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4-07-14 19:07:13
변하지 않는 애정의 끈기
영화 <구룡성채: 무법지대> 리뷰
PROGRAM NOTE.
1980년대 홍콩은 세계적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하는 동시에 이로 인해 수많은 화교들이 해외로부터 흘러들면서 사회, 경제적으로 혼돈의 시대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 홍콩에서 가장 위험하고 불가사의한 무법지대가 바로 구룡성채였다. 그 무렵 홍콩으로 흘러들어와 힘겹게 살아가고 있던 찬 록쿤은 악명 높은 미스터 빅이 이끄는 갱단에게 쫓기게 되고 우연히 구룡성채로 몸을 피한다. 구룡성채를 지배하는 사이클론의 도움으로 구룡성채에서의 삶에 적응하던 찬 록쿤. 그러나 찬 록쿤과 구룡성채를 향한 악당들의 위협은 점점 거세진다.
1993년에 철거되어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홍콩의 씬 시티, 구룡성채. 기괴하고 미로 같은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나이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울린다. 시대적 배경과 절묘하게 포개어지는 공간적 배경과 더불어 인물들의 다양한 사연과 관계를 통해 그 당시 홍콩의 모습을 절로 떠오르게 한다. 90년대 홍콩 영화 전성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화려한 액션 역시 놓칠 수 없는 매력 포인트. 제77회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첫 공개 당시 이미 극찬을 받은 바 있다. (이정엽 / 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POINT.
✔️ 홍콩 영화를 좋아하세요? 그러면 일단 보세요!
✔️ 고천락, 홍금보, 곽부성, 임현제... 홍콩 영화의 기라성 같은 이름들과 함께 유준겸, 오윤룡, 료자여 등 샛별 같은 이름들이 함께 놓여있습니다. 명배우 파티!
✔️ 하반기 개봉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 제목이 '구룡성채'라는 거다. 아무 정보도 보지 않고, 제목만 보고, 이걸 봐야겠다 생각했다. 구룡성채라니. 홍콩의 씬 시티(sin city)로 불리던 고층 슬럼. 불법 증축으로 거대하게 올라선 굴속 같은 곳. 지금은 철거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곳. 당시에도 위생이나 치안 측면에서 좋은 거주지라 할 수는 없는 곳이었지만, 철거되지 않았어도 들어가볼 수는 없었을 곳. 그럼에도 워낙 독특하여 자꾸 궁금해지는 곳이 아닌가. 다들 좋아하잖아?
아니나 다를까 재빨리 매진되어, 취소 표를 겨우 구했다. 그리고 나서야 영화 정보를 확인해 보니... 범죄 스릴러 액션... 홍금보? 아니 왜 나는 구룡성채의 역사를 담은 다큐멘터리일 거라 생각했지? 내 편협한 영화 취향 표에 범죄, 스릴러, 액션은 들어가 있지 않으며 홍금보는... 그가 나오는 영화를 본 적이 없다. 괜찮을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보러 갔다가, 만족해서 나왔다. 하, 이게 바로 홍콩영화의 맛이지!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
영화의 스토리라인은 매우 간단하다. 그리고 익숙하다. 미리 알아둘 것도 없다. 구룡성채를 둘러싸고 싸우는 이야기구나 정도로만 파악해 두면,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눈앞에 마치 아침 드라마처럼 익숙한 공식이 펼쳐질 것이다. 시작과 동시에 '옛날 옛적에' 느낌으로 구구절절 펼쳐지는 텍스트부터 전개되는 방식까지 어느 하나 어렵게 소화되는 것이 없다.
그러나 원래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 다른 나라에서 만든 영화였으면 이게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야! 하고 실망했을 것들도, 홍콩 액션 영화에서 펼쳐지니 익숙한 장르의 문법에 편승해 그냥 즐기게 된다.
자고로 홍콩 영화의 맛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끈덕진 의리 아닌가. 의리를 끝까지 지키려는 주인공 무리와, 그 의리를 손쉽게 배반하는 악의 무리 사이의 갈등. 요즘 같은 세상에 우스울 정도로 올바른 주제를 이렇게 고수하는데 어떻게 매력이 없을 수가 있냐고. 게다가 이토록 바른 주제의식을 이렇게 폭력적인 장면에 끼워 넣는 얼얼한 홍콩 스타일. 폭력적이다 못해 헛웃음이 나오는 무협의 경지에까지 이르는 액션. 아는 맛은 정말 무섭다. 헤어날 수 없게 만든다. 나도 이런데 홍콩 액션 영화를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정통으로 맞은 사람들에겐 이 영화가 얼마나 만족스러울까.

