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5-30 12:00:47
5월 5주 차, 최신 씨네 뉴스
'네온' 5회 연속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배출
"황금종려상이 궁금하면 네온을 보라" 미국의 중소 영화 제작.배급사 [네온]
<아노라>가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네온은 5회연속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5월 마지막주 씨네뉴스 같이 봐요
영화 제작자 된 손석구 천원짜리 영화
손석구가 제작자로 참여한 영화 <밤낚시>가 개봉합니다.
영화 '밤낚시'는 어두운 밤 전기차 충전소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 휴머니즘 스릴러로 13분의 단편영화 입니다. 배우 손석구는 이번 <밤낚시>의 공동 제작과 연기를 모두 진행했습니다. 영화는 CGV에서 6월 14일부터 16일, 6월 21일부터 23일 2주간 단독 개봉하며 단 천 원에 관람하는 ‘스낵 무비’라고 합니다.
이선균배우 유작 두 편, 올 여름 개봉
지난해 세상을 떠난 배우 이선균 유작 2편을 모두 이번 여름에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항대교 위에서 추돌사고가 발생하면서 사람들이 고립되고, 군사용 실험견이 풀려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탈출:PROJECT SILENCE>가 7월 공개, 이어 1979년 10.26 사태 이후 이야기를 그린 <행복의 나라>를 8월에 공개한다고 합니다.
배급사 네온 5회 연속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배출
칸영화제 경호원의 과도한 제지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미국 가수 켈리 롤런드, 도미니카공화국 배우 마시엘 타베라스에 이어 윤아까지 사진을 못찍게 막아섰으며 유색 인종 스타들만 빨리 들어갈 것을 재촉하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켈리롤랜드는 해당 경호원에게 자신의 몸에 손을 대지 말라는 듯 경고했고, 마시엘 타베라스는 경호원의 어깨를 밀치며 분노했습니다.
<북극성> 2025년 공개 확정
전지현, 강동원 주연의 <북극성>이 2025년 공개를 알렸습니다.
작품은 박찬욱 감독의 오랜 파트너이자 <독전> <작은 아씨들>의 극본을 써낸 정서경 작가와 <눈물의 여왕> <빈센조>의 연출을 맡은 김희원 감독의 만남으로 캐스팅뿐만 아니라 화려한 제작진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북극성>은 외교관이자 전 주미대사로 국제적 명성을 쌓아온 문주가 국적 불명의 특수요원 산호와 함께 거대한 사건 뒤에 숨겨진 진실을 쫓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칸영화제 경호원 논란
칸영화제 경호원의 과도한 제지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미국 가수 켈리 롤런드, 도미니카공화국 배우 마시엘 타베라스에 이어 윤아까지 사진을 못찍게 막아섰으며 유색 인종 스타들만 빨리 들어갈 것을 재촉하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켈리롤랜드는 해당 경호원에게 자신의 몸에 손을 대지 말라는 듯 경고했고, 마시엘 타베라스는 경호원의 어깨를 밀치며 분노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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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섭'에 대한 우려는 접어도 될 듯 하지만
하지 말라면 좀 하지 마
살짝 낡은 버스가 아프가니스탄 일대를 지나가고 있다. 버스 안에는 한국인이 있다. 어떤 남자가 버스 가운데에 서서 말을 하고 있다. 아마 교회에서 온 사람들 인 것 같다. 어수선한 2007년. 사실 아프가니스탄은 나라 내, 외적으로 어수선했다. 분쟁의 한가운데 있었던 아프가니스탄. 이들은 위험한 여행길에 있었다. 종교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판국에 교회 사람들이 간 것이다. 지금 당장 아무나 달려가서 ‘당장 한국으로 귀국하세요’라고 하고 싶지만 이들에게 그런 자각은 없었다. 이 걱정이 무색하게 갑자기 버스에 총알이 날아든다. 동시에 버스를 막아선 몇몇 군인들. 총기로 무장한 군인들이 버스에 난입해 교회 사람들을 데려갔다. 피랍 사건이 발생했다. 분쟁지역에 간 한국 사람들이 총기로 무장한 탈레반들에게 납치당한 것이다.
외교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재호. 재호는 교섭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뉴스를 보는 재호. 탈레반이 한국인들을 납치했다는 영상을 배포했다. 탈레반의 협상조건은 아프가니스탄에 잡혀있는 탈레반들을 석방하는 것이다. 아니 왜 가지 말라고 한 곳을 가는 거지? 납치된 사람들의 신상정보부터 확인한다. 다 같은 교회 사람들이네? 그럼 이 사람들 종교로 내전 중인 나라에 선교하러 간 거야? 부하 공무원을 부르는 재호. “야. 이 사람들 지금 다 자원봉사 차 갔다고 말해. 안 그럼 이 사람들 다 죽어!” 살해 시간은 24시간. 이 업무지시를 시작으로 장재호와 외교부 직원들은 탈레반을 상대해야 한다. 과연 재호는 피랍된 한국인들을 생환시킬 수 있을까?
믿고 보지
사실 이 영화가 개봉하기 이전에 우려의 시각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바로 주제가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이다. 이 피랍 사건은 약 15년 전에 일어난 일이다. 교회 사람들이 아프가니스탄 입국을 강행해서 일어난 이 피랍사건. 당시에 엄청 큰 일이었기 때문에 초등학생이었던 글쓴이도 그 일을 기억하고 있다. 이 일이 그렇게 먼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 교회인들을 미화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우려가 몇몇 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영화에서 감독이 이들을 우호적으로 그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 교회 사람들을 좀 비꼬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 이전에 글쓴이는 이 영화에 대한 그런 비판적 시각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바로 전작 <제보자> 때문이다. 전작에서 다뤘던 소재는 '황우석 사기 사건'이다. 줄기세포 복제와 관련해서 온 나라를 속이던 과학자를 고발하는, 진정한 저널리스트에 다뤘던 이 영화는 나름 갖고 있는 균형감각이 좋았다. 당연히 <제보자>와 흑막이자 현대사의 빌런 중 하나였던 그 과학자는 나름 잘 구현했다. 이 외에 이 과학자를 믿는 일반 국민들의 관점이 어떻게 주인공에게 딜레마로 작용하는지를 영화 내적으로 팽팽하게 드러내서 좋은 직업영화가 되었다. 영화에서 핵심으로 작동하는 대사는 '국익이 우선이냐, 진실이 우선이냐'인데, 이를 영화의 내적 리듬으로 잘 구현해 과연 임순례라는 인물의 경험치가 그냥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영화는 이미 그런 걸 만들어 본 적이 있는 듯이 침착하게 이야기를 끌고 갔다.
