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란2024-03-20 16:55:36
우린 자유롭구나 오늘 같은 날이 와도,<키리에의 노래>
코가 시큰거리는, 노골적인 치유의 방식
* 본 리뷰에는 영화의 자세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키리에의 노래 KYRIE, 2023
일본 / 드라마 / 119분
감독: 이와이 슌지
우리는 자유롭구나 오늘 같은 날이 와도, <키리에의 노래>
여기, 이름을 버린 두 소녀가 있다. 그들은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으나 실패했다. 이미 벌어진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로 살기 원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따라서 두 사람은 이름을 잊기로 했다. 이름은 인간이 태어나는 순간 부여되는 명칭으로, 우린 이름을 갖게 된 순간부터 대체 불가한 단 한 명으로 살다 죽는다. 이름, 고작 한 단어지만 삶을 지칭하는 동시에 지탱한다는 점에서 어마어마한 힘이 깃들어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이름값'은 그 이름을 가진 자의 '인생값'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두 소녀가 버린 건 이름이 아니라 자기 삶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살아온 시간과 그만큼 쌓인 기억, 그리고 앞으로 있을 나 자신이다. 그렇게 대학교에 다니고 싶었던 마오리는 형형색색 가발과 선글라스 없인 살 수 없는 잇코가 됐고, 발레를 배우고 노래를 부르던 어린 루카는 노래가 아니면 말을 할 수 없는 싱어송라이터 키리에가 됐다. 마오리와 루카, 잇코와 키리에. <키리에의 노래>는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고자 발버둥 치지만, 끝내 본래의 나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미래를 맞이하는 이들을 담아낸다. 그 과정은 자연의 순리처럼 필연적이라, 익숙한 외로움과 두려움을 동반한다.

어느 날, 거리를 걷던 잇코는 노상에서 버스킹 중인 루카를 한눈에 알아본다. 루카는 가발과 선글라스를 벗은 잇코를 보고 나서야 그녀가 마오리임을 알아차린다. 이미 과거 한 시절을 함께 보냈던 두 사람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에게 자신을 다시 소개한다. 대학생을 꿈꾸던 마오리가 왜 자신을 감추고 살게 됐는지, 루카가 어쩌다 노래할 때만 제대로 소리를 낼 수 있게 됐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현재 그들이 싱어송라이터 키리에와 그녀의 매니저 잇코로 만났다는 게 더 중요하다. 두 사람은 삶의 기준을 가수와 매니저로 잡고 함께 나아가려 한다. 마치 당연히 그렇게 됐어야만 했던 것처럼, 운명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바람과 달리 영화는 이들의 이야기 속에 주기적으로 과거 조각들을 끼워 넣는다.
시련과 고통의 집합체인 조각의 역할은 단순하다. 가수와 매니저로,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려는 두 사람의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들 의도는 없다. 단지,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거라 믿는 소녀들의 단편적인 모습을 다각적으로 보이도록 노출할 뿐이다. 목적은 보여주는 것에서 끝난다. 판단은 각자의 몫으로 남겼으나, 이미 영화는 결정했다. 나아가 그 결정은, 이야기 내내 진득하게 깔린 키리에의 노래처럼 끈질기게 목소리를 내며 자리한다. (참고로, 그녀의 노래는 영화가 끝나도 끝나지 않는다)