패가 없어도 마작은 계속된다
사실 나는 홍콩 영화를 많이 보지 않았다. 애초에 홍콩 영화에 익숙한 세대는 아니어서, 뒤늦게 왕가위 영화를 몇 편 보면서 마치 영화사 따라가듯 홍콩 영화도 좀 봐야지 의식적으로 본 정도. 무의식적으로 홍콩 영화를 이미 꿀꺽꿀꺽 받아 마신 나의 앞 세대와는 감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홍콩 영화를 대표하는 얼굴 또한 내겐 홍금보 쪽보다는 왕가위 영화로 수렴되는 양조위와 장국영의 얼굴 쪽이 가깝다.
그럼에도 고천락, 임현제, 곽부성 같은 배우들은 어쩜 그렇게 멋있는지. 자신들이 수호하는 의리와 인정을 품은 채 우아하게 나이 든 '형님'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고, 그 아래 각자 있는 대로 멋을 부리고 의리를 받드는 다음 세대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무엇보다 세대를 이어가겠다는 의지 같은 것이 결연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세대 교체란 건 일면 서글프기도 하다. 당장 구룡성채는 몇 년 후 철거될 것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고, '형님' 세대는 마치 구룡성채처럼 과거 영광의 기록이 되어 떠나갈 것이다. 홍콩 영화가 아시아 일대를 씹어 먹던 시절은 끝난 것 같다는 말조차 무색해진 지 오래다.
그러나 패가 하나 없어도 마작은 계속된다. 몸의 일부를 다치고 잃어도 싸움은 계속된다. 아무튼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이 가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어떤 선언처럼 느껴지는 이 마음. 그 올곧음조차 촌스럽게 치부되는 시대에, 여전히 홍콩 영화를, 홍콩 액션 영화를 고수하는 건 정말 뜨끈뜨끈한 마음이다. 홍콩의 여름 습도만큼이나 끈적끈적하게 마음에 눌어 붙는다.

애정이 묻어날 때 가장 강하다
구룡성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싶었던 내가 꽤나 만족했을 만큼, 이 영화는 사진으로 보던 구룡성채의 면면을 성실하게 재현했다. 빛도 들지 않는 굴속같은 건물 안쪽에서 구멍가게를 내고, 잡은 돼지를 염장하고, 만두를 빚고, 생선을 토막 내고... 하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공동 수도 앞에 줄은 길고 물은 모자라며 전깃줄은 언제 화재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복잡하게 꼬여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구룡성채의 외양만 구현하고 싶었던 것 같지 않다. 외양을 성실하게 재현하는 동시에, 구룡성채 거주민 사이의 인정까지 그려낸다. 마약과 매음과 폭력 조직 등 각종 범죄만 있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끈끈한 관계가 존재했던 삶의 현장이었다는 사실도 담아내고자 한 마음이 느껴진다.
홍콩 영화는 늘 홍콩을 정말 사랑한다. 반환이 결정되고 실제 반환이 이루어지면서 홍콩이 겪은 혼란의 상처는 홍콩 사람들에게 선명하게 남았지만, 깊고 눅진한 애정으로 승화되었다. 홍콩 영화마다 혼란과 방황 사이로 그 애정이 깊이 느껴진다.
이 영화 또한 홍콩에, 홍콩 사람들에, 홍콩 영화에, 홍콩 액션 영화에 깊은 애정을 품고 있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난 누군가 이토록 깊은 애정을 품은 시선을 보면 흐물흐물 녹아내린다. 이 애정에 거스르는 방법 같은 건 도무지 모르겠다.

이 영화의 단점이 없지는 않다. (없을 리가...) 영화의 액션은 중간에 좀 과해지면서 무협의 경지에까지 이르고, 아무리 홍콩 맛이라지만 어디까지 가나... 하는 생각이 분명히 든다. 그리고 옛날옛적 액션 영화 답게, 필요 이상으로 남성 중심적이어서 여성과 아동 캐릭터는 소모적으로 표현되는 면이 있다. 구룡성채에서 가장 다부진 눈빛을 하고 있는 (터치드 보컬 윤민 닮았다) 만두집 여성의 경우에도 더 좋은 서사를 부여해줄 수 있었을 것 같다.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더 발전하지 못한 것은 분명히 아쉬운 구석이다.
