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2-14 14:15:13
2024 4대 OTT 기대작 모음집
넷플릭스 / 티빙 / 디즈니플러스 / 쿠팡플레이
씨네픽 선정 2024 OTT 기대작 모음집!
제일 기대되는 작품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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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아다지오'의 매력으로 가득 채운 '로마 3부작'의 끝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감독] 스테파노 솔리마 stefano SOLLIMA
출연] 피에르프란체스코 파비노 Pierfrancesco Favino, 토니 세르빌로 Toni Servillo, 아드리아노 지안니니 Adriano Giannini, 발레리오 마스딴드리아 Valerio Mastandrea, 지안마르코 프란치니 Gianmarco Franchini
ITALY|2022|127 min|DCP|Color|International Premiere
시놉시스
열여섯 살 소년 마누엘은 부패한 경찰로부터 나이트클럽에서 한 정치가를 몰래 촬영하라는 지시를 받지만, 마지막 순간에 비디오를 찍지 않고 도망친다. 그 후로 협박에 시달리게 된 소년은 아버지의 지인인 늙고 병든 과거의 갱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소년을 구함으로써 늙은 갱들은 속죄의 길을 찾게 될까?
드니 빌뇌브의 뒤를 이어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의 메가폰을 잡은 순간, 이탈리아 영화감독 스테파노 솔리마의 이름은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데뷔한 순간부터 주목 받은 영화감독이었다. 데뷔작인 <A.C.A.B.>로 2012년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협회(FIPRESCI)상, 러시아영화비평가상, 국제영화클럽연합상을 모두 수상했을 정도.
이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부문에 초청된 <아다지오>가 유독 눈길을 끄는 이유다. <아다지오>는 데뷔작 <A.C.A.B.>, 2015년 작품 <수부라 게이트>으로부터 주제적으로 이어지기 때문. 동시에 <아다지오>는 솔리마의 '로마 3부작'을 마무리하는 영화다. '솔리마'라는 작가의 한 장이 끝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솔리마가 그의 트릴로지를 끝내는 방식이 눈길을 끈다. 보통 할리우드 작품의 경우 삼부작의 끝을 굉장히 장엄하고 화려하게 마무리 짓는 경우가 많다. MCU의 많은 삼부작이 그랬고, <반지의 제왕>이나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아다지오>는 다르다. '아다지오'라는 제목의 이중성을 다양하게 변주하며 깊은 여운을 남기는 데 주력한다.
'아다지오'로 쌓아 올린 분위기
아다지오는 음악 용어다. '천천히', '느리게'라는 뜻을 지녔다. 이는 <아다지오>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액션 범죄 영화이지만 솔리마는 섣불리 총을 꺼내지 않는다. 경찰과 마피아의 대립인지, 마피아와 또 다른 마피아의 싸움인지 분간하기 어렵게 만든다.
일례로 첫 45분 동안 영화는 주인공들의 관계를 밝히지 않는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은퇴한 마피아 '다이노타'(세르빌로). '마누엘'(프란치니)을 협박하는 무자비한 악역 '바스코'(지안니니), 전직 마피아이자 다이노타의 동료였던 맹인 '폴니우만'(마스텐드리아)과 '로미오'(파비노)까지. 영화는 이들의 관계, 목적, 과거사를 좀처럼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마누엘이 그들과 엮이게 되는 상황을 묘사하는 데 주력한다.
그 덕분에 영화는 천천히 끓어오른다. 정보가 풀릴 때마다 긴장감이 찬찬히 쌓인다. 일례로 바스코가 잔인한 악역이라는 사실은 처음부터 드러난다. 그러나 그가 부패한 경찰이라는 사실은 가려져 있다. 그 덕분에 그의 신분과 목적이 드러나는 순간 대립 구도와 추격전은 한층 더 분명해지고 절박해진다. 과거와 현재에 걸친 로미오와 다이노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비극은 중반부에야 모습을 드러내며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마지막 불꽃의 미학
캐릭터 활용법도 제목에 충실하다. "아다지오"는 이탈리아 말로 "안녕"이나 "안녕히 가세요"와 같은 인사말이다. 달리 말해 <아다지오>는 인생의 끝이 임박한 늙은 마피아들의 작별 인사다. 실제로 세 명의 마피아는 모두 늙고 병들었다. 폴니우만은 눈이 멀었고, 다이토나는 정신이 뒤죽박죽이다. 로미오는 암에 걸린 시한부 인생이다.
솔리마는 그들이 죽음으로 가는 길을 조금은 늦추는 방법을 보여준다. 그들이 어떻게 마지막을 담담히 수용하고 끝을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마누엘을 지키기 위해 각자의 어려움을 역이용하기에 더 흥미롭다. 시력을 잃은 폴니우만은 바스코의 부하를 맞닥뜨린다. 언제든 총에 맞아 죽을 수 있는 일촉즉발의 순간. 갑자기 찾아온 정전 덕분에 폴니우만은 동등한 처지에서 마지막 싸움을 벌일 수 있다.
다이토나도 마찬가지다. 마누엘을 추적하는 바스코에게 고문당하는 노인. 마지막으로 바스코가 질문하는 순간, 다이토나는 정신을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항상 되뇌던 곱셈을 다시 읊는다. 그는 마지막까지 정신을 잃지 않고 아들을 지켜내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로미오도 다르지 않다. 시한부 인생인 그의 첫 등장은 무기력하다. 침대 아래 바닥에 늘어져 있다. 하지만 마누엘을 만나고, 다이토나와의 악연을 청산한 후에 그는 예정된 죽음을 앞당기는 용기를 보여준다. 한때 원수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 바스코와 치열한 총격전을 벌인다. 늘고 병든 세 마피아의 작별 인사는 마지막 순간에 가장 밝게 타오르는 촛불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보여준다.
