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로진2024-09-29 13:01:16
[DMZ Docs] 소리 없는 아우성
비(非)극장 상영 프로그램 <침묵하는 다리들>(2023

침묵하는 다리들(Muted Bridges)
감독: 얀웨이양 Yan Wai Y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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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6일,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개막했다. 다큐멘터리영화를 실컷 볼 수 있는 장이다. 일산 메가박스 킨텍스, 현대백화점 킨텍스점, 롯데시네마 주엽, 일산호수공원 노래하는 분수대, 고양시 예술창작공간 해움, 경기도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헤이리시네마, 수원시미디어센터, 갤러리그리브스 등지에서 43개국이 참여한 140편의 다큐멘터리가 상영된다.
2024년 16회 DMZ다큐멘터리영화제 슬로건이 '우정과 연대를 위한 행동'이다. 바야흐로 각자도생의 시대에, 가장 필요한 단어가 연대 아닐까 싶다.
DMZ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는 2023년부터 비(非)극장 상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올해 주제가 '풍경 landscape'이라고 한다. "생활 세계의 공간들과 거리, 건축, 조경, 자연의 풍경 안에서 오늘날 세계가 처한 위기와 관경, 저항의 운동들을 식별"(공식홈페이지 인용)한다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얀웨이양의 '침묵하는 다리들'을 관심 있게 보고 왔다.

일전에도 홍콩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고 온 적이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와 맞물려 아비규환이었던 시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와 이번 양웨이양의 작품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작 3분밖에 안 되는 영상이지만, 도시의 풍경, 특히 홍콩의 다리 5개를 비추는 카메라가 함의하는 바가 크다. 감독이 조명한 다리는 홍콩 민주화운동 당시 정치적 슬로건과 항의문, 대자보로 뒤덮였던 장소다.
그 장소가 지금은 너무도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거의 표백에 가깝다. 한때 뜨거웠던 시간을 모조리 소거해버린 풍경은 몇 년 전의 풍경보다도 살풍경하다.

3분의 영상 앞에서 잠시 홍콩의 거리 시위 현장을 오버랩해 본다. 뜨거웠던 목소리는 사라지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화롭다. 깨끗해진 홍콩의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그때의 열기를 잊을 것이고, 시간이 흘러 깨끗한 다리에 때가 타고 발자국이 찍히는 동안 홍콩에서 누군가가 목소리를 냈다는 사실마저도 잊힐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목소리는 누가 기억해 주나.
아마 얀웨이양 같은 사람에 의해서가 아닐까. 그러므로 기록한다.
왕가위가 작품으로 기록하지 않았더라면 반환 직전의 홍콩 분위기 역시 진작 잊혔을 것이다. 모두가 사랑했던 그 시절 홍콩은 사라지고, 이제 중국화된 홍콩이 남아 있다.
지금 동두천시가 미군 위안부 성병관리소를 철거하고자 하는 움직임에 반발이 거세다. 기록물을 지운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3분의 다큐멘터리 앞에서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연대해야 한다. 폭력과 광기의 역사를 함께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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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6.~ 10.02. 레이킨스몰 3층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기간 : 09월 26일 - 10월 02일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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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민 영웅의 탄생
7★/10★
바다와 사막 위의 인간을 익스트림 롱숏으로 잡을 때, 그 안의 피사체는 작디작다. 극도로 작아진 그의 형태로 인해 그가 어떤 고난을 겪는 중인지, 몸과 마음의 상태는 어떤지, 그의 운명이 얼마나 가혹한지는 사소해진다. 파도와 모래의 흐름만이 장관처럼 펼쳐져 점처럼 작은 사람과 그의 고통스러운 현재는 좀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데서 익스트림 롱숏의 역설적 미학이 도출된다. 카메라 속 그들은 수많은 다른 고통받는 인간처럼 어려운 시기를 겪는 중일 뿐이지만, 고통받는 인간 모두가 알고 있듯이 개별적 고난은 그리 쉬이 제쳐둘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네갈에서 이탈리아로 향하는 난민 세이두와 그의 사촌 무사의 이야기가 그렇다. 성공한 음악가가 되기 위해 가족 몰래 고향을 떠나는 두 청소년은 유럽, 즉 ‘낙관적 미래’를 향한 여정의 잔혹함을 온몸으로 겪는다. 국경을 넘는 과정에는 내내 돈을 뜯어내려는 온갖 브로커들만 득시글거리고, 불안정한 정세의 틈새를 파고들어 먹고사는 경찰과 반군 역시 두 사람의 생존을 위협한다. 몸값 요구, 고문, 노예 시장에서의 거래……. 탈락하는 순간 죽는 이 가혹한 여정의 목표는 이제 유럽이 아닌 생존 그 자체다.