싱어송라이터 키리에의 이름은, 과거 루카의 언니 이름에서 왔다. 루카의 언니, 키리에에겐 약혼자(나츠히코)가 있었다. 의대 진학을 꿈꾸던 나츠히코는 고심 끝에 임신한 키리에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지만, 쓰나미로 인해 약혼자를 잃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그는 키리에의 동생이 살아있단 소식에 루카만큼은 꼭 지키겠다 다짐하지만, 그마저도 꺾이고 만다. 자연재해만큼이나 단호하고 냉혹한, 법 때문이었다. 혈연관계가 아닌 자는 어린 루카의 삶에 관여할 수 없었다. 이후 루카가 나츠히코를 찾아오면서, 다시 그에게 루카를 돌볼 기회가 주어지지만, 또다시 현실 앞에 무릎 꿇는다. 그렇게 루카는 혼자가 됐고 거리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키리에 이름으로 노래를 부르다 마침내 잇코와 재회하게 된다. 키리에의 공연은 잇코의 뛰어난 매니저 활동으로 많은 사람의 발길을 붙잡는다. 점차 키리에는 거리의 가수들이 찾는 아티스트로 소문나고 각자 따로 노래하던 이들과 동료가 되어 함께 공연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키리에의 노래>란 제목처럼 키리에(루카), 단 한 사람만 중심에 세운다. 키리에가 만나는 사람들의 서사는 주인공 성장 서사를 위해 적절하게 사용될 뿐이다. 특히 잇코와 나츠히코의 과거와 현재는 키리에의 '과거가 된 오늘'에 끊임없이 영향을 주며 제 몫을 다하는데, 여기서 분명히 할 점은 영향을 적지도 과하지도 않게, 딱 '적절하게' 준다는 점이다. 키리에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은 모두 따뜻하다. 그들은 키리에에게 선뜻 자신의 공간을 내어주고, 함께 울어주고 같이 아파하며 삶을 긍정한다. 악심을 품은 사람은 소녀의 곁에 다가오지도, 쫓아오지도 않는다. 그 힘으로 키리에는 내일이 아닌 오늘을 귀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된다. 슈퍼스타가 되는 것보다, 오늘 같은 하루를 내일도 똑같이 보내고 싶어 하며 작은 것에 감사하고, 사소한 일에 기쁨과 즐거움을 느낀다. 인간관계의 기본적인 규칙은 서로 주고받는 일, 그렇다면 그들은 환대에 대한 보답을 받았을까? 글쎄, 아무도 알 수 없으니 영영 모르는 일로 남는다. (영화가 의도한 각자의 몫이 여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키리에는 바다 위에 뜬 부표 같은 존재다. 거센 물결에 이리저리 치여도 절대 뒤집히지 않는 불굴의 신념을 품고 있는 자. 나츠히코가 그동안의 일에 대해 루카에게 간절히 용서를 구할 때도, 사기 결혼으로 수억 원의 피해액을 낸 잇코가 한 피해자의 칼에 맞고 쓰러질 때도, 경찰의 강제 해산으로 축제가 아수라장이 되어도 키리에는 중심을 잃지 않는다. 물론 키리에가 자기 역할을 알고 의식적으로 행동한 건 아니다. 그럴 정신도, 마음도 가질 수 없는 친구니까. 하지만 그녀는 성공적으로 모두의 부표가 된다. 오직 주인공에게만 한정된 '적절하게'의 효과다. 노골적인 따뜻함과 노골적인 치유과정‥ 전부 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지만, 코가 시큰해지는 걸 막을 순 없을 거란 감독의 자신감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잇코의 생사가 오리무중인 상태에서 키리에는 여전히 한 곳에 정착하지 않은 채, 홀로 버스킹을 한다. 쇳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노래하며 다시 매니저가 찾아오길 기다린다. 이젠 그녀의 하루가 어떻게 흘러갈지 굳이 않아도 된다. 뒤집히지 않은 부표의 비밀은 쓰나미가 무서웠냐는 잇코의 물음에 답한 키리에의 말 속에서 찾을 수 있다.
"모르겠어요. 하나도 기억이 안 나요. 왠지 바다는 그리운 느낌이에요. 모두가 바다에 있을 것만 같아요. 아빠도, 엄마도, 언니도‥."
