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4-01 11:44:14
3월 다섯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파묘> 1위 재탈환
개봉직후 1위에 올랐던 <댓글부대>를 꺾고 <파묘>가 1위를 재탈환했습니다.
1100만을 앞두고 있는 파묘의 흥행질주는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국내박스오피스]
영화 <파묘>가 신작 공세에도 주말 극장가에서 1위를 지켰습니다. <댓글부대>는 개봉 당일 <파묘>를 제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으나, 하루 만에 1위를 내주게 되었습니다. 1100만을 앞두고 있는 <파묘>의 관객몰이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한편 <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가 23만여 명의 관객을 끌어모아 3위에 올랐습니다.
[북미박스오피스]
<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가 개봉 3일 만에 8000만 달러의 스코어를 달성하며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영화는 상상초월의 거대한 위협에 맞서 힘을 합친 고질라와 콩이 몬스터버스사상 최강의 팀업을 펼치는 액션 블록버스터로 국내에서도 외화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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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카엘 하네케 - 피아니스트
미카엘 하네케 - 피아니스트
개인의 뒤틀린 내면과 욕망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욕망과 권력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영화. 에리카는 경쟁률이 높은 음악대학의 교수로, 그의 실력과 명망은 자타가 인정한다. 겉으로 보이는 에리카는 음대 교수로 번듯하지만, 그의 내면은 황폐하고 메말랐으며, 뒤틀려 있다.
에리카는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두 사람은 서로 할퀴고, 헐뜯으며, 비난하면서도 한 침대에서 잠을 잔다. 이 대목은 매우 상징적인데, 에리카와 그의 엄마는 애증으로 엮인 관계다. 이성적으로 보자면, 에리카는 독립해서 혼자 사는 것이 마땅하다. 그럴 이유도, 경제적 여유도 충분하다. 그럼에도 엄마와 함께 사는 것은, 엄마에 대한 애정이 많아서가 아니라, 엄마와 쉽게 분리되지 못하는 정신적 미성숙 상태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엄마와 한 침대에서 잠을 자는 것 역시, 에리카가 엄마와의 관계에서 분리불안을 겪고 있는 증거이며, 다른 의미로 엄마가 자신을 지켜주는 '남성'의 역할을 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에리카는 마음에 들지 않는 제자의 옷에 유리병을 깨서 집어 넣어 그 제자가 심각한 부상을 입게 만들고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싸이코패스다. 그런 그에게 친구가 있을 수 없다. 그에게 유일한 친구는 엄마이며, 그의 취미는 포르노 가게에서 혼자 포르노를 보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에리카의 현재 모습만 보이기 때문에, 그녀가 왜 그렇게 비틀린 욕망을 갖게 되었는가 알 수는 없다. 현재 엄마와의 관계를 미루어보면, 에리카의 엄마 역시 '정상'의 삶을 살아온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부터는 내 상상이다.
에리카의 엄마가 젊었을 때, 에리카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에리카의 아버지는 다른 여자를 만나 집을 나간다. 에리카의 엄마는 자존심이 강해서 남편을 찾지 않았고, 에리카를 혼자 키운다. 하지만 남편이 자기를 버렸다는 생각에 자존감은 무너지고, 생활을 위해 굴욕적 상황을 감수하면서 근근이 살아왔다. 그 사이 에리카에게 피아니스트의 재능이 보이자, 엄마는 에리카를 피아니스트로 키우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에리카의 엄마는 자신의 낮은 자존감에 대한 보상심리, 남편에 대한 복수심 등이 뒤섞인 감정으로 에리카를 닥달하고, 에리카는 그런 엄마의 기대에 따르기 위해 노력한다. 어린 에리카에게 엄마는 유일한 세계였기 때문이다.
에리카는 변변한 연애조차 해 본 적 없는, 그래서 남자와의 관계가 무엇인지, 사랑의 감정이 어떤 건지 알 수 없는 여성이다. 그가 보는 것은 포르노 속의 남성이고, 관념 속의 남성이다. 그런 그녀에게 한 청년, 클레메가 나타난다. 공대에서 공부하는 학생이지만, 피아노에 천부적 재능을 가진 청년, 집안도 훌륭하고, 큰 키에 잘 생긴 외모까지,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청년이었다.
그 청년 클레메가 에리카의 연주를 듣고 그녀의 수업을 수강 신청한다. 에리카는 반대하지만, 다른 교수들의 찬성으로 클레메는 에리카의 수업에 참가해 피아노 교육을 받고, 에리카에게 애정의 감정을 드러낸다. 처음에는 젊고 잘 생긴 클레메의 구애를 거부하던 에리카도 어느 순간 클레메를 받아들인다.
