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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후세계의 발견이란 인간에게 무엇을 안겨다 주는가?
사후세계의 발견이란 인간에게 무엇을 안겨다 주는가?
<디스커버리> 영화 후기
저명한 물리학자 토마스 하버는 사후세계를 발견하고 전 세계에 알린다. 그 여파로 인해 100만 명이 목숨을 끊게 되고 토마스 하버는 사후세계의 비밀을 방송 인터뷰에서 털어놓는다. 그것은 사람이 죽으면 의식의 일부가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방송 인터뷰 도중 갑작스럽게 PD가 목숨을 끊게 된다. 그 이후로 전 세계에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윌은 자신의 아버지인 토마스 하버의 실험을 막기 위해 배를 탄다. 배 안에는 아일라라는 이름의 여성이 있었고 서로 왜 이곳에 왔는지 대화를 나눈다. 둘은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어느 대저택에 가게 된다. 과연 그곳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사후세계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토록 인류가 궁금해하던
사후세계의 정체가 밝혀진다.
그곳은 어디에 있을까?"
하니엘의 생각
|사후세계는 나의 또 다른 삶의 버전인 평행세계이다.
영화 디스커버리에서 밝혀진 사후세계란 자신이 가장 후회했던 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우리는 삶을 살면서 후회를 하곤 한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는 이유를 알면서도 말이다. 그래서인지 사후세계의 발견으로 인해 슈퍼스타, 운동선수, 토마스 하버의 동료들까지 목숨을 끊게 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다. 그렇기에 토마스 하버는 막대한 인명 손실에 대한 부담과 책임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윌은 아버지가 연구에만 몰두하여 자신의 어머니를 잃었다는 것에 큰 실망감을 느꼈다. 그래서 윌은 아버지인 토마스 하버에게 사후세계 실험을 멈추라고 권했던 것이다. 아일라 또한 아들을 잃은 슬픔에 못 이겨 죽으려고 하지만 이 광경을 지켜본 윌이 막는다. 그러나 아일라는 그녀를 질투하던 레이시라는 여성에 의해 죽음을 당한다. 그리고 윌은 아일라의 죽음에 슬퍼하여 아버지가 쓰던 연구 장치를 통해 아일라를 만나러 간다. 하지만 윌은 아일라라는 여성을 이미 알고 있었고 아일라가 죽자 그도 따라 죽었던 것이다. 계속 원점으로 삶이 반복되었다. 이 영화가 주는 메세지란 만약 자신의 인생이 괴로워도 이 생에 충실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들의 삶은 똑같지가 않다.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말이 맞는 것이다. 디스커버리란 영화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400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급증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캠페인을 벌인다. 사후세계가 있다는 것은 인간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이 생에서 풀지 못한 것을 다음 생에서 풀 수 있는 것일까? 만약 당신이 가장 후회되는 일 때문에 괴롭다면 당신은 이 현실에 남아있을 것인가? 물론 사후세계가 발견된다면 말이다.
"당신의 삶에서 가장 고치고 싶은 것이 무엇입니까?"
※영화 끝나고 쿠키 영상이 1개 있습니다. 조금 충격적일 수도 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관람한 영화입니다.
* 본 콘텐츠는 블로거 하니엘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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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묵과 돌봄 속 물의 이미지
<말없는 소녀>는 이미 돌봄의 감각을 잊은 관객의 몸과 마음마저 어루만진다. 아일랜드 작가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를 각색한 영화 <말없는 소녀>는 무심한 부모 사이에서 방치된 아이가 애정과 돌봄의 손길로 다시 성장을 시작하는 어떤 여름을 그린다. 시골의 벌판에 코오트를 찾는 소리가 매섭게 울려 퍼진다. 카메라는 가만히 고개를 내려 웃자란 풀밭 사이에 모로 웅크려 그대로 사라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비춘다.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에서 비틀거리는 위태로운 이 아이가 코오트(캐서린 클린치)다.
