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9-09 09:54:15
9월 첫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비틀쥬스 비틀쥬스> 개봉 첫 주말 1억 달러 넘겼다
영화 <비틀쥬스 비틀쥬스>가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개봉 첫 주에 1억 1000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하며 흥행 독주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데드풀과 울버린>은 2위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한국 박스오피스에서는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을 보이고 있는데요.
개봉 후 누적 관객수 8만여 명을 동원하며 6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 박스오피스 1위는 공포와 SF를 결합한
스릴러 영화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차지했고, 푸바오와 사육사가
함께 했던 날들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안녕, 할부지>가 2위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는 한국 관객들의 취향이 북미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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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보다 나은'이 아닌, '나보다 나은 나'를 꿈꾸며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베러맨> 언론 배급 시사회에 참석하였습니다 :)
<베러맨>은 팝스타 로비 윌리엄스의 전기를 다룬 뮤지컬 영화로, 목소리 연기에 로비 윌리엄스 본인이 참여하였으며, 스스로를 침팬지라고 언급했던 그의 말에서 영감을 받아 주인공 인물이 모션 연기를 통해 침팬지로서 표현되는 것이 특징이다. 한 인물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인 만큼 인물의 성장이 중점적으로 그려지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인물이 마주하게 되는 사건에 대한 내면 갈등과 자아를 두드러지게 보여준다. 재능은 타고나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에도 불구하고 로비는 어린 시절부터 끼를 주체하지 못하며 무대에 오르고 급기야 팝밴드 오디션에 합격해 보이밴드그룹 활동을 시작하고, 큰 명성과 인기를 얻게 된다. 그러나 명성 속에서도 사회에 나가서도 끝나지 않는 비교와 경쟁은 로비를 낙담하게 하고, 팀에서 나와 솔로 활동으로 다시금 도약해보려 하지만, 외부의 수많은 요소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내면에 들어선 불안과 두려움은 점점 커져 그를 압박해온다.
앞서 로비 윌리엄스가 스스로를 침팬지라고 언급했던 바를 그대로 캐릭터로 활용한 것에서도 유추해 볼 수 있듯, 영화는 사건 자체나 그를 둘러싼 어떠한 것, 인물의 행위와 업적에 주목하기보다 영화 속 대중들이 보지 못하는 그의 내면을 바라보는 것에 집중한다. 영화 속 대중들은 알지 못하는 로비의 내면을 <베러맨>이라는 영화를 보고 있는 대중은 알고 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 관객은 로비의 주변 인물처럼 마치 로비와 친밀한 관계에 놓여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주인공 로비가 스스로를 인식하는 모습은 라캉의 ‘거울 단계’ 이론을 떠오르게 한다. 자크 라캉이 제시한 ‘거울 단계’란, 아이가 거울을 보고 처음으로 자신을 인식하고, 자아를 형성하게 되는 시기로, 거울을 처음 본 아이가 외부에서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경험하게 되는 것을 말하는데, 아이가 거울을 통해 자신을 인식하는 것처럼 로비는 대중을 비롯해 사회적 자신을 평가하는 사람들을 거울 삼아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찰스 호튼 쿨리가 거울자아 이론을 통해 자아는 사회 속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되며 타인이 바라보는 시선과 반응을 거울로 여기고 그에 따라 형성된다고 설명했던 것처럼, 로비 또한 내면 자아를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들, 특히 대중과 연예계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토대로 형성하고, 대중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과 반응을 거울로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거울 단계는 자아 인식 뿐만 아니라 자아를 형성하는 시기로서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유년 시절 로비가 가장 큰 영향력을 받았던 아버지는 재능은 선천적이어야 한다며 로비의 재능과 가치를 제대로 봐주지 않고 심지어는 자신의 꿈을 위해 로비의 곁을 떠난다. 이에 로비는 스스로를 타고난 재능이 없는 아이로, 의기소침한 아이로, 여기게 된다. 그러나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어야만 한다는 말에 낙담하는 것도 잠시, 로비는 거리에서 몰래 버스킹을 하고, 팝 밴드의 막내로 들어가기까지 한다. 유명세를 누리게 된 로비는 점점 대중에 시선을 의식하며 이전과 다른 모습들을 가지게 되는데, 대중의 열광과 호응은 그에게 계속해서 불씨를 던지고, 그는 명성과 인기, 부라는 불 속에 점점 타오른다. 꽃길만 펼쳐질 줄 알았던 유명 밴드로서의 삶은 멤버, 그리고 회사와의 갈등으로 인해 마침표를 찍게 되고, 그는 솔로 복귀를 통해 다시 스타의 덤에 오르지만 그의 내면은 점점 자기혐오와 상처, 불안으로 검게 타들어가 그를 조여온다.
대중 앞에 선 로비가 극심한 환각을 겪고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 그의 앞에 나타난 건 영화 속 로비의 얼굴과 동일한 얼굴을 하고 서로 다른 차림을 한 침팬지들로, 로비의 페르소나라고도 할 수 있는 그의 여러 자아들이다. 특히 그들이 로비에게 두려움을 주는 존재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여러 자아 사이에서도 그의 불안정하게 왜곡된 자아들이라고 볼 수 있는데, 타자 인식을 통해 스스로를 자각하고, 자신을 규정하고 평가하던 그는, 어느새 이상향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스스로를 비난하고, 타인의 평가에 의존해 자기 자신을 왜곡하며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 넣게 된 것이다. 결국 최종적으로 로비를 짓누르고 존재는 대중이 아닌 결핍된 자신의 자아, 왜곡 시킨 자기 자신이 된 것이다. 이렇게 로비의 불안정한 자아 인식은, 영화의 후반부 로비가 깨진 거울 앞에 서서 스스로의 모습을 가만히 응시하는 장면을 통해서도 잘 나타나는데, 여기서 깨진 거울은 여기저기 금이 가 로비의 모습을 왜곡하여 보여주는 존재로, 깨진 거울을 보고 있는 그는 자신의 진실된 본연의 모습은 보지 못하고 스스로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영화를 보며 로비 윌리엄스가 아버지와 즐겨 불렀던 노래인 ‘My way’ 가 여러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며 자신의 길을 걸어온 그의 삶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고, 프랭크 시나트라가 부른 'My way'의 가사처럼 사회적 기대나 규범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 그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의 중요성의 이용이 증가하며 타자의 반응에 따라 왜곡된 자아를 형성하는 것이 더욱 쉬워지고, 이상적인 자아의 기준이 점점 높아짐에 따라 자신이 이상적인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여겨 스스로를 비난하고, 결핍을 느끼는 경우가 더욱 많아졌다. 그러나 제목이 ‘Perfect man’이라던가 ‘The best man’이 아닌, ‘더 나은’이라는 뜻을 가진 ‘better’을 사용한 만큼, 잠시 평가에 대한 욕심과 기대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단지 오늘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내일의 나를 꿈꾸고,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진 오늘의 나를 다독이며 전진해 보는 건 어떨까? 걸어가는 그 길이 설령 가시밭길 같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걷기만 한다면 분명 내일은 오늘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갔을 것이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언젠가 우리가 문득 뒤를 돌아보았을 때, 저마다 지나온 시간 속 각자만의 길이 새겨져 있을 거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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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6일 생일을 맞이한 배우들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이번 주도 어느새 절반이 지나갔네요.
모두들 무탈한 하루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2월 16일인데요, 재능 있는 배우들이 대거 태어난 날이라는 것, 알고 계셨나요?
일 년 중 어쩌면 가장 특별한 날인 생일을 맞이한 배우들을 소개해 드릴까 해요.
오다기리 조
1976년 2월 16일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 네이버 영화
일본의 대표 미남 배우 오다기리 조는 1976년 2월 16일 생으로 올해 47세를 맞이했습니다. 배우로서의 입지도 탄탄하고, 감독과 가수를 겸해 다양한 활동 중에 있습니다. 데뷔작은 드라마 <가면라이더 쿠우가>인데요, 이후에는 영화에 더욱 활발히 출연하며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메종 드 히미코, ⓒ 네이버 영화
주요 작품으로는 이누도 잇신 감독의 퀴어 영화 <메종 드 히미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이 있으며, 이외에도 <심야식당> 시리즈, <도쿄 타워>, <유레루>, <행복 목욕탕>, <공기인형> 등 다양한 영화들을 통해 얼굴을 알렸습니다. 작년 말 세상을 떠난 재일교포 감독 최양일의 <피와 뼈>에서는 일제강점기 시대의 재일조선인 '김준평' 역할을 맡은 일본 배우 기타노 다케시의 반항적인 아들 역으로 등장해 짧은 분량임에도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마이 웨이, ⓒ 네이버 영화
오다기리 조는 한국과도 연이 깊은 배우입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비몽>에 이나영과 함께 출연했으며,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에서는 장동건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야구하는 고릴라를 소재로 한 한국 영화 <미스터 고>에 일본인 구단주 역할로 특별출연, 2021년 개봉한 한일 합작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에 출연 등 한국인들에게 친숙할 법한 작품에 자주 등장했답니다.
