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6-20 17:00:33
6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최민식 <인턴> 리메이크작 '로버트 드 니로' 역할 물망
2015년에 개봉했던 앤 헤서웨이,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인턴> 리메이크작의 주연에 최민식 배우가 물망에 올랐습니다.‘로버트 드 니로’가 맡았던 인턴 ‘밴 휘테거’역 논의중에 있다고 하는데요.
인턴으로 변신한 최민식 배우라니! 너무 기대가 되는데요.오랜만에 한국 영화계의 희소식들을 가져왔습니다.
6월 3주차 뉴스 시작합니다!
최민식, 영화 <인턴> 리메이크 작품 주연 물망
미국 할리우드 영화 <인턴> 리메이크의 주연으로 최민식 배우가 물망에 올랐다고 합니다.
제작사 측은 “시나리오 개발 단계다. 아직 정해진 건 없다”라고 언론에 밝혔으며 앞서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에서는 <인턴>리메이크를 추진했다고 합니다. <인턴>은 30대 젊은 CEO '줄스'가 운영하는 온라인 패션 쇼핑몰 회사에 벤이 채용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주연을 맡았다.
엄정화 <오케이 마담 2>로 돌아온다
영화 관계자들은 배우 엄정화가 최근 <오케이 마담>의 속편의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오케이 마담'은 생애 첫 해외여행에서 난데없이 비행기 납치 사건에 휘말린 부부가 평범했던
과거를 접어두고 숨겨왔던 내공으로 구출 작전을 펼치는 초특급 액션 코미디 영화로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122만 관객을 동원하며 선전을 펼친 영화입니다.
<베테랑 2> 오는 9월 개봉 확정
영화 <베테랑 2>가 추석 연휴를 앞둔 중순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2015년에 1340만 명을 불러 모은 <베테랑> 후속작으로서도철 형사가 이끄는 강력 범죄 수사대에 연쇄살인범을 쫓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전작에 이어 배우 황정민, 오대환, 장윤주, 진경이 출연하고 정해인이 ‘박선우’ 역할로 합류하여 기대를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삼체>, 중국서 영화로 만든다
중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장이머우가 <삼체>의 연출을 맡으며 영화 제작을 알렸습니다.
<삼체>는 동명 SF 소설이 원작으로 이 소설은 SF 소설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휴고상을 아시아 최초로 수상한 걸작으로 지난 3월에는 미국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돼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작품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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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3주 최신 개봉영화!
2022년 1월 3주 개봉영화!
레지던트이블 : 라쿤시티 Resident Evil: Welcome to Raccoon City , 2021
좀비 액션 호러 레전드!
영화 "레지던트 이블: 라쿤시티"는 엄브렐러의 철수 후 좀비 바이러스에 의해 지옥으로 돌변한 라쿤시티,
그 곳을 탈출하기 위한 클레어와 생존자들의 사투를 그린 서바이벌 액션 호러영화 입니다.
게임 ‘바이오하자드’를 원작으로 한 '레지던트 이블'은 2002년 처음 등장해 좀비 호러 액션의 레전드로 불리며,
역대 게임을 원작으로 한 프랜차이즈 영화 중 가장 성공적인 흥행을 이루어낸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죠
이번 영화에서는 오리지널 스토리였던 이전 시리즈와는 다르게 원작게임 ‘바이오하자드’ 1, 2편을 최초 실사화 했습니다.
클레어, 크리스, 질, 웨스커, 레온 등 게임의 캐릭터 뿐만 아니라 1편의 배경인 스펜서 저택과 2편의 주요 스토리가 벌어지는 라쿤시티 경찰서,
그리고 게임에서 벌어지는 주요 사건을 그대로 가져온 스토리로 관객들의 흥미를 올리고 있습니다.
‘바이오하자드’의 팬과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팬의 만족도를 한꺼번에 충족시킬
첫번째 추천영화 "레지던트이블: 라쿤시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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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리벤저스 東京リベンジャーズ , Tokyo Revengers , 2020
2021년 일본 실사영화 흥행 1위 화제작
2017년 부터 '주간 소년 매거진'에 연재 중인 와쿠이 켄의 원작 만화 '도쿄 리벤저스'는
운명을 바꾸기 위한 타임리프라는 독특한 설정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로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으며
2021년 10월 10일 기준 누적 판매부수 4000만부를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원작 만화의 인기에 힘입어 제작된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일본 현지는 물론 아시아를 넘어 북미에서도 방영되는 등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국내에서도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과 OTT 등을 통해 서비스 되며 팬층이 두터워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원작의 매력을 극대화하한 실사 영화 "도쿄 리벤저스"가 개봉을 하는데요
2021년 7월 9일 현지에서 개봉한 "도쿄 리벤저스"는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른 것은 물론
11월 25일 기준 334만 관객을 동원하고 흥행수입 44억 6천만엔을 기록하며 2021년 실사 영화 흥행 1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일본 대세스타 10인이 총 출동한 초호화 캐스팅!
원작 팬과 영화 관객 모두 만족시킨
두번째 추천영화 "도쿄 리벤저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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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라운드 Druk , Another Round , 2020
술과 삶에 대한 유쾌한 인생
영화 "어나더 라운드"는 무료한 일상에 사라진 열정을 되찾기 위해 알코올과 관련된
흥미로운 실험에 나선 4명의 친구들이 만들어가는 유쾌한 찐 어른들의 술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022년 맹활약을 예고하는 명배우 매즈 미켈슨과 토마스 보 라센, 라르스 란데, 마그누스 밀랑까지
베테랑 배우들이 최고의 앙상블을 펼치며 실제를 방불케 하는 현실적이고 공감 가는 이야기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데요
미국아카데미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과 영국아카데미시상식 외국어영화상을 비롯해 세계 영화상을 휩쓸었고
미국의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 전문가 평점인 신선도 92%, 관객 점수인 팝콘 지수 90%를 기록하는 등
완성도는 물론 대중적인 재미까지 인정 받았습니다.