나이는 많아도 연애 경험이 없는 여성과 젊고 잘 생긴 청년의 연애는 처음부터 뒤틀리기 시작한다. 에리카는 클레메에게 편지를 쓰는데, 그 편지는 온통 변태성욕자의 욕망을 충족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클레메는 화장실에서 처음 만나 섹스를 할 때부터, 뭔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하지만, 에리카는 피아노를 가르치는 교수로서 권력을 가졌고, 그녀의 재능에 대해 존경과 애정을 동시에 갖고 있던 클레메는 에리카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에리카의 욕망에 순순히 따르는 듯 하던 클레메였지만, 정도가 지나친 변태성욕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클레메는 에리카의 요구를 거절한다. 뿐만 아니라,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에리카의 태도를 확인한 클레메는 에리카를 비웃고, 천박한 여자라고 비난한다. 클레메 역시 에리카가 드러내는 변태성욕에 호기심을 갖지만, 자신의 존재, 사회적 위치, 집안의 명예 등을 생각해 일정 수준에서 에리카와 깊은 관계를 맺지 않고 청산한다. 에리카는 클레메에게 집착하고, 자신의 연주회가 있던 날, 관객으로 들어오는 클레메가 아는 척도 하지 않자, 칼로 가슴을 찌르고 공연장 밖으로 나간다.
욕망을 제어할 수 없게 되어, 욕망이 자아를 잡아먹기 시작하면, 개인의 자아와 본능은 분열하기 시작한다. 에리카의 내면은 제어할 수 없는 욕망으로 가득 찼고, 그것은 현실의 삶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음대 교수로서의 정체성보다 변태적 섹스에 집착하는 중년의 여성, 생리가 끝났지만, 면도칼로 자신의 음부를 베어 피를 흘리며 '유사 생리'를 해야만 하는 비참한 집착, 포르노 가게에서 혼자 포르노를 보며 성욕을 해소해야 하는 고독한 상황 속에서 에리카는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채 존재한다.
에리카가 여성이라는 점이 성적 욕망의 억압과 뒤틀린 발현에서 특별한 이유가 될까. 여성이 겪는 사회적 억압과 성적 억압의 압력이 남성과 비교해서 훨씬 크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 영화에서 에리카는 이미 '엄마'의 존재로 인해 어려서부터 미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한다. 엄마의 욕망을 투사하고, 엄마의 욕망을 대리 구현하는 존재로서 딸은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삶을 대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점에서, 에리카가 칼로 자해하고 공연장 밖으로 사라지는 것은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독립적 존재로 나가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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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난스럽고 유치해도 유쾌하니까
영화관을 나선 제 머릿속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습니다. "와, 이거 리뷰 어떻게 쓰지?"
훌륭한 영화보다 아쉬운 영화가 리뷰 쓰기는 더 쉽습니다. 아쉬웠던 부분을 조목조목 짚어내기만 하면 되거든요. 오히려 마음에 쏙 드는 영화를 보고 나면 리뷰 쓸 생각에 골치가 아파집니다. 제 리뷰가 영화의 수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영화의 완성도만큼 훌륭한 리뷰를 쓰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요. 영화의 가치를 설명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제 표현력의 한계를 깨닫고 좌절하는 시간도 겪어야 합니다.
이 영화를 함께 관람한 제 지인은 인생을 살면서 처음으로 영화관을 뛰쳐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제게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였죠. 올해 들어 본 영화 중에 가장 유난스럽고 유치했거든요. 그러면 이 영화, 리뷰 쓰기 쉬운 거 아니냐고요? 그러니까요. 그런데 자꾸만 입안에서 '그래도'가 맴도는 것이 아니겠어요? "유난스럽고 유치한데… 그래도… 그래도… 유쾌하잖아!" 솔직히 말해 저는 이 영화를 상당히 즐기면서 봤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저항 없이 웃음이 팡팡 터지기도 했고요. 심지어 다시 보고 싶기도 합니다.
영화를 추천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일단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써 놓은 서론을 읽어보니 아무래도 저는 이 영화를 미워할 수 없나 봅니다. 도대체 <지옥의 화원>의 매력이 뭐길래!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12월 14일(수)에 진행된 <지옥의 화원>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지옥의 화원>은 2022년 12월 15일 국내 개봉했습니다.
