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란2024-04-22 16:10:25
미래를 살기 위해 오늘을 죽이는 사람들
우린 대체 어떤 인간인지, 어떤 집단에 속해있으며 어떤 개인으로 사는지
*본 리뷰에는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플랜 75(Plan 75), 2022
일본 / 드라마 / 113분
감독: 하야카와 치에
미래를 살기 위해 오늘을 죽이는 사람들, <플랜 75>
75세 이상 고령자에게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지원하는 제도, ‘플랜 75’가 국회를 통과한다. “심각해지는 고령화 문제를 대처할 방안”이란 일본 정부의 덧붙임은 “넘쳐나는 노인이 청년의 앞길을 막고 있다”며 총으로 노인들을 죽이고 자살한 한 청년의 유언과 노인들에게 오랫동안 은밀히 분노의 손가락질을 겨눴던 사람들의 속마음이 합일되어 파생된 결과다. 플랜 75는 정부의 단독 결정이 아닌 국민 과반수의 직접적이면서도 암묵적인 동의로 탄생했다. 나의 죽음을 나보다 제삼자가 먼저 논의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인데, 이보다 더 소름 끼치는 건, 플랜 75를 전례 없는 문제 해결의 묘수로 믿는 과반수 안에 고령자가 적잖게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플랜 75는 간편하다. 가족의 동의나 건강진단 결과가 신청자의 발목을 잡지 않는다. 죽음 이후의 과정도 일사천리로 평범하게 진행된다. 신청자의 조건은 딱 하나, 자기 의사에 의한 결정(신청)이다. 신청 후엔 다양한 정부 서비스가 제공된다. 준비금 10만 엔을 받는데,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세세하고 단호한 필수조건들이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 감시 없이 신청자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신청자를 위한 맞춤 콜센터도 운영된다. 심리상담소 역할을 하는 콜센터는 신청자의 마지막 날 전까지 함께 한다. 또한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신청을 취소할 수 있다. 신청과 신청을 취소하는 일 모두 본인의 자유다. 이미 죽을 날짜를 받은 한 할머니는 플랜 75 홍보 방송에 나와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태어날 때 선택할 수 없었지만, 죽을 때만큼은 선택할 수 있다. 나는 그 점이 좋았다”라고. 플랜 75는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와 미래를 지키기 위한 (저물어 가는) 세대의 숭고한 결정이란 순풍을 타고, 신청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어떤 일이든 직접 경험해봐야만 그 일을 명확히 판단할 수 있다. 여기서 판단은 결정, 선택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도 판단하고 선택하려면, 플랜 75 안에 들어가 보는 수밖에 없다. 플랜 75를 샅샅이 해부하고, 이를 투명하게 전시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영화 속 인물들처럼 말이다. 서비스 대상자 ‘78세 미치’와 75세 이상 고령자들에게 신청받는 ‘시청 직원 히로무’, 신청자와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콜센터 직원 요코’ 그리고 죽은 자의 유품을 처리하는 ‘이주노동자 마리아’. 이들은 플랜 75의 뼈대가 드러난 설계도를 세상에 속 시원하게 내보인다. 그것이 자의였는지, 타의였는지는 중요치 않다. <플랜 75>에서 유일하게 강제 적용된 조치였다는 것만 알아두자.
플랜 75에 대해 고령자들의 의견은 다양하다. 인터뷰한 할머니처럼 긍정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격렬하게 부정하는 사람도 있고 아예 거리를 두고 일상을 사는 데만 집중하는 자가 있다. 78세 미치는 맨 마지막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그녀는 호텔 객실 청소일을 하며 살고 있다. 미치는 삶을 긍정한다. 몇 장면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창문을 열고 떠오르는 해를 고스란히 마주하는 모습과 낙상사고를 당한 친구(이네코)로 인해 호텔에서 잘리고 모든 동료가 불만을 터트리며 떠날 때 홀로 개인 사물함 앞에 서서 정중히 감사 인사를 표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가족 없이 혼자 사는 삶이지만, 외로움도 충분히 안정적으로 소화하며 지내고 있었다. 따라서 그녀는 꿋꿋하게 구직 활동에 힘쓴다. ‘일’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직업이 아니라 일상을 지키는 생존 수단이었다. 그러나 결국, 미치 또한 플랜 75에 가입한다. 마음을 나누던 친구(이네코)의 고독사를 직접 접한 탓이고, 집이 철거될 예정인데 구직 활동을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가 고령이었기 때문이며, 결정적으로 굶주린 자신에게 시청 직원 히로무가 무료 급식(플랜 75 홍보 목적)을 건넨 탓이다. 미치는 과반수가 찬양하는 순리대로 준비금을 받고, 콜센터 직원(요코)을 배정받는다. 과반수 안에 포함된 미치를 통해, 일반화할 순 없지만 그들이 왜 자기 생을 내놓는 것에 동의했는지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노숙자들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하고 상담을 통해 직접 신청서를 받는 일 말고 직원 히로무에게 주어진, 특별한 다른 일은 없었다. 수천 장의 신청서를 받으면서 단 한 번도 신청서에 적히지 않은 그들의 삶의 이력을 궁금해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러나 연락이 끊겼던 삼촌이 그의 앞에 앉아 상담도 없이 신청서를 불쑥 내민 순간 히로무의 가슴은 요동친다. 삼촌은 과거 건설업자였다. 전국을 다니며 터널과 댐을 만들었고, 시간이 날 때마다 헌혈을 했다. 길거리 청소를 하는 지금도 그에게 헌혈은 일과였다. 히로무는 뭔가가 단단히 잘못된 느낌을 받는다. 다량의 헌혈증은 그가 나이와 상관없이 국가를 위해 일했고, 여전히 일하고 있으며 모두를 위해 행동하는 국민, 한 사람임을 의미했다. 따라서 헌혈증이 쓰레기통에 버려져도 삼촌의 업적과 흔적은 세상에 고스란히 남을 게 분명했다. 그는 범법자도 악인도 아닌 평범한 본인과 같은 인간이니까. 그것은 관심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히로무는 플랜 75의 끝을 몰랐다.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자의 죽음이 무엇을 남기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 그가 아는 것이라곤 플랜 75의 신청 조건뿐이었다. 히로무는 광고판에 날아드는 토마토를 맞으며, 산업 폐기물을 처리하는 회사가 플랜 75의 유골을 취급한다는 사실을 마주하며 이루 말할 수 없는 두려움과 기시감에 휩싸인다.