그렇지만 홍콩 영화는, 홍콩 영화를 둘러싼 애정은 지금도 변치 않고 여전히 그 자리에 건재함을 빛내는 좋은 작품이었다. 개봉 후 아빠 보여줘야지 싶은 작품도 참 오랜만이다. 깊은 애정을 받은 것들은 시간이 가도 은은히 빛난다. 부디 그 빛을 더 갈고 닦으며 시대에 발맞추어 더 오래오래 빛나 주기를.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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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이레귤러스 [The Irregulars] 영국 드라마
셜록의 세계관을 약간 빌려서(이름, 캐릭터, 배경 등등) 만든 호러 청춘 로맨스 이레귤러스 [The Irregulars].
19세기 런던, 어느 날부터 과학적으론 설명이 불가능한 초자연적인 일들이 벌어진다.
부모를 잃은 소녀 비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친구들을 돌보기 위해서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는 왓슨의 의뢰를 받아서 미스터리한 일에 휘말리게 된다.
등장 캐릭터가 매력적인 드라마이긴 한데,
지나칠 정도로 다양성을 넣어서 인지 처음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흑인인 왓슨, 동양인이 비아트리스, 귀족으로 등장하는 흑인들.
역사적 배경보다는 문화적 다양성을 갈아 넣은 드라마라, 셜록의 세계관을 조금이라도 기대했다면 살짝 이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판타지 드라마이고, 역사적 배경을 선택적으로 가져와 썼다고 이해하면 된다.
그러니 19세기 런던은 우리가 아는 역사를 가진 런던은 아니다.
세계관의 이질감을 넘어서면 그때부터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드다.
무엇보다 배우들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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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드라마 후기] '종이의 집'으로 보는 거짓말.
종이의집으로 보는 거짓말
진실이 아닌 것을 말하는 것.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말하거나 왜곡하여 말하는 것이 거짓말이다.인간은 왜 거짓말을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먼 과거의 아우구스티누스에서부터 소크라테스, 볼프, 칸트 등등 많은 철학자들과 지식인들 사이에서 고찰되어 왔다. 하루에도 혹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진실을 숨기고 있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 명쾌하게 진실만을 이야기하면 답답함 없이 시원하게 흘러갈 텐데 왜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는 걸까?
나에게 이 드라마를 소개해준 친구가 한 말이 있다. "너는 이 드라마를 보고 암에 걸릴지도 몰라. 진짜 답답하거든." 나는 이 드라마를 보고 정말 암에 걸릴 것 같아 3화까지 본 후 포기했다. 그 이후 시즌 3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 드라마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는 내가 이 드라마를 포기했던 이유가 이제는 다시 보게 되는 이유가 되었다.
이 드라마를 인간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에 대한 고찰로 보았다. 드라마의 내용은 한 천재 교수가 8명의 범죄자를 데리고 조폐국을 장악해 유로를 엄청나게 찍어댄 후 경찰을 피해 도망가려고 하는 드라마다. 이 드라마의 스토리와 예고편만 보면 도둑들이나 오션스일레븐 같은 범죄 영화류로 보기 쉬운데 이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은 앞서 소개한 영화들처럼 계획에 맞춰 시원시원하게 돈을 훔치고 재기 넘치는 기술로 경찰을 곤혹스럽게 만들지 못한다. 종이의 집에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거짓말들로 완벽에 가까운 계획을 어긋나게 만들고 임무를 힘겹게 수행해 나간다. 친구가 나에게 이야기한 "암에 걸릴지도 몰라"라는 말은 "거짓말 때문에 열받아"라는 말과 같다.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거짓말 때문에 시원한 스토리 전개(예상)에서 힘겨운 스토리 전개(현실)로 변한다. 우리가 암에 걸릴 것 같다는 말도 예상과 다른 현실. 진실과 다른 거짓 때문일 것이다.
드라마의 중심인물들은 8명의 범죄자 그리고 교수, 경찰, 인질들이다. 물론 그들과 관계된 사람들도 무시하기에는 비중도가 높지만 드라마에서 계속 비추어 주고 있는 인물들이 8명의 범죄자와 교수, 경찰, 인질들이기 때문에 이들을 중심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등장인물들은 처음 시작부터 혹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과거에 했던 거짓말을 실토하기도 한다. 거짓말은 범죄자들뿐만 아니라 인질들, 경찰도 한다. 가령 경찰과 인질 중 한 명은 자신의 가족에게 거짓말을 하고 불륜을 저지르고 인질 중 한 명은 사랑의 감정을 이용하여 남을 속인 후 곤경에 처하게 만든다. 당연히 범죄자들은 작은 것에서 큰 것까지 계속 거짓말을 한다. 등장인물들의 거짓말은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에서 남보다 자신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한 거짓말, 감정에 의한 거짓말, 양심 때문에 한 거짓말까지 다양하다. 이 거짓말들이 다양하기에 어떤 범주로 나누기는 힘들지만 결국 이 모든 거짓말은 자신을 위한 거짓말이다. 물론 이타적이라고 느껴지는 거짓말도 있겠지만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이타심을 발휘하여 하는 거짓말은 없다. 이곳에 나오는 사람들은 자신의 양심이 불편할까 봐 혹은 자신의 기분이 찜찜해질까 봐 거짓말을 한다. 그 결과가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게 되거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지만 결코 이타심 때문에 한 행동이 아니다. 거짓말을 할 때 진정 타인을 위한다면 그 거짓말은 해도 되는 것인가? 아니면 그래도 하면 안 되는 것인가? 내가 했던 거짓말이 진정 타인을 위했던 것인가? 아니면 나의 감정과 양심에 생채기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인가?
