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정2024-09-18 18:08:41
이것은 제사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 <장손> 리뷰
SYNOPSIS.
3대 대가족이 모두 모인 제삿날 일가의 명줄이 달린 가업 두부공장 운영 문제로 가족들이 다투는 와중, 장손 ‘성진’은 그 은혜로운 밥줄을 잇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설상가상 갑작스레 맞닥뜨린 예기치 못한 이별로 가족 간의 갈등은 극에 달하는데…
핏줄과 밥줄로 얽힌 대가족의 70년 묵은 비밀이 서서히 밝혀진다!
POINT.
✔️ 익숙한 한국 가족 관계, K-유교 문화와 제사와 명절 이야기...를 어떻게 이렇게 잘 풀어냈나 싶을 만큼 섬세하게 풀어내는 영화
✔️ 그리고 그보다 더 깊은 이야기까지 당신을 데려갈 영화. 볼 때도 좋았는데 보고 나서도 자꾸 떠올라요.
✔️ 연기 경력이 어마무시한 배우들이 더없이 자연스럽게 펼치는 가족 연기 (정말 명절 풍경 같아서 사람에 따라서는 트라우마가 올라올 수 있을 정도...)
✔️ 작년도 부산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수상작으로 이미 인정 받은 영화
✔️ 개인적으로는 올해의 한국영화로 손꼽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 와중에 매우 아름답고 섬세한 로케이션과 미술! 촬영이 정말 아름다우니까 꼭 극장에서 보아주세요.
*아래 리뷰에는 <장손>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보신 후에 읽어주세요.

영화 <장손>은 얼핏 제사와 명절 풍경, 그 안에 얽히고설킨 가족 갈등을 다루는 영화처럼 보인다. ‘장손’에 대한 조부모 대의 굳건한 믿음이 손녀에게는 분배되지 않는 모습, 차분하게 굄돌처럼 역할을 다하는 며느리와 큰소리만 뻥뻥 치는 아들, 큰 재산 없이 부모 곁을 지키는 큰딸과 ‘부잣집 며느리’가 되어 느지막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작은딸의 역할 차이 또한 더없이 익숙한 풍경이다. 영화 <이장>을 비롯해 우리는 이런 가족 드라마에도 꽤나 익숙해져 왔다. 지고지순 금슬 가족애 이런 단어들 아래서 누군가에게는 안온함을 또 누군가에게는 숨이 턱 막히는 시간을 안기는, 원앙 금침 같은 이 한국식 가족 관계.
연기 잔뼈가 굵은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펼쳐내는 초반부는 그야말로 명절 풍경 그 자체이고, 아직 철없는 ‘장손’을 포함해 적당히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흘러간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두 노인은 두부 맛에 깐깐하게 굴고, 장손이 나타나니 그제야 에어컨을 켜거나 제사 시간을 바꾸는 (노인들로서는) 못마땅한 행위마저 은근슬쩍 눈감아 줄 만큼 익숙한 공기를 내뿜는다.

그 익숙한 풍경 안에는 유머러스한 장면만 있지는 않다.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아버지의 고성 뒤로, 할머니는 익숙한 듯이 좋아하는 노래 가사를 한글로 쓰는 연습을 흥얼흥얼 하고 있다. 그러나 외부인 눈에는 다소 그로테스크해 보일 수도 있는 이런 장면들이, 가족 안에서는 적당히 넘어가진다.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던 아버지를 장손은 괴로워하지만, 어머니는 지긋지긋할 만큼 익숙한 솜씨로 이불을 가지고 내달려 오고, 할머니는 베개를 놓고 선풍기를 돌려 놓는다. 어둑한 집안, 가족이기에 그 태연함이 이해되는 장면이다.
기실 가족 관계란 절대 단편적인 색깔로 칠해질 수 없다. 완벽한 인간은 없으니, 인간과 인간이 맞부딪는 순간 또한 완벽할 수 없기에. 오랜 세월을 머금은 관계는 어디에선가 반드시 삐걱이기 마련이고, 사건은 각자에게 다른 생채기를 남기고, 다르게 기억되고 해석된다. 가족 간에는 그런 사건이 지근거리에서 너무 많이 쌓이기 때문에, 복잡다단한 감정이 실꾸리처럼 돌돌 말려 그 끝을 파악하기 어렵다. 대충 애증이라고 눙치고 지나가기 쉬운 관계 속 감정이나 사건들을, <장손>은 훌륭한 솜씨로 풀어낸다. 기나긴 대하소설을 읽으며 파악할 법한 정보들을 잘 녹여내어, 한 가족의 전사를 관객이 쉽게 파악할 수 있게끔 잘 풀어냈다.

