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4-06-24 19:22:53
모든 걸 바꿔 놓는 사랑의 맛
영화 <1초 앞, 1초 뒤> 리뷰
SYNOPSIS.
늘 남들보다 한발 앞서는 바람에 입시도, 일상생활도, 연애도 쉽지 않은 우체국 청년 ‘하지메’. 남들보다 늘 한발 느린 템포로 사진을 찍으며 느리지만 조용한 삶을 살고 있는 ‘레이카’. 어느 날, 미모의 뮤지션 ‘사쿠라코’를 만난 ‘하지메’는 가까스로 데이트 신청에 성공하지만, 눈을 떠 보니 약속날은 지나가버리고 얼굴까지 새빨갛게 타버린다. 파출소에까지 찾아가 잃어버린 하루를 되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하지메는 우체국에서 매일 우표를 사가던 ‘레이카’가 사라진 하루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데..! 천년 도시 교토에서 살아가는 1초 빠른 남자와 1초 느린 여자. 분실된 하루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POINT.
✔️ 대만 로맨스 영화 <마이 미씽 발렌타인>의 리메이크작. 이 사실을 모르고 보면 리메이크 사실을 눈치채기 어려울 만큼, 일본 교토라는 도시에 들어맞게 로컬라이즈가 잘 되었어요
✔️ <드라이브 마이 카>에 출연한 오카다 마사키, 허광한과 함께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에 출연한 키요하라 카야, <괴물>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 히이라기 히나타의 출연작. 셋 다 각자의 역할에 위화감 없이 스며드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 설정이 매우 독특한 로맨스 영화라서, 대체 뭘까 궁금해 하면서 따라가는 맛이 있어요
걸음이 빠른 사람이 사는 도시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은 이름조차 한 일(一) 한 획으로 긋고, 시작이라는 뜻의 '하지메'라고 읽는다. (기본적으로 일본어에서 한자를 읽는 법은 정해져 있고, 그 방식대로라면 한 일(一) 자를 하지메라고 읽지는 않지만, 이름으로 사용될 때는 아무렇게나 읽는다. 얼마나 아무렇게나 읽냐면, 소리 음(音) 자를 쓰고 '멜로디'라고 읽어도 그런가 보다 할 정도.) 그는 언제나 남들보다 한 템포씩 빠르다. 빠르면서 야무졌다면 모르겠는데, 빠른 만큼 엄벙덤벙하다. 앞을 보고 빠르게 걸으면서 사는 사람이고, 잃는 것은 우울한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머니는 그에게 늘 "진정하고 사람 말을 끝까지 들으라"고 하지만 하지메는 그 말조차 끝까지 듣지 않는다.
그런데 그는 기이하리만큼 "진정한 교토"에 집착한다. 우리로 치면 사대문 안쪽만이 진정한 서울이라고 말하듯이, 진짜 교토와 교토가 아닌 곳을 딱 잘라 선 그어 나누는 사람이다. 심지어 교토는 한국으로 치면 경주처럼 천년 고도로 꼽히는 도시이기에 이 지점이 더욱 눈에 띈다. 진정하라는 말을 들어야 할 만큼 앞만 보는 사람이지만, 일직선(一)을 그린다는 건 결국 앞과 뒤가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하니까. 아무리 걸음이 빨라도 사람의 걸음은 늘 이전 걸음과 연결되어 있다. 1초 앞의 시간 또한 1초 전의 시간과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 라디오에 대고 조곤조곤 자기 마음을 이야기하거나 교토에 관한 노래에 매력을 느끼는 하지메 또한 그런 존재다.
다른 방향에서 보면, 언제나 다른 이야기
하지메가 앞만 보는 동안, 이 영화는 다른 각도에서 시간을 독특하게 뒤틀어서 주인공들을 만나게 한다. 하지메와 달리 이름의 획수만 해도 만만찮은 여자 주인공 '레이카'는 하지메의 반대처럼 보이는 존재다. 늘 한 템포 느리고,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데 그것도 고요한 정물일 때에만 찍을 수 있는 사람.
영화가 흘러가고 하지메와 레이카의 이야기가 풀어지는 방향성은 관객으로서 예측하기 어렵다. (왜 인물들은 저 설명을 납득하는 것일까? 어떻게?) 개연성보다는 톡톡한 창의성에 방점을 둔 설정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영화는 관객이 잠시 시간을 멈추고 생각하게 만든다. 시간과 방향을 비틀어 보면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을 가질 수 있음을. 걸음이 느린 사람에게도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우리는 훨씬 더 많은 걸 이해할 수 있을 것임을.
그렇게 곰곰 곱씹다 보면 깨닫게 된다. 가끔은 멈춰 버린 시간이 오히려 흐르는 시간의 힘을 갖는다는 걸. 그리고 그 힘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매개체는 사진과 편지라는 걸. 영화 <러브레터>나 <연애사진>에서도 그렇게 쓰였지만, 사진과 편지는 역시나 시간을 담아놓는 아이템이다. 매개체라는 건 뭔가를 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같은 소재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얼마든지 풀어낼 수 있는, 그런 소재가 된다.
이 영화 또한 기존에 우리가 알던 사진과 편지 그 이상으로 색다른 이야기를 풀어낸다. 특히 원작 영화에서 성별을 반전시킨 지점이 매우 주효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멈춰버린 시간을 풀어내는 방식에서 우리로서는 좀 불편하다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성별이 반전된 데다가 오카다 마사키와 키요하라 카야의 톤 조절을 통해, 다소 기괴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들이 그럭저럭 중화되었다.