그러나 세이두는 이 과정에서도 같은 처지의 난민을 포기하지 않는다. 경찰에 붙잡힌 무사를 구하기 위해 먼저 유럽에 갈 기회를 마다하고, 수많은 난민을 태운 배를 직접 운전하여 우여곡절 끝에 아무도 죽지 않은 채로 이탈리아에 도착한다. 난민 영웅의 탄생이다. 각자도생을 강제하는, 죽음과 맞닿은 꿈(생존)을 향한 여정에서 세이두는 같은 처지의 난민을 버리고 혼자 생존하는 데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 역시 이 여정에서 누군가의 호의에 기대 생존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목숨 빚을 갚는 소박한 행위는 그 행위가 놓인 처참한 현실에서 영웅의 조건으로 거듭난다.
영화가 종종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활용해 연결된 존재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세이두의 죄책감을 위무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침내 도달한 유럽은 아마도 세이두가 기대한 모습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사막과 바다 위에서 방치된 생명으로 근근이 생존한 삶은 유럽에서도 별다르지 않게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죽지 않았어요!”*라고 환희에 젖어 외치는 세이두의 마지막 얼굴은 이 청소년 난민 영웅과 그가 관계 맺은 사람들의 운명에 다른 가능성을 싹틔운다. 극우가 득세한 유럽과 난민에 대한 반감이 점점 커지는 우리나라에서 우리가 상상하고 그러모아야 할 것은 바로 이 가능성과 그 가능성을 주조한 극한의 생존 여정에 대한 존중, 그리고 난민을 양산하는 기울어진 글로벌 정치 경제의 맥락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다.
*영화의 제목 IO CAPITANO는 ‘나는 선장입니다’의 이탈리아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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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첫 번째 게임에서 죽고 말겠지만.
나는 계급에 대한 이야길 좋아한다. 특히 태어나서 지금까지 내가 속해있던 계급, 가난 그리고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했던 서민층 이하의 계급 이야기를. 처음 TV에서 보았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티저에서는 이정재의 사정이 따로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이 드라마를 오락적 요소가 다분한 머니게임 드라마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드라마의 1-2화는, 게임에 참가하기까지 이정재(극 중 이름:기훈)의 동기와 사정에 대해 충분한 이야기를 빌드업하며 진행된다. 엄마에게 용돈을 타 쓰는 철부지 캥거루족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는 태생적으로 착하고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었다. 10년이 넘게 자동차 회사에서 일했으나 회사는 하루아침에 그를 쫓아내고, 그는 노조활동을 벌이다 동료 한 명을 잃는 사고까지 당한다. 아내는 경제적으로 무능한 그를 떠나 새살림을 차렸고, 열 살 된 딸아이는 비교적 넉넉한 새아빠 밑에서 지내며 이정재를 측은히 여긴다.
설상가상으로 이정재의 홀어머니는 아프다. 당장 수술과 입원을 하려면 300만 원이 필요한데 그 돈마저 없어 그는 여기저기 돈을 빌리러 다녀야 한다. 그러나 이미 경제적 신용을 잃은 그에게 손을 내미는 이는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게임에서 이기면 456억을 주겠다는 매우 사기스러운 세력을 만나게 되고, 그는 반신반의하면서도 결국 그 게임에 참가한다. 어차피 더 무너질 것도 없는 상황,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그 게임이 바로, 오징어 게임이다. 돈이 차고 넘치는 어떤 부자들이, 너무나 심심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모아다가 '상금을 줄 테니 목숨을 걸라'고 만들어진 황당한 취지의 게임.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은 이정재와 마찬가지로 저마다 경제적 곤경에 처한 사람들이다. 여러 이유로 터무니없는 빚을 진 사람, 탈북자,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까지 사연과 동기는 다양하다.
더 이상 물러날 현실이 없는 그들은, 상금을 얻기 위해 부자들의 놀음에 기꺼이 목숨을 던지기로 한다. 참가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어차피 (게임)밖이 더 지옥이야"라고. 반면 위스키를 홀짝이며 이 게임을 관전하는 부자들은 단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돈을 건다. 애잔하거나 애처로움을 넘어서 기괴함이 느껴지는 수준의 빈부격차.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의 자화상이었다.
내 20대 시절이 생각났다. 스물다섯 살엔가, 어떤 작은 회사에 취직을 했는데 나에게 제시한 월급이 120만 원이었다. 거기서 세금을 떼면 통장에 100만 원 조금 넘는 돈이 들어왔다. 그 돈으로 매달 저축도 해야 하고, 사이버대학에 편입했던 터라 간간히 등록금도 내야 했으며, 교통비와 핸드폰 요금도 물론 내야 했다. 하물며 남자 친구에게 매일 얻어먹을 순 없으니 눈치껏 밥값도 계산할 줄 아는 여자 친구여야 했기에, 이런저런 사람 구실을 하고 다니려면 주머니 사정은 늘 여의치 않았다. 자주 적금을 깼고, 어떤 날은 돈이 모자라서 마찬가지로 힘든 엄마에게 손을 벌렸다. 또 어떤 날은 도저히 밥값을 낼 형편이 안돼서 친구들을 안 만난 적도 있었다.
