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3-25 11:31:23
3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2024 첫 천만 영화 등극
2024 첫 첫만 영화! 오컬트 장르 첫 천만 영화!
최민식 배우 <명량>이후 두번째 천만 영화!
유해진 배우 네 번째 천만 영화!
김고은 배우 데뷔 12년만의 첫 천만 영화!
이도현 배우 스크린 데뷔 첫 천만 영화!
[국내 박스오피스 순위]
영화 <파묘>가 올해 들어 개봉한 영화로는 처음으로 천만 영화 반열에 올랐습니다.
또한 오컬트 장르 증 최초의 천만 영화이며, 비수기로 꼽히는 설 연휴 직후에 개봉한 점에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배우 최민식은 <명량> 이후 2번째 1000만 영화 주인공이 됐고, 이도현은 스크린 데뷔작으로 1000만 배우가 되는 행운을 안게 되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순위]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이 개봉주 1위에 올랐습니다. 영화는 고대 유물의 사악한 힘으로 빙하기에 이르게 된 세상을 구하기 위해 버스터즈들이 힘을 합쳐 펼쳐지는 모험을 담았으며, ‘뉴 고스트버스터즈’와 ‘오리지널 고스트버스터즈’가 짜릿한 팀플레이를 펼치는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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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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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벨 문 2 | 잭 스나이더의 퇴보는 현재진행형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마더월드의 '노블'(에드 스크레인) 제독을 죽이고 벨트 행성으로 귀환한 '코라'(소피아 부텔라)와 '군나르'(미힐 하위스만), 그리고 다른 전사들. 축하 파티를 시작하려는 바로 그 순간, 그들에게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온다. 죽은 줄 알았던 노블이 모종의 방법으로 되살아났고, 복수를 위해 벨트로 달려오고 있다는 것. 이에 마더월드 장군 출신인 '타이투스'(자이먼 혼수), 몰락한 왕자 '타라크'(스타즈 네어), 갓을 쓴 검사 '네메시스'(배두나)의 지휘 하에서 벨트의 농부들은 목숨을 건 전투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1보 전진하고 2보 후퇴한 <레벨 문>
솔직히 말하자. <레벨 문 - 파트 2: 스카기버>(이하 <레벨 문 2>)는 기대가 크지 않았다. 파트 1이 잭 스나이더 작품 중에서도 유독 실망스러웠고, 파트 1과 2가 동시에 촬영됐으니 반등 요소도 거의 없었기 때문. 파트 1은 문제가 많았다. 넷플릭스의 <스타워즈>를 표방했지만, <스타워즈> 세계관을 모방했을 뿐이었다. <스타워즈> 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고전인 <7인의 사무라이>의 서사도 더하면서 기시감이 극대화됐다.
플롯도 허점투성이였다. 주인공 코라를 제외한 그 어떤 인물의 서사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화려한 비주얼과 액션이라는 본연의 장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몇몇 장면은 그린 스크린에서 촬영한 티를 숨기지 못했고, 잭 스나이더의 연출 특징인 슬로 모션도 남발됐다. 이에 더해 배우끼리 합을 맞춘 티가 팍팍 나는 액션씬도 기대 이하였다.
<레벨 문 2>는 파트 1의 연장선상에 있다. 기시감 느껴지는 세계관은 여전하다. 액션 시퀀스 역시 스케일만 커졌을 뿐, 완성도는 실망스럽다. 그나마 스토리텔링은 개선된 듯 보인다. 하지만 질적으로는 여전히 기대 이하다.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레벨 문> 시리즈의 방향성과 미래도 어둡다. 잭 스나이더의 과욕과 퇴보를 한눈에 보여주며 그나마 남아있던 팬들의 인내심을 시험하기 때문이다.
액션도, 볼거리도 수준 이하
만약 <레벨 문 2>를 기다렸다면 이유는 하나다. 파트 1보다 진일보하고, 스케일도 더 커지고, 잭 스나이더 다운 박력 넘치는 액션을 원할 따름이다. 하지만 <레벨 문 2>는 마지막 희망마저 배신한다. <레벨 문 2>는 코라의 일행과 벨트 행성의 농민들이 노블의 군대에 맞서는 이야기에 집중한다. 그런데도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로서도, 액션 블록버스터로서도 실망스러운 장면이 끊이지 않는다.
우선 파트 1에 이어서 <스타워즈>의 영향력을 지우려는 시도가 전무하다. 일례로 전투 전개는 지극히 <스타워즈>스럽다. 전투가 벌어지자 주인공들은 상대 기함에 잠입해서 가장 위력적인 무기를 무력화하고, 적군의 우두머리를 제압해서 승기를 잡는다. 루크 스카이워커가 데스 스타에, 레이가 스타킬러 베이스에 침투한 전개를 빼닮았다. 마지막 순간 등장한 전투기 편대도 X-윙의 공습을 연상케 한다.
구체적인 액션 연출은 파트 1의 문제점을 공유한다. 슬로 모션 때문에 합을 맞추는 대목이 눈에 띄거나, 박력이나 생동감 대신 허우적대는 느낌을 주는 식이다. 일례로 네메시스는 일 대 다 상황으로 결투를 벌이는데, 이때 상대가 일부러 네메시스의 검을 기다리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이에 더해 클라이맥스인 코라와 노블의 결투씬 역시 예상가능한 클리셰를 그대로 차용하면서 맥없이 끝나 버린다.
개선점 같지 않은 개선점
물론 예상외의 개선점도 있다. 바로 캐릭터다. 파트 1은 불친절했다. 코라가 모은 전사들이 왜 그 신세로 떠도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다행히도 <레벨 문 2>는 각 캐릭터의 서사를 보충해 최소한의 개연성을 확보했다. 타이투스는 부하를 몰살한 마더월드에 환멸을 느껴 반기를 들었다. 타라크와 네메시스는 마더월드 때문에 죽은 가족들의 복수를 꿈꾼다. 이에 더해 코라가 수배자가 된 구체적인 이유도 마침내 제시된다.
그러나 완성도를 극적으로 향상하지는 못했다. 캐릭터의 서사를 보여주는 방식이 안일하기 때문이다. 결전 전날 모든 캐릭터는 한 탁자에 둘러앉아서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들의 사연은 짧은 플래시백과 내레이션으로 제시된다. 여기까지다. 이를 바탕으로 드라마를 더 풍성하게 만들려는 노력은 없다.