모든 맛을 순식간에 바꿔 놓는 것
하지메는 어머니와 소면을 먹으며, 아버지와의 추억이 서린 생강 이야기를 한다. 이들은 생강을 넣으면 모든 맛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다고 말하며, "넣지 않는 편이 좋다"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이들은 사실 모든 걸 바꾸는 선택을 꽤나 잘 받아들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사랑 하나가 쏙 들어와 전혀 달라져 버린 삶을 받아들인다. 걸음의 속도가 다른 사람을 기다리며, 오지 않을지도 모를 미래를 기다리며, 소소한 하루하루를 채워 나간다. 열심히 일하고, 여름 밤에 앉아 수박을 먹고, 나란히 앉아 소면을 나누면서 찬찬히 일상을 보낸다.
도시의 시간은 결코 걸음이 빠른 사람들의 시간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경주나 교토처럼 오랜 고도들은 언제나 걸음이 빠른 사람들의 시간 뒤에, 그렇게 찬찬히 일상을 영위한 시간들로 채워졌을 것이다. 먹고, 일하고, 사랑하면서. 누군가에게는 이 영화 또한 인생의 맛을 바꿔 놓는 사랑의 추억일 것이다. 나와 다른 방향에서 이 영화를 볼 누군가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걸음의 속도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더 자주 듣고 싶어진다. 로맨스라는 장르에 이 마음을 웅숭깊게 담아낸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초청받아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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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기전에 봐야할 판타지 윌리 웡카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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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영3색의 매력이 한데 담긴 웡카 연대기 보고가세요
죽기전에 봐야 할 영화 1001편에 든 1971 <윌리웡카와 초콜릿 공장>
1971년 작품의 오마주에 가까운 2005 <찰리와 초콜릿공장>
원작의 세계관을 토대로 ‘윌리웡카’의 오리지널 이야기를 다룬2023 <웡카>
북미에서는 이미 1억 9천만달러를 넘기며 티모시 샬라메의 최고 흥행작 등극! 패딩턴 1,2를 감독한 폴 킹 감독과 휴그랜트의 움파룸파 대변신 ! 국내 최초로 4DX 상영관에서 초콜릿향을 선보인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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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와일더 / 조니 뎁 / 티모시 샬라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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웡카 시그니처 로고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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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왜소증을 겪는 배우들을 기용했던 기존 영화와 달리 180cm가 넘는 '휴 그랜트'가 움파룸파 역으로 등장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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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웡카>와 <찰리와 초콜릿공장>의 성공한 사업가 윌리웡카는 자신의 후계자를 가리기 위해 아이들을 공장으로 초대하는 이야기와 달리 <웡카>는 '달콤 백화점'에 웡카 자신만의 초콜릿가게를 여는 여정을 그린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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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욕심 많은 아이가 빠졌던 초콜릿 강, 이번엔 웡카가 빠져있다?
줄거리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여정 좋은 일은 모두 꿈에서부터 시작된다! 마법사이자 초콜릿 메이커 ‘윌리 웡카’의 꿈은 디저트의 성지, ‘달콤 백화점’에 자신만의 초콜릿 가게를 여는 것. 가진 것이라고는 낡은 모자 가득한 꿈과 단돈 12소버린 뿐이지만 특별한 마법의 초콜릿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을 자신이 있다.
하지만 먹을 것도, 잠잘 곳도, 의지할 사람도 없는 상황 속에서 낡은 여인숙에 머물게 된 ‘웡카’는 ‘스크러빗 부인’과 ‘블리처’의 계략에 빠져 눈더미처럼 불어난 숙박비로 인해 순식간에 빚더미에 오른다. 게다가 밤마다 초콜릿을 훔쳐가는 작은 도둑 ‘움파 룸파’의 등장과 ‘달콤 백화점’을 독점한 초콜릿 카르텔의 강력한 견제까지. 세계 최고의 초콜릿 메이커가 되는 길은 험난하기만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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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진흥위원회, 한국 영화배우 대표 200인 선정! 해외홍보 나선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영화진흥위원회가 한국 영화계 대표 배우들의 글로벌 홍보를 위해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 영화배우의 해외 홍보는 올해의 주요 영화제를 앞둔 3월부터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유럽영화진흥프로그램이 진행한 ‘슈팅스타즈’ 운영과 유사한 캠페인인 ‘한국 배우 200 캠페인’은 한국 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대표하는 남자 배우 100명 그리고 여자 배우 100명을 선정해 진행되는 프로젝트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 10년간의 배우들의 흥행력, 한국 영화 참여도, 국내외 영화제 수상 기록, 독립영화 출연, 국제 프로젝트 참여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영화진흥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별도 스페셜 웹페이지를 오픈하여 3월 중 캠페인을 전면 공개할 예정이라고 알리며, 배우의 대표 필모그래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무빙 트레일러 및 한국 배우 200인의 다채로운 포트레이트, 배우별 필모그래피를 집약한 동영상 200편 등 양질의 캐스팅 자료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캠페인을 위한 사진 촬영 및 책자와 무빙 트레일러 제작 등은 영화 전문 미디어 <더 스크린>이 전체 진행을 총괄하여 완성도를 강화하였으며, 포트레이트 촬영은 한국 사진계를 대표하는 김중만 작가와 안성진 작가가 전담했습니다. 