아픈 딸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시급이 센 유품정리사로 일하기 전, 이주노동자 마리아의 직업은 요양보호사였다. 과거엔 살아있는 노인들을 따뜻한 눈과 마음으로 보살폈으나 지금은 죽은 노인들의 옷을 벗기고 유류품을 수거하기 바쁘다. 현금이나 고급 시계 같은 것들을 자기 주머니에 넣으며 어차피 죽은 사람에겐 필요 없으니 이렇게 그들을 기억하자고 우기는 동료를 따라, 마리아 역시 떠난 자들의 것을 훔친다. 그리곤 어찌 됐든 본인은 ‘노인’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고 열심히 합리화한다.
콜센터 직원 요코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정 좌석에 앉아 신청자 한 명당 15분 동안 감정은 배제하고 열심히 입만 움직인다. 지나친 감정적 대처와 신청자 대면 금지만 지키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직업이다. 하지만 미치와의 통화를 특별하게 느낀 요코는 만나고 싶다는 그녀의 부탁을 들어준다. 그리고 미치의 한결같은 삶의 태도를 대면한 순간, 동요한다. 긴 대화를 나눠주어 고맙고 잘 지내라는, 오직 미치만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인사엔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플랜 75의 보이지 않던 장막이 손끝에 닿는 순간이다.

커튼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병실 침대에 눕는 히로무 삼촌과 미치. 담당 직원은 간호사 복장과 유사한 옷을 입고 두 사람에게 울렁증을 막아주는 약을 건넨다. 친절함도, 냉정함도 아닌 도통 모르겠는 직원의 미소가 미치가 보는 마지막 장면이 될 참이었다. 서서히 온몸에 힘이 빠지며 눈이 감기는 미치, 그 순간 커튼 사이로 히로무 삼촌과 눈이 마주친다. 또렷했던 그의 눈동자가 점점 흐릿해지더니 이내 툭 아래로 떨어지자, 미치는 극한의 두려움에 호흡기를 떼어내고 몸을 벌떡 일으킨다. 한발 늦게 온 히로무는 온기가 느껴지는, 그러나 더는 숨을 쉬지 않는 삼촌을 마주한다. 미치가 죽은 자들에게서 벗어날 때 히로무는 마리아의 도움으로 삼촌 시신을 빼돌린다. 마리아 또한 더는 견딜 수 없음을 깨닫고, 도망치듯 자전거를 타고 그곳을 빠져나온다.
플랜 75는 완벽한 통제와 촘촘한 계획, 그리하여 대부분 만족하는 결과를 끌어냈다. 청년들의 일자리는 늘어났고 고령화로 인한 사건·사고도 줄었다. 정부가 신청 조건을 65세로 낮추는 방안을 추가로 내놓을 정도니, 플랜 75는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영화는 처음부터 플랜 75가 잘못된 방식임을 노골적으로 노출했다. 자발적이며 비강제적이고, 자유로우며 신청자를 향한 따뜻한 지원들로 채워진 플랜 75는 묘수가 아닌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악수란 사실을 말이다. <플랜 75>는 단순히 영화의 집중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청년의 유언을 총소리 전에 흘린 것이 아니다. 그의 자살로 인해 시작된 플랜 75가 결국 다시 우리에게 총을 겨눌 것임을 미리 경고한 것이다.

인간은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계속 살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상황을 만든다. 그리고 그 상황을 지배한다. 동시에 앞선 목적과 같은 이유로 본인들이 만든 상황에 지배당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플랜 75는 인간의 나약함에서 탄생한 집단적 합리화가 계속 연장되었기에 흥행에 성공했다. 신청서를 받던 히로무에서 요코를 거쳐 유품을 정리하는 마리아까지, 그 누구도 75세가 기준이 된 이유와 왜 이들만 죽어야 하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본인들이 내는 세금으로 지급되는 준비금에 조건이 왜 붙지 않는지, 콜센터는 왜 대면은 금지하고 전화 서비스만 진행하는지, 진짜 이유를 다 알고 있으면서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돌리기를 하면서, 정작 폭탄을 미치와 같은 이들에게 넘겨버렸다. 끝까지 모르는 척하며 미치와 같은 이들을 플랜 75에 마구잡이로 집어넣었다. 과반수가 찬성했다는 명분을 앞세워 모두를 위한 결정이라 자위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자발적으로 지배당하길 선택했다. 그러나 아무리 부정해도 삼촌의 미래는 히로무의 미래였고, 미치의 뜀박질은 요코와 마리아가 이어받게 될 게 분명했다.
