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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2024-06-27 02:28:26

시차 로맨스

1초 앞, 1초 뒤(2024)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늘 남들보다 한발 앞서는 바람에 입시도, 일상생활도, 연애도 쉽지 않은 우체국 청년 ‘하지메’. 남들보다 늘 한발 느린 템포로 사진을 찍으며 느리지만 조용한 삶을 살고 있는 ‘레이카’. 어느 날, 미모의 뮤지션 ‘사쿠라코’를 만난 ‘하지메’는 가까스로 데이트 신청에 성공하지만, 눈을 떠 보니 약속날은 지나가버리고 얼굴까지 새빨갛게 타버린다. 파출소에까지 찾아가 잃어버린 하루를 되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하지메는 우체국에서 매일 우표를 사가던 ‘레이카’가 사라진 하루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데..! 천년 도시 교토에서 살아가는 1초 빠른 남자와 1초 느린 여자. 분실된 하루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1초 앞, 1초 뒤> 줄거리

 

 

남들보다 항상 한 발짝 더 빠르게 살아가는 하지메. 그는 늘 6시 59분에 깨 7시에 맞춰놓은 알람이 울리기를 기다리고, 셔터가 눌리기 전 이미 눈을 감아 사진에는 항상 눈을 감고 있는 항상 앞서가는 사람이다. 그의 이러한 성향은 연애에도 발현되어 늘상 차이기 일쑤다.

그러던 그의 일상에 한 여자가 들어온다. 바로 사쿠라코. 새롭게 시작한 연애. 이번에는 오래가고 싶을 만큼 진심이기 때문에 섣부르게 빠른 행동을 자제하려 노력 중이다. 그러다 마침내 사쿠라코와 데이트를 하기로 한 날. 떨리는 마음으로 준비한 그날이 사라졌다.

하지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 생각했던 그 하루가 어쩌다 사라져 버린 걸까? 남들과 빠른 하지메의 삶이 종국엔 하루까지 건너뛰어 버린 걸까? 본인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그 하루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웃기게도 영화의 중반까지 여주인공 레이카의 존재는 없다시피 하다. 남들보다 느린 삶을 증명하듯이 등장조차 느린 레이카. 그는 늘 잡으려던 모기를 놓쳐 허공에 박수만 치기 일쑤고, 정거장을 지나간 후에 하차벨을 눌러 원성을 듣는 한 발짝 뒤처진 사람이다. 사진을 찍는 것도 당연히 느려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는 것도 힘든 레이카는 늘 카메라를 걸고 다니며 우체국에서 우편을 보낸다.

레이카는 매번 어디로 우편을 보내고 있는 걸까? 그 '하루'의 다음날 레이카도 왜 얼굴이 시뻘겋게 타있던 거지?

 

 

남들보다 느린 레이카는 사랑에서조차 느리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하지메를 다시 만났을 때 그는 이미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져있다. 남들보다 빠른 하지메를 남들보다 느린 레이카가 따라잡을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앞서나가는 하지메의 뒤를 쫓기만 하던 레이카의 느린 삶에 그를 따라잡을 수 있는 하루가 생겼다. 모두가 멈춘 시간에서 레이카는 하지메와 나란히 사진을 찍기도 하고 다른 이의 속사정을 듣고 소원을 들어주기도 하며 하루를 보낸다. 다소 음침해 보이기도 했던 레이카의 사랑은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를 하지메를 위해 보내는 모습을 보며 애틋함으로 바뀌어 보이기 시작한다. 이 하루 덕분에 레이카는 하지메와 같은 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물론 하루가 끝나고 그들의 삶은 다시 시차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아마노하시다테 우체국에서 레이카를 기다리던 하지메의 모습을 보면 그 하루가 다시없더라도 서로의 시차를 줄여가며 살아가지 싶다.

 

 

남들보다 느린 사람들만을 위한 하루라는 설정은 엉뚱하지만 멋진 상상이다.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이며 자신이 가진 시간을 십분 활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분명 같은 시간임에도 느린 사람들은 다른 이들의 십분의 일을 겨우 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그들에게만 주어진 하루는 레이카에게도 그리고 이 영화를 보는 이에게도 선물이 된다. 누군가는 분명 이 빠른 세계에서 느리게 살아가고 있을 테니까. 어쩌면 <1초 앞, 1초 뒤>는 그들을 위한 영화일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며 남들보다 빠른 사람들은 한숨 쉬어가기를, 느리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는 선물 같은 시간이 되기를.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1초 앞, 1초 뒤> 시사회에서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작성자 . 사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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