네메시스 캐릭터 활용법에서 이는 단적으로 드러난다. 네메시스는 전투 중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다. 그 순간, 한 어린아이가 그녀를 구해준다. 전투 전 곡식을 추수할 때 그녀에게 먼저 관심을 표하고 장난을 걸던 그 아이다. 그런데 이 장면은 감정적인 동요를 일으키기보다는 실망감이 크다. 그녀와 아이가 유독 특별히 유대감을 쌓는 과정은 없기 때문. 다른 캐릭터와 마을 사람들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기회는 있었다. 전투 전 벨트 농부들은 곡식을 추수하고, 전투를 대비한다. 이 시퀀스를 적절히 활용했다면 각 캐릭터의 아픔을 새로운 이야기로 전환시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잭 스나이더는 그 순간에도 곡식 한 알 한 알이 떨어지는 모습을 특유의 슬로 모션으로 잡을 뿐이다. 그렇게 건설적인 스토리텔링을 보여줄 유일한 기회는 기능적으로 흘러 지나갔다. <레벨 문>의 1보 전진이 전진 같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반대로 터진 잭 스나이더의 고질병
심지어 <레벨 문 2>의 1보 전진은 오히려 2보 후퇴에 가까워 보인다. 파트 1과 파트 2가 공유하는 문제가 비단 한 작품만의 이슈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전반적인 기획의 부족함을 방증한다고 볼 여지가 더 크다.
파트 1에서는 일언반구 없었던 각 캐릭터 서사가 파트 2에서 등장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1편의 내용은 기승, 2편은 전결로 완벽히 이어지기 때문. 즉, 한 편으로도 충분히 풀 수 있는 이야기를 잭 스나이더가 과욕을 부려 2편으로 나눈 셈이다. 슬로 모션만 줄여도 파트 1과 파트 2는 한 편의 영화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분량 조절 문제는 잭 스나이더의 꼬리표였다. 넷플릭스에서 작업하기 전에도 분량 조절을 잘 못하는 감독으로 유명했으니까. 다만 과거에는 영화 한 편에 이야기를 무리하게 밀어 넣는 문제가 컸다. 그러다 보니 그의 작품은 <왓치맨>, <배트맨 대 슈퍼맨>처럼 감독판으로 재평가받기로 유명했다. 심지어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무려 러닝타임이 4시간에 달할 정도였다.
이렇게 보면 <레벤 문> 시리즈는 잭 스나이더의 고질병이 정반대 방향으로 터져 버린 결과물이다. 넷플릭스의 <스타워즈>를 꿈꾸는 IP를 양적으로 늘리려는 잘못된 판단이 낳은 참사라 할 수 있다. 과욕으로 인해 필모그래피가 오히려 퇴보해 버린 셈이다.
어두운 미래
또 그렇다고 2편의 영화로 <레벨 문>의 세계관이 확장할 초석을 제대로 다진 것도 아니다. 시리즈를 더 길게 끌고 갈 계획이라면 그에 걸맞은 내용이 있어야 한다. 비록 몰입도를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더라도 <어벤져스> 관련 이스터에그를 적극 삽입한 <아이언맨 2>처럼.
그런데 <레벨 문 2>는 다음 시리즈에 대한 내용이 거의 없다. 작은 농촌 마을을 지키는 이야기가 행성과 우주를 넘나드는 거대한 전쟁으로, 자유를 지키기 위한 저항으로 스케일이 확장되어야 할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그 도구가 되어야 할 섭정 '발리사리우스'(프라 피), 이사 공주, 로봇 '지미'(안소니 홉킨스)의 이야기나 암시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 내용과 별개로 속편을 암시하는 결말이 뜬금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레벨 문> 시리즈는 6편까지 계획되어 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넷플릭스와 잭 스나이더가 심혈을 기울인 IP다. 더 나아가 둘이 이전에 협업한 <아미 오브 데드> 시리즈와 연계되어 더 큰 세계관을 보여줄 예정이라는 소식도 들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지만, <레벨 문> 시리즈는 벌써 그 끝이, 어두운 미래가 보이는 듯하다.
Dreadful 끔찍한
다음을 기대할 팬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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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번 만에 갱년기 치료 뚝딱, 요상한 서비스
* 해당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의 감독 소피 하이드는 영화 <52번의 화요일>로 2014년 제30회 선댄스 영화제 감독상, 제6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수정곰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하였다. 16살의 빌리는 성전환 수술을 하려는 엄마와 떨어져서 살면서 1년 동안 매주 화요일마다 만난다. 52번의 화요일을 겪으며 욕망, 책임, 변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후 소피 하이드 감독은 단편, 다큐멘터리 등의 활동을 이어오다 2019년 로라와 타일러의 우정을 통해 여성의 몸에 대한 탐구를 이야기하는 소설 원작 영화 <애니멀즈>를 내놓았다.
영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에는 소피 하이드 감독의 자신감이 가득 들어있다. 이것은 감독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임에 틀림이 없다. 게다가 그 이야기는 연기 인생 40년 만에 파격 노출을 감행하기로 한 배우 엠마 톰슨의 지원으로 더욱 탄탄해진다. 배우 다릴 맥코맥도 감독과 배우의 보이지 않는 압박 사이에서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한다. 소소한 코미디가 적재적소에서 소재의 무거움을 누그러뜨리지만, 영화 전체의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영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 2022> 포스터
<성의 즐거움을 모르며 중학교 종교 교사로 은퇴한 60대 여성>
낸시(서비스 이용을 위해 만든 가명)는 남편이 2년 전에 죽었고, 아들과 딸 모두 타지에서 각자의 일을 하고 있다. 비슷한 연배의 애인이 있지만, 젊은 남성이 주는 에너지는 무엇일까 궁금해 큰돈을 주고 성매매를 하기로 한다. 그는 생전의 남편과 아주 재미없는 성생활을 하였고, 학교에서 성매매의 문제점에 대해 가르쳤으며, 치마를 짧게 올리고 다니는 여학생들을 불러 걸레라고 혼을 냈었다. 그러나 첫 성매매에서 리오(서비스 제공을 위해 만든 가명)를 만나 폭풍 질문을 쏟아낸다. 성 노동자들은 왜 이 직업을 선택했는지, 고객들은 어떤 이유로 서비스를 이용하는지, 그들의 어머니도 자녀가 이런 직업에 종사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 그는 이런 것들이 너무 궁금하다.
다시 리오를 만난 낸시는 이번에 해야 할 일들을 목록으로 만들어 진도를 나가보려고 한다. 해보고 싶었지만 사회적인 통념에 갇혀서 또는 남편이 터부시 해서 못했던 것들을 리오에게 털어놓고 하나씩 클리어 해 나간다. 리오의 도움으로 성의 즐거움을 조금씩 알아가던 낸시는 자신도 리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자 그의 진짜 이름을 궁금해하고, 그의 진짜 삶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싶어 한다. 심지어 교사로 일했던 경력을 내세우며 그의 어머니와 상담하는 것을 자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리오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리오와 마지막 만남에서 낸시는 자신을 속박했던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호텔 1층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한 때 가르쳤던 제자에게 자신의 과오를 사과하고, 리오와 자신의 관계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리고 방으로 올라가 성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리오에게 행운을 빌어주는 이별의 말을 하고, 낸시는 리오가 없어도 자신의 몸을 더욱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성의 즐거움을 모르며 중학교 종교 교사로 은퇴한 60대 여성
<내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지만 석유 회사에 다닌다고 가족에게 거짓말하는 성 노동자>
리오는 아일랜드계 기독교 학교를 다녔다. 어른들이 없는 주말에 친구들을 불러 놀다가 여럿이 엉켜 뒹구는 모습을 어머니가 목격하고 난 후, 그는 어머니에게 죽은 자식이 된다. 심지어 길에서 만나도 모르는 사람처럼 지나쳐 버린다. 성 노동자의 과거 상처 같은 것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낸시 앞에서 무장해제가 되어 버렸다. 현재에 집중하면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생활과 거리를 두고 몸에 대한 소통을 해야 고객이 원하는 판타지 세계로 진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다양한 유형과 욕구를 가진 고객들과 일대일 맞춤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자신의 직업에 대한 명확한 정체성을 만들어나간다. 그러나 그가 만든 '리오'는 낸시의 공격에 무너져버린다. 그는 결국 평정심을 잃고 고객에게 감정의 밑바닥까지 드러내 보이고 만다.