해서 영화는 타인의 일이 나의 일이 되는 순간을 절대 놓치지 않았다. 미치는 물론이고 세 청년, 이들을 훔쳐보는 관객까지 벼랑 끝으로 몰아붙였다. 마치 우리가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이라도 되듯 고집스럽게 장막을 둘러싼 거짓과 폭력을 응시하게 했다. 플랜 75의 균열을 대놓고 보여주며 인간이, 인간을 위해 직접 설계한 집단 살인 계획을 어긋나게 했다. 죽음의 장소에서 벗어난 미치가 다시 떠오르는 해를 마주하며 미소 짓는 순간이었고 어둡기만 했던 관객의 얼굴에도 빛이 스며든 때였다. 마침내 플랜 75의 장막이 내부에서 걷힌 것이다.

<플랜 75>는 관객의 마음에 경종을 울리면서도 희망이 깃든 안도를 전달한다. ‘3의 법칙’이 관객에게 제대로 작용했기에 가능했다. 숫자 3은 사회 심리학 측면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개인에서 집단으로 전환되는 기준점으로 세 명 이상이 되는 순간 개인들의 힘은 집단의 힘이 되어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감독은 처음부터 이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확실하게 이용했다. 나약한 인간들의 움직임(플랜 75)이 아니라, 진짜 악수를 진짜 묘수로 바꾸는 방법에 더 집중했다. 그 방법을 행하는 자가 나약한 인간인 동시에 충분히 스스로 깨닫고 변할 수 있는 인간들임을 강조했다. 플랜 75의 탄생이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처럼, 소멸도 얼마든지 실행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오직 인간(나)만이 용기를 내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음을, 히로무와 요코, 마리아 그리고 미치를 통해 전달했다. 결국 우리의 현재를 바꾸고 미래를 지킬 수 있는 건, 당사자인 우리밖에 없기 때문이다.
누구도 도망치거나 외면할 수 없는 시대에서, 유일한 강제조치가 유일한 해결책이 된 이때 영화는 묻는다, 우린 대체 어떤 인간인지, 어떤 집단에 속해있으며 어떤 개인으로 살고 있는지.
아, 미래를 위해 오늘을 죽이는 인간들의 끝은 굳이 묻지 않기로 하자. 답은 ‘히로무’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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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지금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어요. <라마와의 랑데부> 작업 중인 것은 사실이고, 그 각본은 천천히 진행되고 있어요. <클레오파트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듄: 메시아>도요. 다시 카메라 뒤로 돌아갈 날을 기대하고 있어요. 다음에 어떤 일이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죠.”
-드니 빌뇌브-
최근 빌뇌브 감독은 <라마와의 랑데부>를 ‘강화된 <컨택트>’라고 묘사했는데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창조자인 클라크가 원작자이기 때문에, 이 작품도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줄 만한 SF가 될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9월 2주차 씨네뉴스 시작합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더 룸 넥스트 도어> 황금사자상 수상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첫 영어 장편 영화 <더 룸 넥스트 도어>가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습니다. 줄리앤 무어와 틸다 스윈튼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삶과 죽음, 안락사와 여성의 우정에 대해 다루며 영화가 상영됐을 때 18분간 기립박수가 터져나왔다고합니다.
알모도바르 감독은 “이 세상에 존엄하게 안녕을 고하는 것은 모든 인간의 기본 권리”라며 “안락사는 정치적 문제가 아닌 인간의 문제”라고 수상소감을 밝혔습니다.
드니 빌뇌브 <라마와의 랑데부> <클레오파트라> 프로젝트 “천천히 진행중”
드니 빌뇌브 감독은 <라마와의 랑데부>, <클레오파트라>, <듄: 메시아> 프로젝트를 모두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그는 <라마와의 랑데부>를 ‘강화된 <컨택트>’라고 묘사했으며, <라마와의 랑데부> 각본은 <듄>을 작업했던 에릭 로스가 맡고 있다고 합니다.
<클레오파트라>는 <1917>의 각본가 크리스티 윌슨-케언스가 각색을 맡았으며 캐스팅 목록이 유출되며 젠데이아가 ‘클레오파트라’역을 맡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12분간 기립박수 받은 <조커 폴리 아 되>
토드 필립스 감독의 영화 <조커: 폴리 아 되>가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후 12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호아킨 피닉스와 레이디 가가의 강렬한 연기가 돋보였으며, 새로운 인물들과 깊어진 서사가 관객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영화는 기존 슈퍼히어로 장르를 재해석하며 아카데미 주요 부문 후보로 오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영화 <내부자들> 시리즈 확정 송강호 주연
영화 <내부자들>이 배우 송강호 주연의 시리즈로 만들어집니다.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내년 크랭크인을 목표로 시리즈 <내부자들>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드라마에서 송강호는 백윤식이 연기했던 ‘이강희’ 역을 맡아 대한민국의 판을 짜고 조직하는 인물을 연기합니다. <부부의 세계>,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를 연출한 모완일 감독이 연출을 맡고, <모가디슈>와 <암살>의 이기철 작가가 극본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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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남일같지 않은 인도판 쿠팡맨들의 비애
감독: 난디타 다스(인도)
출연: 카필 샤르마, 샤하나 고스와미, 투샤르 아차와르
시놉시스 : 오늘도 가정을 위해 일하는 한 배달 기사가 있다. 그는 한때 공장 관리자 였지만 해고당하고 8개월을 백수로 살다 배달앱 '지가토'의 기사가 된다. 하루의 열 건 이상의 배달을 목표로 뛰어들지만 그는 고객들의 평점 노예가 되어 하루하루 지쳐간다. 와이프에게 사회 생활의 힘듦을 강조하며 그녀의 취직도 은근슬쩍 막는 사이에 그의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은 점점 돌덩이 같이 무거워진다.