코오트는 사람들의 눈빛을 피해 눈을 돌리고 말을 삼키며 도망가는 것이 익숙하다. 코오트는 어른들의 차가운 시선을 피해 의자에 튀어나온 솜, 귓가의 귀걸이, 버려진 담배꽁초 따위로 시선을 돌린다. 말수 적은 소녀를 대신한 시점숏은 코오트가 보고 느끼는 바를 충실히 전달한다. 가사와 육아에 지친 엄마는 여섯 번째 아이를 배에 품은 채 분주하다. 엄마의 지친 뒷모습을 가만히 응시하는 것 역시 코오트다. 코오트는 타인의 시선을 예민하게 감지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나간다. 에이블린(캐리 크로울리)과의 첫 만남에서 코오트는 에이블린의 시선 속에서 자신을 돌아본다. <말없는 소녀>는 모든 대사가 사라져도 무방할 정도로 말보다 이미지가 중요한 영화다. 왜곡되고 범람하는 말 대신 시선과 침묵이 영화를 이끈다.
코오트의 언니들은 송아지와 아기의 탄생에 대해 말하다가 아빠 댄이 들어오자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문다. 이 가족의 소리를 억누르는 힘은 댄에게 있다. 댄은 영어를, 엄마 메리와 아이들은 아일랜드어를 사용하며 코오트는 학교의 또래 친구보다 영어에 서투르다. 언어의 장벽으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은 코오트의 집을 단절된 침묵의 공간으로 만든다. 킨셀라 부부 역시 조용하기는 마찬가지다. 에이블린이 영어로 흘러나오던 라디오를 꺼버리자 아침 식탁 위에는 식기들의 조용한 부딪침과 새의 지저귐만이 남는다. “아무 말 안 해도 돼. 언제나 그걸 기억하렴. 많은 사람이 침묵할 기회를 놓쳐서 많은 걸 잃었단다.” 침묵의 중요성을 알고 이를 존중하는 어른의 존재는 말 없는 소녀에게 침묵이 불행의 증거만은 아님을 일깨운다. 압박에 못이겨 짓눌린 침묵이 아닌 공기 사이에 따스하게 스며드는 침묵도 있음을 보여준다.
부실한 점심을 먹은 코오트는 다른 아이의 책상 위에 있던 우유를 몰래 따라 마시려 한다. 뛰어다니는 남자아이들에 의해 엎질러진 우유는 코오트의 치마를 적신다. 코오트의 옷이 젖는 일은 몇 번씩 일어난다. 첫 장면에서 코오트가 그토록 숨었던 이유는 침대에 소변 실수를 했기 때문이다. 킨셀라 부부의 집에 간 첫날밤에도 코오트는 오줌으로 침대와 옷을 적신다. <말없는 소녀>에서 목을 축이고 몸을 적시는 행위는 내면과 외면의 결핍과 갈증을 드러낸다. 에이블린은 코오트를 손수 목욕시킨다. 아이의 몸은 따뜻한 물속에서 깨끗하게 씻겨진다. 몸에 비누칠 하는 소리와 살갗이 부드럽게 쓸리는 촉감은 어떤 대사보다도 따뜻한 환대의 표현이다. 경제적 궁핍과 내면의 척박함을 채워주는 물속에서 코오트는 시든 꽃이 물을 머금듯 생기를 찾아간다. 예컨대 션과 에이블린이 따라주는 모든 음료는 클로즈업으로 천천히 찍혀 있다. 우유 한 잔 마음껏 마시지 못하던 아이는 갈증을 해소해낸다. 킨셀라 부부의 집을 떠나기 전 코오트는 샘터에 홀로 가서 물을 떠 오려다 도리어 물에 빠지고만다. ‘양동이와 그 안의 물에 반사된 소녀의 모습’이라는 이미지에서 시작된 <맡겨진 소녀>에서 이 부분은 물속에서 코오트와 똑같은 손이 “물속으로 끌어당긴” 것으로 묘사된다. 온몸을 적신 샘물은 세례이자 양수로 코오트는 마침내 새로운 세상에 태어나게 된다.