행복 목욕탕, ⓒ 네이버 영화
오다기리 조의 원래 꿈은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영화배우로 인정받은 이후에도 단편영화를 제작하거나 TV 프로그램의 각본을 맡는 등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오다기리 조는 모델 같은 비율에 특유의 분위기까지 더해져 패션화보도 많이 찍었는데, 한때는 그의 옷 입는 스타일도 인기라 국내에서도 오다기리 조의 패션이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도쿄 타워, ⓒ 네이버 영화
오다기리 조는 또한 2008년에 11살 연하의 배우 카시이 유우와 결혼해 슬하의 아들 두 명과 함께 현재까지도 결혼생활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신기한 점은 아내인 유우 또한 남편과 동일한 날짜인 2월 16일 생이라고 하네요. 가정을 돌보느라 바쁜 건지 오다기리 조의 활동은 근래 뜸한 편입니다. 빠른 시일 내에 더 많은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고마츠 나나
1996년 2월 16일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 네이버 영화
일본의 배우이자 모델로 활동 중인 고마츠 나나는 1996년 2월 16일 생으로, 올해 나이는 27세입니다. 2008년 여자 초등학생 타깃의 패션 잡지인 <니코☆푸치>의 모델로 데뷔했으며, 다양한 CF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습니다. 대표작으로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사일런스>, <언덕길의 아폴론>, <갈증>, <쿠로사키군의 말대로는 되지 않아> 등이 있습니다.
갈증, ⓒ 네이버 영화
특유의 퇴폐적인 분위기와 그러면서도 상큼하고 귀여운 얼굴로 국내 팬들에게도 인기가 많은데요, 모델 출신이니만큼 패션계에서도 주목받는 인물로, 샤넬의 하우스 앰배서더를 맡고 있으며 샤넬의 런웨이에 선 적도 있는 배우입니다. 취미로는 사진촬영이 있는데, 직접 찍은 사진들로 사진집을 발행한 적도 있다고 하네요.
실: 인연의 시작, ⓒ 네이버 영화
고마츠 나나는 2021년 일본의 가수 겸 배우인 스다 마사키와 결혼을 발표해 세간을 놀라게 했습니다. 스다 마사키 역시 일본에서 알아주는 탑스타이기 때문에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은 엄청난 화젯거리였죠. 고마츠 나나와 스다 마사키는 2020년 개봉한 <실: 인연의 시작> 촬영 때 만나 진지한 사이로 발전해 결혼에 골인했다고 하는데, 정말 잘 어울리는 커플이 아닐 수 없습니다 :)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 네이버 영화
고마츠 나나의 출연작 중 한국에서도 큰 흥행을 거둔 작품은 바로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입니다. 동명의 라이트 노벨을 기반으로 2016년에 개봉한 일본 영화인데요, 시간을 매개로 한 판타지 로맨스 영화로 국내 팬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교토를 배경으로 미대에 다니는 20살 대학생 미나미야마 타카토시와, 미용학교에 다니는 20살 대학생 후쿠쥬 에미의 40일간의 로맨스를 담은 영화입니다. 서로 다른 차원에 살고 있는 두 사람이 만나는 내용으로, 고마츠 나나는 영화 속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슬픔을 느끼는 '에미' 역할을 맡아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김수현
1988년 2월 16일
리얼, ⓒ 네이버 영화
2월 16일에 태어난 국내 배우도 있습니다. 바로 배우 김수현이 그 주인공인데요, 소년 같은 외모와 무게감 있는 목소리의 갭, 순진한 시골 소년 이미지와 세련된 도시 청년 이미지의 공존으로 많은 연예계 기획자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죠.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출신으로, 데뷔는 2007년, 20살에 맡았던 MBC 시트콤인 <김치 치즈 스마일>의 대학교 수영부원 역할을 통해서였다고 합니다. 이후 2009년 12월 SBS 수목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서 '차강진' 역할을 맡은 배우 고수의 아역으로 등장해 큰 화제를 일으키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해를 품은 달, ⓒ MBC
이후 2010년에 방영한 SBS 창사 20주년 대하드라마 <자이언트>에서는 어린 이성모 역으로 출연해 또 한 번 주목을 받았으며, 2011년 KBS2 월화드라마 <드림하이>에서의 첫 주연을 통해 단박에 차세대 스타로서 발돋움하게 되었습니다. 이어 2012년 도전한 첫 사극 <해를 품은 달>에서 남자 주인공 역할을 맡았는데요, 해당 드라마가 시청률 40%를 넘기는 초대박을 치며 김수현 역시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탑스타로 올라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도둑들, ⓒ 네이버 영화
스크린 데뷔는 2012년 7월 최동훈 감독의 장편영화 <도둑들>이었습니다. <도둑들> 역시 엄청난 흥행을 거두며 천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는데요, 김수현은 당초 10명의 도둑들 중 가장 비중이 적은 역할이었던 '잠파노'를 맡았지만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던 상황이라 대부분의 분량을 편집 없이 모두 내보냈다고 합니다. 극 중 러브라인이었던 배우 전지현과는 후에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다시 만나 큰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 네이버 영화
2013년 6월에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통해 첫 원톱 영화에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김수현은 동네 바보를 가장한 남파 간첩 '원류한' 역을 맡았는데요, 영화가 개봉 1주일도 되지 않아 관객 300만을 돌파하고, 최종적으로는 695만 9083명을 기록하며 크게 흥행해 티켓 파워를 입증했습니다. 2017년 입대, 2019년 전역 후에도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복귀하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2021년에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어느 날>을 통해 뛰어난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어느 날, ⓒ 골드메달리스트
김수현의 차기작은 <별에서 온 그대>를 쓴 박지은 작가의 신작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입니다. 배우 김지원과 극 중 부부로 등장해 김수현은 퀸즈 그룹의 법무 이사 '백현우' 역을, 김지원은 퀸즈 그룹 재벌 3세 '홍해인' 역을 맡는다고 하는데요, 올해 하반기 공개 예정이며 "아찔한 위기를 헤쳐가며 기적 같은 사랑을 이뤄내는 부부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하니 두 사람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엘리자베스 올슨
1989년 2월 16일
베리 굿 걸, ⓒ 네이버 영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스칼렛 위치, 완다' 역할로 국내에 이름을 알린 엘리자베스 올슨 또한 2월 16일생입니다. 1989년 태어나 현재 34세로, 2011년 독립영화 <마사 마시 메이 마릴린>에서 사이비 집단의 피해자인 '마사' 역할을 맡으며 영화배우로 데뷔했습니다. 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엘리자베스 올슨은 사실 한국에서도 패션 스타로 인지도가 높았던 '올슨 자매(애슐리 올슨, 메리케이트 올슨)'의 여동생이기도 한데요, 현재는 배우를 그만두고 패션 디자이너로 살고 있는 언니들과 달리 연예게 데뷔가 더 늦었던 엘리자베스 올슨만이 현재까지도 활발히 활동 중에 있습니다.
테레즈 라캥, ⓒ 네이버 영화
데뷔작 이후 <리버럴 아츠>, <레드 라이트>, <킬 유어 달링>, <베리 굿 걸> 등 소규모 영화에 주로 출연하며 경력을 쌓았고, 2014년에는 소설 '테레즈 라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 <테레즈 라캥>에서 주인공을 맡아 오스카 아이작과 호흡을 맞췄습니다. 해당 소설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의 모티프가 되기도 했었죠. 또한, 박찬욱 감독의 다른 영화 <올드보이>의 미국판 리메이커 버전에 출연해 주인공 '조 두셋'의 딸이자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는 '마리 세바스티안' 역할을 맡기도 했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 네이버 영화
그리고 2013년, 엘리자베스 올슨은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의 쿠키 영상에 출연하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합류했고, 이후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총 5편의 MCU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2021년에 디즈니플러스에서 방영된 드라마 <완다비전>에서도 주인공 '완다' 역으로 출연했는데요, 드라마가 크게 흥행하며 올슨 역시 에미상 TV 리미티드 시리즈, 영화 여우주연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MTV 무비&TV 어워드에서는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고, 그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상대역의 폴 베타니와 함께 텔레비전 미니시리즈, 앤솔로지 시리즈 부문 최우수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습니다.
