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2-13 14:49:03
2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설연휴 승자는?!
이번 설 연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작품은 <웡카>입니다. <웡카>는 개봉일이 지난달 31일부터 줄곧 박스오피스 정상을 달리고 있습니다. <시밈ㄴ더그히>는 설연휴를 노리고 나온 신작 영화들을 제치고 역주행에 성공하면서 2위를 기록,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예상 밖의 흥행을 이어가며 3위를 기록했습니다.
<아가일>이 개봉 첫 주에 이어 둘째 주까지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습니다. 하지만 2억 달러라는 거액의 제작비를 들여 오프닝 성적이 3,700만 달러에 그치면서 최종 박스오피스 성적이ㅣ 1억 달러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보여 흥행 실패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2위는 호러 코미디 <리사 프랑켄슈타인>이 3위는 제이스 스타뎀 주연의 <더 비키퍼>가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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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얼 페인 | 스토리텔링 시대에 이야기를 찾는 여행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생김새, 성격, 취향이 모두 다른 두 사촌 '데이비드'(제시 아이젠버그)와 '벤지'(키에란 컬킨). 어릴 때는 형제나 다름없었지만 여러 이유로 소원해졌던 두 사촌 형제는 오랜만에 재회한다.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이민 왔던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그녀를 기리기 위해서. 그들은 이민 전에 할머니가 살았던 집을 방문하기 위해 그녀의 고향인 폴란드로 떠난다.
호텔에 도착한 뒤 폴란드계 유대인의 역사를 살피는 가이드 투어에 합류한 두 사촌. 하지만 투어 중 데이비드와 벤지는 전혀 다른 성향 차이 때문에 끊임없이 싸운다. 심지어 벤지는 가이드인 '제임스'(윌 샤프)와도, 함께 투어에 참여한 '엘로지'(커트 에지아완), '마샤'(제니퍼 그레이)와도 갈등을 빚는다. 그들 사이에 낀 데이비드는 벤지에게 점점 화가 쌓이고, 그들의 관계는 새 국면에 접어든다.
진짜 이야기를 찾아 떠나는 폴란드 여행
몇 년 전부터 스토리텔링은 뜨거운 감자였다. 지금은 스토리텔링을 활용하지 않는 영역을 찾기가 어려운 수준이다. 마케팅의 경우 소비자로 하여금 홍보하는 대상 그 자체보다, 대상이 속한 서사에 더 빠져들게 하면서 특별한 경험을 약속한다. 저널리즘도 스토리텔링을 활용한다. 이제 기자들은 정보만 전달하는 대신 사건의 맥락 안에서 감정이 느껴지는 소설 같은 기사를 쓰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의 시대를 마냥 긍정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한병철 교수는 그의 저서 '서사의 위기'에서 스토리텔링 때문에 사람들이 오히려 더 고립되었다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현대 사회에서 서사는 마치 상품처럼 생산되고 소비된다. 스토리텔링의 서사는 잠시 인식된 후에 사라지는 정보일 뿐, 친밀감과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이야기하지 않고 광고하며, 주목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서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스토리셀링으로서의 스토리텔링은 이야기 공동체가 아닌, 소비사회를 형성"한다. 달리 말해 지금의 스토리텔링은 소비자를 만들 뿐, 과거 '일리아스'나 '아이네이아스' 같은 서사시가 한 공동체의 토대를 마련한 것과 같은 역할을 대신하지 못한다. 유럽에서 근대 소설이 국민국가와 민족이라는 개념 및 공동체를 구축했던 기능도 스토리텔링에게 기대할 수 없다.
제시 아이젠버그가 감독, 작가, 제작자, 주연을 맡은 영화 <리얼 페인>의 메시지도 다르지 않다. 폴란드계 유대인인 두 사촌 형제는 작고한 할머니의 폴란드 집을 방문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지만, 그들은 여행 내내 싸운다. 처음에는 성향 차이가 갈등의 원인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말에 다다르면 자연스레 생각이 바뀐다. <리얼 페인>은 진정한 이야기의 힘을 잊은 세태가 싸움의 이유였음을 투박하나 진정성 있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불만 가득한 여행
데이비드와 벤지의 여행기가 처음부터 진중하지는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리얼 페인>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일상적이며, 가벼운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오랜만에 시간을 보내는 두 사촌 형제는 자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다. 공항까지 가는 방법도, 비행기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식도 다르니까. 심지어 그들은 서로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서로의 직업도 겨우 알아가는 수준이다.
<리얼 페인>은 이처럼 갈등이 산재한 여행을 데이비드의 관점에서 보여준다. 그는 자신과 성향이 전혀 다른 벤지를 좀처럼 이해하지 못한다. 오프닝부터 그렇다.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하는 데이비드는 벤지가 제때 도착할지 걱정하며 여러 음성 메시지를 남긴다. 하지만 벤지는 그중 단 하나에도 응답하지 않는다. 걱정 가득히 공항에 도착한 데이비드를 만난 후에야 벤지는 몇 시간 전에 미리 와 있었다고 태연히 대답한다.