음주가 인생에 가져오는 모든 어른들의 이야기!
세번째 추천영화 "어나더 라운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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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틸 빌리브 I Still Believe , 2020
감동실화 러브스토리
영화 "아이 스틸 빌리브"는 20대 초반 가수를 꿈꾸는 제레미 캠프가 운명의 연인 멜리사를 만난 후,
그녀가 암에 걸리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적으로 노래한 감동실화 러브스토리입니다.
"제레미 캠프"는 미국 CCM 계의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인정받는 가스펠음악협의회 '도브 어워즈' 5회 수상을 비롯해
'ASCAP 뮤직 어워즈' 작곡가상, '리더스 초이스 뮤직 어워즈' 최우수 남성 아티스트를 수상했고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그래미 어워즈' 노미네이트됐고 'AC 라디오' 10주 연속 1위를 포함한 6개 곡의 연속 1위,
기독 음악 부분 1위 등 수많은 기록을 차지했습니다.
모두가 사랑한 그의 대표곡이자 처음으로 작곡한 노래 'I Still Believe'의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네번째 추천영화 "아이스틸 빌리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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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싱타는 여자들 Sewing Sisters , 2020
1970년대 평화시장 소녀 미싱사들의 어제와 오늘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은 여자라서 혹은 가난하다는 이유로 공부 대신 미싱을 탈 수밖에 없었던
1970년대 평화시장 여성 노동자들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세상의 편견 속에 감춰진 그 시절 소녀들의 청춘과 성장을 다시 그리는 휴먼 다큐멘터리입니다.
개봉 전부터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을 포함한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12회 광주여성영화제, 제22회 제주여성영화제 등 유수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관객들에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미싱타는 여자들"은 여자라서 혹은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이유로 인생의 선택지를 빼앗겼던 1970년대 여성들의 애환을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마치 나의 엄마를 보는 것만 같은 애틋함의 눈물로,
또 어떤 이에게는 다른 시대를 살았던 또래 친구들이 전해주는 용기로 다가갑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섬세한 이야기
다섯번째 추천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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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첫 번째 게임에서 죽고 말겠지만.
나는 계급에 대한 이야길 좋아한다. 특히 태어나서 지금까지 내가 속해있던 계급, 가난 그리고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했던 서민층 이하의 계급 이야기를. 처음 TV에서 보았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티저에서는 이정재의 사정이 따로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이 드라마를 오락적 요소가 다분한 머니게임 드라마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드라마의 1-2화는, 게임에 참가하기까지 이정재(극 중 이름:기훈)의 동기와 사정에 대해 충분한 이야기를 빌드업하며 진행된다. 엄마에게 용돈을 타 쓰는 철부지 캥거루족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는 태생적으로 착하고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었다. 10년이 넘게 자동차 회사에서 일했으나 회사는 하루아침에 그를 쫓아내고, 그는 노조활동을 벌이다 동료 한 명을 잃는 사고까지 당한다. 아내는 경제적으로 무능한 그를 떠나 새살림을 차렸고, 열 살 된 딸아이는 비교적 넉넉한 새아빠 밑에서 지내며 이정재를 측은히 여긴다.
설상가상으로 이정재의 홀어머니는 아프다. 당장 수술과 입원을 하려면 300만 원이 필요한데 그 돈마저 없어 그는 여기저기 돈을 빌리러 다녀야 한다. 그러나 이미 경제적 신용을 잃은 그에게 손을 내미는 이는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게임에서 이기면 456억을 주겠다는 매우 사기스러운 세력을 만나게 되고, 그는 반신반의하면서도 결국 그 게임에 참가한다. 어차피 더 무너질 것도 없는 상황,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그 게임이 바로, 오징어 게임이다. 돈이 차고 넘치는 어떤 부자들이, 너무나 심심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모아다가 '상금을 줄 테니 목숨을 걸라'고 만들어진 황당한 취지의 게임.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은 이정재와 마찬가지로 저마다 경제적 곤경에 처한 사람들이다. 여러 이유로 터무니없는 빚을 진 사람, 탈북자,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까지 사연과 동기는 다양하다.
더 이상 물러날 현실이 없는 그들은, 상금을 얻기 위해 부자들의 놀음에 기꺼이 목숨을 던지기로 한다. 참가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어차피 (게임)밖이 더 지옥이야"라고. 반면 위스키를 홀짝이며 이 게임을 관전하는 부자들은 단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돈을 건다. 애잔하거나 애처로움을 넘어서 기괴함이 느껴지는 수준의 빈부격차.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의 자화상이었다.
