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4-06-24 19:22:53
모든 걸 바꿔 놓는 사랑의 맛
영화 <1초 앞, 1초 뒤> 리뷰
SYNOPSIS.
늘 남들보다 한발 앞서는 바람에 입시도, 일상생활도, 연애도 쉽지 않은 우체국 청년 ‘하지메’. 남들보다 늘 한발 느린 템포로 사진을 찍으며 느리지만 조용한 삶을 살고 있는 ‘레이카’. 어느 날, 미모의 뮤지션 ‘사쿠라코’를 만난 ‘하지메’는 가까스로 데이트 신청에 성공하지만, 눈을 떠 보니 약속날은 지나가버리고 얼굴까지 새빨갛게 타버린다. 파출소에까지 찾아가 잃어버린 하루를 되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하지메는 우체국에서 매일 우표를 사가던 ‘레이카’가 사라진 하루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데..! 천년 도시 교토에서 살아가는 1초 빠른 남자와 1초 느린 여자. 분실된 하루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POINT.
✔️ 대만 로맨스 영화 <마이 미씽 발렌타인>의 리메이크작. 이 사실을 모르고 보면 리메이크 사실을 눈치채기 어려울 만큼, 일본 교토라는 도시에 들어맞게 로컬라이즈가 잘 되었어요
✔️ <드라이브 마이 카>에 출연한 오카다 마사키, 허광한과 함께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에 출연한 키요하라 카야, <괴물>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히이라기 히나타의 출연작. 셋 다 각자의 역할에 위화감 없이 스며드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 설정이 매우 독특한 로맨스 영화라서, 대체 뭘까 궁금해 하면서 따라가는 맛이 있어요

걸음이 빠른 사람이 사는 도시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은 이름조차 한 일(一) 한 획으로 긋고, 시작이라는 뜻의 '하지메'라고 읽는다. (기본적으로 일본어에서 한자를 읽는 법은 정해져 있고, 그 방식대로라면 한 일(一) 자를 하지메라고 읽지는 않지만, 이름으로 사용될 때는 아무렇게나 읽는다. 얼마나 아무렇게나 읽냐면, 소리 음(音) 자를 쓰고 '멜로디'라고 읽어도 그런가 보다 할 정도.) 그는 언제나 남들보다 한 템포씩 빠르다. 빠르면서 야무졌다면 모르겠는데, 빠른 만큼 엄벙덤벙하다. 앞을 보고 빠르게 걸으면서 사는 사람이고, 잃는 것은 우울한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머니는 그에게 늘 "진정하고 사람 말을 끝까지 들으라"고 하지만 하지메는 그 말조차 끝까지 듣지 않는다.
그런데 그는 기이하리만큼 "진정한 교토"에 집착한다. 우리로 치면 사대문 안쪽만이 진정한 서울이라고 말하듯이, 진짜 교토와 교토가 아닌 곳을 딱 잘라 선 그어 나누는 사람이다. 심지어 교토는 한국으로 치면 경주처럼 천년 고도로 꼽히는 도시이기에 이 지점이 더욱 눈에 띈다. 진정하라는 말을 들어야 할 만큼 앞만 보는 사람이지만, 일직선(一)을 그린다는 건 결국 앞과 뒤가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하니까. 아무리 걸음이 빨라도 사람의 걸음은 늘 이전 걸음과 연결되어 있다. 1초 앞의 시간 또한 1초 전의 시간과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 라디오에 대고 조곤조곤 자기 마음을 이야기하거나 교토에 관한 노래에 매력을 느끼는 하지메 또한 그런 존재다.

다른 방향에서 보면, 언제나 다른 이야기
하지메가 앞만 보는 동안, 이 영화는 다른 각도에서 시간을 독특하게 뒤틀어서 주인공들을 만나게 한다. 하지메와 달리 이름의 획수만 해도 만만찮은 여자 주인공 '레이카'는 하지메의 반대처럼 보이는 존재다. 늘 한 템포 느리고,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데 그것도 고요한 정물일 때에만 찍을 수 있는 사람.
영화가 흘러가고 하지메와 레이카의 이야기가 풀어지는 방향성은 관객으로서 예측하기 어렵다. (왜 인물들은 저 설명을 납득하는 것일까? 어떻게?) 개연성보다는 톡톡한 창의성에 방점을 둔 설정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영화는 관객이 잠시 시간을 멈추고 생각하게 만든다. 시간과 방향을 비틀어 보면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을 가질 수 있음을. 걸음이 느린 사람에게도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우리는 훨씬 더 많은 걸 이해할 수 있을 것임을.

그렇게 곰곰 곱씹다 보면 깨닫게 된다. 가끔은 멈춰 버린 시간이 오히려 흐르는 시간의 힘을 갖는다는 걸. 그리고 그 힘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매개체는 사진과 편지라는 걸. 영화 <러브레터>나 <연애사진>에서도 그렇게 쓰였지만, 사진과 편지는 역시나 시간을 담아놓는 아이템이다. 매개체라는 건 뭔가를 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같은 소재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얼마든지 풀어낼 수 있는, 그런 소재가 된다.
이 영화 또한 기존에 우리가 알던 사진과 편지 그 이상으로 색다른 이야기를 풀어낸다. 특히 원작 영화에서 성별을 반전시킨 지점이 매우 주효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멈춰버린 시간을 풀어내는 방식에서 우리로서는 좀 불편하다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성별이 반전된 데다가 오카다 마사키와 키요하라 카야의 톤 조절을 통해, 다소 기괴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들이 그럭저럭 중화되었다.

모든 맛을 순식간에 바꿔 놓는 것
하지메는 어머니와 소면을 먹으며, 아버지와의 추억이 서린 생강 이야기를 한다. 이들은 생강을 넣으면 모든 맛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다고 말하며, "넣지 않는 편이 좋다"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이들은 사실 모든 걸 바꾸는 선택을 꽤나 잘 받아들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사랑 하나가 쏙 들어와 전혀 달라져 버린 삶을 받아들인다. 걸음의 속도가 다른 사람을 기다리며, 오지 않을지도 모를 미래를 기다리며, 소소한 하루하루를 채워 나간다. 열심히 일하고, 여름 밤에 앉아 수박을 먹고, 나란히 앉아 소면을 나누면서 찬찬히 일상을 보낸다.
도시의 시간은 결코 걸음이 빠른 사람들의 시간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경주나 교토처럼 오랜 고도들은 언제나 걸음이 빠른 사람들의 시간 뒤에, 그렇게 찬찬히 일상을 영위한 시간들로 채워졌을 것이다. 먹고, 일하고, 사랑하면서. 누군가에게는 이 영화 또한 인생의 맛을 바꿔 놓는 사랑의 추억일 것이다. 나와 다른 방향에서 이 영화를 볼 누군가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걸음의 속도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더 자주 듣고 싶어진다. 로맨스라는 장르에 이 마음을 웅숭깊게 담아낸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초청받아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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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이더맨 신작을 보고 싶은데 아는 지식이 1도 없을 때
이번 주 수요일, 그러니까 12월 15일은 우리가 그토록 기다리던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의 개봉날이다! 개봉 전부터 다른 두 스파이더맨 앤드류 가필드, 토비 맥과이어의 등장 여부와 빌런 '닥터 옥토퍼스' '그린 고블린' '샌드맨'등 다른 시리즈의 주연들이 출연한다는 루머가 들려왔다. 또한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로키>와 <완다비전>의 연계까지 이런저런 특징으로 인해 다른 작품 -<이터널스> / <블랙 위도우> / <샹치 : 텐 링즈의 전설> -보다 더 MCU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즉슨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알아야 할 정보가 있다는 뜻도 되겠지? 근데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 작품을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정보도 있으니, 여러분이 수요일 개봉 이전에 가볍게 읽고 나서면 좋을 것 같아 이 글을 쓴다. 오늘도 허접한 나의 글솜씨를 읽어주는 분들께 감사함을 전한다.
