보이후드>의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기 때문. 그의 필모그래피 중 대중성을 많이 고려한 영화임은 틀림없지만,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며, 전작에 이은 실존주의 실험을 진행하고 이를 증명한다.
| 실화, 그리고 <잠복근무>?
딱 봐도 평범한 대학 심리학 교수 게리(글렌 파월). 하지만 특별한 점이 하나 있으니 뉴올리언스 경찰서에서 히트맨(살인 청부업자)으로 활약한다는 점이다. 원래는 엔지니어로 이 작업에 참여한 그였지만, 우연히 히트맨 역을 맡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숨은 재능을 발견하고, 불법인 청부 살인을 의뢰한 이들을 잡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다. 주위에서 잘한다고 하니 자신도 더 잘하고 싶어 청부 살인 의뢰자들의 SNS을 참고, 그에 맞게 매번 다른 히트맨을 연기한다. 그런 그가 단 한 번 삐끗한다. 가정 폭력에 시달려 남편을 죽여달라는 의뢰를 한 매디슨(아드리아 아르호나)를 만난 그는 첫눈에 반한다. 그리고 매디슨에게 살인 보다 이혼을 택하라 얘기한다. 임무 실패! 하지만 그 인연으로 개리는 매디슨과 연인으로 발전한다. 물론 게리가 아닌 히트맨 ‘론’으로 말이다. 그러나 거짓말은 언제나 들통나는 법. 그의 인생에 최대의 위기가 닥친다.
<히트맨>의 시작은 심리학 교수이자 오랜 시간 동안 60여 명을 체포하는 데 도움을 준 언더커버 경찰 게리 존슨의 이야기가 담긴 기사였다. 오디오, 비디오 장비 전문가이자, 새를 좋아하고 선불교 신자이기도 한 그는 영화처럼 사건에 맞춰 다른 인물이 되는 데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다고 한다. 이 기사를 접한 글렌 파월, 그리고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함께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이 실화를 기반으로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느와르와 스크루볼 코미디의 요소를 접목한 <히트맨>은 사랑하지 말아야 할 의뢰인과 사랑에 빠진 킬러의 이야기라고 축약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보고 1987년 작인 존 바담 연출, 리처드 드레이퍼스, 에밀리오 에스테베즈, 매들린 스토우 주연의 <잠복근무>가 생각났다. 교도소를 탈출한 흉악범을 잡기 위해 애인인 집 근처에서 잠복근무한 경찰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그녀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인 이 영화는 액션, 서스펜스, 로맨스, 코미디가 조화를 이뤄 흥행에 성공, 이후 속편까지 제작되었다.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기존에 사랑받았던 장르적 외형을 가져와 믹싱하는 데 성공한다. 초반부터 따라가는 게 큰 무리 없었다면 이 공략이 제대로 먹힌 것. 본 게임은 이후부터다. <히트맨>의 장점은 장르 영화로서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감독은 장르적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이 부분에 변주를 가한다. 그 예로 장르영화에서 마주했던 ‘킬러(또는 빌런)’의 이미지를 살짝 비튼다. 게리가 연기한 킬러의 모습은 우리가 영화에서 봤던 킬러의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한다. 게리는 <아메리칸 사이코>의 패트릭(크리스찬 베일), <자칼의 날>의 자칼(애드워드 폭스), <킬링 소프틀리>의 잭키(브래드 피트) 의 느낌으로 변하는데, ‘이 모습이 바로 킬러지!’ 라고 말하는 것처럼 의뢰인은 게리의 이 모습에 신뢰하고 의뢰비를 준다. 이후 의뢰인들은 경찰에 수감된다. 마치 자신이 믿고 있는 이미지에만 현혹되어 실리를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을 비꼬는 느낌이랄까. 장르 영화임에도 이런 비트는 구석이 있는 걸 보면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선댄스 대표 감독이었다는 걸 상기시킨다.
| 세상은 변해도 나는 변하지 않는다!
감독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그동안 꾸준히 실험하고 증명했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또 한 번 내놓는다. 전작을 살펴보면 극 중 주인공들은 시간과 공간이 변함에도 인간의 정체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 왔다. 특히 영화 내외적으로 물리적인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에 따른 장소와 환경이 변했음에도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인물의 정체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는 <비포 선라이즈>부터 <비포 선셋>까지 제시(에단 호크)와 셀린(줄리 델피)를 통해, 실제 12년 동안 촬영한 <보이 후드>의 메이슨(엘라 콜트레인)을 통해 잘 보여줬다.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고, 외형이 변해도, 삶의 환경이 달라져 생각이나 감정 표현이 달라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정체성은 고스란히 남겨져 있는 것. 제시와 셀린의 변하지 않는 사랑처럼, 메이슨의 긍정적 삶의 태도처럼 말이다.