쓰나미를 용서할 수는 없다. 마치 내 이름을, 내 삶을 버릴 수 없고, 손이 닿지 않은 곳에 지문을 남길 수 없는 것처럼. 키리에는 모르겠단 표정과 그립다는 노래로 받아들였다. 마오리가 잇코로 살기 위해 몸부림칠 때, 루카는 본능적으로 키리에를 품었다. 앞서 말한 익숙한 외로움과 두려움과 함께 필연적인 과정을 걷기로 했다. 깊은 트라우마가 자신을 삼키는 것을 용인했다. 그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인간의 힘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비극에서 살아남은 어린아이가 자신을 치유하고, 각자의 슬픔을 버티며 사는 이들에게 치유의 매개체가 되는 이야기. 마침내 키리에가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게 된 이야기. 흘러가는 강물만큼이나 잔잔하고 아름다운 광경이지만, 텁텁한 뒷맛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별개로, 완벽한 결말이란 외피 안에 숨긴 의도적인 결말이, 너무나 공개적으로 드러났다는 점이 그렇다. 키리에의 노래만으로도 충분한 공감과 이해를 잡았을 거다.
키리에는 노래한다. 언젠가 오늘 같은 날이 올 거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오늘 같은 날을 맞닥뜨릴 거라고, 그런데도 우린 자유로울 것이라고. 그녀의 울부짖음이 계속 귓가에 맴도는 건, 작은 신사 앞에 서서 기도했던 그녀의 기도 내용을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마오리의 말처럼, "그래 기도는 기도지. 더는 묻지 않을게." 가 <키리에의 노래>를 유일하게 대변한다는 점에서 설원을 걷는 루카와 마오리의 모습이 아름다운 이름값을 남겼음을 밝힌다.
우리는 자유롭구나 오늘 같은 날이 와도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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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차박은 위험할 수도 있다?
시놉시스
수원과 미유는 결혼 1주년을 맞은 부부이다. 둘은 결혼 기념 여행으로 산으로 가서 차박을 하기로 한다. 하지만 차박을 하려고 할 때 이상한 사람들만 자꾸 나타나고 차박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결국 차박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실종 사고가 발생했다는 아까 만난 의문의 남자의 말이 떠오른다. 한편 미유는 수원에게 아까 그 실종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혹시 토막 살인범이 나타나면 어떻게 하겠냐고 묻자 수원은 산 높은 곳까지 올 리가 없다며 다독인다. 그러나 차 안에서 잠든 사이에 미유는 수원이 없어졌다는 걸 알게 된다.
큰 걱정을 하는 미유가 수원을 찾기로 하는데 그녀의 앞에 가면 쓴 살인마가 나타나 죽이려고 한다. 과연 차박을 한 곳에서 수원과 미유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미유에게는 수원에게 말하지 못할 비밀이 있는데 그건 바로 아는 남자와 잠자리를 가졌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안 수원은 자신만의 계획을 짜서 미유와 함께 차박을 하는 것을 유도하고 가면 쓴 살인마와 미유가 아는 남자를 불러 사건을 일으켰다. 둘의 사랑은 변함없는 사랑이지만 어긋나버린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아내의 외도를 바라본 남편의 관점에서 복수심이 불타오른 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 영화에서는 차박이라는 일상생활에서 있을 수 있는 일들을 담아서 공포심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영화의 형인혁 감독은 로맨스와 스릴러를 합친 영화라고 한다. 근데 스릴러보단 로맨스의 비중에 조금 더 두었다고 기자 간담회에서 밝혔다.
딱히 완전히 스릴러 장르라고 보기는 어렵고 로맨스물이 첨가된 장르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미유 역을 맡은 김민채 배우는 포틀랜드 호려 영화제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받았다. 김민채 배우가 선보이는 호러 연기와 수원 역을 맡은 데니 안 배우의 감미로운 발라드 노래도 볼 수 있다.
또한 의문의 남자 역을 맡은 홍경인 배우의 스산한 모습도 이 영화를 보는데 매력을 더한다.
차박 - 살인과 낭만의 밤은 대형 블록버스터는 아니지만 저예산으로 만든 스릴러 영화이다. 그래서 만약 9월 영화 중에 연인끼리 스릴러와 로맨스물을 결합한 영화를 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차박을 이용한 스릴러+로맨스 영화!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영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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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상 모든 금쪽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시청각교재!
