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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비됴2024-07-15 18:09:55

오컬트를 빙자한 인상 깊은 여성 바디 호러

<오멘: 저주의 시작> 리뷰

2024년 상반기 국내 개봉 호러 영화 중 기억에 남는 작품 중 한 편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오멘: 저주의 시작>을 선택할 것이다. 그 이유는 단순히 오컬트 장르의 기념비적인 영화인 <오멘> 시리즈의 프리퀄이라는 것에 있지 않다. 오리지널 시리즈의 명맥을 이어오면서도 그 안에서 장르적 변주를 가하고, 동시대 우리가 두려워하는 공포를 전했다는 점 때문이다. 오컬트를 빙자한 여성 바디 호러. 어쩌면 <오멘> 시리즈 중 가장 현실적인 공포를 그렸다고 볼 수 있다.  

 

 

 

때는 1971년, 수녀가 되기 위해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한 마거릿(넬 타이거 프리)은 과거 보육원에서 연을 맺었던 로렌스 추기경(빌 나이)을 만난다. 그리고 이들은 한 보육원에 도착한다.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돌보는 이곳에서 마거릿은 외톨이로 지내는 한 소녀에 집중한다. 과거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이 소녀를 그냥 놔둘 수 없었던 것.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우연히 브레넌 신부(랠프 이네슨)를 만나고 그 소녀를 조심하라는 경고와 보육원의 어두운 실체도 알려주겠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오멘: 저주의 시작>은 프리퀄답게 <오멘>의 악령 데미안의 탄생 기원을 따라간다. 데미안은 어떻게 탄생했으며, 악령의 부활은 어떤 과정을 통해 가능했는지 등 영화는 놓인 운명에 겸허히 따라간다. 브래넌 신부가 말하는 보육원의 비밀, 즉 그 유명한 ‘666’ 표식이 있는 악마의 실체를 밝혀나가는 그 과정만 보더라도 영화는 시리즈의 자장 안에서 그 역할에 충실하다. 

 

 

 

하지만 순수한 소년의 얼굴을 지닌 데미안처럼, 영화는 중반부 이후 장르를 달리 가져간다. 공포의 대상이 악마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서 적그리스도를 만드는 인간으로 바뀌면서 작품의 지향점은 달라진다. 이 부분에 있어 <오멘> 시리즈보단 로만 폴란스키의 <악마의 씨>와 유사해 보인다. 아르카샤 스티븐슨 감독은 여느 인터뷰에서 <악마의 씨>를 자주 언급했는데, 후반부 마거릿의 수난사는 <악마의 씨>의 로즈메리의 수난사와 오버랩된다. 광신도들의 잘못된 믿음, 정치적, 사회적 질서 및 권력 유지를 위해 여성의 신체에 폭력을 가하는 부분은 너무나 닮아있다. 

 

오컬트 장르의 첫 문을 열어젖힌 <엑소시스트> 이후 등장한 <오멘>은 당시 미국인들의 심연에 자리 잡은 공포, 즉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간의 마음을 건드리며 큰 관심을 이끌었다. 이와 반대로 <오멘: 저주의 시작>은 그동안 사회적 약자로서 권력자들에게 배신, 이용만 당했던 여성들의 운명에 초점을 맞추고, 그에 따른 공포와 고통을 목도한다.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설명하지 못하지만 후반부 적그리스도의 탄생 장면을 길게 보여주는 것 또한 이런 의미를 부각하기 위한 부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어 영화는 과거 <오멘> 시리즈가 여성은 배제된 남성 중심적 서사 구조를 가져갔다는 걸 상기시킨다. 감독은 숙명처럼 시리즈 내 서사 구조의 성 역할을 전복시킨다. 오로지 남성은 주변인으로서 존재하고 이야기를 이끄는 건 선이 되었든 악이 되었든 여성들이 그 역할을 맡는다. 더불어 연대 또한 여성들의 몫이다. 그동안 오컬트를 포함한 호러 장르에서 피해자로서만 각인 되었던 여성들의 이야기가 이제야 수면 위로 올라온 느낌이다. 

 

호러 영화로서 갖춰야 하는 기본 요소들은 충실한 편이다. 고어는 물론, 공포스러운 스코어와 음향 사운드, 그리고 점프 스케어는 관객에게 공포를 전한다. 이보다 더 극악스러운 공포는 후반부에 포진한다. 마거릿을 통해 보여주는 바디 호러 장면은 단순히 이 영화가 엔터테인먼트적인 공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실제 여성들이 가진 공포를 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장르적인 재미를 원했던 이들에게는 다소 심심할 수 있지만, 그 무게감은 기존 시리즈보다 더 무겁게 느껴진다.  

 

 

 

 

<오멘: 저주의 시작>은 미국 연예 전문지 ‘버라이어티’에서 내놓은 2024년 상반기 호러 영화 TOP 10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만큼 북미에서도 이 작품이 가진 의의, 즉 예전이나 지금이나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공포라는 점을 높이 평가한 듯하다. 과연 여성들은 무엇을 믿을 수 있는가? 그 답은 영화를 보며 찾아보길 바란다. 

 

사진 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평점: 3.5 / 5.0

한줄평: 종교라는 권력에 짓밟힌 오컬트적 여성 수난사!

작성자 . 또또비됴

출처 . https://brunch.co.kr/@zzack01/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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