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또비됴2024-04-25 11:26:10
알면서 또 당했다! 잭 스나이더에게~
리뷰
알면서 또 당했다! 스펙터클한 비주얼의 힘으로 밀어 부치는 잭 스나이더 영화에 일말의 기대감을 가진 마음이 원망스러울 정도. 파트 1에 이어 공개된 감독의 스페이스 오페라 시리즈 <Rebel Moon(레벨 문): 파트2 스카기버>(이하 ‘<레벨 문: 파트2>’)는 현란한 비주얼로 눈을 현혹하지만, 헐거운 스토리라인이 이내 발목을 잡는다. ‘이게 한 두 번도 아닌데~’라는 말로 흐지부지 하기엔, 이 시리즈가 가진 의미가 크다. 감독에게도 우리에게도, 그리고 넷플릭스에게도.
코라(소피아 부텔라)와
군나르(미힐 하위스만), 그리고 이름 없는 전사들은 애티쿠스
노블 제독(에드 스크레인)과의 한 판 승부에서 승리를 거뒀다. 사랑하는 이들의 보금자리를 지켰다는 안도감과 함께 행성으로 온 이들. 하지만
죽은 줄 알았던 노블 제독이 다시 살아나 복수를 위해 함대를 이끌고 온다는 걸 알게 된다. 코라와 전사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모두 힘을 합친다.
20년 전의 프로젝트. <스타워즈>의 팬인 감독이 자신만의 스페이스 오페라 세계관을 구축하고 실현한 작품이 바로 <레벨 문> 시리즈다. 작년 12월 <Rebel Moon(레벨 문): 파트1 불의 아이>(이하 ‘<레벨 문: 파트1>’)는 그 시작을 알린 첫 번째 작품으로, 이런 저런 아쉬움은 있었지만, 이어지는 파트 2, 파트 3의 이야기의 징검다리라는 점에서 꾸역꾸역 지켜볼 수 있었다. <레벨 문: 파트1>은 여전히 비주얼리스트로서 황홀한 영상미를 구현하는 장인으로서의 능력, 그리고 캐릭터 구축과 기본적인 스토리라인의 부실한 구축 등 그가 가진 장단점이 명확한 작품이었다.
중요한 건 이 장단점이 <레벨 문: 파트 2>에서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 <다크 나이트> 등 보통 트롤리지 시리즈 중 2편은 가장 완성도가 높기로 유명. 그런 의미에서 <레벨 문> 시리즈도 애초에 트롤리지 구성이었기 때문에 워낙 좋지 않았던 전편의 완성도에도 파트 2에서는 뭔가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마을에서 이뤄지는 마더월드 군대와 주인공들의 대결 액션은 물론, 전편에서 간과한 용사들의 전사와 두터워지는 이들의 관계에서 빗어지는 새로운 스토리라인 등이 기대 요소라면 기대요소. 하지만 잭 스나이더는 잭 스나이더였다.
액션은 우리가 예상한 것만큼만 나온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슬로모션 액션은 줄기차게 이어지고, 전편보다 더 커진 액션 규모에 따라 전사, 주민 연합과 마더월드 군대간의 전쟁 장면으로 볼거리를 채운다. 병력 수와 무기 등에서 마더월드 군대보다 열세인 전사, 주민 연합은 트랩과 참호를 설치하는 등 기민한 작전을 통해 이를 상쇄하는 과정은 볼거리. 하지만 전투 장면이 계속되며 피로감이 쌓인다. 후반부 코라와 노블 제독간의 대결 또한 추락하는 함대 내에서 벌어지는 특수성을 가미했지만, 이 또한 특별한 액션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이처럼 <레벨 문: 파트 2>는 비주얼로만 보는 이들을 현혹하기엔 다소 무리가 따르는데, 그 이유는 역시 스토리다. 전편에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던 이름모를 용사들의 전사들이 밝혀지지만, 대사로만 에둘러 설명한다. 결전을 앞둔 날 모두 모여 진실게임을 하듯 돌아가며 과거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는 식인데, 잭 스나이더가 우리나라 수련회의 꽃인 촛불의식을 벤치마킹한건지 몰라도 충분히 이들의 서사를 구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런 얄팍한 서사는 이들이 마대월드 군대와 대결을 벌일 때 동력으로도 사용할 수 없고, 각자 이 전쟁에 참여하는 당위성을 제대로 갖게 하지도 못한다. 절명의
순간에 느껴지는 감정선들도 이들의 서사 구축이 약해 금세 휘발된다. (검술의 대가 네메시스를 연기한
배두나의 깊은 감정 연기도 휘발되기는 마찬가지다)
애초에 호불호가 갈리는 시리즈였던 것을 감안하고도 <레벨 문: 파트2>는 불호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로튼토마토 (4/24)기준 신선도 지수 15% 팝콘 지수 52%를 기록중이다. 썩은 토마토를 부여받은 전편과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시리즈가 가장 아쉬운 건 <스타워즈> <7인의 사무라이>등의 작품 레퍼런스를 가져와 자신만의 스페이스 오페라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두 작품의 놀라운 지점은 영화 자체로서의 재미와 액션 비주얼은 물론, 독재 권력의 공포와 이를 대항해 맞서는 저항세력의 힘을 각각 SF, 액션 장르에 잘 담았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잭 스나이더 감독은 두 작품의 비주얼적인 면모만 차용한 듯 보인다. 이는 결과적으로 <레벨 문> 시리즈의 세계관이 보는 이들의 눈에만 머무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파트3까지 계획 중인 이 시리즈의 다음은 어떻게 될까? 잭 스나이더의 오랜 숙원사업이자 회심의 작품인 <레벨 문> 시리즈는 연거푸어 관객들의 냉대를 받고 있다. 크리에이터로서
마지막 마무리를 하고 싶은 건 당연지사. 하지만 파트3를
기다려줄 이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넷플릭스의 결정이 사뭇 궁금해진다.
평점: 2.0 / 5.0
한줄평: 비주얼만 믿고 달려가는 위험한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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