로마는 이렇게 쓰는 거야
로마 활용법 덕분에 이들의 작별인사는 더욱 빛나고, 처연하며, 긴 여운을 남긴다. 첫 장면부터 영화는 거대한 화재로 인해 위기에 빠진 로마를 보여준다. 산불 때문에 도시는 점점 자주 정전에 빠진다. 여름과 화재가 겹쳐 도시의 온도는 점점 더 상승한다. 재 구름 덕분에 하늘도 서서히 어두워진다. 불을 피하기 위한 차들의 행렬 때문에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한 지 오래다. 이러한 로마는 묵시록의 한 장면 같다.
이에 더해 솔리마는 자기 특기를 살려 로마의 어두운 일상을 카메라에 담는다. <미션 임파서블 7>이나 <분노의 질주 10> 같은 할리우드 영화에게 한 수 알려주는 듯하다. 값싼 아파트의 철조망과 문은 사람들을 가둔 듯 보인다. 높고 더러운 창문 때문에 햇빛도 잘 안 든다. 이는 마치 벗어날 길이 없는 로마에서의 우울한 삶을 상징한다. 자기 전작처럼 부패한 공권력과 정치인 때문에 범죄에 찌든 도시를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이러한 로마의 두 이미지가 만나면 <아다지오>의 목적지는 명확해진다. 로마라는 도시 자체가 실패한 운명임을 선언한다. 로마의 부실한 인프라는 이 도시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현실을 일깨운다. 거대한 산불은 범죄와 폭력으로 찌든 로마를 불태워야 한다는 듯이 강렬하게 타오른다.
이는 은퇴한 마피아도, 부패한 경찰과 정치인도 모두 자기 죗값을 치르는 이야기와 맞닿아 있다. 은퇴한 마피아가 자기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젊은이에게 새로운 삶을 만들어 주려하는 이유도 명확해진다. 로마라는 도시의 어두운 면을 스크린으로 끄집어낸 덕분에 세 마피아의 작별 인사는 더 처연하고, 인상적이다. '로마 3부작'의 끝으로서 여운이 깊은 마무리인 이유이기도 하다.
'아다지오'의 일장일단
다만 '아다지오'에 충실한 영화 구조와 흐름은 양날의 검이다. 긴장감을 천천히 쌓아 올려 한 번에 터뜨리는 스토리텔링은 지루한 감도 없잖아 있다. 이탈리아 마피아 영화를 조금 접했다면 마누엘을 이용하는 바스코 일당의 목적과 정체를 파악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각 캐릭터의 과거사도 쉽게 짐작 가능하다.
물론 중간에 몇몇 장면은 관객을 쥐고 흔들기도 한다. 미친 노인처럼 보이는 다이토나가 한순간 바스코의 경찰차에 올라타 칼을 들고 경고하는 장면, 로미오가 자기 집에 설치된 녹음기를 찾아내는 장면 등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로 관객을 압도하는 영화이다 보니 장르적인 쾌감은 크지 않다. 액션 자체의 절대적인 분량도 부족하다.
종합하면 <아다지오>는 솔리마를 사랑하는 팬에게, 특히 그의 로마 영화를 사랑하는 팬에게는 최고의 선물이다. 반면에 이 작품이 솔리마와의 첫 만남이라면 그의 진가를 알아보기 어려운 영화일 수밖에 없다.
Acceptable 무난함
마지막 힘을 짜내 타오르는 로마의 찬란함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10/4~13) 중 상영일정
10월 7일 13:00 CGV 센텀시티 스타리움관 (상영코 158)
10월 8일 19:30 영화의 전당 중극장 (상영코드 216)
10월 12일 12:00 영화의 전당 중극장 (상영코드 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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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앳된 얼굴의 청년이 교도소의 왕이 되기까지
8★/10★
어느 범죄자 소년이 감옥에서 ‘갱생’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느와르, 범죄 영화 〈예언자〉(2010)를 보며, 자크 오디아르가 영화적 재미와 정치적 메시지를 배합하는 데 정말 탁월한 능력을 가진 감독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주인공 말리크는 부모가 없다. 어릴 때부터 감옥을 들락거렸다. 아랍계이긴 하나 민족적, 종교적 정체성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프랑스어와 아랍어 모두를 말할 줄 안다. 그러니까, 말리크의 정체성은 ‘혼종적 백지 상태’다. 그래서 감옥의 왕으로 군림하는 또 다른 수감자 세자르의 심부름을 하면서도 이너서클에는 들지 못하고, 아랍계 죄수들에게서는 동포를 팔아먹은 자라고 비난받는다.
그러나 양쪽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말리크의 정체성은 바꾸어 말하면 어디 한 곳에 속하지 않고 두 세계를 오고 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비록 완전한 ‘내부인’은 되지 못할지라도, 즉 확고한 정체성은 갖지 못할지라도 말이다. 말리크는 타고난 순발력과 대담함으로 이를 자신의 무기로 만들어 스승, 아버지, 교도관 등의 역할을 종합해 폭력적으로 군림하던 세자르를 잡아먹고 새로 왕좌에 오른다.