이 영화를 우리 아이들에게 바칩니다. 우린 너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
오은영 박사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이 문구는 <인사이드 아웃 2>의 엔딩크레딧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치 제작진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것 같은 이 문구는 큰 의미로 다가온다. 13살 사춘기에 접어든 라일리의 변화와 성장을 다뤘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복잡다단한 감정에 사로잡혀 사는 10대는 물론, 그 시절을 관통했던 것을 잠시 잊고 올바르다고 생각한 방향으로 아이들의 자아를 만들려는 어른들의 그릇된 마음이 담겨 있다. 중요한 건 애나 어른이나 모두 보듬어 준다는 것. 그래서 눈물이 나고, 그러므로 이 세상 모든 사춘기 가족에게 이 영화를 바치고 싶다.
세월은 참 빠르다. 고향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 정착하지 못해 힘들었던 라일리가 벌써 13살이 되었으니 말이다. 13이란 숫자는 즉, 사춘기가 왔다는 것!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은 라일리의 소중한 감정과 좋은 기억만 담기 위해 노력하고, 기쁨이는 매일 안 좋은 기억 구슬을 먼 곳을 보내는 일까지 도맡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에게 뜻밖의 친구들이 등장한다. ‘불안’, ‘부럽’, ‘따분’, ‘당황’이 그 주인공. 예상했듯 이들은 한 팀이 되지 못하고, 이 중 기쁨이와 불안이는 서로 대립만 한다.
<인사이드 아웃 2>는 기존 감정들과 새로운 감정들이 대립하다가 정신적으로 위험에 처한 라일리를 구하기 위해 서로 손을 잡고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모험을 그린다. 전편의 수장이었던 피트 닥터의 바통을 받은 켈시 만 감독은 전편의 장점을 오롯이 이어받고, 여기에 확장성을 더한다. 극 중 라일리가 사춘기에 접어들었다는 설정과 더불어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그 안에서 사회관계망을 넓히는 등 내외적으로 세계관을 넓혔다. 성장의 폭과 감정의 수가 비례한다는 기준 아래, ‘불안’, ‘부럽’, ‘따분’, ‘당황’이란 새로운 감정들이 대거 투입되는데 그 중심에는 불안이가 있다.
온전히 나의 감정에 충실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사춘기에 접어들면 불안, 자신감 결여, 타인의 시선, 외로움 등 기쁨보다 슬픔의 영역에 가까운 감정들이 마구마구 생겨나기 마련. 전편에서 슬픔의 우울한 기운을 어떻게든 배제하려는 기쁨이처럼, 불안이 또한 그 어둠의 영역이 라일리를 집어삼키지 않도록 자신의 계획을 무리하게 밀어붙인다. 이에 희생양은 기존 5가지 감정들인 셈.
하지만 전편의 기쁨이가 그렇듯 불안이 또한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진전되는 라일리의 모습에 당황한다. 점점 불안이 영혼을 잠식하듯, 불안이의 멋들어진(?) 계획은 실행하면 할수록 라일리의 영혼을 갉아먹는다. 점점 악화되는 라일리의 모습은 청소년들의 불안장애 과정이 이렇게 진행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은 물론, 그 시기를 지나온 이들에게는 안쓰러움까지 전한다.
기쁨이 또한 혼란을 겪는 건 마찬가지다. 올바른 자아를 만들기 위해 나쁜 기억을 저 먼 곳으로 날려버린 기쁨이는 이 사태를 겪고, 자기 잘못을 깨닫는다. 하나의 자아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꼭 좋은 기억만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는 것. 더불어 한 사람의 자아는 감정과 마찬가지로 누군가에 의해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말이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내외적으로 기쁨이와 라일리의 성장통을 잘 그린다고 볼 수 있다.
