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Hyun2024-08-17 13:46:46
박훈정 감독의 뚝심 있는 '뇌절'
드라마 '폭군' 리뷰
'폭군'을 보는 내내 박훈정 감독의 머릿속이 궁금했다. 과연 그는 어디까지 구상하고 있을까. 박훈정 감독이 만든 결과물의 반응이 좋다면 긍정적인 의미겠지만, '폭군'은 감독의 전작들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게 문제다.
'폭군'은 박훈정 감독의 대표작인 영화 '마녀' 시리즈의 스핀오프작으로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이 배달사고로 사라진 후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서로 쫓고 쫓기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당초 한 편의 영화로 선보이려고 했으나, 극장 불황과 맞물리면서 디즈니+를 통해 4부작 시리즈가 됐다. 그래서 다른 OTT 드라마들에 비해 총 러닝타임이 비교적 짧은 159분이다.
'마녀' 세계관과 연관되어서인지 '폭군'의 전체적인 느낌은 '잘 아는 맛'이다. 인간 아닌 인간을 육성하는 '초인간 프로젝트'를 소재로 한 '폭군 프로그램'을 메인 서사로 전개하면서 '마녀' 시리즈에서 선보여왔던 잘 빠진 콘셉트와 시원한 액션으로 치장했다. '폭군'은 여기서 좀 더 거칠고 잔인함을 부각하고 있다는 점.
단점 또한 '마녀' 시리즈와 닮았다. '폭군 프로그램'을 사수하려는 최 국장(김선호)을 비롯해 임상(차승원), 폴(김강우), 채자경(조윤수), 연모용(무진성) 등 다양한 캐릭터를 초반부에 풀어놓으며 호기심을 유발하나, 서사의 깊이가 허술하다. 영화의 중요한 내용이 전달되기까지 느린 속도로 차곡차곡 빌드업하긴 하나, '알맹이'가 없다.
영화 한 편을 OTT 시리즈 4편으로 쪼개놓은 부작용도 드러난다. 앞서 언급했듯이, 속도감이 없고 핵심에 도달하기까지 과정이 너무 길다. 그리고 드라마의 핵심요소인 '강력한 엔딩 한 방'도 없어 '다음 편 보기' 누르기를 누르기가 망설여진다.
언제나 그렇듯, '폭군' 또한 출연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작품의 부족한 부분을 메꾸려고 시도한다. 특히 차승원과 김선호가 인상적이었다. 차승원이 연기한 임상 캐릭터가 '독전'의 브라이언이 잠깐 생각나기도 하지만, 잔인함을 더한 '정중한 킬러'로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귀공자'에 이어 박훈정 감독과 재회한 김선호는 전편보다 액션 신은 줄었지만, 건조하고 메마른 얼굴을 드러내며 인상을 남겼다.
김다미('마녀'), 신시아('마녀 Part.2'), 강태주('귀공자')에 이어 박훈정 감독이 발탁한 신예 조윤수도 눈길을 끈다. 다만, 그가 연기한 채자경 캐릭터 자체가 '중2병'스러운 느낌이 강해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신선함을 볼 줄 알았지만, 이번에도 박훈정 감독은 뚝심 있게 '뇌절'로 밀고 나왔다. '마녀' 세계관을 키우려는 의도는 잘 알겠으나, 문제는 이를 소비하는 대중이 반길까 하는 게 의문이다. 이미 2편이 전편만큼 관객 스코어나 화제성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작품의 완성도 문제는 꾸준히 지적되어 왔는데 말이다. 박훈정 감독의 '빅픽처'가 끝내 통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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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tflix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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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국내에 개봉한 <컨저링>은 여름이 아닌 추석임에도 2,262,758명으로 100만명만 넘겨도 대박이라는 공포 영화의 한계를 깼습니다.
이를 기점으로 국내의 공포 영화들도 하나둘씩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에 개봉한 <검은 사제들>은 국내에서 낯선 "오컬트"를 활용하며 5,443,049명으로 큰 흥행을 거두었고, 이후 2016년에 개봉한 <곡성>은 6,879,989명으로 국내에서는 더 이상 낯선 장르가 아님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사바하>나 <변신>의 성적이 말해주듯이 슬슬 이 장르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건교사 안은영>은 점점 피로해지는 "오컬트 장르"의 또 다른 변화점을 제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9월 25일에 "넷플릭스"로 총 6화로 공개된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은 <미쓰홍당무>와 <비밀은 없다>로 이미, 독특했던 "이경미"감독이 맡으며 이미 그 독특함은 예상했습니다.
아무리,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읽었던 독자들에게 새로운 드라마였을거구요.
그렇게 이미, 본 사람들의 호불호 갈리는 평가를 뒤에 엎고서 본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의 감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야기는 목련 고등학교에 부임한 보건교사 "안은영"에게는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능력이 있습니다.
그건, 남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젤리가 보인다는 것이고 그 젤리는 살아있는 사람에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곧장 영향을 미치는데요.
그리고 학교 지하실에 이번 일에 사태가 일어나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에 한문 선생 "인표"와 함께 지하실에 들어가고 그곳에 얽힌 학교의 비밀들을 하나둘씩 알게 되는데...
넷플릭스의 장점1. 공포 답지 못해서 호불호?
영화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는 "판타지"라는 장르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영화들입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영역을 구분 짓는다면, <반지의 제왕>은 "하이 판타지"에 속하며, <해리 포터>는 "로우 판타지"에 속합니다.
무엇이 더 높고 낮은지에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혼선이 오갈 텐데요.
높고 낮음은 우리가 존재하는 현실에 얼마나 닮았는지를 말합니다. 높은 건 그만큼 닮지 않는 것이고, 낮은 건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죠.
이를 공포 영화로 빗대어본다면, <엑소시스트>와 <오멘>같은 한없이 진지한 공포 영화들이 있을 거고 <콘스탄틴>과 <미이라>처럼 공포가 주된 가벼운 오락영화도 있을 겁니다.
이처럼 <보건교사 안은영>은 한없이 진지해진 공포를 가볍게 풀어냈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두어야 하는 작품입니다.
가벼운 공포?물론, 이 점이 "안은영"처럼 보이지 않는다면 해당 작품은 한없이 엽기적인 작품에 그치고 말 겁니다.
근데, <보건교사 안은영>의 가벼운 소화력은 이미 우리 주변에 접하는 이야기에 있습니다.
모두 학교를 다니면서, 한 번쯤은 접해봤을법한 괴담과 같은 이야기는 '학교'라는 익숙한 건물에 낯선 '미시감'을 안겨줍니다.
이런 이야기를 해당 작품에서도 적극적으로 차용하며, 말이 안 되는 이야기에 점점 설득되어가는데요.
그러면서, <콘스탄틴>과는 비슷하면서도 <보건교사 안은영>만의 차별화를 선사해 고여있던 "오컬트"의 변화를 목격하게 될 겁니다.
2. 놀라운 소화력, 다만 너무 짧다.