"왜 그래? 내가 네 목숨을 구했는데 불쾌하게 굴 것 없잖아"
"날 구했다고요?"
"그래"
"어떻게요?"
"아우슈비츠의 유대인처럼요? 나치가 가스실 행렬에서 열외 시키는 것처럼요?"
"난 나치가 아니야 네가 속옷에 핸드폰을 숨기는 바람에 널 죽이라는 지시를 받았잖아"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어떻게 했는데요 거절했어요? 저항했어요? 아니잖아요 내 다리를 쐈잖아요.
당신은 사람들 앞에서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요. 그리고 이렇게 가두었죠. 숨도 못 쉬고 화장실도 못 가요.
그리고 착각하지 말아요. 당신이 나치 중 가장 착한 나치라고 해도 나치는 나치니까요."
- 종이의 집 시즌 1 中 -범죄자 중에 가장 착한 범죄자라 하더라도 범죄자는 범죄자인 듯. 거짓말 중에 가장 착한 거짓말이라 해도 거짓말은 거짓말이다.
이 드라마는 재밌는 장치를 하나 두었다. 가면이다. 가면인즉 거짓말이다. 범죄자들은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당연히 가면을 쓰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인질들도 가면을 쓴다. 인질들이 왜 가면을 쓰지?라고 생각하면 드라마에서는 이러한 이유를 든다. 첫 번째로 인질이 누가 누군지 알 수 없게 하기 위해서. 두 번째로 인질과 범죄자 간에 구분을 할 수 없게 하기 위해서. 범죄자와 인질이 구분되지 않는다면 경찰은 섣불리 범죄자들을 제압할 수 없다. 때문에 범죄자들은 인질들에게 자신들과 같은 달리 가면을 쓰게 한다. 동시에 범죄자들은 인질과 범죄자를 구분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외부와 소통이 될 만한 순간에서 인질들에게 범죄자처럼 하도록 코스프레를 시킨다. 그리고 보통 영화와 다르게 이 드라마에서는 범죄자들은 인질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가리지 않고 모두 보여준다. 외부와의 단절된 순간. 조폐국 내부에서 인질들과 범죄자들만 소통할 수 있는 순간에 범죄자들과 인질들은 가면을 벗고 서로의 맨 얼굴을 보고 이야기한다. 인간은 결국 외부에만 거짓을 들어낼 뿐 내면에서는 자신의 맨 얼굴을 드러내고 진짜 모습 보인다. 내면과 외면이라고 따지면 페르소나까지 생각을 확장시킬 수 있을 텐데 여기까지 나아가면 머리가 너무 아프기 때문에 차치하도록 하자.
극 중 제일 재밌는 장면으로 뽑으면 인질 한 명이 부상을 당해 외부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고립된 조폐국으로 들어오는 장면이다. 이때 범죄자와 인질들은 같은 복장과 가면을 쓰고 총으로 의사와 간호사를 위협한다. 이 들을 보고 혼란스러워하는 의사와 간호사의 표정은 긴장감과 불안감을 극대화 시킨다. 이 장면만 보면 다 같은 복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누가 범죄자인지 누가 인질인지 알 수가 없다. 이 장면으로 극은 가면(거짓말)을 범죄자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 시민(인질)도 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 거짓말 혹은 범죄라는 것은 악인과 평범한 사람 구분 없이 누구나 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즉 보통 거짓말을 나쁜 것으로 규정했을 때, 범인(犯人_죄를 저지른 사람)만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범인(凡人_평범한 사람)도 거짓말을 한다. 누구나 다 거짓말을 한다.
