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로진2024-09-29 13:01:16
[DMZ Docs] 소리 없는 아우성
비(非)극장 상영 프로그램 <침묵하는 다리들>(2023

침묵하는 다리들(Muted Bridges)
감독: 얀웨이양 Yan Wai Y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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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6일,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개막했다. 다큐멘터리영화를 실컷 볼 수 있는 장이다. 일산 메가박스 킨텍스, 현대백화점 킨텍스점, 롯데시네마 주엽, 일산호수공원 노래하는 분수대, 고양시 예술창작공간 해움, 경기도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헤이리시네마, 수원시미디어센터, 갤러리그리브스 등지에서 43개국이 참여한 140편의 다큐멘터리가 상영된다.
2024년 16회 DMZ다큐멘터리영화제 슬로건이 '우정과 연대를 위한 행동'이다. 바야흐로 각자도생의 시대에, 가장 필요한 단어가 연대 아닐까 싶다.
DMZ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는 2023년부터 비(非)극장 상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올해 주제가 '풍경 landscape'이라고 한다. "생활 세계의 공간들과 거리, 건축, 조경, 자연의 풍경 안에서 오늘날 세계가 처한 위기와 관경, 저항의 운동들을 식별"(공식홈페이지 인용)한다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얀웨이양의 '침묵하는 다리들'을 관심 있게 보고 왔다.

일전에도 홍콩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고 온 적이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와 맞물려 아비규환이었던 시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와 이번 양웨이양의 작품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작 3분밖에 안 되는 영상이지만, 도시의 풍경, 특히 홍콩의 다리 5개를 비추는 카메라가 함의하는 바가 크다. 감독이 조명한 다리는 홍콩 민주화운동 당시 정치적 슬로건과 항의문, 대자보로 뒤덮였던 장소다.
그 장소가 지금은 너무도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거의 표백에 가깝다. 한때 뜨거웠던 시간을 모조리 소거해버린 풍경은 몇 년 전의 풍경보다도 살풍경하다.

3분의 영상 앞에서 잠시 홍콩의 거리 시위 현장을 오버랩해 본다. 뜨거웠던 목소리는 사라지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화롭다. 깨끗해진 홍콩의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그때의 열기를 잊을 것이고, 시간이 흘러 깨끗한 다리에 때가 타고 발자국이 찍히는 동안 홍콩에서 누군가가 목소리를 냈다는 사실마저도 잊힐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목소리는 누가 기억해 주나.
아마 얀웨이양 같은 사람에 의해서가 아닐까. 그러므로 기록한다.
왕가위가 작품으로 기록하지 않았더라면 반환 직전의 홍콩 분위기 역시 진작 잊혔을 것이다. 모두가 사랑했던 그 시절 홍콩은 사라지고, 이제 중국화된 홍콩이 남아 있다.
지금 동두천시가 미군 위안부 성병관리소를 철거하고자 하는 움직임에 반발이 거세다. 기록물을 지운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3분의 다큐멘터리 앞에서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연대해야 한다. 폭력과 광기의 역사를 함께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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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6.~ 10.02. 레이킨스몰 3층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기간 : 09월 26일 - 10월 02일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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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윅' 시리즈의 총합체이자 진일보
복수는 나의 것
누군가 복수는 차갑게 해야 최고로 맛있는 반찬이라 했던가. 존 윅은 뭔가 연습하고 있다. 그의 주먹에서 대포 소리가 난다. 펑. 펑. 분노에 씌인 사람처럼 재활운동에 힘쓰고 있다. 카메라는 바워리로 향한다. 어딘가 향하는 바워리. 바워리의 도착지는 존 윅이 나무 허수아비를 샌드백삼아 쾅쾅 두드리고 있던 방이었다. 존에게 묻는 바워리. ‘준비 됐나? 존?’ ‘물론이지’ 존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 활활 타오르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머지않아 최고회의 장로를 암살한 존. 이제 시작이다. 시체 직전까지 갔던 존은 최고회의든 최저회의든 다 씹어먹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어딘가로 향하는 윈스턴과 카론. 도착한 곳은 그라몽 후작의 방이었다. 장황한 소리를 들어놓는 그라몽 후작. 결론은 간단했다. 자긴 결국 인내심이 다 됐다는 것이다. 화가 많이 난 그라몽 후작. 1시간 길이의 모래시계가 다 되자 뉴욕 호텔을 폭파시킨다. 당황하는 윈스턴과 카론. 그라몽 후작은 두 사람에게 파문을 선언한다. 위기에 봉착한 윈스턴과 카론. 두 사람은 두 사람 나름대로, 존 윅은 존 윅의 방식으로 최고 회의를 향한 복수극을 계획한다. 세명 다 알고 있다. 이런 식을 반복하다간 끝이 없다는 걸. 그래서 어떻게? 윈스턴에게 뭔가 대안이 있는 것 같다. 과연 이 길고 긴 복수극을 존 윅은 끝낼 수 있을까?
