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6-03 16:59:27
완벽추구미 과작 감독 모음
5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감독 작품들
안녕하세요 씨네픽 입니다.
오늘의 큐레이션은 1,2년에 한편씩 영화를 선보이는 다작 감독이 있는 반면
5년 넘게 한작품도 나오지 않은 과작 감독도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영화감독들을 모셔왔습니다. 아마 여러분 마음속에 한 작품은 마음에 드실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수년간의 공백을 깨고 마침 개봉을 한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존 오브 인터레스트>,
김태용 감독의 <원더랜드>와 과작 감독님을 만나보아요.
*다큐,단편, 옴니버스영화 제외 과작 시기 위주의 영화들을 선정했습니다.
김태용 감독
20년이 훨씬 넘는 감독 인생에 비해 내놓은 작품은 단편영화를 제외하고 3편밖에 안됩니다.
거의 7년에 한번 꼴로 영화를 내놓는 셈.
나홍진 감독
단 세편 만으로도 굵직한 족적을 남긴 감독이지만 비슷한 작가주의 감독들이 2,3년 마다
꾸준히 신작을 만드는 것과 달리 텀이 깁니다. 감독 본인의 완벽주의 성향이 점차 강해지는듯
영화를 내놓기까지 공백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습니다.
이창동 감독
초록물고기부터 오아시스때 까지는 과작이 아니었으나 5년여의 공백을 거친 뒤 밀양을 내게 되었고, 시 이후 버닝까지 8년, 버닝 이후로도 현재까지 5년 이상 차기작 소식이 없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충무로 3대 거짓말'이라는 농담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는데 이창동이
'나 시나리오 다 썼다'라고 말하면 거짓말이라고.
베넷 밀러 감독
2005년작 카포티를 선보이며 장편 영화에 입봉했지만 아직까지 장편 연출작이 3편 밖에 없습니다. 머니볼과 폭스캐처의 작품 텀은 3년으로 평범한 편이지만 마지막 작품인 폭스캐처 이후로
10년 넘게 신작 소식이 없습니다.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명성을 올리며 섹시비스트로 영화 감독에 데뷔한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
섹시비스트와 탄생은 공백 기간이 4년이라 평범한 편이였지만 그 이후 20여 년 동안 언더 더 스킨, 존 오브 인터레스트 두 작품만 연출했습니다.
레오스 카락스 감독
퐁네프의 연인들이 망한 이후 빚쟁이들에게 쫓기며 폴라 X를 빼면 창작활동을 못하고 있다가
13년만에 홀리 모터스로 복귀, 이후 8년만에 아네트로 복귀했습니다.
로이 앤더슨 감독
1967년부터 시작하여 57년의 커리어 동안 장편 영화를 6편 내놓은 과작 감독입니다. 2000년에 <2층에서 들려오는 노래>를 내놓기까지 무려 25년이 걸렸습니다.
스파이크 존즈 감독
공백 사이사이 연기에 도전하고 있는 스파이크 존즈 감독
독특한 영상미와 심리를 강하게 파고드는 연출로 유명하지만 영화의 텀이 매우 긴 편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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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사가 된 공주의 평범한 클리셰 도장 깨기!
“공주는 왕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댐즐>은 수동적인 공주가 살아 숨 쉬는 동화 속 이야기에 반기를 든 작품이다. 전사로 거듭난 공주의 이야기인 <댐즐>은 왕자의 도움 없이 위험에 빠진 공주가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역경을 헤쳐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자신이 잡은 검으로 클리셰의 심장을 찔러버리는 공주의 대찬 모습은 시선을 사로잡지만, 아쉽게도 그 칼날은 평범해 보인다.
엘로디(밀리 바비 브라운)는 도끼질로 직접 땔감을 구하고, 배고픔에 허덕이는 백성들을 안위를 걱정하는 추운 북쪽 왕국의 공주다. 어느 날 생소한 이름의 왕국에서 혼담이 오가고, 엘로디는 백성들을 위해 한 번도 본 적 없는 왕자와 결혼하기로 한다. 결혼 당일 성대한 식을 치른 그녀는 왕자 측 전통에 따라 왕국 뒤편에 있는 산 중턱 동굴에서 기묘한 의식을 치른다. 이상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 법. 엘로디는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히듯 왕자에게 배신당하고 동굴에 갇힌다. 그곳에 사는 용은 그동안 제물로 바쳐진 공주들처럼 그녀를 잡아먹기 위해 혈안이 되고, 엘로디는 도망가지 않고 맞서 싸울 준비를 한다.
<댐즐>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위험에 처한 공주가 자신을 구해줄 왕자를 기다리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살아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이를 강조하기 위해 감독은 동화가 가진 클리셰를 전복시킨다. 공주의 손에 검을 잡게 하는 건 물론, 왕자는 공주를 구하기는커녕 낭떠러지에 던져버리고, 엘로디의 계모는 위험을 빠뜨리는 게 아닌 오히려 벗어나게 도와준다. 빌런인 용 또한 공주를 위험에 빠뜨리기를 위해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듯 <댐즐>은 클리셰 도장 깨기를 해나가며, 현시대에 맞게 동화적인 이야기를 재구성한다. 그 중심에는 엘로디가 있다. 첫 장면부터 매서운 도끼질 신공을 펼치는 그녀는 자신의 지혜와 생존을 해서 가족과 백성에게 돌아가겠다는 확고한 의지로 용과 왕자 집안에 맞선다. 특히 거추장스러웠던 드레스를 벗어 던지고, 이를 생존에 필요한 도구로 사용하는 장면은 자주적인 여성으로서 엘로디의 자아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캐릭터를 완성하는 건 넷플릭스의 딸 밀리 바비 브라운의 연기다.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 <에놀라 홈즈> 시리즈를 통해 강한 여성 캐릭터를 선보였던 그녀는 자신의 이미지를 엘로디에게 투영한다. 홀로 동굴에서 탈출하고, 불을 내뿜는 용과 맞서는 과정에서 보이는 그녀의 눈빛은 흡사 <기묘한 이야기>의 일레븐을 연상시킨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캐릭터의 느낌을 재차 활용한다는 점은 장단이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단점보단 장점에 무게 중심을 둘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댐즐>은 주체적인 여성이 등장하는 판타지 어드벤처 영화로 인상깊지는 못하다. 클리셰를 전복시켜 얻는 쾌감으로 여성의 이야기를 펼쳤던 <겨울왕국> <말레피센트>를 뛰어넘지 못하고 그 자장 안에 머무는 느낌이다. 너무 안정적으로 가려는 제작진의 의도가 오히려 영화가 가진 힘을 무디게 한 느낌이랄까. 클리셰는 타파하지만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진부한 설정을 가져가는 탓에 결말 부분에서 여성 연대를 이루고, 왕자 집안에 빅 엿을 날리는 사이다 장면에서 쾌감은 반감되고, 결국 아쉬움이 남는다.