사실 이런, 변화는 이미 드라마가 아닌 게임으로 목격했습니다.
손노리사의 <화이트 데이: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은 토속신앙과 얽혀내 그만의 공포를 안겨주는 게임으로 유명합니다.
이처럼 <보건교사 안은영>도 이를 "금줄"과 "팥", 그리고 "떡" 등이 있는 제사상과 "압지석"과 같이 기운을 누르는 돌 등을 보여주며 <콘스탄틴>이나 <블레이드>처럼 그럴듯한 소재들을 보여주어 시청자들을 설득시킵니다.
이외에도 "젤리"를 귀신에 빗대는데요.
비엔나소시지를 자른 문어부터 벌레, 그리고 두꺼비까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쏟아지는 하트까지 친근하게 다가서는데요.
여기에 장난감 칼과 권총은 앞에서 언급한 작품들과의 비교를 피하려 보이는데, 이마저도 성공적인 결과로 보입니다.
6화뿐이라고 해도...그럼에도, 아쉬움이 생기는 건 해당 작품의 이야기입니다.
각 화마다 약 50분의 분량으로 드라마로는 정량에 속하나 이를 풀어내는 이야기의 결자해지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특히, 3화를 기점으로 그 아쉬움이 생기는데요.
"은영"을 제외하고도 젤리가 보이는 "매켄지"의 설명이 다음 화에서는 아무런 설명 없이 전개되는데요.
그러고는 다른 이야기를 보여주니 캐릭터들의 시점 변화가 많아 산만하다는 느낌도 들더군요.
무엇보다 아쉬운 건 마지막 화의 이야기입니다.
초반에 학교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되고, 이후 학교를 둘러싸고 각 이해관계들이 부딪히며 대립했는데 이를 "생략"시켜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보여주는데 그칩니다.
3. 어쩔 수 없는 극약 처방?
여기에 "안은영"과 "홍인표"를 제외한 캐릭터들의 설명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중 단연, 돋보이는 캐릭터는 "농구부"의 "지형"인데 극 중 괴롭힘을 당해 "메켄지"의 제안을 받는데요.
익숙한 전개이고, 이를 해결할 "은영"의 패턴도 뻔히 예상되지만 드라마의 해당 화는 이를 유야무야하게 끝내며 서둘러 다음 화로 이어나갑니다.
족히, 2화까지 이끌어 됐음에도 서둘러서 이야기를 끝내니 아쉬움이 짙게 남았습니다.
이외에도 "방석"에 연관된 이야기도 늘릴 수 있음에도 드라마가 이런 방식을 고수하는건 최근 트렌드와 거리가 멀어진 국내의 방식을 철저하게 배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눈물 많은 한국 공포국내는 "한"이 전제로 깔려있어 늘 사연이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이를 풀어내 자칫하면, 이야기가 늘어지고 눈물에 앞을 가려 무서운 느낌도 사라지니 내려진 극약 처방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해당 캐릭터들이 각화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계속해서 쓰일 캐릭터임을 생각하면 아쉬운 처사입니다.
대개, <아따맘마>나 <스폰지밥>처럼 각 화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하는 애니의 아쉬움은 설정상 오류가 많습니다.
여기에 각 화마다 새롭게 시작해야 하니 이를 지속적으로 보는 시청자들에게는 피곤해지는 부분이죠. 그렇기에 <보건교사 안은영>이다음 시즌 2에서 풀어야 할 문제는 이야기의 떡밥뿐만은 아닙니다.
4. 시즌 2를 기다려야 하는 이유
결론부터 말하면, <보건교사 안은영>은 모처럼 만의 소재도 신선하고 재밌는 드라마입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취향이 맞는다는 전제하에 깔려둔 이야기이지만 취향이 맞는 저로서는 최고이자 아쉬움이 공존한 작품이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원작이 따로 있는 작품이라 원작도 궁금해졌습니다.
다른 분들의 리뷰들을 살펴보면, 원작에 못 미치는 재미라니 벌써부터 기대가 커지는데요.
무엇보다 "나를 아느냐, 나는 안은영"의 노래는 작품의 호불호로 막론하고 가장 인상적인 역할까지 맡았으니 다음 시즌 2가 나왔으면 합니다.
* 본 콘텐츠는 블로거 파천황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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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크라운> 시즌 6 | 유종의 미를 가린 문제 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찰스'(도미닉 웨스트)와의 이혼 후 왕실을 떠난 '다이애나'(엘리자베스 데비키). 그녀가 파리에서 이집트 억만장자의 아들 '도디 알파예드'(칼리드 압달라)와 휴가를 즐기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엘리자베스'(이멜다 스턴톤)와 왕실은 위기에 휩싸인다. 다이애나를 죽음으로 내몬 냉혈한이라는 비난 속에서 대중의 지지라는 왕실의 기반이 흔들렸기 때문.
한편 '윌리엄'(에드 맥베이)은 어머니의 죽음 이후 우울함을 떨치지 못한다. 다이애나의 인기와 언론의 관심이 자신에게 쏠리자 극도의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아버지와의 관계도 악화일로다. 그가 왕손으로서의 의무만을 강조하고, '카밀라'(올리비아 윌리엄스)와의 재혼을 추진하기 때문. 그런 그의 앞에 '케이트'(메그 벨아미)가 나타나고, 그녀와 시간을 보내면서 윌리엄은 숱한 풍파 속에서도 왕관을 지키는 할머니의 진면목을 발견한다.
리버스 <왕좌의 게임>, <더 크라운>의 끝
2019년 4월 14일. <왕좌의 게임> 시즌 8의 첫 번째 에피소드가 공개됐다. 엄청난 관심이 쏟아졌다. 전 세계 팬들의 이목이 쏠렸고, 첫 화 북미 시청자수는 1,176만 명에 달했다. 그로부터 약 1달 뒤, 팬들은 분노에 가득 찼다. 모든 캐릭터의 서사는 붕괴됐고, 암시와 복선도 회수하지도 못한 채 막을 내렸으니까.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가장 인기 있는 판타지 드라마였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왕좌의 게임>의 끝은 실망스러웠다.
넷플릭스 <더 크라운>의 끝은 정반대다. <왕좌의 게임>이 HBO의 핵심 콘텐츠였듯이, <더 크라운>도 넷플릭스의 핵심 시리즈 중 하나였다. 에피소드 하나에 제작비 140억 원을 투입할 정도로 공들인 작품이었고, 영국 왕실과 갈등을 빚어 이슈를 만들기도 했다. 다만 마지막 시즌의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파트 1 공개 첫 주를 제외하면 넷플릭스 순위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심지어 국내에서는 TOP 10에 한 번도 이름을 못 올렸다.