1. 현재까지 나왔던 스파이더맨 시리즈들
스파이더맨 1(2002) / 스파이더맨 2(2004) / 스파이더맨 3(2007)
감독 : 샘 레이미
주연 : 토비 맥과이어(스파이더맨/피터 파커 역), 커스틴 던스트, 알프레드 몰리나, 윌렘 더포, 토머스 헤이든 처치, J,K 시몬스 등
우리가 흔히 아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이다. 감독은 영화 장인 샘 레이미가 맡았다. 1985년 마블이 소니에게 스파이더맨 영화 실사화 판권을 판매한 것이 계기가 되어 두 회사가 합작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당시 1조 원이 넘는 초대박의 흥행 기록을 달성했기 때문에 히어로 영화의 금자탑을 쌓아 올리는데 혁혁한 공이 있는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스파이더맨 역은 토비 맥과이어가, 히로인 MJ 역은 커스틴 던스트가 맡았다. 이 당시 출연했던 악당은 후술 할 '닥터 옥토비우스(알프레드 몰리나'와 '그린 고블린(윌렘 더포)'가 있는데, 전자는 연구에 충실하다 자연스레 흑화한 캐릭터를 그렸다면 후자는 이중인격에서 오는 괴리를 묘사했다. 이 둘의 악당 묘사가 후의 마블 팬들에게 극찬을 받았다. 또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봤다면 기억이 날 'J. 조나 제임슨(이하 JJJ)' 캐릭터도 있는데 이는 이 트릴로지의 피터 파커가 언론인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다른 악당은 3편에 등장한 샌드맨이 있다. 탈옥자 신분에서 수사망을 피해 도망치다 실험실에 들어가게 되고 이는 샌드맨으로의 흑화 계기가 된다. 후에 피터 파커와 굉장히 중요한 인연이었다는 게 알려지며 '베놈'과 함께 <스파이더맨 3>의 주요 악당이 된다. 이외에 이후에 해리 오스먼이 연기한 '뉴 고블린'과 '샌드맨', 베놈이 되는 '에디 브룩'도 출연했지만 우리는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을 보기 위해 이 글을 읽는 것이니 인물 소개에 있어서는 예고편에 나온 사람들만 소개하면 되겠지? 인물 외적인 부분에서는 전설적인 거꾸로 키스신이나 '스파이더맨 3'에서의 춤추는 장면, 또 '스파이더맨 2'에서의 지하철 사고를 막는 장면이 상징적이다. 현재 왓챠/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처럼 멋지고 잘생긴 히어로가 아닌 상 찌질이 영웅을 그렸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이 시리즈의 '닥터 옥토비우스/그린 고블린/ 샌드맨'은 출연이 확정되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012)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014)
감독 : 마크 웹
출연 : 앤드류 가필드(스파이더맨/피터 파커 역), 제이미 폭스, 리스 이판, 엠마 스톤
2012년 리부트 된 스파이더맨 시리즈이다. 감독은 <500일의 썸머>의 마크 웹. 역시나 마블과 소니가 협업해 만들어진 시리즈이다. 호쾌한 액션과 시각디자인 비주얼로 좋은 피드백을 들었던 영화다. 또한 입담꾼인 피터 파커를 그렸다는 점에서 역시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야기 만듦새가 주요 단점으로 지적받았다고 한다. 또한 흔히 스파이더맨 하면 토비 맥과이어가 보여주는 짠내 나는 이미지가 있는데, 이 당시의 앤드류 가필드는 미소년 타입에 친구 많게 생긴 인싸니 괴리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몇 있었다고 한다. 나 개인적으로는 또 삼촌 밴 파커 캐릭터가 기억에 남는다. (이게 나중에 찾아보니까 원조 스파이더맨 시리즈에도 나왔다는 한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핵심 키워드를 전해주는 연출이 기억에 남아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또 이걸 디테일하게 적으면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다 말해줄 순 없지만 그웬 스테이시 역을 맡은 엠마 스톤의 '그 한 장면'을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빌런으로는 일렉트로와 리저드가 있다. 전자의 본명은 '막스웰 딜런'인데, 그는 소심한 아웃사이더였으나 특별한 계기를 통해 일렉트로가 된다. 스파이더맨이 전했던 따뜻한 말 한마디에 그의 친구가 된 줄 알았지만 결국 무관심했단 걸 깨닫고 나서 악당이 되는 인물이다. 다른 빌런 리저드는 피터의 아버지 리처드 파커의 친구였다. 그와 같은 장애인들을 돕기 위해 연구에 몰두하던 과학자였으나 혈청 실험을 계기로 악당이 되어버린 인물이다. 이 두 악당은 이 작품 <노 웨이 홈>에 출연이 확정됐다. 역시 왓챠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아, 이 시리즈의 3편은 제작 취소된 듯.
MCU 스파이더맨 시리즈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2016) / <스파이더맨 : 홈커밍>(2017) /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2018) / <어벤져스 : 엔드게임 >(2019) /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2019) /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2021)
감독 : 루소 형제(<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어벤져스 : 엔드게임>)
존 왓츠(<스파이더맨 : 홈커밍>,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출연 : 톰 홀랜드(스파이더맨 / 피터 파커 역),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젠데이아, 배네딕트 컴버배치, 제이콥 배들런, 존 패브로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이다. 소니와 마블의 판권 분쟁에서 다시 마블이 어느 정도 판권을 가졌다는 뜻에서 솔로 무비 1편의 제목을 <홈커밍>이라고 지었다고 전해진다. 근데 그렇다고 해서 첫 등장이 <스파이더맨 : 홈커밍>은 아니었는데, 이 캐릭터의 첫 출연은 캡틴 아메리카의 솔로 무비 <시빌 워>였다. 두 편으로 나뉜 어벤저스 내전을 함께 치르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캡틴 아메리카와 전투를 벌이지만 스티브의 노련한 경험 덕인지 그를 압도하지는 못했다. 이 <시빌 워> 초반부터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와 함께 등장했고, 이후에 제작된 솔로 무비 <홈커밍>에서도 그 둘이 함께 나오기 때문에 '아이언맨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한다'라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뿐만 아니라 <인피니티 워> <엔드게임>에서도 둘은 유사 부자 관계로 인연을 이어간다. 이 뿐일까?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에서도 토니 스타크의 모습이 반복해서 나오니 마블 팬들의 비판도 합리적인 셈이다. 물론 비판만 있지는 않다. 톡톡 튀는 하이틴 무비로서의 정체성이나 다른 히어로들이 등장한다는 점은 내가 생각하기에 이 시리즈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나는 뭔가 나사가 빠진 피터 파커의 성격 역시 장점이라고 생각하는데, 히어로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강한 캐릭터라기보다는 정신적으로 함께 성숙해진다는 것 역시 나름 신선한 접근법이 아닐까 생각했다. 현재 이 MCU 스파이더맨의 제작자 에이미 파스칼에 의해 이 작품 이후의 3부작 제작이 확정되었다.
2. 출연이 확정된 인물들
닥터 옥토비우스(출연 : 스파이더맨 2 / 담당 배우 : 알프레드 몰리나)
<스파이더맨 2>에 출연했다. 원래 출연했던 작품에서 본인의 핵융합 실험물을 과신하다 만들어진 사고로 악당이 된다. 이 악당이 되는 과정에서 아내 로지도 죽고, 끔찍한 괴물로 변모했으니 삶의 목적이 날아간 셈이다. 외진 골목에서 자살하고 싶었지만 등 뒤에 붙은 기계 덕에 그마저도 실패하고 움직이는 살인 병기가 된다. 목 뒤에 붙은 칩이 악당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주는 도구인데, 이 칩은 그의 머리에서 사고방식을 좌지우지함과 동시에 초인적인 힘을 갖게 해 준다. 전투를 할 때 뒤의 촉수 비슷한 것을 이용해 싸운다. <노 웨이 홈>의 예고편에서 알 수 있듯 원래는 스파이더맨과 싸우다 '괴물로 죽지 않겠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지만 이 작품에서 출연이 확정됐다. 아마 종반부의 결정 이전에 차원 문이 열려 MCU의 세계관에 합류하게 된 듯.
