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2-14 14:15:13
2024 4대 OTT 기대작 모음집
넷플릭스 / 티빙 / 디즈니플러스 / 쿠팡플레이
씨네픽 선정 2024 OTT 기대작 모음집!
제일 기대되는 작품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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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서받지 못한 자
용서받지 못한 자
영화를 서너 번 봤지만, 이번에 보면서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이 영화를 생각했다. 이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거의 드러나지 않는 여성들이 있다. 기존의 영화 해석에서는 주인공 윌리엄 머니의 심리적 변화와 기존의 서부영화가 보여주었던 전형적 틀을 깨는 새로운 형식의 서부영화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영화는 몇 가지 점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깊은 관련이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과거 미국 서부영화에서 뛰어난 총잡이로 활약해 왔고, 영화, TV 시리즈에서도 머플러를 휘날리며, 시가를 물고 악당들을 쓰러뜨리는 총잡이의 아이콘이었다. 심지어 그는 이탈리아에서 만든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에도 출연해 미국 서부영화를 희화화하는 영화에도 출연했으며, 존 웨인 이후 서부영화의 주인공으로 깊게 각인된 인물이다.
이 영화는 과거 화려했던 총잡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총을 놓고 시골에서 농부로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물 간 과거의 총잡이 윌리엄 머니는 어린 아들과 딸을 키우며 외진 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인공 윌리엄 머니 역을 맡은 것은 필연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다른 배우라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과거에 유명하고 잘 나가던 총잡이였기 때문이며, 그 인물이 시간이 흘러 퇴물이 된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 감독의 의도였기 때문이다.
퇴물이 된 윌리엄 머니는 몰락한 서부영화를 상징하며, 이제는 흘러간 한 시대의 영화(榮華)에 조종(弔鐘)을 울리는 영화다. 이야기 전개는 단순하다. 시골에서 평범한 농부로 살아가던 윌리엄 머니에게 스코필드 키드가 찾아와 함께 돈을 벌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윌리엄 머니는 거절한다. 그가 다시 말을 타게 되는 동기는 크게 두 가지다. 키우던 돼지가 콜레라에 걸려 죽게 되면서 먹고 살 길이 막막해져 돈이 필요하게 된 것과, 스코필드 키드가 말한 내용에서, 카우보이에게 어떤 여성이 칼로 난자당했다는 말 때문이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나레이션이 나오는데, 이 나레이션은 처음과 끝에만 나온다. 나레이션은 윌리엄 머니가 어떤 인물인가를 짧고 강렬하게 표현하는데, 여기서 관객이 알 수 있는 내용은 윌리엄 머니가 총을 버리고 시골에 정착하게 된 것은 그의 아내 때문이며, 아내는 두 아이를 남기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악당은 개과천선해서 가정을 이루어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그를 개과천선하도록 만든 사람이 그 악당의 아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언듯 봐도 윌리엄 머니의 두 아이 - 딸과 아들 -는 어리다. 나이로만 보면 윌리엄 머니에게는 손자처럼 보인다. 그의 아내는 겨우 스물 아홉살에 세상을 떠났다. 윌리엄 머니와 아무리 적어도 20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데,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 어떻게 윌리엄 머니를 새로운 인간으로 변화시켰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윌리엄 머니는 죽은 아내를 극진히 사랑하고 있으며, 그는 아내를 만난 이후 11년 동안 총을 잡지 않았다. 그러니 아들의 나이는 많아야 열한 살일 것이고, 딸은 여덟, 아홉 살 정도로 보인다. 윌리엄 머니는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악행 때문에 가능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살았을 것이다. 그는 아내를 만나 과거와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그의 과거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의 인성이 하루아침에 질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도 아니다. 그는 잔인하고 흉포한 인간이지만, 그것이 타고난 인성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그의 삶 전체가 어떤지 관객은 모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여성들이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 모습은 나타나지 않지만 윌리엄 머니의 아내가 중요하게 드러나며, 윌리엄 머니를 움직이는 실질적인 동기는 빅 위스키에서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이 내건 현상금이다. 1870년대 와이오밍주는 준주였으며 미합중국에 포함되기 직전이었다. 이때도 인구가 많지 않았지만, 현재 와이오밍주는 인구가 50만 명에 불과한, 아주 작은 주정부다. 중서부의 거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법보다는 주먹이 가까워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총을 가져야만 했다.
남성들은 총을 갖고 싸우거나, 처음부터 총을 갖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강도떼와 살인자들이 날뛰면 현상금 사냥꾼들이 그 뒤를 쫓았던 시대였다. 보안관은 그 지역의 절대 권력을 가진 사람으로, 이 영화에서 '리틀 빌'이 그런 인물이다. 리틀 빌도 과거에는 무법자, 범죄자로 살았지만, 운이 좋아서 작은 마을의 보안관이 되었고, 그는 절대권력을 휘두르며 지역을 장악하고 있다.
남성들의 폭력이 난무하던 시대에서 여성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보통은 평범하게 살았지만, 살기 어려운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많지 않았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여성이 성매매를 하게 되는 원인은 가부장사회의 구조적 압력 때문이다. 즉, 사회가 여성을 성매매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빅 위스키에 사는 여성들도 자신들이 원해서 성매매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포주에게 묶여 있는 몸이며, 카우보이에게 얼굴을 난자당한 여성은 심각한 피해자였음에도 보상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포주가 카우보이에게 말을 일곱마리 받는 것으로 보안관 리틀 빌이 판결한다. 여성은 피해당사자였음에도 마치 유령 취급을 당하는 것이다.
포주는 여성들을 '재산'이라고 말한다. 즉,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다. 보안관 리틀 빌 역시 여성들을 무시하고, 여성을 가해한 카우보이의 행동을 인정하고 용서한다. 이것은 명백히 남성우월주의자의 모습이며, 여성이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일방으로 당하기만 하는 여성들이 스스로 단결해 가해자인 카우보이를 응징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 영화 전체를 끌고 가는 강력한 동력이 된다. 여성들은 힘들게 모은 돈을 현상금으로 내놓고, 두 명의 카우보이를 죽이는 사람에게 돈을 주겠노라고 소문을 낸다.
여성들이 이런 결정을 한 것은 남들이 보기에 천한 일-물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을 하지만, 스스로 자존과 명예를 지키려는 그들의 최소한의 행동이었다. 자신들(여성들)을 함부로 대하면 어떻게 된다는 걸 본때를 보임으로써 다른 남자들이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도 노린 것이다.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애송이 스코필드 키드의 귀에도 들어갔다. 이 청년은 왕년의 총잡이 윌리엄 머니의 행방을 알고 있었고, 그와 함께라면 카우보이 두 명을 쉽게 처치하고 무려 1천 달러라는 거액을 둘이 나눠 가질 수 있을 거라 계산했다.
하지만, 스코필드 키드가 윌리엄 머니를 발견했을 때, 윌리엄 머니의 몰골은 형편 없었다. 다 늙어가는 시골 촌뜨기 농부였고, 자기 몸도 온전히 가누지 못하는 퇴물 늙은이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키드는 함께 할 생각이 있으면 나중에라도 따라오라고 말하고 먼저 길을 떠난다. 윌리엄 머니는 옛 동료 네드 로건과 함께 키드를 따라간다. 윌리엄 머니의 과거를 가장 잘 아는 네드 로건은 원주민 여성과 둘이 조용하게 살고 있었다. 그 역시 윌리엄 머니와 함께 온갖 악행을 저지른 인물이지만, 지금은 평범한 늙은이로 살아가고 있었다.
현상금을 노린 세 명은 어렵게 빅 위스키에 도착하지만, 윌리엄 머니는 차가운 빗속을 오는 동안 심한 몸살을 앓게 되고, 여기에 리틀 빅에게 걸려 호되게 엊어 맞고 마을에서 쫓겨난다. 키드와 로건은 2층에 있는 여성들을 찾아 올라갔다가 리틀 빅에게 걸리지 않고 도망하고, 셋은 마을 외곽 허물어진 집에서 겨우 모일 수 있었다.
이 세 명의 현상금 사냥꾼을 돕는 사람도 역시 여성들이다. 특히 윌리엄 머니는 리틀 빅에게 죽을 만큼 구타당하고, 몸살까지 앓아서 누군가 돌봐주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었지만, 여성들이 돌아가면서 간호하고, 구완해 정신을 차린다. 즉, 이 영화에서 서사가 이어질 수 있는 바탕에는 여성들의 헌신이 깊게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여성들의 헌신은 사건에 묻혀 관객에게 인식되지 않는다.
