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2024-10-08 15:18:33
[BIFF 데일리] 느릿한 이별을 이해하는 마음
영화 <나 홀로 여행하기> 리뷰
[BIFF 데일리] 느릿한 이별을 이해하는 마음
영화 <나 홀로 여행하기> 리뷰
감독 : 이시바시 유호
출연 : 오카모토 레이, 오사무라 코키, 사카노우네 아카네, 이와타 카나데
나 홀로 여행하기>는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로 오사카아시안영화제에서 수상했던 이시바시 유호 감독의 세 번째 장편으로 너무 소중하기에 오히려 자주 열어볼 수 없었던 기억의 서랍을 정리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전작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가 그늘에서 햇빛을 향해 걸어가는 영화였다면 <나 홀로 여행하기>는 그 햇빛 아래서 묵은 이불 먼지를 털어내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듯하다.
가족, 친구들과 떨어져 도쿄에서 10년 동안 바쁘게 일만 해온 주인공 미사키는 일과 사랑에 지쳐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미사키는 동료들이 준 꽃다발 속 카드, 끝이 좋지 않았던 전 애인과의 연결고리들을 모두 도쿄에 버려두고 기차에 몸을 싣는다. 고향에 도착한 미사키는 여전히 그대로인 장소들을 누비며 가족,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때 마침 중학교 동창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미사키는 첫사랑 소년을 생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행사에 참여한다. 하지만 중학생 미사키와 어른 미사키를 설레게 만든 그 소년은 보이지 않았고 그가 사고로 죽었다는 동창들의 대화만 들려온다. 미사키는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떠나보낸 소년을 잊지 못하고 소년과 함께했던 장소들을 다시 찾는다.
미사키의 이야기엔 빈 부분들이 있다. 대부분의 동창들이 미사키와 소년이 사귀었다고 생각할 만큼 두 사람은 많은 추억을 쌓았지만 우리는 그것을 거의 공유 받지 못하고, 미사키가 소년에게 어떤 노래를 선물하고 싶었는지 소년은 미사키에게 어떤 노래를 들려주었는지도 알 수 없다. 관객은 그저 미사키의 마음만을 따라가야 한다.
그래서 그가 상실을 받아들이고 극복해가는 과정이 간혹 지난하고 느리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나 홀로 여행하기>는 이에 개의치않고 정직하게 나아가며 끝내 그 빈 부분을 채워줄 다양한 상상과 감정들을 손에 쥐어준다.
[상영 시간]
10월 3일 (목) 16:30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10월 5일 (토) 17:00 CGV센텀시티 5관
10월 6일 (일) 12: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9관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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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4주 최신 개봉영화!
12월의 마지막! 4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12월 4주 개봉영화 5편!
해피 뉴 이어 A YEAR-END MEDLEY , 2021
한지민, 이동욱, 강하늘, 임윤아, 원진아, 이혜영, 정진영, 김영광, 서강준, 이광수, 고성희, 이진욱, 조준영, 원지안
영화 "해피 뉴 이어"는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호텔 엠로스를 찾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인연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입니다.
세대 불문 각기 다른 개성과 매력으로 무장한 배우들이 총 출동합니다.
14인 14색 조화로운 연기 앙상블이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비 오는 날 수채화','엽기적인 그녀', '클래식'까지. 탄탄한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
아름다운 영상미로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선사하며 한국 로맨스 영화에 한 획을 그은 곽재용 감독이 로맨스 영화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공감백배 풋풋한 첫사랑부터 가슴 아픈 짝사랑, 아련한 옛사랑까지!
첫번째 추천영화 "해피뉴이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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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웨어스페셜 Nowhere Special , 2020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감동 드라마
영화 '노웨어 스페셜'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창문 청소부 ‘존’이 혼자 세상에 남겨질 4살짜리 아들 ‘마이클’을 위해
특별한 부모를 찾는 여정을 그린 드라마 입니다.
'스틸 라이프'로 베니스국제영화제 4관왕의 영예를 안은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의 신작으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아내는 마이클 생후 6개월 무렵 연락처도 남기지 않고 떠났고.
존은 친부모 없이 살아야 할 아들에게 가장 완벽한 위탁 가정을 찾는 데 혼신을 다합니다.
두 사람은 담담하게 추억을 만들어가죠 죽음과
입양에 대해 깊은 감동을 선사할
두번째 추천영화 "노웨어 스페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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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 Nowhere Special , 2020
제94회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예비후보
영화 '램'은 양 목장에서 태어난 신비한 아이를 얻은 '마리아' 부부에게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는 호러 영화입니다.
아이슬란드 외진 시골 마을에 사는 마리아와 잉그바르는 유산의 아픔을 지닌 부부입니다.
양떼를 치고, 감자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두 사람은 외부와 단절을 선택하고 무거운 침묵이 이어지는 일상에서 신비한 존재가 다가옵니다.
다름 아닌 키우던 양이 낳은 반인반수의 아이죠
과연 부부에게 축복의 존재일지 비극의 존재일지 반전이 있는 영화
세번째 추천영화 "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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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조작살인 Nowhere Special , 2020
제94회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예비후보
영화 "메모리: 조작살인"은 남편의 실종 사건 후, 계속해서 이상한 사건이 일어나는 여자 ‘수연’과
그런 그녀를 치료하기 위해 ‘수연’의 기억 속 진짜 사실을 보기위해 노력하는 의사 ‘정우’사이의 진실게임을 그린 미스터리 추적극입니다.
김현우 감독이 2020년 단편으로 제작해 ‘제12회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에서 후보에 오르는 등 큰 호응을 받은 소재로 만든 영화 인데요
배우 ‘김윤서’와 정은우의 연기 호흡으로 영화를 완성했습니다.