영화에는 세자르와 그 수하들이 감옥에 점차 아랍계 죄수가 많아지는 데 불만을 표하는 장면이 몇 번 나온다. 유럽계 간수들이 자기들 편이라 감옥을 장악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아랍계 죄수들을 자신들 통치하에 두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세자르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말리크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과 맞물린다. 동료들이 다른 감옥으로 이송되고, 아랍계 죄수들은 점점 늘어나면서 세자르는 서서히 몰락한다. 그리고 말리크는 ‘타고난’ 인종적 정체성으로 아랍계 죄수 무리에 스며들어 그들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한다. 지금까지도 프랑스에 횡행하는 인종주의적 극우의 공포 속에서 ‘백지’ 상태이던 말리크를 아랍계의 수장으로 만든 건 뭘까? 프랑스인을 우대하고 아랍계를 차별한 (감옥) 시스템 그 자체다. 말리크는 다른 모든 죄수와 마찬가지로 시스템 안에서 생존을 도모했고, 특출나게 성공해 왕좌를 대체했을 뿐이다.
앳된 얼굴의 청년 말리크가 몇 년의 수감 기간 중 ‘갱생’ 및 ‘교화’되는 과정, 그리고 마침내 ‘예언자’로 등극하는 과정은 어떠한가? 말리크는 수감되자마자 세자르의 강압적 요구로 아랍계 죄수 레예브를 살해한다. 이후 레예브의 유령과 말리크가 대화하거나 함께 있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죄책감 때문일 것이다. 말리크의 성장은 그가 레예브의 환영을 ‘불태우고’ 자신의 모호한 정체성이라는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이뤄진다. 혼란스러운 정체성에서 죄책감을 거쳐, 어디에도 안착하지 못하던 한 남자가 강력한 남성 주체로 우뚝 선다.
말리크의 성장은 극우와 인종주의를 둘러싼 감정 역학과 더불어 젠더 정치의 측면에서도 흥미롭다. 세자르가 그에게 레예브를 죽이라 했을 때, 말리크는 동성애자 레예브의 성기를 애무해주다 입안에 숨긴 면도칼로 그의 목을 공격하려 한다. 계획이 어그러져 그 방법으로 죽이진 못하지만, 세자르가 말리크에게 알려준 살인의 방법은 말리크가 남자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갓 입소한 말리크는 세자르가 아랍계 남성의 성기를 빨다 살해하라고 명령할 수 있는 존재, 즉 ‘호모’ 혹은 ‘여성’이었다. 말리크에게 규범적 의미의 남성성은 부재했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 말리크는 죽은 동료 리야드의 아내, 아이와 함께 걷는다. 가장의 죽음으로 위기를 맞은 이성애 핵가족의 구원자로서 행진한다. 그리고 그 뒤로는 수많은 남자가 뒤따른다. ‘여성’이자 ‘호모’였던 그는 수컷 무리의 우두머리이자 한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 ‘남자’로 거듭난다. 〈예언자〉는 이처럼 여러 정치적 주제를 종횡무진 망라하며 장르의 재미를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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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래디에이터 2 | 로마의 꿈에 짓눌린 검투사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카시우스'(페드로 파스칼)가 이끄는 로마군의 침공으로 인해 아내 '아리샷'(유발 고넨)을 잃고, 노예 검투사로 팔려간 '루시우스'(폴 메스칼). 아카시우스를 향한 분노를 원동력 삼아 검투장에서 본인의 능력을 증명하며 명성을 쌓은 그는 자기 실력을 알아본 노예 검투사 상인 '마크리누스'(덴젤 워싱턴)와 계약을 맺는다. 마크리누스는 루시우스의 복수를 돕고, 루시우스는 황제가 되려는 마크리누스의 칼이 되어 주기로.
한편 쌍둥이 황제 ‘게타’(조셉 퀸)와 ‘카라칼라’(프레드 헤킨저)의 폭압과 잔인한 정복욕에 환멸을 느낀 아카시우스는 자기 휘하의 군대를 동원해 반란을 계획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딸이자 아내인 '루실라'(코니 닐슨)를 비롯한 원로원 의원들의 도움을 받아 로마의 영웅이었던 ‘막시무스’(러셀 크로우)의 유지, ‘로마의 꿈’을 실현하려는 것.
하지만 루시우스의 복수, 마크리누스의 음모, 아카시우스와 루실라의 반란은 이내 새 전환점에 접어든다. 콜로세움에 입성한 루시우스가 사실 막시무스와 루실라 사이의 아들이었다는 출생의 비밀이 밝혀졌기 때문.
리들리 스콧만 몰랐던 매력
제73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남우주연상, 음향효과상, 시각효과상. 제58회 골든글로브상 드라마 부문 최우수작품상과 영국 아카데미상 작품상. 리들리 스콧의 <글래디에이터>가 수상한 상들이다. 화려한 수상 내역에 비해 <글래디에이터>의 이야기는 사실 특별하지 않다. '한 나라의 영웅이 정치적으로 몰락해 노예 취급을 받다가 멋지게 재기한다.' 한국 사극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클리셰다.
그렇지만 <글래디에이터>는 캐릭터, 주제, 비주얼이라는 삼박자를 딱 맞추면서 클리셰를 깨버렸다. 검투사로 몰락하고도 황제에 대적하는, 카리스마와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영웅 막시무스의 매력은 독보적이었다. 로마 공화정을 현대 민주주의에 빗대어 개인적인 원한을 갚으려는 복수극을 자유를 향한 사투로 치환한 스토리텔링, 고대 로마의 분위기를 재현한 볼거리는 뻔한 전개마저 잊게 할 감동을 불어넣었다.
안타깝게도, 정작 리들리 스콧 감독은 <글래디에이터>의 매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듯 보인다. 20년이 지나서 제작된 속편, <글래디에이터 2>는 전작의 일부만 계승하는 데서 그쳤기 때문. <글래디에이터 2>는 '로마의 꿈'으로 대변되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회복이라는 메시지에만 집착했다. 막시무스처럼 극을 주도할 캐릭터를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그 결과 전편의 감동을 재현해내지 못했다. 전편 못지않은 볼거리에도 불구하고.