그때의 내게 오징어 게임의 참가 기회가 주어졌다면, 난 참가했을까. 아마도 그랬을 것 같다. 너무도 팍팍하고 희망이 없는 삶을 살다 보면, 목숨을 걸어서라도 인생을 바꾸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난 참가했다고 해도, 게임 운도 더럽게 없어서 아마 1차전에서 총을 맞고 죽었을 것이다. 그곳에서조차도 아무런 두각도 나타내지 못하고 엑스트라로 끝나는 삶. 그게 그때의 내 삶이었다. 그래서, 내가 그 마음을 너무 잘 알아서, 오지랖 넓고 착하고 가난한 이정재를 넋 놓고 응원하게 됐다. 지 목숨도 간당간당하는 판에 여기저기 다 퍼주는 그가 속 터지면서도 말이다.
다행히 이정재는 주연이니까 끝까지 살아남는다. 456억이라는 거액의 상금을 타서 고작 하고 싶은 게 '빚 갚고, 시장에 어머니 가게를 차려주는 일'이라던 이정재의 말은 오래도록 마음을 짓눌렀다. 그 마음 또한 알 것 같았다. 돈이 너무 없어서 세상을 미워했던 20대 중반의 나도 그랬으니까. 그 때의 나는 456억을 타면 무얼 하고 싶었을까? 베란다에 곰팡이가 서리는 싸구려 빌라에서 벗어나 엄마랑 살 따뜻하고 괜찮은 집 구하기, 글쓰기 수업 받아보기. 다른 좋은 곳 취직할 때까지 맘 놓고 공부할 수 있는 생계자금으로 쓰기. 내게도 그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떤 부자들은 가진 돈이 너무 많아 쓸 데가 없어서 사람들의 생명을 건 게임에 돈을 걸지만, 어떤 사람들은 고작 300만 원 병원비가 필요해서 목숨을 건다. 너무 슬프지 않은가? 페라리를 몰거나 강남 몫 좋은 곳에 건물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작 어머니의 병원비 때문에 목숨을 던진다는 게. 부자들은 모르겠지만, 경제적 곤궁에 처한 사람들의 삶은 그렇다. 당장의 내일을 도모할 자본이 없어서 삶을 포기하고, 세상을 저주한다.
<오징어 게임>은 여러 신선한 소재와 화려한 스케일로 둘러싸여 있지만, 결국은 그런 부의 불평등, 돈 있는 계급이 돈 없는 계급을 유린하는 부조리를 꼬집는 드라마였다. 세상에 너무도 많은 이정재가 있음을 말하는 드라마. 화려한 외피 속에 가려진 이 드라마의 메시지를 읽는다면, 이 드라마는 더욱 묵직하게 다가올 것이다.
시간이 흘러 삼십 대가 된 나는 다행히도 100만 원의 월급으로 힘겨워하던 삶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아직 사회는 크게 바뀐 것이 없는 것 같다. 여전히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 고금리의 사채빚을 져서 목숨을 끊는 사람들,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들로 가득하다. 뭐, 어쩌면 한편에는 정말로 오징어 게임을 만들어 가난한 자들을 체스 말처럼 사용하는 부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부자들이야 그렇다 치고. 적어도, 당장 내일을 살아갈 희망이 없어 목숨을 베팅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사회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옛말에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
돈이 사람의 존엄을 해치는 일, 정말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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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강아름, 그는 왜 결혼했을까?
세상에나, 내가 30대라니. 무슨 일이야!?
“30대, 미혼, 여성”
이 사회가 나를 카테고리화하는 무시무시한 키워드들이다. 성별에 대한 만족도는 꽤나 높아 (아마도) 바꿀 일이 없어 고정값으로 상정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앞의 두 키워드를 마주하는 것이 두려워진다. 특히 10년간 익숙하게 나를 위로했던, 소위 ‘앞자리 수’가 변했을 때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게다가 코로나 팬데믹과 그 시기가 겹쳤다. 그 말인즉슨 어떤 ‘무뢰한들’의 무차별적이고 무심한 질문 폭격에 답 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다시 한번 해가 지났음에도 아직도 삼십이라는 단어가 입에 붙지 않는다는.. 말 못 할 어려움을(혹은 현실 부정 단계를) 겪고 있다.
<구글 이미지 검색 키워드 : turning 30 meme.. ㅎㅎ>
아니, 도대체 왜?
그동안 목소리를 높여 비판했던 '자존감 낮고 나이가 세상에 전부인' 그런 부류가 바로 나였단 말인가?
29.99였던 어제와 30.00이 된 그날의 나는 정말이지 혼란스러웠다.
“너도 이제 적지 않은 나이야. 피부도 잘 챙겨야 해. 나중에 나이 들어 후회한다.
선크림 하고 아이크림은 필수라고.”
막 잠에서 깨, 동생이 군대에서 신던 초록색 슬리퍼를 질질 끌며 담배를 사러 가면서도 고민은 깊어진다. (로션도 잘 안 바르는데.. 아이크림이 필수라니!! 너무해!!)
우리는 30대 인간에게 사회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수많은 미디어와 인간관계를 통해 배워왔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서도 30대의 지침서 따위는 받지 못했단 말이다!!