과한 에너지
이렇게 직업윤리를 두고 갈등하는 인물의 모습을 잘 드러내면 역시 임순례!라는 말을 듣기 충분했을 것이다. 역시나 결론적으로 이 영화가 막 엄청나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임순례라는 작가의 개성을 느끼기는 좀 어렵다. 왜냐하면. 일단 주인공 재호의 설정방식은 좀 아쉽다. 재호는 굉장히 헌신적인 공무원이다. 극에서 온갖 개고생을 다 한다. 게다가 후반부를 보면 이 사람은 외교의 신이 점지한 느낌까지 난다. <제보자>의 주인공 윤민철과 공통점이 있다. 직업윤리적으로 굉장히 높은 수준의 것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두 인물 간의 차이점이 너무 짙어 아쉽다. <제보자>에서 윤민철은 이 이장환 박사의 사기 행각 피해자를 몇 번 만나며 동기부여가 생긴다. 반대로 재호는 이에 대한 묘사가 없다. 그래서 감정선이 좀 얕았다. 글쓴이는 균형감각에 대한 지나친 의식 때문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을 덩그러니 탈레반에게 살해당하라고 놔두는 것도 웃기는 짓이다. 그럼 이를 생환하기 위한 나라의 노력이 중요하겠지? 영화는 이것에 집중하기 위해서 재호를 이 쪽에 지나치게 헌신적으로만 묘사한다. 만약에 재호 입에서 이 사람들을 욕하는 대사가 나왔으면 영화의 내적인 논리가 분산될 것이다.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당시 피랍 피해자들에 대한 비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염두하고 각본을 썼다면 인간적으로 이 인물이 이렇게 처절한지를 묘사할 필요가 있지 않았나 싶다.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사기 사건은 온 나라가 이 사람이 사기꾼이라는 것을 알아서 윤민철의 내면묘사를 살짝 얕게 설정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이 2007년 피랍 사건은 많은 국민들이 이 교회인들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람들이 이 공무원 분들의 존재감을 비교적 옅게 기억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얕은 감정선 덕에 재호가 하는 대사가 살짝 이질감이 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영화 전체적으로 '이게 핵심이야!'라고 때려 박는 듯한 대사가 좀 아쉬웠다. 어떤 장면에서 한 인물과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영화 중반부에 뿌렸던 떡밥을 수거하며 영화의 키워드가 되는 어떤 대사를 한다. 글쓴이는 이 대사와 그 후의 장면이 좀 아쉽게 느껴졌다. 너무 관객에게 '이거 멋있지'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장면 아니더라도 다들 그렇게 느낄 것 같다. 그러니까 같은 말을 너무 직접적으로 두, 세 번 하는 것이다. 이는 대식이라는 인물에게는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 대식이 어떤 일이 있어서 이 교섭 일에 진심이고 왜 아프가니스탄에 있는지를 다 보여주기 때문이다. 영화 중간에 보여주는 액션 신은 역시 현빈이라는 생각이 든다. 액션 신까지 잘 뽑혔으니 극 연출에서 재호보다 대식에게 힘을 더 준 셈이다. 그런데 영화에서 대식이(역시나 헌신적이지만) 재호의 직업의식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됐다는 것은 영화의 큰 단점으로 뽑힐 것이다. 시각적으로 셔츠 색을 이용해서 대비를 준 것부터 시작해 영화 안에서 중요한 결정권이 누구한테 있는가? 가 그에 대한 근거가 될 것 같다.
임팩트 한 방이 없어
이렇게 재호가 성자 같은 인물이라 <제보자>와 같은 맛이 없다. 몰입도는 좋다. 그런데 이 몰입도가 후반부의 협상 기점으로 뭔가 힘이 빠지더니 엔딩에서 밋밋해지는 것이다. <제보자>는 장르적인 특성을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 <데어데블> 시리즈의 '킹핀'이 연상될 정도의 빌런인 이장환 박사. 당시 한국에서 끌던 인기가 선풍적이었기 때문에 국민 여론이 그의 편이었다. 이를 활용해서 인물을 어떻게 압박하는지, 또 이 사람이 어떻게 정체가 드러나는지를 본다면 영화가 기본적으로 직업영화 이전에 스릴러였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영화가 이런 장르적인 강점을 가진 것에는 기획력에 있었다. '우리가 말하고자 했던 직업의식을 장르 특성으로 바꾸자'라는 창의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진실을 외면하고 피상적인 국익에 집중하는 것이 <제보자>의 주인공에게 중요했던 걸 이야기로 잘 설계한 감독의 꼼꼼함, 섬세함이 이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이 <교섭>에게는 이런 느낌이 없다. 그냥 재호가 처음부터 끝까지 헌신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인물이 단점을 가진 것 때문에 뭔가 위기가 일어나지 않는다. 비협조적인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탈레반의 악함을 영화의 굴곡으로 사용하고 그 나머지는 없다. <제보자>의 윤민철은 좀 밑도 끝도 없어서 이에 대한 리스크가 있었는데 재호는 우직하게 하나만 판다. 그럼 뭐가 단점이냐? 이는 영화를 보면서 알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는 영화가 지나치게 쉽다고 뽑고 싶다.
의문이 드는 기획
이렇게 영화가 좀 단면적이다 보니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부족했다고 느꼈다. 올바른 직업윤리를 묘사할 것이었다면 이 일을 포기하는 내면 묘사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좀 주인공들이 고민을 해야 이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볼 법하지 않을까? 그러나 아무 고민도 없이 무작정 들이박는 인물을 보면서 헌신적인 직업윤리보다는 과함이, 교회인들에 대해 '왜 쓸데없는 짓을 하나'하는 탄식이 느껴졌다. <리틀 포레스트>와 <제보자>의 중간단계 느낌? <리틀 포레스트>에서 현생으로 돌아오고 난 다음의 낙관적인 시각과 <제보자>가 가진 숭고한 직업의식 사이에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무언가가 탄생한 것이다.
장르적으로 잘 잡았다? 이것도 좀 아쉽다. 각본에서 딱히 허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극에서 전개되는 몇 개의 협상이 들어가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다 근거가 있다. 왜 이 일이 벌어지는지 다 꼼꼼하게 묘사한다. 한 사건이 어떤 분들에겐 좀 아쉽다도 느껴질 부분이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글쓴이는 이를 동의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그런 상황이니까 그 사람이 그런 선택지를 골랐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영화는 이야기를 어떻게 쥐고 펴야 긴장감이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근데 이 긴장감이 후반부의 카타르시스로 이어지지 않는다. 왜? 후반부의 하이라이트신이다. 이 인물들은 좀 급발진한다. 주제를 위해 이 사람들은 그래야만 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그 선택지만 딱딱 고른다. 김이 새는 것이다. 갑자기 서스펜스가 쭉 추락하니 그냥 적당히 볼만 한 영화가 나왔다. 임순례라는 큰 이름에 이런 걸 기대하고 가는 건 아닌데 말이다. 직업인에 관한 영화인데 직업인에 몰입이 안되고. 장르적으로도 실화 바탕이라는 한계가 있고. 아~무것도 아닌 모호한 영화가 나왔다. 주제? 그렇다기엔 단순히 그냥 숭고한 한 직업인인을 보여줄 거라면 다큐멘터리 하나가 더 의미 있지 않았을까 싶다. 연출력은 돋보였지만 기획력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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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으로 가득하지만 끊임없이 사랑이 피어오르는 곳.