영화의 결이 뚝 바뀌는 것은 할머니의 죽음 이후이다. 마치 배우 이정은의 얼굴이 영화 <기생충>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뚝 갈랐던 것처럼, 배우 손숙의 얼굴이 담긴 영정 사진이 불에 오그라들면서 <장손> 또한 제사와 갈등 이면으로 관객을 깊이 데려간다.
이전에도 자식들은 서로 처한 상황이 달랐고 이해 관계도 달랐지만, 할머니의 죽음 이후 아버지-고모의 갈등을 주축으로 이해는 더욱 멀어져 간다. 다만 영화 <괴물>의 경우와 달리, 보면서 진실이 무엇일까 궁금해지지 않는다. 세상에는 흑 혹은 백으로 명확하게 정리되는 문제보다 입장의 차이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문제가 훨씬 많고, 가족 관계 안에서는 특히 그러하기에. 증조부 증조모의 무덤이 비어 있어도, 갑작스러운 화재가 발생해도, 범죄 스릴러처럼 범인을 찾기에 급급한 마음 같은 건 올라오지 않는다. 뭔가 이유가 있었으려니. 그리고 그런 이유의 가닥들을 하나하나 모아 틀어 쥐고 있던 것이, 이 집안 안에서 할머니가 해온 역할이려니.

제사의 아우라를 부여하려고 아무 말이나 하거나 장손이 올 때서야 에어컨을 켜주는 귀여운 일면도 있지만, 할머니는 분명 이 집안의 구심점이었다. 꼬장꼬장하게 두부 맛을 보며 가풍을 지키고, 통장이며 모든 대소사를 관할하고 있기도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모양대로 펼쳐내는 돌봄의 모양새가 그렇다. 큰고모네 의료비를 대주거나 월급을 조금씩 여투어 놓는 일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시든 장미꽃을 잘라 솥 아래 불에 쓸어 넣을 만큼 알뜰살뜰하게.

이 내내 ‘장손’ 성진은 관찰자처럼 한 걸음 멀리서 바라본다. 장녀였다면 갖지 못했을 거리감이다. 기묘한 죄책감과 불편함 안에서 갈수록 무거워지는 표정으로, 그럼에도 충실한 인터뷰어처럼 가족 구성원들을 하나씩 만나고 그들의 마음을 듣는다. 고모와 어머니, 누나까지 한 명씩 만나 속마음을 각각 듣게 되는, 서술자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은 오직 성진뿐인데, 독특한 점은 집안 식구 중 여성들만 만나고 있다는 점이다.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는 고모부, 툭하면 고주망태가 되는 아버지와는 대화가 이루어질 수 없으며, 착실한 성품의 (그래서 누나 말대로 공장을 “신경 쓸” 예정이며 사실상 이미 쓰고 있는) 매형은 공장을 물려받을 대상으로는 거론되지 않아 사실상 집안 식구라 보기 어렵다. 성진과도 역할을 분담하는 동료 느낌의 대화만 주고받는다.

‘무능한 아버지’ 대신 현명했고 인내했던 어머니(들)를 하나하나 마주하고, 그가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누는 인물은 조부다. 마치 퀘스트를 하나하나 깬 후 최종 보스를 마주하듯이. 이 엄숙한 대화를 마무리하며 그는 무언가를 건네받는다. 최종 보스를 지나는 주인공이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갈 열쇠처럼.
이것은 계승이다. 그동안 한 걸음 밖에서 관조적으로 맴돌던 장손은 이제 손에 쥐어진 것을 들고 계승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기구한 현대사 속에서 인물들의 삶을 찾아온 이리저리 꼬인 사건들, 그 안에서 서로 주고받은 말과 애정과 상처들, 그것들의 흔적을 손에 쥔 채, 그는 햇살 아래 눈을 찌푸린다. 영화 첫 장면이 연기로 희뿌연 공장 내부(“문 열어라, 문! 이러다 죽겠다!”)였음을 생각할 때, 영화 <장손>은 제사의 계승이나 갈등의 표출만이 아닌, 그보다 더 깊은 뿌리의 계승을 둘러싼 이야기다. 계승할지 말지 결정해야 할, 뿌리에 빛을 비추어 다각도에서 보여주는 영화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꼭 언급하고 싶은 건 아름다운 원경이다. 할머니의 장례 행렬에 꽃상여를 따라가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마지막에 눈 내리는 겨울 산으로 자분자분 걸어가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한 폭 그림처럼 펼쳐진다. 꽃상여는 불에 타오르고, 눈 내리는 소리는 어쩐지 불을 닮아 있다. 무언가의 죽음 뒤에는 불이 뒤따른다. 타고 남은 재를 앞에 두고, 우리는 이제 다음 걸음을 고민해야 한다. <장손>이 한 경상도 가정의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 세대의 어떤 것으로 읽히는 이유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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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뮤지컬영화 추천 인생은 아름다워
뮤지컬 영화 좋아하시나요?! 보통 뮤지컬 영화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라라랜드가 아닐까 싶어요! 아니면... 위대한 쇼맨? 레미제라블?!
