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1-04-05 14:28:25
[영화 리뷰] 엠마 (2020), 낭만주의 영국에서 펼쳐지는 하트시그널 (안야 테일러 조이/넷플릭스/영국 시대극/영국 영화)
엠마 (2020)
“낭만주의 영국에서 펼쳐지는 하트시그널”
영화 <엠마> 정보
개봉: 2020.02.27
감독: 어텀 드 와일드 (장편영화 데뷔작)
출연: 안야 테일러 조이, 자니 플린, 미아 고스, 빌 나이, 미란다 하트, 칼럼 터너, 조쉬 오코너 등
원작: 제인 오스틴 소설 <Emma>
중매를 좋아하는 귀족 아가씨의 성장기
중매가 취미인 귀족 아가씨 '엠마 우드하우스(안야 테일러 조이)'는 스물 한 살에 나이에도 아버지(빌 나이)와 단 둘이 살면서 마을 사람들을 이어주는 걸 삶의 낙으로 삼고 있다. 언제나 자신의 뜻대로 모든 일이 잘 풀렸던 그녀 앞에 사생아 출신인 여자 기숙학교 학생 '해리엇 스미스(미아 고스)'가 나타나 그의 짝을 점지어 주려 하는데, 생각만큼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마을의 목사 '엘튼(조쉬 오코너)'과 해리엇의 중매를 시도했으나 실패로 돌아가고, 또다른 상류층 자제 '프랭크 처칠(칼럼 터너)'과 눈에 거슬리는 '제인 페어팩스(앰버 앤더슨)'가 등장하면서 그녀의 계획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해리엇의 중매 실패에 책임을 느낀 엠마는 두 번째 시도를 감행하지만, 관계에 함께 얽힌 '조지 나이틀리(자니 플린)'에게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서 내적 혼란을 겪는다. 사랑 앞에 자만했던 그녀는 자신의 오만을 인정하고, 한 발짝 더 성장해나간다.
화려한 의상, 아름다운 영상미
<엠마>는 19세기 영국 낭만주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인만큼 독보적인 영상미를 자랑한다.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인물들의 화려한 의상과 거주 공간의 장식들, 자연광을 활용한 화사한 풍경의 색감들이 가져다주는 시각적인 효과는 매우 강렬하다. 비주얼적으로 눈길을 끄는 요인들이 많다보니 내용 자체가 극적이거나 사건이 많이 등장하지 않더라도, 상대적으로 지루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귀족 자제인만큼 사치스러울 정도로 고급스러운 의상들 수십 벌이 등장하는데, 의상에 보통 신경을 쓴 게 아닌 듯 하다.
<엠마>가 장편영화 데뷔작인 '어텀 드 와일드' 감독은 그동안 뮤직비디오 위주로 커리어를 쌓아왔는데, 그래서인지 화면을 예쁘게 담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특히 마을의 주인공과도 같은 '엠마'를 예쁘게 보이게끔 촬영 기법이나 화면 구도, 색감 톤 배치 등을 세밀하게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전반적으로 장면 장면의 채도가 높고, 화사하고 밝은 톤을 유지하고 있어 시각적인 피로도를 줄 수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활용한 자연광과 색감 간의 대칭과 조화로 인해 굉장히 자연스럽고 안정적이다. 영국 사극 작품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일 지라도, 영상미와 화려한 비주얼을 감상하기 위해 꼭 봐야 하는 작품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유럽여행을 가서 왕립미술관 전시를 관람하거나 오페라 공연을 감상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엠마의 하트시그널을 동반한 성장기
중매가 취미인 '엠마'는 마을에서 제일 예쁘고, 부자인 아가씨이기 때문에 모두의 부러움을 사고, 본인 스스로도 자신이 잘났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중매를 할 때도, 자신이 점지어 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조리 꿰뚫고 있다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극 초반~중반까지의 엠마는 예쁘고 똑똑하지만, 다소 오만하고 허영심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녀의 자만은 '해리엇'의 중매 실패를 불러왔고, 젊은 청춘남녀의 사랑을 훼방놓을 뻔했다. 그리고, 사랑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했던 자신마저도 '프랭크 처칠'과 '제인 페어펙스'의 관계를 눈치채지 못한다.