두 남녀의 숨막히는 진실게임!
네번째 추천영화 "메모리: 조작살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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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하루 Nowhere Special , 2020
국내 영화 최초로 NFT 접목
영화 "긴 하루" 는 문득 기억 하나가 마음을 흐트러뜨리는 어느 날,
꿈 같은 하루를 우연히 떠돌게 되며 만나고 헤어지는 남녀의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입니다.
'내가 고백을 하면', '두 개의 연애', '늦여름' 등 독특한 감성 드라마를 선보였던 조성규 감독의 신작이죠
남녀가 만나서, 헤어지고, 그리워하고, 다시 재회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하루 동안 그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담아냈습니다
김동완,남보라,신소율,정연주,서준영 등 배우들의 연기앙상블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NFT가 블록체인의 산업적용 사례로 손꼽히며 게임, 패션, 미술 등 다양한 산업계에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는 가운데,
영화 '긴 하루'는 국내 영화 최초로 NFT 접목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한국영화 최초 NFT 접목!
다섯번째 추천영화 "긴 하루"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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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짱 두둑한 개미들이 코끼리에게 덤비다
게임스탑으로 따라와
이 영화의 주인공은 미국 어딘가에 사는 애널리스트 키스 길(폴 다노)다. 그냥 직장 다니는 소시민인 키스 길. 아무래도 이번 생에서 큰돈 만지기는 글렀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희망을 놓지 않는 키스 길. 부인(쉐일린 우들리) 캐럴라인과 ‘게임스탑’이라는 주식에 투자했고 대박을 노리고 있다. 이런 키스 길의 투자방식이 그냥 무작정 얻어걸려라는 아니다. 나름 치밀한 분석을 통해서 게임 스탑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모름지기 돈은 혼자 버는 게 맞긴 하나, 혼자서는 외롭다. 레딧 유저들과 함께 인터넷 방송을 하는 키스 길. 수많은 개미들이 키스 길에게 설득되고 이는 곧 코끼리 같은 부자들과 대립하는 결과와도 이어진다. 여러 사건들이 미국 경제들을 훑고 지나갔지만 개미들은 당하기만 했다. 과연 이번엔 개미들이 이길 수 있을까?
나름 친절해
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장점 중 하나는 ‘경제(특히 주식) 용어를 잘 몰라도 이해하기가 쉽네!’라는 점이다. 어떤 이유에서? 바로 영화의 핵심을 드러내는 방식 때문이다. 감독은 이 핵심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캐릭터 개성 살리기’를 선택했다. 글쓴이가 상영관에서 나와 가장 먼저 이 영화에 대해 생각한 것은 인물들이다. 주인공이 한 명만 있지 않다. 그 주인공들을 A팀과 B팀으로 나누는데, 인물들을 각기 다르게 설정했다. 이 인물들의 속사정은 다 다르다. 누구는 성소수자고, 누구는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고, 누구는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다. 심지어 세 바운더리에서 직업도 다 다르다. 한 사람은 평범한 대학생인데 어떤 인물은 간호사고 또 다른 캐릭터는 그냥 게임스탑에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이다. 인물들의 속사정이 판이한 것이다. 그리고 이 각기 튀는 캐릭터들에 개성도 부여한다. 주인공 키스 길은 또 다르고, 게임스탑 아르바이트생은 또 어떻고, 간호사는 어떻고 하는 식이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반복을 통한 강조만 했을까? 아니다. 이 영화는 인물마다 다른 말 맛(?)을 부여하며 코미디까지 살렸다. 글쓴이가 이 글을 쓰면서 영화를 기억하다 보니 모든 캐릭터가 기억에 남는 이유가 인물마다 다른 웃음 포인트를 살렸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각기 다른 인물들을 A팀과 B팀으로 나뉘어 대비를 강조한다. 그 경계를 나누는 기준은 ‘게임스탑 주식 투자자’라는 점이다. 다른 인물들이 하나의 맥락으로 엮이면 그 정서가 절실하다고 느끼지 않을까? 이 연출이, 그러니까 인물마다 개성을 살리는 방식이 영화에서 장점으로 발현된 것은 흥미롭다. 개미 투자자들이 똘똘 뭉치는 유대감을 캐릭터의 힘으로 살리면서 ‘이렇게 다른 사람들을 뭉치게 만드는 힘은 무엇’인지 유추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영화가 정말 비판하고 싶었던 대상의 속성과도 어울리는 감이 있다. 이 대상의 특성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그림이 자주 나온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를 전복시키는 이야기를 갖고 있는데, 이야기의 구조로 형상화한 감독의 솜씨가 놀랍다. 또 직접적으로 대사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여기까지 가는 과정을 영화가 잘 짰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알면 좋은 것
이 영화를 이해할 때 ‘공매도’와 ‘게임스탑’, ‘레딧’과 ‘로빈후드’가 무엇인지는 알 필요가 있다.
정말 간단하게 설명하면 ‘레딧’은 외국인들의 인터넷 커뮤니티다. 특정한 소재가 있다. 가령 ‘아시안 컵 한국 대표팀’이라는 소재가 있다고 쳐보자. 그럼 그쪽에 관심 있는 유저들이 모여서 끼리끼리 대화를 나누는 곳인데, 인터넷 커뮤니티의 속성 상 저속한 표현이 많다. 특히 주식같이 금전적인 문제가 달려 있으면 더 그렇다. ‘게임스탑’과 ‘로빈후드’는 2021년 미국에 실존했던 기업체 이름이다. 게임스탑은 ‘스팀’의 오프라인 형태라고 보면 쉽다. 콘솔/PC게임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파는 곳이다. 중고 게임을 파는 경우도 몇 있다. ‘로빈후드’는 주식 거래 어플이다. ‘~증권’ 어플을 미국인들이 쓴다고 보면 된다.