폴란드에 도착한 후에도 데이비드의 속은 타들어 간다. 벤지의 기행 때문이다. 그는 호텔로 마리화나를 주문하고, 마리화나를 피겠다며 호텔 옥상 문을 멋대로 열고 나간다. 음악 없이는 샤워를 못한다면서 데이비드의 핸드폰을 멋대로 빌려서 화장실에 들어간다. 가이드 투어에 합류한 후에도 데이비드는 여전히 불편하다. 그는 느낀 점을 여과 없이 말하는 벤지 특유의 화법이 다른 이들에게 혹시 무례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개인에서 공동체로의 변화
데이비드의 심정에는 쉽게 공감할 수 있다. 가족이나 친구와 떠난 여행 도중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상황이니까. 이처럼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도입부는 <리얼 페인>의 각본이 얼마나 영리한 지를 방증한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여행기를 따라가다 보면 두 사촌의 갈등이 철학적, 공동체적 차원으로 확장되는 경험을 가랑비에 옷 젖듯이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여행기의 특이점은 두 장면에서 암시된다. 우선 제임스의 가이드 투어에 참가한 이들은 호텔 로비에서 자기소개 시간을 갖는다. 이때 데이비드나 다른 일행은 어색하게 입을 여다. 그에 반해 벤지는 돌아가신 할머니와의 추억이나 데이비드와의 관계에 대해 어렵지 않게 이야기한다. 르완다 대학살에서 살아남은 엘로지나 남편과 이혼했다는 마샤의 사연에도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격의 없는 표현이 자칫 무례하게 느껴질 정도다.
다른 하나는 기념사진 시퀀스다. 투어 일행은 폴란드 군인의 공헌을 기리는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처음에는 각자 핸드폰으로 사진을 촬영하지만, 이내 벤지가 독특한 이벤트를 만든다. 그는 동상 모습에 착안하여 전투에 참여하고 있다는 가상의 이야기를 즉석에서 꾸며 낸다. 다른 일행에게 군의관, 포병, 장교 역할을 맡기며 생생하면서도 독특한 기념사진을 찍는다. 오직 단 한 사람, 데이비드만 이 이야기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 이후로 이비드와 벤지는 어색해진다. 데이비드는 예의 없어 보일 정도로 타인의 개인사를 물어보고, 개인적인 경계를 넘나드는 벤지가 불편하다. 반면에 투어 일행은 벤지를 접착제 삼아서 짧은 시간 내에 급속도로 친해진다.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데이비드는 벤지와 미묘하게 어색해진다. 정작 사촌인 본인은 그 안에 속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벤지가 불편한 진짜 이유
중요한 것은 데이비드가 느낀 불편함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그 이유는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 벤지는 언제든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 안에서 사는 인물이다. 그는 유대인 수용소가 있는 도시로 가는 길에 과거 유대인과 달리 편하고 고급스러운 기차를 타는 게 고통스럽고 가식적으로 느껴진다고 토로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개인의 서사와 공동체의 서사 간의 접점을 총체적으로 예민하게 느끼고 표출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데이비드는 다르다. 그는 벤지를 머리로 이해하지만, 진정으로 공감하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공유하거나 공동체를 만드는 것도 불편해한다. 벤지를 대하는 태도도 다르지 않다. 여행이 끝나면 뭘 할 거냐는 벤지의 질문에 그는 그저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답한다. 종종 만나자는 사촌의 말에도 벤지가 뉴욕으로 오라는 조건을 달며 미적지근하게 대한다. 자기가 벤지가 사는 시골로 가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는 게 그 이유다.
데이비드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현대적 일상의 단면이기 때문이다. <서사의 위기>에 따르면 신자유주의 체제의 스토리텔링이 낳은 결과물이라 할 수도 있다. 신자유주의 체제는 성과와 생산성을 높이려고 사람들을 고립시킨다. 모든 개인은 타인과의 경쟁 속에서 자기 최적화, 자기실현 서사를 추구한다. 그 결과 자기 자신을 숭배하는 사회에서는 타인과 의미를 공유하는 이야기가 부족해지고, 안정적인 공동체도 없다.
즉, 데이비드는 최선을 다해 일상을 영위하는 평범한 현대인이다. 이는 그가 타인의 사연을 궁금해하면서도 그들에게 깊이 공감할 여유까지는 지니지 못한 이유다. 공동체의 비극적인 역사를 이해하더라도 자신과 직접 연관 있다고 실감하지 못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없는 벤지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리얼 페인>은 스토리텔링에 이야기가 묻힌 시대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여행기인 셈이다.
벤지와 이야기의 진가
하지만 그렇기에 데이비드의 시점을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벤지라는 캐릭터의 진가가 역설적으로 명확해진다. 특히 투어 가이드 제임스와 벤지의 관계가 흥미롭다. 투어 도중 제임스와 벤지는 여러 차례 충돌한다. 벤지는 제임스의 투어 내용을 번번이 비판한다. 투어가 폴란드의 유대인 공동체와 관련된 장소와 정보로 가득하지만, 정작 과거의 공동체와 현재의 우리가 연결되는 경험이 없다고 지적한다.