근데 보통 외국영화가 가장 먼저 떠오르잖아요? 이제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를 보게 된다면! 가장 먼저 한국의 뮤지컬 영화가 이거지? 라며 떠오르게 되실겁니다!
오늘은 한국의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줄거리 결말 살펴볼게요~
기본 정보장르 : 뮤지컬, 드라마감독 : 최국희출연진 : 류승룡, 염정아, 박세완, 옹성우개봉일 : 2022년 9월 28일평점 : 8.32스트리밍 : 쿠팡, 티빙, 웨이브기획 의도내 생에 가장 빛나는 선물 모든 순간은 노래가 된다!무뚝뚝한 남편 '진봉'과 무심한 아들딸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세연'은어느 날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자신의 생일선물로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한 아내 마지못해 그녀와 함께 전국 곳곳을누비며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 남편과 흥겨운 리듬과 멜로디로 우리의 인생을 노래하는국내 최초의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여담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기존의 유명한 가요를 다수 활용하여 비주류의 장르를 조금이나 상쇄시켰지만 초반에 약간의 오글거림이 있지만 흥겨운 노래와 함께 감상하기 좋은 영화라는 평이 대다수였다.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는 코로나로 인하여 개봉이 2년 전이나 미뤄졌지만, 입소문에 힘을 입어 1위까지 올랐으나, 아쉽게도 흥행에는 실패하였다.후기 및 결말인생은 아름다워 결말을 살펴보자면 세연의 경우 첫사랑을 찾긴 찾았으나 사실을 알고 봤더니 내가 아닌 내 친구를 사랑했고, 그걸 안 진봉은 호탕한 웃음을 맞이하며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이다. 영화 후반부에는 결국 세연은 죽고 난 후에 진봉은 세연이 하던 집안일을 하면서 세연의 마음을 이해하며 예전에 사망신고서를 작성하며 최 씨 할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며 영화는 마지막 진봉과 세연이 처음 만난 서울극장에서 노래를 마무리로 영화는 끝이 난다.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주크박스 영화로 이야기를 하면서 뮤지컬을 하는 영화이다. 처음에는 약간 진짜 이게 뭐지?! 하며 오글거리지만! 한번 쯤은 들어봤을 법한 노래가 나오면서 나도 자연스럽게 몰입하는 묘미를 가진 영화다.맨날 해외에서 멋진 뮤지컬 영화도 흥행하는 것처럼, 한국 노래로 만든 이런 영화도 많이 흥행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 추천하고 싶다! 집에서 노래 따라 부르면서 팝콘 먹으며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 한편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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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탕한 여성'을 단죄하라
누벨바그를 상징하는 프랑스의 영화감독 프랑수아 트뤼포의 〈쥴 앤 짐〉(1961)이 재개봉했다. 개봉 당시 파격적인 기법과 아름다운 화면 등으로 화제가 된 영화라 한다. 그러나 2023년 현재, 이 영화의 가장 의미심장한 요소는 줄거리와 여성 캐릭터 재현이다. 영화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볼거리를 선보이는 요즘, 기법이나 화면이야 상대적으로 ‘낡은 것’으로 여겨지기 쉽다. 하지만 줄거리와 여성 캐릭터 재현은 그렇지 않다. 전자가 영화사에 관심 있는 사람에 한정된 이야깃거리라면, 후자는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영화의 배경은 1912년 파리다. 독일에서 온 쥴과 프랑스인 짐은 문화·문화적 취향이 맞아 금세 친구가 된다. 그러던 중 절친한 두 사람 사이에 까트린이라는 여성이 나타난다. 까트린은 매력적이면서도 당돌한 인물이다. 언젠가 쥴, 짐과 함께 연극을 본 후에는 여성 주인공이 숫처녀인지를 두고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쥴은 지속적으로 정숙한 여인의 가치를 강조한다. 그와 짐이 까트린을 만나기 전에 무수히 많은 여성을 서로 소개해주고 종종 성매매를 했음에도 말이다. 쥴에게 ‘정숙함’은 젠더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어야 하는 가치다.
논쟁을 이어가던 까트린이 돌발 행동을 한다. 갑자기 강물로 뛰어드는 것이다. 그러자 쥴은 크게 당황하고 까트린은 그제야 그런 쥴의 얼굴을 보고 미소를 짓는다. 여기까지는 까트린의 당돌함이 나쁘게만 묘사되지 않는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논쟁을 마주하자, 자기 의견을 독특한 방식으로 상대에게 각인시키는 그녀의 모습은 분명 ‘매혹적’이다.