첫 30대를 살아보는 어른 아이의 패닉은 곧 나이듦에 대한 거부 반응으로 나타나는 것일까? 불안과 혼란의 카오스가 오직 나만 겪는 현상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세상에는 너무 멋진 30대들이 넘쳐난다.
그에 비해 나는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고, 아직도 모르는 것, 어설픈 것 투성이다.
심지어 누군가 집에 어른 계시냐고 물으면 어색하게, “어.. 엄마 안 계시는데요”라고 답하는 어리숙한 나라는 사람이.. 온전한 사회인으로 기능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이 인간이 30대가 되었다.
참으로 무시무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30대의 쓰나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큰 폭풍을 몰고 왔다.
우선 나는 한 번도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감격에 찬 얼굴로 모두에게 축복받으며 ‘버진로드’를 걷는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없다. 비혼주의라고 굳이 나를 규정하지 않지만(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변명이다) 학생 신분이 지속되면서 나에게 이런 구체적인 상상은 사치에 가까웠다.
결혼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여성으로서 나의 신체와 그 선택은?
적지 않은 나이의 신체를 가진 미혼 여성이자, 도태된 사회적 동물로서 나는 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 꼬리를 무는 이후의 고민들은 한층 더 골치 아픈 문제였다.
미혼과 비혼은 적법한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한 번 꼬박꼬박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하는 나의 자궁, 난자들에 대한 고민도 끊이지 않는다.
역시 냉동난자가 유일한 답인가? 오늘이 앞으로의 삶에서 가장 젊은 날이 아니던가? 그런데 내 난자를 어디에 쓸 것인가? 아니 나는 난자 보관비용이나 부담할 수 있나?
그리고 이러한 고민에 난생처음 그리고 아주 ‘적나라한’ 선택지를 던지는 다큐를 보았다.
그리하여,
“<박강아름 결혼하다(Areum Married)>(2021)”
우리 사회에 시의성 있는 화두를 던져온 박강아름은 그의 전작 <박강아름 가면무도회>를 통해 잘 알려진 감독이다. 전통적인 관습과 가치관을 대물림하는 가부장에 대한 전복과 투쟁, 정형화되고 규정적인 여성상과 ‘미’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점철된 감독의 세계관에 난데없이 ‘결혼’이라니? 묘한 배신감이 느껴졌다. 결국 제도적 굴레 안으로 그 또한 편입하는 것인가! (물론, 필자는 결혼에 대해 아무런 악감정이 없다.)
그러나, 그는 우리를 배신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너무나도 처절하게 거대 담론에서 소외된 두 개인의 결혼 생활과 더불어 완전히 새로운 하지만 한 없이 가까운 또 다른 개인의 탄생과 성장을 담아냈다.
그리고 이 노골적인 연대기, <박강아름 결혼하다>에서 그려지는 가장권의 전복,
여성 주도의 가모장(matriarchy)의 풍경을 보며 나름 진보적인 스탠스를 취한다고 자부하는 나의 편협함을 발견하곤 다시금 고개를 숙였다.
가계를 걱정하는 박강아름 감독의 우환과 '영수증' 그리고 그의 집사람이 누리는 3유로짜리(사실 박강아름 감독은 그 값의 절반도 안 되는 일반 커피를 마셨다. 이들의 참사랑은 영수증에서조차 드러나는가!!) 카페 프라페의 행복을 보며 내 안에는 분명 누군가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이다.
그리고 화들짝 놀랐다. 게다가 나라는 인간은 ‘결혼’의 이미지를 곧장 ‘웨딩 세리머니’와 연결시키지 않았던가? 순백의 드레스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아, 몇 초 가량 박강아름 감독의 연주와 행복한 미소 그리고 새하얀 드레스를 본 것 같기도 하다)
두 인간이 만나 한 집에서, 그것도 저 멀리 낯선 땅 프랑스에서 살아간다. 게다가 임신과 출산, 양육까지 줄줄이 이어진다. 박강아름 감독과 ‘집사람’. 이 두 사람은 나에게는 너무나 용감하고 무모했고 대단하고 절박했고 그리고... 투머치였다! 이 모든 상황이 한 씬에 들어와 있다니. 공포 그 자체였다.(물론 영화는 감독 특유의 유머감각을 놓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진짜 너무너무 앞 발을 꽉 깨물고 싶은 닥스훈트까지. 이것이야말로 30대 기혼자들의 진정한 카오스란 말인가!!?
아직까지는 여성의 신체로만 가능한 재생산의 기능을 수행하고 다시 바깥양반으로 돌아가는 박강아름 감독을 보며 나는 다시금 나의 신체와 생식 가능성을 가진 남은 난자들에 대해 생각했고 또 다른 가능성들에 대해 새로운 선지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감독이 몸이 좋지 않은 집사람을 끌고 덩케르크로 간 날은 바다를 보기에 그리 완벽한 날씨는 아니었다. 그러면 어떠한가? 낑낑거리며 유모차를 옮기는 바깥양반을 보며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았을 집사람은 터벅터벅 돌아와 함께 둘 사이의 보리를 옮긴다. 여성과 남성 부인과 남편 바깥사람과 집사람. 이런 단어들로는 그들이 함께 걷는 그 길을 전혀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리? 그들은 서로의 균형을 맞추며 나란히 걷고 있지 않은가?
