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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비됴2024-03-14 18:37:55

전사가 된 공주의 평범한 클리셰 도장 깨기!

영화 <댐즐> 리뷰

“공주는 왕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댐즐>은 수동적인 공주가 살아 숨 쉬는 동화 속 이야기에 반기를 든 작품이다. 전사로 거듭난 공주의 이야기인 <댐즐>은 왕자의 도움 없이 위험에 빠진 공주가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역경을 헤쳐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자신이 잡은 검으로 클리셰의 심장을 찔러버리는 공주의 대찬 모습은 시선을 사로잡지만, 아쉽게도 그 칼날은 평범해 보인다.  

 

 

 

엘로디(밀리 바비 브라운)는 도끼질로 직접 땔감을 구하고, 배고픔에 허덕이는 백성들을 안위를 걱정하는 추운 북쪽 왕국의 공주다. 어느 날 생소한 이름의 왕국에서 혼담이 오가고, 엘로디는 백성들을 위해 한 번도 본 적 없는 왕자와 결혼하기로 한다. 결혼 당일 성대한 식을 치른 그녀는 왕자 측 전통에 따라 왕국 뒤편에 있는 산 중턱 동굴에서 기묘한 의식을 치른다. 이상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 법. 엘로디는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히듯 왕자에게 배신당하고 동굴에 갇힌다. 그곳에 사는 용은 그동안 제물로 바쳐진 공주들처럼 그녀를 잡아먹기 위해 혈안이 되고, 엘로디는 도망가지 않고 맞서 싸울 준비를 한다. 

 

<댐즐>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위험에 처한 공주가 자신을 구해줄 왕자를 기다리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살아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이를 강조하기 위해 감독은 동화가 가진 클리셰를 전복시킨다. 공주의 손에 검을 잡게 하는 건 물론, 왕자는 공주를 구하기는커녕 낭떠러지에 던져버리고, 엘로디의 계모는 위험을 빠뜨리는 게 아닌 오히려 벗어나게 도와준다. 빌런인 용 또한 공주를 위험에 빠뜨리기를 위해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듯 <댐즐>은 클리셰 도장 깨기를 해나가며, 현시대에 맞게 동화적인 이야기를 재구성한다. 그 중심에는 엘로디가 있다. 첫 장면부터 매서운 도끼질 신공을 펼치는 그녀는 자신의 지혜와 생존을 해서 가족과 백성에게 돌아가겠다는 확고한 의지로 용과 왕자 집안에 맞선다. 특히 거추장스러웠던 드레스를 벗어 던지고, 이를 생존에 필요한 도구로 사용하는 장면은 자주적인 여성으로서 엘로디의 자아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캐릭터를 완성하는 건 넷플릭스의 딸 밀리 바비 브라운의 연기다.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 <에놀라 홈즈> 시리즈를 통해 강한 여성 캐릭터를 선보였던 그녀는 자신의 이미지를 엘로디에게 투영한다. 홀로 동굴에서 탈출하고, 불을 내뿜는 용과 맞서는 과정에서 보이는 그녀의 눈빛은 흡사 <기묘한 이야기>의 일레븐을 연상시킨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캐릭터의 느낌을 재차 활용한다는 점은 장단이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단점보단 장점에 무게 중심을 둘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댐즐>은 주체적인 여성이 등장하는 판타지 어드벤처 영화로 인상깊지는 못하다. 클리셰를 전복시켜 얻는 쾌감으로 여성의 이야기를 펼쳤던 <겨울왕국> <말레피센트>를 뛰어넘지 못하고 그 자장 안에 머무는 느낌이다. 너무 안정적으로 가려는 제작진의 의도가 오히려 영화가 가진 힘을 무디게 한 느낌이랄까. 클리셰는 타파하지만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진부한 설정을 가져가는 탓에 결말 부분에서 여성 연대를 이루고, 왕자 집안에 빅 엿을 날리는 사이다 장면에서 쾌감은 반감되고, 결국 아쉬움이 남는다.  

 

 

 

<댐즐>은 지난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에 공개되었다. 이 기념일에 맞춰 넷플릭스의 기획용으로 공개된 <댐즐>은 재물로 바쳐진 여성들의 모습을 통해 그동안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수많은 무고한 여성들의 희생을 말한다. 이어 엘로디로 하여금 여성들의 힘과 연대를 보여주지만, 킬링타임용으로 그치는 영화의 한계는 의미 있는 기획 작품으로서 그 빛을 발하지는 못한다. 이 작품을 마주한다면 완성도를 떠나 이름 없이 사라져간 여성들을 한 번쯤 생각하면 좋을 듯싶다. 

 

 

사진 제공: 넷플릭스 

 


평점: 2.5 /5.0

한줄평: 국제 여성의 날 기념 무색무취 넷플용 기획 영화

작성자 . 또또비됴

출처 . https://brunch.co.kr/@zzack0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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