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2-13 14:49:03
2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설연휴 승자는?!
이번 설 연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작품은 <웡카>입니다. <웡카>는 개봉일이 지난달 31일부터 줄곧 박스오피스 정상을 달리고 있습니다. <시밈ㄴ더그히>는 설연휴를 노리고 나온 신작 영화들을 제치고 역주행에 성공하면서 2위를 기록,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예상 밖의 흥행을 이어가며 3위를 기록했습니다.
<아가일>이 개봉 첫 주에 이어 둘째 주까지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습니다. 하지만 2억 달러라는 거액의 제작비를 들여 오프닝 성적이 3,700만 달러에 그치면서 최종 박스오피스 성적이ㅣ 1억 달러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보여 흥행 실패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2위는 호러 코미디 <리사 프랑켄슈타인>이 3위는 제이스 스타뎀 주연의 <더 비키퍼>가 올랐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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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의 연속, 맥락 없음의 반복
"드라마에서 큰 강점을 보였던 배우 윤시윤, 영화에서는 어떤 모습일까?"
영화관에 들른 건 단지 그 이유에서였습니다. 윤시윤 배우의 연기를 스크린에서 본 적이 없어 궁금했습니다. 그는 예상대로, 아니, 예상보다 더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소 과격한 표현이긴 하나, ‘찌질한 호구’ 연기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이것은 제가 이 영화에 관해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칭찬입니다.
대단한 창작 활동을 하는 건 아니지만, ‘방자까의 영화리뷰’를 쓰면서 나름대로 지켜왔던 원칙이 있습니다. “이왕이면 좋은 점을 보려고 하자.” 창작물을 만드는 과정에 서린 노고를 몇 마디 말로 폄하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번만큼은 그 원칙을 지키지 못하겠습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개인적으로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웠던 영화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의 몇 가지 포인트들을 짚어봅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2월 7일(화)에 진행된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의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는 2023년 2월 8일 국내 개봉했습니다.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
Love My Scent
소설, 연극, 음악, 영화의 공통점은 모두 이야기를 다루는 창작물이라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영화는 이야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른 장르와 차별점을 갖죠. 그래서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 영화가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식을 논하며 영화를 평가하고는 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이러한 평가마저도 불가능한 작품입니다. 이야기 그 자체에 허점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는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에게 받은 향수를 뿌리고 모든 사람의 첫사랑이 되어버린 '창수'가 사랑이 낯선 여자 '아라'의 마음을 얻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자꾸 '-게 되다'는 수동 표현을 쓰게 되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작품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어떤 상황에 놓이거든요. 우연이 계속되고, 맥락 없음은 반복됩니다.
이 이야기는 어느 돈 많은 회장님이 향수를 뿌리면 자신이 상대방의 첫사랑으로 보이는 향수를 만들라고 지시하며 시작합니다. 연구진은 향수의 효능이나 실험의 목적을 밝히지도 않고, 평범한 사람 몇 명에게 무작위로 향수를 쥐여주고 몰래 실험을 진행하죠. ‘창수’는 그 실험 대상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굳이 이렇게 불법적인 방법으로 실험을 강행하는 이유가 뭘까요? 제품 개발 이후, 불법적인 유통 경로로 마법의 향수를 판매하기 위해서?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들려는 악의 목적으로? 아닙니다. 이 실험의 목적은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향을 개발해 치매를 앓는 회장님의 부인이 젊은 시절 회장님의 얼굴을 상기시키기 위해서였죠.
개인의 사사로운 목적을 위해 평범한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을 강행한다는 설정부터 이미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여기까지는 사건의 전개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설정으로 이해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 향수를 실험 대상 ‘창수’에게 건네는 장면을 보고, 잠시나마 이 영화를 이해해주려 했던 제가 미워졌죠. 연구진은 귀가하는 ‘창수’를 냅다 뒤쫓다가 이벤트 회사에서 빌린 듯한 스모그 머신으로 길거리에 갑자기 연기를 흩뿌리고는 그의 앞을 가로막으며 이런 멘트를 날립니다. “인생이 달라질 기회! 잡고 싶지 않나?" 귀가 중에 대뜸 이런 구한말 멘트를 들으면, 대개는 깜짝 놀라거나 어이없어하며 자리를 뜰 겁니다. 하지만 지독히 착하고 오지랖 넓고 호구 같은 남자 ‘창수‘는 아리송해하면서도 향수를 넙죽 받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꿈이라고 생각하며 잠이 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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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이것도 넘어갈 수 있습니다. 웃기는 데 실패한 개그콘서트를 보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넘어갈 수 있습니다. 순진한 ‘창수’는 그 향수를 뿌리고, 찌질한 호구에서 모든 이의 첫사랑으로 거듭납니다. 매일 버스에서 마주치는 ‘아라’도 그중 한 명이 되죠. 그런데 여기서 또 의문점이 생깁니다. 길거리에서 향수 냄새를 얼핏 맡은 사람도 좀비처럼 '창수'를 쫓아올 만큼 강력한 이 향수는 왜인지 창수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준일', '복길')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첫사랑이 없어 떠올릴 사람이 없다면 '아라'처럼 사랑에라도 빠져야 하는데, 그런 양상도 없습니다. 그냥 아무 이유도 없이 예외가 된 거죠. 이 영화에 등장하는 설정들은 이처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것들이 참 많습니다.
