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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dong2024-04-29 03:12:10

무슨 이유가 있진 않지만 일단 다 준비했어

<범죄도시 4> 나의 해석과 감상 등등

 

 

<범죄도시 4>의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괴물 형사 마석도(마동석)다. 수사 중인 마석도. 마약 유통업자를 일망타진하기 위해 팀과 노력하고 있다. 딱 봐도 이상해보이는 남자를 쫓는 마석도. 열심히 달리니 도착한 곳은 어떤 건물의 옥상이다. 문을 열고 유통업자들의 본거지에 도착한다. 문이 철창으로 되어 있었다. 철창을 부수는 마석도. 악한들을 때려눕히고 나서 범죄자들이 쓰던 휴대전화를 관찰했다. 그 휴대전화에는 범죄자들이 마약을 유통하는 방식에 대한 힌트가 있었다. 어플을 개발해서 마약을 판매하던 업자들을 잡고 싶다는 목표가 생긴다. 동시에 마석도에겐 과제가 있었다. 어느 날 발견된 시체가 있는데 그 피해자의 어머니와 했던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석도의 눈빛이 반짝인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마석도가 나쁜 놈들을 싹 쓸어버린다!

 

 

가장 처음으로 써볼 수 있는 건 이 영화의 핵심이다. 글쓴이가 생각했을 때 이 영화는 경찰에게 바치는 러브레터다. 고된 노고로 치안에 힘쓰는 경찰들에게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좀 생뚱맞게 보일 수 있다. 아니 ‘범죄도시’ 시리즈는 그냥 마동석이 나쁜 놈 때려잡는 게 전부 아니었어? 물론 맞다. 하지만 이 시리즈의 가장 첫 번째 영화 <범죄도시> 1편에서 엔딩 크레디트가 다 끝나고 나서 올라오는 자막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글쓴이의 기억 상으로는 ‘모든 한국 경찰들을 응원합니다’였다. 실제로 <범죄도시> 1편은 경찰의 인간적인 모습을 강조하기도 했는데 전일만(최귀화)나 강홍석(하준)의 서사를 이야기 전면에 배치시켜서 캐릭터 무비로서 장점을 추가했다. 경찰이 우리 일상에서 푸근한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본편 <범죄도시 4>는 이 1편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가져오려고 한 것처럼 보인다. 이 점에서 이 영화의 기본, 그러니까 정말 보여주고 싶었던 부분이 시리즈 1편에서 왔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 영화는 기존 시리즈의 계승과 그 변주를 통한 쾌감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글쓴이는 이 부분, 그러니까 ‘계승과 변주’에 대해 써볼 것이다.

 

우선 가장 첫 번째로 써볼 것. 이 영화의 사실상 진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장이수(박지환)의 존재는 영화의 가장 기본적인 기획의도와 닿아있는 인물이다. 코미디라는 장르적인 특색과 영화의 핵심을 보여주는 과제를 수행하는 캐릭터가 장이수다. 그 과제가 뭘까? 바로 관객의 관점에서 경찰의 노고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다. 아예 낯선 캐릭터들이 많았던 <범죄도시 3>의 쿠키영상에 등장한 장이수. 이 장이수는 1편과 2편에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4편에 다시 나타났다. 이 시리즈 중 4편 중 3편에 등장한 캐릭터는 마석도 제외 장이수가 유일하다. 이 특징은 곧 장이수가 우리들에게 친근한 캐릭터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친근함을 바탕으로 영화는 인물의 시점에서 여러 장면들을 비춘다. 이 연출의 의도는 중후반부에서 더 두드러진다. 왜? 마석도가 장이수를 데려온 것 치고 둘은 따로 논다. 오롯이 장이수만을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의 근거는 장이수가 플롯에서 차지하는 비중에서도 찾을 수 있다. 글쓴이는 장이수가 이야기 내적으로 이 역할에 100% 걸맞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아는 장이수의 설정이 본작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원래 경찰이 꿈'이나 '도박업체를 운영한 적 있다'라는 점을 4편이 되고 나서야 부랴부랴 제시한다. 심지어 이 인물의 행보를 보면 마석도가 데려온 것 치고 주인공과 따로 논다. 하지만 이 장이수는 명예경찰이 되어 악당들을 소통하는데 기여하는 행보를 보여준다. 마석도와의 캐미보다 이 검거 과정을 감독이 선택한 것이다. 이 선택의 화룡점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이수의 대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찰들 목숨 내놓고 사네!”다. 이 대사는 일반인이 경찰이 되어 겪은 경찰들의 노고를 관객에게 떠먹여 준다는 점에서 이 인물의 기획의도를 드러내는 문장이었다. 