그러나 성적만으로 <더 크라운>의 마지막을 평가할 수는 없다. 피날레 결과물로 팬들을 낙담시킨 <왕좌의 게임>과는 다르기 때문. <더 크라운> 시즌 6은 첫 시즌부터 이어진 질문에 충실히 답하며 막을 내린다. 왕관의 무게를 확실하게 보여주며 영국 왕실을 비롯해 현대 사회에서 쓸모없어 보이는 모든 것들의 존재 의의를 끝내 납득시킨다. 소재의 무게감만큼이나 품격 있는 퇴장이다.
모든 시즌을 관통한 미덕, 왕관의 무게
사실 영국 왕실은 수많은 미디어에 등장하는 슈퍼 스타다. 그런데도 <더 크라운>은 유달리 인기를 끌었다. 수많은 이유를 댈 수 있다. 우선 놀라운 싱크로율을 자랑한 영국 배우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클레어 포이, 맷 스미스, 바네사 커비, 엠마 코린 등 신성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막대한 제작비 값을 한 뛰어난 고증, 왕실의 비밀을 엿본다는 쾌감까지 고려하면 관심을 못 받는 게 놀라울 정도다.
하지만 그뿐이었다면 <더 크라운>은 화려한 재현 다큐멘터리에 불과했을지 모른다. 대신 <더 크라운>은 드라마로서 자기만의 미덕을 보여줬다. 핵심은 정반합이다.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이어진 전통을 유지하려는 이들과 그 전통에 회의를 표하며 변화를 요구하는 이들의 충돌을 그려냈다. 자칫 화려한 포장지에 가려질 수 있는 영국 왕실의 헤겔적 행보를 제시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그 방식이 때로는 인간적이고, 때로는 진중했기에 <더 크라운>은 흥미로웠다. 왕실 구성원은 어느 때보다 인간적이었다. 언니에게 가려진 영원한 이인자 마거릿 공주. 아내가 여왕이라서 자기 경력과 꿈을 포기해야 했던 필립 마운트배튼. 후계 1순위라는 이유로 부모의 사랑과 인정 대신 의무부터 배운 찰스 3세까지.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왕실에서 태어나 의무를 다해야 하는 이들의 고충이 잘 느껴졌다.
제도와 정책의 문제도 건드렸다. 시민, 언론, 총리의 입을 빌려 질문을 던졌다.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왕실이 어떻게 변해야 할지. 쇠락한 영국과 영연방에서 여왕의 역할은 무엇인지. 수십 년 된 왕실 요트 브리타니아가 퇴역하고, 마지막 식민지 홍콩도 반환된 가운데, 여왕의 존재의의는 무엇인지. 이처럼 보존과 개혁 사이 필연적 긴장을 엘리자베스가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보는 재미가 이 시리즈의 본질이었다.
명예로운 피날레
<더 크라운>은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고,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주제를 활용해 엘리자베스의 마지막 해결책을 들여다본다. 다이애나의 죽음으로 시작된 극은 찰스와 카밀라의 재혼으로 마무리된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는 자연스럽게 엘리자베스 2세의 양위 문제를 거론한다. 대체 왜 여왕은 왕위를 넘기지 않는가? 네덜란드를 비롯한 다른 왕실은 적당한 나이에 양위하는 일이 적지 않은데 왜 영국은 예외인가?
드라마는 마지막 시즌다운 방식으로 여왕의 고민을 드러낸다. 노년의 엘리자베스 앞에 중년 '엘리자베스'(올리비아 콜먼)가 나타난다. 그녀는 엄마로서 제 역할을 못했다는 여왕의 자책감을 상기시킨다. 나이 들고 지친 엘리자베스는 흔들리고, 이에 여왕은 양위를 결정한다. 하지만 곧이어 청년 '엘리자베스'(클레어 포이)가 여왕을 만류한다. 자기는 죽을 때까지 왕관에 봉사하기로 서약했으며, 따라서 양위는 곧 왕실의 붕괴를 뜻한다고.
이 과정에서 왕관의 무게가 비로소 그 모습을 완전히 드러낸다. 여왕은 인정한다. 왕관도, 군주도 무용하다고. 모두가 평등한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신으로부터 받은 권리를 주장하는 왕관은 모순적일 수밖에 없다고. 그렇기에 신성함은 역설적으로 왕관의 전부다. 시시각각 변하는 사회에서 왕관에 깃든 신성함이 없다면, 군주를 군주답게 만드는 어떤 권위도 찾을 수 없을 테니까.
결국 엘리자베스는 양위하지 않는다. 죽을 때까지 신의 대리자가 되겠다고 서약한 군주가, 스스로 서약을 포기하면 왕관은 더 이상 신성하지 않을 테니. 그렇게 유일한 존재 의의를 잃으면, 더 이상 왕실을 지탱할 수 없으므로. 그래서 그녀는 인간적인 한계를 숨긴 채 왕관의 무게를 견뎌낸다. 자기를 향한 모든 요구와 불평을 감내하며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다. 이 해답은 실제 역사와 오버랩되면서 아름다운 퇴장으로 이어진다.
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하다
품격 있는 퇴장은 의문을 더 키운다. 여섯 시즌을 관통하는 질문에 품격 있는 답을 내놓은 드라마인데 왜 흥행 성적은 명성과 인기에 비해 부족한 걸까? 이 질문에도 여러 이유를 떠올릴 수 있다. 드라마 시간대가 현재에 가까워질수록 궁금한 사건이 없을 수도 있고, 드라마에 너무 익숙해졌을 수도 있다. 다만 특히 두 개의 이유가 중요해 보인다. 하나는 각본이고, 다른 하나는 공개 방식이다.
<더 크라운> 시즌 6은 중반부터 새로운 인물에게 초점을 맞춘다. 다이애나의 죽음 이후 방황하던 윌리엄 왕세자가 왕실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런데 이 전개가 단조롭고, 표면적이다. 윌리엄의 성장은 동생 해리와의 갈등 속에서 드러난다. 다이애나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할머니와 아버지를 이해하는 윌리엄과 그런 형에게 실망한 해리. 이들의 관계는 엘리자베스와 마거릿의 갈등을 다시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윌리엄의 서사도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드라마는 윌리엄과 캐서린의 로맨스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한다. 정작 윌리엄과 찰스 부자의 갈등, 윌리엄과 엘리자베스의 관계는 형식적으로 몇 번 등장한다. 엘리자베스 2세와 찰스 3세가 서너 시즌에 걸쳐 대립한 것에 비하면 상당한 급전개다. 그러다 보니 왕실에 불만을 품었다가 조금씩 왕관의 의무를 깨닫는 윌리엄의 내적 변화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각본 문제는 전반부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에피소드 4까지는 다이애나의 멜로드라마가 다시 한번 펼쳐진다. 그런데 같은 내용은 이전 두 시즌에도 나왔고, <스펜서>를 비롯한 다른 미디어에서도 숱하게 다뤄진 바 있다. 설령 첫 화에서 다이애나가 죽어도 이해 못 할 시청자가 없을 정도로. 이처럼 모두가 아는 이야기를 반복하다 보니 초반부는 루즈하고, 후반부는 정작 하고 싶은 말에 힘을 줄 시간을 잃어버린다.