윈드 리버, ⓒ 네이버 영화
2017년 영화 <윈드 리버>에서는 FBI 요원 '제인 배너' 역을, <언프리티 소셜 스타>에서는 인플루언서 '테일러 슬로언' 역을 맡아 두 작품 모두 엘리자베스 올슨의 연기와 더불어 호평을 받았습니다. 특히 성범죄를 다룬 스릴러 영화 <윈드 리버>에서는 마블 시리즈에서 '호크아이' 역할을 맡은 배우 제레미 레너와 호흡을 맞추었는데요, 올슨은 해당 영화 촬영을 계기로 매주 산타 모니카의 한 성폭력상담소에서 봉사활동을 한다고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차기작은 2023년 3월 HBO Max에서 공개 예정인 <러브 앤 데스>로, 1980년 텍사스주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드라마이며, 올슨은 이웃 친구 베티 고어를 도끼로 찍어 죽인 '캔디 몽고메리' 역을 맡았다고 해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마허샬라 알리
1974년 2월 16일
헝거게임: 모킹 제이, ⓒ 네이버 영화
미국의 배우이자 <그린 북>의 '돈 셜리 박사' 역할로 유명한 마허샬라 알리는 1974년 2월 16일,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에서 태어났습니다. 2001년 NBC 드라마 <크로싱 조단>으로 데뷔해 이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하우스 오브 카드>, <헝거 게임> 시리즈,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등 여러 다양한 작품에서 굵직굵직한 역을 맡으며 전 세계 영화팬들에게 얼굴을 알렸습니다.
문라이트, ⓒ 네이버 영화
2016년, 마허샬라 알리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샤이론'의 생애를 세 부분으로 나누어 묘사해 섬세한 감정선과 연출로 호평받은 영화 <문라이트>에서 어린 '샤이론'의 정신적 지주가 되는 '후안' 역할을 맡았습니다. 혼란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연약한 소년에게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주는 어른의 모습을 훌륭하게 소화해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거머쥐었습니다.
그린 북, ⓒ 네이버 영화
이어 2019년 영화 <그린 북>에서는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 박사' 역할을 맡아 피아노 연주 실력으로 사람들에게 추앙받으면서도 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으며, 흑인들 사이에서도 이방인 취급으로 인해 외로움을 느끼던 인물을 완벽하게 연기해 전작에 이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는 데 다시 한번 성공했습니다.
그린 북, ⓒ 네이버 영화
차기작으로는 마블 스튜디오 영화 <블레이드>가 있는데요, 마허샬라 알리는 주인공 에릭 브룩스, 즉 '블레이드' 역할을 맡았다고 전해졌습니다. 마블의 전작인 <이터널스>의 쿠키 영상에서 알리가 목소리만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가진 특유의 목소리 때문에 팬들에게 금방 정체가 탄로 났다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이 배우의 다음 작품도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겠네요!
마츠오카 마유
1995년 2월 16일
13년의 공백, ⓒ 네이버 영화
일본의 마츠오카 마유의 생일 역시 2월 16일인데요, 1995년생으로 올해 28세를 맞은 배우입니다. 8세 때 여동생 마츠오카 히나가 스카우트되어 따라간 곳에서 함께 캐스팅되어 연예게 생활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2008년에 TV 도쿄의 버라이어티, 음악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인 <오하스타>에 오하걸로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데뷔를 했고, 2013년 NHK 연속 TV 소설 <아마짱>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습니다. 이후 각종 TV 프로그램과 영화에 출연하며 소소하게 인기를 얻었습니다.
제멋대로 떨고 있어, ⓒ 네이버 영화
첫 주연 작품은 2017년 12월 23일 공개된 영화 <제멋대로 떨고 있어>로, 해당 작품은 제30회 도쿄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일본 대표 작품으로 출품되어 관객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배우 본인은 2018년 일본 영화 프로페셔널 대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리틀 포레스트, ⓒ 네이버 영화
마츠오카 마유의 출연작 중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작품들에는 <악의 교전>,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을 그만둔대>, <리틀 포레스트>, <제멋대로 떨고 있어>, <어느 가족> 등이 있습니다. 특히 <리틀 포레스트>의 경우 한국에서 배우 김태리를 주인공으로 리메이크되어 큰 인기를 얻기도 했었는데요, 주인공의 둘도 없는 친구 '키코' 역할을 맡아 좋은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어느 가족, ⓒ 네이버 영화
일본의 거장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에서는 유흥 업소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시바타 아키' 역을 맡아 칸 영화제 레드 카페를 밟기도 했습니다. <어느 가족>은 2018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마츠오카 마유는 2019년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제멋대로 떨고 있어>로 우수 여우주연상, <어느 가족>으로 우수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차기작으로는 WOWOW에서 방영되는 드라마 <펜스>가 있으며, 마유는 잡지 라이터인 '키와'를 연기한다고 전해졌습니다.
이렇게 2월 16일 생일을 맞이한 국내외 배우들을 만나 봤습니다!
각자의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 이들의 생일을 축하하며 마무리해 보겠습니다.
앞으로 더 재미있는 콘텐츠로 찾아뵙길 약속드리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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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선악과를 손에 쥐고 소설 밖으로 뛰쳐나간 창조물
가여운 것들 (Poor Things, 2023)
"스스로 선악과를 손에 쥐고 소설 밖으로 뛰쳐나간 창조물"
개봉일 : 2024.03.06.
관람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 로맨스, SF, 모험
러닝타임 : 141분
감독 : 요르고스 란티모스
출연 : 엠마 스톤, 마크 러팔로, 윌렘 대포, 라마 유세프, 제러드 카마이클, 크리스토퍼 애벗
이 영화를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오래 고민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신작<가여운 것들>은 지금껏 봐온 그의 영화 중 가장 노골적이고 파격적인 영화였다.
