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또비됴2024-07-15 18:09:55
오컬트를 빙자한 인상 깊은 여성 바디 호러
<오멘: 저주의 시작> 리뷰
2024년 상반기 국내 개봉 호러 영화 중 기억에 남는 작품 중 한 편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오멘: 저주의 시작>을 선택할 것이다. 그 이유는 단순히 오컬트 장르의 기념비적인 영화인 <오멘> 시리즈의 프리퀄이라는 것에 있지 않다. 오리지널 시리즈의 명맥을 이어오면서도 그 안에서 장르적 변주를 가하고, 동시대 우리가 두려워하는 공포를 전했다는 점 때문이다. 오컬트를 빙자한 여성 바디 호러. 어쩌면 <오멘> 시리즈 중 가장 현실적인 공포를 그렸다고 볼 수 있다.
때는 1971년, 수녀가 되기 위해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한 마거릿(넬 타이거 프리)은 과거 보육원에서 연을 맺었던 로렌스 추기경(빌 나이)을 만난다. 그리고 이들은 한 보육원에 도착한다.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돌보는 이곳에서 마거릿은 외톨이로 지내는 한 소녀에 집중한다. 과거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이 소녀를 그냥 놔둘 수 없었던 것.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우연히 브레넌 신부(랠프 이네슨)를 만나고 그 소녀를 조심하라는 경고와 보육원의 어두운 실체도 알려주겠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오멘: 저주의 시작>은 프리퀄답게 <오멘>의 악령 데미안의 탄생 기원을 따라간다. 데미안은 어떻게 탄생했으며, 악령의 부활은 어떤 과정을 통해 가능했는지 등 영화는 놓인 운명에 겸허히 따라간다. 브래넌 신부가 말하는 보육원의 비밀, 즉 그 유명한 ‘666’ 표식이 있는 악마의 실체를 밝혀나가는 그 과정만 보더라도 영화는 시리즈의 자장 안에서 그 역할에 충실하다.
하지만 순수한 소년의 얼굴을 지닌 데미안처럼, 영화는 중반부 이후 장르를 달리 가져간다. 공포의 대상이 악마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서 적그리스도를 만드는 인간으로 바뀌면서 작품의 지향점은 달라진다. 이 부분에 있어 <오멘> 시리즈보단 로만 폴란스키의 <악마의 씨>와 유사해 보인다. 아르카샤 스티븐슨 감독은 여느 인터뷰에서 <악마의 씨>를 자주 언급했는데, 후반부 마거릿의 수난사는 <악마의 씨>의 로즈메리의 수난사와 오버랩된다. 광신도들의 잘못된 믿음, 정치적, 사회적 질서 및 권력 유지를 위해 여성의 신체에 폭력을 가하는 부분은 너무나 닮아있다.
오컬트 장르의 첫 문을 열어젖힌 <엑소시스트> 이후 등장한 <오멘>은 당시 미국인들의 심연에 자리 잡은 공포, 즉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간의 마음을 건드리며 큰 관심을 이끌었다. 이와 반대로 <오멘: 저주의 시작>은 그동안 사회적 약자로서 권력자들에게 배신, 이용만 당했던 여성들의 운명에 초점을 맞추고, 그에 따른 공포와 고통을 목도한다.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설명하지 못하지만 후반부 적그리스도의 탄생 장면을 길게 보여주는 것 또한 이런 의미를 부각하기 위한 부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어 영화는 과거 <오멘> 시리즈가 여성은 배제된 남성 중심적 서사 구조를 가져갔다는 걸 상기시킨다. 감독은 숙명처럼 시리즈 내 서사 구조의 성 역할을 전복시킨다. 오로지 남성은 주변인으로서 존재하고 이야기를 이끄는 건 선이 되었든 악이 되었든 여성들이 그 역할을 맡는다. 더불어 연대 또한 여성들의 몫이다. 그동안 오컬트를 포함한 호러 장르에서 피해자로서만 각인 되었던 여성들의 이야기가 이제야 수면 위로 올라온 느낌이다.
호러 영화로서 갖춰야 하는 기본 요소들은 충실한 편이다. 고어는 물론, 공포스러운 스코어와 음향 사운드, 그리고 점프 스케어는 관객에게 공포를 전한다. 이보다 더 극악스러운 공포는 후반부에 포진한다. 마거릿을 통해 보여주는 바디 호러 장면은 단순히 이 영화가 엔터테인먼트적인 공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실제 여성들이 가진 공포를 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장르적인 재미를 원했던 이들에게는 다소 심심할 수 있지만, 그 무게감은 기존 시리즈보다 더 무겁게 느껴진다.
<오멘: 저주의 시작>은 미국 연예 전문지 ‘버라이어티’에서 내놓은 2024년 상반기 호러 영화 TOP 10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만큼 북미에서도 이 작품이 가진 의의, 즉 예전이나 지금이나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공포라는 점을 높이 평가한 듯하다. 과연 여성들은 무엇을 믿을 수 있는가? 그 답은 영화를 보며 찾아보길 바란다.
사진 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평점: 3.5 / 5.0
한줄평: 종교라는 권력에 짓밟힌 오컬트적 여성 수난사!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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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키즈 도슨트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이번 시간은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씨네랩 크리에이터 기자단으로 참여한 일정 중 하나로, 영화에 대한 아이들 시선과 생각을 느낄 수 있는 키즈 도슨트와 함께한 국내외 단편 애니메이션 6편의 짤막한 리뷰입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을 뜻하는 도슨트, 어리지만 열심히 준비한 정민규, 김한나 어린이가 상영에 앞서 ‘나쁜 친구’, ‘건전지 아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었고, 관심 있게 볼 포인트를 짚어주었습니다. 상상력 가득한 시선으로 색다른 관점의 재미를 찾을 수 있도록 차분히 설명해 주어서 아이들의 노력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고, 각 작품의 다양성에 대한 접근이 좋아서 짧은 단편 애니메이션이었지만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01. 나쁜 친구
어린 시절, 주변에 있는 여러 사물, 생명체나 보이지 않는 존재에도 이름을 붙이고 말을 걸기도 하며 다양한 친구들을 만들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먹게 됩니다. 이야기는 무엇과도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꿈같은 여섯 살 무렵의 시절을 보여줍니다. 한창 보살핌이 필요한 제연이, 며칠간 집을 비운 엄마와의 안부 전화에 친구 스위티를 언급하며 재잘거리지만, 상상 속 충치 벌레인 스위티는 결국 친해진 대가로 치과에 가게 되고 치료를 받은 뒤 둘 사이는 예전 같지 않게 되죠. 스위티가 전처럼 웃어도 고개를 홱 돌려 모르는 척하고 이제는 할머니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양치를 합니다. 그런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스위티는 어디론가 사라지죠. 하기 싫은 양치질에 생겨난 충치, 씁쓸한 치료의 기억과 함께 사라져가는 무형의 친구는 어떻게 됐을까요?
02. 건전지 아빠
털실과 구름 솜으로 제작한 인형 캐릭터가 눈길을 사로잡는 인간 가족을 위해 밤낮으로 일하는 건전지 아빠의 일상을 따라가는 작품입니다. 아침에 잠을 깨우는 시계의 자명종, 점심에는 아이가 가지고 노는 공룡 로봇, 저녁에는 아빠 손에 쥐어진 TV 리모컨으로 활약하고, 새벽에는 전자 모기채로 가족의 밤잠을 방해하는 모기를 퇴치하는 열혈 아빠의 모습을 담습니다. 그리고 야외로 놀러 갔을 때 갑작스러운 폭우에서 가족들을 구하게 되는 손전등으로 자신을 희생하죠. 그렇게 건전지로서의 운명이 다 했나 싶었지만, 힘겹게 돌아온 집에서 아이들의 사랑으로 다시금 충천되는 모습을 담습니다. 의인화를 통해 가족 생계를 위해 노력하는 아빠가 아이들에게서 힘든 하루를 보상받고 위로받는다는 보편적 이야기를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게 풀어갑니다.
03. 내 친구 물방울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로부터 자신을 지켜주는 식물 용을 만난 물방울이 함께하는 여정을 그린 작품으로, 처음에는 도움을 받는 입장이지만 계속되는 더위에 식물 용 또한 생기를 잃어갑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로지 자신만이 그를 구할 수 있음을 깨닫고 희생을 통해 다시금 생명을 지키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죠. 우정과 희생이라는 테두리에 자연 순환적인 생태계의 그림을 넣어서 아이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짧지만 인상적인 메시지를 전달해 줍니다. 파리의 디자인&애니메이션 사립학교 학생들의 작품인 만큼 표현에 있어서 더욱 간결하고 재미있게 그려져있습니다.