사실 이런 업체 이름 말고 더 중요한 것은 ‘헤지펀드’와 ‘공매도’라는 개념이다. 헤지펀드는 개인 투자자들이 높은 목표수익률을 추구하기 위해 돈을 모으는 것, 자본 그 자체를 말한다. 보통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지며 큰 손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공매도’는 돈을 빌려 매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격이 올라가는 걸 예상해 돈을 빌려 주식을 매입하고 그만큼 팔아 중간차익을 노리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헤지펀드’는 누구고 ‘공매도’를 이루거나 하는 행위가 누구에서 오는지를 본다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팬데믹의 향기
이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팬데믹 묘사다. 이 전염병 사태를 거치며 여러 변화가 있었다. 어떤 점에서는 백신이라는 것이 유달리 중요했던 때가 있고, 오프라인 매장이 경제상황에 치명타를 가한 적도 있다. 영화는 이를 철저하게 묘사하며 이 영화가 갖고 있는 강한 연대의식을 강조한다. 또 주인공 키스 길의 직업이나 ‘영상으로 기록이 남는다’는 점을 묘사하기 위해 무조건 들어가야 했다. 이 영화의 시간적 배경을 이루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쓰는 언어의 모습이 바뀌기도 했는데, 이는 번역가의 힘이다. 가령 이 영화에서 인터넷 방송과 관련된 용어는 자연스럽게 등장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키스 길이 인터넷 방송을 운영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밈을 번역하는 입장에서 일일이 다 살리는 것이 단순히 언어를 저기서 이걸로 바꾸는 것 말고의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당연히 다 조사해야 그 맥락이 살기 때문이다. 황석희 씨의 열일이 영화의 입체감을 살리는 장점이 됐다.
정상적인 연기는 오랜만이야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폴 다노는 외유내강의 캐릭터를 깔끔하게 소화했다. 폴 다노가 <파벨만스>나 <루비 스팍스> 같은 역할도 곧잘 했지만 <더 배트맨>이나 <데어 윌 비 블러드> <프리즈너스> 같은 센 연기도 잘 소화했다. 이 <덤 머니>에서의 키스 길은 두 종류의 캐릭터에서 <파벨만스> 쪽에 가까운 연기를 한다. 이 인물은 유약한 그냥 직장인 같아 보이지만 마음 안에 굉장히 강한 구석이 있는데, 어떤 대사를 중심으로 이 내면을 형상화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캐릭터를 마냥 센 템포로 해석하지 않은 역량이 돋보였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인물의 연기가 뛰어났기 때문에 키스 길의 감정선이 더 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보였다. 뭐 실존 인물이 이렇게 무덤덤한 인물(?)이라면 할 말 없지만.
순수 재미는 떨어질지도
이 영화에 대해 아쉽다고 느끼는 점은 장르적인 재미다. 이런 비슷한 소재와 주제로 <빅 쇼트>라는 걸출한 작품이 있어서? 아니다. 플롯에서 여러모로 긴장감이 느껴질 만한 장면이 많은데 왠지 모르게 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잔잔한 느낌? 영화 자막으로 센 수위의 밈들이 나오고 큰돈이 걸렸는데도 영화 전체적으로 플롯을 이끄는 방식이 조응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폴 다노나 세스 로건, 쉐일린 우들리의 카리스마와 연기가 주는 감정이입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느낌이 있다. 이 영화에 대한 불호여론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임과 동시에 치명적인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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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애의 범위를 넓히다
인간의 선택: 박해와 공존
로봇이 인간 아이의 손을 잡고 천천히 보폭을 맞춰 걸어간다. 다른 로봇은 우는 아이를 품에 꼭 안고 달랜다. 승려복을 입은 로봇들은 반격 의사도 없이 미군의 총에 맞아 쓰러진다. <크리에이터>는 AI 로봇의 존재가 일상화되기를 넘어 정치적, 군사적 문제가 된 미래 사회를 그린다. LA에서 핵폭발 사건이 일어나고 미국은 이를 인간을 향한 AI 로봇의 공격으로 간주한다. 미국은 AI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거대한 미사일 함선을 지구 상공에 띄운 ‘노마드’라는 무기로 공격한다. 반면 뉴아시아는 AI와의 공존을 선택한다. 태국, 네팔과 같은 나라를 바탕으로 설정된 뉴아시아는 불교적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는 듯 보인다. 불교적인 형태의 석상을 돌리자 AI로봇 연구소의 입구가 드러난다. AI로봇들은 뉴아시아의 전통과 문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해 살아가고 있다. 로봇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뉴아시아는 오히려 인간들이 로봇의 보호 아래 살아가고 있다.
미군 장교는 말한다. 사피엔스보다 독한 종이 나타나면 인간도 네안데르탈인처럼 멸종할 것이라고. 미국은 사피엔스의 멸종을 걱정한다. 다르게 보자면 이는 AI로봇을 사피엔스와 대응되는 하나의 종으로 인식한다는 이야기이다. 다만 인간에게는 선택지가 있다. 지구의 다른 모든 종이 악이 아니듯 AI로봇이 절대적 악은 아니다. 무엇을 선택하는지는 인간에게 달려있다. 미국에게 있어 인간의 범위는 미국인에 한정되어 있다. 미국의 전쟁은 인류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닌 AI가 공존의 범주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싸움이다. 공존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선택의 의지다.