그린 고블린(출연 : 스파이더맨 1 / 담당 배우 : 윌럼 더포)
<스파이더맨 1>에 출연했다. 원래 출연했던 작품에선 임상실험에서의 부작용으로 인해 그린 고블린으로 흑화 하는 캐릭터다. 위의 닥터 옥토퍼스가 후에 갱생하는 부분이 있는 반면 처음부터 끝까지 스파이더맨의 목숨을 노리려고 한다. 피터의 사실상의 아버지 역할을 했지만 그마저도 주인공을 공격하기 위한 도구였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피도 눈물도 없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병약한 비주얼 탓에 근력이 약해 보이지만 그런 것 없다. 맨몸액션에도 강하다. 또 호박 폭탄이나 글라이더를 타고 다녀 현대 과학에도 능통한 악당이 된 셈이다. 닥터 옥토비우스와 마찬가지로 최후를 맞기 전에 차원문이 열려 MCU에 합류한 듯.
샌드맨(출연 : 스파이더맨 3/ 담당 배우 : 토머스 헤이든 처치)
<스파이더맨 3>에 출연했다. 원래 출연했던 작품엔 탈옥수의 처지에서 도망가다 실험실에 들어가 뭐가 잘못되는 바람에 샌드맨이 되는 것으로 묘사된다. 다른 두 빌런과는 다르게 유일하게 살아남은 악당인데, 이후에 그가 어떻게 됐는지는 묘사되지 않는다. 캐릭터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 모래로 변하고 커지고 작아지고 하는 것이 주 신체적인 특징이다. 근데 그렇다고 해서 사람의 특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죽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뭐 그러는 듯. 사진에서 왼쪽이다.
리저드(출연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1 / 담당 배우 : 리스 이 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1>에 출연했다. 원래 출연했던 작품에선 팔 한쪽이 불편한 캐릭터로 나온다. 원래 자기와 비슷한 처지의, 그러니까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더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연구에 투신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앞선의 압박 때문에 연구하던 혈청을 자기 몸에 투여하게 되고, 팔이 다시 생김과 동시에 괴물처럼 변했다. 일렉트로가 전기를 활용하고 그린 고블린이 폭탄을 터트리는 것과 별개로 이 악당은 오로지 맨몸액션을 벌이는데, 그 힘이 어마 장장하게 강해 스파이더맨이 고전하기도 한다. 일렉트로와 다르게 이 작품의 종반부에 감옥에 갇히게 된다. 사진에서 오른쪽이다.
일렉트로(출연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 담당 배우 : 제이미 폭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 출연했다. 원래 출연했던 작품에선 존재감 0의 아웃사이더 캐릭터로 나온다.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그런 조용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야근을 하다 전기뱀장어에가 가득 찬 수조에 빠지게 되고 악당으로 변신한다. 사람들의 시선에 일희일비하는 소심이 캐릭터지만 기적적으로 부활하며 스파이더맨을 고전시키는 악당이었다. 전기라는 소재를 활용해 발전소만 가면 강해진다던가 파란 신체를 가지고 있다던가 하는 점이 이 인물을 가로지르는 특장점이 될 것이다. 역시 영화 후반부에 사망하는 캐릭터지만 MCU에 합류했다. <노 웨이 홈>에서는 아이언맨의 아크 리액터를 가지고 있는 장면이 나왔는데, 전기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이 인물의 힘을 업그레이드시킨 매개체가 된 듯.
닥터 스트레인지(출연 : 닥터 스트레인지 시리즈 / 담당 배우 : 베네딕트 컴버배치)
어벤저스 시리즈를 다 봤다면 모를 수가 없는 인물이다. 캐릭터 별개의 솔로 무비도 있고 내년 2월에 차기작이 있으니 아마 <노 웨이 홈>을 아는 팬들이라면 이 작품 역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세계관 내에서 굉장히 강력한 마법사로 통한다. 멀티버스라는 것에 대한 이해도도 충분하고 타노스와의 일전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점에서 무력만큼이나 지적 능력도 강한 편. 담당 배우 배네딕트 컴버배치가 이 분야 전문가라 그런지 살짝 사회성이 떨어지는 천재 캐릭터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많이 나아진 듯. '생텀'이라는 곳에서 살고 있다. 또 스파이더맨 2편에서 '스티브 스트레인지'라는 이름이 언급됐는데 이 인물에 대한 이스터에그라는 설이 다분하다.
해피 호건(출연 : 아이언맨 시리즈 / 담당 배우 : 존 패브로)
역시 아이언맨 시리즈를 봤다면 모를 수가 없는 인물이다. '아이언맨의 경호원'이라는 역설적인 캐릭터를 아주 잘 소화한 인물이다. 토니의 친구로서, 또 우리에게 웃음을 주는 코미디 캐릭터로서 아주 탁월하게 MCU에서 한 자리를 차지했다. <어벤저스 : 엔드게임> 이후 토니 스타크가 세상을 떠나자 그가 어떤 식으로 이 세계관에 존재할 수 있을지 궁금해할 팬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J. 조나 제임슨(출연 : 스파이더맨 1, 2, 3 / 담당 배우 : J. K 시몬스)
샘 레이미 감독이 연출한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피터 파커는 언론인으로 나온다. 이 JJJ 편집장은 이 데일리 뷰 글의 편집장이라 피터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인물인 셈. 이 스파이더맨 오리지널 트릴로지에서 주인공을 못살게 괴롭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미워할 순 없다. 웃음을 전해주는 역할도 하니 씬 스틸러의 교과서라고도 볼 수 있을 듯. 지금은 별이 되어버린 스탠 리가 이 JJJ 캐릭터에 대해 '내가 연기해도 그것만큼은 못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극찬한 바 있다.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의 쿠키에 잠깐 등장했고, 이 <파 프롬 홈>에서도 출연이 확정되었다.
데어데블(출연 : 마블 드라마 데어데블 시리즈 / 담당 배우 : 찰리 콕스)
시각장애인 히어로. 넷플릭스에 있는 데어데블 시리즈의 주연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 히어로지만 감각이 초극한으로 발달해 사실상 눈을 뜬 것과 별 다를 바 없는 신체능력을 보여준다. 본업이 변호사라는 점에 있어 피터가 미스테리오 살인 사건을 잘 넘어가게 되는 구원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MCU 팬들에게 인기도 많고 캐릭터도 좋은 편. 세계관 합류가 확정되었다.
3. 그 외에 알아야 할 사실들 : 멀티버스
멀티버스라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로키>에서 언급되는데, 이 드라마 후반부에 나오는 '계속 남아있는 자'는 다방면의 시간을 관리하는 사람이었다. 역시 이 시간을 관리한 덕에 멀티버스가 있고 다른 차원의 자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근데 이 능력을 좋은 쪽으로만 쓰지 않았다. 멀티버스의 존재를 알고 있던 이 인물은 다른 차원의 자기 자신과 지식을 공유하며, 이 개념을 통해 내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시간선을 하나로 통합시키고 멀티버스를 관리하는 '계속 남아있는 자'. 이 <로키>의 후반부에서 로키와 실비에게 '나를 죽이면 또 다른 멀티버스 전쟁이 일어난다'라고 말하지만 실비에 의해 죽게 된다. 이 인물이 이렇게 죽음으로서 인해 진짜 멀티버스가 열리게 되고 이후의 MCU에 큰 영향이 간 듯. 이 드라마 안에서 실비가 겪었던 개인적인 고생이 이 인물 탓이었다는 점이나 애 먼 사람들을 평행세계로 끌고 와 혹사시킨 것, 또 앞에서 언급했던 멀티버스 워의 방파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진정한 악의 축으로 평가받는다. 사실상 인피니티 사가 이후의 MCU의 시발점이 된 것이다.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에서의 멀티버스 이슈가 정말 예고편에 나온 대로 피터의 쫑알거림이 원인이 된지는 모르나, 이 <로키>에서의 멀티버스가 열리게 된 이유가 된 것인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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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을 위해 억지로 찍어낸 비극의 -The end-
디 엔드 (The End)
삶을 위해 억지로 찍어낸 비극의 -The end-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SF, 뮤지컬
러닝타임 : 148분
감독 : 조슈아 오펜하이머
출연 : 틸다 스윈튼, 조지 맥케이, 모지스 잉그럼, 마이클 섀넌, 브로나 갤러거
개인적인 평점 : 3 / 5
쿠키 영상 : 없음
<디 엔드>는 <액트 오브 킬링>, <침묵의 시선>으로 국내에서도 긍정적인 평을 받았던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조슈아 오펜하이머의 신작이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SF, 아포칼립스, 뮤지컬 장르가 섞인 영화지만 앞서 그가 보여줬던 깊은 통찰력과 고뇌는 그대로 담겨있는 작품이다.