리오는 인터넷에서 석유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후기를 모아 가족들에게 메일로 안부를 전해오고 있었다. 낸시의 말을 듣고 군인으로 일하는 동생에게 자신의 직업에 대해 솔직하게 공개하였는데,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며 석유 회사에 다닌다는 말은 전혀 믿지 않았다고 대답했다고 낸시에게 전했다. 리오는 판타지가 아닌 현실의 삶에서 한결 후련해진 마음을 느낀다.
내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지만 석유 회사에 다닌다고 가족에게 거짓말하는 성 노동자
<극강의 가성비로 만든 스마트한 영화>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은 호텔 방 안에서 촬영되었다. 심지어 공간이 달라지면 긴장감이 높아질 것 같다는 낸시의 취향에 의해 같은 방으로 만남이 예약되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머무는 호텔 방도 모두 같았다. 물론 최대한 앵글을 바꾸며 장면 전환을 위해 노력했지만, 공간의 제약을 확장한 것은 배우들의 연기라고 할 수 있겠다. 두 배우의 대화는 마치 로드무비처럼 여정이 있는 듯이 그려졌다. 물론 호텔 밖을 나가지는 않지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곳에 가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길 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호텔 방 안의 공간은 소파, 침대, 거울, 화장실의 크게 네 곳으로 세분화할 수 있겠다. 소파는 대화와 경청의 공간, 침대는 여정의 공간, 거울은 사색의 공간, 화장실은 현실의 공간이 되어 동반자와 함께 몸의 여정을 통한 해방을 그린다. 또한 그동안 미디어가 여성의 몸을 다루었던 전형적인 방식에서도 탈피하여 극강의 가성비로 만든 스마트한 영화다.
호텔 방 안에서 로드무비가 가능하다.
리오는 가족들에게 석유 회사에 다니면서 석유시추선을 타고 망망대해를 다니며 바다 밑바닥에 구멍을 뚫어 석유 탐사를 하는 일을 한다고 이야기했는데, 리오의 직업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 해당 리뷰는 씨네 랩(CINE LAB) 크리에이터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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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버그> 실화의 재현과 재구성 사이에서 길을 잃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올레 tv '파본자들' <세버그> 편의 방송 내용을 재정리한 글입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누벨바그의 스타로 활동하던 영화배우 '진 세버그(크리스틴 스튜어트)'. 그녀는 영화 촬영을 위해 미국으로 오던 비행기에서 흑인 인권 운동가 '하킴 자말(안소니 마키)'을 만난다. 하킴의 모습에 묘하게 끌린 그녀는 그를 통해 흑인 인권 운동에 자금을 기부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그 때문에 FBI의 표적이 된다. 안 그래도 혁명의 분위기가 감돌던 60년대 후반에 FBI 입장에서는 진의 반정부적 행보는 눈엣가시였기 때문이다. 결국 FBI는 신입요원 '잭(잭 오코넬)'에게 진을 24시간 감시하고 더 나아가 그녀의 명예와 경력을 망가뜨릴 공작을 꾸미기 시작한다.
실존 인물이나 실화 사건을 다루는 영화는 실화의 재현이라는 과제 앞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한정적인 러닝타임 내에서 복잡한 실제 사건을 온전히 스크린으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화를 다루는 영화는 흔히 중심 소재가 될 인물 혹은 사건의 특정 면모를 부각하고, 작가의 해석을 기반으로 세부 요소 간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데 중점을 둔다. <소셜 네트워크>와 <스티브 잡스>와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 두 영화는 사실 관계에 있어서 왜곡된 지점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법정 싸움과 프레젠테이션이라는 이벤트를 중심으로 마크 주커버그와 스티브 잡스라는 유명인의 덜 알려진 개인사를 임팩트 있게 재구성하여 호평받은 바 있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세버그>는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기본적으로 <세버그>는 장 뤽 고다르의 영화 <네 멋대로 해라>에 출연했고, 1960년대에 적극적으로 사회운동에 참여하였으며, FBI의 감시 대상이 되어 많은 고초를 겪기도 한 영화배우 진 세버그의 다채로운 삶을 들여다보는 영화다. 문제는 영화가 묘사하는 진 세버그의 모습이 철저히 FBI라는 공권력의 피해자라는 이미지로 고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진 세버그의 첫 등장 장면부터 영화가 그려내고자 하는 진 세버그의 상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세버그의 첫 장면은 진이 오토 프레밍거 감독의 <성 잔다르크>(1957)에서 잔다르크 역을 맡아 연기하는 모습이다. 이때 영화 카메라는 십자가 쇠사슬로 결박된 채 화형을 기다리고, 불이 올라오면서 고통스러워하는 잔다르크를 계속해서 비춘다. 마치 진 세버그가 앞으로 당할 많은 고통들을 암시하는 듯이. 이에 더해 영화 카메라가 한 사람이 고통을 가감 없이 찍듯이, 그녀 역시 FBI와 언론의 카메라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그로 인해 큰 시련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그녀가 왜 사회운동에 나서게 되었는지, 흑인 인권 운동이 그녀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기에 더 편안한 삶을 뒤로한 채 고난 길을 선택했는지에 대해서 영화는 함구한다. 그저 그녀에게 사회적 병폐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원래부터 있었다는 식의 묘사를 제외하면, 사회운동가로서의 진 세버그의 신념, 사상, 가치관을 탐구하는 장면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 외의 장면에서 진의 모습은 계속되는 도청과 감시로 인해 점점 피폐해지는 것의 반복에 머무른다. 그나마 도입부 남편과의 대화에서 프랑스 사회를 뒤흔들었던 68 혁명이 그녀에게도 영향을 미쳤던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가능할 따름이다.
그 대신 평면적인 이미지로 고정된 진 세버그의 빈자리는 가상의 인물인 잭 솔로몬에게 넘어간다. 어떻게 보면 진 세버그가 주인공인 영화에서 정작 세버그는 문제의 발단을 제공하는 데서 그치고, 영화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가상의 인물인 잭 솔로몬을 통해서 제시되는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실제로 당장 잭의 첫 등장 장면만 보더라도 영화 속 그가 진 세버그와는 달리 상당히 깊은 내적, 철학적 갈등을 겪게 될 것임을 쉽사리 알 수 있다.