델리아 오언스가 펴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 11월 2일에 개봉했다. 원작 소설은 2019년에 출간되어 뉴욕타임스에서 180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달성하여 큰 주목을 받았다. 영화 곳곳에서 표현되는 습지 특유의 분위기와 책 속의 등장인물들을 표현하는 배우들의 표현이 인상적이다. 책이 스크린으로 옮겨지는 순간을 마주하며 가을의 시작을 여는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소개한다. 갑자기 벌어진 죽음은 체이스의 평판보다는 모두가 낯설어하면서도 모두가 경멸하는 습지의 소녀인 카야에게 시선이 쏠리게 했다. 정확한 증거는 없지만 전체적인 정황과 심증이 카야를 가르키고 있는 터라 고정된 시선과 편견으로 그를 바라보는 이들로 인해 카야는 용의자가 되어 좁고 습한 곳에 갇히게 된다. 체이스의 죽음에 카야가 관련되어 있는지 궁금하다면 영화를 통해 확인해보길 바란다.
우리 사회는 소문이 늘 사실처럼 소문이 퍼지고 개개인이 휘말린다. 당사자가 되면 고통스러운 순간의 연속이지만 그와 관련되지 않은 이들에게는 흔한 가십거리에 불과했다. 낯섦의 경계를 허무는 노력보다 미지의 무언가에 대해 끊임없이 추측하는 것이 훨씬 쉬우니까. 그렇게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시작되는 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마치 사실인 것처럼 퍼진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지만 악순환은 끊기지 않는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는 습지와는 다르게 빛도 사라지고 생기도 사라진 모습으로 변모하고 쉽게 내뱉은 것들은 그 편안함과 달리 고독함으로 남았다. 하지만 그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이들이 전해주는 따뜻함이 카야에게도 닿을 수 있을까.
사랑으로 가득했던 공간은 금세 폭력의 장으로 바뀌고 모든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는 적막한 고독으로 가득 찼다. 두려움뿐만 아니라 용기, 설렘을 동반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는 생소한 감정을 미처 다 표현하지 못하여 포기할 만도 하지만 카야는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살아갈 방법을 체득한다. 그렇게 모두가 떠나간 공간 사이에 피어나는 한송이의 사랑을 발견한다.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과 글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보며 카야는 조금 더 성장해간다. 항상 함께할 것 같았던 타인은 늘 그랬던 것처럼 떠나고 다시 그는 고독에 빠진다. 그를 온전히 그 자체로 바라봐주는 건 습지뿐이었다. 새가 둥지를 지키듯 습지도 카야를 지켜주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카야가 자연 그 자체로 스며들 수 있는 공간이었을 것이다. 카야의 마음이 타서 재가 되었던 것만큼의 상실은 아니었지만 사랑으로 인해 마음이 얼어붙는다는 건 다양한 감정이 다시 오므라들게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듯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오고 확신 없는 마음속에서 외롭지 않은 마음을 발견한다. 그것도 잠시 혼자 사는 것보다 두려움에 사는 게 더 무서워지는 순간을 마주한다. "사람들은 껍질 안에 생명이 있다는 것을 잊죠." 말처럼 유일한 카야의 세상은 카야 자신만이 알고 있었으니까. 습지에 갇힌 게 아니라 자연의 일부가 되어 카야는 습지 그 자체가 되었다. 자신과 동떨어진 세계에서 마야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카야의 전반적인 삶이 주로 사랑 이야기에 집중되다 보니 카야 내면의 이야기는 많이 가려져 좀 아쉬웠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원작의 분위기가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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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일 | 맛을 알 수 없는 매튜 본표 스파이 비빔밥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가상과 현실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생동감 넘치는 첩보 소설 '아가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엘리'(브라이스 D. 하워드). 엄청난 성공을 거뒀지만 그녀에게도 고민이 하나 있다. 새로운 책의 마지막 챕터가 좀처럼 써지지 않는다는 것. 이에 그녀는 머리도 식히고, 꼼꼼한 독자이자 조언자인 엄마 '루스'(캐서린 오하라)의 아이디어를 들을 겸 집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싣는다.
하지만 기차 안에서 습격당한 엘리는 돌연 나타난 조력자이자 현실 스파이인 '에이든'(샘 록웰)에게서 자기가 만든 스파이 '아가일(헨리 카빌)'을 겹쳐 보기 시작한다. 간신히 목숨을 지킨 엘리는 그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그녀의 소설이 실제 사건을 예견하는 바람에 여러 차례 물 먹은 첩보 조직 '정보국'이 그녀를 노리기 시작했다는 것. 그렇게 엘리는 상상만 하던 첩보물 세계에 발을 내딛는다.
<아가일>, 실패한 스파이 비빔밥
비빔밥. 한식의 대표주자다. 기내식으로도, 해외 한식당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식이섬유까지 한 번에 섭취할 수 있어서 웰빙 음식으로도 잘 알려졌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집에 남은 여러 반찬을 활용해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기는 '조화'로부터 나온다. 밥, 나물, 고기 등을 단순히 섞었다면 사실 특별한 맛이 아니다. 각 재료의 맛이 날 뿐이다. 그런데 소스가 더해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고추장이나 간장 베이스 소스가 여러 재료 사이에 일체감을 형성한다. 공통의 맛 안에서 각 재료의 맛이 더 다채롭게 살아나기도 한다.
매튜 본 감독의 신작 <아가일>은 첩보물의 비빔밥이 되고자 한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재료를 한 데 섞었다. <007>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설정과 주인공, <제이슨 본> 시리즈를 차용한 이야기를 더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느낌이 강한 팀 액션도 간간히 등장한다.
문제는 재료를 조화롭게 섞지 못했다는 것. 매튜 본 특유의 B급 연출은 위 재료를 아우르지 못한다. <킹스맨>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한 나머지 신선하지 않고, 안일하며, 과하기 때문. 그렇게 <아가일>은 이도저도 아닌 실패한 비빔밥이 되어 버렸다.
제임스 본드의 창조자를 재해석하다
<아가일>에서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는 재료는 <007> 시리즈다. 매튜 본의 전작을 고려하면 놀랍지 않다. <킹스맨> 시리즈에서 이미 제임스 본드의 클리셰를 비트는 연출로 자기 역량을 뽐낸 바 있으므로. 보드카 마티니를 고집하는 고급스러운 젠틀맨 스파이라는 이미지를 역이용하면서.