 

 

이 장이수가 등장한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다. 변주를 둔 캐릭터에 속하는데, 바로 서울지방경찰청(권일융)의 등장이다. 이 캐릭터가 등장한 배경이 아주 흥미롭다. 마석도와 장태수(이범수)가 둘의 상사(정인기)를 만나 설득한다. 이번엔 1,2,3편과는 다르게 실패한다. 일단 이 상황 자체가 변주인데 그것이 한번 더 일어난다. 우리가 아는 실제 경찰이 영화 안에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 상황 자체도(권일융 교수의 발연기 때문이 아니라;) 변주지만 이 인물의 입에 나오는 대사도 역시 마찬가지다. “경찰이 범인을 잡는 시기가 예상보다 늦을 수 있다”는 말과 “경찰은 이런 맛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경찰청장. 글쓴이가 주목하고 싶은 건 이 경찰청장의 캐스팅이다. 그냥 모르는 아저씨가 짠하고 나타나서 이런 대사를 해도 이야기의 흐름에 큰 영향이 없다. 하지만 이 영화가 굳이 권일융이라는 프로파일러를 캐스팅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영화 밖에서 찾을 수 있다. 권일융 프로파일러는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다. 이 인물이 대중매체에 자주 노출됐기 때문에 이 사람의 권위를 우리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이런 인물이 굳이 영화에 들어와 경찰청장을 연기한다. 그럼 당연히 경찰로서의 권위가 영화 안에서 맥락으로 사용됐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현실과 영화 밖을 흐려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방식은 이 장면을 어떻게 구성하고 있느냐에도 근거가 있다. 마석도 역할을 맡은 마동석 배우는 현재 명예경찰 경위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흥행에 힘입어 경찰청에서 명예직을 수여한 것이다. 이 마동석 배우가 ‘범죄도시’ 시리즈를 찍을 때 마석도를 연기하지 않나? 그럼 명예경찰인 배우가 경찰을 연기한다는 삼중 구조의 상황이 연출된다. 글쓴이는 이것을 경찰과 배우의 중간단계라고 생각한다. 이 마동석 배우를 기준으로 실제 경찰인 사람(권일융 교수)과 직업이 배우인 사람(정인기 배우)이 한 컷에 있다. 그리고 이 인물들이 ‘경찰이 지켜야 할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연출은 곧 “영화라는 틀(배우)을 넘어 경찰 베테랑이 영화와 현실 한가운데에 있는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문단을 종합하면 ‘경찰 베테랑의 입을 통해 영화와 현실 한가운데에 있는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윗문단에 쓴 장이수의 활용법과 겹쳐지는 점이 있다. 인물의 활용이 현실의 관객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된다는 점이다.

 

다음은 이 영화의 어떻게? 에 대한 부분이다. 이것에 있어 가장 먼저 이야기할 수 있는 캐릭터는 한지수(이주빈)다. 이 ‘범죄도시’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기 어렵다. 이 시리즈는 마석도의 핵펀치로 나쁜 놈들을 때려잡는 것이 가장 재미있는 부분 아닌가? 하지만 이 장점은 반대측면에서 단점으로 돌아온다. 여성 캐릭터가 나오기 어렵다는 점이다. 아마 마석도와 여성 캐릭터가 맞대결을 펼치기엔 블랙 위도우정도는 돼야 싸움이 가능하다. 시리즈의 기획의도가 이야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다양성을 방해하는 것이다. 이 특징은 치명적이라 영화가 다른 노선을 취하기가 어렵다는 단점과도 이어진다. 성별이 영화 밖의 맥락에서 균형을 이룬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자그마한 요소 하나로 이야기의 결은 아예 달라질 수 있다. 그럼 시리즈 중 하나의 배경에 여성 경찰이 등장할만한 일을 깔면 되지 않을까? 글쓴이는 이 영화가 이 과제에 대한 답으로 사이버 범죄를 선택했다고 본다. 사이버 범죄라는 것이 물리적으로 내지는 면대면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상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물리력이 그렇게까지 필요하지 않다. 그럼 한지수가 등장하는 것이 필연적이다. 한지수는 강남수(김신비)라는 부사수와 함께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로서 이야기를 이끄는 원동력 중 하나가 된다. 이 필연에 근거한 캐릭터 한지수는 주체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초반부에 마석도가 한지수에게 “방검복 입혀!”라고 말하자 그녀가 이 제안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장면을 필두로 인물이 마냥 끌려가지는 않는 연출인 것과 동시에 직접적인 액션은 없이 인물을 일으켜 세운 것이다.