형 왔다
4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의 신작이다. 기존 '존 윅' 시리즈 1,2,3편은 그야말로 액션 대잔치였다. 1편 처음부터 3편 끝까지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액션은 다 때려 박은 이 시리즈. 이 시리즈에서 액션 중 어느 것이 좋아!라고 말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영화 전부 다 장난 아닌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인상 깊던 장면을 뽑아보자면, 1,2,3편에 하나씩은 다 있다.
우선 1편이다. 영화의 이야기는 간단하다. 아내를 병마로 잃어 슬퍼하던 존 윅이 그녀가 남겨놓은 자동차와 강아지를 뺏은 인간들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조직 하나를 깡그리 몰살시킨다. 추후 개봉하는 2,3,4편보다는 액션에 감정이 덜 들어갔다고 볼 수 있는데 이를 구현하듯 서서히 하나하나 피격하는 존 윅의 사격솜씨가 느껴진다. 큰 저격용 총을 가지고 악당들의 머리통에 총알 박는 쾌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를 위해 총을 맞고 나서 난 후의 리액션 연기가 좋았다. 또 영화에서 좀 사족처럼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을 제외한 것도 이 액션 쾌감을 덧붙여준다. 무슨 말이냐? 존 윅이 아내랑 얼마만큼 친한지 그런 설명 필요 없다. 윈스턴과의 관계? 그냥 보면 안다. 이 사람이 얼마만큼 업계에서 잘 나가는 사람이었나? 어차피 싸우는 거 직접 보면 안다. 빌런의 카리스마? 그게 왜 중요해? 내내 때려 부수는 쾌감과 키아누 리브스의 비주얼로 액션의 끝판까지 영화를 끌고 간다.
다음 2편이다. 2편은 영화의 형식이 눈에 띄었다. 영화 초반부에 윈스턴이 컨티넨탈 호텔에 대해 계속해서 강조한다. 존과 카론에게 말하는 것 같지만 당연히 관객에게 하는 말이다. 이 강조한 규칙은 영화 전반적으로 작동하는 핵심이 되어 극을 이끈다. 단순한 서사였던 1편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간단한 2편. 그러나 이 지점에서 영화는 서사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4편으로 이어지는 존 윅의 감정선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를 보여주듯 영화 곳곳에서 존(키아누 리브스의) 감정연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이 2편 <존 윅 : 리로드>의 액션도 굉장하다. 글쓴이가 뽑는 최고의 장면은 1편에 등장한 필기구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떡밥을 회수했다는 것 자체도 나름 가치가 있지만 맨몸 액션의 쾌감이 이뤄 말할 수 없다. 또 이 작품 후반부에서 장소를 이동해 벌이는 격투신이 있다. 이 과정에서 나이프를 이용한 액션을 보여준다. 사실 ‘존 윅’을 위시로 한 액션 시리즈물에 사용되는 격투 연기는 행동이 재빠르고, 테이크가 짧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 윈터 솔저와 블랙 팬서가 맨몸액션을 보여줄 때 샷이 짧게 구성되어 있다. 덕분에 장면이 확확 바뀌는 느낌이 들어 화려하다. 또 이 짧은 편집방식은 영화의 특성과도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왜냐? 영화는 수많은 히어로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러려면 샷이 짧아야 히어로들을 잘 보여줄 수 있겠지? 그러나 반대로 ‘존 윅’ 시리즈는 다르다. 어떤 액션을 뽑을 때 테이크를 길게 길게 가져가서 생동감을 살린다. 이 말은 곧 배우들이 이 액션 동작을 일일이 다 외워서 찍었어야 한다는 뜻이 된다. 배우들과 촬영팀의 열일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다음은 3편이다. 3편에도 전작들과의 차이점을 부여한다. 바로 액션에 감정을 넣으려는 시도다. 이 영화의 서사 역시 단순하다. 규칙을 어긴 존 윅이 세계 도처에 깔려있는 킬러들과 대결을 벌인다는 설정이다. 이 단순한 이야기구조는 ‘존 윅이 무엇을 바라고 이렇게 처절하게 싸우는가’와도 관련이 있다. 이 핵심을 앞에 두고 내내 주파하는 영화라 처절함을 점점 더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액션은 역시 총기 액션과 나이프 파이팅이다. 왜인진 잘 모르겠지만 사무라이라는 모티브가 영화에서 사용됐다. 좀 갑작스러웠던 설정 이긴 하지만 이런 설정들이 영화 나름대로 액션을 상징하는 도구가 되기도 했다.