전쟁으로 인한 잠깐의 공백을 거친 후, 쥴은 까트린과 결혼한다. 역시 까트린을 욕망했던 짐은 낙심하지만 우정의 이름으로 쥴과 까트린을 축복하고 그들의 집에 방문한다. 그러나 짐은 행복하지 못한 쥴과 까트린을 목격한다. 쥴은 짐에게 까트린이 결혼하면 정숙해질 거라 믿었으나 그렇지 않았다고 토로한다. 까트린이 자신과의 관계에 전혀 만족하지 못하고 여러 애인을 두고 있다는 점도 고통스레 털어놓는다. 까트린의 당돌함이 본격적으로 악마화되는 건 여기서부터다. 여성에게만 정조 관념을 강요하는 남자에게 도발적으로 반격했던 까트린이 한 남자에 만족하지 못하고 쉽사리 변덕에 휩싸이는 존재, 즉 늘 욕망의 결핍에 시달리는 여자로 재현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까트린을 놓칠 수 없는 쥴은 짐이 여전히 까트린을 원한다는 것을 알아챈다. 그래서 다소 놀라운 결단을 내린다. 까트린이 자신을 떠날까 두려운 쥴이 짐에게 까트린과의 결혼을 제안하는 것이다. 까트린의 자유분방함을 비난하면서도 그녀를 향한 욕망을 포기할 수는 없는 쥴의 고육지책이다. 이 과정에서 까트린에게는 점차 남자를 홀려 망가뜨리는 ‘팜므파탈’, ‘요부’라는 이미지가 더해진다.
까트린은 쥴, 짐과 함께 지내면서 잠시나마 ‘두통이 올 정도의 완벽한 조화’를 느낀다. 까트린의 욕망은 남자 둘이 있어야 겨우 채워질 정도로 거대하다는 식이다. 여기에 그녀에게 구애하는 또 다른 마을 남성 알베르까지 더해진다. 문제는 까트린이 크게 변덕을 부려 끝내 만족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영화가 ‘통제할 수 없는 여성의 욕망은 얼마나 위험한가’를 질문한다는 게 점점 더 분명해진다.
결국 짐은 오락가락하며 여러 남자를 탐닉하는 까트린을 떠난다. 그러고는 오랫동안 그를 짝사랑했던 또 다른 여자와 서둘러 결혼한다. 짐이 떠나자 거대한 욕망으로 비틀거리던 까트린은 폭주하기 시작한다. 짐에게 총을 들이대며 협박해도 짐이 돌아오지 않자 그를 자동차에 태우고 동반자살을 해버리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여성의 운전은 자율성(혹은 통제되지 않음)으로 해석되어왔다. 때문에 까트린이 거칠게 운전한다는 건, 그녀 욕망이 끝내 무언가를 파괴할 것임을 강하게 암시한다. 동반자살은 필연이었다.
이 장면은 결혼 전의 까트린이 쥴과 논쟁하며 강물에 뛰어든 장면과 겹친다. 그리고 두 장면 사이에는 주체적 욕망의 소유자였던 여성이 자기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고 파멸하는 과정이 있다. 쥴이 둘의 죽음을 회고하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그는 까트린과 짐의 사랑이 자신과 짐 사이의 우정만 못했다고 자위하며 마지막까지 까트린을 우정을 파괴한 여자라고 비난한다. 자신이 그런 까트린을 그토록 간절히 원했다는 사실은 까마득히 잊은 것처럼 말이다.
〈쥴 앤 짐〉은 자기 욕망을 소유한 여성을 단죄함으로써 두 남성의 우정을 상찬하는 이야기 구조를 취한다. 그러나 그토록 ‘위대한’ 쥴과 짐의 우정은 여자 없이는 불가능한 공허한 것이었다. 쥴과 짐은 예술과 사회에 대한 의견을 공유한다는 데서 우정의 근거를 찾지만 이는 허울 좋은 핑계에 불과하다. 그들의 우정은 여자를 탐하며 파리를 돌아다니며 깊어졌을 뿐이다. 작가인 짐은 쥴과의 우정을 담은 자전적 소설에서 둘의 관계에 ‘동성애’적 요소도 있다고 말하는데, 이 둘의 관계는 동성애라기보다는 여성을 타자화함으로써 남성 연대를 도모하는 호모소셜에 가깝다. 이를 ‘퀴어적 관계’로 재현하고자 하는 것은 예술적 기만이다.
영화 속 모든 여성 캐릭터가 부정적으로만 그려진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쥴과 짐에게 여성은 하룻밤 상대이거나, 언제든지 갈아치울 수 있는 상대, 지독한 수다쟁이, 언제까지나 자신을 기다려주는 지고지순한 사람, ‘아름다운 물건’일 뿐이다. 그들이 까트린에게 매혹된 건 그녀가 단일한 이미지로 뭉뚱그려져 타자화된 여성 이미지에 부합하지 않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자가 정해놓은 안전한 영역을 벗어난 여자(팜므 파탈, 요부)는 ‘위험’하다. 그래서 쥴은 애타게 까트린을 욕망했음에도 역시 남자들 간의 우정만 한 게 없다고 뒤늦게 주절거린다. 놀라운 정신승리다.