알 수 없는 재앙이 일어난 듯한 지구. 한 부유한 가족은 소금 광산을 아름답고 편리하게 꾸민 후 그 안에서 삶을 이어간다. 엄마, 아빠, 아들, 그리고 엄마의 친구와 집사, 의사. 이들은 나름의 체계와 각자의 역할을 지키며 균형 잡힌 세상을 만든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소녀가 광산 안으로 흘러들어온다. 바깥세상에서 살다 온 소녀는 가족들이 애써 외면해온 세상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을 건드리기 시작하고 굳건했던 그들의 세상이 조금씩 흔들린다.
<디 엔드>는 살기 위해 망각을 선택한 어른들의 이야기다. 영화는 완벽하게 행복해 보이는 가족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모든 게 바다 밑으로 사라진 세상에서 살아남은 이 가족은 행복하고 완전한 가족의 삶을 노래한다. 시들지 않는 꽃, 아름다운 그림, 번영할 우리 가족.
무너진 바깥세상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듯한 이 광산은 외부인의 침입이 불가능한 요새 구조로 되어있고 먹거리를 구할 생태계도 잘 조성되어 있으며 주요 동력이 될 불은 앞으로 100년은 더 타오를 것이다. 이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은 아들이 만들고 있는 미니어처와 그가 쓰고 있는 (검열된) 아빠의 자서전 내용처럼 완벽하다. 하지만 이상하게 불편하고 묘하게 인위적인 느낌이 있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변화에 관심을 갖는 아들과 그렇지 않은 가족들아들은 바깥세상에 대한 기억이 없다. 세상은 아들이 아주 어릴 때 붕괴됐고 그는 사진과 그림으로만 바깥세상을 경험하며 자란다. 그런 아들에게 외부인, 그것도 비슷한 또래의 이성을 만나는 건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큰 자극이다. 안절부절하던 아들은 소녀에게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시계를 선물한다. 시간 관리에 좋다는 말을 곁들이면서.
아들은 등장인물들 중에서 유일하게 시간과 세상의 변화에 관심을 갖는 인물이다. 시간이 멈춘 듯 평온함만 가득한 광산에서 자라온 아들은 사진으로만 봤던 바깥세상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그곳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삶은 어떤지 궁금해한다.
바깥세상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시간의 흐름과 세상의 변화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살아남은 이들에겐 그저 나의 순간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것, 앞으로 생존하는 것만이 중요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고 내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아들을 제외한 가족들은 모두 바깥세상에서 보낸 시간을 망각하고 최후의 방주 같은 광산 속에서의 생활을 이어간다. 어쩌다 들어오게 된 소녀 또한 아들의 시계 선물과 함께 밖으로 나가자는 제안을 모두 거절하고 광산에서의 삶을 이어가길 소망한다.
후회를 겪어본 사람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의 차이성장이란, 생존이란 이렇게 슬픈 것인가어른들은 시간을 잊고 살아간다. 더 정확히 말하면 지나온 시간 속 사람들과 자신을 잊고 살아간다. 엄마는 함께할 수 있었음에도 끝내 데려오지 않은 엄마와 언니 (아들이 본 사진 속 할머니와 이모), 아빠는 석유 회사를 운영하며 저질렀던 사회적 폭력과 세상을 망하게 만든 어떠한 사건 (신문 기사 속 사건들), 친구는 약쟁이 아들 톰을 버리고 광산으로 들어온 것. 이 세 사람은 지나온 시간에 얽힌 죄책감을 외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거나 애초에 없었던 일처럼 말을 꾸며낸다. 소녀는 처음엔 어른들과 다르게 자신의 가족들을 버리고 왔다는 죄책감과 슬픔을 반복해 드러내지만 살아남기 위해 결국 슬픔을 망각하는 선택을 한다.
아들은 가족들의 거짓말들을 진짜라 믿으며 성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은 톰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던 친구의 말이 거짓임을 알게 되고 이 광산이 누구를 위한 안식처냐며 분노한다. 가족들이 만들어준 안정적이고 후회 없는 삶만을 살아온 아들은 가족들의 ‘어쩔 수 없었다’는 말과 의도적인 망각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런 그에게 가족들을 이해하게 만들만한 사건이 생긴다. 그건 바로 아들이 가장 의지했고, 가장 큰 배신감을 느꼈던 친구의 자살이다. 친구는 아들의 분노를 통해 오랫동안 외면한 톰에 대한 죄책감을 다시 마주한다. 그는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한다. 아들은 친구의 자살에 크게 슬퍼하고, 화를 낸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후회와 아픔을 망각하는 걸 선택한다.
아들의 나이는 정확히 나오지 않지만, 20년 전 외부인이 들어왔을 때 아들이 죽을뻔했다는 엄마 아빠의 말, 아들의 외모를 보면 그는 최소 20살은 넘은 청년일 것이다. 그런데 아들은 광산 안에서만 자랐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했고, 아들을 한번 잃을 뻔했던 가족들이 열심히 그를 케어했기에 그의 인생엔 사랑 같은 부드러운 감정만 있었다.
친구의 죽음을 겪기 전의 아들은 슬픔과 후회를 모르는 몸만 큰 어린아이였다. 아들은 파자마를 입은 채 잠이 오지 않는다며 친구의 방을 찾아가 응석을 부리는 아이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그 나이답지 않게 어른들의 말에 휩쓸리거나 쉽게 당황하고 약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랬던 아들은 친구의 죽음을 통해 앞서 다른 가족들이 느꼈던 후회와 슬픔이라는 감정을 학습하며 어른이 된다.
친구가 죽고 남겨진 가족들은 언제 아픔을 겪었냐는 듯 다시 행복하고 완벽한 가족의 모습으로 아이의 생일파티를 즐기고 사진을 찍는다. 이상해 보여도 어쩔 수 없다. 후회와 아픔이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그것들을 잊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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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정당하는 것들마저 꿋꿋이 사랑할 용기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데칼코마니 같은 엄마와 딸
- 엄마와 딸의 위치, 심경 변화
- 수박의 의미
- 덮어둔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의외의 인물
딸에 대하여 (Concerning My Daughter, 2024)
부정당하는 것들마저 꿋꿋이 사랑할 용기
개봉일 : 2024.09.04.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러닝타임 : 106분
감독 : 이미랑
출연 : 오민애, 허진, 임세미, 하윤경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본문에서 인물의 이름은 극 중에서 사용되는 이름인 그린, 레인, 제희(노인)와 엄마로 표기 (엄마의 이름이 잠시 스쳐 지나가듯 나오긴 하지만 의도적으로 엄마의 이름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것 같다고 느껴져 그대로 ‘엄마’로 표기하겠습니다.)
<딸에 대하여>는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다른 것 같지만 닮아있는 엄마와 딸. 그리고 딸의 연인과 유한한 삶의 끝에 서있는 노인. 네 여성들의 아픔과 사랑을 재료로 찍어낸 데칼코마니 같은 영화다.
