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4-29 15:30:26
4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5일만에 400만 돌파한 <범죄도시4>
"흥행하는데엔 뭔가 이유가 있지 않겠냐?"
<범죄도시4>의 엄청난 흥행질주. 영화는 5일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기게 되었는데요.
다가오는 연휴와 겹쳐 흥행이 가속도를 붙어 천만관객을 넘길것으로 예상됩니다.
영화 <범죄도시4>가 개봉 5일만에 관객 4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올해 개봉작 중 최단기 흥행이며 손익분기점을 첫 주에 넘기게 되었습니다. <범죄도시4>는 개봉 초기 흥행몰이에 성공하면서 올해 두 번째 천만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이며 다가오는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비롯해 5월 4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3일간의 어린이날 황금연휴에 극장가의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젠데이아 X 조쉬 오코너 X 마이크 파이스트 주연의 <챌린저스>가 공개 첫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만든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신작으로 테니스 선수 세 명의 삼각관계를 그립니다. 2위는 <언성 히어로> 3위는 <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가 차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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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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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조한 말투의 귀여운 러브스토리
<사랑은 낙엽을 타고> (원제는 Fallen leaves)는 제76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으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적 있습니다.
그때는 원제 그대로 <폴른 리브스>로 개봉했으나 사랑은 비를 타고 짝퉁 마냥 제목이 바뀌었습니다.
스토리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두 사람이 만나 연인으로 발전하는 이야기입니다. 로맨스 영화다 보니 플롯 자체는 특별할 게 없습니다.
여주인공 '안사'는 마트에서 일하며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가져가서 먹다가 걸려서 해고당하고,
남주인공 '홀라파'는 장비에 문제가 있음을 호소했음에도 무시당하고 일하다가 산업재해를 당했는데 음주 상태였다는 이유로 해고당합니다.
안사는 라디오만 들으며 쓸쓸한 삶을,
홀라파는 알코올중독으로 우울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친구 따라 가게 된 가라오케에서 우연히 만나고, 그 이후로 한 번 더 우연이 닿아 인연을 쌓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 나누고 영화를 보고. 즐거운 데이트를 하고 안사가 전화번호를 적은 종이를 건냅니다.
하지만 바보 같은 홀라파가 담배를 피우면서 종이를 잃어버리죠.
이 영화의 매력은 냉소적인 어투에 그렇지 못한 말과 감정에 있습니다.
뚱한 표정에 절제된 말을 하는데요, 하는 말과 행동은 그런 표정과 다르게 유머러스합니다. 제가 있던 극장에서도 종종 웃음소리가 들렸고, 유럽에서는 웃음이 많이 터졌다고 하네요. 괜히 코미디 + 드라마 가 아닌 모양입니다.
이는 이 영화의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주요 특징인데요, <성냥공장 소녀>와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시리즈> 등에서도 나타났다는 거 같습니다.
저는 이 감독의 영화를 처음 보았는데요,
그래서 시종일관 라디오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내용이 나오고 휴대폰을 쓰면 될 것을 전화번호를 종이에 적어 건네는 모습을 보면서도 달력이 2024년이었다는 것을 눈치 못 챘습니다. 가라오케에서 부르는 노래들도 구수해서 80-90년대 배경인 것만 같았거든요.
감독이 우체부 일이나 접시닦이 일을 하다가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며 데뷔하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그 구닥다리 같은 카메라 워킹과 편집, 미장센이 감독만의 매력인 거 같습니다.
취향은 타겠지만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감성의 영화이기에 겨울에 보기 괜찮은 영화인 거 같습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시사회에 참석하고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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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의 이해할 수 없는 삶에 대해
돌덩이 같은 가방을 메고 하루 종일 전국을 떠돌아다녀야 하는 보따리 강사. 그럼에도 동료 강사의 부당해고에 분노하며 생계는 나몰라라 투쟁에 앞장서는 ‘나의 딸’ 혼인 신고조차 할 수 없는 동성 연인과 7년 째 연애를 하고 있는 ‘나의 딸’이 집으로 돌아왔다, 동성 연인과 함께. 세상의 부조리를 이해할 수 없는 딸과 세상에 부적합한 딸을 이해할 수 없는 나 우리가 함께 마주할 세계가 있을까?
<딸에 대하여> 줄거리
불편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던 나의 감정을 하나로 꼽자면 이 말밖에는 없을 것이다. 영화 속 인물들의 삶은 정말 어디선가 봤을 법한 아니 이미 내 주변의 삶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너무 현실적이기에 불편할 수밖에. 이 영화는 제목에서 이미 드러나듯이 성소수자인 딸과 딸의 연인이 중심이 아니라 그의 가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7년째 연애 중인 딸의 연인은 여자다. 그래도 눈앞에서 딸의 연애 그리고 그 연인을 보지는 않았기에 탐탁지 않아도 참고 있다.
그런데 마음 준비할 생각도 없었지만 겨를 없이 갑작스레 함께 살게 된 딸과 그의 연인.
딸의 연인이라는 여자, 레인과 함께 살기 시작한 엄마. 늦은 밤 딸과 함께 속닥거리는 소리도 아침저녁마다 겹치는 동선도 모두 불편할 따름이다. 딸에게는 쉬이 드러내지 못하는 불쾌한 속내를 레인에게는 잘도 드러낸다. 딸이 그린이라는 이름으로 살며 겪고 있는 일들이 모두 레인 탓이라 여기는 걸까. 아니면 잠깐이면 끝날 장난을 7년 동안 이어온 그 둘이 마음에 안 드는 걸까.
버스에서 본 여학생들처럼 아직까지도 소꿉장난이나 하고 있는 둘의 모습에 시종일관 뭐가 얹힌 듯이 가라앉아 있는 표정이 아직까지도 눈에 선명하다.