내 20대 시절이 생각났다. 스물다섯 살엔가, 어떤 작은 회사에 취직을 했는데 나에게 제시한 월급이 120만 원이었다. 거기서 세금을 떼면 통장에 100만 원 조금 넘는 돈이 들어왔다. 그 돈으로 매달 저축도 해야 하고, 사이버대학에 편입했던 터라 간간히 등록금도 내야 했으며, 교통비와 핸드폰 요금도 물론 내야 했다. 하물며 남자 친구에게 매일 얻어먹을 순 없으니 눈치껏 밥값도 계산할 줄 아는 여자 친구여야 했기에, 이런저런 사람 구실을 하고 다니려면 주머니 사정은 늘 여의치 않았다. 자주 적금을 깼고, 어떤 날은 돈이 모자라서 마찬가지로 힘든 엄마에게 손을 벌렸다. 또 어떤 날은 도저히 밥값을 낼 형편이 안돼서 친구들을 안 만난 적도 있었다.
그때의 내게 오징어 게임의 참가 기회가 주어졌다면, 난 참가했을까. 아마도 그랬을 것 같다. 너무도 팍팍하고 희망이 없는 삶을 살다 보면, 목숨을 걸어서라도 인생을 바꾸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난 참가했다고 해도, 게임 운도 더럽게 없어서 아마 1차전에서 총을 맞고 죽었을 것이다. 그곳에서조차도 아무런 두각도 나타내지 못하고 엑스트라로 끝나는 삶. 그게 그때의 내 삶이었다. 그래서, 내가 그 마음을 너무 잘 알아서, 오지랖 넓고 착하고 가난한 이정재를 넋 놓고 응원하게 됐다. 지 목숨도 간당간당하는 판에 여기저기 다 퍼주는 그가 속 터지면서도 말이다.
다행히 이정재는 주연이니까 끝까지 살아남는다. 456억이라는 거액의 상금을 타서 고작 하고 싶은 게 '빚 갚고, 시장에 어머니 가게를 차려주는 일'이라던 이정재의 말은 오래도록 마음을 짓눌렀다. 그 마음 또한 알 것 같았다. 돈이 너무 없어서 세상을 미워했던 20대 중반의 나도 그랬으니까. 그 때의 나는 456억을 타면 무얼 하고 싶었을까? 베란다에 곰팡이가 서리는 싸구려 빌라에서 벗어나 엄마랑 살 따뜻하고 괜찮은 집 구하기, 글쓰기 수업 받아보기. 다른 좋은 곳 취직할 때까지 맘 놓고 공부할 수 있는 생계자금으로 쓰기. 내게도 그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떤 부자들은 가진 돈이 너무 많아 쓸 데가 없어서 사람들의 생명을 건 게임에 돈을 걸지만, 어떤 사람들은 고작 300만 원 병원비가 필요해서 목숨을 건다. 너무 슬프지 않은가? 페라리를 몰거나 강남 몫 좋은 곳에 건물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작 어머니의 병원비 때문에 목숨을 던진다는 게. 부자들은 모르겠지만, 경제적 곤궁에 처한 사람들의 삶은 그렇다. 당장의 내일을 도모할 자본이 없어서 삶을 포기하고, 세상을 저주한다.
<오징어 게임>은 여러 신선한 소재와 화려한 스케일로 둘러싸여 있지만, 결국은 그런 부의 불평등, 돈 있는 계급이 돈 없는 계급을 유린하는 부조리를 꼬집는 드라마였다. 세상에 너무도 많은 이정재가 있음을 말하는 드라마. 화려한 외피 속에 가려진 이 드라마의 메시지를 읽는다면, 이 드라마는 더욱 묵직하게 다가올 것이다.
시간이 흘러 삼십 대가 된 나는 다행히도 100만 원의 월급으로 힘겨워하던 삶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아직 사회는 크게 바뀐 것이 없는 것 같다. 여전히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 고금리의 사채빚을 져서 목숨을 끊는 사람들,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들로 가득하다. 뭐, 어쩌면 한편에는 정말로 오징어 게임을 만들어 가난한 자들을 체스 말처럼 사용하는 부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부자들이야 그렇다 치고. 적어도, 당장 내일을 살아갈 희망이 없어 목숨을 베팅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사회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옛말에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
돈이 사람의 존엄을 해치는 일, 정말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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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루먼쇼>
<트루먼쇼>
" 시간이 한참 지나 의미가 보이는 만큼 재미있어야 진짜 명작이다. "
<트루먼 쇼> 어디서부터 이야기 해야할까. 짐 캐리의 명연기? 세간을 뒤흔든 신선한 소재? 곳곳에 숨은 미장센? 감독의 연출력? ... 이 모든 것이 한 데 어우러지면 이런 명작이 나오게 되는 걸까. 처음 <트루먼 쇼>를 봤던 날 느꼈던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사람들이 제 각기 살아가면서 한 번쯤 떠올려보는 '사실 내 삶이 조작된 게 아닐까?' 라는 가벼운 상상력이 이토록 멋진 영화로 연출되다니, 현대에도 신선한 이 영화, TV와 뗄 수 없는 삶을 살았던 1998년도에는 얼마나 더 큰 파급력을 일으켰을지 말로 설명할수록 부족할 뿐이다. 방송학을 전공하거나, 미디어 관련 쪽의 강의를 한 번이라도 들어봤다면 이 영화를 빼놓을 수 없다. 그만큼 영화 자체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와 의미가 강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여전히 명작으로 불리우는이유 중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재미있다'는 점이다. 개봉한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말이다.