영화는 외적으로 폭발하는 지점 없이 주인공인 엄마의 내면에 집중하며 진득하게 나아간다. 외부 사건의 자리를 대신 채운 짧은 침묵과 방문 사이를 들여다보는 눈, 사랑 위로 자라난 아픈 말들엔 엄마의 두려움과 슬픔이 깃들어있다.
<딸에 대하여>의 주인공인 엄마는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중년의 여성이다. 그녀의 딸인 그린은 7년 동안 만난 동성 연인 레인과 동거를 하다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엄마의 집으로 들어오게 된다.
엄마는 자신의 수박은 숟가락으로 대충 떠먹으면서도 딸이 먹을 수박은 예쁘게 썰어 준비하는, 딸을 사랑하는 엄마지만 딸이 함께 데려온 동성 연인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어느덧 중년이 된 엄마는 인생의 밝은 면보다 어두운 면을 더 많이 보며 살고 있다. 그녀는 연고 하나 없이 요양원에 방치되어 있는 노인 제희를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제희는 한 어린이 제단의 설립자로 어린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젊은 시절의 대부분을 희생한 사람이다.
하지만 현재 제희는 가진 것이 하나도 없는 노인이다. 제단 사람들과 언론인들의 관심이 끊긴지는 한참이고 가정을 이루지 않아 찾아올 자식도 없다. 제희에게 남아있는 건 작은 손가방 하나와 곧 끊길 예정인 제단의 지원금뿐이다.
엄마는 이런 제희가 가엾다. 그리고 제희를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니 그 안에 자신과 그린의 미래가 그려지는 것 같아 두렵다. 남편, 아이 하나 없이 버려진 노인의 미래가.
그래서 엄마는 딸의 미래와 행복을 위해 동성 연인과의 사랑을 반대한다. 딸을 사랑한다면 이해하고 배려해야 하지만 차분히 앉아 대화를 나누기엔 엄마의 삶이 너무 팍팍하다.
극 중에서 엄마는 그린의 엄마, 요양보호사 여사님으로만 그려진다. 그녀의 이름은 아주 잠시 스쳐 지나갈 뿐, 아무도 이름을 불러주지 않고 그녀의 편을 들어주는 든든한 지원군도 없다. 서서히 나를 잃어가는 중년 여성의 불안감은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는 노인 앞에서 더욱 짙어진다. 영화는 떨리는 중년의 마음을 따라가며 엄마와 딸의 두려움. 그리고 여전히 엄마의 곁에 남아있는 소중한 것을 재조명한다.
<딸에 대하여>는 동성 연인과 엄마 사이의 갈등을 중심으로 굴러가는 퀴어 영화이기도 하지만 꼭 그 문제가 아니더라도 늙어감과 외로움, 삶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모녀 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걸 느낄 수 있으니 꼭 성소수자인 딸이 아니어도 20대 이상의 딸이 있는 모녀관계라면 혼자보단 함께 보는 걸 추천한다. (어린 딸과 엄마보다는 어른인 딸과 엄마에게 추천!)
- 아래 내용부터 스포 有
데칼코마니 같은 엄마와 딸
엄마는 딸이 자신과 다르게 살아가길 바란다. 외롭지 않게 행복하게. 엄마의 바람대로 그린은 자신의 행복을 찾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린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함께 살기 위해 노력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성소수자를 위해 투쟁한다.
엄마의 눈엔 딸의 사랑과 정의감이 소꿉장난과 오지랖으로 느껴진다. 적당한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고 그렇게 모나지 않게 살았으면 좋겠는데 동성연애에 관계도 없는 다른 강사의 부당 해고 집회에 얼굴을 팔고 다니다니. 엄마는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속을 붙잡고 대체 왜 그러냐며 소리친다.
그린은 엄마가 자신에게 부당한 거, 싫은 거는 말하라고 가르쳤다고 답한다. 엄마는 몰랐지만 딸은 엄마의 가르침대로 잘 자랐고 엄마도 여전히 부당한 현실에 맞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엄마는 손발이 묶인 제희와 그것을 방관하는 동료를 향해 소리친다.
“어떻게 저게 남의 일이야. 우리라고 저렇게 안 될 줄 알아?”
부당 해고 사건에 대해 말하던 그린도 엄마와 똑같이 우리 일이 될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모전여전 그 자체인데 엄마는 그걸 모른다.
한숨 쉬어가며 나와 우리를 이해하다.
문밖을 서성이던 엄마, 문안에서 자고 있던 딸. 두 사람의 위치 변화 / 결말 해석요양원 과장과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던 엄마는 제희와 함께 요양원에서 쫓겨난다. 엄마는 제희를 찾아 깊은 산속 병동을 방문하고 그녀를 집으로 데려온다. 엄마보다 더 어린 딸들은 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식구를 받아들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희가 세상을 떠난 후 엄마와 그린, 레인은 함께 장례식을 진행한다. 엄마는 제희를 떠나보내며 자신이 지독하게 붙잡고 있었던 두려움을 털어놓는다. 그린이 어르신이나 자신처럼 혼자가 될까 봐 두려웠다고.
그런데 엄마는 이제 인정하려고 한다. 그린의 곁에는 레인이 있고 두 사람과 함께 웃고 싸워줄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딸이 자신의 등 뒤를 지켜줄 수 있을만큼 자랐다는 것을.
그린은 엄마 대신 상주에 이름을 올리고 친구들과 함께 장례식장을 지킨다. 그 덕분에 항상 문밖에서 전전긍긍하며 딸의 방을 바라보던 엄마는 이제 방 안에서 편하게 잠에 든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 횡단보도에서 함께 손을 잡고 지나가는 또 다른 딸들의 앞모습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엄마는 딸에게 예쁜 수박만 주고 싶다
수박의 의미엄마는 그린이 집에 오기 전, 그린을 위해 커다란 수박을 산다. 엄마는 홀로 오르막길을 오르며 힘겹게 수박을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수박을 반으로 뚝 잘라 절반은 예쁘게 썰어 그린을 위해 남겨두고 절반은 TV 앞에 앉아 숟가락으로 푹푹 퍼먹는다.
엄마는 병원에 입원한 아빠를 대신해 홀로 인생의 무게를 짊어져왔다. 그렇게 살다 보니 푹푹 파먹다 금세 비어버린 수박처럼 어느덧 엄마의 인생도 탄생보다 죽음에 더 가까운 위치에 다다른다. 엄마는 이제 나이 먹는다는 게, 혼자가 된다는 게 두렵다. 그리고 2층 집에 사는 세입자 가족처럼 이상적인 가족을 이루지 못할 딸이 걱정된다.
내 수박은 아무렇게나 팍팍 퍼먹어도 괜찮지만 딸은 예쁘게 썰어진 수박을 먹이고 싶은 게, 내 삶은 모나게 흘러가도 괜찮지만 딸의 인생은 예쁘게 꾸며주고 싶은 게 엄마다. 엄마의 말대로 그린과 레인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결혼, 법적 보호자, 아이를 가진 가정.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엄마는 동성애자의 삶이 이성애자의 삶보다 어렵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린을 말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엄마가 걱정하는 것보다 훨씬 강한 어른이자 믿음을 나누는 연인이다. 그린과 레인은 커다란 수박을 반반 나눠 들고 웃으며 집으로 돌아온다. 설령 무겁고 쉽지 않은 인생이라 해도 두 사람은 지금처럼 인생의 무게를 나눠들고 함께 웃으며 걸어갈 것이다.
그리고 영화엔 그린과 레인이 들고 온 수박이 부서지거나 소비되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굳이 필요 없어서 해당 장면을 넣지 않은 걸 수도 있지만 나는 이걸 이유 삼아 영화가 두 사람이 함께 짊어지고 갈 인생을 긍정적으로 그리고 있다고 생각하려고 한다.
덮어둔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레인
치매 증상이 심해진 제희는 수시로 배변 실수를 한다. 하지만 마지막 자존심인지 기저귀를 차는 것은 한사코 거부한다. 엄마는 어르신이 편한 게 제일이라며 귀찮은 빨래와 목욕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요양원 과장과 관계자들은 비품을 너무 많이 쓰고 빨래도 너무 자주 한다며 엄마에게 불만을 토로한다.