공동묘지에 들렀을 때가 대표적이다. 벤지는 묘지에 묻힌 이들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하는 제임스를 막아 세우며 지금은 정보가 필요한 때가 아니라고 역설한다. 역사를 배우고 외우는 것을 넘어서 실존했던 공동체의 고통과 아픔을 느끼고 체화하는 맥락을 느낄 필요가 있지 않겠냐고 묻는다. 더 나아가 벤지는 유대 전통에 따라 묘비석 위에 돌을 올려주자고 제안하고, 제임스는 그의 말을 따른다.
그런데 투어가 끝난 후 제임스는 벤지에게 감사 인사를 건넨다. 그 누구도 주지 않았던, 하지만 자신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피드백을 받았다면서. 이전까지 그의 가이드 투어는 그저 판매자와 소비자 관계를 형성하는 상품이었다. 그러나 이제 제임스는 그의 투어 안에 내재했지만, 자본 논리에 가려졌던 진정한 서사와 의미를 끄집어낼 수 있다. 이야기와 공동체의 관계를 형성할 줄 아는 벤지의 특별함 덕분이다.
이 광경은 <서사의 위기> 속 "이야기는 사회적 응집성을 만든다. 이야기는 의미를 제공하며, 공동체를 형성하는 가치를 전달한다"라는 구절을 떠오르게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는 할머니가 별세한 후에 벤지가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자살 시도를 했다는 사연도 다른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단순히 개인적인 괴로움의 결과가 아니라, 이야기의 의미를 잊은 공동체의 위기와 공허함에 대한 비유이자 의인화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늘 자기 자리에 있던 이야기
영화의 결말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리얼 페인>은 데이비드의 변화로 끝을 장식한다. 생전에 할머니가 지내던 집 앞에 도착한 뒤, 데이비드는 제안한다. 공동묘지에서 벤지가 그랬듯이, 집 앞에 돌을 내려놓자고. 공항에서 헤어질 때도 데이비드가 벤지를 대하는 태도는 이전과 퍽 다르다. 그는 벤지를 먼저 집에 초대하고, 벤지와 할머니 간에 있었던 독특한 에피소드를 재현하면서 작별 인사를 건넨다.
결국 데이비드의 변화는 그의 여행기가 잊고 지내던 폴란드계 유대인이라는 혈연과 공동체의 이야기를 재발견하는 여정이었기에 의미심장하다. 이에 더해 그의 여행기는 그가 SNS 광고업 종사자라서 더욱 입체적이다. 그의 변화는 이야기의 본래 기능, 사람들을 응집하는 힘을 회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가득하다. 그런데 정작 SNS는 사람들을 파편화된 스토리에 빠트린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기에 역설적인 맛이 있다.
그의 변화 덕분에 오프닝과 클로징의 대조도 뇌리에 각인된다. 결말에서 카메라는 데이비드와 헤어진 후 공항에 남은 벤지를 비춘다. 이 장면은 벤지가 공항에 먼저 와 있었던 오프닝과 이어진다. 마치 벤지, 곧 이야기는 데이비드 같은 현대인을 언제나 기다린다고 말하는 듯하다. 여기에 공간적 맥락을 더하면 벤지의 가치는 더 돋보인다.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모였다가 흩어지는 공항은 가장 개인적이고 비서사적인 공간이니까.
이처럼 두 사촌의 여행기는 개인과 공동체의 접점, 스토리텔링과 이야기의 차이라는 틀에 비추어 곱씹을수록 맛이 진해진다. <리얼 페인>이 제40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왈도 솔트 각본상을 수상한 힘이 새삼스레 느껴지는 셈이다. 더 나아가 제시 아이젠버그를 재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리얼 페인>은 특유의 '너드' 같은 연기 스타일에 갇힌 듯 보이던 그가 알을 깨고 감독, 제작자, 작가로서 태어나는 전환점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스토리텔링에 숨 막힌 개인을 이야기가 구원하는 방법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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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산성/2017/한국
(이미지 출처: 네이버 이미지)
<애국의 길>
영화 <남한산성>은 김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사극.
1636년 12월, 추운 겨울. 청나라 군대가 무거운 군장차림으로 조선에 쳐들어와 군신의 예를 요구한다. 힘없는 임금 인조와 대신들은 남한산성으로 피신하여 갇힌 상태.
명을 등지고 청을 받들자니 대의가 발목을 잡고, 대의를 따라 명을 받들자니 눈앞의 청나라 군대가 두렵다.
신하들은 척화파와 주화파로 갈려 임금에게 저마다 목소리를 높여 읍소한다. 첨예하게 둘로 나뉜 주장 사이에서 인조는 그저 갈팡질팡한다.