넷플릭스의 전략적 실패
이에 더해 넷플릭스도 공개 방식을 잘못 판단한 듯 보인다. 넷플릭스는 최근 한 드라마를 두 파트로 나눠서 공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파트 1이 파트 2에 대한 기대감을 키울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더 크라운> 시즌 6도 마찬가지다. 파트 1은 다이애나가 사망한 4회까지를 보여줬다. 나머지 에피소드 6개는 파트 2로 공개됐다.
문제는 상술했듯 파트 1의 내용이 지난 시즌과 비교해도 새롭지 않고, 다른 작품과 비교해서도 신선하지 않다는 것. 달리 말해 시청자 입장에서는 파트 1을 본 뒤 파트 2를 기다릴 이유를 찾기 어렵다. 파트 1 공개 후와는 달리, 파트 2가 공개 후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1위를 차지하지 못한 점이 그 방증이다.
<더 크라운> 시즌 6은 일종의 헌정작이다. 사실 왜곡 문제 때문에 왕실과 줄곧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더 크라운>이기에 쉽사리 가늠할 수 없는 여왕의 심경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왕실에 대한 대중적인 이해와 지지가 높아질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품격 있는 마무리가 작품 내적 문제와 잘못된 전략으로 인해 온전히 조명받지 못하는 게 옥에 티일 뿐이다. 리버스 <왕좌의 게임>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Acceptable 무난함
온전히 조명받지 못해 아쉬운 품격 있는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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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7(2019/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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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구글이미지)
<영화적인, 너무나 영화적인>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17년 4월6일. 노란 들꽃으로 가득한 어느 아름다운 들판. 나무에 기대어 영국 병사 둘이 잠시 눈을 붙이고 있다. 영국 육군 제8보병연대 소속 톰 블레이크 병장과 윌리엄 스코필드 병장이다. 블레이크에게 한 중사가 다가와 병사 한 명과 함께 사령부로 가보라는 명령을 전하면서 이들의 꿈 같은 휴식은 끝이 난다.
블레이크는 별것 아닌 명령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옆에 있던 스코필드와 함께 사령부에 도착하나 사령관 에린모어 장군으로부터 매우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게 된다. 독일군의 계략에 빠져 다음날 아침 총공격을 할 데번셔연대 지휘관 매켄지 중령에게 공격중지 명령을 전하라는 것이었다. 데번셔연대 군인 1,600명의 목숨이 걸린 임무였다. 더욱이 그 연대엔 톰 블레이크의 형, 조셉이 소속되어 있는 형편. 장군은 진지 건너편 독일군이 작전상 후퇴를 한 상황이어서 저항이나 공격은 없을 것이니 즉시 떠나라고 명령한다.
신중한 스코필드는 장군의 정보가 틀린 것이라면 적에게 노출될 지도 모르니 밤에 출발하자고 의견을 제시하지만 형을 구해야만 한다는 급한 마음에 블레이크는 당장 출발하라는 명령과 적은 없다는 정보를 강조하며 그 자리에서 임무에 나선다.
아군 진지의 좁은 참호밖으로 나가는 것부터가 난관. 최전선의 지휘관이 일러준대로 아군 철조망, 무너진 청음초, 적군 철조망까지의 길은 정확했으나 그 뒤부터는 오직 둘이 지도에 의지해 나아가야만 했다. 장군의 말대로 독일군은 철수한 후여서 공격은 없었지만 철수하면서 설치한 부비트랩이 폭발하는 바람에 죽을 뻔한 스코필드를 블레이크가 간신히 구한다.
위기를 넘기며 전진하다가 영국과 독일의 공중전에 노출되고 마는 두 사람. 추락한 독일군 비행기가 폭발하기 직전, 블레이크는 적군이 편히 죽게 그냥 두고 가자는 스코필드의 의견에 맞서 독일군을 구하나 그의 칼에 찔려 전사하고 만다.
반사적으로 독일군을 사살한 뒤 블레이크의 죽음으로 망연자실한 스코필드. 정신을 차리고 전사한 친구의 반지와 인식표를 챙기며 시신을 수습하고 있는데 그의 앞에 다른 연대 소속 아군들이 나타나고 그들의 지휘관인 스미스 대위는 스코필드의 목적지에서 가까운 에쿠스트까지 차를 태워주겠다며 호의를 베푼다.
우여곡절 끝에 에쿠스트에 이르는 다리 앞에 도달했으나 독일군의 폭파로 다리가 두 동강이 나 차로는 건널 수가 없었다. 스코필드는 스미스 중위와 헤어져 무너진 다리를 간신히 건너는 중에 매복 중이던 독일군의 저격을 받는다. 한 건물의 2층에서 총알이 날아오는 것을 안 그는 혼자 남은 독일군을 사살하나 적군이 쏜 총에 철모가 날아가면서 받은 충격으로 쓰러져 계단을 굴러 잠시 의식을 잃는다.
어둔 밤. 떨어지는 빗물에 눈을 뜬 스코필드는 조명탄이 터지는 가운데 에쿠스트 마을로 진입하던 중 적의 추격을 받는다. 그곳은 이미 적에게 점령 된 상태. 도망하다가 간신히 몸을 피한 곳에서 숨어지내고 있는 한 프랑스 여성을 만난다. 그녀는 버려진 갓난 아기를 기르고 있었다.
서툰 프랑스어와 영어를 교환한 끝에 데번셔연대가 있는 숲으로 가는 길을 알게 된 스코필드는 여성과 아기에게 음식이 없음을 알고 그가 지니고 있던 식량 모두와 우유를 남긴다. 이제 곧 날이 밝아 총공격 명령이 떨어질 시각까지 얼마 남지 않은 긴박한 상황.
적들이 사방에 포진해 있을 것이지만 스코필드는 장군의 명령과 블레이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조명탄과 총알을 헤치고 전진해야만 한다.
결국 적군들의 일제사격을 받게 되자 이를 피해 강물로 뛰어들어 생사를 수 차례 오간 후에 프랑스 여성이 알려준대로 강을 따라 가다가 강둑으로 헤엄쳐 나가 숲에 이른다.
죽을 고비를 너무 많이 넘긴데다 총도 군장도 모두 잃어버리고 기진맥진한 스코필드는 숲속에서 은은히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홀린 듯 끌려간다. 소리를 따라가니 숲속에 빼곡히 들어찬 사병들 가운데서 한 사내가 찬송가를 부르고 나머지 병사들은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들이 바로 데번셔연대였다. 그러나 이들은 후발대이고 선발대는 이미 출격한 후였으며 블레이크의 형은 선발대였다.
일각을 다투는 형편에 참호 속을 누비다가는 매켄지 중령의 공격명령을 도저히 중지시키지 못할 것임을 즉각 깨달은 스코필드는 참호 밖으로 뛰쳐나와, 적진을 향해 순차적으로 돌격하는 병사들과 직각의 방향으로 내달려 사령부로 향한다.