눈칫밥을 먹던 엄마는 제희에게 억지로 기저귀를 채우는데 제희는 그것에 충격을 받은 것인지 몰래 침대를 벗어나 자신을 찾으러 온 엄마와 실랑이를 벌이다 그 자리에서 소변을 보는 실수까지 한다.
엄마의 2층 집에 세 들어 사는 부부는 여전히 싱크대 위에서 물이 샌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전에 불렀던 분들 말고 진짜 전문가를 불러달라고 요청한다. 엄마는 그들의 요청대로 다시 전문가를 부르고 물이 새는 걸 잡으려면 천장을 다 뜯는 대공사를 해야 한다는 답변을 듣는다.
타인의 기준에 맞춰 억지로 채워놓은 기저귀, 임시로 해결해 놓은 누수는 다시 문제를 일으키고 만다. 사람의 마음도, 사람과 사이의 문제도 그렇다. 평범하지 않다고, 나와 다르다고 억지로 막고, 시간이 지나면 상대의 마음도 바뀔 거라고 대충 덮어놓고 살다 보면 언젠가는 터지게 되어있다.
그린은 몰라도 레인은 이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현실적인 문제에 떠밀려 엄마의 집으로 들어온 것 같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레인이 엄마와의 관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불편한 건 말씀해달라, (그린에게) 우리만 참는 게 아니다,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일을 하는 거다. 관계에 확신을 갖고 있다.. 레인은 차가운 엄마 앞에서도 또박또박 자신의 마음을 내비치고 갑작스레 등장한 제희를 정성껏 보살피며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아마 레인이 없었다면 엄마는 더 오래 아니 어쩌면 평생 딸을 이해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레인은 미움이 뚝뚝 새어 나오고 있던 모녀 관계를 지붕부터 뜯어 싹 고쳐낸다.
처음엔 당연히 엄마와 딸 그린의 갈등이 중점으로 그려지고 레인의 비중이 작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레인이 모녀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고 이야기를 봉합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로 그려져 더 좋았다.
생각보다 더 곱고 어른스러웠던 레인과 빛나는 눈으로 레인에게 생명을 불어넣은 하윤경 배우의 모습은 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 물론 엄마의 마음속주름 하나까지도 모두 느끼게 해준 오민애 배우와 반질반질하고 예쁘고 단단한 자갈 같은 그린을 보여준 임세미 배우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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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징어 게임>을 재밌게 본 사람들을 위한 추천작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
다들 관람 하셨나요?
미국 CNN 방송에서 <오징어 게임>에 대한 극찬을 하여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오징어 게임>을 재밌게 보셨다면, 씨네랩이 추천하는 콘텐츠들도 관람하며
서바이벌 장르 매니아가 되어보는건 어떨까요?
추천드린 영화는 모~두 넷플릭스에서 감상 가능합니다 . ☺️
1. 아리스 인 보더랜드 [드라마] - 사토 신스케
일본 ㅣ스릴러ㅣ총 8부작
출처 : 넷플릭스
synopsis
이곳은 또 다른 도쿄, 치명적인 게임의 배경.
그 세계로 세 청년이 던져진다.
무의미한 세월을 보내던 게이머와 두 친구.
선택의 여지는 없다. 살고 싶다면 싸워야한다.
2. 이스케이프 룸 [영화] - 애덤 로비텔
남아프리카 공화국, 미국 ㅣ액션, 공포, 스릴러ㅣ100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거액의 상금이 걸린 방 탈출 게임에 초대된 6명의 남녀.
초대장만 믿고 세계 최고 방탈출 게임회사에 모인다.
하지만 예고도 없이 게임은 바로 시작되고,
오감의 공포가 극한까지 조여온다.
3. 배틀 로얄 [영화] - 후카사쿠 킨지
일본 ㅣ액션, 스릴러, 드라마 ㅣ114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등교 거부 학생 급증과 극심한 학생 범죄에 직면한 신세기의 일본.
정부는 해결책으로 'BR법'을 제정한다.
법안에 따라 무인도로 옮겨진 중학교 3학년 한학급 학생들.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게임을 시작해야 한다.
잔혹한 살인 게임을.
4. 서바이벌 캠프 [영화] - 파트리스 랄리베르테
캐나다 ㅣ스릴러 ㅣ82분
출처 : 넷플릭스
synopsis
시골의 외딴 마을에서 진행된 서바이벌 캠프.
사고로 한 참가자가 죽었다.
살인죄를 뒤집어쓰지 않기 위해 입을 다물기로 한 사람들.
하지만 비밀은 오래가지 않는법.
누군가가 캠프를 탈출해 경찰에 알리려 한다.
5.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 [영화] - 게리 로스
미국 ㅣ판타지, 액션, 드라마ㅣ142분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캣니스와 피타는 아이들이 서로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하는 경기에 강제 선발된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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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스펙터클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019년 4월 15일, 노트르담 대성당의 목재 지붕에 담배꽁초 하나가 떨어진다. 오래된 전선에서는 불꽃이 튀긴다. 불과 몇 시간 후, 860년 역사가 깃든 건물을 비롯해 가시면류관, 성 십자가, 십자가 못 등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성유물까지 모두 불탈 위기에 처한다. 이에 상황을 파악한 파리 소방대가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향한다. 그러나 교통 체증을 비롯해 여러 이유로 화재 진압은 뜻대로 진행되지 않고, 불은 점점 더 커진다.
노트르담 대성당이 불탔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뉴스는 충격적이었다. 과장 조금 보태 천 년에 가까운 시간을 버텼던 웅장한 건물이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고, 그렇게 파리의 역사는 불탔다. 파리에서 약 9천 km 떨어진 곳에 사는 한국인도 이렇게 놀랐으니, 프랑스 사람들이 얼마나 경악했을지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장 자크 루소 감독의 <노트르담 온 파이어>를 보면 의문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 화재 발생부터 종료 시점까지 훑으면서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의 의미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특히 루소 감독의 접근법이 흥미롭다. 화재 사고 당시에는 인명 피해가 없었다. 따라서 통상적인 재난 영화처럼 특정 인물의 시점을 따라가는 드라마틱한 전개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노트르담 온 파이어>는 정면 승부를 건다. 사고 자체를 주인공으로 삼고 화재를 두 관점에서 풀어나간다. 불을 끄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 이야기는 영화의 스펙터클과 장르적 쾌감을 맡는다. 노트르담 대성당 관계자와 파리 시민의 반응은 사고의 의미와 직결된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지는 못했다. 아쉽지만 두 마리 토끼 중 하나만 잡았다.
스펙터클은 잡았다
재난 영화의 재미를 볼거리에서 찾는다면 <노트르담 온 파이어>은 분명 성공적이다. 제48회 세자르 영화상 시각효과상 수상작다운 스펙터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자연스러운 상황 재현이 돋보인다. 소실된 성당의 상부 부분을 CG로 만들어 낸 결과 '혹시 성당이 불에 안 탔나?' 혹은 '벌써 복원이 다 됐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뉴스 자료나 SNS 화면 등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실성을 더했다.
특정 영웅을 치켜세우는 대신 사투를 펼친 소방대원들의 모습을 세심히 묘사한 대목도 인상적이다. 계단과 발걸음 수를 세면서 검은 연기와 유독 가스로 가득한 성당에 진입하는 소방관. 호스가 꼬이고 수도관이 터져서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 값어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유물을 구하기 위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성당 안에서 작업하는 소방관까지. 당시의 긴박감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한다.
적절한 강약 조절도 눈에 띈다. 파리의 악명 높은 교통 체증을 묘사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차가 움직일 줄 모르는 거리 상황 때문에 소방차는 제때 성당에 도착하기 못한다. 탄식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이는 화면을 분할해서 불타는 성당과 성당을 향해 달려가는 소방대의 모습을 교차하기에 더 효과적이다. 화재를 막지 못하는 결말을 알고 있는데도, 소방대원의 답답함이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다.