집으로 돌아온 코오트가 떠나가는 킨셀라 부부의 차를 뒤쫓아 뛰어가는 동안 사랑이라 부를 만한 기억들이 불려 나와 화면을 채운다. 마침내 션의 품에 안긴 코오트는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댄의 모습을 흐릿하게 본다. 청각보다는 시각과 촉각에 집중하는 <말없는 소녀>에서 가장 중요한 발화는 코오트의 목소리로 간결하게 전달된다. 두 번의 “아빠”는 댄이 걸어오는 것을 경고하는 의미와 션과 에이블린의 사랑에 부응하는 의미로 각각 쓰인다. 침묵과 돌봄 속에서 다시 태어난 소녀는 명료한 목소리로 새로운 가족을 호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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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객을 끌어들이는 서스펜스의 대가
유명한 화가들처럼 그에게는 하나의 그림이 있다. 이 그림에 이어 다음 그림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가 꽃 한 송이를 영상에 담으면 그것은 곧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 장 뤽 고다르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감독 중 하나이자 최고의 감독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에게는 또 하나의 수식어가 있는데요. 바로, 서스펜스의 거장(the master of suspense) 입니다. 히치콕 감독은 '스릴러'라는 장르를 확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스릴러 장르에서 많이 쓰이는 기법을 창출해냈는데요. 아직까지도 영화 제작에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히치콕 감독은 영화사 최초로 극장 간판에 얼굴이 실린 "감독"이기도 합니다. 영화사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히치콕 감독'의 명작을 지금부터 같이 만나볼까요?
잇츠 CINE PICK!<레베카> (Rebecca, 1940)
드라마, 멜로/로맨스, 스릴러, 미스터리 | 130분 | 15세 관람가
감독 : 알프레드 히치콕 | 출연 : 로렌스 올리비에, 주디스 앤더슨, 조안 폰테인씨네pick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제작자로 유명한 '셀즈닉 형제'와 손을 잡고 할리우드로 진출한 '히치콕'의 <레베카>는 동명의 영국 서스펜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발매 이후 큰 인기를 끈 소설은,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라디오극, 뮤지컬로 각색되기도 했는데요.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단연코 히치콕의 1940년작 <레베카>가 아닐까 싶습니다. 고딕 저택 스릴러의 붐을 일으킨 영화는 로튼 토마토 신선도 100%를 유지하고 있는 명작인데요. 수수께끼 같은 과거, 계속되는 의심, 그리고 수상한 가정부까지 히치콕은 결말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긴장을 쌓아갑니다.
<이창> (Rear Window, 1954)
스릴러, 미스터리 | 112분 | 15세 관람가
감독 : 알프레드 히치콕 | 출연 : 제임스 스튜어트, 그레이스 켈리씨네pick : 뒷 창문이라는 뜻의 이창은 누군가의 삶을 훔쳐보며 만족을 얻는 영화 관객를 풍자한 작품으로, 영화의 윤리적 문제를 스릴러 장르의 관습에 담아낸 명작입니다. 그리고 <이창>에는 히치콕 감독의 대표적 장치, 맥거핀(macguffin)이 등장하는데요. 영화 초반 화단을 자꾸 파헤치는 강아지와 이후 화단에 지속적인 관심을 표하는 사람들까지, 영화는 관심을 '화단'에 집중시키지만 화단에 무엇이 있는지는 끝내 알 수 없습니다. 이렇듯, 히치콕은 관객을 영화에 몰두하게 함으로써 서스펜스를 유도하는 대가였죠.
<현기증> (Vertigo, 1958)
드라마, 미스터리, 스릴러, 멜로/로맨스 | 127분 | 15세 관람가
감독 : 알프레드 히치콕 | 출연 : 제임스 스튜어트, 킴 노박씨네pick : 박찬욱 감독을 영화감독으로 만들어준 바로 그 영화 <현기증>은 현기증 기법(Vertigo Effect)이라고도 불리는 트랙아웃/줌인 기법을 창시한 영화이기에 역대 영화 100선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요. <현기증>은 사실 개봉 당시 흥행에 참패했던 영화입니다. 히치콕 감독의 작품 중 가장 느린 전개를 보이는 영화 <현기증>은 영화만큼이나 가치를 인정받는 데까지 오래 걸렸는데요. 히치콕의 고해성사라고도 불리는 이 영화의 백미는 단연코, 현기증 기법을 백분 활용한 계단 씬입니다.