만약 당신의 삶이 모두 거짓이었다면? 당신이 살아온 그 무수한 삶들이 사실은 조작된 것이었다면 당신은 어떨까. 허망할까, 아니면 분노하게 될까. 영화는 본질적인 존재 '당신'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생각해보자,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도 알고보니 배우였고 어린시절 당신을 힘들게 했던 트라우마도 각본이었다. 당신을 사랑한다고 했던 말이 연기였을 뿐이고 사건은 시간에 맞게 적절히 맞춰 일어난 것 뿐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이 때마다 느꼈던 그 감정은 진짜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짜여진 대로 맞춰가야 했던 당신의 삶 속, 당신이 한 생각과 느낀 감정들이 과연 진짜라고 대답할 수 있는가 말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고 말했던 데카르트의 말처럼 트루먼(짐 캐리) 또한 거짓들로 가득 찬 세상에서 자신의 삶만이 진짜임을 증명하기 위해 생각하고 행동한다. 적어도 영화 속 주인공의 생각만큼은 거짓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영화 속 이야기가 굉장히 잘 짜맞춰져 있다보니 스토리를 놓칠 겨를 없이 보는 재미가 있다. 초중반부에서는 잔잔하게 이어지는 듯 하지만 중후반부로 갈수록 스토리에 속도가 붙기 때문에 한 눈 팔 새 없이 순신각에 몰입하게 된다. 밝고 명량한 분위기와 다르게 간혹 섬짓한 장면들이 연출되기도 하는데 이런 장면들을 짜맞춰서 스토리를 읽어내는 것도 나름 큰 재미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스토리 자체가 촬영되고 있는 삶의 기록이기 때문에 꽤나 독특한 카메라 구도와 미장센의 연출을 보는데도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짐 캐리 특유의 유쾌한 연기와 배우들의 적절한 호흡이 영화와 잘 맞아 떨어지지 않나 생각이 든다. 스토리 흐름이 좀 억지스럽지 않나 느껴질수도 있지만 영화의 배경 자체가 만들어진 세상이다 보니 이것 또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된다.
영화가 미디어 시대에 대한 경각심을 드러냈다는 의견도 많은 편이다. 1998년이라면 TV 미디어가 가진 파급력이 워낙 강했던 때였고 빅 브라더에 대한 경각심도 강조되던 때였기 때문이다. 영화 속 트루먼을 바라보던 인물들도 시청자였지만 스크린 밖에서 영화를 본 관객들도 한 인간의 만들어진 삶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영화 속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네 삶에 시청자들은 미디어의 편집과 각색으로 만들어진 삶에 살고있다. 미디어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마치 우리네 삶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처럼 전파한다. 살인사건, 혐오전쟁, 전쟁, 테러 등 위험하고도 자극적인 뉴스가 방영되고 나면 우리네 삶을 위협하는 것 처럼 느껴지니까 말이다. 영화는 이러한 미디어가 만들어놓은 사회에서 벗어나 진짜 당신의 삶을 찾으라고 이야기한다. TV에서 고개를 돌리면 당신이 사랑하는 현실이 있고, 당신 스스로가 '당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삶에서 당신의 인생을 즐기라고 말이다. 영화 속 주인공이 죽음을 무릅쓰고 화면에서 벗어난 것처럼 미디어와 멀어진 지금의 삶이 불편할지언정 당신 또한 그렇게 벗어나라고 말이다. 시대를 흘러 이 영화가 더욱 회자되는 이유가 여기 있을지도 모른다. TV에서 발전해 스마트폰과 SNS 사회 속 작은 화면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인위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경고로 느껴질수도 있으니 말이다.
영화에서 주려는 메시지는 당신 스스로가 선택한 삶만이 오직 당신의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지금 세상이 조작된거야'라는 트루먼의 이야기에 부인, 동료, 친구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미쳤다라고 대답하고, 의구심에 못 이겨 여기저기 나서도 의도적으로 누군가 훼방을 놓는다. 여행을 가려해도, 도망치려 해도 마치 누군가 짠 것처럼 상황이 악화된다. 근데 왠지 모르게 이 상황이 묘하게 우리네 삶과 닮아있다. 당신이 무얼 도전하려고 했을 때 '미쳤다'라는 소리를 들었던 것처럼, 상황이 여의치 않아 주어진 기회를 포기했던 것처럼 말이다. 영화 속 주인공인 트루먼은 모든 것에 의구심을 품고 끈임없이 의심하고 진실을 찾기 위해 부딪히고 또 부딪혔다. 자기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어떠한 선택도 마다하지 않는다. 즉, 스스로의 가치관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포기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 넓은 세상에 거의 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람이 살아가며 고난을 겪는 게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부정당할수도 있고, 실패할수도 있다. 그럼에도 당신의 삶은 여전히 당신의 것으로 남아있다. 타인을 제쳐두고 당신만이 선택할 수 있으며 당신만이 결정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그 시간에 스스로를 믿는다면 당신 또한 '트루먼'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good afternoon, good evening and good night' ... 영화를 보지 않아도 이 대사와 장면 정도는 알고 있을것이다. 진짜가 아닐지도 모르는 세상으로 향하며 트루먼은 미소를 남긴채 떠난다. 자신을 고립시키고 조작된 삶을 살게한 PD를 분노하지도 않고, 자신의 삶을 그저 쇼 오락거리 정도로 봐왔던 사람들에게 원망하지도 않는다. 마치 진짜 드라마의 엔딩처럼 웃으며 작별을 고한다. 그의 마지막 대사가 무슨 의미였는지는 아직까진 나도 알 수가 없지만, 자신만이 살아온 자신 스스로의 삶은 진짜인 것처럼 작별을 고한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또한 스스로의 인생의 주인공이다. 누군가에 의해 설계된 삶이 아니라면 더 이상 의심할 나위 없다. 진짜 세상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편안한 환경을 벗어나, 불안할지도 모르는 미래로 떠난 트루먼처럼 당신도 스스로 고립된 삶에서 벗어나 주인공처럼 웃으며 대사를 외칠 때가 되었다.