김중만 작가는 1977년 프랑스 아를 국제사진 페스티벌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이래 40여 년 간 국제적인 명성을 이어온 세계적 사진가이며 안성진 작가는 1992년 이후 한국에 셀러브리티 CF를 선도한 사진가로 수많은 영화, 드라마, 연극 포스터와 앨범 재킷을 촬영해 온 한국 대표 사진가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칸, 베를린, 베니스 등 세계 최고의 영화제 및 넷플릭스 등의 글로벌 OTT 제작사, 에이전시, 미디어 등 전 세계 영화계의 핵심 관계자들에게 직접 홍보물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설명하며 이번 캠페인의 일환으로 발간하게 될 책자의 타이틀로, 전 세계를 감동시킬 배우가 ‘여기 있다’는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버라이어티는 ‘영화 <기생충>이 여러 개의 오스카상을 거머쥔 이후 한국 배우들은 해외 언론과 영화제에서 많은 주목과 함께 인정받은 것은 사실이다’라고 전하며 ‘배우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를 통해 찬사를 받고 있으며, 배우 김민희는 <도망친 여자>에서 보여준 연기로 작년에 찬사를 받았고 배우 이주영은 뉴욕 아시아 영화제에서 국제 라이징 스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밖에도 배우 이민호는 애플TV플러스가 제작하는 미국 드라마 <파친코> 주연으로 발탁되고, 배우 송강호, 배우나, 그리고 강동원은 2018년 영화 <어느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첫 한국 연출작 <브로커>(가제)에 출연 확정 소식을 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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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말이 불러온 강력한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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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번 영화 <드라이>의 시사회는 상당히 기대가 됐다. 소설이 원작이기에 그 밀도감이 탄탄할 것이라고 기대를 했지만, 기대만큼의 만족도를 그렇게 크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력이나 카메라 구도들은 정말 좋았으나 스토리 자체의 허점들이 눈에 보여서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
영화 <드라이> 시놉시스
불미스러운 일로 고향을 떠났던 에런은 친구 루크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20년 만에 고향을 찾는다. 가족을 죽이고 자살한 것으로 보이는 루크. 유가족의 요청으로 사건을 파헤치던 에런은 여자친구였던 엘리의 죽음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음을 알게 된다. 묻혀있던 두 개의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드라이>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자신조차 속이는 거짓말
영화 <드라이>는 거짓말이 불러오는 재앙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자신의 과오를 덮기 위해 조작한 서류가 화로 돌아오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일가족을 살인해버린 사람. 그리고 자신이 딸을 죽였지만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한평생 살아돠 치매가 걸린 상태에서 정말 다른 사람이 죽였다고 믿어버리는 사람.
영화는 이렇게 거짓말이 나은 비극에 대해서 풀어가고 있다. 거짓말을 하면 할수록 자신마저 소기고 그 거짓이 진실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극 중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그 거짓말로 인해 영화 제목 <드라이>처럼 가뭄으로 땅이 뭉쳐있지 못하고 다 갈라지듯이 그 작은 마을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거짓말로 인해 갈려져 있다는 것을 잘 표현한 영화였다.
하지만 왜 연방경찰이 수사를 할까?
영화 <드라이>는 배우들의 연기력이나 메마른 마을의 분위기 그리고 숨이 막힐 것 같은 그 건조한 환경까지 굉장히 잘 표현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충분히 집중하면서 볼 수 있는 작품이었으나 계속해서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었다. 왜 지역 경찰이 알아내지 못한 것을 연방 경찰이 들쑤시고 다니는가?였다.
물론 개인 휴가 시간에 민간인 신분으로 지역 경찰에게 도움을 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경찰 사무실에서 CCTV를 돌려본다든지, 증거품들을 경찰 동행 없이 살펴본다든지 조금은 의아한 장면들이 있었다. 특히, 루크가 살인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는 점은 머리의 상처만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지역 경찰은 그동안 무엇을 한 것이며 또 이 사건에 배당된 경찰이 단 1명에 불과하다는 것이 자꾸 몰입을 방해하도록 만들었던 요소였다.
이렇게 갑자기 사건들이 해결되다니
그리고 조금 맥이 풀렸던 것이 사건이 갑자기 해결된다. 마을 사람들을 탐문 조사하던 에런은 자신의 옛 친구 그레첸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루크의 아내가 찾아낸 단서를 발견하게 된다. 이 때부터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이야기가 전개되더니 루크의 살인사건 진법이 밝혀지고, 과거 여자친구 엘리의 죽음은 아빠가 한 짓!! 이러면서 끝나버린다.
정말 당혹스러웠다. 초반 전개까지만 하더라도 탐문 수사를 하고 있었지만 주인공인 에런의 감정 변화와 그 묘사에 초점을 두고 있었는데 갑자기 범인 잡기로 한 순간에 돌아선 느낌이라서 갑자기 애 노선이 바뀌었을까?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과거 20년 전 사건과 현재의 사건은 깊은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거짓말을 무마하기 위해 발생한 일이라는 공통점이 있었을 뿐이었다. 거짓말 안 치는 범죄가 어디있을까? 이러면 모든 범죄가 다 연관성이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런 복선들에 대해서 텍스트로 읽었다면 그 반전이 조금 더 잘 드러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책이 스릴러의 느낌을 내기는 더 좋지 않았나 싶었다.