척화파는 예조판서 김상헌, 주화파는 이조판서 최명길로 대표되는데 이들 모두 진정 자신의 생각만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 유약한 인조는 김상헌과 최명길 양쪽에 번갈아 마음이 쏠린다. 그래서 전투를 해보기도 하고, 옥새를 찍은 격서를 비밀리에 도원수에게 보내 원군을 청하여 보기도 하지만 실패한다. 그 사이에 화친의 말을 잇고자 최명길을 적진에 보내 청나라 장수의 마음을 달래려 하지만 청은 요구를 거두어들일 마음이 없다. 조선의 오락가락하는 행태가 결국 청의 황제까지 전장으로 끌어들이게 되자 임금과 신하들은 화친이 아니라 무조건 ‘복종’을 할 수밖에 없는 형편에 이른다.
인조와 조정신하들은 굴욕적인 화친의 예를 행하고 비통에 젖어 환궁을 한다. 을씨년스러운 궁에 들어서며 하늘과 궁을 둘러보는 최명길의 얼굴엔 안도감이 배어있으나 밝지는 않다. 오랑캐에게 머리를 숙이는 임금은 나의 임금이 아니라며 자결하고만 김상헌은 그 자리에 없다.
임금이 명을 사대하든, 청을 사대하든 관심 없고 하루하루 편히 먹고 살기만을 바라던 백성들은 병자년의 모진 겨울을 견뎌낸 후 민들레 돋아나는 봄을 맞이하여 목숨과 생기를 이어간다.
영화는 마치 책처럼 10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시퀀스마다 부제가 붙어있다. 자칫 지루하고 산만해질 수 있는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하여 관람객들의 주의를 집중시키려는 장치인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두 시간을 넘기는 상영시간 내내 몰입할 수 있었다.
첫 장면부터 민들레꽃 이전까지는 스크린이 청색에 푹 젖어 있다. 보통 청색을 포함한 찬색은 좌절과 패배, 수동성 등을 묘사할 때 쓰인다. 청색의 화면에서 적군의 무기에 다친 조선 백성의 붉은 피, 비밀 격서를 싼 붉은색 비단 봉투는 단말마의 고통처럼 처연하고 선명하여 섬뜩하다. 한편 임금과 신하들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너무 깊어서 이미 헤어 나올 수 없는 어둠이 그들을 잡아먹어 버린 것처럼 묘사된다. 조선이 청에게 패배하고 말 것이라는 불길한 암시 같다.
인물과 진영의 위치는 역학관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대장장이 서날쇠가 임금의 격서를 전달하였으나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싫었던 도원수와 그의 참모들이 격서를 받은 증거를 없애려고 서날쇠를 추격할 때, 낫으로 얼음 절벽에 매달린 날쇠를 사이에 두고 청군을 높은 절벽의 위에, 조선군은 그 절벽의 아래에 배치한 것은 그런 의도로 읽혀진다. 청의 황제를 올려다보는 카메라의 위치, 청의 황제가 남한산성에서 명에게 예를 올리는 조선의 대신들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 등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이렇듯 일반적인 영상언어의 문법을 충실히 지킨 화면의 구도와 색감은 사극에 정통성을 부여한다. 아울러 이야기는 정직성과 안정성을 풍긴다.
배경음악도 훌륭했다. 음악이 적절하여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현실감이 두드러졌다. 대사를 강조할 때에는 음악 없이, 전투의 처절함을 묘사할 때에는 빠르고 날카로운 음악을 사용하여 극의 긴장을 내내 유지했다.
개인이든 국가든 그 실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때는 위기를 맞았을 때이다.
인조가 다스리던 조선의 실력은 허약했다고 영화는 말한다. 그렇지만 절망보다는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 같은 희망이 전해져 오기도 한다. 작은 나라였지만 조선의 사대부 김상헌은 대의명분을 고민할 줄 알았고, 또 최명길은 나라와 백성의 오랜 생명을 위해 역적의 오명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의명분을 접을 줄도 알았으니 말이다. 더욱이 둘은 각자의 애국심과 충정을 잘 알기 때문에 서로를 인정하고 위했다. 감독은 냉정할 정도로 균형 잡힌 연출로 어느 한 편에 치우침이 없이 이 두 사람의 충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양반들을 불신했던 날쇠는 보상이 없을 것이 뻔한데도 김상헌의 부탁을 받자 목숨을 걸고 임금의 비밀 서찰을 들고 추운 겨울에 길을 떠났고, 휘하의 군병들 생명을 구하기 위해 무장 이시백은 영의정 김류의 명에 맞섰다.
청의 침략이라는 큰 위기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던 조선의 허약한 모습이지만 그나마 각자의 위치에서 나라를 구하려고 목숨과 명예를 걸었던 과거의 인물들을 그려냄으로써 감독은 현재의 우리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물론 그보다는 주의와 경고가 먼저였겠지만 말이다.