매튜 본이 재해석한 <007>의 핵심은 '환상의 공유'에 있었다. <킹스맨>의 주인공인 에그시. 그는 귀족도 상류층도 아닌 평범한 노동 계층 청년이다. 그런 그가 제임스 본드 같은 젠틀맨 스파이로 거듭나고, 세계를 구하며, 스웨덴 공주와 결혼까지 한다. 관객이 마음 한 편에 품고 있을 신분 상승, 계층 상승이라는 환상을 건드렸기에 <킹스맨> 1편은 강렬했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다.
<아가일>의 접근법도 유사하다. "평범한 내가 알고 보니 첩보원?"이라는 환상을 건드린다. 환상을 풀어내는 방식도 비슷하다. 제임스 본드로부터 에그시를 만들었듯이, <007> 시리즈 원작자 이언 플레밍을 본 따 엘리를 만들었다. 이언 플레밍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실제로 영국군 첩보부에서 근무한 바 있다. 이처럼 매튜 본은 실전 경험이 있는 첩보물 작가의 성별만 바꿔서 자기만의 이언 플레밍, 엘리를 창조한 듯 보인다.
제이슨 본의 발자취를 뒤쫓다
이에 더해 매튜 본은 엘리를 '제이슨 본'의 세계에 빠트린다. 1편 <본 아이덴티티>의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시리즈의 핵심은 기억과 정체성이었다. 자기가 CIA 비밀 프로그램 소속 첩보원이었다는 사실을 잊고 지내던 제이슨 본. 그는 기억을 하나 둘 찾아가며 양심의 가책에 빠진다. 그는 자기가 죽인 사람들의 유가족을 찾아가 진심 어린 사죄를 건넨다. 더 나아가서 비윤리적인 작전을 허가한 조직의 수뇌부에게 복수한다.
엘리는 제이슨 본의 행적을 고스란히 따라간다. 가상의 스파이 아가일의 활약상을 그려낸 첩보 소설 '아가일'을 집필해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세를 떨치는 엘리. 하지만 그녀의 소설 내용을 눈여겨본 첩보 조직 '정보국' 국장 '리터'(브라이언 크랜스턴)는 그녀를 악용할 음모를 꾸민다.
리터의 계략으로 인해 목숨을 건 추격전을 펼치기 시작하는 엘리. 그 과정에서 그녀는 놀라운 사실을 깨닫는다. 난데없이 나타나 그녀를 도와준 요원 에이든이 과거 연인이었다는 것. 기억을 잃은 제이슨 본에게 조력자 니키 파슨스가 있었듯이. 더 나아가 본인 역시 엘리트 스파이였고, 여러 악행을 저질렀다는 기억도 되찾는다. 이에 그녀는 CIA를 무너뜨리려 한 제이슨 본처럼 리터에게 복수하기 위해 정보국에 잠입하기로 결정한다.
달리 말해 <아가일>의 이야기는 <제이슨 본> 시리즈 속 주인공의 성별만 바꾼 결과인 셈이다. 물론 그 맛을 희석시키려는 노력이 곳곳에 엿보이기도 한다. 자기 조직 내에 적이 있다는 첩보물의 대표 클리셰를 또 한 번 활용한다. 오프닝과 엔딩 시퀀스를 장식하는 액션의 경우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처럼 팀원들의 호흡이 빛나는 대목이다.
비슷한 맛이 반복된다
문제는 상이한 재료에 공통의 맛을 더해줘야 할 소스다. 맛이 특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맛 자체도 심심하다. 일단 <아가일>은 매튜 본의 대표작인 <킹스맨> 시리즈의 그림자 안에 갇혀 있다는 인상을 떨치지 못한다. 액션이 대표적이다. 엘리가 스케이트를 타고 펼쳐 보이는 격투씬은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에서 주인공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 라스푸틴과 펼친 액션과 겹쳐 보인다.
구체적인 액션 연출도 다시 보기 같다. 리타의 수하들과 복도에서 펼치는 액션 시퀀스는 진행 과정부터 카메라 구도에 이르기까지 <킹스맨> 1편을 똑 닮았다. 로맨스 음악에 과장된 액션을 더한 B급 감성 연출도 '위풍당당 행진곡'에 맞춰 사람들 머리가 터져나간 명장면의 하위호환에 불과하다. 이미 경험해 본 맛을 고집하다 보니 굳이 이 비빔밥을 먹어야 할 이유를 찾기가 퍽 어렵다.
그렇다고 혀를 사로잡을 만큼 맛이 강렬하지도 않다. 12세 관람가이다 보니 매튜 본 특유의 유혈 낭자함이 사라졌다. 매튜 본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한 장면을 경쾌하게 풀어내는 데 특출 난 감독이다. 잔혹한 상황과 유쾌한 연출의 간극이 커질수록 이율배반적 쾌감이 극대화되는 구조다. <킹스맨> 1편 속 교회 액션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아가일>에서는 정작 그 맛을 찾을 수 없다.
재료도 잘못 배합했다
소스도 특별하지 않은 가운데, 재료 배합도 호평을 받기는 어렵다. 영화가 구조적으로 균형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아가일>의 핵심은 두 개의 반전이다. 그런데 첫 번째 반전이 영화 중반 이후에나 등장하다 보니, 그때까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힘이 현저히 떨어진다.
특히 엘리가 새 책을 좀처럼 쓰지 못해 고민에 빠진 도입부, 스파이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는 초반부의 템포가 유독 떨어지는 느낌이 강하다. 엘리는 조력자 에이든에게서 자기가 만든 캐릭터 아가일을 겹쳐 본다. 이는 작가 엘리의 현실과 첩보원 엘리의 현실 간의 가교를 만들려는 시도지만, 매끄럽지는 않다. 기차 내부 액션이나 런던 추격전을 그 일환으로 활용하지만, 상술했듯이 본 작의 액션은 임팩트가 약하기 때문이다.
매튜 본은 <킹스맨> 시리즈를 계속해서 확장하고 있다. 이미 제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킹스맨: 더 트레이터 킹>과 <킹스맨: 골든 서클>의 속편인 <킹스맨: 블루 블러드>가 제작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킹스맨을 등장시키는 <아가일>의 쿠키 영상만 놓고 보면 이 작품은 <킹스맨> 세계관을 보강하기 위한 퍼즐 조각 아닌가 싶기도 하다. <킹스맨> 시리즈는 20세기 중반을 다루지 않았는데, <아가일>이 이 빈틈을 채우기 위한 프로젝트의 시작일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아가일>을 보고 나서는 매튜 본의 큰 그림이 불안할 따름이다. <아가일>의 속편이 나와도, <킹스맨>과 연계가 돼도 다르지 않다. 같은 맛만 반복해서는, 단골 장사도 쉽지 않아 보이니까. 심지어 그 맛이 익숙해질 뿐만 아니라 약해지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Poor 형편없음
이제는 <킹스맨>을 벗어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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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멸의 칼날> 북미에서 본격 흥행 시동
한국에서는 1월 27일 개봉 이후 14주 만에, 주말(4.30~5.2) 관객 수 43,931명으로 박스오피스 순위권에서 살짝 벗어난 5위를 기록한 영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북미 개봉 2주 차에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하는 진귀한 기록을 달성하였다고 할리우드 리포트 Variety는 전했습니다.