감독은 다양한 인물(혹은 정체성)을 연기하는 게리를 통해 그 역이 게리인가 아닌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극 중 메디슨이 사랑하는 인물은 게리가 아닌 게리가 연기한 론이다. 그럼 섹시미가 듬뿍 담긴 이 킬러를 좋아하는 메디슨은 너드미가 철철 넘치는 게리를 좋아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물음에 다다른다. 감독은 그가 바라는 자아를 쟁취했을 뿐, 그 주체가 게리인 것은 변함이 없다고 말한다. 이런 의도에 편승하듯 메디슨 또한 시행착오를 겪지만 론을 연기한 게리를 사랑한다. 물론, 그가 사랑하는 건 론의 매력이 합쳐진 게리의 모습이긴 하지만 말이다.
감독은 실존주의에 입각해 각자의 현실은 시간에 따라, 장소에 따라, 누구를 만나냐에 따라 변화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바라는 자아를 쟁취하라고 강조한다. 마치 게리가 론의 캐릭터를 쟁취한 것처럼 말이다. 그에 맞춰 달라진 모습이 생경하다 하더라도 그 주체는 변함이 없으니까 걱정말라고.
| 글렌 파월의 연기에 흠뻑 빠지다!
감독의 이런 영화적 실험이 좀 더 흡입력 있게 다가올 수 있었던 건 글렌 파월의 팔색조 연기다. 왜 이제야 빛을 보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그는 이 영화에서 펄펄 난다. 직접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제작에도 참여한 그는 그동안 자신이 연기해 보고 싶었던 강렬한 캐릭터를 매번 바뀌는 히트맨 역할로 대신하는 느낌이다. 보는 눈이 즐겁다. 특히 여성 관객들에게는 선물과 같은 연기일 듯.
그와 호흡을 맞춘 아드리아 아르호나의 연기도 일품이다. 어리숙하면서도 섹시한 느낌을 전하고, 어떤 행동을 할지 가늠이 가지 않는 팜므파탈 연기를 능숙하게 해낸다. 특히 게일의 감춰진 자아인 론을 끄집어 내어 세상에 빛을 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남성 캐릭터를 돋보이는 여성 캐릭터로서 소비되지 않는다. <6 언더그라운드> <모비우스> 등 다수의 작품을 거처 이제야 자신의 연기를 잘 보여줄 수 있는 대표작을 만난 듯 보인다.
극 중 ’세상에 맛없는 파이는 없다’는 대사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이는 영화의 주제로도 활용되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새로운 파이(혹은 세상)를 마주했을 때 두려워 말고 도전하라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은 쉬이 사라지지 않으니 걱정 붙잡아 두라고. 어쩌면 이 말은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리고 이 영화를 넷플릭스로 만날 전 세계 관람객들에게도.
사진제공: 넷플릭스
평점: 3.5 / 5.0
한줄평: ‘세상에 재미없는 영화는 없다’는 1960년생 감독의 의미 있는 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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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루먼쇼>
<트루먼쇼>
" 시간이 한참 지나 의미가 보이는 만큼 재미있어야 진짜 명작이다. "
<트루먼 쇼> 어디서부터 이야기 해야할까. 짐 캐리의 명연기? 세간을 뒤흔든 신선한 소재? 곳곳에 숨은 미장센? 감독의 연출력? ... 이 모든 것이 한 데 어우러지면 이런 명작이 나오게 되는 걸까. 처음 <트루먼 쇼>를 봤던 날 느꼈던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사람들이 제 각기 살아가면서 한 번쯤 떠올려보는 '사실 내 삶이 조작된 게 아닐까?' 라는 가벼운 상상력이 이토록 멋진 영화로 연출되다니, 현대에도 신선한 이 영화, TV와 뗄 수 없는 삶을 살았던 1998년도에는 얼마나 더 큰 파급력을 일으켰을지 말로 설명할수록 부족할 뿐이다. 방송학을 전공하거나, 미디어 관련 쪽의 강의를 한 번이라도 들어봤다면 이 영화를 빼놓을 수 없다. 그만큼 영화 자체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와 의미가 강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여전히 명작으로 불리우는이유 중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재미있다'는 점이다. 개봉한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말이다.
만약 당신의 삶이 모두 거짓이었다면? 당신이 살아온 그 무수한 삶들이 사실은 조작된 것이었다면 당신은 어떨까. 허망할까, 아니면 분노하게 될까. 영화는 본질적인 존재 '당신'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생각해보자,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도 알고보니 배우였고 어린시절 당신을 힘들게 했던 트라우마도 각본이었다. 당신을 사랑한다고 했던 말이 연기였을 뿐이고 사건은 시간에 맞게 적절히 맞춰 일어난 것 뿐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이 때마다 느꼈던 그 감정은 진짜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짜여진 대로 맞춰가야 했던 당신의 삶 속, 당신이 한 생각과 느낀 감정들이 과연 진짜라고 대답할 수 있는가 말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고 말했던 데카르트의 말처럼 트루먼(짐 캐리) 또한 거짓들로 가득 찬 세상에서 자신의 삶만이 진짜임을 증명하기 위해 생각하고 행동한다. 적어도 영화 속 주인공의 생각만큼은 거짓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영화 속 이야기가 굉장히 잘 짜맞춰져 있다보니 스토리를 놓칠 겨를 없이 보는 재미가 있다. 초중반부에서는 잔잔하게 이어지는 듯 하지만 중후반부로 갈수록 스토리에 속도가 붙기 때문에 한 눈 팔 새 없이 순신각에 몰입하게 된다. 밝고 명량한 분위기와 다르게 간혹 섬짓한 장면들이 연출되기도 하는데 이런 장면들을 짜맞춰서 스토리를 읽어내는 것도 나름 큰 재미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스토리 자체가 촬영되고 있는 삶의 기록이기 때문에 꽤나 독특한 카메라 구도와 미장센의 연출을 보는데도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짐 캐리 특유의 유쾌한 연기와 배우들의 적절한 호흡이 영화와 잘 맞아 떨어지지 않나 생각이 든다. 스토리 흐름이 좀 억지스럽지 않나 느껴질수도 있지만 영화의 배경 자체가 만들어진 세상이다 보니 이것 또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된다.