'로마의 꿈'에 충실한 속편
사실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글래디에이터 2>의 서사는 예측가능했다. 전편과의 연결고리이자, 리들리 스콧 표 시대극의 공통분모이기 때문이다. 당장 <글래디에이터>에서 막시무스와 콤모두스가 갈등을 빚은 계기에는 '로마의 꿈'이 있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로마 제국을 공화정으로 복원하려 했고, 막시무스를 후계자로 삼고자 했다. 이는 콤모두스가 아버지를 살해한 뒤 황제로 즉위한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글래디에이터 2>의 의도도 마찬가지다. 콤모두스가 죽은 후 로마 제국의 상황은 악화일로였다. 쌍둥이 황제는 로마 시민의 자유나 공화정을 보호하거나 추구하는 대신 검투 경기와 정복 전쟁에만 열중했기 때문. 이러한 배경에서 <글래디에이터 2>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마지막 혈통이자 막시무스와 루실라의 아들인 루시우스가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르며 '로마의 꿈'을 이루는 검투사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보여주려고 한다.
이는 지극히 리들리 스콧다운 시대극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사극은 항상 자기만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역사를 펼쳐 보이는 매력이 있었기 때문. <글래디에이터> 뿐만 아니라, <킹덤 오브 헤븐>, <로빈 후드>,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나폴레옹>에 이르기까지 리들리 스콧은 현대인의 관점에서 역사를 재해석하며 일관되게 통상적인 이미지를 파괴해 왔다. 역사 왜곡 논란에서도 불구하고 그의 시대극이 꾸준히 사랑받은 이유였다.
정작 꿈을 꿀 사람이 없다
하지만 <글래디에이터 2>는 전편의 감동을 살리지도, 리들리 스콧의 장점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전편과 달리 매력적인 캐릭터가 없는 나머지 이야기가 메시지에 짓눌렸기 때문. 1편의 감동이 단지 메시지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는 사실을 망각한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 정도로 <글래디에이터 2>에서는 악역인 마크리누스를 빼면 특징이나 동기가 명확한 캐릭터를 보기 어렵고, 막시무스처럼 극을 주도하는 인물도 없다.
주인공 루시우스를 보자. 그에게는 출생의 비밀을 비롯해 주인공으로서 필요한 모든 조건이 주어져 있다. 문제는 그에게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것. 일례로 그가 아내의 복수를 다짐하는 계기는 전형적이다. 로마군과의 전투 중 아내가 사망했다는 것 외에 그와 아내의 관계가 얼마나 깊거나 소중했는지를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 막시무스가 가족의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극명하다.
그가 로마에서 검투사들을 이끌어 반란을 주도하는 장면에서도 전율이나 감동은 느끼기 어렵다. 그가 검투사들의 지도자가 된 과정, 검투사들이 그에게 동조하는 이유를 안 보여줬기 때문. 전투나 검투장에서 루시우스가 막시무스처럼 존경받을 만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와 검투사들이 유대감을 갖는 명확한 계기도 없다. 의사 '라비'(알렉산더 카림) 외에 루시우스가 다른 검투사와 개인적으로 교류하는 장면이 없으므로.
즉, 루시우스에게서는 어떤 생동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단지 공화정과 민주주의라는 '로마의 꿈'을 보호하기 위해 설정된 도구에 불과하니까. 그가 대의를 추구하는 명분 역시 단지 태어날 때부터 고귀했던 그의 혈통에서 비롯되는 듯 보인다. 그 결과 루시우스의 모든 선택과 행적에서는 감동을 느낄 수 없다. 그가 두 황제에게 반기를 들어도, 사적인 복수 대신 대신 대의를 선택해도, 카리스마나 비장미가 전해지지 않는다.
꿈꾸지 않은 악역만 빛나다
다른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로마의 꿈'이라는 대의를 지지하든 안 하든 개개인의 동기나 매력을 알 수 있는 캐릭터가 거의 없다. 아카시우스 장군이 대표적이다. 그는 어찌 보면 전편의 막시무스와 같은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황제에게 대항했다가 역모죄를 뒤집어쓰고 검투사가 되었기 때문. 그와 동시에 차별점도 명확하다. 루시우스의 개인적인 원수이자, 그의 성장을 도와주는 조력자라는 이중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으니까.
그런데 <글래디에이터 2>는 이러한 특이점을 살리지 못했다. 아카시우스라는 캐릭터가 파편적으로 제시된 나머지 그의 행적을 좀처럼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 그가 황제에게 환멸을 느끼고, 공화정을 복원하기 위해 반란을 꾀하며, 모든 권력과 지위를 버릴 정도로 아내 루실라에게 충성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결국 핵심 인물 중 하나인데도 아카시우스는 등장할 때마다 영화 전개를 뚝뚝 끊는다는 인상을 남긴다.
마크리누스가 유일한 예외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노예였던 그는 힘으로써 '로마의 꿈'을 짓밟고 로마의 권력자가 되어 복수하려 한다. 막시무스나 루시우스에게 검투장이 '로마의 꿈'이는 이상향을 실현하는 성소라면, 그에게 검투장은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현실을 확인하는 장소인 셈이다. 이처럼 동기와 서사가 확실하다 보니 마크리누스의 음모가 본격화되는 순간부터 영화에는 비로소 활력이 돈다.
고질병마저 재발하다
이처럼 대부분의 캐릭터가 평면적이고, 메시지를 위해 도구적으로 소비되어 버린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글래디에이터 2>는 서로 다른 두 영화를 합친 작품이나 다름없기 때문. 영화는 크게 둘로 나뉜다. 검투사로 전락한 루시우스가 아카시우스에게 복수하기 위해 성공해 나가는 이야기가 전반부다. 한편 아카시우스의 죽음을 목격한 루시우스가 로마의 영웅으로 거듭나기로 결심하면서 마크리누스와 대적하는 내용이 후반부다.