카우보이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윌리엄 머니가 쏴죽이고, 다른 한 명은 스코필드 키드가 쏴죽인다. 총잡이라고 큰소리 치던 스코필드 키드는 화장실에 쭈그려 앉은 카우보이를 쏴죽이고, 처음 사람을 죽였다고 머니에게 고백한다. 결국 로건도 살상을 거부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키드도 현상금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남은 건 윌리엄 머니.
그가 다시 총을 잡게 되는 동기는 오랜 친구 로건의 죽음 때문이다. 이 정보를 알려준 사람도 역시 여성이다. 마을 보안관 리틀 빅과 그 일당에게 사로잡힌 로건은 모진 고문을 당하다 죽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머니는 그동안 참았던 분노가 폭발한다. 그는 아내를 만난 이후 술을 끊었지만, 로건이 죽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술을 마신다.
이후 벌어지는 쌀롱에서의 결투는 과거 서부영화에서 보여준 화려하고 멋진 결투가 아니라, 그저 개싸움처럼 서로 죽고 죽이는 참혹한 살인 장면이다. 이것 역시 감독의 의도이며, 서부영화는 더 이상 멋지고 화려한 총싸움도 아니고, 과거의 서부영화가 보여준 환상에서 깨어나라는 감독의 의도가 반영된 장면들이다.
윌리엄 머니는 뛰어난 총잡이가 분명하지만, 그는 총을 잘 쏜다기보다, 죽음 앞에서 초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에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었다. 리틀 빅 일당은 총을 쏘기는 해도 이미 당황하고 있으며, 윌리엄 머니의 명성에 기가 죽었고, 총에 맞지 않으려고 몸을 사리다보니 명중률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윌리엄 머니는 상대를 똑바로 바라보며, 냉정한 태도로 정확하게 상대를 향해 총을 쐈고, 다섯 명을 빠르게 해치울 수 있었다.
싸롱 밖에도 리틀 빅 일당이 있었지만, 윌리엄 머니는 당당하게 외친다. 자신을 향해 총을 쏘면, 그 사람의 가족, 친구도 모두 죽이고 집에 불을 지르겠다는 엄포였다. 이건 실제 벌어지지 않겠지만, 충분히 공포를 느낄 만큼 윌리엄 머니의 과거 악행은 유명했다는 걸 뜻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자들을 건드리지 말라는 말을 남기며 사라진다. 결국 윌리엄 머니가 꼭 하고픈 말은 이 마지막 말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영화가 실화는 아니지만, 윌리엄 머니가 빅 위스키의 악당들을 모두 처치한 이후 와이오밍주는 미국연방에 포함되고, 여성들의 참정권은 미국연방 가운데 가장 먼저 시작되었으며, 악당이 보안관을 하는 불법도 사라지게 된다. 즉, 미국의 흑역사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윌리엄 머니는 두 아이와 함께 살던 곳을 떠나고, 소문에 의하면 캘리포니아주로 갔다고 한다. 와이오밍에 남았던 사람들은 금 때문에 온 경우가 많았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금광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와이오밍을 찾았던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남았고, 많은 사람들은 서쪽 끝 캘리포니아까지 갔다. 윌리엄 머니 역시 더 이상 와이오밍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고, 신변의 위험도 느꼈을 것이다. 그는 도시에 정착해 평범한 노동자가 되지 않았을까. 그가 마지막으로 총을 잡은 건, 그가 갚아야 할 빚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삶에서 진 빚은 피로 갚을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최소한 아내에게 부끄럽지 않은 남자가 되고 싶었던 그의 마음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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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비 알고리즘] 어른들을 위한 동화
[무비 알고리즘 Movie Algorithm]:
[무비 알고리즘]에서는 다양한 영화들을 하나로 묶어본다. 너무나 달라보이는 영화들. 그것들에게서 어떠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이번 무비 알고리즘의 연결고리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그리고 다룰 작품은 웨스 엔더슨, 기예르모 델토로, 팀 버튼, 헬리 셀릭이라는 네 명의 거장이 자신만의 색깔로 만들어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네 편이다. 공포와 코미디, 슬픔과 행복, 차가움과 따뜻함까지 그들의 영화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다. 지금부터 그 영화들에 담긴 연결고리를 알아보자.길을 지나다가 발견한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영화 포스터. 포스터를 본 아이는 엄마, 아빠에게 그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러 가자고 조른다. 하지만 막상 영화가 시작되고 스토리가 진행되자, 아이는 영화의 기괴함과 공포스러움, 그리고 잔인한 현실에 깜짝 놀라 눈물을 흘린다. 엄마, 아빠에게 영화관에서 나가자고 말하는 아이. 하지만 아이의 말을 못 들은 것인지 엄마와 아빠는 영화에 몰입했고, 그들의 눈가는 눈물로 젖어있다. 그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마 아이들의 눈물과는 다를 것이다. 지금부터 어른들을 울린 동화 같은 이야기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나보자.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Stop-Motion Animation)’이란?
영화들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전에 ‘스톱모션’에 대해 잠깐 알아보자. 스톱모션은 애니메이션의 한 기법으로, “물체를 아주 조금씩 움직여서 매 프레임을 촬영하고 이를 영상으로 만드는 기법”을 말한다. 이처럼 프레임을 연결하면 물체가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듯한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스톱모션은 캐릭터를 만드는 재료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질감을 묘사하는데 용이하다. 클레이나 목재, 플라스틱, 고무 등 다양한 재료를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촉각적 심상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실질적 대상을 만들어서 촬영하므로, 다양한 카메라 구도로 연출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고유의 아날로그적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스톱모션은 제작 시간과 비용이 막대하게 들고,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한 기법이라 많은 제작사가 선호하는 방법은 아니다. 그러나 해외의 ‘라이카 스튜디오’나 ‘아드만 스튜디오’, 국내의 ‘콤마 스튜디오’와 같이 스톱모션 기법을 고집하는 제작사들도 존재한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다른 기법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비단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뿐 아니라 실사영화나 광고 등에서도 다양하게 사용된다. 그럼 지금까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았으니, 네 편의 영화들에 대해 알아보자.
<유령신부 Corpse Bride >
- 영화: 유령신부 (2015)
- 감독: 팀 버튼, 마이크 존슨
- 출연진: 조니 뎁, 헬레나 본햄 카터, 에밀리 왓슨 外
‘죽음과 삶 따윈’
어느 유럽 마을 생선 가게 졸부의 아들인 ‘빅터 (조니 뎁 分)’. 그는 신분상승을 원하는 부모님에 의해 몰락한 귀족의 딸인 ‘빅토리아 (에밀리 왓슨 分)’와 결혼을 약속한다. 서약 내용을 외우기 위해 숲속에 간 빅터는 너무나 몰입한 나머지 땅 속에 있던 ‘에밀리 (헬레나 본햄 카터 分)’의 손가락 뼈에 반지를 끼우게 된다. 빅터가 자신에게 청혼했다고 생각한 에밀리는 빅터를 사후세계로 데리고 간다. 사후세계에 간 빅터는 에밀리의 과거 이야기를 듣고 그녀를 동정하게 된다. 그러나 빅토리아가 자꾸 생각나는 빅터. 결국, 에밀리를 속여 현실세계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빅터는 빅토리아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이때, 자신이 속은 것을 깨달은 에밀리는 빅터를 다시 사후세계로 데리고 간다.
에밀리는 빅터의 청혼이 실수였음에 좌절하는데, 그를 위로해주는 빅터로 인해 그들은 점점 가까워진다. 사라진 빅터로 인해 갑부 ‘바키스 (리처드 E. 그랜트 分)’와 결혼하게 된 빅토리아. 그 소식을 들은 빅터는 독약을 먹고 자신도 죽어 에밀리와 결혼하기로 한다. 하지만 바키스가 자신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했다는 것을 알게 된 빅토리아는 교회로 도망치고, 그 곳에서 빅터와 에밀리의 결혼식을 보게 된다. 에밀리 역시 빅토리아를 보게 되는데 그들을 위해 자신이 빅터를 놓아주기로 한다.