 

 

이 영화의 악당들에 대한 부분도 영리하게 변화구를 둔 지점이 있다. 여러분은 권사장(현봉식) 캐릭터를 어떻게 봤는가? 글쓴이는 이 영화가 기존의 시리즈와 다르게 1대 다수의 구도를 만들려고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 선택의 일환이 권사장이라고 느꼈다. 이 영화가 기존에 유지했던 1대 1 혹은 1대 2의 구도라는 클리셰에서 벗어나 1대 3의 그림을 만들기 위해 권 사장을 등장시킨 것이다. 이것의 첫 번째 근거로 물리적 비중을 이야기할 수 있다. 권사장이 사전에 광고된 바와는 다르게 물리적 비중도 크고 장동철(이동휘) 보다 더 오래 살아남았다. 영화가 중간에 광고된 것 그 자체라면 장동철이 판을 이끄는 흑막으로서 극을 이끌 것 같지만 백창기(김무열)의 곁에서 사건을 지휘하는 일은 권사장이 맡았다. 이 단적인 사실만 놓고 봐도 이 영화의 빌런은 2명이 아니라 3명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영화 안에서 이 빌런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가? 도 이 영화를 설명할 때 중요한 부분이다. 전작 <범죄도시 3>을 생각해 보자. 리키(아오이 무네타카)와 주성철(이준혁)은 시시건건 대립한다. 그러다가 플롯이 하나로 정돈되며 마석도와 리키의 대결구도가 만들어지는데 길다면 길다고 볼 수 있는 액션 신을 통해 ‘외국인’과 ‘검객’ 빌런의 개성을 나름대로 살리려고 노력했다. 권사장 역시 본작 <범죄도시 4>에서 3편에서 리키가 받은 대우를 오마주 하는 듯한 장면이 있다. 바로 마석도와의 대결 장면이 있는 것이다. 이 대결이 주먹 세 방에서 끝나서 그렇지 이 영화의 핵심인 ‘마석도와의 맞대결’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빌런으로 둔 변화구는 후반부 마석도와 백창기의 맞대결에서도 볼 수 있는 변주다. 백창기의 옆에 조력자로 나오는 캐릭터가 마석도와의 대결에 참여한다는 점은 이 영화가 빌런의 물리적인 수를 통해서도 변화를 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윗문단에 적은 걸 보충하고 싶다. 이 영화는 현재 경찰들의 헌신을 보여주기 위해 이 영화가 변주하고 또 계승한 것이 있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가장 첫 번째 계승과 변주는 하이라이트 액션이다. 원래 범죄도시 시리즈의 하이라이트 액션은 합을 길게 주고받는다. <범죄도시 3>에서 주성철과 마석도는 넓은 경찰청 안의 방과 방을 움직이며 온갖 구조물을 부수고 다닌다. 본작에서도 비행기 안에서 공간을 바꾸는 액션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글쓴이는 마석도가 1,2,3편처럼 종합기술로 백창기를 제압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주먹을 몇 대 더 때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왜? 연속기로 백창기를 두들겨 패면 그 전의 상황을 보여줄 수 없다. 그전 상황이 뭐게? 바로 백창기가 뛰어난 무력으로 마석도의 몸에 칼을 꽂는 장면이다. 또 2대 1의 구도를 맷집으로 버티는 상황을 보여줄 수 없을 것이다. 또 여기에 대사 한 줄을 더 추가한다. "외롭지"라는 대사다. 액션 신의 두 상황과 대사 한 줄을 덧붙이면 경찰 마석도가 직업인으로서 겪는 애환을 보여주는 셈이다. 혼자라서 알아주지도 않지만 위험한 일을 감수하는 경찰로서의 삶을 단면으로 잘라 보여준 것이다. 이 단면을 보고 느끼는 것. 혹시 이 전 장면에 마석도의 헌신과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없을까? 조성재와 관련한 감정선이 영화에서 중요하기는 하다. 인물의 동기가 되니까. 하지만 전작처럼 그냥 나쁜 놈이니까 두들겨 패고 잡아넣어도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다른 선택지를 골랐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부상당하고 노력하는 마석도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납작하다 못해 평평한 마석도라는 캐릭터에 입체성에 부여해서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한 선택이 됐다.