이 부분은 자식을 둔 부모라면 마음이 뜨끔해진다. 이 작품의 프로듀서인 마크 닐슨은 한 인터뷰에서 “라일리의 감정뿐만 아니라 부모로서 10대를 바라보는 시각도 녹였는데, 특히 기쁨이를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기쁨이에게서 육아 예능 <요즘 육아 금쪽 같은 내 새끼>에 출연한 부모의 모습이 겹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 부모 관객이라면 기쁨이를 보며 자식을 위해서 컨트롤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행동 자체가 되레 악영향을 미치는 건 아닌지라는 반성 어린 생각을 할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꼭 좋은 사람이 되는 게 답이 아니라는 것, 부족한 것을 숨기지 않고 그 자체로 인정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이 영화는 묵직하게 던진다.
후반부 모든 갈등 요소가 해소되는 장면은 사춘기를 관통하고 있는, 관통했던 모든 이들의 눈물 버튼이 된다. 특히 괜찮은 사람처럼 행동하려고, 친구들 무리에 들어가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지난날의 과거,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이 노력이 현재진행형인 이들에게 이 작품은 그 자체가 작은 위로를 전한다.
켈시 만 감독은 이 영화에 접근할 때 속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오리지널이라고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말했지만, 아쉽게도 전편의 아우라를 벗어나지는 못한다. 전반적인 갈등, 해결 과정이 전편과 비슷하게 흘러가 설정에 따른 신선함과 개성은 떨어진다. 그럼에도 관객의 기억에 침투해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게 하면서 공감대를 형성, 이를 바탕으로 감동을 전하는 픽사의 장점은 이번에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사춘기 자녀를 둔 가족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덧붙이는 말: 극 중 라일리도, 까칠이도 마음을 빼앗긴 이가 있었의니 바로 ‘랜스’다. 라일리가 즐겨하는 게임 캐릭터인데, 허당미가 장난 아니다. 필살기 또한 너무 매력적이라고 할까. 전편의 빙봉처럼 감동적인 장면을 선사하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진중함과 코믹함이 믹스된 씬스틸러로 제 몫을 한다. 국내 더빙판에서는 이동욱이 이 캐릭터의 목소리 연기를 책임지고 있다. 궁금하면 더빙판으로~~
사진 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평점: 3.5 /5.0
한줄평: 이 세상 모든 금쪽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시청각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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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적 욕구와 행위에 대한 것을 억압했던 낸시와 상처를 숨겨야 했던 리오 그랜드의 만남
낸시는 과거에 중학교 종교 교육 선생님이었으나 지금은 은퇴를 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섹스 파트너로 리오 그랜드를 만난다. 첫 번째로 만나는 날 호텔 방에서 낸시는 리오 그랜드의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부끄러워 당황하지만 차차 익숙해진다. 두 번째 만나는 날에 낸시가 자신의 성적 행위를 버킷리스트에 적고서 리오 그랜드와 조심스럽게 관계를 맺으려고 하는데 아직도 익숙하지 못한 낸시에게는 큰 과제이다. 세 번째로 만나는 날에는 낸시가 리오 그랜드의 본명이 코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입 밖으로 노출해서 리오 그랜드와 사이가 급격하게 나빠진다. 그래서 둘의 사이는 처음 만나기 전으로 돌아간다. 과연 낸시와 리오 그랜드는 나빠진 사이를 돌려놓을 수 있을까? 네 번째 만나는 날에 리오 그랜드는 낸시를 어떻게 마주할까?
낸시와 리오 그랜드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남편과 이혼한 낸시에게 리오 그랜드는 만족할 만한 관계였을까?