시리즈의 총합체와 진일보
이 영화는 위에 상기한 1,2,3편의 장점을 그대로 다 때려 박았다고 볼 수 있다. 영화에서 도시 두 번 바꾼다. 첫 번째는 오사카, 두, 세 번째는 유럽으로 간다. 3편에서 동양적인 소재가 들어갔던 걸 암시라도 했던 듯이 이 작품에서 사 사무라이라는 이미지를 나름 멋있게 활용한다. 또 2부에선 존 윅이라는 킬러의 과거와도 관련이 있다. 사실 2편은 존 윅의 과거와 싸우는 영화라고도 볼 수 있다. 본작 2부에서는 존윅이 과거의 어떤 것을 청산하기 위해 무슨 행동을 하는 것이 중심이 되어 있다. 3부는 존윅의 현재와 과거를 다뤘다. 과거에서 맺었던 인연이 영화에서 반동인물이 된다. 그러나 이 인물이 들이닥친 현재는 영화에서 존과의 공통점을 이루는 지점이 된다. 또 존 윅의 현재가 얼마나 치열하고 내내 들끓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 도시에서 사람들이 떼거지로 몰려와 원형을 이루며 싸우는 액션 신을 본다면 3편 <존 윅 : 파라벨룸>의 절실함이 더 깊게 느껴진다.
또한 시리즈의 진일보도 느껴진다. 영화를 보고 뭔가 알 수 없이 후련함과 우울함이 느껴졌다. 영화 전체적으로 존윅에게 깔려있는 처절함 때문이었다. 영화는 자유를 차지하려는 갈망을 3시간에 걸쳐서 보여준다. 그래서 그런지 총알 한 발 주먹한 방에 존윅의 마음가짐이 담겨있다. 이건 뭐 극후반부 하이라이트 신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초반부 어떤 사람을 암살하는 장면에서 카메라를 멀리 떨어트려 인물이 혼자서 싸운다는 느낌이 들게 하고, 라디오를 등장시켜서 일대 다수의 갈등구조를 연상시키게 하는 부분이 그의 근거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몇몇 장면에 ‘혼자’라는 느낌을 강화시켰고, 또 곳곳에 보이는 가족관계 묘사가 있어 존 윅이 얼마나 족쇄에 묶여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있게끔 한다. 그냥 장르적인 쾌감으로 끌고 가던 전작과는 다르게 인간의 내면을 묘사하기 위해 액션이 쓰인 셈이다.
세계여행
영화는 아시아와 유럽을 이곳저곳 어가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우선 오사카를 공간적으로 설정한 장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오사카 하면 일본에 속해있는 도시다. 일본과 액션 하면 생각나는 것은 사무라이다. 뭐 사무라이가 일본의 역사에서 일정 비중 차지했다는 것엔 여지가 없다. 뭐 넣을 수도 있지? 그런데 이 사무라이에 대한 묘사가 좀 시대에 뒤떨어져 보인다는 것은 아쉽다. 아니 임진왜란 때 조총 쓰던 사람들이 너무 낡게 전투하는 것은 아닌가? 이 지역에서 킬러들의 존재감이 세서 망정이지 이 디테일은 영화에서 초반부를 설정하는 데 있어 크게 작용할 뻔했다. 물론 호평할 부분도 있다. 1부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두 부녀는 정말 멋있게 캐릭터를 설정했다.
다음은 2부다. 2부는 영화에서 어떤 분에 따라 좀 루즈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듯싶다. 이는 3부에서 1,2부를 상회하는 강력한 임팩트가 3부에서 찍히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은 즉슨 2부가 약간 준비물같이 들린다는 점이다(물론 3부보다 못한다 뿐이지 여기서도 액션은 좋다). 그런데 뭐 3부도 마찬가지지만 방탄 정장을 무슨 치트키처럼 사용하는 감이 좀 있지 않았나 싶다. 다음 3부는 정말 굉장하다. 이 지역이 워낙 여행으로 유명한 도시다. 그래서 이 도시를 중심으로 우리가 잘 아는 랜드마크에서 액션신을 보여준다. 이때 묘사했던 도시의 풍광은 영화에서 가장 강력한 강점으로 묘사될 만하다. 또 이 도시의 문(?) 랜드마크에 실제로 가봤을 때 사람이 바글바글했던 기억이 있다. 이런 디테일을 구현하듯 세계의 명소들이 갖고 있는 특성들을 적절하게 활용한다. 이 3부에서 액션신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대단하다. 특히 어느 교회엔가 들어가서 액션 신을 벌이는 부분은 촬영이 어마어마했다고 느낀다.