 

물론 영화는 이 '경찰의 헌신'이라는 소재를 마석도에만 국한 짓지는 않았다. 김만재(김민재)가 백창기와 대결을 펼치는 장면, 양종수(이지훈)의 팀이 필리핀에서 악당들을 체포하는 장면은 경찰들이 직업인으로서 '열일'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이 영화의 엔딩도 이 직업인으로서의 경찰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마석도와 한태수가 팀을 이끌고 조성재 모녀를 추모한다. 그리고 그다음 장면에 등장하는 인물이 교통경찰이고, 그 인물은 장이수에게 "Police 지 Folice가 아니다!"라고 일갈한다. 영화의 마무리를 경찰로 끝내고 그 마저도 영단어의 스펠링을 보여주고 끝낸다는 건 분명히 이 장면을 강세를 두고 말하고 싶다는 의미겠지? 심지어 오프닝에서 경찰이 습격당해 죽는다는 걸 생각해 보면 통일성까지 생긴다. 영화의 처음과 끝의 주인공이 경찰이라는 점, 그리고 그 자체를 강조했다는 것이 이 <범죄도시 4>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역설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 따라오는 수많은 단점들은 이 선택에 따라 딸려오는 것들이었다. 글쓴이는 장이수의 등장이 과하다고 생각했다. 장점으로 언급한 부분은 반대로 돌아와 이 영화의 단점이 되기도 한다. 그 씬, 그러니까 필리핀 경찰이 "넌 왜 머리가 길어?"라고 말하는 장면이 굳이 필요했을까? 더 나아가 FDA를 보고 장이수는 왜 인터넷 검색을 하지 않았던 걸까? "마 형사"라고 대놓고 언급하는 장면을 겪고 나서도 마석도는 왜 장이수와 협업하지? 갑자기 틈입하는 '원래 꿈이 경찰'이라는 설정이 굳이 필요했을까? 이 설정이 인물의 동기에 있어 중요하기는 하지만 마석도가 다른 말로 설득했다 하더라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권일융 프로파일러가 경찰청장으로 나온 장면에서 헛웃음이 나오지 않은 관객을 세는 건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려해서 그 장면은 그게 최선이었겠지만 어떤 장면은 특정 영화의 전체적인 퀄리티를 헤치기도 한다.

 

사이버 범죄라는 선택지를 골라 여성 캐릭터를 등장시킨 것도 약간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장면이 있었다. 글쓴이가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하며 본 장면은 장이수와 합심하는 장면이다. 여기서 한지수는 이주빈 배우의 빼어난 미모를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한다. 여기서 하나 더 덧붙인다. 한지수가 액션을 보여줄 것 같았지만 마석도가 "뻥이야"라면서 불필요한 대사를 친다. 이 두 장면은 여성 캐릭터를 고전적으로 사용했다는 점/한지수가 액션을 보여줄 수도 있지 않나라는 점에서 연출 의도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전자가 꼭 필요한 장면이었다 하더라도 한지수가 주체적인 모습이 없으니 여성 캐릭터가 그냥 존재만 하고 인상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하다못해 이 캐릭터가 사이버 범죄 전문가라는 설정이 빛을 발하지도 않는다. 한지수가 뭔가를 하는 건 그 하는 것 자체만 보여주지 그 디테일은 장이수가 채우니 내실이 부족한 것이다. 그리고 이 단점의 표면, 그러니까 '사이버 범죄'라는 기본적인 배경은 영화의 핵심과는 멀어 보인다. 물리적인 범죄가 아니다 보니 치밀한 수싸움을 기대하는 관객이 많았을 것 같다. 하지만 문제 해결 방식은 우리가 아는 범죄도시 시리즈 그 맛이다. 이 무의미한 설정은 본 작의 코미디 요소와도 이어지는 단점인데 글쓴이는 '클라우드 동기화'같은 이상한 개그를 왜 들어야 하나 싶었다.

 

 