구원자의 등장
AI 로봇은 미국인들의 탄압에서 벗어나 자유를 원한다. 이들은 도구나 가축과 같은 노예 상태에서 벗어난 해방을 원한다. 혁명을 모의하고 구원의 메시지를 설파하는 로봇과 승려 로봇의 존재는 이들이 이미 만들어진 목적에 앞서 존재론적 의미를 탐구하는 주체로 우뚝 섰다는 의미다. AI 로봇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알파-오’는 만들어졌다. 자유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파하고 비폭력으로 전쟁을 끝내고자 세상에 왔다. 이름 그대로 로봇들의 구원자다. 아이의 외형을 가진 로봇 ‘알파-오’는 모든 기계들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기계를 끄고 킬 수 있는 힘은 로봇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것이고 기계문명에 바탕을 둔 미래사회에서 절대적인 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니르마타의 소재에 접근했던 전직 군인 조슈아(존 데이비드 워싱턴)는 AI로봇의 창조자인 니르마타와 무기 알파-오를 제거하라는 명령에 따라 뉴아시아로 향한다. 하지만 조슈아는 AI 로봇과 미국의 전쟁보다 이전 작전에서 잃었던 아내 마야(젬마 찬)의 행방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AI연구소에서 발견한 알파-오는 마야의 행방을 알고 있었고, 조슈아는 알피라 부르며 마야의 흔적을 따라간다. 알피는 니르마타인 마야에 의해 만들어진 ‘노마드’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무기로 창조된 로봇이 구원자가 될 수 있을까? 감독은 인간과 AI의 공존을 이어주는 매개로 로봇의 창조자인 니르마타와 인간 배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중간자 알피를 내세운다. 니르마타가 인간으로서 로봇에 대한 사랑을 가진 존재라면 알피는 AI 로봇으로서 인간과 로봇에 대한 사랑이 입력된 존재다.
프로그래밍된 태도에 사랑이나 구원 같은 말을 붙여도 될까? 알피가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거나 손바닥을 갖다 대면 모든 로봇과 기계는 그의 통제 아래에 놓이는 기적이 행해진다. 인간의 증오와 그로 인한 공격은 기계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 모든 공격을 멈추는 것이 니르마타의 뜻이라면 알피는 그 뜻을 행하는 자다. 알피의 의지는 인간이자 니르마타인 마야에 의해 계승되었다. 알피는 인간에 대한 증오가 아닌 사랑을 품고 만들어졌다. 그러므로 알피는 로봇과 인간 모두에 대한 사랑을 지닌 구원자다. 알피의 사랑은 로봇과 인간을 아울러 가장 넓은 범위를 감싸 안을 수 있다.
왜 아이일까?
마야와 조슈아 사이에서 잉태된 태아의 배아 스캔을 통해 창조된 것이 알피다. 인간과 로봇의 중간자인 아이가 주인공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로봇을 완전하지 않은 아이의 형태로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기술과 힘이 완전하지 않고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면 적절한 도구나 무기로 기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 아이는 성인이 되기 전까지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다. 알피의 힘은 어마어마한 성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성장은 불확실하다. 로봇은 쓰이기 위해 만들어진다. 그러나 알피는 어디에 쓰일 것인지 분명치가 않다. 평화와 자유라는 목적지에 닿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조슈아의 도움으로 노마드를 격퇴했지만 전쟁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는 일이다.
AI 로봇의 학습은 성장과 차이가 있다. 성장은 약하고 깨어지기 쉬운 시기를 지나야 한다. 알피의 성장은 원격 제어 영향력과 힘을 키우는 것뿐만이 아니다. 알피는 이미 미국의 자본과 기술의 집약체인 무기를 격파했다. 알피는 무기가 아닌 인격체로서 성장해야 한다. 인간과 로봇을 두루 경험하며 내면의 사랑을 키워야 한다. 절대적 힘을 가진 완전한 강자는 공동체를 규합하기 위해 힘을 내세우기 쉽다. 무력한 아이만이 오히려 공동체의 사랑과 보호의 필요성을 역설할 수 있다. 로봇의 보호 아래 유년시절을 보낸 마야는 알피 역시 이를 느끼기 바라지 않았을까. 알피가 어떻게 성장할지 확신할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정보가 프로그래밍되어 있기에 그 미래는 믿어볼 만하다. 바로 인간과 로봇에 대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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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덩어리로 파헤친 가족의 양면성
종종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 소재라서 그런지, 몰입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완성도가 훌륭하다 할 순 없지만, 넷플릭스 드라마 '선산'은 시청자들이 중도하차하지 않고 끝까지 달리기엔 괜찮은 작품이다.
'선산'은 교수 임용을 앞둔 윤서하(김현주)가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1년 전 이맘때 넷플릭스 영화 '정이'를 선보였던 이야기꾼 연상호 감독이 기획 및 각본을 맡았고, 연상호 감독 밑에서 조감독으로 활동했던 민홍남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방법', '괴이', '지옥' 등 한국형 오컬트로 두각을 드러냈듯, '선산' 또한 초반부에는 무속신앙을 앞세워 오컬트 뉘앙스를 풀풀 풍기며 보는 이들을 조마조마하게 만들고, 여기에 미스터리함을 몇 스푼 추가하며 분위기를 확실하게 조성했다. 윤서하 주변인들이 괴이하게 죽어나가고, 접신한 것인지 이상한 소리를 늘어놓는 이복동생(김영호)의 존재, 그리고 피칠갑이 된 윤서하 집 현관문이 그랬다.
하지만 오컬트는 '선산'의 포장지에 불과했고, 포장지를 벗겨낸 뒤 드러난 진짜 알맹이는 '가족'이다. 인간이 세상으로 태어나 가장 먼저 마주하는 '사회'가 가족인데, 평소에는 안정적이지만 상속 등으로 인해 갈등과 분쟁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 가족의 양면성과 상반된 모습을 본격 풀어낸다.