캐릭터 쇼
이 ‘존 윅’ 시리즈를 액션 시리즈물로 기억하는 분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글쓴이는 이 시리즈의 강점 중 하나는 캐릭터에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 1,2,3편에서 존 윅을 제외하고 기억에 남았던 캐릭터가 몇 있다. 윈스턴 캐릭터가 1편에서 존을 도와주던 방식, 2편에서 여성 캐릭터와의 맞대결, 3부에서 할리 베리가 맡았던 역할 등 이 시리즈는 캐릭터의 멋을 살리는 데 있어 공을 많이 들인다. 이 4편에서는 이런 지점이 유지 내지는 강화되는 부분이 있다. 대표적으로 1부의 아키라, 2부의 ‘미스터 노바디’. 3부의 케인이다. 이 세 사람은 서사에서 중요한 입장에 놓임과 동시에 사람마다 갖고 있는 고유한 특성이 있다. 이 특성을 활용한 액션신을 명확한 촬영방식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서사에서 주요 인물로 작동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캐릭터들 중에 견자단이 맡은 케인은 정말 훌륭하다. 60대 언저리의 나이와는 맞지 않는 날렵한 액션, 선글라스를 꼈지만 느낄 수 있는 황망함까지 액션 배우로서 이름을 날린 경험치를 톡톡히 보여준다.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으로 뽑는 부분인데, 아마 견자단의 액션 하나만으로도 영화는 티켓 가격을 충분히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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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쾌함을 잃지 않는 클래식한 로드 무비
색채를 통한 성장의 미장센
긴야의 붉은 욕망
초반부, 긴야는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고 남성성에 큰 상처를 받았다. 이후, 긴야는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여성에게 집착한다. 남성성을 회복하기 위한, 다른 여성을 만나기 위한 욕망이 투영된 수단이 바로 붉은색 차이다. 싫다고 거부하는 아케미를 억지로 안으려고까지 하며 상대방의 마음은 고려하지 않고, ‘욕망’에만 급급하던 긴야를 상징한다. 아케미와 유사쿠와 함께 여행을 할수록 욕망으로 가득하던 붉은색 차는 턱에 막혀 굴러가지 않고, 제동을 못해 온갖 이물질을 뒤집어쓰며 더럽혀진다. 붉은 욕망의 색채가 퇴화된다. 후회가 담긴 유사쿠의 조언과 아케미와의 관계를 통해 진정한 사랑과 진정한 남성성에 대해 학습하며 성장한다.
유사쿠의 노란 성장
노란색은 사랑과 창조, 그리고 행복의 의미를 지닌다. ‘행복의 노란 손수건’이 처음 등장한 것은 시마 미쓰에(바이쇼 치에코)가 아이를 임신했을 때이다. 노란 손수건을 달아서 멀리서도 알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한다. 노란색은 창조, 생(生)의 이미지이다. 부정적 의미로는 비겁함과 불안정을 상징하기도 한다. 아내가 초혼이었을 당시 아이를 유산한 사실에 배신감을 느낀 시마 유사쿠는 못된 말을 퍼부으며 폭력성을 드러내고 집을 나가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다. 아내의 상처는 고려하지 않고, 자기중심적인 ‘비틀린 남성성’을 드러낸다. 출소 후, 긴야의 모습을 통해 과거 자신이 얼마나 비겁했는지 자각하고 성찰한다. 세 인물의 여행이 아내에게 용서를 구하고 다시 시작하고자 하는 용기를 가져다준다. 노란색이 창조와 생(生)의 이미지로 시작해, 불안정한 비겁함이다가 다시 사랑과 행복의 이미지로서의 의미를 갖기까지가 유사쿠의 전반적 성장 서사이다. 인물의 발전을 한 가지 색채를 통해 표현하였다.
종착지는 유바리
여행이라는 장소의 이동을 따라 각 공간에서 경유하며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발생하는 사건들을 통해 인물이 성장하는 공식을 가진 로드 무비. 긴야와 유사쿠의 성장 서사가 교차되고, 비틀린 남성성을 가졌던 두 남성의 반성과 성찰의 테마가 주된 플롯이다. 로드무비의 특성에 비추어 보았을 때 세 인물의 종착지는 유바리이다. 유사쿠의 과오 청산과 긴야의 깨달음은 유바리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진정한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된 긴야와 아케미, 그리고 집 앞 나무에 매달려 펄럭이는 수많은 노란 손수건으로 끝나는 마지막 장면에선 뭉클한 감동마저 선사한다.