명작을 볼 때에는 시간이라는 요소가 반영된다. 언제, 어느 시기에 보았는지에 따라 그 느낌이 천차만별이다. 어린 시절에는 TV속에서 탈출하겠단 의지를 가진 트루먼의 박진감과 짜릿함에 초점을 맞춰 보았고,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대중매체를 공부하며 미디어가 주는 억압과 편협된 세상에 초점을 맞춰 보았고, 최근에는 트루먼이 살았던 삶과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고 보았다.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해석할 필요 없이 내 감정과 환경에 이끌리는 대로 보았다. 보고싶은 대로 이런 저런 견해를 짜맞춰 가며 봤다는 이야기다. 트루먼은 이야기한다. 'but in my world, you have nothing to fear' , 당신의 세상에서 두려워 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이다. 영화를 보는 당신도 어떻게 해석하든 자유다. 당신의 인생에서 어떻게 하든 그건 당신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The Truman Show> In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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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개봉 기대작.zip
안녕하세요!
목요일 잘 보내고 계신가요?
어제는 3월 다섯째 주 개봉 예정 영화를 다뤘었죠.
오늘은 아직 개봉일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올해 개봉이 예상되는, 그리고 그중 기대가 되는 작품을 모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٩( ᐛ )و
파리, 13구
출처: 네이버 영화
SYNOPSIS
화려함 속에 가려진 외로운 도시, 파리 13구. 낭만을 잃었다 생각한 그곳에서 불현듯 사랑을 만났다.
CINE PICK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과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감독 '자크 오디아르'의 신작이다.
또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감독 셀린 시아마의 각본 참여와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주연을 맡은 노에미 메를랑의 출연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비상선언
출처: 네이버 영화
SYNOPSIS
사상 초유의 재난상황에 직면해 무조건적인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를 두고 벌어지는 리얼리티 항공 재난 영화
CINE PICK
'캐스팅만으로도 천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화려한 배우진이 한자리에 모였다.
제74회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 초청작으로 '비상선언'이 선정되면서 해외에서 먼저 공개가 됐는데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외계+인
출처: 네이버 영화
SYNOPSIS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외계인이 출몰하는 2021년 현재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CINE PICK
<전우치> <도둑들> <암살> 등 여러 영화의 흥행을 성공시킨 최동훈 감독의 신작이다.
한국 영화에서 흔하지 않은 '외계인'을 주제로 삼은 영화이다.
배우 김우빈의 영화 복귀작이자, <리틀 포레스트>의 배우 김태리, 류준열이 다시 만나는 작품이라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드림
출처: 네이버 영화
SYNOPSIS
선수생활 최대 위기에 놓인 축구선수 ‘홍대’와 생전 처음 공을 잡아본 특별(?)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홈리스 월드컵 도전을 그린 유쾌한 드라마
CINE PICK
탄탄한 팬층을 보유한 드라마 <멜로가 체질>, 1600만 관객 영화 <극한직업>의 감독인 이병헌 감독의 신작이다.
코미디 영화로는 워낙 유명한 감독이기에 이번 <드림>에서 어떠한 재미를 관객에게 선사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오노다, 정글에서 보낸 10 000일
출처: 네이버 영화
CINE PICK
<오노다, 정글에서 보낸 10 000일>은 제2차 세계대전의 마지막 군인 중 한 명인
오노다에 대한 실화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165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흡입력이 강한 영화라는 평이 많아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바타 2
출처: Rotten Tomatoes
CINE PICK
2009년, 엄청난 흥행을 일으킨 <아바타>. 6번이나 개봉이 연기되며, 뜻하지 않게 팬들의 기다림이 길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신선한 주제를 관객들에게 선사할지 궁금하다.
또 한번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2
출처: Rotten Tomatoes
CINE PICK
개봉 당시 센세이션을 불러왔던 소니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본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말을 깰 수 있는 속편이 되기를 기대한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출처: 네이버 영화
SYNOPSIS
내일 모레면 서른이 되는 줄리는 옷을 갈아입듯이 직업과 애인을 바꾼다. 연애의 고충에 대해 쓴 글이 인터넷에서 화제를 얻자 작가에 도전해 볼까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줄리는 점점 초조해지고 임박한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한다.
CINE PICK
배우 르나트 라인제브의 첫 주연작이자,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오슬로 트릴로지'의 마지막 작품이다.
지금까지 총 84번 노미네이트가 되며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현재 로튼 토마토의 신선도는 94%로 매우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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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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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빌 워 : 분열의 시대 | 늦은 개봉일이 야속할 경고문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극심한 사회적 갈등이 지속된 끝에 역사상 두 번째로 내전 상태에 돌입한 미국. 연방에서 독립한 주들의 시민군과 연방군이 치열한 전투를 지속하는 가운데, 기자 ‘리(커스틴 던스트)’와 ‘조엘(와그너 모라)’, ‘새미(스티븐 핸더슨)’, 그리고 ‘제시(케일리 스페이니)’는 연방 정부의 수도 워싱턴 D.C.로 향한다. 내전 발발 후 일방적인 기자회견 외에는 속내를 밝힌 적 없는 '대통령'(닉 오퍼먼)을 인터뷰하기 위해서.
