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2025-07-18 16:40:25
[BIKY 데일리] 초능력, 그 알록달록한 비밀 공간
영화 <초능력이 생겼어요!> 리뷰
제20회 BIKY 기획기사 [초능력이 생겼어요!]
<초능력이 생겼어요!>
감독/ 안드라 도르스, 마르타 셀레츠카
국가/ Latvia
제작년도/ 2024
시놉시스/
스케이트보드 사고로 초능력을 얻은 13살 휴고는 학교 최고 인기인이 됩니다. 갑작스러운 인기에 들뜬 휴고는 단짝 친구 톰과의 우정이 소원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인기를 유지할 것인지, 오랜 우정을 지킬 것인지 고민에 빠진 휴고는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놓입니다. 초능력으로 얻은 인기와 진정한 우정 사이에서 소년 휴고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초능력! 이 얼마나 흥미로운가? 어떤 능력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아이들의 세상에서 나타난 ‘초능력’이 극을 어떻게 끌어갈지 매우 기대되었다. 무릇 틀에 박힌 어른들보다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훨씬 자유롭고 다이나믹하게 진행되기 마련이다. <초능력이 생겼어요!>는 주인공 ‘휴고‘를 둘러싼 학교 안과 밖의 사건들을 해결하는 중심에 초능력을 등장시켜 오히려 문제를 심화시키는 듯 보이다가 말끔히 해결하는 작품이다. 어릴적 자주 읽던 청소년 소설이나 동화 같은 느낌도 물씬 난다.
어른의 시선에서는 이렇다 할 스토리나 관통하는 핵심 사건은 없다. 어린 시절의 '나'를 둘러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들. 장기자랑에 누가 누구와 나갈 것인가, 전학생과 친해지느냐 마느냐, 보드를 누가 더 잘 타냐 하는 시시콜콜한 경쟁들 뿐이다. 어린 주인공들 사이에서는 긴장이 감돌지만, 평화롭고 장난기 넘치는 세계관이다. 따라서 효과음과 노래 또한 상당히 과장되고 장난스럽다. 군중이 나오는 학교 씬들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모여 키치한 분위기를 만든다. 라트비아의 한 학교와 마을을 직접 마주하고 있는 듯하다.
초능력을 표현한다는 다소 추상적일 수 있는 이미지 또한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cg로 나의 눈을 이끌었다. 휴고의 초능력은 부상 당한 코 부분의 엑스레이를 찍으려다가 게임기에 전기가 통해서 생겼기 때문에, 능력을 쓰려고 집중하는 순간 코 부근에 전기 잔상처럼 푸른빛이 일렁이는 표현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도 나의 동심을 간질였던 장면은 ‘블랙홀’이라 칭하던 학교 내 공간에 변기가 생겼고, 그 구멍이 정말 또 다른 세계인 것처럼 만화적으로 표현되는 씬이었다. 누군가 떨어트린 물건들이 형형색색 모여 있고, 미니어쳐의 세상 같기도 한, 알록달록한 비밀 공간만의 세계가 귀엽고도 나 또한 환상 속에 함께 존재하고 있는 듯한 감각이 아름다웠다.
그리고 할로윈 코스튬에서나 쓸 법한 마법사 모자를 쓰고 있던 정체불명의 아이가 실제 마법사로 카메오처럼 나오는 소소한 즐거움도 있었다. 휴고의 능력이 유명해지면서 교내 장기자랑 수상이 유력해지자, 다급하게 ‘초능력자 금지’ 조항이 생긴 걸 보고 마법사가 좌절하며 와르르 쌓인 이모티콘으로 변하는 컨셉추얼한 장면이 굉장히 깜찍했다.
단체 관객들과 함께 보았기 때문에 더 의미 있었다. 모두 어린 학생들이었는데, 극적인 장면이 나올 때마다 솔직하게 반응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주인공이 아끼던 게임기가 변기에 빠질 때, ‘어, 어! 게임기!’라고 다급하게 외치는 목소리들. 그리고 엔딩에서 다시금 전봇대에 부딪치는 주인공을 보며 ‘또?!’라며 놀라고 답답해 하는 목소리들. 꾸며진 스토리보다 그 속의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에 즉각적으로 공감해줄 줄 아는 이들을 위한 영화 같았다. 여러 방면으로, <초능력이 생겼어요!>는 더더욱 BIKY스러운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상영 일정
2025.07.12(토) 13:00 하늘연극장
2025.07.17(목) 10:00 사하구청 대강당
BIKY 2025. 07. 08. (화) ~ 2025. 07. 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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