04. 두려움을 떨쳐낼 용기
바다를 무서워하는 해달이 자신에게 소중한 분홍색 조개 목걸이를 바다에 빠드리면서 두려움에 맞서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태어나고 가족의 품을 벗어나 새로운 환경과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저마다의 노력이 필요하고 낯설고 어색한 순간을 넘어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한 법이죠. 해달에게도 두려운 그 순간, 자신에게 손을 내밀며 용기를 주는 존재가 나타납니다. 결국 새로운 세계를 향해 발을 내딛게 되는 아이들 또한 그러한 용기가 필요하고 이를 잘 이끌어 줄 부모를 포함한 주변의 역할이 중요하며, 이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도 필요하다는 걸 말합니다. 누구나 처음은 어색할 수밖에 없고, 받아들이는 과정과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그 순간을 뛰어넘어 나아가는 아이들을 올바르게 이끌어 줄 우리의 역할이 중요함을 다시 느끼게 해줍니다.
05. 친구에게 양보를!
한 아이가 아빠와 같이 잡은 물고기를 혼자서 사냥을 하지 못하는 새끼 곰에게 나누어주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아빠는 힘들게 잡은 물고기를 나누어주는 아들을 혼내죠. 결국 몰래 나눠주다 들키게 되고 아빠가 새끼 곰을 쫓아내려는 걸 막다가 절벽 아래로 떨어집니다. 아이는 그곳에 쌓여있는 물고기와 다친 엄마 곰을 보고 새끼 곰의 상황을 알게 되고, 아빠 또한 그 모습을 보고 구해주며 상처도 치료해 주죠. 이후 이야기는 전래 동화 속 은혜 갚은 까치처럼 상부상조하는 동물과 사람의 모습을 담습니다. 누군가를 돕는 것에는 사람과 동물, 개개인의 차별적인 모습은 필요하지 않겠죠?
06. 어떤 하루
서울 어느 공원의 물속, 2년간 기다림 끝에 유충에서 성충이 되어 세상 밖으로 나온 하루살이 하루와 닐리를 담습니다. 서로를 좋아하지만, 사랑을 하면 곧 죽게 되기 때문에 서로의 마음을 숨기고 각자의 꿈을 쫓아가려 하죠. 하루만 살기에 하고 싶은 것도 보고 싶은 것도 많은 하루살이를 통해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비유합니다. 하루라도 더 살기 위해 모든 욕망을 버리고 살아가는 것도, 하루를 살기 때문에 후회 없이 즐기는 것도 어떻게 보면 우리의 삶이니까요. 결국 하루와 닐리는 하루를 살아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한 시간을 선택하는데, 아이들은 어떻게 보고 무엇을 느꼈을지 궁금해지네요.
나이대별로 ‘5 플러스’, ‘10 플러스’, ‘14 플러스’로 나누어진 섹션 중 언어장벽이 불필요한 작품들로 구성된 ‘5 플러스’를 통해 아이들의 도슨트를 듣고 6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나보았습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작품들이 아니기에 더 좋은 시간이었고, 보편적이면서도 다채로운 시선들로 구성된 이야기들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얼마나 공감하며 이해할지, 더불어 스스로 어떤 느낌으로 받아들일지도 궁금했습니다. 이제 다음 주면 행사가 끝이 나는데 남은 기간도 열심히 즐겨봐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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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냥감이 되거나 사냥꾼이거나 둘 다 아니거나
굉장히 오래전 일이다. KBS의 <해피 투게더>에 나와서 모 래퍼가 어떤 분에게 랩을 한다. "인생의 진리지!" 이 한 줄은 많은 커뮤니티를 오고 가며 밈이 된다. 약간 모든 게 완벽한 너. 너는 인생의 진리지!라는 식의 가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랩을 했던 사람이 자기 계발에 진심인 분이었어서 그 분 특유의 오그라드는 감성과 잘 맞았다.이 깔끔한 캐릭터성은 지금 봐도 웃긴 코미디 소스다. 그런데 코미디는 코미디고 완벽한 건 참 부러운 일이다. 비단 나만 해도 머리가 안 좋고 키가 작다. 그리고 소심하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과는 머리가 먼 느낌이다. 나도 다 잘하는 사람이고 싶다. 노력은 하는데 이상과 현실이 괴리가 있는 느낌.. 하하..
이정재 배우 역시 찾아보면 단점이 있을 것이다. 그의 인생사가 편하게만 전개되지는 않은 것 같긴 하다. 도덕적으로 비난받았던 적도 있으니 지금까지도 유효한 비판일 거라 생각한다. 근데 이 이정재 배우는 작년 <오징어 게임>을 필두로 중년 운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관상>으로 재기의 시발탄을 쏘아 올리면서 그의 커리어가 다시 시작됐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포스 있는 액션 연기로 무비스타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했다. 그다음 작은 <오징어 게임>이었다. 국제적으로 가장 흥한 드라마인 이 작품. 미국의 어느 에이전시와 계약했고 마블과의 링크도 뜨고 있는 건 정말 신기하다. 엥? 더 잘 될 수가 있나? 우리나라에선 이미 탑스타가 된 이정재 배우. 이 이정재 배우가 연출에 도전한다. 그리고 엄청 성공적인 것 같다. 웰메이드 스릴러 한 편이 등장했다. <헤어질 결심>과 <소설가의 영화>에 이은 올해 한국영화의 발견이 되지 않을까 싶다. <헌트>다.
복잡한 1983년
전두환이 쿠데타를 일으킨 지 4년이 지났다. 1983년 워싱턴. 두 안기부 차장이 대통령을 엄호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원래 대통령이 오기로 했던 건물 밖에는 성난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 어수선한 건물 밖 분위기. 건물 위층에는 CIA 인사와 안기부 부장 강 부장이 시민들을 바라보고 있다. 과열되는 시위. 하지만 대통령이 워싱턴에 도착하는 일정에 차질은 없다. 그런데 CIA에서 연락이 왔다. 대통령을 노리는 저격수가 있다는 소식이다. 어디에? 안기부 국내팀/국외팀 차장 박평호와 김정도는 무장하고 건물 내부로 들어간다. 건물 안에 모든 신경이 집중됐다. 긴박한 지금. CIA와 안기부는 테러범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런데 임무 도중 박평호가 인질로 잡히게 된다. 고민하는 안기부. 그렇게 전전긍긍하던 때 김정도는 테러 용의자를 사살한다.
뭔가 안 맞는 것 같은 둘. 사실 테러범을 생포해 배후에 누가 있는지 조사하고 싶었지만 김정도가 가차 없이 사살했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긴 어렵게 됐다. 김정도의 발령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호흡이 영 안 맞는 둘. 두 사람이 이끄는 안기부에 제보 하나가 들어왔다. 안기부 안에 북한과 내통하는 스파이가 있다는 소식이다. 이름은 동림. 이 스파이가 주요 정보들을 그동안 북측에 정보를 제공했던 것으로 보인다. 스파이를 놔둔다는 것은 한국의 안보에 거대한 구멍을 만드는 셈이 됐다.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 동림. 안기부의 윗동네가 아니라면 유출이 안 될 정보들이 퍼지고 있다. 과연 동림의 정체는 누구일까? 두 남자는 처절하게 대립하며 스파이의 정체를 점점 알게 된다.
독보적인 느낌
우리가 아주 잘 아는 이정재 배우의 감독 데뷔작이다. 이정재 감독은 보통 배우로 유명하다. 작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오징어 게임>이 그의 대표작이다. 드라마로 국제적인 인기를 끌기 이전에 사실 충무로에서 굵직하게 이름을 날리던 게 이정재 배우였다. <도둑들> <암살>로 천만배우 주조연도 해보고 <관상>의 수양대군이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레이, <신세계>의 이자성 역으로 개성 강한 역할을 많이 맡았다. 특히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레이 역이 아주 인상 깊었다. 그 처음 등장할 때 ‘그것이 나의 방식이야’하던 장면을 글쓴이는 아주 좋아한다. 그러나 정말 이정재 배우의 팬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닌 건 아닌 것이다. 뭔가 스타성이 강하지 예술가적 창의성이 뛰어나다고는 생각 안 해봤다. 맡는 역할도 왠지 제한된 느낌?