잭은 새롭게 발령받은 FBI 사무실로 출근하기 전에 아내와 잠깐 언쟁을 벌이며 자신의 최애 만화책인 <캡틴 아메리카> 1편을 버리려는 아내를 만류한다. 잭이 캡틴 아메리카의 팬암을 알려주는 이 짧은 에피소드는 작중 그에게 주어진 선택지를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캡틴 아메리카라는 영웅은 이제 영화를 통해서도 익숙한 인물이지만, 이름대로 미국 정부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국가가 상징하는 자유라는 이념과 권리를 위해 움직이는 슈퍼히어로다. 따라서 캡틴 아메리카 만화책 에피소드는 진 세버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공권력이 한 개인을 대상으로 공작을 펼치는 작전에 투입되는 잭이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겪게 될 내적, 외적 갈등을 함축해 보여준다.
물론 진 세버그에 대한 평면적 묘사와 잭의 고민을 함께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세버그>가 50여 년 전 사건으로부터 시사점을 전달하는 것은 사실이다. FBI와 언론의 유착 관계로 인해 억지로 만들어진 스캔들이 진을 고통스럽게 하는 모습은 최근 몇 년간 뜨거운 감자였던 가짜 뉴스 이슈를 떠올리게 한다. FBI의 감청 및 감시 행위는 자연히 공권력과 개인의 관계 안에서 개인의 자유가 어느 범위까지 제한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이기도 하다. 또 최소한 도청장치를 찾을 수는 있는 진과 달리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감시당하더라도 그 사실을 인식조차 못할 세상을 사는 입장에서 <세버그>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영화라고 할 수도 있다. 단지 가상의 인물이 이처럼 흥미로운 주제와 메시지와 더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진 세버그의 이름을 걸고도 그녀의 삶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는 괴리감은 영화의 메시지가 느껴지기는 하지만 와닿지는 않는 문제를 낳는다.
이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국 배우 개개인의 퍼포먼스다. 실제로 가상 인물인 잭 솔로몬의 비중이 상당히 높고, 진의 신념이나 가치관에 대한 설명이나 묘사가 많이 등장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는 진 세버그라는 인물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준다. 칸 영화제 레드카펫에 맨발로 등장하거나 자신의 양성애 성향을 공개하는 배우 본인의 용기와 이미지를 자신을 사찰하는 정부 기관과 정부의 손을 잡고 자신을 공격하는 언론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캐릭터의 강인함에 적절히 투영한 후반부 기자회견 장면이 대표적이다.
하킴 자말 역을 맡은 앤소니 마키가 돋보이는 것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세버그>는 상술했듯이 인물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역사적 맥락이나 사실에 대한 언급이 그다지 많지 않은 작품이다. 이때 MCU에서 팔콘, 그리고 2대 캡틴 아메리카 역을 맡아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왔던 안소니 마키의 이미지는 본래 영화가 해야 할 설명을 대신하는 듯 보인다. 배우의 이미지를 그대로 살린 덕분에 많지 않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하킴 자말은 흑인 인권 운동가로서 첫 등장부터 강한 임팩트를 남기고, 진의 행동과 대사에 개연성을 추가적으로 불어넣는 데 성공하기 때문이다.
사실 <세버그>와 유사한 시간대의 실화 사건을 다루는 작품은 최근 몇 년 사이 자주 접할 수 있었다. 흑인 인권운동과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로 다소 혼란스러웠던 미국 사회상과 그 안에서 각자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던 이들의 모습은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나 <트라이얼 오브 시카고 7>과 같은 작품에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주인공이어야 할 세버그를 단순한 피해자로 묘사할 뿐인 <세버그>는 위의 작품들과 달리 당시 사회상에 대한 통찰이나 비판, 진 세버그에 대한 재해석 대신 그저 배우들의 열연만 기억에 남는 실망감을 선사하고 만다.
P(Poor 형편없는)
재현에는 성공했으나 재구성에는 실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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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취하지 않는 단 한 사람
영화를 보기 전, 다르덴 감독이 한국 관객에게 남긴 메시지를 먼저 접하게 되었다. “<토리와 로키타>를 보는 한국 관객들이 한국에 도착하는 또 다른 ‘토리’와 ‘로키타’ 같은 이주 아동들의 친구가 되어주길 바랍니다.”라는 문장을 읽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나온 ‘특별 기여자’들과 그 아이들을 떠올렸다.
‘난민’이라는 단어는 그동안 건강한 담론보다는 혐오 표현으로 이어지기 일쑤였지만, 그때만큼은 그래도 여론이 갈린다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우리와 함께 일해 온 ‘특별 기여자’들인데 팽해서는 안 된다는, 한국인의 의리가 불안을 이겨낸 목소리가 있었다. 여론이 이 정도라면 그래도 다행이다, 생각하며 무사 귀환에 안심한 후로는 나도 크게 관심 갖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달 친구들과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독서모임을 하다가 알게 되었다. 당시 특별 기여자 자녀들이 학교에 갈 때, 기존 학생들에게 전달할 선물을 하나씩 들려 보냈다고. 이것이야말로 아이히만의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모르는 무능’과 무엇이 다르냐며 분개했다. 차라리 옛날 반장 엄마들처럼 햄버거나 쫙 돌리는 게 낫지, 기존 학생들이 시혜를 베푼 것이 아닌데 마치 그런 것처럼 저자세로 들어가게 만드나? 아이들은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경계를 넘어설 텐데 어른들이 먼저 선을 만들어 준 것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조차 뒤늦게 들은 내가, 토리와 로키타 같은 이주 아동의 친구라 말할 수 있나. 지긋지긋한 내 안의 아이히만을 인지하며, 다소 무거운 감정을 안고 영화관으로 들어섰다. 토리와 로키타의 행복과 무운을 비는 마음으로.
영화는 불안한 눈빛의 로키타에서 시작한다. 몇 마디 이야기가 오고 갔을 뿐인데, 관객은 금방 로키타의 거짓말을 눈치챌 수 있다. 로키타의 뒤를 따르는 카메라와 함께 가다 보면, 로키타의 상황은 점입가경이다.
토리와 로키타는 각자의 이유로 아프리카 어딘가를 떠나 온 아이들이다. 벨기에에 정착해서 함께 살고자 하지만, 진작에 체류증을 받은 토리와 달리 로키타의 서류 발급은 계속해서 지연된다. 두 사람은 남매임을 증명해서 체류증을 받고자 하지만, 삶은 녹록하지 않다.
두 사람은 식당에서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돈은 모이지 않는다. 잊어버릴 만하면 나타나서 입국 비용을 내놓으라고 하는 브로커들이 있고, 고용주 또한 여러 모로 아이들을 착취하며, 심지어 로키타는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끊임없이 돈을 보내야 한다.