4월 23일 북미 개봉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Demon Slayer: Mugen Train)은 개봉주 주말 동안 $21,144,800 (236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같은 주에 개봉한 게임 실사 영화 <모탈 컴뱃> ($23,302,503)에 아쉽게 밀려 2위를 차지하였는데, 각각 200억 이상의 박스오피스를 달성한 두 영화 덕분에 4월 4주 차 주말은 전주 대비 약 200% 상승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는데요.
일본 개봉과 동시에 역대급 박스오피스 수익을 낸 영화는 일본 개봉 1주 차~12주 차 역대 수익 1위 기록을 다 갈아치웠으며, 한국에서도 누적 관객 수 1,893,328명을 기록하며 14주 연속 상위권에 머물러 있습니다. "귀멸의 칼날"은 1월 20일 개봉한 디즈니의 <소울>에 밀려 개봉일부터 줄곧 2위에 머물렀지만, 개봉 5주 차에 드디어 역주행에 성공하며 아직까지 그 기세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현상이 북미에서도 발생한 것인데요. (경쟁작이던 <모탈 컴뱃>은 전 세계 박스오피스 $66M에 머물렀다.) 한국에서 200만을 살짝 넘긴 관객수를 기록한 <소울>을 <귀멸의 칼날>이 넘어서서 2021년 흥행 1위에 오를 수 있을지 또한 주목되고 있습니다."귀멸의 칼날"은 현재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4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일본과 세계 기록을 모두 제치고 역대 수익 1위에 등극했는데요. 개봉 후 7일 동안 $34,118,776 (381억 원)의 수익을 낸 영화는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대작 애니메이션 치고 실망스러운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였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현재 약 57%의 극장만이 운영되고 있는 북미 극장가에서 일궈낸 결과이기에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치이기도 합니다.
다양성 영화 중에서는 글렌 클로즈, 밀라 쿠니스 주연의 <Four Good Days>가 3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1위에 올랐습니다. 헤로인 중독에 빠진 딸(밀라 쿠니스)을 맨정신으로 붙잡아두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글렌 클로즈)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2020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되었는데, 개봉주 극장수는 단 298개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3월, 약 1년간의 폐쇄 이후 재오픈한 북미 극장은, 이후 뉴욕을 중심으로 서서히 상영 극장 수를 늘려왔는데요. 백신 접종이 늘어감에 따라, L.A 또한 좌석 제한과 방역 수칙을 지킨다는 전제하에 극장을 재가동하기로 하였고, 그 결과 단 25%의 좌석만이 허용되었던 극장은 이제 50%(최대 20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L.A의 역사적인 극장이자 2007년부터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소유해온 New Beverly Cinema가 6월 1일 재오픈한다는 기쁜 소식을 알려왔는데요. 1929년 개장한 극장은 오래된 35mm 필름 상영과 타란티노의 작품을 주로 상영하는 300석 규모의 극장입니다.
4월 <고질라 vs. 콩>을 시작으로, <모탈 컴뱃>과 <귀멸의 칼날>이 연달아 흥행에 성공하며 한껏 뜨거워진 북미 박스오피스 시장이 과연 언제쯤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고, 특히 올여름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콰이어트 플레이스 2>, <블랙위도우>와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개봉이 그 본격적인 계기가 될 것인지 또한 기대되고 있습니다.
극장과 영화의 안녕을 바라며,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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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와 비극이 만나 빛나는 속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숱한 모험과 전투를 거듭한 끝에 아홉 개의 목숨 중 단 하나의 목숨만 남은 장화신은 고양이 '푸스(안토니오 반데라스)'. 우유 한 잔의 여유를 즐기던 그는 현상금 사냥꾼 ‘빅 배드 울프(와그너 모라)’에게 기습당한 순간 여태껏 느껴 보지 못한 강력한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이에 푸스는 마지막 남은 목숨을 지키기 위해 전력으로 도망치고, 히어로가 아닌 반려묘로서 살 수 있는 피신처를 찾아낸다. 어느 날, 푸스는 소원을 들어주는 소원별의 위치가 적힌 지도의 행방을 알게 되고, 다시금 여덟 개의 목숨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부푼다. 그러나 소원별로 향하는 여정에서 그는 앙숙 '키티 말랑손(셀마 헤이액)'과 모든 게 행복한 강아지 '페로(하비 길렌)'와 예상치 못하게 동행하기 시작하고, 그들을 위협하는 또 다른 빌런을 마주하며 위험에 빠진다.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제각각의 특징을 지닌다. 일례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에서 제작한 작품은 유서 깊은 라이벌인 디즈니와 픽사의 애니메이션과 상당히 다른 노선을 걷기로 유명하다. 성인 취향의 영화를 선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즈니와 픽사가 고전 동화의 내용을 가급적 충실히 따르되 메시지를 재해석하는 편이라면, 드림웍스는 <슈렉>처럼 동화를 완전히 비틀어버린다.
<슈렉> 시리즈의 스핀오프이자 2011년에 개봉한 <장화신은 고양이>의 속편인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에서도 드림웍스의 성향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영화는 동화 속 주인공인 '장화신은 고양이'를 모티브로 한 고양이 '푸스'의 모험을 그려낸다. 그 과정에서 온갖 동화의 요소를 재조합하고 비틀며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그뿐만 아니라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서도 꽤 진중하고도 비극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도 성공한다.
우선 <슈렉> 시리즈의 스핀오프답게 <장화신은 고양이 2>는 익숙한 동화의 흐름을 과감히 거부하고 파괴할 줄 아는 재해석의 묘미를 자랑한다. 당장 영화는 동화중에서도 가장 원형적인 소재 중 하나로 이야기의 물꼬를 튼다. 소원을 들어주는 별이 지구에 추락했고, 그 소원별을 찾는 고양이의 모험담을 그려낸다. 사실 잭과 콩나무의 이야기를 뒤틀어 버린 전편의 화려한 전적에 비하면, 소원별을 땅으로 추락시키는 각색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그러나 드림웍스의 성향이 진정으로 빛나는 대목은 따로 있다. 바로 빌런의 서사다. 익숙한 동화 속 주인공을 초청하되, 그들의 사연을 조금씩 손보면서 각양각색의 매력을 끌어낸다. 곰 세 마리 가족이 대표적이다. 본래 원전인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서 '골디락스(플로렌스 퓨)'는 곰들 집에 있는 죽을 먹고, 새끼 곰 침대에 누워 잠들었다가 세 마리 곰이 자신을 발견하자 곧바로 도망친다.