그러나 이 영화는 그동안의 영화를 봤던 분들에게 '이런 면도 있었구나' 놀라게 하기 충분하다. 이 신인 감독의 연출기법은 어디에서도 본 적 없었다. 일단 이 영화는 세 작품과 비슷하다. <원스 어픈 어 타임 할리우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공작>이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그 역사를 살짝 비틀었다는 것이 아마 세 작품과의 유사점이 될 것이다. 근데 유사점을 떠나 세 작품과 비슷하면서도 결이 살짝 다른 느낌이다. <원스 어픈 어 타임 할리우드>보단 어둡고 빠르게,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첩보물의 형태를 가져왔지만 주인공의 입장 처지가 완벽하게 다르다는 것, <공작>과도 비슷하지만 더 처절하고 끈적끈적하다는 지점이 세 영화와 같지만 다른 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액션신 연출 방식이 여태까지 나왔던 다른 장르물과 다르다. 이 <헌트>에서의 액션신은 분출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시퀀스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박평호와 김정도가 내면에 품고 있는 특정한 감정으로 영화 분위기를 이끌기 위해 짜여있다. 가령 첫 번째 도입부를 보면 그렇다. 김정도는 그냥 사살하는데 박평호는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인물 간의 입장 차이를 위해 장면 장면을 넣은 것이다. 또 하이라이트 신에서의 총격전은 어수선하고 난잡하면서도 장르적인 특성과 하고 싶었던 말을 분명하게 삽입했다. 불필요한 장면 삽입 없이 시퀀스를 경제적으로 활용한 이정재 감독의 뚝심이 돋보였다.
이렇게 이야기와 드라마 사이를 잘 조절해서 빠르게 전개하다 보니 보는데 이물감이 없다. 굉장히 빠른 이야기 전개에 변박을 부여해서 정서와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까지 한다. 또한 이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은 인물 간의 차이점을 부각하는 연출에도 유효한다. 극 중 김정도와 박평호는 비슷한 점이 많다. 같은 안기부 차장이라는 점, 부하 직원이 있다는 점, 또 뭔가 약점이 있다는 점 이런 것들에서 비슷하다. 이렇게 비슷한 게 두드러지도록 잘 짜여있기 때문에 엔딩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구멍이 없다. 오히려 영화를 보고 나서 다시 생각하면 '아 이래서 그랬겠구나'이해가 쉬울 것이다. 일부러 두 사람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목표로 둔 게 아니라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는 이유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기 때문에'로 만들었기 때문에 하이라이트 신의 쾌감이 잘 느껴진다. 이런 방식은 어디에서도 못 봤다. 신인 감독의 독창성이 그대로 묻어 나온 영화였다.
엄청난 퍼포먼스
이정재와 정우성은 충무로의 큰 이름들 중 하나다. 그만큼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했다는 뜻이다. 이에 호응하게 둘의 인맥은 넓은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정재 배우의 '방위 시절'에 만났던 유재석,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 이미 모델로 월드클래스였던 정호연 배우, 송강호 배우 등 충무로 마당발 중 하나가 이 영화의 감독이다. 마찬가지로 정우성 배우 역시 곽도원 배우나 주지훈, 전도연 배우 등등 청담동 부부는 덕을 잘 쌓았는지 인맥이 넓다. 이를 보여주듯 이 영화에선 씬스틸러들이 잘 나온다. 그리고 이 씬 스틸러 중 몇몇 배우는 물리적인 분량이 짧아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일단 어떤 카메오들은 잠깐 샤샥하고 스쳐 지나간다. 초중반부쯤 총격전 신에서 양 갈래로 나뉜 국정원 요원들의 얼굴을 잘 확인해보시면 누가 나왔는지 파악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상기했던 '엄청나게 중요한 카메오'에 대한 이야기다. 네 배우다. 일단 ~장 전문 배우 송영창 배우는 극에 보이는 대로 이해해도 뭐 큰 스포일러가 아니다. 중요하긴 하지만 이 배우의 출연 사실만으로도 반전이 있거나 이러지는 않다. 나머지 세 배우다. 이 세 배우중 두 사라는 주체적인 연기를 잘 소화했다. '주체적인 연기'라고 하는 것은 인물이 수동적으로 끌려다니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인물의 처지를 결정짓는다는 이야기다. 회사 대표로 나왔거나 안기부 요원 중 한 사람으로 나온 두 사람은 자기 몫을 충분히 잘 해냈다. 극 중 인물들이 '이래서 이렇게 행동했다'를 설명하기 위해 굉장히 중요했던 두 사람은 눈빛과 표정으로도 그 개연성을 성립시킨다. 아. 세 신스틸러 중 나머지 한 배우가 있다. 이 배우에 대해서는 어떤 역을 맡았는지 서술하지 않겠다. 이 배우는 극을 완벽하게 이해했다. 그리고 등장하자마자 천재성을 선보이며 극의 휘발유를 부었다. 이 인물이 이야기 전개에서 핵심이 되는 두 번째 발화점이라는 점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압도적인 긴장감을 조였다가 푸는 광기 어린 퍼포먼스를 소화해낸다. 금세 이 배우가 출연했던 다른 영화들이 떠오를 것이다.
아. 카메오들이 아니더라도 전체적으로 디렉팅이 깔끔했다는 느낌이 든다. 전혜진 - 허성태 배우는 박평호 - 김정도의 곁에서 조수 같은 역할을 한다. 이 두 배우는 성격이 극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전혜진 배우가 맡은 방주경 역은 비교적 덜 감정적이면서 여유가 있다. 이 여유가 있는 일처리 방식은 주요하게 작동한다. 또 허성태 배우가 맡은 장철성 역은 들끓어 오르는 인물이다. 이 인물의 내면 역시 극에서 중요하게 작동되며 이야기에 영향을 끼친다. 두 배우는 불안할 수밖에 없는 두 남자에게 신뢰관계를 형성하며 안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 임무가 있었다. 두 배우가 워낙 경험이 많아서인지 이 두 과제를 잘 이해하고 수행한 듯 보인다. 둘 다 정말 좋고 매력적인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또 정우성 배우는 이 영화에서 경력의 최고점을 찍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난 이 배우가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이를 보여주듯 불안에 떠는 내면과 많은 임무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남자의 내면을 드러냈다. 김정도와 박평호에게 중요했던 것은 거리감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두 사람 사이에도 그게 느껴져야 하고 관객들 입장에서도 멀리 떨어져서 그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글쓴이는 두 인물이 어떤 사람인가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정재 배우는 뭐 본인이 감독이니만큼 극의 배경이자 설정이 되는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또 고윤정 배우와 임성재 배우가 기억에 남는다. 임성재 배우가 어떤 역을 맡는지는 스포일러가 될 것이다. 그런데 난 이 배우가 좀 잘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어딜 갖다 놔도 어울리는 비주얼과 연기를 보여준다. <언프레임드>에서 찌질한 느낌도 잘 살리고 이런 역도 잘하는 거 보면 연극 판에 오래 있던 분이 아닐까 싶은 마음이다. 뭐 지금 제일 인기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도 나온다고 하던데 잘 되셨으면 좋겠다. 또 고윤정 배우는 이름만 몇 번 들어보고 실제로는 처음 본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이 배우 역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정재 감독이 좋은 원석을 잘 섭외했다.
알고 가면 더 효과적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그리고 실제 인물에서 모티브를 따기도 했다. 일단 전두환 누군지 모르는 사람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10.26 사태로 박정희가 암살당하고 12.12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독재자다. 1980년 광주를 위시한 수많은 학생운동을 탄압하며 많은 분들을 희생시킨 인물이다.
다음 두, 세 번째는 '장영자 사기사건'과 '이웅평 대위 귀순 사건'이다. 일단 전자. 장영자 사기사건은 1980년대 초반 장영자라는 인물이 전직 안기부 요원이었던 이철희와 함께 도합 6천억 원가량의 어음사기를 벌인 일이다. 이 사건으로 관련된 5 공화국 인물이 많이 구속됐다. 이 사건이 극에서 어떤 사건으로 치환된다. 그리고 후자 이웅평 대위 귀순 사건 역시 극에서 나름 중요하다. 북한의 공군이었던 이웅평 대위가 자기가 소유하고 있던 제트기와 함께 남한으로 무작정 투항한 사건이 이 일이다. 1983년 이 일이 있고 나서 남북관계가 불안정했다고 전해진다. 다음은 고문기술자 이근안 씨다. 이근안은 5공화국 당시 유명했던 고문기술자다. 주로 심문하는 사람들에게 팔을 꺾거나 사람을 통닦처럼 묶어 고문을 하는 등 현재까지도 많은 영화에서 사용한 방식 몇 개를 이근안이 고안해냈다고도 한다. 이 이근안이 암시되는 부분이 몇 가지 있다. 다음은 조총련이다. 간단하다. 북한의 사회혁명 단체다.