주인공인 윤서하는 유년시절부터 불안정한 가족 구조 속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가족'에 대해 끊임없이 갈구해 왔던 인물이다. 남편 양재석(박성훈)의 부도덕한 일을 알면서 감내했던 것도, 생전 처음 보는 이복동생과 상속 분할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음에도 그를 끝까지 밀어내지 못했던 것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듯했다.
이와 맞물려 이복동생 김영호의 가족사, 윤서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살인사건을 쫓는 형사 최성준(박희순)의 가족사까지 연이어 뻗어 나오면서 가족 이야기를 강화한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도 연상호 감독은 장르를 불문하고 '가족'을 이야기 주제로 삼아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잘 모르는 '가깝고도 먼 가족' 이야기를 전달한다.
주제의식은 분명하나, 초중반에 비해 후반부에 다소 힘이 부치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선산을 포기하지 않으면 화를 입을 거라는 김영호의 기행이 반복될수록 호기심보다는 질리는 느낌이 강했고, 후반부 반전 카드로 숨겨둔 '금기' 패를 꺼내 보이는 방식을 등장인물의 구전으로 흘려 맥이 풀린다.
뒷심이 부족한데도 완주할 수 있었던 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건과 여러 인물들의 숨은 사연, 자연스레 이어지는 메시지까지 세련되진 않아도 우직하게 틀을 잘 유지하면서 전개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생동감 있게 불어넣는 배우들의 연기도 눈여겨 볼만하다. 그중 극 전체를 잡아끌고 가는 김현주의 존재감은 믿음직스럽고, 특별출연이긴 하나 초반부 몰입도를 끌어올린 박성훈도 인상 깊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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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호러영화에는 재미도 있고 슬픈 전설까지 있어
여러분은 어떤 것에 무서워하는가?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이 실제로 이뤄지는 걸 무서워하는 것 같다. '이렇게 될지도 몰라'라고 생각했던 게 현실화되면 무섭다. 거의 대부분 현실로 이뤄지는 게 함정이지만 이 공포에 무덤덤함이란 없다. '혹시 누가 화장실 물을 안 내렸으면 어떡하지' 싶으면 간혹 그 더러운 광경을 보게 된다. 비단 시각적인 것으로만 국한 지을 필요는 없다. '이 쯤되면 뭐 하나 잃어버릴 것 같은데' 싶으면 잃어버린다. '돈 다 쓸 것 같아'라면 생각지도 못한 것에서 돈이 빠진다.
당연히 우리 모두 다 재미없는 삶을 싫어하기 때문에 혹시 나를 두려워할 것이다. 이게 심해지면 불안장애라는 병으로 발현되기도 하지 않나. 이런 걸 보면 내가 생각하는 것 외로 내 운명이 바뀔까 하는 두려움은 거의 클래식에 가까운 것 같다. 그래서 각자가 믿는 신에 다들 기대곤 하는 거 아니겠어? 그 점을 활용한 예술 장르가 공포영화고. 한국과 그렇게 멀지 않은 곳 대만에서 호러영화 한 편이 공개됐다. 이 영화, 무섭다, 기괴하다. 당신의 110분을 사라지게 만들기 충분하다. 저주 걸린 여자의 삶 가까이에 다가가 보자.
건드리지 말아야 했던 것
저주가 있다고 한다. 여자는 저주에 대해 이야기한다. 고백하는 여자. 자기를 리궈난이라고 소개한 주인공은 과거에 있던 일을 털어놓는다. 끔찍한 금기를 건드렸다는 여자. 금기를 건드린 탓에 리궈난의 주변에는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부모님은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카메라를 들고 간 경찰서에는 의문의 자살사고가 벌어진다. 계속되는 불행에 삶에 벌어지는 일들을 체념하기로 한 것 같다. 리궈난은 자기의 처지를 고백하고 금세 이 영상을 찍고 있는 이유를 말한다. “우리 딸의 불행을 극복하고 싶어서에요”
카메라는 리궈난의 일상으로 옮겨간다. 리궈난에겐 딸 한 명이 있다. 어두운 낯빛이지만 그래도 환하게 웃어 보이는 어머니 리궈난. 리궈난은 양육권을 뺏길 위기에 처한 것 같다. 평가 기준에 충족하지 못하면 친모로서의 권리가 박탈될지도 모른다. 카메라와 리궈난은 한 남자와 만난다. 아마 공동으로 양육권을 가질 아버지가 되는 분인 것 같다. 촬영하고 있는 영상의 목적 ‘영상일기’를 설명한다.
둬둬는 리궈난 인생의 전부다. 그녀가 신경정신과 상담을 받는 것도, 유일하게 웃는 것도 딸을 만날 때가 아니면 볼 수 없다. 그런데 마음대로 편하게 굴러가진 않는다. 같은 차에 탔는데도 흐르는 어색한 기류. 차에 타서 새로운 집에 도착했다. 그래도 둬둬와 리궈난은 행복할 자격이 있다. 간단한 놀이로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녀. 둬둬는 어머니 리궈난에게 살짝 웃어 보이기까지 했다. 갑자기, 돌이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시작됐다. 리궈난은 정해져 있던 저주를 맞이하기 시작한다.