영화가 미디어 시대에 대한 경각심을 드러냈다는 의견도 많은 편이다. 1998년이라면 TV 미디어가 가진 파급력이 워낙 강했던 때였고 빅 브라더에 대한 경각심도 강조되던 때였기 때문이다. 영화 속 트루먼을 바라보던 인물들도 시청자였지만 스크린 밖에서 영화를 본 관객들도 한 인간의 만들어진 삶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영화 속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네 삶에 시청자들은 미디어의 편집과 각색으로 만들어진 삶에 살고있다. 미디어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마치 우리네 삶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처럼 전파한다. 살인사건, 혐오전쟁, 전쟁, 테러 등 위험하고도 자극적인 뉴스가 방영되고 나면 우리네 삶을 위협하는 것 처럼 느껴지니까 말이다. 영화는 이러한 미디어가 만들어놓은 사회에서 벗어나 진짜 당신의 삶을 찾으라고 이야기한다. TV에서 고개를 돌리면 당신이 사랑하는 현실이 있고, 당신 스스로가 '당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삶에서 당신의 인생을 즐기라고 말이다. 영화 속 주인공이 죽음을 무릅쓰고 화면에서 벗어난 것처럼 미디어와 멀어진 지금의 삶이 불편할지언정 당신 또한 그렇게 벗어나라고 말이다. 시대를 흘러 이 영화가 더욱 회자되는 이유가 여기 있을지도 모른다. TV에서 발전해 스마트폰과 SNS 사회 속 작은 화면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인위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경고로 느껴질수도 있으니 말이다.
영화에서 주려는 메시지는 당신 스스로가 선택한 삶만이 오직 당신의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지금 세상이 조작된거야'라는 트루먼의 이야기에 부인, 동료, 친구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미쳤다라고 대답하고, 의구심에 못 이겨 여기저기 나서도 의도적으로 누군가 훼방을 놓는다. 여행을 가려해도, 도망치려 해도 마치 누군가 짠 것처럼 상황이 악화된다. 근데 왠지 모르게 이 상황이 묘하게 우리네 삶과 닮아있다. 당신이 무얼 도전하려고 했을 때 '미쳤다'라는 소리를 들었던 것처럼, 상황이 여의치 않아 주어진 기회를 포기했던 것처럼 말이다. 영화 속 주인공인 트루먼은 모든 것에 의구심을 품고 끈임없이 의심하고 진실을 찾기 위해 부딪히고 또 부딪혔다. 자기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어떠한 선택도 마다하지 않는다. 즉, 스스로의 가치관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포기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 넓은 세상에 거의 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람이 살아가며 고난을 겪는 게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부정당할수도 있고, 실패할수도 있다. 그럼에도 당신의 삶은 여전히 당신의 것으로 남아있다. 타인을 제쳐두고 당신만이 선택할 수 있으며 당신만이 결정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그 시간에 스스로를 믿는다면 당신 또한 '트루먼'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good afternoon, good evening and good night' ... 영화를 보지 않아도 이 대사와 장면 정도는 알고 있을것이다. 진짜가 아닐지도 모르는 세상으로 향하며 트루먼은 미소를 남긴채 떠난다. 자신을 고립시키고 조작된 삶을 살게한 PD를 분노하지도 않고, 자신의 삶을 그저 쇼 오락거리 정도로 봐왔던 사람들에게 원망하지도 않는다. 마치 진짜 드라마의 엔딩처럼 웃으며 작별을 고한다. 그의 마지막 대사가 무슨 의미였는지는 아직까진 나도 알 수가 없지만, 자신만이 살아온 자신 스스로의 삶은 진짜인 것처럼 작별을 고한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또한 스스로의 인생의 주인공이다. 누군가에 의해 설계된 삶이 아니라면 더 이상 의심할 나위 없다. 진짜 세상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편안한 환경을 벗어나, 불안할지도 모르는 미래로 떠난 트루먼처럼 당신도 스스로 고립된 삶에서 벗어나 주인공처럼 웃으며 대사를 외칠 때가 되었다.
