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1-03-19 00:00:00
두 사춘기 소녀의 첫사랑 이야기
-<워터 릴리스>(2007)
두 사춘기 소녀의 첫사랑 이야기
-<워터 릴리스>(2007)
누구에게나 처음이라는 경험은 크게 다가온다. 우리가 태어나서 성장하면서 우리는 모든 것을 처음 경험한다. 처음 걷고, 처음 말하고, 처음 웃는다. 그 경험들이 유아기 때는 다른 사람에 의해 기억되지만, 어느 정도 성장한 청소년기에는 자신만이 기억하는 처음의 순간들을 무수히 만난다. 빠르게 성장하는 청소년기는 몸도 빠르게 변하고, 마음도 빠르게 변해가는 시기여서 자기 자신도 그 변화를 다 따라가기 어렵게 느껴진다. 특히나 누군가를 처음 좋아하고, 그 사람과 함께 무언가를 함께 해 나가는 순간은 모두 몸뿐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처음 하는 경험이다.
아직 성장하고 있는 미완성의 자신을 통해 좀 더 나아 보이는 상대방을 보면서 좋아하는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로 좋아하는 것인지, 그렇게 좋아해도 되는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고,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모른다. 고민하는 많은 순간들을 그저 멍하니 상대방을 보고 혼자 상상하며 보낸다. 그것은 그 상대방을 그저 생각만으로 동경하는 것일 수도 있고 정말 좋아하는 사랑의 감정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가슴 졸이며 망설이는 시간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조차 처음 하는 청소년기의 모든 소년소녀들은 좋아하는 상대방과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교류하고 싶지만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 감정은 꼭 남자가 여자에게 또는 여자가 남자에게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좋아한다는 첫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 여자인지, 남자인지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저 한 사람으로서 다른 한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은 그 모습 자체만으로도 자연스러운 성장의 과정이다.
|성장기 첫사랑에 대한 영화 <워터 릴리스>
영화 <워터 릴리스>는 첫사랑과 처음에 관한 영화다. 주인공 마리(폴린 아콰르)는 싱크로나이즈드 선수인 플로리안(아델 에넬)을 보고 좋은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마리의 절친 안나(루이즈 블라쉬르)는 수영부 선수인 플로리안 마음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영화는 마리와 안나가 상대방에게 다가가고 마음을 얻기 위해 하는 여러 가지 행동들을 따라가며 이들의 첫사랑 여정을 하나하나 따라간다.
영화 초반 공연을 마리고 나온 안나가 마리의 자전거 뒤에 올라타며 무섭다는 말을 한다. 자전거 뒤에 타는 것이 무섭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안나가 좋아하는 남학생이 자신의 어떤 행동을 무슨 의미로 받아들일지 무섭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렇게 안나는 한동안 마리가 운전하는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중간에 위치를 바꾸어 앞에서 운전한다. 영화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마리도 안나가 그랬듯 누군가의 뒤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들을 똑같이 경험한다.
마리가 좋아하는 플로리안은 싱크로나이즈드 주장이고 매력적인 인물이다. 실력과 매력을 갖춘 그는 남자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고 다양한 관계를 만들어가지만 아직 육체적인 관계를 해보지는 않아 그 처음을 시작하는 것에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사실 영화 내내 플로리안의 마음이 어떤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그리고 플로리안이 이성과 맺는 관계에 대한 소문들도 어떤 것이 진실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약간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 없는 예의 없는 사람처럼 보여지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는 마리는 더욱 상대방의 마음을 종잡을 수 없다. 그저 조금씩 용기를 내 플로리안에게 한 걸음씩 다가가면서 상대방의 마음을 열어보려 애쓴다.
마리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수줍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스타일이라면 친구 안나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상대방의 반응이 어떤 지보단 자신이 적극적으로 먼저 마음을 표현하면 언젠가는 알아줄 거란 기대를 하는 그의 방식은 첫사랑을 대하는 또 다른 모습이다. 사실 두 사람의 접근 방식이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결국 처음이라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이 모두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또한 두 사람 모두 적극적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얻으려고 다가간다는 점에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 반면, 그들이 던지는 사랑의 행동들을 받는 상대방들의 모습도 서투르고 그 받는 사랑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 그들 앞에 있는 사람들의 진정성까지 헤아리지 못한다.
|안나와 마리, 두 여성이 첫사랑을 얻으려는 적극적인 태도
마리가 한 걸음씩 플로리안에게 다가가면서 둘은 서로 교류하게 되지만 친구 이상의 감정인 마리는 매 순간 플로리안이 자신을 좋아하는지 좋아하지 않는지를 판단하려 애쓴다. 그가 다른 남자를 만나거나 클럽에서 남자들과 관계를 맺으려 할 때 마리는 질투심과 실망감으로 화를 내며 플로리안과 멀리하지만 첫사랑의 마음은 상대방의 그런 모습 속에서 조차 자신이 바라는 행동을 찾으려 노력하게 된다. 이미 마음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있고 기대에 부풀어 있지만 실제로 상대방은 그 마음을 알지 못한다. 마리는 플로리안에게 육체적인 첫 경험을 선사하지만 플로리안에게는 그저 친구가 선사한 하나의 경험일 뿐이다.
영화 내내 플로리안의 행동 하나하나에 영향을 받아 울고 웃는 마리의 모습은 우리 모두가 경험한 사춘기 시절의 모습과 닮았다. 마리와 플로리안은 영화 중반 같은 침대에 누워 같은 천장을 바라보지만 각자의 머릿속에 흐르는 생각들은 다르다. 영화의 마지막 마리와 안나가 수영장 천장을 바라보고 똑같이 누워있는 장면이 반복된다. 안나가 플로리안과 바뀌었을 뿐, 그들이 느낀 감정과 상실감은 동일한 것이기에 친구로서 그들이 바라보는 천장은 같은 것이다.
영화 <워터 릴리스>는 안나와 마리, 두 여성이 진취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사랑을 얻으려 노력한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여성 서사를 보여준다. 두 사람의 첫사랑의 결말이 어떠하든 그들이 상대방의 행동이나 표현에 완전히 끌려가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모습은 아름답게 느껴진다.
마리를 연기하는 폴린 아콰르의 감정 연기가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마음을 알 수 없는 첫사랑의 대상을 연기한 아넬 에넬은 이 영화에서 그의 치명적인 매력을 완전히 발산하고 있다. 도발적인 눈빛과 미소는 보는 관객들도 그에게 몰입하게 만든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Rabbitgumi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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