나는 <더 랍스터>를 통해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작품을 처음 접했다. <더 랍스터>를 봤을 땐 이 영화가 주는 새로운 기묘함에 정수리를 한대 맞은 느낌이었고 그 후 <킬링 디어>를 봤을 땐 제대로 취향을 저격 당해 심장에 스트레이트를 한대 맞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를 봤을 땐 정말 만족스러운 괴식을 먹은 느낌이었고.. 지금 <가여운 것들>을 본 후의 느낌은.. 맛있어 보여서 허겁지겁 흡입한 아이스크림 안에서 머리카락 뭉치가 발견된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영화를 보기 전 고려해야 할 점
영화의 수위와 소재
<가여운 것들>? 일단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작품이라 봐야겠고, 예고편을 보니 때깔 좋고, 소재 자체도 완전 취향 저격이다! 게다가 영화 개봉 전에 원작 소설에 도전했다가 독서력 부족으로 장렬하게 실패했기에 어떤 형식으로든 이 이야기를 소화하고 싶다는 열망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렇게 군침을 참으며 기다린 시간이 지나가고 영화가 개봉했다. 다른 관객들의 반응은 신경도 안 쓰고 일단 허겁지겁 먹었다. 처음엔 "아~ 역시 이 맛이지~”싶어서 행복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소화하기 어려운 불편함이 차올랐다. <가여운 것들>이 안 좋은 영화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다만 주인공 벨라가 집을 떠나 여행을 하며 그녀가 겪는 경험이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게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
영화 자체의 수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가슴이 열린 시체, 장기가 나오는 장면도 있고 선정성 짙은 장면도 길게 나온다. 그리고 시선에 따라 크게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요소도 있다. 스포지만 긴 시간 동안 보여주는 부분이기에 미리 이야기하고 가겠다. 이 영화엔 벨라가 매음굴에서 몸을 파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도 꽤 긴 시간 동안, 아주 다양한 모습으로 전시된다. 개인적으론 해부 장면보다 이 장면들이 굉장히 힘들게 다가왔다. 벨라가 선택한 성적인 행위들이 그녀의 성장, 해방에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이것을 이야기하는 실질적 주체가 남성(남성 감독, 각본가 토니 맥나마라도 남성)이다 보니 약간의 찝찝함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보기엔 힘들었지만 매력적이었던 <가여운 것들>
엠마 스톤의 연기 / 시각적인 자극과 흥미로움
힘들었던 것과 반대로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게 만드는 부분들도 많았다.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부분은 엠마 스톤의 연기다. 엠마 스톤은 <가여운 것들>로 올해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는데, 이 영화를 보면 왜 그녀가 이 상을 받았는지 바로 이해가 갈 것이다. <가여운 것들>에서 보여준 그녀의 연기는 정말 괄목할 만하다. 엠마 스톤은 유아기 수준에 머물러 있던 벨라가 세상을 마주하며 성장하고 마침내 완전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정말 거짓말처럼 완벽하게 표현해낸다. 절뚝거리던 걸음은 딱딱하고 어색한 걸음을 지나 유연한 발걸음으로 바뀌고 그에 따라 말투, 눈빛 또한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또한 나는 이 섬세한 연기를 해내고, 수많은 노출과 격렬한 관계 장면 또한 ‘벨라에게 필요한 것’이라며 받아들인 그녀의 담대한 마음가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로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시각적 아름다움이다. 갓윈의 집안에 있는 빈티지한 가구와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 흥미로운 기계, 작지만 알차게 꾸며진 정원, 꿈에 가깝게 느껴질 만큼 환상적이면서 기괴한 도시의 모습, 화려한 벨라의 의상 등.. 시선을 끄는 요소들이 참 많다. 이 외에도 귀를 살살 긁어대는 음악과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작품 특유의 기묘함과 불쾌함, ‘어른 몸과 아이의 뇌’라는 소재가 주는 흥미로움과 자극까지, <가여운 것들>은 소화하긴 힘들지언정 매력적임은 부정할 수 없는 영화였다.
어른의 몸을 가진 어린아이
<가여운 것들>은 타인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고, 사랑과 억압을 동시에 받으며 살아온 여성 벨라가 스스로의 삶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벨라를 만든 사람은 괴짜 과학자 갓윈 백스터다. 우연한 기회에 강에 뛰어들어 자살한 임산부 시체를 건진 갓윈은 미약한 신체 전류만 남아있는 임산부의 시체를 보며 고민한다. ‘생이 버거워 자살한 사람을 내 맘대로 살리는 게 맞는 일인가?’. 어차피 기독교 국가에선 자살을 정신병이나 죄로 보니 그녀가 살아난들 정신병원 또는 감옥행일 텐데.. 잠시 고민하던 그는 그녀가 고깃덩어리로 변하기 전에 새로운 결정을 내린다. 이미 진행 중이었던 이 임산부의 생을 함부로 결정하는 것은 좀 그러니까, 아예 살아갈 기회조차 없었던 임산부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새로운 생을 주기로. 갓윈은 임산부의 배를 갈라 태아의 뇌를 꺼내 임산부의 머리에 이식한다. 그는 벨라는 그렇게 갓윈에 의해 창조된다. 벨라의 일상은 창조주 갓윈이 만든 세계 안에서, 탄생과 성장의 과정은 모두 갓윈의 손안에서 진행된다.
벨라는 아름다운 성인 여성의 몸과 어린아이의 뇌를 가진 존재다. 벨라가 창조된 후 얼마나 지났는지는 정확히 나오지 않지만 행동을 보면 대략 3~6세(남근기)쯤 되는 것 같다. 이때의 아이들은 성에 대한 호기심과 모험심이 특히 강해지고 아들은 엄마를, 딸은 아빠를 특히 애정 하는 모습을 보인다.
마침 이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가득 찬 시기를 지나고 있는 불완전한 생명 앞에 흥미로운 인물이 둘이나 나타난다. 맥스와 덩컨. 특히 적극적으로 벨라를 꼬신 덩컨의 영향으로 벨라는 세상을 향한 모험심을 키우고 처음으로 집을 떠나 세계를 여행하기로 맘먹는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선악과를 먹고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이브
스스로 선악과를 손에 쥐고 완벽한 세상을 벗어난 벨라
벨라가 사과를 자위에 사용한 이유
벨라는 갓윈이 자칭 ‘완벽하다’고 표현하는 세계를 떠나 온갖 추악하고 슬픈 현실 세계를 마주하며 성장과 변화를 겪는다. 벨라의 여정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와 일부 닮아있다.
에덴동산에 머물고 있던 아담과 이브는 뱀의 속삭임에 속아 선악과(사과)를 따먹고 이브는 에덴동산에서 쫓겨난다. 벨라는 갓윈의 보호 아래 아무런 차별도 위험도 없는 그의 집안에서 살아왔다. 벨라가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말할 때마다 갓윈은 “바깥에 위험한 것이 얼마나 많은데!”라고 화내며 벨라를 말린다. 하지만 벨라는 갓윈의 걱정을 뒤로한 채 스스로 당대 사회의 금기로 여겨졌던 ‘여성의 성적 욕망’에 눈을 뜨고 여러 위험과 지저분한 것들이 가득한 세계로 모험을 떠난다. 쫓겨난 것인지 자의로 나간 것인지의 차이를 제외하면 이 두 이야기는 상당히 비슷하다.
어느 날 아침, 홀로 식탁에 앉아있던 벨라는 사과를 손에 쥐고 자신의 몸에 갖다댄다. 벨라를 관찰하기 위해 뒤따라온 갓윈의 제자 맥스는 자위를 하는 벨라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다. 그는 자위를 ‘상류사회에선 하면 안 될 행위’라고 말한다. 여성이 스스로 느끼는 성적 쾌락은 하나의 죄악이며 벨라는 선악과인 사과를 통해 그 죄악으로 취급받는 감정을 느낀다.
이후 벨라가 성장했음을 느낀 갓윈은 벨라를 위해 믿을만한 남자인 맥스와의 결혼을 추진하는데, 그 결혼 계약을 보증하기 위해 집에 방문한 덩컨이 벨라를 적극적으로 꼬드긴다. 덩컨은 얌전히 옷장에 들어가 비눗방울을 불고 있던 벨라의 몸을 만지고 자유와 육체적 쾌락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녀를 꼬드긴다. 안 그래도 집 밖으로 나가고 싶은 욕망에 차있던 벨라는 모든 걸 지원해 주겠다는 덩컨 덕분에 추진력을 얻는다. 그렇게 벨라는 안전한 갓윈의 세계를 벗어나 온갖 차별과 폭력이 난무하는 세계로 떠난다.
금기를 깨고 성장하는 여성 벨라, 자유로움이 묻어나는 그녀의 외모
여성의 성적 해방
벨라는 여행을 하며 그 당시 사회에서 여성에게 금기로 지정된 것들을 깨나간다. 이는 사회 통념상 ‘여성이 해선 안될 것’에 대한 저항이기도 하고 원래 몸의 주인인 엄마 빅토리아의 삶을 옭아맸던 것을 깨나가는 일이기도 하다.
벨라는 상류사회에선 금지된 것으로 여겨지는 여성의 육체적 쾌락을 적극적으로 탐구하고 남성 중심으로 쓰인 책을 읽으며 그들 말고 그녀의 이야기는 왜 없는지 질문하기도 한다. 벨라는 스와이니 부인의 매음굴에 들어가는 자신의 행동을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싸우는’것이라 이야기한다. 물론 금기에 대항하는 방법치고 필요 이상으로 과격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것 또한 벨라 나름의 싸움이었던 거다.
벨라의 이러한 거침없는 성격과 자유에 대한 갈망은 그녀의 외모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빅토리아(엄마)와 배에서 만난 미스 프림 등 대부분 상류층 여인들이 머리를 깔끔히 틀어올리는데 반해 벨라의 긴 머리는 자유롭게 풀어헤쳐져 있다. 의상 다른 여인들이 입는 고풍스럽고 긴 드레스와는 다르게 화려하고 다리와 팔이 자유롭게 노출된 형태다. 미스 프림은 긴 벨라의 머리를 만지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칭찬하며 부러워한다. 이는 벨라의 까맣고 긴 머리카락에 대한 부러움일 수도 있겠지만, 자유롭게 쾌락을 즐기고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자유롭고 맑은 여인에 대한 부러움일 수도 있겠다.