어쨌든 '아라'와 사랑에 빠진 '창수'는 또 갑자기 의문의 남성으로부터 네가 한 짓을 알고 있다는 협박을 받습니다. 협박남은 '창수'에게 향수에서 시작된 사랑이 진짜 사랑이겠느냐는 질문을 던지죠. 착하고 순수한 '창수'는 '아라'의 마음을 조작했다는 죄책감과 고민에 사로잡힙니다. 하지만 애초에 '창수'는 '아라'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불순한 의도로 향수를 구매하지 않았습니다. 가짜 연기와 함께 등장한 이상한 사람이 공짜로 준 향수를 그냥 뿌린 것뿐입니다. 그게 첫사랑 유발 향수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죠. 그런데 바로 그날, 하필 첫사랑이 없었던 '아라’가 그 향을 맡은 겁니다. '창수'는 그날 이후에 '아라'의 마음을 얻기 위해 향수를 쓴 적도 없고요. 그러니 관객은 ’창수‘가 왜 저렇게 벌벌 떨며 긴장하고 괴로워하는지 공감하기가 어렵습니다. 당연히 협박범의 협박도 전혀 무섭지 않습니다. '창수'에게는 귀책 사유가 없거든요. 게다가 이 의문의 남성이 향수의 제조자이면서 '아라'의 전 남자친구라니요? 긴장감을 유지해야 할 이야기는 줏대 없이 흐물거리는데, 우연과 맥락 없음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쓸데없이 그 힘을 유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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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듦새보다 더 저를 화나게 했던 것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영화 전체를 뒤덮은 PPL입니다. 영화관에 들고 가는 메모장에 이 작품에 등장하는 PPL 제품을 적으며 작품을 보았을 만큼,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에는 노골적인 PPL이 다수 등장합니다. 주인공 ‘창수’의 직업은 대놓고 자동차 딜러입니다. 이 영화에 쉐보레 자동차가 등장한 시간을 다 합치면 족히 십 분은 될 겁니다. 삶에 치여 제대로 된 양복 하나 사입지 못하는 ‘창수’는 작품 속에서 장비를 단단히 챙겨 캠핑을 두 번이나 갑니다. 거기서 육개장도 두 번이나 먹습니다. ‘창수’가 사는 곳은 서래 더 하임. 건물 전경과 로고를 하도 많이 보여줘서 외워버렸습니다. ‘창수’와 ‘아라’의 사랑이 맺어지는 곳은 하필 아쿠아플래닛 광교점입니다. 데이트 삼아 수족관 곳곳을 한참 보여줘서 평생 아쿠아플래닛은 안 가봐도 될 것 같습니다.
PPL을 최대한 많이 넣으려고 대본을 수정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우리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의 과도한 PPL. 영화 제작을 위해서는 이런 식의 투자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건 잘 알지만, 이건 너무 심하지 않나요? 관객은 돈을 내고 영화를 보러 가는데, 광고 영상만 잔뜩 보고 나오면 안 되죠.
더불어 이 영화가 코미디를 사용하는 방식도 전체적으로 한숨이 나옵니다. 스토리 흐름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억지 개그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캐릭터(’복길’)를 넣는가 하면, 어떻게든 웃음을 터뜨리려는 대사를 잔뜩 넣어서 가뜩이나 맥락 없는 이야기를 더 흐트러뜨려 놓죠. 그런데 저도 사람인지라, 웃으라고 넣어둔 개그 요소에 어쩔 수 없이 웃음이 터지기도 하더군요. 그러나 전혀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고작 이런 개그에 웃어버린 저 자신에게 짜증이 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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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을 어기면서까지 이 영화를 강하게 비판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이 영화의 장점을 찾기가 도무지 어려웠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한국 영화의 평균을 낮추는 이런 작품이 앞으로는 부디 줄어들기를 바라서였습니다. 잘 안되면 OTT에 팔아넘길 요량으로 PPL을 점철시켜 대충 찍어내는 영화, 이제는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점점 비싸지는 영화표 값이 아깝지 않은 영화가 많아지기를 소망합니다.