낸시의 이중적인 면을 보여주고 리오 그랜드가 왜 몸을 파는 사람이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성매매로 서로가 맺어진 관계이기 때문에 리오 그랜드는 자신이 종교 교육을 가르쳤던 한 사람으로서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낀다. 그러나 낸시는 남편과의 성관계에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딸들에게 자신의 이런 모습이 어떻게 보일까 봐 걱정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매춘으로 만난 리오 그랜드가 스킨십을 하자 거부 반응을 보이면서 자신을 성적 욕망을 억압한다. 하지만 이런 그녀에게도 리오 그랜드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성적인 행위를 하려고 마음먹는다. 세 번째 만나는 날에 낸시는 리오 그랜드의 본명이 코너라는 것을 말하면서 그가 어렸을 때 받은 상처 때문에 몸을 파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린 날에 억압되었던 리오 그랜드는 자신의 어머니와 연을 끊게 되고 어머니는 자신을 죽은 사람이라고 여길 만큼 하찮게 여겼다. 그러면서 리오 그랜드는 자신의 진짜 존재를 숨기고 석유 시추 시설에서 일한다고 거짓말을 한다. 이 둘은 서로에게 공통점이 있는데 자신의 욕망을 너무 억누른 채 살아왔다는 것이다. 낸시는 종교 교육 선생님이라는 프레임에 여학생들에게 걸레라고 말하며 처벌을 하는 존재였고 지금은 자신이 성적 욕망을 느낀다는 것에 창피해한다. 그렇기 때문에 섹스 파트너로 만난 리오 그랜드에게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할 만큼 자신은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 또한 낸시는 자신의 몸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만족시킬만한 파트너를 리오 그랜드로 선택했지만 자신에게는 만족하지 못할 무언가가 존재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억압된 본능을 억누르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게 비단 나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욕구를 만족할 사람을 찾지 못 했던 게 낸시가 가진 큰 단점이 아니었을까?
성적 행위를 하기 위해 만난 리오 그랜드와 낸시는 자신이 억압했던 것들을 표출하지 못했고 그 둘의 관계는 섹스로 연결되었다.
나의 주관적인 영화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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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지휘자가 되기 위해 험난한 시련을 마주하다!
시놉시스
자히아 지우아니는 어렸을 적에 부모님이 튼 지휘자 영상을 보고 지휘자의 꿈을 꿨다. 자히아 지우아니의 가족은 프랑스의 아랍인 이민자 가족이고 자신의 여동생과 함께 파리의 명문 음악원에 다닌다. 자히아 지우아니가 맡고 있는 분야는 비올라지만 자신의 꿈은 지휘자가 되어 악단을 연주해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음악원에 다니는 친구들의 무시와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지휘자가 될 수 없는 시선이 공존한다. 그래서 그 꿈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자히아 지우아니에게 앞으로 무슨 일들이 펼쳐질까?
전 세계에서 여성 지휘자의 비율이 6%밖에 안된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자히아 지우아니를 포함한 4%만이 여성 지휘자라고 하는데 그만큼 지휘자의 비율은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은가 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고 자히아 지우아니가 당시 사회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여성 지휘자 자리까지 올랐는지도 보여준다.
음악은 제 삶이라는 걸 보여주는 자히아 지우아니의 대사와 지휘자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어떤 건지 관객들에게 잘 보여준다.
세계적인 지휘자인 세르주 첼리비다케가 자히아 지우아니의 재능을 알아보고 지휘자 수업을 가르친다. 세르주 첼리비다케는 엄격하게 지휘자를 기르는 수업을 했으나 한편으로는 제자들에게 따뜻한 덕담도 하는 좋은 스승이었다. 자히아 지우아니가 지휘를 하는 모습이 너무 교과서적이다고 해서 때때로 음악에는 어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 필요하다고 충고를 해준다.
사실은 자히아 지우아니의 내면 속에는 외로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단원들과 연습할 때도 자신이 혼자인 기분이 들곤 했는데 세르주 첼리비다케는 언젠가는 그 외로움이 하나가 되는 날이 올 거라고 조언하고 그 말이 현실이 된다.
이 영화의 메세지는?