아이들은 피자도 배달하고, 식당에서 노래도 한다. 프랑스어로 노래하고 이어 이탈리아어로 노래한다. 이국의 언어로, 서사를 부여하면서 불러야 하면 노래도 노동이 된다. 이들의 일은 점차 위험해진다. 위험한 밤의 거리에서, 마약 배달까지 하고 있다. 아직 어려도 야무진 토리는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야무지게 챙겨 받을 줄 안다.
노동이 되어야 하는 노래와 대조적으로, 두 사람의 지친 밤을 위로하는 노래가 있다. 토리가 따라 부르는 로키타의 자장가. 실제 카메룬 언어로 된 자장가라는데, 내 귀에는 어쩐지 자꾸 익숙한 찬송가처럼 들렸다. “사랑의 주 사랑의 주 내 맘 속에 찾아오사 내 모든 죄 사하시고 내 상한 맘 고치소서”라는 한 구절처럼. 아무리 뒤져봐도 찬송가라는 말은 없던데. 그러나 진짜 찬송가였다고 해도 그 노래는 로키타를 구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브로커들이 로키타에게 만남을 요구하는 장소는 언제나 교회다.
아직 어린 어깨에 책임이 너무 많다. 스스로를 보호하기에도 어린데, 자기 세상을 지켜야 한다. 그 세상에서 유일하게 서로 힘이 되어주는 존재가 로키타에게는 토리, 토리에게는 로키타이다. 두 사람이 어떤 서사를 통해 여기까지 왔는지, 어떻게 이런 유대 관계를 쌓게 되었는지 영화에서 밝히지 않는다. 다만 유독 힘든 날 보고 싶은 사람도 서로이고, 학교에서 ‘아는 사람’ 그리기를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도 서로일 뿐이다. 겁먹고 숨을 헐떡일 때 약과 물을 건네주는 한 사람, 대신 문을 두드려 따져 물어주는 사람, 착취의 세상 속에서 착취하지 않는 단 한 사람이다.
아이들의 깊은 우정에는 이유가 있다. 아이들은 피부로 감각하여 정확히 알고 있다. “우리는 환영 못 받잖아.” 로키타가 시시각각 처하는 상황은 분명 비극이지만, 세상이 로키타를 그전까지 대해온 방식과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끌고 가고, 무슨 일이 생겨도 탈출구가 없는 건물에 들어가야 하고, ‘원한다 je veux’는 말을 할 수 없다는 것. 사람이라면 응당 가지는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되는 것. 로키타는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아는데도, 흥청망청 사는 어른보다도 훨씬 똑똑하게 삶을 마주하고 있음에도.
영화의 많은 장면에서 카메라는 아이들의 노동하는 등을 따라간다. <로제타> 때부터 일하는 누군가의 등을 다정하게 따르던 그 카메라가 있다는 사실 자체로 조금은 안심이 된다. 그러나 알고 있다. 다르덴 형제가 만드는 영화의 감각에 안심할 수 없는 현실을 우리는 살고 있다는 걸. 영화 속에도 친절한 개인은 있었다. 기꺼이 제 자리에서 자기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는, 잘 곳 없을 때 오라고 주소를 주는 쉼터 선생님도. 그러나 개인의 친절로 해결할 수 없는, 거대한 실마리를 풀어야 하는 문제를 우리는 알고 있다.
다르덴 형제는 말했다. 영화를 보고 돌아가는 길, 토리와 로키타의 이야기에서 조금은 마음에 남은 것이 있길 바란다고, 그래서 주변과 이야기를 나눠 주길 바란다고.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 왜 다르덴 형제가 토리와 로키타의 친구가 되어 달라 말했는지 알 것 같다. 아이들이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는 세상만큼은 아니었으면, 사라지지 않도록 아이들이 그 자리에만 있을 수 있도록 아주 작은 변화라도 이루어 갔으면.
그런 마음으로 잠을 자고 아침을 맞으니, 세상은 어린이날이 되어 있었다. 우리는 아이들을 얼마나 환대하고 있을까. <토리와 로키타>가 던진 질문을 계속 입 안에서 굴려 본다. 담담하여 다정하며, 더 깊은 담론을 끌어내는 이 영화는, 아마 남은 오월 내내 '오월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이라는 해맑은 노래와 함께 잔상처럼 남아 있을 것 같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초청받아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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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난 네가 달처럼 날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제주에 살아서 불편한 게 뭐예요?라고 물으면 '의외로 몇 가지 없어요'라고 답하고 싶다. 사실이다. 의외로 없다. 서울 드문드문 가보고 다른 지역은 경험이 아예 없는 수준이지만 불편한 게 없다. 글쓴이는 제주에 살다가 서울에 가면 편의점에서 파는 물건들이 다양할 거라고 믿었다. 가령 '탐스' 초록색 맛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갔던 세운상가 근방의 GS에는 그 '탐스'가 없었다. 또 제주의 어느 동네 물가가 엄청 비싼 편이라고 들었다. 실제로 내가 일하고 있는 곳 근처 대학가 물가는 비싸다. 그런데 을지로 인근에서 평양냉면을 먹으려면 무려 12000원을 내야 한다는 점이 나의 입을 뜨악하게 만들었다. 제주 토박이 정식인데 반찬 많은 거 먹으려면 9천 원이면 되거든. 이렇기 때문에 누가 제주에 놀러 오면 저렴한 가격에 맛집 투어가 가능하다.
그 대신 분명하게 따라오는 단점이 있다. 바로 시사회를 못 간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도 용산 아이파크몰 가보고 싶다. 돌비 사운드 한 번 느껴보고 싶다. 나도 홍상수 영화 극장에서 보고 싶다. 웨스 앤더슨 영화들 극장에서 보고 싶다. 이런 영화들 틀어주던 영화관은 도에서 사업한답시고 폐쇄됐다. 그래서 자의와는 상관없는 문화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가끔 나를 먼저 떠나는 사람들이 야속하게 느껴진다. 원래 살던 곳이 제주가 아니기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친구들이 있다. 몇몇은 제주가 좁아서 더 큰 공기 마시려고 비행기를 타기도 한다. 이상한 암흑기에 추스를 기간이 필요했던 나. 20대 내내 손가락 빨며 그 사람들을 떠나보내야만 했다. 이럴 때는 살던 곳이 서울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크게 상관없나? 분명한 건 나이가 들어갈수록 먼저 떠나가는 이들의 마음이 어쩔 수 없었다는 게 느껴진다. 그래. 그 사람도 그럴 만한 입장이 있었겠지. 있으면 몰랐던 것들이 없었을 때 알게 되기 때문에 다치던 안 다치던 내 옆사람에게 줄 수 있는 만큼의 모든 걸 줘야만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밤이다. 2020년, 코로나19가 세계를 덮치지 않은 멀티버스의 제주에 두 여자가 상실과 그리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두 사람은 낮과 달처럼 공존할 수 없는 사람 같다. 으르렁대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낮과 달>이다.