<남한산성>은 탄탄한 이야기와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 균형 잡혀 안정적이고 빈틈이 없는 감독의 연출 등이 조화를 이루어 흠잡을 데가 보이지 않는 명작이다. 그리고 ‘애국’이란 무엇인가를 정말 깊이 생각해야만 하는 지금의 우리에게 꼭 필요한 영화이기도 하다(©2017.최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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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퀸스 갬빗>에서 제일 좋았던 건,
<퀸스 갬빗>에서 제일 좋았던 건,
체스신동, 그리고 그녀를 사랑한 사람들.
보름 정도에 걸쳐 미국 드라마 <퀸스 갬빗>을 보았다. 너무 재밌어서 쏙쏙 빨려 들어갔던 드라마. 배경은 1960년대고(나는 시대극이 좋다), 소재는 체스이고(생소한 분야를 엿보는 건 더 좋다), 커다란 눈의 여주인공은 너무 매력적이다.
체스가 이렇게나 어렵고 복잡한 게임인 줄은 드라마를 보고 처음 알았다. 모든 공격에 각각의 이름이 붙여져 있고, '퀸스 갬빗'이라는 드라마 제목도 체스 오프닝 기술의 한 부분이라고 한다. 그리고 한 때 사람들이 체스에 그렇게나 열광했는 지도 처음 알았다. 드라마의 배경인 1960년대에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체스에 관심이 있었던 듯하다. 챔피언십도 중계하고, 신문 1면에도 실리고, 챔피언의 우승자는 거의 연예인의 인기더라. (이세돌 같은 느낌일까?)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
이 드라마는 주인공 '하먼'이 체스에 소질을 보이면서 결국 체스 최강자가 되는 이야기다. 체스 얘기니만큼, 여러 사람들과 체스경기를 두며 심장을 쫄깃하게 하는 장면들은 매우 흥미진진했다. 그치만 내가 이 드라마에서 가장 좋아했던 요소는 따로 있다. 바로 양어머니 '엘마'와의 관계다.
하먼은 어릴 때 친모를 잃고 고아원에서 크다가 13살에 엘마에게 입양됐다. 유년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타고난 기질인지, 하먼은 시종일관 굉장히 무뚝뚝한 성격으로 나온다. 입양이 되고도 웃는 모습을 여간해선 볼 수 없는 데다, 그런 성격 탓에 사람들과 가까워지지도 못하고 늘 외톨이처럼 지낸다. 그런 하먼을 보듬어준 게 바로 양어머니 엘마였다. 보듬었다고 해서, 하먼을 엄청 옆구리에 끼고 사랑 표현을 하고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둘은 엄마와 딸의 관계라기 보단 뭔가 친구 같은 관계다. 그런데 나는 그래서 오히려 현실적으로 와 닿았다. 겉으로 나도는 남편 때문에 외로웠던 양어머니와, 고아로 크면서 마음을 잘 열지 못하는 딸이, 서로 친구처럼 의지하는 모습. 낯간지럽게 껴안고 뽀뽀하는 장면 하나 없이도, 둘의 관계는 묘하게 뭉클하고 훈훈한 구석이 있었다.
엘마는 딸이 체스에 소질이 있다는 걸 알고는 적극 뒷바라지 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남편이 떠난 후 수입이 없어서, 딸이 챔피언십에서 따온 상금으로 먹고살려고 그러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하먼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 드러났다. 잡지에 나온 딸의 기사를 딸보다 더 자세히 찾아 읽는가 하면, 사람들 앞에서 자랑스러워 어쩔 줄을 몰라하고, 그녀의 체스 친구들을 알고 싶어 하고, 체스에 대해 모르면서도 딸의 경기를 지켜보려 한다. 그게 애정이 아니면 뭘까.
무뚝뚝함의 극치였던 하먼 역시, 서서히 양어머니에게 의지하게 되고 사랑하는 게 보인다. 나름의 애정표현이랍시고 '툭'하며 양어머니의 손을 잡을 때. 수입이 없던 양어머니가 "나에게 상금 10%씩만 띄어주겠니?"하고 소심하게 묻자 "15%로 해요"하고 말했을 때. 왠지 모를 흐뭇함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둘 사이의 애정은, 매번 그 서툰 표현들에서 여지없이 묻어 나왔다. 그 은은히 물드는 관계를 지켜보는 게, 바로 내가 이 드라마를 좋아한 가장 큰 이유였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양어머니 엘마는 건강이 나빠 일찍 죽는다. 모나고 차가운 세상에서 유일하게 하먼을 사랑해주었던 엘마. 그녀의 죽음에도 대성통곡은커녕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던 냉랭한 하먼은,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참았던 눈물 한 줄기를 쏟는다. 생전 양어머니가 좋아했던 위스키를 마시면서. 더도 말고 딱 한 줄기의 눈물이었다. 하지만 그 절제된 모습의 바닥에, 엘마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과 연민이 꽉 차 있다는 건, 차고 넘치도록 알 수 있었다는 거.
양어머니 엘마와의 뭉클했던 관계.