여성 서사의 공백은 1977년도라는 시대적 한계를 넘지 못하였지만, 유쾌함만큼은 넘어선 야마다 요지 감독의 <행복의 노란 손수건>. 유쾌한 로드무비를 찾던 관객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영화일 것이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하여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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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의 전성기를 볼 수 있다는 것
진짜 볼 것 없다 할 때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본다. 그 중 중경삼림을 가장 좋아한다. 그런데 찾아보니 이 영화는 액션 영화로 준비하던 중 갑자기 방향을 틀어 가볍게 만들었던 영화라던데 영화 속 디테일들이 과히 가볍지만은 않다. 개인적으로 '타락천사'는 집중이 딱히 되진 않았지만 그 대체로 찾았던 이 영화에서 어떤 감독의 전성기를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1. 내용보단 기술이 빛난, 그래서 더 좋은
생각해보면 왕가위 감독은 대단한 스토리텔러는 아니다. 나에게 그는 글을 우월하게 잘 쓴다는 느낌보다는 영화의 기술적 디테일에 신경을 쓸 줄 아는 감독이라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런 기술적인 부분에 크게 감동받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감독은 예외다. 카메라 워킹, 빛의 사용 등 기존의 영화와는 조금 달랐다. 중경삼림의 내용만 봐도, 실연한 남자의 우울함, 한 남자를 향한 여자의 짝사랑이라고 압축할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은 심플하다. 하지만 이 남자의 실연의 상징과도 같은 통조림의 유통 기한, 자칫 스토커라고 느껴질 수도 있는 여자의 짝사랑을 creepy하게 느껴지지 않게 만드는 여주의 새침한 척하는 연기 등 이 영화는 전체가 아닌, 디테일을 보게 하는 영화다. 거시적인 관점이 아닌, 미세한 감상을가능하게 한다. 볼 때마다 내가 놓친 디테일을 찾아낼 때, 머리를 탁 치는 재미, 이 영화를 n차 관람하게 하는 매력이다.
2.누군가의 전성기를 본다는 것
이 영화는 누군가의 전성기를 한 눈에 보는 느낌을 준다. 양조위 배우도 그렇지만 왕가위 감독의 리즈 시절을 볼 수 있다. 홍콩 영화는 어느 시대를 풍미했지만 현재는 볼 수 없는 분위기의 영화이기 때문에 많은 배우들의 전성기를 담고 있다. 전성기라 함은 누군가의 젊은 시절만은 말하지 않는다. 그들의 매력, 능력이 빛을 발하는 시기인만큼 양조위 배우는 청초하면서도 애처로운 매력으로, 금성무 배우는 너무 찌질해서 안쓰러운 매력으로, 왕가위 감독은 감각적인 연출 실력으로 각자의 매력을 경쟁한다.
관객된 입장에서 이 지점이 참 좋다. 90년대의 헐리웃도 그렇지만 어떤 재능러들의 능력이 폭발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관객에게 축복된 시간이 아닐까. 그리고 그 시간은 돌아오지 않을 테니 아련함이 더해질 테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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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하고 무해한 로맨스를 그리려는 어설픈 강박
* <달짝지근해: 7510>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달짝지근해: 7510 (2023)
감독: 이한
출연: 유해진, 김희선, 차인표, 진선규, 한선화
각본: 이병헌
장르: 로맨틱 코미디
상영시간: 118분
제과회사 연구원 '치호(유해진)'는 집과 회사만을 오가는 규칙적인 일상 속에서 오로지 '과자' 하나만을 보고 살아간다. 회사에서는 가장 유능한 직원으로 통하지만 현실 감각은 제로에 가까워 얼핏 보면 바보처럼 비치기도 한다. 결정적으로 그는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어려워 하고, 오직 혼자만의 삶을 추구한다.
그런 '치호' 앞에 나타난 대책 없이 밝은 여자 '일영(김희선)'은 매사에 직진일 정도로 적극적이고, 거침 없이 솔직하다. 어디로 튈 줄 모르는 통통 튀는 매력의 그녀는 매일이 똑같았던 '치호'의 삶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는다. 한번의 상처를 겪었던 '일영'은 순수함의 결정체와도 같은 '치호'에게 끌리고, 생애 처음으로 달짝지근한 감정에 빠진 '치호'의 심장도 조금씩 '일영'에게 반응하기 시작한다.
<달짝지근해: 7510>은 촌스럽지만 귀엽고, 올드하지만 친숙한 중년들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다. 중년의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로맨스 작품들이 대개 불륜이나 치정을 밑바탕에 두고 있던 것과 달리 두 남녀 주인공의 순수한 멜로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약간의 새로움을 점하기도 했다. 사회비판적 이슈를 다룬 현실적이고 어두운 작품들이나 자극적인 범죄 액션물과 달리 가볍고 착한 이야기를 담았기에 현 영화 트렌드에 피로감을 느꼈을 관객들이라면 충분히 선호할 법한 작품이다.
귀엽고 어리숙한 '유해진', 사랑스러운 '김희선'의 매력은 평범한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슬랩스틱 코미디와 로맨스를 오가는 두 사람의 케미도 훌륭하다. 특히 '유해진'은 카메오로 등장하는 '염혜란', '임시완', '현봉식' 등 짧은 분량의 배우들과도 맛깔 난 티키타카를 선보이며 짧게 치고 빠지는 장면에서의 웃음 타율 또한 나쁘지 않다.