요컨대, 〈쥴 앤 짐〉은 여성을 타자화한 것을 예술적 성취로 포장해온 오랜 역사의 한 장면을 장식하는 영화다. 〈쥴 앤 짐〉의 관람을 강력히 권한다. 이 작품이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명작’이어서가 아니다. 〈쥴 앤 짐〉은 남자가 예술을 빌미로 여성의 삶과 욕망을 제멋대로 재단해온 역사를 확인하는 데 매우 유용한 텍스트다. 갖지 못할 바엔 죽이겠다는 까트린의 태도를 영화가 그려내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욕망하여 저항하는 여자’의 계보에 까트린을 추가하여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이 영화를 재독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쥴 앤 짐〉이 ‘명작’이라면, 오직 시대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만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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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llers of the flower moon / 플라워 킬링 문
2023년 11월 21일에 감상한 '플라워 킬링 문'에 대한 짤막한 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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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소개 /
‘플라워 킬링 문’은 진정한 사랑과 말할 수 없는 배신이 교차하는 서부 범죄극으로 ‘어니스트 버크하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몰리 카일리’(릴리 글래드스톤)의 이루어질 수 없는 로맨스를 중심으로 오세이지족에게 벌어진 끔찍한 비극 실화를 그려낸다. 데이비드 그랜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아카데미를 수상한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으며, 에릭 로스가 각본에 함께 참여했다.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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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평 /
플롯구성과 연출이 눈에 띄는 영화였다.
씬과 씬을 연결하는 플롯구성이 어느하나 튀지 않고 자연스럽고 매끄러웠다. 연출 또한 마찬가지.
가장 인상깊은 연출은 당연히 마지막씬이다.
재판 이후의 이야기를 연극형식의 나레이팅으로 보여주면서 관객들을 현실로 끌여들였고, 마지막에 마틴 스콜세지가 감독으로서 직접 등장하여 그들(오세이지족)의 마지막을 위로한다.
가장 마지막씬에서는 오세이지족들이 모여 큰 원을 만드는데, 이 원은 곧 꽃의 형상을 띈다. 이는 "flower moon"에서 희생된 소중한 영혼들을한자리에 모아 기리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3시간 3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이렇게 끌고 갈 수 있는 힘은 거장 마틴 스콜세지와 디카프리오, 로버트 드니로의 세박자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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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 말 대중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
영화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 제목을 봤을 때는 우리가 알고 있는 흥부전을 각색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흥부전이 창작된 배경을 설명한 작품이었다. 당시 탐관오리들이 창궐하는 상황 속에서 백성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나라를 조금 더 살기 좋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이 작품은 탄생했다. 이러한 기회 의도 좋았지만 초반 흥미로운 진행에 비해 영화의 부제와 딱히 어울리지 않는 방식으로 작품이 전개되어서 고개가 갸우뚱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 시놉시스
아무도 몰랐던 형제, 흥부와 놀부. 양반들의 권력 다툼으로 백성들의 삶이 날로 피폐해져 가던 조선 헌종 14년. 붓 하나로 조선 팔도를 들썩이게 만든 천재작가 ‘흥부’는 어릴 적 홍경래의 난으로 헤어진 형 ‘놀부’를 찾기 위해 글로써 자신의 이름을 알리려 한다.모두가 알고 있는 형제, 조혁와 조항리. 수소문 끝에 형의 소식을 알고 있다는 ‘조혁’을 만나게 된 ‘흥부’는 부모 잃은 아이들을 돌보며 백성들의 정신적 지도자로 존경 받는 ‘조혁’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한편, 백성을 생각하는 동생 ‘조혁’과 달리 권세에 눈이 먼 형 ‘조항리’의 야욕을 목격한 ‘흥부’는 전혀 다른 이 두 형제의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탄생한 ‘흥부전’은 순식간에 조선 전역에 퍼져나가고, 이를 지켜보던 ‘조항리’는 그를 이용해 조선을 삼킬 음모를 계획한다.
대중 문화의 힘을 엿보다영화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자를 초반 집중해서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대중 문화의 힘이 잘 드러났기 때문이다. 작품 속에서는 남녀의 치정 소설을 쓰며 인기 작가 반열에 오른 흥부와 이를 바탕으로 마당극이 형성되는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민중들의 힘을 깨달은 양반들은 연흥부를 이용해 <정감록 외전>을 만들어내라고 지시한다. 자신들의 힘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 민심의 힘을 이용한 것이다. 더불어 이러한 양반들의 모습에 환멸을 느낀 흥부는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형제의 이야기를 자신의 이름을 딴 흥부전으로 탄생시키면서 양반들을 풍자한다.
