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5-13 15:07:06
5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박스오피스
잼바르는 백창기와 폴리스 다크 아미 장이수의 쉴 틈 없이 웃기는
유쾌 상쾌 통쾌 영화 <범죄도시4>. 3주 연속 1위는 물론 시리즈
최초 4000만 달성 까지 이뤄냈다고 합니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한국영화 시리즈 최초 누적 관객수 40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범죄도시4>는 둘째 주 주말 누적관객수 970만 명을 넘어서며 조만간 천만 관객을 돌파할 것을 예고했습니다. 한편 새롭게 등장한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가 주말 관객수 32만 명을 기록하며 2위, <쿵푸팬더4>가 누적관객수 175만 명을 기록하며 3위에 올랐습니다.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가 개봉 첫 주 전 세계에서 1억 29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CG와 영상미에 대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어 준수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한편 1위를 지키고 있던<스턴트 맨>이 2위로 내려오고, <챌린저스>가 지난와 같이 3위를 유지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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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스 3세가 배워야 할 여왕의 고뇌
- 6★/10★
〈더 퀸〉은 2022년 개봉한 〈스펜서〉와 함께 보면 좋을 영화다. 〈스펜서〉가 영국 왕실의 전통과 권위, 가족들의 냉대로 고통받던 왕세자비 다이애나 스펜서에게 초점을 맞췄다면, 〈더 퀸〉은 다이애나 스펜서가 그토록 탈주하고 싶어 하던 왕실의 상징 엘리자베스 2세에게 초점을 맞춘다.
1997년, 엘리자베스는 여러모로 커다란 변화에 직면한 상태다. 먼저 국내 정치다. 토니 블레어가 대표인 노동당이 18년 만에 집권했다. 그가 추후 실제로 펼친 정책과 행보는 별개로 하더라도, 토니 블레어는 분명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 염원의 극적인 표출이었다. 그리고 새로움을 향한 욕망은 늘 오래된 것의 폐지 요구와 함께 부상한다. 국민 네 명 중 한 명이 군주제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가 보여주듯이 말이다. 토니 블레어는 그저 엘리자베스 2세가 여왕으로 재임하던 중 선출된 수많은 총리 중 한 명일 뿐이었지만, 그의 당선을 둘러싼 대내외적 상황은 엘리자베스 2세가 압박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며느리이자 왕실의 ‘골칫거리’였던 다이애나의 부고가 도착한 것은 바로 이때다. 찰스 왕세자와 이혼한 후 활발히 자선 활동을 벌이며 이집트 재벌과 연애 중이던 그녀는 끈질기게 따라붙는 파파라치 때문에 교통사고를 당했고, 그대로 숨을 거뒀다. 왕실이 고상함, 비밀스러움의 이미지였다면, 다이애나는 다정함, 활력, 봉사활동 등을 상징하며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때문에 다이애나의 죽음이 영국 국민에게 준 충격의 크기는 어마어마했다. 토니 블레어의 집권에 이어 영국 왕실이 실의에 빠진 국민을 보듬어야 하는 연이은 도전을 마주한 것이다. 왕실이 상징하던 고루함을 향한 대중의 막연한 불만이 구체적 분노로 촉발되기 위한 모든 여건이 완벽하게 마련된 셈이다.
영국 왕실은 다이애나가 찰스와 이혼했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의를 표하지도 않고, 마땅한 예우를 다하지도 않았다. 반면 왕실과 다이애나가 서로를 불편해했다는 사실을 잘 아는 영국인들은 근위대의 교대식이 어려울 만큼 많은 꽃다발을 버킹엄궁 앞에 쌓아 다이애나를 추모했다. 언론은 왕실의 무대응을 두고 날 선 비판을 연일 쏟아냈고, 총리 역시 공손하지만 단호한 태도로 여왕이 국민의 슬픔을 달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제 모든 건 엘리자베스의 몫이다. 전통의 엄격한 적용을 고수하여 왕실의 권위를 유지할 것인가, 왕실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국민적 열망에 맞춰 다이애나를 추모할 것인가.
주지하다시피, 엘리자베스 2세는 후자를 택했다. 그리고 〈더 퀸〉은 여왕의 생각이 바뀌는 과정을 충실히 좇으며 그녀 내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보인다. 왕실 일부 구성원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엘리자베스가 다이애나 추모사를 발표한 데에는 전통과 변화 열망을 조화하여 왕실의 역할을 이어가겠다는 그녀의 결연한 다짐이 담겼다. 입헌군주제에 대한 정치적 입장은 차치하더라도, 국가의 상징적 구심점 역할을 한 엘리자베스 2세가 어떻게 왕실의 품위와 국민의 존경을 동시에 지켜나가고자 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면 영화를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스펜서〉의 다이애나가 한 여성으로서 오롯이 거듭나 자기 세계를 펼치고자 했듯, 〈더 퀸〉의 엘리자베스 역시 온 힘을 다해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지켰다. 적어도 이 두 영화에서만큼은 두 여성의 고군분투가 먼저고, 그것이 야기한 정치적 효과에 대한 언급은 나중이다.