Summary
삶에 치여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해본 남자 ‘창수’. 낯선 이에게 받은 향수를 뿌리자마자 여자들이 달려든다. 가족에 치여 누굴 좋아해본 적도 없는 것 같은 여자 ‘아라‘. 어느 날, 매일같이 타던 버스에서 나는 향기에 두근대기 시작한다. ‘창수’에게 이끌린 ‘아라’는 영문도 모른 채 사랑에 빠지고, 서툴러도 조금씩 사랑을 키워나가던 그때, 갑작스럽게 등장한 전 애인 ‘제임스’가 폭로한 ‘창수’의 비밀! 내가 사랑에 빠진 게, 향수 때문이라고? (출처: 씨네21)
Cast
감독: 임성용
출연: 윤시윤, 설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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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스맨, 긴 여정의 시작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The King's Man, 2020)
개봉일 : 2021.12.22. (한국 기준)
감독 : 매튜 본
출연 : 랄프 파인즈, 해리스 딕킨슨, 리스 이판, 젬마 아터튼, 디몬 하운수, 다니엘 브륄, 매튜 구드, 톰 홀랜더
쿠키 영상 : 1개
관람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성애적 장면은 없음)
킹스맨, 긴 여정의 시작
매너 있는 신사의 거침없는 액션을 보여주며 612만이라는 스코어와 “manners make man.”이라는 명대사를 남긴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상상해 본 적 없었던 콜린 퍼스의 절도 있는 액션과 ‘영국 신사’라는 이미지에 딱 맞아떨어지는 배우들의 멋진 수트핏. 그리고 B급 감성이 물씬 느껴지지만 호쾌하게 터지는 악당들의 머리들.. 아니 액션까지. 잔인하지만 특이하게도 발랄하게 느껴졌던 영화, 킹스맨은 하나의 아이콘이 되어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주인공 에그시가 킹스맨의 요원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1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와 에그시와 해리, 그리고 형제 조직인 스테이츠맨까지 가세해 더욱 활동 범위를 넓힌 2편, <킹스맨: 골든 서클>을 지나 3번째 시리즈로 돌아온 킹스맨은 스파이더맨의 강세에 기죽지 않고 기특할 만큼 꾸준히 스코어를 올리고 있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시리즈의 3번째 편이긴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킹스맨의 첫 번째 이야기 이전에 있었던 프리퀄, 0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최고의 양복점 킹스맨에 자리하고 있는 독립 정보기관 ‘킹스맨’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하게 짚어준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00년대 초반으로, 평화를 바라기 어려웠던 갈등과 전쟁의 시대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이 시기에 실제로 일어난 보어전쟁과 강제수용소, 사라예보 사건, 세계 1차 대전과 같은 사건들과 러시아의 비선 실세였던 그리고리 라스푸틴. 빌헬름, 리콜라이 황제, 여성 스파이 마타하리 등 실존 인물들을 차용해 이야기의 틀을 만든다. 역사를 몰라도 영화를 이해하는데 큰 문제는 없지만, 알고 보면 더 재밌을 것이다. (몇 가지 키워드를 조사한 후 2회차를 했을 때, 몇몇 배우와 실존 인물들의 외적 싱크로율에 감탄했다..)
킹스맨 시리즈인 듯 아닌 듯, 새로운 느낌
개인적으로 킹스맨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가 두 가지 있다. 유연하고 시원한 액션과 찰떡같이 맞아떨어지는 음악, 주연 배우들의 멋진 수트핏. 그리고 커다란 위기 앞에서도 잃지 않는 유쾌한 분위기. 하지만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이전 시리즈들과는 조금 분위기가 다르다. 실제 사건들을 주로 다뤄서인지 유쾌함보단 진중함에 더 무게를 둔듯하고, 일명 킹스맨스러운 액션신도 적다. 수트보다는 활동복이 주가 되면서 주연 배우들이 가진 ‘영국 신사’스러운 고급진 분위기와 수트핏을 엿볼 수 있는 장면들도 이전 시리즈에 비해선 적다. 유쾌한 분위기의 킹스맨 시리즈를 기대했다면 사뭇 다른 분위기에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킹스맨’ 시리즈의 근본을 잃지 않는다. 첫 수트는 1번 재봉실에서 맞춰야 한다는 전통, 스테이츠 온 더 록, 칼날이 장착된 구두와 요긴한 무기가 되는 우산, 요원들의 코드명 등 앞서 공개된 시리즈에서 언급됐던 킹스맨의 흔적들이 눈에 띌 때마다 반가운 마음이 든다.
거기에 얹어지는 킹스맨의 탄생 과정은 이 시리즈를 사랑하는 관객들의 세계관을 한층 넓혀준다. 영화는 신사적인 평화를 이루고, 불필요한 폭력과 희생은 만들지 않는다는 킹스맨의 정신과 평화를 위해 또는 폭력으로 인해 희생된 인물들을 기리는 술잔과 같은 킹스맨의 전통의 시작점을 보여주며 ‘킹스맨’이라는 단체의 정체성을 다시 읊어준다.