현실에 역사와 상상을 더한 경고문
2021년 1월 6일,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의회 인증일. 폭도들이 미국 국회의사당을 무력 점거했다. 대선 패배 후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며 선거 결과를 바꾸려고. 폭동은 이내 진압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미국 의회가 1983년 미 의회의 상원 회의장에 폭탄 테러가 자행된 이후 40여 년만에, 그것도 자국민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는 오명을 남겼다.
무엇보다도 이는 민주주의 선도자로 자처하고, 다양성과 포용성의 국가라고 내세우던 미국의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건이라서 특히 충격적이었다. 부정선거 음모론과 대통령 선거 불복 선언, 그리고 QAnon발 딥 스테이트 음모론과 같은 낭설에 의해 파괴된 미국 민주주의 시스템을 목격했으니까. 극심한 양극화로 인해 미국 사회가 상상도 못 했던 디스토피아에 가까워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빌 워: 분열의 시대>(이하 <시빌 워>)는 이처럼 극심해지는 사회적 양극화에 역사적 맥락과 약간의 상상력을 덧붙였다. 종군기자의 시점에서 일부러 거리를 둔 채 미국의 두 번째 내전을 관찰하며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발생가능한 미래를 경고한다. 하지만 <시빌 워>의 야심과 의도는 기대에 비해 날카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영화보다 영화적인 현실이 <시빌 워>의 역할과 메시지를 이미 대신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전쟁
시작은 야심에 걸맞는다. TV에서는 미국 대통령이 비상계엄이라도 선포하는 듯이 결연하게 승전 발표를 진행한다. 중계를 지켜보는 리의 방 밖, 도시 한복판에서는 폭발음이 들리며 내전에 휩싸인 미국의 현실이 보인다. 뒤이어 내전에 휩싸인 미국이라는 상상력에 부합하는 이미지도 연달아 펼쳐진다. 뉴욕에서는 난민들이 구호물자에 의존하고, 구호물품을 배부할 때 또 한 번 폭탄 테러가 발생하는 식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그 이후로 <시빌 워>는 중반부까지 내전 상황임을 알 수 있는 묘사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특히 정보가 부족하다. 내전의 구체적인 원인과 양상은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듣고 알아서 짜 맞춰야 한다. 일례로 새미가 대통령 인터뷰를 위해 준비한 질문을 본 뒤 권위주의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연방정부가 미국 연방수사국을 해체하고, 반정부 시위대를 공습하는 등 폭정을 저질렀음을 유추해야 한다.
이민자와 인종 문제가 내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암시도 마찬가지다. 워싱턴 D.C. 인근에서 제시는 흑인들을 집단 살해 중이던 군인에게 붙잡힌다. 이때 군인들은 그녀의 동행 중 홍콩 출신 기자만 골라 살해하고, 다른 이들은 반항하지 않는 한 위협만 한다. "포틀랜드의 마오주의자"라는 대사와 연결시키면 비로소 인종 차별과 이민자 문제, 미중 대립 등이 내전을 격화시켰음을 추측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주인공 일행의 여정을 따라가면 캘리포니아 주와 텍사스 주를 주축으로 한 '서부군', 동남부 지역 19주가 뭉친 '플로리다 동맹'이 분리 독립해 연방군과 내전 중이라는 현황도 제한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다. 즉, <시빌 워>는 전쟁 영화처럼 보이지만 정작 마지막까지 전쟁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애쓴다. 자연히 초중반부까지는 내용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몰입을 방해하는 여정
흥미롭게도 <시빌 워>는 전쟁이 아닌 로드 트립에 나서면서 본색을 드러낸다. 종군 기자인 네 주인공은 백악관으로 향한다. 내전 발발 이후 대통령과의 첫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 하지만 서부군이 먼저 워싱턴 D.C.와 백악관에 당도한 나머지 그들은 계획한 인터뷰를 진행하지 못한다. 이는 여정의 목적을 맥거핀으로 이용하고, 그 대신 여정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로드 무비 작법에 정확히 들어맞는 전개다.
리, 새미, 조엘, 제시의 여정은 그 자체로 두 가지 메시지를 전달한다. 우선 내전의 참혹함을 강조한다. 언제 어디서나 시체가 등장하고, 민병대와 군인이 전투를 펼치며, 무고한 시민 사이에서 폭탄이 터지는 불안정한 상황이 끊이지 않는다.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미국 달러 대신 캐나다 달러로만 물건을 살 수 있고, 그저 고향이 홍콩이거나 피부색이 검은색이라는 이유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와 동시에 내전으로부터 거리를 두도록 유도한다. 제시는 베테랑 사진 기자이자 롤모델인 리로부터 전쟁 지역에서 취재하는 법을 배운다. 총격적인 중인 군인들과 동행하면서 가장 생생하고 정확한 현장의 순간을 포착하려 한다. 그런데 묘한 연출 때문에 이 과정은 내전이라는 맥락과 동떨어져 있는 듯하다. 치열한 총격전에 우스꽝스러운 힙합 음악을 더해서 전투 중인 양 진영 어느 쪽에도 동조하지 않도록 만든다.
그렇다고 해서 아담 맥케이 감독의 <돈 룩 업> 같은 블랙 코미디를 의도하지도 않는다. 마지막까지 주요 장면 대부분은 퓰리처상을 수상해야 할 것 같은 흑백 보도사진 구도로 구성된다. 진중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관객을 철저히 관찰자 시점에 머물게 한다. 강렬한 음향 효과 덕분에 살 떨리는 현장감이 강조되고, 갈수록 전쟁 분위기가 짙어지는 후반부에서야 주인공들에게 몰입할 여지가 생겨난다.
