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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inx2022-10-29 15:51:08

세상의 노이즈에 피곤할 때 집중하기 좋은 영화

[영화 리뷰] 영화 '포레스트 검프(1994)'

거대한 소음에 둘러 쌓인 기분이 든다. 원치 않아도 들리는 시끄러운 세상 소식과 행동 없는 불평불만에 점점 지쳐간다. 도망치듯 나만의 공간인 휴대전화를 만지작 거리지만, 계속 지워도 쉴 새 없이 쌓이는 광고 알림에 다시 피곤해진다. 외부의 소란함을 타고 불쑥 떠오른 내면의 고민이 더해져 머릿속이 터질 것 같다. 예전에 좋아했던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다시 틀어본다. 주인공의 흘러가는 일생을 바라보면 영화 소리에만 집중하게 될 테니까.


영화 <포레스트 검프>


영화 <포레스트 검프>는 불편한 다리와 남들보다 조금 부족한 지능을 지닌 소년 '포레스트 검프(톰 행크스)'의 성장과 사랑을 다룬다. 1994년에 개봉하여 수십 억 달러를 넘는 수익을 거두며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제6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총 13개 부문에 후보로 선정되었으며 남우주연상, 감독상, 각본상 등 6개의 부문에서 수상했다.

하지만 영화 <포레스트 검프>가 지닌 의미를 흥행과 수상 같은 결과로만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주인공을 연기한 '톰 행크스' 역시 최근 인터뷰(22년 6월)를 통해 영화가 여전히 상업적 성공만 부각되는 사실에 아쉬움을 전하며, 주인공의 인간적인 면모를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예고편을 통해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만나보세요!
https://tv.kakao.com/v/78600342
 

영화 <포레스트 검프>는 바람에 날린 깃털을 따라 버스정류장에 앉아있는 '포레스트'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는 옆 사람을 끔 보더니 갑자기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과거 회상이라는 이야기 구조를 활용해서 그의 인생을 빠르게 표현하는데, 대략 8가지의 굵직한 사건으로 나눌 수 있다.


1. 어린 시절 : 인생의 첫 달리기
2. 대학교 럭비 선수
3. 베트남 전쟁 참전
4. 국가대표 탁구팀
5. 새우잡이배 선장
6. 어머니의 죽음으로 돌아온 고향에서의 생활
7. 3년 2개월 14일 16시간의 달리기
8. 첫사랑과의 재회

예측 불가능한 주인공의 삶을 따라 격변하는 미국의 시대가 방대하게 펼친다. 권력과 명예의 중심인 대통령이 총격을 받는 사건을 묘사하고 베트남 전쟁, 인종차별 등 무거운 역사를 재해석한다. 그 과정에서 '미국 우월주의'가 담긴 영화라는 비판도 있지만, 오늘은 오로지 '포레스트'의 관점으로 굴곡진 세상과 인생을 바라보려 한다.



Q. 무슨 말을 듣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포레스트'는 누군가가 시키는 대로 충실히 따른다. 럭비 선수가 되었을 땐 감독님이 뛰라고 하면 뛰었고 군대에서 훈련받을 땐 신호에 따라 순식간에 총을 분해하고 조립한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그는 옳고 그름을 생각하지 않고 엉뚱한 행동을 하는 '바보'같다.


하지만 그의 행동에 피식 웃음이 나는 동시에 정신이 번쩍 든다. 진짜 바보는 '포레스트'가 아니라 이기적인 사람들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생긴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한 대립과 갈등이 누군가의 인생에서 잠시 스쳐갈 찰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포레스트'는 동료를 살리고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무공훈장을 받는다. 마침 그곳엔 수많은 히피가 모여 반전시위를 하고 있었는데 그는 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우연히 연설 행렬에 끼게 된다. 영문을 모른 채 사람들 앞에 선 포레스트와, 그에게 잘했다며 칭찬하는 사람들의 관계는 그 자체로 모순이다.



그토록 덧없이 흘러가는 게 인생이라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포레스트'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일지라도 그가 내린 선택에 따라 매일을 충실히 살았다. 그를 향한 비난에 집중하는 대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했다. 결국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가꿀 수 있는 어엿한 어른이 되었고 오히려 다른 사람을 보듬어줄 수 있는 존재로 성장했다. 상처받은 친구를 위로하고 이름 모를 존재에게 영감의 원천이 된다.



이제 영화 속 도망을 끝낼 시간이 다가오고 다시 세상의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그 사이로 '포레스트'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귓가를 맴돈다.


"I don't know if we each have a destiny, or if we're all just floating around accidental-like on a breeze, but I think maybe it's both. Maybe both is happening at the same time."

"모두가 운명이 있는 건지 바람처럼 떠다니는지 모르겠어.
근데 둘 다 인 것 같아. 동시에 일어나기도 하고."


운명과 바람 사이 어디를 지나는지 알 수 없는 시간 속에서 그의 선택을 기억한다. 불필요한 소음에 귀를 막고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속마음에 집중한다. 언젠가 세상의 소란을 담담히 받아들일 용기와 다정한 소리로 채울 아량을 가질 수 있길. 오늘 밤엔 모든 마음을 다해 빌어본다.

작성자 . jadeinx

출처 . https://brunch.co.kr/@jadeinx/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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