또 가장 중요한 아웅 산 묘소 테러사건이다. 전두환 정권은 1983년 아시아를 순방 중이었다. 이때 미얀마를 방문해 이 나라의 민주투사들에게 참배하는 일정을 잡았다고 한다. 당시 북한군은 폭탄을 설치해 아웅 산 묘소에 있던 13명의 정부 관료를 사살했다. 전두환을 목표로 한 테러였지만 주요 행정부 관료가 사망했기 때문에 5공이 무너지진 않았지만 엄청난 치명타를 가한 셈이 됐다. 전두환은 묘소에 도착하기 이전에 차가 고장 나서 수리하는 바람에 도착이 지연됐다. 이 일은 전 대통령에게 행운으로 돌아왔다. 이 덕에 전두환 대통령은 생존해서 1987년까지 정권을 이끌게 된다.
여름 극장가의 승자가 될 듯
한 3주 지났다. <외계+인> 1부로 시작한 여름 빅 4 레이스가 <헌트>를 끝으로 마무리가 됐다. 개인적으로는 이 <헌트>가 최종 승리자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2부를 위한 준비물이었던 <외계+인>, 깔끔하지는 않았던 <한산>,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비상선언>은 뭔가 아쉬운 지점이 있다. 그런데 이 <헌트>는 강강강의 템포가 강점으로 발휘돼서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는 스릴러 장르영화로서 훌륭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뭔가 오그라드는 느낌도 없고 위험한 지점도 없으며 결과를 이미 알고 있지도 않는 좋은 영화다. 한국의 현대사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가장 티켓값을 할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현대사를 소재로 한 영화 중 높은 순위권에 안착할 작품이 나타났다.
총성으로 되묻다
우리나라는 참 상처가 많은 역사를 갖고 있다. 전쟁 이후 70여 년 동안 독재자 세 명이 등장한 탓에 많은 분의 희생을 감내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영화화될 소재가 많아졌다. 그리고 이 <헌트>도 이를 반영한 영화이기도 하다. 이 <헌트>는 사실 관객에게 질문하는 영화다. '동림'이 누구라고 생각해? 와한 문장이 더 있다. 후반부에 주요 등장인물의 입에서 나오기도 하고, 여러분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잘 짜인 장르적 특색이 메시지와도 이어지는 수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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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인터뷰] 영화에 녹아든 시선
*국문 인터뷰 하단에 영문 인터뷰 번역도 함께 준비되어 있습니다:)
There is also an English interview translation at the bottom of the Korean interview:)
▶Date: 5 /5
▶Interviewee : Adam Wong (A)
▶Editor/ Interviewer : 윤채원 chaewon Yoon (Y)
in 북눅 전주(Booknook Jeonju)
Y: 제일 처음 , <우리가 이야기하는 방법 (원제: The way we talk) > 이라는 제목만 보고 영화를 접했을 때는 ‘인물들이 이야기 하는 다양한 방식, 방법을 보여주는 이야기인가?’ 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인물이 이야기하는 방식보다는 오히려 인물들이 자신의 가치랑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에 이야기가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혹시 감독님께서 이 작품을 통해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것, 이야기 하고 싶었던 점은 어떤 것일까요?
A: 이 영화가 가지는 핵심 가치는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예요. 사실 이 영화를 만들고 나서 생각해 봤더니 지금까지 저의 모든 영화들은 항상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더라구요. 그렇지만, 특히나 이번 영화는 굉장히 사전 조사도 많이 했고, 실제 사례들에 많은 기반을 두었고, 우리 사회에서 아직까지 잘 드러나지 않는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아까 주제로 소통하는 방식에 대해 언급 해주셨는데, 소통도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사실 진정한 나 자신을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소통을 하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죠. 우리가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과 얼마나 다르고, 또 비슷한지 알아야 하고, 그것은 소통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에요.
영화 속 세 등장인물은 모두 소통 방식이 다릅니다. 한 명은 수어만을 사용하고(Wolf), 한 명은 인공 와우와 수어를 함께 사용하고(Alan), 한 명은 인공와우(CI)를 사용하여 수어를 사용하지 못합니다(Sophie). 저는 이들을 통해 '인공 와우를 착용했을 경우 더 잘 말할 수 있다' 이런 것들에 집중 했다기보다는 그들의 정체성이 가진 가치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왜 그는 수화를 지금까지 계속해 왔는지, 인공 와우를 왜 거부하는 지에 집중했던 거죠. 울프는 태어날 때부터 소리를 듣지 못했고, 가족들도 모두 수화를 사용하기에 어릴 적부터 그 언어에 익숙했던 반면, 소피는 후천적으로 청력을 잃게 된 케이스에다가 부모님은 모두 들을 수 있는 청인이잖아요. 그러니 그녀의 부모님은 아이가 아프다고 생각하고 이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가도록 치료 되길 바라는 거죠. 수어를 배우는 대신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을 받고요, 그러나 인공 와우의 문제는 안경처럼 맞춘다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좋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사람들에게는 실패 가능성이 되게 높아요. 인공 와우를 착용한다고 해도 근거리에서 들리는 소리와 원거리에서 들리는 소리를 잘 구분하지 못하고, 사회생활에 적응이 어려울 수도 있죠. 앨런의 경우에는 수화와 말이 모두 가능하잖아요, 그는 수화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데 ,사람들이 흔히 청각 장애인이라고 하면 수화만 한다고 생각을 하죠. 그렇지만 사실 스펙트럼이 되게 광범위하고,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선택을 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그들이 가진 생각들이 서로 대치하기도 해요. 이것과 관련해 그들이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어떤 탐구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사회와 같이 협력하는지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Y: 방금 이야기해주셨던 것처럼 <우리가 이야기하는 방법>에서도 그렇고, 이전 작품들에서도 계속해서 감독님께서는 청춘이나 정체성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다루셨는데, 그런 주제들에 관심을 갖고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사실 뭐라 딱 떨어지게 설명을 할 순 없지만, 주제가 먼저 저에게 다가오고 그다음 그로부터 어떤 동기 부여가 되는 순간이 딱 찾아오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10년 전에 제가 <댄스 스트리트 The way we dance >를 만들기 시작했을 땐, 제가 가르치던 학교 앞에 있는 편의점 앞에서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보고 ‘왜 춤을 추지?’라는 생각에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는 진정한 나를 찾는(True self) 것이 저에게 너무 중요한 문제가 된 것 같아요. 저, 그리고 홍콩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세계에서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를 찾는 것이 동시대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가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의 경우, 5년 전 우연히 한 단편 영화 대본을 받았는데, 그 중, 물에서 수어를 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전까지는 제가 청인이다 보니 말하지 못하는 것은 불리한 것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장면을 통해 사람들이 물 안에서 말을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수화로 물속에서 훨씬 더 자유자재로 소통을 잘하는 것을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죠. 그 영화는 아직 실제로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그 한 장면이 저를 사로잡았어요. 우리는 흔히 그들을 청각 장애인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것은 장애가 아니라 그들만의 문화인 거예요. 그래서 deaf가 아닌 대문자 D를 사용해 Deaf (고유명사)로서 그들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어느 날 친구, 그리고 농인분들과 같이 저녁을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 식사 시간에 농인 친구들에게 만약에 나중에 기술이 엄청 발달해서 하루 만에 들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에 관해 물어본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들이 지금 그대로 사는 걸 선택하겠다고 하는 거예요. 이미 그들의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 거죠. 그때 뭔가 허를 찔린 기분이었고, 마침 그 자리에 프로듀서가 함께 있었는데 이걸 장편 영화로 만들어 봐야겠다고 함께 이야기하게 되었어요.
Y: 영화 속 인물의 대화나, 아이가 그리는 그림, 앨런이 찍은 사진 등 문어가 많이 등장했던 것이 인상 깊었는데, 혹시 특별히 문어를 언급하신 이유가 있는지, 혹시 문어의 움직임이 수화와 관련이 있어서는 아닌지 궁금했었어요. 저는 보면서 문어의 자유로운 움직임과 표정도 다양하게 사용하고 손 마디마디 유연하게 활용하는 수어가 유사하다고 느껴졌거든요.
A: 문어가 영화를 봤을 때 인상 깊게 다가왔나요?
Y: 네. 사실은 며칠 전에 한 영상에서 문어는 뉴런이 다리에도 있어서 다리 8개를 다 각각 독립적으로 유연하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요, 그래서 인지 그런 문어의 자유로운 움직임이 표정부터 손 마디까지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수화랑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상 깊게 다가오더라고요.
A: 흥미로운데요. 사실 특별한 뜻이 있던 건 아니에요.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를 비롯한 농인에 대한 많은 영화들에서 바다도 많이 등장하는데, 바다 또한 저는 의도한 건 아니었거든요. 그림을 그리는 장면 같은 경우엔, 소피가 아이들에게 바다를 주제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도록 한 것이었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문어가 해양 생물 중 그리기 가장 단순한 느낌이 아니었나 싶어요 (웃음).