<싸이코> (Psycho, 1960)
공포, 스릴러, 미스터리 | 109분 |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 알프레드 히치콕 | 출연 : 안소니 퍼킨스, 베라 마일즈씨네pick : 박찬욱 감독이 현기증의 팬이라면,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를 꼽았다고 하는데요. <싸이코>는 히치콕 감독의 대표작이자 대중적으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영화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영화는 정신분석학, 철학, 페미니즘 등의 관점에서도 연구되었는데요. <싸이코>는 이후 영화의 수위를 한 단계 높여놓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 가장 잘 알려진 장면은 샤워씬이겠지만,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인 집에서, 지하, 1층, 2층에서 각기 다른 자아를 보이는 노먼의 계단 살인 씬이야말로 영화를 대표하는 씬이 아닐까 싶습니다.
13일의 금요일이자,
히치콕 감독의 생일이기도 한 오늘!
히치콕 명작과 함께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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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시 그 외는 없는, <스텔라>
* 본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이 담겨 있습니다.
스텔라(Stella. A Life)., 2024
감독: 킬리안 리드호프
명시 그 외는 없는, <스텔라>
출처: 영화 <스텔라> 스틸컷(다음)
아름다운 별빛을 품은 금발의 미녀, 스텔라는 할리우드 진출을 꿈꾸는 재능 있는 재즈 가수다. 미국에서 원 없이 노래하며 살고 싶은 열망은 그녀와 함께하는 밴드 친구들도 품고 있는 소망이기에, 이들은 자발적으로 현실을 등진 채 연습에 몰두한다. 고대하던 공연 당일, 스텔라는 관계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성공적으로 무대를 마친다. 관중의 열렬한 환호 속에서 밴드와 스텔라는 할리우드로 향하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았음을 자축한다. 이제 남은 건 미국으로 향하는 레드카펫뿐. 그러나 이들을 호위하던 재즈가 뚝 끊기고 고막을 찢는 공장 소음이 울려 퍼지면서, 화려한 드레스가 아닌 잔뜩 더럽혀진 노동자 옷을 입고 강제 노역 중인 스텔라가 모습을 드러낸다. 사실 그녀는 재즈 가수이기 이전에 1940년 독일, 나치 정부하에 살고 있는 유대인이었고, 밴드와 스텔라가 등진 현실은 제힘은 물론이고 모두의 힘으로도 벗어날 수 없는, 유대인이기에 공포뿐인 세상이었다.
그러나 스텔라는 어둠 속에서도 자기 빛을 뿜어내는 걸 멈추지 않는다. 나치의 유대인 탄압으로 게토에 있는 군수공장에 끌려가 유대인 배지를 달고 온종일 기계 부품을 만들며 언제 죽을지 모를 현실을 받아들인 동포들과 달랐다. 밤이 찾아오면 배지 대신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거리로 나갔고, 유대인처럼 보이지 않는 금발과 푸른 눈은 그녀를 더 과감하게 만들었다. 유대인이지만 유대인이 아닌, 독일 시민 '같은' 외형(가면)은 스텔라에게 미국 진출 실패에 대한 보상이 될 순 없었지만, 지옥 속에서 그녀가 그녀답게 버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수단은 곧 그녀만이 휘두를 수 있는 무기가 됐고 공장 책임자에게도 영향을 줬다. 도망치라는 책임자의 신호 덕에 스텔라와 그녀의 부모는 수용소로 잡혀갈 뻔한 위기를 넘긴다.
출처: 영화 <스텔라> 스틸컷(다음)
스텔라는 더 과감해진다. 우연히 거리에서 만난 신분증 위조 브로커(롤프)의 연인이 되어 그와 함께 일한다. 그들은 독일 시민인 척 거리를 쏘다니며 동포에게 돈을 뜯어낸다. 제삼자였던 동포의 경계는 점차 그녀의 가장 친한 밴드 친구들에게까지 확장되고, 스텔라는 절친에게도 목숨을 담보로 돈을 갈취하기 시작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스텔라는 불편한 마음을 외면하기로 한다. 본인이 느끼는 고통과 별개로 나치는 여전히 유대인을 색출했고, 그녀에겐 안전한 은신처와 생계를 위한 돈이 필요했으니까. 언제 빼앗길지 모를 자유를 향한 욕망도 분명 결정적인 역할을 했겠지. 하지만 스텔라는 알지 못했다. 그 결정이 훗날 자기 삶은 물론 인간상까지 송두리째 무너트릴 계기가 될 거란 사실을 말이다.