영화라는 사진전
그러다 보니 <시빌 워>를 보다 보면 질문 하나가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왜 하필 사진 기자 시점에서 내전을 다룰까?'라는 의문이다. 애초에 내전이라는 스펙터클 속에 관객을 빠트리고자 했다면, 극 중 등장한 인물 중 더 적합해 보이는 이들이 많다. 대통령이나 각 진영에 속한 군인들만 내세워도 내전을 충분히 극적으로 묘사할 수 있다. 전투 현장을 구체적으로 묘사할수록 내전의 참혹함도 더 직관적으로 전해질 수 있다.
하지만 사진 기자의 본질을 따져 본다면 <시빌 워>의 독특한 구성과 형식, 연출과 편집은 비로소 하나의 의도를 보여준다. 사진 기자는 언제나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 세상을 본다. 어떤 순간은 사진으로 남기고 어떤 순간은 흘려보낼지 필터링을 하는 게 그들의 업이다. 사건과 현장에 일부러 몰입도, 공감도 하지 않는다. 그 대신 누구보다 냉정하게 가치를 평가하고, 사진만으로 사건의 의미를 극대화하는 게 그들의 일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시빌 워>는 일종의 사진전 같다. 내전에 관해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만 보더라도 최소한의 설명만 붙는 보도 사진과 유사하다. 즉, 관객들이 미국의 두 번째 내전을 일종의 스펙터클로 즐기는 것은 애초에 목적이 아니다. 꼭 미국의 상황이 아니더라도, 내전으로 표출될 정도로 양극화된 사회적 갈등을 한 발짝 떨어져서 관찰하면서 그 위험성을 곱씹게 만드는 게 본 의도인 셈이다.
이는 후반부 링컨 기념관 공방전, 워싱턴 D.C. 시가전, 백악관 공성전, 백악관 내부 전투를 <시카리오>나 <제로 다크 서티>처럼 영웅적 묘사 없이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내전이라는 혼란상을 장르 영화로서 영위하는 대신 가까운 미래에 대한 경고로 활용한다. 언제 내전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을 사회적 갈등의 개인적, 공동체적 책임과 의무를 한 번쯤은 성찰하게 만드는 현실의 거울이나 다름없다.
사진전에 깃든 기자의 삶
제시와 리의 관계성은 사진전이라는 의도를 한 번 더 강조한다. 제시는 이제 막 현장에 발을 내디딘 사진기자다. 그녀는 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열정 하나를 앞세워 워싱턴 D.C.행 여정에 동행한다. 하지만 그녀가 마주한 현실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주유소 장면이 대표적이다. 주유소 주인은 피범벅이 된 남성 둘을 매달아 놓고 그들을 죽일지 말지 제시에게 묻는다. 예상 못한 상황에 제시는 그대로 주유소 주인 앞에서 얼어붙는다.
베테랑 사진기자 리는 다르다. 주유소 주인을 두 남자 사이에 세운 후 차분히 사진을 찍는다. 스스로를 자책하는 제시에게 냉정히 종군기자의 덕목을 일러준다. 기자는 기록하는 사람이라고. 총알이 빗발치고 폭발이 난무한 전장이더라도 관찰자로서의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못하겠으면 지금이라도 그만두라고. 이 충고에는 뼈가 있다. 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 자체가 실수라는 말은 리의 실수 혹은 회한을 암시한다.
열정만 넘치는 제시와 냉정한 베테랑 리의 관계는 마지막 순간 다시 부각된다. 백악관 내부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무리해서 사진 찍을 자세를 취한 제시. 그 순간 리는 몸을 던져 제시 대신 총알을 맞고, 제시는 쓰러지는 리를 연신 카메라에 담는다. 그녀의 희생 덕분에 제시는 대통령이 사살되는 역사적인 순간을 포착한 사진기자가 된다.
이는 리의 조언에 담긴 회한을 유추할 수 있는 힌트다. 리 역시 한 순간의 실수로 인해 선배를 잃었고, 그 순간을 후회하지만, 직업적 사명감 때문에 계속 사진을 찍지 않았을까. 그래서 본인을 닮은 제시를 만류하면서도 도와주고, 끝내 그녀를 위해 희생한 게 아닐까. 지친 자신을 대신해 제시에게 사명을 넘긴 것처럼도 보인다. 기자로서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 않지만, <시빌 워>라는 사진전에 사용될 사진을 누군가는 찍어야 하니까.
영화보다 발 빠른 현실
안타깝게도 <시빌 워>는 영화 외적인 이슈로 인한 평가절하를 피할 수 없다. 우선 흥행을 고려한 선택이겠지만, 로드 무비를 블록버스터 전쟁 영화로 포장한 포스터와 예고편이 아쉽다. 겉포장을 보고 커진 기대를 영화 본편이 충족하지 못하면 실망감은 배가되니까. 예고편과는 전혀 다른 전개와 결말 때문에 혹평을 피하지 못했던 <조커: 폴리 아 되>처럼. <시빌 워>가 그 다음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더라도 놀랍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4월 개봉한 미국과 달리 12월을 선택한 국내 개봉일이 특히 불운하다. <시빌 워>는 정치적, 사회적 양극화의 폐해와 그로 인한 부정적인 미래를 묘사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현직 대통령의 내란이라는 모습으로 최악의 미래가 이미 현실에 당도해 버렸다. 경고문이 너무 늦게 도착한 셈이다. 그 결과 1달 전이었으면 폐부를 찔렀을 메시지의 위력은, 진중하게 쌓아 올린 완성도가 무색하게도, 현실의 벽 앞에서 반감되고 만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포장지와 타이밍이 야속할 냉철한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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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을 들여다 보는 미술 감독 '류성희'
영화라는 것은 어차피 허구지만, 공간이나, 어떤 한 장면의 이미지가 영화의 어떤 분위기나 이미지 그자체로 인식 될 때도 많다. 장화홍련의 꽃무늬 벽지라든가. 올드보이의 방, 헤어질 결심의 파도 벽지 같은 것들. 때로는 아름다움과 영감을 주는 영상으로 가득 찬 영화를 보고 나면, 스토리나 연출이 다소 아쉬운 영화라 하더라도, 눈이 호강했으니까 좋은 시간이었다. 하고 생각 할 때도 있다.