드라마는 하먼이 체스 최강자였던 소련선수 '보르고프'를 누르고 우승을 하는 것으로 끝난다. 하지만 난 이 드라마가 결코 체스대회에서 우승하는 여자아이 얘기라고만 느끼지는 않았다. 고아였고 외톨이었던 하먼이, 양어머니를 만나고, 자신을 아껴주는 친구들 베니와 해리, 타운스를 만나면서 마음을 여는 성장드라마로 보였다.
마지막에 그녀는 별로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잘 웃고, 표현도 할 줄 알게 되며, 특유의 무뚝뚝함에서 해제되어 길거리의 노인들과 인사하고 체스도 둔다. 나는 그게 보르고프를 꺾고 우승한 것보다도 더 흐뭇했다. 하먼이 엇나가지 않고 클 수 있었던 자양분은, 체스이기도 했지만 결국 사람이지 않았을까.
체스 최강자 고르고프와의 시합.
여담이지만, 이 드라마가 방영된 후 구글에서는 '체스 두는 법'이 9년 만에 검색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음, 난 드라마를 보고 나니 오히려 체스에 관심을 가지기 싫어지던데. 왠지 내 머리가 얼마나 나쁜지만 드러날 것 같아서 말이다. 그저 좋은 드라마, 웰메이드 드라마로 깊이 간직해야지. 간만에 훌륭한 드라마를 보고 나니 갈비탕 한 그릇을 비운 것 마냥 속이 뜨끈하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우두미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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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폐미'라는 그 모호함에 대하여
‘퇴폐미’ 라는 그 모호함에 대하여
영화 속 주인공들이나, 연예인들에게 심심치 않게 쓰지만, 현실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말 ’퇴폐미’, 이 묘한 단어는 때로 음란하다거나, 부도덕적인 것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팜므파탈이나, 악녀와는 조금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퇴폐는 한자로는 무너질 퇴, 폐할 폐를 쓰고, ‘퇴폐미’를 사전에서는 ‘도덕이나 풍속문화 따위를 벗어난 데서 느껴지는 아름 다움’으로 정의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퇴폐미(decadence) 라는 말은 19세기 말에 프랑스에서 유행했던 미술, 문학, 음악, 철학 등 문화 전반의 경향에서 시작되었다. ‘시대정신을 무시한 미적 쾌락만을 추구하는 미술’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히틀러가 나치 독재가 지배하는 동안 인상파,표현주의,초현실주의,입체파, 야수파 등에 모두 ‘퇴폐예술’이라는 이름을 붙여 칸딘스키, 뭉크, 피카소, 샤갈의 그림이 포함된, 퇴폐미술전을 열고, 많은 작가를 탄압한 사례는 유명하다. 공산주의에서는 자본주의 음악이라며 ‘재즈’를 퇴폐적이라며 배격하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유신체제에서 대중가요를 퇴폐성향이라는 이름을 붙여 금지곡으로 만들기도 했다.
퇴폐라는 말은 기존의 가치관과 질서에 대한 반항의 의미가 더 컸는지도 모르겠다. 기존 체제와 다른 길을 시도 하고, 지금의 질서에 반기를 드는 것은 늘 어려운 일이었고, 황금빛, 꽃길과는 다르게 투쟁의 이미지로 그려지기 쉽다. 투쟁하고, 박해 받는 어두운 현실. 그리하여 공허하고 때때로 슬픈 눈빛을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굽히거나, 타협하지 않는 이미지.
‘그래서 어쩌라고?’
라고 나직히 말할 것 같은, 무심한 눈빛.
생각해보면 영화 속 퇴폐미를 가진 인물들은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뭔가 사연이 있을 법한 눈빛으로 스토리에 몰입하게 만들어주는 매력적인 캐릭터. 나는 왜 이런 캐릭터에게, 배우에게 매력을 느끼고 때때로 꺄 – 하고 비명도 지르며 빠져들게 되는 걸까.
나의 경우, 현실에서는 대체로 일상을 평범하게 꾸려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탈이라고 해봐야 가까운 곳으로 여행 정도인 삶. 내가 이런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나에게 없는(어쩌면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밖으로 거의 발현되지 않은) 저항과 반항에 대한 욕망을 실현 시켜주는 대리만족의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이번 주말엔 모호하여 더 신비하고 매력적인 ‘퇴폐미’ 가 가득한 영화를 보며 잠시 일상을 탈출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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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들과 달라 소외된 모든 이들에게
집에 가는 길이었다. 나는 거북목이 있다. 같은 반 친구들이 자세가 비틀어져 있다고 했다. 복숭아뼈와 맞지도 않은 바지 총장이 신경쓰였다. 난 아래를 내려다 보는것이 습관이었다. 용돈을 한푼 두푼 모아 샀던 스탠스미스 기름이 반질반질했다. 아. 오늘은 애들이랑 피시방 갔었지. 구토가 심하게 올라와서 나 먼저 집에 오는 길이었다. 학교 근처에 벛꽃이 폈다. 난 내가 나온 초등학교 근처 중학교에 가고 싶었는데. 친구들이라면 아주 좋아했던 내가 먼 동네에 와서 이러고 있다는게 슬프기도 했다. 애들이랑은 사이가 멀어져 보기가 힘들다. 아니 사실 나는 휴대전화도 없어서 연락할 방법도 없었다. 오다가다 만나면 잘지내니 인사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애들이랑 멀어져갔다. 초등학교 졸업하고 나서는 거의 얼굴을 본 적이 없는것 같다. 난 버스를 타서 미술학원으로 갔다. 엠피쓰리 이어폰이 있어 심심하진 않았다.