스텔라는 밴드 친구의 고발로 게슈타포(나치의 비밀 국가 경찰)에 붙잡히면서 반쪽짜리 자유마저 완전히 빼앗긴다. 갖은 고문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졌고, 수용소 수감을 피하고자 나치의 비밀 요원이 되기로 맹세한다. 비밀 요원 일은 딱 하나, 유대인 색출. 그동안 해왔던 브로커 일과 차원이 달랐다. 신분증 위조보다 더 예리하고 대담해야 했으며 재즈를 부르며 자아를 팽창하듯, 인간의 극한 이기심을 폭발시켜야 했다. 반드시 살아남아야 하기에 어떠한 감정도 비밀 요원 일에 방해 돼선 안 됐다. 그로 인해 받는 정신적 압박과 심리적 불안 역시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불편한 마음’과 똑같았다. 브로커와 비밀 요원은 스텔라에게 행위만 다를 뿐 사실상 생존이란 동일한 목적을 추구하는, 일치된 생존 방식으로 정립됐다. 이전보다 더 냉혹해져야 했다. 유대인을 잡는 유대인은 스텔라 말고도 넘쳐났으니까. 업무 성과 미달로 수용소에 끌려가지 않으려면 반드시 다른 요원보다 더 많은 동포를 고발해야 했다. 물론 다른 요원보다 더 많은 유대인을 색출했다고 해서, 두려움이나 공포를 느낄 필요 없는 독일인이 될 순 없었다. 태생적으로 바꿀 수 없는 현실은 레드카펫도 자유도 아닌 '길이 하나뿐인 생존'을 위한 서바이벌장으로 변했고, 그렇게 스텔라는 동포를 잡는 동포가 아닌 ‘독재 국가를 위한’ 요원이 됐다. 매혹적인 금발과 푸른 눈이 만든 무기는 그 쓸모를 잃었으며, 마음 한쪽에 자리했던 죄책감과 죄의식은 본인이 처한 비극에 더 철저히 가려졌다.
출처: 영화 <스텔라> 스틸컷(다음)
스텔라에게 남은 건 스스로 만든, 무자비한 본인뿐이었다. 금발의 배신자는 친구들은 물론 얼굴만 아는 사람들까지 닥치는 대로 고발해 적게는 600명, 많게는 3,000명을 죽음의 수용소로 보냈다. 그 덕에 강제수용소로 끝까지 끌려가지 않았지만, 종전 후 체포돼 전범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는다. 그러나 이미 이전 재판에서 선고받은 형기(10년)를 마쳤다는 이유로 처벌 없이 풀려난다. 재판 내내 부모님 역시 수용소에서 죽임을 당했다며 본인 역시 피해자임을 주장했던 스텔라였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작은 거울에 한 할머니가 비친다. 여전한 금발 머리와 푸른 눈 그리고 빨간 립스틱, 스텔라다. 악착같이 얻고자 했던 삶이 주는 압도적인 평온이 계속될 듯했는데, 돌연 스텔라가 창문을 열고 뛰어내린다. 쿵 소리도, 사람들의 비명도, 그 외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는 침묵 속에서 <스텔라> 끝난다.
<스텔라>는 실존 인물 '스텔라 골드쉬라크'의 일생을 다룬,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감독은 처음부터 스텔라의 일대기를 꼼꼼히 살펴, 이를 영화에 조금의 덧붙임 없이 담았다. 나치, 홀로코스트란 배경(환경)보다 그 안에 속한 인간, 스텔라(개인)에게 관객이 집중하길 바랐다. 따라서 그녀의 생과 사를 작품 안에 거짓 없이 담는 걸 최우선 목표로 삼고, 스텔라에게 감정적으로 동화되는 지점을 의도적으로 생략했다. 이야기 전개에서 스텔라가 느끼는 고통과 두려움은 철저히 '개인'의 내면으로만, 즉 안으로만 파고들었다. 밖으로 빠져나와 제삼자에게 감정이 전이시키는 과정은 없었다. 중요한 건 스텔라의 행위에서 파생되는 결과였지, 그 안에 소용돌이치는 '나'만의 감정 태풍 따위가 아니었다. 영화는 살고자 하는 욕망으로 하루살이처럼 살았던 스텔라의 무수한 하루를 단순 기록했다. 사건 나열이 아닌 개인의 연속된 선택과 결과로 가중되는, 그다음의 선택과 결과에 무게를 뒀다. 스텔라 골드쉬라크가 해체되면 될수록 그녀의 개인사는 모두를 향한 이야기로 변형됐고, 이는 개인을 통해 전체와 역사를 바라보게 되는 길이 됐다. 영화는 스텔라란 인물을 회피하지 않고 똑바로 목도하는 일이야말로 끝나지 않는 비극의 역사를 제대로 마주하는 첫걸음이란 사실을 한 번 더 강조하면서, 끝에 다다라서는 최종 판단과 결정을 관객에게 넘기며 제 몫을 다 했다.