사실 두 이야기는 각각 영화로 만들어도 충분하다. 그러나 <글래디에이터 2>는 애초에 무엇 하나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럴 경우 본래 의도대로 결말을 낼 수 없기 때문. 혈통을 제외하면 루시우스는 로마의 정치적 상황과는 무관한 인물이다. 따라서 그를 로마의 구원자로 만들려면 로마의 장군이었던 막시무스와는 달리 부가적인 접점이 필요했다. 전편보다 다룰 사건도 많아지고, 이야기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캐릭터의 감정선을 세심히 조명할 여유가 없으니 템포는 빨라지고, 로마 공화정의 부활이라는 목적을 위해서는 개연성도 일부 희생되어야만 했다. 리들리 스콧의 고질병이 재발한 셈이다. <킹덤 오브 헤븐>을 비롯해 그의 영화는 극장판과 감독판의 완성도 차이가 크기로 유명하다. 분량상 편집된 장면이 삽입된 감독판의 개연성과 완성도가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 <글래더에이터 2>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공허하게 화려하다
결과적으로는 화려한 볼거리마저 빛이 바랜다. 물론 <글래디에이터> 시리즈에 바라는 장면은 확실히 등장한다. 원숭이나 코뿔소를 탄 검투사와 사투를 벌이는 검투장 시퀀스의 박진감은 전편 못지않다. 해전이라는 콘셉트도 신선하다. 해안 도시를 포위한 채 벌이는 해상전, 콜로세움 안에서 살라미스 해전을 재현하는 검투 시퀀스는 육상 전투가 주를 이뤘던 전편의 액션과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글래디에이터 2>의 액션은 공허하다. 상술한 문제가 액션 시퀀스에도 반영된 나머지 서사의 방점을 찍는 역할을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선 액션이 갑자기 시작돼서 급하게 마무리된다. 흐름이 빠르다 보니까 한 시퀀스 내에서도 어떤 사건이 발생했고, 각 인물의 감정선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이해할 수가 없다. 루시우스와 아카시우스의 검투 장면만 봐도 루시우스가 아카시우스에게 설득당하는 과정을 따라가기가 어렵다.
이에 더해 각 인물의 동기나 당위성이 부족하니 볼거리가 일차원적으로 화려하다. 황제 친위대와 아카시우스의 군대가 로마 가도에서 전투태세를 갖추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루시우스가 공화정의 부활을 알리는 연설을 할 때 양 군대가 그에게 열렬히 호응하면서 영화는 마무리된다. 하지만 애초에 루시우스라는 캐릭터에게 그 정도의 설득력이 없다 보니 그의 연설은 공허하고, 김 빠지는 결말일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흔히 '에픽'이라고 부르는 시대극이 많이 제작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래디에이터 2>는 가뭄 끝 단비와 같은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전편의 연장선상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만큼 24년 만의 속편은 전편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글래디에이터 2>는 전편의 무게를 버티지 못한, 부실한 속편이었다.
Poor 형편없음
전편에 기대는 대신 완전히 새 판을 짰다면 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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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가 될 수 없는 어떤 과거
SYNOPSIS.
천재 피아니스트, 흔적도 없이 사라지다?!
보사노바 황금기를 책으로 담으려던 기자 ‘제프 해리스’.
우연히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를 듣고, 그 주인공 ‘테노리우 주니오르’에 매료된다.
하지만 30년 넘게 음악 활동을 멈춘 그의 삶은 미스터리로 가득했다.
제프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여러 음악가들과 인터뷰를 거듭하며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데...
밝혀진 충격적인 사실은 테노리우 주니오르가 아르헨티나 투어 중 실종되었다는 것!
POINT.
✔ <치코와 리타>에서 쿠바를 배경으로 재즈와 사랑을 얽어 보여주었던 바로 그 감독이, 이번에는 갑작스럽게 사라진 피아노 연주자의 실화를 담아 왔습니다
✔ 보사노바 재즈 아티스트를 좋아한다면 놓치기 아쉬운 이름들이 숱하게 지나가는 작품
✔ 화려한 색감과 보사노바 재즈 음악으로 우리의 감각을 두드리는 작품
✔ 동시에, 한 시대의 어둑한 이야기를 조망하는 작품
✔ (요즘 왜 자꾸 이런지 모르겠지만~ 알겠기도 하고~) 지금 이 시국에 보면 섬뜩해지면서 더 의미를 품고 다가오는 작품
✔ 1월 29일 개봉
한 장르가 가장 화려하게 피어났던 시절을 뒤돌아보는 것은 언제나 묘한 감정을 준다. 모든 부와 시선이 집중되어 미친 듯이 빛나는 시기를 보는 일은 눈이 즐거울 수밖에 없지만, 그 결말 혹은 명암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미래의 입장에서 소위 황금기 혹은 전성기였던 과거를 돌아보는 일은, 단순 노스탤지어 이상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바빌론>, <맹크>, <헤일, 시저> 같은 작품들을 생각해 본다.
보사노바의 물결을 타고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는 제프 해리스라는 작가가 재즈 관련 칼럼으로 유명세를 얻고 새 책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들었던 앨범 속 피아노 연주자 테노리우 주니오르(Tenorio Junior)의 삶과 행적을 따라가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패럴림픽 마스코트 이름에까지 쓰였던 조빔이나 비니시우스의 명성에 비해 낯선 이름이지만, 그의 이름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브라질에서 태동한 보사노바 재즈의 물결, 그 원류를 마주하게 된다.