명작을 볼 때에는 시간이라는 요소가 반영된다. 언제, 어느 시기에 보았는지에 따라 그 느낌이 천차만별이다. 어린 시절에는 TV속에서 탈출하겠단 의지를 가진 트루먼의 박진감과 짜릿함에 초점을 맞춰 보았고,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대중매체를 공부하며 미디어가 주는 억압과 편협된 세상에 초점을 맞춰 보았고, 최근에는 트루먼이 살았던 삶과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고 보았다.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해석할 필요 없이 내 감정과 환경에 이끌리는 대로 보았다. 보고싶은 대로 이런 저런 견해를 짜맞춰 가며 봤다는 이야기다. 트루먼은 이야기한다. 'but in my world, you have nothing to fear' , 당신의 세상에서 두려워 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이다. 영화를 보는 당신도 어떻게 해석하든 자유다. 당신의 인생에서 어떻게 하든 그건 당신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The Truman Show> In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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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는 준비가 되었는가?’ 질문에 ‘어떻게 살 것인가?’로 답하다
▷한줄평 : 삶과 죽음이 교차되는 풍경, 다시 충실하게 채워 가야할 일상의 기록들
▷영화 : 숨(Breath), 2025.3월
※ 본 글은 씨네랩(http://cinelab.co.kr) 초청 시사회 참석 후기입니다.
오래전 티베트의 장례문화인 '천장(天葬)'과 ‘천장사(天葬師)’의 삶에 관한 다큐멘터리주1를 보고 충격을 받은 적 있다. 자신의 육신을 독수리에게 내어 맡기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보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구 유럽과 미주 등에서 합법화되고 있는 안락사와 존엄사주2도 죽음을 대하는 또 다른 태도를 보여준다.
영화 <숨>은 문인산 할머니, 유재철 장례지도사, 김새별 유품정리사 등 죽음을 가까이하는 세 주인공의 일상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지 화두를 던진다. 영화는 시체를 염하는 모습, 화장을 하고 유골을 분쇄하는 모습, 관속에 시신을 내려놓는 모습, 고독사 현장의 부패물과 유품을 정리하는 모습 등 여럿 터부시되는 죽음의 모습을 감추지 않고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런 생경한 풍경은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나 자신의 마지막 모습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영화의 첫 장면과 같이 출렁이는 파도와 맹렬히 타오르는 불꽃처럼 사라질 것이다. 죽음 이후 남는 것은 한 줌의 재와 한평 남짓 누울 관 그것뿐이다. 그러나 삶과 죽음은 시계와도 같다. 시간이 끝나면 또 다른 시간이 시작된다. 그렇기에 죽음은 끝이 아니다. 들 숨과 날 숨이 번갈아 교차하듯 삶과 죽음은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따라서 죽는 준비가 되었는지 묻는 질문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영화 <숨> 스틸컷
1. 문인산 할머니 : 죽음의 너머를 헤아리는 자의 이야기
나이가 들면 육신의 쇠락을 막을 방법이 없다. 왜소해진 작은 체구, 검게 그을린 얼굴, 굵게 팬 잔주름들은 할머니의 인생의 종착지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노후의 삶은 비참하기 그지없다. 하루 종일 리어카와 유모차를 끌며 폐지를 주워봐야 손에 쥐는 돈은 고작 1,200원 남짓, 근근이 버텨내야 하는 삶이 참으로 고달프고 슬프다.
'사는게 슬퍼! 너무 허무하고' 영화 <숨>/문인산 할머니
영화 <숨> 스틸컷 / 문인산 할머니
젊은 시절 성공한 사업가였지만 지금은 사업 실패로 작은 지하 독방에서 홀로 쓸쓸하게 노후를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에 '어디 사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라며 회환이 밀려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 쌀 씻고 밥 짓는 수고로움이 생존의 본능을 넘어서는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더 이상 내재하지 못한다. 이 삶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어쩌면 문인산 할머니에게는 죽음은 그토록 기다리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애써 말을 아끼지만 표정은 그 마음을 숨기지 못한다. 평온한 죽음을 맞이하는 그것은 그리 어려운 일일까? 준비되지 않은 죽음은 슬프고 허망할 뿐이다.
2. 유재철 장례지도사 : 죽음의 육신을 닦는 자의 이야기
지난 30년간, 6명의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수많은 유명 인사의 장례를 치르며 ‘대통령의 염장이’로 불려온 유재철 장례지도사도 어느덧 60대 중반을 맞이했다. 이제는 몸 여기저기 성치 않은 곳이 많다. 오래전 죽을 고비를 넘긴 교통사고의 후유증도 있지만, 오랜 세월 염습 과정에서 손목과 어깨 근육을 무리하게 사용한 탓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는 단 한 번뿐인 특별한 순간이기에 그의 익숙하면서도 정성 어린 손길을 멈출 수 없다.
영화 <숨> 스틸컷 / 유재철 장례지도사
그렇게 수많은 장례를 치르면서 마지막까지도 부를 움켜쥐려고 안간힘을 쓰던 부자의 죽음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삶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모습이 좋지 않다.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이 편히 극락 간다고 한다.