떠나간 너의 뒷자리
먼저 언질이라도 해줬으면 좋았을 걸. 그렇게 남편은 일찍 떠났다. 혼자 남겨졌다. 민희는 집 안에서 소리 없이 울었다. 남편이 남긴 흔적 하나하나를 되짚어본다. 일기장. 수첩. 페이스북… 항상 투정만 부렸던 자기의 모습이 강박이 되어 돌아왔다. 민희는 스스로의 내면을 더 깎아 들어간다. 점점 그리움이 커지는 이 느낌에 무의식적으로 페이스북을 키는 민희. 남편의 피드를 봤다. 남편 경치는 아무렇지도 않게 ‘ 이 집에 다시 돌아갈 것’이라는 글을 올렸었다. 홀린 듯 화면에 시선이 간다. 민희는 이사를 결심한다. 경치의 고향이었던 제주로.
그렇게 무작정 제주에 도착했다. 잠깐 쉰다는 생각으로 들어온 제주. 어려운 것들은 뒤로 하기로 한다. 원래 라이프가드 일을 하던 민희. 쉬는 동안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었다. 같은 제주가 고향이었던 남편의 친구와 잠깐 대화를 나눴다. 타지에 왔다. 이제 혼자 사는 삶에 적응해야 하겠지. 부분 부분 떠오르는 옛 기억들을 뒤로하고 있었다. 어느 날, 누군가를 만나는 민희. 남편이 페이스북에 썼던 집 근처를 지나가고 있는데, 그곳에 어떤 여자가 수강생들에게 요가를 가르쳐 주고 있었다. 잠깐 구경하다 걸음을 옮기려는데 그 강사가 민희에게 말을 걸었다. ‘언니! 어디 가? 그 잠깐 수강료 내고 가야지!’ 싹싹한 미소로 요가 강사 목하는 민희를 맞이한다. 몇 마디 나누는 둘. 그렇게 대화가 통했다. 민희의 홀로서기 첫 시작이 좋다. 목하의 집으로 향하는 두 사람. 계속해서 대화를 나눴다. 서로의 이야기를 펼치는 둘. 그런데 그 이야기를 하다가 서로 알지 말아야 할 것들을 눈치채 버렸다. 민희 옛 남편의 첫사랑이 목하였던 것이다. 좁디좁은 제주에서 원수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을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기싸움을. 펼치는 둘. 민희의 제주 살이가 무탈히 지나갈 수 있을까?
제주 살이 26년 차
글쓴이는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제주에서 산다는 것은 좋은 것도 있고 안 좋은 것도 있다. 일단 좋은 것은 공기 맑고 예쁜 곳이 많다는 것이다. 요즘 제주를 오는 사람들이 어떤 곳을 원해서 비행기를 타는지 잘 모른다. 그런데 제주에 살면 그런 거 신경 안 써도 된다. 이 글을 읽는, 제주살이를 꿈꾸는 분들에게 '수월봉 알아요?'라고 물으면 아마 10분 중 1명만 안다고 대답할 것이다. 비슷한 질문으로 '평대리 알아요?' 물으면 거의 대답 못하실 것이다. 이렇게 세간의 여론을 뒤로하는 나만의 핫플을 알 수 있다는 점은 엄청난 강점이다. 바다 보고 싶어도 못 보는 경우가 충분히 있을 테니까. 안 좋은 점도 사실 많다. 바로 상영관들이 너무 작다는 것이다. 그래서 홍상수 감독 영화 vod로만 보게 된다. 또 시사회 하면 거의 못 간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지리가 너무 좁다. 내가 어디에서 누군가를 만난다. 그럼 그 사람은 적지 않은 확률로 누군가의 지인이다. 이는 작은 마을에서도 적용되는 말이다. 그 마을에 주기적으로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은 이웃사촌일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이다.
영화는 이런 제주의 특성을 잘 활용한다. 제주도민인 글쓴이가 흥미롭게 느꼈던 부분이다. 처음에 주인공 민희가 착잡한 마음에 바다로 빠진다. 옷이 다 젖게 된다. 그때 만나는 젊은 남자가 있다. 바로 태경이라는 사람이다. 이 태경은 남편의 첫사랑으로 설정되어 있다. '우연히 만난 사람이 내 옛사랑의 첫사랑 아들'이 작위적인 설정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제주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특히 태경과 목하처럼 그 마을에서 오래오래 살았던 사람이라면 더더욱이 그러기 쉽다. 이런 제주라는 공간 세팅은 다른 요소로도 이어진다. 영화에서 굉장히 인상 깊게 제시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문어회, 동굴, 감귤나무라는 점이다. 문어회 먹는 장면 아직도 기억난다. 진짜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동굴과 감귤나무라는 소재는 영화에서 중요한 연출 지점으로 사용된다. 이 크고 작은 동굴은 제주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오름 쪽을 자주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동굴이 많이 있다.
그리고 제주를 활용한 방식 중 가장 화룡점정은 목하의 캐릭터 설정이다. 요즘, 그러니까 근 몇 년간 제주를 살다 보면 목하 또래의 여성분이 몇몇 보인다. 이 분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코디법이 그대로 나온다. 헤어스타일 하나, 액세서리 하나 다 찐 제주도민의 바이브가 느껴진다. 갈옷을 찾을 생각을 어떻게 했대? 감독이 제주도 분이 아니라면 찾을 수 없는 디테일이었다. 또 주인공 목하가 요가를 가르치고 있는 것도 디테일함이 돋보인 수였다. 실제로 이주민분들을 대상으로 요가 가르치는 분들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 말투랑 억양이 그 강사님 톤인 게 신기했다. 이 뿐만 아니라 목하가 운영하고 있는 카페를 봐도 그렇다. 기억나는 것이 화분을 홍대 인근에서 볼 수 있는 깔끔한 감성이 아닌 아날로그틱한 것을 고른 것이었다. 뭔가 캘리그라피로 쓴 것 같은 간판은 실제로 제주도민 분들이 카페를 차릴 때 자주 쓰는 방식이다. 또 카페 안에 천으로 된 설치물(?)이 있다. 이 천으로 된 카페에서 요소들이 내가 자주 가던 카페에서 찾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카페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뭐 영화에서 옥에 티라고 부를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태경이 어디에서 공연할 때 공연장이 '낮과 밤'이다. 이 '낮과 밤'은 제주시청에 있다. 그리고 이 '낮과 밤'에 나와서 자전거를 타는 신이 있다. 이때 자전거로 왔다 갔다 하는 길은 제주시 노형쯤에 있는 어느 곳이다. 뭐 영화라는 것이 다른 세계를 만드는 일이라 결함이라고 뽑기는 어렵겠지만 제주도민이 이 영화를 보기에 이런 점이 눈에 들어왔다.