자히아 지우아니는 언젠가 오케스트라에 서서 지휘자를 하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피나는 연습을 해왔다. 그렇기에 지금의 여성 지휘자의 자리까지 올라가지 않았을까 싶은데 지금까지도 프랑스에서 외국인 이민자에 대한 차별과 여성의 역할에 대한 차별이 만연하다면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꿈을 펼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출발선이 달라도 기회를 줘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봤고 자히아 지우아니에게 다가온 역경과 시련을 잘 이겨낸 걸 보고 필자도 그 점을 본받아 꿈을 위해 끈기 있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여성 지휘자가 되기 전에 겪어야 했었던 한계를 극복한 어느 여성 지휘자의 이야기!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써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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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자기 멋대로, <로렌스 애니웨이>
<로렌스 애니웨이> Laurence Anyways, 2012 제작
캐나다 외 / 로맨스, 멜로 / 15세 이상 관람가 / 168분
감독: 자비에 돌란
정말 자기 멋대로, <로렌스 애니웨이>
출처: 영화 <로렌스 애니웨이> 스틸컷(네이버)
로렌스는 생일을 맞이한 순간 연인, 프레드에게 앞으로 남자가 아닌 여자로 살겠다고 선언한다. 프레드는 운명이라고 굳게 믿었던 짝의 고백에 혼란과 배신감을 느끼지만 이를 기꺼이 품기로 한다. 선언과 결정, 연인이 함께 또 따로 만드는 궤적에 늘 주요 꼭짓점으로 등장하는 두 가치는 로맨스 장르 영화에서 뼈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로렌스 애니웨이>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랑이란 긴 선을 온몸에 감은 채 이리저리 방황하며 예상된 지점에서 격렬하게 부딪혀 서로에게 상흔을 남기면서도 미소를 빼놓지 않는 구조가 영화 전반에 짙게 깔려있다. 하지만 자비에 돌란은 자기만의 내밀하고 사적인 방식으로 사랑을 다르게 보이게 한다.
출처: 영화 <로렌스 애니웨이> 스틸컷(네이버)
첫인상은 동물원 앞 가게에서 파는 풍선들이었다. 사자와 원숭이 사이에 천사와 바지와 담배가 낀 거대한 풍선 한 묶음. 전혀 어울리지 않은데 어울리고, 직관적인데 낯설고, 이상한데 맥없이 좋은 그런 느낌. 나에게 로렌스의 이야기는 어떤 풍선이 먼저 팔리느냐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는 길에 놓여있었다. (묘한 미적 쾌감까지 전달하는 아이러니함은 독특함으로 변주되어 시각적‧청각적으로 쉴 틈 없이 휘몰아친다. 단순히 스토리 측면에 한정된 게 아니라 작품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모든 영화 언어가 감각적으로 잘 융합된 결과다.)
출처: 영화 <로렌스 애니웨이> 스틸컷(네이버)
그만큼 로렌스와 프레드의 사랑은 변화무쌍하다. 폭주 기관차처럼 달리는 로렌스와 자신의 오색빛깔 날개를 고통스럽게 뜯어내는 프레드의 어리석고 애처로운 몸짓이 계속될 때마다 그들의 사랑은 끊임없이 모양을 바꾸며 요동친다. 상대의 손길에 쉽게 속살을 내보이지만, 결코 가볍게 자신을 소비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과 하고 싶었던 말들을 솎아내지 않고 다 토해내면서 악착같이 끝을 향해 간다. 마치 미래를 알 수 없는 우리처럼 불안에 휩싸인 채 말이다. 어느 순간 로렌스는 사각형 틀에 갇힌 정형화된 인물에게서 벗어나 진짜 로렌스로 우리 앞에 선다. <로렌스 애니웨이>는 그가 유일한 나로서 자기 삶의 무대를 현실로 옮기는 그때, 비로소 안개처럼 흩어져 사라져 버리는 흔한 사랑 이야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다.
출처: 영화 <로렌스 애니웨이> 스틸컷(네이버)
무엇보다 영화 속 모든 장면은 벽에 걸린 그림이다.