사심을 충족해 준 배우들
‘킹스맨’이라는 브랜드의 특징을 빼놓고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의 다른 매력을 찾으라고 한다면, 난 주저 없이 배우들이라고 말하겠다. 독특하고 거대한 존재감을 뽐낸 라스푸틴 역의 리스 이판 배우와 든든한 서포터 폴리, 숄라 역을 맡은 젬마 아터튼, 디몬 하운수 배우. 감쪽같은 3역 연기를 보여준 톰 홀랜더 배우의 활약이 빛났다. 특히 리스 이판 배우가 보여준 광기가 잊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고대했던 주인공 부자 옥스포드 공작과 콘래드 역을 맡은 랄프 파인즈와 해리스 딕킨슨 배우의 케미였다. <해리포터>의 볼드모트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구스타브로 가장 유명하지만, 알고 보면 엄청난 동공 미남 랄프 파인즈와 그의 젊은 시절을 닮은듯한 해리스 딕킨슨의 조합은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절로 난다.
해리스 딕킨슨이 킹스맨에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말레피센트2>를 통해 처음 만나고, <마티아스와 막심>에서 다시 만난 그는 몇 마디 되지 않는 대사와 웃을 때면 은은히 올라가는 입꼬리로 내 마음의 문을 뻥 걷어찼는데,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를 통해 그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 얼마나 기뻤는지 모르겠다. 군복도, 수트도, 사냥 수트도.. 그냥 혼자 다했다.
킹스맨 시리즈 입문자도 부담 갖지 않아도 될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매력적인 배우들과 함께 킹스맨의 시초를 훑어볼 수 있는 영화다. 시리즈물이라 하면 왠지 이전 편을 모두 보고 가야 할 것 같다는 부담감에 관람이 망설여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 영화는 그런 부담감을 내려놓고 관람해도 좋다. 이전 편들과 연결되는 킹스맨의 상징물들이 있긴 하지만, 미리 알고 가지 않아도 괜찮다. 오히려 퍼스트 에이전트를 먼저 보고 시간의 흐름을 따라 시크릿 에이전트, 골든 서클을 관람하며 퍼스트 에이전트에서 본 물건들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시놉시스
역사상 최악의 폭군들과 범죄자들이 모여 수백만 명의 생명을 위협할 전쟁을 모의하는 광기의 시대.
이들을 막으려는 한 사람과 그가 비밀리에 운영 중인 독립 정보기관, ‘킹스맨’의 최초 미션이 시작된다!
베일에 감춰졌던 킹스맨의 탄생을 목격하라!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평화에 대한 두 부자의 신념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의 스토리는 옥스포드 공작과 콘래드 부자의 갈등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직접 전쟁에 참여했던 옥스포드 공작은 거울 속에 비친 잔혹한 자신의 모습에 충격을 받고 평화를 갈망하게 된다. 그는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며, 아들인 콘래드는 전쟁에 휩쓸리지 않기를 바란다. 의미 없는 싸움에 참여하기보단 그것을 외면하길, 그렇게 안전하게 살아가길 말이다.
콘래드는 자신을 지극히 아끼는 아버지, 옥스포드 공작을 사랑하지만 그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진 못한다. 위험을 외면한다면 평화는 오지 않을 것이고, 직접 전쟁에 뛰어들어 평화를 쟁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여러 나라의 관계가 얽히고, 결국 터져버린 전쟁 앞에서 아버지는 아들을 지키고 싶어 하고, 아들은 아버지의 품을 떠나 위험한 세상으로 뛰어든다. 수백만이 무의미하게 죽은 2년간의 전쟁, 평화보다는 적들을 죽이는 것이 먼저인 전쟁. 참혹한 현실을 보게 된 콘래드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총알을 뚫고 귀환하지만 허무하게 죽고 만다.
이 시대의 평화를 위해 신념을 깬 옥스포드
옥스포드는 “조국을 위한 죽음은 감미롭고 명예롭다.”는 거짓말 아래서 죽어간 수많은 청년들을 위해 자신의 평화에 대한 신념을 깬다. 싸움을 외면하고, 누구도 죽이지 않기로 다짐했던, 평화주의자의 오래된 신념을.
옥스포드는 앞서 러시아의 황실을 주무르던 위험 인물 라스푸틴을 죽이고 한참 동안 시름에 빠져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아들 콘래드의 신념을 잇기 위해 잠시 평화주의를 내려놓는다. 옥스포드는 콘래드가 그토록 갖고 싶어 했던 전쟁 영웅의 상징인 빅토리아 훈장을 이용해 모트의 스카프를 끊어 사건을 마무리 짓는다.
그가 일반 칼이 아닌 훈장으로 스카프를 끊는 장면은 옥스포드가 콘래드의 신념을 이었다는 상징이면서도 훈장에 남은 붉은 천 조각을 바람에 흘려보내며 전쟁과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어낸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붉은 스카프를 두른 전쟁의 원흉인 인물들도 함께 끊어내면서 말이다.