그 순간 빅토리아를 찾아온 바키스. 빅터와 바키스는 치열한 결투를 하게 되고, 결정적 순간 에밀리가 빅터를 구해준다. 사실 바키스는 오래전 에밀리를 죽인 장본인이었고, 다시 한번 에밀리를 모욕한다. 하지만 독약을 와인으로 착각하고 마신 바키스. 결국 악당 바키스는 유령들에게 끌려가게 된다. 그리고 빅터와 빅토리아를 위해 자신의 사랑을 포기한 에밀리는 나비가 되어 그들의 행복을 빌며 하늘로 돌아간다.
‘산 사람보다는 죽은 사람’
팀 버튼 감독은 실사영화에서도 자신의 재능을 발휘했지만, 그의 기괴하고 독특한 상상력은 스톱모션에서 더욱 빛났다. 그의 첫 작품이었던 <빈센트> 역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었고,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이나 <프랑켄위니>와 같이 대중과 비평가 모두를 만족시킨 훌륭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도 했다. 팀 버튼 감독은 이번 <유령신부>에서도 특별한 연출들을 선보였다.
유령신부에서 잘 나타나는 연출은 먼저 두 세계의 색감 대비이다. 작품의 색감을 살펴보면 현실세계와 사후세계의 색감이 너무나도 대비되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빅터에게 있어 현실은 자신이 무엇 하나 결정할 수 없는 수동적이고 억압된 공간이다. 반면 저승은 자신이 선택하고 이에 따라 온전히 행동할 수 있는 주체성과 자유가 강하게 나타나는 공간이다. 그래서인지, 숲이나 집과 같은 현실 속 공간은 회색이나 갈색 등 차분하고 낮은 톤의 색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반해 사후세계의 공간들은 청록색이나 보라색과 같이 화려한 색으로 활기차게 묘사된다.
캐릭터들 역시 마찬가지로 빅터의 부모님, 빅토리아의 부모님, 바키스와 같이 현실세계의 부정적 캐릭터들은 무채색의 색감을 가진데 반해, 에밀리와 벌레 친구, 유령들은 형형색색의 색을 가지고 있다. 특히, 에밀리가 일반적인 유령의 색인 회색이나 검정색이 아닌 파란색의 피부를 가지고 있다는 점 또한, 색감을 통해 해당 캐릭터의 성격을 의도적으로 부여한 것이다. 이처럼 유령이나 괴물 등 인간이 아닌 대상에게 오히려 인간보다 더욱 인간다운 모습을 부여하는 것은 팀 버튼 감독의 다른 영화인 <비틀쥬스 시리즈>나 <가위손>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기도 하다. 또한 스톱모션 기술의 장점을 극대화하여 에밀리로 대표되는 캐릭터들의 표정 역시 세밀하게 묘사했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특유의 질감을 활용해, 얼굴 근육이나 눈동자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묘사한 것이다.
또한 작품에 등장하는 에밀리나 빅터, 빅토리아와 같이 길쭉하고 빼빼 마른 캐릭터들이나 해골들은 <팀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속 ‘잭 스켈링턴’과 마찬가지로 스톱모션과 만났을 때 더욱 시각적 재미를 준다. 작품 초반 사후세계에서 유령들이 에밀리의 과거를 이야기하며 춤을 추는 장면이나, 작품 후반 빅터와 바키스의 결투 장면에서도 등장인물들의 체형은 스톱모션으로 인해 시원시원하고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희생’
“사랑하기 때문에 너를 놓아 줄게”라는 말은 누군가에게는 말도 안되고, 역설적으로 들릴수도 있다. 하지만 작품 내내 빅터만을 사랑했지만 그를 너무나도 사랑하기에 놓아준 에밀리. 그녀의 마음은 우리가 인생을 살다보면 어느 순간 온전히 이해하고 느끼게 된다. 삶과 죽음이라는 비유가 너무나 극단적이라고 할지 몰라도, 사랑이나 꿈 등을 무언가가 갈라 놓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 속에서 너무 좌절하거나 매달리지 말자. 멍이 들 만큼 꽉 쥔 손도 조금은 놓아보면 어떨까.
<개들의 섬 Isle of Dogs >
- 영화: 개들의 섬 (2018)
- 감독: 웨스 엔더슨
- 출연진: 브라이언 크랜스턴, 에드워드 노턴, 란킨 코유 外
‘개와 인간’
가까운 미래, 일본의 한 도시 ‘메가사키’ 그곳에서는 시민들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이 돌기 시작한다. 그 병은 바로 ‘개 독감’ 즉, 개가 전염병의 원인이었다. 그러자 시민들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메가사키의 시장 ‘고바야시 (노무라 쿠니치 分)’는 도시의 개들을 쓰레기 섬으로 내쫓는 도그노포비아 정책을 실시한다. 하지만 고바야시의 입양아 ‘아타리 (란킨 코유)’는 아버지와 다르게 개를 사랑했고, 자신의 개 ‘스파츠 (리에브 슈러이버)’를 찾기 위해 쓰레기 섬, 일명 개들의 섬으로 향한다.
그 곳에서 아타리는 ‘치프 (브라이언 크랜스턴)’를 비롯한 개들을 만나, 함께 모험을 떠나게 된다. 아타리와 치프 일행은 스파츠가 코바야시 연구소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곳에 도착한다. 하지만, 아타리를 잡으러 로봇견과 사람들이 나타나 그들은 위험에 빠지게 되는데, 그 순산 스파츠가 나타나 아타리와 치프를 구해준다. 그러던 와중 처음에는 아타리에게 적대적이었던 치프가 너무나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소년인 아타리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스파츠와 치프가 형제였다는 것이 밝혀진다. 어느덧 새로운 무리의 리더이자 아버지가 된 스파츠. 스파츠는 아타리의 경호견 자리를 치프에게 넘겨준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고바야시 시장이 쓰레기 섬의 개들의 안락사 조건으로 재선에 성공하였고 파티를 열고 있었다. 파티와 동시에 개들에게 겨눠지는 와사비가 든 총. 그 순간 아타리와 개 백신의 혈청을 가진 ‘트레이시 (그레타 거윅 分)’가 나타나고 그들은 치프에게 혈청을 주입한다. 개들을 살리자고 연설하는 아타리. 아들의 연설에 고바야시 시장은 마음을 바꾸고 안락사 계획을 취소하려 하는데, 그 순간 고바야시 시장의 집사가 공격을 하며 파티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결국, 아타리 일행은 승리하나 아타리와 스파츠는 크게 다친다. 다친 아들을 위해 자신의 신장을 이식해준 고바야시 시장. 결국 아타리는 깨어나게 되고, 메가사키의 새로운 시장이 되어 스파츠와 치프와 함께 살아가게 된다.
‘털 하나부터 도시 전체까지’
미장센하면 뺄 수 없는 웨스 엔더슨 감독답게, 이 미장센을 위해 <개들의 섬>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통해 탄생했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자체가 수많은 돈과 노동을 필요로 하지만 이번 영화는 일반적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수준을 넘어섰다. 영화를 만드는데는 2년이 넘게 걸렸는데, 대부분의 시간이 퍼펫 (애니메이션에 사용된 봉제인형)을 만드는데 사용되었다. 개들의 섬을 위해, 개 캐릭터 퍼펫 500개, 인간 캐릭터 퍼펫 500개 총 1000개의 퍼펫이 만들어졌다. 또한 캐릭터 하나당 총 다섯 가지의 사이즈가 제작되는등 엄청난 노력이 들었다.
하지만 단순히 양적 노력 말고도 질적 노력 역시 병행되었다. 질적 노력의 대표적인 것이 퍼펫의 소재였다. 작품 속 개들의 털 질감을 현실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테디베어 공장에서 사용되는 알파카 털과 메리노 양털이 사용되었으며, 인간 캐릭터의 피부 생기를 살리기 위해 반투명 수지 점토를 사용했다. 또한 실제 같은 표정을 구현하기 위해 얼굴 교체 시스템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신속하게 표정변화를 표현할 수 있었다.
캐릭터 말고 배경을 만드는데 있어서도 커다란 규모의 세트장을 만들었고, 진짜 도시처럼 곳곳에 쓰레기를 배치함으로써 현실감을 더했다. 또한 CG를 최대한 배제하고 아날로그 제작 방식을 통한 디테일을 중시하는 웨스 엔더슨 감독답게, 구름 하나하나 강물 하나하나까지 만들었다. 화면 속 구름은 솜으로, 강물은 샌드위치 포장지로 된 컨테이어 벨트로 만들었다. 또한 작품에 기괴함과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일반적인 애니메이션에서 사용하는 기법인 ‘On Ones (1초당 24프레임)‘가 아닌 ‘One twos (2초당 24프레임)’를 의도적으로 사용했다.