가난이란 굴레 마나는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오늘도 돈을 벌러 간다. 하지만 와이프가 일하는 것에 불만이 많다. '남자는 바깥에서 일하는 사람', '여자는 집안일에 내조를 잘해야 하는 사람'이란 전통적인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답답한 사람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의 책임감이 참 갑갑했다. 가족을 살려야 한다는 선한 의지를 갖고 살지만 전통적인 관념에 갇혀 마땅히 다른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 영화를 보는 동안 웃픔을 넘어 점점 그가 안타까웠다. '가난의 슬픈 점은 마음이 각박해진다는 데 있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들에게는 취향이 사치이기에 다양해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마나를 보면서 가난에 허덕이는 사람들은 살아오면서 다른 선택지를 제공받은 적이 없어 변화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계층일 수 밖에 없겠구나 생각했다. 영어를 몰라 취업 계획에 대해 검색조차 할 수 없는 그를 성실이라는 단어 말고는 다른 키워드를 떠올릴 수 없도록 프로그래밍한 것은 결국 가난이 아닐까.
2. 카스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도는 아직도 카스트 제도가 실질적으로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카스트 제도가 없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공감 포인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눈에 띄는 신분은 없어졌지만 돈으로 급이 정해지는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허덕이는 사람은 세계 어디에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일자리 문제가 없는 나라는 없기에 이 영화는 인도의 특수한 문제라고만 볼 수 없다. 선진화된 기업 문화처럼 보이는 수많은 어플리케이션 기업들의 고용 보장이 명확하지 않은 점,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놔도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현상 등 생각보다 현실은 잘 꼬집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그랬듯이 가난한 사람들을 소재로 했을 때 파급력이 강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이만큼 보편적인 소재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편적인 만큼 담백하게 담아내야 하는 소재라고도 생각한다. 근데 이 영화는 유머러스함과 짠함과 동시에 그리고 직접적으로 사회를 향해 표현하는 메시지가 특징적이다. 하지만 그 메시지가 마냥 불편하지만은 않다.
3. 노골적이지만 신파는 아닌 직접적인 메시지가 불편하지 않았던 것은 왜일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노골적으로 노동자의 비애를 보여주고 기업을 비판하는 입장을 표현하는 영화인데도 이 영화 속 인물들이 신파로는 보이지 않았다.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감정에 호소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희망은 있다'라는 메시지를 담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영화의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유머러스하게 배달 기사들의 아픔을 풀어내 마냥 슬프지만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가볍게 볼 만하지만 킬링타임용이라고 하기엔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 중간을 잘 줄다리기한 영화라고 본다. 총평 우리나라의 70년대를 겪으신 분들과 80년대를 겪으신 분들 그리고 90년대를 겪으신 분들의 사고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걸 빗대어 체감할 수 있는 영화였다. 더 가난했던 시절을 겪었던 사람일수록 지금이 가난하지 않는데도 마음이 계속 가난하신 분들 꾸준히 봐왔던 경험이 단박에 이해가 되는 영화였다고나 할까.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음에도 큰 감동과 울림이 있어 기분 좋게 보고 나온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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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TT신작 추천작 <너와 나의 경찰수업> <설국열차 시즌3> <프리 가이>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
매 주 월요일,
한 주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다양한 OTT 플랫폼의 신작 소개를 하는 시간!
1월 넷째 주의 씨네랩의 추천 신작은 무엇이 있을지 다함께 알아보겠습니다!
1. 너와 나의 경찰수업, 디즈니 플러스 +
웹드라마 | 한국 | 16부작
감독 : 김병수 | 출연 : 강다니엘, 채수빈, 이신영, 박유나, 김상호, 박성준 등
디즈니플러스 공개일 : 2022년 1월 26일 (수요일)
"경찰대학을 배경으로 우리가 응원하고 싶은 청춘들의 사랑과 도전을 담은 청춘 성장 드라마"
*관전 포인트* : 아이돌 강다니엘의 데뷔작, 그의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니만큼 많은 화제에 있습니다.
다양한 작품에서 찰떡같은 캐릭터 소화력으로 사랑받고 있는 배우 채수빈.
눈부시고 설레는 청춘 에너지를 발산하는 두 배우의 출연만으로도 최고의 기대포인트가 될 것 같은데요.뿐만 아니라 이신영, 박유나, 박성준, 민도희, 김우석 등 대세 청춘배우들의 화려한 라인업으로 청춘배우들의 앙상블, 티격태격 케미를 볼 수 있는 작품으로 기대됩니다. :)
2. 설국열차 시즌3, 넷플릭스
미국 드라마 | 미국 | 10부작
감독 : 그레임 맨슨 | 출연 : 제니퍼 코넬리, 다비드 디그스, 숀 빈 등
넷플릭스 공개일 : 2021년 1월 25일 (화요일)
"이 작품은 빙하기가 돌아온 지구, 마지막 생존자들을 태우고 끝없이 달리는 열차 안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한 남자가 모두의 생존이 걸린 비밀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
*관전 포인트* : 봉준호 감독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 작품.
<설국열차> 시즌 1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시즌2에 이어 시즌3까지 제작되어 방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명배우인 제니퍼 코넬리의 열연과 송강호 역할을 하는 다비드 디그스 배우의 모습까지..
원작과 비교하면서 보면 재밌을 하나하나의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는 재미와 서스펜스와 몰임감을 주는 영화를 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원작 <설국열차>의 세계관을 시리즈화한 작품인만큼 원작 영화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서사의 전개와 장대한 스토리 라인을 감상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3. 프리 가이, 디즈니 플러스+
액션 | 미국 ㅣ115분
감독 : 숀 레비 | 출연 : 라이언 레이놀즈, 조디 코머, 타이카 와이티티 등
개봉일 : 2021년 8월 11일
디즈니플러스 공개일 : 2022년 1월 26일
"평범한 직장, 절친 그리고 한 잔의 커피. 평화로운 일상 속 때론 총격전과 날강도가 나타나는 버라이어티한 ‘프리 시티’에 살고 있는 ‘가이’.