<댐즐>은 지난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에 공개되었다. 이 기념일에 맞춰 넷플릭스의 기획용으로 공개된 <댐즐>은 재물로 바쳐진 여성들의 모습을 통해 그동안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수많은 무고한 여성들의 희생을 말한다. 이어 엘로디로 하여금 여성들의 힘과 연대를 보여주지만, 킬링타임용으로 그치는 영화의 한계는 의미 있는 기획 작품으로서 그 빛을 발하지는 못한다. 이 작품을 마주한다면 완성도를 떠나 이름 없이 사라져간 여성들을 한 번쯤 생각하면 좋을 듯싶다.
사진 제공: 넷플릭스
평점: 2.5 /5.0
한줄평: 국제 여성의 날 기념 무색무취 넷플용 기획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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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콘과 윈터 솔져>방패의 의미를 성공적으로 일신하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타노스와의 결전 이후 친구이자 리더인 스티브 로저스로부터 방패를 물려받은 '샘 윌슨/팔콘(앤서니 매키)'. 차마 캡틴 아메리카의 무게를 견뎌낼 자신이 없었던 그는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방패를 기증하고, 미 공군과 협업해 세계 각지의 빌런들을 처리하며 지낸다. 한편 샘이 스티브의 후계자가 되지 않기로 결정한 것에 실망한 '버키(세바스찬 스탠)'는 그와의 연락을 끊은 채 자신의 윈터 솔져 시절을 속죄하고 참회하는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중 미 정부는 그간 뛰어난 공적을 세운 군인 '존 워커(와이엇 러셀)'를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로 임명하고, 전 세계적인 테러 조직 '플래그 스매셔'와 리더인 '칼리(에린 켈리먼)'의 처리를 그에게 맡긴다. 이에 당황한 팔콘은 분노한 윈터 솔져와 함께 방패를 되찾고 진정한 캡틴 아메리카가 되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를 보다 보면 그의 이름에 의문을 표하게 된다. 이름부터 '아메리카'가 들어간 히어로가 정작 '아메리카'를 상징하는 권력기관의 지시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1편에서 스티브 로저스는 군의 지시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포로들을 구출하더니, 2편에서는 소속된 첩보 기관을 자신의 손으로 파괴하고, 3편에서는 UN의 통제도 받아들이지 않은 채 범죄자가 되는 길을 선택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는 오히려 가장 미국적인 영웅이다. 미국은 수정헌법 제1조로 매우 강력한 표현의 자유를 명시해 놓을 만큼 개개인의 신념과 자유를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국가다. 따라서 그 어떤 권력과 사상이 칼날이 자신의 목을 겨누더라도 자신의 자유와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 그의 굳건함은 '캡틴 아메리카'의 이름에 완벽히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그가 방어용 무기인 방패를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설령 잘못되거나 소수의 의견으로 보이더라도 개인의 자유에 근거한 선택이 궁극적으로는 옳은 길을 인도한다는 믿음은 그에게 있어서 70여 년 간 나치, 하이드라, 타노스로부터 사랑하는 이들을 보호하는 최선의 방패였던 것이다.
문제는 시대가 변화하면서 스티브 로저스가 대변하는 미국적 가치의 효용성과 정당성에 금이 갔다는 점이다. 끝내 과거로 돌아가야만 이루지 못한 사랑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스티브는 본질적으로 1940년대에 묶여있는 캐릭터다. 이는 지난날 자신의 악행과 과오를 되돌려야만 평화를 얻을 수 있는 버키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영웅적인 면모와 공적과 별개로, 과거에 속한 이들은 나날이 변화하는 2021년에 지켜야 할 가치를 온전히 대변할 수 없다. 그렇기에 민주주의의 상징인 의회를 스스로 무너뜨릴 뻔하고, 흑인과 아시아인을 향한 혐오와 증오가 터져 나오는 등 자유가 방종이 되어버리는 시대에 2차 세계 대전 참전 군인인 스티브 로저스가 상징하는 가치는 더 이상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팔콘과 윈터 솔져>는 MCU의 두 번째 캡틴 아메리카로 스티브 로저스의 친우인 버키가 아니라 팔콘을 선택하고, 그가 방패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두 측면에서 조명한다. 우선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에서 보이지 않았던 인종차별을 드라마 전면에 부각한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아이제아다. 스티브 로저스와 동일한 혈청을 맞고 한국 전쟁에서 전쟁 영웅이 되었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존재가 지워져야 했던 아이제아는 캡틴 아메리카와 그의 방패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의 방패는 흑인들이 흘린 땀과 피로 만들어졌으며 빛에 가려진 그림자로 존재하는 또 다른 미국의 역사, 어벤져스의 일원인 팔콘마저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대낮의 길거리에서 체포당하는 현실까지 보호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미국 정부에서 임명한 캡틴 아메리카, 존 워커가 끝내 U.S. 에이전트에 만족해야만 하는 이유다. 그는 또 다른 스티브 로저스가 되고자 노력한다.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백인이자, 동료를 보호하기 위해 수류탄에 몸을 던질 정도의 정의감을 지닌 그는 스티브의 유니폼을 입고, 그의 방패를 들고, 그처럼 혈청을 맞아 신체적으로도 강해진다. 그러나 이미 변화한 세상과 현재를 담아내지 못한다는 한계가 명확한 과거의 상징을 쫓아기에 그의 노력은 헛되고, 그는 방패의 무게감에 짓눌려 자신을 망칠 뿐이다. 이처럼 새로운 등장인물의 서사를 통해 드라마는 방패의 보호를 받지 못했던 이들의 일상과 경험, 역사까지도 공유하는 히어로만이 새로운 시대에 진정으로 그 방패를 들 자격이 있음을 보여준다. 팔콘의 ost 제목이 'Lousiana Hero'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팔콘이 억압받는 개인들을 어떻게 감싸 안는지를 면밀하게 제시하며 그가 캡틴 아메리카의 정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도 주목한다. 작중 등장인물들은 마치 팬데믹 때문에 현실에서도 개인들이 그러했듯이 하나같이 타노스가 남긴 혼란의 여파로 인해 자신의 존재를 보호받지 못하고, 자유를 억압당한다. 쉴드와 CIA를 거치며 국익과 신념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모두에게 잊히고 버려진 샤론 카터, 3개의 명예훈장을 받고도 군에 의해 장기짝처럼 조종당하고 소모품처럼 쫓겨나는 존 워커, 국제송환협의회(Global Repatriation Council)로부터 필요한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이리저리 쫓기는 난민들이 반발해 만든 빌런 집단 플래그 스매셔까지. 비록 타노스의 등장 그 이전에 겪은 일이지만 여전히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 이사야와 세뇌당한 상태에서 죽인 이들을 기억하며 악몽으로 밤을 지새우는 버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그런 이들을 샘은 스티브와는 다른 방식으로 보호한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 퇴역군인 심리상담사로 처음 등장했었던 샘은 좀처럼 현재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스티브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건넸듯이 다른 이들도 지켜준다. 그는 스티브 로저스의 그림자에 짓눌리던 존 워커로 하여금 자신을 옥죄는 방패를 버리고 진정으로 옳은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범죄의 온상인 도시 마드리푸어에서 도피생활을 이어가던 샤론의 사면을 정부와 거래하며, 비록 방법은 정당하지 않았더라도 플래그 스매셔가 왜 폭력으로나마 자신들의 실상을 세계에 알리고자 했는지를 이해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해준다. 더 나아가 버키가 피해자들에게 속죄하는 것을 멈추지 못하도록 용기를 불어넣고, 스티브의 전시관 옆에 아이제아에 대한 전시공간을 따로 마련해 오래된 상처를 치유한다. 그렇게 팔콘은 자신이 갖고 있던 자질들을 120%로 활용해 2대 캡틴 아메리카로 거듭난다.