노트르담, 파리, 그리고 프랑스
반면에 재난 영화의 다른 미덕에 주목할 경우 <노트르담 온 파이어>는 실패에 가깝다. 많은 재난 영화는 재난을 스펙터클로 활용하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스펙터클을 오락의 영역에 남겨두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신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메신저로 활용한다. 가상의 재난을 스크린에 투사해 공동체가 겪은 실제 재난을 마주하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공통의 아픔과 상실을 보듬는다. 실제 재난을 다룬 영화라면 두말할 필요 없다.
<노트르담 온 파이어>는 프랑스 사람들에게, 특히 파리 시민에게 노트르담 대성당이 갖는 의미를 바탕으로 재난의 사회적 의미를 풀어나간다. 그래서 영화는 오프닝 시퀀스에서 관광 가이드의 입을 빌려 노트르담 대성당과 관련된 설명을 들려준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잔 다르크의 명예 회복 재판이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황제 대관식 등 역사적인 사건의 현장이다. 또 존재 자체로 파리의 중심이자 상징이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파리의 시테 섬 동쪽에 위치해 있는데, 시떼 섬은 파리의 발상지로 여겨지는 장소이기 때문. 실제로 시테 섬은 옛 법원 청사이자 마리 앙투아네트가 투옥됐던 교도소인 콩시에르주리(Conciergerie), 생트 샤펠(Sainte Chapelle) 성당, 헌법 재판소(Palais de Justice)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건축물로 가득하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역사와 상징성은 화재 당시 프랑스 사회의 난맥상과 겹쳐진다. 당시 프랑스는 사회적 갈등이 극심했다.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이 친기업 정책을 펼치자 프랑스 대다수 시민은 노란 조끼 시위에 참여해 반발했다. 실제로 초반부에는 시위 관련 뉴스가 삽입되어 있다.
영화는 이처럼 혼란스러운 프랑스 사회를 은연중에 불타는 노트르담 대성당에 빗댄다. 그러면서 화재 진압에 의미를 부여한다. 단순히 문화재를 지켜낸 것이 아니라 프랑스라는 공동체의 정신적 유산을 구했다고. 한 층 더 격정적인 이야기로 포장하면서 화재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의도는 좋았다
그런데 정작 영화는 이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초반부에 노트르담 대성당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기는 하나 단편적이다. 종교적 맥락에 대한 설명은 부재하다. 그 결과 배경 지식이 풍부하거나 천주교 교리에 익숙한 경우가 아니라면 클라이맥스의 의미와 감흥을 온전히 이해하고 즐기기 어렵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파리 시민들이 노트르담 대성당 주변에 모여서 함께 성모송을 바치는 순간이다. 마지막 화재 진압 작전이 시도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때 파리 사람들이 하필이면 성모송을 외우는 데는 이유가 있다. 본래 프랑스어로 노트르담(Notre-Dame)은 성모 마리아를 뜻한다. 즉, 노트르담 대성당은 그 자체로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된 건축물이다. 또 승천한 성모 마리아는 프랑스의 수호성인 중 하나다.
따라서 파리 시민들이 성모송을 바치는 것은 간절함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하늘에 있을 마리아가 도와주길, 그들과 같은 마음으로 신에게 기도해 주길 바라는 것이다. 마지막 작전에 나선 소방관들이 감동에 가득 찬 표정을 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한국 관객은 이 감정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어렵다. 작중 성모 마리아와 성당의 관계가 전혀 설명되지 않은 까닭이다.
그나마 있는 몇 안 되는 장면도 재난 영화의 클리셰에 가까워서 악효과를 낸다. 불을 끄기 위해 뿌린 물이 성모상에 떨어지자 그 물을 마치 성모의 눈물처럼 묘사한다. 또 어린아이가 성모상 앞에 바친 촛불이 끝내 꺼지지 않았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설명 없이 보면 그저 '신에게 기도하니 천운이 따랐다' 정도로 해석되기 충분한 대목이다.
극 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
이처럼 사실적인 스펙터클과 사회적 의미 사이에서 균형을 못 잡다 보니 부차적인 문제도 생긴다. 사건 자체를 주인공으로 삼은 나머지 인물이 소외된다. 스토리를 이끄는 몇몇 인물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제대로 풀리지는 않는다. 단지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을 투영할 도구로 활용될 뿐이다.
처음 화재에 투입된 신참 소방관 둘의 썸, 의견 차이로 갈등을 빚다가도 마지막 작전에 함께 자원하는 소방대 중사와 중령의 신뢰도 볼 수 있다. 정치인과 언론, 화재 진압 작전을 각각 나눠 책임지는 소방대 소장과 중장의 우정도 엿보인다. 모두 드라마 한 편을 충분히 만들 재료지만, 끝내 스케치에 머무른다. 그 결과 <노트르담 온 파이어>는 철저한 예방 조치만이 화재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하는 평범한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다.
따라서 <노트르담 온 파이어>는 반응이 갈릴 이유가 충분하다. 킬링 타임용 재난 블록버스터를 기대하면 나름대로 만족할 수도 있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사고의 다양한 비하인드를 현지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재미도 있다. 반대로 사회성에 초점을 맞춘 진중한 재난 영화를 기대한다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다만 어떤 의미에서든 장 자크 아노라는 이름값에 미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그는 <색깔 속의 흑백>으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불을 찾아서>로 세자르 영화상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소 평범한 필모그래피를 이어가는 중이다. <노트르담 온 파이어>는 그 필모에 한 줄을 추가하는 듯 보인다.
Poor 형편없음
실제 사건의 무게에 압도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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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적 재난을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고지를 받았다. “너는 10월 25일 16시(한국 시간)에 <지옥> 시즌 2를 볼 것이다!” 하긴 이 고지는 나만 받은 건 아니니까. 2년 전 <지옥>의 신도가 된 전 세계 모든 구독자와 함께 받았을 터. 언젠가 시리즈가 부활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연상호, 최규석이 만든 지옥도를 기다린 1인으로서, 시즌 1 이후 2년 동안 다수의 콘텐츠에 눈이 돌아간 죄를 시연하는 마음을 담아 시즌 2를 기다렸다. 전 시즌보다 더 큰 혼돈이 펼쳐지고, 한 줌의 희망도 남아 있지 않은 절망뿐인 이번 시리즈는 과연 어떤 것을 보여줬을까?
첫 고지와 시연이 벌어진 이후 한국은 혼돈의 시대가 이어진다. 정진수(김성철)의 시연 이후 힘이 약해진 종교 집단 새진리회, 점점 세력을 넓혀가는 화살촉, 이들의 반대편에 서 있는 민혜진(김현주)의 소도, 그리고 이 혼란스러운 정국을 어떻게든 통제하려는 정부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진다. 청와대 정무수석 이수경(문소리)은 세력이 커지는 화살촉을 견제하기 위해 새진리회가 숨겨둔 부활자 박정자(김신록) 활용하기로 마음먹고 부흥회를 계획한다. 이때 정진수는 부활하고, 이를 주시하고 있던 소도는 화살촉에 빠져 아내 지원(문근영)을 잃은 세형(임성재)을 통해 그를 포섭하려고 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계획은 틀어진다.| <지옥> 시리즈, 사상적 재난을 다룬 작품
<지옥> 시리즈는 물리적 재난이 아닌 사상적 재난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연상호 감독은 한 인터뷰를 통해 <지옥> 시리즈를 이렇게 설명했다. 말 그대로 이 작품은 거대한 사건이 벌어진 근원적 이유보다 사건 이후,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시즌 1에서는 고지가 내려지고, 죄인으로 명명된 이들이 해당 시간에 맞춰 지옥의 사자들로부터 개죽음을 당하는 현상을 자세히 비춘다. 인상적인 시연 장면만큼이나 시선을 현혹하는 건 정진수. 신이 인간의 죄를 벌하는 것으로 선동하는 새진리회, 그리고 나약한 마음에 이 사이비종교에 몸을 맡긴 광기 어린 사람들의 모습이다. 세 치 혀로 내뱉은 정진수의 말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사람들, 그들을 이용해 권력을 강화하는 종교 집단의 모습은 충격적이다. 유일하게 인간으로서 올곧은 신념을 가진 민혜진의 눈을 통해 보이기에 그 여파는 오래 간다.