어른이 된 아이, 가여운 존재를 대신해 싸우다.
죽음을 선택한 빅토리아를 위해, 가여운 그녀들을 위해.
갓윈의 집을 나온 후 벨라의 세상은 여러 의미의 색(color, 색정) 가득 차고, 벨라는 현실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성장한다. 벨라는 리스본에서 폭력과 달콤함을 맛보았고 해리와 식사를 하며 충격적인 빈민가의 모습도 보았고 온갖 책들을 읽었다. 아테네로 가는 배 위에선 별거 아닌 이유로 기러기를 죽이는 선원의 잔인함도 보았다. 그리고 매음굴에서 온갖 남자들을 상대하며 그들의 추함과 외로움, 치욕을 모두 느낀다. 스와이니 부인은 “치욕, 공포를 모두 경험해야 완전한 어른이 된다.”라고 말한다. 벨라는 그렇게 다양한 것들을 느끼며 어른이 된다.
어린아이 같았던 벨라의 말투는 여느 지식인 못지않게 단단해졌고 비틀거리던 발걸음은 올바르고 거침없어졌다. 그녀는 더 이상 창조자 갓윈을 생각하지 않았지만 갓윈이 위독하다는 소식까지는 무시할 수 없었다. 그녀는 매음굴을 떠나 런던의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갓윈의 입을 통해 진실을 듣게 된다. 아이가 없는데 왜 배를 가른 흔적이 있는지, 나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여행을 갔다 죽었다던 내 진짜 엄마는 어디에 있는지… 갓윈이 지금껏 숨겼던 진실은 너무도 잔인하고 역겨운 것이다. 하지만 벨라는 그에 굴하거나 자신의 삶을 혐오하지 않는다. 벨라는 벨라로서 살아온 삶이 즐거웠다고 말하며 스스로 맥스와 결혼하기로 결정한다. 벨라가 스스로 만든 삶은 퍽 단단하고 강인하다.
벨라는 많은 것을 이겨냈다. 하지만 벨라가 갖고 있는 몸의 원래 주인이자 엄마인 빅토리아는 자신의 삶을 혐오하고 끝내 죽음을 선택했다. 빅토리아의 선택은 배와 목덜미의 수술 흉터가 되어 여전히 벨라에게 남아있다. 맥스와 결혼식을 올리던 중 벨라의 아빠이자 빅토리아의 남편인 블레싱턴 경이 찾아온다. 벨라는 별다른 말없이 그를 따라 빅토리아가 살았던 집으로 간다. 집 밖에선 그래도 멀쩡해보 였던 블레싱턴 경은 집에 오자마자 본색을 드러낸다. 그는 갈등이 생길 만큼 하인들을 잔인하게 괴롭히는 주인이고 아내를 자신의 소유물로 보는 남자였다.
빅토리아가 살던 집으로 간 날 밤, 블레싱턴 경이 주문한 저녁 식탁엔 벨라가 맛이 없다며 뱉어냈던 훈제 청어와 거위 요리가 잔뜩 올라와 있다. 블레싱턴 경은 “네가 좋아하는 걸로 준비했다.”라며 음식을 권한다. 빅토리아와 벨라는 같은 신체를 가졌으니 두 사람이 비슷한 입맛을 가졌을 확률이 높을 텐데, 이는 블레싱턴 경이 아내에게 아예 관심이 없었던걸 넘어서 어쩌면 아내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압적으로 음식을 권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벨라는 빅토리아를 대신해 이 몹쓸 남자에게 복수한다. 벨라는 그의 발에 총을 쏘고 그의 뇌를 염소의 몸에 이식한다. 창조자의 딸로서 의술을 가진 의사로서 내릴 수 있는 최고의 형벌을 내린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의 저자 메리 셸리와 벨라의 연결점
각기 다른 인간의 신체와 뇌가 합쳐진 존재. 벨라를 보며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괴생물체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가여운 것들>과 [프랑켄슈타인] 사이엔 크게 두 가지 연결점이 있다. 작품 내적 연결점은 신에게 도전한 과학자가 만든 생명체가 나온다는 점, 작품 외적 연결점은 메리 셸리와 셸리의 어머니, 그리고 벨라 모두 당대 여성으로서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행했다는 점이다.
벨라는 위에서도 반복해 얘기했듯이 사회적 억압을 이겨낸 여성이다. [프랑켄슈타인]의 저자인 메리 셸리도 벨라와 같다. 1818년, 메리 셸리가 처음으로 [프랑켄슈타인]을 냈던 당시 사회에서 여성 작가들은 유령 같은 존재였다. 여성들은 자신의 이름이 아닌 남편과 같은 남성의 이름을 빌리거나 남성적인 필명으로 본인을 숨겨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몇 년의 시간이 지난 후 1831년, [프랑켄슈타인]의 개정판을 내며 자신이 이 작품의 작가라는 사실을 당당히 밝혔다. 그리고 셸리의 어머니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의 평등한 권리를 주장한 현대 최초의 페미니스트 중 한 명이다.
메리 셸리가 작가로서 활동하기 시작한 이 시대를 ‘빅토리아 시대’라고 부른다. 이때는 영국이 큰 번영을 누리던 시기였지만 그 화려함 뒤에 가려진 갈등도 많았다고 한다. 누군가는 이때를 여성의 인권이 바닥을 쳤던 시기라 말하기도 한다. 메리 셸리가 처음 익명으로 책을 출판한 것만 봐도 여성에게 사회적 억압, 차별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벨라의 엄마 빅토리아의 이름도 ‘빅토리아 시대’에서 따온 것이 아닐까 싶다.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들처럼 남편의 손안에 잡혀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왔을 빅토리아, 벨라는 가여운 빅토리아를 대신해 싸우고 승리한다.
가여운 창조물이 아닌 가여움을 느끼는 인간이 되다.
소설 속 괴생물체와 닮았던 벨라, 성장을 거쳐 소설 밖으로 나오다.
“나는 가엾은 놈을 바라보았다. 내가 만들어낸 비참한 모습의 괴물이었다.” -[프랑켄슈타인]
영화의 초반, 벨라는 갓윈의 창조물이었다. 벨라는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가엾은 괴생물체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성장을 반복한 그녀는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가고, 가여운 여성(빅토리아)을 대신해 싸우는 인간이 되었다. 벨라의 성장은 마치 [프랑켄슈타인] 소설 속 가여운 괴생물체가 소설의 저자인 당당한 여성 메리 셸리로 변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벨라는 작가(창조주 갓윈)의 뜻대로 써내려가는 소설 속 괴생물체 역할을 벗어나 스스로 소설을 써 내려가는 여성 작가가 된 것이다.
고깃덩어리가 아닌 인간
갓윈은 뇌의 신호가 없는 인간의 몸은 고깃덩어리라고 말한다. 의학적으로 살아있지 않다는 뜻이다. <가여운 것들>을 보고 이 말을 다시 떠올렸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말은 뇌의 신호, 즉 뇌가 담당하고 있는 요소 중 하나인 ‘감정’을 느낄 수 없게 된 사람은 죽어있는 고깃덩어리와 다르지 않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고. 벨라가 막 새로운 몸에서 깨어났을 때 그녀는 전류로 되살려낸 괴생물체에 불과했지만 그녀는 여행을 하며 분노, 슬픔, 사랑, 행복, 치욕, 정신적 고통 등을 느끼며 정신적 성장을 이뤄냈고,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살아있는 인간이 되었다.