극의 전개는 시간이 갈수록 완벽한 계획과 거짓말이 뒤섞여 혼란스럽게 흘러간다. 극 중 범죄자들의 대장이라고 할 수 있는 교수가 계속 거짓말을 하는 범죄자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도대체 왜 계획대로 하지 않는 거야? 그렇게 많은 돈을 얻을 수 있는데 왜 거짓말을 한 거야?" 범죄자 중 하나는 답한다."너에게는 계획이 있지. 하지만 지금 당장 돈이 들어온 것은 아니잖아" 이것을 거짓과 진실로 치환하자면 이렇게 볼 수 있다. "왜 진실을 말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거야?" 답한다. "진실은 있지. 하지만 그게 지금 당장 좋을지 안 좋을지 모르잖아." 드라마는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거짓말에 대한 정의들을 점점 더 흐릿하게 만들고 알 수 없게 뭉게버린다. 거짓말이라는 것을 과연 나쁘다고만 이야기할 수 있을지. 진실이 꼭 좋은 것이라고만 이야기할 수 있을지. 도통 알 수 없다.
인간은 왜 거짓말을 하는가? 거짓말이란 무엇인가? 거짓말이란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드라마의 답이 어디에 다다를지 그리고 드라마를 통해 거짓말에 대한 답을 어디까지 생각할 수 있을지는 이 드라마의 끝을 보아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각자의 몫.
"난 나치가 아니야 네가 속옷에 핸드폰을 숨기는 바람에 널 죽이라는 지시를 받았잖아"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어떻게 했는데요 거절했어요? 저항했어요? 아니잖아요 내 다리를 쐈잖아요.
당신은 사람들 앞에서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요. 그리고 이렇게 가두었죠. 숨도 못 쉬고 화장실도 못 가요.
그리고 착각하지 말아요. 당신이 나치 중 가장 착한 나치라고 해도 나치는 나치니까요."
"미안해.."
-종이의 집 시즌 1 中-그래도 한 가지 이 드라마에서 명확히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있다. 앞서 소개한 대화에서 뒷부분에 범죄자가 하는 대답이다. "미안해.." 내가 한 거짓말이 상대방을 좀 더 나은 상황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지라도 상대방이 그 거짓말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낸다면 그땐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
종이의 집이 시즌 3까지 나왔다고 하는데 나의 궁금증이 거짓말에 대한 물음이 시즌 3쯤에는 답을 내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나누고 싶은 것들.
1. 거짓말은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2. 거짓말이 들키는 순간 느껴지는 감정은 무엇인가?
3. 가장 최근 한 거짓말은 무엇일까?
4. 이타적인 거짓말이란 존재할 수 있는가?
5. 어린아이의 거짓말과 성인의 거짓말은 어떻게 다른가?
6.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할 수 있는가?
7. 거짓말이 필요한 순간이 언제라고 생각하는가?
8. 내가 최초 했던 거짓말은?
9. 왜 사람들은 거짓말을 할까?
10. 거짓 없이 진실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
* 본 콘텐츠는 브런치 까마구의 까망책방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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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까지 피해자가 조심하면서 살아야 되는가
영화 ‘걸캅스’ 개봉 당시 영화관에서 직접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동의 없는 동영상 촬영은 물론이고 그 동영상을 보고, 공유한 사람들 모두 처벌 받아야 된다는 것이었다. 한때 리벤지 포르노로 불리던 디지털 성범죄의 역사는 우리 생각한 것보다 꽤 깊다. 그 오랜 시간 속에 피해자들은 도움을 요청하기를 어려워하고, 가해자가 처벌 받은 경우는 미미할뿐더러 다시 일상 속으로 돌아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생활한다.
나는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고 그 발달 속에서 많은 편의를 누리고 살았으나 이것이 누군가에게는 끔찍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이런 끔찍한 범죄로 인해 피해자는 일상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통으로 여기고 극단적인 경우 자살을 택하기도 한다. 영화를 볼 때 가장 안타까웠던 장면은 그저 일상을 즐기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던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은 불법촬영물과 이것을 공유해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려고 했던 장면이었다. 만약 등장인물인 미영과 지혜, 그리고 다른 여성 경찰관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피해자의 존재는 잊혀진채 가해자는 또 다른 피해자를 이용해 범죄를 저질렀을 것이다.