'어떤 부자가 팔을 구부리고 온 몸이 경직된 상태로 죽은 거에요. 관속에 시신을 넣기 위해서는 팔을 곧게 펴야 하는데 펴지지 않아서 얼마나 힘들던지……
마지막까지도 못 놓으셨던 것 같아요.' 영화 <숨>/유재철 장례지도사
죽는 순간 모든 사람들은 평등해 진다. 부자 이든 아니든, 권력이 있든 없든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공평해 진다. 빈 손으로 와서 빈 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일진대 삶의 외형보다는 삶의 본질에 충실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권세가 있는 사람이나 돈이 많은 부자나 결국 한 평도 안되는 관으로 들어가면 그만이거든요.' 영화 <숨>/유재철 장례지도사
3. 김새별 유품정리사 : 죽음의 흔적을 보듬는 자의 이야기
김새별 유품정리사는 죽은 자가 남긴 흔적을 정리하는 일을 직업으로 한다. 특히 가족들조차 가까이하기 꺼려 하는 고독사의 현장에서 눌어붙은 부패된 시신의 진액을 제거하고, 오래된 냉장고의 음식을 폐기하고, 버려야 할 집기와 물품들을 정리한다. 유품을 정리하는 중에 발견한 '장영실 상장'은 이 고인이 한때는 촉망받는 기술자나 사업가였음을 짐작게 한다. 고인은 한때 사랑받는 아들이자, 존경받는 아버지이자, 행복했던 남편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유품정리사는 단순히 유품을 분류하고 정리하고, 버리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고인의 삶의 궤적을 떠올리며 그가 남긴 생의 의미를 되새기는 역할을 한다.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일은 죽은 자에게 있어서는 마지막 남길 ‘유품’ 이어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고독사의 흔적은 늘 쓸쓸함만 남길 뿐이다.
'이 사람이 이 세상에 살았다는 흔적은요 관공서 컴퓨터 안에 이름 세 글자 밖에 없죠' 영화 <숨>/김새별 유품정리사
이렇게 폐기 처분해야 할 짐들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집 밖에 내다 놓으면 이웃사람들이 왜 거기에 그걸 두느냐고 나무란다고 한다. 죽음의 소산은 그렇게 모두가 꺼려 하는 것이 되었다. 그러나 이 집에도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 살아야 할 곳이다. 죽음이 있었던 곳에 새로운 삶은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삶과 죽음은 단절이 아니라 연결이다. 같은 장소에 삶과 죽음은 맞닿아 있는 것이다.
영화 <숨>/김새별 유품정리사
이제 다시 ‘어떻게 죽음을 준비할 것인가?’라는 질문지에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최근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지키며 품위 있게 생을 마감하는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면서 임종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연명 의료를 중단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미리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도 유재철 장례지도사 부부는 함께 기관을 방문하여 이를 작성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류의 답안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으로 충분치 않다. 그래서 영화 <숨>은 ‘죽음의 일상’에 더하여 유재철 장례지도사와 그의 아내의 ‘삶의 일상’을 교차하여 보여준다. 사찰에 함께 들러 삼배를 하고, 숲을 거닐며 누가 먼저 죽을 것인지? 짓궂은 대화를 나눈다. 장례지도사의 손을 잡고 잘 수 있느냐는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 그의 아내는 웃음으로 넘길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영화 <숨>은 이렇게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이 순간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생의 과업을 충실히 하며 일상을 의미 있게 살아내는 것이 죽음을 준비하는 것 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죽음을 준비하는 최선의 방법은 죽음이 죽음으로 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지, 어떤 흔적을 남길지 생각하며 지금의 삶에 충실하는 것이다. 영화 <숨>은 그렇게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영화 <숨> 스틸컷 / 사찰에서 윤재철 장례지도사 부부
※ 참조자료(YouTube)
1. [EBS컬렉션] 망자의 시신을 독수리에게 내주는 티베트의 독특한 장례 문화 '천장'
https://youtu.be/UktSdfk0u_w?si=UFX9EzQ1vYzmTxPB
2. [MBC PD수첩] 죽음을 찾아 스위스로 떠난 사람들
https://youtu.be/FcgD79tYHFA?si=g8jooBXMH3Itxs3z
영화 <숨>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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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 위도우>, 코로나 이후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할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만큼 영화팬들을 한곳으로 모일 수 있게 하는 힘을 가진 영화사는 없을 텐데요.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지난 2년 동안 극장에서 슈퍼 히어로를 찾아볼 수 없었죠. <블랙 위도우>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상치와 텐 링즈의 전설> 그리고 <이터널스>는 개봉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디즈니 플러스는 이 공백을 매우기 위해 <완다 비전>, <팔콘과 윈터 솔저> 그리고 <로키>를 꾸준히 연재했지만, 영화관에서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이후 메인 캐릭터 급 슈퍼 히어로를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블랙 위도우>가 개봉하게 됩니다. 1년 이상의 개봉 연기 끝에 도착한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솔로 영화 <블랙 위도우>는 북미 기준 7월 9일 금요일에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참고로 한국은 이미 7월 7일에 개봉했으며 가파른 관객 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죠. 