<가여운 것들>은 극 중에 나오는 개+거위, 개+닭, 오리+염소, 말머리가 달린 증기 자동차처럼 기괴하고 이상하고 불쾌한, 혼종 같은 영화다. 누군가 이해할 수 없다고, 상스럽다고 욕을 한다 해도 이해할 만큼 나 또한 이 영화가 상당히 이상한 영화임은 인정한다. 솔직히 빠른 시일 내에 <가여운 것들>을 다시 볼 것 같진 않지만 이 영화가 남긴 충격은 꽤 오래갈 것 같다. 그리고 그 충격이 다 가실 때쯤 벨라를 다시 떠올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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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덤: 아신전 (2021)
* 리뷰는 영화 <킹덤: 아신전>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
킹덤: 아신전 (2021)
연출: 김성훈
극본: 김은희
출연: 전지현, 박병은, 김뢰하, 구교환 등
러닝타임: 94분
공개일: 2021.07.23
<킹덤>의 스페셜 에피소드, 김은희+전지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조합
작년에 공개됐던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2>는 화제성에 비해 다소 호불호가 갈렸던 시즌1을 보완하며 호평 속에 시즌을 마무리하였다. 그리고 시즌2 마지막회에서 '전지현'을 등장시키는 엄청난 떡밥으로 시즌3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임팩트까지 발휘했다. 대사 없이 얼굴만 잠깐 비췄던 전지현의 '아신'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증폭되었던 가운데, 그의 전사(前史)를 다루는 스페셜 에피소드를 공개하며 시즌3를 위한 본격적인 예열에 들어간다. 이미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중 최고로 히트한 시리즈인 데다가 국내 최고의 톱스타인 '전지현'이 합류한 것만으로 스페셜 에피소드인 <킹덤: 아신전>에 대한 기대감은 높을 수밖에 없을 터. 다만, 요란했던 홍보와 여러 떡밥과는 달리 기대 이하의 스토리로 아쉬움을 남겼다.
주인공 전지현, 심각한 분량실종
<킹덤: 아신전>의 메인 홍보 포인트는 단연 흥행 보증수표이자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진 배우 '전지현'이었다. 4년만의 복귀작인만큼 주인공 '아신'을 맡은 그의 연기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인 러닝타임 94분 중 50분이 지나서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그마저도 액션과 표정 연기가 전부이며 대사도 몇 마디 소화하지 않는다. 극은 전부 '아신'의 서사로 채워지기는 하지만, 유년 시절의 이야기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성년이 된 아신의 이야기는 적게 등장한다. 처절한 고통 속에 살아온 아신의 삶이 부각됨에 따라 무정한 세상에 등을 돌린 그가 말을 잃는 것 또한 당연하다. 후반부의 임팩트와 전지현의 액션 장면은 분명 강한 임팩트와 함께 돋보이지만, 주인공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적은 분량은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분량 실종은 비단 '전지현'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지현 못지않게 등장하는 영화마다 미친 존재감을 보여주는 '구교환'의 분량도 심각하리만큼 적다. 그는 파저위의 냉혈한 부족장 '아이다간'을 연기했는데, 사실상 카메오에 가까운 존재감을 보여준다. 아신의 아버지 '타합'을 연기한 배우 '김뢰하' 또한 배우의 역량이 돋보일 만한 장면이 주어지지 않는다. 화려한 캐스팅을 앞세웠으나 정작 배우들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한 느낌이다. 아무리 시즌3를 위해 거쳐가는 징검다리라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알멩이가 부실할 줄은 몰랐다.
시즌3를 위한 떡밥 회수일뿐
<킹덤 시즌3>라는 본편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스페셜 에피소드로 본작이 공개되었다는 것은 시리즈의 흐름과는 별개로 풀어낼 장편의 스토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특히 '아신'의 서사를 본편 중에 플래시백의 형태로 삽입한다면 흐름을 방해할 수 있어 스토리의 맥락상 별개의 에피소드로 만드는 것이 수월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본작을 끝까지 감상한 결과, 굳이 94분이나 할애해 가며 한 편의 영화 같은 에피소드로 만들 필요가 있었나라는 의문점이 제기된다.
<아신전>을 통해 회수된 떡밥은 생사초를 먹고 살아난 좀비들이 조선을 활개하고 다니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는지, 이승희 의원은 그 약초를 어떻게 접하게 되었는지와 같은 '생사초'와 '역병'에 관한 사건의 발단들을 풀어낸다. 이를 제외하면 <아신전>에서 딱히 건질만한 떡밥은 없다. 즉, 풀어낼 이야기가 많지 않음에도 한 편의 영화 같은 분량으로 에피소드를 기획한 것은 지루함을 키우며 관심 없는 내용을 장황하게 설파하는 것과도 같다. 결정적으로 <아신전>이 재미가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빛나는 엔딩신, 그리고 전지현
<킹덤: 아신전>은 후반 10분을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만큼 복수의 대상을 바로잡고 각성한 '아신'이 펼치는 후반부의 액션신과 분노하다 못해 무정한 세상에 신물이 나버린 '아신'의 시체 같은 표정 연기는 앞선 스토리를 모두 잊게 할 정도로 강렬하다. 절정에 다다른 장면에서 아신의 눈빛을 보면, 시청자가 더 이상 따라잡을 수 없는 감정선에 이르러 마치 지옥도의 사신 같은 모습을 연상시킨다. 대사 없이도 표정과 몸짓만으로 아신의 참혹한 복수의 심정을 표현하며 중반부까지 집중력을 잃게 했던 영화에 몰입감을 더한다.
확실히 <도둑들>, <암살>과 같이 전지현은 액션 연기를 소화할 때 유독 빛이 난다. 비현실적으로 뛰어난 무술실력을 가진 아신 캐릭터를 전지현이 연기함으로써 선역이 아님에도 히어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어느 정도 연출한다. 그나마 전지현이 활약하는 후반부의 10분이 있었기에 <킹덤: 아신전>이 존재해야 하는 당위성을 조금이나마 뒷받침해줄 수 있게 된다. 아신이 본격적으로 활약할 시즌3를 기대할 수 있게 되는 이유 또한 결말부에서 찾을 수 있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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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의 삶으로 '인간 대우'에 대해 돌아보다
모두의 삶에 적용되는 말이겠지만 난 성매매와 노출될 일이 없다. 당연히 평범한 일반인들이 성매매를 할 일이 없지만 이건 나의 개인적 에피소드와도 관련이 있다. 어느 길거리를 걸어가다 어떤 할머니가 '학생! 여자 있어!'라고 한 걸 듣고 갑자기 겁이 나서 와다다 도망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성매매에 노출될 일이 없다기 보단 그때의 기괴했던 사건을 생각하면 가까이하기 싫은 게 정답이다.
그래서 성매매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당연히 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들기 때문이다. 그 대신 영화나 책에서 포르노 배우에 대한 묘사를 몇 번 보긴 했다. 당연히 이들도 사람이다. 뭐 인스타그램에 노출이 있는 사진을 올린다고 해서 이상한 일들을 겪어야 한다는 자격이 있는 건 아닐 것이다. 보라고 올린 것 맞는데, 그걸 입 밖에 실제로 꺼내서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또 다른 차원 아닌가? 이는 사실 외국의 몇몇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많은 유명 셀럽들은 매력 있는 남자, 여자라는 이유로 성희롱을 당한다. 당장 네이버에 'dm 성희롱'이라 검색하면 기사가 몇 개 보인다. '무언가를 선택해서(유명해져서) 나쁜 일을 겪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건 좀 잔인한 말일지도 모른다. 그들도 선택지를 고르기 이전에 사람이기 때문이다. 1960년대의 인도에 한 여성 정치인이 이와 관련해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고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컨텐츠로 가보자.
실제로 있었다고 하는 몇몇 사건들
1960년대 인도다. 변호사 아버지 아래에서 유복하게 자랐던 강가. 강가는 남자친구 한 명이 있다.. 영화배우가 꿈이었던 강가. 강가는 애인의 제안에 뭄바이로 향하게 된다. 근데 그것은 뭄바이로 향하는 길이 아니었다. 애인을 사창가로 팔아넘겼던 강가의 남자친구. 한 순간에 모든 게 사라졌다. 꿈과 목적까지 잃어버린 강가. 유곽에서 하고 싶지도 않았던 일을 하며 남자를 대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다. 모르는 사람과의 관계뿐만이 아니라 어쩔 때는 두들겨 맞기도 하는 강가. 그녀에겐 희망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돌아갈 길 같은 건 없다. 이미 돌아가도 가족들에게 손가락질받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멍투성이의 얼굴과 함께 지역 마피아에게 향한다. 복수를 원하는 강가. 복수는 보기 좋게 성공한다. 강가는 이 사건을 기점으로 이 지역의 짱이 되겠다는 다짐을 아로새긴다. 많은 돈을 모으고, 같은 편의 사람들을 영입하며 점점 성장하는 강가. 영화는 강가라는 이름이 강구 바이가 되는 과정을 묘사한다. 한 여인의 성장과정을 중심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이해가 되는 소재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야한 장면 안 나온다. 영화의 후반부에 특정 인물의 연설 장면을 말하기 위해서 불필요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사람과 사람을 때리는 장면은 몇 번 나온다. 이 외에는 잘 짜인 스릴러라고 생각이 들었다. 인도라는 낯선 소재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전개가 잘 감겨서 촘촘했다. 그런데 앞에서 적었던 영화의 하이라이트 신이 굳이 필요했나?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며 들 수 있는 생각은 연대와 주체성일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이 두 요소들을 낯설 수도 있는 인물을 통해서 무언가 뭉클하게 전달한다. 잘했다. 각본이나 디렉팅을 맡았던 제작진 분들은 좋은 선택을 골랐다. 그런데 굳이 그런 요소를 표현하기 위해 선택지가 전부였을까? 싶다. 얼핏 보면 그녀를 그렇게 만든 세상을 합리화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녀가 매력적인 정치인이고, 또 자기와 같은 피해자들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만 묘사해도 영화는 충분했다. 그런데 굳이 하이라이트 신에서 자극적인 단어가 나온다. 솔직히 불필요했다. 품위와 존엄성은 이 영화가 19금 코드를 적당히 묘사했다는 점에서 충분하다고 느낀다. 성적으로 자극적이지 않으니 나름의 품위가 생기는 것이다. 영화의 이야기 전개 상으로 후반부 한 10분은 컷 하거나 적당히 줄였다면 극을 보는데 깔끔했을 것 같다.