드디어 공격명령 30초 전에 매켄지 중령에게 장군의 친서를 전달하는 스코필드. 간신히 공격은 중지시켰지만 이제는 블레이크와의 약속을 지킬 차례.
조셉 블레이크를 찾아 이리저리 뛰던 그는 톰이 알려준대로 그와 닮은 블레이크 중위를 만난다. 그리고 마침내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와의 두 가지 약속도 지키게 된다.
<1917>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쟁영화이다. 92회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촬영상, 음향믹싱상, 시각효과상을 거머쥐었던 화제작이어서 꼭 보려고 아껴두었었다. 그리고 소문대로 롱테이크는 볼만했다.
우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여서 그런지 내러티브에 힘이 있다. 전장에 있어 보지 못했거나 치열한 전투를 여러 차례 겪지 못한 사람은 절대로 하지 못할 대사가 곳곳에서 튀어나와 관객의 마음을 빼앗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차대전이라는 큰 전쟁을 배경으로 하였지만 스펙터클한 전투 장면 하나 없이 이 영화를 대작으로 느껴지게 한 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장면으로 여겨지게 하는 롱테이크 촬영기술에 돌려야 할 것이다. 영화 공부를 하며 수 천 편의 작품들을 보았지만 이렇게 촬영한 영화는 처음 보았다. 카메라도 등장인물들도-전방과 후방 모두에서-움직이게 동선을 배치하여 관객의 주의를 집중시키며 긴박감을 유지한다. 콘티를 도대체 어떻게 짰을까.
스코필드가 정신을 잃는 장면에서 암전이 있던 것 빼고는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테이크로 진행되는데 편집은 또 어떻게 한 것일까.
요즘 영화들이 리얼리티를 기치로 내세우며 특별한 촬영기법이나 편집방법을 극도로 제한하면서 마치 다큐멘터리나 TV드라마처럼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못내 불만이었는데 정말 오랫만에 영화 같은 영화를 볼 수 있어 반가웠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철조망에 걸려 있거나 땅에 파묻히거나 물 위에 떠 있는 시체들의 모습은 폭력적인 교전 장면을 대신하여 전쟁의 잔인함과 허망함을 충분히 전달함으로써 관객의 마음을 몹시 아프게, 분노하게 만든다.
백미는 스코필드가 매켄지 중령을 만나기 위해, 돌격하는 전우들과 직각의 방향으로 뛰는 광경이다. 그가 카메라 앞으로 전력을 다해 계속 달려 오는데도 카메라와의 간격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목적지에 쉽게 닿지 못하는 답답함과 저러다 끝내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불안감을 관객에게 온전히 전하는 장면. 이는 또 국가와 국가 사이의 치열한 전쟁 가운데 한 개인이 목숨을 걸고 싸워 이겨야만 하는 또 하나의 전쟁이 동시에 이루어 지고 있는 상황을 실감나게 묘사한 장면이기도 하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가슴에 사랑하는 이들의 사진 두어 장을 품은 채 생명을 걸고 전투에 나서는 젊은 군인들과, 그들의 아름답고 건강한 생명을 제물로 삼아야만 얻어지는 국가의 위신과 이익의 대비가 관객들의 마음을 착잡하게 한다.
어찌 생각하면 롱테이크의 촬영기법이 관객의 시선을 제한하는 듯하여 다소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나무에서 시작하여 나무로 끝나는 마무리가 진부해 보일 수도 있겠으나, 영화 전체를 마치 편집하지 않은 한 장면처럼 만들어 두 시간 가량을 신속하게 지나게 한 샘 멘데스 감독의 실험적인 연출에 경의를 표한다. 아울러 인류 역사를 통해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걸었던 무수한 젊은이들에게도 경의를 표한다.
작금의 우리나라 정치상황을 지켜보며 만약 정치인들이 군인들만큼이나 사리사욕 없이 그들의 일을 헌신적으로 수행해 왔다면 우리나라는, 세상은 좀더 좋아졌을 것이라는 하릴없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일까(©2020.최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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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영화 속 역대급 악역 캐릭터 TOP 5!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범죄도시 3>가 개봉하며 벌써 100만을 넘었을 뿐만 아니라
빌런역으로 분한 이준혁 배우의 연기 변신에 더욱 이목을 끌고 있는데요!
그러하여 오늘 씨네랩은 근 3년동안 사람들에게 가장 인상적인 악역 연기 선보인 한국 영화 빌런 캐릭터 top5를 선정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극악무도 악역 캐릭터 TOP 5,
지금 만나보실까요?
범죄도시 2 (2022)
the roundup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무자비한 악행을 일삼는 범죄도시2 악역 '강해상'역의 손석구
시놉시스
대한민국 대표 범죄 액션 시리즈 '범죄도시2'는 괴물형사 마석도와 금천서 강력반이 베트남 일대를 장악한 최강 빌런 강해상을 잡기 위해 펼치는 통쾌한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영화.
영화정보
개요: 범죄, 액션 | 106분
개봉: 2022.05.18.
감독: 이상용
출연: 마동석, 손석구, 최귀화, 박지환
배급: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CINEPICK
무자비한 악행을 일삼으며 자신에게 거슬리는 인물을 가차없이 없애버리는 역을 선보인 손석구는
특유의 서늘한 눈빛과 악행으로 많은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범죄도시2>는 팬데믹 이후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바 있습니다.
코멘트
강해상이 가진 "집요함"이 장첸이 가진 서늘한 잔인함보다 더 무섭게 다가왔다
- 씨네랩 M 님 -
비상선언 (2022)
EMERGENCY DECLARATION
ⓒ쇼박스
▷섬뜩한 두 얼굴의 테러리스트 '진석' 역의 임시완
시놉시스
뜻하지 않은 비행기 내 테러로 인해 재난과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다양한 감정을 그린 이야기
영화정보
개요: 드라마 | 140분
개봉: 2022.08.03.
감독: 한재림
출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배급: ㈜쇼박스
CINEPICK
처음 맡은 악역 연기 임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연기 변신으로 호평이 쏟아졌으며 특유의 선한 얼굴과 대비되어 서늘한 눈빛과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로 강렬하면서도 새로운 ‘빌런’을 완성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코멘트
임시완의 신들린 듯한 연기
- 네이버 zida**** 님 -
보이스 (2021)
On the Line
ⓒCJ ENM
▷ 보이스피싱 기획실 총책 곽프로 역의 김무열
시놉시스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은 서준(변요한)이 빼앗긴 돈을 되찾기 위해 중국에 있는 본거지에 잠입, 보이스피싱 설계자 곽프로(김무열)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
영화정보
개요: 범죄,액션 | 109분
개봉: 2021.09.15.
감독: 김선, 김곡
출연: 변요한, 김무열, 김희원, 박명훈
배급: CJ MNM
CINEPICK
보이스피싱 본거지의 기획실 총책인 곽프로를 연기하며 외형부터 음성까지 철저히 캐릭터에 맞도록 변신해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리며 극악무도한 악역 캐릭터를 연기했습니다.