난 오늘도 그렇게 집에 왔다. 이어폰이 에어팟이 됐고, 무거운 책이 가득하던 책가방에는 신입생부터 고대하던 맥북이 있다. 누군가에게 연락이 와도 답장을 안할때가 많고, 사실 먼저 하기에도 할 말이 없다. 주위에 누군가가 있으면 있는거겠지. 난 관계맺기에 서툰 사람이 맞는것 같다. 한동안은 부당한 따돌림에 나를 숨기고 싶어서 나를 속여왔지만 이제는 그냥 그런대로 흘러두는게 제일이라고 생각했다. 좋게 말하면 엉뚱함이고 나쁘게 말하면 나밖에 모르는 소통방식에 그렇게 많은 사람을 떠나보냈다. 에어팟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사가 있다. 솔직히 세상과는 어울린 적 없어. 누군가의 대단한 인생 멘토라도 되거나 좋은 친구와 동생인 양 하지만 나는 어쩌면 루저에 가까운 인간일지도 모른다.
<문라이트>는 흑인, 동성애자, 학교폭력 및 가정폭력 피해자를 중심으로 한 3부작 영화다. <라라랜드>와 함께 이 해에 열렸던 시상식이란 시상식은 모두 휩쓸었다. 이에 대한 이유가 소수자와 약자를 중심으로 한 영화라서는 아닐거다. 작품이 갖는 장점이야 아주 많다. 흑인 피부 질감에 대한 표현, 멘토 후안과 그의 여자친구 및 주인공 어머니에 대한 연출,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명대사까지. 이 영화가 주요 시상식에 이름이 오르락 내리락했던 이유는 분명하고, 그 중 내가 생각하는 건 확실하다. 이야기의 전달 방식이다. 영화는 주인공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이 전달방식은 소수자인 주인공의 처지가 왜 사람들에게 공감받을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대표적으로 1부에서 후안과 어머니가 만나서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어머니는 후안에게 '당신이 내 아들 키울꺼야?'라고 묻는다. 후안은 째려본다. 어머니는 '너는 그래서 나에게 약 계속 팔거야?'라고 반문한다. 샤이론의 삶이 어떤지 이 장면으로 요약이 가능하다. 따돌림으로 마음을 닫았던 주인공이 정신적으로 기댈 수 있는 멘토를 만나지만 그가 우리 어머니에게 마약을 팔던 마약상이었다. 설득력이 있는 우연이다. 샤이론의 외로움을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왜? 이런 상황은 주인공에게만 있거든. 샤이론의 관점에서 생각해본다면 기댈 곳이 없어진 셈이다. 감독은 이렇게 일대기를 주르륵 나열하는것이 아닌, 성장하는 과정의 단면만을 보여주어 주인공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주인공이 첫사랑에게 받은 상처와도 연결된다. 정체성에 혼란을 겪던 주인공은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에 방황하다 앞과 비슷한 방식으로 상처를 입는다. 영화는 이렇게 사건을 서술하며 주인공이 겪을 외로움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한다. 보다보면 분명해진다. 주인공은 남들과 달라서 자주 넘어진 사람이었다.
감독은 이렇게 삶에서 상처를 받은 후를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됐을지를 우리에게 추측하게 할 뿐이다. 이런 연출의 의도는 분명하다. 영화가 일대기를 연속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고 했다. 삶의 변곡점이 되는 사건들로 데려가 함께 관찰한다. 이 후의 모습은 관객이 직간접적으로 만들어온 인생관에 비추어 추측할 뿐이다. 이 외의 경우가 딱 한게 있다. 엔딩 직전에 두 주인공이 만나서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말하는 장면이 있다. 남들처럼 살다가 삶을 놓쳤다는 말을 했다. 그렇게 먼 길을 돌고 돌아서 두 주인공이 선택한 답은 서로의 진심을 터놓는 것이다. 각자의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면서 말이다. 사후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던 영화는 주인공의 대사 한마디로 그들의 미래에 대해 비교적 분명한 답을 보여준다. 난 이게 감독이 주는 메세지라고 생각한다. 리틀과 같이 남들과 달라 마음의 문을 닫았던 이들을 밤바다 아래로 초대해 파란 빛으로 위로하는 셈이다. 이것은 엔딩신에 있는 사람이 '리틀'이라는 것과도 궤를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리틀은 주인공이 상처받기 전의 내면세계다. 감독은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남들과 달랐기에 아팠던 이들을 하나로 공감해주고 있다. 난 이래서 이 영화를 좋아한다. 난 게이도 아니고 흑인도 아니다. 대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서툴렀고, 미안해도 미안하다고 똑바로 못했다. 누군가에겐 상처줬던 내 자신을 혼내면서도 이해해주는 영화가 이 <문라이트>라고 생각했다.