영화가 끝나고 생각했다.
"사실..
나도... 집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더 이상의 스포를 막기 위해 영화에 대해서는 이쯤 이야기해야겠다.
(하지만 가수 이랑의 잔잔한 목소리가 그리 녹록지 않은 자신의 그리고 우리의 현실을 써 내려가는 박강아름 감독의 에세이를 더욱 진하게 만든다는 것과, 곳곳에 삽입된 스톱모션 이미지와 그의 ‘하이퍼 리얼’한 다큐 이미지 사이의 관계를 살피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할 관람 포인트라는 정도는 공유해도 되겠지)
* 해당 리뷰는 씨네랩(CINE LAB) 크리에이터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 브런치 삐뚜로빼뚜로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ppeeppae/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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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겁고 사랑스러운 게임들
곤돌라가 교차하는 찰나에 서로에게 공연을 선사하는 것은 그들만의 게임이었다.
처음엔 도착지에 체스판을 두고, 말을 잡을 때마다 그것을 창 밖으로 흔들어 보였다. 그게 마음에 들었는지 새 직원은 어느 날 그녀의 형편없는 도시락을 몰래 가져다 근사한 샌드위치를 넣어 두었다. 사물함 자물쇠를 뚝딱 열어 버리는 기술은 대체 어떻게 터득한 건지, 싱싱한 야채는 어떻게 고른 건지, 그녀는 그런 걸 묻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우체통에서 얌전히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서류 합격 통보 때문이었다.
그녀는 깩깩거리는 기침을 쏟아내는 낡은 곤돌라가 아니라, 비행기를 타는 승무원이 되고 싶었다. 목베개를 옆구리에 낀 채 두리번거리는 사람들, 페이퍼백 소설이 진열된 서점, 물 한 병을 가지고 옥신각신하는 보안요원과 나이 든 승객들… 그 안에서 기꺼이 피로하고 싶었다. 탈의실을 흘끔대고 제 기분에 따라 급여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곤돌라 역장이 아니라.
대사 없이 극 전체를 진행하는 <곤돌라>는 주인공들의 심정과 풍경을 떠올리면서 언어로 그들을 묘사하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인물의 속내를 알 수 없어 답답한 순간도 있고, 말이 필요 없기 때문에 매력적인 장면들도 있다. 그러나 확실한 점은 영화의 만듦새와는 상관 없이, <곤돌라>가 보여 주는 낭만과 친절, 관능이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익살스러움을 만들어내는 쇼트들부터, 조금은 유치해도 결국은 로맨스가 되는 사건까지. 관객은 그냥 그들만의 언어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
*본 리뷰는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에서 초대받은 시사회에 참석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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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임 루프 감옥에서 살아남는 101가지 방법
간만에 청량하고 화끈한 로맨스 코미디 한 편을 보았습니다. 2020 선댄스 영화제 출품작 중 사상 최고 판매가 기록(약 2,250만 달러)을 세우고, 로튼 토마토 신선도 95%를 기록하며, 2021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코미디 부문 최우수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영화, 바로 <팜 스프링스>입니다.
이 영화는 미국 팜 스프링스 지역에서 열린 결혼식에 참석한 두 사람이 매일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타임 루프(Time loop)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영화 포스터에서는 이 영화를 단 세 단어로 요약하죠. '타임 루프, 썸머, 로맨틱 코미디'. 이 단어들은 <팜 스프링스>를 설명하기에 조금의 과함도, 약간의 부족함도 없습니다. 그 이유를 지금부터 살펴보시죠.
※ 8월 11일(수)에 진행된 <팜 스프링스>의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팜 스프링스>는 2021년 8월 19일 국내 개봉 예정작입니다.
팜 스프링스
Palm Springs
첫 번째 단어, '타임 루프'입니다. 타임 루프는 영화가 사랑하는 단골 소재입니다. 액션 장르의 <엣지 오브 투모로우>부터 로맨스 장르의 <어바웃 타임>, <이프 온리>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타임 루프 소재는 관객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치트키였죠. 하지만 비슷한 소재를 다루는 영화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영화의 참신함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개 '우연히 타임 루프 마법에 빠진 주인공이 우여곡절 끝에 타임 루프를 빠져나와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며 살아간다'는 주제를 내포하기에 관객에게 색다른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어렵죠. 저 역시도 큰 기대 없이 영화관에 방문했습니다.
하지만 <팜 스프링스>는 여타 타임 루프 소재의 영화들과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유사한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신선함이 더 컸다는 표현이 정확할 겁니다. '우연히 타임 루프 마법에 빠진 주인공'까지는 이전의 작품들과 유사하나, 이 '주인공'이 타임 루프 마법에 빠진 시점이 독특합니다. 일반적으로 타임 루프물의 주인공은 영화 시작과 함께 타임 루프의 마법에 빠지는데요. <팜 스프링스>의 남자 주인공 '나일스'는 매일 반복되는 타임 루프의 감옥 속에서 억겁의 시간을 살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입니다. 얼마나 오래 타임 루프 안에 갇혀 있었는지는 '나일스'도, 관객도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반복되는 11월 9일, 그 하루가 너무나도 익숙한 나머지 자신의 원래 직업이 무엇인지조차 망각해버리고, 결혼식에서 멀끔한 정장 대신 하와이안 셔츠를 걸쳐도 아무렇지 않은 '나일스'의 모습을 통해 그저 짐작해볼 뿐이죠.