하지만 영화는 결말을 바꿔 버린다. 골디락스를 발견한 곰 세 마리는 그녀를 입양해 가족으로 삼는다. 또 골디락스가 두뇌 역할을 하고 곰 세 마리가 행동 대장 역할을 맡은 도둑단이 만들어졌다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에 더해 골디락스의 심경의 변화를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동화 속 인물을 입체화한다. 가족 중 유일하게 인간인 골디락스는 진짜 가족을 찾고 싶어 한다. 그러던 그녀는 별을 찾는 여정 중 곰 세 마리 가족을 진정한 자기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심경의 변화를 겪는다. 이렇게 영화는 예상치 못한 감동을 준다.
또 다른 빌런인 꼬마 '잭 호너(존 멀레이니)'의 등장도 인상적이다. 동요의 원래 가사를 뒤틀어 아이들이 가질법한 잘못된 욕망을 꼬집는다. 동요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꼬마 잭 호너, 구석에 앉아 크리스마스 파이를 먹었지. 엄지손가락을 찔러 넣어 자두를 빼내고 말했지. 난 정말 착한 아이야!" 단순히 보면 그냥 한 아이의 성탄절 모습 같지만, 가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또 다른 의미가 보인다. 구석에 있는 아이가 관심을 갈구하는 광경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이에 상상력을 더해 꼬마 잭 호너를 원하는 게 있으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가져야 하는 악독한 제과 공장의 주인 '거대한 잭 호너'로 성장시킨다. 그래서 그는 여러 동화 속에 등장하는 숱한 마법 도구와 보물들을 수집하고, 세상 모든 마법을 독차지하겠다는 소원을 빌기 위해 땅에 떨어진 별을 찾아 나선다.
<피노키오>와 연결해 잭 호너의 사악함을 부각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피노키오> 속 말하는 귀뚜라미인 '지미니'의 등장이 이를 잘 보여준다. 피노키오의 양심을 대변하고 동시에 그의 멘토로 활동했던 지미니는 이번에도 잭 호너의 양심이 되어주고자 한다. 그러나 어떻게든 잭을 계도하려는 지미니의 기대와 달리 양심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잭은 아무런 가책을 느끼지 않고 사악함을 온전히 표출한다. 지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신데렐라의 호박 마차처럼 자기가 수집한 각종 마법 도구를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식이다. 이 대목은 일종의 블랙 코미디이면서도 본래 동요 가사의 어두운 이면을 극대화한 영리한 재해석으로 읽힌다. 특히 영화가 말하고 싶은 '소원'의 의미가 골디락스와 잭 호너를 대조할 때 명확해지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푸스가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빌런 ‘빅 배드 울프’의 존재가 눈에 띈다. 그의 존재감 덕분에 영화는 동화를 변형하고 비트는 데에서 그치는 대신, 한층 더 깊고 무거운 비극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홉 개나 있던 목숨이 어느새 하나만 남은 것을 깨달은 푸스. 우유 한 잔의 여유를 즐기려던 그는 살면서 처음 느끼는 살기를 접하고 공포에 사로잡힌다. 그를 잡으러 온 현상금 사냥꾼 ‘빅 배드 울프’는 단순한 사냥꾼이 아니라 하나의 목숨만 남은 푸스가 처음 마주한 '죽음'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가 사용하는 낫은 저승사자의 이미지를 더해준다. 결국 죽음이 내뿜는 스산함과 두려움을 이기지 못한 푸스는 모자와 칼도 내버린 채 도망치기 시작한다. 영화는 이처럼 그 어떤 현상금 사냥꾼보다 무서운 '죽음' 그 자체의 추격에 시달리는 한 고양이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하나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삶의 가치를 조명한다.
바로 이 대목에서 <장화신은 고양이 2>는 그리스 비극의 향기를 뿜는다. 그리스 비극 속 인간은 죽어야만 하는 존재다. 인간은 단 하나뿐인 목숨이라는 유한성으로부터 절대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바로 이 유한한 시간 때문에 인간의 삶에는 신이 가질 수 없는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항상 시간이 부족한 인간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마지막처럼 살아야 한다. 그래서 인간의 삶은 간절한 소망과 기대, 패배와 몰락, 위대한 승리와 성취와 같은 가치로 가득하다. 영화 <트로이> 속 아킬레우스의 말을 빌리자면 "인간은 반드시 죽어야 하기에 치열하게 살아야 하고, 그런 이유로 인간은 신보다 아름답다." 늙지도 죽지도 않는 불멸의 신들조차 부러워하는 인간만의 가치가 있는 셈이다.
이는 푸스에게도 해당되는 교훈이다. 마지막 순간 두려움에 빠졌던 푸스는 달라진다. 그는 남은 삶을 지키기 위해 마냥 도망치지 않는다. 이전에 자기가 누린 여덟 번의 다른 삶처럼 불멸이라고 여유를 부리며 인생을 헛되이 낭비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별에게 목숨을 다시 아홉 개로 늘려 달라고 부탁하지도 않는다. 대신 ‘빅 배드 울프’와 당당히 맞서 싸운다. 죽음을 인정하되 두려워하지 않으며, 죽음과의 다음 만남을 약속하면서도 명예롭게 맞서 최선을 다해 싸운다. 언제나 ‘위풍냥냥’하면서도 허세가 잔뜩 섞여 있는 고유의 매력을 되찾는다. 또 앙숙이자 연인인 키티 말랑손과 언제나 해맑은 강아지 페로와의 사랑과 우정도 끝끝내 지켜낸다. 그렇기에 <장화신은 고양이 2>는 단순한 동화 패러디가 아니다. 고전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아름다움이 깃든, 성인들을 위한 우화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독특한 작화 덕분에 <장화신은 고양이 2>의 매력은 배가된다. 마치 손으로 그린 만화를 보는 듯한 작화가 동화적인 느낌을 주다가도 필요한 순간에는 스케일을 실감케 하기 때문이다. 이는 분명한 외곽선과 단순화된 색감과 그림자를 강조하고, 초당 프레임을 의도적으로 조절하는 카툰 렌더링 기법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디즈니나 픽사가 꾸준히 선보인 실사 영화적인 비주얼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화적인 느낌을 강화한 덕분에 오프닝 시퀀스나 클라이맥스에서 푸스의 활약은 유달리 빛이 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그림체를 보는 듯한 강렬한 인상과 몰입도를 선사한다.