영화 <드라이>는 에릭 바나의 감정 연기는 정말 좋았지만 작품 자체는 조금 의문이 들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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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나이트, 이끼 낄 명예 대신 선택해야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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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린나이트> 포스터 영화 <그린나이트> 포스터 ⓒ 팝엔터테인먼트
* 주의!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너무나도 아름답게 성찰적 여정의 문을 열었다. 중세 유럽, 가웨인의 여정을 이끈 어느 크리스마스 게임처럼 말이다
영화 <그린나이트>는 상실의 의미를 다룬 작품 <고스트스토리>를 연출한 데이비드 로워리의 신작이다. 14세기 영국에서 집필된 작자 미상의 두운시 '가웨인경과 녹색의 기사'의 내용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극중 가웨인경(데브 파텔)은 아서왕(숀 해리스)의 조카로, 아직 본인이 기사라고 자신감 있게 말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왕족임에도 위대한 무용담이 없는 본인이 부끄러워 왕의 옆자리에 앉는 걸 불편해한다.
그가 쭈뼛거리며 왕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어느 크리스마스, 궁정에 의문의 존재가 찾아왔다.거대한 고목 같기도, 사람 같기도 한 녹색기사(랄프 이네슨)였다. 녹색기사는 본인과 맞서는 자에게 명예와 근사한 도끼를 주겠다고 제안한다. 다만 그에게 했던 일들을 정확히 1년 뒤의 크리스마스에 되돌려주겠다고 말한다. 이 대결에 나선 자는 가웨인이었다. 그는 신념도, 대비책도 없이 녹색기사의 머리를 검으로 내려쳤다. 녹색기사는 잘린 본인의 머리를 들고 유유히 자리를 뜬다. 그리고 1년 뒤 그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가웨인은 녹색 예배당을 찾아 나선다. 영화 <그린나이트>는 광활하고 신비한 대지를 방황하며 진정한 가치를 알아가는 가웨인의 모습을 그렸다.
게임은 왜 하필 크리스마스에 시작될까
게임은 왜 하필 크리스마스에 시작될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예수의 탄생, 두 번째는 빨강과 초록이라는 색채를 쓰기 적합한 시기라는 점이다. 가웨인은 어쩌다 저질러버린 녹색 기사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녹색 예배당을 찾으러 나선다. 그리고 광활하고 신비로운 대지를 방황하는 내내 정령들을 마주한다. 정령들은 소년 강도들의 모습으로 또 언젠가는 머리를 찾고 있는 성녀 위니프레드의 모습으로 그리고 또 다른 언젠가는 안식과 매혹이 공존하는 성과 성주 부부로, 인간의 언어를 할 줄 아는 여우로 등장한다.
그들은 가웨인에게 자연이자 '기사다움'에 대한 은유로 다가온다. 가웨인은 그들과 엮이고 대화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우리는 어느새 기사도 정신이라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게 된다. 기독교 윤리를 바탕으로 한 관용과 공경, 자선, 용맹함 같은 것들 말이다. 예를 들어 소년 강도들은 예수가 겪는 시련처럼 가웨인을 곤경에 빠뜨리는 존재인 동시에-가웨인은 십자가 대신 나무에 묶였지만- 작은 친절, 관용에 대해 알리는 역할이었다.
그런가 하면 파리한 얼굴의 위니프레드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 태도, 이타성을 심어준다. 머리를 찾아주면 뭘해줄 거냐는 가웨인의 말에 왜 그것을 생각하고 하냐는 무심한 대사로 말이다. 온전히 머리와 숨이 붙어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 존재가 사실은 헛것임을 알려주기도 한다. 위니프레드는 가웨인이 현상이 아닌 본질을 보도록 만들어준 것이다. 이 일화는 또한 후반부 가웨인의 환상 속 사건에 대한 복선으로 작용한다. 여정 중 몇 번이나 가웨인의 죽음이 암시되었던 바, 환상 속 그의 목은 이미 수년 전에 기능을 다한 것처럼 쉽게 떨어져 나갔다.
▲ 영화 <그린나이트> 스틸컷 영화 <그린나이트> 스틸컷 ⓒ 팝엔터테인먼트
녹색과 빨강을 언급한 이유
안락한 성에서 만난 성주 아내(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앞서 본 정령들보다도 영화 가이드 급으로 친절하다. 녹색은 생명의 색이자 부패의 색이고 빨간색은 욕망의 색이라고 직접 언급하기 때문이다. 다른 색 대신 두 가지 색의 특성만 소개한 건 다분히 의도적이다. 영화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관람객에게는 굉장한 힌트인 셈. <그린나이트> 속 무한한 자연의 녹색, 그리고 존중받지 못하는 왕의 머리 위 왕관의 이끼 낀 녹색을, 나중에는 넝마가 되어버리는 녹색 띠를 눈여겨 보라는 것이다. 또 대비하라는 것이다. 시작과 끝을 모두 담당하는 녹색에 비해 너무도 폐쇄적인 붉은 욕망을. 더불어 핏덩이 인간을. 여인의 말이 아니더라도 노란색, 파란색, 빨간색, 초록색을 적절하게 사용한 조명에서 가웨인의 심경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기에도 훌륭했다.