왜 하필 내 딸이. 세상의 부조리에 부조리하다 말하는 건 당연하지만 내 딸이 그 부조리 속에 있는 건 안된다. 남들처럼 살면 안 되는 걸까. 이런 부모의 마음 알지 못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린에게 이 투쟁은 곧 나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외면할 수 없다. 멈출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는 딸의 행동에 당장 화를 내고 그만두라 소리치고 싶지만 남들이 말하는 평범과는 먼 딸의 삶을 마주 하긴 두렵다. 그린도 마찬가지다. 엄마가 불편해하고 있음을 이미 알고 있지만 나의 가족이 나를 그리고 내 연인을 불쾌해 하는 걸 마주하고 싶지는 않다.
터질 듯 말 듯 한 아슬한 분위기와 불편하고 울분을 참는 것 같은 표정을 정말 잘 표현한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압권이었다. 덕분에 서로 이해하지 않고 있던 세상들이 충돌했을 때 장난 혹은 잘못된 것이라 믿어왔던 것들이 실재하고 있는 모습을 맞닥뜨렸을 때의 인물들의 울분과 분노가 아무려 나와 관련 없는 이해 못 하는 관점이라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끔 만든다.
엄마의 삶은 딸에 대한 것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요양 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엄마는 가족도 아무도 없는 제희를 돌보고 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도 자신의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살뜰히 그를 챙기는 엄마. 모두가 그 모습에 의문을 표한다. 요양 보호사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아님 이타적인 마음에 의해? 그 어느 것도 아닌 바로 제희의 모습이 곧 자신의 모습일 거라는 공포 그리고 불안 때문이었다. 그의 일이 내 일이 될 수도 있고 아니 내 일이 될 테니까.
결국 세상에 내팽개쳐진 제희를 위해 소리치고 직접 움직이는 엄마를 보며 그린의 맞서는 행동들이 누구를 닮았는지 알겠더라. 결국 모두들 각자의 부조리에 맞서고 있다. 엄마는 나 혹은 나의 딸이 될지도 모르는 무연고자로서의 삶이 두렵기에 소리를 내고 그를 끝가지 돌본다. 엄마의 삶 역시 사회적 약자로서의 연대와 투쟁으로 가득하기에 자신의 딸은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엄마이기에 딸을 먹으면서도 결국 끝까지 곁에 있어준다.
그린과 레인의 모습은 7년의 연애 기간이 무색하지 않게 안정적이다. 그 모습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보게 된 엄마. 그린이 생판 남을 위해 투쟁하는 모습을 보게 된 엄마. 그린과 레인 주변에 그들과 연대하는 사람이 있는 걸 본 엄마. 결국 무연고자로 아무도 오지 않는 장례식을 치렀지만 그린과 레인, 그리고 자신까지 아무런 연관 없는 사람들로 조금이나마 채워진 장례식장을 본 엄마. 그는 그런 일들을 겪었다고 당장에 머리에 띠를 두르고 세상을 뒤엎지 않는다. 하지만 마지막 엄마의 미소가 편안해 보이는 건 그런 타인의 삶을 혹시 나에게도 펼쳐질지 모르는 그런 불안한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멋대로 해석해 본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딸에 대하여> 시사회에서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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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내 세상이었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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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시 시작하자
우리 다시 시작하자. 그의 말에 아휘는 늘 새롭게 기대하는 것이 있었다. 빌어먹을 인연이었다. 그리고 그 인연은 현재 진행형이다. 홍콩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왔다. 그것도 무려 아르헨티나로. 둘이 함께 이과수 폭포를 가기로 했지만 여느 때와 다름없이 둘은 다퉜다. 길 잘못 들어왔나. 일단 두 사람의 길은 어긋났다. 매일같이 싸우는 두 사람. 이번에도 다투고 있다. 오늘의 주제는 ‘왜 버스를 타지 않았나’라는 것이다. 운전하고 가던 차가 고장 났다. 거리에 멈춰 선 두 사람. 둘은 이번에도 서로에게 이별을 고한다.