8월 18일 넷플릭스에서 릴리즈 되는 <마스크걸>은 화려한 출연진과 감독 만큼이나 명품제작진의 참여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 특히 내가 가장 기대 하는 것은 영화 <아가씨>로 한국인 최초 칸영화제 벌칸상을 수상한 류성희 감독이 이 시리즈의 미술감독으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벌칸상은 영화 기술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여준 사람에게 주는 상으로, 주로 촬영부문에서 수상하고, 류성희 감독이 수상하기 전 미술 감독이 단독으로 상을 받은 적은 없었다. 류성희 감독이 이 상을 수상함으로써 지금까지 감독이나,배우,촬영에 상대적으로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미술감독” 이라는 세계를 주목 받게 해주었다.
그에게 벌칸상을 안겨준 영화 <아가씨> 뿐 아니라 <작은 아씨들> <헤어질 결심> <암살> <괴물> <박쥐> <달콤한 인생> <올드보이> 등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화제를 모은 대부분의 영화가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스토리면에서 <마스크걸>은 류감독의 전작과 비슷한 장르의 느낌이지만, 사실 웹툰의 이미지들은 등장인물위주의 드로잉으로 색이 거의 간결하고 심플한 그림체를 띄고 있어서, 영상 콘텐츠에서 어떤 분위기로 만들어졌을지 궁금증을 자아냈는데, 공개된 티저에서 강렬한 색채의 모미의 침실과 화려한 조명의 바 욕실의 그린빛 조명, 그리고 무엇보다 회색으로 가득 찰 것 같은 교도소에서 기도 하는 장면을 성스러운 분위기의 세트로 만든 것을 보고 아, 하는 탄성과 함께 기대감이 올라 오는 느낌이었다. 교도소는 라일락,보라,그린의 색 조합을 통해 판타지적인 느낌이 들게 했다고 한다.
감독이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한 장소는 김모미가 처음 살인자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텔이었다고 한다. "가짜의 로맨틱 러브모텔, 벽지의 야자수가 판타지적이지만 어딘지 도달할 수 없는 노을 지는 시간부터 밤의 시간까지 표현되고, 아름답지만 슬픈 감정도 만들어 내는 곳"이라고.
살인이라는 자극적인 이미지 너머 ‘아름답지만 슬픈 감정’ 을 생각 하고 공간을 디자인 하는 그 지점이 지금 까지 류성희 감독이 참여한 작품들이 자극적인 소재를 넘어선 깊은 감정에 다다를 수 있게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영화, 영상이라는 장르에서 스토리텔링은 웹툰과 다르게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서만 전달 되는 것이 아니고,촬영, 조명, 음향 그리고 2차원의 공간이 3차원으로 구현되는 미술이 많은 부분을 차지 한다. 그림과 텍스트로 이미 만들어진, 알고 있는 스토리텔링을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도록 어떻게 기획하고 연출을 했을까. 기대감으로 이번 주말은 <마스크걸> 정주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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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트릭스4」 예고편에 1초 등장한 이상한 영화 발견..?? | 매트릭스4 리저렉션 예고편 리뷰 프리뷰 | 바운드 결말포함 영화리뷰 | 워쇼스키 감독 입봉작
?《매트릭스4》(2021) 영화 예고편에 1초 등장한
워쇼스키 감독의 입봉작 《바운드》(1996) 결말포함 영화리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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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트립 투 그리스> '트립' 시리즈 완전 정복 가이드 영상
잉글랜드, 이탈리아, 스페인에 이어 이번엔 그리스다!
오디세우스의 모험을 따라가는 그리스 대리만족 미식 여행기영국 유명 배우 스티브와 롭은 ‘옵저버’ 매거진의 제안으로
6일 동안의 그리스 여행을 떠난다.
터키 아소스를 시작으로 그리스 아테네, 이타카까지 [오디세이] 속
오디세우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낭만적인 여행을 통해
인생과 예술, 사랑에 대한 유쾌한 대화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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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용과 주근깨 공주> 30초 예고편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스즈'는 사고로 엄마를 잃은 후 더이상 노래할 수 없게 된다.
평범한 나날이 계속되던 중, 우연히 가상세계 U에 접속하게 된 '스즈'
그는 그곳에서 신비로운 가수 '벨'로 다시 태어나 순식간에 세계적인 스타가 된다.
그런데 '벨'의 대규모 콘서트가 열리는 어느 날, '용'이라 불리는 의문의 존재가 나타난다.
큰 상처를 안고 있는 듯한 '용'에게 신경쓰이는 '벨' 그리고 현실의 '스즈'
과연 '스즈'의 목소리는 그에게 까지 닿을 수 있을까?
두 세계가 하나로 이어질 때, 기적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