누가 봐도 웨스 엔더슨의 영화임을 알 수 있게 만드는 그의 대표적 특징, 대칭적 구도와 균형. 속도의 조절을 통해 만들어진, 정적인 표현과 동적인 표현의 오고 감. 적절한 유머와 만화를 보는 듯한 이펙트와 편집은 스톱모션의 매력을 잘 살렸으며, 작품의 재미를 극대화했다.
‘저항의 미학’
일본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만큼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들개>나 <7인의 사무라이>를 오마주한 구도가 나오는가 하면, 일본의 다양한 문화가 아름답게 묘사되기도 한다. 그리고 일본어가 작품 내내 등장하기도 하는 등 작품은 일본과 너무나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작품은 개봉 직후, 서양인의 관점에서 보는 동양(일본)에 대한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적 시선을 갖고 있다고 논란이 되었다. 그 이유는 작품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스테이시’ 일본 사회의 비랍리적인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백인 구원자의 서사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어가 자막 없이 등장한 것도 관객의 상상의 자유와 전체적 스토리의 집중을 위해서라는 감독의 설명과는 다르게, 인종차별 논란의 불씨를 지피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과 별개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만들어낸 훌륭한 비주얼과 믿고 듣는 음악은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또한 개와 인간의 관계를 통해 파시즘과 환경파괴에 대한 경계, 다수에 대한 소수의 저항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어린 소년과 그의 개가 만든 우정, 그리고 그들이 함께하는 투쟁과 이야기는 너무나 작고 절실하기에 더욱 아름다웠다.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Guillermo Del Toro's Pinocchio >
- 영화: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 감독: 기예르모 델토로, 마크 구스타프슨
- 출연진: 이완 맥그리거, 데이비드 브래들리, 그레고리 맨 外
‘가족은 만들어지는 것’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한 노인이 거대한 소나무를 깎고 있다. 노인의 이름은 ‘제페토 (데이비드 브래들리 分)’. 노인이 만든 것은 비행기 폭격으로 죽은 자신의 아들을 닮은 목각 인형, ‘피노키오 (그레고리 만 分)’였다. 피노키오를 만든 그날 밤, 제페토가 잠든 사이 숲 속의 ‘푸른 요정 (틸다 스윈튼 分)’이 피노키오에게 생명을 불어 넣어주고, 피노키오는 생명을 갖게 된다. 살아난 피노키오를 본 제페토는 충격을 받으나 이내 피노키오를 자신의 아들처럼 키우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본 유랑극단의 ‘볼페 백작 (크리스토프 발츠 分)’은 피노키오를 이용하기 위해 데려간다. 하지만 피노키오를 다시 찾은 제페토와 볼페 백작. 그들이 싸우다가 피노키오는 교통사고를 당해 정신을 잃는다.
그러나 불사의 몸이었던 그는 이내 다시 이승으로 돌아온다. 볼페 백작의 부당한 계약서의 내용을 본 피노키오는 제페토를 위해 극단에서 일하게 된다. 점점 인기를 얻게 된 피노키오는 어느덧 총통 ‘베니토 무솔리니 (톰 케니 分)’를 위해 공연하게 되는데, 피노키오는 공연을 일부로 망친다. 결국 무솔리니의 경호원에 총에 맞아 죽은 피노키오. 이번에도 역시 피노키오는 이승으로 돌아온다. 돌아온 피노키오는 불사의 몸의 활용가치를 인정받아 군사훈련을 하게 되는데, 훈련 중 공습경보가 울린다. 그러나 공습에 살아남은 피노키오의 앞에 볼페 백작이 나타나고 피노키오를 죽이려고 한다. 버로 그 순간, 피노키오의 친구가 된 볼페 백작의 원숭이 ‘스파차투라 (케이트 블란쳇 分)’이 그를 구해준다.
하지만 그들은 바다로 떨어지고, 바다괴물의 뱃속에 들어온다. 거기서 자신을 찾아온 아버지 제페토와 세바스티안(이완 맥그리거 分)과 재회한다. 그리고 그들은 괴물이 재채기하는 틈에 다행히 탈출하지만, 그 순간 기뢰가 터져 모두가 위험에 빠지고 피노키오는 죽게 된다. 한시가 급한 피노키오는 제페토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영생을 포기하고, 영속의 모래시계를 깨버린다. 결국, 목숨이 하나 남은 평범한 목재인형이 된 피노키오. 그는 제페토와 스파자투라, 세바스티안 모두를 구하고 목숨을 다한다.
그 모습을 본 세바스타안은 피노키오를 올바른 길로 이끌면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냐며, 그를 돌려달라고 푸른 요정에게 애원한다. 푸른 요정은 그의 말을 인정하고, 세바스티안의 소원을 들어주게 되며 피노키오는 다시 살아난다. 제페토는 피노키오에게 사랑한다고, 네 모습 그대로 살아달라고, 피노키오는 제페토에게 아버지가 되어달라고 말한다. 제페토, 피노키오, 세바스티안, 스파자투라는 한 집에서 서로가 생명을 다할 때까지 살아가며 영화는 끝난다.
‘나무와 동화 ’
앞서 본 작품의 감독들 역시 자신만의 특별한 세계와 개성이 있지만, ‘기예르모 델토로’ 역시 잔혹하고 기괴하지만, 또 아름답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다. 어찌 보면 ‘팀 버튼’ 감독과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필자는 기예르모 델토로의 세계가 팀 버튼 감독보다도 진중하고, 잔혹하며 무겁다고 생각한다. 특히, 영화 내내 깔려있는 찝찝하고 불쾌한, 하지만 어딘가 따뜻한 분위기. 이번 작품에서 이 분위기를 만든 것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캐릭터의 질감이다. 작품의 주인공 피노키오만을 두고 보더라도 정말 나무로 만든듯한 질감이 가히 예술이다. 목각인형 특유의 질감을 그대로 재현했으며, 그 거칠고 불완전한 질감은 피노키오의 아직 완성되지 못한 미숙하고 순수한 자아와 거기서 오는 불안감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다. 이는 스톱모션 특유의 연출을 통해 물리적 질감이 잘 드러났다. 또한 수많은 크리쳐 디자인을 만들어온 기예르모 델 토로답게 ‘푸른 요정’의 날개나 ‘장의사 토끼들’의 털, ‘바다 괴물’의 피부 등은 사실적이진 않지만, 기괴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잘 전달했다.
피노키오의 움직임과 카메라 움직임 역시 스톱모션의 특징과 어울러져 특유의 느낌을 만들었다. 목각인형이라는 피노키오의 특징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애니메이션 기법은 단연 스톱모션일 것이다. 사람과 다르게 유연성이 없는 딱딱한 나무처럼 걸어다니는 피노키오의 움직임은 스톱모션만이 주는 정지된 느낌과 맞물려 절묘하게 작용한다. 카메라 움직임 역시 피노키오를 위주로 다이나믹하게 따라가거나, 공습이나 바다괴물 장면처럼 위험한 상황에서는 정말 미세하게 흔들리면서 실사 영화를 보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몰입이 더욱 쉬웠다. 이 외에도, 전쟁 중인 이탈리아 마을의 모습이나 바다, 숲 등의 배경을 충실히 구현해 잔혹하지만 아름다운 동화의 느낌을 살렸다.‘세상 끝에서 나와’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은 그의 작품 <악마의 등뼈>나 <판의 미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과 같이 전쟁이나 냉전시대의 혼란함에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하곤 했다. 이번 작품 역시 1차 세계 대전이라는 전쟁 상황을 바탕으로 동화 피노키오를 새롭게 재해석한 것이다. 피노키오는 작품 내내 제페토에게 그의 죽은 아들 ‘카를로’의 대체재 느낌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나고 피노키오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면서, 피노키오는 카를로가 아닌 제페토의 아들 피노키오 그 자체가 된다.