*이 영화는 시리즈온, 티빙, 웨이브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글 작성일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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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회뿐인 삶,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고래 한 마리
1
불청객
어딘가 끙끙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길을 지나가고 있는 선교사 토마스. 어느 외진 곳에서 들리는 소리에 문을 열고 들어가 보기로 한다. 뭐지? 집에 들어가 보니 어떤 남자가 낑낑대고 있다. 그러나 이 남자는 어딘가 좀 특별하다. 엄청난 거구의 남자. 어디선가 퀴퀴한 냄새도 나는 것 같다. 남자의 노트북에선 야한 동영상이 나오고 있다. 황급히 닫는 거구의 남자. 거동이 힘들어 보인다. “제가 도와드릴까요?” 황급히 묻는 토마스. 엄청난 몸무게에 앞가림도 힘들어 보이는 사람이었지만 그는 토마스에게 별 말 하지 않는다. “거기 종이에 써져 있는 몇 문장 보이죠? 그걸 읽어줘요!” 911이 아닌 부탁,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읽는다. 이게 뭔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에세이 같은 글. “이게 뭐죠?”묻지만 “내가 좋아하는 책의 구절이다”란 답만 할 뿐이다. 읽어준다. 금세 침착해진 거구의 남자. 하지만 토마스가 그곳에 간 이유는 분명하다. 선교사 일을 하는 토마스. "도와드릴까요?" 하지만 어림없다. 곧이어 남자의 간호사가 왔기 때문이다. 간호사의 이름은 리즈. 어렵지 않게 거구의 남자 이름이 찰리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200kg도 넘어가는 체중. 지금 바로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지만 이유가 무엇인지 찰리는 버티고 있다. 리즈의 입에서 병원 타령을 반복하기엔 이제 그녀도 지쳤다. 마지막 경고를 전하는 리즈. 이렇게 돼지 취급받고, 또 그렇게 살아가는 삶을 계속하다간 주말 즈음에 고혈압으로 마지막 날을 맞이할 것 같다. 언제 이렇게 와 버렸나. 끝이 두려운 찰리. 어쩌면 생의 마지막 날을 앞둔 오늘, 이제 마지막 끝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딸 엘리와의 마지막을 앞둔 채로.
연극 무대같이
영화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야기를 이끌고 있다. 주인공 찰리가 272kg의 거구이기 때문에 이 특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생긴 이야기의 배경은 찰리와 영화를 설명하는 좋은 특성이 된다. 우선 첫 번째. 영화의 핵심인 구원이다. 이 영화에서 찰리가 움직이는 행동은 결국 어떤 것과 은유된다. 이는 공간을 벗어난다는 것과 관련이 있는데, 영화에서 공간적 배경을 설정한 것이 연출 요소 활용한 것이다. 또 인물의 내면을 묘사하는데도 경제적이다. 방구석이 더럽다. 이런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 공간을 그렇게 설정한 느낌이 좀 있다.
인물들의 리액션에 집중한 영화의 특성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적절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이 집의 공간적인 특성이 인물과의 대화에 특화된 곳으로 묘사되는 것 같이 보인다. 문이 많은 방문, 부엌과 거실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 그 거실과 집 입구가 근처에 있다는 것이 장면 연출에 있어 특이점을 가질 수 있는 좋은 연결고리가 되었다. 그리고 영화 전체적으로 묘하게 연극 같은 느낌이 있다. 이는 인물이 음식을 먹을 때마다 느껴지는 거리감과 관련이 있는데, 후반부 폭발하는 에너지를 어느 정도는 제어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연극이 원작인 것을 영화화시킨 결과가 돋보인다.
구원에 관한
영화 전체적으로 반복되는 단어는 '구원'이다. 영화는 여러 구원을 묘사하고 있다. 우선 영화를 보다 보면 러닝타임 내내 드는 생각이 있다. '아니 왜 병원을 안 가지? / 왜 음식을 안 끊지?'라는 생각이다. 이 찰리가 지은 원죄는 굉장히 원초적이다. 그냥 폭식을 끊거나 병원에 가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우리 입장에서나 쉬운 말이다. 영화 중 어떤 인물의 입에서 찰리의 위기를 반박하는 것도 그 일부인데, 이를 반영하듯 인물의 욕망이 굉장히 복잡하게 연출된 것이 극에서 하고자 했던 말과 관련이 있다. 사실 영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은 인물의 단면마저도 촘촘하게 묘사되어 있다. 무슨 말이냐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찰리/리즈/엘리/토마스의 속사정이 후반까지 쭉 나온다. 이 중 대표적으로 찰리의 문제는 영화 모든 내용을 관통하며 이어져 있다(나머지 세 명도 마찬가지). 찰리가 왜 혼자가 되었는가? 와 찰리가 왜 음식을 끊지 못하는가? 는 큰 관련이 있는 셈이다. 이는 곧 영화 후반부에서 전반부의 떡밥을 수거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 모든 행동의 원인과 이유는 간단해서 말은 쉬워 보이지만 이것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당연하다. 되돌리기엔 너무 멀리 왔기 때문이다. 이 '너무 멀리 왔다'의 딜레마는 우리 삶 속에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가 오늘 하는 생각들, 지금 당장 내일 일어나서 안 할 거라고 100% 확신할 수 있을까? 점점 줄어들 순 있어도 완벽하게 싹 낫지는 않을 것이다. 역시 찰리와 같이 어떤 것에 후회하는 일도 지금 당장 내일 없어질 거라는 보장이 없다. 이 깊은 골을 영화는 죽음이라는 소재로 풀어가려고 했던 흔적이 보인다. 영화에서 찰리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 또 리즈가 죽음에 반응하는 방식을 보면 묘한 공통점이 느껴진다. 이 두 사람의 각기 다른 스탠스는 결국 어떤 공통점을 도출한다. 바로 자기 파괴적이라는 속성이다. 자기 파괴적인 태도로 변한 것에 '어?'로 마음이 변해가는 것이 영화의 강점이 된다.