시즌 2에서도 이 사상적 재난은 계속된다. 그 중심축은 각 집단이 가진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쟁이다. 부활한 박정자를 놓고 대립하는 각 집단의 싸움은 어지러운 세상의 왕좌를 되찾기 위해 아등바등 싸우는 인간들의 이기심으로 촉발된다. 새진리회, 화살촉 등 모두가 신의 뜻이라고 하지만 그 안에 신은 없다. 신의 이름을 거들먹거리며 자기 합리화에 빠진 우매한 인간들뿐이다.| 재난 속에도 꿈틀대는 권력욕, 그리고 거짓말
시즌 1은 고시와 시연, 그리고 정진수의 존재와 영향력을 중점적으로 다뤘다면, 시즌 2에서는 그 현상으로 도래한 어지러운 세상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정진수의 바통을 이어받는 이는 바로 이수경이다. 청와대 정무수석인 그녀는 세력 간의 혼란 속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지옥 불에 뛰어든 것 같지만, 그건 거짓말에 불과하다. 그녀가 계획한 건 각 집단 간의 견제를 통해 정부 측에 힘을 싣는 것뿐.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 부활한 박정자를 메시아로 만든다.
“좋은 주인공을 가진 이야기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라 말하는 그녀는 교리보다 캐릭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캐릭터가 가진 힘으로 와해된 국민들을 정부 측으로 끌어모으려는 거짓된 야심은 정진수 못지 않다. 그녀의 모습은 현실 속 사이비 종교나 부패한 정치인들의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거짓말로 사람들의 환심을 사고 이를 동력 삼아 권력을 유지하는 이들의 행태는 재난 속에서도 인간들의 사회라면 계속된다는 걸 보여준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부활한 정진수 또한 이수경에 뒤지지 않는다. 정진수의 거짓말은 아내를 잃은 세형, 정진수의 부활만 기다린 화살촉, 새진리회, 이수경에게까지 뻗쳐 나간다. 어떻게 하면 자신이 가진 권력을 지속 가능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 아는 그의 머릿속에는 나약한 이들을 어떻게 이용해먹을지만 생각한다. 다시 태어난 후 얻게 된 공포감을 없애기 위한 개인적인 욕심에 이들을 이용하는 이기적인 모습은 부활해도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한다.
소도 또한 내부 분열에 휩싸인다. 박정자를 아이들에게 돌려주겠다는 민혜진과 이를 반대하는 세력 간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는다. 민혜진을 반대하는 이들은 소신과 신념을 저버리고 집단의 힘을 키우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좋은 뜻이라도 사람들이 모이고 집단이 커지면 권력의 파워에 무릎 꿇는 게 인간들이라는 걸 보여주는 셈. 연상호 감독 각 집단의 내외적 문제를 수면위로 올리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에서도 벌이는 인간의 이기심이야 말로 지옥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새롭게 투입된 배우들의 활력!
<지옥> 시리즈의 동력 중 하나는 바로 캐릭터다. 특히 이번 시즌에서는 새로운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각 인물로 하여금 독특한 세계관에 따른 이야기를 설득시킨다. 표면적으로 가장 눈에 띈 건 바로 지원 역을 맡은 문근영이다. ‘국민 여동생’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은 강한 열망이 느껴질 정도로, 그녀가 연기한 햇살반 선생 지원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다 뭔가 행동하지 않았던 게 자신의 죄라 말하며 몸 바쳐 이를 고하려는 그녀의 모습은 이전 드라마 <가을 동화>의 은서 영화 <장화, 홍련>의 수연을 잊게 만든다. 기괴한 분장과 광신도의 말투로 연기하는 모습도 좋지만, 박정자 시연을 직접 보면서 짓는 엷은 미소와 차 안에서 남편의 농담을 듣고 분노하는 모습이 오랜 잔상을 남긴다.
최고의 거짓말쟁이인 이수경으로 분한 문소리는 권력을 향한 투철한 목적의식을 갖고 많은 이들을 쥐락펴락하는 카리스마와 극에 달하는 이중성을 드러내는 연기가 눈에 띈다. 특히 후반부 폐온천에서 역사적으로 사회의 안정을 꾀하고 권력을 지속하는 방법을 소개하며 숨겨왔던 야욕을 보여주는 장면은 캐릭터를 풍성하게 만들고 설득력 있게 그린다.
어려운 상황에서 정진수 역을 맡은 김성철은 자신만의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기존 유아인이 구축한 캐릭터와 다른 결의 정진수를 만날 수 있는데, 그만의 가스라이팅 실력으로 세형과 화살촉, 이수경 등을 조종하는 야비함이 돋보인다. 특히 6부에서 벌어지는 정진수의 말로를 기대하면 좋을 듯싶다.| 그럼에도 희망의 태양은 떠오른다.
시리즈의 특성상 이번 시즌 2는 영역 확장을 꾀했다. 전편보다 이야기와 몸집이 커진 시즌 2에서는 각 집단의 대립과 이합집산 등을 통해 현대 사회를 향한 비판의 강도를 세게 가져간다. 더불어 어려운 상황일수록 죄를 사하고 신에게 맹목적으로 의존하려는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연상호 감독은 이번 시리즈를 통해 초기작 <돼지의 왕> <사이비> 정도의 깊어진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보여 주는 듯한 느낌도 든다.
끝없는 검은 터널만 이어진 건 아니다. 시즌 1에 이어 시즌 2에서도 작은 희망의 여지를 남긴다. 시즌 1에서는 부모의 희생으로 부활한 갓난아기에 이어 시즌 2에서는 어렵게 조우하는 박정자와 그의 아이들, 그리고 민혜진이 돌보고 있었던 생존한 아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고지를 받고 시연을 받는 이들이 넘쳐나고 권력을 잡기 위해 이기심을 불태우는 이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부모의 희생과 사랑은 빛을 더 발한다. 6부에서 정진수와 박정자는 같은 부활자임에도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되는데, 그 이유는 박정자가 아이들을 위해 희생했다는 점이다. 부활한 아기 또한 부모의 희생으로 다시 살아나게 된 셈. 시즌 2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민혜진의 결심과 떠오르는 태양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듯이, 진흙탕에서 연꽃이 피어나듯이 연상호 감독은 또 한 번 희망을 심는다. 누군가는 <부산행> <반도>처럼 진부한 설정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지옥 같은 세계관에서 지옥 같은 현실 속에서 어둠을 몰아내는 태양은 꼭 필요하다. 아기에게 ‘쏠라 트레인(sola train)’이라는 장난감이 필요하듯이.덧붙이는 말: 감독님 이번 시즌이 마지막은 아니죠? 제발 시즌 3 만들어주세요. 넷플릭스도 다음 시즌 바라고 있을 겁니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평점: 3.5 / 5.0
한줄평: 사상적 재난에서 대피하는 방법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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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담> 메인 예고편
혼전 임신 사실을 숨겨야만 해서 고향은 떠난 여인 ‘사미아’는
일자리와 숙박시설을 찾아 카사블랑카를 정처 없이 떠돌다가,
남편과 사별 후 홀로 8살 딸 ‘와르다’를 키우며
빵집을 운영하는 무뚝뚝한 여인 ‘아블라’를 만난다.
처음에 ‘아블라’는 ‘사미아’를 냉정히 돌려보내지만,
위험한 길가에서 밤을 지새우는 ‘사미아’가 신경 쓰여
결국 자기 집에 며칠 간 머물며 함께 빵 만들기를 허락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세 사람은 서로에 대한 마음을 점차 열며,
생애 잊지 못할 치유의 경험을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