Y: 그렇군요(웃음) 아, 아까 영화 속에 세 가지 서로 다른 소통 방식이 등장한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영화의 도입부터 사운드 디자인이 다양하게 구성됐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혹시 이것도 관객이 그들의 소통을 경험해보길 원했던 마음에서 기획하신 걸까요?
A: 맞아요.그냥 글로써 읽었을 때는 인물의 심리가 이해가 잘되었는데, 영화로 만들고, 혹은 대본으로 쓰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사람들이 인물들을 이해하기 어려워 하더라고요. 이 기계가 왜 필요한 건지, 소피의 말에 울프가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글을 총 4명이 함께 썼는데, 우리가 쓰면서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었던 것들이 막상 대본화가 되니까 관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더라고요.
자신만의 개성이나 성격을 구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건 어렸을 때부터 자라온 성장의 경험이에요. 예를 들면 처음부터 듣지 못했다던가, 아주 조금만 들렸다거나, 그러한 경험들인데, 이런 것이 단순히 이미지나 글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니까 사운드 디자인에 신경을 써서 관객이 그들과 유사한 히어링 포인트를 포착하고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Y: 사운드 디자인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해주셨는데, 사운드 디자인 외에도 이 영화를 연출하며 특별히 더 신경을 많이 쓰신 부분이 있으실까요? 물론 영화의 모든 부분은 중요하지만요. (웃음)
A: 농인의 문화가 어떤 다양한 측면에 침투해있는지 보여주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대본 구성부터 후반 작업, 촬영 등 모든 과정에서 이 Deaf 문화를 어떻게 투영할 것인가, 청인과 농인을 가리지 않고 영화를 봤을 때 모두가 이해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자막 작업을 해야 할까 하는 지점들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 중에서도 영화 작업을 위해 조사를 하다 보니 발견한 건데, 인공 와우를 사용해도 무조건 잘 들리는 건 아니고, 그것이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의 문제도 많더라고요. 조사를 하며 그런 점들을 깨닫게 되고,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에 사운드 디자인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었던 것 같아요.
Y: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벌써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 되었네요.. 슬슬 마무리를 해야할 것 같은데 동시대 사회에서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영화의 역할은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A: 너무 거대한 질문인걸요 (웃음) 음...사람들에게는 스토리가 필요하고, 특히 요즘 같이 복잡한 사회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더 잘 알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스토리의 중요성이 이전보다 더 강해졌다고 생각해요. 세상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해졌고,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그 사이에서 우리는 우리가 왜 살아야 하는지, 왜 살아가야 되는지 의미를 찾아야 하고, 그러한 의미들이 더욱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영화는 가장 강력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스토리텔링을 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엔 극장 말고도 숏폼이나 틱톡, 유튜브와 같이 영상을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졌어요. 비록 이렇게 영화를, 스토리를 보여주는 방식은 많이 바뀌었지만 영화가 가진 스토리텔링의 힘은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예전엔 주말에 가족끼리 영화를 많이 보러 갔었는데 요즘은 극장을 찾는 사람이 많이 줄었잖아요, 그런 측면에서는 한편으로는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이 이전보다 더 특별한 의미가 생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Y: 공감이 가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다음 작품에서 그리고 싶은 인물이 있으신가요?
A: 아직 다음 계획은 없지만, 이 영화를 준비하며 오랜 시간 농인 문화에 대해 조사를 했고, 또 그 과정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서 다음 작품에서도 이 주제를 조금 더 이어가 보고 싶긴 해요. 한번만 촬영하기엔 자료들이 너무 아깝고 영화를 준비하며 농인에 대한 관심이나 영감이 더욱 많아져서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만 이번에는 수어 자체 뿐 아니라 수어 통역사에 대해서 조금 더 집중을 해보고 싶은데, 이번 영화보다는 조금 더 빠른 속도로 작업을 해보고 싶은 생각입니다. (웃음)
Deaf culture은 한 가지로 특정할 수 없는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단순히 말로 분명히 표현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일까, Gv와 인터뷰를 통해 만난 그는 주어진 시간 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풍부한 이야기를 모두 표현하거나 설명할 수 없는 짧은 시간에 아쉬워하는 사람이었고, 그러한 모습은 그가 누구보다 이 이야기에 애정과 관심을 가진 사람이란 걸 느끼게 해주었다.
그가 영화를 설명할 때 항상 사용하는 단어 중 하나는 ‘스펙트럼’ 이다. 우리의 고정관념과 달리 농인의 세계와 인생에도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여러 가지 측면과 다양한 생활 방식이 존재하고, 그는 이런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인물들을 영화에 담음으로써 단순히 그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이 세상과 협력을 해 나갈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을지', '자신의 개성과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을 지' 보여준다.
그는 5/7일 열린 GV에서 울프와 소피, 앨런의 아역을 맡았던 배우를 제외하고는 전부 농인 배우였으며 ,수어 담당 조감독과 함께 작업했고, 영화를 만들기 위해 약 5년 간 그들의 문화에 대해 공부했다고 말했다. 영화 속 등장인물이 그토록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따뜻한 마음이 우리에게 와 닿았던 것은, 어쩌면 농인, 그리고 사회를 향한 감독님의 세심하고 따뜻한 시선과 소통방식 덕분이 아니었을까?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애정을 가득 품은 그와의 대화를 통해, 그리고 영화 <우리가 이야기하는 방법>을 통해 나는 작은 일상의 가치들과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돌아보며 나는 어떠한 따뜻한 시선과 방식으로 우리 사회를 바라보고 느낄 수 있을 지, 나는 어떤 존재로 타인과 소통하고 이 사회 속에서 존재하고 있는지 고민해보게 되었다.
…
Y: The first thing I’d like to ask is about the title, The Way We Talk. When I first watched the film, I thought it might be about different ways of communication. But after watching it, I felt that it was more focused on how the characters explore their own identities and values. What did you want to convey through this film?
A: The central theme of this film is identity, the searching of true self After making the film, I realized that all of my past works have always been about the same topic. But this time, the film (The Way We Talk) is based it on real-life cases, and I thought it’s a good chance to me to talk about this topic that are still rarely shown in our society.
And I think communication can also be seen as a main theme because communication is very important to construct true-self, and I think true self be defined by “others’. To understand who we truly are, we need to research how we are different and similar to others—and that happens through communication.
The three main characters in the film all communicate differently. One uses only sign language to communicate other people(Wolf), another uses both sign language and a cochlear implant (CI) (Alan) , and the third uses a CI and doesn’t sign at all(Sophie). I wasn’t focused on whether someone with a CI could speak better—I wanted to highlight the value of identity. For instance, why did one character continue using sign language? Why did they refuse a CI?
Wolf was born deaf and his whole family uses sign language, so he grew up with it as his first language. Sophie, on the other hand, lost her hearing later, and her parents are hearing people. So they viewed her as “sick” and wanted her to be “restored” to her original state. That’s why she had cochlear implant surgery instead of learning sign language. But 'CI' doesn’t work the same way for everyone. They’re not like glasses that simply correct a problem—they often don’t work, or make it hard to distinguish between near and far sounds, making social adaptation difficult. Many people assume that deaf people only sign, but in reality, they have a wide spectrum. People make different choices depending on the situation, and their perspectives can even conflict with one another. I wanted to show how these characters explore their identity, and how they collaborate and communicate with society.
Y: This film, and your previous works have often deal with 'youth' and 'identity'. Did you have any special reason that you to tell these stories?
A: It’s hard to explain in a very structured way, but I think, always the topic comes to me first—and then later, some story that inspired me to develop the story. I have a moment of motivation that sparks everything. For example, when I made <The Way We Dance> ten years ago, it started with me watching some people dancing in front of a convenience store near the school where I was teaching. I thought, “Why are they dancing?” and that was the beginning.
More recently, finding one's true self has become very important. I think It’s not just about me or Hong Kong, but about the whole world. I feel that discovering our true selves is a value that we all need to reflect on today. As for this film, it started about five years ago when I happened to read a short film script. There was a scene where someone was signing underwater. As I'm a hearing person, I used to think of being unable to speak as a disadvantage, but that scene changed my perspective. Underwater, people can’t talk—but signers can still communicate freely. That struck me. That film hasn’t been made yet, but that scene stayed with me. We often refer to them as “hearing-impaired,” but it’s not really a disability—it’s a culture. That’s why I want to use a capital “D” in 'Deaf' to highlight their identity. One night, I had dinner with some Deaf friends, and I asked them: “If technology advanced and you could hear again in just one day, would you choose that?” They said no—they’d rather live as they are. That moment really struck me. My producer was there too, and we decided to make a feature film on this topic.