이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어떻게 인물마다 표현하는지가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강점이 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영화의 네 인물이 갖고 있는 모티브는 '그럴 수 있는데 그럴 수가 없다'라는 아이러니다. 이 아이러니를 다른 말로 하면 '타인이 내리는 해결책이 절대 모든 것의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문장은 영화 최후반부 하이라이트 신 연출이나 전반부 주인공이 늘 갖고 사는 에세이, 토마스라는 인물이 내포하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영화가 '구원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를 설명하는 것이다. 이 부분 연출이 어떤 분들에게 좀 무책임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이야기의 끝마무리가 모호한 점은 아쉽다. 그러나 영화가 제시하는 구원의 양태는 관객에게 하여금 감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삶이 서려있는 연기
1999년이었다. 한 남자가 할리우드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 건장한 피지컬에 섹시한 이목구비가 매력이었다. 출연 영화는 <미이라> 시리즈. 그전부터 쌓아 올린 인기가 폭발한 것이다. 연기력. 외모. 스타성 모두 다 인정받은 프레이저. 그에게 위기가 들이닥친다. 누군가의 성희롱과 이혼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크게 다가온 건 <미이라> 시리즈에서 일하다 생긴 신체적인 문제다. 무릎 연골을 죄다 수술해야 했던 프레이저. 악재는 한꺼번에 겹쳤다. 사람이 미웠다. 오랫동안 암흑기가 있었다. 2014년 이후 제대로 된 작품이 없었다.
그리고 현재. 브랜든 프레이저는 <이니셰린의 밴시> 콜린 파렐, <앨비스>의 오스틴 버틀러와 함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로 유력하다. 현재 미국 배우조합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프레이저. BAFTA에서 상을 받은 오스틴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확신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글쓴이는 이 연기가 아카데미를 위시한 여러 시상식에 안성맞춤이었다고 확신한다. 영화에서 봤던 브랜든 프레이저의 연기는 단순히 특수효과를 끼었기 때문에 훌륭한 것이 아니었다. 영화가 품고 있는 딜레마인 자기 파괴라는 속성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것이 중요한지를 잘 알고 보여주는 연기였다. 가령 리즈에게 음식을 달라는 신이 있다. 이 목소리 톤과 시놉시스에 나왔던 "내가 인생에서 잘한 일이 단 하나라도 있단 것을 알아야겠어!"신의 말투는 정말 강약조절에 있어 능수능란한 배우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당연히 이 <더 웨일>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 사람의 연기 하나만으로도 감정을 이입하고 영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이디 싱크나 홍 차우의 퍼포먼스도 좋았지만 이 브랜든 프레이저의 연기가 두드러졌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 것 같다. 심지어 폭식 연기도 잘한다. 감독 의도를 잘 살리면서 먹는다.
뭐 이런 연기를 하는 데 있어 자기의 삶이 투영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 아닐까 싶다. 무의식 중에 이 찰리 캐릭터에 감정이입 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자기와 닮아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브랜든 프레이저. 이 물아일체는 여러분들의 마음속에 '나도 저렇게 이해 안 되고, 깊은 사람이었지' 하는 생각이 들기 충분하다. 또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고래'라는 키워드에 감정이입하게 도와준다. 영화는 살짝 무책임하기도 하다. 또한 영화의 몇몇 설정은 감독의 전작에서 갖고 온 느낌이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전하는 카타르시스는 아는 맛임에도 폭발적이다. 이제는 멍하니 앉아있을 때가 아니다. 다시 한번 더 일어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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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8월 되도록 연애 못 한 사람들 다 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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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솔로가 죄냐
이 영화의 주인공은 제과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회사원 치호다. 미각적인 감각이 아주 뛰어난 치호. 소속된 회사에서 에이스 대접을 받고 있다. 회사 매출에 혁혁한 공을 세운 치호. 제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차지하는 치호의 임무가 크다. 치호의 사생활은 그의 경력에 비해 별거 없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tv프로그램을 보다가 과자 먹고 잠든다. 특별한 일은 없다. 남에게 피해 끼치는 일 싫어하고 착하게 사는 게 전부인 주인공 치호다. 순박한 치호. 이런 그도 같이 사는 사람이 있다. 친형 석호다. 석호는 치호랑 딴판이다. 이름에 빨간 줄이 그여 있는 석호. 하는 일이라곤 내내 놀다가 치호 등골 빨아먹어 도박에 돈 다 갖다 박는 게 전부다. 그래도 치호는 나름 행복하다. 가족도 있고 좋아하는 과자도 실컷 먹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다른 주인공은 중년 여성인 일영이다.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일영. 혼자 딸을 키우는 건 아무래도 어려울 것이 많다. 사격 유망주인 딸. 학비부터 운동에 드는 자잘한 돈까지 감당할게 많아 손이 여러 가지가 필요하다. 일을 시작하는 일영. 대출심사를 업으로 하는 회사에 취업한다. 일영이 밝은 성격을 가진 덕에 일하는 건 어렵지 않다. 어느덧 일영을 찾아온 손님. 손님인 남자가 아이들을 대하는 걸 보고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운명 같은 첫 만남. 치호도 일영을 그렇게 만날 줄 몰랐고, 그건 일영 역시 마찬가지다. 운명 같은 첫 만남이 성사됐다. 둘의 달짝지근한 로맨스가 시작된다!