사실 <팔콘과 윈터 솔져>의 짜임새는 결코 뛰어나지 않다. 지난 시리즈에 비해 박진감이 덜한 액션씬, 일관성을 잃은 슈퍼 솔져 혈정의 설정, 카리스마가 다소 부족해진 듯한 윈터 솔져의 묘사가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무엇보다도 빌런인 플래시 스매셔에 대한 묘사나 전개가 유난히 허술하다. 루머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로 인해 본래 플롯에 포함되었던 바이러스 공격이 삭제되었다고도 하는데, 설사 그렇더라도 마지막 에피소드에서조차 빌런들의 목적에 어떤 당위성이 있는지, 어떻게 국제적인 테러 조직이 되었는지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특히 플래그 스매셔의 서사가 팔콘이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가 되는 당위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플래그 스매셔의 목적과 당위성, 역사가 잘 드러날수록 샘이 플래그 스매셔의 취지를 옹호하는 선택에도 더욱 힘이 실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타노스의 등장으로 인해 기존 질서와 체제는 붕괴되었고, 그로 인해 사람들은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 와중에 샘 역시 5년간 먼지가 되었다가 돌아왔고, 그간 수입이 없다는 이유로 은행 대출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따라서 다른 인물들보다 플래그 스매셔의 처지에 깊이 공감하고 어떻게든 그들을 도우려고 노력하는 것은 그가 정의와 선함의 상징인 캡틴 아메리카로 거듭나는 데 큰 설득력을 부여할 수 있는 장치였으며, 드라마는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마지막 장면에서 <팔콘과 윈터 솔져>라는 제목이 <캡틴 아메리카와 윈터 솔져>로 바뀌는 순간 벅차오르는 가슴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팔콘과 윈터 솔져>는 이미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의 탄생을 그려낸다는 본래의 취지를 더 이상 바랄 수 없을 만큼, 완벽히 달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드라마 종영 후 들려온 <캡틴 아메리카 4>의 제작 소식은 그 어떤 속편보다도 마블 팬들의 기대감을 키워 버린다.
A(Acceptable, 무난함)
과거와 현재의 무게가 깃든 방패를 들고 진중히 날아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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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 디즈니의 또 다른 실패작, 사실상 '겨울왕국 2'의 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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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과거에는 인간들과 드래곤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땅이었으나, 전쟁으로 인해 드래곤이 죽고, 다툼이 벌어지며 다섯 개의 부족으로 갈라진 쿠만드라 왕국. 그러나 드래곤들을 부활시킬 수 있는 '드래곤 젬'을 찾으면 다시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 라야는 '꼬리 부족'으로 가서 소원을 빌게 되고, 이 소원에 닿았던 것인지 드래곤 '시수'가 튀어나오게 된다. 그리고 곧이어 젬을 찾으면 찾을수록 시수의 힘이 강해진다는 것을 깨닫고, 드래곤과 함께 젬들을 전부 모아 뿔뿔이 흩어졌던 쿠만드라 왕국을 다시 되돌려놓으려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디즈니의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일단 재미있게 보기는 했다. 그러나 예상외로 단점이 많아서 기대치에 비해서는 많이 실망스러웠던 작품이다.
기술력의 발전
우선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비주얼이다. 전작 [겨울왕국 2]에서도 그랬지만, 디즈니의 기술력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정도로 압도적인 영상미를 자랑한다. 특히 작중에서 등장하는 다섯 개의 땅들 모두 제각각의 개성과 특징을 심어놓은 덕분에 시종일관 눈이 즐겁다. 거기다 해당 비주얼에 걸맞은 액션신까지 펼쳐지니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아주 만족스 러웠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 액션신 자체는 살짝 기대에 못 미치긴 했지만, 그래도 실사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박진감을 느낄 수 있었고, 여기에 매력적인 캐릭터들까지 동반하니 '역시 디즈니!'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만든다. 실제로 꽤 감탄하면서 봤고, 마지막 클라이맥스 장면은 이 기술력을 몽땅 때려 부운 수준의 아름다운 영상미를 뽐내기 때문에 시각적인 면에서는 혹평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스토리도 나름 무난했다고 생각하고, 주제 자체도 꽤 인상적이어서 최소 기본은 하는 작품임은 분명하다.
사건 진행을 위한 무리수
그러나 비주얼과 액션을 걷어내면 큰 장점이 없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각본이 부실한 편이다. 사건이 일어나는 데에는 의문이 들고, 주제 또한 설렁 설정 다룬 데다, 파워 밸런스마저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우선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 의문이 든다는 문제부터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 왜 이런 생각이 들었냐면 바로 사건을 만들기 위해서 무리수인 설정을 너무 고집한다. 대표적으로 초반부에 나마리가 라야를 배신하는 대목이 그렇다. 물론 배신을 할 것이라는 복선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앞서 각 부족들 간에 사이가 안 좋다는 언급이 나오긴 했으니 아예 개연성이 없는 대목은 아니지만, 문제는 그 배신을 왜 어린아이가 치냐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 나마리가 라야를 배신하고 신호탄을 쏘는데, 족장은 이를 보고 씨익 웃는다. 그렇다는 건 '송곳니 부족' 족장은 '계획적으로' 어린아이를 스파이로 써먹었다는 것이 되는데, 세상에 어떤 족장이 어린아이를 스파이로 써먹을까? 심지어 족장이 이 정도로 극악무도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릴 만한 장치가 영화에 전혀 깔려있지 않다 보니 갑자기 쟤가 왜 배신하고, 족장은 어떤 놈이길래 이렇게 극단적으로 어린아이까지 써먹게 된 것인지, 이유마저도 불명확해지는 문제를 낳았다. 여기서 더 웃긴 건 나마리는 이에 대해 아무런 회의감도 안 느낀다는 것이다.
이상한 파워 밸런스
이뿐만 아니라 파워 밸런스도 이상하다. 단적인 예로 '꼬리의 땅'에서 튀어나온 드룬을 라야가 드래곤 젬으로 막는 장면이 있다. 그리고 이 장면을 유심히 보면 드래곤 젬을 갖다 대기만 해도 드룬이 알아서 도망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근데 막상 초반부에 라야의 아버지는 드래곤 젬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것 같아서 라야와 함께 바닷속으로 내던지고, 혼자 돌이 되어버린다. 그런데 여기서 좀 의문인 게, 그저 젬을 갖다 대기만 해도 알라서 물러날 정도로 취약한 존재였으면, 차리리 드래곤 젬을 드룬을 향해 끝까지 들이밀고 라야와 함께 도망갔으면 둘 다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애초에 그냥 들기만 해도 알아서 도망가니까. 아무리 개체 수가 많았다고 해도 영화 후반부에 드룬에게 포위되었던 주인공 일행이 잼으로 버티고 있었다는 걸 생각해 보면 빼도 박도 못한 오류라고 생각한다.