그에겐 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우연히 마주친 그녀에게 한눈에 반하기 전까지는…
갖은 노력 끝에 다시 만난 그녀는 ‘가이’가 비디오 게임 ‘프리 시티’에 사는 배경 캐릭터이고, 이 세상은 곧 파괴될 거라 경고한다.
혼란에 빠진 ‘가이’ 그러나 그는 ‘프리 시티’의 파괴를 막기 위해 더 이상 배경 캐릭터가 아닌, 히어로가 되기로 결심한다.
시원하게 터지는 상상초월 엔터테이닝 액션 블록버스터! 인생의 판을 바꿀 짜릿한 반란이 시작된다! "
*관전 포인트* : 역시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그의 유머와 재치, 그리고 액션능력까지 모든 걸 자~~알 소화하는 라이언 레이놀즈의 공상과학 코미디 액션? 영화인만큼 그의 다양한 매력을 보실 수 있습니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특유의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잔망스러운 캐릭터는 관객들을 매우 즐겁게 해주는데요!거기에 플러스 <킬링 이브>,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등에서 카리스마 있고 특유의 분위기와 매력을 발산하여 많은 인기를 얻었던 배우 조디 코머까지..
모두 만나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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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단편영화의 맛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남긴 것이 하나 있다면, 극장에서 누군가와 부대끼지 않는 영화제도 가능하다는 확인이다. 완전히 축제 분위기를 되찾은 전주국제영화제지만, 주요 단편들은 온라인 상영을 열어두었다. 전주에서 돌아온 후 여운과 함께 즐길 수도 있고, 전주에 가기 전 예열하는 느낌으로 즐길 수도 있으며, 전주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랠 수도 있다.
단편영화는 단편영화만의 맛이 있다. 온라인 상영으로 본 단편에 짧은 리뷰를 남겨 본다.
<나는 피아노를 버렸다> / 박건 감독
피아노와 꿈에 대해 속삭이는 목소리에 이어, 피아노를 버리기 위해 낑낑대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압류 딱지 위로 붙인 스티커의 흔적만으로도 대강 유추가 가능한 상황 속에서, 주인공이 피아노를 버리느라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깨닫는다. 모든 것의 무게는 옆에 있을 때가 아니라, 버릴 때 알게 된다.
피아노를 버리고 도서관에서 일하는 주인공을, 카메라는 그의 삶처럼 불안불안 흔들리며 담는다. 주인공은 소리를 차단하고, 그 자리에 바코드 소리를 메우고, 현실과 타협하려 애쓰지만 그럴수록 버릴 수 없는 마음은 선명해진다. 피아노를 버리는 행위와, 결코 버릴 수 없는 어떤 마음들이 대조되어 빛난다.
다만 아쉬운 점은 꿈과 현실을 다룬 영화치고 '현실'이 너무 모호했다는 점이다. 꿈을 포기한 주인공이 일하는 곳이 도서관이라는 점에서. 정숙을 강요하는 자리에 키보드 커버조차 깔려 있지 않다는 점에서. 보통 도서관의 일자리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 점을 생각할 때 더더욱. 차라리 도서관에서 공부를 한다면 이해가 되었을 만큼, 꿈을 포기한 주인공이 밟고 선 책도 누군가에겐 너무 꿈에 가까운 물질이어서.
그래도 꿈과 현실의 대비 그리고 음악과 침묵의 대조가 매력적이다.
<매달리기> / 박지인 감독
이 영화를 고른 이유는 딱 하나. 감독의 전작 <전학생>을 정말 좋아한다. 박수연 배우가 표현하는 인물의, 세상에서 유리된 듯한 상황에서 짓는 아슬아슬 불안한 미소가 인상 깊었고, 그에게 푸근한 얼굴로 인사하며 미소 짓는 이주영 배우의 얼굴은 또 왜 그렇게 안심이 되었던지. 그들의 출신을 생각할 때, 박지인 감독이 애정을 갖고 담는 인물이라면 앞으로도 궁금해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는 자립 준비 아동이다. '보호 종료' 이후 자립을 준비해야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그동안 워낙 사각지대에 놓였던 만큼 최근 국내 아동보호 관련하여 부쩍 화제가 되었던 단어이기도 하다. 영화 속 아이들도 불안하게 흩날리지만, 그 흩날리는 기분 속에서도 끝내 생에 매달리기를 계속한다.
짧은 러닝타임에도 깊게 스민다. 눈물 짓고, 조용히 웃고, 그러면서도 뒷모습을 응시하는 인물들의 감정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박지인 감독의 다음도 기대된다. 어디든 가서 보겠어.
<늦은 산책> / 손지환,김병규 감독
이건 온라인이 아니라 극장에서 봤어야 했는데... 여백이 많은 영화라서, 온전히 극장에서 그 공기에 휩싸여 보았으면 참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하지만 이렇게 온라인으로 보아도, 아름다운 영화였다. 스틸 사진처럼 펼쳐지는 이미지, 울려 퍼지는 트로이메라이.
어긋나다, 라는 단어를 ㅇㅓㄱㅡㅅㄴㅏㄷㅏ라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펼쳐내어 보여주는 기분이었다. 대단한 사건 없이도 어긋나는 것들이 있다. 차라리 소리칠 수 있는 계기라도 있다면 편안할 텐데. 이런 느리고 진득한 어긋남이 더 답답하고 힘들지. 다 그대로일 수가 없다. "그걸 내가 일찍 알았다면 달라졌을까? 모르겠어."라는 대사가 어긋난다는 단어의 본질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긋난다는 건 그런 것이다.