지옥의 화원
Office Royale
'학교처럼 회사에도 양아치가 존재한다. 압도적 격투 능력을 갖춘 여직원이 지상 최강의 여직원이 된다.' <지옥의 화원>의 세계관입니다. 저는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과감하게 비틀 줄 아는 능력을 존경합니다. 회사에 양아치가 존재한다는 생각,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런 상상력은 아무나 발휘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이런 상상력을 마주하는 경험도 무척 소중하죠. 그러한 점에서 <지옥의 화원>은 시작부터 제 호감을 샀습니다.
남자들의 전유물로 그려져 온 싸움의 세계를 새롭게 재현했다는 점에도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성별의 전복은 <지옥의 화원>의 가장 즐거운 관람 포인트입니다. 싸움의 세계를 그린 영화 속 여성 캐릭터는 언제나 대상에 불과했습니다. 남성들이 싸움을 통해 지켜내야 하는 대상, 쟁취할 수 있는 대상에 국한되었죠. 그러나 <지옥의 화원>에서는 다릅니다. 싸움의 주체가 여성입니다. 성별의 전복 덕분에 여성 캐릭터에 흔히 부여되지 않는 특징들도 더해졌습니다. 승부에 깔끔하게 승복하는 의리, 정상에 오르고 싶은 승리욕 같은 것들이죠.
거침없이 싸우는 여성 캐릭터들의 액션에 어찌나 쾌감이 느껴지던지! 어쩔 수 없는 신체적 능력의 차이로 인해 현실에서도 여성들은 보호받는 입장에 놓일 때가 많습니다. 밤길을 걸을 때면 괜히 두려움에 사로잡혀 잰걸음으로 걷기 일쑤고요. 하지만 <지옥의 화원> 속 세계에서는 그딴 신체적 능력의 차이 같은 게 없습니다. 대등하게 싸울 수 있고, 오히려 더 강한 것처럼 묘사되죠. 남성들보다 더 뛰어난 격투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카타르시스가 느껴졌습니다. 시종일관 미소 지으며 영화를 본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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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는 유난스럽고 유치한 만화적 스토리텔링이 크게 한몫했죠. 평범하게 살고 싶지만 최강의 격투 능력을 갖추고 태어나버린 '힘숨찐(힘을 숨긴 주인공)' 캐릭터와 최강이 되고 싶으나 능력의 한계를 느끼고 좌절하는 캐릭터는 무협 만화의 단골 소재입니다. 주인공의 내레이션을 통해 이건 만화 같은 영화라고 대놓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거기에 장풍을 쏘고 하늘을 나는 등 비현실적인 만화적 허용들까지 우후죽순 펼쳐집니다. 만약 당신이 B급 감성이나 만화적 스토리텔링을 낯설어한다면, 이 영화를 절대 추천해 드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B-무비와 만화적 연출을 거뜬히 즐길 자신이 있다면, 이 영화를 기꺼이 추천하겠습니다. 피식피식 웃으며 즐길 수 있으리라 감히 예단해봅니다. <지옥의 화원>은 내달리는 고속도로 위의 자동차 같은 영화입니다. 얽히고설킨 사연이나 깜짝 놀랄 만한 반전, 미묘한 감정선 따위는 없습니다. 오랜만에 저항 없이 웃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점 때문입니다. 저는 꼭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갖춰야만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가볍게 즐기면서 볼 수 있게 만든 것만으로도 <지옥의 화원>은 충분히 제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이 팍팍할수록 현실성 따위는 개나 줘버린 이런 B-무비가 큰 위로가 되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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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캐릭터, 대사, 연출, 그리고 연기까지, <지옥의 화원>의 모든 요소가 누군가에겐 재미일 테고, 누군가에겐 억지일 겁니다. 저도 영화 리뷰를 쓰기 전까지 저 자신에게 계속 되물었습니다. 드라마 <상속자들>의 유명한 명대사를 읊으면서요. "나, <지옥의 화원> 좋아하냐?"
그런데 영화 리뷰를 다 쓰고 나니 이제야 인정할 수 있겠습니다. "나, <지옥의 화원> 좋아한다!"