북미 지역 4,100곳에서 상영될 <블랙 위도우>는 개봉 3일 만에 7,500만 달러에서 8,500만 달러 사이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블랙 위도우>는 현재 46곳의 해외 시장에서 상영되고 있으니, 이를 통해 5,000만 달러의 추가 수익도 가져가게 될 듯합니다. 마블 영화의 흥행 보증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의 개봉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블랙 위도우>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를 추월하여 북미 개봉작 중, 코로나 이후 가장 좋은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할 영화가 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예측이 사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인데요. 개봉과 동시에, <블랙 위도우>를 디즈니 플러스에서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어드벤처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그리고 엠마 스톤 주연의 <크루엘라>가 개봉했을 때도 비슷한 전략을 구상한 적 있었죠. 그러나 2억 달러의 예산이 들어간 <블랙 위도우>를 같은 날 대형 스크린 혹은 집에서 볼 수 있기에, 앞으로 MCU 입장에서는 독보적인 상업 기록을 경신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블랙 위도우>의 주말 예상 스코어는 코로나 시대에 비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지만, 코로나가 없었던 시절, 극장에서만 볼 수 있었던 다른 작품들과는 경쟁하기 힘들 것입니다. 다수의 히어로가 출연하는 <어벤져스> 시리즈뿐만 아니라, MCU 솔로 영화인 <토르>, <블랙 팬서>그리고 <캡틴 마블>와의 경쟁에서도 말이죠. 하지만 디즈니가 이러한 상황을 생각하지 못했을까요? 전체 티켓 판매에 타격을 받는다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디즈니 플러스를 가입하고, 또 이용할지가 주목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디즈니에서 자세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겠지만, 넷플릭스를 뛰어넘는 이용자 확보를 위한 전략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것도 디즈니 플러스가 상륙한 국가에서만 가능한 일, 아직 디즈니 플러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저희는 극장에서만 <블랙 위도우> 관람할 수 있겠네요…
씨네랩 에디터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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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내라고 하면 힘낼 수 있나요
진짜 포기하고 싶다. 아니 포기해야겠다. 애초부터 불가능한 꿈을 꿨기 때문에 좌절감도 맛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노력을 무지막지하게 들여도 안 되는 것이 있으니 삶이란 역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하다못해 메이플스토리의 데미안과 스우를 잡는 것도 숙련도가 올라가면 쉬워지는데 삶은 그런 게 없어 잔인하다. 난 근본적으로 사랑받기엔 못돼 쳐 먹은 인간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만하고 싶다. 죽고 싶은 건 아닌데 당분간 뭘 하고 싶다는 마음이 안 든다. 모든 것이 싫다. 무엇이든 할 맘이 안 든다는 뜻이다.
그래서 포기하면 뭐 어쩔 건데? 엄마, 아빠한테 내 정신적인 고통을 줄줄 늘어놓으면 어떤 지점이 달라지나? 사실 선생님에게 최근의 내 상태를 말한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었기에 이 선택이 내 인생을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냥 똑같은 하루의 반복일 것이다. 몸이 고장 난 것도 바뀌지 않을 거고. 뭔갈 사고 싶은 강박은 아마 죽을 때까지 가지 않을까 싶다. 맞다. 나는 지친 것 같다. 유럽에 갔다 와도 지친 게 해소되지 않아 '이런 식으로 가다간 나의 정신적 탈진은 아마 영원할 것'이라고 설레발을 쳤던 때가 생각난다. 다시 생각해보면 1년 동안 지치는 타이밍이 한 번도 안 오는 게 더 이상하다. 어물쩡 넘긴 나 자신이 싫다. 쉬어야 할 때 제대로 쉬질 못했으니 지금 닳고 닳았다. 요즘 나는 삶의 동기부여가 단 1%도 남지 않았다. 난 남들에게 위로해주는 법은 알았지 나 자신에게 격려를 하는 법이라곤 단 조금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사람도 사랑도 다 무섭다. <굿 윌 헌팅>과 <그린 북>이 어쩐지 환상 속의 이야기처럼 들리는 요즘이다. 가끔은 내가 쓴 글이 사실이 아니길 바랄 때도 많은데 요즘은 반대의 기분을 느끼고 있다. 정말 내가 쓴 글이 맞는 말이란 말인가.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가 돈이라기엔 난 경험해야 할 것들이 많지 않나. 상상과 희망도 재미가 없는 오늘 난 천천히 가는 버스에 기대 잡생각을 하고 있다.
<체리 향기>는 소소한 일상에 관한 영화다. 나의 인생영화 중 한 편으로 꼽는 작품이기도 하다. 트럭을 운전하는 주인공. 어쩐지 표정에서 사연이 많아 보인다. 이 사람은 갑자기 지나가는 남자 한 명을 태운다. 군인을 태운 주인공 바디. 바디는 군인에게 본인의 사연을 늘어놓는다. 그는 죽고 싶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어디 땅굴에 묻힐 테니 그 조력자가 돼 달라는 부탁을 한다. 군인은 당연히 거절한다. 다음 손님으로 신학도를 태운 바디. 같은 부탁을 하지만 역시 거절한다. 죽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다. 바디는 세 번째 손님을 찾아 나선다.