그럴 수도 있긴 하지만
사실 뻔하다. 이 영화는 호러영화의 클리셰를 따라가고 있다. 호러 영화에서 주인공이 저주에 걸리는 설정은 가지각색으로 다양하다. 가족 대대로 내려오는 저주, 아무 이유도 계기도 모른 채로 맞이한 비극, 식인종 연쇄살인마와의 대담, 내재되어있는 분노 폭발 등 기존에 있는 호러 영화 수작들처럼 창의성 있는 도입부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심지어 이 금기를 건드리게 된 계기는 허무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뻔하다. 당장 떠오르는 <텍사스 전기톱 2022>부터 <이블데드>까지 전통과 근본의 주요 소재를 기시감이 들 정도로 답습하고 있다. -후술하겠지만- 이 영화의 강점은 저주의 시각화다. 이 저주를 시각화한 방식은 다른 영화와는 다른 차이점을 부여한다. 이 저주에 힘을 빡 줘서인지 인트로에 힘이 영 없는 건 분명한 단점이다.
이 단점이 영화 초반부에 제시되면 무엇이 문제일까. 바로 초반부가 지루하다는 점이다. 이야기 전개가 예상대로 이어진다. 눈길을 잡아끄는 건 자극적인 저주뿐이다. 단점이 이런 선에서 끝나면 다행인데 편집이 좀 산만한 감이 있다. 파운드 푸티지 장르(영화의 등장인물이 직접 카메라를 찍어 이야기를 전개하는 형식)의 특성이 어느 정도는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근데 이 장르의 특성을 감안했다고 하더라도 불필요한 내용이 좀 있다. 구체적으로 초입부의 저주의 증상(?)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령 첫 번째로 저주가 시각화되는 장면이 있다. 이 신은 아쉬움이 있다. 전체적으로 후반부의 폭주하는 이야기와 무슨 관련이 있는가? 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다음 장면에 '어떻게 주인공들이 저주에 걸리게 됐는가'를 정작 영화에서 힘을 주고 싶은 부분이 너무 대놓고 드러나는지라 전반부는 기능적으로 단지 분위기만 제시하기 위해 쓰인 느낌이 강하다. 냉장고에 물건들이 다 엎어지고, 느닷없이 꼽등이가 날아들며 불이 깜박깜박하는 것이 후반부까지 통일성 있게 나타나는 부분이 아니다. 그래서 전반부는 그냥 잊힌다. 이 장면에서 둬둬가 저주가 걸린 부분을 1/3으로 줄이고 중반부로 이야기를 전개했어도 큰 무리는 없다. 이런 식으로 초반부는 단지 무서운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서만 쓰인다. 이때 이 영화의 미술팀이 열일을 해서 무서운 느낌을 내는 건 충분하다. 그런 측면에서는 영화의 성취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자극적으로 높은 템포를 단지 유지하기 위해서 러닝타임을 썼다는 점은 사람에 따라서 지루하다가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이디어가 너무 재치 있고 흥미로워서 영화의 서사가 희생된 느낌?
이 단점은 이야기 전개 방식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앞에서 쓴 현재 시퀀스 바로 다음은 과거 회상이다. 어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던 주인공. 친구들과 함께 한 마을의 전통을 취재하려고 한다. 이 취재는 리궈난이 저주에 걸린 계기가 된다. 그니까 둬둬가 걸려있는 저주의 증상을 보여주고 리궈난이 이 위기에 봉착한 원인을 엇갈려서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 방식은 중반부 터닝포인트가 있기 전까지 지속된다. 근데 이건 사실 좀 더 쉽게 전개했어도 되지 않았을까? 초반부에 주인공이 이렇게 말한다. '이 저주를 알면 알수록 더 큰 위험에 빠져들어요'라고. 그러면 이 저주가 대체 뭐하는 것이길래 인물들을 이렇게 끔찍한 비극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걸까? 의문점이 든다. 난 이 저주의 숙주에 대해 알고 싶다. 그런데 계속 저주가 얼마나 무섭고 끔찍한지를 보여준다. 그게 불필요한 건 아닌데 주인공이 어겼던 종교적인 금기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것을 방해할 정도로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영화는 초반부터 중반까지 끊기는 느낌인 것이다. 과거와 현재를 엇갈려 배치할 필요가 없는 느낌이었다. 이게 현재 시점에서 겪는 저주 연출이 현실적으로 기괴해서 그렇지 미술팀의 열일이 아니었으면 이 영화는 굉장히 큰 실수를 저지를 뻔했다. 다행히 중반부가 넘어가면서 저주와 싸우는 인물들을 보여줘 이야기에 집중이 되지만 천천히 쌓아 올린 빌드업이 불친절한 것은 영화의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현재의 관점에서 저주에 걸린 모녀의 모습 - 과거에 어떻게 저주에 걸렸는가 - 현재 관점에서 저주와 싸우는 인물들 - 하이라이트 신(과거 회상) - 엔딩으로 이어져도 극이 훨씬 깔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영화의 다른 단점 중 하나는 엔딩이다. 아마 "..?" 싶을 것이다. 중후반부까지 쌓아 올린 압도적인 이미지에 무색하게 좀 허무하게 끝난다. 근데 이 영화는 후반부까지 이어지는 무섭고 기괴한 에너지가 강점인 영화다. 그래서 엔딩이 그렇게까지 페널티는 아니다. 좀 어이없을 뿐. 아무 인상도 주지 못하는 엔딩이었다. 이 부분은 직접 확인하시길!