전쟁이나 인신매매, 죽음 등 비도덕적이고 고통스러워서 인간이 무력감을 느끼는 상황 속에서 피노키오뿐 아니라, 제페토 역시 성장한 것이다. 순수하지만 따뜻한 피노키오. 이제 필자도 어느덧 자라, 아이가 아닌 어른의 시점에서 피노키오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렇게 피노키오를 바라보니, 티끌 하나 없는 순수함을 가진 그가 부러워졌다. 부디 피노키오는 가슴 속 그것을 영원히 잃지 않기를 바란다.
<코렐라인: 비밀의 문 Coraline>
- 영화: 코렐라인: 비밀의 문
- 감독: 헨리 셀릭
- 출연진: 다코타 패닝. 테리 해처, 존 호지맨 外
‘꿈 속으로, 꿈 속에서’
새 집으로 이사온 ‘코렐라인 (타코타 패닝 分)’ 그녀에게 새 집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상한 이웃들에 찝찝한 풍경, 거기에 계속되는 부모님의 무관심까지. 심심한 코렐라인은 수맥 찾기 놀이를 하다 검은 고양이와 이웃집에 사는 ‘와이비 (로버트 베일리 주니어 分)’를 만나게 된다. 집에 돌아온 코렐라인은 집을 돌아다니다 막혀있는 작은 문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날 밤 어떤 쥐가 그 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되고 코렐라인은 따라가게 된다. 코렐라인이 통로를 지나 들어간 곳은 ‘다른 세계’였다. 그곳에는 단추 눈을 가진 ‘다른 엄마 (태리 해처 分)’와 ‘다른 아빠 (존 호지맨 分)’가 있었고, 그들은 너무나 친절했다. 그렇게 다른 세계에 빠져버린 코렐라인은 그곳과 현실 세계를 왔다갔다하게 된다. 그러나 코렐라인에게 그 세계는 위험하다고 말하는 이웃들과 고양이. 하지만 코렐라인은 이를 무시한다.
평소처럼 다른 세계에 있던 코렐라인. ‘다른 엄마’는 코렐라인에게 이 곳에서 살고 싶다면 눈에 단추를 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 말에 두려움을 느낀 코렐라인은 얼른 잠을 자 원래 세계로 돌아가려 하지만, 눈을 뜨니 여전히 다른 세계였다. ‘다른 아빠’의 말실수로 코렐라인은 다른 세계가 ‘다른 엄마’에 의해 창조되었고 그녀가 마녀라는 것을 알게된다. 결국 코렐라인은 탈출하려 하나, 다른 엄마가 이를 막아서고 코렐라인이 계속해서 반항하자 그녀는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며 코렐라인을 거울 감옥에 가둔다. 그리고 그 곳에서 눈과 생명을 빼앗긴 3명의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다른 와이비의 도움으로 겨우 현실 세계로 돌아온 코렐라인. 하지만 코렐라인의 부모님은 마녀에게 잡혀간 상태였다.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다시 다른 세계로 돌아간 코렐라인. 그녀는 자신의 눈과 부모님을 걸고, 마녀와 내기를 하게 된다. 세 개의 눈을 찾아야 하는 코렐라인. 그녀는 마녀의 방해에도 세 개의 눈을 모두 찾아낸다. 그러나 내기에 졌지만 마녀는 인정하지 않았고, 코렐라인은 마녀가 현실 세계로 돌아가는 문을 열게 유도해, 부모님과 현실 세계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현실 세계와 다른 세계를 오갈 수 있는 열쇠를 찾기 위해 현실세계로 찾아온 마녀의 손. 코렐라인은 다시 한번 위기에 빠지지만 와이비의 도움으로 마녀의 손을 무찌른다. 결국, 평화를 되찾은 그들. 코렐라인과 와이비 그리고 부모님과 이웃들은 함께 파티를 하고 정원을 가꾸며 영화는 끝난다.
‘이곳에만 있는 너’
‘헨리 셀릭’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았는가? 물론, 위에서 만나본 3명의 감독에 비해서는 다소 생소한 이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가히 스톱모션 애니메이션계의 거장이라고 불러도 손색 없는 위대한 애니메이터이다.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과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의 연출을 맡기도 했으며, <코렐라인: 비밀의 숲> 말고도 2022년, 넷플릭스에 공개된 <웬델 & 와일드>의 연출을 맡기도 했다. 실사영화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오고가며 작품 활동을 하던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오로지 스톱모션 외길인생을 살아온 헨리 셀릭. 그가 이번 작품에서 보여주는 특별한 요소들에 대해 알아보자.
해당 작품 역시 상당한 정성과 노력을 통해 만들어졌다. ‘다른 세계’의 환상적인 모습을 위해 많은 풀잎들을 모두 인조털로 만들거나 하나하나 색을 칠해 꾸몄으며, 40 그루의 나무를 직접 만들었다. 또한, 주인공 코렐라인 인형은 28개가 제작되었는데, 10명의 스태프가 3, 4개월의 시간 동안 1개의 인형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자연스러운 머리카락을 표현하기 위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최초로 합성 모발을 사용하는가 하면, 55km가 넘는 촬영장소에 52개의 무대를 만들고 그 위에 130개가 넘는 세트장을 짓는 등 대규모 촬영 구역을 만들었다.
영화 속 장소를 보면, 같은 장소라도 현실 세계와 다른 세계가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대비를 보여주기 위해 각각 다른 거대한 규모의 세트를 만들었다. 특히 작품 속, ‘보빈스키 (이완 멕쉐인 分)’의 서커스와 ‘미스 스핑크 (제니퍼 손더스’), ‘미스 포서블 (돈 프렌치)’의 뮤지컬 공연 장면을 완성시키기 위해 300명이 넘는 스텝들이 일주일간 작업하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는 74초 정도만 등장하지만 말이다. 이번 영화도 앞서 소개한 <유령신부>와 마찬가지로 두 대조적 세계를 색감을 통해 강조한다. 현실 세계와 그곳의 인물을 회색과 무채색으로, 다른 세계와 그곳의 인물을 화려한 색으로 묘사한 것이다.
또한 다른 세계에는 따뜻한 조명을 사용해 그 공간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그러나, 코렐라인이 다른 세계의 숨은 진실을 알아갈수록 그곳의 전체적인 색은 안개가 낀 것처럼 탁해진다. 작품을 촬영할 때 사용된 카메라는 실사 영화에서 쓰이는 카메라였는데, 이로 인해 실사영화와 유사한 구도로 촬영이 가능했으며 극적이고 다양한 촬영기법들이 가능했다. 특히 작품 속 카메라 앵글은 어떤 상황에서, 왜곡되고 비대칭적으로 사용되어 다소 과장되고 극적인 효과를 준다. 예를 들어, 현실 세계와 비교되는 다른 세계의 기괴함과 모순을 드러내기 위해, 화면을 삐딱하게 잡거나, 인물의 신체를 갑자기 꺾어버리는 등 다양한 연출을 시도했다.
‘나와 우리를 찾아서’
영화는 주인공 ‘코렐라인’이 마녀로 대표되는 두려움에 맞서 싸우고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그녀는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게 된다. 또한 환상과 현실, 거짓과 진실의 차이를 느끼며 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 내면에 숨은 가치를 발견한다. 마지막에 가족과 친구, 이웃들과 소박하게 파티를 하는 코렐라인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어쩌면 그녀가 사소하고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그녀에게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혼자 있는 타인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사랑하는 이들을 불러모아 함께 식사를 하는 우리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바라왔던 순간들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나만 성장하고 진정한 나만을 찾으려고만 애쓰는 것은 어쩌면 생각보다 큰 가치를 가지지 않을 수도 있다. 나를 찾았다면, 이제는 내 곁에 있는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자. 그들이 있어야 우리가, 우리가 있어야 내가 되는 것이다.