세 번째 손님은 나비를 박제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아들의 치료비가 급해 바디의 제의를 받아들인 이 노인은 주인공과 차를 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주제는 삶의 의미에 관한 이야기다. 나 역시 죽고 싶던 때가 있었어요. 내가 인생을 살아야 했던 이유는 코 끝에 스친 체리 향에서 왔죠. 소소한 삶의 가치에 대해 설명하는 노인. 바디는 귓등으로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아예 말을 안 들은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바디에게 변화가 있긴 했다. 노인을 다시 찾아간 바디. 내일 내가 살아있을지도 모르니 적극적으로 깨워달라는 요청이었다. 영화는 웃으며 바디의 근심 걱정 모든 것을 떠나보내지 않는다. 노인의 진정성이 통했다고 해서 바디의 우울함이 사라지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바디는 다시 무덤 아래에 누웠다. 생각이 바뀐 게 없는듯한 바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디의 요청에서 우리는 뭔가를 기억할 수 있다. 유의미한 차이는 있지만 이 무언가가 어떻게 표현되는지는 정의해주지 않은 채 영화는 그렇게 끝난다.
영화에 엔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바디는 죽을 곳에 다시 누웠다. 그의 생각은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당연하다. 난 인생을 얻는 동기부여의 힘이 갑자기 어느 날 번쩍하고 생기는 게 아니라고 본다. 한참을 어두운 터널 속에서 살 때 느낀 게 있다. '힘 내'는 너무 포괄적인 단어라는 것이다. 힘을 내? 힘을 낸다는 게 무슨 뜻이지? 힘 내면 내가 이 뭐 같은 일상을 이겨낼 수 있나? 당연히 이 반응이 '와닿지 않았다'란 말을 자격지심에 빠져 거칠게 하면 나오는 것이란 걸 모르지는 않는다. 말하는 이에게 상처 줄 생각 단 1도 없지만 큰 골자가 되는 생각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 앞서 쓴 바와 같이 그 말을 하는 이는 내가 다시 기운을 차렸으면 하는 마음에서 한 것일 테지. 난 살짝 다르다. (그렇다고 힘 내!라는 말을 하는 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말을 잘하지 않는다. 어차피 내가 겪는 비극은 나를 다시 공격할 것이고, 난 같은 방식으로 또 표류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바디는 모든 걸 웃어넘겨 행복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단 조금의 변화만 있었다.
그렇기에 영화는 사려 깊다. 바디의 인생이 무조건 다 잘 풀릴 거라고 묘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에서 부정적인 순간을 마주할 때를 생각해보자. 어느 순간을 극복했다고 해서 비슷한 불행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 행복이 갑자기 뚝 떨어지나? 아닐 것이다. 삶은 같은 순간의 반복이다. 그래서 어느 것을 극복했다는 생각이야 말로 인간의 교만일 수도 있다. 큰 힘을 줘가며 삶의 순간을 지나가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다. 이 이유로 인생에 환기란 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 같다. 환기가 안되기 때문에 상처는 누적될 수밖에 없다. 또 힘 내!라는 말에 힘을 내기엔 우리 인생은 너무 곪았다. 모두가 심하게 깊게 파여서 단순히 끌어올리는 게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목표에 실패하기. 사랑하는 누군가가 떠나기. 영원한 이별. 이런 삶을 가로지르는 실패는 항상 우리 곁에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이라고 하는 건 우리 머릿속에서 통제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상처와 우울함은 천둥번개 치듯이 갑자기 사라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우리는 필연적으로 삶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 과거를 지워버린다? 지울 수 있으면 인간이 아니지.
감독은 이런 관점에서 영화를 보는 우리에게 좀 특별한 시각을 보여준다. 간단하다. 인생을 사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전부라고 말하는 것 같다. 영화는 극적인 성장을 보여주지 않는다. 생의 목적에서 진 인물이 다시 이겨내는 걸 제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분명한 연출 의도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이 사람은 같은 곳에서 똑같은 실패를 경험할 것이다. 여러분은 예외인가? 아니다. 여러분이 사는 이유가 무엇이든 결과적으로 같은 곳에서 머무르는 건 매한가지일 것이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무언가를 위해 달려왔다고 생각해왔지만 나는 지금의 이 기분이 뭔지 모르겠다. 죽고 싶은 건 절대 아니다. 엄마 아빠가 나한테 못하냐? 그것도 아니다. 나는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기분이 뭔지 모르겠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외로움인지. 권태인지. 뭔가를 이겨내기 위해 그렇게 노력해왔지만 그게 정말 의미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또 언제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게 돈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건 내가 나를 속였던 거짓말이었다. 나는 내 20대를 관통하는 동기부여보다 더 얻고 싶은 것을 마음속에 둔 인간이었고 그 관점에서는 사실 실패한 인생을 살고 있다. 이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이런 나를 보여주는 증거다.