보사노바의 창시자처럼 여겨지는 작곡가 조빔과, <이파네마의 소녀> 작사가이기도 한 시인 비니시우스의 만남. <슬픔이여 안녕(Chega de Saudade)>라는 전설적인 곡의 탄생, 엘라 피츠제럴드가 자기 공연을 마치고 부리나케 달려가던 클럽의 존재까지... 브라질이 세계 음악의 중심지처럼 여겨졌던 그 시절. ('보사노바Bossa Nova'라는 단어 뜻 자체도 뉴웨이브, 누벨바그와 똑같다는 지점에서 더더욱) 영화로 치면 누벨바그 같은 시절이었다. (그 과정에서 엘라 피츠제럴드를 비롯한 아티스트들의 육성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과거의 영광과 기쁨과 위대함만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으며 보사노바가 널리널리 알려지던 그 전성기는 상처와 함께 이어진다. 1964년부터 1985년까지 20년 간 이어진 브라질의 군부 독재는 수많은 사람들의 살해와 실종으로 이어졌고,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모든 독재 세력은 사람들이 함께 음악을 듣는 행위를 싫어한다. 예술가들도 탄압을 받았고, 많은 브라질 뮤지션들은 때마침 무르익은 보사노바 음악과 함께 북미권에 진출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살해당하고 실종당한 수많은 사람들 중에도 예술가가 있었다.
영화는 재즈 애니메이션에 담근 다큐멘터리로, 애니메이션 작화 이전에 어떤 표정으로 어떻게 말했을지 쉽게 연상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인터뷰가 들어 있다. 그들의 말은 다소 반복적으로 전개되는데, 그 부분이 내겐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무수한 피해 증언이 모자이크처럼 모여 거대한 국가 폭력을 고발하는 그림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동료이자 친구였던 테노리우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여전히 괴로워했고, 그를 그리워했으며, 그의 면면은 조금도 '정치적인 사람'이 아니었다고 강조한다.
정치적인 삶을 살지도 않았고, (거의 불교도 같았다는 주변인들의 증언과는 달리) 곧 태어날 아이까지 다섯이나 되는 아이들과 아내를 두고 애인을 동행해 투어를 떠날 만큼 그다지 도덕적인 현자도 아니었으며, 다만 그가 남긴 악보만으로도 너무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곡을 남긴 훌륭한 음악가였던 테노리우 주니오르는, 그의 삶이 아니라 그의 죽음으로 '정치적'이 되었다.
미래가 될 뻔한 과거를 타고
삶의 한 순간을 강렬하게 스친, 오래도록 좋은 기억이었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져 살해되었다는 소식... 그것도 마땅히 국민을 지키고 삶의 기반이 되어야 할 국가가 주도하여 살해했다는 소식은 언제나 끔찍하다. 내 친구가 아무런 이유 없이 어딘가에서 학살 당하는 세상이라니. 독재 정권이란 뭘까. 왜 음악가와 학생과 시인과 주부와 어린아이를 죽일까.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기관총과 군인, 검열이 거리 곳곳에 깔려 있는 당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비니시우스와 피아졸라도 있었던 도시는 그들로 인해 "모퉁이를 돌아가더니 영영 안 돌아"오는 사람들의 도시가 되어버린 풍경. 그건 어쩌면 우리의 미래가 되었을 수도 있는 풍경이었다.
비록 국회와 시민들에 의해 막히기는 했으나, 우리도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하고,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으며, 누군가를 "계엄법에 의해 처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문건이 발표되는 것을 실시간으로 본 것이다.
"(...) 선량한 일반 시민들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최소화"하겠다지만, 그런 도시에서 과연 무엇이 살아남을 수 있나. 음악도, 북적이는 사람들도, 예술도 사라지고 말 것이다. 영화에서 테노리우의 죽음을 "브라질 음악의 죽음의 메타포"라고 언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권력으로 사람을 찍어 누르는 사회에서 예술은 온전히 피어오를 수 없다. 그래서 더없이 '예술'적인 이 영화의 화려한 색감과 리드미컬한 음악에도 불구하고, 거기 실려 전해진 지구 반대편 나라의 근대사가 단순한 과거로만 느껴지지 않아 극장에서 섬뜩함을 몇 번이나 느껴야 했다.
테노리우가 2024년 12월 3일 이야기를 들었다면 무엇이라고 말했을까? 알 수 없다. 영화에서도 몇 번이나 서술되듯, 그는 자신이 두고 간 아이들이 낳은 아이들을 비롯해 그 어떤 미래도 보지 못했으므로. 죽은 자를 떠올릴 때 기묘한 기분에 사로잡히는 이유다. 내 기억 속 그들은 너무 생생한데, 그는 모른다. 기후동행카드와 K-패스로 지하철을 타는 세상도, 한국에서 칸영화제와 오스카영화제를 석권한 영화가 나오고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왔다는 사실도, 그들이 없는 세상에서 이만큼 나이를 먹은 나의 모습도.
테노리우의 음악은 좋은 음악이 줄줄이 나오는 이 영화에서도 손 꼽히게 아름다워 전곡을 따로 듣고 싶어질 정도였으나, (들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테노리우의 죽음은 단순히 한 음악가의 죽음 혹은 한 장르의 죽음에 대한 메타포 이전에, 국가폭력의 희생자는 사실 "아직 우리 곁에 있었어야 할 사람"임을 깨닫게 한다. 이는 수많은 상상을 발휘하게 한다. 어쩌면 윤동주가 전태일에 대한 시를 썼을 수도 있는 것이다. 군부 독재에 희생된 젊은이들 중 누군가가 세월호를 생각하고 목소리를 내는 장면을 우리가 보았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무너진 자리에 우뚝 설 기록을 타고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내게 인상 깊었던 인물들은 기록을 남기는 사람들이다. 짧게는 국가가 행한 폭력의 기록을 보관하는 이들에서부터, (이와 비슷한 이들의 존재감은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서도 두드러진다) 좀더 확장하자면 제프가 글을 쓰게 하는 뉴욕의 편집자 제시카와 브라질 현지 친구 주앙도 그렇다. 이들은 계속해서 제프에게서 글을 끌어내고 그를 조력하여, 제프가 글을 완성하게 한다.