코멘트
곽프로 김무열의 능글맞은 악역 연기는 최고
- 네이버 ume1**** 님 -
콜 (2020)
call
ⓒ 넷플릭스
▷광기와 섬뜩함이 가득한 사이코패스 '영숙'역의 전종서
시놉시스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광기 어린 집착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정보
개요: 미스터리 | 112분
개봉: 2020.11.27.
감독: 이충현
출연: 박신혜, 전종서
배급: 넷플릭스
CINEPICK
자신의 미래를 알고 폭주하는 영숙 역을 맡은 전종서는 예측할 수 없는 영숙의 양면성과 사이코패스적 면모를 완벽히 소화하며 강렬한 악역 캐릭터로 많은 관객을 사로 잡았습니다.
코멘트
전종서의 광기, 살기, 똘기.
- 왓챠피디아 재*님 -
반도 (2020)
Peninsula
ⓒ(주)NEW
▷욕망을 향해 질진하는 독보적 존재감을 선보인 '서대위' 역의 구교환
시놉시스
<부산행> 이후 4년, 폐허에 남겨진 이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담은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정보
개요: 액션 | 116분
개봉: 2020.07.15
감독: 연상호
출연: 강동원, 이정현, 이레, 권해효, 김민재, 구교환
배급: (주)NEW
CINEPICK
631 부대의 리더 서대위를 연기하며 냉혹하고도 종잡을 수 없는 악역 캐릭터로 그의 첫 상업영화이자 인간성을 상실한 광기 어린 모습을 선보이며 영화 팬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코멘트
구교환의 재발견. 악역 캐릭터를 정말 본인의 색으로 맛깔나게 소화했음
- 네이버 0idi****님 -
총 5편의 한국 영화 속 빌런 캐릭터 어떠셨나요?
이번 주말은 씨네랩이 추천드린 영화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GONI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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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본 대만 로맨스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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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녀시대’, ‘안녕, 나의 소녀’, ‘나의 청춘은 너의 것’까지 연달아 대만 하이틴 로맨스에서 매력적인 여주인공을 연기하며
자국의 인기는 물론, 국내에서도 첫사랑 이미지로 인지도를 쌓은 송운화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그 놈, 그녀를 만나다’로
승승장구하다 2014년 모종의 사건으로 잠시 자숙의 시간을 보내던 청춘스타 가진동이 함께 출연한
구파도 감독의 신작 대만 영화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리뷰입니다.
재미있게도 두 배우 모두 감독과 데뷔작으로 인연이 있는데, 가진동과는 대표작이기도 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서 연출과 각본을,
송운화와는 데뷔작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에서 각본(원작 소설)을 맡아 함께했었죠.
자신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했던 히트작 이후 꾸준히 활동을 이어온 구파도 감독과 청춘 로맨스라면 빠질 수 없는 두 사람,
그리고 구 감독이 직접 쓴 ‘월노’라는 베스트셀러 소설을 옮겼다기에 더욱 기다려졌던 작품입니다.
운 좋게 화요일 시사회를 통해서 미리 접할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복잡한 심경이라 이제서야 후기를 남깁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만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간단 줄거리
넌 1초면 충분해. 난 만년을 줄게
자기소개를 하는 전학생 소녀에게 한눈에 반해버린 소년, 별안간 자리에서 자신과 결혼해달라고 합니다.
황당한 고백에 거절한 소녀, 하지만 그 뒤로 소년의 정주행 직진 청혼은 이어지고,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 졸업, 대학 시절까지 가장 친한 친구로 성장합니다.
이제는 어엿한 청년이 된 샤오룬은 여전했고 하나뿐인 사랑 샤오미의 철벽 또한 그대로였지만,
긴 시간의 진심 때문인지 이제 마음을 받아들이기로 하죠. 하지만, 하늘의 장난일까요? 농구장에서 비를 피해 청혼을 하려던 순간,
갑작스럽게 떨어진 벼락을 맞고 샤오룬은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사고로 인해 기억을 잃은 채 저승으로 온 그, 환생 위해서 붉은 실로 커플 매칭에 성공해 업보를 씻어야 하는 월하노인 업무를 맡으며
억지로 파트너가 된 핑키와 찰떡 호흡으로 시험을 통과한 후 이승에서의 업무를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핑키의 도움으로 기억을 되찾기 위해 자신이 살던 동네로 가게 되는데...
예고편│ Trailer
원제 : 月老, 영제 : Till We Meet Again│감독·각본 : 구파도│원작 : 2001년 구파도 소설 月老 │
출연진 : 송운화, 가진동, 왕정 외 多│장르 : 드라마, 판타지, 로맨스│상영 시간 : 128분│개봉일 : 2022년 2월 9일│
국가 : 대만│등급 : 12세 관람가│평점 : 관람객 6.54, 네티즌 7.14, 기자·평론가 5.0, 왓챠피디아 2.9, IMDB 7.0│시청 가능 서비스 : 현재 극장 상영 중
# 보고나서...
월노가 다음 생에 우릴 안이어주면 어쩌지?
걱정 마, 내가 널 찾을게
처음 15분에서 20분가량은 당황스러운 장르의 전개로 내가 다른 걸 보러 온 것인가 착각이 들었지만,
반려견 아루의 등장과 함께 과거로 플래시백이 이루어지며 기대했던 인물들의 서사가 펼쳐져 다시금 몰입을 할 수 있었습니다.
두 주인공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로맨스 관계에 이해되게끔 해주는 부분으로
감독 특유의 만화 같은 오버액션과 개그는 존재했지만, 장면에 맞춘 OST가 적절히 녹아들어 감성을 촉촉이 적셔주었죠.
샤오룬의 쾌활하고 거침없는 성격과 더불어 순정적이며 순애보적 사랑은 관객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고,
똑똑하고 털털한 샤오미의 존재는 사랑스럽기 그지없으니
왜 이들이 대만 로맨스를 대표하는 스타인지 확인시켜주기에 충분한 케미를 보여주었습니다.
솔직히 클리셰적인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기대하게 만드는 감독의 연출과 장면들은 장난스럽지만 슬프기도 한 묘한 기분을 들게 만들었죠.
하지만, 악역 귀두성의 등장에서 스토리가 설득력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갑자기 나오는 잔인한 부분들로 인해 장르의 혼합이 이루어지는데
후반부 갈수록 전작 ‘몬몬몬 몬스터’의 호러 향기가 강해지면서 주가 될 줄 알았던 로맨스와 동떨어지게 됩니다.
만년 중에 1초면 충분하다는 말을 남기긴 했지만, 우리는 달콤하고 애절한 사랑을 보러 온 것인데
대만의 사후세계에 대한 생각이 더해진 ‘신과 함께’와 호러가 펼쳐지니 감정선이 뚝 끊기고 흐름이 이어지지 않게 됩니다.