압도적인 시각 디자인
이 영화는 이렇게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사실 장점이 훨씬 더 크다. 일단 앞에서도 쓴 시각 디자인은 정말 노력의 대가가 그대로 나타났다. 일단 기괴한 이미지를 너무 잘 짰다. 어쩜 그렇게 무서운 짓만 골라서 하는지 모르겠다. 초반부에 어떤 할머니가 차 밖에서 인물을 관찰하는 신이 있다. 그냥 슥 지켜보는 게 아니라 딱 달라붙어서 구경한다. 그리고 창문을 열어서 하는 행동들, 몸의 각도들, 대사들까지 경제적인 활용법이 돋보인다. 이 감독은 어떻게 해야 그냥 지켜보는 행위로 사람들을 기겁하게 만들 수 있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 기괴한 짓만 골라서 러닝타임을 끌고 가기 때문에 호러 영화의 제1원칙 '일단 무서워야 함'을 아주 충실히 충족한다. 그래서 이 영화 자체가 재미있는 영화다!라고 말할 수 있다. 아니 계속 생각난다. 하이라이트 신에서 만든 세트장은 진짜 실제로 그런 게 있을 법하다.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뭐라 뭐라 보여주지 않아도 디자인의 현실감 하나로 모든 설득력을 갖는다.
이 시각 디자인의 강점은 신체를 활용하는 것에서도 나타난다. 분명 여러분들이 다 익숙한 맛일 것이다. 근데 그 익숙한 맛에서 살짝 비켜나가서 무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초반부에 입 안을 열었는데 치아가 많은 장면이 있다. 이 때 치아가 좀 누리끼리하지 않다. 정말 새하얗다. 근데 입 안이 또 완전 새빨간색은 아니다. 적당히 빨갛다. 적당히 빨갛고 아예 새하얀 치아를 탁한 조명으로 묘사한다. 이 이미지에서 오는 기괴함은 아직도 생각날 정도다. 그리고 무슨 피부에 발진이 나는 형태도 현실감 있게 잘 그렸다. 단순히 끔찍하게만 그려서 무서운 게 아니다. 진짜 일어날 법한 상처라서 더 무섭다. 이 상처를 비추는 조명이나 촬영 방식도 잘 골랐다. 연출자의 섬세함이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믿음이 가는 이 느낌
<랑종>이 생각난다. <랑종>과 이 영화는 어느 정도 비슷한 감이 있다. 아시아권의 영화감독이 동양적인 소재로 호러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궤를 공유한다. 그러나 다른 부분에서도 장점을 공유한다. 바로 신뢰를 팍 주는 중심인물들이다. <랑종>에서는 님 역을 맡은 배우가 실제 다큐를 보는 듯한 든든한 연기를 보여줬다. 반대로 이 영화에서는 유사 아버지 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가 좋았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 인물의 특성이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인물의 표정연기와 대사 치는 톤으로 신뢰감을 형성한다. 이 사람은 진짜 그럴 것 같다. 그리고 후반부로 이어지는 폭발하는 연기 역시 생동감 있게 잘 소화했다. 이 인물의 행보, 등장과 퇴장을 유심하게 지켜보면 극의 배경이 되는 연기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하다.
또 모녀의 연기 역시 좋았다. 특히 아역 배우 둬둬를 맡은 배우는 고생깨나 했을 것이다. 이 호러를 어떻게 이해하고 연기했을까? 90년대-00년대 아마 태어나지도 않았을 텐데 귀신 들린 연기를 깔끔하게 잘 소화했다. 또 리둬난 역을 맡은 배우도 리액션 연기가 좋았다. 기괴한 현실을 받아들이지만 어딘가 불안한 내면을 탄탄하게 소화했다. 어쩌면 불안한 각본을 이끌 수 있었던 건 이 세 배우의 호연 덕이다.
그냥 보기 좋아
영화를 왜 볼까? 난 그냥 본다.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본다. 책을 읽을 수도 있겠지만 영화라는 매개체가 주는 특성은 남다르다. 가끔은 장점이고 단점이고 나발이고 순수하게 무서운 영화가 끌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이 장점을 충실히 구현하는 좋은 영화다. 일정한 톤으로 기괴한 이미지를 연속적으로 보여주는 것 역시 극에 빠져드는 장점이 될 것이다. 시각 디자인팀이 만든 영화의 에너지를 잘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2시간이 후딱 지나가 있을 것이다. 작년 <랑종> 역시 무서운 영화였다. 이 영화는 <랑종>의 장점과 단점을 어느 정도는 갖고 와 나름의 방식으로 변용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맥주 깐 상태로 보기 좋은 공포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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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철원 그리고 가족
겨울, 철원 그리고 가족
영화 <철원기행> 리뷰
출처: 다음 영화
김대환 감독의 영화 <철원기행>은 제목을 보는 순간 비슷한 제목의 소설,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그 제목만으로도 벌써 철원이라는 공간에 대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무진기행] 속 무진은 주인공 ‘나’에게 일종의 도피처 같은 장소였다. 가장으로서 사위로서 짊어지어야 할 무게를 잠시 잊기 위해 떠난 무진. ‘나’는 무진에 일상에서는 감히 못할 일들을 묻고 돌아온다. 그렇다면 <철원기행> 속 ‘철원’은 어떤가? 각자의 상상을 품은 채 마주 하게 되는 영화는 그 안에 담겨 있는 제멋대로의 생각들을 철원이라는 공간에 자유롭게 풀어주며 그 안의 인물들이 걸어가는 여정을 따라 천천히 나아간다.