‘나일스’는 타임 루프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합니다. 탈출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기에 이곳을 벗어날 생각조차 없죠. 대신 그 안에서 꽤 편안하고 행복한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영화는 매일 반복되는 무료한 일상 속에서도 의미 있는 삶을 향유하는 법을 유쾌하게 보여줍니다. 영화 중반 즈음엔 타임 루프에 갇혀 사는 삶도 그리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런데 문득 타임 루프에 갇힌 '나일스'의 상황이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제한이 생긴 우리는 집 안에서 매일 반복되는 무료한 하루를 보내고 있으니까요. 코로나19가 우리를 타임 루프의 감옥에 빠트린 셈이죠. 하지만 이러한 삶도 향유하고자 마음먹으면 충분히 누릴 수 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탈출할 방법이 없다면, '나일스'처럼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해야만 하죠. 참으로 시의적절한 영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편, '나일스'로 인해 갑작스럽게 타임 루프에 빠져 혼란스러움을 겪는 여자 주인공 '세라'는 어떨까요? <팜 스프링스>는 타임 루프가 익숙한 '나일스'와 타임 루프가 낯선 '세라'의 대비를 위트 있게 풀어내기도 합니다. 타임 루프 안에 여러 명의 타임 루퍼(Time looper)들이 존재하는 것 또한 매우 신선한 접근이었습니다. 하필 술을 퍼마시고 잊어야 할 정도로 괴로운 기억이 있는 11월 9일의 아침이 매일 같이 반복되다니, '세라'는 이 타임 루프를 탈출해야만 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세라'는 주류 영화가 다뤄왔던 여성 캐릭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방법을 찾을 때까지 수동적으로 기다리고, 요행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세라'는 주체적으로 이 고리를 끊어낼 방법을 찾습니다. 남성 캐릭터의 이야기에 부수적으로 여성 캐릭터를 끼워 넣는 형태를 완전히 벗어났죠. 그녀는 무한의 시간이 존재한다는 타임 루프의 장점을 이용해 양자 역학을 공부하고, 시공간의 곡률을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똑똑한 과학자가 등장해 주절주절 어려운 말을 늘어놓고는 툭 방법을 던져주는 SF적 설정이나 비가 내리는 날 연인과 키스를 나누면 현실로 돌아갈 수 있다는 판타지적 설정에 의존하는 대개의 타임 루프 영화와 다른 지점이죠. '세라'는 과연 탈출에 성공했을까요?
타임 루프 속에서 살아남는 법부터 타임 루프를 탈출하는 법까지, 모두 예상과는 달랐습니다. '확실히 달랐다'는 표현이 전혀 아깝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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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단어는 ‘썸머’입니다. <팜 스프링스>는 제목 그대로 '팜 스프링스'라는 지역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영화입니다. 그게 여름과 무슨 관련이 있냐고요? 팜 스프링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 군에 있는 지역으로, 사막에 둘러싸인 휴양지거든요. 여름에는 최대 50도까지 기온이 오르는 더운 사막 기후라, 11월이 여행에 가장 적합한 시기인 지역이죠. 영화의 배경인 '탈라'와 '에이브'의 결혼식이 11월 9일로 설정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영화 속 배경은 '될 대로 돼라' 마인드로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결혼식장을 횡보하는 '나일스'와 정말 잘 어울립니다.
같은 하루가 매일 반복되는 타임 루프의 특성을 적극 활용해 내일이 없는 것처럼 하루를 보내는 '나일스'와 '세라'의 화끈한 데이트 장면들도 뜨거운 여름과 잘 어울립니다. 마침 11월 9일에 집을 비운 팜 스프링스의 어느 가정집은 타임 루프가 계속되는 한 영원히 빈 객실과도 같죠. 그들만의 안전 가옥에서 맥주 한 캔과 함께 수영을 즐기는 모습은 지상 낙원이 따로 없습니다. 코로나19로 수영장을 놀러가기도, 피서를 떠나기도 어려운 요즘, 대리만족하기에 아주 제격이죠. 맥주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영화 속에서 '나일스'와 '세라'는 끊임없이 맥주를 마십니다. 여기에도 숨겨진 비밀이 하나 있더군요. 그들이 마시는 맥주는 '아쿠파라(Akupara)'라는 브랜드인데요. 이는 힌두교에서 세계를 등껍질에 짊어진 거북이를 이르는 말로, '무한대의, 불멸의'라는 뜻을 가진 가상의 브랜드라고 합니다. 영화의 핵심 소재를 이 커플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맥주 브랜드 속에 숨겨 놓았네요.