Y: I was really struck by how often octopuses appeared in the film—whether in the characters’ conversations, in the child’s drawings, or in the photos Alan took. I was wondering if there was a particular reason you chose to include octopuses. Was it perhaps related to sign language? While watching, I felt that the octopus’s fluid movements and expressive nature were quite similar to sign language, which also uses a wide range of expressions and the flexible movement of each finger.
A: Oh, the octopus made a strong impression on you?
Y: Yes. I recently learned that octopuses have neurons in their legs, so each arm moves independently and flexibly. And when I watched a movie, I thought moving of octopus looks like sign language, in freedom and flexibility. Especially, I thought it is similar with flexible finger moments and using facial experiences of sign language.
A: Interesting.. But actually, I didn’t include them with that intention. In the scene where Sophie teaches children, she asks them to draw the sea freely. I think the octopus is just the simplest marine creature to draw. (laughs) Also, many films about Deaf people—like those by Takeshi Kitano—often feature the sea, but actually, I'm not that intention and that's not my inspired. I was inspired this film by that earlier short film script, the one scene in that script, I felt that the ocean was a space where Deaf identities were fully expressed, a place where only they could communicate freely.
Y: I see (laughs). Earlier, you mentioned that the film features three different communication styles, and from the very beginning of the movie, I could feel that the sound design was quite diverse. Did you plan this with the intention of allowing the audience to experience their ways of communication?
A: Yes, exactly. When we wrote the script, everything made sense to us, but when we turned it into a screenplay and showed it to others, they had a hard time understanding, for example, Sophie needed the device or why Wolf was so angry at her. Four of us co-wrote the script, and what felt natural to us didn’t always translate well on screen.
We realized that each character’s upbringing—whether they were born deaf or lost their hearing later—shaped their personalities and ways of interacting. But I think just writing or showing that isn’t enough. So I paid attention to the sound design—to help the audience experience what hearing might be like for each character and to better understand them.
Y: Aside from sound design, what aspect of the film did you pay the attention to?
A: I focused on showing how Deaf culture permeates many aspects of life. From scriptwriting to post-production and shooting, I constantly thought about how to reflect Deaf culture and make it understandable to both hearing and Deaf audiences. Subtitling also was important. During our research, I learned that even with 'CI's, hearing is not guaranteed. There are many issues when the device doesn’t work properly, So that's why I put so much effort into the sound design—to show these realities clearly.
Y: As our conversation comes to a close, time has flown by so quickly. Before we wrap up, I’d love to ask—what do you think is the role of cinema in today’s society?
A: That’s a huge question! (laughs)
Umm.. I think people need stories—especially now, when the world feels more complex and unpredictable. There are more problems, more confusion. So people need meaning in their lives, and stories help with that. Cinema is one of the most powerful ways to tell those stories. Fewer people go to the theater these days. We now have short-form videos, TikTok, YouTube. Though the platforms have changed, I don’t think the storytelling power of cinema has diminished. And nowdays, watching a film in the theater has decreased, so watching a film in a theater become more special than before—maybe even more meaningful.
Y: Oh..Time's up. Last, do you have any specific characters you’d like to explore in your next film?
A: I don’t have any set plans yet, but after all the research I’ve done on Deaf culture, I feel like I want to continue exploring this topic. It feels like a waste to stop now—I’ve gained so many insights into the Deaf community. But this time, I’m interested in focusing more on sign language interpreters. And I also want to work at a slightly faster pace than with this film.
Deaf culture has various aspects that cannot be defined in one word, so it is difficult to express it clearly in words. Perhaps that is why, when I met him through an interview with GV, he was someone who regretted not being able to express or explain all the rich stories that could not be expressed in words in a given time, and this made me feel that he is a person who has more affection and interest in this story than anyone else.
One of the words he always uses when describing movies is ‘spectrum.’ Contrary to our stereotypes, there are many aspects and lifestyles that we have not thought of in the world and life of deaf people, and by including characters with such a diverse spectrum in the movie, he goes beyond simply showing their daily lives and shows us ‘how we can cooperate with this world,’ ‘how we can find our true selves,’ and ‘how we can communicate with the world while maintaining our individuality and identity.’
He said that, except for the actors who played the younger roles of Wolf, Sophie, and Alan at the GV held on May 7, all of them were deaf actors, and he worked with an assistant director, who in charge of sign language and studied their culture for about 5 years to make the film. The reason the characters in the film were able to communicate so freely, and their warm hearts touched us, was perhaps because of the director’s meticulous and warm gaze and communication style toward the deaf and society?
Thanks to Adam, through conversations with him, who was full of affection for what he wanted to say, and through the film <The Way We Talk>, I looked back on the values of small daily lives and the world around us, and thought about what kind of warm gaze and method I could use to look at and feel our society, and what kind of being I am to communicate with others and exist in this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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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우리는 무언가를 믿으며 살아간다 – <헤레틱> 리뷰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청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헤레틱>은 두 몰몬 교 소녀가 미스테리한 집에 가정 전도를 하며 일어나는 일을 다룬 영화이다. 비교적 최근 개종한 금발머리의 여리여리한 팩스턴 (클로이 이스트) 과 똑똑하고 야무진 인상의 반스 (소피 대처) 는 몰몬 교의 교리에 관심을 보이는 중년 남성 리드 (휴 그랜트)의 집에 방문한다.
리드는 우호적인 태도로 그들을 맞는다. 갑자기 쏟아진 비에 반스와 팩스턴은 리드의 응접실에서 전도를 이어 나가지만, 리드가 불편한 질문을 쏟아내자 불안해진다.
리드는 궁극적인 단 하나의 믿음을 보여주겠다며 반스와 팩스턴을 지하실에 가두고,둘은 리드의 집에서 탈출하기 위하여안간힘을 쓴다.
리드의 집은 <헤레틱> 에서 하나의 중요한 캐릭터이다. 팩스턴이 작중 언급하듯 성당을 개조해 만든 듯한 구조의 집은 리드의성전이자 예배당이다.
마치 19세기 전설의 H.H 홈스 살인호텔 처럼, 겉면과 달리 오로지 감금과 통제만을 목적으로 설계한 리드의 집은 온화한 서재,응접실과 이면의 더럽고 축축한 지하실을 통해 리드의 캐릭터를 그대로 표현한다. 수직의 벽과 도형적 공간감이 유독 강조되는것 또한 ‘종교’ 라는 테마를 시각적으로 강조하고, 리드의 집에 흐르는 미로같은 폐쇄성을 전달한다. 촬영 감독 정정훈은 문이 있는 리드의 서재 장면 대부분을 아나모픽 광각 렌즈로 촬영하여 관객에게 갇힌듯한 위압감을 불어넣는다.
영화의 초중반부 리드는 쉴 새 없이 떠들어 댄다. 자신의 세상에 팩스턴, 반스와 여자들을 가두어 놓고 조종하는 리드는 그 자체로 종교를 은유한다. 영화는 종교는 궁극적으로 남성으로 표현되는 종교 지도자와 신이 그들의 규율로 세상을 얽는 행위임을 리드의 행동과 입을 빌려 말한다.
리드는 신이라도 된 듯 자신이 설계한 지옥도의 모형에 나무 인형을 깎아 넣으며 소녀들을 자신의 수중에서 굴린다. 그들이 특정한 반응을 보인 시간마저 기록하는 리드는유일한 종교는 통제이며, 통제가 곧 모든 종교가 공유하는 하나의 원칙임을 적극적으로 어필한다. 영화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믿음’ 이란 단어는 리드의 집에서 헤게모니를 유지하는 자율적인 속박일 뿐이다.하나의 방으로 이어져 있는 믿음/불신의 문 역시 종교적 신념에 관한 리드의 냉소적 태도를 드러낸다.
시험에 든 선지자와 믿음을 시험하는 악마의 구도를 통하여 종교의 이면을 고발하던 <헤레틱> 은 결말부 이후 다른 코너를 돈다. 리드의 목을 긋고 도망친 팩스턴은 자신을 따라온 리드의 칼에 찔린다. 모든 것이 끝이라 생각한 순간 팩스턴은 리드를 위해기도를 시작한다. 기도는 아무 효험이 없다 비웃는 리드에게 팩스턴은 의외의 말을 건넨다. 실험 결과에 의하면 기도는 정말 아무 효력이 없으며, 자신도 그를 알고 있다는 것. 줄곧 리드의 무기였던 수치와 이성을 팩스턴이 꺼내든 순간, 리드는 한없이 무기력 해진다. 영화는 그 순간을 기점으로 진정한 ‘믿음’의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때 지금까지 독실하고 순수해 보였던 팩스턴이사실 리드가 말하는 통제적인 종교의 시스템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인물임이 드러난다.