무해한 유해진
이 영화에서 치호 역을 맡은 유해진 배우는 현재 충무로에서 폼이 가장 좋은 배우다. 작년 <올빼미>와 <공조 : 인터내셔날>을 통해 330만/69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영화 위기론이 대두된 해에서 제 몫을 해냈다. 앞 두 영화에서 유해진 배우가 맡은 역할은 플롯의 핵심에서 주체적으로 반응한다. <공조 : 인터내셔날>에서 맡은 역할은 다른 두 주인공과 함께 협력한다는 점에서 중요했다. <올빼미>에서 인조가 맡은 역할은 장르적으로도 이 여기의 서스펜스를 만든다는 점, 윤태진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바를 특정 인물과의 갈등을 통해 보여줘야 했다는 점에서 이야기의 주체로 우뚝 선다. 유해진 배우는 이 두 작품에서 유해진만 할 수 있는 감정연기를 보여준다. 감정기복이 심한 캐릭터에선 분노의 깊이를, 유머와 액션이 필요한 역할에선 능청스러운 모습으로 분한다.
이 <달짝지근해 : 7510>에서 역시 앞서 두 작품과 마찬가지로 ‘인물 간의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역시 두 관계에서 능동적으로 선택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치호와 일영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족관계에서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듯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특징 하나, 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했다는 특징 둘이다. 이 첫 번째 특징은 두 인물이 가진 결핍을 보여줘 공감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영화에서 중요한 세팅 중 하나였다. 두 번째 특징은 유해진 배우가 장기를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압축해서 눌러 담았다. <올빼미>에서 인조 캐릭터는 역사적 지식이 어느 정도는 필요한 인물이다. 작품 내에서 창작한 설정이 몇 있긴 했지만 이야기의 토대를 한 번에 완벽하게 어려울 수 있다. 유해진 배우는 내재되어 있는 인물의 콤플렉스를 이해해서 표현했다. 이와 유사하게 <달짝지근해 : 7510>에서는 사랑에 처음으로 취한 인물을 능청스럽게 연기한다. 웃길 땐 웃기고 진심을 전하는 연기에선 힘을 주는 유해진 배우의 경험치가 돋보인다.
메가폰을 안 잡아도 느껴져
이 영화는 장르의 특성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로맨스/코미디를 표방하고 있는 영화는 두 사람의 관계에서 로맨스 무드를 만든다. 우선 두 주인공 유해진-김희선 배우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조합이다. 김희선 배우가 시대를 관통했던 엄청난 미모였던 것과 유해진 배우는 반대편에 있다. 이 두 사람이 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묘사는 영화에서 충분한 강점이다. 두 배우는 각각의 인물이 갖고 있는 결핍을 왜 서로가 채울 수 있는지 각자 상기시키며 안정적인 로맨스를 이끈다. 이 점에서 두 사람의 사랑이 출발하기 전에도 이상적인 사랑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는 후반부까지 지속된다.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이야기지만 두 사람에게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유지하고 있는 설정이 있다. 이 설정을 경제적으로 활용한 각본의 힘이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사랑에 서툰 사람이 이루는 내적 성장을 상징하는 듯하다.
다른 장르는 코미디다. 이 <달짝지근해 : 7510>은 우리가 잘 아는 로코물의 정석을 영화가 갖고 있는 특별한 로맨스로 변주시켰다. 그 이전에 각본가 특유의 소소한 유머코드의 디테일들이 살아있다. 장소의 힘이 돋보이는데, 영화에서 김밥천국이라는 장소가 굉장히 중요하다. 김밥이라는 소재가 갖고 있는 특수성이 영화 내적으로 품고 있는 사랑의 의미를 포함한다. 그리고 두 인물이 왜 ‘기본’에 충실한 사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가도 관련이 있다. <헤어질 결심>에서 서래와 해준이 갖고 있는 결핍이 초반부에 제시되고 <우리도 사랑일까>에서 여주인공이 갖고 있는 일상의 권태가 초반부에 등장하는 것과 유사하다. 물론 앞 두 작품에 비해서 결핍을 보여주는 묘사가 고차원적인 건 아니지만 장르의 기본적인 특성과 코미디를 잘 병치시킨 좋은 연출이었다.
영화에서 두 번째로 중요하게 묘사되는 부분이 있다. 영화에서 사랑의 속성을 핵심 소재로 표현한 것이다. 이 비유는 아쉬운 점이 분명 있다. 결론을 확실하게 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하이라이트에서 감정의 방점을 찍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오히려 유해진 배우의 뛰어난 퍼포먼스로 큰 감정적 울림을 전달한다. 이 영화가 익숙하고 작위적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 사랑을 응원하게 되는 데에는 소재의 힘이 크다.
준수한 코미디
영화가 지나치게 이상적인 부분만 고려한다는 점은 아쉽다. 우선 주인공 치호를 설정하는 굵직한 내면묘사가 있다. 영화의 이야기가 이 큰 설정 하나에만 의존한다. 각본가의 전작에서도 이런 인물 세팅이 있었다. 영화 내적으로 이야기의 장력이 떨어진다는 것 외에(재미가 없다는 것 외에) 이 소재를 인물에게 녹아드는 깊이는 전작이 뛰어났다고 본다. 본작 <달짝지근해 : 7510>에서는 치호의 주변인들이 작위적으로 설정되어 주인공이 기능적이다. 유해진 배우의 설득력에 플롯이 의존한다. 일영과 치호가 작중에서 관객을 충분히 설득할 정도로 선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인물의 입체성이 옅다는 점에서 로맨스 영화의 밀도가 낮았다는 단점이 있다.