다만 배우들의 연기력에 기댄 채 뻔하고 낡은 이야기를 답습하고 있다는 건 여전히 아쉽다. 중년 로맨스를 주제로 한 작품이라 의도적으로 올드한 요소를 배치한 것일까? 특유의 '말 맛'으로 정평난 '이병헌' 감독의 매력이 각본에서 크게 두드러지지 않고, 아재개그랍시고 가미된 대사들은 고루할 지경이다. 어딘가 나사가 빠진 듯한 '치호'의 행동, '유해진'과 카메오 출연진들의 호흡 정도만이 제역할을 해낼 뿐 인물들의 대사가 가져다주는 재미는 부족하다. 특히 '차인표', '진선규', '한선화' 등 조연 캐릭터들은 철저히 주인공을 위한 도구로만 활용된다. '이병헌' 감독의 작품들에서는 조연 캐릭터의 쓰임이 한정적이지 않다고 느껴 왔는데, <달짝지근해>에서는 각본에만 참여한 탓인지 뛰어난 배우들을 한정적으로만 사용해 아쉬움이 컸다.
'유해진'이 연기하는 로맨틱 코미디 주인공이라면 훨씬 더 재기발랄하고 유쾌한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착함'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한 강박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스토리를 제어하고 있는 듯한 안정감 때문에 각본의 매력이 반감된 듯하다. 그래도 계단에서 넘어지는 '일영'을 받아주지 않는 '치호'나 '일영'을 업고 가다 함께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는 신처럼 틀을 깨는 몇몇 장면들은 '이병헌'스러웠다.
물론 코미디 장르만을 표방한 작품은 아니기에 결과적으로 더 중요한 건 두 주인공의 사랑이 결실을 맺어가는 과정이다. 하지만 <달짝지근해>에 내재된 올드한 색깔은 '치호'와 '일영'의 로맨스에서도 유효하다. 마치 노골적으로 레트로를 지향한 것처럼 극에 등장하는 소품이나 배경들은 요즈음의 시내상과는 제법 거리가 있다. '치호'가 끌고 다니는 녹색 프라이드 자동차나 데이트 장소로 등장하는 '김밥천국', 어플로 송금을 하는 시대에 굳이 500원을 거슬러 주겠다는 행동까지. 그 흔한 SNS나 메신저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내가 지금 2003년에 나온 영화를 보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로맨스 이야기의 구조도 클리셰를 그대로 따른다. 우연한 장소에서 만난 두 남녀가 예기치 못한 사건들로 계속 엮이고, 설렘이 몽글몽글한 썸을 타다가 연애에 골인. 그리고 가족을 비롯한 주변인물로 인해 눈물을 머금고 이별을 하지만, 극적인 사건을 계기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 재결합을 한다는 결말까지. 너무나 많이 보아 왔던 한국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가장 감동적이어야 할 '치호'의 공개 고백 신은 기대만큼의 감정을 끌어올리지 못한다. '일영'은 그의 고백을 뒤늦게 접하게 되는데, 이때 발생한 시간 차가 감정선을 끊어버리는 역효과를 낳았다.
그리고 꼭 '치호'는 경계성 지능 장애에 가까운 인물로, '일영'은 미혼모로 설정해야만 했을까. 40대라는 나이는 이미 쓰디쓴 인생에 한참을 데여 풋사랑을 시작하기에 늦은 시기라는 데는 동의한다. 이 때문인지 중년 남녀가 순수하고 착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결함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처럼 비쳐져 씁쓸했다. 극중 '치호'는 형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고, '일영' 역시 치근덕거리는 직장 상사나 쉬운 여자 취급하는 사람들 때문에 괴로워한다. 따뜻하고 다정한 '치호'와 편견 없고 당찬 '일영'이 서로에게 끌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다. 각자의 아픔을 가진 남녀가 서로를 보듬어줌으로써 사랑을 꽃피우는 따뜻한 이야기이지만, 이게 매력적이거나 세련된 소재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로맨스와 코미디에만 집중하면 좋았을 텐데, 사회적 약자에 관한 이야기로 주제의식을 확장하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스토리가 돼 버렸다.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자극할 정취가 깔려 있고, 올드한 유머 또한 특정 세대에게 먹힐 만한 여지가 있다. 스토리의 여러 흠결을 배제하더라도 '유해진'과 '김희선'의 캐릭터 소화력과 이름값이 충분히 드러나 영화의 단점이 일부 보완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영화는 지나칠 정도로 착하고 무해한 로맨스만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 마치 짜 맞춰진 것처럼 움직이는 이야기와 캐릭터들은 그저 작위적으로 비친다. 새롭고 달짝지근한 맛의 영화라기엔 그저 오래되고 익숙한 맛일 뿐이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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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 없이는 못 사는 여성이 수학에게 버림받는다면
7★/10★
수학 없이는 못 사는 여성이 하루아침에 수학에게 버림받았다. 그녀는 살 수 있을까? 살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수학과 대학원 박사 과정생인 마거리트는 3년간 연구해온 주제를 발표할 세미나를 앞두고 있다. 1742년 제기된 후 여전히 증명 불가능한 명제로 남은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만한 연구다. 수학자로서의 재능을 인정받는 마거리트는 이 세미나를 계기로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는 수학의 신비에 한 걸음 다가갈 생각에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자료를 검토하고 또 검토한다.