좋은 주제를 최악의 방식으로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본인들이 가져온 좋은 주제를, 최악의 방식으로 소모했다는 것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이 영화의 주제는 '믿음과 화해'다. 친구 사이와 부족 사이가 다시 화합될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이 믿음이 친구 사이와 부족 사이의 화해로까지 향하는 이야기를 그리려고 한다면, 이들이 화해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담아내야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겨울왕국 2] 때와 마찬가지로 최악의 방식으로 이를 표현하는데, 그것은 바로 화해로 가기까지에 과정을 누락한 채 결과만 보여주고 끝내버린다. 그러니까 이제 다섯 부족으로 흩어졌던 이들의 족장이 서로 제대로 된 대화를 하며, 서로의 오해를 풀고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너희들 어차피 얘네들 다 모일 거 알지?' 식으로 과정을 싹 다 빼먹은 채, 사건이 끝나니까 바로 화해해 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전개를 보여준다. 그렇다 보니 영화 자체의 주제마저도 모호해진다. 이 영화가 전하려는 이야기가 과연 믿음과 화해인지, 아니면 인생은 한방인지 헷갈릴 정도다.
제작진들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재미있게 봤나
이 외에도 단점은 있다. 영화의 후반부, 드룬과 싸우는 주인공 일행의 모습이 마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1편의 최종전을 연상시킬 정도로 비슷했다는 것이다. 후반부를 잘 보면 주위 배경부터가 보라색과 검은색으로 둘러싸여 있고 (드룬, 오브), 모두의 손이 주인공의 손이나 어깨를 중심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 그리고 악역에서 선역으로 변모하는 캐릭터 (나마리, 욘두)까지 복사 붙여넣기를 했나 싶을 정도로 유사성이 짙었다. 거기다 이 부분도 조금 불편했던 게, 부족의 화합을 위해서라는 목적 하에 왜 피해자(라야)가 가해자(나마리)에게 먼저 손을 내밀게 만드는 것인지 의문이다. 물론 주제의 측면에선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닌데, 차라리 나마리가 자신이 했던 짓에 대한 죄책감으로 라야에게 사과하러 가고, 그렇게 함께 드룬과 맞서 부족을 화합시키려는 스토리로 갔다면 더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도 좀 불편했고, 마치 가해자를 '무조건 용서해야 한다.' 식으로 그리려는 것처럼 보여서 영 불만이었다.
결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재밌는 영화이긴 하지만, 단점이 너무 많아서 그나마 있는 장점들을 다 깎아먹었다. 비주얼과 액션은 황홀하나, 이제 디즈니는 각본가부터 실력 있는 사람으로 뽑아야 되지 않나 싶다.
평점: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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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온 분질 패밀리의 화려한 액션
삶에서 믿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누구나 처음 태어나서 가장 믿어야 하는 존재는 부모다.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를 정성껏 보호하고 키워낸다. 그 아이가 조금씩 성장하여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부모 이외에 믿을 수 있는 존재들을 하나둘씩 만나게 된다. 형제자매나 친지부터 시작해서 여러 분야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모두 그 신뢰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같이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신뢰에 금이 가는 상황도 생긴다. 가족이라고 할지라도 사이가 멀어져 서로 등을 지고 심지어는 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그렇게 꽤 긴 시간 동안 여러 과정을 통해 진정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둔다. 일종의 가족으로도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은 진짜 가족처럼 자주 만나고 교류하면서 서로 도움을 준다. 서로 다투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정말 서로에게 소중하고 신뢰할 수 있는 존재라면 다시 관계는 회복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관계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고 마치 새로운 가족처럼 변해간다. 특히 근래 들어 전통적인 가족 개념이 조금씩 옅어지고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함께 살거나 일하는 것 같은 상황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해 볼 수 있다. 철저히 개인화되고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이렇게 유사 가족 형태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은 결국 상대방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도미닉과 주변 인물들이 만드는 분노 패밀리의 이야기, <분노의 질주>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기본적으로 도미닉(빈 디젤)을 중심으로 혈연관계에 있는 가족을 비롯하여 그 주변의 친구들이 일종의 유사 가족화 되어가는 이야기다. 2001년 롭 코헨 감독이 연출한 <분노의 질주> 1편은 도미닉과 여동생 미아(조나다 브루스터), 브라이언(폴 워커)의 이야기는 액션이라기보다는 범죄 스릴러에 가까운 이야기였다. 자동차 레이스 장면으로 유명해진 영화는 저스틴 린 감독이 연출한 3편 (분노의 질주: 도쿄 드리프트>로 완전히 시리즈가 끝난 것으로 보였지만, <분노의 질주: 디 오리지널>이 2009년에 개봉하였고 흥행성적도 괜찮았기 때문에 시리즈가 이어질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이후 이어지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점점 더 스케일이 커져 완전한 액션 블럭버스터로 탈바꿈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야기의 시작은 도미닉 토레도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앞선 시리즈는 사실 도미닉과 브라이언이 추축이었으나, 브라이언을 연기한 배우 폴 워커의 사망으로 더욱 도미닉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또한 시리즈가 일종의 팀업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고 조사하는 식으로 진행되면서 팀을 이루는 사람들은 시리즈 내에서 가장 믿을만한 인물들로 구성되어야 했고 그래서 이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이들은 일종의 도미닉 패밀리가 되어갔다. 이렇게 시리즈가 팀업을 통한 작전을 보여주기 시작한 건 시리즈 5편인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 때부터다. 하이스트 형식으로 진행된 영화는 각기 맡은 역할에 맞춰 불가능해 보이는 금고를 탈취하는 과정을 보여줬었다. 그리고 그때 형성된 그 형식은 시리즈 최신작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서사가 특이한 건, 죽었던 인물들을 다시 살려 돌아오게 한다거나 직전 시리즈에서 악당이었던 인물이 다음에는 도미닉 패밀리를 돕는 인물로 설정한다는 것이다. 이번 새로운 영화에 등장하는 악당은 도미닉의 친동생 제이콥(존 시나)이다. 그는 또 다른 악당 사이퍼(샤를리스 테론)와 함께 세계 어느 곳이든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탈취해 가져가려고 한다. 이들을 막기 위해 나서는 것은 도미닉과 그의 동료들이다. 이번 영화에서 서사를 책임지는 것은 도미닉과 제이콥의 과거사로 인해 발생한 서로에 대한 오해와 증오다. 어찌 보면 도미닉 패밀리가 새로운 등장인물과 대립하고 결국에는 그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의 중심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영화 안에서도 대척점의 인물들은 철저히 대립하고 싸우다가도 어느 순간 화해를 해내고 만다. 이것이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정서이고, 이것이 영화의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이번 영화에서는 과거 시리즈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설정되었던 한(성강)도 다시 출연한다. 시리즈 3편의 주인공이었던 숀(루카스 블랙)도 다시 등장하고, 그 외에 시리즈에서 한 번이라도 등장했던 로만(타이레스 깁슨), 램지(나탈리 엠마뉴엘), 레티(미셀 로드리게즈)와 스핀오프 시리즈인 <홉스 앤 쇼>에 등장했던 막달레나(헬렌 미렌) 도 다시 등장하여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시리즈의 팬이라면 이들이 재등장하여 자동차 추격신을 벌이고 각자 역할에 맞춰 활약하는 모습에 열광하게 될 것이다.