영화를 보면서 걸리는 부분이 거의 없다. 하지만 단 한 인물은 작위적이다. 이 인물과 어떤 구분선을 두고 대비되는 캐릭터가 있다. 이 인물이 주인공을 대하는 태도를 생각해 보면 각본가가 전작에서 지켰던 윤리의식이 조금은 부족했다. 이 배우의 퍼포먼스도 다른 주연배우들에 비해 밀리는 감이 있어 이야기에 이물감이 된다는 점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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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트맨 3년차, MBTI가 바뀌었다.
이 글은 영화 [더 배트맨]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비난은 늘 낯설고 새로운 것의 그림자 역할을 자처했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처음 007이 되었을 때만 해도 모든 사람들이 여태까지 이런 007은 본 적이 없다며 비난과 험담의 벽을 쌓아 올렸으니까.
그러나 첫 작품이었던 [카지노 로열]은 사람들이 쌓아놓은 미움의 벽을 시원하게 밀어버렸다. 덕분에 다니엘은 시리즈 사상 가장 마초적이면서 인간적인 요원으로 자리 잡았고. 15년 동안의 임무를 완수하고 기꺼이 우리에게 안녕을 고했다. (참고 1) DC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고 과언이 아닐 배트맨 시리즈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기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손에서 가장 완벽한 3부작으로 태어났다. 그리고 희대의 악역인 조커를 낳았다.
이런 시리즈에 아직 물음표가 가득한 배우인 로버트 패틴슨을 앞세운 새 배트맨 영화를 찍는다는 것은 매우 큰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영화 [더 배트맨]의 시작은 새로운 것들로 가득했고. 덕분에 그림자인 비난 역시 짙게 깔려있는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 [더 배트맨]은 이런 비난의 색을 가득 담았다. 어둡고 또 무겁다. 로버트 패틴슨은 우울하고도 생각으로 가득한 배트맨 역할을 여태 해 온 역할들과는 다른 분위기로 풀어내 영화의 깊이를 더했다.
제작진이 비난에 대처한 방식은 영화의 색깔과 같았고. 비난은 슬그머니 배트맨이 가진 고뇌의 무게에 합쳐져 긴 러닝타임 내내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9회 말 2아웃 상황의 DC가 드디어 해냈다는 생각이 들 때 즈음이면 가벼운 마음만큼이나 영화 속 배트맨의 마음도 조금은 밝아졌음을 느낄 수 있다.
3,6,9는 진리다.;배트맨도 피할 수 없는 3년 차 성적표
사진 출처:다음 영화3년 차. 일반 회사로 친다면 이제 슬슬 대리 달아야지?라는 덕담 같은 압박이 귓가에 쌓이기 시작할 때다. 불가능할 것만 같던 업무 짬도 차기 시작하고 전체적인 일의 그림도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익숙해져 버린 자리 덕에 슬슬 회사 전체에 대한 불만도, 그리고 이직을 했을 경우의 "조건"들에 대해 점치기도 시작한다. 또한 근원적으로 내가 과연 이 일을 계속해도 될 것인가에 대한 의심과 물음도 하나둘씩 마음을 채운다.
올해 3년 차에 들어선 고담 시 (명예) 공무원인 배트맨의 위치가 정확히 이 지점에 있다. 이제 고담 시 전체도 제법 눈에 익었고. 모든 범죄에 출동할 수 없으니 Priority를 세워 선택적으로 야근할(?) 줄도 안다. 그럼에도 고담 시의 경찰들에게는 가면을 쓴 자경단들 중 하나 정도라는 생각에 그칠 뿐이지만.
그럼에도 경찰들이 이 혼돈의 배트맨을 잡아들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에게 기대하는 "능력"이 (연차 대비) 출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뛰지 않는다. 날아다니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현란하게 움직이지도 않는다. 배트맨은 자신의 정체가 그들의 코앞에 다가갈 때까지 천천히, 그리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밤이 만들어 낸 안개가 걷히면서 배트맨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에. 범죄자들은 그제서야 허공을 향해 빛나고 있는 박쥐 모양의 경광등을 떠올리며 마른침을 삼킬 수밖에 없어진다. 물론 그 마른침이 다 넘어가기도 전에 얻어맞고 바닥에 뻗어 있겠지만. 영화는 배트맨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위압감을 매우 잘 묘사하고 있다. 분명 다른 히어로들보다 휘황 찬란하다거나, 빠르지도 않지만. 배트맨이 등장하는 모든 장면에서 오는 압박감만은 매우 대단하다. 저벅저벅 걸어오는 그 발걸음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집념을 느낀 악당들에게 배트맨은 훌륭하고도 끔찍한 악몽이며.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지만 동시에 만나보고 싶기도 한 빌런이다.
세례 받은 배트맨;자신 스스로도 구원해 내기.