Summary
압도적 격투 능력만 있다면 최강의 여직원으로 칭송받는 대양아치의 시대… 왕년의 양아치, 폭주족들이 최강 자리를 놓고 사내 파벌을 형성하며 군웅할거하고 있는 혼란 속에서 지극히 평범한 회사 생활을 보내던 '나오코'는 새로 입사한 '란'과 우연한 계기로 친해지게 된다. 그러나 뛰어난 싸움 실력을 지닌 '란'이 사내 서열을 평정한 후 전국 양아치들의 표적이 되고 '나오코' 역시 주먹 세계의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마는데… (출처: 씨네21)
Cast
감독: 세키 카즈아키
출연: 나가노 메이, 히로세 아리스, 아라이 나나오, 카와에리 리나, 오오시마 미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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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개’ 따뜻한 영화라니!
말 그대로 ‘개’판이다. 행복한 ‘개’판. 다양한 개들이 판을 깔고, 그 안에 서로 일면식 없었던 이들이 만나고, 연을 맺고, 정을 나눈다. <도그데이즈>는 개가 전하는 온기로 각박한 세상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이야기다. 착하디 착한 영화라는 점에서 장단이 확실하지만, 걱정은 금물. 보기만해도 귀엽고, 만지고 싶고, 뭘 먹이고 싶을 정도인 개(또는 강아지)들이 치트키로 등장한다.
더러운 것도 싫고 개도 싫은 건물주 민상(유해진)은 1층 동물병원 세입자인 수의사 진영(김서형)도, 집 주차장에 사는 떠돌이 개 ‘차장님’도 내쫓고 싶다. 리조트 건축 수주를 따야 하는 민상은 동물병원 단골 중 한 명이 세계적 건축가 민서(윤여정)라는 사실을 알고, 진영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런 와중에 반려견 완다와 산책중이었던 민서는 지병이 악화되어 응급실로 향한다. 하루아침에 주인을 잃은 완다는 길도 잃어버린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민서는 단골 배달 라이더 진우(탕준상)와 함께 반려견을 찾아나선다. 주인의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완다는 선용(정성화)과 정아(김윤진) 부부가 입양한 딸 지유(윤채나)가 발견한다. 지유는 아직 서먹한 엄마, 아빠에게 완다를 키우자고 말하고 ‘사랑이’라는 이름을 짓는다. 한편, 선용의 후배 현(이현우)는 아프리카로 떠난 여자 친구 수정의 반려견 스팅을 맡고, 본이 아니게 스팅의 아빠라고 주장하는 수정의 전 남친 다니엘(다니엘 헤니)을 만난다.
<도그데이즈>는 평범하고 소박하다 휴먼 드라마를 지향한다. 누구나 놀라고 호기심을 가질법한 이야기를 가져가는 대신 우리 주변에 늘 있을 것 같은 인물들과 반려견의 다양한 이야기를 퀼트처럼 촘촘히 엮는다. 크게 세 마리의 반려견을 통해 느슨히 연결되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예상 가능하지만 과하지 않은 웃음과 감동, 눈물을 전한다.
민상과 진영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느낄 수 있는 러블리한 웃음을, 민서와 진우, 선용 가족의 이야기는 가족 드라마에서 얻을 수 있는 감동을, 현과 다니엘의 이야기는 멜로 장르에서 볼법한 눈물을 전한다. 특히 각 인물 관계와 개들의 이야기는 특별한 연관성을 가져가며 각각의 관계를 돋보이게 한다.
어린 시절 개의 아픈 추억을 가진 민상을 치유해주는 수의사 진영, 성공한 어른인 민서로 인해 긍정적 영향을 받는 청년 진우, 입양의 중요성과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선용, 정아와 지유, 그리고 껄끄러운 관계라도 아름다운 기억과 슬픈 아픔은 나눠야 한다는 걸 알려주는 현과 다니엘은 마치 주인과 반려견의 관계를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치환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만큼 반려견을 키워본 이들은 아는 그 행복과 따스함, 긍정적인 기운이 영화 전반에 깔려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영화는 안락사, 동물권에 대한 이야기를 넌지시 던진다. 특히 후반부 민상과 진영을 중심으로 ‘사지 말고 입양’이라는 표어를 내건 작은 행사를 열며, 유기견을 향한 사랑의 메시지를 전한다. 다소 직접적이고 교훈적인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건 보호 기간이 지나면 안락사 되는 유기견의 안타까운 현실을 알기 때문이다.