4월 20일까지 이 작품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난 이 영화를 다들 한번 쯤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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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봉예정 실사 애니 <피터 래빗 2>의 초호화 캐스팅!
소니 픽처스의 실사 애니메이션 <피터 래빗 2: 더 런웨이>가 6월 11일 (금), 중국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2위로 화려한 데뷔를 했다는 소식인데요!
개봉일이었던 6월 11일 금요일 당일 수익 969,000달러로 약세를 보였던 <피터 래빗 2>는 주말까지 10,500개의 스크린에서 총 7,800,000 달러 수익을 올리며 중국 스포츠 드라마 영화 <네버 스탑> (超越, 2021) 에 이어 2위를 차지하였습니다.
3월 13일 러시아 개봉을 시작으로 호주, 멕시코, 유럽, 그리고 미국과 중국까지 순차적으로 개봉한 실사 애니메이션 <피터 래빗 2>는 북미 개봉주에 매우 근소한 차이로 <콰이어트 플레이스 2>, <인 더 하이츠>에 이어 3위를 차지했는데요.
그럼에도 아직 국내 개봉 소식은 들려오지 않아 아쉬운 영화 <피터 래빗 2>가 사실은
초.호.화 성우진을 자랑한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그럼, 지금부터!
<피터 래빗 2>가 자랑하는 캐스트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마고 로비 (a.k.a 할리 퀸)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로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마고 로비'는 영국 시대극부터 사회에서 다뤄야 할 문제를 통쾌하게 꼬집는 작품들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폭넓게 활동해온 배우인데요! 이후 DC의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할리 퀸'역을 맡으며 헐리웃 대표 배우로 급부상한 그녀는 오스카 각본상에 빛나는 문제작 <프라미싱 영 우먼>을 통해 제작 분야에까지 뛰어든 제작자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빛나는 '마고 로비'의 첫 더빙 애니메이션 작품이 바로 <피터 래빗>이고, 마고는 <피터 래빗>에서 '플롭시' 역을 맡아 새콤달콤 과즙미 팡팡 풍길 예정이라 합니다!
엘리자베스 데비키
<위대한 개츠비>의 '조던 베이커' 역으로 처음 얼굴을 알린 '엘리자베스 데비키'는 191cm의 큰 키로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소화해내며 탄탄한 필모를 쌓아왔는데요! 특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맡은 외계 여신 '아이샤' 역과 <테넷>의 '캣' 역을 통해 한국에도 잘 알려진 배우입니다. 사실, 데비키는 <맥베스>, <비타 앤 버지니아>와 같은 정극까지 소화 가능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인데요. 그런 그녀의 첫 애니메이션이 바로 <피터 래빗>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게 걷는 위풍당당 '몹시' 역이 매우 궁금해지네요.
제임스 코든
미국 토크쇼 <더 레이트 레이트 쇼 위드 제임스 코든>의 호스트이자 Sia, Adele과 같은 세계적인 가수와 함께한 카풀 노래방으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그는, 뛰어난 노래 실력과 맑은 목소리를 통해 많은 뮤지컬과 애니메이션 작품에서 활약해왔는데요. 뿐만 아니라, <오션스 8>, <비긴 어게인> 등의 작품에서 감초 역할까지 톡톡히 소화해낸 '배우'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의 존재감이 제일 잘 드러나는 영화는 역시! 그가 주연 토끼 '피터' 역을 맡은 <피터 래빗>이 아닐까 싶습니다 :)
데이지 리들리
<스타워즈>의 시퀄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발탁되며 전 세계적으로 단번에 얼굴을 알릴 수 있었던 '데이지 리들리'는 스타 워즈 내 타 배우 대비 짧은 연기 경력에도 불구하고 좋은 연기를 선보이며 호평을 얻어낸 배우입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올 7월 개봉 예정인 영화 <오필리아>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우리가 모르던 '햄릿'의 이야기를 '오필리아'의 시각에서 새롭게 그려낸 작품인 만큼 기대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강인함을 <피터 래빗>의 걸 크러쉬 토끼 '코튼테일'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고 하니 무척이나 기대되네요!
도널 글리슨
여기에 토끼가 아닌 '사람'으로 출연하는 배우 '도널 글리슨'은 <해리포터 시리즈>와 <스타워즈 시리즈> 등 명작에 모습을 드러내며 이름을 알렸는데요. 그런 그의 대표작은 바로 국내에서 로맨스 명작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어바웃 타임>(2013) 입니다. 너드미 뿜뿜 풍기는 그의 매력은 이번 <피터 래빗 2>에서도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연, 토끼들과의 전쟁에서 인간 '토마스'가 승리할 수 있을지
그리고 국내에서도 그 승부를 지켜볼 수 있을지!
<피터 래빗 2>가 개봉할 그 날을 기다리며,
그때까지 영화로운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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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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