출처: 영화 <스텔라> 스틸컷(다음)
1980년 광주에서 의도치 않게 가해자가 된 '영호'(이창동, <박하사탕>(1999))와 1943년에 나치 친위대에 들어가 아우슈비츠 감시원으로 일했던 '한나 슈미츠'(스티븐 달드리,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2008))도 스텔라와 같은 길을 걸었다. 세 사람 모두 국가적, 시대적 환경 안에 갇힌 인물로 피해자이자 가해자,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표현됐다. 죽음의 과정도 닮아있다. 영호는 그동안 저질렀던 자기 죄를 스스로 용서할 수 없어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기차 앞에 섰다. 유대인을 가스실에 넣어 죽인 일보다 문맹을 폭로 당하는 걸 더 수치스럽게 여겼던 한나는 수감 후 글을 읽게 되고 나서야 비로소 악마 같았던 자신을 마주하고, 스스로 목을 맸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었던 시대'와 '마지막까지 이어진 자기 파괴적 결말', '이분법적으로 딱 잘라 정의할 수 없는 이야기'까지 영화가 각각 무엇을 더 강조하고 싶어 하는지에 따라 그 쓰임이 달랐을 뿐 모두 충실히 활용됐다.
영호는 누가 진짜 가해자이고 진짜 피해자인지를 질문했고, 한나는 사고하지 않은 복종으로 파생된 악의 평범성을 고심하게 했다. 타인에게까지 영향을 주는 자기반성이 뚜렷하게 보였기에, 두 인물은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관객에게 확실하게 전달했다. 여기서 자기반성은 다양한 방식과 절차가 존재하는데 자기혐오와 자기 파괴는 꼭 포함되어 있다. 자기반성이 참회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고, 용서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요점이다. 두 사람의 자기반성은 관객에게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했고, 결과적으로 마음을 울리는 경종을 외면하지 않게 했다.
출처: 영화 <스텔라> 스틸컷(다음)
반면 스텔라의 자기반성은 밖이 아니라 안에서만 휘몰아쳤다. <스텔라>는 이마저도 의도적으로 희미하게 담았다. 스텔라가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장면보다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행위적인 측면의) 장면을 더 길게 노출했다. 스텔라가 창문을 열고 투신하는 순간에도 카메라는 그녀의 앞모습이 아닌 뒷모습을 보여줬다. 스텔라가 화면에서 사라진 뒤에도 카메라는 공허한 바람 소리조차 허용하지 않고, 오직 창문이 열린 방 안에서 머물러있었다. 그녀가 대체 어떤 얼굴과 어떤 마음으로 그와 같은 선택을 했는지, 우린 확언할 수 없었다. 심지어 그녀 자체도 관객이 뭘 알고 싶고, 또 뭘 회피하고 싶어 하는지 관심조차 두지 않은 게 분명했다.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자기반성은, 공감이나 비난 심지어 반사적으로 가능한 일차원적 반응조차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무관심과 관심의 대결에서 당연히 후자가 패배한 줄 알았는데, 스텔라의 메시지는 영호와 한나처럼 뚜렷하게 전달됐다. 아니, 오히려 더 냉철하고 단호하게 관객에게 닿았다. 마치 추상적인 물음이 가장 구체적인 답이 된 것처럼, 최종 판단은 알아서 각자 해야 함을 꼭 명심하길 바라는 것처럼‥.