다만 아름답기에 더더욱, 서사와 사건의 과도한 여백이 아쉬웠다. 시작부터 유난히 힘이 없던 두 사람의 대사를 보며, 무엇이 남자를 저렇게 만들었는지, 두 사람 사이엔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아니 애초에 두 사람은 어떤 인물들인지...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뭔데, 왜 관객한테도 비밀인데. 모든 인물이 꼭 홍상수 영화 속 인물들처럼 말할 필요는 없다. 여백이 조금만 더 칠해졌더라면, 그래서 두 사람의 맞잡은 손에 좀더 공감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온라인 상영]
온피프엔: https://onfi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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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를 병들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로버트 에거스의 <노스페라투 (2024)>는 고딕 호러의 충실한 재현과 더불어, 우리를 병들게 하는 근원적 요소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그는 원작의 상징성을 현대적으로 확장하며, 인간 존재의 가장 깊은 불안과 병리적 공포를 직면하게 한다. 영화는 1차원적인 공포 영화의 서사가 아니라, 흡혈귀를 매개로 하는 존재론적 감염, 사회적 붕괴, 그리고 인간 정신의 부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1. 흡혈귀라는 질병: 육체의 병리와 정신적 감염
영화 속 올록 백작(빌 스카스가드)은 마치 현대 사회의 병리적 문제를 은유하는 존재로 보여진다. 그는 전통적인 드라큘라보다 더욱 기괴하고 초자연적인 형상으로 등장하며, 그의 존재 자체가 마치 치명적인 전염병처럼 도시를 잠식해 간다. 영화는 흡혈귀의 피를 빠는 행위를 단순한 육체적 침해가 아니라, 인간의 정신과 정체성을 갉아먹는 감염으로 묘사한다. 이러한 연출은 우리를 병들게 하는 것은 외부적 위협이 아니라, 욕망에 눈이 멀어 그것을 허용하는 우리 내부의 취약성일지도 모른다는 질문을 던진다.
2. 사회적 병리: 붕괴하는 공동체와 고립된 개인
올록 백작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영화 속 공동체는 급격히 붕괴해간다. 마을 주민들은 불안과 공포 속에서 서로를 의심하며 고립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질병이나 공포가 확산될 때 나타나는 사회적 반응과 유사하다. 팬데믹 상황에서 목격한 신뢰의 붕괴, 가짜 뉴스로 인한 대중의 혼란, 그리고 극단적 개인주의의 심화가 영화 속에서 생생하게 묘사된다. 특히 주인공 엘렌(릴리 로즈 뎁)의 심리적 고립은 이러한 사회적 붕괴를 더욱 강조한다. 그녀는 남편 토마스(니콜라스 홀트)와 함께 이 새로운 공포를 마주하지만, 점점 더 자신의 내면에 갇혀버린다. 이는 공포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단절될 때 더욱 강력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3. 인간 정신의 부식: 공포는 우리를 어떻게 잠식하는가?
영화가 진행될수록 등장인물들은 신체적으로만 병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점점 무너져간다. 공포가 단순한 감정적 반응을 넘어서 인간 존재 자체를 허물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올록 백작의 그림자가 마을을 덮어가듯, 공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병들게 한다. 에거스는 이를 음향 디자인, 어두운 색채 사용, 그리고 점진적으로 비현실적으로 변하는 카메라 앵글 등을 통해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연출은 공포란 우리가 그것을 인식하는 방식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가 공포에 사로잡힐수록, 우리의 정신은 더욱 약해지고, 결국에는 자멸의 길로 나아간다.
4. 진짜 공포는 무엇인가?
로버트 에거스의 <노스페라투 (2024)>는 우리가 무엇으로 인해 병들고, 어떻게 파괴되는지를 탐구하는 철학적 호러이다. 이 영화는 단순한 육체적 감염이 아니라, 공포와 불신, 그리고 개인의 고립과 욕망이야말로 우리를 병들게 하는 근본적인 요소임을 보여준다. 에거스의 영화는 우리가 공포를 어떻게 대면해야 하는지 묻는다. 우리는 공포를 피하려 애쓰기보다, 영화 속 엘렌의 선택과 같이 그것을 직시하고 스스로 극복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올록 백작과 같은 존재는 언제든 우리의 정신을 잠식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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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아날로그에 대한 헌사와 그리움
웨스 앤더슨 감독의 두 번째 이야기, 과거에 대한 헌사와 그리움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서사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서사의 특징은, 어딘가가 결핍되어 있는 불완전한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을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불완전함으로 인해 벌어지는 각종 에피소드를 그려내면서 그들이 성장하는 이야기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때 감독은 그들을 웃음거리로만 만들어 버리기보다는, 그들의 부족함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듯이 바라봅니다. 그렇기에 재밌으면서도 마음을 훈훈하게 해 주는 힘을 가지고 있는 서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첫 번째 서사는 <로얄 테넌바움>, <다즐링 주식회사>, <문라이즈 킹덤>, 그리고 <개들의 섬> 같이 감독의 작품 중에서 주로 초중반 시기에 해당하는 작품들에게서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서사의 특징은, 첫 번째 서사와 유사하게 불완전한 인물들이 등장해서 그들이 에피소드를 이끌어 나갑니다. 하지만 두 번째 서사는 그들의 불완전성을 비추고 있지 않습니다. 극중 등장하는 에피소드들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은 큰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 에피소드들을 한데 묶고 나면, 그들은 어느 큰 주제 하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 주제라 함은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는, 과거의 어떠한 아름다운 존재에 관하여 찬양하고,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는 그들을 그리워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관객들은 영화 속 찬양의 대상을 직접 경험해 본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렇지만 감독이 그려낸 대상의 아름다움에 본인도 모르게 감화가 되고, 자연스럽게 그리움이란 감정을 감독과 함께 공유하게 되는 서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이러한 서사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며, <프렌치 디스패치> 또한 두 번째 서사로 이뤄져 있습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서사.