물론, 이 영화가 개를 소재로 한 작품 중 완성도가 높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극 중 인간 군상별 이야기를 통해 개가 인간에게 전하는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려 했던 의도가 앞서 가늘게 이어진 각 인물들의 연관성이 끊어질 듯 말 듯한 느낌이 들고, 다소 분산된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이야기의 중심인 민상과 진영의 이야기를 확장하고,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부분적으로 붙였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가진 따스함과 의의는 저버릴 수 없다. 여기에 극 중 등장하는 개들과 사람들의 모습에서 과거 혹은 현재 키우던 반려견,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마법 같은 순간을 마주한다. 잘 훈련된 개들의 놀라운 연기와 보고만 있어도 사랑스럽고 기분 좋은 느낌은 나이, 성별을 떠나 모두 무난히 즐길 수 있는 가족영화의 장점으로 치환된다. 제작엔 어려움이 따르지만, 이런 ‘개’판 영화는 계속 만들어지길 바란다. 우리도 개도 행복해질 수 있도록!
사진 제공: CJ ENM
평점: 2.5 / 5.0
한줄평: 응집력 약한 이야기, 그럼에도 ‘개’ 따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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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그라들 줄 알면서도 영원함을 바라게 되는
좋아하는 가수로 주저 없이 스다 마사키를 말하던 때가 있었다. 장발, 넥타이, 통기타를 들고 목소리를 긁어가며 부르는 ‘사요나라 엘러지’ 영상을 족히 50번은 본 듯하다. 그의 노래를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오히려 그에 대해서 알기 싫었던 마음이 있었다. 노래에 대한 감상이 그 가수의 사생활이나 성격으로 인해 영향을 받아 변질되는 것이 싫었다. 그가 배우로 더 유명하다는 사실은 곧 죽어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마치 오늘의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의 주인공 키누(아리무라 카스미)처럼 말이다.
“아무 말도 하지 마. 내 감정을 덮지 마. 어젯밤의 여운 속에 있고 싶단 말이야.” 우연히 지하철 첫 차를 기다리며 가까워진 무기(스다 마사키)의 집에서 돌아온 후 키누가 한 생각이다. 같은 신발을 신고, 같은 가수를 좋아하고, 내가 읽고 싶었던 소설을 이미 그가 읽고 있다. 너무나도 닮은 그들은 서로를 속절없이 사랑하게 되었다. ‘전철을 탄다’라는 말 대신 ‘전철 속에서 흔들린다’라는 말을 쓰는 무기를, 평생을 의문스러워 한 가위바위보의 규칙을 똑같은 이유로 이상하다 여기는 키누를 말이다. ‘운명’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자연스레 그 사람을 떠올리게 되는 일. 무기와 키누의 첫 만남이었다. 21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어떤 것이든 될 수 있는 나이에 만난 그들은 싱그러운 사랑을 나눈다.
비록 지하철역에서 30분 동안 걸어가야 하지만, 강이 한눈에 보이는 작은 빌라에서 같이 살게 된 그들은 20대 중반을 함께 마주한다. 녹록지 않은 현실 앞에 덩그러니 놓이게 되어도, 울고 있는 나의 앞에 슬리퍼를 신고라도 달려와 줄 당신이 있기에 그래도 괜찮은 날들이 이어진다. 인생의 목표가 ‘키누와의 현상 유지’였던 무기. 그러나 본격적으로 취업 전선에 나선 후, 그의 다짐은 어딘가 어긋나게 된다. 재미없는 인생은 살고 싶지 않은 키누와, 인생은 책임이라는 무기. 서로가 점점 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만 느끼고 있다는 생각에 키누는 점점 메말라간다.
끝내 헤어짐을 택한 그들은 함께 골랐던 커튼을 정리하고 가구를 옮기며 차근차근 서로의 흔적을 덜어낸다. 그 과정이 너무 아프지만은 않은 이유는, 매 순간 서로를 후회 없이 사랑했기 때문일 것이다. 남김없이 모든 것을 다 준 이들은 뒤돌아보지 않는다.
누군가는 이별하고, 누군가는 사람들 앞에서 그들의 미래를 약속하며 축하를 받기도 한다. 어떤 것이 좋은 결말이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알 수 없다고 얘기하고 싶다. 촘촘하게 얽혀있는 서로를 인생에서 분리해 내기란 당연하게 어려운 일이고, 함께했던 일상에서 혼자로 돌아가는 것은 쓸쓸한 일이다. 그러나 세상에 나의 젊음을 함께 나눴던 이가 있다는 것, 함께한 시간들이 나의 궤적이 되는 것 역시 값진 일일 것이다.