독재 정권들이 마치 짠 것처럼 싫어하는 대상은 사람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 뿐만이 아니다. 폭력에 물들고 깨진 이들의 사고는 온건한 언어를 견디지 못하여, 언어를 무너뜨린다. 고문을 기다리는 통로는 "행복의 길"로 불리고, 영원한 실종은 "수송 작전"으로 불린다. 아이히만에 대해 한나 아렌트가 지적한 지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미래가 되어서는 안될, 결코 미래가 될 수 없을 어떤 과거를 재현하지 않는 방법은 기록과 기억을 계속해서 이어가는 일에 많은 부분을 기댄다. 영화 속에서 테노리우의 죽음은, 죽음 이후 테노리우가 알지 못하는 세상은, 배턴을 이어받듯 여기까지 기록되어 왔다.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를 보는 당신을 통해, 또 한 번 기억되고 기록될 것이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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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드디어 4월이 시작이 되었네요.4월 한 달도 모두 건강한 한 달이 되시기를 바라며,4월의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씨네픽과 함께 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영화 <모비우스>의 개봉주 주말의 관객 수'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그럼 시작해 볼까요?...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모비우스> (NEW)▶ 저번 주에 예상했던 것처럼 모비우스가 주말 관객수 1위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모비우스>는 마블의 첫 번째 안티 히어로 무비로 화제를 모았는데요.
또한 DC에서 조커 역을 맡았던 자레드 레토가 마블에서는 또 어떤 연기를 보여줄 지 기대를 높였습니다.
주말 동안 (4월 1일~3일) 관객 수 20만 4452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31만 2036명을 돌파하였습니다.이번 주 수요일인 6일에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앰뷸런스>가 개봉해, 1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줄거리희귀혈액병을 앓고 있는 생화학자 ‘모비우스’(자레드 레토)는 동료인 ‘마르틴’(아드리아 아르호나)과 함께 치료제 개발에 몰두한다.흡혈 박쥐를 연구하던 중 마침내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모비우스’는 새 생명과 강력한 힘을 얻게 되지만, 동시에 흡혈을 하지 않고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그러던 중 ‘모비우스’와 같은 병을 앓고 있던 그의 친구 ‘마일로’(맷 스미스)도 ‘모비우스’와 같은 힘을 얻게 되는데…2. <뜨거운 피> (▼1)
▶ <모비우스>의 등장으로 <뜨거운 피>가 1위에서 2위로 하락하였습니다. 3월 넷째 주와 저번 주의 주말 관객 수를 비교했을 때, 약 3분의 1일 줄었는데요.
주말 동안 (4월 1일~3일) 관객 수 5만 1320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32만 8099명을 돌파하였습니다.
3.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1)
▶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개봉한 지 약 4주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안정적으로 순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말 동안 (4월 1일~3일) 관객 수 2만 4569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51만 2082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94회 예측 이벤트는 <모비우스>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 예측 이벤트입니다.한 주 동안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는데요.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 주신
<모비우스>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먼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영화 <모비우스>의 실제 관람객 연령과 성별에 따른 관람 추이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남성과 30대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주동안 씨네픽 이벤트의 참가자분들 중 <모비우스> 주말 관객 스코어에 가장 근접한 예측치를 보인 건 건
13세 미만 남성(200,000명)과 20대 후반 남성층(196,573명)이었습니다.
또한 <모비우스> 주말 관객 수 스코어 예측의 정답자 비율은 (오차범위 +-10,000) 전체 참가자의 18%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모비우스> 주말 스코어 예측 이벤트에 참여한 20/30대 비율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4. <극장판 주술회전0> (▼1)
▶ 3월 넷째 주에 순위가 올라갔다가 다시 하락하게 된 <극장판 주술회전0>
주말 관객 수를 참고해 어림잡았을 때, <극장판 주술회전0>은 누적 관객 수 60만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해 봅니다.
주말 동안 (4월 1일~3일) 관객 수 1만 6721명을 동원됐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56만 7835명을 돌파하였습니다.5. <배니싱: 미제사건> (NEW)
▶ <배니싱: 미제사건>은 동일한 날에 개봉한 <모비우스>에 비해 성적이 낮게 나왔는데요. 이 영화는 국내외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해 화제를 모은 작품인데요.
주말 동안 (4월 1일~3일) 관객 수 1만 3528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2만 7068명을 돌파하였습니다.
4월 둘째 주 주말에는 <배니싱: 미제사건>이 5위권 밖으로 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모비우스>가 새롭게 순위권에 들어갔고, RRR이 5위권 밖으로 하락하게 되었습니다.