어찌저찌 다운타운으로 내려온 두 사람. 아휘는 가게 앞에서 소소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갑자기 아휘가 일하던 장소로 쓱 지나가던 보영. 괜히 나타난 보영의 존재. 서로를 인지한다. 퇴근하고 집에 도착했다. 전화를 받은 아휘의 집주인. 보영이 전화를 걸었다. 잠깐 봐서 얘기하자는 보영의 말에 아휘는 쏜살같이 달려간다. 문을 두드리는 아휘. 그동안 쌓아놨던 울분을 터트리듯 보영에게 소리 지른다. 보영과 함께했던 시간이 아깝다고 말하는 아휘. 그런 아휘에게 가볍게 입 맞추며 ‘이제 가’라고 말하는 보영. 서로 만나기만 하면 불행해지는 것 같다. 두 사람은 결국 서로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왕가위의 영상언어
영화를 보고 가장 인상 깊게 남은 지점은 정서를 구현하는 촬영이다. 왕가위의 페르소나 중 하나인 크리스토퍼 도일은 영화에서 핸드헬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인물의 정서를 드러내는 촬영법을 구사한다. 왕가위의 영화들이 그렇지만 이 사람 작품세계의 핵심은 역시 정서의 힘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인물의 서사를 영화의 스타일에 맞추는 셈이다. 생각해 보면 이 왕가위의 작품 세계에서 품고 있는 이야기들은 좀 간단한 구석이 있다. 두 사람의 잊을 수 없는 며칠간의 로맨스(<화양연화>) 자기혐오에 가득 찬 남자의 말로(<아비정전>) 흩어지고 만나는 두 남녀(<중경삼림>) 등 마틴 맥도나나 박찬욱처럼 이야기의 구조로 자기만의 인장을 새긴 사람은 아니다(이는 <2046>이란 영화에서 특히 그랬다). 그 대신 왕가위는 앞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감성을 각자의 배우가 맞게 화음을 이룬다는 점에서 다른 감독들과의 차이점을 보인다. 비단 이 영화만 해도 고독과 미련이라는 감정을 양조위와 장국영은 다르게 연기하는 것 같다. 아휘의 고독은 사랑했기 때문에 찾아올 수밖에 없는 고독이다. 나도 모르는 내가 나온다는 것이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장국영이 연기했던 보영은 <아비정전>에서 볼 수 있었던 캐릭터와 살짝 다르다. 그냥 막가파 같지만 후반부의 인물 묘사를 보면 확실히 공통점은 있다. 그러나 마음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아휘와는 다른 지점이다. 이 지점은 후반부에 가서 영화가 처연 해지는 포인트가 된다. 또 두 사람의 고독이 맞물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또 영화에서 가장 좋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왕가위 특유의 색감이다. 영화 전체적으로 아르헨티나의 습함을 구현하는 색감이 많이 쓰였다. 물론 이 색감은 영화에서 영화의 분위기만 보여주려고 쓰인 건 아니다. 영화 전체적으로 색감을 하나의 톤으로, 그것도 일관성 있게 뺐다는 점이 극찬할만한 건 당연하다. 그것 말고도 영화가 흑백에서 컬러로 넘어가는 지점은 영화를 본 많은 분들에게 인상 깊게 남을 것이다. 이 '흑백에서 컬러로 넘어가는 지점'은 두 사람의 사랑을 더 진진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어느 인물에게 이 대사가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 꼼꼼히 본다면 색감을 활용한 연출방법 중에 이런 것도 있구나 싶으실 것이다. 그리고 영화의 엔딩 색감 연출과 ost 삽입은 어마어마하다. 이 부분 하나만으로도 여러분의 감상이 더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해피 투게더
영화의 이야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한 연인이 싸우고 헤어지고 하는 것을 반복하는 게 영화의 주요 줄거리다. 심지어 어떤 인물들은 기존의 왕가위 영화를 반복한 것처럼 보인다. 가령 아휘와 보영의 관계는 사실 <아비정전>에서 수리첸과 아비의 관계에서 봤던 듯하다. 또 <화양연화>에서 형식과 화법을 갖고 온 듯한 느낌도 있다. 전자는 엔딩과 관련된 부분이라 생략한다. 후자의 경우에서 영화에서 <타락천사>같이 화려한 연출법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렇다(또 그렇다고 해서 왕가위 고유의 스타일이 아예 없지는 않은 듯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줄거리가 왕가위 세계에서 기록할만한 분기점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영화가 지칭하는 '해피 투게더' 현재와 미래이기 때문이다.
왕가위의 세계관에서 살아 숨 쉬는 인물들의 특성을 관통하는 가장 핵심은 과거다. 인물들은 과거에 붙박여있다. 가령 <2046>에서 양조위 배우가 주연을 맡은 캐릭터만 봐도 그렇다. 또 <중경삼림> 2부에서 역시 양조위 배우가 맡은 주인공 역할도 전 연인을 잊지 못해서 괴로워하는 사람이다. <화양연화>는 그냥 제목부터 과거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반대다. 과거에 있던 일들이 영향이 있긴 하지만 여기에 붙박여있는 인물은 아니다. 오히려 '다시 시작하자'라는 말로 새롭게 시작하는 연인이 중심이 되는 작품이다. 대신 영화는 징그러울 정도로 두 사람의 현재를 묘사한다. 둘은 이상한 소재로 말다툼도 하고, 별것도 아닌 것에 화내며 짜증 낸다. 둘은 전혀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이 영화의 제목으로 '해피 투게더'와 '춘광사설'이 붙은 이유는 이 현재를 묘사하는 방식에 있다. 둘의 헤어짐과 만남이 왜 '해피'일까? 이건 여러분이 극장에서 확인하시길 바란다. 영화를 보고 왜 이 시간이 나에게 행복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전달하는 것이 이 작품을 걸작으로 만드는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기존 왕가위의 영화와는 다른 접근법을 보여주는 것이다.'과거의 터닝포인트가 될 만한 일들을 지금 현재에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가 되는 것이다. 이는 영화 후반부 기차라는 탈 것이 등장하는 것도 그 근거가 된다. 돌아오지 않는 시간, 사람에게 필요한 건 정말 무엇인지 반문하는 셈이다.
홍콩 반환
이 영화의 리뷰를 쓴다고 했을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당시 홍콩의 시대상이다. 글쓴이는 이 <해피 투게더>를 볼 때 이게 그렇게 중요할까? 싶지만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왕가위 감독이 실제로 언급한 부분이 있으니 이 글에 담지 않을 수 없겠다. 1997년 당시 홍콩은 많이 불안정했다. 많은 분들이 미국이나 캐나다로 가는 여권을 구하려고 했다. 그중 가장 비참했던 건 영국 영주권이 있던(반환 이전의) 분들이 홍콩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영국 영주권이 있던 분들은 자기의 나라가 없어진 셈이다. 왕가위 감독은 '이 풍경을 다뤄야 할 것 같아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핵심으로 작동하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이런 시대상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IMAGINE ME AND YOU
지난 4월 1일은 장국영의 20주기였다. 그 덕에 <패왕별희>와 <해피 투게더>가 지금 재개봉 상영관이 열렸다고 한다. 글쓴이는 제주 사람이라 특정 기업 영화관을 갈 수 없다. 그래서 그냥 방구석에서 모바일 환경으로 이 영화를 볼 수밖에 없다. 이 글을 얼마나 많은 분들이 볼지는 모르지만 글쓴이는 이 작품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글쓴이처럼 20대 중반을 넘어가면 미완으로 남은 사랑이 있을 것이다. 그때 그랬으면 달랐을까. 내가 사과했으면 바뀌었을까. 내가 다르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영화는 그 '혹시'에 대해 대답한다. 최근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분들이라면 유달리 영화가 아프게 들릴 것이다. 그리고 엔딩을 보고 '이제 다음으로 넘어가야지' 싶으셨으면 좋겠다. 이 엔딩에 관련한 부분이 당시 홍콩의 시대상과 관련이 있다는 인터뷰도 있긴 있지만 여러분에게 그게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을 듯하다.