“시작이란 건 끝의 시작. 만남은 항상 이별을 내재하고 있고 연애는 파티처럼 언젠가는 끝난다. 그래서 사랑에 빠진 이들은 좋아하는 것을 가져와 테이블에 마주 앉아 수다를 떨면서 그 애달픔을 즐길 수밖에 없다.” 주인공 키누가 즐겨보던 블로그의 한 문장이다. 살아있는 꽃은 꺾는 순간 그 생명을 잃고 시간의 흐름을 느끼며 시들어간다. 메말라 버릴 미래를 그리며 안타까워하기에는 그 당장 눈앞에 놓인 싱싱함은 너무나도 아름다울 것이다. 이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언젠가 사그라들 줄 알면서도 영원함을 바라게 되는 사랑이 있기를, 찾아오기를, 있었기를 바란다.
Editor. I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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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우리 학교는'부터 '킹덤: 아신전'까지,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시리즈 라인업
'지금 우리 학교는'부터 '킹덤: 아신전'까지,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시리즈 라인업
이래서 넷플릭스는 끊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이 라인업을 보고도 끊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은데요. 넷플릭스에서 2021년에 공개되는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시리즈의 라인업과 함께 해당 작품들의 공식 스틸 이미지들을 공개했습니다. 하나같이 다 기대되는 작품들인데,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더 가슴이 뛰는데요. 넷플릭스가 마음먹고 한국 콘텐츠에 투자한 것 같습니다. 이번에 넷플릭스의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총 9개의 오리지널 시리즈의 공식 스틸 이미지가 공개되었는데요. 아직까지 구체적인 공개일자가 공개된 작품은 없기 때문에 표기는 따로 하지 않았습니다. 2021년 말 혹은 늦어도 2022년 초에는 9개의 작품들 전부 공개될 것 같네요. 그럼 올해 어떤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시리즈들이 팬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줄 준비를 하고 있는지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미지 출처: Netflix Korea
<킹덤: 아신전>
연출: 김성훈 감독
출연: 전지현, 박병은
K-좀비, 한국 드라마의 우수함을 본격적으로 세계에 알리는 작품이었죠. <킹덤> 시리즈의 외전이라고 할 수 있는 <킹덤: 아신전>입니다. 지난 <킹덤> 시즌2 엔딩에 잠깐 등장한 것만으로도 그 존재감을 뽐냈던 배우 전지현이 맡은 캐릭터 '아신'이 이번 작품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북방 여진족 부락의 후계자 아신과 생사초의 비밀을 다루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
연출: 이재규 감독
출연: 박지후, 윤찬영, 조이현, 로몬, 유인수
또 하나의 넷플릭스, 한국, 좀비 조합입니다. 웹툰을 즐겨보시는 20~30대 분들이라면 아마 이 작품도 많이들 기억하고 계실 것 같은데요. 바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연재됐던 네이버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입니다. 개인적으로 웹툰 입문을 이 작품으로 하게 됐고, 좀비라는 장르에 본격적으로 재미를 느끼게 해줬던 작품이라 실사화가 확정됐을 때 정말 기뻤던 기억이 있습니다. 메가폰은 <베토벤 바이러스>, <더 킹 투 하츠>, <완벽한 타인> 등을 연출한 바 있는 이재규 감독이 맡았다고 합니다. 부디 잘 나와줬으면 좋겠네요.
<마이 네임>
연출: 김진민 감독
출연: 한소희, 박희순, 안보현, 김상호
이번에 공개된 스틸 중에서 가장 강렬한 스틸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난해 최고 시청률 28.4%를 기록하며 성황리에 종영했던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여다경' 역을 맡으며 존재감을 뽐냈던 배우 한소희가 그때와는 180% 다른 이미지로 돌아왔는데요. 한소희는 이번 작품에서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밝히기 위해 언더 커버가 되는 주인공 '지우' 역을 맡았다고 합니다. 지난해 4월 공개됐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인간수업>의 김진민 감독이 이번 작품의 메가폰을 잡으면서 넷플릭스와의 호흡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 정리사입니다>
연출: 김성호 감독
출연: 이제훈, 탕준상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청년 '그루'와 어느 날 갑자기 그의 후견인이 된 '상구'가 유품정리업체를 운영하면서 죽은 이들이 남긴 마지막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을 그렸다는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 정리사입니다>입니다. 안정감 있는 연기력으로 베테랑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제훈과 <사랑의 불시착>으로 눈도장을 찍은 탕준상이 각각 상구와 그루를 연기했는데요.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김성호 감독이 이번 작품의 메가폰을 잡았다고 합니다. 마음 따뜻해지는 그런 힐링 드라마가 나올 것 같습니다.