사진출처:다음 영화영화 속 배트맨은. 마치 자신의 진정한 MBTI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수많은 질문들 앞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자신이 행하던 것이 복수였는지. 혹은 정의였는지에 대해 생각하듯이.(참고 2)
리들러의 공격은 너무도 현실에 착 붙어 있어서.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점을 파고들었다. 덕분에 외면하고 싶은 연좌제에 대한 이슈를 똑바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 또한 뒷골목의 사람과 다를 바가 없을 것만 같아서.
셀리나는 자신이 드러낼 수 없는 마음속 분노의 모습과 닮아있어 더 이상의 고아가 탄생하는 것도. 고아가 저지르는 잘못도 없기를 바라는 배트맨의 입장에서는 그녀가 어둠 속에서 사는 사람이 되는 것 또한 막아야 했다.
여기까지면 좋으련만. 브루스 웨인으로서의 삶은 일찌감치 박살 난 지 오래라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도 감을 잡을 수가 없는 상황이기까지 했다.
이렇게 모든 것이 엉망인데. 배트맨은 자신의 앞에 놓인 질문에 답을 해야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리고 정확하게. 게다가 늦지 않게.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고담 시 사람들이 사상을 입을 수도 있는 그 순간에. 배트맨은 마지막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기꺼이 물속으로 뛰어든다. 마치 영화의 진행 내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던 복수와 정의 중 후자를 선택하기로 마음먹은 순간임과 동시에. 여태까지 지니고 있던 모든 고뇌를 세례를 통해 씻어내린 것처럼 느끼게 하는 장면이었다.
그의 MBTI는 결정되었고. 동시에 새로운 배트맨이 되었다. 그리고 배트맨은 망설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을 좀 더 가까이서 직접 돕는 것을 가장 먼저 행동으로 옮김으로써. 그는 이 역할에 당위성을 고쳐 붙였다. 스스로의 힘으로. 다른 사람을 구하겠다고 생각했지만. 과연 그가 건져올린 것들에 자신도 있음을 알아주는 날이 오기를 빈다.
과연 이직에 성공할 수 있을까?;일단 야근부터 좀 어떻게 해보자.
사진 출처:다음 영화영화의 말미에. 배트맨은 아주 잠깐이지만 그 지독한 어둠에서 벗어나 사람들을 도우는 일에 합류한다. 마치 부끄러운 자신의 모습을 가리기라도 하려는 듯 그 모습마저도 먼지 구덩이에서 한 번은 구르고 나온 것 같은 모습이지만. 배트맨의 눈길과 몸짓은 경직되어 있던 영화의 초반과는 조금은 달라 보이기까지 한다. 그전까지 자신에게는 어둠만 허락된다고 생각했다.
어둠을 먹고 사는 자들을 처리하는 것이 자신의 복수이자 고담 시의 질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밤의 지배자들에게는 두려움이라는 바이러스를 뿌려댈 수 있지만. 낮의 주인들에게는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낮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 희망이 전염될 가능성이 더 많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이제 배트맨은 고담 시를 떠날 수 없다. 3년 차가 갖고 있던 고민도 사라졌고, 자신의 MBTI도 명확해졌다. 그리고 야근만 하던 삶을 주간 근무로 바꿀 수 있는 희망도 이젠 갖게 되었다.
물론 이런 각오가 무색하게 6년 차의 헛바람은 찾아올 것이고. 이 도시는 여전히 자신을 배신하겠지만. 게다가 잊고 있었던 야근도 종종 하게 될 테지만. 이제 배트맨의 눈은 바뀌었다.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는 매일 다른 것을 하며 자극을 찾는 것이 아닌. 똑같은 일상을 견뎌내는 힘에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의 눈으로.
이 초보 공무원이 고담에서 보낼 영원한 시간들 중 딱 오늘 하루만이라도 부디 평온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야근도 안 하면 더 좋고.
마치면서
호불호가 매우 강할 영화다. 액션이나 최첨단 무기, 혹은 브루스 웨인의 어마 무시한 부(Richness)를 기대한다면 한없이 지루할 것이고. 지울 수 없는 이름인 히스 레저를 떠올린다면 더더욱 실망할 영화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점들을 지우고 새로운 배트맨에 집중한 것이 좋았다. 배트맨의 탄생이나 고담 시 7급 공무원 정도의 짬을 가진 타이밍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제 겨우 병아리 티를 벗고 뭔가 해보려고 하는 의욕은 많지만 처음 접해보는 문제들에 부딪쳐 시무룩해지기 쉬운 딱 3년 차의 모습이라서. 그냥 응원해 주고 싶었다.
최근 영화가 길어지는 추세에 대한 큰 반감이 있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닝타임이 길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하다못해 리뷰를 어떻게 써야 할까 같은 쓸데없는 잡생각 없이 그저 이 야근만 하는 공무원의 고군분투 일처리를 보다 영화관을 나왔다. 그가 아주 조금은 행복.. 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음이 가벼워진 게 보이는 것 같아 다행이다.
[좋아한 장면]
중간에 나오는 자동차 추격전 장면과 천장을 박살 내면서 떨어져내리는 장면은 뭐 말할 것도 없지만. 글에도 쓴 홍수 난 광장으로 떨어지는 장면에서 그냥 자꾸 눈물이 났음. 기꺼이 고난으로 뛰어드는 자 만이 얻을 수 있는 재탄생을 잘 살린 것 같았음.