동화와 스톱모션
특유의 질감과 분위기로 특별한 느낌을 주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을 보다보면, 어른이 된 내가 어렸을 적 읽었던 동화를 다시 읽어보는 듯한 느낌이 난다. 어른의 생각과 어른의 느낌으로 동화를 보자, 단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생각과 기분이 드는 것처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도 그러하다. 수많은 노력의 날들이 만들어낸 두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한 편. 그 한 편이 우리에게 주는 위로와 따뜻함은 동화처럼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지금까지 어른들을 위한 동화와 같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 4편에 대해 알아보았다. 처음과 마지막에 소개한 영화 <유령신부>와 <코렐라인: 비밀의 문>에 대해 더욱 알고 싶다면 ‘온더플로어’의 팟캐스트 ‘펀치 드렁크 무비’를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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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무어 화씨9/11>
마이클무어 감독의 <화씨 9/11>은 미국 2001년 9월 11일 911테러와 그 당시 미국 행정부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정권 비판을 담은 내용이다. <화씨 9/11>은 자극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정치 이야기로 가득하다. 초반에 영상을 볼 때는 음모론처럼 느껴질 정도로 편파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점점 다큐멘터리가 진행되면서 그가 내세운 이야기들에 공감을 하는 ‘나’를 보게 됐다. 그리고 비단 미국의 상황만이 아닌 우리 나라의 모습도 떠올랐다.
국가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이 다큐에서는 국민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 고민해볼 수 있었다. 국민은 국가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국민들 대표해서 우리 모두 잘 살기 위해서 뽑은 대통령이지만, 국민보다는 자본에 의해 움직이게 되었다. 자본으로 움직이게 된 국가는 테러와 전쟁을 일으킨다. 그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그들은 명확한 실체를 향해 고민해보지 못한다.
이라크 전쟁에서 자신의 가족을 하루 걸러 장례를 치루면서도 알라신에게 복수해달라고 외칠 수 밖에 없었던 이라크 국민들이 있다. 그리고 빈곤한 마을에서 태어나 군대에 입대하면 더 많은 세계를 경험해 볼수 있다는 말에 입대를 하여 사람들을 죽이고 괴롭히며, 자신 또한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공포에 사로 잡혀 살고 있는 미군이 있다.
그리고 희생당한 사람들의 가족들은 끊임 없는 고통 속에 살아간다. 이 실체를 부시 행정부에 포커스를 맞춘 마이클 무어는 끊임없이 부시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의 정권이 잘못 되었다고 말한다.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고 많은 국민들에게 잘못된 이야기를 하며 전쟁을 일으킨 이유를 우리는 알아야한다.
<김일란, 이혁상 공동정범 >
김일란, 이혁상 감독의 <공동정범>은 용산 참사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참사 후의 이야기를 담았다. 인간의 도덕성, 신뢰, 믿음, 분노 등의 다양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고 트라우마를 어떻게 수용하며 살아가는 지에 대한 모습도 확인해볼 수 있다.
용산 참사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모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인생에서 가장 아프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하며 왜 화재가 났는가? 그리고 왜 그들은 사망했는가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대화를 시도한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쉽게 진실을 판명할 수 없다. 솔직히 진실을 판명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미 망루는 사라졌고, 남은 것은 화재 속 어둡고 혼란스러운 상황 속 화재의 불빛 속 기억들로만 조각난 기억을 맞추고 있다. 이것으로는 진실을 규명하긴 어렵다. 그렇기에 그들이 더 고통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그들이 망루로 향해야만 했던 이유는 남들이 보면 테러범들이자 폭동들이지만 그들은 그것이 자신들의 신념이자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들이 다른 선택을 했었다면? 이라는 가정은 없다. 철거민들과 그의 연대는 화염병을 모으며 망루를 만들고 그 속에서 버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없애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들을 물대포를 쏘고 억지로 끄집어 내기 보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들어줬으면 상황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라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정부는 무관용의 원칙으로 망루를 향해 물대포를 쐈으며 그 속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일어나고 사망자가 발생하고 살아남은 자들은 공동정범으로 징역형에 처했다.
<두 다큐의 차별성과 공통점>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고 이끄는 역할을 하지만, 때로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개인의 신념을 조작하거나 이용하기도 한다.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과 김일란·이혁상의 <공동정범>을 통해서 본다면 각기 다른 사회적·정치적 배경 속에서 국가가 개인의 믿음을 조작하고, 때로는 이를 이용하여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을 보여 준다. 하지만 이러한 신념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환경과 경험에 따라 변화한다.
두 작품은 미디어와 법을 통해 어떻게 국민을 통제하는 지 보여 준다. <화씨 9/11>에서 마이클 무어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9·11 테러 이후 미국 국민의 애국심을 자극하고, 이를 이라크 전쟁 정당화에 이용하는 과정을 조명한다. 미디어를 통해 공포를 조성하고, 이를 통해 전쟁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는 방식은 전형적인 국가 권력의 선전 전략이다. 정부는 미디어를 장악하고 애국심을 강조함으로써 국민들이 비판적 사고 없이 국가의 결정을 받아들이도록 유도한다.
반면, <공동정범>은 한국 사회에서 국가가 법과 공권력을 이용하여 국민을 통제하는 방식을 보여 준다. 용산 참사 사건에서 철거민과 연대인들은 강제 퇴거 과정에서 여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국가 권력은 이 사건을 ‘폭력적인 시위’로 규정하며, 생존자들을 범죄자로 몰아갔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법과 제도를 활용해 사회적 약자들을 배제하고, 이를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두 사례를 비교하면, 미국은 패권국가로서 전쟁을 정당화하는 방식을, 한국은 소수자들의 사회적 갈등을 국가가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를 탄압하는 방식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국가 권력은 개인의 신념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이를 통해 국민을 통제하려 한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가진다.
<화씨 9/11>에서 미군들은 애국심을 이유로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다. 하지만 전쟁의 실상을 경험한 후 신념이 흔들린다. 이는 신념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경험과 새로운 정보에 의해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국가가 조작한 정보만을 접할 때 신념은 쉽게 형성되지만, 시간이 지나고 다른 현실을 접할수록 개인은 자신의 믿음을 다시 검토하게 된다.
<공동정범> 또한 용산 참사 생존자들은 처음에는 국가의 폭력에 저항했지만, 법적 처벌을 받고 사회적으로 고립되면서 서로를 의심하고 갈등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사건을 회고하고, 과거의 진실을 마주하게 되면서 신념이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 준다. 특히, 이 다큐멘터리는 단순히 사건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서, 인물들이 자신의 신념을 되돌아보고 재구성하는 과정 자체를 담아낸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가진다.
정치고발 영화에서 중립적인 자세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보면서 관객 스스로가 판단하고 정립해나가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가 정말로 맞는가, 아닌가, 찾아보고 고민해보면서 가꿔나가야할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여러가지 다양한 정보를 접하면서 자기 검열을 해나가야 한다고 느낀다.
이 두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참 정치인들은 취약 계층의 말은 들어주지도 않고 그저 무시하고 외면한다고 느꼈다. 그리고 이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또는 다른 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 움직인다고 말하지만 정작 국가를 움직이게 하는 국민이란 매우 소수라고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국가 속에서 살아가야한다.
그리고 신념을 가지고 살아간다. ‘신념’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그 ‘신념’이 뭐길래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또 그것에 의해 살아가는 지에 대해 고민이 되었다.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정부의 말을 무조건 적으로 믿어서는 안되는것 같고, 그렇다고 모든 말을 무시하고 화염병을 만들고 망루를 세워서 폭력 시위를 하는 것도 안 될 것같다. 올바른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그리고 이 신념이 올바르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검열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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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란 | 해학으로써 얼기설기 묶은 임진왜란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 본래 양인으로 태어났으나 어머니가 노비였다는 이유로 노비가 된 천영은 마침내 양인이 될 기회를 잡는다. 천부적으로 타고난 무예 재능을 활용해 무술 실력이 좀처럼 향상되지 않는 종려를 훈련시키고, 그 대가로 면천을 요구하겠다는 것. 그렇게 천영과 종려는 매일 같이 몸을 부대끼고, 노비와 양반 사이에서는 우정이 꽃피운다.
하지만 시대는 그들의 우정을 허락지 않았다. 천영은 종려 대신 무과 시험에 합격하지만, 종려의 아버지는 약속대로 천영을 면천하는 대신 도리어 그를 창고에 가둔다. 그러나 한양에 왜군이 들이닥치자 종려의 노비들이 그의 일가족을 죽인 후 집에 불을 지르고, 천영은 그 틈에 탈출한다. '선조'(차승원)를 호종해 의주로 향하다가 뒤늦게 소식을 접한 종려는 천영이 사건을 주도했다고 오해하고, 복수심에 불타 그를 죽이겠다고 결심한다.