각 인물들의 관계가 동력이 되어 만들어내는 긴장감과 화려한 액션
이 시리즈가 보여주는 서사에서 가족은 각 인물들을 움직이는 동력으로 작동한다. 가족이나 아끼는 사람을 잃은 이후 그 슬픔과 분노를 표출하게 되는 캐릭터는 그 인물이 악당이든 아니든 굉장한 힘을 보여준다. 마치 그 감정을 보여주는 것처럼 액션 장면에는 큰 자동차 엔진음이 포함되어 있고, 현실에서는 절대 볼 수 없을 조금은 황당한 액션 장면들이 포함되어 있다. 금고를 털고, 탱크나 핵잠수함과 대결을 벌이는 시리즈는 이번엔 자석을 이용해 사물을 움직이고, 심지어 우주까지 간다.
액션이 중심이 되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아무래도 서사가 약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대부분 인물들의 감정을 고양시키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인물들의 감정이 최고조로 이를 때, 이야기의 액션으로 이어져 그것을 보는 관객들의 마음마저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블럭버스터 액션 영화로 변화된 이 시리즈가 내세우는 전략은 영화의 작품성이나 완성도에서 서사에 대한 평가 비중을 줄이고 단순히 액션과 감정으로만 영화를 평가하게 만든다. 어찌 보면 꽤 영리한 방법을 쓰고 있는 이 영화의 전략은 시리즈 9편까지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저스틴 린 감독은 3편부터 6편까지 시리즈의 연출을 맡았었고, 7편은 제임스 완, 8편은 F게리 그레이 감독이 연출했었다. 그리고 이번 9편은 다시 저스틴 린 감독이 연출을 맡고 있다. 저스틴 린 감독은 시리즈 전체의 등장인물에 대한 감정을 끌어올리는데 능하고 자동차를 이용해 팀업을 구성하여 펼쳐지는 액션 장면을 연출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다. 그래서 그가 연출한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는 모든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그것을 액션까지 연결하여 예상을 뛰어넘는 박진감을 선사한다.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에도 여러 가지 박진감 넘치는 액션 장면이 등장하고 마지막에는 찡한 감동까지 전달한다.
시리즈는 한 편의 영화가 끝날 때 늘 등장인물들을 모아놓고 일종의 가족 모임을 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빈 디젤이 연기한 도미닉과 팀업을 이루었던 모든 팀원들이 한 식탁에 앉아 있는 모습은 마치 대가족과 같은 모습이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그 마지막 식탁에서의 모습처럼 유사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라는 것은 그래서 더욱 분명해진다. 마치 현대 가족 개념이 변화해나가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영화가 내세우는 가족은 완전히 타인이지만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것이 바로 가족이라는 것을 계속 강조한다.
2편을 제외하고 전 시리즈에 등장하고 있는 배우 빈 디젤은 이 프랜차이즈의 진정한 스타다. 그가 연기와 제작까지 맡고 있는 이 시리즈는 공식적으로 두 편이 남았으며 드웨인 존슨과 제이슨 스타뎀이 등장하는 스핀오프 시리즈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빈 디젤을 중심으로 모인 배우들도 유사 가족이 되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개봉 후 5일 동안 100만 관객을 넘어선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코로나가 강타한 극장가를 살릴 수 있는 첫 블럭버스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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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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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챌린저스 | 테니스 코트 위에서 피어난 삼각 로맨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니어 시절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대학 시절 부상 때문에 일찍 은퇴한 비운의 테니스 천재 ‘타시’(젠데이아). 그녀는 테니스 선수인 남편 '아트'(마이크 파이스트)의 코치를 맡아 테니스와의 인연을 이어간다. 그러던 중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눈앞에 둔 아트가 좀처럼 연패 슬럼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자 타시는 남편을 챌린저급 대회에 참가시킨다.
그러나 타시는 자기 선택을 이내 후회한다. 아트의 어릴 적 절친이자, 자기 전 남자 친구인 ‘패트릭’(조쉬 오코너)의 대회 참가를 깨달았기 때문. 패트릭과의 만남을 가능한 피하려 한 타시. 그러나 테니스에 대한 열망이 사라진 아트와 달리 여전히 테니스를 사랑하는 패트릭을 보면서 그녀의 마음은 조금씩 흔들리고, 아트와 패트릭은 코트 안팎에서 타시를 사이에 둔 랠리를 시작한다.
로맨스일 수밖에 없는 테니스 영화
팬데믹을 거치며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스포츠, 테니스. 과연 테니스의 매력은 무엇일까? 김기범 KBS 테니스 전문 기자에 따르면 테니스의 본질은 심리전이다. 정신적 무장이 흔들리는 순간 승부는 뒤엉킨다. 네트 앞 선수를 상대로 쉼 없이 뛰면서도 다음 수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대한 챔피언들은 무섭도록 냉철한 평정심을 유지하는 심리전의 마스터들"인 이유이기도 하다.
달리 말해 테니스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유달리 코트 위 두 사람의 관계가 눈에 띄는 스포츠다. 단순히 공을 치는 게 아니라 상대와의 관계에서 어떻게 우위에 서느냐가 핵심인 것. 여기에 테니스만의 독특한 규칙을 더하면 테니스에는 새로운 의미가 깃들기도 한다. 테니스에서 0점이 '러브(Love)'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테니스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누가 사랑의 우위를 점할지 결정하는 승부이기 때문.
이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테니스 영화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그의 작품은 대체로 인물 간의 관계, 특히 사랑의 감정과 에너지로 스크린으로 가득 채우는 데 집중하한다. 그의 신작 <챌린저스>도 마찬가지다. 스포츠 영화의 탈을 썼지만, 본질은 로맨스다. 테니스 랠리의 묘미를 120% 이끌어내되, 관객을 승패가 아닌 사랑과 우정, 욕망의 랠리 속에 빠뜨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구조로 극대화한 캐릭터의 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한 가지 특징은 '금기'다. 그는 사회적으로 널리 용인되지 않는 소재를 자주 다룬다. 동성애, 성인과 미성년의 사랑, 식인 등. 그래서 그의 작품은 소재를 관객에게 어떻게 납득시키느냐가 늘 관건이다. 관객이 구아다니노의 관점을 수용하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처럼 대중적인 작품이 탄생한다. 반면에 관객과 구아다니노가 어긋나면 <본즈 앤 올>처럼 외면받는 작품도 나올 수 있다.