과하기도 해
그렇게 제주라는 지역 특성을 잘 활용한 영화긴 하지만 과하기도 하다. 일단 영화의 설정이다. 솔직히 과하지 않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주인공의 옛 남편 경치가 인간적으로 너무 나쁜 사람이다. 얼마나 나쁜 사람인가?라는 부분이 인물 간의 갈등과도 이어지고, 영화의 핵심 키워드 열등감과도 밀접하게 관계가 있다. 그러나 인물 간의 열등감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 설정을 넣었다면 사실 좀 아쉽다. 인물 간의 리액션이 들어간 부분을 조금만 들어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부분이다. 그냥 단지 경치가 나쁘다!라는 것만 보여주는 것 빼고는 장면의 활용도가 떨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또 이웃집이라는 설정에 과하게 기대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목하라는 인물이 후반부에서 민하에게 어떤 행동을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입장을 바꿔도 말이 된다. 목하의 아들 태경은 꿈이 있다. 그 꿈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 꿈을 목하는 반대 한다. 이 목하가 반대하고 반작용으로 태경이 어떤 일을 한다. 이웃집에서 일어나는 일이라지만 단순히 열등감이라는 키워드를 보여주기 위해서 기능적으로 쓰인 지점이 되는 것이다. 또 유다인 배우가 맡았던 주인공 민희의 행보가 사실 좀 아쉽다. 유다인 배우가 사랑스럽고 귀엽게 이 캐릭터를 묘사해서 그렇지 행보 자체만을 보면 의문이 드는 것이 많다. 누군가에게 극언을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 이상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극의 이야기 전개 하나 때문에 희생한 부분이 조금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떤 장면에서는 '이 장면에 이 부분을 암시했어요!'라고 대놓고 말하는 일단 주인공 둘의 이름이 목하, 민희인 것과 영화 제목이 <낮과 달>인 것이 그랬다. 전자는 이름의 이니셜이 같은 MH라는 것 때문에 만들었을 것이다. 또 제목이 <낮과 달>은 영화의 핵심 시퀀스와 이어지기도 하지만 결국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 공존하기 불가능하지 않은 두 사람의 처지에 대한 은유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까진 괜찮아. 극후반부 가장 마지막 시퀀스에서 두 인물이 어디에서 있다 나온다. 또 갈등이 가장 고점을 찍는 순간에 두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한다. 또 목하의 어떤 대사가 수미상관처럼 반복된다. 이 후반부에 들어가는 대사가 흐름을 살짝 깨는 부분이 있다. 이렇게 영화 연출이 암시하는 선에서,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에 보는 재미가 그렇게까지 높은 편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장면은 사실 없어도 그만이다. 제주의 트레이드 마크로 소개됐던 지역 특산물이 있다. 이 특산물을 활용한 비유로 이미 내포했던 주제가 비유를 통해서 다시 제시되니까 살짝 진부하게 느껴지는 지점인 것이다.
재미있는 독립영화
근데 모든 영화를 도식화시켜서 볼 필욘 없다. 위에서 언급한 부분은 글쓴이가 감상을 글로 쓰기 위해 굳이 여러 번 생각해서 뽑은 것들이다. 영화의 가장 근본적인 것으로 돌아가면, 이 작품은 재미있는 독립영화라고 생각한다. 초반부 유다인 배우가 영화를 시작한다. 여기서 유다인 배우가 보여줬던 표정연기가 굉장히 탁월하다. 이해할 수 없는 일로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는 연기를 그럴듯하게 품어내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된 채로 시작한다. 이 감정이입은 러닝타임 후반부까지 계속해서 이어진다. 영화가 보여준 연출이 이 감정의 흐름을 깨지 않기 때문에 러닝타임 끝까지 흐뭇하게 볼 수 있다. 이 감정선의 흐름에는 감독이 이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와 관련이 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생각해보면 이런 막장 치정극이 없다. 그러나 인물들이 생기 있게 살아 숨 쉰다. 귀엽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여기서 코미디 요소도 있고 뭉클해지는 부분도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독립영화를 볼 때 어떤 걸 기대하고 볼 수 있을까? <리멤버>처럼 한국 현대사를 가로지르는 비극에 대해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외계+인> 1부처럼 휘황찬란한 시각적 쾌감을 느끼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는 독립영화를 볼 때 이런 영화들이 가지는 소소한 유머가 좋다. 예술가들 특유의 사랑스러운 기운도 좋다. 이 영화는 감독이 갖고 있는 인간사에 대한 관점, 또 관객들이 이런 걸 느꼈으면 좋겠다!라는 진정성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에너지가 엇나가지 않기 때문에 러닝타임까지 무리 없이 볼 수 있다.
또 영화의 핵심 소재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핵심 소재는 그리움과 회한일 것이다. 두 인물은 한 사람 경치에게 그리움을 품고 있다. 이 두 사람이 갖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미련이다. 그때 그럴 줄 알았으면 잘할 걸. 인물은 미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 각자에게 열등감을 가진다. 다른 말로 하면, 이 사람들은 과거에 매달려서 살고 있다. 후회라고 하는 것은 과거에서 기인한다. 후회는 사람을 같은 지점에서 붙박혀서 머무르게 만든다. 그러나 인생에 되감기란 없다. 결국 하는 것은 나 자신과의 약속이다. 다음엔 그러지 말았어야지를 되뇌는 것이다. 영화는 이 부분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모든 것의 인과관계를 알고 싶어 했던 두 사람. 영화는 러닝타임 후반부에 가서야 이 행동에 대해 말하고 있다. 공간을 제주로 세팅한 이유도, 아침드라마 같은 설정도 다 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가끔은 낮에 떠 있는 날처럼 새로운 각도에서 무언가를 바라 볼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잘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세상의 전부가 아닌 거 다들 다 알잖아? 다들 다 똑같이 산다고 믿고 있다. 무언가를 떠나보내게 만든 그것들이 미울 것이다. 상처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무얼 해도 남겨졌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게 들려온다. 그런데 사람마다 빈 공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글쓴이도 독자분들도 다들 알고 있다. 떠난 이의 흔적 안에 살다가는 결국 아무도 만날 수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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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명의 배우가 전하는 가지각색의 이야기
나는 위로를 잘하는 사람이고 싶었다. 이유는 그냥 멋있어서. 난 사람들을 울릴 줄 아는 사람들이 너무너무 멋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무언가 말을 해도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앞뒤 다른 사람들이랑 친해지는 건 그 누가 와도 싫겠지? 나는 그런 것들이 엄청 싫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하곤 했다. 사람을 사귀는 것도, 어떤 말을 하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다 내가 재밌지 않으면 하지 않았다. 영화 리뷰를 써서 올리는 것도 대중적인 픽들을 골라 쓰는 것, 그러니까 홍상수의 작품보다는 <라라 랜드>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같은 걸 써서 올려야 사람들이 더 많이 본다고 믿고 있다. 아니면 최근에 개봉했던 작품을 쓰는 거지. 모두의 시간은 소중하기 때문에 나름 객관적인 시선으로 글을 쓰면 사람들이 극장 가기 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 나름대로 뿌듯하겠지? 근데 나는 이게 어느 정도는 일반 대중들에게 먹힌다는 걸 앎에도 불구하고 말을 듣지 않는다. 여러모로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쓴 세상들을 읽게 만들려면 사람들이 어떤 걸 궁금해야 할지를 알면서도 내가 진정성을 담아 쓸 수 있는 글만 키보드에 적는 것이다.