개인적인 공간인 화장실에서 조차 혹시 불법촬영물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상황이 아니라 편하게 볼 일을 볼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의 일상적인 부분조차 포르노로 소비되고 있는 사회에서 지켜져야 할 것은 이런 불법촬영물에 대한 규제를 더욱 명확히 해서 엄벌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규제가 없다면 가해자가 유포한 불법촬영물이 온라인 상에서 공유되는 동안 피해자는 불안에 떨며 살고 있을 것이고 이걸 본 누군가는 그런 행위를 모방하여 또 다른 범죄를 양산하게 되는 악순환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죽어도 음란물은 죽지 않는다”는 이수정 교수님의 말처럼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으려면 이것을 처벌하고 예방할 수 있는 관련 법들을 만들어야 된다. 나는 이런 성과 관련된 범죄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성인지감수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온전히 존중 받고 보호 받아야 되는 '성'이라는 개념이 상품처럼 사고 파는 개념으로 인식 되어서는 안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성범죄 문화를 근절할 수 있도록 죄를저지른 가해자가 그에 마땅한 벌을 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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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우리는 어른으로 자란다
이번에도 '믿고 보는 픽사 애니메이션'이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며 다시 한번 힐링을 선사했다. 9년 만에 후속편으로 컴백할 만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2'는 13살이 되어 사춘기에 접어든 라일리의 변화와 성장을 그린다. 그동안 라일리의 감정 컨트롤을 담당해 왔던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 이외에 불안, 당황, 따분, 부럽 등 낯선 감정들이 갑자기 들이닥친다.
1편에서 부모를 따라 고향인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를 떠나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로 이사를 오면서 낯선 환경에 어려움을 겪고 기쁨과 슬픔이 충돌하는 과정이 주류였다면, 이번에는 라일리가 다양해진 감정들과 함께 복잡 미묘한 시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 보여준다.
기쁨은 라일리의 좋지 않은 기억들을 '기억의 저편'으로 보내면서 '나는 좋은 사람이야'라는 자아를 형성하지만, 부정적 상황을 미리 대비하는 불안의 영향력에 라일리가 또 다른 힘을 발휘하면서 기쁨이 만든 자아는 빛을 잃어간다. 하지만 라일리에게 닥칠 수 있는 부정적 상황을 미리 대비했지만, 불안이 만든 자아는 열등감 가득한 '난 부족해'로 탄생해 위기에 빠뜨린다.
1편보다는 스토리 구조가 단순해지고 깊이가 얕아진 느낌이 들지만, '인사이드 아웃 2'가 전하는 진한 메시지는 전편 못지않게 강력하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주로 겪을 법한 신념의 형성부터 자존감, 불안감, 이기심, 욕심까지 아주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특히 불안이 일으키는 일련의 사건들은 현대 사회에서 누구나 겪게 되는 감정 이야기로 확대해 불안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어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면서 위로한다.
동시에 아름다운 동심을 잃지 않는다. 기쁨을 포함한 기본 감정들의 모험을 통해, 사춘기를 지나 어른이 되어서도 잃지 말아야 할 솔직한 감정들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청소년기를 거쳐 어른으로 성장하는 라일리를 위해 모든 감정들이 손을 잡을 땐 '난 사랑받는 존재였어'라는 결론에 다다르며 울컥하게 만든다. '어른동화' 픽사의 저력이 여기서 느껴진다.
이번 편에서 새롭게 합류한 감정 캐릭터들과 라일리의 '비밀의 방'에 숨겨진 비밀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한다. 그중 비디오게임에서 튀어나온 랜스와 파우치는 웃음 신스틸러로 활약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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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디 옆에 오은영 선생님이 계셨더라면 좀 달랐을 텐데
철이 들 때가 됐는데
케이시. 이제 그만하자. 차에 탑승한 케이디 가족. 여느 때의 아이들과 다름없이 케이디는 엄마 말을 안 듣고 있다. 어떤 것에 먹이를 주고 있는 케이디. 원래 있을 때 잘해야 하는 법인데 부모님은 그냥 꿔다 놓은 보릿자루다. 스크린 타임 30분으로 하지 않았어? 언쟁이 오가는 부부. 금세 언쟁은 눈길에 대비를 안 했다는 소재로 이어진다. 안전하게 벨트 끼고 아무것도 안 해도 모자랄 판에 돌발행동을 한다. 놀라는 케이디의 엄마. 케이디! 안전벨트 해! 차는 잠깐 흔들릴 정도로 방향을 주체하지 못했다.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잠깐 멈춰 서기로 한 부부. 제설차가 눈을 치울 때까지 잠시 대기하기로 한다. 그러나 그때, 큰 차가 갑자기 케이디 가족을 들이받는다.
