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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nymoushilarious2024-09-30 22:49:49

감옥이 배경이라고 하기엔 휴머니즘인

영화 <쇼생크 탈출> 리뷰

가끔 90년대 영화를 돌려볼 때가 있다. 특히 헐리웃 영화들.

 

그 중 하나의 영화를 짧게 리뷰해보고자 한다. '쇼생크 탈출'이다.

 

 

 

이 영화는 못 해도 열 번은 봤을 거다. 직접 찾아서 보기도 하고, 텔레비전 영화 채널에서 찾아서 보기도 하고, 하다보니 열 번을 채운 것 같다. 이 영화는 탈옥이 주제이지만 사실 그렇게 탈출이라는 흥미진진함을 강조하진 않는다. 사실 휴머니즘을 더 강조한 영화라고나 할까. 범죄자 미화라고 비판할만한 지점도 분명히 있긴 하다. 그런데 주인공이 애초에 누명을 썼다는 전제하에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고, 범죄자도 오랜 수감생활로 인해 인생에 대한 회한과 후회를 할 수 있는, 교화가능한 인간이라는 지점에 입각해보면 비단 이해가 안갈 내용도 아니라서 그렇게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않으려한다.

 

 

 

물론, 앤디가 탈옥을 성공해 자유를 만끽하는 신도 좋아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신은 레드가 처음에는 가석방을 받기 위해 심사관들에게 자신은 교화되었다고 적극적으로 어필하다가 막판에 심사관들을 아예 까면서 가석방 같은거 안줘도 되니까 나 좀 괴롭히지 말라고 비웃는 신이다. 그렇게 해달라고 할 땐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다가 레드가 자신을 자책하는 듯, 심사관들을 비웃는 듯한 말투로 냉철하게 말하자 오히려 그에게 자유가 주어진다. 심사관들은 강력한 어필일수록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자신을 자책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체념해버리는 수순에 들어가야 진정으로 교화가 되었다고 느껴지게 되는 것 같다. 한 사람이 교화되기란 이리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 같기도 하다.

 

 

 

레드가 교화될 수 있었던 데에는 주인공 앤디의 역할이 컸던 듯하다. 그와 교류하며 자신이 범죄자가 아니었지만 다른 이를 위해 돕는 그를 보며 레드는 선함을 직접 마주한 것이 앤디가 생애 처음이었을까 싶었다.

 

레드의 인생은 가난했기 떄문에 그는 물건을 훔쳤고 그로 인해 감옥을 갔지만 그는 나이가 육십을 넘도록 자신이 불쌍하고 억울했던 것 같다. ' 내가 잘못한 것은 맞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자기변명이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 죄를 짓지 않고도 잘 버티며 싫은 소리 한 마디 안하는 앤디가 신기하면서도 존경스러웠던 것 같다. 사회가 규정한 규율을 어겼지만 사회가 만들어 놓은 규율 안에서만 살아와 그 이상을 꿈꿀 수 없던 레드에게 그 누구보다 사회에 협조적인 것 같지만 차분히 기회를 보며 자신이 처한 부당함을 타파하고 주체적으로 해결하는 앤디의 모습이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같기도 하다. 범죄를 저지른 자와 저지르지 않아 당당함의 차이가 다르다고 하기엔 둘은 정말 정반대의 인물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죄인이라는 낙인을 찍어 교화라는 명목 아래 자기를 부려먹었던 교도관들보다 앤디의 행동 하나하나가 그에게 귀감이 되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왠지 레드에게 앤디는 살아있는 예수같은 존재였던 것 같다. 죄많은 자신을 옳은 길로 안내하는 희생자 같은 포지션 말이다. 

 

 

 

평생을 감옥에서만 살아온 수감자들에게 자유란 혼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도 인상적이었다. 감옥만 벗어나면 다 될 줄 알았는데, 감옥 밖의 세상은 규율이 없는 혼돈임을 브룩스의 죽음으로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사회는 범죄자들을 교화하겠답시고 모아놓고 규율로 그들을 통제해왔지만 미국처럼 수감 생활이 긴 나라에서의 범죄자가 다시 사회로 나왔을 때, 그들은 자율성이 상실되어 버린다. 그래서 사회로 나오면 그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외로이 살아가며 차라리 감옥이 나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누군가는 범죄자에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너무 안일한 것 아니냐 할 수 있겠지만 한 때 범죄자였지만 이젠 그냥 한 명의 노인이 되어버릴 정도로 감옥에서 오래 있었던 그냥 한 사람의 인간으로만 바라본다면 그냥 측은하지 않나. 그 정도의 자비는 보여줄 수 있는 것 아닐까. 

 

 

 

이 영화는 나에게 있어 '나홀로 집에' 같은 영화다. 그 만큼 많이 보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봐도봐도 내용을 아는데도 질리지가 않는다. 좋은 영화는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가끔 잊고 있다가 다시 봐도 재밌는 그런 영화. 그런 의미에서 헐리웃의 영화는 80~90년대가 정말 황금기였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그 영화들이 개봉했던 것을 기억할 만한 세대가 아니지만 뒤늦게 보게 된 내가 봐도 요즘 시대에 클리셰라고 하는 서사들은 모두 이때 나온 것 같다. 그런데 이 '쇼생크탈출'은 수많은 감옥 탈출 서사가 많이 나왔지만 이런 서사는 아직도 나오지 못하는 것 같다. 그만큼 좋은 영화이니 한 번쯤 보시는 것을 추천한다. 

작성자 . Anonymoushilarious

출처 . https://brunch.co.kr/@lanayoo911/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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