이후 옥스포드는 콘래드와 같은 수많은 청년들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비밀 조직 킹스맨 에이전시를 창설한다. 코드명은 콘래드가 애칭처럼 사용했던 아서왕과 기사들의 이름으로 지정하고, 콘래드가 보낸 리드 상병도 함께 요원으로 발탁한다. 그가 높이 치켜든 희생자들을 기리는 술잔은 전통이 되어 <골든서클>에서도 등장한다.
평화를 지키고자 했던 평화주의자이자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가 만든 독립 조직 ‘킹스맨 에이전시’는 이렇게 탄생한다. <퍼스트 에이전시>에서 해리가 슬쩍 흘렸던, 킹스맨은 전쟁과 그 후의 남은 이들의 재력으로 만들어졌다던 탄생의 떡밥이 이제야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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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고있던 순수함을 깨워주는 아이의 시선이 담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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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거쳐왔던 아이의 세계
아이들의 시선이 담긴 영화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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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캐'를 가진 헐리웃 스타들
2주 연속 극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영화가 있다고 하죠? 그 영화는 바로, <블랙 위도우> 인데요. 영화 <블랙 위도우>의 히로인이자, '어벤저스'를 10년간 지켜온 '나타샤 로마노프'의 본체가 실제로도 스파이만큼 많은 직업을 갖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스칼렛 요한슨뿐만 아니라, 실제 많은 배우들이 다양한 '부캐'를 갖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이색 취미를 갖고 있는 배우들 또는 생각지도 못한 부업을 하고 있다는 배우들을 지금부터 한 번 만나볼까요?
잇츠 CINE PICK!!스칼렛 요한슨
인생의 반 이상을 '연기자'로 살아온 배우이자, 출연작이 50편도 넘을 정도로 연기 활동을 열심히 한 배우, '스칼렛 요한슨'은 사실 취미 부자로도 유명한데요. 2009년, "Falling Down"이라는 솔로곡을 발표한 요한슨은 2015년, Este haim 등과 함께 "The Singles"라는 5인조 밴드를 결성한 가수이기도 합니다. 괜히 영화 <씽>에서 고슴도치 록스타 '애쉬' 역을 맡은 게 아니었는데요. 게다가, 그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간식, '팝콘'을 소개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에 Yummy Pop 이라는 팝콘 가게를 차리기도 했습니다. (아쉽게도, 지금은 폐점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2021년, 디즈니 테마파크 놀이기구 영화화 프로젝트 중 <타워 오브 테러>를 소재로 한 영화에 제작자로 나설 예정이라고 하니, '마블' 영화에서 보지 못하더라도 열.일.중인 그녀를 많은 곳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드웨인 존슨
7월 28일 디즈니의 <정글 크루즈>를 통해 스크린에 컴백하는 배우 '드웨인 존슨'은 사실 배우가 '부캐'였던 WWE 대표 프로레슬러였는데요. 6년간의 레슬러 생활 이후 '배우'를 본캐로 갖게 된 그는 특유의 피지컬과 목소리 등을 통해 단숨에 차세대 액션 스타로 거듭날 수 있었고, 약 20년이 지난 지금 헐리웃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 배우 1위를 3년 연속 차지할 정도의 대표 배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수입이 '배우'로서 벌어들인 금액만으로 이루어진 건 아닌데요! 그는 <분노의 질주> 스핀오프 작품을 포함한 다양한 작품의 제작자로서 천문학적인 금액을 쓸어 담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죠! 평소 데킬라의 팬이라 말하던 그는, 2019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직접 데킬라 사업에 뛰어든 사실을 알리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많은 이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역시, 그가 차기 대선 후보에 오를 수 있을 것인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과연 그는 '레이건'에 이은 두 번째 배우 출신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요?
제시카 알바
2000년대 초, 헐리웃을 강타했던 대표 미녀 배우 '제시카 알바'가 어느 순간 스크린에서 보이지 않아 궁금했던 분들이 많으실 거라 짐작됩니다. '제임스 카메론'의 TV시리즈 <다크 엔젤>부터 <씬 시티>, 그리고 <판타스틱 포>까지 성공시키며, 헐리웃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배우인데요. 그런 그녀가 지금은 대기업의 CEO라는 사실, 혹시 알고 계신가요? 2011년, 친환경 생활용품 기업 "디 어니스트 컴퍼니"를 설립하여, 독성물질이 없는 유아용품을 출시해 큰 화제를 모았는데요. 그녀의 꾸준한 노력은 1조 규모의 기업 가치를 만들어냈다고 하니, 끈기 인정합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배우는 아니지만, 국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헐리웃 감독인 '쿠엔틴 타란티노'는 친한파 감독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그런 그가 2002년, 그의 한국인 친구와 함께 뉴욕에 k-레스토랑을 오픈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K-BBQ는 물론, 비빔밥부터 떡볶이까지 다양한 한식 메뉴를 선보인 레스토랑 '도화'는 직접 만든 김치까지 제공하는 찐 한식당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지금은 폐점한 상태라고 하는데요. 타란티노 팬들에게는 오히려 좋은 소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배우의 BTS (Behind The Scene)를 알아보았는데요.