젬마는 AI를 만드는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일 하고 있는 엠마. 전 세계 만국공통으로 통하는 것이 직장생활 아닌가. 경쟁사의 표절부터 달달 볶는 상사까지 여러모로 짜증 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원래 훈수가 창작과 실행보다 쉬운 것이다. 상사의 이래라 저래라에 짜증 난 젬마는 자기가 만든 기계 ‘메간’을 사람들에게 보여 줄 기회를 달라고 요청한다. 시원찮은 상사의 반응. 상사 데이비드에게 메간을 보여줄 때 이 기계가 좀 이상한 리액션을 보여준 것도 한몫한다. 그런데 이 메간만큼이나 젬마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조카 케이디다. 언니를 잃은 젬마. 사실 마음이 많이 복잡하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일에 전념하지만 그녀에게도 가족을 잃은 슬픔은 여전히 남아있다. 임시 보호자가 된 젬마. 케이디에게 뭔가 힘이 될 수는 없을까?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젬마의 직업이었다. 그래. 내가 AI를 만들었었지? 메간과 케이디가 서로 잘 지내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일거양득 아닐까? 언뜻 보면 빛나는 센스지만 이 아이디어는 오히려 케이디와 젬마를 수렁에 빠지게 만들었다.
블룸하우스 맛
블룸하우스는 2010년대 중반부터 관객에게 신선한 영화를 보여주는 곳이었다. 우선 이야기에 그렇게 제한을 두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 상큼 발랄함은 영화 내적을 굉장히 플러스 요소가 된다. <해피 데스데이>나 <살인 소설>, <인비저블 맨>은 뭐 뻔하다면 뻔한 호러지만 자기가 하고자 하는 바를 나름 잘 눌러 담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생각한다. <2014년 <위플래쉬>부터 시작해서 2017년 <겟 아웃>까지 데이미언 셔젤과 조던 필이라는 신인 감독을 등용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이 두 감독은 현재 할리우드에서 좀 알아주는 아티스트들 아닌가? 작년 <놉>이나 올해 <바빌론>까지 수작을 뽑아내는 데 있어 안목이 좋았던 제작사의 선택이 잘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M. 나이트 샤말란과 스파이크 리라는 베테랑을 다시 등장시킨 전례도 있다. <23 아이덴티티> 시리즈의 샤말란도 뭐 나름 성과가 있지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석권한 <블랙클랜스맨>은 스파이크 리의 직업이 인권운동가가 아닌 영화감독임을 세계에 보여주는 좋은 선택이었다.
이렇게 신선한 선택을 보여주는 블룸하우스답게 이 영화도 남다르다. 일단 AI와 호러라는 선택이 좀 익숙해 보이지만 영화가 가지는 선택은 다른 영화들과 다른 느낌은 분명히 있다. 우선 기존 호러 영화가 공포를 다뤘던 방식은 1) 인간이 무섭거나 2) 초자연적인 행동이 무서운 것이 주류를 이뤘다. 우리가 잘 아는 <랑종>이나 <곡성>은 2)에 속하고 인간이 무서운 쪽은 <미드소마>에서 볼 수 있었다. 이 영화가 가장 무서운 이유는 AI 때문이다. 신선하다. 이 신선한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영화는 기괴함이라는 감정을 중심으로 이끌어간다. 메간의 얼굴을 보면 글쓴이는 솔직히 그래픽을 입힌 티가 너무 났다. 너무 인간같이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보는 어떤 분들은 불쾌한 골짜기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또 이 AI가 기계의 사용자인 젬마의 계산을 어떻게 뛰어넘는지도 역시 호러 요소로 작동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는 뉴스들을 생각해 볼 때 많은 분들이 ‘언젠가 AI가 인류를 뛰어넘을지도 모른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뉴스들을 영화가 어떻게 활용했을까? 막연히 ai가 인류를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케이디의 정서적 교류와 예측불가능함이라는 양가적인 특성으로 소화한 것이다. 영화의 기본적인 기획력이 좋았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의외로 철학적
영화에서 내적으로 작동하는 모티브는 두 가지다. 첫 번째. 가족구성원의 유대감에 대한 질문이다. 두 번째. 인공지능의 역할에 대한 질문이다. 우선 전자 가족구성원에 대한 이야기는 한 인물의 직접적인 대사로 나온다.’ 넌 언제?’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이 약간 초중반부에 나오긴 하지만 이 문장이 작품 전부를 꿰뚫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반부. 젬마는 케이디에게 선물을 했다. 바로 AI다. 결과론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젬마는 제이디에게 이상한 선물을 했다. 여기서부터 젬마는 케이디에 대해서 좋은 어른으로서 아이를 성장시킬 생각이 없는 듯하다. 이 젬마의 선택은 2부로 이야기가 전환되기 전까지 계속해서 반복된다. 말만 그럴듯하게 하고 별로 가족으로서의 책임감이 없는 것이다. 이 부주의는 영화의 핵심 소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임감은 중반부 찍고 벌어지는 대환장파티의 결과로도 보이기 때문이다. 젬마의 내적인 결함을 영화의 원동력으로 사용한 것이다. 극의 서스펜스와 모티브를 병치시킨 감독의 수가 돋보인다.