장국영 배우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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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닥터스트레인지2> 재밌는데 아쉬워.. 쿠키영상 해석
지난 5월 4일 개봉한 닥터스트레인지2 : 대혼돈의 멀티버스. 모두가 기대하고 기다린 작품인 만큼 굉장히 큰 기대를 하고 개봉 당일 바로 극장으로 향했다. 일때문에 오전에는 볼 수 없었고 심야 영화로 예매를 해둬서 혹시라도 스포라도 당할까 영화 보기 전에 SNS를 아예 들어가지도 않았다..ㅎ
본격적으로 <닥터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관람 후기 및 쿠키 영상의 의미를 다뤄보도록 하겠다. 다만 스포일러가 굉장히 아주 굉장히 많으니 아직 관람하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관람하고 다시 방문해 주시길 적극 권장한다. 이전 <어벤져스 : 엔드게임> 이나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만큼의 강력한 스포일러는 솔직히 없지만.. 그래도 모르고 봐야 매력적인 장면은 분명히 있다. 하고 싶은 말은 정말 많은 영화인데 간략하게! 깔끔하게! 짧게! 정리해 보았다.
?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1. 최고인 부분
▶ 연출적인 면에서 공포, 호러물에 초점을 둔 최초의 마블 시네마틱 영화다웠다. 개인적으로 아찔하게 연상되는 호러물의 연출 요소들이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느껴졌다. 음악이나 효과음을 사용한 공포감 조성은 역시 샘 레이미 감독 다운 영화라고 생각이 들었다. 완다가 피를 흘리며 수로 터널에서 닥터스트레인지(이하 닥스)와 아메리카 차베즈(이하 차베즈), 크리스틴을 쫓아가는 장면은 마치 <터미네이터>의 후반부 추격씬이 떠오를 정도로(오마쥬한 장면이 맞을 듯 하다) 섬뜻했다. 또 미러디멘션 함정에서 빠져 나오는 완다의 모습은 마치 영화 <주온>의 엄마 귀신이 떠르기도 했다. 이 외에도 지속적으로 호러물 특유의 연출 장치가 지속적으로 나오는데 취향 차이일 수 있지만 '히어로 물'이라는 배경 안에서 '호러' 장르의 요소를 맛 보니 그 느낌이 굉장히 색달랐다. 개인적으로 연출은 정말 극찬하고 싶다.
▶ 배우들의 연기력도 훌륭하다. 정말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듯 서로 다른 연기를 펼치는 베네딕트 컴버비치의 연기는 아주 좋았다. 완다 막시모프를 연기한 엘리자베스 올슨 역시 '모성'이라는 만국 공통 키워드를 아주 잘 완다라는 캐릭터에 맞게 연기했다. 개인적으로 베네딕트 컴버비치는 눈 세개 달린 닥스를 연기할 때 오는 비열함과 공허함이, 완다는 마지막에 다른 차원의 자신에게 '평생을 사랑으로 키울게'라는 말을 할 때의 눈 빛이 정말 대단했다. 역시 캐릭터 서사가 쌓이고 배우의 연기력이 뒷 바침되면 엄청난 시너지가 있다는 점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차베즈를 연기한 소치틀 고메즈는.. 연기력이 좋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은 딱히 없었고 이번 영화에서 애초에 성장 서사를 완다와 닥스의 이야기에서 부과적으로 추가해준 느낌이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 없이 넘어가려 한다. 캐릭터 자체의 매력도 자신감 넘치고 당돌한 원작 코믹스와는 조금 모습이 달라 잘 모르겠다. 나중에 바뀌려나?)
2. 아쉬운 부분
▶ 서사가 살짝 애매하다. 사실 '멀티버스'라는 소재가 나온 만큼 이야기의 개연성은 받아들이는 사람 마음이다. '멀티버스'가 굉장히 좋은 소재인게 서사에서 만큼은 거의 무적의 단어이다. 모든 개연성을 '멀티버스'하나로 설명 가능하다. 이야기가 막히면 "멀티버스 때문이야!", "다른 차원의 존재가..!" 이렇게 넘어가면 되고 "왜 많은 우주 중 이 우주로 넘어온거야?" 라고 '우연성'에 의존한 모습을 비판하면 "멀티버스라는 거대한 차원의 순리 앞에 인간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섭리이자 운명이다."라고 말해버리면 그만이라서 그냥 가불기다. 이번 영화 역시 '멀티버스'라는 소재를 믿고 굉장히 우연성에 의존하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들이 굉장히 많다. (대표적으로 차베즈가 우리가 원래 알던 닥스를 찾아온 것이 모든 이야기의 시발점인데 이 부분이 우연 그 자체다. 이를 앞서 말한 '멀티버스' 안에서의 운명이라고 생각하면 전혀 문제 없지만, 서사적으로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하면 또 그 부분도 할 말이 없다.)