스크린에서도, 그 이외의 공간에서도 열.일 하는 그들이 있어
오늘도 우리는 영화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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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폰소 쿠아론의 사적이고 아름다운 세계
내 가슴 한켠에 저 불빛 같은 사람에 대해 말하고 싶다.
-이승희, ‘아무도 듣지 않고 보지 않아도 혼자 말하고 빛을 뿜어내는 텔레비전 한 대가 있는 헌책방’ 부분,
『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에서 (문학동네 시인선 030)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의 초반에는 모교 MIT에 강의하러 온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가상현실을 이용한 심리 치료에 관한 연구를 시연하는 대목이 있다. 홀로그램처럼 그려지는 이야기는 바로 어린 자신과 부모님의 대화 장면이다. 이는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에서처럼 정말로 과거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토니’의 기억에 의존해 그 조각들을 모아 재현한 것에 불과하다. 다루는 이야기의 층위와 진폭 모두 다르지만, 만약 작중 ‘토니’가 돌아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뛰어난 영화감독이었다면 바로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2018) 같은 영화를 만들 수 있었지 않을까. <로마>는 알폰소 쿠아론 자신의 유년에 대한 회고록이면서 동시에 현재 자신의 삶을 가능하게 만든 과거의 누군가(‘리보’)에게 바치는 헌사다.
"I believe that human beings are born first and given passports later. I'm really thankful for my journey. And It's a journey I didn't design."
알폰소 쿠아론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기예르모 델 토로 등과 함께 멕시코 출신으로 할리우드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대표적인 감독 중 한 명이다. 영어덜트 인기 소설 원작 영화부터 시작해 내밀한 자전을 담은 흑백의 넷플릭스 영화, 곧 지금 말할 <로마>에 이르기까지 허투루 넘길 필모그래피 없는 작품들을 내내 선보여왔다. "새로운 세계와 도전에 언제나 관심을 갖고 있다"라고 말하는 그의 영화는 영화 만들기를 언제나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으로서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최근 국내 개봉한 정이삭(Lee Isaac Chung) 감독의 영화 <미나리>(2020)를 보면서 처음 떠올린 영화는 윤가은의 <우리집>이나 윤단비의 <남매의 여름밤> 같은 작품들이었지만, 곱씹을수록 <미나리>는 그 작품의 성격상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와 유사한 면도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나리>에 대해 쓴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에서.https://brunch.co.kr/@cosmos-j/1217알폰소 쿠아론은 <그래비티>(2013) 작업을 마무리한 뒤 "좀더 단순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한다. "수년간 쌓인 자원과 도구, 테크닉이 있으니 드디어 고향에 돌아가 모국어로 영화를 찍을 때가 왔다"라고 생각했다고. 잠깐 언급한 <미나리>와 마찬가지로, 어떤 이들에게는 이런 이야기가 굳이 영화가 될 만한 이야기인가 싶을 수도 있겠다. <미나리>와 <로마> 모두 감독 자신의 유년을 기반으로 한, 특히나 더 사적인 출발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아닌, 잘 드러나지 않는 조력자이거나 거의 조명되지 않는 주변인이었을 사람들. 실제로, '이런 이야기'는 그동안 영화가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 듀나 역시 이런 언급을 한 적 있다.
“신들과 괴물들이 지배하는 이 거대한 세계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자리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하긴 그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뭐가 있겠습니까. 남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 만한 사람들 대부분은 아주 지루한 삶을 살았고 그 삶은 다른 사람들과 구분될 만한 특별한 개성도 없었습니다. 이런 개성이란 대부분 다양한 문화적 자극을 주는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생물학적인 존재만으로서 인간은 그렇게까지 재미있는 동물이 아닙니다.”
듀나,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
그러나 주변인이었을 사람들을 주변적 시선에서 그 사람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어떤 이야기는 만들어낸다. 그의 카메라는 나서지 않고 관찰자에 머무를 줄 안다. 격동의 시기를 관통하는 순간. 이해관계와 효율, 힘의 논리가 남기는 어떤 상흔들. 그럼에도 그 사이에서 생겨나는 살아있음의 에너지. 공간과 소리, 시간의 상호 작용. 삶과 세계 사이의 파도를 헤쳐 나아가는 이 이야기를 당신에게도 읽히고 싶다.