이끼 낄 명예 대신
마지막 장면에서 가웨인은 징표로 가지고 있던 녹색 띠를 벗어던지며 이제 준비가 됐다고 말한다. 환상을 보았기 때문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고 인위적으로 목숨을 이어갔을 때 본인이 살게 될 삶에 대한 시나리오를. 이끼 낀 왕관처럼 유한하게 빛나던 생에 대한. 그는 이끼 낄 명예를 택하느니 겸허하고 단호하게 멍에를 끊는 쪽을 택한다. 사랑했던 여성 대신 '고귀해보이는' 인종의 여성을 반려인으로 맞는 생은 과연 명예로운가. 백성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 신세의 왕을 고귀하다 할 수 있는가.
▲ 영화 <그린나이트> 스틸컷 영화 <그린나이트> 스틸컷 ⓒ 팝엔터테인먼트
환상 속 왕이 된 가웨인의 뒤편 낯익은 초상화도 눈길을 끈다. 앞서 만난 성주의 아내가 그려준 초상화가 똑바로 놓여 있다. 성주의 아내가 그린 그림은 광활한 우주 배경에 가웨인의 상이 거꾸로 맺혀 있는 듯한 작품이었는데 다시 뒤집어둔 것이다. 자연을 지배하려는 인간의 자기중심적이고 오만한 태도가 드러나는 장면이다. 그런 그는 신비롭고 고통스러운 여정 뒤에 확실히 성장했다. 녹색기사 앞에 무릎을 꿇고 녹색 띠를 벗어던지던 그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또렷했다.
녹색기사는 가웨인의 목을 베었을까
최후의 순간, 확실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나는 결국 녹색기사가 가웨인의 목을 베었을 거라 추측한다. 자연이 위대하고 잔인하기 때문이 아니다. 무릇 훌륭한 기사란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아야 된다는 교훈을 주고자 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 가웨인이 1년 전 녹색기사에게 그 짓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인류가 자연에게 행한 치욕이 고스란히 인류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데이비드 로워리는 보여주고 싶었을 테다. 실제로 로워리는 한 인터뷰에서 "산 사람이 숲에서 뼈 더미가 되는 시간은 우주적 차원에서 볼 때 단 1초 정도면 된다. 우리는 사라져 먼지가 될 것이고 머잖아 땅엔 이끼가 낀다. 이 영화에서 그런 우주적 스케일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 어느 쪽이라도 우주적 스케일이 느껴지기는 한다. 인간의 오만을 되돌려주는 자연은 자연스럽다. 인간을 용서하는 자연은 또 한 번 거대해진다.
▲ 영화 <그린나이트> 스틸컷 영화 <그린나이트> 스틸컷 ⓒ 팝엔터테인먼트
로워리는 지배자들이 피지배자들을 잘 구슬리기 위해 기능하는 기독교 윤리나 기사도 정신을 추앙하지 않았다. 명예욕에 대해서는 이미 영화 초반 가웨인의 연인 에셀(알리시아 비칸데르)의 대사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왜 위대해져요? 좋은 걸로는 부족해요?"라고. 어머니 역할을 희생과 무한한 사랑의 아이콘으로 뻔하게 그리지도 않는다. 그는 기사도 정신으로 대변되는 너무나도 귀한 가치인 관용, 공경, 자선, 용맹함, 겸양과 같은 것들을 2021년에 다시 꺼내보고자 한 것이다. 녹색기사, 무한한 생명력을 가진 자연의 머리를 메론 한 덩이처럼 쉽게 베어버리는 수많은 가웨인들을 위해서 말이다. 세속적 명예, 가부장 문화, 목숨에 말 그야말로 '목숨 거는' 현대 인간들에게 영화 <그린나이트>는 더없이 시의적절하게 찾아온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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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봄'이 담은 세 가지 감정
종종 우리와 잘 모르는 곳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우리는 역사를 배우면서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고 배우지만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일반 사람의 입장에서 그 변화를 크게 체감하기는 어렵다. 당장 먹고살기 바쁜 일상에 정치나 경제 소식이 중요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두고 보게 된다. 그런 역사의 변동 한가운데 있던 사람들이나 그 일을 알고 적극적으로 반응했던 사람들은 분노와 절망감 같은 감정을 느낀다.
영화 <서울의 봄>은 한국 역사의 가장 역동적인 순간이 담겼다. 1979년 12월 12일에 벌어진 군사 반란을 모티브로 그날 9시간에 걸쳐 벌어진 일을 보여주는 영화에는 다양한 감정이 담겨있다. 군대 내 사조직인 하나회의 수장인 전두광(황정민)과 그의 동기 노태건(박해준)은 박정희 대통령이 살해당한 그날 권력의 빈틈을 파고들어 나라의 통제권을 잡으려 한다. 그들은 참모총장인 정상호(이성민)에게 누명을 씌워 체포하려는 계획을 하면서 최대한 합법적인 절차를 유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합법적 절차에 꼭 필요한 대통령 재가가 늦어지면서 참모총장을 먼저 체포하게 되고 상황은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그날 밤에 벌어진 일들을 보여주며 여러 감정을 전달한다.
첫 번째 감정 - 전두광의 탐욕
이 영화 속 전두광은 욕심으로 가득 찬 인물이다. 자신이 모든 정보를 열람할 수 있고 자신만의 조직을 꾸리게 되면서 그의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던 탐욕이 거침없이 드러난다. 하나회라는 군내의 사조직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자신의 집에서 불을 끄고 의심하는 사람들을 군사 반란의 방향으로 이끄는 장면은 그늘진 그의 얼굴이 주는 느낌처럼 서늘하게 느껴진다. 영화 내내 그의 행동엔 자신감이 넘친다. 자신이 하려는 모든 일에 안될 것이 없다는 식의 태도는 그가 얼마나 권력을 탐했는지를 완전히 드러낸다.