그런 태도에서 오는 강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 번째. 글 쓰기가 쉽다는 것이다. 없는 내용을 만들어서 쓰기보다는 있는 생각들을 와다다 쓰는 게 쓸 때 편하다. 두 번째. 몰입이 잘 된다는 것이다. 4초당 1번꼴로 휴대전화를 보는 나는 집중이 잘 돼야 다음 문장을 쓸 수 있다. 그리고, 세 번째는 내 가치관이 담겨 누가 읽든 글의 힘이 느껴지게 하는 것 같다. <완다 비전>을 보고 느낀 후반부의 처연함이나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를 느낀 인연의 감사함도 다 내가 직접 보고 경험해서 쓴 글이다. 이는 비단 나에게만 적용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어떤 씨네 아티스트들은 자기의 이야기를 결합해서 생생한 이야기를 만들곤 하는데, 그런 식으로 극을 만들면 확실히 하고자 하는 말을 진정성 있게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이 교훈을 며칠 전에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지난 8일 왓챠에 박정민-손석구-최희서-이제훈 네 명의 배우가 각본과 연출을 맡은 단편영화가 공개됐다. 아무 생각 없이 본 단편영화 4작품이지만 난 이번 해에 봤던 한국영화 중 가장 큰 감동을 받았기에 여러분에게 소개해보고자 한다. 각 배우들이 가진 진정성이 너무나 잘 느껴져 좋았다.
1) 반장선거(박정민)
반장선거는 아이들이 나오는 영화다. 한 초등학교 반에서 반정 선거를 하는데, 세 명의 후보가 나와서 각자의 선거운동을 펼친다. 사실 돌아보면 '초등학교 반장이 별건가' '고등학교 학생회장이 별건가' '대학교 ~장이 별건가'라고 생각하기 쉽다. -나 역시 그랬기 때문에- 물론 그 시간으로 돌아가면 나름대로 치열하게 했을 것이다. 이를 보여주듯 트와이스 섭외부터 시작해 가지각색으로 공약을 펼치는 아이들. 마치 2022 대선을 앞두고 있는 양 당의 후보를 보는 듯하다. 보통 이렇게 반장선거에 나갔던 아이들은 학생들의 주류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흔히 말하는 '아싸'에 속하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그렇게 인기가 많지 않은 주인공. 사랑받고 싶고 어울리고 싶어 하는 마음에 반장선거를 나서는데, 여기서 오는 코미디와 서스펜스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나도 저랬지'하는 공감을 일으킨다. 아마 <벌새>를 재미있게 봤다면 이 작품 역시 좋다고 느낄 것 같다. <벌새>의 은희는 인간관계로 인해 고통받는 인물인데, 이때 여기서 얻었던 따뜻한 포옹을 기억한다면 이 작품이 선사하는 뒤틀린 코미디가 인상 깊을 것이다. 아이들을 동정이나 이해의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같은 인격체로 바라보는 박정민 감독의 시선이 돋보인다.
2) 재방송(손석구)
재방송은 무명배우에 관한 영화다. 아마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봤던 분들이라면 유이(박정민 역) 옆에서 '너 이 나라 감옥에서 인기 많겠다'라고 말하던 역할을 기억할 텐데, 이때 통역사를 맡았던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 임성재 배우는 이모와 함께 사는 그냥 평범한 남자다. 피지컬은 좋아서 배우로서의 재능은 충만한 것 같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무명 배우들이 그렇듯 그는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설정과 함께 이모와 함께 병원을 들렸다 결혼식장에 가는 이야기가 영화의 전부다. 두 주인공 이모와 수인은 거대한 결핍이 있다. 이에 대해 수인은 아무래도 예측하기 쉽지만 이모는 말하는 순간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더 이상 적으면 안 될 것 같다. 이모가 겪고 있는 심리적 부침이 영화의 주요 메시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위로가 필요할 때가 온다. 내 옆에 소중한 사람이 울고 있을 때 같이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따뜻한 손 한 번을 건넨다던가 할 때가 그 예시가 될 것이다. 이 마음의 이면에 깔려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 진정성일 것이다. 겉으로는 툴툴대도 용기 내 손 한번 건네보는는 것이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는데, 손석구 감독은 이런 우리에게 '어떤 마음으로 손을 건네어야 하는가'와 함께 그가 제시한 방식으로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후의 <블루 해피니스>의 이제훈 감독처럼 수인 캐릭터가 손석구 배우의 무명배우를 연상케 하는데, 이때 겪었던 '묵묵한 위로'가 얼마나 중요한지 감독은 아는 것 같다.
3. 반디(최희서)
'없다'라는 단어는 참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든다. 늘 하던 것이 없고. 돈이 없고. 헬스장 이용권이 만료되고. 익숙하던 것이 날 떠나고 나서야 드는 슬픔은 사람을 괴롭게 만든다. 이 영화는 이 상실과 부재에 관한 영화인데, 우리가 떠나보낸 것들에게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난 아직도 사라지는 게 두렵다. 내가 사랑하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서, 또 나이가 들어서 날 떠나간다면 앞이 캄캄하다. 요즘은 이런 두려움을 말해 타인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드러내긴 했지만 그게 그렇다고 해서 불안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필연적으로 우리를 따라오는 어두움에 대해 최희서 감독은 어떤 태도로 이것들을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중반부 주인공의 어머니가 주인공에게 하는 대사나 딸이 엄마에게 하는 말은 우리로 하여금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는 것이다. 상실에 대한 최희서 감독의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나는 4편의 단편영화 중 가장 좋았다. 나는 아직 보내기 싫은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어서 그랬던 것 같다. 아마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우리, 이별하지 말자. 사랑했다면 그 나름대로 영원히 그들을 기다리며 살자. 그게 우리의 전부가 될지도 모르니까.
4. 블루 해피니스(이제훈)
난 지금 25살이다.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이 주위에 많은 요즘, 주위에 주식이나 비트코인 하는 사람들 진~짜 많다. 부동산 정책이 어쩌니 코로나가 어쩌니 원인은 여러 가지가 제시된다고 듣는 것 같다. 근데 사실 이런 걸 떠나서 돈 벌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다 똑같을 것이다. 그거 했다고 이상한 사람도 아니고 뭐 멘탈이 약한 사람도 아닐 것이다. 이렇게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취업준비생인 주인공을 내세워 어떻게 주식에 빠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훈 감독의 속내를 다 알 수는 없지만 퍽퍽한 현실에 놓인 우리들을 보여주기 위해 이런 시나리오를 쓴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바쁜 세상 속에서 돈 문제로 속 썩는 우리는 이런 실패들에 자연스레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 이런 현실을 사는 각자에게 '그럴 수도 있지'라며 격려를 보낸다. 지금의 스타 이제훈이 아닌 무명 배우 때 겪었던 고민과 딜레마를 현재에 잘 녹아든 작품이다. 자기의 이야기를 훌륭하게 내면화했기 때문에 상황이 더 구체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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