팩스턴은 종교의 도구이자 한계인 교리와 신을 맹신하는 인물이 아니다. 그녀에게 믿음이란 삶의 방식이며, 자신이 선택한 삶의 가치이다. “기도의 효력은 가짜임에도 누군가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생각해 준다는 것은 좋은 일” 이라 말하는 팩스턴은 ‘신은 죽었다’ 주창하는 리드의 지하실에서 인간이 만든종교의 틀에도, 리드의 안티 테제에 갇히지도 않고 자신이 믿는 가치를 끝까지 수호한다. 팩스턴은 그저 모순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팩스턴에게 종교의 모순이란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도하는 팩스턴에게 쓰러지며 리드는 아마도 삼켜왔을 울음을 터뜨리며 절규한다.
<헤레틱>은 통제 수단으로의 종교, 진실보다는 편의와 자가복제를 반복한모순을 지적하며 종교를 무너뜨린다. 또, 결말부 중년 백인 남성이라는 권력을 쓰러뜨리며 영화는 기존 질서를 전복하기를 반복한다. 광기로 무너진 질서와 가치 구조에서 자신의 신념 – 종교적 신념이 아닌 삶에 대한 신념- 을 추구하는 팩스턴은 거시적 믿음과 방향성이 사라진 포스트 모더니즘의 시대, 스스로 삶의 가치를 정의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실존주의 철학으로 영화를 이끈다. 무엇을 믿을지 알 수 없는 폭력적인 세상 속 삶을 지탱하는 것은 결국 미시적인, 지극히 개인적이고 스스로 정했기에 더욱 굳건한 믿음 뿐이다. <헤레틱>은 우리를 자유케 하는 그런 믿음이 기왕이면이타심, 혹은 서로를 향한 건전한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속삭이며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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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장 | '존 윅' 따라가다가 가랑이 찢어진 뱁새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마지막 광장 결투에서 승리하며 '구봉산'(안길강)과 '이주운'(허준호)을 범죄 세계의 쌍두마차로 옹립하고 규칙을 확립한 '남기준'(소지섭). 평화를 지키기 위해 아킬레스건을 자르고 은둔한 그가 11년 만에 복귀를 결심한다. 이주운과 그의 조직 '주운'의 후계자였던 동생 '남기석'(이준혁)이 사망하자 그 복수를 하기 위해서.
범인이 구봉산의 아들, '봉산'의 인자 '구준모'(공명)로 밝혀졌어도 기준은 멈추지 않는다. 그와 봉산, 주운이 합의한 규칙대로라면 그의 복수는 정당한 처사니까. 하지만 기준의 복수극은 뜻대로 흐르지 않는다. 이주운의 아들이자 검사인 '이금손'(추영우)과 주운의 조력자인 경찰 '차영도'(차승원)가 기석의 죽음에 개입한 정황이 밝혀짐에 따라 그의 복수극은 주운과 봉산, 두 조직의 전면전으로 확전되기 시작한다.
<존 윅>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질라
영화 장르에는 분기점이 있다. 특정 작품의 등장 전후로 장르의 트렌드는 격변한다. 2010년대 중반, 액션 영화에서는 <존 윅> 시리즈가 새로운 바로미터였다. 확인 사살과 탄창 확인을 빼먹지 않는 현실적인 액션 연출, 롱테이크로 액션 자체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 촬영법, 일종의 무협물처럼 현대 사회 이면에 존재하는 킬러들의 세계관을 어우르면서 액션 영화의 새로운 정형을 확립했다.
문제는 <존 윅>이라는 이데아를 모방하려다가 가랑이가 찢어진 뱁새들이 속출했다는 것. <존 윅>의 특유의 연출과 세계관을 빌려 쓰려던 영화 중 <존 윅> 하위 호환이 된 경우가 적지 않다. 근래 한국 영화 중에는 변성현 감독의 <길복순>이 대표적인 예시다. 그 사례집에 추가될 작품이 하나 더 생겼다.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실사화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광장>이 그 주인공이다.
원작의 유명세와 인기는 물론, 소지섭을 비롯해 캐스팅된 배우들의 면면에 이르기까지 <광장>은 공개 전부터 화제였던 시리즈다. 그런데 정작 공개된 <광장>의 결과물은 실망스럽다. 가장 핵심이어야 할 설정에 관해 거의 설명하지 않다시피 한 결과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와 전개가 <존 윅>과 다를 바 없어졌다. 그렇다고 <광장>만의 개성적인 액션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결국 <광장>은 한국판 <존 윅>에 불과했다.
<광장>과 <존 윅>의 숱한 공통점
<광장>은 시작부터 <존 윅>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한다. 우선 은퇴한 은둔 고수가 현업에 복귀한다는 전개와 그 계기가 유사하다. 존 윅은 사별한 아내의 마지막 선물인 반려견을 잃었고, 남기준은 자기 목숨과 아킬레스건을 걸고 살리려던 동생을 잃었다는 점이 차이일 뿐이다. 두 주인공의 특성도 닮았다. 둘은 각자의 세계관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이름만 들어도 두려워하는 가장 뛰어난 킬러로 소개된다.
존 윅의 반려견을 죽인 '요제프'(알피 앨런)와 남기석 살인을 교사한 구준모의 캐릭터 성과 행적도 놀랍도록 비슷하다. 둘 다 사소한 이유로 폭력을 저질렀다가 존 윅과 남기준을 복귀시키는 사달을 낸다. 주변 사람들이 존 윅과 남기준의 능력과 위험성을 경고하는 와중에도 말을 안 듣다가 상황을 악화하는 악수를 두는 것도, 안가에서 경호원들 뒤에 숨어 있다가 허망하게 목숨을 잃는 것도 공통점이다.
다른 묘사나 설정도 마찬가지다. 사고 친 아들을 지키려고 휘하 조직을 총동원하는 아버지들의 존재, 주인공의 복수가 상황을 정리하는 대신 여러 조직 간의 분쟁을 촉발한다는 흐름도 동일하다. 존 윅을 암암리에 돕는 친구가 있듯이 남기준도 그에게 무기와 정보를 제공하는 조력자가 있다. 결코 어겨서는 안 되는 규칙이 범죄 조직들의 뒷세계를 지탱하는 세계관 역시 <존 윅>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제목
그에 반해 서사적인 측면에서 <광장>과 <존 윅>의 차이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제목인 '광장'의 의미를 명확히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작 내용을 참고해 유추해 보면, 극 중 광장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다. 범죄 조 간의 세력 전쟁을 정리하고, 정치권 및 재계와의 관계도 정립하면서 일종의 평화 조약을 맺는 의식으로써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펼쳐지는 광장 결투를 뜻하는 말이다.
이 광장 결투는 모든 인물이 남기준을 존경하면서도 두려워하고, 그의 앞에서 예의를 갖추는 이유와 직결된다. 남기준이 마지막 광장 결투에서 승자가 된 덕분에 주운과 봉산이 서울의 패권을 양분하는 세계관이 확립됐기 때문. 곧 광장 결투는 그의 입지와 명성이 완성된 계기였다. 따라서 광장 결투의 역사와 의미를 시청자에게 명확히 인지시킬 수 있다면 남기준의 복수극은 존 윅의 복수극으로부터 비로소 차별화될 수 있다.
하지만 <광장>은 정작 제목의 의미를 거의 설명하지 않는다. 흑백 회상을 통해 광장 결투라는 의식이 존재한다고 짧게 짚어질 뿐이다. 광장 결투가 끼친 영향력에 대해서도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이주운과 구봉산이 본래 따르던 회장을 제치고 권력을 잡는 과정도, 만인이 남기준을 두려워하게 되는 사건도 광장 결투와는 별개 상황으로 제시된다. 그러다 보니 <광장>의 이야기가 배경만 한국인 <존 윅>이라 해도 억지스럽지 않다.
따로 노는 전후반
핵심 설정의 의미와 세계관의 근간이 무너지자, 극의 짜임새도 덩달아 붕괴한다.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전반부와 후반부를 이어 줄 접착제가 사라진 까닭이다. <광장>의 후반부는 남기석 사망 사건의 진짜 배후로 이주운의 아들, 이금손을 등장시키면서 복수극이 펼쳐진 초반부와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치 <존 윅> 1편과 2편을 한 작품으로 묶은 듯한 구성이다.