출처: 다음 영화
강원도 철원. 유난히 많이 눈이 많이 내리던 날, 노년의 교사 김성근(문창길 분)은 정년 퇴임을 맞이한다. 오랫동안 걸어온 길에 비해 초라한 퇴임식에 온 건 떨어져 살고 있던 아내 여정(이영란 분)과 큰 아들 내외. 기쁜 날 중국집을 찾아 식사를 하는 가족이지만 그들 사이에 흐르는 공기는 냉랭하기만 하다. 게다가 약속 시간에 늦은 막내 아들 수현(허재원 분)이 뒤늦게 합류하며 분위기는 점점 더 불편해지는데. 체 할 것만 같은 식사 자리가 끝나 가던 중 아버지 성근이 충격적인 이야기를 꺼낸다. 바로 아내 여정과 이혼하겠다는 것. 큰 아들 동욱(김민혁 분)과 며느리 혜정(이상희 분), 수현을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여정은 경악하며 밖으로 나가버리고 만다. 아버지의 폭탄 발언 이후 가족들 간의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지지만 문자 그대로 설상가상, 폭설로 인해 온 가족이 철원에 발이 묶여버린다.
원치 않게 아버지 성근의 집에 머물게 된 다섯 사람. 그들 안에서 우리는 전형적인 한국의 가족상을 엿볼 수 있다. 무뚝뚝하고 속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 아버지와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다 드러내는 어머니. 부모님을 어려워하는 큰 아들과 시부모님께 밉보이지 않기 위해 안절부절못하는 며느리, 그리고 아직은 철없는 막내아들까지. 김대환 감독이 정확히 잡아낸 우리네 가족들의 모습들은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로 다시 태어났고 <철원기행>은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관객들에게 찾아왔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다섯 사람뿐 아니라 그들을 둘러쌓고 있는 수많은 타인들 역시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시민적 모습으로 영화에 감칠맛을 더하는데. 감독이 특히나 강조하며 드러내는 건 좋은 겉포장 속에 숨겨져 있는 사람들의 못난 모습들이었다.
출처: 다음 영화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머릿속을 스치는 영화가 하나 있다. 루벤 외스트룬드 감독의 2014년도 작품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 <포스 마쥬어> 속 가족들은 눈으로 뒤 덮인 아름다운 알프스의 스키 리조트에서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서로를 마주하게 되는데 <철원기행> 속 가족들 역시 갑작스러운 날씨로 인해 그와 같은 행보를 걷는다. 폐쇄된 공간, 평소와 달리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온 가족의 낯섦. 그들을 고립시키는 ‘눈’을 매개로 두 영화의 가족들은 서로의 민낯을 드러내게 된다. 항상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것이 각자의 마음이라지만 한편에 자리 잡은 이기적인 마음 역시 사람의 일부분. 두 영화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채우는가 하는 지점에서 다른 길을 걷는다. <포스 마쥬어>가 모종의 극적인 사건을 계기로 그 간의 불편함을 뒤덮어 버리는 반면 <철원기행>은 담담하게 있는 그대로 흘러가는 시간 속에 자신들을 맡긴다.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들이 남아 있지만 결코 그 해답을 영화 속에서 주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어딘가 너무 사실적이어서 헛웃음마저 나오게 만드는 영화 <철원기행>은 굉장히 불친절하다. 아버지가 갑작스레 이혼을 얘기한 이유는 알려주지 않고 자식 세대가 겪는 문제는 어느 것 하나 해결되지 않는다. 찝찝함을 남긴 채 막내아들과 엄마는 버스에 오르고 큰 아들 내외 역시 아버지를 뒤로한 채 철원을 떠난다. 그러나 사실 영화는 굳이 친절할 필요가 없었다. 이 모든 일들에게서 느껴지는 익숙함. 어쩌면 우리 중 누군가는 벌써 우리가 겪고 있을 일들이기에 영화는 우리에게 많은 말을 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그 이면을 모두가 이미 짐작했을 터였다. 영화의 영어 제목은 ‘End of Winter’. 이 땅 어딘가에 살아가고 있을 이 가족의 겨울은 이제 끝이 났다. 이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오직 하나. 괜한 말 한마디 없이 뿔뿔이 흩어지는 가족들의 모습에도 우리가 희망을 느끼는 건 떠나는 가족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시선 끝에 걸린 봄을 보았기 때문이다.
지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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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블 어벤져스의 MBTI를 알아보자!
#산돌구름 #MBTI #마블MBTI
"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영상 타임라인*
0:00 인트로
0:50 이기적 통솔자, 아이언맨
2:55 융통성 제로 선비, 캡틴 아메리카
5:35 역시 어벤져스 외교관, 토르
6:28 조용하다 화내면 무서운 사람, 헐크
7:57 엘리트 공무원, 호크아이
9:08 아웃트로2020. 08. 26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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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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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손] 끝장리뷰 | 발(하체) 상징 | 결말해석 | 수평과 수직 | 멀고 가까움 | 가부장제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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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손](2024)은 씨네랩 측에서 제공한 시사회권으로 감상하였습니다)
[장손] (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수평과 수직, 멀고 가까움
Chapter 2 가부장의 진실, 하체의 문제, 결말해석
00:00 장손 개봉
01:34 수평과 수직
05:25 가부장제 비판
08:07 하체의 문제
09:07 결말해석
11:56 별점 및 한 줄 평
12:12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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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코드 카림> 메인 예고편
국가로부터 은밀한 지령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던 첩보 요원 ‘카림’.
그동안 겪었던 끔찍한 기억을 뒤로하고 자신의 인생을 되찾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이탈리아 최대의 테러 조직을 소탕하는 마지막 임무에서 예상치 못한 함정에 빠지게 되고,
자신의 목숨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놓이고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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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수리남> 티저 예고편
"누가 진짜인가" 여기, 믿을 수 있는 자는 없다. 목숨을 건 생사의 비즈니스가 시작되는 곳. 《수리남》 9월 9일, 오직 넷플릭스에서 《공작》 《범죄와의 전쟁》 윤종빈 감독 하정우X황정민X박해수X조우진X유연석X특별출연 장첸 그리고 당신이 믿지 못할 '실제로 있었던 거짓말'까지.