흥부전을 접한 양반들은 격노하고, 어떻게든 자신들에게서 돌아선 민심을 무마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부분에서 양반들이 백성 위에 군림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사실상 민심에 휘둘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특히, 그 민심의 힘을 대중 문화를 통해 잘 구현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캐릭터들은 왜 갑자기 죽을까?초반 조선시대의 대중 문화를 보여주면서 흥미를 이끌었지만 급격히 그 집중도가 떨어지게 된 계기는 캐릭터들이 너무 갑자기 죽어 나갔기 때문이다. 갑자기 선출이가 납치되고, 조혁이 붙잡혀 오고, 그리고 1분이 채 되지 않아서 조항리에 의해 단칼에 죽는다.
어떠한 설명 없이 훅훅 죽어나가서 당황스러웠다. 그저 기존 영화의 난폭한 양반 컨셉을 잡고 갑자기 이성을 잃은 조항리가 자신의 동생과 선출이를 왕의 명령도 없이 본인 손으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죽여버린다. 물론 해당 장면에서 왕이 존재하지만 그 왕 위에 있는 조항리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절대 권력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자신이 직접 죽이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최대한 절제한 상태로 왕이 있는 상태에서 왕을 제압하고 군졸들에게 죽이라고 명령을 하는 것이 훨씬 더 그 느낌을 잘 자아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영화에서 표현된 방식은 그저 본인 화에 못이겨서 갑자기 사람들을 죽인 생뚱맞은 장면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아서 아쉬웠다.
영화의 부제와 후반부 내용이 연결되는 것일까?이 작품의 부제는 영어가 훨씬 더 와닿다는 느낌이다. 한국어 부제는 글로 세상을 바꾼 자이고, 영어로는 The revolutionist 혁명가 이다.
부제가 글로 세상을 바꾼자 였다면 결말이 그렇게 나면 안되는 것일 아닐까? 결말에서의 모습은 글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초반 영화의 내용 부제대로 글의 힘을 잘 보여준 전개였다. 하지만 후반부의 흐름은 글의 힘이라기 보다는 그냥 일반적인 대중 봉기에 불과했다.
물론 흥부전 2탄을 준비하면서 그것을 이용해 조항리를 제압하는 내용이었지만 이는 글의 힘만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물리적인 폭력도 함께 진행되었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글이 부각되지 않아서 차자리 영어 부제처럼 혁명가가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자>는 후반 전개와 개연성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다소 많은 편이었지만 흥부전의 이야기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리고 조선시대 말기의 대중 문화가 어떠한 힘을 가졌는지 엿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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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깨진 살점 위에 짓는 집
영화 <사상, 2020>은 부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내가 부산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몇 가지 정보를 검색해보았다. 먼저, 부산에는 사상구(沙上區)라는 지역이 있는데, '모래 위에 지은 집'이라는 부제처럼 한자 역시 모래 사, 위 상을 쓰고 있었다. 다음으로 이 지역과 오랜 인연이 있는 장제원 국회의원이 세 번째 당선되어 직무 수행 중인 곳이다. 마지막으로 작품에서 환경정비지역으로 지정되어 재개발이 추진되는 만덕5지구는 사상구가 아니라 북구에 속한다.
영화 <사상, 2020> 포스터
<사상 공단과 성희의 살>
감독의 아버지이기도 한 성희는 사상 공단에서 열심히 일했다. 사상 공단은 낙동강 주변 저지대에 조성된 공업단지로 1970년대 중반부터 부산 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다. 계획적으로 공장들을 모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업체들도 열악한 환경이었고, 난개발로 심각한 도시문제들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성희는 이곳에서 일하며 가정을 꾸리고, 아버지의 이름을 얻었다. 아버지의 이름값을 치르고자 환갑이 가까운 나이까지 열심히 일했지만, 집 한 채도 손에 쥐지 못했다. 거기에 더해 사상 공단은 성희의 손가락까지 잡아먹었다. 무시무시한 기계가 깨문 자리는 살점이 으깨져 이어 붙이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손가락이 있던 빈자리에는 형체를 알 수 없는 통증이 둥둥 떠 있다.
성희는 사상 공단에서 열심히 일했다.
<만덕5지구와 수영의 살>
수영이 사는 만덕5지구는 북구에 속하는 지역이지만, 사상 공단이 형성되던 시기 동구와 영도구에 살던 무허가 판자촌 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켜서 만든 동네이다. 변두리 지역의 땅을 겨우 얻은 주민들은 자신들이 살 집을 직접 짓고 제반 시설을 만들었다. 그로부터 30년이 넘게 지나고 보니 소위 없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던 마을은 도시의 경관을 해치는 지저분한 것이 되어있었다. 새롭고 깔끔한 아파트는 헌 집뿐 아니라 그 속에 들어있는 헌 사람들까지 밀어낸다. 때때로 이 사람들은 잘 보이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수영은 굴삭기를 돌리는 생업을 포기한 채 위태로운 탑을 쌓고 그 위에서 빠진 앞니로 치킨을 뜯으며 개발 논리 앞에 묵살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온몸으로 외쳤다. 결국 만덕5지구는 수영의 허리를 비틀어놓았다.