<로마>는 땅에서 시작해 하늘로 끝나는 영화이며, 사적이면서 공적인 영화고, 훗날 예술가로 성장한 한 사람이 자신의 지난날과 타인, 그리고 세상의 관계에 대하여 사려 깊고 섬세한 시선과 태도를 유지하는 영화다. 먼저 땅과 하늘에 대해 써야겠다. 영화의 타이틀이 등장하기까지 약 3분. 부감으로 체크무늬의 바닥 타일을 바라보는 카메라는 바닥을 물이 훑고 지나가고 세제 거품이 일렁이는 그 순간에 가만히 머문다. 바닥의 물이 거울처럼 비추는 하늘에는 비행기가 지나간다. 이후 <로마>는 내내 순간에 천천히 머무르고 신비로운 배경처럼 파도, 우박, 비행기 같은 것들이 기억의 일부인 듯 프레임을 이룬다. <로마>의 땅과 하늘은 곧 주인공 ‘클레오’(얄리사 아파리시오)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이거나 그가 일상을 보내는 공간 자체다. 첫 장면의 바닥은 ‘클레오’가 청소하는 바닥이다.
이제 사적이면서 공적인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다. 1970년대 멕시코에서 실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모르더라도 영화의 관객은 얼마든지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음’을 알아차릴 수 있는데, <로마>는 그것에 대해 설명할 생각이 없다. 다만 ‘클레오’가 보고 듣고 겪는 만큼만을 정보로서 허용한다. 굳이 <로마>가 멕시코인 여성 가정부를 주인공으로 어떤 정치적 함의를 담고 있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라, 이야기가 한 사람, 한 가정의 낮과 밤을 따라가며 그(들)의 행적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시대를, 그 시대의 공기를 생생하게 전할 수 있음을 적고 싶은 것이다. 사적인 이유. ‘클레오’ 한 사람의 이야기인 동시에 알폰소 쿠아론의 기억 속 ‘리보’의 이야기이므로 사적이다. 공적인 이유. 임신한 아이의 아빠인 ‘페르민’이 떠난 후 남겨진 ‘클레오’와, ‘클레오’의 고용주인 ‘안토니오’가 개인의 성취 혹은 이기를 위해 떠난 후 남겨진 그의 아내 ‘소피아’(마리나 데 타비라), 두 여성의 이야기가 평행선 혹은 그림자처럼 놓인다는 점에서 공적이다. 그러나 <로마>는 섣불리 ‘인종과 성별, 계급을 초월한 이야기’ 같은 것이 되려 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깨워 학교에 보내거나 함께 텔레비전을 보는 등의 가족처럼 보이는 일상에도 ‘가정부’와 ‘사모님’의 위치 차이는 존재하며 가사노동의 공간이 아닌 주거의 공간 역시 구분돼 있다.
“실제 우리 가족의 물건으로 방을 채웠다. 할머니 집에 있던 오래된 의자는 물론 다이닝룸과 아침을 먹던 공간, 응접실까지 원래 집에 있던 가구를 많이 채워넣었다. 극중 소피아의 초상화로 나오는 그림은 사실 우리 어머니의 초상화다. 아이들 방에 있는 대부분의 물건은 실제로 사용하던 것 혹은 영화를 위해 똑같이 재현한 것이다. 보라스라는 반려견은 가족이 기르던 강아지와 종은 물론 이름까지 똑같다.”
- 알폰소 쿠아론 감독
<로마>의 주 공간이 되는 집은 알폰소 쿠아론이 실제 살았던 동네의 근처이며, 가구와 소품들은 최대한 기억에 의존해 비슷하게 재현했다고 한다. 앞서 사적이면서 공적이라고 한 점은 자전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에 대해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 것으로도 이어지는데, 결국은 자신의 유년이 어땠는지 자체를 말하려는 게 아니라 자신을 키워주어 훗날 지금의 자신으로 만들어준 사람의 삶을 화자이자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알폰소 쿠아론이 연출 외 각본, 편집, 촬영까지 담당한 <로마>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사건이나 갈등이 아니라 가장 지나치기 쉬운 일상,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도 한켠에서 빨래나 설거지, 청소 등의 보이지 않는 일을 감내한 사람의 조용하고 고단한 하루들에 있다.
“앞으로 변화들이 좀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함께일 거야.”
-소피아, 클레오와 아이들에게
‘소피아’는 ‘클레오’에게 “우리는 널 정말 많이 사랑해.”라고도 말한다. 파도와 햇살을 끌어안고 서로의 모래 묻은 어깨와 등을 감싼 채 <로마>의 가족은 가만히 눈을 감고 사랑을 말한다. 이 순간 살아있음을 온 몸과 마음으로 끌어안고 만끽한 자의 모습으로. ‘나’의 삶은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사이에 전해지고 쌓여온 누군가의 가까운 도움과 보살핌으로 이루어졌다. 그것은 사랑이다. 우리는 사랑을 할 때에만 그것이 사랑인 줄 알아야 하는 게 아니라, 받을 때에도 반드시 알아야만 한다. 물론, 유년 혹은 유아기에는 알지 못하는 것들이 있으며 <로마>는 그것을 알고 있다. <로마>는 자신의 오늘이 타인의 과거로부터 비롯했음을 성찰하고, 최대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 그 타인의 일상에 빛을 전하는 사람이 만든 아름다운 영화다.