<언차티드>는 2월에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순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말 동안 (4월 1일~3일) <모비우스>는 북미 기준 주말 매출액 $39,100,000 (한화 약 477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누적 매출액은 동일합니다.<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3월 25일 ~ 2022년 3월 27일)1. <모비우스> 3910만 달러 (누적 3910만 달러)2. <로스트 시티> 1480만 달러 (누적 5458만 달러)3. <더 배트맨> 1080만 달러 (누적 3억 4900 달러)4. <언차티드> 360만 달러 (누적 1억 3891만 달러)5. <극장판 주술회전0> 197만 달러 (누적 2969만 달러)...씨네픽의 4월 첫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감사합니다!-!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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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리함을 뽑내는 펭귄, 그리고 관심이 필요한 문어
귀여운 것에 환장하는 사람으로서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귀여운 영화를 보는 것이다. 그렇게 웨이브의 늪에서 귀여운 영화 마다가스카의 펭귄을 발견했다. 정말 처음부터 귀여운 펭귄들이 잔뜩 나와서 행복했고, 남극의 빙하 위에서 뒤뚱뒤뚱 걸어가며 생각없이 살아가는 펭귄들과 이 생각없음에 개탄하는 4총사 펭귄의 대치가 초반부터 굉장히 귀여워서 집중하면서 볼 수 있었다.
영화 마다가스카의 펭귄 시놉시스
넘치는 유머, 감쪽 같은 위장술, 똑소리 나는 브레인! 날 때부터 남달랐던 악동 펭귄 스키퍼, 코왈스키, 리코, 프라이빗! 어느 날 그들 앞에 복수심에 불타는 문어박사 옥토브레인이 나타나고, 그의 거대한 음모를 알게 된 펭귄 4총사는 비밀 조직 ‘노스윈드’와 함께 세상을 구할 사상 최대의 작전을 펼친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마다가스카의 펜귄 스포가 존재합니다.
자그마한 관심도 못받던 문어의 발악
영화 마다가스카의 펭귄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관심받지 못한 문어가 열폭하고, 그 문어를 막기 위해 펭귄 4총사가 나서는 이야기다. 생김새만으로도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펭귄들과 달리 아이들에게 그리고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지 못하던 문어 데이브는 이 모든 것이 펭귄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약물을 개발해 펭귄들을 세상에서 다 없애버리려고 한다.
하지만 결국 그 기회가 실패로 끝나면서 문어 데이브가 좌절하며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아진 문어 데이브를 향해 한 아이가 하핫! 너무 귀엽잖아~ 이 한마디를 시전하자 데이브는 굉장히 행복해하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관심 한 번을 받지 못해 시작된 이 이야기. 어찌보면 사소한 관심이 막대한 범죄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이 마다가스카의 펭귄 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드러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 특색을 잘 담아내다
문어 데이브가 세계 각지에 있는 펭귄들을 납치하면서 펭귄 4총사가 이를 막기 위해 문어 데이브를 뒤쫓는다. 그 과정에서 굉장히 여러 나라를 거치게 된다. 잠깐잠깐 등장하는 나라들이었지만 이탈리아면 이탈리아, 중국이면 중국 등 굉장히 해당 나라의 특색들을 잘 녹여내서 괜시리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 데이브를 따돌리며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서 추격전을 벌이는 모습에서는 베네치아의 가장 유명한 그,,, 배,,, 노래 불러주는 사공,, 뭐라 그러더라,,? 어쨋든 여유로운 베네치아의 모습과 상반되는 추격전이 대조되면서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뛰어난 능력이 없는 줄 알았는데 가장 멋있었어!
프라이빗은 다른 펭귄 스키퍼, 코왈스키, 리코보다 한참 어린 덕분에 사실 작전 수행을 하면서 큰 역할을 수행하진 않는다. 그래서 작품 중간쯤 프라이빗을 스피커에게 나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싶어!라고 말하지만 스키퍼는 지금 너가 맡은 역할도 중책이라며 어르고 달래서 쉬운 역할을 맡긴다. 하지만 그 역할마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서 스키퍼를 당황하게 만드는 귀여운 프라이빗이다.언제나 막내일 것 같은 프라이빗이었지만 형들이 다 데이브 문어에게 잡혀가서 이상한 괴생명체로 변하는 약을 맞고 정신이 오락가락하자 일사분란하게 형들을 구하고 형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우리 프라이빗이 달라졌다!
자신의 몸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프라이빗은 자신을 희생하며 결국 모든 펭귄들을 구하는데 성동한다. 이 장면을 보면서 드래곤 시수가 생각났다. 가장 막내였기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세상을 구한 것은 막내였던 시수와 프라이빗이었다.
펭귄으로 좋아한다면, 작고 귀여운 펭귄이 얼마나 영리한지 알고 싶다면 영화 마다가스카의 펭귄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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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르노빌 1986 영화 후기 /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 실화바탕 / 생각보다 안 국뽕임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체르노빌 1986”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습니다~ 장엄한 클래식 OST 가 흐르는 엔드크레딧이 제법 기네요.#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폭발사고, #러시아영화, #재난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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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감독을 찾아서_#4] 나를 위로하는 나의 영화 (with. 민가람 & 심석우 감독)
‘우리의 감독을 찾아서’는 단편 영화 감독을 만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팟캐스트입니다. 영화를 통해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 영화란 무엇인지, 그리고 더 나아가 예술이란 무엇인지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00:00 인트로 03:07 [시네도키, 뉴욕]에 관한 짧은 이야기 05:37 자전적인 이야기에 관해 13:54 연출로서의 영화 21:20 추천 영화 [결혼 이야기] 28:41 [참가상] 이야기 30:05 다시 이 영화들을 찍는다면? 32:51 [내가 사랑하는 나의 자존감 도둑] 이야기 37:07 딸과 엄마의 관계 43:19 그가 재미없는 이유 48:48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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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설강화> 4차 티저 예고편
내가 만약 평범한 젊은이었다면, 그날 종이비행기를 줍지 않았더라면 우린.. 정해인 x 지수 의 [설강화 : snowdrop]이 12월 19일, 디즈니+에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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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위시> 메인 예고편
꿈꾸는 모든 이들을 위한 가장 특별한 이야기? 디즈니 100주년 기념작 [위시] 1월, 당신의 소원이 이루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