전두광은 10.26 박정희 시해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일반 사람들에게 알려진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권력의 공백을 눈치채고 그 틈을 하나회 일원들로 채워나간다. 참모총장을 체포하고 대통령 최한규(정동환)의 재가를 받는 행위를 통해 그 체포 정당성을 얻으려는 과정에서 전두광은 그 하루 밤에 세 번이나 대통령을 방문하게 된다. 그는 세 번째 방문 때에는 자신의 주변에 있는 군인들을 모두 데려가 이제 모든 것이 자신의 욕심대로 되어 갈 것임을 보여준다. 이야기가 보여주는 일련의 과정에서 그가 가장 자신의 탐욕을 내세우는 장면이고, 심지어는 막 얻은 권력을 뽐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전두광을 연기한 황정민은 실제 전두환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긴 시간 분장을 하고 나서 연기를 했다. 이미지 자체는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외모적인 부분을 비슷하게 하면서 실제 인물과 가까운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권력욕을 드러내며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는 연기에서는 그 악독함이 그대로 느껴지기도 한다. 황정민 특유의 악한연기가 실제 인물과 닮은 외모와 합쳐지면서 보는 관객들에게도 분노를 치밀게 만드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감정 - 이태신의 분노
영화에는 전두광의 반란에 대항하는 군인들이 등장한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수도경비사령관인 이태신(정우성)이다. 이 인물은 영화 속에서 특별한 권력욕이 없는 충직한 군인으로 그려진다. 이 인물의 성향은 참모총장인 정상호가 이태신에게 수도경비사령관을 맡기려 하는 장면에서 드러난다. 여러 차례 참모총장이 해당 직위로 보직 변경하는 것을 제안하지만 이태신은 계속 거절한다. 수도경비사령관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자신이 맡기에는 너무 큰 보직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이런 이태신의 모습은 탐욕적인 전두광과 대비되어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야기가 중반을 지나면 어쩔 수 없이 수도경비사령관을 맡게 된 이태신의 분노가 계속 표출된다. 전두광의 지시로 전방 병력까지 서울로 들어오려고 할 때, 유일하게 분노하며 막았던 이태신은 계속 자신을 지지해 주는 인물들을 하나둘씩 잃는다. 그렇게 쌓인 분노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폭발한다. 그는 전두광과 자신 사이의 장애물을 헤치면서 힘들게 전두광에게 다가가지만 큰 소리로 분노를 표하는 것뿐, 전두광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이태신의 마지막 일갈은 시원하지만 공허한 느낌을 준다.
이태신을 연기한 정우성은 그가 가지고 있는 바른 이미지를 잘 활용하고 있다. 그가 가진 욕심 없는 선한 이미지가 탐욕적인 전두광과 교차되면서 영화가 만들어내는 긴장감을 더욱 크게 만든다. 그가 가진 그런 특성은 마지막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대비되어 이태신이라는 인물이 더욱 돋보여 보인다. 아마도 정우성이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연기와 이미지의 장점이 이태신이라는 인물과 딱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 그래서 그가 분노를 표출하는 순간에 많은 사람들이 같이 분노의 감정을 느끼며 지켜보게 만든다.
세 번째 감정 - 국민들의 허탈감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그 당시에 일어났던 일은 극장에서 제대로 확인하게 되었다. 과거에 여러 차례 라디오 드라마나 TV드라마로 제작된 적이 있지만 영화에서 12.12를 제대로 다룬 적은 없었다. 반란군과 진압군이 벌였던 하루 동안의 극적인 사건을 담은 영화는 현재 젊은 세대들에게도 그 당시의 감정을 그대로 전달한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극장을 나서면서는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1979년 겨울을 지나 1980년의 봄은 따뜻하지 않았다. 군사 반란으로 권력을 잡은 전두광은 그 이후 자신들 편에 섰던 인물들에게 자신의 힘을 나눠주었다. 영화 맨 마지막에 반란에 참여했던 인물들이 이후 어떤 권력을 누렸는지를 자막으로 보여주는 장면에서 관객들의 허탈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아마도 그 당시 그 모든 권력 이동을 지켜보던 국민들 역시 분노를 넘어선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영화는 마치 그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역사의 중요한 순간을 무척 실감 나게 관객에게 전달하고 있다.