눈치 보며 춤추기
인도 영화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세 얼간이>이다. 알 이즈 웰! 잘 만들어진 코미디 영화로 웃고 춤췄던 인도 영화. 그냥 뮤지컬 영화니까 이런 거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일부만 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인도 영화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부분이 개연성 없이 마구 난사된다는 것들을 몇 번 읽었다. 인도 영화라는 넷플릭스의 분류 등급을 읽기 이전에 염려부터 했다. 마피아 퀸이라는 부제만 봐도 이 영화는 범죄/스릴러인데 갑자기 춤추고 노래할까 무서웠다. 그러나 이 영화는 잘 만들었다. 이런 요소들을 아예 배제하지 않았다. 그러나 있을 때 들어갔고, 없을 때 없다. 그러니까 극을 볼 때 나 같은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각본을 쓴 사람이 할리우드 영화를 많이 본 티가 난다.
밝은 건 밝고 어두운 건 어둡게
또한 이 영화하면 생각나는 강점은 색감이다. 까무잡잡한 피부와는 대조되는 흰 옷은 곳곳에 자주 쓰인다. 정치인으로 연설할 때, 최후 반부 엔딩신, 유곽에 잡혀온 애들을 해방해줄 때 등등 뭔가 감독이 인물들을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라고 생각이 들 때 흰 옷이 나온다. 감독이 인물의 의상으로 처지를 비유한 부분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뒷배경에서 탁한 세트장을 고른 점이나 촬영했던 카메라 렌즈까지 색채 대비를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연대로 함께 나아가다
앞에서도 썼듯 영화의 주요 소재는 연대다. 그리고 부제는 '마피아 퀸'이다. 그러니까 영화의 주인공 강구 바이는 마피아와 연대를 한다. 이 마피아는 주로 남자로 묘사된다. 만약 마피아까지 여성으로 묘사됐다면 이 영화는 많은 이들에게 설득력이 떨어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 마피아들의 성격이 나름 합리적인 부분이 있는 점이나 선한 남성 캐릭터도 출연했다는 부분은 감독이 단순히 여성 서사만을 중심으로 극본을 짜지 않았다는 것이 충분하다. 뭐 성매매 피해자들에 대한 묘사를 중심으로 쓰는 게 주요 플롯인 것은 맞다. 그러나 영화는 절대 이 사람들과의 연대가 현재 사회가 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전부 다 해결할 것이라고 믿지 않고 있다. 보시면 안다.
좋은 퍼포먼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인도 배우다. 인도 여배우를 다 알지는 못하기 때문에 당연히 처음 봤다.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당차고 씩씩하게 여러 관문들을 격파하고 성장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몰입이 되게 탁월한 묘사가 돋보였다. 만약 인도에도 영화 시상식이 있다면 상을 받게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엔딩의 눈빛 연기에선 뭉클함도 있다. 또 주조연으로 출연했던 다른 배우들도 당시 인도에 대한 묘사가 강점으로 잘 발휘되어 나름의 역할을 수행한다. 또 영화 자체가 1960년대 인도 묘사를 적절히 잘해놔서 그냥 무난하게 보기 좋은 영화다. <오징어 게임>이 성공한 것처럼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있으니 다른 나라의 창작물들을 보게 되니 이런 건 참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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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집힐지언정 결코 부서지지 않는
* <슬픔의 삼각형>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슬픔의 삼각형 (2022)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
출연: 우디 해럴슨, 해리스 딕킨슨, 찰비 딘, 돌리 드 레옹
장르: 코미디, 드라마
상영시간: 147분
국가: 스웨덴, 미국
개봉일: 2023.05.17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미 한참 기울어져 버린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147분이라는 러닝타임은 비교적 긴 편에 속하지만 젠더와 계급(혹은 사회적 지위), 그리고 자본주의에서 비롯된 빈부격차에 대한 풍자가 쉴 새 없이 이어져 체감 상영 시간은 오히려 짧게 느껴질 정도다.
1부 '야야와 칼'은 전통적인 구조의 남녀 관계가 전복된 산업에서의 연인 관계를 통해 젠더 갈등을 논한다. 남성 모델인 '칼(해리스 딕킨슨)'은 시작부터 인터뷰어에게 대놓고 무시를 당한다. 이는 '칼' 한 사람에 대한 모욕이나 희롱이라기보다는 여성 모델에 비해 대우를 받지 못하는 남성 모델 산업의 실태를 언급하기 위한 일종의 장치로 해석된다. 남성 모델의 수입은 여성 모델의 1/3에 불과하며 게이들의 성적 희롱을 견뎌야 한다는 통념이 존재하며 미팅에서 헤프게 웃어보라는 소리를 듣는 둥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고,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다. 오프닝 시퀀스가 꽤나 신선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이러한 불합리한 처사가 여성에게 적용된 경우는 셀 수 없이 많이 보아 왔지만, 성별이 전복된 케이스는 흔히 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성과 남성 모델 간의 수입 차이는 '칼'과 '야야(찰비 딘)'의 데이트에서 젠더 간의 갈등을 촉발시킨다. '야야'는 여성 모델이기 때문에 '칼'보다 수입이 많고, 훨씬 잘 나간다. 하지만 데이트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쪽은 '칼'이다. 단지 돈을 언급하는 남성은 섹시하지 않다는 이유로. '야야'는 본인이 '칼'보다 수입이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굳이 본인이 돈을 내겠다는 말을 먼저 꺼내지는 않는다. 그녀의 무신경한 행동은 '칼'의 분노를 유발하고, 급기야 감정싸움으로 치닫는다. 어찌 보면 '칼'의 행동은 쪼잔해 보이기까지 하는데, 이 또한 연인 관계에서 비롯된 성적 고정관념 때문에 생긴 시각일 터다. 결국 남자는 '팩트'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여자가 문제를 인식하게끔 만들고, 여자가 본인의 행동을 인정하는 것으로 두 남녀의 싸움은 일단락된다. 상처가 될 법한 말들을 주고받았지만, 둘 사이에는 얄팍한 '사랑'이라는 것이 있고, 또 SNS를 통해 돈을 벌어들이는 이해관계로도 얽혀 있다.
2부의 '요트'는 자본주의 사회가 낳은 계급 간의 갈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무대다. 돈으로 사람 위에 군림할 수 있는 부자들, 그리고 군말 없이 지시를 따라야 하는 노동자들, 그리고 이들의 경계선에 있는 듯한 인플루언서 커플까지. 영화 포스터에 볼 수 있듯 세 계급은 마치 삼각형 같은 구도를 이루고 있다. '슬픔의 삼각형'이란 1부 모델 오디션 장면에서 언급된 미간 사이의 주름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작품 속에 등장하는 계급 간의 구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이 세 계급이 전부는 아니다. 삼각형에 낄 수조차 없는, 부자들의 눈에 띠지 않는 곳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노동자 계급이 뒤편에 존재하고 있으니까.