불완전한 인물들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성장 이야기거나, 과거의 아름다운 존재에 대한 찬양과 그리움의 표출이거나.
잡지 형식과 유사한 옴니버스, 영리하고 아름다운 주제 선정
이전에 영화가 가진 이야기의 구조로서 내러티브와 옴니버스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다시 한번 둘의 차이점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의 서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러티브>
서로 관계가 없거나 있을지라도 그 정도가 약한 짧은 서사 여럿을 하나로 묶은 <옴니버스>
즉,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벨보이 제로와 지배인 구스타브의 이야기를 주축으로 하는, 하나의 서사로 이뤄져 있는 내러티브 방식으로 구성된 영화입니다. 반면에 <프렌치 디스패치>는 주제가 완전히 다른 4개의 서사를 한 데 묶은, 옴니버스 방식으로 구성된 영화입니다. 주제가 다른데 어떻게 찬양과 그리움의 대상은 동일할 수 있는지 궁금하게 여겨질 만도 합니다. <프렌치 디스패치>에서 찬양하고 있는 존재는 아날로그 시대의 활자로 이뤄진 정기간행물, 쉽게 말해 공통점 없는 4개의 주제들이 한 데 묶여있는 잡지입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특정 주제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잡지가 아닌, 여행•정치•음식과 같이 여러 주제들을 한 데 아우른 작은 마을에서 발행되는 지역 잡지를 찬양의 대상을 대표하는 매체로 선정했느냐라는 질문이 이어서 나올 법 합니다.
지역지에서 특정한 주제를 바탕으로 게재된 기획물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대부분 그 독자들이 경험해 보지 못했거나 경험하기 어려운 존재입니다. 그렇기에 기자의 서술과 묘사만으로 그 내용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타인의 서술을 통해 어떤 주제를 간접적으로 체험한 경우, 직접 경험했을 때보다 미화되고 아름답게 기억 속에 남을 확률이 더 높습니다. 즉, 지역지 형식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한 데 모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그 지역지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을 심어줍니다. 그리고 더 이상 그 지역지가 발행될 수 없음을 명확히 함으로써 과거에 멈춰 있게 된 그 지역지에 대한 그리움이란 감정을 생기게 합니다. 그리고 그 감정은 네 가지 주제를 서술한 기자들을 비롯하여 잡지사 직원들 모두가 사망한 편집장에 대한 헌사를 다 같이 작성하는 씬을 비춰줌으로써 극대화됩니다. 이토록 찬양과 그리움의 대상을 명확히 하고 아름답게 묘사함으로써, 비슷한 주제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보다 <프렌치 디스패치>에 더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도록 합니다. 하지만 장편소설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단편 모음집을 선호하는 사람들보다 많은 만큼, 단편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는 <프렌치 디스패치>를 장편 소설이라 할 수 있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보다 더 좋아할 사람이 많을지는 의문입니다.
아날로그 매체에 대한 찬양과 그리움. 영리한 매체 선정과, 영리한 매체 묘사 방식을 통해.
잡지를 보는 듯한 연출, 그리고 앤더슨의 미장센
완벽한 좌우대칭,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카메라 워킹 등, 웨스 앤더슨 감독 특유의 연출은 <문라이즈 킹덤>을 전후로 하여 강박에 가까운 느낌으로 변화했습니다. 분명히 입체 공간을 촬영하고 있음에도 마치 평면에 그림을 그린 듯한 느낌을 주는 감독의 스타일은 <프렌치 디스패치>의 이야기와 더욱 찰떡궁합입니다. 그리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뒤이어 자유자재로운 화면비의 전환과, 흑백과 컬러를 넘나드는 등의 연출들은 감독이 다루고 있는 잡지란 매체를 탁월하게 묘사해 냈습니다. 기자들의 내레이션은 본인이 작성한 글을 읽고 있음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프렌치 디스패치>의 진면목은 이러한 기사의 청각적 전달이 아니라, 기사의 시각적 전달에 있습니다.
잡지에 제일 먼저 등장하는 여행 섹션에서는 흑백 화면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뒤이어 등장하는 예술 섹션, 정치 섹션, 음식 섹션에서는 이따금씩 컬러 화면으로 등장할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흑백 화면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어느 여행지의 배경과 풍경을 글로 설명하기보다는 그 모습을 직접 담은 컬러 사진들을 보여주는 게 더 효과적으로 독자들에게 그 내용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술과 정치, 음식의 경우에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들만 사진으로 전달해 주면 그만이며, 그들을 설명하기 위해 풀어쓴 글이 기사에서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됩니다. 즉, 2•3•4번째 섹션에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흑백 화면은 문자로 쓰인 글을, 이따금씩 등장하는 컬러 화면은 그 줄글이 설명하거나 묘사하고 있는 대상의 사진 혹은 삽화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대표적으로 모세가 제작한 콘크리트화를 보여줄 때, 그리고 제피릴리를 필두로 한 혁명가들과 기득권 간의 대립 관계를 보여줄 때 화면비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화면비가 전환되는 때를 확인해 보면 위의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빈틈 없이 꽉 들어찬 느낌을 주는 아름다운 미장센들과 그들을 매끄럽게 연결해 준, <프렌치 디스패치>란 잡지의 편집장 웨스 앤더슨의 탁월한 연출은 이 영화에 푹 빠져들게 만듭니다.