드디어 운명의 날. 마거리트는 훌륭히 발표를 마친다. 청중들도 매우 흥미롭다며 이런저런 질문을 던진다. 그때 한 남자가 질문을 던진다. 그 하나의 질문에 모든 게 무너진다. 마거리트가 미처 검토하지 못한 중대한 오류로, 지난 3년간의 모든 연구를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든 질문이었다. 하필 질문자가 루카라는 점도 문제다. 루카는 마거리트와 연구 주제가 겹치는 대학원생으로, 최근 그녀의 지도교수가 지도 제자로 받아들여 마거리트가 불편한 긴장감을 느끼던 사람이었다. 수학에 대한 사랑이 지독하게 컸기 때문일까? 괴로워하던 마거리트는 단 한 번의 커다란 좌절 이후 학교를, 수학을 떠난다. 표면적으로는 그녀가 수학을 버린 거지만, 실질적으로는 수학이 그녀를 버린 것이다. 그 상처를 도저히 견딜 수 없었기에 마거리트는 의연한 척 ‘미련 없이’ 수학을 떠나는 척한다.
그 이후의 마거리트가 항상 우울한 것은 아니다. 수학 말고는 모든 게 서툰 마거리트의 엉뚱한 모험은 예기치 못한 웃음을 자아낸다. 마거리트는 수학 바깥의 세상과 자신만의 방식으로 접점을 만들어간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오르가슴을 탐색하는 장면이 압권인데, 클럽에서 만난 남자를 무작정 따라가 감정적‧육체적 관습을 무시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섹스하는 그녀는 결코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기묘한 젠더 전복을 이뤄낸다. ‘여성스럽지 않은’ 수학에만 매달리는, ‘수학계에 흔치 않은’ 여성 수학자 마거리트. 마거리트는 곧잘 성적 매력이 소거된 숙맥, 이른바 너드(‘여성 너드’를 표현하는 엘라 룸프의 연기는 정말 흘륭하다)로만 여겨졌다. 그런 그녀가 오히려 그 ‘약점’을 무기 삼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은 기묘한 쾌감과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마거리트는 수학을 완전히 떠날 수 없다. 그녀 마음 한편에는 늘 수학이 꿈틀거린다. 단지 다시금 이 열정에 불을 지필 계기가 필요할 뿐이다. 마거리트에게 그 계기는 마작이었다. 룸메이트가 방세를 날려 월세를 마련하기 위해 향한 마작 도박장에서 게임을 하다 영감을 얻은 마거리트는 자신이 회피해오던 오류를 마주할 용기를 낸다. 순수한 마음으로 마거리트 연구의 취약성을 지적한 루카와 협력해 다시금 수학을 시작하고, 자신의 연구에 도움이 될 젊은 학생을 지도 제자로 둔 후 착취하는 지도교수에 맞설 용기 말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마거리트는 수학이 세상, 감정과 분리된 무언가가 아니라는 점을 배운다. 남을 경계하고 혼자서만 연구했던 과거에 마거리트는 넘어지고 부러졌다. 그러나 때로는 갈등하고 마음 상하는 일이 있더라도 누군가의 부대끼며 소통하고, 호흡하고, 사랑하자 자신을 버린 줄만 알았던 수학으로 향하는 길이 다시 열린다. 마거리트는 깨닫는다. 수학을 향한 그녀의 첫 번째 사랑은 그녀를 고양하지 않고 잠식하고 소진시키기만 했다는 것을. 어쩌면 삶에는 수학보다 더 커다랗고 소중한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렇게 마거리트는 자신만의 정리定理를 완성한다. 수학을 초과하는 삶의 영역을 기분 좋게 가늠해보게 되는 영화다.
덧. 이 영화는 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수학영재 형주〉와 닮은 구석이 많다. 비슷한 주제 의식을 전하지만 이를 풀어내는 방법은 완전히 다른데, 모두가 각각의 방법으로 사랑스럽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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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더라는 자리에 대하여
김남길과 손예진 주연의 해적을 정말 재밌게 봤던 터라 이번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역시 괜찮겠거니 했는데 잘못된 기대였다. 영상미와 영화음악은 박진감 넘치고 압도적이었으나 다른 부수적인 것들이 그 재미를 깎아내린 작품이었다.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시놉시스
가자, 보물 찾으러!
해적과 의적, 그리고 역적
사라진 보물! 찾는 자가 주인이다!