이때 구아다니노는 영화를 극 예술 이전에 영상 예술로 대하는 듯하다. 정교한 스토리텔링으로 관객을 이해시키지는 않는다. 어차피 금기에 도전하는 입장에서 논리적인 접근은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크니까. 대신 그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에너지를 극대화해 관객으로 하여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영화에 빠져들도록 유도한다.
<챌린저스>도 마찬가지다. 한 여자를 사랑하는 두 절친. 두 절친을 가지고 노는 한 여성. 자칫 막장 드라마로 빠지기 쉬운 삼각관계다. 구구절절 설명해도 공감하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구아다니노는 <챌린저스>의 구조에는 크게 힘을 주지 않는다. 마지막 시합을 가장 먼저 보여준 후에, 플래시 백을 다수 삽입해 과거와 현재의 연관성을 부각하는 익숙한 구성을 취한다.
대신 <챌린저스>는 캐릭터를 빚어내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명확히 구분되는 세 캐릭터의 특징을 강조하고, 그들의 차이점이 빚어내는 갈등을 원동력 삼아 이야기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특히 그 갈등은 주로 테니스 코트 위에서, 다양한 랠리의 형태로 드러난다. 서로 다른 사랑의 방식과 사랑의 대상을 의인화한 뒤 코트 위에 맞부딪히는 식인 셈이다. 극 중 "테니스는 관계"라는 타시의 대사가 의미심장한 이유다.
코트 위에서 피어나는 삼각형
우선 <챌린저스>는 두 절친을 대조한다. 아트는 계산적이다. 단 1%라도 열세라고 판단하면 섣불리 나서지 않는다. 첫눈에 타시와 사랑에 빠졌지만, 그녀가 자기에게 넘어올 완벽한 기회가 올 때까지는 친구로 남는다. 코트 위에서도 마찬가지다.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면 굳이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한계가 찾아왔다고 판단하자 미련 없이 테니스 코트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반면에 패트릭은 본능적이다. 고로 직선적이다. 마음에 드는 여자가 생기면 앞뒤 따지지 않고 달려 나간다. 코트 위에서도 마찬가지다. 타고난 천재인 그는 마음 가는 대로 라켓을 휘두른다. 코트 위에서의 규칙과 매너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 두 친구가 한 여자를 두고서, 또 네트를 사이에 두고 치열하게 맞부딪히는 건 놀랍지 않다. 추로스를 먹는 장면만 봐도 알 수 있다.
타시는 이들과 또 다르다. 오직 테니스만 사랑하는 타시는 함께 테니스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연다. 그래서 아트를 꺾고 US 오픈 주니어 대회에서 우승한 패트릭을 선택하거나, 메이저 대회 우승을 위해 그녀를 코치로 영입하겠다는 아트와 사랑에 빠진다. 이는 높은 랭킹에도 불구하고 열정을 잃은 아트와 순위는 낮지만 여전히 테니스를 사랑하는 패트릭 사이에서 계속 갈등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포츠 영화 클리셰를 포기한 이유
따라서 <챌린저스>는 로맨스일 수밖에 없는 스포츠 영화다. 테니스와의 사랑과 타시와의 사랑을 나눌 수 없으므로. 두 절친의 우정도 마찬가지다. 아트와 패트릭은 테니스가 이어준 절친이다. 타시가 눈앞에 나타난 후로 관계가 끊어진 그들. 하지만 다시 한번 타시를 사이에 두고 경기를 펼치면서 그들은 코트 위에서 함께 한 추억을 비로소 되찾는다. 이는 둘의 치열한 랠리에 타시가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연장선상에서 보면 누가 승리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트와 패트릭의 마지막 시합이 셋의 관계를 파멸로 이끌지 않기 때문. 오히려 셋 모두의 인생에서 사랑, 우정, 테니스를 향한 욕망이 완성되는 순간에 가깝다. 달리 말해 머리로는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셋의 사랑과 우정, 곧 '폴리아모리(Polyamory)'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인 셈이다.
이 관계성에 집중하기 위해 <챌린저스>는 스포츠 영화의 몇몇 클리셰를 포기한다. 중계진의 부재가 대표적이다. 보통 스포츠물에서는 중계진이 선수나 감독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며 극적인 상황을 조성한다. 하지만 <챌린저스>는 해설자를 없앴다. 대신 그 빈자리를 관객에게 양보한다. 세 주인공의 역사를 이미 알고 있는 관객이 자기만의 관점에서 경기를 읽어 내도록 유도한다. 그 덕분에 세 주인공의 갈등은 더 첨예하게 느껴진다.
또 스포츠물에서 뺄 수 없는 라이벌 관계도 암시에 그친다. 천재 패트릭과 노력파 아트는 주니어 때부터 라이벌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재회한 순간, 영화는 라이벌리에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 아트가 패트릭의 낮은 랭킹을 지적할 뿐이다. 그들의 게임은 사실 타시가 누구를 진정으로 사랑하느냐가 핵심이니까. 다만 그 대가로 이야기를 풍성하게 꾸밀 기회는 놓쳤다. 패트릭이 타시를 코치로 원하는 이유 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기 때문.
눈과 귀로 받아들이는 이야기
더 나아가 영화는 세 주인공의 관계를 감각적으로 보여주려 애쓴다. 일례로 그들의 관계가 코트 위에서 가장 단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가능한 역동적인 테니스 경기를 보여주려 한다. 선수 같은 느낌을 내려다가 실패할 지점은 아예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공에 카메라를 붙인 구도로 랠리를 보여주거나, 감정이 실린 공을 3D 영화처럼 카메라를 향해 돌진시킨다. 그 결과 랠리 장면은 주인공들의 섹스 장면 못지않게 긴장감 넘친다.
'나인 인치 네일스'로 활동 중인 트렌트 레즈너와 애티커스 로스가 담당한 영화 음악도 인상적이다. <소설 네트워크>, <소울> 등의 영화 작업에 참여했던 그들은 앰비언트 스타일 음악으로 필요한 순간마다 긴장감을 고조한다. 특히 소셜 네트워크>에서 페이스북의 두 창립자 간의 갈등과 배신을 음악에 담아냈듯이, 이번에도 사랑의 작대기가 엇갈리는 순간마다 그 균열감을 탁월하게 부각했다.
젠데이아의 인생 연기
마지막으로 배우의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더 크라운>에서 찰스 왕세자를 연기한 조쉬 오코너, 토니 상과 에미 상을 모두 석권한 마이크 파이스트의 연기도 훌륭했다. 하지만 특히 젠데이아가 인상적이다. 그녀는 HBO 드라마 <유포리아>나 넷플릭스 <맬컴과 마리>에서 주연으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이미 보여줬다. 반면에 조연으로 참여한 <스파이더맨>, <듄> 같은 블록버스터에서는 미묘하게 어색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직접 제작자로 참여한 <챌린저스>에서는 다르다. 유독 빛난다. 구아다니노 감독과 협업이 신의 한 수로 보인다. 상술했듯이, 그의 영화에서는 사랑의 주도권을 쥔 캐릭터가 빛나야만 관객을 설득할 수 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티모시 샬라메가 일약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이다.