수영은 만덕5지구에서 행복하게 살았다.
<으깨진 살점과 도시의 불협화음>
만덕5지구를 비롯한 모든 개발은 으깨진 살점 위에서 이루어진다. 곳곳에 설치된 지뢰처럼 영화 속 공간의 살점을 밟을 때마다 작품은 비명과도 같은 불협화음을 내지른다. 창문 프레임으로 보여주는 색 빠진 그림도 어딘지 모르게 스산하고 을씨년스럽다. 성희와 수영처럼 쇠를 주무르고, 땅을 파며 이 나라에 돈이 잘 돌게 했던 아버지들의 몸은 지난 시간을 담은 하나의 기록이자 증거가 되었다. 사상구가 아니더라도 으깨진 살점의 비명은 여기저기에서 들을 수 있다.
불협화음에 귀를 기울이면 으깨진 살점의 비명이 들린다.
132분의 러닝타임 속에 9년의 시간이 흐른다. 하나의 이야기로 쭉 연결되는 서사보다는 특정 공간을 중심으로 조각난 파편을 모으는 작업으로 구성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치 으깨진 살점처럼.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활동, 10년의 기록 <오지에서 온 다큐멘터리> 온라인 기획전이 10월 27일 수요일까지 열린다. 성희의 아들, 박배일 감독의 다른 작품도 감상해볼 수 있다.
https://www.indieground.kr/indie/notice.do?mode=view&articleNo=1189
[인디그라운드X오지필름] 오지필름 10주년 기획전 '오지에서 온 다큐멘터리' (10.14(목)~10.27(수)) |
인디그라운드의 사업 소식, 공지사항, 뉴스레터를 제공합니다.
* 해당 리뷰는 씨네 랩(CINE LAB) 크리에이터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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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시절 여름방학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톰보이
톰보이
감독 셀린 시아마
배우 조 허란, 말론 레바나, 진 디슨
네이버 평점 : 8.91 / 10 (네티즌 평점 기준 참여인원 58명)
왓챠 평점 : 3.8 / 5 (참여인원 8,905명)
개인 평점 : ★★★★☆ (4.5 / 5)
톰보이 리뷰 3줄 요약
1. 극 중 동생 역할로 나오는 잔이 너무 귀엽다.
2. 한 아이의 어린 시절을 살짝 훔쳐보는 영화.
3.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감독 셀린 시아마 각본, 연출 작품
<톰보이> 메인 포스터, 캐릭터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톰보이> 캐릭터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 상을 휩쓰는 감독 셀린 시아마
<톰보이>는 프랑스 영화로 셀린 시아마라는 아주 핫한 감독의 2번째 연출작이다.
셀린 시아마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라는 작품으로 영화제 상을 휩쓸면서 국내까지 알려졌고, <톰보이>는 그 이후 감독의 유명세를 타고 2020년 5월에 뒤늦게 개봉하였다.
프랑스에서는 2011년에 개봉한 작품이었기에 국내 개봉 전부터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뒤늦게나마 국내까지 들어와서 기쁜 마음으로 관람했다.
다시 감독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셀린 시아마는 데뷔작부터 꾸준하게 여성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만들고 있는 여성 영화 전문 감독이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비롯한 2관왕을 수상한 이력이 있으며, 데뷔작부터 지금까지 모든 연출작에서 작은 상이라도 항상 받아온 대단히 촉망받는 감독이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아직 보지 못했지만, 아마 본 사람들이라면 <톰보이>도 재미있게 보지 않을까 싶다.
- Tomboy의 뜻
영화 제목인 <톰보이>는 남자처럼 행동하는 여자아이라는 뜻의 단어이다.
단어 사전에 말괄량이로 적혀있기도 하다고 하는데 그보단 ‘보이시한 매력을 가진 멋진 여자애’ 정도가 맞는 해석인 것 같다.
영화 속 주인공을 의미하는 제목이자 이 영화를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포스터 속 아주 멋진 주인공은 바로 로레이다.
아니 아마도 포스터 속 이름은 미카엘 일지도 모르겠다.
미카엘은 로레가 남자아이처럼 행동하면서 스스로 지은 이름이다.