주운의 후계자 자리를 남기석에게 빼앗긴 금손은 아버지가 확립한 시스템에 균열을 낸 뒤 아버지 자리를 탈취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써 남기석을 죽이고 남기준의 복수극을 유도한다. 드라마는 금손의 의도를 광장에 빗대어 설명한다. '새로운 광장'을 천명하는 금손의 연설에는 은퇴하기 전 남기준과 아버지가 만든 규칙 대신 새로운 질서를 만들겠다는 의지와 욕망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광장의 의미가 불명확하다 보니 새 광장을 만들겠다는 추영우의 일성은 공허하다. 과거의 광장과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다 보니 아버지까지 살해하기로 결심하는 그의 동기도 도통 이해할 수 없다. 이에 더해 암암리에 주운을 돕는 듯 보였으나 그 이면에서 금손의 계획을 도운 차영도의 존재와 역할도 모호해진다. 애초에 광장이라는 상징의 속뜻을 알 수 없으니, 그의 욕망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동생의 복수를 원하는 남기준이 조직 간의 전쟁에 다시 끼어드는 전개가 부자연스러워진다. 그의 복수극과 이금손의 찬탈극 간에 유일한 접점인 '광장'이 실종됐으니, 복수의 칼날이 이금손에게 향하는 전개 또한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이는 구준모의 퇴장을 기점으로 극의 몰입도와 긴장감이 급격히 무너지고, 전반부와 후반부가 지킬과 하이드처럼 따로 노는 인상이 지워지지 않는 이유다.
무색무취 액션
세계관 구축과 스토리텔링이 한계에 부딪힌 가운데, 액션마저 돌파구가 되지는 못했다. 남기준만의 매력을 액션에 녹여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액션 영화에서 액션은 그 자체로 캐릭터를 소개하는 장치다. 일례로 주짓수와 총기 액션을 결합해 이른바 '건짓수'라 불리는 액션 스타일은 아무리 급해도 확인 사살을 잊지 않는 냉정한 킬러, 존 윅의 캐릭터 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원작 속 남기준 액션도 개성이 분명했다. 핵심은 잔혹함이었다. 일 대 다로 싸울 때 그는 적들을 좁은 공간으로 유인한 뒤, 가장 먼저 싸운 사람을 잔인하게 제압하면서 남은 상대들에게 공포감을 안기고 심리적 주도권을 잡았다. 이러한 액션 스타일은 그가 성하지 않은 다리로도 많은 적을 제압할 수 있고 오래전 은퇴했는데도 존경과 두려움의 대상인 이유를 보여주는 서사적 장치이기도 했다.
반면에 드라마에서는 남기준만의 액션 스타일을 볼 수 없다. 그 빈자리는 <범죄도시>의 마석도처럼 괴력을 이용해 주먹 한 방으로 상대를 제압하거나, 총을 여러 발 맞고도 좀비처럼 쓰러지지 않는 클리셰가 채운다. 야구방망이 하나만 들고 구준모가 숨은 비밀 안가를 습격하는 장면만이 예외다. 이처럼 일반적인 한국 영화 액션과 구분되는 장면이 적다 보니 <광장>은 동명 웹툰의 실사화보다는 <회사원> 속편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걱정이 앞서는 영상화
근래 한국의 영상 콘텐츠 산업에서는 웹툰과 웹소설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영상 콘텐츠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영화나 드라마로 옮기기 좋은 웹툰과 웹소설의 수요도 증가했기 때문. 드라마의 경우 역으로 웹툰이나 웹소설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영화계에서도 <전지적 독자 시점>을 비롯해 웹툰과 웹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기려는 시도가 본격화고 있다.
웹툰 및 웹소설 영상화에는 여러 장점이 있지만, 최근에는 그 반작용도 서서히 커지고 있다. 제목과 대략적인 설정만 빌린 뒤 정작 원작의 매력, 개성, 전개와는 전혀 다른 내용물을 선보이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 <재벌집 막내아들>만 하더라도 종영 후 3년이 지났지만, 이러한 양두구육의 대명사로 대중에게 각인된 상태다.
<광장>은 이러한 흐름에 기름을 끼얹는다. 단순한 서사, 어설픈 세계관, 부자연스러운 전개, 무색무취한 액션이라는 단점이 원작의 개성을 가려버린 나머지 한 회당 40분을 넘지 않는 에피소드 7개라는 구성조차 길게 느껴질 만큼 임팩트가 부족하다. 이처럼 한국판 <존 윅>이 된 <광장>의 사례만 보더라도 웹툰과 웹소설 영상화 소식에 걱정부터 쏟아지는 팬들의 반응도 이제는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닌 듯하다.
Poor 형편없음
차라리 '존 윅' 시리즈를 한 번 더 정주행하는 게 현명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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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든 놀라운 세계
내가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이유는 현실에서 잠시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순간이 좋아서다. 2시간으로 옆 동네에서 저기 먼 우주까지 가 볼 수 있다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다양한 세계의 이야기 속엔 아름다운 사랑도, 가늠할 수 없는 슬픔도, 소소한 행복도 있고… 공포나 두려움을 느끼는 상황들도 존재한다.
영화를 보는 동안 가질 수 있는 일상의 환기성에 큰 기쁨을 느끼다 보니, 영화를 보는 동안 긴장하고 있는 상태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돈을 내고 왜 고통을 당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스릴러나 공포물을 극장에서 보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이런 내가 <메멘토>를 극장에서 본 것은 지금 생각해도 무슨 이유였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영화가 있을 수 있다니.’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오며 받았던 충격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걸 만든 감독은 천재구나.”
당시만 해도 배우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감독까지 찾아보는 편은 아니었으므로, 천재적인 신인 감독 정도로 생각하고 지나갔다.
그리고 십년 뒤, 나의 인생 영화를 만났다. <인셉션>
무더운 여름, 등골이 서늘해진 느낌으로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와 ! 이거 만든 사람 천재구나”
집에 돌아와 처음으로 감독을 검색해 보며, <인셉션>을 만든 감독이 <메멘토>를 만들었음을 알게 되었다. 내 입에서 천재구나라는 말이 두 번 나오게 한 감독. 아…뭔가 반가웠다. <다크 나이트> 자칫 뻔하게 느껴질 수 있는 히어로물까지도 자신의 색을 잃지 않는 사람.
“기억은 기록이 아니라 해석이다.” 라는 메멘토의 대사처럼, 깊은 인상을 남겨준 그 두 번의 강렬한 경험의 기억은 <인셉션> 이 후, 나에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모든 작품을 믿고 보는 영화계의 최애 브랜드로 만들어 주었다. 좋아하지 않는 소재의 영화를 만들더라도 보고 싶은 감독.
솔직히 <인셉션> 이 후 나의 최애 감독이 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만든 모든 작품이 다 최고였다고 말할 수 는 없다. 하지만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전쟁영화를 좋아하지 않지만, <덩케르크>를 보게 만들고, 그가 만든 영화를 잘 이해 하고 싶어서 물리학 책을 찾아 보게 되는 것. 그리하여 내가 잘 안다고 생각 했던 것에서 낯섦을 발견하는 일 뿐만 아니라,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나의 관심사가 뻗어나가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고, 나의 세계관이 확장되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영화라는 매개로 나에게 선물 한 것들은 바로 그런 것들이었다.
그의 신작 <오펜하이머>를 기다리는 이유는 그런 것이다. 영화를 보는 동안 다른 세상으로 떠나게 만들어 주는 2시간의 경험을 넘어 영화 이후, 나는 어떤 인사이트를 받게 될지, 그래서 나는 또 어떤 것을 탐구하게 되고 관심사를 확장해 나가게 될지 … 영화로 인해 내가 만나게 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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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급 빌런들의 어벤져스 데뷔기 / 썬더볼츠 / 볼만한데 호불호도 있음 / 어벤져스: 인사이드 아웃 버전인줄..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썬더볼츠"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이 엔드크레딧 전에 1개, 끝나고 1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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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속도로 가족 -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위로 한 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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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을 잃어버려서 그러는데, 2만 원만 빌려주시겠어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텐트를 집, 밤하늘의 달을 조명 삼아 살고 있는 기우(정일우)와 가족들.
다시 마주칠 일 없는 휴게소 방문객들에게 돈을 빌려 캠핑하듯 유랑하며 살아가던 이들이
어느 날, 이미 한 번 만난 적 있는 영선(라미란)과 다른 휴게소에서 다시 마주친다.
인생은 놀이, 삶은 여행처럼 살아가던 고속도로 가족과 그들이 신경 쓰이는 영선.
이 두 번의 우연한 만남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이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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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시즌 3> 공식 예고편
이번 학기, 모든 것이 달라진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세 번째 시즌, 9월 17일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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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교섭> 30초 예고편
사상 최악의 피랍 사건! 목표는 전원 생존!? ⭐30초⭐ 안에 200% 몰입하는 황정민 X 현빈 X 강기영 의 숨막히는 교섭작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