여기에 과하게 많은 과거 회상은 이들의 간절한 마음을 보여주긴 하지만 온갖 장르가 뒤섞이다 보니 이것도 몰입감을 떨어뜨리게 되죠.
그럼에도 여자 주인공 송운화가 해맑게 웃는 얼굴을 보면 한없이 사랑에 빠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배우는 확실히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말이 절로 느껴지는 게 개연성이 삼천포로 빠지든 말든
그녀의 미소와 애틋한 마음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장면들에선 다시금 로맨스를 보러 왔음을 정신 차리게 만들어주거든요.
가진동 역시 개구쟁이이자, 순정남으로 분해 나름대로 선방해 주었는데,
혼합된 장르에서 본인들도 연기함에 있어서 분명 당황스러울 만도 했을텐데
둘의 애정신만큼은 기억에 남을만큼 작품에서 얼마나 존재감이 있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아시리라 봅니다.
반면, ‘반교: 디텐션’, ‘폭포’로 얼굴을 알린 왕정의 핑키는 솔직히 캐릭터 활용도가 떨어져서 메인이라기보다는 제3자 관찰자의 느낌이 강했네요.
물론, 흔히 생각하는 저승의 모습과는 달리 컴퓨터로 서류를 정리하고 바코드도 찍고 인생을 보여주는 것이
하나의 영상처럼 꾸며져 신선한 느낌이 있었고, 우리나라에도 인연을 맺어주는 월하노인이라는 존재를 통해
대만의 사후세계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염주라는 개념도 재미있었습니다.
선한 일을 많이 했을수록 흰색 구슬이 많아 환생할 수 있는 동물들이 다르다는 점과 가장 많은 선인이 고양이로 환생한다는 점도 흥미로웠고요.
그럼에도 로맨스를 기대하고 감상했었기에 갈 피를 못 잡는 스토리는 혼선을 줄 수 있었고
그 부분이 다수 분들에게 아쉬움으로 남았으리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과 배우들을 선호하신다면 관람을 추천드리지만, 단순히 사랑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한 번쯤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네요.
PS. 신과 함께를 보고 작품을 결심해서 그런지 영상에서 좀 느껴지네요. 쿠키는 하나 있어요.
지극히 개인적인 평점 : ★★◐☆☆
한 줄 평 : 호불호 강한 구파도식 판타지 호러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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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이미 지구는 종말하고 있는 걸 알고 있는 너희들을 위해
스포일러 있습니다!
감독 : 라두 주데
출연진 : 일린카 마놀라케. 니나 호스 외
내 속에는 내가 너무도 많아
이 영화의 주인공 안젤라는 루마니아의 다국적 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이다. 오늘도 취재에 여념이 없는 안젤라. 여기저기서 오는 전화에 정신이 없다. 시내 밤낮을 누비는 안젤라. 직장 상사가 전화로 쪼아대고 있다. 누구는 열심히 일 안 하나? 일상의 대부분을 운전하는데 쓰고 있다. 안젤라가 이렇게 열심히 사는 이유는 직장에서 산업 안전 영상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는 손가락이 없고 또 어디를 다쳤고 하는 사연이 안젤라의 귀에 들어온다.
사실 안젤라는 이런저런 일들에 관심이 없다. 모름지기 일을 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함이다. 손가락 다친 남자에게 ‘안전모는 똑바로 썼냐’라는 질문만 할 뿐이다. 쌓이는 스트레스들. 안젤라가 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식은 ‘부캐’를 만드는 것이다. 안젤라는 며칠 전부터 틱톡에서 조회수를 꽤나 끄는 소셜 미디어 스타였다. 닉네임은 보비타. 안젤라는 머리가 대머리가 되고 눈썹이 진해지는 필터를 사용해서 우악스럽고 혐오스러운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영화는 안젤라/보비타를 설명한다. 그리고 안젤라가 직접 에세이를 쓴 것처럼 그녀의 일상을 조명한다.
유려하지 않은 수필을 쓰듯
이 영화를 만든 감독 라두 주데는 전작 <배드 럭 뱅잉>부터 에세이 같은 시네마를 고수했다. 수필 같은 시네마라는 뜻은 일반적인 스토리텔링을 거부한다는 의미이다. 이 일반적인 이라고 함은 1,2,3막으로 구성되거나 기-승-전-결로 짜인 이야기를 뜻한다. 이런 류의 이야기를 끌고 가기 위해선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는 주인공이 있어야 한다. 그럼 인물에게 투영된 욕망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영화들은 이 문제에 부지런했다. <헤어질 결심>에서 서래와 해준의 욕망은 분명하다. 서래는 살인 용의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해준은 권태로운 일상이 지겨웠다. 하다못해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만드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도 주인공의 욕망은 분명하다. <물안에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서 방황하고 있는 청춘들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우리의 하루>에서 시인 의주는 건강하게 살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은 욕심이 많은 인물이다. 일반적으로 쓰는 이야기 구조를 쓰지 않는 홍상수 감독마저도 이 ‘욕망’이라고 한 것에 집중한 것이다.
<배드 럭 뱅잉>과 <지구 종말이 오더라도 너무 큰 기대는 말라>는 주인공의 욕망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주인공의 욕망은 인물들이 자기의 세계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자 <배드 럭 뱅잉>에는 부부끼리 찍은 포르노가 인터넷에 유출되고 난 다음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후자는 일이 너무 많아 스트레스 심한 직장인 안젤라가 중심이다. 이런 기본적인 설정을 생각해 보면 감독이 주인공의 욕망을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영화에서 포르노사이트를 고발하거나 직장상사에게 응징하거나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는 당연하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사실상 감독의 분신으로서 제작자의 욕망을 보여주기 위해 설정됐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라두 주데의 영화와 에세이가 공통점을 가진다. 에세이가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담는 방식은 각기 다르다. 어떤 경우에는 주인공이 ‘나’가 아닌 작가의 지인일 수도 있다. 라두 주데는 이 접근법을 사용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위해 이야기의 흐름을 자유롭게 풀어쓰는 것이다. 이 감독의 영화에서 주인공은 상황을 구현하기 위해 활용된다. <배드 럭 뱅잉>의 형식이 그랬고, 이 <지구 종말이 오더라도 너무 큰 기대는 말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상황을 보여주고 이 세계 아래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중심으로 영화를 전개하는 것이다.
실제로 두 영화의 형식이 흥미롭다. <배드 럭 뱅잉>에서 1부는 주인공의 일상만 보여주고 대단한 문제해결 과정을 묘사하지 않는다. 2부는 이야기의 흐름만 본다면 1,3부와 관련이 없다(하지만 영화 내적으로는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 3부는 영화의 엔딩을 연이어 보여준다. 직선적인 이야기로 볼 수 있을까? 아니다. <지구 종말이 오더라도 너무 큰 기대는 말라>는 주인공 안젤라가 처한 상황을 미디어의 병폐를 묘사하기 위한 준비물로 사용한다. 가령 안젤라 서사에서 굳이 들어갈 필요가 없는 인물이 있다. 1부에서 주인공 안젤라는 흑백처리되어 있다. 반대로 1970년대로 돌아가 안젤라와 입장이 비슷했던 택시기사가 등장한다. 여기서 이 택시기사가 굳이 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을까? 아니다. 이 택시기사가 등장해야 할 이유는 없다. 단지 감독이 루마니아의 노동 실태를 꼬집으며 ‘과연 50여 년이 지난 지금 어떤 것이 변했는가?’를 비판하는 것이다.