젠데이아도 마찬가지다. 타시는 테니스라는 목적을 위해 두 남자를 부추기는 인물, 곧 킹메이커다. 테니스 코트 위에서 게임은 두 남주가 하지만, 정작 주인공은 타시다. 이처럼 본인이 중심에 서고, 상황을 통제하고, 가장 빛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자 젠데이아는 스크린을 자기 리듬대로 거침없이 휘어잡아 버렸다.
결정적인 전략 실패
다만 개봉일은 몇 안 되는 아쉬움이다. 과거에는 외화의 개봉 전략 중 2등 전략이 유효했다. 전체 개봉 영화 중 2등, 혹은 외화 중 2등 포지션을 차지한 뒤 낙수 효과를 살려 관객 수를 야금야금 늘리는 방식이다. <아바타>, <전우치>와 같이 개봉했는데도 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셜록 홈즈>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코로나 이후 한국 극장가에서 2등 전략이 유효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제 낙수효과는 사라졌기 때문. <서울의 봄> 이후 개봉한 <노량>은 흥행에 실패했다. 설 연휴 이후 개봉한 <파묘>는 7주간 1위를 차지하며 천만 영화가 됐다. 관객이 재미와 만족감이 담보된 대형 영화에 집중되는 경향은 나날이 강해졌다.
그렇기에 굳이 <범죄도시4>와 같은 날에 개봉해 초반 관객을 늘리기도 어렵고, 입소문을 퍼뜨리기에도 불리한 환경을 자초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감독의 명성으로 보나, 배우의 연기력으로 보나, 전체적인 완성도로 보나 <범죄도시4>의 흥행 광풍에 밀려 사라지기에는 아까운 작품이기에 아쉬움이 더 크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공이 아닌 사랑, 우정, 욕망을 치고 달리는 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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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드라마를 보고서야 루이14세를 이해했다, 드라마 <베르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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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유 (Versailles, 2015-2018) 시즌3 완결
제작 : 프랑스·캐나다, 역사·드라마 │ 연출 : 다니엘 로비, 크리스토프 슈르베, 자릴 라스페르, 또마 벵상
극본 : 사이먼 미렌, 데이비드 울스텐크로프트 │ 출연 : 조지 블래그덴(루이14세), 알렉산더 블라호스(필리프 공작),
안나 브루스터(몽테스팡 부인) 외 다수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인물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하다
나폴레옹 사망 200주년을 맞아,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나폴레옹에 대해 재해석한 발언이 화제였다. 오랜 시간 프랑스의 영웅으로 치하되어왔던 나폴레옹의 화려한 공적들 뒤로는, 전쟁 중독과 더불어 인종차별 및 여성차별이라는 단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대에 따라 가치관은 변하기 마련이고, 따라서 과거에 평가된 인물들도 모두 현대의 관점으로 재평가되고 있는 세상이다.
마찬가지로 빛나는 태양왕으로만 익히 배워왔던 ‘루이 14세’를 보다 입체적이고 현실적으로 그려낸 드라마 한 편을 보게 됐다. 바로 프랑스와 캐나다가 합작하여 만든 드라마 <베르사유>다. 딱딱한 교과서로 루이 14세를 접했던 나는, 그간 루이 14세에 대해서라곤 “짐이 곧 국가다”라는 말을 남긴 절대군주라는 것 말고는 아는 게 없었다. 드라마 <베르사유> 역시 그가 군주로서 황금기를 걷던 시절을 조명하긴 하지만, 3편의 시즌으로 이루어진 긴 이야기 속에는 ‘인간’ 루이의 삶이 녹아있다. 군주로서의 위엄과 공존했던 오만과 허영, 그리고 여러 업적 아래 가려진 불안과 고독에 대해서 말이다. 새벽 두 시까지 눈을 붙이지 못하며 단숨에 이 드라마를 정주행 할 수 있었던 건, 그런 관음적 즐거움을 이 드라마가 가득 담고 있었기 때문인 듯 싶다.
루이는 왜 변덕스럽고 외로웠을까
드라마에 비친 루이의 모습 중 한 면은 아주 화려하고 권세가 드높았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한 면은, 아무도 믿지 못하고 급기야 몽유병과 불면증에 시달리기까지 하는 나약한 루이를 보여준다. 실제로 베르사유 내에서는 연쇄독살사건이 일어난 적 있으며, 루이를 암살하려다 발각된 외부세력들도 몇 차례나 있었다. 그로 인한 루이의 정신적 두려움이 드라마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그 두려움을 가리는 방어적인 오만과 함께. 어쩌면 그가 건설한 절대왕정의 틀, 베르사유라는 위대한 건축물은 모두 자신이 언제 소멸할지 모른다는 공포로부터 기인했던 걸까.
루이 14세는, 선왕인 루이 13세가 결혼 23년 만에 낳은 후계자였다. 오랜 기간 아이가 생기지 않았던 선왕과 왕비를 두고 불임이라는 설도 돌았었고, 뒤늦게 태어난 루이 14세와 필리프 공작(루이의 남동생)을 두고서도 왕비가 불륜을 저질러 낳았다는 루머가 돌았었다고 한다. ─ 실제로 이 논란을 두고 시즌3에서는, 선왕이 다른 남자와 왕비를 관계하게 하여 루이 14세를 낳았다는 픽션이 가미되는데, 역사적 진실은 그 누구도 지금껏 모른다.
어쨌거나 출생부터 이야기가 많았던 루이 14세는, 필연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부정하는 여러 세력들 속에 성장해야 했다. 성인이 되어 궁전을 파리에서 파리 외곽인 베르사유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귀족들의 끊임없는 불만과 대신들의 반대를 떠안아야 했다. 그러나 상처가 많은 조개일수록 더 맑고 단단한 진주가 피어난다고 했던가. 출생부터 집권 기간 내내 불안과 고독을 경험했던 루이 14세는 업적과 위세에 집착하며 살아간 결과, 결국 우리가 아는 ‘태양왕’으로 기록되며 프랑스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었다.
루이 14세에게 영향을 끼친 여인들
루이의 양면을 보여준다는 것 말고도, 드라마 <베르사유>의 또 다른 재미를 꼽자면 그건 바로 그를 둘러싼 여인들일 것이다. 실제로 왕비 ‘마리 테레즈’ 말고도 여러 명의 애첩을 두었던 루이는, 옆에 어떤 정부를 두느냐에 따라 성격이 변모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시즌1에서는 남동생 필리프 공작의 아내인 ‘헨리에타’와의 불륜을, 시즌2에서는 빼어난 미모로 루이를 쥐락펴락했던 ‘몽테스팡 후작부인’을, 시즌3에서는 철저한 종교적 신념으로 루이에게 내적인 안정을 안겨준 ‘맹트농 부인’을 다룬다. 세 여인의 성격이 모두 다르고, 그로 인해 이리저리 휘둘리는 루이를 보는 것은 때로는 마음 아프고 때로는 분노가 치미는 일이었다.