이처럼 스토리, 주제의식, 메시지, 볼거리가 모두 한 데 어우러진 결과 <장화신은 고양이 2>는 오랜만에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진수를 알려주는 수작처럼 보인다. 또 영화의 마지막 장면 덕분에 재미와 만족감은 또 하나의 기대감을 심어주기도 한다. 푸스, 키티, 페로가 탄 배가 '머나먼 왕국'으로 향하는 장면은 <슈렉> 시리즈의 부활을 기다리게 만들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의 독특한 매력과 높은 완성도를 고려하면, 그 기다림이 보답받을 것이라는 기대 또한 과하지 않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예상 못 한 겨울철 복병의 등장. 이런 고양이 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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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림픽과 전두환을 반추하기에는 너무 얕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불법 운송 사업을 하며 돈을 벌던 레이서 '동욱(유아인)'과 엔지니어 '준기(옹성우)'. 그들은 양손에 큰돈을 쥔 채 올림픽을 앞둔 1988년 서울로 돌아온다. 그러나 절친 '복남(이규형)'을 비롯해 동욱의 여동생인 '윤희(박주현)'과 디제이 '우삼(고경표)'를 만난 반가움도 잠시, 상계동 판자촌을 무단으로 철거하는 등 기대와 다른 서울의 모습에 그들은 실망을 금치 못한다. 그러던 중 동욱과 '상계동 슈프림팀'의 행보를 눈여겨보던 '안 검사(오정세)'는 전두환의 비자금을 추적하는 비공식 작전을 그들에게 제안하고, 일생의 꿈인 아메리칸드림을 이룰 기회를 잡기 위해 상계동 슈프림팀은 서울 도심을 질주하기 시작한다.
상업 영화의 예술성은 대중의 열망이 반영되는 지점에 달려 있다는 말이 있다. 상업 영화는 최대한 많은 관객을 유인해 최고의 수익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때 개봉 당시 다수의 대중이 공유하는 감정과 열망, 환상을 화면에 녹여내면 자연히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고, 그래서 많은 상업 영화는 공동체의 집단적 경험을 비추는 창이 된다. 예를 들어 <터널>, <판도라> 같은 한국의 재난 영화는 세월호 사고를 다양한 방식으로 소환한다. 정부와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불신은 할리우드식 구원자를 기대할 수 없다는 대중적 인식을 스크린 속에 녹여낸다. 최근 흥행에 실패한 <비상선언>의 사례는 세월호 사고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과 열망이 점진적으로 변하고 있는 현실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역으로 의의가 있다.
이러한 상업 영화의 특성은 정치적 맥락에서도 유효하다. 실제 역사 속 정치적 인물이나 사건과는 별개로 해당 사건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반응을 영화는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두환 씨가 대표적이다.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정당성 없는 대통령이자 자국민을 학살한 독재자인 그는 사망 전까지 추징금도 다 갚지 않았고, 광주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사죄의 뜻을 밝힌 적도 없다. 또 이미 사망했기에 그에게 죗값을 물릴 수단도 없다. 영화는 이러한 역사적, 정치적 과오를 심판할 수 있다. 그의 사망 전에 제작된 작품이기는 하나 <26년>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깊은 상처를 입은 이들이 그를 암살하려는 이야기를 다룬다. 최근에 개봉한 <헌트>만 하더라도 그를 처단하는 것이 역사적으로 온당한 처사임을 암시한다.
서울 올림픽과 전두환의 관계를 되짚다
8월 26일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서울대작전>도 같은 맥락 내에 놓여 있는 작품이다. 끝내 환수하지 못한 그의 추징금을 탈취하는 카 레이싱 액션은 판타지 안에서 이루어지는 정의의 심판이나 다름없다. 특히 영화가 88년 서울 올림픽을 배경으로 삼은 것은 영리한 선택으로 보인다. 단지 작품의 핵심 포인트인 레트로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부각하게 적합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서울 올림픽은 전두환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본래 전두환 정부는 쿠데타로 인한 불안한 민심을 수습하고 정권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정권의 2인자인 노태우 전 대통령까지 투입하며 올림픽 유치에 몰두했다. 그러나 정권의 방패막이가 되어야 했던 서울 올림픽은 오히려 전두환 정부를 찌르는 칼이 되어 버렸다. 올림픽을 위해 많은 외신이 서울에 들어와 있던 관계로 87년 항쟁 당시 개최가 취소되거나 개최지가 변경될 것을 우려한 정부는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결국 이는 민주화 개헌과 전두환의 실각으로 이어졌다. 올림픽 유치에 전념했던 전두환이 정작 개회식에도 참석하지 못한 것은 서울 올림픽과 전두환 정부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서울 올림픽 개막을 목전에 둔 시점을 배경으로 비자금을 몰래 빼돌려 피신하려는 전두환을 끝까지 추격해 심판하는 스토리는 합당한 역사적 심판이자, 많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낼 영화적 상상력의 발현이라 할 수 있다. 영화의 중반부가 대체 역사물 같은 인상을 주며, 실제 역사와는 달리 모든 비자금을 잃고 백담사에 갇힌 그의 무력한 모습이 냉소를 자아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음새가 헐거운 스토리텔링
그러나 <서울대작전>은 과거의 무게를 짊어지기에는 부족했던, 깊이가 얕은 액션 영화라는 인상을 지우지 못한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흡입력 있는 소재의 잠재력을 설득력 있게 구체화하는 데 실패한다. 문제는 스토리텔링의 측면과 장르적 관습 두 가지다. 우선 <서울대작전>은 동욱을 비롯한 상계동 슈프림팀의 아메리칸드림과 전두환의 비자금이라는 상이한 이야기의 연결고리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올드카를 사랑하고 카 레이싱을 즐기며 힙합에 빠진 만큼이나 화려한 뉴욕 브롱스 힙합 패션을 입고 다니는 이들. 그들은 필(Feel)과 소울(Soul)이 넘치는 문화의 본거지 미국을 동경하며, 자유와 멋이 가득한 아메리칸드림을 꿈꾼다.
하지만 전두환을 잡아들이려는 야망 가득한 안 검사에게 사우디에서 벌어들인 불법 외화를 비롯한 여러 범죄 행각을 들킨 후 그들은 전두환을 심판하는 비밀 작전에 투입된다. 이때 영화는 머리에 총구가 겨누어지고, 동료가 납치당하는 와중에도 목숨을 걸고 전두환의 비자금을 쫓는 그들의 동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한다. 안 검사에게 코가 꿰였다고 한들, 그들은 이미 당대의 사회적 고찰, 인식, 성찰과는 거리가 먼 행적을 보여주었다. 그런 그들이 돌연 역사에 먹칠한 독재자를 눈 뜨고 볼 수 없다는 정의감을 발산하게 된 계기는 쉬이 납득되지 않는다. 작중 불과 1년 전인 87년 항쟁과 관련해 어떠한 언급도 등장하지 않기에 레이싱 패밀리가 정의의 화신이 되는 전개는 더욱 이해되지 않는다.