참고 1
007시리즈 말고 다니엘 크레이그가 연기한 007에 대해 쓰다가 저장해둔 글이 있었는데 거기서 조금 갖고 옴. 개인적으로 크리스찬 베일의 엄청난 팬이기 때문에 로버트 패틴슨이 배트맨을 한다고 했을 때 입에 거품을 물고 반대했던 사람이었으나. 이 영화 보고 나서 영원히 입다물기로 함.
참고 2
내 MBTI도 제대로 못 외우는 주제에 리뷰 쓰겠다고 찾아봄. 실제로 배트맨의 MBTI는 INTJ이며. 나는 INFJ임. 문제는 그게 무슨 뜻인지를 아직도 잘 모름.
[이 글의 TMI]
1. 영화는 (너무 무거워서) 내 취향이지만. 리뷰는 좀 가볍게 쓰고 싶었음.
2. 어두운 영화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내 OTT 서비스 보고 싶어요 한 목록 보니까 이건 뭐. 아포칼립스던데.
3. 샐러드 먹고 16시간 금식은 내가 봐도 너무 힘들다. 근데 그걸 두 달째 하고 있지.
#더배트맨 #맷리브스 #로버트패틴슨 #앤디서키스 #조크라비츠 #폴다노 #DC #영화추천 #최신영화 #영화인플루언서 #네이버인플루언서 #브런치작가 #내일은파란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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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로소 죽음으로 완성되는 삶.
인생은 자신의 의지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짧지만 빼곡하게 놓여있는 한 여인의 삶을 바라보며 개인을 보호해주어야 할 사회가 그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개인에게 쏟아지는 비극이 얼마나 참혹한지를 느끼게 한다. 인물의 감정에 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소격 효과를 통해 우리의 삶까지도 되돌아보게 만드는 영화 '비브르 사 비'를 소개한다. 1962년에 장 뤽 고다르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고전 영화지만 여전히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어떻게 인생과 끊임없이 연결된 이 영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배우를 꿈꾸는 나나는 자신의 원하는 순간에 도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현실에 분노한다. 하지만 누구 하나 그녀의 마음을 헤아려 주지 않는 탓에 날카로운 말을 뱉어낼 뿐이었다. 배우를 하고 싶은 열망은 더욱 거세지지만 쉽게 펴지지 않는 평온함에 격렬한 몸짓을 행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는 성공을 향하는 길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나나는 행동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꿈을 위해 뛰어든다. 그 무서운 말은 맴돌고 맴돌아 다시 나나를 찾아온다. 그녀가 세상에서 사라져도 여전히 남아있을 말의 잔혹한 모습이다.
책임이라는 단어로는 설명되지 않을 그녀의 삶은 꿈과 자유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으로 더욱 극대화된다. 돈이 없으면 삶의 궁핍해지고 돈을 벌면 그녀의 꿈과 멀어지는 의도치 않은 상황을 마주하며 나나의 일은 족쇄가 된다. 자신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행위였지만 결코 그 행위는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냉혹한 현실 속에서 나나의 편이 되어주지 않았던 세상은 그녀를 무참히 짓밟고 마치 자유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단어였던 것처럼 그녀의 영혼도 소멸시킨다.
이 혹독함 속에서도 진리를 좇고자 하는 그녀의 의지는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어떤 카페에서 만난 철학자를 만나며 나나의 깊고 짙은 생각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었는데, 늘 타인의 의지대로 행동해 왔던 나나가 대상에 대한 밀도 있는 생각에 대해서 말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목적의 대상이 아닌 그 자체로 바라보는 시선은 물론이거니와 삶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건, 결코 나나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었다. 자신의 생각 그대로 말이 만들어지지 않는 답답함에 질문을 건네기 시작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말이라는 본질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자신의 현실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는 탓에 더욱 비참하게 느껴졌다. 그저 생계유지에 불과한 일이지만 하면 할수록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에 불과했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비브르 사 비(Vivre Sa Vie)'는 이 영화의 제목으로 자기만의 인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지향했던 삶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살았던 나나의 모습이 더욱 참혹하게 느껴진다. 왜 세상은 힘없는 개인에게 더 엄격한걸까. 그녀가 마주한 현실과는 달리 원하던 대로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었다면 꿈도 사랑도 잃지 않았을 것이고 결말 또한 자신의 의지대로 바꿀 수 있었을 것이다. 쉽지 않은 이 삶 속을 유영하는 영화는 다큐멘터리와 드라마 사이를 오가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자기만의 인생에서 행복한지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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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비티>의 사운드 미학
영화 <그래비티>(2013)의 우주 비행사 라이언 스톤(산드라 블록)은 우주 쓰레기 잔해 충돌로 인해 동료로부터 멀어진다. 우주에서의 고립은 무인도에서의 조난과 매우 다르다. <캐스트 어웨이>(2000)의 무인도 속 조난자에겐 소통의 대상이 있다. 살아 있지 않아도 괜찮다. 배구공에게 얼굴을 그려주고 ‘윌슨’이라는 이름을 붙여 소통하면 된다. 이상해 보이겠지만 적어도 그 조난자에게 배구공은 삶을 유지하는 데 있어 매우 소중한 존재다. 세상과 분리된 채 경험하는 철저한 고립, 완벽한 배제는 개체의 삶을 파괴시킨다. 그래서 <그래비티>의 우주는 무서운 공간이다. 스톤이 떠다니는 공간은 배구공은커녕 그 어떤 것도 없는 황량한 무(無)의 상태다. 이때 스톤이 의지해야 할 대상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는 영화에서 종종 등장하는 몇몇 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스톤이 소리에 반응하는 몇몇 중요한 지점들이 있다.