<스텔라>는 명시 외엔 다른 방법을 쓰지 않았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자신감도 분명히 보인다. 다하우 수용소에 새겨진 추모문 중 ‘죽은 사람에게는 애도를 표하고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경고하기 위하여’란 구절이 <스텔라>를 관통해, 우리의 마음 깊숙한 곳까지 뚫고 지나갔음을 부정할 수 없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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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북이처럼 느린형사, 토끼처럼 빠른 도둑 | 영화 거북이달린다
오늘은 정말 오래된 작품을 가지고 왔는데.
혹시 영화 거북이 달린다를 아시나요?!
지금은 OCN 어디선가 느지막하게 할 것 같은 영화인데,
이 영화 참 매력적이고 순박하며 재미있는 작품이라 가지고 왔어요~
이 작품을 모르신다고요!? 괜찮아요~
나중에 티비 돌리다가 푸릇푸릇 한 정경호와 김윤석이 나온다?!
그럼 스톱하고 슬그머니 한번 보세요! 재미있거든요~
다시 보는 영화 거북이 달린다! 리뷰 시작해 보겠습니다~
기본 정보
장르 : 범죄, 드라마, 스릴러, 코미디, 액션, 어드벤처, 수사
감독 / 각본 : 이연우
출연진 : 김윤석, 정경호
개봉일 : 2009년 06월 11일
평점 : 8.43
스트리밍 : 티빙, 넷플, 웨이브, 쿠팡, 왓챠
기획 의도
"또 너냐? 다음엔 죽는다!"
"지발 잡히지 마라! 너는 내가 잡을 거야!"
대한민국을 농락한 신출귀몰 탈주범이 예산에 나타났다.
하는 일이라곤 지역 발전을 위해 소싸움 대회 준비뿐인 시골마을 예산의 형사 조필성.
다섯 살 연상의 마누라 앞에서는 기 한번 못 펴는 한심한 남편이지만,
딸내미의 학교 일일교사 1순위로 꼽힐 정도로 마을에서는 나름 알아주는 형사다.
소싸움 대회를 준비하던 필성은 강력한 우승후보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훔쳐 나온 마누라의 쌈짓돈으로 결국 큰 돈을 따게 된다.
난생처음 마누라 앞에서 큰소리 칠 생각에 목이 메이는 조필성.
그러나 기쁨도 잠시! 갑자기 나타난 어린 놈에게 순식간에 돈을 빼앗기고 마는데,
그놈은 바로 몇 년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가 행방이 묘연해진 탈주범 송기태.
여담
드라마 거북이 달린다 작품은 지금은 흔하디 흔한 차량과 전투 액션신이 하나도 없는
순박 그 자체의 시골에서 인심을 더 넣은 유머를 통하여 내 돈을 찾고야 말겠다는
형사의 집념 하나로 범인을 잡는데 성공하는 순박한 영화이다.
이 영화의 보는 묘미 중 하나는 김윤석과 정경호의 생생하고 순박하고 파릇파릇함이
절로 느껴지며 볼 수 있는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인다.
영화 거북이 달린다 결말을 살펴보자면.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시골에서 순박함으로 똘똘 뭉친 형사 조필성(김윤석)은
악바리 같은 근성 하나로 탈옥수 송기태(정경호)를 잡는데 성공하며
돈도 찾고 행복도 찾고 명예도 찾으며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난다.
지금은 익숙한 액션과 총! 비행기 등이 등장하는 화려한 액션을 기대한다면
영화 거북이 달린다를 추천하고 싶진 않습니다.
느긋함과 정겨운 시골의 풍경 속에 악바리 경찰을 원한다면 영화 거북이 달린다
매력적이고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한줄평 : 집념의 형사는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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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빼빼로데이에 보기 좋은 영화 추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 시간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 신청 받은 주제는 바로 '빼빼로데이에 보기 좋은' 영화입니다.
이 게시물 혹은 씨네픽 인스타그램에 올라간 동일 내용의 콘텐츠 게시물에
자신이 보고싶은 영화에 대해 적어주신다면 다음 콘텐츠를 올릴 때 여러분들의 댓글을 바탕으로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 시작해볼까요?٩( ᐛ )و
찰리와 초콜릿 공장
ⓒ 네이버 영화
synopsis
세계 최고의 초콜릿 공장, 윌리 웡카 초콜릿 공장의 공장장 윌리 웡카는 초콜릿 속의 황금티켓을 찾은 어린이 다섯 명에게 자신의 공장과 제작과정의 비밀을 보여주겠다는 선언을 한다.
cine pick!