▶ 이런 맥거핀은 오랜만에 본다. '비샨티의 책'이 마치 이 이야기를 끝마칠 수 있을 것 같이 굉장히 비중있게 다루면서 등장한지 10초만에 사라지니 살짝 당황스럽긴하다. 맥거핀 활용을 통해 관객에게 극심한 당황을 선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적어도 나에게는 대성공이었다. 이 부분도 사실 개인에 따라 '맥거핀' 이구나 하고 넘어갈 수도 있고 진심으로 어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캐릭터 소모성이 너무 심하게 크다. 838지구의 어벤저스 '일루미나티'의 캐릭터들이 대표적인데.. 오랜만에 보는 블랙볼트(음파를 사용하는 히어로)가 반갑기도 하고 (마블의 대표적인 망작..ㅎ) 다른 모습들의 히어로들도 좋았고, 역시 가장 반가운 것은 프로페서 X 였는데 이 캐릭터들이 정리되는데 한 15분 정도 걸렸나 싶다. 완다라는 캐릭터가 '다크 홀드'를 사용해 얼마나 강해졌는지 보여주는 혹은, '다크 홀드'와 '멀티버스'라는 개념 앞에 인간들(일루미나티 전원이 인간은 아니겠지만 그래도)이 얼마나 허무한 존재인지 보여주는 요소라고 생각할 수는 있다. 다만 그래도 예고편으로 기대하게 하고 멋지게 등장시켰으면서 이렇게 죽이면.. 소모성 캐릭터로만 보인다.
? 마블 영화말고 ○○○○ 영화 보고 가시면 더 재밌어요!
1. 영화의 감정선을 충실히 따라가고 싶으면 <완다비전> 보세요!
▶ 사실 이렇게 말하기도 어려운게 만약 <닥터스트레인지2>로 마블영화에 입문하시는 분이 있다면 이 외에도 볼 영화가 상당히 많다. 가령 <닥터스트레인지 1편>정도는 보고 오셔야 닥스라는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고, 드라마 <로키> 정도는 보고 오셔야 '멀티버스'를 이해할 수 있으며, 직전 영화 <스파이더맨 : 노웨이홈>까지도 보고 오셔야 영화의 시간적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또 <스파이더맨 : 노웨이홈>을 보려면 직전 <어벤져스>시리즈는 봐야하고.. <어번제스>를 보려면 이전 <아이언맨>시리즈를 또 봐야하고.. 복잡해진다. (그만큼 마블이라는 영화의 서사가 정말 많이 쌓였다.) 그러니까 결국 지금 하는 말은 적어도 '마블 시네마틱'이라는 대서사를 어떤 방식으로든(유튜브에 요약본이 워낙 많으니) 알고 있는 사람에게 드리는 말이다.
▶ 디즈니 +의 <완다비전>을 보지 않는 다면 '완다'라는 중심 캐릭터 서사가 부족하고 이는 곧 감정선 공감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가장 베스트는 앞서 말했 듯이 지금까지 나온 모든 마블 시리즈를 다 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마블 자체가 매니아틱한 영화 만드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어 이번 영화도 '멀티버스'라는 개념만 알고 가면 보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하지만 '완다'라는 인물이 극도로 악녀(마녀)로 묘사되는 부분에 있어, 단순히 '모성애'로만은 설명할 수 없는 그동안의 서사가 있기 때문에, <완다비전>정도는 반드시 챙겨 보고 관람하시는 것이 좋다. 설혹 안보고 영화를 먼저 보셨더라면 지금 다시 드라마를 보고 2회차 관람을 추천드릴만큼 <완다비전>을 보고 안보고의 차이가 영화 감상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완다비전>을 아예 모르면 처음 닥스와 완다가 만나서 하는 대화의 '웨스턴 뷰'가 무엇인지 조차 모를테니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
2. 영화적 장치, 영화의 연출을 공감하고 싶으면 <이블 데드> 보세요!
▶ 마블 영화를 보는대 왜 전혀 상관도 없는 이상한 옛날 영화를 보고 가면 좋냐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샘 레이미 감독의
<이블 데드>를 보고 가면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독님의 연출 기법이 현재의 CG를 만나 훨씬 높아진 퀄리티를 자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부분이 영화 연출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정말 흥미로운 부분일 것이라 확신한다. 특히 영화를 보는 내내 굉장히 B급 스러운 호러 연출이 무언가 어색하다고 느끼셨다면 지금 당장 <이블 데드>를 관람해보시길.
? <영화를 관통하는 '행복(happy)'과 '이성(reasonable)'>
1. "Are you happy?"
▶ 영화 내내 나오는 이 질문은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관통한다. 영화는 마법, 마녀, 악마 등의 서구적인 소재를 잔뜩 사용하지만 굉장히 불교스러운 서사 흐름이다. '멀티버스'라는 것을 악용하면 대혼돈인 '인커전'을 만든 다는 것은 불교의 섭리를 거부하면 재앙이 따르는 것과 비슷하며, 결국에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생을 마감하는 것 역시 일정 부분 비슷한 감이 있다. 영화는 '완다'라는 캐릭터의 끔찍함을 여러 연출을 통해 보여주지만 종장에는 결국 그 누구의 도움도 아닌 '완다'라는 캐릭터 자체가 깨달음을 얻는 것으로 '행복'을 얻는다. 영화 내내 계속된 이 질문은 '행복'이라는 요소가 결국 자기 내면에 위치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한 것인지를 설명한 것이 아닐까 싶다.