<D.P.>
연출: 한준희 감독
출연: 정해인, 구교환, 김성균, 손석구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또 다른 드라마 <D.P.>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작품인데, 김보통 작가님의 웹툰 <D.P. 개의날>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라고 하네요. <D.P.>는 대한민국의 여느 평범한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군복무를 하던 이등병 '준호'가 어느 날 군무이탈 체포조가 되어 탈영병을 쫓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그리는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군대를 소재로 하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군복무를 하고 오신 분들이라면 공감 가는 부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대세 배우 정해인이 주인공 준호 역을 맡았고, 김성균, 손석구, 구교환 등 작품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습니다. 연출을 <차이나타운>, <뺑반>의 한준희 감독이 맡았다고 합니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연출: 권익준 PD, 김정식 PD
출연: 박세완, 신현승, 영재, 민니, 한현민
이번에는 시트콤입니다. <남자 셋 여자 셋>, <논스톱>의 권익준 PD와 <하이킥>, <감자별>의 김정식 PD가 공동 연출을 맡은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인데요. 서울의 한 대학 국제 기숙사에 살고 있는 다국적 학생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청춘을 담은 시트콤이라고 합니다. 시트콤 장인들이 참여한 작품인 만큼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그런 한국형 시트콤이 나올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지옥>
연출: 연상호 감독
출연: 유아인, 박정민, 김현주, 원진아, 양익준
이 작품도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요. 바로 <부산행> 연상호 감독과 <송곳>의 최규석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지옥>입니다. 연상호 감독은 직접 메가폰을 잡기도 했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 그리고 그들과 마주하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라고 합니다. 원작을 모르는 분들이라도 캐스팅만으로도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할 것 같은데요. 유아인을 필두로 박정민, 김현주, 원진아, 그리고 양익준이 출연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30대 남자 배우들 중에서 최근 가장 좋은 폼을 보이고 있는 유아인과 박정민이 주연을 맡았네요. 거기에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까지 있고요. 공개 전에 원작 웹툰도 챙겨 봐야겠습니다.
<오징어 게임>
연출: 황동혁 감독
출연: 이정재, 박해수
오징어와는 거리가 먼 두 미남 배우 이정재, 박해수가 출연한 <오징어 게임>입니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이정재가 실직한 가장 '기훈' 역을, 박해수가 회사 자금을 유용하다 위기를 맞게 된 '상우' 역을 맡았다고 합니다. 참가자들은 어마어마한 상금이 걸려있는 만큼 목숨 역시 내걸어야 하는 극한의 서바이벌 게임 참여하게 된다고 하네요.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등을 연출한 바 있는 황동혁 감독이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았습니다.
<고요의 바다>
연출: 최항용 감독
출연: 공유, 배두나, 이준
마지막까지도 엄청난 캐스팅이네요. 공유, 배두나, 이준이 주연을 맡았고 정우성이 제작을 맡은 드라마 <고요의 바다>입니다. 이 작품은 최항용 감독이 지난 2014년에 발표한 동명의 단편 영화를 장편 시리즈로 확장한 것인데요. <고요의 바다>는 사막화로 인해 물이 부족해진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에 의문의 샘플을 회수하러 가는 대원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고요의 바다>는 지금까지 소개한 작품들 중에서 가장 도전적인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한국에서도 우주를 배경으로 한 멋진 SF 드라마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공유님은 점점 더 멋있어지는 것 같습니다.
"본 콘텐츠는 네이버 블로거 리쓰남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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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해석이 새로웠던, 하지만 집중도는 낮았던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퓨전 사극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재밌게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하지만 역사 그 자체를 좋아해서 왜곡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개연성이 떨어지는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불호의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시놉시스
학계로부터 다른 실록들에 비해 사실대로 기록되었다고 평가받고 있는 세조실록은 세조가 집권한 지 8년 되는 해부터 전국 방방곡곡에서 발생한 40여건의 기이한 이적현상들이 기록되어 있어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세조가 세운 원각사를 뒤덮은 황색 구름과 향기로운 4가지 꽃비, 오대산에서 몸을 씻고 있던 ‘세조’의 등을 문질러 피부병을 낫게 해주었다는 문수보살, 금강산을 순행하던 ‘세조’ 앞에 나타난 담무갈보살 등 세조실록에 기록된 이적현상을 비롯해 세조의 가마가 지나가자 스스로 가지를 들어올린 속리산의 소나무(정이품송, 천연기념물 제103호), 자객으로부터 세조의 목숨을 구한 고양이까지 야사로 전해지고 있는 수많은 기이한 현상으로부터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시작된다.조선 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흔드는 광대들이 권력의 실세 한명회에 발탁되어 세조에 대한 미담을 만들어내면서 역사를 뒤바꾸는 이야기를 그린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세조실록에 기록된 기이한 현상들 뒤에 풍문조작단이 있었다는 기발한 상상력이 더해진 팩션 사극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역사적 기록들에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반영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는 김주호 감독의 연출의도처럼 끊임없이 충돌하는 권력자들의 욕망과 풍문을 조작하는 광대패의 모습, 이에 들썩이는 조선 팔도의 풍경까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묘하게 맞닿으며 기시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처럼 역사적 사실에 영화적 상상력과 우리의 현실을 덧붙여 흥미롭게 재해석한 작품이다.