1천 3백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이 영화는 1억 5천만 불의 제작비로 완성하여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2주 연속 정상을 차지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홀리데이트
ⓒ 네이버 영화
synopsis
싱글이라 서러운 게 아니다. 또 혼자냐는 잔소리가 지겨울 뿐. 우연히 만난 동병상련 남녀, 명절용 파트너로 계약 체결! 사귀는 척만 하기로 했는데, 자꾸 생각이 난다.cine pick!
매 공휴일마다 싱글이냐는 가족들의 잔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사귀는 척을 하기로 하며 진행되는 스토리이다. 킬링타임용으로 보기 좋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이다.
초콜릿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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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한 시골 마을에 신비한 여인 비엔이 초콜릿 가게를 차린다. 비엔의 초콜릿으로 상처를 치유한 마을 사람들은 사랑이 넘치는 모습으로 변하지만, 마을 시장은 그런 변화를 아니꼬워한다.
cine pick!
따듯하고 사랑스러운 영화로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잔잔하면서도 그 안에 강한 울림을 주며, 의상을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이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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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의 마음을 몰래 편지로만 남겨두었던 라라진. 어느 날 그들에게 썼던 비밀
러브레터가 발송 되면서 아슬아슬한 연애 소동이 시작된다.
cine pick!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는 영화를 를 공개했던 그해(2018)에 가장 많은
다시보기를 기록한 영화 2위에 오를 정도로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양과자점 코안도르
ⓒ 네이버 영화
synopsis
도쿄의 인기 양과자점 ‘파티쉐리 코안도르’를 무대로 한 조각의 케이크를 통해 만난
사람들의 꿈과 인생이 담긴 달콤 쌉싸름한 감동 드라마
cine pick!
영화는 올해 제26회 산타바바라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 경쟁부문에서 최고상을 수상
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파리로 가는 길
ⓒ 네이버 영화
synopsis
영화 제작자 남편 마이클과 함께 칸에 온 앤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예정되어 있던 일정을
건너뛰고 파리로 가기로 한다. 마이클의 사업 파트너 자크가 앤의 여정에 동행하고, 파리
까지의 낭만적인 여행이 시작된다.
cine pick!
코폴라 감독의 영화 감독 데뷔작이자 감독의 실제 경험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프랑스
를 직접 여행하는 것 같은 생생한 영상미와 감미로운 음악으로 여행의 낭만을 스크린을
통해 보여준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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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계+인 1부] 감상평 - 팝콘무비로써는 합격이지만, 어딘가 헐거운 l 아주 약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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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팀업무비의 특성상 관객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몇가지 요소들이 있습니다. 매력적인 빌런, 혹은 적대자일 것,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능력들을 최소 한 번이상 임팩트있게 연출할 것. 작품이 그려내는 세계관이 관객들에게 충분히 납득이 될 것. 그밖에 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제가 말씀드린 이 세가지만 갖춰져도 분명 작품을 보는 관객들은 일정 부분 긍정하게 만들 수 있을겁니다.
그렇다면 이번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1부는 어땠을까요? 오늘 영상은 스토리보다는 전체적인 감상평으로 이뤄져있으나, 리뷰의 특성상 캐릭터, 혹은 개연성에 관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기 때문에 작품을 감상하시는데 큰 무리가 없는 선에서 작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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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배드 가이즈 2> 메인 예고편
배드 가이즈 2 - 7월 30일 극장 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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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코다> 메인 예고편
음악의 마법에 빠질 시간!
가장 조용한 세상에서 시작된 여름의 노래!24/7 함께 시간을 보내며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을 세상과 연결하는 코다 '루비'는
짝사랑하는 '마일스'를 따라간 합창단에서 노래하는 기쁨과 숨겨진 재능을 알게 된다.
합창단 선생님의 도움으로 마일스와의 듀엣 콘서트와 버클리 음대 오디션의 기회까지 얻지만
자신 없이는 어려움을 겪게 될 가족과 노래를 향한 꿈 사이에서 루비는 망설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