자칭 고려 제일검인 의적단 두목 무치와 바다를 평정한 해적선의 주인 해랑. 한 배에서 운명을 함께하게 된 이들이지만 산과 바다, 태생부터 상극으로 사사건건 부딪히며 바람 잘 날 없는 항해를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왜구선을 소탕하던 이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왕실의 보물이 어딘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해적 인생에 다시없을 최대 규모의 보물을 찾아 위험천만한 모험에 나서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라진 보물을 노리는 건 이들뿐만이 아니었으니!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역적 부흥수 또한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든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영화의 분위기 다 살린 bgm과 영상미
음향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준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이 작품은 음향이 반을 먹고 들어간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bgm을 잘 쓴 작품이었다. 배우들의 안타까운 연기력을 보면서 산만해질 때마다 긴박함, 웅장함, 서늘함 등 다양한 영화 속 분위기를 자아내고 국악의 다채로운 매력을 영화 속에서 즐길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다. 더불어 한국의 CG가 정말 많이 발전했다는 사실도 한 번에 느낄 수 있었다. 해저 지진으로 인해서 바다 속으로 빨려들어갈뻔한 마지막 장면을 보면 손에 땀이 다 날정도로 엄청난 생생함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바다라는 특성상 CG작업이 많을 수밖에 없었을텐데 티가 나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 웅장한 바다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는 점은 칭찬할만했다.
왜 그랬을까,,, 대사 톤이 왜 그럴까
하지만 너무나도 안타까웠던 한효주와 권상우. 한효주의 삑사리 나는 듯한 대사톤과 권상우의 혀짧은 발음이 유독 거슬리는 작품이었다. 정말 차리리 표정 연기와 bgm만 남기고 대사를 다 없애버렸을면 참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효주와 권상우가 입을 열 때마다 몰입이 방해가 돼서 왜 감독을 오케이컷을 했는지 보는 내내 궁금하고 답답했다. 권상우의 발음 문제는 그동안 많이 지적되어 왔던 문제기에 어느정도 감안은 했지만 사실 한효주가 이렇게 대사톤이 어색했다고 느껴본 적은 없었어서 그동안 그렇게 거슬리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왜 이 작품에서 유독 튄다는 느낌을 받을까? 무엇이 문제일까? 영화를 보며 의도치 않은 배우의 연기력에 대해 고심을 했던 순간이었다.
대가리라는 자리가 원래 그래
“단주라고 챙겨주는 거 하나 없잖아! 고생만 다하고!” 번개섬으로 향하는 유일한 길을 아는 막이가 사람들을 향해 단주가 되어서 부려먹기만 하는 선원들을 향해 하는 말이다. 단주 해랑이 막이에게 임시적으로 단주의 자리를 내어주면서 권력욕과 감투욕이 있었던 막이는 세상 행복해한다. 하지만 단주라는 자리는 생각보다 쉬운 것이 아니었다. 단주에 올랐다고 해서 사람드리 무조건 따르고 위신을 세워주는 것도 아니고, 자기 잘난 맛에, 그리고 자신의 이득만 취해서도 안되고, 선원들의 가족까지 생각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단주라는 자리만 가지면 자신이 원하는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막이는 생각보다 넘쳐나는 책임으로 인해 혼란스러워하고 단주자리를 내려놓으려 한다. 그와 반대로 의적대장과 단주였던 무치ㅘ 해랑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부하를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이 따르는 리더는 그 방법이 다를지라도 마음만큼은 자신의 부하들의 안전과 행복을 지극히 바라고 노력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리더라는 자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력에 한숨이 나오긴 했지만 타임킬링용으로 그리고 영화음악을 즐기는 용도로는 나쁘지 않을 작품 <해적: 도깨비 깃발>. 하지만 개연성이나 연기력이 중요한 분들에게는 딱히 추천하지는 않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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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카바티 : 극락축구단 - FC안양을 되찾기 위한 작은 움직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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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영상은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써 7월 31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수카바티 : 극락축구단]의 개봉전 시사회를 참여한 뒤 제작된 영상입니다.
“아주 붉은 것은 이미 보라색이다” 잃어버린 팀을 되찾기 위한
FC안양 서포터즈 RED의 네버 엔딩 러브스토리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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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슬픔의 삼각형> 메인 예고편
호화 크루즈에 #협찬 으로 승선한 인플루언서 모델 커플. 각양각색의 부자들과 휴가를 즐기던 사이, 뜻밖의 사건으로 배가 전복되고 8명만이 간신히 무인도에 도착한다. 할 줄 아는 거라곤 구조 대기뿐인 사람들… 이때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여기선 내가 캡틴입니다. 자, 내가 누구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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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마추어> 공식 예고편
테러에 의해 살해된 아내, 밝혀지는 진실 내가 직접 움직여야 한다! 제91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 [보헤미안 랩소디] 라미 말렉 주연 🎬[아마추어] 예고편 전격 공개 2025년 4월 대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