2. "Reasonable"
▶ 영화는 이성적임을 굉장히 강조한다. 애초에 이 '이성적임'이 완다가 타락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어벤져스>에서 닥스가 타임스톤을 타노스에게 넘기는 것은 결국 인류 절반의 종말을 불러 일으켰다. (물론 다시 구해오기는 하지만) 이 부분이 닥스가 가진 '정의'의 이성적인 행위인데, 어찌보면 대의를 위한 작은 희생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논리가 '완다'에게는 해당이 안된다는 점은 굉장히 '비이성적'이다. 완다가 타노스 마냥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아이'를 보고싶어 지금까지 알지도 못 하던 '아메리카 차베즈'라는 아이 하나를 희생시킨다는데 마치 너무나 끔찍한 마녀, 괴물로 치부되는 것은 그녀의 입장에서는 '비이성' 그 차체이다. '완다'역시 그동안 어벤져스로 활동하며 지구를 지켰고 노력했으며 사실 닥스 보다 더하면 더 열심히 지구를 지켰을 지도 모른다. (퀵실버까지 잃어 가며 열심히 어벤져스로 활동했으니까..) 어찌보면 닥스의 선택이 비전을 죽였고 이는 그녀의 지금까지의 노력을 허투로 만들었기 때문에..'내로남불'의 기분이 들어 화가 잔뜩 난게 아닐까..
? 쿠키 영상의 의미는?
1. 쿠키 영상 (1) _ 클레아의 등장, 도르마무 재등장 떡밥
▶ 첫 번째 쿠키영상에서 평상복 차림으로 거리를 걷던 닥스에게 갑자기 등장해서는 "당신 때문에 인커전이 발생했으니 해결해야 한다"며 한 여성이 자줏빛 검으로 차원을 갈라 다크 디멘션을 연다. 이어서 인커젼이 무섭냐고 도발하자 스트레인지는 "당연히 그래야지"라고 답하곤 다크 디멘션 안으로 함께 들어간다. 여기서 여성은 바로 '클레아'이다!
▶ 클레아는 자줏빛 에너지로 이루어진 검으로 차원을 가를 수 있다.(아메리카 차베즈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까?) 원작에서는 '닥스'의 연인으로 나오기도 했으며 <닥터스트레인지 1편>의 '도르마무'의 조카이다. 때문에 닥스의 다음 영화나 다음 등장에 '클레아'를 통해 '도르마무'가 다시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2. 쿠키 영상 (2) _ 제 4의 벽을 허문, 샘레이미 다운 쿠키 영상
출처 : https://youtu.be/hV_dgZ7yD-M
▶ 영화 중간에 닥터 스트레인지의 마법으로 인해 3주간 스스로 얻어맞은 피자볼 노점상인 브루스 켐벨 배우가 등장한다. 드디어 멈춘 주먹을 보고 미친듯이 웃다가 멍든 얼굴로 "다 끝났어!(It's over!)"를 외치며 마무리된다. 이 타이밍에 극장 안 관객들 모두가 제대로 웃었다. 해석하면 말 그대로 닥스의 마법이 다 끝났다는 의미이지만 그가 바라보는 방향이 카메라, 즉 관객들 쪽에 시선을 두고 외치는 거라 말 그대로 영화가 끝났다고 알려주는 제4의 벽을 허물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데드풀> 처럼 말이다. 참고로 이는 이전 샘 레이미 영화 <이블 데드>를 오마주한 영상이다. 지금 영상에 나온 배우가 이번 <닥터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에 나온 배우와 동일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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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콤한 자기반성, 유쾌한 송별회
"내가 구세주구나. 내가 마블의 예수님이었어(I am the Messiah. I am Marvel Jesus)."
현시점에서 무너져가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를 구원할 구세주는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이었다. 아무도 하지 못한 MCU의 자가당착을 이번 편을 통해 신랄하게 지적했고, 거침없는 19금 드립과 '똘끼'로 승화해 다시 한번 관객들에게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MCU에서 가장 시끄러운 히어로와 가장 과묵한 뮤턴트가 함께 나오는 '데드풀과 울버린'. 이미 우리의 울버린(휴 잭맨)은 7년 전 영화 '로건'을 통해 아름답게 퇴장했기에 이를 어떻게 재등장시키려고 할까 반신반의했다. 영화 시작부터 생각지도 못한 '파묘'(?)와 함께 엔싱크의 'Bye Bye Bye'에 맞춰 지저분하게 포문을 열어젖히며 데드풀다운 매력을 뽐낸다.
히어로 생활에서 은퇴한 후 평범한 중고차 딜러로 살아가던 데드풀이 예상치 못한 거대한 위기를 맞아 모든 면에서 상극인 울버린을 찾아가는 이야기지만, 사실 '데드풀과 울버린'은 어른들의 사정(?)에 대한 스토리가 녹아있다. 5년 전 마블 스튜디오를 소유한 월트디즈니컴퍼니가 20세기폭스를 인수하면서 '엑스맨'부터 '데드풀2'까지 수많은 IP를 얻게 돼 MCU 세계관을 확장할 기회를 가졌고, 실제 '더 마블스'의 쿠키영상에서 어벤져스와 엑스맨이 하나로 합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데드풀은 영화 외부에서 벌어진 일들을 영화 안으로 끌어들인 뒤, 제4의 벽을 허무는 특유의 코미디로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어벤져스에 합류하길 애원한다던지 폭스를 떠나 디즈니랜드로 갈 거라며 욕설을 내뱉고, 붕괴된 20세기폭스 로고 앞에서 화려한 액션을 선사하는 점 등등이 그렇다. 이전 시리즈에서 단순히 장난쳤던 과는 차원이 다른 고급 유머를 구사한다.