드넓은 사막 한가운데 있는 휴양지, 시원한 맥주와 하와이안 셔츠까지. 누군가 '여름'하면 떠오르는 영화를 물었을 때, 추천할 만한 영화가 또 한 가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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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로맨스 코미디’입니다. 영화는 결국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다룹니다. 타임 루프 속에서 지루한 하루하루를 지내던 '나일스'와 지나간 고통에 연연하며 괴로워하던 '세라'는 타임 루프 덕에 오직 현재에만 충실하는 법을 배우죠.
그들에겐 필요한 것은 바로 어바인(Irvine)이었습니다. 어바인(Irvine)은 '나일스' 때문에 타임 루프 지옥에 빠진 또 한 사람인 '로이'의 가족들이 거주하는 곳입니다. '세라'와의 사랑에 어려움을 겪는 '나일스'가 '로이'를 찾아갔을 때, '로이'는 이렇게 충고하죠.
"We all have an Irvine."
우리에겐 모두 어바인이 있어.
<팜 스프링스>에서 딱 한 문장의 대사만을 기억해야 한다면 저는 이 대사를 택할 겁니다. 자신을 타임 루프 지옥으로 끌어들인 '나일스'를 원망하며 그를 끊임없이 괴롭히던 '로이'는 문득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머무르는 어바인의 소중함을 깨닫고, 타임 루프에서의 삶에 적응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나일스'에게도 자신만의 어바인을 찾으라고 충고하죠. 타임 루프 지옥에 빠지더라도 어바인과 같은 안식처가 있으면 우리는 살아갈 수 있습니다. 과연 '나일스'의 어바인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여러분의 어바인은 무엇인가요? 영화를 감상하시면서 곰곰이 생각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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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더위가 한풀 꺾인 모양새입니다. 날씨가 풀린 것인지, 이 영화의 청량함이 제 더위를 앗아간 것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코미디를 기대하시는 분도, 로맨스를 기대하시는 분도, 참신한 타임 루프물을 기대하시는 분도 모두 만족스럽게 보실 수 있는 영화일 겁니다. 참, 이 영화에는 익숙한 배우들도 다수 등장합니다. <위플래쉬> 플레처 교수 역의 J.K. 시몬스, <리버데일> 베로니카 역의 카밀라 멘데스, <슈퍼맨과 로이스> 슈퍼맨 역의 타일러 헤클린까지, 여러 배우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함께 누려보세요.
Summary
“오늘은 어제고, 내일도 오늘이에요…” 인생 최고의 날로 기억될 멋진 결혼식이 열리는 팜 스프링스의 리조트. 타임루프 세계관에 갇힌 남자 나일스에게 오늘은 100만 번째(?) 결혼식일 뿐이다. 하지만 우연한 사고로 세라가 나일스의 세상에 개입하면서 똑같았던 하루는 늘 특별한 오늘(!)이 되는데… 진짜 내일 없이 사는, 두 남녀의 썸머 코믹 로맨스가 시작된다! (출처: 씨네21)
Cast
감독: 맥스 바바코우
출연: 앤디 샘버그, 크리스틴 밀리오티, J.K. 시몬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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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꾸만 달라지는 기대의 이정표
먼저, "산드라 블록"과 "채닝 테이텀"이 출연하며 악당으로는 본명보다 "해리 포터"로 더 많이 불렸을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나온다. (네이버 프로필 사진에도 "해리 포터"이다)
여기에 "브래드 피트"의 깜짝 출연까지 때아닌 극장의 가격 인상에 대한 대답으로 충분히, 납득할만할 라인업이다.
물론, 최근 극장에 비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걱정도 들기에 앞서 개봉한 북미의 반응부터 살펴보자!흥행부터 말하면, 개봉 첫 주 북미 박스오피스 1위와 함께 상영 4주차를 맞이한 지금도 박스오피스 3위권에 들고 있는 흥행작이다.
여기에 전문가 76%와 관객 85%의 반응은 충분히, 기대를 불러 모으기엔 부족함이 없다.
그렇게, 어제 20일에 개봉한 <로스트 시티>는 14,522명의 일일 관객 수를 불러 모으며 3위에 그쳤다.
무엇보다 문제는 네이버 관람객 평점(6.66)과 CGV 골든에그 지수(78%)로 가장 반응이 좋지 않다.1. 준비된 악당과 그렇지 못한 주인공의 불협화음
영화 <로스트 시티>는 어떤 작품인가?
소설이 진짜 보물 지도로 믿고 있는 악당 "에이펙스"에게 납치된 작가 "로레타"를 탈출시키려는 책 표지모델 "앨런"과 그의 명상 트레이너 "잭"의 탈출극이다.
물론, 모든 작품들이 그렇듯이 계획은 계획대로 풀리지 않고 "로레타 - 앨런"은 "에이펙스"에게 쫓기는데...
바로, 이 점이 문제이다. - "에이펙스"에게는 "로레타 - 앨런"을 쫓아야 하는 동기가 있지만, "로레타 - 앨런"은 "에이펙스"에게 쫓길 이유가 없다.<인디아나 존스>, <언차티드>, 혹은 <툼 레이더>까지 "보물"과 연관된 어드벤처 물의 주인공과 악당의 구도와 생각은 늘 똑같다.