임진왜란의 재해석
한국 사극의 지향점은 크게 두 방향이 있다. 사료로부터 신선한 사건이나 인물을 찾아내는 게 하나다. 관심이 크지 않은 고구려 초기를 재구성해낸 <우씨왕후>가 대표적이다. 다른 하나는 기존에 잘 알려진 사건이나 인물을 재해석하는 방법이다. 한때 수많은 버전의 장희빈이 등장했던 것처럼. 근래에는 여말선초를 이성계, 정도전, 이방원의 시점에서 제각기 관조하는 작품이 많았다.
임진왜란 시기를 다룬 <전,란>은 후자다. 사실 임진왜란을 다루는 방식은 정해져 있었다. 선조, 이순신, 류성룡, 광해군처럼 유명한 인물의 시점에서 전쟁을 조명하거나 잘 알려진 전투와 사건을 제각기 영상화하는 경우가 잦았다. <전,란>은 다르다. 임진왜란을 철저히 배경으로만 삼으면서 기존 접근법과는 다소 다른 길을 선택했다. 임진왜란 그 자체보다는 그 시기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전,란>은 전쟁 전후로 변화한 사회상을 민속적이면서도 해학적인 추임새로써 공들여 표현한다. 이를 토대로 격랑을 헤쳐 나가야 했던 두 주인공의 감정선에 집중한다. 그 덕분에 <전,란>은 신선하게 일정 수준 이상의 목적을 성취하는 데 성공했다. 단지 짜임새가 '전쟁'과 '반란'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더 다듬어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전쟁은 곧 기회
<전,란>은 오프닝에서부터 '정여립의 난'을 묘사며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선언한다. 붕당의 갈등과 선조의 권력욕이 유발한 정쟁 정도로만 치부되던 사건이 조선 사회에 끼친 영향력에 주목한다. 정여립은 '대동(大同)'이라는 기치를 내세우며 왕통이 아니어도 누구나 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란>의 오프닝은 그의 사상이 선조와 조선 사회에 얼마나 큰 충격을 줬는지를 강렬하게 각인시킨다.
그 이후의 전개 역시 대동의 기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임진왜란의 묘사가 대표적이다. <전,란>은 임진왜란을 조선과 일본의 전쟁보다 신분 갈등이라는 관점에서 풀어낸다. 왜군이 한양 코앞까지 도달하자 종려의 가노들이 그의 부모와 처자식을 모두 죽이고 도망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백성들이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과 광화문, 육조거리가 불태우는 시퀀스가 전투 장면보다 큰 스케일로 공들여서 연출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전,란>은 사회적 혼란을 개인적 차원의 이야기로 치환해 과연 대동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묻는다. 천영은 면천되어서 본래 신분을 되찾으려 하고, 종려는 그런 천영에게 신분을 넘어서는 마음을 준다. 왜군의 침입은 이 우정을 어그러뜨리고, 두 친우는 갈라선 채로 자기가 믿는 가치와 신념을 위해 검을 든다.
두 주인공의 서사는 캐릭터가 강렬히 대조된 덕분에 특히 인상적이다. 플래시백 기법을 활용해 같은 사건도 서로 다른 시점에서 조명해 캐릭터성을 구축하는 게 대표적이다. 푸른 철릭을 입은 천영과 붉은 단령을 입은 종려를 대비시키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천영이 왜군을 벨 때, 종려는 임금을 호종하며 도리어 백성을 벤다. 이 장면은 시각적으로도, 서사적으로도 확실한 대비를 이루며 경복궁 화재만큼이나 뇌리에 각인된다.
보기 드물게 해학이 가득한 사극
물론 두 주인공을 대조하려다 보니 고증은 다소 실망스럽다. 임진왜란 초반 이후에는 관군 편제로 인계된 의병이 종전 때까지 남아 있고, 선조가 경복궁 재건에만 매달리는 묘사가 대표적이다. 특히 후자는 오히려 광해군의 모습과 흡사하다. 더 나아가 제아무리 사노비라 해도 어린아이를 회초리 쳐 죽이는 묘사 등은 조선 사회상을 악의적으로 왜곡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구조를 고려하면 <전,란>의 고증은 왜곡이라기보다는 의도된 과장처럼 보인다. <전,란>이 마치 한 편의 탈춤 같기 때문. 단순히 <전,란>의 시작과 끝은 봉산탈춤이 장식하거나, 중간중간 판소리의 소리가 삽입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전,란>은 두 악역의 행보를 탈춤 속 반동인물의 행적과 일치시키면서 탈춤에 녹아있는 해학의 정서를 살려내려고 노력한다.
왜군이 숨긴 보물을 찾아 경복궁을 재건하려 한 선조. 그는 항왜 '깃카와 겐신'(정성일)을 등용해 충신과 의병을 죽이면서까지 보물 궤짝을 찾는다. 하지만 간신히 찾아낸 보물함을 연 순간, 그의 주변에는 왜군이 잘라갔던 조선 백성의 코가 쏟아진다. 겐신의 행적도 마찬가지다. 그는 자기를 저주한 무당을 비웃으며 죽이지만, 본인은 정확히 무당의 저주대로 최후를 맞이한다.
즉, <전,란>은 왕이 챙기지 않은 백성의 고통과 침략자의 만행을 그들에게 되돌려 주면서 웃음을 자아내고, 민심까지도 어루만진다. 이는 양반 등이 나사가 하나 빠진 비정상적인 인물로 등장하고, 그들의 어리석음과 무식함을 풍자하는 탈춤의 흐름과 정확히 부합한다. 더 나아가 비록 그 정도는 달라도 <전,란>이 이준익 감독의 <황산벌>이나 <평양성>처럼 해학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에 잡아먹힌 '란'
그러나 <전,란>의 야심을 온전히 평가하기는 어렵다. '전(戰)', '쟁(爭)', '반(反)', '란(亂)'으로 나뉜 구조와 이야기가 미묘하게 불협화음을 낸 나머지 짜임새가 야망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과 '쟁'은 임진왜란이라는 사건을 통해 대동이라는 가치를 실감하게 만들고, 사회의 혼란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내 백성과 노비가 왜 한양과 집에 불을 지르냐는 반문에 담긴 양반과 기득권층의 안일함과 불합리성을 드러내는 단계다.
그렇다면 '반'과 '란'에서는 천영과 그의 동료들이 왕실과 양반, 그리고 종려에게 반기를 들게 되는 과정이 펼쳐져야 했다. '반'은 불만이 터지는 계기를 보여주고, '란'은 방점을 찍어야 했다. 문제는 그 과정이 매끄럽지 않다는 것. 영화는 깃카와 겐신을 활용해 변주를 준다. 당연히 민란으로 이어지겠구나 싶은 순간마다 그가 등장해 갈등 구도를 늘린다. 예상과 다른 전개를 통해 긴장감을 고조하려 했던 것처럼 보인다.
이 선택은 도리어 역효과를 낸 듯 보인다. 깃카와 겐신, 천영, 종려 사이에 갈등선이 중첩되다 보니 정작 절정에 달한 천영과 종려의 갈등이 해소되는 후반부 전개의 응집력이 부족해진다. 자연히 스토리텔링이 전체적으로 허술해진다. 천영이 자기 가족을 몰살한 줄 알고 복수심에 가득 찬 종려에게 천영이 말 몇 마디로 해명하자 그대로 오해가 풀려 버리는 허무한 전개가 대표적이다.
그러다 보니 더 직관적인 쾌감을 추구하면 어땠을까 싶다. 깃카와 겐신은 천영과 의병의 활약상을 강조하는 도구로써 '쟁'이 일단락될 때 퇴장시키고, '반'부터는 천영과 종려와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었다면 클라이맥스로 이어지는 전개가 더 깔끔했을 테니까. 그만큼 '전', '쟁', '반'에서 착실히 쌓아 올린 복수심과 원한, 그리고 분노가 '란'에서 확실히 분출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함께 무너진 액션
구조와 이야기의 괴리는 액션의 문제로도 이어진다. 우선 규모가 애매하다.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삼았지만 정작 전쟁의 스케일이 느껴지는 시퀀스는 없다. 거리에서 펼쳐지는 소규모 난전을 제외하면 의병의 활약상도 볼 수 없다. 제목에 '전'이 적혀 있고, 의병들의 존재감이 적지 않은 이상 의병의 활약상을 강렬하게 보여줬다면 액션과 개연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검술 액션도 명암이 분명하다. 칼코등이로 칼몸을 받아내거나 칼등을 손바닥으로 미는 식의 구성은 색다르고 흥미롭다. 다만 천영이 왜군을 도륙할 때처럼 롱테이크로 촬영한 장면에서는 합을 맞추는 듯한 느낌이 들기에 박진감이 다소 부족하다. 이전 작품에서 강동원이 도포를 흩날리며 검을 휘두르는 액션이 익숙해진 만큼, 그 이상의 특별함은 없는 셈이다.