홀로 남은 스톤이 모든 걸 포기하려는 때마다 등장하는 목소리가 있다. 동료 코왈스키(조지 클루니)의 목소리다. 우주 쓰레기 파편이 휩쓸고 지나간 뒤 혼자 남은 스톤이 좌절에 빠질 때 코왈스키의 목소리가 스톤을 붙잡는다. 프레임 중앙으로 멀어져 가는 스톤의 모습이 희미해질 때 즈음 지지직대는 소음과 함께 코왈스키의 목소리가 삽입된다. 코왈스키의 목소리, 이어서 그에 반응하는 스톤의 격양된 목소리는 깜깜한 우주 공간을 보며 희미하게 일렁이는 스톤을 찾으려는 관객이 그 순간 의지할 수 있는 가장 특징적이고 명확한 음향 표지이다. 이때 피어나는 스톤의 안도감은 스크린을 넘어 관객에게 전이된다.
스톤이 연료가 바닥난 소유즈에서 우주 관제 센터와 교신을 시도하는 장면도 떠오른다. 이때 스톤은 교신에 성공하지만, 상대는 우주 센터가 아닌 지구의 이누이트 통신사 아닌강이다. 서로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스톤과 아닌강은 소통에 실패한다. 하지만 스톤은 개 짖는 소리와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게 된다. 서로 다른 문화권일지라도 이런 소리는 특징적인 표지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때 스톤과 아닌강은 불완전하면서도 모종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특별한 소통을 경험한다. 영화를 보는 상당수의 관객이 아닌강의 언어보다는 스톤이 구사하는 영어에 익숙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관객은 스톤처럼 아닌강의 말을 이해할 수 없지만, 개 짖는 소리나 아기의 울음소리는 관객들도 역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이렇게 <그래비티>는 우주에 고립된 스톤과 지구 어딘가에서 그와 교신하는 아닌강 간의 시공간을 초월하는 특별한 유대감을 사운드를 매개로 관객에게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
다시 코왈스키의 목소리다. 코왈스키는 스톤을 다시 한번 구해낸다. 아닌강과의 교신 이후 산소를 줄여 죽으려 했던 스톤은 정신을 잃어가다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이후 제시되는 코왈스키의 환영과 스톤의 대화 신이 끝나는 지점은 스톤을 부르는 프레임 바깥에서 코왈스키의 목소리가 나오는 순간이다. 극중 코왈스키의 목소리는 내재 공간에서뿐만 아니라 프레임 바깥에서의 외재적인 음향으로 자주 동원된다. 처음 스톤이 고립된 상황에서도 같은 내재 공간인 우주 속 어딘가에 있는 코왈스키의 목소리는 외재적 음향 표지로 등장해 스톤이 처한 고립된 상황을 강조하고 다음 플롯으로 넘어갈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한다. 스토리 공간 속의 인물이 내는 소리를 내재적/외재적으로 적절히 변주하는 방식은 관객이 스톤이 처한 상황을 인식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서사적으로 중요한 지점을 강조하는 수단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그래비티>는 이처럼 사운드가 유발하는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선보인다.
평자와 대중들은 공통적으로 <그래비티>가 훌륭한 우주 체험 영화라고 말한다. 우주 공간을 그려낸 수많은 영화와 <그래비티>를 비교했을 때, <그래비티>만의 영상미, 시공간 묘사와 촬영 기법 등은 분명히 이 영화를 매력적인 우주 체험 영화로 가공한다. 이때 여기에 사운드가 빠져서는 안 된다. 내가 말하는 사운드는 삽입된 사운드트랙, 작곡된 스코어, 믹싱으로 첨가된 음향 효과, 녹음된 인물의 대사 등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코왈스키가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트는 팝송이나, 고증이 완벽하게 된 효과음 등도 물론 중요하고 우주의 공간감을 살리는 특수한 스코어나 음향 효과 역시 영화를 지탱하는 주요한 요소이다. 이 영화의 사운드는 서사 전개의 스타일적 패턴이나 도구로 극을 이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사운드 미학은 거기서 더 나아간다. <그래비티>는 사운드만으로 관객이 인물과 시공간적 배경에 동화될 수 있도록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음향이 영화에 어떤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할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다. <그래비티>는 매력적인 사운드가 존재감을 뽐내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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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있지만 허세 가득한 사회부 기자 ‘임상진’ 대기업 ‘만전’의 비리를 취재하지만 오보로 판명되며 정직당한다. “기자님 기사 오보 아니었어요. 다 저희들이 만든 수법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의문의 제보자가 찾아온다. 자신을 온라인 여론 조작을 주도하는 댓글부대, 일명 ‘팀알렙’의 멤버라고 소개한 제보자는 돈만 주면 진실도 거짓으로, 거짓도 진실로 만들 수 있다고 하는데… “불법은 아니에요. 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제보, 어디부터 진실이고, 어디까지 거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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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이 영화의 햇볕에 그을리고 싶다” - ?????? 영원히 흔적으로 남은 그해 여름의 기억 [애프터썬] 2차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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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블랙 팬서 : 와칸다 포에버> 티저 예고편
'와칸다'의 운명이 새롭게 쓰여진다! 2022년을 뜨겁게 마무리할 마블 블록버스터의 귀환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티저 예고편 최초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