전두광, 현실의 전두환이 재판에서 심판을 받긴 했지만 우리는 그의 마지막을 기억한다. 그가 저지른 탐욕스러운 만행에 비해서 편안한 노년의 삶을 살다 저세상으로 간 그를 향한 분노는, 영화 <서울의 봄>으로 인해 사람들의 마음에 더욱 깊이 자리 잡게 되었다. 이 영화를 연출한 김성수 감독은 역사적 사건을 훌륭하게 극적으로 구성했다. 또한 복잡해지는 상황이 벌어지면 자막을 달아 모든 상황에 대한 이해가 용이하게 했다. 이런 훌륭한 연출은 영화 속에 담긴 감정을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하고 우리의 역사와 그 안에 있던 진실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이 영화가 주는 허탈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전두환과 그의 세력들은 오랜 시간 사람들의 분노와 마음의 심판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https://www.notion.so/Rabbitgumi-s-links-abbcc49e7c484d2aa727b6f4ccdb9e03?pv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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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렌치 디스패치 (The French Dispatch, 2021)
* 본 리뷰는 <프렌치 디스패치>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프렌치 디스패치 (The French Dispatch, 2021)
감독: 웨스 앤더슨
출연: 틸다 스윈튼, 프랜시스 맥도맨드, 빌 머레이, 제프리 라이트, 오언 윌슨, 레아 세이두, 티모시 샬라메, 베니시오 델 토르, 스티브 박, 마티유 아밀릭 등
장르: 드라마, 코미디, 옴니버스
러닝타임: 108분
개봉일: 2021.11.18
프렌치 디스패치의 마지막 호
20세기 중반, 프랑스의 가상 동시 '블라제'의 다양한 희로애락을 담으며 유통 중인 미국의 주간지 <프렌치 디스패치>. 수십 년간 발행인을 맡아온 편집장 '아서 하워치 주니어(빌 머레이)'가 어느 날 갑작스레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되면서, 동시에 그의 잡지도 폐간된다. 그가 남긴 유언 그대로. 따라서 <프렌치 디스패치>에 헌신해온 위대한 저널리스트 4인은 편집장과 잡지의 마지막을 애도하는 차원에서 특종 기사들을 써내려간 후 잡지의 마지막 호를 완성한다. 블라제 거리의 과거와 현재를 전하는 '새저랙(오언 윌슨)', 교도소의 미치광이 예술가의 일생을 조명한 '베렌슨(틸다 스윈튼)', '68 학생운동'을 기사로 다룬 '크레맨츠(프랜시스 맥도맨드)', 경찰청장 아들의 납치사건에 함께 휘말렸던 '로벅 라이트(제프리 라이트)'까지. 그렇게 <프첸치 디스패치>의 마지막 호가 완성된다.
잡지의 영상화, 집요한 연출로 세공
'웨스 앤더슨'의 발칙한 상상력과 집요한 연출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정점에 달했다고 느꼈던 그의 작법은 <프렌치 디스패치>에서도 흔들림이 전혀 없다. 동화 같은 파스텔 톤 색감, 누군가 쫓아오듯 빠르게 쏟아대는 많은 양의 대사들, 대칭·수직·수평에 대한 집념이 만들어낸 구도의 안정감 같은 감독의 대표적 특징은 이번 작품에서도 강하게 존재감을 뽐낸다.
'웨스 앤더슨' 감독을 대표하는 미장센 외에도 '잡지'라는 매체를 담고자 한 영화의 본질에 충실한 기법을 적극 활용한다. 각 저널리스트의 섹션을 넘길 때마다 마치 잡지의 페이지를 넘기듯 인쇄물 형태의 레이아웃을 화면에 구현하여 '잡지의 영상화'를 톡톡히 실현한다. 특히 '라이트' 기자의 섹션에서 다룬 애니메이션 기법은 잡지 속에 코너로 있을 법한 코믹스 구간을 표현한 듯하다. 흑백과 컬러의 빈번한 전환은 색깔이 가진 매력을 극대화함으로써 특정 장면을 강조하는데 적절한 도구로 사용되며 각진 화면 분할은 마치 여러 칸으로 구성된 잡지의 한 페이지를 보는 느낌을 준다. 기존 작품들 이상으로 강해진 장면과 구도에 대한 그의 집착이 아기자기하고 발칙한 상상을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시킨 것이다.
저널리스트에게 바치는 러브레터
단순히 연출에만 공을 들인 영화는 아니다. <프렌치 디스패치>는 현재 의미가 퇴색되어 가고 있는 '잡지'라는 언론 매체에 대한 과거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함으로써 세계 곳곳의 사건사고와 정보, 그리고 그 속에 내포된 의미를 전달하고자 고군분투했던 저널리스트들에게 헌사를 바친다. 실제로, 감독은 '뉴요커'라는 잡지의 애독자였고 해당 잡지에서 활동했던 기자들을 모델로 삼아 영화 속 캐릭터로 재해석했다.
감독은 이 작품을 '뉴요커'의 저널리스트들에게 바치는 러브레터라 칭했다. 이 얼마나 로맨틱한 표현인가. 그는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소식을 전하기 위해 전세계를 누비며 열정적인 취재를 하는 것은 물론 범죄 사건에 얽히더라도 목숨을 걸고 특종을 건져오는 기자들의 전문성을 높이 샀다. 어느덧 잡지와 신문 같은 정식 언론 매체들보다는 SNS에 떠도는 스트레이트 뉴스와 유머를 위한 짧은 문구들만을 읽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시대가 오고 말았지만, 과거 수십 페이지의 지면이 사진과 글들로 꽉 채워진 잡지를 보며 행복을 느꼈던 시절을 잊지 않기 위해 그에 대한 헌정의 의미로써 <프렌치 디스패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초호화 캐스팅, 적은 분량에도 존재감甲
수많은 명배우들을 사단으로 데리고 있는 '웨스 앤더슨' 감독답게 <프렌치 디스패치>에도 절륜한 연기력을 가진 명배우부터 핫한 청춘 스타까지 수많은 배우들이 주조연으로 총출동했다. '웨스 앤더슨'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빌 머레이'와 '오언 윌슨'부터 '틸다 스윈튼', '에드워드 노튼', '애드리언 브로디', '월럼 더포'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앤더슨 감독과 함께했으며 '프랜시스 맥도맨드', '티모시 샬라메', '베니시오 델 토르', '레아 세이두' 등의 배우들까지 더해져 캐스팅이 그 어떤 작품보다 화려하다. 이 중 대사가 단 몇 줄 뿐인 적은 배역을 맡은 배우도 있지만, 제일 인상 깊었던 건 앤더슨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춘 '티모시 샬라메'와 '베니시오 델 토르'다.