의문을 풀어준 것은 고맙지만 거기까지..ㅎㅎ세조실록에 기록된 다양한 기이한 현상들. 40여 개에 달하는 이 현상에 대해 명확한 해석이 이뤄지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답답했었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에서 광대들이 이러한 일들을 꾸미지 않았을까? 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줘서 나름 괜찮았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였다. 이 작품이 인기가 없었던 이유는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을 제공하긴 했지만 그 다음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광대들이 세조로부터 돌아선 민심을 회복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 것이라는 큰 맥락이 이미 영화 전반부에 드러나기 때문에 처음 기이한 현상의 궁금증이 해결될 때는 오!! 그랬구나 하는 흥미가 발생했지만 그 다음부터는 별 감흥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한명회의 지시 → 광대들 조작 → 민심 동요 → 세조 짱이야' 이와 같은 구조가 4번 정도 반복이 되다 보니 솔직히 영화 중후반까지는 굉장히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마 그래서 관객들의 평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진짜 광대는 한명회
필자는 이 작품에서 진짜 주인공은 한명회라고 보았다. 스크린에 등장하는 비율로 따지면 광대들만큼 많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후반부에 갈수록 한명회의 야심이 드러나면서 이 영화는 한명회를 보여주기 위해 만든 작품이구나 라고 느껴졌다.초반 한명회는 세조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충신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그 야심이 드러난다. 광대들의 수장 덕호에게 "왕이 내게 무릎 꿇을 이야기를 만들어줄 수 없겠나?"라고 눈물을 보이며 말을 건네는 모습을 보면서, 어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이렇게까지 연극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세조를 무릎 꿇리고 세자에게 양위하라는 압력을 넣으면서 "세조 그대는 나의 가면이었소"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이 모든 판을 짜고 자신 주위의 인물들을 판의 말로 세워둔 것이라 밝힌다.
이 모든 서사는 한명회가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광대놀음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햔명회, 내가 알고 있는 광대 중에 당신이 최고의 광대였소." 영화 말미 덕호의 대사를 통해 이 작품의 주인공이 한명회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캐릭터별 무게감이 너무도 달랐던 작품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에 흥행을 하지 못한 이유를 한 가지 더 찾아보자면 캐릭터별로 무게감이 달랐다는 점이 그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코미디면 코미디, 드라마면 드라마, 느와르면 느와르 장르를 명확히 하지 않고 덕호를 비롯한 광대패들의 분위기는 코미디인 반면, 한명회와 세조는 너무나도 무게를 잡고 있어서 이 경중이 맞지 않았다. 이 차이 때문에 화면 자체가 튄다는 느낌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한명회가 회맹의식을 앞두고 춤을 추는 장면 역시 만약 이 작품이 무게감을 완벽히 주고 정치느와르라는 장르에 집중했다면 그 장면이 굉장히 무게감이 있는 컷으로 다가왔을 만큼 명장면이었을텐데, 이러한 장르 혼재와 캐릭터별 경중의 차이 때문에 왜 등장한거지? 뭐지?하는 감정밖에 들지 않아서 너무나도 아쉬웠다.
그 장면에서 손현주의 한명회 연기는 아직도 기억에 남을만큼 최고였지만 연출적인 부분에서 제대로 살리지 못해 굉장히 아쉬웠다. 이처럼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역사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세부적으로 본다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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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해라 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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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 이브 아빠 엄마는 외출한 집 베이비시터와 남게 된 집 알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하는데...따분한 공포영화의 선을 가뿐히 넘은 '호러판 나홀로 집에'를 표방하는 이 영화 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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