그러면서 MCU의 실수를 매콤한 맛으로 반성한다. '로키' 시리즈를 통해 처음 등장한 TVA(시간관리국)가 '엔드 게임' 이후 MCU의 핵심 콘셉트인 멀티버스를 대변하고, 새 우주를 창조하고 사라지게 하는 데 영향을 끼치는 이들이 이번 작품에서 탐욕과 무능으로 전 우주를 위기로 몰아넣는다는 점은 최근 마블 스튜디오가 무리하게 멀티버스 콘셉트를 내세웠다가 관객들에게 외면받으면서 추락하고 있는 현 실태를 풍자한다. 이렇게 러닝타임 내내 대놓고 멀티버스를 비난하면서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낸다.
이와 함께 데드풀, 울버린의 '혐관 서사'를 통해 '낙오자들의 여정'을 그린다. 어벤져스에 합류하지 못해 좌절감으로 가득한 데드풀과 술독에 빠져 사는 울버린, 각 평행세계에서 버림받고 쓸모없는 존재들이 가는 폐기처리장 격인 보이드에 당도해 자신들의 운명과 비슷한 이들을 만나 2군 리그를 형성한다. 캡틴 아메리카가 아닌 '판타스틱4'의 휴먼 토치(크리스 에반스)나 엘렉트라(제니퍼 가너), 블레이드(웨슬리 스나입스), 갬빗(채닝 테이텀) 등 MCU의 아픈 손가락들이 뭉쳐 빌런 카산드라 노바(엠마 코린)에 맞서 세계 종말을 막는다.
어벤져스처럼 모든 슈퍼히어로 영화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데드풀이 어벤져스 같은 "중요한 사람"이 되기를 꿈꿨지만 그렇지 못했던 것처럼 완전히 망해 버린 영화도 많지만, 이들은 누군가에게 여전히 영웅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진 못했지만, 모두 중요한 작품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수많은 인원이 참여해 일궈낸 결과물이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이 지점을 건드리면서 뭉클하게 만든다. 동시에 '엑스맨' 시리즈를 중심으로 20세기폭스가 제작한 MCU를 향한 유쾌한 송별회를 전하기도 한다.
물론 '엑스맨' 시리즈를 포함해 20세기폭스에서 만든 MCU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데드풀과 울버린 두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다면 영화를 관람하는 데 크게 지장이 없어 페이즈 4 이후 MCU 영화들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데드풀이 MCU의 유일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슈퍼히어로라는 걸 최대한 활용한 액션을 구사한다. '데드풀2'가 재생 능력 외에 슈퍼 파워를 가지고 있지 않은 데드풀 액션의 한계를 보여줬다면, 이번 편에선 '최고의 엑스맨' 울버린을 등장시켜 더 현란하고 더 잔혹한 액션으로 이 시리즈의 한계를 넘어선다. 단순히 화려하고 자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상극인 두 캐릭터가 티격태격하며 호흡을 맞춰 가는 과정에 액션을 입혀 퀄리티가 매우 높다. 이는 '엑스맨' 시리즈 팬들을 향한 팬서비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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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 - 근래 나왔던 컨저링 영화들 중에서 가장 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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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1981년, 코네티컷 주 브룩필드에서 살고 있는 어니 존슨은 악마에게 빙의되어 끔찍한 살인사건을 저지르고 만다. 미국 법정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지만 사실 이 일은 악마의 짓이라는 판단을 내린 워렌 부부는 살인사건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렇게 악마의 짓이라는 것은 알게 되었지만, 이 악마를 끌어들인 또 다른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워렌 부부는 이 사건을 저지른 자가 누군인지를 알아내려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컨저링 유니버스'의 8번째 작품이다. 일단 꽤 재미있게 봤다. 근래 나왔던 '컨저링' 영화들 중에서 가장 괜찮았고, 이제서야 괜찮은 공포 영화를 꺼내놓은 것 같아서 참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역대급 오프닝
우선 오프닝은 끝내준다. 역대 '컨저링' 영화들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매력적이고 놀라운 장면이었는데, 왜냐하면 [엑소시스트]의 오마주부터 시작해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의외의 과격함까지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내가 '컨저링' 영화들을 너무 순한 시리즈라고만 생각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어린아이인 데이비드 글라쳇 얼굴에 피가 뿌려지는 장면에서는 꽤 흠칫했고 신부가 집을 올려다보는 장면의 구도나 데이비드가 몸을 기괴하게 비트는 신은 빼도 박도 못한 [엑소시스트]의 오마주라서 정말 반갑고 소름 돋는 시퀀스였다. 물론 이 오프닝이 끝나자마자 영화의 질이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하긴 하지만 이 도입부만큼은 정말 마음에 쏙 들었다. 거기다 감독인 마이클 차베즈의 연출 또한 꽤 괜찮아서 의외였는데, 알 사람은 다 알다시피 마이클 차베즈는 [요로나의 저주]라는 안일한 졸작을 만든 적이 있는 감독이다 보니 그의 이러한 발전이 의외이기도 하면서 조금씩 성장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서 괜히 보기 좋았다.
영리한 점프 스케어
그런데 사실 이 영화에서 공포를 전달하는 방식은 [요로나의 저주]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저 분위기를 조성해놓다가 빵하고 터트리는 방식, 그러니까 점프 스케어로 가득한데 작지만 큰 차이가 있다면 이 영화에서는 그 점프 스케어를 굉장히 영리하게 잘 사용했다. 비록 패턴 자체는 똑같지만 분위기를 조성해놓는 타이밍에서 긴장되는 음악을 까는 것이 아니라, 뮤트 효과를 넣어서 침묵시킨 뒤 터트릴 때 효과음을 몰빵해 놔서 타이밍을 눈치챈 사람도 놀랄 수밖에 없게 만든다. 거기다 물에 불려진 시체가 로레인을 공격하려는 장면은 점프 스케어가 아닌 분위기로 조이기 때문에 기존 '컨저링'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공포를 느낄 수 있고, 분위기 자체가 워낙 어두워졌다 보니 워렌 부부가 악마와 관련된 사건의 실마리를 밝혀내는 과정이 판타지스럽다기 보단 굉장히 진지해서 몰입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리고 줄거리에서부터 알 수 있다시피 워렌 부부가 이야기의 중심이 된 덕분에 이 두 캐릭터의 서사의 폭이 더 넓어졌고, 피해자 가족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1,2편과는 다르게 역대 '컨저링' 영화들 중에서 워렌 부부의 분량이 가장 많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컨저링의 그 느낌 그대로!