극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사치스럽고, 허영심이 넘치지만 엠마와 이들이 다른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엠마는 부잣집 자제임에도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성장해나간다는 것. 직설적인 언행으로 상처를 줘버린 이웃 '베이츠(미란다 하트)'에게 직접 사과의 말을 전하고, 자신 때문에 사랑에 실패한 '해리엇'을 위해 마지막 큐피트의 일을 수행한다. 그리고 매번 바른 말로 자신을 질책하는 '조지 나이틀리'의 말을 받아들이고, 반성하기도 한다. 시작은 분명 엠마가 날린 잘못된 화살로 관계가 꼬여버린 하트시그널이였지만, 끝은 그녀의 성장기로 마무리된 것이다.
고리타분한 시대극 탈피, 센스와 유머
유럽 배경의 시대극을 생각하면, 왠지 고리타분하고 지루할 것 같다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엠마>는 19세기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작품임에도 굉장히 현대적인 감각으로 만들어졌다. 아무래도 원작 소설 내용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 아닌 어느 정도의 각색을 시도했고, 다양한 인물들의 얽히고 섥힌 관계에서 비롯된 사랑스러운 멜로드라마에 초점을 맞춰 흥미를 쉽게 유발한다. 단순히 영상미에만 시선이 빠져들기에는 스토리의 재미가 크게 뒤지지는 않는다.
극에 등장하는 수많은 익숙한 얼굴의 배우들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퀸스 갬빗>과 여러 스릴러 영화로 이미 얼굴을 충분히 알린 '안야 테일러 조이'는 물론, 시트콤 <미란다>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미란다 하트'는 적은 분량임에도 웃음을 유발한다. 넷플릭스 인기드라마 <오티스의 비밀상담소>에 '애덤'으로 등장하는 '코너 스윈델스'와 '릴리'로 등장하는 '타냐 레이놀즈' 역시 반가운 얼굴들이다. 그리고, 극의 그 어떠한 젊은 남성 캐릭터들보다도 매력이 넘치는 '빌 나이'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익숙한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고, 연기력들이 모두 출중하다보니 극에서 다소 소홀하게 다뤄지는 인물들 간의 사랑과 우정 관계를 연기로 커버하는 경향이 있다. 덕분에 센스와 유머가 함께 어우러지는 건 덤.
스릴러 주인공에서 벗어난 안야 테일러 조이의 새로운 가능성
<엠마> 이전의 "안야 테일러 조이"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대부분 스릴러나 공포 장르의 작품들로 많이 채워져 있었다. 비슷한 장르에 반복해서 출연한 탓인지 스릴러물에 적합하다는 이미지가 고착화되어 연기하기 어렵거나 어두운 캐릭터 위주로 섭외를 받는 듯 했다. 하지만, <엠마>를 통해 공감 능력은 조금 부족하지만, 영리하고 사랑스러운 '엠마'를 연기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데에 성공한다. 분명 완벽하게 호감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은 아니지만, 친구에게 사과할 줄 아는 솔직담백한 모습과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적극적인 모습을 함께 보이며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엠마>는 곧 그녀에게 밝은 분위기의 작품도 소화해낼 수 있다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 작품인 셈이다.
2시간 안에 담기엔 넘치는 스토리
<엠마>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극에 등장하는 인물이 상당히 많고, 인물 간의 관계가 복잡하다보니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모든 이야기들을 풀어내기에 무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차라리 영화가 아닌 미니시리즈 장편이었다면 훨씬 더 이야기를 풀어내는 게 수월했으리라 본다. '엠마'의 이야기 외에도 이웃과 친인척들의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데, 대부분의 사건들이 대사를 통해서만 풀어지다보니 인물 간 관계를 온전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극 초반 인물들의 대사 속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여러 사건들은 아직 관계도의 틀이 머릿속에 제대로 잡히지 않은 관객의 입장에서 지루함과 산만함을 느낄 수 있다. 영상미와 캐릭터 면에서 확실한 장점이 있는 작품이지만, 분량 조절에 실패한 스토리와 페이스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 이미지 출처: IMDB
* 본 콘텐츠는 블로거 겔겔겔스타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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