클라이맥스도 다르지 않다. 해변에서 세 주인공이 검술 액션을 펼친다는 콘셉트 자체가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을 연상시킨다. 셋이 각자 다른 이유로 서로를 적대한다는 관계성도 유사하다. 기시감을 없애려는 노력이 눈에는 띄지만, 효과적이지는 못했다. 해무를 활용해 시각적인 요소를 제한하는 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화면상으로 충분히 구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종합하면 <전,란>은 야심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기존 사극과 다른 방향성으로 임진왜란이라는 사건을 재해석하려는 참신함이 돋보이기 때문. 특히 '한국적'이라는 표현을 의상, 배경, 세트뿐만 아니라 영화 전반의 정서에도 녹여냈기에 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밸런스를 잡지 못한 아쉬움도 크다. 물론 넷플릭스라서 이 정도 규모의 사극도 시도할 수 있었겠지만, 소재의 가능성과 엿보이는 잠재력에 비하면 평범한 OTT용 영화로 마무리된 것 같다는 안타까움이 적지 않다. 결국 천영의 반란처럼 <전,란>도 미완의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인다.
Acceptable 무난함
변주를 주려는 강박만 덜어냈다면 더 와닿았을 해학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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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춘기 소녀의 첫사랑 이야기
두 사춘기 소녀의 첫사랑 이야기
-<워터 릴리스>(2007)
누구에게나 처음이라는 경험은 크게 다가온다. 우리가 태어나서 성장하면서 우리는 모든 것을 처음 경험한다. 처음 걷고, 처음 말하고, 처음 웃는다. 그 경험들이 유아기 때는 다른 사람에 의해 기억되지만, 어느 정도 성장한 청소년기에는 자신만이 기억하는 처음의 순간들을 무수히 만난다. 빠르게 성장하는 청소년기는 몸도 빠르게 변하고, 마음도 빠르게 변해가는 시기여서 자기 자신도 그 변화를 다 따라가기 어렵게 느껴진다. 특히나 누군가를 처음 좋아하고, 그 사람과 함께 무언가를 함께 해 나가는 순간은 모두 몸뿐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처음 하는 경험이다.
아직 성장하고 있는 미완성의 자신을 통해 좀 더 나아 보이는 상대방을 보면서 좋아하는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로 좋아하는 것인지, 그렇게 좋아해도 되는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고,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모른다. 고민하는 많은 순간들을 그저 멍하니 상대방을 보고 혼자 상상하며 보낸다. 그것은 그 상대방을 그저 생각만으로 동경하는 것일 수도 있고 정말 좋아하는 사랑의 감정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가슴 졸이며 망설이는 시간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조차 처음 하는 청소년기의 모든 소년소녀들은 좋아하는 상대방과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교류하고 싶지만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 감정은 꼭 남자가 여자에게 또는 여자가 남자에게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좋아한다는 첫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 여자인지, 남자인지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저 한 사람으로서 다른 한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은 그 모습 자체만으로도 자연스러운 성장의 과정이다.
|성장기 첫사랑에 대한 영화 <워터 릴리스>
영화 <워터 릴리스>는 첫사랑과 처음에 관한 영화다. 주인공 마리(폴린 아콰르)는 싱크로나이즈드 선수인 플로리안(아델 에넬)을 보고 좋은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마리의 절친 안나(루이즈 블라쉬르)는 수영부 선수인 플로리안 마음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영화는 마리와 안나가 상대방에게 다가가고 마음을 얻기 위해 하는 여러 가지 행동들을 따라가며 이들의 첫사랑 여정을 하나하나 따라간다.
영화 초반 공연을 마리고 나온 안나가 마리의 자전거 뒤에 올라타며 무섭다는 말을 한다. 자전거 뒤에 타는 것이 무섭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안나가 좋아하는 남학생이 자신의 어떤 행동을 무슨 의미로 받아들일지 무섭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렇게 안나는 한동안 마리가 운전하는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중간에 위치를 바꾸어 앞에서 운전한다. 영화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마리도 안나가 그랬듯 누군가의 뒤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들을 똑같이 경험한다.
마리가 좋아하는 플로리안은 싱크로나이즈드 주장이고 매력적인 인물이다. 실력과 매력을 갖춘 그는 남자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고 다양한 관계를 만들어가지만 아직 육체적인 관계를 해보지는 않아 그 처음을 시작하는 것에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사실 영화 내내 플로리안의 마음이 어떤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그리고 플로리안이 이성과 맺는 관계에 대한 소문들도 어떤 것이 진실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약간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 없는 예의 없는 사람처럼 보여지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는 마리는 더욱 상대방의 마음을 종잡을 수 없다. 그저 조금씩 용기를 내 플로리안에게 한 걸음씩 다가가면서 상대방의 마음을 열어보려 애쓴다.
마리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수줍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스타일이라면 친구 안나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상대방의 반응이 어떤 지보단 자신이 적극적으로 먼저 마음을 표현하면 언젠가는 알아줄 거란 기대를 하는 그의 방식은 첫사랑을 대하는 또 다른 모습이다. 사실 두 사람의 접근 방식이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결국 처음이라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이 모두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또한 두 사람 모두 적극적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얻으려고 다가간다는 점에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 반면, 그들이 던지는 사랑의 행동들을 받는 상대방들의 모습도 서투르고 그 받는 사랑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 그들 앞에 있는 사람들의 진정성까지 헤아리지 못한다.
|안나와 마리, 두 여성이 첫사랑을 얻으려는 적극적인 태도
마리가 한 걸음씩 플로리안에게 다가가면서 둘은 서로 교류하게 되지만 친구 이상의 감정인 마리는 매 순간 플로리안이 자신을 좋아하는지 좋아하지 않는지를 판단하려 애쓴다. 그가 다른 남자를 만나거나 클럽에서 남자들과 관계를 맺으려 할 때 마리는 질투심과 실망감으로 화를 내며 플로리안과 멀리하지만 첫사랑의 마음은 상대방의 그런 모습 속에서 조차 자신이 바라는 행동을 찾으려 노력하게 된다. 이미 마음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있고 기대에 부풀어 있지만 실제로 상대방은 그 마음을 알지 못한다. 마리는 플로리안에게 육체적인 첫 경험을 선사하지만 플로리안에게는 그저 친구가 선사한 하나의 경험일 뿐이다.
영화 내내 플로리안의 행동 하나하나에 영향을 받아 울고 웃는 마리의 모습은 우리 모두가 경험한 사춘기 시절의 모습과 닮았다. 마리와 플로리안은 영화 중반 같은 침대에 누워 같은 천장을 바라보지만 각자의 머릿속에 흐르는 생각들은 다르다. 영화의 마지막 마리와 안나가 수영장 천장을 바라보고 똑같이 누워있는 장면이 반복된다. 안나가 플로리안과 바뀌었을 뿐, 그들이 느낀 감정과 상실감은 동일한 것이기에 친구로서 그들이 바라보는 천장은 같은 것이다.
영화 <워터 릴리스>는 안나와 마리, 두 여성이 진취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사랑을 얻으려 노력한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여성 서사를 보여준다. 두 사람의 첫사랑의 결말이 어떠하든 그들이 상대방의 행동이나 표현에 완전히 끌려가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모습은 아름답게 느껴진다.
마리를 연기하는 폴린 아콰르의 감정 연기가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마음을 알 수 없는 첫사랑의 대상을 연기한 아넬 에넬은 이 영화에서 그의 치명적인 매력을 완전히 발산하고 있다. 도발적인 눈빛과 미소는 보는 관객들도 그에게 몰입하게 만든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Rabbitgumi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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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레빗구미입니다!
🐰✨ 오늘은 김태용 감독의 신작 '원더랜드'에 담긴 세 가지 감정을 알려드립니다. 🎥🍿
이번 원더랜드의 평가가 좋지는 못한 상황인데요. 😢🔍
영화 속에 담긴 감정은 잘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저와 함께 영화 속에 담긴 감정들을 만나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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