누구도 믿지 못했던 국왕이었으나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었던 루이의 갈망이었던 걸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왕비를 제외하고는 루이의 정부들은 모두 루이에게 역사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헨리에타는 요절했으며, 몽테스팡 부인은 왕의 총애를 얻기 위해 어린 아이를 제물로 바치는 흑마법에 가담했고, 맹트농 부인은 훗날 루이가 개신교를 박해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프랑스 드라마지만 영어 대사를 쓰는 드라마
영국 발음으로 대사를 하는 배우들을 보고, 당연히 처음엔 영국 드라마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방영한 나라는 채널 ‘CANAL+’의 프랑스다. 실제로 루이 14세와 베르사유라는 소재가 프랑스의 것이니, 프랑스에서는 왜 자국의 역사를 영어로 제작해 다시 프랑스어로 더빙하냐는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처음엔 프랑스 궁정을 배경으로 영어를 쓰는 것이 적응이 안되기도 하지만, 점점 그 이질감보다는 배우의 연기력과 쫄깃하고 섬세한 연출력에 빠져들게 되는 건 이 드라마가 그만큼 잘 만들어졌다는 증거일 테다. 자부심 높은 프랑스 국민들에겐 조금 상처가 되었을지 모르나, 캐나다와의 합작으로 영미권까지 흡수한 덕에 이 드라마가 오늘날의 인기를 얻을 수 있었으니 꼭 화낼 일만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역사드라마가 계속되어야 할 이유
십 년 전쯤, 오랜 시간 프랑스의 마녀로 오해되어온 ‘마리 앙투아네트’를 재해석했던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힘 있는 자에 의해 기록된 수많은 역사들이 인물을 평면적으로 묘사한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마녀였고, 콜럼버스는 위대한 개척자였고, 명성황후는 일본 자객에 의해 시해당했다는 이유로 선하고 가련한 왕비로 오랜 시간 각인되어왔다. 하지만 사실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매우 자애로운 성격이었고, 콜럼버스는 개척이 아니라 원주민 땅을 침범한 것이며, 명성황후는 살아생전 국고를 탕진한 매우 지독한 왕비였다는 것이 현대에 이르러 조명되고 있다. 역사 속에 딱딱하게 자리 잡은 이러한 인물들을 다각도로 탐구하고 재해석할 수 있는 것은 현대인들의 즐거움이자 사명일 것이다.
자기가 세상 잘 난 줄 알았고, 실제로도 잘났던 루이 14세에게도 말 못 할 허물은 많았다. 국민들의 배고픔을 이해하지 못했고, 개신교를 박해했으며, 충직한 대신들의 진심 어린 충고를 외면하며 무리한 전쟁을 이어나갔다. 누구도 믿지 못하는 독불장군이었으나, 그러면서도 하염없이 여인들의 입김에 녹아드는 한 남자였던, 인간 루이를 만나보는 기쁨 그리고 고통이 모두 <베르사유>에 담겨있다. 3편의 시즌 속에서 루이를 만나는 동안, 많은 이들이 그의 단면들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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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1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댄 크라치올로, 캐롤 휴스, 리차드 미리쉬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외
제작사: 실버 픽처스,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아츠 엔터테인먼트, 그라우쵸 II 필름 파트너쉽
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엔터테인먼트
개봉일: 미국 1999년 3월 31일, 대한민국 1999년 5월 15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6300만 달러 ~ 6500만 달러
상영 시간: 136분
북미 박스오피스: $171,479,930 (1999년 9월 23일), 월드 박스오피스 $463,517,383 (2003년 3월 10일)
상영 등급: 12세 관람가
- 매트릭스2 리로디드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38분
북미 박스오피스: $281,576,461 (2003년 10월 30일)
월드 박스오피스: $742,128,461 (2011년 11월 25일)
- 매트릭스3 레볼루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각본/원작: 워쇼스키 형제
제작: 조엘 실버, 비키 포플웰, 스티브 리처즈, 필 우스터하우스
음악: 돈 데이비스
촬영: 빌 포프
편집: 자크 스탠버그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캐리앤 모스, 휴고 위빙, 글로리아 포스터, 제이다 핀켓 스미스, 해럴드 페리노, 모니카 벨루치, 랑베르 윌슨, 지나 토레스, 랜들 덕 김, 예성
제작사: 미국 빌리지 로드쇼 픽처스, 미국 실버 픽처스, NPV 엔터테인먼트, 하이네켄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호주 로드 쇼 필름 디스트리뷰터스
개봉일: 미국 국기 2003년 5월 15일, 대한민국 국기 2003년 5월 22일, 호주 국기 2003년 5월 16일
화면비: 2.39 : 1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
상영 시간: 129분
북미 박스오피스: $139,313,948 (2004년 2월 26일)
월드 박스오피스: $427,343,298 (2004년 3월 28일)
- 매트릭스4 리저렉션 영화정보
장르: SF, 액션
감독: 라나 워쇼스키
각본: 라나 워쇼스키, 알렉산드르 하몬, 데이비드 미첼[1]
제작: 라나 워쇼스키
음악: 조니 클라이맥, 톰 티크베어
촬영: 존 톨
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앤 모스 외
제작사/배급사: 미국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미국 2021년 12월 22일, 한국 12월 22일
화면비: 2.39:1
상영 시간: 1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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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파이프라인> 1차 예고편
목표는 하나, 목적은 여섯!
화끈하게 뚫고, 완벽하게 빼돌려라!손만 대면 대박을 터트리는 도유 업계 최고 천공기술자 ‘핀돌이’는
수천억의 기름을 빼돌리기 위해 거대한 판을 짠 대기업 후계자 ‘건우’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에 빠져 위험천만한 도유 작전에 합류한다.
프로 용접공 '접새', 땅 속을 장기판처럼 꿰고 있는 '나과장',
괴력의 인간 굴착기 '큰삽', 이 모든 이들을 감시하는 '카운터'까지!
그러나 저마다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서로를 속고 속이면서
계획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하는데...
인생 역전을 꿈꾸는 여섯 명의 도유꾼들
그들의 막장 팀플레이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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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크루즈 패밀리: 뉴 에이지> 메인 예고편
인류 최초 가족들의 새로운 세상을 향한 스펙터클한 모험이 시작된다!
동굴을 떠나 새로운 거주지를 찾아 나선 크루즈 패밀리.
우여곡절 끝에 찾은 완벽한 트리 하우스에서 진화된 인류, 베터맨 패밀리와 마주한다.
도구를 사용하고 ‘집’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지능형 베터맨 패밀리와
맨손으로 사냥하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본능형 크루즈 패밀리는
너무나도 다른 삶의 방식으로 사사건건 부딪힌다.
반면 처음으로 여자 사람친구를 만난 ‘이프’와 ‘던’은 가족들과 달리 우정을 쌓아가지만
점점 두 가족에게 예상치 못한 위협이 닥쳐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