내 마음대로, 정말 자기 멋대로 작품을 선택해 시간제한 없이 음미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설렘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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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난해하다 vs 걸작이다 평이 갈리고 있는 가운데 100만 관객수를 돌파했습니다. 대만 거장 감독 허우샤오시엔의 은퇴소식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괴물>까지 오늘의 씨네뉴스
같이 만나보시죠
고레에다 히로카즈 <괴물>11월 개봉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작품 <괴물>은 <어느가족>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연출한 일본
거장 고레에다 감독의 신작입니다. 초등학교에서 학교 폭력을 의심할 만한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고 이
일에 연루된 두 소년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외계+인 2부> 1부 실패만회 가능할까
영화 <외계+인 2부>가 <외계+인 1부>가 나온지 18개월만에 관객을 만납니다. 현재와 630년 전
고려 시대를 오가며 특별한 능력을 가진 신검(神劒)을 차지하기 위해 과거와 미래 인물들이 한 데
모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난해하다 vs 역작이다평 갈린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관객 수 100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걸작이라는 평가와 난해한 작품이라는 평이 갈리는 가운데, <소년들> 개봉에도 1위를 지키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만 영화 거장 허우샤오시엔,치매 투병으로 은퇴
<비정성시> <타이페이 스토리>의 대만 거장 감독 허우샤오시엔이 치매를 진단받고 영화 제작을 중단했다고 밝혔습니다. 가족의 성명에 따르면 차기작 <수란 강>을 작업하려 했으나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폐렴과 후유증 등으로 건강 상태가 악화되었다고 전했습니다.
BTS 공연 실황 영화 11월 공개
쿠팡플레이는 <BTS: Yet to Come>을 11월9일 선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 작품은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콘서트를 담은 영화로다음 달 9일 오후 8시부터 쿠팡플레이에서 볼 수 있습니다.
CGV 3분기 매출·영업익 모두 상승
CJ CGV가 2023년 상반기 첫 반기 흑자 이후 3분기에도 연속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4,076억 원, 영업이익 305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중국 사업 호조 및 광고 사업 매출
증가로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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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악녀 크루엘라, 패션계를 접수하다!
101달마시안을 새롭게 재해석한 디즈니 영화 크루엘라가 상영중이죠.
엠마 스톤이 크루엘라 역을 맡아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요.
정말 기대 이상으로 잘 어울려서 너무 멋지고 또 이상하게도 보이기도 해요.
과거 영화와는 다르게 악녀의 길을 가기 보다는 주변 사람들을 챙기며 조금은 다른 길을 가려도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크루엘라의 머리가 흑과 백으로 딱 나뉘어 있는 것처럼 기묘하게 균형감이 살아있는 영화에요.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 하세요^^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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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블은 할 수 없는 DC의 한방
#조커 #스포일러_없는 #리뷰
최신 외국 영화를 리뷰하고 추천합니다
영화 '조커'를 소개합니다여러분의 구독과 좋아요는
제게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작가 슈라 원칙
1.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2. 어그로를 끌지 않는다
3. 수익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다
4. 함부로 남을 비방하지 않는다※ 연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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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instagram.com/b.writerBut he knows the way that I take;
when he has tested me,
I will come forth as gold.
Job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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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사보타지 1941> 메인 예고편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10대 소녀 ‘조야’
어느 날, 그녀는 전쟁에 참여했던
사랑하는 남자 ‘진’의 죽음을 알게 되고
자원입대로 사보타주 대원이 된다.
하지만 작전을 수행하던 중
나치군에 붙잡히게 되는데…
그들에게 결코 굴복하지 않은
‘조야’의 역사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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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위대한 시> 예고편
현금 수송 일을 하는 두 남자가 있다.
우크라이나의 전쟁터에서 군인으로 함께 생활했던 빅터와 로하.
둘은 일도 함께 하지만 업무가 끝나면 함께 시를 가르치는 수업도 듣는다.
항상 붙어다니지만 둘의 성격은 매우 다르다.
투계장에 가서 도박으로 돈을 탕진하는 로하는 늘 빚에 쪼들리며 불안해하는 반면
빅터는 위험 앞에서도 침착하고 돈에 대한 욕심도 없어 보인다.
영화의 스포트라이트는 빅터를 향한다.
우크라이나에 파병됐을 때 사람들을 죽인 경험을 가진 그는 평소 조용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트라우마를 지닌 인물로 보인다.
엉뚱하게 시를 발표해서 유명해진 빅터는 한 순간 억눌렸던 폭력성을 폭발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