요트에 오른 최상류층들은 위선과 모순으로 똘똘 뭉친 자들이다. 일례로, 힘든 시기를 함께 극복했다며 애정을 다지는 부부는 수류탄을 제조하는 방산업자다. 전쟁으로 남의 목숨을 팔아 번 돈으로 부를 축적한 작자들이 '사랑'을 논하고 있으니 실소가 나올 지경이다. '똥(비료)'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왕이 된 러시아 갑부의 아내는 어떠한가. 그녀는 연회를 준비하는 요트 직원들로 하여금 수영하며 놀 것을 지시한다. 근무 중에 수영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요구이지만 직원들은 이에 불복할 수 있는 힘이 없다. 직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요트 위에서 슬라이드를 타고, 러시아 부자는 자신이 마치 노동자들에게 아량을 베푸는 선량한 사회지도층이 된 듯 도취된다. 영화는 모순으로 똘똘 뭉친 인간 군상들을 통해 노골적일 정도로 자본주의가 만든 계급사회를 풍자한다.
위선자들의 향락과 사치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악천후로 크루즈가 흔들리자 부자들은 최고급 음식을 앞에 둔 채 저항 없이 토사물을 내뿜기 시작한다. 고상한 척으로 절대 막을 수 없는 생리 현상 앞에 수치심을 느낄 여력 따위는 없다. 제아무리 돈이 많고, 높은 위치에 오른 사람일지라도 한낱 먹고 싸는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영화는 가감 없이 보여준다. 변기를 붙잡은 채 괴로워하며 배설물 속을 헤엄치는 부자들의 모습은 안쓰러움이 들기는커녕 폭소를 부른다. 비위를 자극할 정도로 더럽고 노골적인 장면들을 활용하긴 했지만 그들의 과거 행적을 돌이켜 본다면 이 정도는 자비로운 처사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요트가 박살 나는 순간 역시 그들이 저지른 위선이 바다 위 암초가 되어 스스로를 나락으로 굴러떨어뜨린 것이나 다름없다. 평화나 운운하던 방산업자들은 결국 본인들이 만든 수류탄에 의해 종말을 맞았으니까.
요트는 전복됐고, 온전할 것만 같았던 삼각형은 뒤집혔다. 3부 '섬'은 계급의 최하위 층에 있던 화장실 청소부 '애비게일(돌리 드 레옹)'이 그를 고용한 상류층 위에 군림한다. 제아무리 부자들일지라도 당장의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요트에서 그들이 뱉은 토사물과 똥을 닦던 여인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혈혈단신으로 겨우 목숨만 건진 이들은 아주 잠깐 동안 함께 화합하여 작은 평등 사회를 이루는 듯했다. 하지만 불을 피우고, 물고기를 잡을 줄 아는 '에비게일'이 등장하면서 8명의 소수 집단에도 자연스레 계급이 생겨나고 이들만의 생존 질서가 형성된다. 기존의 계급이 역순으로 뒤집히는 것도, '에비게일'을 중심으로 한 모계사회가 형성되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쯤 돼서 1부의 '야야'와 '칼'의 대화를 한 번 더 소환해 본다면 영화는 더욱 재밌어진다. 앞서 '야야'와 젠더 고정관념에 대해 열띤 입씨름을 벌였던 '칼'은 '남자다움' 혹은 '여자다움'같은 포지션에 가두지 않기를 원했다. 하지만 섬에 떨어진 이후 '칼'은 '야야' 앞에서 어떻게 행동했던가. '에비게일'을 도와 물을 길어오고, 일손을 돕는 것은 '야야'였으며 '칼'은 가만히 앉아 한밤중에 프레첼이나 훔칠 뿐이었다. 마치 본인이 성적 고정관념의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했던 그는 막상 여자친구를 지켜주어야 할 순간이 닥치자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 '야야'는 더 이상 그에게 섹시한 남성이 될 것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그녀는 스스로를 지킬 줄 알았다. 앞서 여자친구에게 성토하듯 외쳤던 '칼'의 이상과 논리도 결국 모순에 불과했음을 보여준 셈이다.
관객은 '에비게일'이 요트에서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한 채 열악한 노동 환경을 견뎌왔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해 볼 수 있다. '내가 누구지?'라 묻는 '에비게일'에게 '화장실 청소부'라 답하는 관리인 ‘폴라'를 통해 작업 노동자들에 대한 평소의 인식이 드러난다. 애초에 요트도 없어진 마당에 '화장실 청소부'라는 직책이 무슨 소용이람. 따라서 '에비게일'이 이룩한 작은 혁명은 관객의 응원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며 꼼짝없이 그를 선장으로 모시는 돈 많은 남성들의 태도 변화는 일종의 ‘사이다’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불합리한 계급 구조가 뒤집혔을 때, 이상적인 평등 사회가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 건 순진한 생각이라는 게 곧 드러난다. 섬의 주도권을 잡은 ‘애비게일’은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하는 ‘마르크스주의‘를 추구하는 듯했다. 능력 없는 남성에겐 식량이 주어지지 않았고, 몸이 불편한 여성은 일을 못해도 필요한 만큼의 음식을 제공받았다. 엄격하지만 합리적이고, 규칙만 잘 지킨다면 평화가 유지될 수 있을 법한 시스템이다. 그러나 집단 내에 균열을 일으키는 장본인은 시스템을 만든 ‘애비게일’ 쪽이다. 그녀는 구조정에서 잘생긴 백인 남성인 ‘칼’과 잠자리를 즐기고, 성을 착취당한 '칼'의 손에 쥐어지는 건 고작 프레첼 한 봉지뿐이다. 이는 곧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 구조를 선악 관계로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불합리함을 경험했던 계급 최하위의 노동자가 권력을 쥐었을 때 그들 역시 자신들을 착취했던 부자들과 다를 바 없는 모순적인 인간으로 얼마든지 돌변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의 결말부는 작품의 제목이 가진 의미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야야'와 '애비게일'은 무인도인 줄 알았던 섬에서 리조트를 찾는데 성공한다. 섬에 문명이 존재하고, 사람이 살고 있다는 건 희망적인 소식일 터이나 기쁨에 젖은 '야야'와 달리 '애비게일'의 표정은 왠지 모르게 어둡다.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것은 결국 '애비게일'이 만든 임시 사회의 끝을 의미한다. '애비게일'은 다시 화장실 노동자의 위치로 되돌아갈 것이며 그녀 앞에 굴복했던 부자들은 다시 계급 최상위층에 올라 그녀를 부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리조트는 '애비게일'에게 희망 같은 존재가 돼줄 수 없다.
제목이 '슬픔의 삼각형'인 이유는 사회의 계급 구조가 뒤집힐지언정 절대 부서지지 않는다는, 그 완고한 특성이 절망과 허무함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애비게일'은 8명의 생존을 돕는 데 일조했으나 현실로 복귀했을 때 그가 얻을 수 있는 보상이라곤 기껏해야 '야야'의 비서 자리다. '야야'가 은연중에 내비친 멸시 어린 태도에서 이들 사이에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계급의 벽이 자리하고 있었음을 깨달은 '애비게일'은 마침내 분노한다. 리조트를 발견한 건 '야야'와 자신뿐. 눈앞의 대상을 제거한다면, '애비게일'은 지도자로서의 권력을 누리고 젊고 잘생긴 남성의 몸을 계속해서 탐할 수 있다. 살의가 넘쳐흐르는 독사 같은 그의 표정, 아무것도 모른 채 행복에 젖은 '야야', 그리고 뒤늦게 '야야'를 구하러 가는 '칼'의 삼각 구도로 이야기는 끝난다. 열린 결말로 마무리됐지만 '칼'과 '야야'의 로맨스도, '애비게일'의 행복도, '야야'의 생존도 모두 기대되지 않는다. 어차피 인간은 하나같이 다 모순적이고, 그놈이 그놈이니까. 본작은 모든 걸 조목조목 따지기 어려울 정도로 비판과 풍자를 휘갈겼지만 궁극적으로는 폭력과 욕망, 위선으로 똘똘 뭉친 모든 인간의 몸뚱이를 해체해 적나라하게 전시한다. 감독의 냉소적인 시선은 관객의 씁쓸한 감정을 한없이 끌어올리고, '칼'이 처음 등장했을 때와 같이 '슬픔의 삼각형'을 절로 찌푸리게 된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청 받아 작성한 게시물입니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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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6. 10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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