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또비됴2024-09-25 10:53:42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
영화 <미씽> 리뷰
아이만 잃어버린 게 아니다! <미씽>은 실종된 아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부부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가 점점 잃어가고 있는 것을 짚고 넘어간다.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도덕과 윤리는 물론, 가족의 정, 뉴스 미디어의 지향점인 진실 보도 등이 바로 그것. 영화는 잃어버리고 있는 것조차 망각해 가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비추며, 우선적으로 복원해야 할 가치와 희망을 전한다.
아이가 실종된 지 3개월이 지났다. 수색도 하고 탐문 조사도 벌였지만, 아이의 행방은 묘연하다. 사랑하는 딸을 잃어버린 사오리(이시하라 사토미)는 희망을 부여잡고 남편 토요(아오키 무네타카)와 매일 전단을 뿌린다. 하지만 세상의 관심은 식어가고, 사오리는 악플과 점점 무관심해져가는 남편에 과민반응을 일으킨다. 그녀가 믿는 건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줬던 지역 TV 뉴스 기자 사다(나카무라 토모야) 뿐이다. 한편, 높은 시청률을 원하는 방송국은 사다에게 좀 더 센 이야기를 가져오라 독촉하며, 실종된 아이와 마지막까지 같이 있었지만, 이후 행방이 묘연했던 사오리의 남동생 케이고(모리 유사쿠)와 인터뷰하라고 압박한다.
<미씽>은 실종 사건에 관련된 이들이 모두 합심해서 끝내 아이를 찾는 감동 어린 영화가 아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이 사건을 마주하는 이들의 민낯을 밀도 있게 보여준다. 연출을 맡은 요시다 케이스케 감독은 전작 <공백>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진실보다 현상에 치중하는 현대인들의 잘못된 시각을 꼬집는다.
대중의 표적은 사오리다. 그녀는 딸을 잃어버렸다는 죄책감을 항시 느끼고 있다. 그런 와중에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보도되는 뉴스와 그에 따른 악플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녀의 이런 행동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콘서트를 간 당일, 아이가 실종되었기 때문. 독박육아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다가 딱 하루 자유를 만끽했던 자신의 행동이 이 결과를 낳았다고 자책하는 그녀는 그럼에도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은 채 엄마의 책임을 물며, 마녀사냥을 일삼는 대중들을 증오한다. 아이러니 한 건 남편의 만류에도 악성 댓글을 일일이 확인하고 답글을 다는 것. 이유는 그렇게 해서라도 사람들이 딸의 실종 사건을 오랫동안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이런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뉴스는 진실을 외면한 채 자극적인 이슈만 다루려고 한다. 사다는 최대한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진실을 보도하려고 노력하지만, 회사의 압박에 두 손 두 발을 든다. 결국 사건 당시 정확한 알리바이도 없고, 거짓 진술을 했던 케이고를 인터뷰한다. 그러나 어렵게 따낸 인터뷰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한다. 시청자들의 도파민 분출 희생양이 된 케이고는 사람들에게 봉변을 당하고, 결국 직장을 옮겨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피해를 만든 건 방송국 놈들이지만, 정작 피해를 당한 건 케이고인 셈. 이 사건은 미디어의 이면을 잘 드러내는 장면이다.
이처럼 영화는 뉴스, SNS 등 진실을 왜곡하고 시청률과 조회수에만 치중하는 미디어의 폐해를 보여준다. 특히 사다는 미와의 생일이 아님에도 생일 축하 장면을 촬영하고, 딸 생각에 눈물을 흘리는 사오리에게 눈물을 더 흘리라고 말하며 이를 카메라에 담는다. 그 자체로 섬뜩하다. 썩은 동아줄이라는 걸 알면서도 사오리는 어떻게든 딸을 찾고자 울며 겨자 먹기로 응하지만,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지켜보는 남편은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이는 시쳇말로 그림이 되는 것을 연출을 통해 찍고, 이를 진실인 것처럼 소비하는 미디어 생태의 무서움을 보여준다. 결은 다르지만 SNS의 폐해를 고발한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의 <백설공주 살인사건>(2015), 진실의 실체가 없는 진실게임을 그린 손석구 주연의 <댓글부대>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미씽>은 사회 비판적 시선을 유지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가족의 상실감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오롯이 전한다.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며 이 비극의 사실성을 부여하는 건 이시하라 사토미의 몫. 출산 후 첫 영화 복귀작인 이번 작품에서 그녀는 제대로 망가진다. 피폐한 모습은 물론, 딸을 찾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에 점점 미쳐가는 여성이자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는 엄마의 얼굴은 리얼리티를 더한다.
과거 ‘고멘 애교’를 보여줬을 때의 그녀를 생각하면 오산. 실제 엄마가 된 이후 보여주는 감정의 진폭은 꽤나 크다. 특히 중반부 경찰서에서의 오열 장면은 백미. 어쩌면 이 영화는 이시하라 사토미의 ‘그렇게 엄마가 된다’ 편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감독은 누군가의 고통이 곧 자신의 유희가 되는 상황 속에서도 조심스럽게 한 가닥 희망을 전한다. 후반부 딸을 잃어버리고, 남편, 남동생의 관계가 틀어진 사오리는 자신과 비슷한 실종 사건을 겪은 엄마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다. 동기는 딸을 찾기 위함이지만, 그 행동은 결과적으로 우리가 잃어버렸던 중요 가치를 일깨워주고, 희망의 빛을 데려온다. 그 일 이후, 사오리는 자신 만큼이나 남편과 동생도 죄책감과 아픔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이들을 이해하며 어그러진 가족 관계를 바로 세우는 첫 단추를 채운다. 과연 사오리는 딸을 찾을 수 있을까? 마지막 무지개가 그 답을 대신한다.
사진 제공: 2024 <missing> Film Partners
평점: 3.0 / 5.0
한줄평: 이시하라 사토미, 그렇게 엄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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