그리고 인공지능의 역할에 대한 질문은 첫 번째 모티브도다 더 직접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가장 첫 장면 케이디가 부모님 말은 귓등으로 흘려듣고 어떤 것에 집중하고 있는지, 또 실험실 내부의 사람들은 영화 끝에 가서 어떤 입장에 놓이는지, 젬마의 부주의가 어디까지 반복되는지를 생각해 보면 이는 영화 자체적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보인다. 또 이 영화에서 인간과 기계는 주종관계가 뒤엎어진 것처럼 보인다. 글쓴이는 이 영화의 모든 리액션들이, 인간이 주체가 된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는 분명히 인간이 자기 스스로를 위해 잠식된 내면을 보여주기 위한 연출로 보인다. 이 부분을 여러분이 집중해서 본다면 좀 색다르지 않을까 싶다. 이때 사람이 더 주체적으로 행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하는 것이다.
이상한 준비물
뭐 이렇게 나름 철학적인 것도 넣고 장르적인 특색도 어느 정도 넣었다고 해서 단점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글쓴이는 영화 내적인 이야기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는 영화적 허용으로 넘어갈 수 있다. 영화 내적으로 품고 있는 철학적인 이야기를 지탱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 중에서 메간이 벌이는 일들이 과연 가능할까? 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있다.
그리고 영화의 근본적인 설정에서도 의문점이 생겼다. 처음 케이디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그다음에 바로 메간을 선물하는 행동이 좀 의문이었다. 영화에서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설정이지만, 또 젬마의 내면을 묘사하는데 무조건 필요한 일이지만 사건 자체의 현실성이 좀 떨어지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뭐 케이디 부모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모를 수 있다. 영화 내적으로 눈이 쏟아졌던 것이 교통사고의 계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니 부부와 최소한의 대화도 없이 그런 선물을 했다는 것은 의아하다.
또 중반부 기점 찍고 전반과 후반의 이야기 전개가 확 달라진다. 후반부부터 메간의 광기가 폭발한다. 이 광기가 폭발하고 난 후는 흥미롭지만 전반부의 이야기는 사람에 따라 지루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약간 후반부가 오히려 더 폭발적이어서 전반부가 인간적인 느낌? 특히 (이미 해외에서 유명한 것으로 보이지만) 후반부에 메간 춤추는 신 웃기다. 이 춤추는 장면 하나만으로도 영화 가치가 좀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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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K-컬쳐를 논하기 전, 부끄럽게도 우리는 사람 앞에 K-number를 붙여 한국에서 해외로 입양을 보내왔다. 여기서 K-number는 입양된 한국 아이들의 고유한 번호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기록에서 출발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조작된 서류와 감춰진 기록들이다.
기록하는 미오카
“나는 생모에게 버림받은 기억이 없다.”
미오카의 서류를 따라가며 영화가 흘러간다. 기록을 따라 도착한 곳에는 진짜 김미옥은 없다. 미옥 씨는 그럼에도 그 곳의 한 곳 한 곳을 카메라로 촬영한다. 이것이 미오카의 진정한 기록일 것이다. 기록물을 믿기보다 기록하는 주체를 믿어야만 하는 현실. 미오카의 머리 기장과 입양인들의 기억에서 비롯하여 뿌리를 찾아간다. 이것이 조세영 감독이 담고자 하는 기록이다.
입양된 아이들의 삶
그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다.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 나의 부모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버림받은 기억이 없는데 혹여나 여직 나의 부모가 날 찾고 있을까봐 의무감에서라도 움직인다고 한다. 과거를 모른 채 입양된 아이들은 평생을 ‘정체성’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조작되고 감춰진 50년의 기록
아이들을 화물처럼 모아 입양을 보냈던 기록. 정부와 입양기관의 만행이 속속들이 밝혀지며, 관객석에선 비통의 탄성만이 흘러나온다. 이들은 여직 자신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발뺌한다. 그렇다면 약 2만 명이 되는 아이들의 삶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입양인 커뮤니티 뿐만 아니라,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이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하여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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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석-Bouble G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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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석-Ca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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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형-chase 2(추격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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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F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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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Put the G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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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Think Of Konan(싱크 오브 코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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