글은 흑백으로, 사진은 컬러로. 읽는 행위와 보는 행위는 엄연히 다름에도, 읽는 행위를 보는 행위로 탁월하게 바꿔낸 웨스 앤더슨의 연출.
확실한 약점, 읽는 속도는 개개인별로 다르다
사람마다 글을 읽는 방식은 모두 다릅니다. 문장 하나하나별로 꼼꼼히 음미하면서 분석하거나, 전체적인 구성을 빠르게 훑으면서 맥락을 위주로 읽어나가거나 등등, 방식의 차이에 따라 글을 읽는 속도도 천차만별입니다. 그렇기에 잡지를 읽는 속도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음에도, <프렌치 디스패치>는 모든 독자들에게 동일한 속도로 정보를 전달합니다. 이때 더 문제 되는 부분은 <프렌치 디스패치>의 정보 전달속도는 무척 빠르단 점입니다. 꽉 차 있는 미장센의 감상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빠른 속도로 전달되는 내레이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섰다고 보입니다. 연속성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영화임에도 일시정지를 누를 수밖에 없는 정보 전달의 양은 이 영화를 감상함에 있어 치명적인 요소입니다.
너무 많이 전달되는 정보. 영화는 흘러가고 있을 뿐이지만 개개인의 수용력은 모두 다르다.
여러 번을 반복하면서 영화가 가진 디테일을 음미하고 싶은 영화는 무척 오랜만이었습니다. 웨스 앤더슨 사단의 배우들을 포함하여 뉴페이스까지, 검증된 배우들의 연기는 꽉 찬 미장센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문라이즈 킹덤>에서부터 시작하여 이번 영화까지 쭉 함께 해온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OST 역시 <프렌치 디스패치>의 분위기를 풍부하게 만들어 줍니다. 정말 매혹적인 영화입니다. 위에서 이 영화의 치명적인 부분에 대해서 다뤘지만 개인적으로는 흠잡고 싶지 않은 영화입니다. 감독의 작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영화로 <문라이즈 킹덤>에서 새로운 영화로 바뀔 때가 왔습니다. 꼭 감상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
그냥 의도적으로 쓴 것처럼 써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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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오어 티 영화 후기 / 중국영화 맞아?! / 대만 로코인줄 ㅎㅎ / “스물” 느낌의 유쾌한 코믹 드라마
영화직관하는남자 영직남의 "커피 오어 티" 후기입니다.
엔드크레딧과 함께 윈난의 아름다운 풍경과 흥겨운 OST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중국영화, #코미디, #드라마, #팽욱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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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가디슈」예고편 1초 단위 분석 그리고 소말리아 내전 핵심요약ㅣ모가디슈 예고편ㅣ모가디슈 김윤석 조인성ㅣ모가디슈 1차 예고편ㅣ소말리아 해적 아덴만ㅣ
? '모가디슈(2021 여름)' 예고편 1초 단위 분석
그리고 영화의 배경인 '소말리아 내전' 역사 소개- 모가디슈 영화정보
장르: 드라마, 액션
감독: 류승완
각본: 류승완
제작: 강혜정
출연: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김소진, 정만식, 구교환, 김재화, 박경혜 외
촬영: 최영환
조명: 이재혁
편집
미술
음악
의상
주제곡
촬영 기간: 2019년 11월 ~ 2020년 2월
제작사: 대한민국 외유내강, 덱스터 스튜디오, 필름케이
배급사: 대한민국 국기 롯데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대한민국 국기 2021년 7월
화면비
상영 시간: 121분
제작비: 240억 원
- 시놉시스
내전으로 고립된 낯선 도시, 모가디슈
지금부터 우리의 목표는 오로지 생존이다!대한민국이 UN가입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시기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는 일촉즉발의 내전이 일어난다.
통신마저 끊긴 그 곳에 고립된 대한민국 대사관의 직원과 가족들은
총알과 포탄이 빗발치는 가운데,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북한 대사관의 일행들이 도움을 요청하며 문을 두드리는데…목표는 하나, 모가디슈에서 탈출해야 한다!
- 캐릭터
대한민국 대사관
한신성 대사 (김윤석 분)
강대진 참사관 (조인성 분)
김명희 (김소진 분)
공수철 서기관 (정만식 분)
조수진 대사관 사무원 (김재화 분)
박지은 대사관 막내 사무원 (박경혜 분)
북한 대사관
림용수 대사 (허준호 분)
태준기 참사관 (구교환 분)
2021년 개봉예정인 대한민국의 영화. 류승완 감독의 11번째 연출작.
1991년 소말리아 내전으로 인해 고립되어 버린 남북대사관 공관원들이 목숨을 걸고 함께 탈출했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되었다.영화 제목이 캐스팅 과정에서는 '탈출' 이라는 가제로 알려졌으나, 이후 '모가디슈'로 확정되었다.
2020년 여름 성수기 개봉작품으로 준비중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개봉이 1년 가까이 지연되었다.
영화의 배경은 소말리아 모가디슈지만 현재까지도 위험이 발발한 지역인지라 실제 촬영은 모로코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모가디슈 #모가디슈_예고편 #모가디슈_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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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텔라> 메인 예고편
악으로! 깡으로! 달려라! 스텔라! 옵션은 없지만 사연은 많은 1987년식 자율주행차 스텔라의 유쾌한 웃음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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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분노의 추격자> 메인 예고편
아내가 사라졌다! 평소와 다를 바 없던 귀갓길, ‘윌’(제라드 버틀러)이 주유를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아내 ‘리사’(제이미 알렉산더)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사소한 실마리조차 남기지 않고 증발한 ‘리사’ ‘윌’이 그녀를 찾기 위해 분투할수록 드러나는 증거들은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최악의 상황! 그녀를 찾을 때까지, 추격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