그리고 '컨저링' 시리즈 특유의 정서들도 잘 옮겨왔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컨저링' 시리즈라 하면 공포도 공포지만 기본적으로 가족애나 사랑을 중심으로 내세우는 시리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보기 매우 좋은 공포 영화 시리즈라고 할 수 있는데,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는 시리즈의 정서인 사랑과 가족애를 전면적으로 내세우면서 이 영화가 '컨저링' 영화임을 제대로 증명한다. 특히 후반부에 에드가 악마 숭배자에게 정신이 세뇌되어 로레인을 공격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에드가 자신의 정신을 되찾게 되는 원인이 사랑이고, 신규 캐릭터인 어니와 데비의 사랑까지 넣어서 이러한 정서를 극대화시킨 덕분에 마이클 차베즈 감독이 이 시리즈를 잘 이해한 것 같아서 참 다행일 따름이다. 물론 전작인 [요로나의 저주]에서도 가족애가 중심으로 나오긴 하지만 캐릭터 묘사의 실패로 와닿기는 커녕 오히려 오글거렸는데, 이번에는 나름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이러한 요소를 혹평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들은 '컨저링' 시리즈를 안 본 건가?... 아니면 그냥 질린 건가.. 참 의문이다.
개연성은 절망적
그러나 단점 역시 많은 작품이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는 개연성 측면에서는 절망적이라고 할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장면에서 머리에 ?를 띄우면서 봐야 하는데, 대표적으로 작중 어니의 여자친구로 나오는 데비가 왜 사람을 죽인 어니를 계속해서 믿고 사랑하는지에 대한 묘사가 불충분하다. 분명 남다른 애정이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무려 사람을 자신이 보는 눈앞에서 살해한 남자친구를 왜 계속 사랑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건 캐릭터 묘사의 실패라고 볼 수 있는데, 마찬가지로 메인 악역이라고 볼 수 있는 악마 숭배자는 아버지가 신부임에도 불구하고 왜 악마를 섬기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 물론 작중에서 어머니가 죽었다는 대사가 나오긴 해서 모친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이건 단순 추측에 불구하고, 워렌 부부에게도 그랬던 것처럼 이 악역도 훨씬 더 깊이 있고 설득력 있게 다룰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 외에 아쉬운 점
그리고 데이비드의 몸에 붙어있던 악마를 자신에게 빙의시킨 어니가 어찌 된 일인지 본인이 악마에 빙의되었다는 사실은 까먹는다는 것도 의문이 간다. 물론 악마가 어니의 기억을 컨트롤하고 있다면 개연성에서 크게 어긋나는 대목은 아니지만, 악마가 기억을 컨트롤하고 있다는 묘사도 없고 분명 초반부에는 자신이 악마에 빙의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데도 워렌 부부나 타 신부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거기다 초반부에 너무 많이 들어간 페이드아웃도 문제다. 분위기 좀 내려는 건 알겠는데, 페이드아웃이 하도 많이 들어갔다 보니 이야기가 뚝뚝 끊어지는 느낌을 받았고 도리어 영화 자체에 몰입을 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악마 디자인이 진부해터진 것도 아쉬웠고, 영화 끝날 때까지 전신을 다 보여주지 않다 보니 영화를 보고 나서도 악마의 디자인이 머릿속에 별로 안 남는다. 한 번쯤은 제대로 보여줄만 한데..
결론
비록 아쉬운 점이 넘쳐나긴 했지만 그럭저럭 볼만했던 공포 영화. 근래 나왔던 '컨저링 유니버스' 영화들 중에서 가장 나았고, 가볍게 즐기기엔 무리가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아, 그리고 [엑소시스트] 뿐만 아니라 [샤이닝] 오마주도 들어가 있다. [샤이닝]을 단 한 번만 봤어도 알아차리기 쉬울 정도로 대놓고 나오니 해당 영화의 팬이라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평점: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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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언더그라운드> 메인 예고편
모두가 잰걸음으로 땅 위 삶을 향해 지하를 거쳐만 갈 때
'언더그라운드'에는 이 반듯한 공간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도 시끄럽게만 돌아가는 세상 아래
지하에서의 삶은 어떠한지 그들에게 다가간다
도시를 지탱하는 지하의 노선도, 언더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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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서유기 : 재세요왕> 티저 예고편
삼장법사에 의해 오행산 기슭에서 구출된 '손오공'은 과오를 뉘우치고 경전을 배우기 위해 서역으로 길을 떠난다.
긴 여정의 길, 배고픔을 주체하지 못한 '손오공'과 친구들은 만년의 한번씩 열린다는 인삼과 열매를 몰래 따먹게 되고 설상가상 신선수라 여기는 인삼과 나무를 파괴해 버리자 나무 아래 봉인되어 있던 요괴의 왕 '원체'가 깨어나고 만다. 세상은 혼란에 휩싸이고, 요괴들은 날뛰기 시작하는데..
'손오공' 전설에 맞서 세상을 구할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