빌런으로 1 vs 다수의 구도를 설정한 것도 깊게 파면 단점이 많다. 가령 김무열 배우가 맡은 백창기만 봐도 그렇다. 김무열 배우가 굉장히 뛰어난 배우라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 백창기 역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도 잘 안다. 특히 하이라이트 신에서 허허허허허 웃는 장면은 굉장했다. 하지만 이 연기력에 비해 물리적인 비중이 부족했다. 단지 돈 받고 말고 가 인물의 동기다. 1편의 장첸, 2편의 강해상과는 다른 행보다. 1편의 장첸은 동기를 예측할 수 없어서 무서운 놈이었고 2편의 강해상은 동기 같은 게 없어서 악함이 드러나는 빌런이었다. 그런데 본 작의 백창기는 그냥 사람 죽이고 건물 부수는 게 전부다. 심지어 중간에 굉장히 의아한 선택을 보여준다. 청소부 아주머니를 공격하는 장면에서 글쓴이는 당연히 아주머니와 김만재를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서 영화는 대중성을 선택하며 두 사람이 죽지 않는 선택지를 고른다. 이 사건이 빌런의 악함을 대놓고 드러낸다고 볼 수 있을까? 여기서 두 사람을 공격해야 후반부에 카타르시스를 더하는 것 아닐까? 단지 허허허허 웃는 게 빌런의 악함을 드러내는 방식인 걸까? 왜 이런 연출이 들어갈까 생각해 봤다. 왜?를 거세하고 그냥 현상 그 자체만 담기 위해 이런 각본이 들어간 게 아닐까라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빌런으로 권사장을 등장시키는 선택지엔 사실 큰 위험부담이 있다. 장동철 캐릭터가 평면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인물이 초반에 이야기를 이끌고 퇴장한 다음 후반부에 권사장이 이끄는 플롯에 쾌감이 생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것을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장동철의 역할을 있는 최소화 시킨다. 이 최소화는 이야기의 흐름에 치명적으로 작용하기도 하는데, 이 장동철이 백창기가 사람을 언제든 죽여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란 걸 뻔히 알면서도 대비를 부실하게 한다는 점이나 권사장과 백창기의 내통 가능성을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 의아했다.

 

그리고 글쓴이가 생각하는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이야기의 얄팍함이다. 이 얄팍함이 단지 시리즈의 전통만 계승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야기의 핵심인 '경찰의 헌신'을 보여주는 방식의 문제다. 이 영화의 흐름은 전부 다 말이 된다. '왜?'를 철저하게 설명하고 넘어가는 플롯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영화의 기획의도가 '실제의 경찰'에게 바친다는 점에서 두 특성은 상호 충돌한다. 대표적으로 경찰서에 구금해 있는 범죄자를 수많은 배달원에 가려 죽게 놔둔다는 설정은 명백한 무리수다. 이것만 있을까? 갑자기 업체를 순식간에 후다닥 만들어진다는 설정, 특수경찰이라는 소재까지 영화는 생경한 것들로 가득 차 내내 삐끄덕거린다. 이런 설정들이 말이 아예 안되게 연출되는 것은 아니라 그냥 넘어간다 치더라도 이건 그냥 단지 이야기만의 문제지 현실로 끌고 오기엔 무리가 있다. 이런 지엽적인 이야기 흐름은 영화가 전체적으로 삐걱거린다는 점에 있어 치명적이다. 영화가 지나치게 대중성만 고려했다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의 메시지의 측면을 쭉 썼지만 사실 이 영화의 액션은 굉장히 훌륭한 편이다. 글쓴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마석도의 액션이 아니라 백창기의 것이다. 이야기 중반에 건물 하나를 철거하며 보여주는 나이프 파이팅, 김만재와의 대결 같은 것들은 <아저씨>의 차태식(원빈)이 연상되는 부분이었다. 이 액션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는 몸값을 톡톡하게 해낸다.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 사운드와 촬영을 잡은 영화의 내실 중 하나인 것이다. 하지만 이 액션이 아닌 나머지 부분에서 영화는 기술적인 성취를 이루지는 못했다. 그중 최고는 편집이다. 이 편집은 영화의 두 번째 단점으로서 허명행 감독의 경험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가령 "뻥이야"같은 장면 굳이 들어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 아니면 길게 뺄 필요가 있을까? 어디 장면에서 어느 게 들어가야 할지를 고민하지 못한 채로 그냥 무작정 이야기만 전개하려니까 완급조절에 실패한 것 아닐까?

 

 

글쓴이는 이 <범죄도시 4>가 이번에도 천만 관객을 넘길거라 생각한다. 단점을 적긴 했지만 나의 총평은 '재밌었다'다. 하지만 동시에 이 영화가 시리즈의 경고음을 울리는 단적인 예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시리즈의 매력을 재가공하는 것이 아닌 표면적인 것만 좇는, 지엽적인 영화의 태도가 아쉬움처럼 느껴진다. 글쓴이는 이 장점에도 불구하고 상기한 단점 때문에 5편에서 더 본질적인 변화를 두지 않는다면 지겹다고 느낄 거라고 생각했다. 시리즈의 최저점이다.

 

작성자 . udong

출처 . https://brunch.co.kr/@ddria5978uufm/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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