이미 갖고 있던 좋은 패를 영화가 활용하지 못했기에 더욱 의아하기도 하다.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정부는 경기장 건설 및 달동네 환경정비 및 재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수많은 주민을 길거리로 내몬 바 있다. 성화 봉송 중 불량주택이 보이면 안 된다는 이유로 판잣집을 무단으로 철거하기도 했으며, 그중에는 상계동 천막촌도 포함된다. 사우디에서 귀국한 동욱과 준기가 자신들의 터전이었던 상계동이 초토화된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는 도입부는 이 사건을 반영한다.
이 장면은 전두환 대 상계동 패밀리의 대립을 더 직관적이고, 감정적이고, 무게감 있게 묘사할 기회였다. 주인공들이 무력한 약자이자 피해자임을 강조해 그들이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는 절실함을 더 부각할 수 있었다. 올림픽을 이유로 장애인과 노숙자를 탄압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등과 연계해 정의감에 기대는 대신 더 날카롭게 비판을 가할 수도 있다. 이에 더해 라이벌이자 앙숙으로 등장하는 동욱과 '갈치(송민호)'가 협력하게 되는 계기를 더 자연스럽게 풀어낼 윤활유가 될 수도 있었다. 이 기회를 모두 놓쳤기에 <서울대작전>의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이음새가 헐겁다는 인상을 준다.
과해 보이는 장르적 유사성
한편 장르적으로 독창성이나 신선함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특히 레이싱 액션의 대표주자인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그림자가 짙다. 일례로 작중 카 레이싱이나 체이싱 시퀀스 속 장면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와 매우 유사하다. 전두환의 조직에 가담하기 위한 시험으로 등장한 도심을 가로지르는 레이싱 장면은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시그니처나 다름없다. 작중 남서울 공항에서의 액션 시퀀스는 시작부터 끝까지 그 구성과 순서가 시리즈의 6편인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의 공항 액션 시퀀스와 흡사하다.
또한 캐릭터의 구성도 <분노의 질주>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한다. 동욱은 단단하고 뜨거운 가족애와 동료애로 무장한 리더 '도미닉 토레토(빈 디젤)'와 역할이 같다. 동욱의 여동생인 윤희는 도미닉의 여동생인 '미아(조다나 브루스터)'를 연상시키며, 그녀가 유달리 오토바이를 애용한다는 점은 토레토 크루의 다른 여성인 '지젤(갤 가돗)'과 닮았다. 동욱의 절친인 복남은 리더 못지않게 뛰어난 레이싱 실력을 바탕으로 그를 충실히 보좌한다는 점에서 <분노의 질주>의 또 다른 진주인공 '브라이언(폴 워커)'과 대동소이하다. 기술자인 준기나 DJ인 우삼은 쉴 틈 없는 개그 콤비인 '로만(타이리스 깁슨)'과 '테즈(루다크리스)'를 보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비공식 수사를 펼치는 안 검사는 작전 기획부터 정보와 차량 지원에 이르기까지 '미스터 노바디(커트 러셀)'를 빼닮았다.
이에 더해 80년대 음악으로 가득한 카세트테이프가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 것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음악과 드라이브의 조화를 강조하는 연출은 또 다른 카 레이싱 액션 영화인 <베이비 드라이버>를 연상시키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할리우드의 장르 영화 속 장면을 배경만 바꾸어 활용하는 연출은 한국 영화의 고질병 중 하나다. <탑건>의 한국판이라 할 수 있는 <R2B: 리턴 투 베이스>, <300>과 <킹덤 오브 헤븐>의 액션 시퀀스를 그대로 가져와 배경만 고구려로 바꾼 <안시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기술력이 좋아졌다 한들 독창성이 느껴지지 않는 문제가 반복된다는 점에서 <서울대작전>의 만듦새와 구성은 자연히 얄팍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서울대작전>은 전반적인 설정과 톤을 잘못 맞춘 듯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작중 동욱과 그의 팀, 갈치와 그의 팀은 제각기 카센터를 운영하는 자동차 마니아들이다. 이는 미국의 차고 문화를 한국에 맞게 현지화한 듯 보인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 차고 문화는 보편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따라서 차를 매개로 맺어진 우정이나 가족 의식, 연대감은 자세한 설명 없이는 온전히 전달되지 않고, 관객의 입장에서 주인공들에게 감정적으로 이입하기도 힘들다.
또한 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조성하더라도 충분히 다루고자 했던 이야기를 소화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프닝부터 엔딩 크레디트에 이르기까지 빼곡히 삽입된 힙합 음악의 분위기처럼 <서울대작전>은 시종일관 유쾌하고 과시적이고 과장된 멋을 빼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에 비해 캐릭터들은 붕 뜨고, 송민호를 위시한 여러 배우의 연기도 부자연스러우며, 특히 '강인숙(문소리)' 회장이나 '이현균(김성균)' 실장처럼 무게감을 잡아야 할 악역들은 우스워진다. 그 결과 전두환에 대한 가상의 심판이 이루어지는 순간의 클라이맥스는 기대에 비해 쾌감이 그리 크지 않다. 이처럼 그럴싸한 아이디어에서 힘차게 출발한 <서울대작전>의 질주는 역사의 무게 앞에서, 그리고 잘못된 튜닝으로 인해 간신히 결승선에 도착하는 데 그치고 만다.
D(Dreadful, 끔찍한)
실패하는 지름길만 골라 달려 나가는 88년도 한국판 <분노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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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당신이 몰랐던 6가지 사실들ㅣ이정재 황정민 박정민ㅣ예고편 영화리뷰
?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예고편 영화리뷰
'신세계' 이후 7년 만의 만남! 신세계 2편 아닙니다!!
이정재 그리고 황정민
추가로 박정민'추격자' '황해' '내가 살인범이다' 각색
칸영화제 진출작 '오피스' 연출 홍원찬 감독'기생충' '곡성' 홍경표 촬영감독
조화성 미술감독#다만악에서구하소서 #다만악에서 #다만악에서구하소서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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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넘는 동심파괴(?)의 현대적 해석 / 내가 알던 백설공주가 아니야 / 새로운 캐릭터의 매력 / 단순한 스토리의 영화화 한계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백설공주"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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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손오공5: 대신후> 예고편
최후의 결전이 다가온다!
하늘에서 떨어진 불덩어리로 세상에 대화재가 일어나고
손오공은 의문의 사내에게 받은 상자로 인해 10년의 시간을 거슬러 미래에 도착하게 된다.
변해버린 동료들과 요괴들에 의해 폐허가 되어버린 세상.
그곳에서 손오공은 10년 후의 자신을 만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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