개인의 욕심부터 "우주정복(?)"까지 악당의 계획과 달리, 직업의 윤리관에 빗대어 올바름을 강요하는 주인공들과 부딪히곤 했다.
<로스트 시티>의 악당 "에이펙스"는 모범생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주인공 "로레타 - 앨런"은 아무것도 없다.2. 형, 진짜야?(동공 지진)
물론, 이야기를 살펴보면 이들과의 비교선상이 다르긴 하다.
"고고학자"와 "로맨스 소설 작가"라는 차이도 있겠지만, 그 의도됨이 '자발적 - 타의적'은 명백히 다르니까!
그렇기에 주인공 "로레타 - 앨런"에게 "인디아나 존스"부터 "라라 크로프트"의 동기를 꿈꿔선 안된다.
무엇보다 <로스트 시티>를 보려 극장까지 일부러 발길을 옮긴 팬들도 이런 거창한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것도 아닐 테고...아무튼, 영화는 이에 걸맞은 액션들과 볼거리를 선사한다.
극 중. "빵형"의 미모에 한껏 반한 "로레타"가 "왜, 그리 잘생겼나요?"라는 대사에 "아빠가 진짜 잘생겼거든요"라는 대답을 능글맞게 보여준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장면이나 이 분위기를 길게 이어나가지 못한다.
그의 퇴장과 함께 영화는 앞서 지적했던 "로레타"의 동기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갑자기?!)
그렇다. 영화는 제목처럼 길을 잃어버렸다...3. 길을 잃거나 도와주지 않는 캐릭터들의 행동
앞서 말했듯이 "에이펙스"에게는 "로레타 - 앨런"을 쫓아야 하는 동기가 있지만, "로레타 - 앨런"은 "에이펙스"에게 쫓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로레타"가 "에이팩스"에게 보물의 단서가 될 "양피지"를 가져가는 동기는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이런 이유에는 "에이펙스"가 찾는 보물이 "로레타"에게도 죽은 고고학자 남편과의 찾던 보물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를 말하기 위해 잦은 '플래시백'은 이야기를 늘어지게 만들며 "앨런"을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로 구석탱이로 치우게 된다.이번 <로스트 시티>에서 "앨런"을 맡은 "채닝 테이텀"이야말로 가장 분전하는 인물이자 배우이다.
여태컷 그가 보여준 이미지를 생각하면, 이번 <로스트 시티>에서의 모습은 한없이 가볍다.
극 중. 적들을 의도치 않게 죽이며, 죄책감에 구시렁거리거나 거머리를 못 잡아 "로레타"의 앞에서 헛구역질하는 모습까지 '그가 없었더라면, 끝까지 영화를 볼 수 있었을까?'하는 말이 나올 정도로 <로스트 시티>는 온전히, 그의 영화이다.· tmi. 1 - 당초 "앨런"역에는 "라이언 레이놀즈(a.k.a. 데드풀)"이 예정되었으나 스케줄상 "채닝 테이텀"에게 넘겨졌다. (만약, 이뤄졌다면 2009년 <프러포즈> 이후 13년 만에 성사되는 만남이었을지도?)
· tmi. 2 - 쿠키 영상이 1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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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리퀸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 캐릭터와 스토리 완벽정리
"수어사이드 스쿼드" 느낌이 팍팍 나는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Birds of Prey, 2020) 예고편 분석 및 감상 영상
감독: 캐시 얀
각본: 크리스티나 호드슨
제작: 마고 로비, 수 크롤, 브라이언 언클레스
출연: 마고 로비,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저니 스몰렛, 이완 맥그리거 외
장르: 슈퍼히어로 영화, 액션
음악: 대니얼 펨버턴
촬영기간: 2019년 1월 14일 ~ 2019년 4월 15일
제작사: DC 필름스, 럭키챕 엔터테인먼트, 크롤 & 코 엔터테인먼트, 클럽하우스 픽쳐스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2020년 2월 7일 예정#버즈오브프레이 #버즈오브프레이예고편 #할리퀸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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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날 친구라고 생각해? / 김선호, 이유영 주연 로맨스 단막극
오늘 소개드릴 작품은 김선호, 이유영 주연의 단막극 미치겠다, 너땜에! 입니다 :) 즐감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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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고양이들을 ㄷ로보느라 빚까지 지게 된 마음 약한 람 형사, 어느 날 살인 사건 현장에 투입되게 되고 그곳에서 결정적인 증거로 말하는 앵무새를 발견하며 이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람 형사의 상사인 입 팀장은 지난 번 벌어진 리슨 금은방 강도사건 주범인 션 왕이 이 사건의 주범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자신의 촉에 의지한 채 입 팀장을 의심하게 된 람 형사는 그의 뒤를 쫓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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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트랜스포머 ONE> 1차 예고편
전설이 된 영웅들의 시작! [트랜스포머 ONE] 1차 예고편 대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