근데 또 삶을 포기하라 한다면 아쉬울 것 같다. 아니 사실 지금 당장은 모든 걸 던져버리고 쉬은 게 맞긴 하다. 당장 이 세상을 뜨고 싶지는 않다. 나에겐 수많은 것들이 남아있다. 아직도 정산 못 받은 돈. 가지 못한 여행지. 공익근무지에 들어오는 바나나우유. 우리나라 아티스트가 나이키와 협업해서 나오는 새로운 스니커즈. 버림받았다는 상처가 왠지 모르게 사실이 아닐 거라는 기대감까지. 나는 아직도 바라는 것이 많다. 지금의 내가 이렇게나 무너져있다고 해서 앞으로의 시간이 기대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언제든 이 시간은 흘러가 있을 것이고, 나는 오랫동안 극복하지 못한 삶의 터널을 훌쩍 지나있을 것이다. 이 모든 걸 포기하기엔 나는 오랜 시간 동안 이 상태로 살아왔다.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 그건 좀 많이 어렵다. 사랑받기 위해 이제까지 달려온 모든 시간들에 실패해 지금은 괴롭지만 내가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런 소소한 재미들 덕이었다. 이를 위해 계속 같은 것만 하겠지. 지겹게. 그러나 삶은 원래 지겨운 것이 맞다. 근데 또 지겨워서 좋은 것이다. 실패한 인생을 살더라도 나를 일으켜주는 사소한 무언가가 있다면 하루를 버리기엔 너무 아쉽다. 그래. 사랑받는 인생 다 좋은데. 이것 역시 나에게 중요한 거 맞는데. 돈 많이 벌어서 나 좋은 거 엄마 아빠 멋있는 거 사는 거 다 좋은데. 사실 나는 어느 날 맡은 체리 향기와 같은 소소한 인생의 재미를 좇는 사람이었다. 그런 재미 하나 만드려고 일을 벌이고 돈을 벌고 하는 것이다. 난 감독이 삶의 이 지점에 대해 논한다고 생각한다. 이유를 찾지 못한 당신에게 묻는 것이다. 과연 당신의 삶의 이유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아닐걸. 의외로 우리의 삶을 가로지르는 것은 사소한 무언가에서 나올지도 모른다. 그게 우리를 바뀌게 하고, 서서히 좋아지게 만들며, 또 살아 숨 쉬게 도와준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다. 매일마다 감상이 다른 내 글을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함을 표한다. 다들 지겨울 것이다. 매일이 현타의 연속이고 우울감은 하루마다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그러니까 오래 살자. 힘은 되도록이면 내지 말자. 빨리 가지 말고 천천히,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을 위해 살자. 그러려면 천천히 걸어야 할 것이고, 남들보다 늦을지도 모른다. 근데 그건 어차피 중요하지 않을수도 있다. 한번 사는 인생 과연 그 목표가 삶의 전부가 되더라도 우리는 그것보다 큰 가치를 지니고 있을테니 말이다. 고통받으며 살더라도 오래오래 살자. 언젠가 만날 체리 향기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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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중기 스타일의 액션 /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 / 보고타: 기회의 땅 / 권해효, 이희준의 물오른 연기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보고타: 기회의 땅"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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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18] 아동학대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
영화 고백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아동학대를 다루도 있는 영화여서 어둡고 슬픈 영화인데요.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사회 제도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면서
주변의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긎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도 알려주는 영화입니다.
박하선 배우의 연기와 하윤경 배우의 연기가 좋아요.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영화여서 많은 분들이 불편하겠지만 꼭 보면 좋을 것 같아요,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참고 하세요.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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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밀수> 런칭 예고편
2023 여름을 기다리는 단 하나의 이유 밀수? 2023년 여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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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스프리건> 공식 예고편
- 싸워라, 인류의 미래를 위해. 먼 옛날 지구에는 고도로 발달한 문명이 존재했다. 현대 인류를 아득히 앞서가는 지식과 과학력을 가졌던 초고대 문명. 그 문명이 남긴 유산은 현재도 세계 곳곳에 아무도 모르게 잠들어 있다. 고속 통신망이 전 세계를 뒤덮고 위성 렌즈가 모든 비밀을 마구 들추어내고 있는 지금, 신비한 '힘'을 가진 이 유산을 발굴하고 연구하기 위해 강대국들이 군대를 동원하고 쟁탈전을 시작했다. 이러한 가운데, 한 조직이 초고대 문명을 영원히 봉인하려는 하는데. 바로, 그 문명의 일원이 금속판에 새겨둔 '우리의 유산을 악한 자들로부터 지켜라'라는 메시지를 충실히 따르기 위한 것. 그리고 이 조직의 특수공작원을 우리는 스프리건이라 부른다. 90년대를 풍미했던 전설의 만화가 2D 작화와 3D CG를 통해 강렬한 영상으로 다시 태어났다! 30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부활. 화끈한 액션과 고대 문명에 대한 낭만이 가득한 정통 모험 활극을 지금 체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