영화는 로레의 삶 속 잠깐 스쳐 지나간 미카엘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톰보이>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 찰떡같은 배우 캐스팅
핵심 주연이 모두 아역인 작품인 만큼 약간은 걱정이 될 수 있겠지만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전혀 연기력의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고 특히 주인공 자매를 연기한 조 허란과 말론 레바나는 최고의 캐스팅이었다고 생각한다.
미카엘과 로레 역의 조 허란은 중성적인 분위기를 너무도 잘 담아냈으며 귀여운 동생 잔 역할의 말론 레바나는 정말이지 너무 귀엽다. 둘 다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라서 이 두 자매를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진다.
<톰보이> 스틸컷,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 여름방학 그 자체인 영화
<톰보이>를 한 단어로 표현하라면 나는 단언컨대 "여름방학"을 말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여름방학에 일어난 일이면서 그 방학을 너무 잘 표현한 영화가 2개 있는데
첫 번째가 <톰보이>이고 두 번째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실제로 영화 속 시간 배경이 여름방학이라는 것이고, 둘 다 잠깐의 마법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둘 다 퀴어 영화지만 내가 말하고 싶었던 마법 같은 부분이 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와 다른 일상이 찾아온다는 점에서 마법 같음이고, 여름이라는 배경을 제외한다면 <라라 랜드>나 <비포 선라이즈> 같은 영화들 역시 마법 같은 시간을 담은 영화들이라 할 수 있겠다.)
지나고 보면 마치 꿈같았던 그 반짝거리는 순간의 분위기가 너무 잘 담겨 있다.
두 영화의 차이점이라면 <톰보이>는 조금 더 풋풋한 초여름의 분위기라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쨍쨍한 한여름의 분위기라는 것이랄까...?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해 봐도 여름방학이 1년 중 가장 즐겁게 놀던 시기였던 것 같다.
한 달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에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했었는데, 막상 돌이켜서 생각해 보면 대단스러운 일을 했던 적은 없었지만 시작은 항상 거창했었던 것 같다.
<톰보이>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 자연스러운 메시지
<톰보이>는 꽤나 영화 주제나 제목만 보더라도 명확하게 메시지가 전달되는 영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영화를 보면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매우 자연스럽게 스토리의 한 부분처럼 흘러간다.
이는 극 중 어느 캐릭터도 단순히 메시지를 전하는 용도로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 메시지가 명확한 영화들은 단순히 메시지 강조를 위해 역할들이 소모되는 경우가 있는데, 약간만 과하게 들어가도 오히려 관객 입장에선 생각을 강요당한다는 느낌을 받기 쉽다.
<톰보이>는 감독이 어느 쪽으로도 힘을 더하지 않고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이야기를 진행시키며 각 인물들의 생각을 담아낸다. 그러다 보니 모든 인물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 톰보이 메인 예고편
<톰보이> 메인 예고편 [출처: 씨네큐브 유튜브]
*여기부터 스포일러 포함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장면은 로레와 잔의 케미가 톡톡 터지는 장면들이다.
서로를 진정으로 아껴주고 챙겨준다는 것이 느껴지면서 빠질 수 없는 소소한 투닥투닥까지 완벽한 티키타카!
영화 속에서 잔만이 유일하게 로레와 미카엘을 나누지 않는 인물이다.
물론 마지막에 리사 역시 새롭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리사는 새롭게 알아가기로 결정한 인물이라면 잔에게는 로레가 언니였다가 든든한 오빠일 수 있다는 점에서 로레를 진정으로 좋아해 주는 잔의 순수한 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저 같이 놀아주기만을 바라는 잔의 모습이 몹시 귀엽다.
영화 마지막에 엄마가 선택한 방법은 조금 안타까운 부분이었다.
물론 방학의 끝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로레의 거짓말이 오래가지 못함은 당연하고
이를 방치할 수 없는 것도 맞지만 꼭 원피스를 입혀서 데려가야 했을까...
부모는 아이를 가장 오랜 시간 가장 가까운 곳에서 교육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아이는 그 외에도 학교, 친구, 인터넷 그리고 스스로 고민을 통해서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자라난다.
아이가 가는 방향과 부모가 바라는 방향이 다를 때
아이의 첫 행보, <톰보이>에서는 미카엘이라는 이름을 만들어낸 행동이 부모에게는 첫 일탈로 다가올 수 있다.
그렇다면 이를 바로잡는 부모는 교육 중인 걸까? 교정 중인 걸까?
우리는 가족에 대한 이해가 생각보다 높지 않다.
최근 들어서 기술의 변화나 사회적인 변화가 급격하기 때문에 더더욱 세대 차이나 생각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의미에서 앞선 세대의 교육이 항상 옳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일 수 있다. 특히 개개인의 특성과 관련된 부분이라면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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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
2021. 04. 16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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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타임라인*
00:00 클라이막스로 향해중
00:49 예상했던 짭틴아메리카
02:26 캡틴의 향수를 뿌린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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