롱테이크와 패닝 숏으로 대표되는 미학적 스타일, 인물과 풍경을 담아내는 사실주의적 접근, 그리고 간결해 보이는 각본 안에 담긴 깊은 사유까지. 이미 경지에 이른 알폰소 쿠아론의 다음 영화를 믿고 기다려도 되겠다는 어떤 확신을 <로마>는 준다. 나를 살아있게 다른 이들의 지난 삶을 기억할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현재 애플TV의 시리즈 <Ascension>을 연출, 제작에 앞서 기획 중에 있으며, 아들 조나스 쿠아론과 함께 <A Boy and His Shoe> 각본도 집필할 예정.)
알폰소 쿠아론은 그렇게 “이 영화가 당신을 씻어내리도록 그냥 허락하세요”라고 권고한다. 동시에 희로애락이 출렁이는 개인의 삶 바깥에는 언제나 거대한 세계가 초연히 운동하고 있음을 말한다.-김혜리 기자, <씨네21>에서
* 본 콘텐츠는 브런치 김동진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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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남] 2021년판 나 홀로 집에, <워 위드 그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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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광남입니다. 오늘 리뷰할 영화는 워 위드 그랜파 (The War with Grandpa, 2020)입니다. 개인적인 관람 후기부터 말씀드리면 2021년, 나 홀로 집에 케빈이 돌아온 느낌도 들고, 영화 인턴에서도 마음을 달래주던 로버트 드 니로가 또 다른 역할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준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전형적인 미국 코미디 영화의 느낌도 나지만, 알 수 없는 공감대가 형성된 영화 워 위드 그랜파 (The War with Grandpa, 2020) 리뷰 바로 시작합니다.
▣ 영화의 줄거리는?
엄마 샐리(우마 서먼)가 할아버지 에드(로버트 드 니로)를 집으로 데리고 오면서 방을 뺏겨버린 손자 피터(오크스 페글리)는 다락방에서 지내야 된다. 가족끼리는 서로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한다지만 방을 뺏긴 충격에 피터는 할아버지 에드에게 전쟁을 선포하고, 할아버지를 골탕 먹이려고 온갖 수를 쓴다. 그러나, 계속된 피터의 도발에 에드 역시 반격을 시작하면서 방을 두고 두 사람의 소리 없는 전쟁이 시작된다! 룰도, 나이도 없는 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 철부지 할아버지 vs 철부지 손자
이런 철부지 할아버지와 손자가 또 있을까? 영화 워 위드 그랜파에서 두 사람의 싸움은 마치 철없는 아이들 싸움과도 같은데요. 한 명이 전쟁을 시작하면 다른 한 사람은 복수를 하죠. 가족들이 모르게 싸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엔 가족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 영화에서 핵심은 할아버지와 손자가 방을 두고 전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 아닌, 가족 모두가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 할아버지와의 추억?
먼저 떠난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할아버지와 그런 자신의 아버지를 모시고 온 샐리와 아서(사위). 그리고 샐리와 아서 사이에서 태어난 손주들까지 이 영화에선 코미디 영화가 주는 유쾌한 웃음이 참 좋은데요.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그 안에서 웃음만을 볼 수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설명 정도로 나오는 할머니 그리고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할아버지에게 피터와의 전쟁 한바탕은 잠시나마 할머니를 잊게 해준 고마운 시간이 되는데요. 이렇게 만들어가는 추억은 누구나 꿈꾸는 그런 가족의 모습이 아닐까 싶고, 저도 이런 모습에 알 수 없는 찡함을 전해받았습니다.
이렇게 오늘은 영화 워 위드 그랜파 (The War with Grandpa, 2020) 리뷰를 진행해봤습니다. 최근에는 액션, 판타지, 범죄 등 화려한 영화들을 주로 챙겨 봤었는데, 이렇게 힐링이 되는 영화를 보니 마음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네요. 잠시나마 로버트 드 니로가 나의 할아버지가 되어주는 영화 워 위드 그랜파 (The War with Grandpa, 2020) 정말 가족끼리 봐도 좋고, 혼자 봐도 좋은 영화로 추천드립니다. - 광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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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2023)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3개의 Chapter, 지옥과 신발
Chapter 2 미나토와 요리, 물과 불, 여성과 남성, 결말해석
00:00 고레에다 히로카즈
01:58 3막 구조
04:56 천국과 지옥, 신발
06:16 미나토와 호리
07:10 남성과 여성
10:17 물과 불
11:32 결말해석
13:03 별점 및 한 줄 평
13:21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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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기다려 온 미션 드디어 올타임 레전드 ‘그’가 돌아온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2025년 5월 극장 개봉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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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들이 키워낸 새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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