'티모시 샬라메'는 연기천재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게 '제피렐리'라는 학생 운동가로 분하기 위해 완전히 다른 목소리로 연기 톤을 잡았고, 오랜 경력을 가진 배우들 사이에서 특유의 산뜻함으로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는다. 물론, 그의 퇴폐미는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파리'라는 도시와 예술가적 기질을 가진 인물은 '티모시 샬라메'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속성이며 그와 호흡을 맞춘 '프랜시스 맥도맨드', '리나 쿠드리'와의 케미스트리 역시 빛난다. 그리고 대사는 많지 않지만 묵직한 카리스마와 표정 연기로 광기의 예술가를 연기한 '베니시오 델 토르'는 대단한 흡입력으로 관객들을 해당 에피소드에 매료시킨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레아 세이두'와의 독특한 로맨스도 의외의 매력을 일으킨다.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 내에 열 명이상의 주요 인물들이 등장하다보니 각 배우에게 할당된 시간은 많지 않다. 따라서 배우가 가진 역량을 절반도 채 보여주지 못하지만, 마치 잡지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스타들의 이미지를 감상하는 듯 친숙한 배우들의 등장을 통해 반가움을 느끼게 해준다. '웨스 앤더슨'의 작품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 배우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겠는가.
감독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확신
<프렌치 디스패치> 속 편집장 '아서 하위치 주니어'와 영화의 감독 '웨스 앤더슨'은 어떤 면에서 굉장히 닮아 있는 존재다. 이 두 사람은 분명 보통의 편집장 혹은 감독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독자적인 예술 방식을 고수한다. 이는 효율성과 상업성을 중시하는 통념과는 상당히 뒤떨어져 있다는 면에서 확고한 자기세계를 가진 아티스트들의 고집처럼 보이기도 한다. 앤더슨 감독은 영화 속 편집장에게 자신을 투영시켜 복잡하면서도 정교함을 가진 자신만의 제작방식에 대한 자부심과 자기만족을 드러낸다. 이러한 감독의 확신,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굳건한 지지가 있기 때문에 촘촘하게 높이 쌓아올린 그의 탑은 흔들림 없이 영화를 지탱하고 있다. 비록 <프렌치 디스패치>는 편집장의 죽음으로 인해 막을 내렸지만, 앤더슨의 작품세계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몇십년간 지속되었던 주간지의 발행처럼 앤더슨의 미학적 세계관은 계속해서 펼쳐질 것이다. 감독의 소신이 예술에 삼켜지지 않고 체계적인 구조를 갖춘 틀로써 오랜 시간동안 순수하게 이용되고 있다는 것은, 흔히 말해 예술병에 걸렸다는 평을 받는 감독들과 '웨스 앤더슨' 감독이 분명히 다르다는 지점이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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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2주 최신 개봉영화(강릉,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1984 최동원, 뉴오더, 아담스 패밀리2)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11월 2주차 #개봉영화
#최신영화#영화추천 #영화예고편
#강릉 #태양은움직이지않는다 #1984최동원 #뉴오더 #아담스패밀리2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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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흩어진 밤 리뷰 -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가족의 해체
#흩어진밤 #가족 #독립영화
[공지?]해당 영상은 배급사 '씨네소파'의 저작권이용 허락을 받아 제작된 영상입니다 :)?
작품 "흩어진 밤"은 오는 24일 개봉합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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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같이 살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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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집에 찾아드는 낯선 사람들.
엄마와 함께 공부에 집중하는 오빠.
일주일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아빠.
그리고 원치 않게 떠맡게 된 힘든 선택.
어둠 속에서 흩어지는 마음들을 바라보는 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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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흩어진 밤]은 10살 수민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가족의 해체와 원치 않는 선택을
사실적이면서도 담백하게 그려낸 웰메이드 영화입니다.
관객들을 천천히 그 상황에 데려다 놓으면서 어떤 기억에 한 켠에 있던
지난 날을 다시 마주하게 하는데요.
과연 수민이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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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블러드 브라더스 : 맬컴 엑스 & 무하마드 알리> 공식 예고편
20세기를 풍미한 두 아이콘의 놀랍고도 비극적인 우정을 담은 《블러드 브러더스: 맬컴 엑스 & 무하마드 알리》. 역사상 가장 뛰어난 복서 무하마드 알리, 그리고 ‘네이션 오브 이슬람’과 미국 흑인들의 지도자로서 엄청난 영향력과 카리스마를 보여준 맬컴 엑스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우정을 나누기엔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었다. 올림픽 챔피언이었던 무하마드 알리는 언제나 거침없이 의견을 표현했고, 화려한 언변으로 백인 언론에 쉴 새 없이 오르내렸다. 맬컴 엑스는 전과가 있는 지식인에서 혁명적 지도자가 되었고, 백인들의 억압에 맞서 싸웠으며, 스포츠를 사소한 게임으로 치부했었다. 하지만 그들의 유대는 깊었고, 우정은 진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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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30초 예고편
"우리 아는 사이예요?" 역대 스파이더맨 시리즈 빌런 총출동! 멀티버스의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 모든 이야기의 연결고리 ?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12월 15일 전 세계 최초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