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예슬2024-05-05 20:46:45
[JIFF 데일리] 일단 첫걸음부터 나가면 죽다 살아날지도 모른다, 담요를 입은 사람
영화 <담요를 입은 사람>
담요를 입은 사람 (Blanket Wearer)
-박정미
시놉시스
주인공 정미는 돈을 사용하지 않고 생존할 방법을 찾아 나선다. 낭비되는 자본을 이용해 식사와 주거를 마련한다. 하지만 자신의 원함에 가깝지 않아, 주인공 정미는 다른 커뮤니티(환경)을 찾아 나선다. 자급자족의 생활을 꾸려나가는 공동체, 자연과 일체 되는 커뮤니티, 히피와의 트럭 여행, 그리고 히치하이킹을 통해 터키, 이란, 인도까지 모험이 이어진다. 이렇게 처음에는 ‘영국에서 돈 없이 1년 살기’라는 프로젝트는 정미의 삶의 목적의식을 찾아 나서는 모험으로 서서히 바뀌어 간다.
4일, 밤에, ‘담요를 입은 사람’을 관람하였다. 원래는 4일에는 영화제에서 영화를 볼 생각이 없었지만 어떤 마음에 이끌려 가볍게 한 편만 보고 가자는 마음을 먹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작품을 탐색할 때, 표기된 영화의 시놉시스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일대기를 다루는 이야기라니, 정적이고 너무 학습적인 내용이지 않을까,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래서 덕분에 별 기대감을 갖지 않고 상영관에 가서, 2시간 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전주에 와서 4일 만에 드디어 울었다. 이후에 ‘이 영화 참 좋다’라는 생각이 내 머리를 지배하는데 어떻게 알려야 할지 막막했다. 정말 좋은데, 어떻게 알릴 수 있지. 그래도 부족한 언어더라도 슬쩍 맛보고 궁금하다 싶은 사람들은 꼭 시간 맞춰서 영화를 관람하는 기회를 얻기를.
영화의 시작은 주인공 ‘정미’가 챗바퀴 같은 삶에 지쳐, 영국으로 떠났지만 거기서도 삶을 위한 돈을 벌고, 돈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이에 분한 정미는 돈 없이 살아보겠다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프로젝트는 반자본주의 활동이나 환경주의 운동에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식사를 하기 위해서 ‘스킵다이빙’을 통해 쓰레기봉투에 버려진 음식을 발굴하고,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폐건물에 주거생활을 꾸리는 ‘스퀏팅’을 한다. 초반의 이야기는 언뜻 ‘자본주의-환경’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아녜스 바르다의 ‘이삭 줍는 사람들’이 많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자본에 의한 낭비와 폐기는 얼마나 많은 배고픔을 외면하고 있는가에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스퀏팅’에 관해서는 방랑자의 모나가 생각나기도 했다. 아녜스 바르다 영화를 좋아한다면 분명 첫인상부터 흥미롭고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정미는 아직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여전히 ‘의존’이 필요하며 ‘돈’이 필요한 상황이란 것이 바뀌어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미는 자급자족의 공동체로 간다.
그러나 공동체란 다른 사람과의 협력과 의존이 필수적이었고, 또다시 길을 떠난다. 여러 목적지에 도착하고, 떠나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정미는 자신이 정말로 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보다 자신의 자아를 들여다보는 수련의 길처럼 변한다. 이런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심지어는 체계적이다까지 생각이 들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계획을 쌓아 만든 탄탄한 일대기를 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는 정미가 자신의 마음 속 소리에 집중하여 계획 없이 떠도는 사이에 생긴 것들이다. 정말 누군가 길을 내려준 것일까.
처음에는 목적의식이 뚜렷한 다큐멘터리일 거라 생각했는데, ‘목적’을 찾아가는 이야기였으며 그 과정이 흥미로워서 나도 정미와 함께 그 모험을 함께한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고 일련의 사건들을 뒤돌아보면 무슨 ‘계시록’이라도 읽은 느낌에 어벙벙해진다. 무계획이란 계획을 실천한다는 것은 이 또한 계획적인 일인 것이다.
내가 갖고 있던 두려움(정미 같은 경우에는 ‘돈’이었다)을 인정하는 방법이나 내 진정한 편안함을 찾기 원한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다소 ‘자기계발’적으로 들릴지 모르더라도 ‘자기성장’을 좋아한다면, 이 영화를 싫어할 수가 없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좁아 너무 아쉽다. 이런 나의 벅찬 마음을 다른 사람도 느껴보면 좋겠다. 이는 절대적으로 공유해야 할 가치이자 태도라 느꼈다.
결국, 구체적으로 왜 좋은지에 관해서 이야기는 못하고 상투적으로만 표현하게 되었는데, 나도 모르게 마음이 이끌려 새로운 정답을 찾은 듯한 기쁨에 도달한 것처럼 다른 사람도 직접 영화를 보고 그 과정을 밟아 갔으면 하는 욕심도 있어 굉장히 일부러 숨겨놓은 것도 있다. 다들 꼭 발견하시길. 그리고 마지막으로 쓸데없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생긴 모험을 하나 소개하자면, ‘산티아고 순례자길’을 꼭 걸어보고 싶다, 세계를 나와 스스로 궁지로 들어가 하나하나 나아갈 때 나는 어떤 삶을 바라게 될까. 정말 ‘나’가 궁금해졌다.
<상영 정보>
05.04. 20:30 담요를 입은 사람 (GV)
(CGV 전주고사관 1관)
05.06. 17:00 담요를 입은 사람 (GV)
(CGV 전주고사관 1관)
05.08. 17:30 담요를 입은 사람
(CGV 전주고사관 6관)
<영화제 기간>
5월 1일~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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