이렇게 라두 주데는 영화 안에 넣고 싶은 것들을 최대치로 욱여넣었다. 현상을 꼬집기 위해 인과관계가 확실한 이야기를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대신 곁가지를 중심에다 붙였다. 이 곁가지가 문제 원인을 얼마나 통렬하게 조롱하고 있느냐가 영화 형식의 핵심이다. 이에 대한 또 다른 예를 들어 니나 호스가 맡은 마케팅 디렉터 역할이 후반부에 등장한다. 줌(zoom) 비대면 화상회의를 진행한다. 이 화상회의는 매끄럽지 못했다. 화면이 일그러진다. 이 인물은 심지어 중요하지도 않다. 단순히 웃기려고 이 인물을 넣은 것일까? 아닐 것이다. 또 영화 포스터에 등장하는 보비라 역시 마찬가지다. 주인공 안젤라는 필터를 통해서 보비라로 변신한다. 이 변신한다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혐오 발언을 굳이 반복해서 넣은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보비라가 혐오 발언을 분출하는 플랫폼은 또 어디인가? 틱톡이다. 이런 요소들이 이야기의 문제해결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 설정은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서 필수적이다. 또 차 운전하는 모습은 수도 없이 나온다. 하이라이트로 기능하는 엔딩신도 이와 비슷하다. 심지어 중반부에 들어가는 십자가라는 소재도 글쓴이는 개연성을 뭉개버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와 이게 여기서 들어가네' 싶어서 감탄했다. 온갖 요소들이 들어가되 그것들이 이야기에서 소모적이지 않은 것이다.
안전모는 끼셨나요
영화가 담고 있는 두 가지 현실이 흥미롭다. 첫 번째로 틱톡이다. 보비라가 왜 틱톡커인가라는 점에서 더 자세한 걸 살펴보면 깊게 알 수 있다. 이 카메라는 안젤라가 여성인 걸 숨기는 도구로 사용된다. 이 숨기는 과정이 절대 정교하지 않다. 필터가 풀렸다가 적용됐다가 번갈아가며 묘사한다. 사회문제에 대해 저열한 메시지를 뿜어대는 인물이더라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보비라가 하는 여성 혐오적 메시지도 틱톡에 최적화되어 있다. 만약 보비라의 멘트가 120분짜리 장편영화로 만들어진다고 가정하면, 100명쯤 봐도 많은 축에 속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자세한 것을 따지기 이전에 기본적인 인과관계만 봐도 영화의 핵심을 알 수 있다. 보비라가 왜 틱톡커일까? 안젤라가 일하다가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니까 분출하고 싶어서다. 이 인과관계만 봐도 틱톡커라고 설정한 이유를 알 수 있다. 불에 기름 뿌리듯 커지는 일상생활의 스트레스가 자극적인 메신저와 이어진다는 걸 보여준다. 사회 구조가 서로 이어져있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이 '틱톡커'라는 비유는 안젤라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방식에서도 적용된다. 하이라이트 신에서 안젤라는 피해자 가족의 이야기를 자기 마음대로 편집하고 조종한다. 우리가 아는 정보마저도 어떤 이의 이해관계를 위해 곡해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에 안젤라가 '나 보비라야!' 하면서 지나간다. 영화에서 보비라가 저열한 메시지를 드러낸다는 점을 본다면 전문가의 손을 거친 뉴스마저도 맹신할 수 없는 지점이 있다는 걸 암시한다. 영화에서 십자가가 등장하는 이유나 뤼미에르의 영화가 삽입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여과 없는 순수한 자료처럼 보이지만 현대사회의 많은 것들은 이해관계에 의해 편집됐다는 관점이다.
영화가 담고 있는 다음 현실은 '안전모는 끼셨나요?'다. 영화가 기묘하게 품고 있는 남 탓이 있다. 이 영화가 지적하는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노동자들의 착취 문제다. 실제로 안젤라가 취재하는 첫 번째 가족은 추가근무 동안 손가락을 다친 것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답으로 '안전모는 끼셨나요?'라고 답한다. 손가락을 다쳤는데 안전모를 꼈나 묻는 것도 웃기지만, 아무도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지 않는다. 이 부분이 영화의 핵심이다. 문제의 원인과 잘못된 해결이 영화에서 반복되기 때문이다. 16시간 동안 일만 하는 안젤라에게 '커피나 마셔라'라고 답하는, 현재 노동시장에서 벌어질만한 일들을 빠짐없이 묘사한다. 이 모티브를 염두하고 영화를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이 모티브는 이야기의 동력으로서 난잡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난잡할 수밖에 없는 극의 분위기가 산만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세부적인 걸 찾아본다면 집착에 가깝게 감독이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걸 알 수 있다. 4k/휴대폰 액정/카메라/방송국/소셜 미디어 가릴 것 없이 '문제의식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거나 '모두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사회 전체가 망가지고 있다'는 조롱이 영화를 만든 것이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지만 영화의 색다른 측면에서의 연출력이 뛰어난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글쓴이는 이 영화의 형식만으로도 작품의 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웃긴 건 덤이었다.
<지구 종말이 오더라도 너무 큰 기대는 말라>는 10월 11일 오후 4시 30분에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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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기예르모델토로 감독이 선사하는 숨을 조이는 매혹적인 범죄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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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케이션 매니저와 감독으로 부산에서 재회한 선화와 도영.
헤어진 연인에서 일로 만난 사이가 된 이들의
끝났는데 끝난 것 같지 않은
쎄한 fall in 럽케이션 밀당 로맨스가 시작된다!
♥ <영화의 거리> fall in 럽케이션 키워드 가이드 ♥
* 장르/배경: 로맨스, 현대물, 코미디, 전문직
* 관계: 연인>일.만.사, 재회물, 오래된 연인, 엇갈림, 밀당, 첫눈에 반한
* 여자 주인공: 로케이션매니저, 사이다녀, 능력녀, 유쾌녀, 우월녀
* 남자 주인공: 영화감독, 츤데레남, 뇌섹남, 능력남, 계략남, 후회남
* 이럴 때 보자: 헤어진 연인이 일로 만난 사이가 된 리얼 이불킥 로맨스가 보고 싶을 때
* 공감 대사: “니 진짜 사람 속 헤집어놓는데 뭐 있네. 여기 왜 다시 왔는데”
“일단 사적인 감정은 배제하고 일한 땐, 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